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학에서 '자기효능감 self-efficacy'이라는 개념이 있다. 자기효능감은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가 아 니라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이들이 이런 믿음을 가지고 있다. 거북이는 자 기보다 빠른 토끼와 경주하면서도 자신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믿음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경주를 다시 한다면 어떻게 될까? 단거리 경주라면 토끼가 이길 확률이 높다. 그러나 장거리 경주일수록 거북이는 결코 만만찮은 상대다. 중요한 건 인생은 단거리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라는 사실이다.

- 두려움을 극복하는 전통적인 심리치료 방법 중 '지속 노출 치료 prolonged exposure therapy'가 있다. 두려운 상황이나 대상에 자신을 조금씩 노출하여 두려 움을 극복하는 치료 방법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사고 이후 차에 타지도 못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처음에는 마음속으로 차를 상상하고 자리에 앉는 연습을 해본다. 다음번에 는 출발하지 않은 차에서 1분만 앉아 있는 연습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샌 가 조금씩 두려움이 줄기 시작한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면 그 사람은 누군 가와 드라이브를 즐기고 편안히 대화도 나누게 된다.
도망만 가서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오히려 두려움에 조금씩 자신 을 노출하고 맞닥뜨린 상황에 대처하는 연습이 필요할 때가 있다. 다가가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만큼 두려움도 조금씩 줄어든다. 심지어 나중 에는 호기심과 친밀감을 가지고 자신의 두려움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 나는 가끔 자기 인생을 잡초에 비유하는 사람을 만난다. 미국의 자연 철학자 랄프 왈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 은 잡초를 이렇게 정의했다. "아직까지 그 중요한 가치가 발견되지 않은 식물." 우리도 창공을 날지 못한다고, 빠르지 않다고 우리의 존재를 잡초처럼 여기고 살지는 않는가?

- 인간 누구나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 타인이 무엇인가를 잘할 때, 시류에 휩쓸려 따라 하기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미국에서 상담 훈련을 받을 때, 내 지도 교수는 종종 나의 임상적 강점을 물었다. 늘 우물쭈물했다. 영어도 변변치 못한 상담사가 강점이라니 가당치 않았다. 다음에는 약점을 물을 줄 알았는데, 늘 '성장 끝점 growing edge'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나의 개선점을 물었다.
우리는 모두가 성장 중이다. 이미 노인이 되었다 할지라도 생명이 아직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성장 중이다. 현재 우리의 약점이나 단점은 우리 인생 전체의 한계점이 될 수 없다. 아직도 우리는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늘 나만 의 강점을 기억하고 한계는 성장 끝점이라고 불러보자.

- 같은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 스트레스에 유독 강한 이들이 있다. 바 로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 즉 통제 control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스트레스에 지고 마는 사람들은 자신이 현재 통제할 수 있는 일 이 전혀 없다고 out of control 믿는다. 그래서 자기가 쉽게 할 수 있는, 즉 가장 확실한 기회도 잡지 못해 기회를 모두 잃고 만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우리에 게 닥쳐와도 무조건 통제 불가능하다고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 발달심리학에서는 청소년들이 사춘기에 자신을 영화의 주인공쯤으로 여기고 '가상의 청중'이 모두 자신을 쳐다본다고 여겨 외모에 신경 쓴다고 한 다. 그건 정상적인 발달 과정으로 이해해줄 만하다. 한데, 사실 생각보다 타 인은 우리에게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
지구상 모든 이가 자기 세계 안에서 산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두의 세계 는 다른 사람들로 가득하다. 수많은 사람을 신경 쓰다 보면 정작 중요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가장 많은 관심을 줄 존재는 '바로 여기에 존 재하는 '나' 자신이다.

- 좋은 직업, 자산 투자, 성공의 법칙, 건강해지는 법............. 현대 사회에는 복잡 다단한 문제가 항상 존재한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맞닥뜨릴 때, 이를 어 떻게 하면 잘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이때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이 른바 전문가 집단이다. 이들은 교수, 대표, 박사 등 여러 직함을 달고 여러 방송 매체에 나와 자신 있게 그 문제의 원인을 꼬집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를 말한다. 그럼 많은 대중은 "역시, 전문가가 말하니까 다르네!"라고 하 면서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후광 효과 halo effect'라고 한다. 어떤 대상의 뒤에서 그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배경 효과를 말한다. 우리가 전문가라는 타이틀과 그를 출연시킨 방송 매체에 보다 큰 신뢰를 갖는 이유다.
그러나 어느 전문가든 자신이 전공한 특정 분야만 조금 더 알 뿐이다. 나 머지 분야는 어쩌면 우리보다도 훨씬 더 모를 수 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의 해결책이 우리의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거라면 더욱 비판적으로 수용 해야 한다. 그래야 과도한 후광 효과를 그나마 중화할 수 있다.

- 인간은 행복을 느끼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몇몇 철학자는 인생의 목표가 행복하고 선한 삶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행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행복이 삶의 목적이라기보 다는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긍정 정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기쁨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가 더 중요하다. 기쁨의 감정은 금방 사 라져버리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건 행복의 구성 요소는 재산 규모나 지위, 명예와 같은 외적 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행복감은 주관적인 인식이 더 중요하게 작용 한다. 행복은 타인이 우리를 평가하는 데에서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행복을 느끼기 위해 다른 이들의 허락이나 인정을 받을 필요도 없다. 행복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사적인 경험의 영역이다.
사냥꾼과 어부에게 한 이웃의 경고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같은 경 험이 반복되면 거기서 얻는 기쁨의 정도가 희석될 수 있다. 그래서 기쁨의 속성을 알고 일상에서 기쁨을 누리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자신 주변 에서 작지만 소소하고 다양한 행복감을 자주 느껴보시라.

- 정신병리학에서는 지나치게 자신에게 집중해 마치 세상이 자기를 중심 으로 움직인다고 믿는 사람들을 '자기애성 인격장애'라고 진단한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거대 자기grandiose self'다. 자신의 위상을 마치 신적인 경지 까지 격상시킨다. 그렇다고 이들의 마음속에도 거대한 자기가 자리하는 건 아니다. 사실은 그 반대다. 가장 부끄럽고 초라한 자기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자기를 낮추고 겸손할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은 이미 삶의 깊이를 갖 춘 사람이다. 자신을 스스로 낮추어서 결코 손해 보는 일은 없다. 내가 낮아 질 수 있다면 세상의 그 어떤 관문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

- 자기 일에 대해 스스로가 전적으로 모든 책임을 질 때 비로소 우리는 성장한 다. 타인이 자기 일을 해결해줄 거라는 기대와 실체 없는 믿음, 안일한 자세 로는 배움도 성숙도 없다. 물론 모든 시작은 누구나 두렵다. 그러나 두려움 에 맞서는 용기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때때로 상담 전문가를 찾아온 내담자가 마술이라도 부려 자신에게 변화 를 일으켜보라는 식의 과도한 기대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내담자가 가 지는 상담사 이미지는 만능 해결사에 가깝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상담 중에 내담자가 변화의 길로 들어설 때는 변화의 주체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본인 자신이란 걸 내담자가 깨닫는 순간부터다. 차라리 이때 상담사의 역할은 아이를 집에서 출산하던 시절, 산통을 겪는 산 모의 손을 꼭 잡아주던 산파에 가깝다. 바로 자신이 변화를 일으킬 장본인임 을 아는 게 치유의 첫 단추가 된다.
모든 사람에게 상담사의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자기 힘 보다 확실한 자원은 없다. 능력 있고 힘 있는 타인보다 자기 능력을 과소평 가하지 말고, 담대히 도전해보자. 변화의 주인공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 보통 꾸물거리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 능력이나 게으름을 탓한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너무 잘하려고 하는 성향, 완벽주의가 더 큰 문제라고 진단한 다. 계획만 짜다가 끝나는 사람들이 주로 여기에 해당한다. 완벽을 추구하 다가도 시작부터 어려움에 봉착하면 '에라 모르겠다!' 하며 지레 포기하기도 한다.
대단한 무엇을 하느냐에 못지않게 자그마한 일이라도 언제 하느냐가 매 우 중요하다. 근사하게 계획 짜는 일을 잠시 멈추고 지금 당장 아주 작은 행 동부터 실행해보면 도움이 된다.

- 사회심리학에서는 어떤 일에 대해 후회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사후가정적사고 counterfactual thinking'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곤 한다. 일어나지 않은 가상적 상황에 대해 '~했다면 좋았을 텐데'라며 긍정적(상향적 사후가정적 사고)으로 또는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라며 부정적(하향적 사후가정적 사고)으로 생 각한다는 것이다.
포도밭 주인의 아들도 상향적 사후가정적 사고를 하고 있다. '울타리를 치우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등. 이런 생각은 내가 잘했다면 상황이 더 좋아졌을 거라는 후회를 낳는다. 연구자들은 우리 가 보통 상향적 사후가정적 사고를 더 많이 한다고 보고한다.
'실수는 학습의 기회'라고 여기며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하마 터면 큰일 날 뻔했다. 포도밭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걸 모르고 살 뻔했 어,' '지금처럼 엉망이 안 되려면 울타리는 어떻게 다시 세워야 할까?" 아프게 깨달은 교훈을 다행으로 여기며 하향적 사후가정적 사고를 늘려보는 것이 다. 아직 삶이 남아 있기에 실수를 통해 성장할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

- '마음챙김mindfulness'은 최근 심리 상담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연구 주 제다. 불교 수련에서 비롯된 이 개념은 과거와 미래와 연관된 판단을 멈추고 '지금 여기에', 즉 현재에만 집중하는 훈련이다. 본시 우리는 현재에만 존재 한다. 과거는 이미 없는 시간이고, 미래도 아직 없는 시간이다. 그런데도 우 리는 자꾸 과거에 매여 살거나 미래에 대한 공포로 현재를 채우기 일쑤다. '죽음준비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생에 남은 시간이 딱 일주일이라면, 꼭 하고 싶은 일을 적어보라고 한다. 이런 가정은 바로 죽음이 코앞에 다가오더 라도 그저 담담하게 현재를 살라는 훈련이다. 하루를 충만하게 살 때, 과거 의 회한과 미래의 불안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진다. 늘 현재만 사는, '영원한 현재'를 누리는 비결이다.

- 자기수용 self-acceptance 이란 자신이 경험하는 것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신의 강점 또는 약 점, 신체적 조건을 포함해 열등감과 두려움 등 내면의 심리 현상과 정서까 지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인정하며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기수 용'에 실패한 우화 속 고양이는 겉모습은 여성이지만 내면은 여전히 고양이 였다.
상담심리학 연구자들은 우리가 자기를 수용하게 되면 타인을 수용하게 되고, 행복이나 삶의 만족도 등 주관적 안녕감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또한 심리 상담을 통해 내담자의 자기수용의 정도를 높일 수 있으며, 상담자의 자 기수용 역시 상담자로서 자세와 역량 발달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보고도 있다.

- 사회심리학에서 '상향 비교 upward comparison'라는 개념이 있다. 자신보다 상황이나 환경이 좋은 사람들을 택해 자신과 비교하는 행위를 뜻한다. 안타깝게 도 많은 연구 결과에서 상향 비교를 자주 하는 사람들은 우울과 불안이 높다 고 보고한다.
상향 비교의 장면을 떠올려보자. 방금까지 멀쩡해 보이던 자기 삶이 뛰 어나 보이는 누군가와 비교하는 순간 초라해 보이고, 자신의 약점이 더 크게 느껴지며 쥐구멍에 숨고 싶다는 마음까지도 들지 모른다. 심한 상대적 박탈 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편 상향 비교와는 달리 아무리 비교해도 우울해지지 않는 비교도 있 다. 바로 '강점 비교'이다. 타인과 자신의 약점뿐 아니라, 강점도 비교하는 것 이다. "저 친구는 어학에 강하지만, 지구력은 내가 누구보다도 강하거든." 우리도 누구와 비교하든지 자신만의 고유함이나 다른 사람이 결코 가질 수 없는 자신만의 유일한 매력과 견주는 강점 비교를 연습해보자.

- 심리 상담 서비스를 처음으로 주창한 미국의 칼 로저스 Carl Rogers는 심리 치료 현장에 찾아오는 아동 환자들의 문제가 타고난 정신질환 때문이 아님을 발견했다.
보통 '문제 아동'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열악 한 양육 환경에서 자라면서 자기 존재 가치를 조건부로 인식했다. 예컨대 공 부를 잘하거나 부모에게 순종하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만, 그렇지 않으 면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식이다.
이런 아이들은 낮은 존재감을 가지고, 이후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도 높은 조건을 넘지 못해 자기 존재가 수용되지 못하고 배척될 거라 여기며 불안을 안고 살게 된다.
실은 세상에서 보석만 중요하지 않다. 보리알도 모래알도 모두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상담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이런 조건부적 자기 존재감을 가진 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수용unconditional acceptance"을 경험하도록 하는 일 이다.

-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말은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시간이 약'이 라는 의미로 전하는 위로의 말이다. 이 글귀의 유래에는 약간 다른 맥락이 있다. 이스라엘 당대 최고의 왕 다윗은 세공사를 불러 자신이 계속 승승장구 할지라도 승리에 도취하지 않도록, 또 어떤 고난에도 쓰러지지 않도록 마음 을 다잡게 할 글귀를 새겨 반지를 만들라고 명령했다. 세공사는 마땅한 글귀 가 떠오르지 않자, 왕자 솔로몬에게 도움을 구했다. 그때 솔로몬이 지혜를 발휘해 알려준 글귀가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다. 바로 고통의 순간뿐 아니라 영광의 순간, 승리의 순간도 결코 오래 가지 않으리라는 경고성 경구 였다.

- 한때 심리학계에서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인간의 의식과 마음은 연구 대상 이 될 수 없다고 단정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오직 인간의 행동을 통해서만 그 속내를 해석할 수 있는 '행동주의 심리학'이 성행했다.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일만이 인간의 내면 심리를 추론하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었다.
나팔수의 외적인 행동만 보면 그는 전혀 살생과 전투욕을 가진 사람이라 고 평가할 수 없다. 그래서 행동만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짐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우화에서처럼 전쟁터에서 나팔수의 역할은 직접 싸우는 병사의 역할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나팔수의 행동에는 수많은 병사의 마음 을 움직일 수 있는 역동이 숨어 있어서다.
혹시 우리가 누군가와 함께 협력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상대의 행 동만 보고 결론 내지 말아야 한다. 먼저 숨겨진 마음의 역동을 찬찬히 살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상대방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일까를 알아내는 게 최우선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는 진정 자신이 원하는 바람을 꼭꼭 숨길 때 가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시간을 두고 깊은 대화를 해볼 필요 가 있다.

- 사회학자이자 자존감 척도를 개발한 모리스 로젠버그Morris Rosenberg가 말한 '자기 자신의 가치에 대한 긍정적 평가 또는 태도가 가장 널리 알려진 자존감의 정의다.
요즘에는 '자기연민 self-compassion'이 개인의 심리적 안녕감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개념으로 연구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자기연민이란 사회적 평균을 기준으로 스스로 우열을 가리는 데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 해 건강한 심리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태도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자기연 민 없이 단순히 자존감만 높은 집단은 협동적이지 않아 대인 관계에서 갈등 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보고한다.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등 공감 능 력이 떨어지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 나는 공감 empathy과 동감 sympathy의 차이를 자주 강조한다. 두 단어는 비슷 해 보이지만, 영문의 접두어 어원을 분석해보면 차이가 역력하다. 동감은 친 구가 곤경에 빠져 있을 때, 같은 same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공감은 다르다. 곤경의 자리까지 함께 내려가는 into 과정이다. 나무 위로 도망한 친구는 곰을 만난 친구의 곤경을 충분히 동감할 수는 있었겠지만, 위치는 매우 대조적이다.
역경의 시기에 우리의 친구들이 우리 가슴 얼마나 아래까지 내려와 만나 는지를 유심히 관찰해보면, 누가 우리의 가장 좋은 친구인지 알 수 있다. 진 짜좋은 친구는 고통의 밑바닥까지 내려올 수 있는 공감하는 친구다.

- 본시 설득이란 상대방의 생각이 틀렸으니 자기 생각으로 바꿔버리려는게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람이 먼저 마음을 움직여 스스로 자신을 돌이킬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그 공간이란 바로 따뜻한 공감의 토대에서 일어난다.
가끔 묵비권을 행사하던 피의자도 자신에게 공감하는 프로파일러에게 는 범행을 털어놓는데 이 역시 같은 이치다. 프로파일러가 자주 쓰는 용어는 "오죽하면"이라고 한다. 피의자를 무섭게 다그치는 말보다, 오죽하면 그런 일을 벌였겠냐고 이해해주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이 서서히 열린다.

- 심리학적으로 거리를 두는 일은 상대방의 행동을 판단하지 않고, 마치 동영상을 찍듯이 중립적으로 관찰하는 일이다. '심리적 거리 두기'는 상대방 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불쾌한 기분에 휩싸여 우리의 감정이 동요하지 않도 록 해주는 탁월한 기술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지침은 사라졌어도 '심 리적 거리 두기'는 계속 실천해볼 만하다.

- 가족 상담 전문가들은 가족 관계에서도 특정 구성원들의 희생을 너무도 당연시하는 신화가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아내의 희생이 있어야 남편이 성공한다는 신화, 엄마의 희생이 있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신화 등이다.
최근 생태계나 지구의 미래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화두는 '공생'과 '공존' 이다. 마찬가지로 가족 상담 전문가들도 '공존'과 '협력'의 가치가 희생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내나 엄마 혹은 누군가의 희생이 아니라 부부의 평 등한 공존과 가족 구성원 모두의 협력이 보다 중요한 시대다.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