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보다

과학 2024. 7. 2. 07:04

- 우주 팽창률을 실제로 계산해보면 '허블 변수Hubble Parameter'라 고 해서 그 값을 알 수 있는데, 주어진 거리 대비 해당 장소가 얼 마나 빠르게 멀어지고 있는가를 알려줍니다. 여기서 사용하는 단위가 거리 대비 속도이다 보니까 우리가 아는 우주 팽창률의 속도가 70km/s/Mpc, 즉 지구에서 1메가파섹(Mpc, 326만 광년) 멀어질 때마다 초당 70km씩 더 빠르게 팽창한다고 알려져 있 습니다. 우리 지구에서 300만 광년 떨어져 있어야, 그 지점의 멀어지는 가속도가 겨우 70km/s로 관측된다는 거죠. 그래서 태 양계는 말할 것도 없고,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라고 하 더라도 우주를 팽창시키는 힘의 물살보다 서로 가까이 인접한 두 천체가 주고받는 인력이나 중력의 효과가 더 강력합니다.

- 일반적으로 표면에 은하들이 붙어 있는 풍선을 비유로 많이 드는데요. 누군가 풍선을 훅 불면 표면이 팽창하면서 은하들의 거리가 멀어지겠죠. 그러면 일반적으로 풍선의 가운데가 빅뱅 이 일어난 중심이라는 식의 착각을 많이들 합니다. 그런데 이건 3차원 공간을 2차원의 풍선 표면이라고 비유하는 거거든요. 그 래서 이 비유에서는 풍선 표면만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태 초의 작은 점이었던 풍선 표면에 빠글빠글하게 있던 애들이 시 간이 지나면서 자기들끼리 벌어지는 거죠. 그래서 과거를 거슬 러 올라가면 빅뱅은 그냥 여기서도 있었고 저기서도 있었고 달 에서도 있었고, 어느 곳에서나 벌어진 일인 거죠.
- 그냥 세계 자체가 균일하게 커져서 지금의 우주가 된 거니까 지금 제 자리도, 여러분이 앉아 있는 자리도 모두 빅뱅이 일어난 포인트입니다. 자꾸 풍선 바깥을 떠올리는 분도 있는데, 이 비유 에서 풍선 바깥은 우주가 아니잖아요. 오로지 면을 따라서만 우 주를 본다고 생각해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외계인은 지구 문명보다 훨씬 발달해서 광속의 제한을 받지 않고 능동적으로 우리를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꼭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흔 히들 인류의 역사를 우주에 그대로 확장 적용해서 외계 문명과 의 만남을 상상하곤 하는데요.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발전된 과학 문명 덕분에 빠르고 거대한 운송수단을 가진 서양 국가들 이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을 찾아내고 침략하여 식민 지화했습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펼쳐지기 힘듭니다. 왜냐 하면, 공간 자체가 너무 넓어서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더라도 직 접 찾아오기가 쉽지 않거든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미 오래전 부터 전파를 날렸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문명에 발견될 확률만 높아지겠죠. 그러니까 지구에서는 더 발전한 쪽이 다른 문명을 찾아다녔다면, 우주에서는 더 발전한 쪽이 자신의 존재 를 먼저 들킬 확률이 높은 거죠.

- 화성에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대기권이 필요합니다.
화성의 평균 표면 온도가 -80°C 정도 되는데 지구처럼 두터운 대기권이 형성되어야 태양 에너지를 붙잡아두고 행성을 따듯하 게 만들 수 있거든요. 화성에 대기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지구 대기 질량의 0.0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일론 머 스크는 얼음층이 있는 화성의 극지방에 핵미사일을 무지막지하게 터뜨리면 얼음이 녹고 깨져서 땅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대기권이 형성돼서 표면 온도가 올라갈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화성의 지름이 지구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거예요. 전체 크기도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죠. 무게 역시 지구가 화성보다 10배 정도 무겁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화성의 중력은 지구보다 훨씬 약합니다. 만약 핵폭탄 실험이 성공해서 잠깐 바다가 만들어지고 대기권이 형성되더라도 붙잡아놓을 수 가 없는 거죠.

- 사실 우리 지구도 대기권이 야금야금 우주로 사라지는 중입니다. 물론 지구가 가진 중력이면 대기권이 사라져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때까지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릴 테니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화성에서는 문제가 다르죠. 인류가 화성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면 행성 전체의 중력을 인공적으로 높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외계 행성을 지구화해서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걸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고 부르는데요. 일론 머스크처럼 핵 폭탄을 이용하겠다는 것 말고도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있긴 합 니다. 화성의 우주 궤도에 어마어마한 반사경을 올려 인간이 거 주할 지역에만 햇빛을 집중적으로 쏜다거나 화성에 탄소가스를 내뿜는 공장을 대량으로 지어 온실 효과를 만들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지금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많은 한계가 있는 주장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아이디어들을 실 추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생각하면, 현재 지구가 직면한 심 각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도 남는다는 사실입니다. 지금부터 라도 우리 각자가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를 더 사랑한다면 굳이 화성에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요?

- 오래전 사람들은 우주가 원래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쭉 존재한 정적인 세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주엔 특정한 시점이란 게 없고, 무한한 과거부 터 계속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해왔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우주가 무한한 세월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관측하고 있 는 우주와는 모순됩니다. 우리가 보는 우주는 너무 어둡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주가 무한한 세월을 존재해왔다면 우린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별 빛이더라도 모든 별빛을 다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멀더라도 무한 한 세월이라면 충분히 모든 별빛이 우리에게 닿을 수 있을 테니까요. 물 론 거리가 멀어지면 각 별빛은 더 어둡게 보이겠지만, 동시에 더 먼 우주 를 보면서 그 넓은 부피 안에 들어오는 별의 수도 많아지는 효과가 있습 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효과를 모두 고려하면 가까운 거리에 놓인 별들 의 전체 밝기의 합과 먼 거리에 놓인 별들의 전체 밝기의 합은 큰 차이가 없어야 합니다.
- 정말 우주가 무한한 세월 동안 존재했다면 우린 지금처럼 깜깜한 우주 가 아닌 눈부시게 빛나는 우주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18세기 독일의 문학자 하인리히 올베르스가 바로 이 위대한 질문을 처음으로 던졌습니 다. "밤하늘은 왜 어두운가?” 그의 질문은 얼핏 단순하고 유치해 보이지 만 인류가 그 질문을 완벽하게 설명하기까지 무려 2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바로 이 질문을 가장 명확하게 해결해준 것이 '빅뱅 이론'입니다. 빅뱅 이론의 핵심은 우주에 '빅뱅'이라는 특정한 시작 순간이 있었다는 겁니다. 빅뱅 이후 우주는 빠르지만 고르게 팽창했습니다. 우주의 시공간 자체가 넓어지면서 우주 속 은하들 사이의 거리도 계속 멀어지고 있습니다. 은하 들이 멀어지는 속도와 각 은하까지의 거리를 비교하면, 지금의 스케일까 지 우주가 얼마나 오랜 세월 팽창해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즉, 빅뱅부터 오늘날까지 흘러온 시간, 우주의 나이를 잴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천문 학자들이 추정하길, 우주는 약 138억 년 전에 탄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공간이 넓어지는 과정에서도 우주는 마냥 흩어지지 않았습니 다. 태초에 존재했던 우주 속 암흑물질은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조금씩 뭉쳐졌습니다. 이렇게 반죽된 암흑물질의 거대 구조는 이후 주변의 가스 물질을 더 강한 중력으로 끌어모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곳 에서 은하가 하나둘 탄생했습니다. 초기 우주에서 처음 반죽된 암흑물질 덩어리들은 이후 은하가 피어나는 씨앗이 된 셈입니다.
우리가 빛을 통해 볼 수 있는 우주의 가장 먼 과거의 모습은 138억 년 전의 우주입니다. 그보다 더 먼 과거, 200억 년 전, 300억 년 전의 우주 는 볼 수 없습니다. 애초에 그런 우주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암흑물질은 말 그대로 '무언가 물질로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단지 빛, 전자기파와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다 보니 일반적인 빛을 보는 관측으 로는 볼 수 없는 물질일 뿐입니다.
반면에 암흑에너지는 물질로서 존재한다기보다는 우주의 팽창을 더 빠 르게 가속시키는 에너지일 뿐입니다. 원래 에너지는 시각적으로 볼 수 있 는 대상이 아닙니다. 암흑에너지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에너지가 다 그 렇습니다. 우린 높은 곳에 놓여 있는 물체의 위치 에너지'라는 걸 시각적 으로 볼 수 없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 에너지' 역시 시각적 으로 볼 수 없습니다. 단지 얼마큼의 에너지를 가졌는지에 따라 나타나는 물리적 현상을 볼 뿐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암흑에너지도 에너지이기 때문에 그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건 애초에 불필요합니다. 단지 우리 는 암흑에너지 때문에 우주 팽창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그 물리적 현상 만 볼 뿐입니다.

- 여름에는 대기 중의 열에너지가 물을 기화시켜 대개 습도가 높습니다. 겨울에는 차가운 기온이 대기 중의 수증기를 다시 물 로 만들어 건조한 날이 많죠. 우리가 특히 겨울에 열심히 가습기 를 켜놓는 이유입니다. 여름철에 대기 중의 상대 습도가 100에 가까워지면 피부의 땀이 잘 기화하지 못해서 더 덥게 느껴지고 불쾌감이 올라갑니다. 땀이 기화해야 체온이 내려가는데, 대기 가 더 이상 수증기를 기체 상태로 가지고 있을 수 없으니 땀이 증발하지 않아 체온도 내려가지 않습니다. 이를 공식화해서 발 표하는 것이 바로 불쾌지수입니다.

- 이렇게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카오스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 가 지금 인류의 과학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자 연이 지닌 본질적인 속성인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현재 과학계의 합의는 자연 자체의 속성이라고 인정하는 것 같습니 다. 그래서 인류가 앞으로 정말 똑똑해진다고 해서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 다. 그러니까 카오스 이론의 결론은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없 다는 것을 증명한 거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네요.
다만 나비 효과를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눈덩이 효과는 산비탈 정상에서 작은 눈덩이를 굴리 면 아래로 굴러 내려올수록 크기가 엄청나게 커지는 것처럼, 초 기의 사소한 행위가 나중에 거대한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 합니다. 하지만 나비 효과는 단순히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복잡 계에서 발생하는 오차 범위의 확대로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 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인 만큼 그 차이를 분명히 알고 사용하 길 바랍니다.

- 물리학자 중에 암흑물질을 연구하는 리사 랜들Lisa Randall'이라는 유명한 분이 있습니다. 이 물리학자가 「주기적 운석 충돌의 방아쇠로서 암흑물질」이라는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 습니다. 리사 랜들은 원반 형태의 우리 은하 근처에 거대한 암흑 물질이 이중 원반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우리 은 하의 태양계를 포함한 모든 별은 수평으로만 원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회전목마처럼 위아래로 진동하면서 돌고 있거든 요. 그런데 이렇게 한 번의 진동이 완성되는 데 총 주기가 6,000 만 년입니다. 그러니까 딱 3,000만 년마다 위로 한 번 지나가고 아래로 한 번 지나가고 하는 거예요.
- 리사 랜들은 태양계가 암흑물질 원반의 영향권에 들어갈 때 암흑물질의 중력을 받아 태양계 끝에 있는 '오르트 구름*을 이 루는 천체들의 궤도가 틀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로 인해 3,000만 년 주기로 지구가 외계 천체와 충돌할 가능성이 커진다 는 거죠. 그 결과 3,000만 년에서 3,500만 년 주기로 지구에 대 형 유성체(혜성과 소행성 충돌 사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물론 아직 확실하게 검증되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서 좀 소름 돋는 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 태양계의 위 치가 어디쯤인지를 관측할 수 있습니다. 3,000만 년 주기가 대 략 100만 년 전에 완성되어 지구가 암흑물질 원반의 가운데를 통과했고 지금 위쪽으로 가는 중입니다. 그러면 '100만 년 전에 통과했으니까 지금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멀리 떨어진 오르트 구름의 천체가 태양계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걸 리는 시간이 100만 년이에요. 그러니까 정말 그 학설이 맞다면 100만 년 전에 오르트 구름을 출발한 거대한 혜성들이 지구와 충돌할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이야기죠. 물론 아직은 지구방위 대가 그런 위험성을 가진 천체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지금 당 장안 보인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죠.

- 트리니티 핵실험은 인간이 핵분열과 핵융합의 위력을 밝혀내는 기나긴 여정의 서막일 뿐이었습니다. 1945년 최초의 핵폭발 이 이뤄진 뒤 무려 2,000번이 넘는 핵실험이 이어졌습니다. 지 금 핵폭탄 보유국으로 알려진 미국, 러시아(구소련), 영국, 프랑 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이 실제 핵실험을 한 것으로 알 려져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랑스와 함께 비밀리에 핵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모호한 입장 을 견지하고 있어요. 물론 미국이 1,000여 차례, 소련이 700여 차례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 세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국가들로 나뉘어 한창 긴장감이 고조되던 1960 대 초반에 서로 경쟁하듯이 핵폭탄을 마구 터트렸고, 역사 상 가장 강력했던 차르봄바 역시 이 시기에 폭발했습니다. 다행 히 소련이 페레스트로이카라는 개혁 정책을 펼치면서 냉전 체 제가 무너져 1990년대부터는 핵실험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1996년에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omprehensive Nuclear Test Ban Treaty이 체결되면서 핵실험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도 핵실험을 강행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멈추지 않겠다는 세계 유일의 국가가 바로 북한입니 다.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서 세계가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 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 세계에는 핵실험이나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해 지금까지도 사람이 접근해서는 안 되는 곳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러시아 의 체르노빌이나 카라차이 호수, 일본의 후쿠시마, 태평양의 비 키니 환초 등과 같이 널리 알려진 곳 외에도 원자력발전소 관 련 사고를 겪거나 핵실험을 했던 각 나라에서는 일반인의 출입 을 통제하며 비밀리에 관리하는 곳이 많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20세기 최악의 원전 참사로 기록된 구소련 시절의 체르노빌은 1986년에 사고가 발생해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그 피해는 여 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당시 계획도시로 만들어진 체르노빌 의 프리피야트는 인구 5만 명이 살았지만, 지금은 유령도시로 전락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소 900년은 지나야 이곳의 방사능 수치가 낮아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 암흑에너지는 글자 앞에 같은 '암흑'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고 해서 암흑물질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실체를 모른다는 공통점만 제외하면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 다.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안정적인 균형을 이뤄 더 커지지도 작 아지지도 않는 정적인 상태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발 표한 일반상대성 이론은 우주가 중력으로 오그라들면서 궁극적 으로는 한 점에 모여 빅 크런치 Big Crunch, 즉 대수축이 발생한다는 계산 결과를 내놓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인슈타인 같은 세기의 천재도 우주의 크기가 일정하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일반상대성 이론 방정식에 중력에 대항하는 힘을 나타내는 우 주 상수를 집어넣는 방식을 택하고 맙니다.
1929년 천문학자 허블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밝혀냅니 다. 명확한 관측 결과에 아인슈타인 역시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고 자신의 방정식에서 우주 상수를 삭제했죠. 당연히 과학자들은 현재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면, 팽창의 시작점이 과 거에 존재할 것이고, 팽창을 일으킨 원인이 있을 것이며, 우주에 무언가 증거가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내 팽창의 시작점, 현재 우리가 빅뱅으로 알고 있는 시기에 뻗어 나 갔던 빛들이 우주 공간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는 현상, 즉 우주 배경복사가 발견되면서 과학자들의 사고실험은 사실로 증명됩 니다.
과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지만 천체의 중력에 의해 서 서히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두곳의 연구소가 각각 독립적으로 우주의 팽창 속도를 관측했고, 놀랍게도 두 연구소 모두 우주의 팽창 속도가 오히려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합니다. 비유하자면 하늘로 던져 올린 야구공이 점점 더 빠르게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는 이상한 현상인 거죠. 분명 중력보다 강한 어떤 힘이 존재한다는 증거인 셈입니다. 아인슈타인이 삭제했던 것보다 더 강력한 우주 상수 가 다시 필요해진 거죠. 하지만 현재 과학자들은 그 힘의 근원이 뭔지, 왜 존재하는지, 도대체 그 정체를 알지 못합니다. 최근 연 구에 따르면 우주 구성 물질 중 암흑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68.3%나 된다는데 말입니다.

- 형태가 있는 물체가 서로 힘을 주고받는 영향을 계산하면 되 는 고전역학과 달리, 유체역학은 단순하게 물통 안에 담긴 물의 움직임을 계산한다고 하더라도 셀 수 없이 많은 물 분자 하나하 나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계산량이 엄청나게 많아지 거든요. 그리고 그 유체가 물인지, 기름인지에 따라, 점성이 얼 마나 찐득한지 아닌지에 따라서도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치기 때 문에 완전 뒤죽박죽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방정식 자체만 보면 쉽게 풀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는 데 해가 안 나오다 보니까 현재 7대 밀레니엄 난제로 선정돼서, 이 방정식을 증명하는 사람에게는 상금만 100만 달러가 걸려 있습니다.
- 현재는 컴퓨터가 너무 똑똑해지다 보니까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해를 근사치로 계산해서 활용하고는 있습니다. 천문 학자인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주를 보면 별이 모이고 은하가 만들어지고 하는 건 중력 같은 고전 역학을 통해 계산하 거든요. 그런데 예를 들어 목성같이 아름다운 가스 구름 띠를 만 들고 퍼져 나가는 움직임은 유체역학을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우주의 건축가가 고전 역학이라면, 우주의 디자이너는 유체역 학이라고 할 수 있죠.

- 분자나 원자에 관한 지식이나 기술이 발전한 현대에 접어들 어 이루어진 실험에서는 압력이나 마찰력과 관계없이 아주 낮 은 온도에서도 얼음 표면에는 물 분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얇은 층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엑스레이를 찍거나, 얼음 표면에 전자를 충돌시킨 뒤 어떻게 튕겨나가는지를 관측 하는 방법을 사용했죠.
예를 들어 전자를 얼음 표면에 충돌시켰더니 영하 148°C까지 는 고체인 얼음이 아니라 액체와 충돌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습 니다. 연구자들은 온도가 물이 어는점 이하이더라도 얼음의 분 자 구조가 원인이 되어 기체와의 접촉면인 표면에서는 분자들 이 움직일 수 있는, 마치 물과 비슷한 유동층을 이룬다고 설명합 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를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간단히 반박 할 수 있죠. 대리석이나 유리 표면에 물을 뿌리면 더 미끄럽긴 하지만 얼음과는 비교하기 어렵죠. 그러니까 매끈한 표면과 그 위에서 얇은 층을 이루는 물만으로는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얼음 표면에 형성되는 물이 마치 기름처럼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물보다 점도가 더 높 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 오해를 막기 위해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중력은 우주를 구성 하는 기본적인 힘 중에서 가장 약하기는 하지만 또 우주를 지 배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기도 합니다. 중력은 강한 핵력이나 약 한 핵력처럼 원자핵 크기 정도의 거리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 니어서 아주 먼 거리까지도 그 영향을 미칩니다. 한편 전자기력 은 미는 힘과 끄는 힘이 공존해서 서로 상쇄하지만 중력은 끄는 힘만 있어서 물질의 양이 늘어나면 계속 더해져서 그 크기가 점 점 커집니다. 질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중력은 한없이 커지 는 거죠. 그래서 우주의 천체처럼 어마어마한 질량을 갖는다면 그 중력은 시공간을 왜곡할 정도로 강력해집니다. 천문학자들 이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할 때 오직 중력만 생각해도 되는 이유 이기도 하죠.
- 만약 우주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네 가지 힘인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의 비율이 조금만 달랐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가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저 모든 물질이 균일하게 퍼져 있는 열죽음 Heat Death 상태의 심심한 우주가 됐을 겁니다. 중력 상수가 지금보다 살짝만, 여기서 살짝 이라는 건 10의 -10승만큼의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 하게 변하더라도 다른 힘들과 평형을 유지하면서 지금처럼 안 정적인 구조의 우주가 형성될 수 없는 거죠.
중력 상수가 지금보다 컸더라면 생명체가 탄생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도 없이 우주가 수축해버릴 수도 있고 중력 상수가 지금보다 더 작았다면 안정적인 천체 구조가 만들어질 틈도 없이 팽창해버려서 엔트로피가 극에 달해 우주 종말이 이미 왔을 수 도 있습니다.
인류는 현대 물리학의 성과로 빅뱅이 일어난 순간부터 지금 까지 우리 우주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거의 정확하게 이해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까마득한 과거의 우주와 지금의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법칙과 물리 상수가 같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습 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모든 물리 상수의 측정값이 정교하게 조 화를 이루는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이를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물리학 이론이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요.
-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특히 이 미세 조정 우주론을 좋아합니 다. '조정'이라는 단어가 어떤 절대자의 의도가 밑바탕에 깔린 것처럼 읽히니까요. 물리학자들은 멀티버스, 그러니까 우리 우 주 외에도 무한에 가까운 수의 다른 우주가 존재하고, 인류는 우 연히 기본 상수들의 값이 이렇게 정교하게 조화를 이루는 우주 에 사는 건 아닐까 하는 가설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호주의 물리 학자 브랜던 카터Brandon Carter는 이렇게 말했죠.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조건들을 누군가 관측했다면, 그 관측 된 값들은 관측을 수행한 지적생명체가 탄생하고 존재할 수 있 는 수치들로 조정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자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관측이 이루어질 수 없었을 테니까."
미국의 물리학자 빅터 스텡거 Victor J. Stenger는 미세 조정 우주론 을 종교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사람들을 향해 "생명체가 오직 탄 소에 기반한 유기체로만 탄생하고 존재할 수 있다는, 그 누구도 증명하지 못한 가설에 의지하는 무지"일 뿐이라고 혹평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과학자가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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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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