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지옥 해방일지

etc 2024. 8. 23. 14:43

- 만일 우리의 생활이 좀 더 소박했다면 필요 최소한의 물건을 소유하고 필요 최소한의 것을 먹고, 필요 최소한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면 집안일은 훨씬 단순하고 편했을 게 분명하다. 매일 기본적인 요리를 만들어 먹고 매일 최소한의 빨래를 하고 매일 작은 공간을 빗자루로 싹싹 쓸기만 해도 집 안이 말끔하게 정돈되는 소박한 생활을 했다면 엄마는 좀 더 오래 집안일을 어렵지 않게 해내고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힘으로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할 일을 한다는 긍지와 충실감을 가지고 살지 않았을까.

- 연령이 더해갈숙록 신체 이곳저곳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집단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수행하면서 변화가 적은 환경에서 몇십 년간 생활하면 비록 치매에 걸려도 생활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는 일은 적지 않을까. 그런데 수녀들은 그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 상상해 본다. 수녀처럼 아무것도 없는 작고 청결한 방에서 매일 똑같은 소박한 음식을 먹고, 매일 같은 옷을 입으며 살아간다. 편리에 의존하지 않고 제 손과 머리를 써서 내일도 모레도 집안일을 한다.

- 온갖 물건을 갖춘 생활에서 아무것도 없는 생활로 전환한 것은 패배도 추락도 아니다. 그것은 자유롭고 아름다운 생활로 향하는 첫걸음이다. 그 사실을 안다면 지금 손에 쥔 소중한 것을 놓아버리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생활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근성이 없는 나라도 그것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을 게 분명하다.

- 나는 앞으로 잃어버린 자신을 회복하기 위해 살아갈 것이다. 편리에 의지하지 않고 돈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있는 힘을 믿고 그것을 발굴해 갈고 닦으며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도전이 시작된다. 돈이나 물건이 있으면 풍요로워진다고 믿고 의심하지 않던 인생에서 180도 바뀌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내 눈앞에는 한 점 흐림도 남지 않았다. 이미 마음이 활기로 가득해 두근거린다. 명백히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밝은 희망이다.

- 우리는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누구나 곧장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죽음을 앞둔 정도의 나이가 되면 '곧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해도 좋지 않을까. 그래서 그것이 언제인지는 자신의 몸에 물어보면 좋지 않을까. 그를 위해서는 평소에 몸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머리로만 생각하면 무심코 탐욕이 이긴다. 사실은 그렇게 먹고 싶은 게 아닌데도 젊은 시절 먹어왔듯이 진수성찬을 먹지 않으면 진 것 같다. 그것은 어쩌면 스스로 자신에게 사실을 필요하지 않은 고영양의 수액을 놓고 죽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행위와 같지 않을까. 

- 결국 간소한 집안일에 눈뜬 내가 배운 최대 장점은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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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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