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인간정신과 찬란한 인류문명. 우리는 흔히 인류의 성취를 과대평가하고, 그 공을 인류 고유의 특별성에 부여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그러나 구석기 전반에 걸쳐서 인간의 뇌가아주 커지고, 언어와 도구를 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수준은 그저 그랬다. ... 우리는 오랜 빙하기 동안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정신적 작용을 이루었지만, 겨우 살아남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다 운 좋게 온화한 봄날을 맞아 꽃을 피운 것뿐이다. 꽃이 위대한 것이 아니라, 봄볕이 위대한 것이다. 추위 혹은 더위가 닥치면, 곧 꽃은 지고 말 것이다. (박한선)
- 빠른 재난은 화학공장 화학물질 누출사건이나 원전사고 같이 빠르고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개별적이고 원자화된 재난이다. 반면 느린재난은 공기오염과 같이 느리게 전개되는, 오랜 시간과 공간에 걸쳐 연결된 재난이다.
코로나 19는 사실 느린 재난의 일종이다. 느린 재난은 느리게 찾아오고, 구조적으로 형성되며, 일상적으로 우리 삶 속에 있는 재난으로, 근본적으로 역사/사회학적인 현상이다.
감염병을 느린 재난으로 본다는 것은, 과거부터 어떤 구조화된 이유가 있었다는 의미. 감염병 발생에 취약할 수밖에 없던 사회구조, 의료보건 정책, 과학연구의 미비 등이 쌓이고 쌓여 일어난 재난이다. 이 말은 구조적 취약점을 해결하지 않는 한, 같은 재난이 미래에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
이 같은 미래 재난에 대비하려면, 과거와 현재를 거쳐 조직화하고 구조화되고 있는 일상적 재난의 전조들을 포착해야 함. 당연히, 이를 극복하고 대비하기 위한 혁신은 과학기술과 사회분야에서 함께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