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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보다

과학 2024. 7. 2. 07:04

- 우주 팽창률을 실제로 계산해보면 '허블 변수Hubble Parameter'라 고 해서 그 값을 알 수 있는데, 주어진 거리 대비 해당 장소가 얼 마나 빠르게 멀어지고 있는가를 알려줍니다. 여기서 사용하는 단위가 거리 대비 속도이다 보니까 우리가 아는 우주 팽창률의 속도가 70km/s/Mpc, 즉 지구에서 1메가파섹(Mpc, 326만 광년) 멀어질 때마다 초당 70km씩 더 빠르게 팽창한다고 알려져 있 습니다. 우리 지구에서 300만 광년 떨어져 있어야, 그 지점의 멀어지는 가속도가 겨우 70km/s로 관측된다는 거죠. 그래서 태 양계는 말할 것도 없고,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라고 하 더라도 우주를 팽창시키는 힘의 물살보다 서로 가까이 인접한 두 천체가 주고받는 인력이나 중력의 효과가 더 강력합니다.

- 일반적으로 표면에 은하들이 붙어 있는 풍선을 비유로 많이 드는데요. 누군가 풍선을 훅 불면 표면이 팽창하면서 은하들의 거리가 멀어지겠죠. 그러면 일반적으로 풍선의 가운데가 빅뱅 이 일어난 중심이라는 식의 착각을 많이들 합니다. 그런데 이건 3차원 공간을 2차원의 풍선 표면이라고 비유하는 거거든요. 그 래서 이 비유에서는 풍선 표면만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태 초의 작은 점이었던 풍선 표면에 빠글빠글하게 있던 애들이 시 간이 지나면서 자기들끼리 벌어지는 거죠. 그래서 과거를 거슬 러 올라가면 빅뱅은 그냥 여기서도 있었고 저기서도 있었고 달 에서도 있었고, 어느 곳에서나 벌어진 일인 거죠.
- 그냥 세계 자체가 균일하게 커져서 지금의 우주가 된 거니까 지금 제 자리도, 여러분이 앉아 있는 자리도 모두 빅뱅이 일어난 포인트입니다. 자꾸 풍선 바깥을 떠올리는 분도 있는데, 이 비유 에서 풍선 바깥은 우주가 아니잖아요. 오로지 면을 따라서만 우 주를 본다고 생각해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외계인은 지구 문명보다 훨씬 발달해서 광속의 제한을 받지 않고 능동적으로 우리를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꼭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흔 히들 인류의 역사를 우주에 그대로 확장 적용해서 외계 문명과 의 만남을 상상하곤 하는데요.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발전된 과학 문명 덕분에 빠르고 거대한 운송수단을 가진 서양 국가들 이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을 찾아내고 침략하여 식민 지화했습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펼쳐지기 힘듭니다. 왜냐 하면, 공간 자체가 너무 넓어서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더라도 직 접 찾아오기가 쉽지 않거든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미 오래전 부터 전파를 날렸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문명에 발견될 확률만 높아지겠죠. 그러니까 지구에서는 더 발전한 쪽이 다른 문명을 찾아다녔다면, 우주에서는 더 발전한 쪽이 자신의 존재 를 먼저 들킬 확률이 높은 거죠.

- 화성에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대기권이 필요합니다.
화성의 평균 표면 온도가 -80°C 정도 되는데 지구처럼 두터운 대기권이 형성되어야 태양 에너지를 붙잡아두고 행성을 따듯하 게 만들 수 있거든요. 화성에 대기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지구 대기 질량의 0.0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일론 머 스크는 얼음층이 있는 화성의 극지방에 핵미사일을 무지막지하게 터뜨리면 얼음이 녹고 깨져서 땅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대기권이 형성돼서 표면 온도가 올라갈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화성의 지름이 지구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거예요. 전체 크기도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죠. 무게 역시 지구가 화성보다 10배 정도 무겁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화성의 중력은 지구보다 훨씬 약합니다. 만약 핵폭탄 실험이 성공해서 잠깐 바다가 만들어지고 대기권이 형성되더라도 붙잡아놓을 수 가 없는 거죠.

- 사실 우리 지구도 대기권이 야금야금 우주로 사라지는 중입니다. 물론 지구가 가진 중력이면 대기권이 사라져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때까지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릴 테니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화성에서는 문제가 다르죠. 인류가 화성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면 행성 전체의 중력을 인공적으로 높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외계 행성을 지구화해서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걸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고 부르는데요. 일론 머스크처럼 핵 폭탄을 이용하겠다는 것 말고도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있긴 합 니다. 화성의 우주 궤도에 어마어마한 반사경을 올려 인간이 거 주할 지역에만 햇빛을 집중적으로 쏜다거나 화성에 탄소가스를 내뿜는 공장을 대량으로 지어 온실 효과를 만들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지금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많은 한계가 있는 주장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아이디어들을 실 추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생각하면, 현재 지구가 직면한 심 각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도 남는다는 사실입니다. 지금부터 라도 우리 각자가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를 더 사랑한다면 굳이 화성에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요?

- 오래전 사람들은 우주가 원래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쭉 존재한 정적인 세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주엔 특정한 시점이란 게 없고, 무한한 과거부 터 계속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해왔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우주가 무한한 세월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관측하고 있 는 우주와는 모순됩니다. 우리가 보는 우주는 너무 어둡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주가 무한한 세월을 존재해왔다면 우린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별 빛이더라도 모든 별빛을 다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멀더라도 무한 한 세월이라면 충분히 모든 별빛이 우리에게 닿을 수 있을 테니까요. 물 론 거리가 멀어지면 각 별빛은 더 어둡게 보이겠지만, 동시에 더 먼 우주 를 보면서 그 넓은 부피 안에 들어오는 별의 수도 많아지는 효과가 있습 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효과를 모두 고려하면 가까운 거리에 놓인 별들 의 전체 밝기의 합과 먼 거리에 놓인 별들의 전체 밝기의 합은 큰 차이가 없어야 합니다.
- 정말 우주가 무한한 세월 동안 존재했다면 우린 지금처럼 깜깜한 우주 가 아닌 눈부시게 빛나는 우주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18세기 독일의 문학자 하인리히 올베르스가 바로 이 위대한 질문을 처음으로 던졌습니 다. "밤하늘은 왜 어두운가?” 그의 질문은 얼핏 단순하고 유치해 보이지 만 인류가 그 질문을 완벽하게 설명하기까지 무려 2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바로 이 질문을 가장 명확하게 해결해준 것이 '빅뱅 이론'입니다. 빅뱅 이론의 핵심은 우주에 '빅뱅'이라는 특정한 시작 순간이 있었다는 겁니다. 빅뱅 이후 우주는 빠르지만 고르게 팽창했습니다. 우주의 시공간 자체가 넓어지면서 우주 속 은하들 사이의 거리도 계속 멀어지고 있습니다. 은하 들이 멀어지는 속도와 각 은하까지의 거리를 비교하면, 지금의 스케일까 지 우주가 얼마나 오랜 세월 팽창해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즉, 빅뱅부터 오늘날까지 흘러온 시간, 우주의 나이를 잴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천문 학자들이 추정하길, 우주는 약 138억 년 전에 탄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공간이 넓어지는 과정에서도 우주는 마냥 흩어지지 않았습니 다. 태초에 존재했던 우주 속 암흑물질은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조금씩 뭉쳐졌습니다. 이렇게 반죽된 암흑물질의 거대 구조는 이후 주변의 가스 물질을 더 강한 중력으로 끌어모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곳 에서 은하가 하나둘 탄생했습니다. 초기 우주에서 처음 반죽된 암흑물질 덩어리들은 이후 은하가 피어나는 씨앗이 된 셈입니다.
우리가 빛을 통해 볼 수 있는 우주의 가장 먼 과거의 모습은 138억 년 전의 우주입니다. 그보다 더 먼 과거, 200억 년 전, 300억 년 전의 우주 는 볼 수 없습니다. 애초에 그런 우주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암흑물질은 말 그대로 '무언가 물질로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단지 빛, 전자기파와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다 보니 일반적인 빛을 보는 관측으 로는 볼 수 없는 물질일 뿐입니다.
반면에 암흑에너지는 물질로서 존재한다기보다는 우주의 팽창을 더 빠 르게 가속시키는 에너지일 뿐입니다. 원래 에너지는 시각적으로 볼 수 있 는 대상이 아닙니다. 암흑에너지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에너지가 다 그 렇습니다. 우린 높은 곳에 놓여 있는 물체의 위치 에너지'라는 걸 시각적 으로 볼 수 없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 에너지' 역시 시각적 으로 볼 수 없습니다. 단지 얼마큼의 에너지를 가졌는지에 따라 나타나는 물리적 현상을 볼 뿐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암흑에너지도 에너지이기 때문에 그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건 애초에 불필요합니다. 단지 우리 는 암흑에너지 때문에 우주 팽창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그 물리적 현상 만 볼 뿐입니다.

- 여름에는 대기 중의 열에너지가 물을 기화시켜 대개 습도가 높습니다. 겨울에는 차가운 기온이 대기 중의 수증기를 다시 물 로 만들어 건조한 날이 많죠. 우리가 특히 겨울에 열심히 가습기 를 켜놓는 이유입니다. 여름철에 대기 중의 상대 습도가 100에 가까워지면 피부의 땀이 잘 기화하지 못해서 더 덥게 느껴지고 불쾌감이 올라갑니다. 땀이 기화해야 체온이 내려가는데, 대기 가 더 이상 수증기를 기체 상태로 가지고 있을 수 없으니 땀이 증발하지 않아 체온도 내려가지 않습니다. 이를 공식화해서 발 표하는 것이 바로 불쾌지수입니다.

- 이렇게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카오스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 가 지금 인류의 과학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자 연이 지닌 본질적인 속성인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현재 과학계의 합의는 자연 자체의 속성이라고 인정하는 것 같습니 다. 그래서 인류가 앞으로 정말 똑똑해진다고 해서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 다. 그러니까 카오스 이론의 결론은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없 다는 것을 증명한 거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네요.
다만 나비 효과를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눈덩이 효과는 산비탈 정상에서 작은 눈덩이를 굴리 면 아래로 굴러 내려올수록 크기가 엄청나게 커지는 것처럼, 초 기의 사소한 행위가 나중에 거대한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 합니다. 하지만 나비 효과는 단순히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복잡 계에서 발생하는 오차 범위의 확대로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 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인 만큼 그 차이를 분명히 알고 사용하 길 바랍니다.

- 물리학자 중에 암흑물질을 연구하는 리사 랜들Lisa Randall'이라는 유명한 분이 있습니다. 이 물리학자가 「주기적 운석 충돌의 방아쇠로서 암흑물질」이라는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 습니다. 리사 랜들은 원반 형태의 우리 은하 근처에 거대한 암흑 물질이 이중 원반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우리 은 하의 태양계를 포함한 모든 별은 수평으로만 원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회전목마처럼 위아래로 진동하면서 돌고 있거든 요. 그런데 이렇게 한 번의 진동이 완성되는 데 총 주기가 6,000 만 년입니다. 그러니까 딱 3,000만 년마다 위로 한 번 지나가고 아래로 한 번 지나가고 하는 거예요.
- 리사 랜들은 태양계가 암흑물질 원반의 영향권에 들어갈 때 암흑물질의 중력을 받아 태양계 끝에 있는 '오르트 구름*을 이 루는 천체들의 궤도가 틀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로 인해 3,000만 년 주기로 지구가 외계 천체와 충돌할 가능성이 커진다 는 거죠. 그 결과 3,000만 년에서 3,500만 년 주기로 지구에 대 형 유성체(혜성과 소행성 충돌 사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물론 아직 확실하게 검증되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서 좀 소름 돋는 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 태양계의 위 치가 어디쯤인지를 관측할 수 있습니다. 3,000만 년 주기가 대 략 100만 년 전에 완성되어 지구가 암흑물질 원반의 가운데를 통과했고 지금 위쪽으로 가는 중입니다. 그러면 '100만 년 전에 통과했으니까 지금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멀리 떨어진 오르트 구름의 천체가 태양계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걸 리는 시간이 100만 년이에요. 그러니까 정말 그 학설이 맞다면 100만 년 전에 오르트 구름을 출발한 거대한 혜성들이 지구와 충돌할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이야기죠. 물론 아직은 지구방위 대가 그런 위험성을 가진 천체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지금 당 장안 보인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죠.

- 트리니티 핵실험은 인간이 핵분열과 핵융합의 위력을 밝혀내는 기나긴 여정의 서막일 뿐이었습니다. 1945년 최초의 핵폭발 이 이뤄진 뒤 무려 2,000번이 넘는 핵실험이 이어졌습니다. 지 금 핵폭탄 보유국으로 알려진 미국, 러시아(구소련), 영국, 프랑 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이 실제 핵실험을 한 것으로 알 려져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랑스와 함께 비밀리에 핵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모호한 입장 을 견지하고 있어요. 물론 미국이 1,000여 차례, 소련이 700여 차례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 세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국가들로 나뉘어 한창 긴장감이 고조되던 1960 대 초반에 서로 경쟁하듯이 핵폭탄을 마구 터트렸고, 역사 상 가장 강력했던 차르봄바 역시 이 시기에 폭발했습니다. 다행 히 소련이 페레스트로이카라는 개혁 정책을 펼치면서 냉전 체 제가 무너져 1990년대부터는 핵실험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1996년에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omprehensive Nuclear Test Ban Treaty이 체결되면서 핵실험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도 핵실험을 강행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멈추지 않겠다는 세계 유일의 국가가 바로 북한입니 다.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서 세계가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 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 세계에는 핵실험이나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해 지금까지도 사람이 접근해서는 안 되는 곳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러시아 의 체르노빌이나 카라차이 호수, 일본의 후쿠시마, 태평양의 비 키니 환초 등과 같이 널리 알려진 곳 외에도 원자력발전소 관 련 사고를 겪거나 핵실험을 했던 각 나라에서는 일반인의 출입 을 통제하며 비밀리에 관리하는 곳이 많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20세기 최악의 원전 참사로 기록된 구소련 시절의 체르노빌은 1986년에 사고가 발생해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그 피해는 여 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당시 계획도시로 만들어진 체르노빌 의 프리피야트는 인구 5만 명이 살았지만, 지금은 유령도시로 전락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소 900년은 지나야 이곳의 방사능 수치가 낮아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 암흑에너지는 글자 앞에 같은 '암흑'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고 해서 암흑물질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실체를 모른다는 공통점만 제외하면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 다.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안정적인 균형을 이뤄 더 커지지도 작 아지지도 않는 정적인 상태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발 표한 일반상대성 이론은 우주가 중력으로 오그라들면서 궁극적 으로는 한 점에 모여 빅 크런치 Big Crunch, 즉 대수축이 발생한다는 계산 결과를 내놓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인슈타인 같은 세기의 천재도 우주의 크기가 일정하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일반상대성 이론 방정식에 중력에 대항하는 힘을 나타내는 우 주 상수를 집어넣는 방식을 택하고 맙니다.
1929년 천문학자 허블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밝혀냅니 다. 명확한 관측 결과에 아인슈타인 역시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고 자신의 방정식에서 우주 상수를 삭제했죠. 당연히 과학자들은 현재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면, 팽창의 시작점이 과 거에 존재할 것이고, 팽창을 일으킨 원인이 있을 것이며, 우주에 무언가 증거가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내 팽창의 시작점, 현재 우리가 빅뱅으로 알고 있는 시기에 뻗어 나 갔던 빛들이 우주 공간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는 현상, 즉 우주 배경복사가 발견되면서 과학자들의 사고실험은 사실로 증명됩 니다.
과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지만 천체의 중력에 의해 서 서히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두곳의 연구소가 각각 독립적으로 우주의 팽창 속도를 관측했고, 놀랍게도 두 연구소 모두 우주의 팽창 속도가 오히려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합니다. 비유하자면 하늘로 던져 올린 야구공이 점점 더 빠르게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는 이상한 현상인 거죠. 분명 중력보다 강한 어떤 힘이 존재한다는 증거인 셈입니다. 아인슈타인이 삭제했던 것보다 더 강력한 우주 상수 가 다시 필요해진 거죠. 하지만 현재 과학자들은 그 힘의 근원이 뭔지, 왜 존재하는지, 도대체 그 정체를 알지 못합니다. 최근 연 구에 따르면 우주 구성 물질 중 암흑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68.3%나 된다는데 말입니다.

- 형태가 있는 물체가 서로 힘을 주고받는 영향을 계산하면 되 는 고전역학과 달리, 유체역학은 단순하게 물통 안에 담긴 물의 움직임을 계산한다고 하더라도 셀 수 없이 많은 물 분자 하나하 나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계산량이 엄청나게 많아지 거든요. 그리고 그 유체가 물인지, 기름인지에 따라, 점성이 얼 마나 찐득한지 아닌지에 따라서도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치기 때 문에 완전 뒤죽박죽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방정식 자체만 보면 쉽게 풀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는 데 해가 안 나오다 보니까 현재 7대 밀레니엄 난제로 선정돼서, 이 방정식을 증명하는 사람에게는 상금만 100만 달러가 걸려 있습니다.
- 현재는 컴퓨터가 너무 똑똑해지다 보니까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해를 근사치로 계산해서 활용하고는 있습니다. 천문 학자인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주를 보면 별이 모이고 은하가 만들어지고 하는 건 중력 같은 고전 역학을 통해 계산하 거든요. 그런데 예를 들어 목성같이 아름다운 가스 구름 띠를 만 들고 퍼져 나가는 움직임은 유체역학을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우주의 건축가가 고전 역학이라면, 우주의 디자이너는 유체역 학이라고 할 수 있죠.

- 분자나 원자에 관한 지식이나 기술이 발전한 현대에 접어들 어 이루어진 실험에서는 압력이나 마찰력과 관계없이 아주 낮 은 온도에서도 얼음 표면에는 물 분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얇은 층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엑스레이를 찍거나, 얼음 표면에 전자를 충돌시킨 뒤 어떻게 튕겨나가는지를 관측 하는 방법을 사용했죠.
예를 들어 전자를 얼음 표면에 충돌시켰더니 영하 148°C까지 는 고체인 얼음이 아니라 액체와 충돌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습 니다. 연구자들은 온도가 물이 어는점 이하이더라도 얼음의 분 자 구조가 원인이 되어 기체와의 접촉면인 표면에서는 분자들 이 움직일 수 있는, 마치 물과 비슷한 유동층을 이룬다고 설명합 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를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간단히 반박 할 수 있죠. 대리석이나 유리 표면에 물을 뿌리면 더 미끄럽긴 하지만 얼음과는 비교하기 어렵죠. 그러니까 매끈한 표면과 그 위에서 얇은 층을 이루는 물만으로는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얼음 표면에 형성되는 물이 마치 기름처럼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물보다 점도가 더 높 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 오해를 막기 위해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중력은 우주를 구성 하는 기본적인 힘 중에서 가장 약하기는 하지만 또 우주를 지 배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기도 합니다. 중력은 강한 핵력이나 약 한 핵력처럼 원자핵 크기 정도의 거리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 니어서 아주 먼 거리까지도 그 영향을 미칩니다. 한편 전자기력 은 미는 힘과 끄는 힘이 공존해서 서로 상쇄하지만 중력은 끄는 힘만 있어서 물질의 양이 늘어나면 계속 더해져서 그 크기가 점 점 커집니다. 질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중력은 한없이 커지 는 거죠. 그래서 우주의 천체처럼 어마어마한 질량을 갖는다면 그 중력은 시공간을 왜곡할 정도로 강력해집니다. 천문학자들 이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할 때 오직 중력만 생각해도 되는 이유 이기도 하죠.
- 만약 우주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네 가지 힘인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의 비율이 조금만 달랐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가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저 모든 물질이 균일하게 퍼져 있는 열죽음 Heat Death 상태의 심심한 우주가 됐을 겁니다. 중력 상수가 지금보다 살짝만, 여기서 살짝 이라는 건 10의 -10승만큼의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 하게 변하더라도 다른 힘들과 평형을 유지하면서 지금처럼 안 정적인 구조의 우주가 형성될 수 없는 거죠.
중력 상수가 지금보다 컸더라면 생명체가 탄생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도 없이 우주가 수축해버릴 수도 있고 중력 상수가 지금보다 더 작았다면 안정적인 천체 구조가 만들어질 틈도 없이 팽창해버려서 엔트로피가 극에 달해 우주 종말이 이미 왔을 수 도 있습니다.
인류는 현대 물리학의 성과로 빅뱅이 일어난 순간부터 지금 까지 우리 우주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거의 정확하게 이해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까마득한 과거의 우주와 지금의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법칙과 물리 상수가 같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습 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모든 물리 상수의 측정값이 정교하게 조 화를 이루는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이를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물리학 이론이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요.
-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특히 이 미세 조정 우주론을 좋아합니 다. '조정'이라는 단어가 어떤 절대자의 의도가 밑바탕에 깔린 것처럼 읽히니까요. 물리학자들은 멀티버스, 그러니까 우리 우 주 외에도 무한에 가까운 수의 다른 우주가 존재하고, 인류는 우 연히 기본 상수들의 값이 이렇게 정교하게 조화를 이루는 우주 에 사는 건 아닐까 하는 가설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호주의 물리 학자 브랜던 카터Brandon Carter는 이렇게 말했죠.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조건들을 누군가 관측했다면, 그 관측 된 값들은 관측을 수행한 지적생명체가 탄생하고 존재할 수 있 는 수치들로 조정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자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관측이 이루어질 수 없었을 테니까."
미국의 물리학자 빅터 스텡거 Victor J. Stenger는 미세 조정 우주론 을 종교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사람들을 향해 "생명체가 오직 탄 소에 기반한 유기체로만 탄생하고 존재할 수 있다는, 그 누구도 증명하지 못한 가설에 의지하는 무지"일 뿐이라고 혹평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과학자가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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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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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명한 자는 고마운 존재보다 필요한 존재가 되려 한다.
의지할 수 있는 존재보다
중요한 순간에 도움을 주는 존재가
누구에게나 절실하다.
호의나 고마움은 그 순간을 벗어나면
금세 사라지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무언가를 필요로 할 때
당신을 떠올리게 만들라.
고마운 사람보다 필요한 사람이 되는 편이
당신의 가치를 높인다.

- 현명한 자일수록 타인의 호의 없이 살아가기에
인생이 얼마나 길고 힘든지 안다.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으라.
격려받고, 위로받고, 내민 손을 붙잡으며 인생이란 항해에 순풍이 불어오도록 하라.
한번 호의를 얻으면
여러 가지가 함께 온다.
예를 들면 용기, 지혜, 분별력,
그리고 의욕과 같은 것들.

- 내게 호의를 품은 사람은
굳이 결점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한번 호감을 얻으면 유지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 첫 호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우선은 남에게 호감을 얻으려는 노력을 하라.
그리고 일단 호의를 얻으면
잊지 말고 활용하라.

- 누군가가 당신을 노리고 상처 주려고 할 때 이를 피할 방법이 있다.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동료로 바꾸는 것이다.
자신을 상처 주려는 상대에게
기꺼이 자신의 뒤를 봐주는 역할을 맡겨라.
어떻게든 상대가 자신에게 신세를 지도록 하여,
당신을 위협하려 했던 의지를
감사의 마음으로 바꾸는 것이다.
고통을 기쁨으로,
악의를 신뢰로 바꾸는 방법을 잊지 마라.

- 누구에게나 똑같은 얼굴을 보일 필요는 없다.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자신의 어떤 부분을 보일지 생각하라.
어떤 협상에서도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마라.
자신의 진가를 한 번에 모두
보여줄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면 상대방은 곧 당신에게 흥미를 잃을 것이다.

- 누군가를 가르칠 때, 전부 가르쳐주지 마라.
모든 것을 알려주고 나면
곧 존경이나 경외심을 잃을 것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특히 이 점에 유의하여
타인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나서지 마라.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이용당하고 혹사당할 뿐이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존재 역시 곤란하지만,
모두에게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도
잘못된 태도다.
한 분야에서 뛰어나도록 자신을 단련하고, 다른 분야에서의 재능 발휘는 삼가라.
등불은 밝게 빛날수록
불길이 빨리 꺼지는 법이다.

- 언제나 상대방에게 기대감을 불러일으켜라.
그리고 언제나 그 기대 이상을 목표로 하라.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절도를 유지하라.

- 내일의 계획, 그 이후의 계획까지 지금 바로 세워두라.
혹시 모를 문제를 예상하고
그 대책을 마련해 두면
예상한 만큼 대처할 수 있다.
예상할 수 있는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하룻밤은 곰곰이 생각하는 편이,
나중에 걱정되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보다 낫다.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생각하는 사람은
결과를 내기는커녕 변명하기에 바쁘다.

- 무엇 하나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두 번 시도해도 안 되면
그날은 그저 그런 날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무슨 일이든 좋은 날에 시작해야 한다.
특히 문제없이 항상 일이 잘 풀리는 사람이 있고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잘 안 되는 사람도 있는데
결국 운의 문제다.
자신의 행운의 별이 빛날 때
그 타이밍을 헛되이 낭비하지 말고 잘 활용하라.

-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될 때는 
언제나 확실한 쪽을 택하라.
특별한 것에 이끌려
잘 알지도 못하는 일에 위험을 무릅쓴다면 그 끝에서 파멸을 맞이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니 항상 확실한 것을 선택하라.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은 잘못될 수 없다.

- 친구에게 빌려준 것이 있다면 
하찮은 일로 돌려받지 마라.
이 도움의 연줄은
긴급한 순간을 위해서 남겨두어라.
모처럼 얻은 보물을
시궁창에 빠뜨리지 말라는 뜻이다.
운명의 폭풍에 휩쓸렸을 때
그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사소한 일로
가치 있는 행동의 값을 치러 받으면
나중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 상황이 심각하다면
점차 진정되도록 그냥 내버려 두라.
때때로 치료 행위가
오히려 질병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영리한 의사는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 두어야 할 때를 안다.
능력 있는 의사일수록
이러한 판단을 냉정하게 내린다.
자연스럽게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보자.
즉, 신에게 맡기는 것이다.

- 진흙으로 탁해진 연못도
조용히 두면 맑아진다.
혼돈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원래대로 돌아올 때까지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 늘 그렇듯 
운명은 우리를 데리고 장난치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 넣는다.
그러므로 언제나 지혜와 용기, 
성실함으로 대비해야 한다.
가장 집중해야 할 순간에
오히려 주의력은 흩어진다.
적의를 품은 운명은 우리가 부주의할 때,
엄격한 시험대에 오르게 한다.
그러므로 단 하루도 태만하지 마라.
운명은 전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당신을 시험하려 도사리고 있다.

-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은 일을 벌이기보다
중요한 것에 집중하라.
어떤 것이든 '최고의 것을
조금씩 맛보는 것'이 가장 좋다.
양이 많으면 자연히 가치가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책도 분량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책은 정신을 단련시키는 것이지,
무게로 근력을 단련시키는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크기나 양 자체에 본질적인 가치는 없다.

- 모든 것을 손에 넣으면 불행해진다.
갈망할 것이 없으면 정신은 활력을 잃고
모두 이루어 버린 뒤에는
열정을 하얗게 불태우고 남은 잿더미에
실망하게 된다.
정신을 활기차게 유지하려면
열정과 호기심이 필요하다.
너무 만족하는 태도는 불운으로 이어진다.
더 이상 원하는게 없어지면
이번에는 모든 일이 걱정거리가 된다.
즉, 욕망이 사라지면 걱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 윗사람과 비밀을 공유해서는 안 된다. 
한층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문제의 불씨만 틔운 셈이다.
비밀을 털어놓은 사람은
불안과 괴로움에 시달리다가
결국 모든 기운이 쇠하고 만다.
타인의 정보는 상당한 권력이 되고,
그 정보를 쥔 자는
채찍을 휘둘러 급소를 가차 없이 공격할 것이다.
친구끼리 나눈 비밀이 가장 위험하다.
상대에게 비밀을 말하고 나면
그 상대에게 좌지우지 당하게 된다.
그런 긴장 속에서 친구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

-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진실을 말해야 하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진실을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다.
누군가를 괴롭게 만들 진실이라면
부드럽게 말하라.
누군가에게 기쁜 진실이
다른 이에게는 나쁜 소식이 될 수도 있다.
예의 바르게,
약간은 과거화하여 말하는 것이 좋다.
상대의 이해가 빠르고
조금의 암시만으로도 충분할 때는
이 방법을 사용하자.
진실을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 때는
때때로 진실을 왜곡하는 선택도 필요하다.

- 침묵할 때 비로소 자신의 패를
상대방에게 보여주지 않을 수 있다.
상대방에게 패를 보여주는 것은
경솔할 뿐만 아니라 품위가 없는 짓이다.
의도를 숨기고, 수수께끼와 같은 모습으로 상대방을 긴장시키도록 하라.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개인적인 일을 낱낱이 털어놓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언제 침묵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 너무 빨리 목적을 드러내면
곧 비판의 대상이 된다.
상대방을 기다리게 할 때,
오히려 언제나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그사이에 당신은
상대방을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다.
마치 놀라움과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신과 같이.

- 참신한 의견을 말하고, 
두려움 없이 반박하라.
항상 동의만 하는 사람은 존경받지 못하고
반대로 자신의 의견을 소중히 여기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은 존경받을 수 있다.
또 아부하지도, 속지도 말라.
아첨하고 남을 속이는 자에게는
반드시 그 대가가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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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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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학에서 '자기효능감 self-efficacy'이라는 개념이 있다. 자기효능감은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가 아 니라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이들이 이런 믿음을 가지고 있다. 거북이는 자 기보다 빠른 토끼와 경주하면서도 자신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믿음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경주를 다시 한다면 어떻게 될까? 단거리 경주라면 토끼가 이길 확률이 높다. 그러나 장거리 경주일수록 거북이는 결코 만만찮은 상대다. 중요한 건 인생은 단거리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라는 사실이다.

- 두려움을 극복하는 전통적인 심리치료 방법 중 '지속 노출 치료 prolonged exposure therapy'가 있다. 두려운 상황이나 대상에 자신을 조금씩 노출하여 두려 움을 극복하는 치료 방법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사고 이후 차에 타지도 못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처음에는 마음속으로 차를 상상하고 자리에 앉는 연습을 해본다. 다음번에 는 출발하지 않은 차에서 1분만 앉아 있는 연습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샌 가 조금씩 두려움이 줄기 시작한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면 그 사람은 누군 가와 드라이브를 즐기고 편안히 대화도 나누게 된다.
도망만 가서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오히려 두려움에 조금씩 자신 을 노출하고 맞닥뜨린 상황에 대처하는 연습이 필요할 때가 있다. 다가가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만큼 두려움도 조금씩 줄어든다. 심지어 나중 에는 호기심과 친밀감을 가지고 자신의 두려움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 나는 가끔 자기 인생을 잡초에 비유하는 사람을 만난다. 미국의 자연 철학자 랄프 왈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 은 잡초를 이렇게 정의했다. "아직까지 그 중요한 가치가 발견되지 않은 식물." 우리도 창공을 날지 못한다고, 빠르지 않다고 우리의 존재를 잡초처럼 여기고 살지는 않는가?

- 인간 누구나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 타인이 무엇인가를 잘할 때, 시류에 휩쓸려 따라 하기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미국에서 상담 훈련을 받을 때, 내 지도 교수는 종종 나의 임상적 강점을 물었다. 늘 우물쭈물했다. 영어도 변변치 못한 상담사가 강점이라니 가당치 않았다. 다음에는 약점을 물을 줄 알았는데, 늘 '성장 끝점 growing edge'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나의 개선점을 물었다.
우리는 모두가 성장 중이다. 이미 노인이 되었다 할지라도 생명이 아직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성장 중이다. 현재 우리의 약점이나 단점은 우리 인생 전체의 한계점이 될 수 없다. 아직도 우리는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늘 나만 의 강점을 기억하고 한계는 성장 끝점이라고 불러보자.

- 같은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 스트레스에 유독 강한 이들이 있다. 바 로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 즉 통제 control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스트레스에 지고 마는 사람들은 자신이 현재 통제할 수 있는 일 이 전혀 없다고 out of control 믿는다. 그래서 자기가 쉽게 할 수 있는, 즉 가장 확실한 기회도 잡지 못해 기회를 모두 잃고 만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우리에 게 닥쳐와도 무조건 통제 불가능하다고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 발달심리학에서는 청소년들이 사춘기에 자신을 영화의 주인공쯤으로 여기고 '가상의 청중'이 모두 자신을 쳐다본다고 여겨 외모에 신경 쓴다고 한 다. 그건 정상적인 발달 과정으로 이해해줄 만하다. 한데, 사실 생각보다 타 인은 우리에게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
지구상 모든 이가 자기 세계 안에서 산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두의 세계 는 다른 사람들로 가득하다. 수많은 사람을 신경 쓰다 보면 정작 중요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가장 많은 관심을 줄 존재는 '바로 여기에 존 재하는 '나' 자신이다.

- 좋은 직업, 자산 투자, 성공의 법칙, 건강해지는 법............. 현대 사회에는 복잡 다단한 문제가 항상 존재한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맞닥뜨릴 때, 이를 어 떻게 하면 잘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이때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이 른바 전문가 집단이다. 이들은 교수, 대표, 박사 등 여러 직함을 달고 여러 방송 매체에 나와 자신 있게 그 문제의 원인을 꼬집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를 말한다. 그럼 많은 대중은 "역시, 전문가가 말하니까 다르네!"라고 하 면서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후광 효과 halo effect'라고 한다. 어떤 대상의 뒤에서 그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배경 효과를 말한다. 우리가 전문가라는 타이틀과 그를 출연시킨 방송 매체에 보다 큰 신뢰를 갖는 이유다.
그러나 어느 전문가든 자신이 전공한 특정 분야만 조금 더 알 뿐이다. 나 머지 분야는 어쩌면 우리보다도 훨씬 더 모를 수 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의 해결책이 우리의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거라면 더욱 비판적으로 수용 해야 한다. 그래야 과도한 후광 효과를 그나마 중화할 수 있다.

- 인간은 행복을 느끼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몇몇 철학자는 인생의 목표가 행복하고 선한 삶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행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행복이 삶의 목적이라기보 다는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긍정 정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기쁨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가 더 중요하다. 기쁨의 감정은 금방 사 라져버리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건 행복의 구성 요소는 재산 규모나 지위, 명예와 같은 외적 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행복감은 주관적인 인식이 더 중요하게 작용 한다. 행복은 타인이 우리를 평가하는 데에서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행복을 느끼기 위해 다른 이들의 허락이나 인정을 받을 필요도 없다. 행복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사적인 경험의 영역이다.
사냥꾼과 어부에게 한 이웃의 경고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같은 경 험이 반복되면 거기서 얻는 기쁨의 정도가 희석될 수 있다. 그래서 기쁨의 속성을 알고 일상에서 기쁨을 누리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자신 주변 에서 작지만 소소하고 다양한 행복감을 자주 느껴보시라.

- 정신병리학에서는 지나치게 자신에게 집중해 마치 세상이 자기를 중심 으로 움직인다고 믿는 사람들을 '자기애성 인격장애'라고 진단한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거대 자기grandiose self'다. 자신의 위상을 마치 신적인 경지 까지 격상시킨다. 그렇다고 이들의 마음속에도 거대한 자기가 자리하는 건 아니다. 사실은 그 반대다. 가장 부끄럽고 초라한 자기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자기를 낮추고 겸손할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은 이미 삶의 깊이를 갖 춘 사람이다. 자신을 스스로 낮추어서 결코 손해 보는 일은 없다. 내가 낮아 질 수 있다면 세상의 그 어떤 관문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

- 자기 일에 대해 스스로가 전적으로 모든 책임을 질 때 비로소 우리는 성장한 다. 타인이 자기 일을 해결해줄 거라는 기대와 실체 없는 믿음, 안일한 자세 로는 배움도 성숙도 없다. 물론 모든 시작은 누구나 두렵다. 그러나 두려움 에 맞서는 용기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때때로 상담 전문가를 찾아온 내담자가 마술이라도 부려 자신에게 변화 를 일으켜보라는 식의 과도한 기대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내담자가 가 지는 상담사 이미지는 만능 해결사에 가깝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상담 중에 내담자가 변화의 길로 들어설 때는 변화의 주체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본인 자신이란 걸 내담자가 깨닫는 순간부터다. 차라리 이때 상담사의 역할은 아이를 집에서 출산하던 시절, 산통을 겪는 산 모의 손을 꼭 잡아주던 산파에 가깝다. 바로 자신이 변화를 일으킬 장본인임 을 아는 게 치유의 첫 단추가 된다.
모든 사람에게 상담사의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자기 힘 보다 확실한 자원은 없다. 능력 있고 힘 있는 타인보다 자기 능력을 과소평 가하지 말고, 담대히 도전해보자. 변화의 주인공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 보통 꾸물거리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 능력이나 게으름을 탓한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너무 잘하려고 하는 성향, 완벽주의가 더 큰 문제라고 진단한 다. 계획만 짜다가 끝나는 사람들이 주로 여기에 해당한다. 완벽을 추구하 다가도 시작부터 어려움에 봉착하면 '에라 모르겠다!' 하며 지레 포기하기도 한다.
대단한 무엇을 하느냐에 못지않게 자그마한 일이라도 언제 하느냐가 매 우 중요하다. 근사하게 계획 짜는 일을 잠시 멈추고 지금 당장 아주 작은 행 동부터 실행해보면 도움이 된다.

- 사회심리학에서는 어떤 일에 대해 후회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사후가정적사고 counterfactual thinking'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곤 한다. 일어나지 않은 가상적 상황에 대해 '~했다면 좋았을 텐데'라며 긍정적(상향적 사후가정적 사고)으로 또는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라며 부정적(하향적 사후가정적 사고)으로 생 각한다는 것이다.
포도밭 주인의 아들도 상향적 사후가정적 사고를 하고 있다. '울타리를 치우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등. 이런 생각은 내가 잘했다면 상황이 더 좋아졌을 거라는 후회를 낳는다. 연구자들은 우리 가 보통 상향적 사후가정적 사고를 더 많이 한다고 보고한다.
'실수는 학습의 기회'라고 여기며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하마 터면 큰일 날 뻔했다. 포도밭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걸 모르고 살 뻔했 어,' '지금처럼 엉망이 안 되려면 울타리는 어떻게 다시 세워야 할까?" 아프게 깨달은 교훈을 다행으로 여기며 하향적 사후가정적 사고를 늘려보는 것이 다. 아직 삶이 남아 있기에 실수를 통해 성장할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

- '마음챙김mindfulness'은 최근 심리 상담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연구 주 제다. 불교 수련에서 비롯된 이 개념은 과거와 미래와 연관된 판단을 멈추고 '지금 여기에', 즉 현재에만 집중하는 훈련이다. 본시 우리는 현재에만 존재 한다. 과거는 이미 없는 시간이고, 미래도 아직 없는 시간이다. 그런데도 우 리는 자꾸 과거에 매여 살거나 미래에 대한 공포로 현재를 채우기 일쑤다. '죽음준비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생에 남은 시간이 딱 일주일이라면, 꼭 하고 싶은 일을 적어보라고 한다. 이런 가정은 바로 죽음이 코앞에 다가오더 라도 그저 담담하게 현재를 살라는 훈련이다. 하루를 충만하게 살 때, 과거 의 회한과 미래의 불안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진다. 늘 현재만 사는, '영원한 현재'를 누리는 비결이다.

- 자기수용 self-acceptance 이란 자신이 경험하는 것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신의 강점 또는 약 점, 신체적 조건을 포함해 열등감과 두려움 등 내면의 심리 현상과 정서까 지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인정하며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기수 용'에 실패한 우화 속 고양이는 겉모습은 여성이지만 내면은 여전히 고양이 였다.
상담심리학 연구자들은 우리가 자기를 수용하게 되면 타인을 수용하게 되고, 행복이나 삶의 만족도 등 주관적 안녕감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또한 심리 상담을 통해 내담자의 자기수용의 정도를 높일 수 있으며, 상담자의 자 기수용 역시 상담자로서 자세와 역량 발달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보고도 있다.

- 사회심리학에서 '상향 비교 upward comparison'라는 개념이 있다. 자신보다 상황이나 환경이 좋은 사람들을 택해 자신과 비교하는 행위를 뜻한다. 안타깝게 도 많은 연구 결과에서 상향 비교를 자주 하는 사람들은 우울과 불안이 높다 고 보고한다.
상향 비교의 장면을 떠올려보자. 방금까지 멀쩡해 보이던 자기 삶이 뛰 어나 보이는 누군가와 비교하는 순간 초라해 보이고, 자신의 약점이 더 크게 느껴지며 쥐구멍에 숨고 싶다는 마음까지도 들지 모른다. 심한 상대적 박탈 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편 상향 비교와는 달리 아무리 비교해도 우울해지지 않는 비교도 있 다. 바로 '강점 비교'이다. 타인과 자신의 약점뿐 아니라, 강점도 비교하는 것 이다. "저 친구는 어학에 강하지만, 지구력은 내가 누구보다도 강하거든." 우리도 누구와 비교하든지 자신만의 고유함이나 다른 사람이 결코 가질 수 없는 자신만의 유일한 매력과 견주는 강점 비교를 연습해보자.

- 심리 상담 서비스를 처음으로 주창한 미국의 칼 로저스 Carl Rogers는 심리 치료 현장에 찾아오는 아동 환자들의 문제가 타고난 정신질환 때문이 아님을 발견했다.
보통 '문제 아동'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열악 한 양육 환경에서 자라면서 자기 존재 가치를 조건부로 인식했다. 예컨대 공 부를 잘하거나 부모에게 순종하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만, 그렇지 않으 면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식이다.
이런 아이들은 낮은 존재감을 가지고, 이후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도 높은 조건을 넘지 못해 자기 존재가 수용되지 못하고 배척될 거라 여기며 불안을 안고 살게 된다.
실은 세상에서 보석만 중요하지 않다. 보리알도 모래알도 모두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상담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이런 조건부적 자기 존재감을 가진 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수용unconditional acceptance"을 경험하도록 하는 일 이다.

-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말은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시간이 약'이 라는 의미로 전하는 위로의 말이다. 이 글귀의 유래에는 약간 다른 맥락이 있다. 이스라엘 당대 최고의 왕 다윗은 세공사를 불러 자신이 계속 승승장구 할지라도 승리에 도취하지 않도록, 또 어떤 고난에도 쓰러지지 않도록 마음 을 다잡게 할 글귀를 새겨 반지를 만들라고 명령했다. 세공사는 마땅한 글귀 가 떠오르지 않자, 왕자 솔로몬에게 도움을 구했다. 그때 솔로몬이 지혜를 발휘해 알려준 글귀가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다. 바로 고통의 순간뿐 아니라 영광의 순간, 승리의 순간도 결코 오래 가지 않으리라는 경고성 경구 였다.

- 한때 심리학계에서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인간의 의식과 마음은 연구 대상 이 될 수 없다고 단정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오직 인간의 행동을 통해서만 그 속내를 해석할 수 있는 '행동주의 심리학'이 성행했다.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일만이 인간의 내면 심리를 추론하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었다.
나팔수의 외적인 행동만 보면 그는 전혀 살생과 전투욕을 가진 사람이라 고 평가할 수 없다. 그래서 행동만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짐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우화에서처럼 전쟁터에서 나팔수의 역할은 직접 싸우는 병사의 역할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나팔수의 행동에는 수많은 병사의 마음 을 움직일 수 있는 역동이 숨어 있어서다.
혹시 우리가 누군가와 함께 협력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상대의 행 동만 보고 결론 내지 말아야 한다. 먼저 숨겨진 마음의 역동을 찬찬히 살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상대방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일까를 알아내는 게 최우선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는 진정 자신이 원하는 바람을 꼭꼭 숨길 때 가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시간을 두고 깊은 대화를 해볼 필요 가 있다.

- 사회학자이자 자존감 척도를 개발한 모리스 로젠버그Morris Rosenberg가 말한 '자기 자신의 가치에 대한 긍정적 평가 또는 태도가 가장 널리 알려진 자존감의 정의다.
요즘에는 '자기연민 self-compassion'이 개인의 심리적 안녕감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개념으로 연구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자기연민이란 사회적 평균을 기준으로 스스로 우열을 가리는 데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 해 건강한 심리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태도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자기연 민 없이 단순히 자존감만 높은 집단은 협동적이지 않아 대인 관계에서 갈등 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보고한다.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등 공감 능 력이 떨어지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 나는 공감 empathy과 동감 sympathy의 차이를 자주 강조한다. 두 단어는 비슷 해 보이지만, 영문의 접두어 어원을 분석해보면 차이가 역력하다. 동감은 친 구가 곤경에 빠져 있을 때, 같은 same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공감은 다르다. 곤경의 자리까지 함께 내려가는 into 과정이다. 나무 위로 도망한 친구는 곰을 만난 친구의 곤경을 충분히 동감할 수는 있었겠지만, 위치는 매우 대조적이다.
역경의 시기에 우리의 친구들이 우리 가슴 얼마나 아래까지 내려와 만나 는지를 유심히 관찰해보면, 누가 우리의 가장 좋은 친구인지 알 수 있다. 진 짜좋은 친구는 고통의 밑바닥까지 내려올 수 있는 공감하는 친구다.

- 본시 설득이란 상대방의 생각이 틀렸으니 자기 생각으로 바꿔버리려는게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람이 먼저 마음을 움직여 스스로 자신을 돌이킬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그 공간이란 바로 따뜻한 공감의 토대에서 일어난다.
가끔 묵비권을 행사하던 피의자도 자신에게 공감하는 프로파일러에게 는 범행을 털어놓는데 이 역시 같은 이치다. 프로파일러가 자주 쓰는 용어는 "오죽하면"이라고 한다. 피의자를 무섭게 다그치는 말보다, 오죽하면 그런 일을 벌였겠냐고 이해해주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이 서서히 열린다.

- 심리학적으로 거리를 두는 일은 상대방의 행동을 판단하지 않고, 마치 동영상을 찍듯이 중립적으로 관찰하는 일이다. '심리적 거리 두기'는 상대방 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불쾌한 기분에 휩싸여 우리의 감정이 동요하지 않도 록 해주는 탁월한 기술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지침은 사라졌어도 '심 리적 거리 두기'는 계속 실천해볼 만하다.

- 가족 상담 전문가들은 가족 관계에서도 특정 구성원들의 희생을 너무도 당연시하는 신화가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아내의 희생이 있어야 남편이 성공한다는 신화, 엄마의 희생이 있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신화 등이다.
최근 생태계나 지구의 미래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화두는 '공생'과 '공존' 이다. 마찬가지로 가족 상담 전문가들도 '공존'과 '협력'의 가치가 희생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내나 엄마 혹은 누군가의 희생이 아니라 부부의 평 등한 공존과 가족 구성원 모두의 협력이 보다 중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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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2

Quote of the day 2024. 7.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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