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미 153

경영 2024. 5. 27. 07:06

- 모나미가 60여 년간 만들어온 펜의 본질은 '쓰기'와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다. 모나미는 반세기 이상 필기구 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를 오래 고민해왔고 그 고민은 아직 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그 것이 브랜드의 본질이 된다. 본질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될 수도 있고 어떤 태도가 될 수도 있다. 우리 회사의, 우리 브 랜드의 본질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자문하고 내부 직원들끼 리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모나미 역시 여러 시행착오를 거 쳐 돌고 돌아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필기구를 만드 는 일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필기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필기 방식과 영어, 한자, 한글 등 문자 형태를 고려한 기구 설계에 의해 작동 되는 까다로운 분야다. 참고로 필기구와 문구가 같다고 생 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엄연히 다른 영역에 속한다. 문구 는 필기구뿐 아니라 노트, 파일, 수정펜, 지우개 등을 총칭 하는데 그중에서도 필기구는 작동 매커니즘 개발에 많은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 그만큼 오랜 개발과 경험, 전문 생산설비가 기반이 되어야 하는 분야인 것이다.

- 회사가 크든 작든 각각의 기업은 모두 자사를 대표하는 (또는 그러기를 바라는) 로고나 제품, 서비스를 가지고 있 다. 고객들에게 단번에 기업을 떠올리게 하는 제품이나 이 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브랜딩의 접점이 한결 많아진다. 예 를 들어 애플의 사과 모양 로고, 몰스킨의 다이어리처럼 대 중들에게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된 브랜드라면 다른 기업 들보다 한참 앞선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모나미 153볼펜과의 컬래버레이션은 브랜드를 부각시키고 싶어 하는 기업의 니즈와 잘 맞물린다.
한 사례로 2017년 현대자동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코나(KONA)를 출시하면서 모나미에 153 한정 판 에디션을 의뢰했다. 세라믹 블루, 블루라군, 애시드 옐 로우, 텐저리 코멧 등 코나를 떠올리게 하는 외장 색상 네 가지를 활용하여 디자인했고 전국 현대자동차 매장에서 코 나 구매를 상담하는 소비자들에게 두 가지 색상이 한 세트 로 제공되는 구성이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자동차와 300원짜리 볼펜의 만남이 어색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출시된 이후에는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기업들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고 기업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은품 라인업을 확장하여 생활 속에 지속적으로 노출시 킨다면 오래도록 기업 이미지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 모나미도 문구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온·오프라인 매 장에서는 필기구뿐 아니라 마케팅 전용 상품으로 모나미 양 말, 모나미 모자, 모나미 티셔츠 등을 직접 판매하고 있는 것 도 전부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 모나미가 아이디오의 프로세스를 체화한 방식은 다음과 같다. 우선 창의성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다수의 소규모 팀을 꾸렸다. 제품개발 TF를 열 개 이상 만들었다. 그리고 PM(Product Manager)이 소비자 조사, 경쟁사 분석 등을 통해 기획하던 것을 이제는 각 분야의 전문성과 연관 성이 높은 관계자들을 최우선으로 하여 구성했다.
프로젝트마다 6~8명 정도로 PM, 디자이너, 마케터, 설계, SCM 그리고 해당 프로젝트에 관심도가 높은 직원들 이 선발되었다. 예를 들어 네일아트펜 개발 TF에서는 기존 개발 관련 담당자뿐 아니라 인사팀이든 재경팀이든 회사 내 네일아트에 관심이 있거나 직접 손톱을 관리하는 타 부 서 직원들도 참여시켰다. 원래 아이디오에서는 수십 년 동 안 해당 분야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로 TF를 구성하여 정확한 솔루션을 빠르게 찾아내지만, 아이디오 프로젝트의 프로토타입이라고 할 수 있는 모나미 프로젝트에서는 우선 회사 내 재원들을 최대한 비슷한 형 태로 구성해보았다.
이렇게 10여 개의 TF가 서로 경쟁하듯이 고객의 숨은 니즈를 찾는 작업을 했고 아이디오의 프로세스를 가능한 한 충실히 따랐다. 네일아트가 가능한 젤네일펜, 병원에서 수술 부위를 표시하는 스킨라이너, 부엌에서 유효기간을 표시할 때 사용하는 키친마카, 아이들이 전기 실험에 쓸 수 있는 전도성펜 등이 이때 만들어진 제품이다. 시장 자체가 크지는 않았지만 불편함에 익숙해져 있던 고객들의 숨은 니즈를 찾아낼 수 있었다.

- 디자인 씽킹은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던 추상적인 불편함을 가시적으로 구체화시키는 방식이다. 이때의 경험을 통해 남들이 보지 못하는 오류를 개선하는 DNA를 개발하 기 시작했고, 1년이 넘던 개발 기간을 6개월 이내로 축소시 키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디오의 팀 브라운도, CCC의 마스다 무네아키도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크게는 기업이, 작게는 하나의 팀이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 명의 디자인 사고를 따라가 서는 안 된다. 모두가 디자인적인 사고를 해야 하고 모두에 게 디자인 씽킹의 DNA가 필요한 것이다.

- 기업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오기 위해서는 마케터가 아닌 크리에이터가 되어야 한다. 이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 기 위한 숙성의 시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더 이상 본인이 창의적인 재능이 있고 없음을 재고 판단하는 데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팀 브라운도 마스다 무네아키도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를 이야기해왔다. 그들은 왜 모든 사람이 디자인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을까? 디 자이너처럼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을 가져야 소비자 관점에 서 문제해결의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1인 기업이든, 몇 천 명의 직원이 있는 대기업이든 기업 활동의 본질은 고 객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창조적 사고에서 시작된다는 것 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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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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