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쓸모

역사 2024. 11. 14. 07:21

- 역사는 아득한 식나 동안 쌓인 무수한 사건과 인물의 기록.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컨텐츠다.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의 삶과 그 과정에서 혀성된 문화의 흥망성쇠가 담겨 있다. 여러분이 어느 새로운 대상을 접하든, 어떤 일을 벌이든 역사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없는 것은 없어요. 음시고, 옷도, 우리 삶을 구성하는 주변의 모든 것이 역사 속에서 함께 발전해온 것이니까요.
역사를 골치 아픈 암기과목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역사의 품으로 첫발을 디딘 것이나 다름 없다. 이제 보물이 가득 쌓여 있는 그 지도를 신나게 펼쳐보기만 하면 된다.

- 역사가 흘러가는 것을 보면 희망이라는 말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온다. 말하자면 역사는 실체가 있는 희망. 아무런 근거 없이 조금 더 살아보자고, 버텨보자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단지 조금만 더 멀리 보면 좋겟다. 지금 당장은 두렵겠지만 나의 삶의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세상도 변하는데 나의 인생이라고 늘 지금과 같을까? 힘든 세상에서 희망마저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
스피노자는 "두려움은 희망 없이 있을 수 없고, 희망은 두려움 없이는 있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 따르면 두려움을 느끼는 우리는 모두 어떤 희망을 품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 경주 사람들이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 농사를 지으러 나가면 무엇이 가장 먼저 보였을까요? 황룡사 9층 목탑이었겠죠. 이것이 선덕여왕의 바람이었어요. 신라인들의 마음을 모으는 것. 우리도 강해질 수 있다는 비전을 신라인과 공유하는 것이죠.
혼자만의 비전은 몽상이나 망상으로 그칠 수 있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조직이 움직이려면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분명한 상을 보여주고 그곳을 향해 같이 가자고 설득해야 해요. 선덕여왕은 그 비전과 꿈의 상징으로 황룡사 9층목탑을 지은 것입니다. 실제로 선덕여왕은 이 탑을 완공한 뒤에 이렇게 선언합니다. "우리가 삼국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이 꿈은 결국 이뤄지지요. 신라는 660년에 백제를 제압하고, 668년에 고구려까지 물리칩니다. 가장 작고 힘없던 나라가 삼국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게 된 것입니다.
저는 신라의 삼국통일, 그 발칙한 상상이 황룡사 9층목탑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선덕여왕은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가슴에 품고, 황룡사 9층목탑을 지었어요. 그렇게 꿈을 향해 한 발 내디딘 것이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분명한 비전이 있었기에 혁신도 가능했습니다. 그저 지금 당장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급급했더라면, 또는 강국이 되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다면 혁신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 그들이 김일성의 죽음을 슬퍼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경험의 공유라고 생각합니다. 6.25 전쟁이 끝난 뒤 북한은 그야말로 초토화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일성이라는 지도자와 함께 북한 주민들도 일어선 것이지요. 풍족하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먹고살 만한 나라로 만들었어요. 그 세대의 북한 사람들이 김일성에 대해 갖고 있는 향수는 사실 김일성이라는 인물이 아니라 역경을 극복한 자신들의 젊은 시절과 그 성공과 연대감에 관한 것이라고 봅니다. 내가 살아온 시대의 지도자 김일성을 부정하는 것은 곧 그와 함께 그 시대를 견뎌온 나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어르신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들이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할 때, 혹은 미국 국기를 들고 흔들며 친미구호를 외칠 때, 일부 젊은 사람들은 경악합니다. 그런데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박정희라는 지도자와 미국이라는 우방은 소위 빨갱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주는 절대적 존재로 인식되었습니다. 이 두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계에 자신도 속해 있던 거에요. 그런데 젊은 세대가 박정희 대통령을 부정하고 우방국 미국도 부정해요. 그들은 마치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 한 번뿐인 젊음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역사라는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어요. 저는 늘 사람들에게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말자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앞선 시대의 사람들에게 선물을 받은 뒤이어 이 땅에서 살아갈 사라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해주고 싶어요. 그리하여 훗날 눈을 감는 순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생으로 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역사를 공부하면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맥락이 잡힙니다. 역사에서 인간의 자유는 늘 이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이것이 바로 역사의 수레바퀴에요. 역사를 통해 우리는 사회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 안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문제란 별로 없습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화의 움직임도 알고보면 역사에서 그 문제의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좀더 폭넓게 사회문제를 이해하고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죠.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순간, 문제의 핵심을 바라보고 해결하는 원동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또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 인류 역사에서,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에서 첨예한 대립과 갈등은 언제나 존재. 제각기 다른 사람이 공존하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할 과정인 경우도 있음. 그러니 나의이익, 내 집단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세요. 문제를 제기하세요. 다만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과연 옳은지, 역사나 인류의 발전가 맥을 같이 하는지는 반드시 짚어봐야 합니다. 역사를 통해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도 해야 하고요.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내가 속한 집단의 편에 서는 대신에 말입니다.
도처에 갈등요인이 널려 있는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게는 당면한 문제에 나의 온도를 몇 도로 맞출 것이지 조절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서인과 남인의 이념싸움처럼 허무한 싸움에 나의 열정을 쏟을 필요는 없습니다.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마드  (0) 2024.09.28
이주하는 인류  (0) 2024.09.28
증류주의 자연사  (0) 2024.09.01
새우에서 고래로  (6) 2024.07.14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  (0) 2024.05.17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