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 5

경제 2024. 6. 30. 18:12

- 영국은 강력한 라이벌 스위스의 등장으로 인해 무려 300년 동안 고수 해온 세계 황금의 집산지라는 지위를 잃고, 급기야 단순한 황금 거래 중 심지로 전락했다.
그러나 런던은 금 가격을 정하는 데 있어서의 우위만큼은 결코 잃지 않았다. 영국은 스위스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세계적 추세를 간파하고 있 었다. 장기적인 달러화 유동성 과잉 상태로 인해 금시장에서 거액의 자금 을 장악한 금융기관과 투기꾼의 자금력이 이미 실물 금의 최종 수요자보 다 훨씬 막강해졌으므로 금융 자본의 투자 수요를 꽉 틀어쥐는 것이 금의 유통망을 통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는 사실을 깨달았 다. 실물 금을 운반하는 '운반공이 되느니 차라리 세계 금 가격을 정하는 '가격 책정자'가 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스위스, 자네는 육체노동을 하게. 나는 사장이 되겠네"라는 말이 된다.
런던과 스위스의 이런 조합을 '전점후장식 시스템 에 비유하면 런던은 '점포', 스위스는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런던은 유럽 금융의 중심지라는 지위를 이용해 금값 책정 중심지로 일약 신분 상승을 했다. 반면 운송, 보관, 검사, 정제 등 힘든 일은 모조리 스위스에 '하청'을 맡겼다. 또 더 많은 황금 투자자를 확보하고 이들 투자자를 위한 맞춤형 상품 제 조와 공급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연히 금시장의 거래 장부를 자기 손에 꼭 틀어쥔 채 현물 인수, 결제 등 자질구레한 일은 모두 스위스가 맡아 처 리하도록 했다.
한마디로 스위스는 '마님'의 신분을 꿈꿨으나 결국 '무수리' 팔자를 면 치 못했다.
- 루스벨트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실시한 금 보유 금지령은 놀랍게도 40년 넘게 유지됐다. 더 믿기 어려운 것은 이 법안이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계속 유효했다는 사실이다. 세계 금 보유고의 3분의 2를 독점한 나라, 한 때 세계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나라인 미국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정당한 이유 없이 국민의 금 보유를 금지한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이었을 까? 바로 금이 미국인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장기 '격리' 시킨 것이다. 사실 미국은 오래전부터 '금을 끼고 스스로 독립해 달러화로 천하를 제패하기 위한 야심을 품고 있었다.
'장기 격리' 정책은 확실히 효과를 거두었다. 1975년에 미국 정부가 국 민의 금 보유를 합법화한 후 우려했던 대규모의 금사재기 사태는 발생하 지 않았다. 일반 서민들이 금에 대한 좋은 기억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 이다. 기껏해야 200년밖에 안 되는 미국의 역사는 중국과 달리 매우 짧 다. 중국인들은 수천 년 역사 속에서 반복되는 경험과 교훈을 통해 "난세 에는 금을 소장해야 한다”는 진리를 분명하게 깨달았다. 이에 반해 미국 인들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국의 흥망성쇠 과정을 경험하지 못했고, 미국의 몰락 내지 역사의 윤회는 있 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솔직히 말 해 미국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성극이쇠', '물극필반'의 이치를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상응하는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미국 제도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완벽한 제도라고 믿는다. 따라서 미국이 세계 패권을 영원히 장 악하는 한, 달러화가 인류 화폐의 궁극적인 형태가 될 것이므로 금의 가 치를 운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미국식 사고방식이다. 1975년에 미국은 금시장을 개방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금 투자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수익을 목적으로 금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이 상한 눈길로 바라봤다. 상품거래소에서도 금 선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 은 거의 없었다. 금 트레이더는 당시 가장 인기 없는 비주류 직업이었다.
- 미국은 앞으로도 달러화 환율 문제가 중대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혹 은 다른 국가들이 달러화를 배제하고 다른 방안을 추진하지 못하도록 화 폐, 경제, 시장, 언론과 지역 분쟁 등의 복합적인 요소들을 모두 이용해 '콤비네이션 블로'를 꾸준히 선보일 것이다. 달러화를 남발하면서 그 달 러화를 빼앗기 위해 서로 싸우도록 하는 것은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는 전 략이라고 할 수 있다.
달러화 위상이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바에야 다른 화폐 가치도 바닥으 로 떨어뜨려야 한다. 또 신흥 국가들이 달러화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 이면 선수를 쳐서 이들 국가의 경제를 혼란에 빠뜨려야 한다. 이것이 미 국의 원칙이라면 원칙이다.

- 2012년 말과 2013년 초 미국의 QE3 출범으로 촉발된 통화위기는 엔 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와 유로화의 마이너스 금리를 등에 업고 크게 확대 됐다. 브릭스 5개국의 달러화 배제 움직임은 달러화의 혼란 국면을 더욱 가중시켰다. 게다가 독일의 보유 금 회수 사태, 영국의 눈 가리고 아웅 식 의 어설픈 자작극에 이어 사이프러스 은행 예금과 관련한 아수라장까지 벌어지면서 세계 모든 화폐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이 고조됐고, 보이지 않 는 곳에서 부자들의 금 사재기 열풍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 기울어진 대세를 만회하고 무너져가는 달러화 제국을 다시 일으켜 세 우는 유일한 방법은 금 가격을 폭락시키는 '백색 테러' 감행이었다. 구체 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선물시장에서 벼락같은 기세로 어마어 마한 매도 물량을 쏟아내 매수 세력의 저항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는다. 이 경우 금 가격은 수직 하락하고 시장은 크게 동요한다. 공포에 질린 투 자자들은 보유하고 있던 실물 금을 모두 내놓을 수밖에 없다. 이로써 한 편으로는 월스트리트의 큰손들이 공매도를 통해 폭리를 얻는 동시에 다 른 한편으로는 JP모건 체이스가 낮은 가격에 시중의 실물 금을 모두 흡수 해 고갈 직전에 처한 금 재고를 보충할 수 있다. 더불어 금 가격의 지속적인 폭락은 투자자들의 금 사재기 열풍을 미연에 막는 역할도 한다.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묘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4.12 황금 대학살'을 발동시킨 진짜 이유이다! 이 계획은 달러화의 위상에 비상이 걸린 미국 정부, QE3에 대한 논란 을 황급히 잠재워야 하는 Fed, 금 보유고에 대한 감사를 의도적으로 회피 하는 재무부, 나아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월스트리트의 큰손들까지 모두 의 이익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그야말로 최선의 방안이었다.
이렇게 해서 '우연의 일치'라고 할 만한 일련의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나기 시작했다.
4월 초, 월스트리트의 매체들은 일제히 금 약세론자로 돌아섰다. 금값 거품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며 금은 만인의 사랑을 받던 '아'에서 졸지에 만인의 지탄을 받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4월 1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 와중에 세계 금융계의 거물 14명을 소집해 극비 회합을 가졌다.
또 이날 골드만삭스는 금값 약세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그 이 전까지는 줄곧 금값 강세를 주장했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금 공매도를 명령하는 '나팔소리'나 진배없었다. 일순간 금시장에는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 졌다.
4월 11일, 사이프러스가 금 13.9톤을 매각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떠돌 기 시작했다. 잇따라 포르투갈과 이탈리아가 각각 382톤 및 2,451톤의 금을 매각할 것이라는 유언비어도 터져 나왔다. 금시장은 삽시간에 공포 에 휩싸였다.
4월 11일, Fed의 회의 리포트가 '뜻밖에' 유출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Fed 내부에서 QE3의 사전 종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금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은 4월 12일의 '황금 대학살'을 위한 전주곡이었다.
- 2013년 4월 금값이 폭락한 이후 중국 상하이 금거래소의 출고 명세서 를 보면 중국이 같은 시기 세계 금 생산량의 대부분을 매입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도의 금 소비량도 중국과 큰 차이가 없었다. 중국과 인도 양국이 2013년에만 약 2,000톤 이상의 금을 매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중동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량도 최소 1,000톤 이상은 될 것이 다. 이밖에 금값 하락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실물 금 사재기 열풍이 빠 르게 확산되고 있다.
주목할 것은 금값이 이미 금 생산원가 이하로 떨어졌는데도 금 생산원가는 연간 10%씩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점점 더 많은 금 생산업자들이 감산 혹은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서 금 공급은 빠르게 위축 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새로 증가한 금 공급량이 빠르게 성장하는 수요를 만족시 키지 못해 기존 금 보존량의 재분배 추세가 불가피해진다는 문제가 발생 한다.
사실 이런 추세는 4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지속돼왔다. 1971년 달러화와 금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뒤로 금의 이동 방향은 서방에서 동방, 기존의 선진국에서 신흥시장국가로 바뀌었다. 이는 인류 문명의 흥망성 쇠가 번갈아 일어날 때 발생하는 현상과 완전히 일치하다. 금의 이동 방 향은 부의 창조력의 이전, 번영과 자신감의 이전 및 글로벌 권력의 이전 방향을 보여준다.
금은 영원히 부의 창조를 존중하는 곳으로 이동한다.

- 매수 주문의 경우 이치대로라면 호가가 가장 높은 주문을 맨 앞, 호가가 같을 때에는 선착순으로 먼저 받은 주문을 앞에 놓 는 것이 마땅하다. 즉 가격 우선, 시간우선의 원칙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다수 초단타매매 플랫폼이 주문 순서를 배열할 때 '뒷 문’을 열어놓는다는 데에 있다. 특별 주문은 항상 주문 리스트의 맨 앞에 '숨겨져 있고 일반적인 제한주문은 뒤로 밀려난다. 따라서 매매 체결 시 에 특별 주문은 언제나 맨 먼저 가장 좋은 가격에 거래된다. 특별 주문은 또 호가 변화와 상관없이 항상 제한주문보다 우선시된다. 매도 주문의 경 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특별 주문은 매도 주문의 맨 앞에 배열돼 있기 때문에 매도호가의 등락과 상관없이 가장 좋은 가격에 가장 먼저 거래가 이뤄진다. 한마디로 특별 주문은 벌기만 하고 밑질 때는 없다는 얘기가 된다. 1
그렇다면 이미 내린 주문이 시세 변화로 인해 잘못된 주문'으로 판단되 는 경우 특별 주문도 손실을 입지 않을까? 대답은 '노(No)'라고 해야 한다. 초단타매매 알고리즘은 0.001초 사이에 매도 주문 리스트의 우위를 분 석해 시세가 곧 역전될 것이라고 판단되면 주가가 아직 변하기 전에 특별 주문의 주식을 원래 값에 매수자에게 팔아넘기고 빠르게 '주문 취소'를 해버린다.
본업인 초단타매매에 관해서는 남보다 아는 것이 훨씬 많다고 자부하던 햄이었다. 그런데 매치 시스템에 뜻밖의 꼼수가 숨겨져 있을 줄은 꿈 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판매부장은 햄에게 이 비밀을 아무에게나 얘기하 지 말라고 부탁했다. 주식 거래의 먹이사슬에서 제한주문은 가장 하위 단 계에 있다. 이들이 상위층인 초단타 트레이더들에게 먹잇감이 되는 비밀 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모든 거래소가 다 이 같은 꼼수를 부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초단 타매매의 핵심 이념이 '부정 출발'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타트 라인에 선 주자들이 모두 출발 총 소리를 기다리는 사이에 부정 출발자들은 이미 앞으로 내달리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은 부정 출발을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미국의 양대 금융 중심지인 뉴욕과 시카고는 서로 700마일이나 떨어 져 있지만 케이블을 이용한 데이터 전송 속도는 0.007초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은 0.007초도 너무 늦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초단타매매 회사는 거금 3억 달러를 들여 애팔래치아 산맥을 관통하는 케이블 터널을 구축했다. 이 방법으로 케이블의 길이를 줄이고 데이터 전송 속도를 0.006초로 단축했다. 이렇게 볼 때 초단타매매에서 0.001초의 가치는 3억 달러를 넘는다고 말할 수 있다.

- 2011년 9월부터 상장기업 CEO들은 회사 내부의 잠재 자원 발굴에 어 려움을 겪은 데다 글로벌 경제 침체로 말미암아 대외 매출도 부진했다. 그럼에도 기업 실적을 발표할 날짜는 코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기업 실적 이 월스트리트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경제적 어려 움은 물론 다음 분기까지 그 악영향이 미칠 것이 뻔했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간 내에 주당 순이익을 올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자 사주 매입이었다. 개인의 돈도 아니고 회사의 돈을 쓰는 것이니 걱정할 것도 전혀 없었다. 자사 주식을 재매입하면 유통주가 감소해 공급이 딸리 게 된다. 특히 거액의 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할 경우 유통주가 급감해 당 연히 주가가 상승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을 부 추기는 첫 번째 원동력이다.
매체들은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선포할 때마다 "자사 주식이 저평가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여론을 조성한다. 다른 의미에서 이는 기업 의 주가가 향후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누가 뭐래도 기업의 경영 상황은 기업 내부 사람들이 더 잘 알 것이 아닌가? 회사 CEO가 자사 주식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니 다른 투자자들 역시 귀가 솔깃해져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이 자사주 매입 이 주가 상승을 이끄는 두 번째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의 총수익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을 통해 유통주 규 모를 줄이면 주당 평균 수익은 상승하게 된다. 바꿔 말해 주당 순이익은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주당 순이익을 상승시켜 월스트 리트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면 언론 매체들은 한바탕 호평을 쏟아낸다. 그 러면 더 많은 투자자들이 주가상승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앞다퉈 주식 을 매입한다. 이것이 주가 상승을 부추기는 세 번째 동력이다.

- 마켓메이커의 역할은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촉진하고 매매 당사자의 거래 원가를 낮추는 것이다. 이중 상위 21개는 국채시장의 1급 마켓메이커로 Fed와 직접 거래가 가능하다.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 정한 금리정책은 21개의 1급 마켓메이커를 통해 실시된다. 이들의 지위 는 금본위시대 잉글랜드은행의 큰 신뢰를 받았던 5대 금 거래업자와 대 등하다. 마켓메이커들은 채권시장에서 때를 가리지 않고 채권을 사고팔 아 일정한 매매 차익을 얻는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5년 만기 국채의 매매 차익은 1/128%에 불과하다. 즉 100만 달러가 거래될 때 마켓메이커가 얻는 수입은 78.125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실제 거래에서는 대체 로 매수호가와 매도 호가의 중간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에 이들이 얻는 이윤은 절반인 39.06달러로 더욱 줄어든다.
이 39.06달러에서 다시 융자 비용, 프런트 데스크와 리스크 관리 부서 및 후선 지원 부문의 비용, 직원 연봉, 매출 상여금, 마케팅 비용, 시스템 지원비 등 잡다한 비용을 공제해야 한다. 이렇게 온갖 직간접 비용을 공 제하고 남는 순이익도 고스란히 주머니에 들어오기 힘들다. 여러 가지 리 스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수익에 영향을 주는 최대 변 수는 금리 변동이다. 국제 뉴스, 경제 데이터, 돌발 사건 등 금리의 등락을 유발하는 요인은 너무나 많다. 거래 도중 금리 변동으로 인해 국채 가격 이 1%만 변해도 100만 달러면 1만 달러의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트 레이더들은 반응이 조금만 늦어도 39달러의 순이익을 얻기 위해 1만 달 러의 손실을 입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1만 달러는 100만 달러짜리 거래 를 250번이나 성사시켜야 얻을 수 있는 이익이다.
- Fed는 양적완화를 실시한 이후 거의 매달 채권시장으로부터 대량의 국채와 MBS를 흡수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조폐국의 조폐기를 돌려 21개 1급 마켓메이커의 채권과 교환한 것이다. 물론 조폐기를 돌린다는 말은 비유적인 표현이다. Fed는 조폐기를 돌릴 필요 없이 그저 자판을 두드려 컴퓨터에 일련의 숫자를 입력한 다음 엔터키만 누르면 원하는 액수만큼 돈을 만들어낼 수 있다. 힘들게 공장을 설립하거나 머리 아프게 경영할 필요도 없었다. 이런 양적완화 조치의 결과는 마켓메이커의 채권 재고가 Fed의 대차대조표에 기입되고, 그들이 뉴욕연방준비은행에 개설한 계좌 잔액이 상응한 액수만큼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마켓메이커의 손에 거액의 돈이 들어오고 금융시장의 통화량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것 이 Fed가 QE 정책을 통해 금융시장에 자금을 주입하는 과정이다.
수중에 돈이 생긴 마켓메이커는 그 돈을 가지고 미국 재무부에 가서 신규 발행 국채 경매에 참가했다. 이 결과 이번에는 정부가 돈을 벌었다. 이것이 발행시장이다. 이후 마켓메이커는 자체 유통망을 통해 수중의 국 채를 세계 각지에 유통시켰다. 요약하면 국채 매매는 최종적으로 마켓메 이커를 통해 이뤄졌다. 이것이 유통시장이다. 앞에서 예로 든 퇴직연금펀 드 매니저의 국채 매입 사례도 유통시장에서 발생한 것이다.
마켓메이커들은 동시에 최대 투자은행이기도 했다. 이들은 기업을 도 와 회사채를 위탁판매할 때 종종 본인의 돈을 먼저 내서 회사채를 전액 구매했다. 현금을 받은 기업은 그 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올린 다음 CEO들에게 상여금으로 지급했다. 마켓메이커는 매입한 회사채를 보유하거나 연금펀드,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화폐기금 및 대기업이나 외 국기관 등 채권 투자자들에게 되팔기도 했다.
-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대폭 증가하면서 펀드 매니저들은 계좌에 유입 된 거액의 자금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돈은 투자하 지 않으면 아무 쓸모없는 유휴 자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 기업이 채권을 발행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펀드 매니저들이 한꺼번에 몰 려가 미친 듯이 채권을 매입했다. 그 결과 채권 가격은 수직 상승하고 수 익률은 수직 하락했다. 양적완화 횟수가 거듭될 때마다 유동성 과잉은 유 동성 범람으로 변질됐다. 이렇게 되자 펀드 매니저들은 마치 굶주린 늑대 처럼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괜찮아 보이는 채권을 앞다퉈 매입했다.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어 회사채 발행 규모는 해마다 10% 이상의 성장 률을 보였다. 기업이 채권 발행을 통해 얻은 염가 화폐는 금세 자사주 매 입 자금으로 탈바꿈했다.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강한 기대감 속에 S&P500지수의 상승폭은 16.7%에 달했다.

- 10년을 주기로 정크본드의 디폴트 비율을 관찰하면 정크본드의 본질 을 똑똑하게 알 수 있다. 분석 결과 BB급 정크본드의 디폴트 비율은 19%, B급의 디폴트 비율은 30% 이상, CCC/C급의 경우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정크본드는 장기간 보유하면 안 되는 상품이 다. 기관 투자자들이 정크본드에 투자할 때 단기 투자에 치중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수익을 얻은 즉시 팔아버리고 철수하는 것은 이 바닥 의 비밀 아닌 비밀이 돼버렸다. 일단 금리가 상승 추세로 돌아서면 정크 본드의 가격이 폭락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다.
전염병이 유행하면 노인과 아이들이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된다. 금융 위기가 발발하면 채무사슬의 가장 취약한 고리가 우선적으로 끊어진다. 채무사슬의 붕괴 징후는 금리 추세가 반전되면서부터 나타난다.
- 실물경제가 침체돼 회복이 부진한 환경에서 모든 경제체는 현금흐름 성장이 완만한 '노령화 자산'과 같다. 주요 국가들이 동시에 양적완화 정 책을 펼치자 넘쳐나는 자금은 제한된 규모의 자산을 빼앗기에 혈안이 됐 다. 그 결과 현금흐름은 근본적인 개선을 가져오지 못하고 자산 가격만 고평가되는 심각한 상황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저수익, 저리스크의 이런 현상을 듣기 좋게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이라고 칭하고 있다. 뉴 노멀 시대에 중앙은행이 무너지지 않고 양적완화 정책을 꾸준히 지 속하면 시장에는 더 이상 리스크가 존재하지 않는다. 언뜻 보면 '영구적 인 경제기관'을 발명한 듯하다. 조폐기만 꾸준히 돌리면 자산 가격이 무 한대로 상승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양적완화'-'자산 가치의 무한대 상 승' '영구적인 경제기관의 발상은 논리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가령 미국 채권시장이 완전히 폐쇄된 상태에서 중앙은행 이 끊임없이 돈을 찍어내 채권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강제로 시장에 유동 성을 공급한다면 궁극적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즉 Fed가 채권시장 에 있는 38조 달러 규모의 채권을 전부 매입해버려 채권시장에 동등한 액수의 유동성이 범람하고 Fed의 대차대조표도 동등한 규모로 증가하는 '이상적인' 상태가 된다면 채권과 펀드 매니저들은 어떻게 될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모두 굶어죽고 만다. 시장에 현금흐름을 발생시킬 자산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아 채권시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요컨대 양적완화 책은 이론적으로 한계가 존재한다. 중앙은행이 무한대로 채권을 매입할 수 없기 때문에 자산 가치가 영원히 상승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고, '영구 적인 경제기관'은 더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이 이치를 알기에 Fed는 2013년 5월부터 QE를 종료할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자산 가격이 더 이상 상승하지 않자 수익률도 최저 한계점에 이르렀다. 모두가 자산 가격이 고공 행진하다가 특정 수위에 딱 머물러 하락하 지 않기를 바랐으나 현실은 무정했다. 자산 가격은 분사 추진식 제트기 비유할 수 있다. 제트기는 연료가 소진되면 땅으로 추락하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산 가격도 자금의 뒷받침이 없으면 수직 하락하고 동시에 수익률은 하늘로 치솟는다. 문제는 자산 가격이 수직 하락할 때 중앙은행 이 투자자들에게 '낙하산'을 마련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일반인이 국채를 매입하면 만기일까지 기다리거나 중도에 매각하는 것 외에 다른 거래 방법이 없다. 이와 달리 금융기관은 보유하고 있는 '죽은 국채'를 '산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환매조건부채권 매매 (Repo, Repurchase Agreement)의 매력이다.
금융기관은 여윳돈이 있는 사람에게 국채를 저당 잡히고 돈을 빌릴 수 있다. 돈을 빌리면서 일정 기간 이후에 더 높은 가격으로 국채를 재매입 하기로 약속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차액을 바로 'RP 금리'라고 한다. 투자 자는 이 차익을 노리고 돈을 빌려주며, 수요자가 투자자에게 담보로 제공 하는 증서가 바로 환매조건부채권(이하 환매채)이다. 국채는 국가 신용을 담보로 발행한 채권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쉽게 현금화할 수 있다. 또한 상환 기간이 길지 않아 짧게는 하루, 길어야 수십 일에 불과하다. 여유 자금이 많은 금융기관과 개인의 경우 은행의 정기 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롭지 못해 불편하고 당좌예금은 금리가 너무 낮아 매력적이지 못하다. 이때 유연한 자금 회전과 비교적 높은 수익 및 안전한 투자,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것이 바로 RP 시장이다.
환매채 매매는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 집에 있는 골동품을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리는 것과 같다. 환매채 매매에서 담보로 사용되는 국채가 '골동품'에 해당한다. 전당포 점원은 흔히 저당 잡힌 물건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 환매채 매매에서는 이 를 '헤어컷'이라고 부른다. 전당포에 물건을 저당 잡힐 때 저당 기간이 있는 것처럼 환매채 매매에는 환매 기간이 적용된다. 이 기간에 돈을 빌릴 때 부과하는 금리가 바로 RP 금리이 다. 만기일이 지나도록 저당물을 되찾아가지 않으면 전당포 주인은 저당물을 팔거나 본인이 소유하는 등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 환매채 매매 역시 똑같다. 차입자가 계약을 위반한 경우 계약 담보물인 국채는 대출자의 소유가 된다.
환매채 매매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고 운용 방법도 복잡하지 않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서는 환매채 매매의 중요성이 크게 각광받지 못하고 있다. 환매채 매매는 현대 금융시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융자 채널 이자 가장 결정적인 유동성 공급 수단, 가장 중요한 화폐 창조 센터의 역 할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반적인 금융 시스템을 움직이는 엔진 역할을 하지만 금융업계 종사자를 제외하고는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 1급 마켓메이커들은 환매채 발행을 통해 얻은 자금을 들고 다시 RP 시 장에 쳐들어간다. 이번에는 대출자 신분으로 역환매조건부채권(Reverse Repo, 역RP)을 거래하기 위해서이다. 즉 앞서 RP 시장에서 환매채 매매에 담보로 제공했던 것과 똑같은 종류의 국채를 똑같은 규모로 빌리는 것이 다. 언뜻 보면 쓸 데 없는 짓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국채를 담보로 돈을 빌리고, 그 돈으로 다시 국채를 빌리니 괜한 법석을 떠는 것이 아니고 무 엇인가. 그러나 1급 마켓메이커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속셈은 따로 있다. 사실 수천억 달러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금 리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가끔 금리가 급변할 때에는 더욱 위험하 다. 금리가 변하면 채권 가격도 따라서 변하는데 거액의 채권 재고를 회전시키려면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 금리가 변하기 전에 채권 재고를 제때 처분하지 못할 경우 차익 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은 몽땅 물거품이 되고 심지어 본전까지 잃을 수도 있다. 그런데 국채를 담보로 돈을 빌리고 그 돈으로 다시 국채를 빌리면 전자의 이자 비용과 후자의 이자 소득이 서로 상쇄된다. 만약 금리가 갑자기 상승하면 먼저 담보로 제공한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약정한 상환 가격은 시장가격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손해를 보 게 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상대방이 담보로 제공한 국채 가격이 똑같 이 하락하고 상대방의 상환 가격도 시장가격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이거 래에서는 수익을 얻는다. 이렇게 손익을 서로 상쇄하면서 금리 상승에 따 른 리스크 위험을 완벽하게 피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일컬어 대차대조표 의 '균형장부(Matched Books)'라고 한다. 이런 방법으로 금리 위험을 배제 하고 나서 안심하고 채권 도소매 차익을 챙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오늘날의 금융 환경에서 보면 은행은 전통적인 예금 화폐 창조 능력을 크게 상실했다. 대신 그림자금융을 통해 그림자통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개발됐다. 대출을 통해 예금(부채)을 창조하던 방식은 이미 한 물가고 지금은 담보물을 이용해 환매채(부채)를 창조하는 시대가 도래했 다. RP 시장이야말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폐 창조 중심지가 되었다.
화폐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은 화폐 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화폐금융학 이론은 여전히 1980년대 수준 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고루하고 낙후한 지식으로 새로운 화폐 창조 원 리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많은 사람들이 화폐, 물가, 환율, 금리 및 금융시장에 대해 분석할 때 심각한 오류가 발생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부분지급준비제도를 모르는 사람은 20세기 금융의 본질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RP 시장의 신용화폐 창조 원리를 이해하지 못 하면 21세기 금융시장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없다.

- 100달러짜리 국채는 본래 헤지펀드의 자산이다. 펀드 매니저는 이자 산을 RP 시장의 1급 거래상인 골드만삭스에 융자 담보물로 제공한다. 그 러면 골드만삭스는 이 자산에 대해 '재담보 설정'을 요구할 수 있다. 즉 헤지펀드의 국채가 담보로 잡혀 있는 기간에 이 자산을 다른 사람에게 재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말이다. 물론 헤지펀드는 골드만삭 스의 요구를 거절할 권리가 있다. 이 낌새를 눈치 챈 골드만삭스는 'RP 금 리'를 높이겠다고 선언한다. RP 금리가 상승하면 헤지펀드의 융자 비용 도 증가하게 된다. 헤지펀드 매니저는 속으로 주판알을 튕긴다. '골드만 삭스가 어떤 기업인가? 금융시장의 큰손 아닌가? 국채 자산을 골드만삭 스에 맡기면 절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파산하지 않는 한 국채 자산을 재담보로 사용해도 큰 위험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더 낮은 금리에 자금을 빌릴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닌가?'. 이에 헤 지펀드 매니저는 골드만삭스의 요구를 수락한다.
골드만삭스는 이 국채를 지불 수단으로 삼아 크레딧스위스(Credit Suisse)와 파생상품을 거래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원래 헤지펀드 대차 대조표 상의 'RP 부채가 이제는 골드만삭스의 자산이 되었다는 사실이 다. 이를 전통 은행 업무에 비유하면 헤지펀드가 골드만삭스에게 '예금 계좌'를 개설해준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로써 골드만삭스는 크레딧스위 스에 수표 결제가 가능해졌다. 골드만삭스가 크레딧스위스에 '수표'를 '지불하는 것은 헤지펀드의 국채 자산을 크래딧스위스에 이전하라고 명 령한 것과 같다. 이는 전통 은행 시스템에서 은행 수표 발행이 곧 준비금 이전을 의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크레딧스위스도 같은 방법으로 이 국채 자산을 다른 MMF펀드에 '지불하고 현금을 얻는다. MMF펀드는 국채 자산을 처분하지 않고 잠시 보유하는데, 이는 나중에 다시 언급하 겠다.
반복적으로 '재담보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할인율이 하락함에 따라 화폐 창조 에너지는 점점 줄어든다. 이 같은 방식의 재담보 화폐담보 횟수, 다시 말해 담보 사슬의 길이는 화폐 승수에 상당하며, 담보자산의 할인율(Haircut)은 준비율과 같다.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은 '부분지급준비제도'를 통해 화폐를 창조하나 그림자금융은 '부분 담보자산'을 이용해 그림자통화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RP 부채는 돈이 맞을까? 이 문제의 답안은 대답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가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면 아 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RP 부채로 물건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 융시장의 기관투자자들은 돈이 맞는다고 할 것이다. 이들은 RP 부채를 이용해 필요한 금융자산을 마음대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RP 부채의 담 보자산은 국채이다. 국채는 거의 현금과 다름없어서 '유사 현금'으로도 불린다. RP 부채는 바로 유사 현금의 인수증이다.
미국 속담에 "겉모습이나 울음소리, 걸음걸이가 오리와 같다면 그 동 물은 오리이다”라는 말이 있다. RP 부채는 은행의 예금 부채와 거의 똑같 은 기능을 갖는다. 양자의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은행의 예금 부채, 즉 은 행 화폐는 모든 경제 분야에서 상품과 용역 결제 수단으로 사용이 가능한 반면, RP 부채 즉 그림자통화는 금융시장에서 금융자산 매매에만 전문적 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 '자산 스와프' 거래는 환매채 거래와 유사하기 때문에 국채를 담보물 로 제공한 뒤에도 국채 자산은 여전히 연금기금의 대차대조표에 남게 된 다. 따라서 표면상으로는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게다 가 만기일이 짧고 리스크가 적으면서도 수익률이 높았다. 대외적으로 문 제가 없고 대내적으로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돈벌이 가 어디에 있겠는가. 펀드 수익률이 목표치에 도달하면 배당금과 상여금 까지 두둑이 챙길 수 있었다. 정크본드를 며칠만 가지고 있으면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기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며칠 사이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도 아닌데 말이다.
일련의 담보물 스와프 거래가 끝난 뒤 헤지펀드 매니저는 신바람이 나 서 JP모건 체이스를 찾아가 대출을 받고, 연금기금 매니저는 편안하게 앉 아 초과 수익을 얻으며, 거래업자는 입이 귀에 걸린 채 집으로 돌아가 돈 을 센다.
그렇다면 정크본드는 대체 누구의 손에 있는 것일까? 이 문제는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헤지펀드 매니저는 정크본드로 국채를 교환한 다음 이 국채를 담보로 JP모건 체이스로부터 현금을 대출받았기 때문에 정크본드 가 그의 손에 없는 것은 확실하다. 거래업자는 중간상 역할을 했으므로 그 역시 정크본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또 법률적으로 따지자면 연금기금 의 대차대조표에는 국채 자산만 기입돼 있고 정크본드는 없다.
한마디로 정크본드는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금융 마술=법률의 맹점+ 회계 혁명'이라는 월스트리트의 환상적인 금융 마술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고위험 채권인 정크본드는 오늘날의 금융시장에서 독성쓰레기 자산이 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련의 '환상적인 표류' 과정을 거친 정크본드는 금융시장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헤지펀드의 회계장부에서 연금기금 금 고로 이전되었을 뿐이다. 법적 해석이 어떻든 간에 실제 리스크는 이미 연금기금 쪽으로 옮겨간 것만은 확실하다.
정크본드 가격에 문제만 생기지 않는다면 이 게임은 끝도 없이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금리가 급등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가 령 정크본드 가격이 30% 하락한다면 연금기금 매니저는 즉시 거래업자 를 찾아가 "당장 내 국채를 돌려주든지 아니면 담보물 가치의 50%에 상 당한 추가증거금을 납입하든지 택하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당신의 쓰레기를 처분하겠다”라면서 난리를 피울 것이다.
이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우려는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때 컴퓨터로 채권 시세를 보던 연금기금 매니저는 할 말을 잃은 채 식은땀만 흘리게 된다. 시장에 정크본드를 사는 사람은 없고 온통 파는 사람들로 득실거린다.

- 그림자금융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헤지펀드이다.
현재 미국의 헤지펀드 자산 규모는 약 2조 달러에 이른다. 헤지펀드는 RP 시장에서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그 돈으로 다시 채권을 사는' 방 법으로 꾸준히 자산 규모를 늘리고 있다. 헤지펀드는 또 전 세계 다양한 시장을 누비면서 차액 거래, 베팅, 공매도 및 공매수 등 다양한 게임을 즐 기는 게이머이기도 하다. 시세 변동이나 중대 사건 발생은 헤지펀드가 높 은 레버리지 수익을 창출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6조 달러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연금기금 역시 겉으로는 보수적 투 자에 주력할 것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금기금은 채권과 기타 저 위험 자산에만 투자할 것이라는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암암리에 '자산 스와프' 거래에 참여한다. 또 환매채 거래를 비롯한 기타 그림자금 융 업무에 간접적으로 손대기도 한다.
- 이밖에 수조 달러 규모의 자금을 보유한 보험회사와 ETF펀드 및 외국 국부펀드 역시 그림자금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주인공이다.
이처럼 은행은 아니지만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위의 몇몇 기관들 이 함께 그림자금융 시스템을 구성한다. 그림자금융 시스템은 대체적으 로 다음의 두 가지 사슬에 따라 업무를 전개한다. 첫 번째는 자산 증권화 사슬로서 주 업무는 은행을 도와 자산을 '진성 매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 는 환매채 거래 사슬로서 주 업무는 은행이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두 사슬은 나중에 하나로 연결된다. 자산 증권화의 최종 결과물은 MBS, ABS, CDO 등이다. 이 증권들은 RP 시장에서 융자 담보물로 사용 가능하며, 그림자금융의 본원통화 역할을 한다. 동시에 국채, 회사채 심지어 정크 본드와 함께 더 큰 규모의 그림자통화 창조 과정에 참 여한다.
달러화 환류 추세가 심화되는 와중에 전통 화폐와 그림자통화까지 가세하면서 미국 금융자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은행 수익률 역시 대폭 올랐다. 덕분에 '유사 은행'들도 떼돈을 벌 수 있었다.
진성 매각과 RP 담보 이 두 갈래 산업 사슬의 근본적인 목적은 은행 자 산을 가급적 빠르게 현금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산 보유 주기가 줄어들고 자금 회전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자산 품질의 악화 위험이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자산 가치 하락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한마디로 수 익 창출의 중점을 금융자산 거래 업무에 두는, 자산 자체를 경시하고 거 래만 중시하는 수익 모델인 것이다.

- 1934년에 제정된 '글라스 스티걸 법(Glass-Steagall Act)'은 1930년대 대 공황을 유발한 인간의 탐욕스러운 본성을 정확하게 조명한 결과물로 상업 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철저하게 분리시킨 것이 특징이었다. 이 법안 은 60여 년 동안 미국 금융 시스템을 안전하게 지켜줬다. 그러나 1999년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월스트리트 금융가들의 로비를 이기지 못하고 상 업은행, 투자은행, 보험회사 등 금융 업종 간 겸업을 허용하는 이른바 '금 융서비스 현대화법(Gramm-Leach-Bliley Act)'을 도입했다. 하지만 전 세계 가 '금융서비스 현대화 시대를 맞이한 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심각한 금융위기가 도래했다. 2008년 금융위기의 규모와 파괴력은 1930년대 대 공황에 못지않았다.

- 금융위기 발생 후 금융기관들의 자산 증권화와 RP 거래는 크게 위축 되었다. 그러나 Fed가 '자산 재팽창의 기적을 창조하기 위해 단기 금리 를 사실상 0%에 가깝게 만드는 정책, 강렬한 정책 기대 효과에 의존해 중 기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 양적완화 조치를 통해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 등 비상한 3단 콤보 정책을 선보인 덕에 금융시장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림자통화 창조 주역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과 회사채에서 국채와 패니메이, 프레디맥의 MBS로 바 뀐 것이다. 이로써 금융 리스크는 점차 국가신용(Sovereign credit) 쪽으로 빠르게 집중되는 추세에 있다.

- 처음에 독일 은행이 '피그스 채권'을 보유했다고 하자. 독일 은행은 이 채 권을 영국 거래업자에게 재담보로 제공한다. 채권은 영국 거래업자에 의 해 런던 시장에서 다시 수차례 재담보 설정에 사용된 후 미국에 있는 MF 글로벌이나 리먼 브라더스 자회사에 흘러든다. 이어 잇따른 '자산 스와 프' 거래를 통해 헤지펀드에 넘겨진 뒤 최종적으로 미국 연금계좌에 자리 를 잡는다.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미국의 퇴직 노인들이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발행한 정크본드 역시 헤지펀드나 1급 거 래업자의 해외 지점을 통해 런던에 유입되거나 다시 홍콩의 금융기관에 재담보로 설정되다가 나중에 중국 의 QDII펀드에게 공급될 수 있다. 이로써 중국 서민 가계의 대차대조표에 잠복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 RP 담보 사슬은 마치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날수록 반발력이 더 커지 고 끊어질 위험도 더 높다. 이 '고무줄'의 첫 머리는 중앙은행이 쥐고 있 고, 고무줄 끝에는 수십억 가구의 재산이 걸려 있다. 안타깝게도 금융시 장의 높은 레버리지 비율은 중앙은행에까지 '전염됐다. 독일 분데스방크 의 레버리지 비율은 2007년 이후 2배로 상승해 75 대 1에 달했다. 전 세 계 중앙은행의 평균 레버리지 비율 역시 153 대 1에 달해 사람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RP 담보 사슬의 고무줄이 끊어지면 금융기관의 파산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이 '구세주'로 나서야 한다. 그런데 만약 중앙은행마저 채무초과 상태라면 어떻게 될까? 위기에 빠진 은행 시스템을 구제하려면 전 국민의 재산에 의존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 그림자금융이 진짜로 위험한 이유는 화폐 창조 기능 때문이다. 그림자 금융의 핵심은 RP 시장에 있다. RP 시장의 존재로 말미암아 1달러짜리 채권이 1달러짜리 '유사 현금'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때 유효 통화 공급량은 배로 증가한다. 여기에 재담보 기능까지 추가되면 통화 공 급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RP 시장의 중요 성은 그림자금융의 다른 모든 문제점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RP 시장의 화폐 창조 기능은 수많은 금융기관에 의해 악용됐다. 금융 기관들은 재고로 남아 있는 채권 자산을 이용해 현금을 얻고 이 현금으로 다시 채권 재고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자산 규모를 끊임없이 늘리는 한편, RP 이자비용과 채권 이자 소득 사이의 차액까지 손쉽게 챙겼다. RP 금리 가 비교적 낮은 상황에서는 이 같은 자금 회전 방식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RP 시장을 이용한 수익 모델은 부동산이나 주식시장, 산업 부문에 투자할 때보다 더 안전하고 유연하며 매력적이었다.
중국 금융시장에도 헤지펀드의 높은 레버리지를 이용한 월스트리트식 수익 창출 모델이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원리도 거의 똑같다. 다른 점이 라면 중국 금융기관은 리스크 헤지를 거의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치 헤징'이 불가능한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RP 시장의 융 자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된다. 6월 돈가뭄 사태 발생 후 중국 금융기관들이 눈 빠지게 중앙은행의 구제금융 만 기다린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이때 중앙은행이 만약 유동성 공급을 거절한다면 금융 시스템 위기(Systemic financial crisis)가 발생하는 것은 자 명한 사실이다.

- 금을 화폐의 기준이라고 한다면 은행의 화폐 창조 능력은 금의 증가량 과 매칭돼야 하며, 금의 증가량은 산업 성장에 정비례한다. 그런데 가령 특정 산업 부문의 성장 속도가 금의 증가 속도를 훨씬 초과해 이 산업 부 문의 상품과 서비스의 거래를 충족시키기에 금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 까? 두말할 것 없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떨어진다. 혹시 이 때문에 디플 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경제에 큰 피해를 주 지는 않는다. 요컨대 금은 상품을 교환할 때 가격 비교 역할을 하는 '계산 기'와 같다. 계산기 크기는 계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상품 과 상품 사이의 가격 관계는 금의 수량과 무관하다. 한마디로 화폐 공급 이 안정적일 때에 화폐는 경제에 대해 '중성(性)적인' 영향을 끼친다. 세계 경제 발전사를 보면 실제로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영국은 1664년에 물가통계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의 물가지수를 100이라고 설 정한다면 250년이 지난 1914년에 물가지수는 91로 하락했다. 금본위제 도 아래에서 영국 물가는 장기적으로 하락세를 유지했으나 이는 영국의 산업혁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산업혁명에 힘입어 생산성은 농업 시대 때보다 수천, 수만 배 향상됐다. 가히 천지개벽의 변화라고 할 수 있 었다. 또 제품 종류와 생산량은 농업시대 기준으로 측정 불가능할 정도로 늘어났다. 사실 경제성장의 본질은 생산성 향상과 생산원가 하락에 있다. 마찬가지로 각종 상품 가격의 하락 현상은 생산력이 상승했다는 증거라 고 할 수 있다.
이 현상은 인터넷과 디지털 시대인 오늘날 더욱 명확해진다. 대표적인 예로 컴퓨터와 휴대폰의 가격 하락을 들 수 있다. 컴퓨터와 휴대폰 가격 이 끊임없이 하락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사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는가? 아니다. 더 자주 새 것으로 바꾸고 더 많이 산다. 이것이 바로 생산성 향 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산업은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해 침체되는 것이 아니라 더 빠르게 성장한다.

- 미국을 예로 들어보자. 1800년 미국의 물가지수를 100이라고 설정한 다면 1939년의 물가지수는 81로 하락했다. 즉 139년 동안 '디플레이션' 이 지속됐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이 기간 동안 미국 경제가 퇴보했 을까? 아니다. 미국은 변두리 식민지 국가에서 세계 최강대국으로 일약 탈바꿈했으며, 금본위제도 아래에서 경제 '기적'을 이뤄냈다. 서방 사상가 들이 금본위 시대를 일컬어 '자본주의의 황금시대'라고 한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화폐제도는 사회적 부의 분배에 대한 일종의 계약이다. 화폐가 안정되 면 천하가 태평해지고 화폐가 흔들리면 천하가 병든다.
사람들은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얻은 노동 성과를 은행에 맡기고 은행으로부터 '영수증'을 받는다. 또 퇴직 혹은 실직 후 예전과 비슷한 수 준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이 영수증으로 과거에 사회에 기여했던 것만 큼의 노동 성과를 교환한다. 그런데 영수증 가치가 대폭 하락한다면 노동 성과를 남에게 사기당하고 약탈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 사회를 구성하 는 구성원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화폐'라는 계약을 믿기 때문에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힘을 합쳐 더 많은 부를 창출한다. 그러나 화폐 가치가 하락할 경우 사회적 부의 불공평한 분배와 사회의 심층적인 불신이 초래된다. 더 나아가 사회적 분업 체제가 파괴되고 노동에 대한 적극성에 타격을 주며, 투기와 사기를 조장하고 성실과 신의의 원칙을 파 괴해 최종적으로 거래 비용의 상승을 초래한다.

- 영국은 1914년 금본위제에서 이탈함으로써 쇠퇴의 길을 걷는 운명이 정해졌다. 미국도 1971년 금본위제를 폐지하면서 '성실, 창조, 근면, 절 약'의 건국이념을 버리고 탐욕, 투기, 향락, 사치의 타락 기풍을 조장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앞으로 닥쳐올 더 심각한 경제위기와 사회위기의 서막에 불과하다. 안타까운 것은 달러화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통화 평 가절하 열풍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화폐 가치 하락이 그림 자금융과 그림자통화를 만들어냈다. 1971년 이전 약 300년 동안의 산업 화 시대에는 은행이 수익을 얻는 데 '은행의 그림자'가 필요하지 않았고, 사회도 '화폐의 그림자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림자통화 담보 사슬이 길어질수록 사슬에 내재한 장력도 함께 커지 면서 지금은 거의 끊어질 듯 위태한 지경에 이르렀다. 2013년 6월에 발생한 전 세계적인 돈가뭄 사태는 더 큰 금융 지진의 전조일 뿐이다.
금융 글로벌화 시대에 세계 각국은 자산담보 사슬에 의해 하나로 꽁꽁 묶여버렸다. 이는 향후 국부적인 위기가 필연적으로 글로벌 위기로 확산 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 RP 시장 게임의 주 종목은 병 10개에 뚜껑 3개를 끼워 파는 고난이도 게임이다. 만약 Fed가 매달 850억 달러씩 시장의 '병뚜껑'을 거둬들이면 1년 후 RP 시장에서는 1조 달러의 담보자산이 사라지게 된다. 미국의 삼 자간 환매채시장의 담보자산 규모가 2조 달러밖에 안 되는 만큼 이 속도 로 병뚜껑이 사라진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병뚜껑이 꾸준히 감소하면 서 RP 시장의 게임 기술도 '병 10개에 뚜껑 1개', 심지어 '병 20개에 뚜껑 1개'로 점점 까다로워졌다. 기술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손실 위험은 훨씬 더 커진다.

- BIS를 통제하는 극소수 사람들이 곧 전 세계의 진정한 주 인이다. 이들은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 않은 데다 그 어떤 규제 도 받지 않는다. 따라서 각국 정부 혹은 국민에 대해 그 어떤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극히 보기 드문 특별하고도 절대적인 권 력이다. 예측 가능한 장래에 이들의 권력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이는 또 금융 글로벌화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절대 권력을 가졌다고 해서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은 당연히 아니 다. 적어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책임을 진다. 절대 권력을 가진 이런 극 소수의 사람들이 지혜와 능력마저 뛰어나다면 이들의 관리 아래 생산성 이 향상되고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적어도 BIS의 지배자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란 쉽게 정의하면 시장 금리를 '왜곡시키기 위한 공개시장조작 방식의 일종이다. 채권 수익률 곡선을 '뒤틀기' 때문에 붙 여진 이름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채권 가격과 수익률이 시시각각 변화한다. 만기일이 서로 다른 채권의 일정 시점에서의 수익률을 나타내는 것이 곧 수익률 곡 선이다. 수익률 곡선은 1개월부터 30년까지 만기가 서로 다른 모든 채권 의 특정 시점에서의 수익률을 반영한다.
미국의 양적완화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조치는 장기 금리를 떨어뜨 리기 위해 중장기 채권 매입에 중점을 뒀다. 이른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는 Fed가 단기 국채를 팔고 장기 국채를 사들여 장기 금리 인하를 유도 하는 방식이다. 수익률 곡선을 보면 장기 금리가 하락하고 단기 금리가 상승해 모양이 뒤틀린 것처럼 보인다.

- 미국 국회에서 해마다 한 차례씩 불거지는 부채 한도 논쟁은 마치 곡 마단의 공연처럼 코믹하면서도 흥미롭다. 미국이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 하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적자 예산을 유지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두 가지 다 불가능하다. 미국의 부채 규모는 1990년대와는 차원이 다르 게 증가했다. 전통 부채와 그림자 부채를 합치면 무려 60조 달러로, 이미 GDP의 370%를 넘어섰다. 금리가 1%P 상승할 때 현금흐름 압력은 적어 도 6,000억 달러가 증가한다. 그런데 금리가 600bps 상승할 것으로 예상 되니 현금흐름에 적어도 3~4조 달러의 압력이 발생할 것이다. 이는 무려 미국 GDP의 20%를 차지하고 재정수입을 훨씬 초과하는 규모이다. 이쯤 되면 경기 회복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곧 닥칠 금융위기에 대비하는 일만 해도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초저금리 정책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아니 미국의 치명적인 핵심 이익에 꼭 부합한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미국이 금 가격 상승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이유는 금값이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금값이 상승하면 자금 코스 트에 대한 시장 평가가 변하고, 대출자들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손실을 보 충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올린다. 한마디로 금값은 금리 상승 기대에 직 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금리 상승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금값에 대한 평가도 변화시킨다.
물론 미국은 초저금리 기조가 영원히 유지되길 바란다. 초저금리 환경 에서는 자산 거품이 꺼지지 않고 무한대로 팽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 모든 투자자들이 부동산 가격의 영 원한 상승을 바란 것처럼 말이다. 그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온다. 따라서 Fed는 금리 급등이라는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QE를 종료해야 한다.
금리 급등이 한 단계 더 발전해 금리 '화산'으로 변하면 필연적으로 더 큰 위기를 유발하게 된다.

-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흉인 은행들은 연방정부로부터 수조 달러의 구 제금융을 지원받은 것도 모자라 뉴욕 정부로부터 매년 2억 3,600만 달러 의 이자소득까지 얻고 있다. 뉴욕시 정부가 금리 스와프의 속박에서 벗어 나려면 무려 14억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은행은 액수를 좀 낮 춰달라는 뉴욕시 정부의 간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향후 수년 동안의 현금 흐름 가치가 계약서에 명시돼 있어서 방법이 없다는 태도였다.
뉴욕시 정부는 채권을 위탁판매하기 위해 이미 은행에 수천만 달러의 비용을 지불한 데다 해마다 거액의 보상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돈이 모두 뉴욕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사실이다. 뉴욕 시 민들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월스트리트를 구제하기 위해 '양털 깎기' 를 당한 데 이어 또 다시 '양털을 깎이고 있다. 이번 '양털 깎기' 역시 패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다. 뉴욕 시민들이 왜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를 벌 였는지 이해가 되는가!
- 더 한심한 것은 월스트리트 은행들이 파산해도 뉴욕시 정부가 금리 스 와프 계약 해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금리 스와프 거래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제3자의 담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뉴욕시 정부의 과 실이 아닌 제3자의 과실로 인해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에도 뉴욕시 정부 는 여전히 은행에 지급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실례로 2008년 리먼 브라 더스가 파산했을 때 뉴욕교통국은 금리 스와프 계약 2건을 해지하기 위 해 은행에 940만 달러를 지불했다.
뉴욕주와 뉴욕시에서 월스트리트 은행들과 체결한 금리 스와프 계약 은 총 86건, 계약 금액은 106억 달러에 달한다. 교통 부문, 공공도서관, 수도관리국 산업발전국 등 다수의 정부기관이 금리 스와프 거래에 동참했다. 계약 기간은 평균 17년이며, 최장 2036년까지이다.
뉴욕시 인프라 정비에 사용돼야 할 정부 자금은 현재 월스트리트 은행 가들의 주머니로 흘러들고 있다. 양털은 결국 양의 몸에서 나는 법이다. 이 결과 1,800여 명이 실직하고 링컨 터널 통행료가 상승했다. 지하철 요 금이 상승하고 대중교통 차량은 감소했다. 행정 예산이 줄어들고 호텔에 서는 단수가 빈번히 일어났다. 뉴욕시 행정 서비스의 질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뉴욕시 정부가 금리 스와프의 올가미에 걸려 재정난을 겪는 것은 그나 마약과라고 볼 수 있다. 디트로이트는 이보다 더 엄청난 액운을 겪었다.

- 미노스의 계획은 대형 은행 신디케이트를 만들어 '유로달러채'와 유사 한 '유로달러 대출'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그는 대규모의 달러화 대출을 통해 대기업과 정부의 융자 수요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또 과감하게 혁신을 시도하는 투자은행들을 주요 라이벌로 생각했다. 그 는 로스차일드은행을 비롯한 일부 은행과 보험회사를 설득하고 잉글랜드 은행의 허락을 받은 후, 1969년부터 획기적인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 기 시작했다.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는 대출 기간을 늘리는 것이었다. 거액의 자금 이 필요한 수요자들은 대부분 상환 기간이 5년 이상인 대출을 원했다. 그 러나 당시 상업은행에는 5년 이상의 장기 예금이 없었고, 대출자의 수요 에 맞춰 장기 대출 상품을 개발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문제는 대출 규모를 늘리는 것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거액의 대출에 따르는 리스크를 혼자 부담하려는 은행은 없었다. 미노스가 은 행 신디케이트를 설립하려는 이유도 다 이 때문이었다. 그는 한 은행이 신디케이트의 관리를 책임지고 다른 은행이 구체적인 실무를 담당하면서 대내적으로 대출 조건을 통일하고 대외적으로 협력해 마케팅을 펼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미노스는 대출 기간이 너무 길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 신디 케이트 회원들에게 일정 기간마다 금리가 변경되는 단기 대출을 새로 제 안했다. 3개월 혹은 6개월에 한 번씩 금리를 조정하면서 단기 대출을 같 은 기간의 단기 예금에 연동시키는 방안이었다. 미노스는 구체적인 실행 방법도 제정했다. 신디케이트 회원 은행이 단기 대출 만기 2일 전에 연합 회에 현재의 융자 비용을 보고하면 8분의 1%P까지 정확하게 가중 평균 을 구한 다음 여기에 은행의 이윤 포인트(Profit point)를 합해 다음 단기 대 출금리를 산출하는 방법이었다.
이것이 Libor의 유래이다.
- Libor는 선천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우선 18개 은행의 호가는 자체 적인 '추산'에 의한 것이지, 상호 간 실제 거래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 다. 따라서 문제가 생길 경우 추궁할 만한 '증거'가 없다. 5대 금 거래업자 가 고객들의 상호 간 거래를 기준으로 금 가격을 산정하는 런던의 '금값 책정 체제'가 Libor 산출 메커니즘보다 더 합리적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Libor는 실제 시장 금리가 아니다. 18개 은행이 한자리에 모여서 만들어 낸 '상상' 금리일 뿐이다. 따라서 모든 참여 은행은 허위 금리를 제시할 만한 강렬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매일 발표되는 Libor는 이들 은행의 손 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심지어 치명적인 신용 의혹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Libor 산출 체제는 참여 은행들에게 금리 조작 동기 를 부여한 것은 물론이고 그럴만한 조건도 만들어줬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들의 금리 조작이 얼마나 더 광란적으로 팽창하느냐에 있다.
- 미국 정부는 초저금리 정책의 최대 수혜자이다. 미국은 거액의 재정적 자로 인해 국채의 융자 비용이 끊임없이 절하 압력을 받았다. 2008년 미 국의 국채 규모는 10조 달러로 국채의 평균 금리는 4.5%, 연방정부가 매 년 지불하는 국채 이자는 4,510억 달러였다. 2012년 미국의 국채 규모는 16조 달러로 증가했다. 그런데 이때 국채의 평균 이자율은 2.3%로 하락 해 연방정부의 국채 이자 지출이 3,600억 달러로 하락했다. 미국 채권시 장을 대표하는 국채 10년물 평균 수익률도 1.75%에 불과해 심지어 인플 레이션율보다 낮았다. 이 모든 것은 Fed의 금리 조작 덕분이었다.
가령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013년 9월의 2.75%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국채 평균 금리는 3.6%에 달해 연방정부의 국채 이자 지출도 6,000억 달러를 넘게 된다. 이는 미국 국방부 총예산과 맞먹는다. 만약 국 채의 평균 이자 비용이 2008년의 4.5% 수준으로 회귀한다면 이자 지출 은 7,650억 달러에 달하게 된다. 2012년 미국 세수 규모가 2조 4,500억 달러인데, 국채 이자에만 세수의 3분의 1을 지출해야 한다면 미국 채권자 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미국 정부의 채무 상환 능력을 의심하지 않 을 수 없다. 물론 미국은 돈을 찍어 빚을 갚을 수 있지만 남발되는 달러화 를 누가 계속 신뢰하겠는가?
미국 정부가 초저금리 정책의 확고부동한 지지자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미국 정부의 절박함, Fed의 자산 리플레이션에 대한 기대, 은행 시스템의 거액의 이윤을 향한 강렬한 욕망이 세 가지가 결합해 난공불락의 초저금리 기조를 형성했다. 이들은 서로를 이용하고 함께 행동하면서 상부상조한다. 이런 배경에서 금리 조작은 개별적인 행 위가 아닌 집단행동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우선 중앙은행이 금리 추세 에 대해 '의도한 방향으로 움직이게끔 개입하고' '정책적으로 압박하면', 이어 은행들이 시장에 개입하고' '거래를 제한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정 부가 지역 분쟁, 전쟁 위기, 테러 등 다양한 사건들을 끊임없이 유발해 사 람들에게 '극도로 불안전한 세계에서 미국 국채만이 유일한 대피처'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Libor를 더욱 낮추면 국채 융자 비용 절감, 국채 가격 인상 및 자산 리 플레이션에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이들의 행위가 대중의 분노를 불러일으 킬 정도로 너무 노골적이라는 점이 문제이다.

- 치안이 좋은 도시에서는 집집마다 육중한 방범용 창이나 문을 설치할 필 요가 없다. 이 이치를 모르는 도시 관리자들이 만약 근본적으로 빈곤 상 태를 개선하려 하지 않고 방법에 중점을 둬 범죄의 온상을 뿌리 뽑으려 한다면 아무리 비싼 방범 시스템으로도 창궐하는 도둑을 막을 수 없다. 시장 금리 변동의 역사는 적어도 5000년이 넘는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시대부터 금리 리스크는 문명의 진화와 함께 존재해왔다. 이는 현대 역사 에만 존재하는 고유한 문제가 아니다. 산업혁명 시대, 증기기관 시대 및 달 착륙 시대에도 금리 리스크는 존재했다. 다만 '유로 달러'가 나타나기 전까지 사람들은 금리 변동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화폐 가치가 안정된 덕분에 금리 변동이 금융시장에서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 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금본위제를 폐지하면서부터 화폐 가치의 안정성은 깨져버렸다. 달러화의 과잉 발행으로 말미암아 전 세계 화폐가 불안정해졌 다. 금리가 심하게 요동치고 환율도 기복이 심해졌다. 금융시장은 마치 치안이 나쁜 도시처럼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투자자들은 너도 나도 리스크 헤지에 매진했다. 이는 금리 스와프, 통화 스와프, 신용부도 스와프 및 자산증권화 등의 파생상품이 빠르게 생겨나고 확장할 수 있었 던 근본 요인이었다. 요컨대 파생금융시장의 기형적인 팽창은 경기 회복 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화폐 혼란의 결과물이었다.
리스크 헤지는 보험과 같다. 세상이 점점 뒤숭숭해지니 보험이 더 필 요해지는 것이다. 요즘 세상을 보면 태평성대이기는커녕 말세가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리스크 헤지를 하려면 비용이 든다.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리스크 헤지를 할 경우 사회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집집마다 방범용 창이나 문을 설치한다고 해서 치안이 좋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것을 파 는 장사꾼만 좋은 일을 시켜주게 된다. 도시의 주민들은 안전하고 안정된 생활을 갈망하지만 방범용 창이나 문을 파는 장사꾼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치안이 더 나빠지기를 바란다.
실물경제 기반의 대국에서는 파생상품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산업 부 문이 지출하는 보험 원가가 상승한다. 이 비용은 실물경제 성장에 하등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성실하게 본분을 지키는 사람들만 착취를 당한다. 이 토록 험악하고 열악한 생존 환경에서는 선량한 사람도 간악하게 변하고 근면한 사람도 교활해지게 마련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리스크 헤지로 인해 금융 리스크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파괴력이 큰 금융 재앙이 초래된다는 사실이다.

- 저장성 원저우(溫州)의 부동산 투기꾼 부대가 한때 중국의 각도 시를 휩쓸면서 부동산 가격을 뒤흔든 적이 있었다. 월스트리트 부동산 투 기꾼도 이와 마찬가지로 2012년 초부터 미국 동서 해안과 중부 지역을 휩쓸며 부동산 가격의 대폭 상승을 이끌었다. 이들이 가는 곳마다 압류주 택 재고는 크게 감소했다. 소문이 퍼지면서 세계 각지의 핫머니까지 대량 유입되자 부동산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금융자본을 이용해 부동산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내려던 미국의 목적은 즉시 효과를 나타냈다.

- RBS 채권은 세계 최초로 주택 임대료를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월 스트리트의 수많은 자산 증권화 상품 중 최신 형태의 채권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채권을 만들어 내 일 발행한다"는 월스트리트의 이념에 꼭 부합했다.
이론상으로는 주택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 RBS 채권은 규모, 신용등급, 만기일과 리스크가 각기 다른 수천 만 건의 임대료 수입을 하나로 묶어 표준화된 채권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MBS (주택담보부 채권)와 성격이 같다. 차이점이라면 양자의 담보물 이 다른 것이다. MBS의 담보물은 월부금에 의한 현금흐름인 데 반해, RBS의 담보물은 임대료에 의한 현금흐름이다.
- MBS와 RBS는 모두 주택을 담보물로 하는 채권이다. 블랙스톤이 1차 로 발행한 RBS 채권 규모는 약 2억 4,000만~2억 7,500만 달러로 그다지 크지 않았다. 담보로 삼은 주택자산 가치는 약 3억~3억 5,000만 달러 였다. 담보로 제공된 임대주택은 1,500~1,700채로 한 채당 평균 17만 2,000달러의 현금흐름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주택 한 채당 월평균 임대료를 1,500달러라고 가정할 경우 약 10년 치 임대료 수입에 맞먹는 액수였다. 요컨대 RBS 채권이 기대 이상으로 잘 팔린다면 이는 블랙스톤이 보유 주택을 변칙적으로 매각한 것으로 리스크는 모두 채권 매입자에게 전가된다. 만약 채권이 디폴트에 빠진다면 어떻게 될까? 블랙 스톤은 담보로 제공한 주택을 투자자에게 기념품으로 넘겨주고 유유히 떠나버리면 그만이다. 이미 챙길 돈을 다 챙겼으니까.
- 미국 부동산시장은 2012년 3월부터 반등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부동 산시장의 진정한 회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부동산시장은 매수자 시장이 아니라 투기꾼 위주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의 반등이 일반 서 민들에게는 별로 득이 되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최대 수혜자는 주지하다시피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이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후 중산층은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을 구제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중산층의 집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강제로 인비테이션 홈스에 입 성하도록 만들어 중산층의 고혈을 더 짜냈다. 이로써 중산층은 삼중의 피 해와 고통을 겪어야 했다.

- 본질만 따지면 은행은 사회 자산을 보관·관리하고, 사회에 화폐 서비 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취하는 서 비스 비용이 곧 은행의 정당한 수익이다. 이를테면 차입자가 은행에 지급 하는 대출 이자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화폐의 특수한 성격 때문에 은행 의 전통 업무는 많이 변질됐다. 은행은 화폐 서비스 독점 공급자로서의 특수한 지위를 이용해 다른 분야에서 점점 더 많은 수익을 얻고 있고, 최 종적으로 이를 합법화했다.
1930년대 대공황 이전에는 은행의 주식 투기가 허용돼 예금자의 돈이 높은 위험에 노출됐다. 주식 투기를 통해 번 돈은 모두 은행의 수익이 됐 지만 주식 투자로 돈을 잃고 은행이 문을 닫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예 금자에게 돌아갔다. 은행의 모험 행위는 예금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예금자의 돈을 유용하는 강도짓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예금자의 돈이 이런 불 필요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엄격히 구분하는 글라스 스티걸 법이 제정되었다. 예금보호제도를 도입한 목적 은 납세자의 보증을 받는 상업은행으로 하여금 고위험 투기의 유혹을 물 리치게 하기 위해서였다. 반면 투자은행은 여전히 위험한 투자를 할 수 있으나 유사시 국민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으려는 기대는 버려야 했다. 대영제국 시대에 은행은 모험의 대가가 상당히 컸다. 은행이 파산할 경우 은행가는 개인 재산을 털어 예금자에게 무한한 배상 책임을 져야 했 다. 19세기 중후반에 이르러 비로소 유한책임 형태의 은행이 성행하기 시 작했다. 하지만 엄격한 금본위제도 아래에서 은행은 감히 고위험 투자에 손을 대지 못했다. 예전의 영국 은행이 보수적인 전통을 간직했다면 미국 은행은 카우보이처럼 모험을 즐겼다.
- 1960년대부터 달러화 공급량이 대폭 증가하면서 금융기관의 '돈으로 돈을 벌려는 욕망도 점점 더 강렬해졌다. 탐욕은 모든 장애물을 밀어 던 지고 급기야 사람들의 이성마저 빼앗았다. 1970년대에 금본위제가 폐지 되고, 80년대에는 금융 자유화가 추진된 데 이어 90년대 말에는 글라스 스티걸 법마저 폐지됐다.
21세기에 이르러 금전만능주의가 팽배하면서 다양한 규제와 국경을 초월해 오직 이익만 좇는 광란의 시대가 열렸다. 18세기의 유럽, 19세기 의 영국, 20세기의 미국에서도 지금처럼 금전이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에 너지를 발산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끝이 없는 탐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고, 또 다음번의 더 큰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 돈을 향한 무분별한 탐욕을 어떻게 다스리 느냐는 것은 전 세계적인 난제가 되었다.

- 미국에 있는 JP모건의 예금이 어떻게 런던으로 '날아갔을까? 또 CIO는 어떻게 이 돈을 투자금으로 굴릴 수 있었을까?
추측컨대 환매채 재담보 방식으로 자금을 런던으로 '이전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JP모건은 Fed 계좌에 수천억 달러의 초과지급준비금을 예치해두고 있 었다. 그런데 JP모건이 Fed로부터 0.25%의 쥐꼬리만 한 이자 수입을 얻 기 위해 이 자금을 대출로 내보내지 않고 그냥 '방치해 리 없었다. 이 는 고수익을 좇는 은행의 특성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들은 환매채시 장을 통해 자금을 이전하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했을 것이다.
JP모건은 환매채시장에서 초과지급준비금 계좌의 '유휴 자금'으로 국 채를 수취해 담보물로 삼을 수 있었다. 이것이 이른바 '역환매 조작'이다.
- 회계 기준에 따르면 이 경우에도 유휴 자금은 여전히 JP모건의 대차대조 표에 남아 있게 된다. JP모건은 삼자 간 RP 시장의 양대 청산은행 중 하나 이기 때문에 담보물을 재담보 설정할 수 있다. 이를테면 국채 자산을 런 던의 CIO 부서에 재담보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런던 금융시장에서 는 재담보 횟수를 제한하지 않는다. 따라서 CIO는 이 국채를 재담보로 제공하고 런던의 RP 시장에서 자금을 빌린 다음 이 자금으로 고위험 고 수익성의 IG9 시장에 투자했다. JP모건이 CIO 부서를 런던에 설립한 것 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이럴 경우 JP모건의 초과지급준비금 계좌에 있는 유휴 자금 액수는 한 푼도 줄지 않으므로 합법적으로 Fed로부터 0.25%의 이자까지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남은 것은 화폐의 '허울뿐이고, '영혼'은 벌써 RP 담보 사슬을 통해 런던으로 '날아간 지 오래였다.
- JP모건의 사례는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월스트리트의 다른 큰손들이라고 같은 방법으로 초과지급준비금을 이전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RP 시장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많은 학자들은 Fed 계좌에 미국 대형 은행의 초과지급준비금이 아직 2조 달러 이상 '방치돼 있어서 이 은행들의 재무 상황이 매우 좋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사실 거액의 자 금은 벌써 바다 건너 고수익성 도박장에서 투기에 사용되고 있는데도 말 이다.
이 자금은 당연히 예금자의 돈이다. 이 돈으로 위험한 베팅을 해서 돈 을 따면 열매는 JP모건을 비롯한 은행의 주머니에 들어간다. 반면 투자 실패로 파산이라도 하면 불쌍한 납세자만 피해를 입는다.

- 모든 기술 혁명과 사회 혁명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진정한 혁명은 발생 초기에 아무도 그것이 혁명이란 사실을 모른다. 반면 처음부터 혁명 이라고 떠들썩하게 거론되는 것은 결국 나중에 흐지부지되면서 사라져버 린다. 1990년대부터 혁명이라는 단어는 월스트리트에서 남용돼 왔다. '전 기자동차 혁명', '풍력에너지 혁명', '태양광 혁명', '에탄올연료 혁명'에 이 어 '셰일가스 혁명'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진정한 의미의 혁명은 없 었다. 모두 금융권에서 돈을 끌어 모으기 위해 억지로 가져다 붙인 타이 틀에 불과하다. 물론 기술적 방향이 틀리거나 기술 자체가 나쁜 것은 아 니다. 단지 자본시장의 지나친 탐욕에 의해 과대평가된 것이 문제라면 문 제인 것이다.
굳이 혁명이라는 거창한 타이틀까지 붙여가면서 과대평가하는 이유는 소수의 사람이 다수의 부를 빼앗기 위해서이다. 월스트리트 이익집단의 목적이 재물이라면 석유, 군수산업이라는 특수 이익집단은 재물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사람의 목숨까지 해친다. 이익집단이 국가의 정책과 법률 을 제멋대로 주무를 때 특정 집단의 탐욕은 제도적 탐욕으로 변질된다.

- 전쟁은 부의 재분배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전쟁은 참전국 정부로 하여금 부자 집단의 소득을 가난한 참전자에게 나 눠주도록 강요한다. 즉 정부는 강제적으로 대규모적인 이전지급을 할 수 밖에 없다. 90%의 가난한 집 자제들은 전시에 군인에게 지급하는 임금, 전후 제대 군인에게 지원하는 대학 등록금 및 군인 의료복지 등 전쟁을 계기로 금전적 지원과 보다 더 평등한 발전 기회를 제공받는다.
1940년대 초부터 상위 10% 부자 집단의 국민소득 점유율은 대폭 하 락했다. 1927년의 50%에서 1942년에 35%로 하락했고, 1942년부터 1982년까지 미국 90%의 중하층은 국민소득의 약 67%를 차지했다. 상위 10%의 부자들이 국민소득의 33%밖에 차지하지 못한 이 시기가 바로 미 국 경제가 최고의 안정과 호황을 누렸던 '40년 황금시대'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부의 분배 메커니즘은 부자 집단의 불만을 샀다. 특 히 미국 인구의 0.1%를 차지하는 최상위 부자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 다. 1927년에 국민소득의 10%까지 점유했던 이들이 1975년에 이르러 국부의 2.6%밖에 차지하지 못하자, 급기야 부자 집단의 불만은 분노로 이어졌다.
1970년대에 록펠러 가문을 주축으로 한 미국의 지배집단은 사회적 부 의 분배 메커니즘을 철저히 바꾸기로 결심했다. 대공황 이후로 서서히 수 립된 복지국가 제도를 전복하고, 부자의 자산 확장을 방해하는 각종 걸림 돌을 제거함으로써 예전처럼 소수의 부자 쪽으로 부가 집중되는 분배 구 조를 만들기 위해 앞장섰다.

- 1973년, 존 록펠러는 《제2의 미국혁명(The Second American Revolution)》 이라는 책을 통해 부의 재분배 혁명의 서막을 열었다. 록펠러는 개혁을 통해 정부 권력의 분권화를 실현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기능과 책임을 최 대한 개인에게 이전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일련의 경제 사 례를 인용해 정부의 금융, 상업 관리는 하등 필요가 없다는 사실, 사회복 지에 대한 지원은 국가 재화의 낭비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자본이 그 어떤 제한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상응한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이 국가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역설했다. 록펠러의 <제2의 미국혁명》은 부자들의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욕망에 불을 지폈다. 부자들의 사회적 부의 재분배에 대한 갈망은 미국 전역에서 신자유주의 바람을 일으켰다. 부자들이 방향을 제시하면 문인들이 떼를 지어 여론을 조성했다. 사상계, 학술계, 언론계 인사들까지 가담해 그야말로 폭발적인 정부 비판 운동을 벌였다. '저효율, 무능, 낭비, 적자, 인플레 이션' 등 온갖 꼬리표를 붙여 정부를 한 푼의 가치도 없는 기관으로 매도 했다. 상위 10% 부자들은 1970년대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불만을 가지 고 있던 중하층을 교묘하게 이용해 금융 부문과 다국적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까지 제거하고자 시도했다.
툭 까놓고 말해서 정부의 사회적 부의 재분배와 공공복지에 대한 지원 은 부자들이 국부를 자유로이 지배하는 데 있어서 큰 걸림돌이었다. 부자 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약육강식의 원시 생태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정부는 부자들이 빈곤층의 부를 갈취하는 것을 제약할 수 없을뿐더러 가 난뱅이들이 반항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의무까지 감당해야 했다.
- 부자 집단은 1976년부터 '제2의 혁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록펠러 의 금전적 지원 아래 엘리트들이 설립한 '삼각위원회(Trilateral Commission)' 는 거의 무명이나 다름없는 지미 카터 조지아주 주지사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지미 카터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삼각위원회의 핵심 멤버 26명 은 대통령 측근으로 포진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카터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었다. 카터 대통령 집권 이후부터 금융 규제도 서서히 완화 되기 시작했다. 이후 레이건 대통령은 탈규제와 사유화에 중점을 둔 정책 을 밀어붙였고, 조지 H. W. 부시 행정부도 레이건 정부의 정책을 이어받 아 더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도입한 '금융서비스 현대화법'은 금융 탈규제 정책의 완결판이었다. 이 법안으로 인해 정부는 금융업의 핵심 지대에서 철저하게 밀려났다. 이후의 조지 W. 부시 대통 령은 한 술 더 떠 정부 권력을 울타리에 가둬넣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버 락 오바마 역시 부자 집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빈부 격차를 미국 건 국 이래 최고 수준으로 심화시켰다.
제도적 탐욕에 의해 모든 규제가 타파되기 시작했다.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정부 권력을 밀어내는 것은 기득권 그룹의 목표이다. 이들은 공공부문 사유화, 금융 부문 자유화, 다국적기업 독점화, 은행의 거대화 등 모 든 업종에서 '탈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부자들이 주도한 제2의 혁명의 타깃은 당연히 정부와 가난한 사람들 이다. 1978년부터 2008년까지 40년 사이에 부자의 국민소득 점유율은 점차 상승해 1927년 수준을 다시 회복했다. 상위 10% 부자들이 국민소 득의 50%를 석권했고, 상위 0.1%의 최상위 부자들은 국민소득의 10.4% 를 차지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의 재정적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국채 보 유고는 수직 상승했으며, 지방정부는 파산의 언저리에 이르렀다. 무엇보 다 90% 중하층의 실질 소득이 1970년 수준으로 퇴보했다.
역사는 놀랄 만큼 비슷한 패턴을 반복한다. 상위 10%의 부자들이 국 민소득의 50%를 차지하면서 부의 분열은 한계점을 돌파했다. 2009년에 는 드디어 1930년대의 대공황과 비슷한 규모의 경제위기가 발생했다. 그 리고 그때처럼 고용 회복이 어려워지고 양적완화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 해 2013년에 이르러 빈부 격차는 2007년 때보다 더 심해졌다. 부자들의 국민소득 점유율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다.

- 큰 잔치를 벌이려면 그럴듯한 메뉴가 있어야 한다. '자산 향연'의 메인 메뉴는 풍선처럼 점점 커지는 부채였다. 은행 장부상 대출은 자산으로 분 류된다. 국가 채무, 지방 채무, 회사채, 소비 대출, 모기지론, 학자금 대출,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대출 등 다양한 명목의 채무는 모두 부자들의 자 산이었다. 금리의 꾸준한 하락과 더불어 자산 가치는 끊임없이 상승했다. Fed가 제로 금리를 유지한 데다 QE에 의한 채권 매입 효과까지 더해져 사실상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지자 부자들의 자산 가치는 천정 부지로 치솟았다.
1976년은 부의 분배 불균형이 시작된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이 17세기 식민지 시대 때부터 1976년까지 350년 동안 축적한 총부채 규모는 5조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1976년 이후부터 불과 35년 사이에 미국의 부채는 10배 이상이나 증가했다. 35년 동안 축적한 부채가 350년 동안 축적한 부채의 10배였으니, 부채 성장률이 100배에 달한 것이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미국의 부채 규모는 서서히 증가한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늘어났다. 2008년과 2009년 2년 사이에만 5조 달러의 부채가 새로 증가했다. 이는 1976년까지 350년 동안 축적한 부채 규모에 맞먹는 액수였다.
부채는 현금흐름에 압력을 발생시키는 요인이다. 마찬가지로 거액의 정부 부채와 가계 부채는 국민소득에 큰 압력으로 작용한다. 부채가 급증 하면서 사회적 부의 흐름에도 변화가 생겼다. 부자 집단은 Fed를 등에 업 고 거리낌 없이 가난한 이들의 부를 탈취하기 시작했다.
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주식시장에도 충분한 자금이 흘러들었 다. 정부와 노조의 속박에서 벗어난 기업들은 직원 복지를 대폭 감축했 고, 글로벌화 전략을 통해 인건비를 한층 더 줄이고 관세 격차를 이용해 거대한 이익을 얻었다. 다양한 요인에 힘입어 기업 이윤은 놀랄 정도로 성장했다. 더불어 30년 동안 지속된 증시의 강세장 덕분에 주식 배당금까 지 꾸준히 받아 챙기면서 부자들의 지갑은 점점 더 두툼해졌다.

-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권력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유명한 연설 을 남겼다.
"수천만 년의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귀중한 것은 눈부신 과학기술 성과도, 대가의 유명한 저작도, 정치인의 거창한 연설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통치자를 길들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통치자를 우리 안에 가둬넣 은 것이다. 나는 지금 우리 안에서 당신들과 대화하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의 말처럼 미국은 정부 권력을 우리 안에 가둬넣었다. 다만 그 우리는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우리가 아니라 금전과 자본의 우 리라는 것이다.
이는 곧 국가가 자본을 통제하느냐 아니면 자본이 국가를 통제하느냐의 문제이다.
민주의 형태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민주의 실질이 더욱 중요하다. 국민이 국가의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우선 부의 합리적인 분배가 이뤄져 야 한다. 결과가 나쁘면 그 동안의 과정은 아무 의미도 없어진다.

- 《세계사(A Global History)》를 쓴 스타브리아노스(L. S. Stavrianos)는 다음 과 같이 개탄했다.
"티베리우스 그라쿠스와 가이우스 그라쿠스 형제는 용감하게 개혁을 단행했다. 두 사람은 경선으로 선출된 호민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온화 한 방식으로 토지 분배 제도를 개혁하려고 했다. 그러나 과두 세력의 거 센 반발에 부딪혔고, 반대파들은 심지어 폭력적 수단도 서슴지 않았다. 그라쿠스 형제의 비극으로부터 온화하고 질서 있는 개혁은 절대 성 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로마 공화정은 민주정치를 수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렸다.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 실패는 로마 공화정의 멸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 었다. 이때부터 약 100년 동안 유혈 사태, 혁명, 대규모 내전이 빈발하면 서 로마 공화정은 최종적으로 제정(帝)으로 이행됐다.
지배집단의 탐욕은 로마 공화정의 와해를 부른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했다.

- 화폐경제 시대에는 화폐를 지배하는 사람이 시장을 지배한다. 북송의 문인과 관리들은 “군량을 사는데 50만 관밖에 들지 않았는데도 동남 지 역의 세수입 360만 관이 상인의 주머니에 들어갔다"고 개탄했다. 이는 즉 상인과 은행가들이 50만 관의 원가로 국가 세수 360만관을 약탈했다는 얘기이다. 로마 공화정 시대에 징세 대행업자들이 정부의 징세 업무를 하 도급 맡아 국가 세수를 착복하고 국민을 착취한 것과 본질적으로 똑같은 것이었다. 북송 왕조의 문인 정부와 로마 공화정의 귀족정권은 돈에 관해 서는 상인과 은행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심지어 이들은 상인 및 은행 가들과 한통속이 돼 공공재산을 횡령하기도 했다.

-교자가 크게 환영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관청에 충분한 준비금이 비치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교자 가격이 하락하면 철전을 풀어 시중의 과 잉 유동성을 흡수하고, 반대로 교자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즉시 교자 발행량을 늘려 가격 상승세를 억제했다. 이는 금본위 시대에 잉글랜드은 행이 금 매매를 통해 파운드화 가치를 조절한 것과 똑같은 원리라고 보면 된다. 익주 교자무는 사실상 철전 유통 지역에서 '중앙은행' 역할을 했다. 1023년부터 1077년까지 54년 동안 관영 교자의 가치는 일관되게 안 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가끔 사람들이 교자만 요구하고 철전 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1짜리 지폐를 사기 위해 철전 1관 100개를 지불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폐의 실제 가치가 액면가를 초과한 것이다. 대영제국이 전성기를 누릴 때의 파운드화, 2차 세계대전 종식 후의 미국에서 달러화 등이 발행 담보물인 황금보다 더 인기 있 었던 것과 같은 현상이다.
신용은 금보다 더 중요하다. 지폐가 신용을 잃지 않으려면 지폐 발행 자가 신용을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그러나 이는 개인에게 불가능한 일이고, 정부도 해낼 수 없는 일이다.

- 탐욕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것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지식은 축적이 가능하고, 생산은 진보가 가능하고, 과학기술은 발 명이 가능하고, 물질은 개선이 가능하고, 생활의 질은 향상이 가능하지만 인간의 탐욕스러운 본성은 영원히 진화하지 않는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이다.
북송 왕조와 로마 제국은 몰락의 원인, 과정, 결과까지 놀랄 정도로 비 슷했다.
역사가 놀랄 정도로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는 것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의 본성이 놀랄 만큼 똑같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북송 정권은 군사적 실패로 멸망한 것이 아니라 민심을 잃었기 때문에 멸망했다. 북송의 국력은 재정 위기에 의해 무너진 것이 아니라 탐욕에 의해 무너졌다.
탐욕이 성행하면 토지 겸병이 일어난다. 토지가 집중되면 세수 불균형 이 생긴다. 국고가 비면 화폐 가치가 하락한다. 또 백성의 재력이 고갈되 면 내란과 외환이 잇따른다.
화폐를 살피면 탐욕이 보이고, 겸병이 일어나면 우환이 닥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제약회사는 식품산업과도 손잡고 함께 돈벌이에 나섰다. 맥도날드, KFC 등에서 파는 고칼로리에 지방 함량이 높은 정크푸드는 대중의 건강 을 해친다. 코카콜라, 펩시콜라와 같은 탄산음료는 위를 상하게 하고 아를 썩게 만든다. 이밖에 유전자 조작 식품도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초 래한다. 이런 음식을 습관적으로 섭취해서 환자가 많아지면 이제는 제약 회사가 나선다. 이들은 특히 빨리 죽지도 않고 꾸준히 약을 써야 하는 고 지혈증, 고혈압, 고혈당과 같은 만성질환자를 좋아한다. 제약회사 입장에 서 환자는 지속적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해주는 '우량자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미국의 처방약은 유럽과 일본의 동종 약품보다 가격이 50% 이상 더 비싸다. 미국 정부가 의약품 가격에 대해 '방임' 정책을 실시하기 때문이 다. 미국을 제외한 대다수 선진국들은 제약회사가 멋대로 약값을 책정하 지 못하도록 감독하고, 제약회사의 마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통제하고 있다.

- 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되고 경제가 번영을 구가하는 시기에는 부자가 빨리 부유해지고 서민이 천천히 부유해져도 부자에 대한 사회적 태도는 그저 부럽다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 속도가 둔화되고 일부 지역 또는 일부 업종만 크게 발전할 때는 부자는 더 빠른 속도로 부유해 지는 데 반해, 서민의 실질 소득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다. 이때에는 사 회적 인식이 부자를 질투하는 쪽으로 바뀐다. 만약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 는 상황에서 부자가 창출이 아닌 겸병을 통해 사회적 부를 탈취하고 엄청 난 이익을 얻게 되는 때는 진취적 성격이 무분별한 탐욕으로 변질된 경우이다. 이때 서민의 소득은 하락하고 사회적 인식은 부자를 증오하는 쪽으 로 흐른다.
부자에 대한 '동경'이나 '질투' 내지 '증오'의 사회적 태도는 한꺼번에 나타나지 않고 점진적으로 표출된다. 1980년대와 90년대의 대부분 시기 에는 전 사회적으로 부자가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다가 2000년부터 금융위기 발생 전까지 부자를 질투하는 시선이 점차 증가했다. 2009년부 터는 '처우푸, 원수 같은 부자들)'라는 단어가 빈번히 등장하기 시작했 다. 이는 중국 경제 성장의 질과 양 및 수혜 범위에 서서히 변화가 생겼다 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호황일 때에는 부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를 점 유해도 사회적으로 용인이 된다. 그러나 일부 지역이나 일부 업종만 호황 이라면 부자는 스스로 탐욕을 절제하고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정상 비율 에 따라 부를 나눠 가져야 한다. 한편 경기가 침체 내지 불황일 때에는 욕 심을 버리고 부를 양보해야 한다. 그래야 대중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부 자에 대한 증오심'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또 일반 서민의 소득과 소비가 증가하면 장래에 부자에게도 더 큰 득이 될 수 있다.

- 부동산세의 도입은 부동산시장의 공실률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이다. 부동산세를 도입하면 부동산 보유 비용이 대폭 상승 하기 때문에 부동산 수급 개선과 물량 부족 해결 효과가 곧바로 나타난 다. 부동산세의 주요 목적은 세수정책을 통해 부의 분배 흐름을 조절하고 경제 자원의 균형적인 재배치를 도모하려는 데 있다.
중국의 부동산시장은 분명 평평하지 않고 심하게 왜곡돼 있다. 오바마 의 의료개혁이 수박 겉핥기에 그친 것처럼 중국의 부동산세 도입도 난항 을 겪고 있다. 이유는 마찬가지로 제도적 오류 시정 메커니즘이 효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세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지방정부이다. 땅값이 오르면 집값 도 오르고, 높은 집값은 역으로 땅값 상승을 부추긴다. 지방정부는 이런 토지 가격 상승의 최대 수혜자였다. 그런데 부동산세의 도입으로 인해 부 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땅값도 따라서 하락하므로 자연스럽게 지방 재정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최근 많은 지방에서 인프라 사업에 거액을 투자
했다. 이 자금은 대부분 융자나 은행 대출을 받은 것인데, 이런 부채를 떠 받치는 토지 매각 수입이 줄면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뻔하다.
금융 시스템도 부동산 가격 하락을 원치 않는다. 담보자산인 토지의 가격이 하락하면 건설업 대출과 주택 담보부 대출의 디폴트 비율이 상승 하면서 자본금 부족을 초래하고 수익 창출 및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 밖에 부동산산업 사슬은 위아래로 수십 개 산업과 연결돼 있다. 금융 시 스템은 이 수십 개 산업 분야에서도 톡톡한 이익을 얻고 있다. 그런데 부 동산시장에 불경기가 닥치면 관련 산업의 자산 품질이 하락해 수익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부동산 개발상은 직접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벌기 때문에 당연히 부동산세 도입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한다. 이에 반해 지방정부와 금융 기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동산을 이용해 떼돈을 버는 부류이다. 이들 이 공통의 이익을 토대로 형성한 트라이앵글은 너무 견고해 깨기가 쉽지 않다. 중국 정부의 다양한 부동산 규제 정책이 이 트라이앵글 앞에서 속 수무책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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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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