양자역학 이야기

과학 2024. 6. 27. 18:19

- 물체는 색상이 어두워질수록 열빛 변환 효율이 높아지며, 어느 시점 이후에는 가하는 에너지를 전부 흡수한다. 이처럼 이론적으로 완벽한 열 흡수체를 물리학 용어로 '흑체black body'라 부른다(이름 그대로 물체가 검은색이 아닐지라도).
이 모든 현상은 레일리진스 법칙 Rayleigh-Jeans law 이라는 간단한 방정식으로 깔끔하게 기술되는데, 특히 물체의 온도가 차갑거나 상온인 경우는 실험을 수행해 얻은 결괏값과 방정식을 풀어서 얻은 계산값이 거의 일치한다. 그런데 물체가 아주 뜨거운 상태에서는 정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뜨거운 물체가 방출하는 빛은 대부분 에너지가 높으므로 자외선이어야 한다(상자 비유에서 큰 구멍). 그런데 실제로 방출하는 빛의 에너지는 대부분 중간 범위에 해당한다.
뜨거운 물체가 방출하는 빛 중에서 적외선과 자외선은 아주 적 고 노란색/주황색 빛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다. 상자에 물을 가득 채웠더니, 가장 큰 구멍이 아닌 중간 크기 구멍에서 물이 전부 흘러나오는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빛은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세 종류에 국한되지 않으 며 지닐 수 있는 에너지의 세기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현실은 우리 가 상상한 구멍 세개 상자보다 훨씬 당혹스럽다. 구멍 난 상자보 다 더욱 정확하게 비유하면, 상자 뚜껑에 뚫린 길쭉한 틈새에서 양 끝을 제외한 중간 부위에서만 물이 새어 나오는 장면을 상상할 수 도 있겠다.
st가 이 같은 기묘한 현상은 물리학자 파울 에렌페스트Paul Ehrenfest '자외선에 일어난 파탄'이라 불렀고, 그 후 많은 물리학 책에서 자외선 파탄 ultraviolet catastrophe'으로 언급되며 유명해졌다.
- 여러분이 현재 직면한 상황은 이론과 실험의 불일치이다. 그리고 과학 분야에서 바뀌어야 하는 쪽은 늘 이론이다. 실험하기 전에 는 그 실험의 결과가 어떠할지 장담할 수 없다. 만약 이론이 실험의 결괏값을 예측하지 못한다면 그 이론과는 작별해야 한다.
자외선 파탄은 빛에너지 작용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빚어낸 결 과다. 이 잘못된 생각을 조금씩 수정해가다가 마침내 인류가 양자 혁명의 길로 들어서게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자외 선 파탄 문제에 답을 제시한 인물조차도 그토록 혁신적인 일을 하 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값싼 전구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
- 제안된 두 가설이 정면으로 충돌하면 과학자들은 둘 사이의 차 이점을 드러내는 실험을 수행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그런데 두 실 험 자체가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상황은 과학계에 처음 발생한 일이었기 때문에 학자들은 빠 져나갈 구멍을 찾아야 했다.
어쩌면 영의 이중 슬릿 실험 결과를 광자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 을 것이다. 빛 방출기가 기관총처럼 빛을 연속해서 쏘면, 빛 입자 들이 공중에서 서로 충돌하여 얼룩말 무늬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이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광자들이 이중 슬 릿을 통과할 때 상호 작용할 가능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광자를 기관총으로 난사하는 대신, 저격용 소총으로 하나씩 하나씩 발사해야 한다.
이 실험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수년간 고안되었는데, 그중 1994년 히타치 직원인 도노무라 아키라村彰가 수행한 실험이 단연 돋보인다.' 탱크, 냉장고, 마사지 기계를 생산하는 기업 히타치는 최고로 정밀한 이중 슬릿 실험에 관련된 권리를 소유하고 있다.
도노무라가 구성한 실험의 세부 내용은 토머스 영이 했던 실험과 상당히 다르지만 목표는 같으므로 여러분이 이해하기 단순하고 편하도록 동일 용어로 설명하려 한다. 실제로는 내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다.
도노무라의 실험에서 빛 방출기는 두 개의 슬릿을 향해 광자를 발사하며 빛의 세기를 강하거나 약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 방출기 맞은편에 설치된 검출기 스크린은 무언가가 부딪히면 빛을 내는 물 질로 만들어져 있어서 광자가 닿는 곳마다 빛의 흔적이 새겨졌다. 이전에 영이 했던 것처럼 도노무라가 빛을 뭉텅이로 쏘자 예상 했던 얼룩말 무늬가 얻어졌는데, 방출기 세기를 낮추어 한 번에 광 자 한 알씩 쏘자 심각할 정도로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처음 몇 분 동안은 흥미로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광자는 하나 씩 날아가 슬릿을 통과하고 검출기 스크린에 무작위로 부딪혔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스크린 가운데에 점으로 이루어진 띠무늬 가 아래와 같이 형성되었는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 입자가 하나씩 발사되는 상황에서는 이 같은 무늬가 그려질 수 없다. 얼룩말 무늬는 슬릿을 통과한 광자가 다른 슬릿을 통과한 다 른 광자와 섞여야만 나타난다. 광자를 하나씩 발사하면 다른 광자 와 섞일 수 없다. 광자를 간섭하는 존재가 없는데, 어떻게 간섭무 늬가 형성되는 것일까? 광자는 어떻게 두 개의 슬릿을 동시에 통과 하는 것일까? 
- 이중 슬릿 실험은 빛이 방출기로부터 나오는 지점에서는 입자처럼 거동하다가 슬릿을 통과하면서는 파동처럼 거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물이 상식적으로 움직이는 아이작 뉴턴의 고전물리학 관점에서 볼 때, 입자와 파동은 완전히 다른 존재다. 그런데 양자론이 둘 사이의 경계를 흐리기 시작했다.
- 양자 도약은 특정 껍질에 있던 전자가 사라진 뒤 다른 껍질에 다 시 나타나는 현상으로, 그 과정에 순간적으로 광자를 흡수(에너지 를 얻음)하거나 방출(에너지를 잃음)한다. 역설적이게도 일상에서 쓰는 '양자 도약'이란 용어는 큰 변화를 의미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 제 양자 도약은 말 그대로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변화를 뜻한다. 보어는 전자가 특정 에너지 궤도를 돌다가 다른 궤도로 양자 도약하는 이유를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설명이 필요했던 부분이 잘 해결되었기 때문에 이에 관한 아이디어들을 대충 조합하고 나서 더는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본질적으로 보어는, 어린아이가 부모의 서랍장에서 자투리 천 여러 장을 훔친 뒤 얼기설기 엮어 정성스럽지만 겉보기에 예쁘지 않은 조각보를 만든 것처럼, 현존하는 물리학 아이디어를 엮어 하 나의 콜라주로 완성했다. 그런데 이 같은 일을 보어보다 잘한 사람 이 아무도 없었기에 많은 사람이 그의 콜라주 작품을 받아 냉장고 에 붙였다.

- 톰슨은 탁월한 제자를 여러 명 배출했는데, 그중에는 원자핵을 발견한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원자핵 주변의 껍질에서 전자가 궤도 운동을 한다고 밝혀낸 닐스 보어가 있다.
톰슨의 제자들이 발견한 가장 놀라운 현상은 전자가 언제나 입자 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자는 이따금 광자와 마찬가지로 파동처럼 행동했다. 이 현상은 J. J. 톰슨의 아들인 조지 톰슨 George Thomson이 발견했다.
빛이 때로는 입자로, 때로는 파동으로 행동하는 현상에 관심이 있었던 조지 톰슨은 전자도 그러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 전자도 파동의 성질을 지녔으나 그토록 오랫동안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파동의 세기가 약하기 때문이었다. 따 라서 전자를 회절시키는 실험을 하려면 아주 작은 이중 슬릿 장치 가 필요했지만(약한 파장에는 이중 슬릿 간격이 좁은 장치가 필요), 그 런 장치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조지 톰슨은 영화 촬영용 카메라에 사 용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셀룰로이드 필름을 구했다. 셀룰로이드를 구성하는 원자는 원자 저울의 이중 슬릿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 고 줄지어 있는데, 조지는 전자선을 그 필름에 대고 쏘았다.
예상대로 전자선은 필름 맞은편에 얼룩말 무늬를 그렸으며, 이 는 전자가 파동처럼 서로를 간섭한다는 의미였다. 모든 사람이 입 자라고 생각한 전자가 빛처럼 중첩과 회절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조지 톰슨은 노벨상을 받았다.
J. J. 톰슨은 전자가 입자임을 증명해 1908년 노벨상을 받고, 그 의 아들은 전자가 입자가 아님을 증명해 1937년 노벨상을 받은 역 사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랍다. 

- 위치와 운동량은 최초로 밝혀진 '불확정성 관계이자 가장 많이 인용된 사례이다. 한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알 수 없으 며, 두 특성 중 하나를 알면 다른 특성에 대한 정보는 잃어버린다. 양자론이 진화하면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특성 한 쌍을 또 발견했지만(이것은 나중에 소개할 것이다), 물리학의 토대를 뒤흔든 것은 역시 하이젠베르크가 제시한 위치·운동량 관계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양자론은 우리가 측정할 수 없는 특 성이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측정 대상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기 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성 하나를 알게 되면, 다른 특성에 대한 정보는 자연히 잃어버린다.
알고 있는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뉴턴의 우주관은 결국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는 수학 괴짜에 의해 난도질당한다. 현재에 관한 모든 것을 알기란 불가능하므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 는 일 또한 가능하지 않다. 영원히.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가 입자의 모든 성질을 알기에는 부족한 측정 장비 탓에 발생한다고 잘못 설명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불확정성 원리를 너무 가볍게 표현한 것이다. 우리가 검출기 를 얼마나 잘 만드는지, 그리고 그 검출기로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 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한 입자의 성질은 완전히 고정될 수 없다. 입자가 단 하나의 입자로 정의되지 않기 때문이다. 입자는 파동이기도 하다.
- 전자에게 너의 입자적 특성은 무엇이지?"라고 묻는 것은 《전쟁과 평화>를 한 글자로 요약하면 무엇일까?' 또는 '무지개를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하면 무슨 색일까?'라고 묻는 것과 같다. 즉, 좁힐 수 없 는 대상을 좁히려는 행위이다.
하이젠베르크가 말했다. "원칙의 문제로서, 우리는 현재에 관한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 수 없다. 양자론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려는 뉴턴의 꿈을 포기하게 만든다.
일상에서는 물체가 어디에 있고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기 쉽다. 이것은 사실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다. 양자 세계에서 축구를 한다면, 짐작 가능한 운동량을 가해 공을 찬다고 해도 그 공이 어디로 갔는지 확신할 수 없으므로 경기를 더는 진행할 수 없을 것이다(그래도 재미는 있겠다). 공중으로 날아간 공은 뿌연 구름처 럼 보일 것이며, 그 구름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는 볼 수 있지만 그 공을 잡으려면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 을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불확정성 원리를 인지하지 못하는 유 일한 이유는 '불확정성 구름'에 비해 우리 몸이 너무 거대하기 때문 이다. 평범한 일상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하나의 입자를 측정 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무지의 벽에 부딪힌다.
불확정성 원리는 입자가 절대 멈출 수 없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전자가 핵 주위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정확한 위치와 하나의 운 동량(0)으로 정의될 것이다. 전자가 입자로서만 행동한다면 파동 으로서의 특성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실제로 일어나 지 않으며 입자는 영원히 움직여야만 한다.
- 슈뢰딩거는 파동-입자 이중성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문 제는 제쳐두고, 일단 파동성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토스트 위에 펴 바른 버터처럼 원자 표면 전체에 전자들이 펼쳐져 있으며, 핵 주위를 감싼 그 전자막 electron membrane이 특정 진동수로 진동한 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질량이나 핵의 인력 같은 몇 가지 입력값이 주어지면, 슈뢰딩거 방정식은 '파동함수wavefunction'를 통해 원자 내 전자가 3차원으로 진 동하는 형태를 정확히 예측한다.
- 파동함수란 시간 또는 공간의 특정 지점에서 전자가 갖는 특성들의 목록을 생성하기 위해 푸는 방정식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자의 특성에는 파동의 파장과 폭, 그리고 파장이 전달되는 속력 등이 있다.
슈뢰딩거 방정식은 이 파동함수(방정식에 포함된 방정식)를 계산 해 전자의 특성과 거동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예측한 다. 그뿐만 아니라 왜 물리량의 특정 값만 허용되는지도 설명한다.

- 오비탈은 에너지 양자화가 발생한 원인을 가르쳐준다. 핵 주위 에는 전자의 특정 배음만 허용되는 까닭에, 각 원자에는 특정 에너 지값만 허용된다. 보어의 전자껍질 이론에서 에너지 준위는 맥락 없이 치고 들어온 개념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발전한 슈뢰딩거의 파동함수 이론을 이용하면 에너지 준위는 예측 가능해진다.
한발 더 나아가, 슈뢰딩거 방정식은 전자 오비탈들이 특정 각도 로만 결합한다는 것을 예측했으며 이는 화학에서도 확인되었다. 슈뢰딩거 방정식은 설명하기 힘든 양자 도약 개념도 없애버린 다. 전자가 안쪽에서 바깥쪽 오비탈로 이동할 때 일어나는 일은, 손으로 줄넘기 줄을 빠르게 흔들면 출렁이는 줄의 파장이 변화하 는 과정과 같다. 그 모습이 이상해 보이긴 하지만, 순간적 변화가 아닌 부드러운 전환이다. 전자가 한 오비탈에서 다른 오비탈로 이 동할 때 방출되거나 흡수되는 광자는 전자의 파동이 새로운 파형 으로 진동한 결과이다.

- 슈뢰딩거 방정식에 관한 보른의 해석은 입자가 따라야 하는 우주의 법칙이 바로 확률(인류는 경마에서 어떤 말이 우승할지 표현하기 위해 이 단어를 발명했다)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입자는 분명 입자로서 존재하지만, 입자의 위치는 그 자체로 확률인 파동이 결정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 같은 양자론 관점에서 우리는 모든 존재가 확실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위치는 확률 법칙에 근거해 무작위로 결정된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슈뢰딩거의 파동함수에서 마루에 해당하는 영역은 입자가 발견 될 확률이 높은 곳이고, 골에 해당하는 영역은 입자가 발견될 확률 이 낮은 곳이다. 전자, 양성자, 광자는 실제 파동이 아니라, 특정 위 치에 존재할 확률이다.
입자가 특정 시점에 어느 위치에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슈 뢰딩거 방정식을 사용하면(그리고 입자가 실재하는 축뿐만 아니라 가상의 축에도 자리 잡고 진동한다고 가정하면) 입자가 존재할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
입자들은 같은 실험을 통해 반복적으로 관측될 수 있지만, 그들 의 운명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매번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발견된 다. 모든 원인에는 다양한 영향력이 잠재되어 있으며, 양자 여신이 어떠한 원인을 발현할지 무작위로 선택한다. 예컨대 전자는 원자 의 한쪽 면에 존재하다가도 그 면을 포함한 전체 공간이 진동한 끝 에, 원자의 다른 면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
- 보른 해석은 양자 입자를 벽에 던지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고 말한다. 입자 위치는 끊임없이 출렁이는 파동 확률로 묘사된다.
전자를 벽에 던지는 상상을 할 때 우리는 전자를 파동으로 간주 해야 한다. 파동의 마루는 '여기에 입자가 존재할 가능성 높음'을 의미하고, 골은 '여기에 입자가 존재할 가능성 낮음'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파동이 벽 가까이 다가가면 마루 중 일부는 벽의 뒷면에 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말이다.
- 앞의 그림처럼 입자가 벽에 도달했을 때 대부분은 입자와 마주 보는 벽면에서 발견되지만(그림에서 파동의 마루는 대부분 왼쪽에 있 다), 아주 낮은 비율로 반대쪽 벽면에서도 나타난다. 파동함수 값이 반대쪽 벽면에서는 상당히 낮긴 하지만(아주 작은 혹에 불과하다), 간혹 벽 너머에서도 전자는 나타난다.
터널 효과quantum tunnelling로 알려진 이 현상은 보른의 예상과 일치 한 형태로 여러 차례 관찰되어 문헌에도 기록되었다. 전자공학 분 야에 조지프슨접합Josephson junction 이라는 장치가 있는데, 두 개의 전 도성 물질이 하나의 절연체 양면을 샌드위치처럼 포갠 형태다. 일 반적으로 전자는 절연체를 만나면 흐름이 차단되지만, 터널 효과 에 의해 장벽 너머로 수송될 수 있으며 절연체의 두께를 변화시켜 서 전자 흐름을 조절할 수도 있다.
- 터널 효과는 발생하는 데 1,000억 분의 1초가 걸리며' 본질적으 로 이중 슬릿 실험과 비슷하다. 입자에게 어떤 슬릿을 통과할지 선 택권이 주어지듯이, 전자에게도 벽에서 튕겨 나가거나 터널 효과 를 이용해 벽을 통과하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유일한 차이점은 이 중 슬릿 실험에서 각 슬릿을 지나갈 확률은 각각 50퍼센트였지만, 터널 효과로 벽을 통과할 확률은 매우 낮아서 자주 일어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터널 효과는 방사능이 어떻게 방출되는지도 설명한다. 원자핵은 때때로 양성자와 중성자 쌍을 무작위로 뱉어낸다(이를 알파 방사선이라 부른다). 그런데 양성자와 중성자는 핵 안에서 다른 양성자와 중성자에 묶여 있으므로, 고전물리학 관점에서 이러한 현상은 일 어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모든 입자는 파동함수로 위치를 표현할 수 있으며 일부 입자는 원자 밖에서도 발견될 것이다. 가끔 터널 효과에 의해 원자 외곽으로 마법처럼 흘러나가는 입자가 무작위로 발생하는데, 이 현상이 바로 방사능 방출이다.

- 1926년 이전에는 양자 이론과 느슨하게 연결된 여러 실 가닥이 존재했을 뿐이다. 하지만 슈뢰딩거가 그 가닥들을 한데 모아서 엮 었다. 그는 파동-입자 이중성이 전자껍질의 에너지 준위와 연결되 어 있음을 보여주고, 그것으로 원자 오비탈의 형태와 관련된 모든 화학 현상을 설명했으며 확률을 이용하면 입자를 예측할 수 있다 고 밝혔다.
몇몇 사람들은 초창기 양자물리학자인 플랑크, 아인슈타인, 드 브로이, 보어가 연구한 내용을 '양자론 quantum theory'으로, 슈뢰딩거, 보른, 하이젠베르크가 보다 정교하게 다듬은 이론을 '양자역학 quantum mechanics' 으로 구별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런 식으로 엄격하게 구별하지 않으며, 보통 1926년 전후의 물리학을 포괄적으로 언급할 때 양자역학이라는 용 어를 쓴다. 그러나 원칙주의자들은 양자론은 플랑크, 양자역학은 슈뢰딩거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 입자의 특성은 우리가 그 특성과 상보적 관계에 놓인 다른 특성을 측정하면서 지워지는데, 이는 애초에 측정하는 행위 그 자체를 통해 입자 특성이 정해진다는 것을 암시한다.
슈테른게를라흐 실험은 우리가 측정하지 않으면 스핀 특성이 사라지며, 다시 측정해야만 그 특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우리가 보지 않을 때, 입자의 특성은 문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 다. 어쩌면 이 이야기가 우리의 눈이 물체에 형태를 부여한다는 오 래전 엠페도클레스 사상의 본질을 살짝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 카메라를 슬릿 곁에 두는 것은 일종의 측정이며, 측정은 어떻게 든 입자가 입자로 존재하게 만든다. 슬릿을 촬영하지 않으면 입자 들은 파동을 일으키지만, 우리가 카메라를 켜는 순간 다시 입자로 돌아와 움직인다. 우리는 흔히 정치인들이나 그런 식으로 행동한 다고 생각하지, 입자가 그럴 거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그러면 입자 는 도대체 카메라가 켜졌는지 꺼졌는지 어떻게 아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은 '측정 문제'로 알려져 있으며 근거도 명확하다. 우 리가 입자를 측정하지 않을 때는 입자의 운동량, 에너지, 스핀, 심 지어 위치마저도 비결정적이고 유동적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현 실 세계에서 물리량을 측정하는 행위는 입자가 특성을 결정하게 만든다. 입자는 분명히 우리의 시선을 의식한다.

- 많은 사람이 코펜하겐 해석은 비열하고 추잡한 속임수라고 생각 한다. 부연 설명은 하지 않으면서 모르는 상태로 그저 만족하면 된 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직관을 발휘하는 것은 회피하면서 옳 다고 느껴지지 않는 방정식을 어떻게든 사용하라고 맹목적으로 강요한다는 이유로, 비평가들은 코펜하겐 해석에 '닥치고 계산해shut up and calculate'라는 별명을 붙였다. 코펜하겐 해석에서 파생되는 의 문점 또한 상당히 심오하다.
1. 입자는 어떻게 여러 다른 상태로 동시에 존재하거나, 상태가 없는 상태로 존재할 수 있을까?
2. 측정은 왜 입자를 하나의 고유 상태에 가둘까?
3. 측정 결과는 왜 무작위일까?
4. 왜 모든 특성을 동시에 알 수 없을까?
5. 일상 세계는 어째서 세계를 구성하는 입자와 다르게 단순한
고전물리학 법칙을 따를까?
코펜하겐 해석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다섯 가지 의문에 이렇게 답한다. “이보게, 그건 원래 그런 거야." 그런데 이 대답은 몇몇 사 람, 특히 아인슈타인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 아인슈타인은 막스 보른에게 보낸 한 유명한 편지에서 자연을 무작위적 존재로 만든 양자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과 함께, "그 이론은 많은 것을 말해주지만, 오래된 존재이d one의 비밀에 한 발짝도 더 다가갈 수 없게 한다. 어쨌든 나는 신이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고 확신한다"라는 글로 끝맺음했다. 여기서 언급된 '오래 된 존재'는 비인격적인 신을 의미하는 아인슈타인의 암호였다.
두 사람과 좋은 친구였던 하이젠베르크에 따르면, 보어는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라는 아인슈타인의 주장에 "신이 어떻게 세상을 다스려야 하는지 규정하는 것은 인간의 일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불타는논쟁

- 입자는 측정 도중 어떠한 상태가 되어야 할지 미리 정해두지 않는다. 그런데 어찌 된 셈인지 특수상대성이론에 위배될 정도로 먼 거리에 놓인 두 입자도 측정 순간 자신의 상태를 결정한다. 양자적 기묘함의 승리이다.
이 실험 결과로 입자가 빛보다 더 빠르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음이 증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결과가 무엇을 증명하는지 확실하게 알아낸 사람도 없다.
입자 사이에서 무언가가 빛보다 빨리 이동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해석이다. 입자들이 우주의 차원을 초월하는 작은 웜홀로 연결되어 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공간적 환상이 실제로는 함 께 있는 입자가 서로 분리되어 있다고 인간을 착각하게 만든다는 해석도 있다.
이해할 수 없지만, 어찌 된 일인지 얽힌 두 입자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여러분이 지구상의 한 입자 에 가하는 행위는 메시지를 통해 그 즉시 달에 있는 쌍둥이 입자에 도 영향을 줄 것이다.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여러분의 추측은 다른 이들의 가설만큼 유용하다. 

- 지난 수년간 리처드 파인먼 스티븐 호킹과 같은 유명 인사들이 에버렛의 다세계 해석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처음 그 아이디어 가 공개된 당시 에버렛은 비웃음을 당했고 국방부에서 계속 일하 기 위해 모든 연구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에버렛은 사후에 자신의 유골을 쓰레기통에 버려달라고 요구했 다. 성격이 극단적으로 냉정한 데다 이 우주에서 죽더라도 수많은 다른 우주에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경로가 하나 이상의 현실에서 선택되고, 다양한 생각과 사 건들이 저마다 다른 세계에서 실현되므로 모든 평행우주에는 고 유의 역사가 축적된다.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은 아마도 다른 우주 어딘가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 인간은 전자기장이 전달하는 색의 극히 일부만을 볼 수 있지만, 패러데이가 인류의 눈을 뜨게 했다. 밤하늘에 뜬 별들은 가시광선을 포함해 라디오파, 마이크로파, 적외선,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도 방출한다.
우리가 밤에 별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전자기장이 지구뿐만 아 니라 우주에도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지 않다면 지구로 에너지를 전달할 매질이 없을 것이다. 전자기장이 온 우주에 넘쳐흐른다. 우리는 지금 그 우주에 앉아 있다.
여러분의 눈이 이 페이지에 적힌 단어들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종 이 표면의 전자가 에너지 준위 사이를 도약하면서 주위 전자기장 에 교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 전자기적 교란은 전자기장을 통 해 여러분의 얼굴 쪽으로 이동하다가 마침내 여러분 눈에 도착하 여 망막 뒤쪽에서 전자에 의해 흡수되는데, 그 결과 발생한 전류가 시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된다. 전자기장의 진동이 여러분이 보는 유일한 존재다.

- 전자와 양전자는 유일무이한 입자가 아니었다. 전자, 뮤온, 타 우온 및 이들의 반물질 쌍둥이들로 구성된 입자족particle family 중에 서 가장 가벼운 입자들이었다. 이 여섯 입자는 한데 묶어 그리스어 로 작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 렙토스leptos에서 유래한 명칭인 '렙톤 lepton'이라 부르고, 에너지적으로 조금 불안하다.
과거 인류는 물리학의 모든 법칙이 생명의 발생과 성장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한다고 상상한 적 있었다. 뮤온과 타우온의 발견은 그러한 인류의 옛 관점을 향해 내민 도전장이었다. 자연이 때때로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생명체는 뮤온과 타우온 없이도 잘 살아간다. 두 입자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든 간에, 우리는 그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뮤온과 타우온에는 피라미드 내부 탐사처럼 소수의 사람만 아 는 쓰임새가 있지만(이들 입자는 전자보다 무거워서 더욱 깊게 침투한 다), 그것을 제외하면 자연이 아무런 이유 없이 전자를 세 쌍으로 복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연의 복제품은 렙톤으로 끝나지 않는다.

- 우리가 사는 현실은 양자장 이론이 다루는 세 가지 힘인 강력, 전자기력, 약력의 아름다움과 복잡성에 큰 빚을 지고 있다.
강력이 없다면 원자 중심부에 있는 핵은 안정하지 않을 것이고, 양성자는 입자가 되기도 전에 흩어져버릴 것이다. 글루온과 쿼크 는 세상의 모든 존재를 단단하게 묶어주므로 단순한 입자를 넘어 선 하나의 우주로 간주해야 한다. 여러분 몸을 구성하는 탄소, 질 소, 산소, 인, 황, 소듐, 염소, 포타슘, 철을 비롯한 주기율표 전체를 채우는 원소들은 양자색역학 법칙 덕분에 존재한다.
광자 전달을 통해 에너지를 교환하는 전자는 원자가 서로 결합 해 복잡한 분자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주고, 나아가 모든 반응을 가 능하게 한다. 그뿐 아니라 현재 여러분이 서 있는 땅은 여러분의 몸을 계속 밀어내고 있는데, 이는 여러분 발바닥을 구성하는 전자와 지표면에 존재하는 전자가 작용 반작용 관계에 있는 두 힘을 서 로에게 가하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무언가를 밀거나 당길 때, 마찰력을 느끼거나 끌어당겨지는 힘 을 감지할 때, 부력을 체험할 때, 몸이 떠오르는 감각이나 그 외 뉴 턴 역학에서 규정하는 현상을 느낄 때 여러분은 광자장에서 비롯 한 전기적 반발력을 경험하는 것이다. 애초에 빛이 존재한 덕분에 이 모든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화학, 고전물리학, 광학에 속하는 모든 작용은 양자전기역학의 법 칙에 바탕을 둔다.
- 생물학의 장엄함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복잡한 과학 분야의 가 장 간단한 구조물은 원자 수십억 개가 연결된 분자 사슬로 구성되 어 있다. 여러분 몸 세포 속에서 DNA 가닥들이 복제될 때 발생하 는 돌연변이는 새로운 특성으로 이어지며, 그 돌연변이 덕분에 종 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화하고 분열한다. 돌연변이는 복제 과정 중 발생하는 전사 오류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졌 던 평범한 복제 과정 도중에도 생긴다. 지구 대기를 통과해 들어와 DNA 복제를 방해하는 방사성 입자는 지구 생명체들에겐 값진 선 물이다. 그러나 방사성 입자가 지구 밖에서 일으킨 태양풍과 천문 학 현상의 잔재들은 우주의 추위 속에 사라진다.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소 이야기  (1) 2024.06.20
양자컴퓨터의 미래  (1) 2024.05.29
센세이셔널  (2) 2024.04.26
왜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1) 2024.04.06
최강의 브레인 해킹  (2) 2024.04.06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