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는 선천적 능력이 아니다. 인류가 독서를 발명해낸 것으 불과 수천년 전이다. 그 발명품을 통해 인간은 뇌 조직을 재편성했고 그렇게 재편성된 뇌는 인간의 사고능력을 확장시켰으며 그것이 결국 인지발달을 바꾸어놓았다. 독서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며 역사의 기록도 그 발명의 결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 스스로 형태를 바꾸거나 재편성함으로써 다양한 명령을 수용하는 시스템을 컴퓨터 과학자들은 오픈 아키텍처라고 함. 사람의 뇌는 유전적 자원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오픈 아키텍처의 예가 된다. 그러한 설계 덕에 우리는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을 변화시키고 뛰어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유전적으로 혁신에 적합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 아카드어의 '순수' 음절문자법은 구어을 완벽하게 표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옛날 수메르어에서 사용하던 표의문자와 과거에 대한 유대관계를 포기하는 것이었으므로 아카드인들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언어학적 타협이 일어남. 다른 언어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아카드어의 문자체계는 왕처럼 흔히 사용되는 중요한 단어에 대해서는 고대 수메르어의 표의문자를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그 밖의 단어들은 음절문자법으로 표기. 그렇게 함으로써 비록 문자체계는 전보다 복잡해졌지만 고대 수메르 문명의 언어와 문화를 보전해 나갈 수 있었다. 이것은 아카드 문화의 긍지와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문자체계의 기저에는 그것의 근간이 된 과거의 문화와 언어를 보전하고자 하는 열망이 깔려 있었다.
- 인지적 관점에서 오직 알파벳만이 혁신적 사고에 공헌한 것은 아님. 알파벳과 음절문자 체계로 인해 효율이 증가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혁신적 사고를 하게 됨. 혁신적 사고의 식도 초보 독서가의 발달상에서 보다 빠른 시기로 앞당겨짐. 인간의 지성사에서 혁명적인 사건은 바로 이것이며, 이는 곧 독서하는 아이의 뇌가 민주화되는 시발점이다. 시각을 그렇게 확장해보면 문자기록을 남긴 과거의 역사 전체를 통틀어 그리스어 알파벳이 보급된 시기에 문학, 예술, 철학, 연극, 과학이 가장 심오하고 왕성히게 꽃피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인간이 그것을 배우게 되면 그들의 영혼속에 망각이 이식될 것이다. 글로 쓰인 것에 의존해서 기억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자기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적인 표지를 이용해 사물을 기억 속에 불러들일 것이다. 당신이 발견한 것은 기억이 아니라 상기의 비결이다. (파이드로스)
- 사람은 인생에서 모두에게 인정받았음을 깨닫는 때가 두 번 있다. 첫번째는 걸음마를 배운 순간이고, 두번째는 독서를 배운 순간이다. (퍼넬러피 피츠제럴드)
- 유창한 해독가에서 전략적 독서가로의 발전 (리처드 바카)
독서를 하기 전과 하는 동안 그리고 독서가 끝난 후 기존의 지식을 활성화시켜 텍스트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독서 중과 독서 후에 정보를 종합해 추론을 이끌어내고 문제제기를 하면서 잘못 이해한 것을 스스로 알아 교정할 수 있는 독서가가 된다는 의미
- 독서는 경험이다. 작가의 전기를 쓰려면 그가 언제 무엇을 읽었는지 상세하게 다루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조지프 엡스타인)
- 독서만을 위한 특별한 유전자나 생물학적 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에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의 뇌가 물체를 인지하거나 그 이름을 인출하는 것과 같이 다른 일에 사용되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고 설계된 기존의 부위를 연결해 새로운 회로를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한다. 뇌 안에 독서의 기능을 하는 독서중추 같은 것이 없으므로 난독증을 단순히 독서중추에 결함이 생겨서 나타난 질병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 고대 이집트어의 신성문자나 중국어의 한자를 읽도록 회로화된 뇌는 고대 그리스어나 영어 알파벳을 읽을 때 전혀 사용하지 않는 일부 영역을 활성화시키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 같은 적응의 다양성은 곧 뇌가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를 재편성하는 천부적 능력을 가졌다는 생생한 증거다.
- 소크라테스는 문자언어의 외관상 영속성이 전달하는 허울뿐인 진리로 인해 진정한 지식추구가 종식되고 그러한 상실로 인해 인간의 덕이 사라질 것을 무엇보다 크게 염려했다. 그렇지만 소크라테스는 독서의 가장 중요한 비밀을 알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기존의 생각보다 더 심오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뇌를 자유롭게 해방시켜주는 시간이다. 프루스트는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다.
초월적 사고를 하는 시간이라는 이 신비한 무형적 선물이 바로 독서하는 뇌가 이룩한 가장 큰 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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