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PU시장 지배를 위한 인텔의 틱톡전략
트랜지스터 공정에 어려움을 겪던 인텔은 06년 새로운 CPU전략을 발표. 그전까지는 출시하는 신제품마다 트랜지스터가 더욱 작아졌다. 하지만 06년부터는 첫해에는 기존방식처럼 트랜지스터를 더욱 작게 만들어 CPU성능을 높인 신제품을 출시하고 그 다음해에는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만들지 않고 출시. 그대신 트랜지스터 위치를 재배치하고 작동방식을 개선해 CPU성능을 향상. 이를 어려운 표현으로 아키텍처를 개선한다고 함. 즉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들지 않고 오직 아키텍처 개선을 통해 CPU성능을 끌어올리는 만큼 제조의 어려움을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음.
이처럼 2년주기로 서로 다른 개선법을 통해 CPU 성능을 향상시키는 인텔의 전략을 틱톡전략이라고 함. 틱은 트랜지스터 크기 변화를, 톡은 설계변경을 의미. 틱톡전략을 이용하면 트랜지스터를 더욱 작게 만드는 작업을 1년씩 미루면서도 CPU성능을 매년 개선할 수 있음. 이를 통해 제조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매년 성능 좋은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인텔은 틱톡전략으로 CPU 시장을 더욱 주무르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CPU시장에서 60%이상의 기록적인 점유율을 기록했고, 이후 틱톡전략에 힘입어 2010년대 초반까지 경쟁사인 AMD와 격차를 크게 벌이는 데 성공. 2016년까지 점유율을 80%까지 끌어올리며 사실상 독점에 준하는 지위를 누림.
- 인텔 위기의 시작
그러나 인텔은 승리에 과도하게 도취됨. 13년 새로운 CEO 크르자니크는 부임전부터 인텔의 승리를 과신. 그리고 인텔의 제조경쟁력보다는 다른 곳에 눈을 돌려 웨어러블용 반도체, 5G 네트워크용 반도체 같은 신사업을 적극 추진. 그러나 이들 신사업은 인텔만 해당될 뿐 이미 여러 반도체 기업이 뛰어든 레드오션이었다. 안타깝게도 크르자니크는 신사업에서 성과가 즉각 나오지 않으면 팀을 해체하거나 신사업 성과촉진을 위해 기존 사업의 비용을 본격적으로 절감하기에 이름. 결국 CPU사업의 핵심인력가지 해고하는 초강수를 두자 더욱 작은 트랜지스터를 만들어줄 인력들이 AMD등 경쟁사로 대거 이탈. 인텔은 제조를 중시하던 분위기가 쇠퇴하고 제조부서보다 재무부서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
이는 점차 결과로 나타남. 인텔은 크르자니크 부임 다음 해인 14년에 14나노 공정을 이용한 CPU를 출시. 그렇다면 2년 뒤인 16년에도 틱 전략을 다시 이용해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들 차례지만, 이는 이루어지지 못함. 그 대신 앞윽로는 3년 주기로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드는 PAO전략을 발표 P와 A는 프로세스와 아키텍처의 약자로 각각 기존의 틱과 톡과 흡사. 새로 추가된 O는 옵티마이제이션의 약자로 지난 2년 동안 확보한 새로운 기술들을 또 한번 최적화하는 전략을 의미. 쉽게 말해 PAO전략은 기존 틱톡 전략에 O전략을 추가하면서 트랜지스터를 더욱 작게 만드는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무어의 법칙이 또 한번 수정되는 순간이었다.
- 퀄컴은 어떻게 AP시장의 강자가 되었나
퀄큼은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인 2000년대 초반부터 스마트폰 시장의 개화가능성을 높이 봤다. 당시에는 핸드폰, PMP등 휴대기기에 여러 기능이 늘어나는 시기였다. 퀄컴은 머지 않아 하나의 기기에 이들 기기의 기능이 통합될 테고, 그에 알맞은 AP가 필요해질 것이라 판단. 나아가 다양한 통신기능도 필요해지리라 내다봄. 당시 무선통신은 매우 느렸고 복잡한 기기가 등장하려면 더욱 빠른 통신이 필요했음. 한편 퀄컴은 인텔처럼 연산칩 개발경험이 폭넓은 기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ARM이 제공하는 여러 설계도를 조합하면 AP를 충분히 개발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은 컴퓨터보다 성능이 낮아서 AP는 CPU만큼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다. 이를 잘 알고 있던 퀄컴은 2000년대 중반에 스냅드래곤이란 이름의 플랫폼을 발표. AP와 통신이 융합된 스냅드래곤은 하나의 AP에 여러 통신기능을 한데 담아내어 기기 성능을 높이면서도 전력소모를 줄이는 데 최적화되었다. 퀄컴은 이후 AP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
이처럼 퀄컴이 머리 역할의 AP와 통신기능을 융합하자 기존 컴퓨터 시장의 강자였던 인텔은 위협을 느끼기 시작. 컴퓨터 시장에서 누구보다 연산장치를 잘 만들어온 경험을 살려 AP시장에 진입하려 했는데 퀄컴이 연산기능에 통신기술까지 묶어내며 자리를 넘보기 시작한 것임.
인텔은 AMD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은 뒤 더 이상 AMD를 경쟁사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 대신 퀄컴을 새로운 경쟁사로 여기며 AP시장 진입을 꿈꿈. 그러나 모바일 시장은 컴퓨터 시장과 차이가 많다. 우선 컴퓨터는 성능이 좋을수록 몸값이 올랐지만 모바일 기기는 그렇지 않았다. 모바일 기기는 배터리 소모가 더 중요하고 이를 위해 AP의 전력소모가 낮아야 한다. 그러나 인텔의 아키텍처로는 ARM의 전력소모를 따라갈 수 없었다. ARM의 아키텍처는 전력소모를 줄이는 데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 이에 반해 인텔의 아키텍처는 성능에 집중해왔다. 게다가 모바일 시장은 통신이 매우 중요. 전력소모를 극단적으로 낮추면서도 여러가지 통신을 끊김없이 지원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CPU에 익숙하던 인텔과 AMD는 모바일 기기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그 사이 퀄컴은 AP시장의 강자로 올라설 준비를 마쳤고 이후 AP시장에서 1위를 차지함.
- 인공지능 서버시장이 성장한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유독 엔비디아 주가만 급등한다. 인공지능 시장의 가장 큰 수혜기업이기 때문. 과거 PC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인텔이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몇 차례 점유율이 줄어드는 위기가 찾아왔듯 엔비디아 또한 압도적 점유율이 평생 보장되지는 않을 것임.
앞으로 수년은 엔비디아의 위상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도체 산업의 장기적 미래를 그려본다면 인텔과 AMD가 엔비디아보다 성능이 더욱 뛰어난 GPU나 CUDA를 능가하는 플랫폼을 구현할 때, GPU칩의 구조가 크게 변하거나 뉴로모픽 같은 새로운 인공지능 반도체가 등장할 때, 서버산업내 생성형 인공지능의 성장이 둔화되거나 새로운 유형의 서버가 등장하는 등 패러다임이 변할 때는 엔비디아의 절대적 점유율이 위협받을 가능성은 상존.
또한 엔비디아 GPU의 가격급등에도 유의해야 함. 가격급등이 멈출 기미가 보이면 시장은 성장성이 느려지는 신호로 인식하기 때문. 장기적으로는 GPU수요가 계속 늘어나도 2-3년이내의 짧은 구간에서는 언제든 가격하락 이슈가 발생할 수 있음에 유의하자. 진정한 투자자라면 현재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지만 추후 다가올 위험요소도 늘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함. 성장성만 눈여겨보면 주가하락이 시작되는 시기에 성장성이라는 덫세 걸려 매도를 고려하지 못할 것임. 영원할 것만 같았던 인텔의 영향력이 AMD64의 등장으로 약해졌고, 또 더이상의 경쟁이 없을 것만 같았던 인텔과 AMD의 시대가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 약화되었음을 상기하자.
- 인텔은 서버용 CPU사업을 확대하면서 CPU와 함께 사용될 주변장치와 메모리 반도체까지 모두 엮어 서버가 최고성능을 낼 수 있게 종합 솔루션을 제공해 옴. CPU를 개발할 때도 최고사양의 메모리 반도체를 함께 사용해 최대성능을 내는 방향으로 제품을 개발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서버업체는 인텔이 제공하는 종합솔루션에 매우 익숙하며 인텔의 솔루션을 통해 서버성능을 여러차례 향상해 왔음.
또한 서버는 성능 못지않게 안정성도 중요. 작은 오류로 서버가 마비될 수도 있기 때문. 인텔은 이미 오랜기간 솔루션을 제공하며 CPU안정성을 확보해옴. 반면 AMD는 칩렛을 도입하며 CPU성능을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안정성 검증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모든 서버 시스템이 인텔의 CPU에 맞춰져 작동하므로 CPU를 바꾸면 어떤 오류가 발생하는지 알 수 없으며 대부분의 서버업체는 이런 위험을 떠안으려 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CPU업체들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서버업체들은 이 기술이 PC시장에서 문제없이 작동하는지 관찰한 다음에야 검증된 기술을 도입하려 한다.
문제는 AMD가 칩렛을 처음 도입한 직후 사소한 버그가 여러 차례 관찰되었는데, 특히 인텔의 CPU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 AMD의 CPU를 만나자 호환성 오류를 일으키는 일이 여러 번 발생. 이런 일이 생기면 서버업체들은 인력을 투입하고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며칠 고민하며 보통은 CPU제조사의 기술지원까지 동원해 문제를 해결해야 함. 이는 서버업체에 매우 치명적으로 이 때문에 서버업체는 인텔제품을 고집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런 강점으로 인텔은 2010년대에 서버시장에서 점유율 100%에 육박하는 실적을 자랑. 그래서 AMD가 성능 좋은 CPU를 내놓아도 PC시장처럼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기 어려웠던 것임.
실제로 2023년부터 미국 증권가에서는 AMD의 점유율이 꾸준히 오를테지만 25년이 지나도 40%선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 물론 인텔의 강점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 AMD도 인텔처럼 종하솔루션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 또한 언젠가는 AMD 제품도 안정성을 인정받을테고 인텔 제품보다 나은 성능과 가격을 꾸준히 제공한다면 시간이 갈수록 AMD가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임. 몇 년 안에 인텔과 AMD 중 누가 승기를 잡을지 명확해질 것으로 보임.
- 엔비디아가 쿠다를 개발한 이유는 GPU를 다루는 것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 FPGA또한 기능이 더욱 다양해지고 CPU, GPU와 함데 묶여 쓰일수록 다루기가 매우 까다로움. 인텔과 AMD가 CPU, GPU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FPGA를 출시할수록 개발자들은 CPU와 GPU에 대한 이해도까지 높여야 한다. 따라서 추후 FPGA의 복잡성이 늘어나는 만큼. 개발자들이 더욱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키트의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함.
이는 추후 인텔과 AMD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될 것임. 실제로 인텔은 2020년에 들어 원API라는 플랫폼을 발표. FPGA, CPU, GPU를 아우르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인텔의 FPGA와 엔비디아의 GPU를 융합해 서버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쿠다와도 호환됨. FPGA가 자사 CPU, GPU뿐만 아니라 타사 제품까지 넘나들며 통합되는 흐름을 겨냥한 것. 또한 엔비디아와 AMD를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 반도체 산업은 단순히 고사양의 값비싼 칩을 찍어내야만 일류기업이 되는 것이 아님. 반도체 칩의 종류가 무척 다양한 만큼 특화된 분야 안에서 전문성과 규모의 경제를 갖추면 고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 반도체를 사용하는 전방산업은 날로 늘어나고 또 빠르게 성장. 그만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도 늘어나고 있음. 특히 전방시장이 늘어날수록 틈새시장도 활발히 생겨나기에 이런 시장을 집중공략하는 기업은 또 다른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음. 따라서 단순히 칩의 성능과 가격만 보고 기업의 경쟁력을 쉽사리 판단하기 어려운 것임. 중저가 제품을 주로 찍어내는 기업이라도 결코 얕봐서는 안 되지만 많은 사람은 인피니언과 NXP가 차량용반도체 기업 선두에 오르고 나서야 그 진가를 깨달았다.
- 적층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기업들의 행보
D램을 더 많이 적층하는 기술, 칩들 사이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를 더욱 많이 만드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 삼성전자는 그동안 HBM제조과정에서 오래 쓰여온 공법인 TV본딩을 채택. TC본딩은 열과 압력을 이용해 두 칩을 수직으로 붙이는 방법. 먼저 하나의 칩 상단 표면에 수백개의 범프를 형성한다. 이후 칩을 뒤집어 또 다른 칩 위에 가져다 올린 뒤 마치 다리미처럼 넓은 영역에 걸쳐 열과 압력을 가함. 그러면 열과 압력으로 범프가 녹으며 두 칩이 붙는다. 이후 범프 사이에 생기는 빈틈을 특수 절연 테이프로 메운다. 특수 절연테이프는 빈틈을 메우는 역할 외에도 칩에 열가 압력을 가하는 과정에서 칩이 휘어지는 현상을 줄여주는 역할을 함. 그러나 이 공법은 범프가 많아질수록 어려움. 열과 압력이 조금이라도 고르게 가해지지 못하면 1000개 이상의 범푸 중 일부 범프가 두 칩 사이를 온전히 이어주지 못해 불량이 발생.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HBM개발이 느렸던 원인으로 이런 공정이 먼저 지목되기도 했다.
하이닉스는 이런 어려움을 새로운 소재와 공법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그리고 오븐과 흡사한 장비를 통해 압력없이 오직 열만으로 범프를 천천히 녹여 두 칩을 이어 붙이는 방법을 고안. 하이닉스는 이를 어드밴스드 MR-MUF기술이라 부름. 엄밀히 말해 TC본딩을 통해 열과 압력을 가하기는 하지만 두 칩을 완전히 이어 붙이지 않고 가접합한다. 이후 몇 가지 공정을 거쳐 열만으로 범프를 녹여 칩들을 완전히 이어붙인다.. 이 방법은 균일한 압력이 필요 없으므로 TC본딩보다 범프 부착수율이 극대화됨. 그 대신 버프 사이의 빈틈을 일본의 나믹스사가 공급한 특수 절연소재로 채워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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