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해방

etc 2024. 7. 21. 18:45

- 우리가 아무런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현대 의학은 런 만성 질환 하나하나에 믿을 수 없을 만치 엄청난 노력과 자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쏟은 노력에 비해 우리가 이룬 발전은 보잘것없
었다. 아마 심혈관 질환만 예외일 것이다. 약 60년 사이에 선진국의 심혈관 질환 사망률은 3분의 2가 줄었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여 전히 할 일이 많다). 반면에 암 사망률은 암과의 전쟁 War on Cancer을 선 포한 이래로(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선포했다-옮긴이) 50여 년 동 안 정부와 민간 양쪽에서 연구에 수천억 달러를 투입했지만 거의 변하지 않았다. 2형 당뇨병도 줄어들 기미가 전혀 없이 여전히 심각 한 공중 보건 위기로 남아 있다.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같은 신 경퇴행성 질환은 노년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만연해 있지만 효과적 인 치료법은 아직 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 그런데 세상에 장수를 다룬 또 다른 책이 왜 필요할까?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이렇게 자문해왔다.
이 방면의 저자들은 대개 몇 가지 범주로 나뉜다. 먼저 진정으 로 굳게 믿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특정한 식사요법을 충실히 따르 거나(적게 먹을수록 더 낫다는 등), 특정한 방식으로 명상을 하거나, 특정한 슈퍼푸드를 먹거나, '에너지'를 적절히 유지한다면 죽음을 피하고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과학적 엄밀 성 부족을 열정으로 보완한다.
이 스펙트럼의 반대쪽 끝에는 어떤 모호한 세포 경로를 조정하거나 텔로미어 telomere (세포의 수명을 결정하는 염색체 끝부분의 염기서열-옮긴이)의 길이를 늘이거나, 더 이상 늙을 필요가 없도록 세포를 '재프로그래밍' 함으로써 노화 과정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을 과학이 곧 찾아낼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들이 있다. 과학이 노화와 '네 기사 질병'을 이해하는 데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나 우 리 생애 내에 그런 방법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우리는 아주 많은 것을 배우고 있지만 이 새로운 지식을 실험실 바깥의 실제 사람들에게 어떻게 적용할지 알아내기란 매우 어렵다. 아니 적어도 이 과장 광고 과학이 어떻게든 장수를 알약으로 담아내는 데 실패할 때를 대비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 금융과 은행에서 위험의 이해는 생존의 열쇠다. 뛰어난 투자 자는 맹목적으로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 그들은 위험과 보상 양쪽 을 철저히 분석한 뒤에 위험을 받아들인다. 신용 위험 연구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내가 은행과 일하면서 배웠듯이 하나의 과학이다. 위 험은 분명히 의학에도 중요하다. 하지만 의료계는 위험을 분석적이 기보다는 감정적으로 접근할 때가 많다.
이 문제는 히포크라테스에게서 시작되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의 이 유명한 격언을 알고 있을 것이다. “첫째, 절대로 해를 끼치지 마라." 이 말은 의사의 주된 책무를 간결하게 표명한다. 환자의 목숨을 구하거나 환자의 상태를 개선하는 대신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일은 그 무엇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납득이 간다. 다만 3가지 문제가 있다는 점을 빼면 말이다. (a) 히포크라테스는 실 제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b) 이는 경건한 척하는 헛소리다. (c)여러 수준에서 도움이 안 된다.
“절대로 해를 끼치지 마라"? 정말로? 히포크라테스의 시대부터
20세기까지 우리 의학계의 선배들이 펼친 의술 중 상당수는 치유하 기보다는 해를 끼칠 가능성이 더 높은 쪽이었다. 머리가 아프다고? 그러면 아마 천공술을 받았을 것이다. 머리뼈에 구멍을 뚫는 수술이 다. 은밀한 부위가 이상하게 욱신거린다고? 의사가 생식기에 유독 한 수은을 바를 때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지 말기를. 그리고 수천 년 동안 꾸준히 이어진 피를 빼는 사혈법도 있다. 병들거나 다친 사람 에게 쓰는 최후의 수단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나 "첫째, 절대로 해를 끼치지 마라"에서 가장 마뜩잖은 점 은 직접적인 위험이 가장 적은 치료법이 언제나 최선의 방안이라는 의미를 이 말이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말은 그냥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의미일 때가 아주 많았다. 

- 탈모인인 내게는 다행스럽게도 탈모는 장수와 별 관련이 없다.
그러나 이 일반 현상은 왜 중년 이후에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여 러 병에 걸리게 하는 성향을 지닌 유전자가 우리 유전자풀에서 사라 지지 않은지 설명해준다. 한마디로 자연선택은 노년에 알츠하이머병이 생기든 말든(또는 대머리가 되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우리의 번식 적응도reproductive fitness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적응 도 또는 적합도는 개별 유전 형질이나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정도 를 가리킨다-옮긴이). 치매가 생길 즈음이면 우리는 그 유전자를 이미 자식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년에 우리의 심장병이나 암 위 험을 촉진하는 유전자도 마찬가지다. 일부 백세인을 포함해 우리 대 다수는 이런 안 좋은 유전자들을 지니고 있다. 사실 이런 유전자들 이 생애의 더 이른 시기에는 어떤 이점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 늙어서는 불리하지만 젊어서는 유리하기에 진화적으로 보존되는 이 현상을 '맞버팀 다면발현antagonistic pleiotropy'이라고 한다.
한 가지 설득력 있는 이론은 백세인이 우리의 전형적인 유전체 결함이 입히는 피해를 막아주는 다른 유전자들을 지녔기 때문에 그 렇게 오래 산다는 것이다. 심혈관 질환과 암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키 고, 다른 이들이 잃어버린 지 수십 년이 지나도록 인지 기능을 유지 시켜주는 유전자들이다. 그러나 자연선택은 노년에 해로운 유전자 들이 번성하도록 허용할지언정, 위에서 설명한 이유들 때문에 더 유 익한 장수 촉진 유전자들을 장려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따라 서 극도로 많은 나이에 도달하는 정확한 유전적 경로는 백세인마다 다른 듯하다. 장수를 달성하는 방법은 한두 가지가 아니라 많다.

- 열량 제한의 수명 연장 효과는 거의 보편적인 듯하다. 많은 연구실에서 (흔히 실험하는) 생쥐와 쥐뿐 아니라 효모, 선충, 초파리, 어 류, 햄스터, 개, 심지어 특이하게 거미까지도 열량 섭취를 제한하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실험한 거의 모든 모형 생물에 게서 수명이 연장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특이하게도 집파리는 예외 였다. 적어도 잘 통제되어 있고 병균이 없는 실험실 안에서 모든 배 고픈 동물은 회복력이 더 강하고 더 오래 살 수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런 유형의 과격한 열량 제한을 환자들에 게 전술로 추천한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보다 연구실 바깥에서도 열 량 제한이 유용한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깡마른 동물은 감염이나 추위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그리고 루이기 코르나로뿐 아니라 내 환자 중 일부에게는 좀 덜 먹는 편이 바람직한 효과를 낳았지만, 대다수 사람에게는 장기적으로 열량을 심하게 제한하는 방식이 설령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해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 가극단적인 열량 제한이 위에서 말한 동물들보다 더 다양한 환경에 서 사는 우리 인간처럼 복잡한 생물의 장수 함수를 정말로 최대화한 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극단적인 열량 제한은 적어도 '네 기사 질병' 중 일부에 굴복할 위험을 줄일 가능성이 있어 보이긴 한다. 그러나 대신에 감염, 외상, 쇠약에 따른 사망률 증가가 그런 이득을 상쇄시 킬 가능성도 마찬가지로 있어 보인다.
- 열량 제한 연구의 실제 가치는 노화 과정 자체의 이해를 돕는 통찰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열량 제한 연구는 영양 및 장수와 관련 된 중요한 세포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 세포가 이용할 수 있는 영양소의 양을 줄이면 세포의 스트레스 저항과 대사 효율을 증 진하는 타고난 경로 집합이 활성을 띠는 듯하다. 그리고 이 모든 일 은 어떤 식으로든 mTOR와 관련이 있다.
그중 첫 번째는 AMPKAMP-activated protein kinase (AMP 활성화 단백질 키나아제, 아데노신일인산 활성화 단백질 인산화효소)다. AMPK는 자동 차의 계기판에 뜨는 연료 부족 경고등과 비슷하다. 영양소(연료)가 부족함을 감지하면 활성화함으로써 연쇄 작용을 촉발한다. 이 일 은 대개 영양소 부족에 반응해 일어나지만 AMPK는 운동 중 일시적 으로 영양소 수치가 떨어질 때도 활성을 띤다. 할머니 집으로 가다 가 경고등이 뜨면 방향을 틀어서 가장 가까운 주유소로 향하듯이, AMPK는 세포에 에너지를 보존하면서 대체 에너지원을 찾도록 촉 발한다.
이 과정은 먼저 미토콘드리아 생합성mitochondrial biogenesis이라는 과정을 통해 세포 내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소기관인 미토콘드리 아의 생산을 자극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시간이 흐 름에 따라서또는 사용하지 않을 때산화 스트레스와 유전체 손 상에 취약해지며, 이는 기능 장애와 손상으로 이어진다. 반면에 열 량 제한이나 운동을 통해 가용 영양소의 양을 제한하면 더 새롭고 더 효율적인 미토콘드리아를 생산해 기존의 손상된 미토콘드리아 를 대체하는 과정이 촉발된다. 이 새로운 미토콘드리아는 세포가 지 닌 연료를 써서 아데노신삼인산adenosine triphosphate, ATP(세포 내에서 다 양한 생명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유기 화합물-옮긴이)을 더 많이 생산하도록 돕는다. 아데노신삼인산은 세포의 에너지 화폐다. 또 AMPK는 몸을 자극해 간에서 포도당을 더 많이 생산하도 록 하고(이 문제는 다음 장에서 다룰 예정이다) 지방 세포에 저장된 에 너지를 방출하도록 함으로써, 새 미토콘드리아를 만드는 연료를 내 놓도록 한다.
더 중요한 점은 AMPK가 세포의 성장 조절자인 mTOR의 활 성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특히 아미노산의 농도를 떨어뜨림으로써 mTOR의 침묵을 유도하고, 따라서 mTOR가 제어하는 모든 동화 (성장) 과정을 중단시키는 듯하다. 새로운 단백질을 합성하고 세포 분열을 진행하는 대신에 세포는 연료 효율이 더 높고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모드로 들어가고, 자가소화작용autophagy (자가포식, 오토파지)이라는 중요한 세포 내 재활용 과정이 활성화한다.
자가소화작용은 스스로를 먹어 치운다는 뜻으로, 대사의 이화 측면을 나타낸다. 즉 세포가 새 단백질 생산을 멈추고, 대신에 낡은 단백질을 비롯한 세포 구조물들을 아미노산 성분으로 분해하는 과 정이다. 이 청소 작업에서 나온 성분들은 나중에 새 단백질을 합성 하는 데 재활용된다. 세포에 쌓인 쓰레기를 청소해서 쓸 만한 것은 챙기고 나머지는 버리는 일종의 세포 내 재활용 과정이다. 세포'원 도급자'는 목재와 석고 보드와 나사를 사러 건축용품 매장에 가는 대신에, 집 안을 뒤져 자신이 방금 해체한 잔해에서 쓸 만한 것들을 골라내어 세포를 수선하거나 새 성분을 만들거나 태워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일에 몰두한다.
- 자가소화작용은 생명에 필수적이다. 이 작용이 전면 중단되 면 생물은 죽는다. 쓰레기(또는 재활용품)를 내놓는 것을 그만둔다고 상상해보라. 곧 실내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할 것이다. 이 세 포 내 청소는 쓰레기 봉지 대신에 리소좀lysosome이라는 특수한 소기 관이 수행한다. 리소좀은 낡은 단백질과 찌꺼기, 병원체 같은 것들 을 감싸서 효소를 통해 분해한다. 분해 산물 중 일부는 재활용된다. 게다가 리소좀은 시간이 흐르면서 손상된 단백질들이 엉겨 뭉친응 집체도 해체하고 부순다. 단백질 응집체는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과 알츠하이머병 같은 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므로 없애는 것이 좋다. 자가소화작용 장애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병리 현상, 근위축성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루게릭병), 파킨슨병 등 여러 신경퇴행성 질환과 관련이 있다. 자가소화작용 유전자가 없는 생쥐는 생후 2~3개월 사이에 신경퇴행성 질환에 걸린다.
자가소화작용은 손상된 단백질을 비롯한 세포 내 쓰레기를 청 소함으로써, 세포가 더 깨끗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스트레스에 더 저항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나이 들수록 자가소화작용은 쇠퇴한다. 자가소화작용 이상은 신경퇴행성 질환과 골다공증 같은 많은 노화 관련 표현형과 질병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여겨진다. 그 래서 나는 일시적인 영양 섭취 감소(운동이나 단식을 할 때처럼) 같은 특정한 유형의 개입을 통해 아주 중요한 이 세포 메커니즘의 활성 을 촉발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노벨 위원회도 이 개념에 흥미를 느 꼈는지, 2016년에 자가소화작용의 유전자 조절을 규명하는 연구를 한 일본 과학자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에게 생리의학상을 수여했다). 라파마이신 투여도 이런 개입 방안 중 하나다.

- 간경화증은 심각한 질환이긴 하지만 내가 여기서 걱정하는 종착점은 간경화증만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에 더 신경 쓴다. 그리고 당신도 그래야 한 다. 이 두 질환이 인슐린 저항성에서부터 2형 당뇨병에 이르기까지 현재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대사 이상 유행병이라는 빙산의 꼭대기 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2형 당뇨병은 학술적으로 보자면 혈당 수치 를 통해 아주 뚜렷하게 정의되는 독자적인 질병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고인슐린혈증, 당뇨병 전단계,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비 알코올성 지방간염을 비롯한 몇 개의 역을 지나는 철도 노선의 마지 막 역이라고 본다. 자신이 이 노선의 어딘가에 있다면, 설령 비알코 올성 지방간 질환의 초기 단계라 할지라도, 당신은 네 기사 질병(심 혈관 질환, 암, 당뇨병, 알츠하이머병)을 하나 이상 겪을 가능성이 높다. 다음 몇 장에 걸쳐서 이야기하겠지만 대사 기능 이상은 이 모든 질 병의 위험을 대폭 증가시킨다. 따라서 먼저 대사 기능 이상에 대처 하지 않는다면 네 기사 질병과 맞서 싸울 수 없다.
1. 고혈압 (130/85 초과)
2. 높은 중성지방(150밀리그램/데시리터 초과)
3. 낮은 HDL 콜레스테롤(남성 40밀리그램/데시리터 미만, 여성 50밀리그램/데시리터 미만)
4. 복부 비만(허리둘레 남성 102센티미터 초과, 여성 89센티미터 초과)
5. 높은 공복 혈당(110밀리그램/데시리터 초과)
이 기준 중 3개 이상에 들어맞는다면 대사증후군을 지닌 것이다. 

- 예를 들어 도넛을 먹으면 몸은 이 열량으로 무엇을 할지 판단해야 한다. 좀 지나치게 단순화할 위험을 무릅쓰자면 도넛의 탄수화물 에 가능한 운명은 2가지다.
첫 번째로 포도당의 저장 형태인 글리코겐glycogen으로 전환될 수 있다. 단기간의 에너지원으로 쓰기 적합한 형태다. 이 글리코겐의 약 75퍼센트는 뼈대근(골격근)으로 들어가며, 나머지 25퍼센트는 간으 로 간다. 물론 이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성인 남성은 대개 이 두 부위 에 약 1600칼로리의 글리코겐을 저장할 수 있다. 격렬한 지구력 운동 을 2시간 동안 하기에 충분한 에너지다. 그러므로 마라톤을 뛰거나 자전거를 오래 탈 때 어떤 식으로든 연료 창고를 다시 채우지 않으면 에너지가 고갈되는 '탈진bonk' 현상이 발생해 즐겁지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다.
- 간이 하는 여러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이 저장된 글리코겐을 다시 포도당으로 전환해 분비함으로써 혈당을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혈당 항상성 glucose homeostasis' (포도당 항상성)이라고 한다. 이는 놀라울 만치 섬세한 과제다. 성인 남성의 혈액에는 어느 순간에 든 찻숟가락 하나 분량인 약 5그램의 포도당이 섞여 돌아다닐 것이 다. 이 찻숟가락 하나 분량은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사라질 것이다. 포 도당은 근육, 그리고 특히 뇌에서 많이 흡수된다. 따라서 간은 혈당 을 다소 일정한 수준으로 정확히 유지하도록 계속 포도당을 혈액으 로 분비해야 한다. 포도당 5그램이 순환계 전체로 퍼지는 것이 정상인 반면, 7그램(찻숟가락 하나 반 분량)이면 당뇨병이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앞서 말했듯이 간은 정말로 놀라운 기관이다.
도넛에 든 열량의 두 번째로 가능한 목적지는 지방이다. 우리가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는 능력은 훨씬 더 크며, 거의 무제한에 가 깝다. 비교적 마른 성인도 몸에 지방이 10킬로그램에 달할 수 있다. 저장된 에너지가 무려 9만 칼로리에 달함을 의미한다.
이 결정도넛에서 얻은 에너지를 어디에 둘지은 호르몬을 통해 이루어지며, 그중 주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 인슐린이다. 인슐 린은 몸이 포도당을 감지할 때 췌장에서 분비된다. 포도당은 대다수 탄수화물(도넛에 든 것과 같은)의 최종 분해 산물이다. 인슐린은 혈당 항상성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포도당을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일을 돕는다. 투르 드 프랑스 Tour de France 프로 자전거 경주를 하거나 다른 격렬한 운동을 하면서 도넛을 먹는다면 그 열량은 거의 곧바로 근육 에서 소비될 것이다. 그러나 으레 앉아 생활해 근육의 글리코겐이 빨 리 고갈되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도넛으로 얻은 과잉 에너지가 대체 로 지방 세포로 들어간다(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방 세포에 중성지방으 로 저장된다).
여기서 한 가지 반전은 지방즉 우리 피부 바로 밑에 있는 지방 층인 피부밑 지방(피하 지방)이 사실 과잉 에너지를 저장하는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사실이다. 지방은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다. 우리는 남는 열량을 어딘가에 저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진화한 방 식이다. 지방은 우리 현대 세계에서는 문화적으로나 미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피부밑 지방은 사실 대사 건강을 유지하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손꼽히는 당뇨병 연구자인 예일대학교 내분비학자 제럴드 슐먼Gerald Shulman은 지방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우 아한 실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가 인슐린 저항성 생쥐에게 지 방 조직 이식 수술을 해 지방을 더 많이 지니게 하자 생쥐의 대사기 능 이상이 거의 즉시 완치되었다. 새로 늘어난 지방 세포들이 혈액 속에 든 과잉 포도당을 흡수해 안전하게 저장한 덕분이다.
따라서 지방이 과잉 에너지를 흡수해 필요할 때까지 안전하게 저장하는 일종의 대사 완충지대처럼 작용한다고 생각하자. 우리가 도넛을 추가로 더 먹는다면 그 열량은 피부밑 지방에 저장된다. 등산 이나 수영을 할 때 이 지방 중 일부가 방출되어 근육에 쓰인다. 이런 지방 유출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며, 지방 저장 용량을 초과하지 않 는 한 상황은 별 탈 없이 진행된다.
- 그러나 필요한 양 이상으로 에너지를 계속 섭취한다면 피부밑 지방 세포는 서서히 채워질 것이다. 저장된 에너지가 거의 쓰이지 않 는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누군가가 피부밑 지방에 에너지를 저장하 는 능력이 한계에 이른 뒤에도 계속 열량을 과다 섭취한다면 이 에너 지는 모두 어딘가로 가야 한다. 도넛을 먹든 다른 뭔가를 먹든 간에 열량은 계속 지방으로 전환되겠지만, 이제 몸은 과잉 열량을 저장할 다른 곳들을 찾아야 한다.
마치 욕조의 수도꼭지를 계속 틀어놓고 있는 것과 같다. 욕조가 다 찬 상태에서 물을 계속 틀어놓고 배수구를 막아둔다면(구멍을 막고 앉아 있는 것처럼), 물은 이윽고 욕조 가장자리로 흘러넘치기 시작 해 욕실 바닥을 지나 복도를 적시거나 계단 아래로 흘러내리는 식으 로 원치 않거나 불필요한 곳으로 흘러간다. 과잉 지방도 마찬가지다. 피부밑 지방 조직으로 열량이 점점 더 많이 흘러들면 이윽고 용량이 한계에 이르고 남는 열량은 몸의 다른 부위로 흘러넘치기 시작한다. 혈액으로 흘러들어서 중성지방이 많아진다. 간으로 흘러들어서 비 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에 기여한다. 근육 조직으로 흘러들어서 근육 의 인슐린 저항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뒤에서 살펴볼 것이다). 심 장과 췌장 주위로도 흘러든다.([6-2]) 이런 부위 중 어디도 지방을 쌓 기에 이상적인 곳이 아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은 이 지방 흘러넘침의 바람직하지 않은 여러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 지방은 배로도 침투해 내장 사이에 쌓이기 시작한다. 피부밑 지방은 비교적 무해하다고 여겨지지만 이 '내장 지방'은 결코 그렇지 않 다. 이 지방 세포는 가장 중요한 신체 기관들 가까이에서 염증의 주 요 표지이자 원인자인 TNF-알파와 IL-6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 이것이 바로 내장 지방이 암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이유일 수 있다.
지방 저장 용량은 개인별 차이가 크다. 욕조 비유로 돌아가면 피부밑 지방 저장 능력이 보통 욕조만 한 사람도 있고, 자쿠지나 목 욕탕에 더 가까운 사람도 있다. 

- 많은 이들은 과당을 으레 비난하곤 한다. 고과당옥수수시럽 high-fructose corn syrup 형태일 때 더욱 그렇다. 그런데 사실 과당이 왜 그 렇게 해로운지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야기는 복 잡하지만 흥미롭다. 여기서 핵심 요소는 과당이 다른 당들과 다른 방식으로 대사된다는 것이다. 다른 몇몇 유형의 식품들도 그렇지만 과당을 대사할 때는 요산이 대량 생산된다. 요산은 통풍의 원인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고혈압과도 관련이 있다.
20여 년 전 콜로라도대학교 콩팥 전문의 릭 존슨Rick Johnson은 과 당 섭취가 혈압뿐 아니라 지방 증가의 아주 강력한 요인으로 보인다 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과당이 열량 함량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효과를 미치고 있음을 알아냈다." 범인은 요산인 듯했다. 다 른 포유동물, 심지어 일부 영장류도 요산분해효소를 지니고 있어서 생성된 요산을 분해해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이 중요 하면서 유익해 보이는 효소가 없다. 그래서 요산이 몸에 쌓여 해로 운 효과를 일으키곤 한다.
- 그들이 내놓은 이야기에 따르면 수백만 년 전 우리 영장류 조상들은 아프리카 북부에서 지금의 유럽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당시 유 럽은 숲이 무성한 아열대였는데, 그 뒤로 기온이 서서히 내려가면서 숲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열대림이 사라지고 낙엽수림과 초원이 들 어섰다. 유인원이 즐겨 먹던 과일나무들, 특히 그들의 주식인 무화 과나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유인원들은 새로 찾아오는 불 편한 추운 계절도 견뎌야 했다. 바로 '겨울'이었다. 이들은 살아남으 려면 섭취한 열량 중 일부를 지방으로 저장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 나 그들은 지방을 저장하는 능력을 타고나지 않았다. 그들이 본래 진화한 아프리카에서는 1년 내내 식량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대사에서 지방 저장은 우선순위에 놓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우리 영장류 조상에게 과당을 지방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사실상 켜는 무작위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어났다. 요산분해효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침묵'함으로써, 즉 기능을 잃음으로써였다. 이제 우리 조상들은 과당을 먹으면 요산이 많이 생성되었고, 요산은 과당의 열량을 훨씬 더 많이 지방으로 저장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지방을 저장하는 이 새로운 능력 덕분에 그들은 더 추운 기 후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 그들은 겨울을 대비해 여름에 과일을 많 이 먹어서 살을 찌울 수 있었다.
이 유인원 종 또는 그들의 진화적 후손은 다시 아프리카로 이주 했고, 그곳에서 시간이 흐르자 선행 인류로, 이어서 호모 사피엔스 로 진화했다. 그러면서 요산분해효소를 침묵시키는 돌연변이를 우 리 인간에게 전달했다. 이 덕분에 인류는 지구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었다.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식량이 부족한 추운 날씨와 계절에도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세계에서 이 지방 저장 메커니즘은 유용성을 잃었 다. 우리는 더 이상 추운 겨울에 살아남기 위해 과일을 채집하러 돌 아다니거나 지방을 쌓아둘 필요가 없다. 현대 식량 기술의 기적 덕 분에 우리는 거의 말 그대로 과당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청량 음료가 특히 그렇지만 샐러드드레싱과 요구르트 같은 아무 문제 없 어 보이는 식품 속에도 과당이 잔뜩 들어 있다.
어떤 형태를 취하든 간에 과당은 우리 조상들이 먹을 때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당이 아주 흔해지기 이전에는 말이 다. 당시에 과당은 실제 과일이라는 형태로 존재했다. 예를 들어 사 과를 아주 많이 먹어서 살이 찌기란 무척 어렵다. 사과에 든 과당은 섬유질 및 물과 섞여 있기에 비교적 천천히 몸에 흡수되며, 우리 창 자(장)와 대사는 이 과당을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과 주스를 벌컥벌컥 마신다면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이 이야기는 잠시 뒤에 하기로 하자.
요산이 과당에서만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육류, 치즈, 멸 치, 맥주 등 퓨린purine이라는 화학물질이 많이 든 식품들도 요산을 생성한다. 요산 과다로 생기는 증상인 통풍이 예전에 (지금도 그렇지 만) 식도락을 즐기는 귀족들에게 흔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나는 환자들의 요산 수치를 검사한다. 높은 요산 수치는 지방 저장을 촉진할 뿐 아니라 고혈압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높은 요산 수 치는 환자의 대사 건강이나 식단 또는 양쪽 모두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조기 경보다.
또 다른 문제는 포도당과 과당이 세포 수준에서 전혀 다르게 대 사된다는 것이다. 뇌세포, 근육 세포, 창자 세포 등이 포도당을 분해 할 때면 거의 즉시 그 산물인 아데노신삼인산ATP이 늘어난다. 아데 노신삼인산은 세포의 에너지 '통화'다. 그러나 이 에너지는 공짜가 아니다. 세포가 아데노신삼인산을 만들려면 어느 정도는 아데노신 삼인산을 소모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돈을 투자하는 것과 마찬 가지다. 포도당 대사에서는 아데노신삼인산을 대사에 너무 많이 '지출하는' 것을 막는 효소가 이 에너지 지출을 조절한다.
그러나 과당을 대량으로 대사할 때는 다른 효소가 주도한다. 이 효소는 아데노신삼인산 '지출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 그 결과 세 포 안의 에너지(아데노신삼인산) 수치가 급격히 떨어진다. 에너지 수 치가 이렇게 급격히 떨어지면 세포는 몸이 아직 허기가 가시지 않았 다고 여기게 된다. 이 메커니즘은 좀 복잡한데, 요약하자면 에너지 가 풍족한 데도 과당은 몸에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다고 대사에 착각 을 일으킴으로써, 음식을 더 먹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 장해야 한다고 유도한다.
더 거시적인 수준에서 보면 액상 과당을 대량으로 섭취하면 창 자의 처리 능력을 넘어서게 된다. 과다 유입된 과당은 간으로 들어 가고, 이 열량 중 상당수는 간에서 지방으로 저장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건강한' 과일 스무디를 잔뜩 마셔대는 환자들이 같은 이유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으로 치닫는 것을 본다. 과당을 너무 많이, 너무 빨리 섭취하기 때문이다. 

- 그러나 내가 가장 먼저 살펴보려는 것, 대사 이상이라는 탄광의 카나리아는 인슐린 수치 증가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초기 인슐린 저 항성에 몸이 보이는 첫 반응은 인슐린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다. 풍 선 비유로 돌아가보자. 풍선(세포)에 공기(포도당)를 불어 넣기가 점 점 힘들어질 때 우리는 더욱 힘들여서 불어넣어야 한다(즉 인슐린을 더 많이 생산해서). 처음에는 성공하는 듯하다. 몸은 여전히 혈당 항상 성(포도당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 즉 혈당 수치를 일정하게 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슐린, 특히 식후 인슐린은 이미 증가한 상태다. 내가 환자에게 으레 하는 검사 중 하나는 경구 포도당 부하 검 사oral glucose tolerance test, OGTT다. 환자에게 보통 코카콜라보다 당이 약 2배 더 많은 순수한 포도당 75그램이 든 글루콜라Glucola라는 거의 먹기 힘든 아주 단 음료 약 300밀리리터를 마시도록 한다. 그런 뒤 2 시간 동안 30분 간격으로 환자의 포도당과 인슐린 수치를 측정한다. 대개 혈당 수치가 먼저 올라가고 인슐린 수치가 뒤따라 상승했다가, 인슐린이 일을 하면서 혈액에서 포도당이 제거됨에 따라 포도당 수 치는 꾸준히 떨어진다.
언뜻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인슐린은 자기 일을 함으로써 혈당 증가를 억제한다. 그러나 인슐린 저항성 초기 단계에 있는 사 람은 처음 30분 사이에 인슐린 수치가 급격히 증가한 뒤 1시간에 걸 쳐 그 상태로 지속되거나 더 올라가는 양상을 보인다. 이 식후 인슐 린 수치 급증은 일이 원만하게 잘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큰 조기 경고 신호 중 하나다.

- 콜레스테롤은 지질(지방)에 속하므로 물에 녹지 않기에 포도당이나 나트륨처럼 혈장에 녹아서 자유롭게 혈액을 타고 돌아다닐 수 가 없다. 그래서 소형 잠수함 역할을 하는 '지질단백질'이라는 작은 공 모양의 입자를 통해 운반되어야 한다. LDL과 HDL의 마지막 L은 이 지질단백질을 가리킨다. 이름에서 짐작하겠지만 지질단백질은 지질(안쪽)과 단백질(바깥쪽)의 결합체다. 본질적으로 잠수함 역할 을 하는 것은 바깥에 있는 단백질이다. 지질단백질은 안쪽에 담긴 물 에 녹지 않는 지질들, 즉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인지질뿐 아니라 비 타민 및 다른 단백질도 혈장을 통해 멀리 떨어진 조직까지 운반한다. 지질단백질을 고밀도high-density와 저밀도low-density로, 즉 HDL과 LDL로 나누는 이유는 운반하는 지질과 단백질의 상대적 비율과 관 련이 있다. LDL은 지질을 더 많이 운반하는 반면, HDL은 지질에 대 한 단백질의 비율이 더 높아서 더 치밀하다. 또 이 두 지질단백질(그 리고 다른 지질단백질들)은 서로 종종 화물을 교환하곤 한다. 바로 이 점이 내가 '좋은'과 '나쁜'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을 지독히 싫어 하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HDL이 갖고 있던 '좋은 콜레스테 롤'을 LDL에 전달하면 이 콜레스테롤은 갑자기 '나쁜' 것이 될까? 답 은 “아니요"다.
-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콜레스테롤 자체가 아니라 운반하는 입자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각 지질단백질 입자는 아포지질단백질apo- lipoprotein이라는 하나 이상의 커다란 분자에 감싸여 있다. 아포지질 단백질은 입자에 구조, 안정성,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용해성을 제공 한다. HDL 입자는 apoA(아포지질단백질 A)라는 분자로 감싸여 있고, LDL은 apoB(아포지질단백질 B)라는 분자로 감싸여 있다. 이 구분은 사소한 것 같지만 사실은 죽상경화 질환의 근본 원인이다. 죽상경화 증에 기여하는 모든 지질단백질-LDL뿐 아니라 다른 몇몇 종류의 지질단백질은 이 apoB 단백질 표지를 지닌다.
- 또 한 가지 주요 오해는 우리가 음식으로 먹는 콜레스테롤이 어떤 식으로든 심장병을 일으킨다는 생각이다. 이 낡고 단순한 견해는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이른바 나쁜 콜레스테롤의 혈 중 농도가 올라가서 동맥벽에 쌓인다고 본다. 마치 아침 식사를 요 리할 때마다 주방 배수구에 베이컨 기름을 쏟아붓는 것처럼 말이다. 머지않아 싱크대 배수구가 꽉 막히지 않겠는가?
특히 1968년 미국심장협회는 달걀이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으므로 심장병을 일으킨다고 꼭 집어서 선언했다. 그 뒤로 달걀은 수십 년 동안 영양학적 연옥에 갇혀 있었다. 음식의 콜레스테롤(특히 달걀)이 심장병과 별 관련이 없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무수히 발 표되었음에도 그랬다. 포화 지방을 많이 먹으면 죽상경화증을 일으 키는 지질단백질의 혈중 농도가 증가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은 대부분 항문으로 그대로 배설된다. 우리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는 콜레스테롤 대다수는 사실 우리 자신의 세포가 생산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미국 식생활 지침은 사람 들에게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줄이라고 수십 년 동안 경고를 계 속했고, 식품포장지마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얼마나 되는지 계속 적 혀 있다.

- 손상된 판은 궁극적으로 혈전lot(피떡)을 형성할 수 있으며, 이 혈전은 혈관 속 통로를 좁히고 이윽고 막을 수 있다. 더 심하면 떨어져 나와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우리가 석회화 판보다 비석회화 판을 더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에 있다.
그러나 대개 대부분의 죽상경화판은 그렇게 극적인 행동을 그 다지 하지 않는다.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자라면서 서서히 혈관을 좁히며, 이윽고 판 자체나 판에서 생긴 혈전 때문에 혈관이 막히면 서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은 밖에 쌓인 눈 을 힘들게 치울 때까지 자신의 심장동맥이 일부 막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갑작스럽게 순환계에 부담이 가해지면 허 혈(혈액의 산소 공급량 감소)이나 경색(혈액이 공급되지 못해서 조직이 죽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더 쉬운 말로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일 어날 수 있다.

- 아교모세포종이나 다른 공격적인 뇌종양, 특정한 폐암이나 간암처럼 예외적인 사례도 소수 있지만 고형 장기에 생기는 종양은 대 개 다른 기관들로 퍼진 뒤에야 사망으로 이어진다. 유방암은 전이성 으로 발달해야 죽음을 초래한다. 전립샘암도 전이성을 띠어야만 죽 음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 두 기관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 따라 서 누군가가 유방암이나 전립샘암으로 또는 췌장암이나 잘록창자 암으로 사망했다는 슬픈 소식을 듣는다면 해당 암이 뇌, 허파, 간, 뼈 같은 더 중요한 기관으로 전이되어 사망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암 이 그런 부위로 전파되면 생존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 암 발생에 기여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는 피하거나 막기가 까다롭거나 불가능하다. 그러나 암을 유발하는 대사 요인에 대처하기는 비교적 쉽다. 나는 암을 '굶기는' 것이 가능하다거나 어떤 특정한 식 단이 마법처럼 암을 피하게 해준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암세포 는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언제든 얻을 수 있는 듯 보이기 때문 이다.
내 말은 우리가 인슐린 저항성에서부터 2형 당뇨병에 이르는 스 펙트럼상의 어느 지점에 놓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암 위험이 뚜렷이 증가한다. 나는 이것이 쉽게 할 수 있는 암 예방법이 라고 생각한다. 담배를 끊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의 대사 건강을 바 로잡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항암 전략이다.

- 화학요법의 효과 개선에 도움을 주는 한편 건강한 조직이 부수적으로 입는 손상을 줄이는 다른 유형의 식단 개입도 있다. 서던캘 리포니아대학교의 발터 롱고Valter Longo를 비롯한 이들은 단식 또는 단식에 가까운 식사가 정상 세포가 화학요법에 저항하는 능력을 증 진시키는 한편 암세포를 치료제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 냈다. 암 환자에게 단식을 권하는 것이 직관에 반하는 양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단식이 화학요법을 받는 환자들에게 눈에 띄는 피해를 전혀 일으키지 않으며,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까지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화학요법을 받는 암 환자 131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 시험에서 '단식 모방 식단fasting-mimicking diet' (기본적으 로 필수 영양소를 제공하면서 허기를 줄이도록 고안된 아주 저열량 식단)을 따른 이들이 대조군보다 화학요법에 더 잘 반응하고 몸과 기분도 더 낫다고 대답했다."
이는 전통적인 방식과 반대된다. 기존 방식은 화학요법을 받는 환자들에게 더 잘 버틸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많이 먹이려고 한다. 대 개 고열량에다가 당 함량이 높은 식사를 하도록 한다. 미국암협회는 식후에 아이스크림까지 먹으라고 권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연 구들은 암에 걸린 사람의 인슐린 수치를 높이는 것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닐 수 있다고 시사한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현 재로서는 암세포가 대사 쪽으로 매우 탐식이 강하므로 영양소 감소 가 일어날 때 정상 세포보다 더 취약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인슐린 감소가 바르부르크 효과에 핵심적인 PI3K 경 로를 활성화하는 듯하다.

- 대부분의 용종은 작고 무해하며 결코 암이 되지 않지 만 일부 용종은 악성으로 변해 큰창자 벽으로 침투할 가능성이 있 다. 모든 용종이 암이 되지는 않지만 모든 대장암은 용종에서 나온 다. 대장 내시경 검사가 그토록 강력한 도구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 다. 내시경 의사는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용종을 위험해지기 전에 찾아낼 뿐 아니라 대장 내시경에 달린 기구로 용종을 떼어내 검사를 맡기는 식으로 즉석에서 개입할 수 있다. 검진과 수술을 하나로 결 합한다. 놀라운 도구다."

- 알츠하이머병이란 무엇인가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이름이 처음 붙여진 것은 1900년대 초였 지만 '노망' 현상 자체는 고대부터 죽 언급되어왔다. 플라톤은 늙음 이 "어리석음뿐 아니라 온갖 건망증을 일으키는” 듯하므로 노인은 예리한 통찰력이나 판단력이 필요한 지도자 자리에 부적합하다고 믿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리어왕King Lear》에서 쇠퇴하는 정신 을 붙들고 허우적거리는 노인의 모습을 강렬하게 보여주었다.
이것이 질병일 수 있다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국립 정신병원에서 의료과장으로 일하던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였다. 1906년 그는 말년에 기 억 상실, 환각, 공격적 행동, 혼란 증세에 시달렸던 50대 중반의 여성 인 아우구스테 데터 Auguste Deter를 부검하다가 뇌에 뭔가 뚜렷하게 문 제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뉴런들이 뒤엉키고 거미줄처럼 뻗어 있었 는데 치아처럼 하얀 물질로 덮여 있었다. 이 기이한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기에 그는 그림으로 남겼다.
- 나중에 다른 동료가 이 증상에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1915년 알츠하이머가 사망한(51세에 감기 합병증으로) 뒤로 그가 파악한 이 병은 50년 동안 거의 잊혔다. 헌팅턴병, 파킨슨병, 루 이소체치매 등 다른 덜 흔한 신경 질환들과 함께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아우구스테 데터처럼 기분 변화, 우울, 기억 상실, 과민성, 비합리성 등 현재 우리가 이런 질환들과 연관짓곤 하는 증후군을 보 이는 환자들은 으레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 한편 평범한 '노망'은 플라톤 시대 이래로 노화의 불가피한 일부라고 여겨졌다.
과학자들이 '노년 치매senile dementia' (노인성 치매)가 노화의 정상 적인 결과가 아니라 하나의 질병 상태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1960대 말이 되어서였다. 영국의 세 정신과 의사 개리 블레스드Garry Blessed, 버나드 톰린슨Bernard Tomlinson, 마틴 로스Martin Roth는 치매로 사 망한 환자 70명의 뇌를 조사했는데,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관찰한 것과 같은 판과 엉킨 덩어리를 지닌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 다. 더 조사를 하니 환자의 인지력 장애 정도가 뇌에 있는 판의 양과 상관관계가 있는 듯했다. 그들은 이 환자들도 알츠하이머병에 걸렸 다고 결론지었다. 10여 년 뒤인 1980년대 초에 다른 연구자들은 판 에서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beta라는 펩타이드를 찾아냈다. 알츠하 이머병 사건 현장에서 흔히 발견되곤 했기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알 츠하이머병의 주된 원인이라는 추측이 곧바로 나왔다.
-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 질환들을 진단하기가 이토록 까다로운 한 가지 이유는 우리의 고도로 복잡한 뇌가 손상을 보완하 는 일을 매우 잘하기에 신경퇴행의 이런 초기 단계가 숨겨지곤 한다 는 데 있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의 행동신경과학자 프란시 스코 곤잘레스리마Francisco Gonzalez-Lima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가 어떤 생각이나 지각을 할 때 깨달음이나 결정은 어느 한 신경망이 담당하 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문제에 동시에 관여하는 많은 개별 신경망들의 합작품이다. 이 병렬적인 신경망들은 서로 다른 결론에 다다를 수 있으므로 “그 문제에서는 내 생각이 둘로 갈려"라고 말할 때 과학 적으로 부정확한 것이 아니다. 그럴 때 뇌는 가장 다수가 택한 반응을 고른다. 이 시스템에는 중복되는 요소들이 있다.
우리가 교육이나 경험을 통해, 또는 외국어를 말하거나 악기 를 연주하는 등의 복잡한 기술을 계발해 평생에 걸쳐 쌓은 이런 망 과 하위 망이 더 많을수록 인지력 감퇴에 더 잘 저항하는 경향을 보 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망 중 일부가 망가지기 시작할 때도 뇌는 다 소 정상적으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인지 예비 용량 cognitive reserve'이라고 하며, 일부 환자가 알츠하이머병 증상들에 저항하도록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알츠하이머병이 기능에 영향을 미 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더 늘리는 듯하다. 리처드는 이렇게 말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고서도 인지 활동이 아주 활발하고 좋은 예비 경로를 지닌 사람들은 인지 능력이 빠르게 쇠퇴하지 않을 겁니다."
- 최신 신경 영상 기술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혈류량이 감소할 뿐 아니라, 증상 발현 전 알츠하이머병 단계에서 경도 인지장애로, 더 나아가 완전히 발현된 치매로 언제 넘어갈지를 혈류량 감소로 예측할 수 있는 듯하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지금은 혈관성치 매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생기는 치매와 다른 병으로 여겨지고 있으 며, 북아메리카와 유럽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 중 약 15~20 퍼센트, 아시아와 개발도상국에서는 30퍼센트까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양쪽의 증상과 병리가 상당히 겹치기 때문에, 데라토레는 양 쪽이 동일한 기본 질환의 서로 다른 발현 형태라고 본다.
그에 못지않게 설득력 있으면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알츠하이 머병 이론이 또 있다. 이 이론은 알츠하이머병이 뇌의 포도당 대사 이상으로 생긴다고 본다.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오래전부터 알츠하 이머병과 대사 기능 이상이 관련 있음을 알고 있었다. 2형 당뇨병을 앓는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2~3배 더 높다. APOEe4 유전자를 하나 지닌 것과 비슷하다. 2형 당뇨병과 당뇨병 전단계/인슐린 저항성 사례에서 보았듯이, 전적으로 유행병학 차원에서 볼 때 만성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혈당은 뇌혈관을 직접 손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인슐린 저항성만으로도 위험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
인슐린은 기억 기능에 핵심 역할을 하는 듯하다. 인슐린 수용체 는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에 고도로 집중되어 있다. 인슐린을 환자 의 코에 직접 분무하면 가능한 한 곧바로 뇌로 들어가도록인지 력과 기억력이 빠르게 개선된다는 연구 논문이 몇 편 나와 있다. 이미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서조차 이런 효과가 나타 났다. 인슐린을 콧속으로 분무했을 때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부피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이 치료가 포도당이 뉴런으로 흡수되도록 돕는 것은 분명하다. 인슐린 저항성이 포도당 흡수를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썼다. “몇몇 계통의 증거들은 하나같이 인슐린 저항성이 알츠하이머병의 발생과 진행 에 인과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여기서 (다시금 주목할 만한 사건은 혈관성치매가 시작될 때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뇌로 전달되는 에너지의 양이 급감하는 듯하 다는 것이다. 뇌 영상 연구는 혈관성치매의 다른 증상들이 나타나기 수십 년 전에 이미 뇌의 포도당 대사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알츠하이머병에 영향을 받는 뇌 영역들에서 이 감소가 특히 극적으로 일어나는 듯하다는 것이다. 감각 정보 의 처리와 통합에 중요한 마루엽 (두정엽), 기억에 중요한 관자엽의 해마에서 그렇다. 혈류량 감소와 마찬가지로, 혈당 대사 저하는 사 실상 이런 뉴런들에 공급되는 에너지를 줄임으로써 염증, 산화 스트 레스 증가,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을 비롯한 연쇄적인 반응을 촉발 함으로써, 이윽고 신경퇴행 자체를 일으킨다.
- 신기한 점은 APOE e4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백만 년 동안 우리의 모든 영장류 조상은 e4/e4였다. 다시 말해 이것이 인간의 원래 대립유전자였다. 약 22만 5000년전에야 e3 돌연변이가 출현했고, e2는 훨씬 뒤인 겨우 1만년 전에 등장했다. 현재 e4의 비율이 높은 인구 집단 자료를 보면 이 대립유전자가 감염병이 많은 환경에서 생존에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브라질 빈민가에서 APOE e4를 지닌 아이들은 설사에 더 잘 안 걸리고 인지 발달이 더 빠르다. 감염병이 사망의 주된 원인 인 환경에서는 APOE e4 운반체를 지닌 사람들이 장수라는 관점에 서 볼 때 운이 좋은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생존 혜택은 APOE e4 단백질이 염증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염증은 어떤 상황(감염과 싸울 때 같은 상 황)에서는 이롭지만 어떤 상황(현대 생활 같은 상황)에서는 해로울 수 있다. 7장에서 보았듯이 염증은 혈관에 일어나는 죽상경화 손상을 촉진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과 치매가 등장할 토대를 마련한다. 알 츠하이머병 환자는 뇌에 TNF-알파와 IL-6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농도가 높을 때가 많으며, e4를 지닌 이들의 신경 염증 수준이 더 높다는 연구들이 있다. 이 가운데 우리의 장기적인 뇌 건강에 좋은
것은 전혀 없음은 확실하다. 앞서 말했듯이 e4는 알츠하이머병의 모 든 위험 요인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 운동이 수명에 미치는 효과를 보여주는 데이터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거의 논란의 여지가 없는 생물학적 사실에 가깝다. 그 렇지만 나는 운동이 수명 연장보다 건강수명 유지에 더 효과가 있다 고 생각한다. 증거는 덜 탄탄한 편이지만 나는 이쪽이야말로 제대로 적용했을 때 운동이 마법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영역이라고 본다. 나는 설령 운동으로 수명이 1년쯤 짧아진다고 한들 (결코 그렇지 않지 만) 건강수명 혜택만 따져도 할 가치가 있다고 환자들에게 이야기한 다. 중년 이후에는 특히 그렇다.
노화의 주된 증표 중 하나는 신체 능력이 쇠약해지는 것이다.
우리 심폐 체력은 주로 최대 심박수의 감소에 따른 심장 박출량 감소로 시작하는 다양한 이유로 감퇴한다. 10년씩 지날 때마다 근력과 근육량은 줄어들고 뼈는 허약해지고 관절은 뻣뻣해지며 균형 감각 이 떨어진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사다리에서 떨어지거나 연석에서 미끄러지는 등 힘든 상황에 처한다.
헤밍웨이의 말을 빌리자면 이 과정은 두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 서히, 그런 뒤 갑작스럽게다. 나이를 먹으면 정말로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질 수 있다. 종단 연구와 횡단 연구 모두 지방 뺀 체중(주로 근 육량)과 활동 수준이 20대와 30대에서 중년까지는 비교적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신체 활동 수준과 근육량은 약 65세부터 급격히 줄어들며 약 75세부터는 더욱 가파르게 떨어진다. 마치 70대 중반이 되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듯하다.
80세 무렵에 평균적인 사람은 근육을 최대였을 때보다 약 8킬 로그램 잃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 높은 활동 수준을 유지하는 사람 은 훨씬 덜, 즉 평균 3~4킬로그램만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인과관계의 방향이 어느 쪽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나는 아마 양방향 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활동을 덜 하는 사람은 근육이 더 약할 것이 고, 근육이 약한 사람은 활동을 덜 할 것이기 때문이다.
- 지속되는 근육 감소와 비활동은 말 그대로 우리 삶을 위험에 빠뜨린다. 근육량(즉 지방 뺀 체중)이 최소인 노인은 모든 원인 사망 위험이 가장 크다. 칠레에서 남성 약 1000명과 여성 약 400명을 살펴본 연구가 있다. 연구를 시작했을 때 평균 연령은 74세였다. 연구 진은 사지 지방 뺀 체중 지수appendicular lean mass index (키를 감안해 보정 한 팔다리의 근육량)를 토대로 실험 참가자들을 사분위로 나눈 뒤 장 기간 추적했다. 12년이 흐르는 동안 하위 사분위에 속한 이들은 약 50퍼센트가 사망한 반면 상위 사분위에 속한 이들은 20퍼센트만 사 망했다. 우리는 여기서 인과관계의 방향을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 지만 이 관계가 강하게 반복해서 나타난다는 점을 생각할 때 단순한 상관관계에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즉 근육은 노년까지 생존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수명과 건강수명이 상당히 겹치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나는 근육량이 더 많을수록 사망 시기가 늦추어지는 것은 근육 이 건강수명도 유지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내가 근골격의 유 지를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 나은 용어가 없 기에 나는 터미네이터Terminator식으로 근육을 '겉뼈대 exoskeleton' (외골 격)라고 부른다.
우리의 겉뼈대 (근육)는 실제 뼈대(뼈)를 바로 세우고 온전히 유지한다. 겉뼈대의 근육량이 더 많을수록 온갖 문제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일을 더 잘하는 듯하다. 심지어 수술 뒤 후유증까지 막아준 다. 더 중요한 점은 흔히 간과되곤 하는 노인의 사망과 장애의 주요 원인인 낙상 위험 감소와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 물론 모든 올림픽 선수 중에서 10종 경기 선수는 가장 존경받는다. 금메달을 딴 남녀 선수 모두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라는 칭호를 받는다. 그들이 뛰는 10개 종목의 하나하나를 보면 그들은 최고가 아니다. 아마 메달조차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토록 많은 종목에서 놀라울 만치 뛰어난 실력을 보이기 때문에 가장 위대하다고 여겨진다. 그들은 진정한 만능선수다. 그럼에도 그들은 개별 종목의 전문가처럼 훈련한다.
나는 우리가 노화에도 비슷한 접근법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고 판단했다. 우리 각자가 백세인 10종 경기 선수처럼 훈련할 필요가 있다고.

- 우리 미토콘드리아는 포도당과 지방산을 둘 다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포도당이 여러 방식으로 대사될 수 있는 반면 지방산은 미토콘드리아에서만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 다. 대개 비교적 저강도로 운동하는 사람은 지방을 더 많이 태운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고강도로 운동하는 사람은 포도당에 더 의존한 다. 미토콘드리아가 더 건강하고 더 효율적일수록 지방을 활용하는 능력도 더 커진다. 지방은 월등한 차이로 몸의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풍부한 연료 공급원이 된다.
지방과 포도당이라는 두 연료를 활용하는 능력을 '대사 유연성metabolic flexibility' 이라고 한다. 우리가 갖추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이 능력이다. 우리는 6장과 7장에서 지방의 거침없는 축적과 흘러넘침 이 어떻게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같은 질병을 낳는지 살펴보았다. 건강한 미토콘드리아(2구간 운동을 통해 함양된)는 이 지방 축적을 억 제하는 데 기여한다.
- 2구간에서 운동을 할 때는 대부분 1형 근섬유type 1 muscle fiber인 '느린 수축 근섬유slow-twitch muscle fiber' (느린 연축 근섬유)가 이 작업을 수행한다. 이 근섬유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아주 빽빽하게 들어 있어 서 느린 속도로 효율적인 지구력 운동을 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피 로를 느끼지 않은 채 오랜 시간 계속할 수 있다. 여기서 속도를 더 올리면 2형 근섬유type 2 muscle fiber인 '빠른 수축 근섬유fast-twitch muscle fiber'(빠른 연축 근섬유)가 동원되기 시작한다. 이 근섬유는 효율은 떨어지지만 힘을 더 낼 수 있다. 또 활동하면서 젖산염을 더 생산한다. 아데노신삼인산을 생산하는 방식 때문이다. 젖산염 자체는 나쁜 것 이 아니다. 훈련된 운동선수는 젖산염을 일종의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젖산염이 수소 이온과 짝을 지어서 젖산이 되며, 이 수 소 이온이 힘든 운동을 할 때 근육에 타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 다는 것이다."
학술적으로 산 밀란은 2구간을 젖산염이 쌓이지 않으면서 유지 할 수 있는 최대 운동 수준이라고 정의한다. 젖산염을 생산하긴 하 지만 쌓이지 않도록 제거할 수 있을 때를 말한다. 미토콘드리아 '엔 진'의 효율이 더 좋을수록 우리는 젖산염을 더 빨리 제거할 수 있으 며, 따라서 2구간을 유지하면서 더 힘을 낼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운 동을 할 때 '타는 느낌을 받는다면 젖산염을 제거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이 생산하는 너무 힘든 단계로 나아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토콘드리아 건강은 우리가 늙어갈수록 특히 더 중요해진다. 노화의 가장 중요한 증표 중 하나가 미토콘드리아의 수 감소와 질 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쇠퇴가 반드시 일방통행로인 것은 아니 다. 미토콘드리아는 놀라울 만치 유연하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미 토콘드리아 생합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더 효율적인 새로운 미토콘 드리아가 많이 생성되고, 제 기능을 못 하는 미토콘드리아는 미토파 지mitophagy라는 재활용 과정 (5장에서 말한 자가소화작용과 비슷한 일이 미토콘드리아에 일어나는 것)을 통해 제거된다. 2구간 운동을 자주 하 는 사람은 달리거나 헤엄치거나 자전거를 탈 때마다 미토콘드리아 가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미토콘드리아는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린다.
이는 2구간 운동이 대사 건강과 포도당 항상성의 참으로 강력 한 매개자인 또 한 가지 이유다. 근육은 몸에서 가장 큰 글리코겐 저장소다. 미토콘드리아를 더 많이 생성할수록 글리코겐을 지방으 로 저장하거나 혈장에 남겨두는 대신 저장 연료로 쓰는 능력이 대폭 증가한다. 혈당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으면 심장에서부터 뇌와 콩팥까지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거의 모든 기관이 손상되며, 심지어 남성의 발기 부전까지 초래한다.
우리가 운동할 때 가만히 있을 때보다 전체 포도당 흡수율이 100배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포도 당 흡수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통상적인 인슐린 신호 전달 경로도 있지만, 운동은 비인슐린 매개 포도당 흡수non-insulin-mediated non-insulin-mediated glucose uptake, NIMGU를 비롯한 다른 경로들도 활성화한다. 비인슐린 매개 포도당 흡수는 인슐린의 개입 없이 포도당이 직접 세포막을 통과하는 것이다.
- 이는 운동, 특히 2구간 운동이 1형과 2형 당뇨병 관리에 매우 효과가 있을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2구간 운동은 몸이 본질적으 로 근육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우회해 혈당 수치를 떨어뜨릴 수 있도 록 한다. 내 환자 한 사람은 1형 당뇨병을 앓아서 인슐린을 아예 생 산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환자는 거의 오로지 매일 10~16킬로미터 또는 그 이상을 경쾌하게 걷는 것만으로 혈당 수치를 낮게 유지한 다. 걸을 때 환자의 근육 세포는 비인슐린 매개 포도당 흡수를 통해 혈액에 든 포도당을 흡수한다. 그래도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을 때 필요한 양에 비하면 미미한 양만 투여한다. 2구간 운동의 또 한 가지 장점은 하기가 아주 쉽다는 것이다. 
- 명심하자.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얼마나 잘 살아갈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볼 때 최대 산소 섭취량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따라 삶이 얼마나 개선될지가 달라진다.
앞서 말했듯이 최대 산소 섭취량을 가장 아래 사분위수에서 바 로 위의 사분위수(즉 평균 아래)로 높이면 모든 원인 사망률이 약 50 퍼센트 줄어든다. 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이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 다. 그리고 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때의 선택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최대 산소 소비량, 즉 최대 산소 섭취 량이 특정한 수준(대개 남성은 약 18, 여성은 약 15) 아래로 떨어지면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위험에 빠지기 시작한다. 엔진이 망가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2구간 운동과 더불어 최대 산소 섭취량 늘리기 운 동을 하는 것이 필수인 이유다. 이것이 나이 들어서 만족스럽고 독 립적인 삶을 유지하는 열쇠다. 

- 근육량은 여기서 가장 덜 중요한 척도일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립 대학교 풀러턴캠퍼스의 운동학 교수이자 근력과 수행 능력 분야의 권위자인 앤디 갤핀Andy Galpin은 우리가 근육량보다 근력을 약 2~3 배 더 빠르게 잃는다고 말한다. 또 우리는 근력보다 힘(근력x속도)을 2~3배 더 빨리 잃는다. 늙어가는 근육에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가 빠른 수축 근섬유(2형 근섬유)의 위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무거운 하중 운동을 통해 근력을 개선하는 쪽으로 운동 방향을 잡아 야 한다. 일상생활과 2구간 지구력 운동은 느린 수축 근섬유(1형 근 섬유)의 위축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한 저항을 견디 면서 운동을 하지 않는 한 빠른 수축 근섬유(2형 근섬유)는 쇠약해져 사라져버릴 것이다.
- 우리는 뼈 밀도에 왜 이토록 신경을 쓸까? 근육과 마찬가지로 우리를 보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쇠퇴를 늦춤으로써 부상과 신 체 노쇠에 맞서도록 하고 싶다. 엉덩뼈나 넙다리뼈(대퇴골) 골절에 따른 사망률은 일단 65세에 이르면 급증한다.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15~36퍼센트에 달한다. 65세 이상이면서 엉덩이에 골절이 일 어난 사람 중 최대 3분의 1이 1년 안에 사망한다는 의미다. 설령 부 상으로 죽지 않는다고 해도 침대에 누워 있는 기간 동안 근육량에 따라 신체 능력이 얼마나 많이 사라지느냐는 관점에서 볼 때, 이 부 상은 기능적으로 죽음과 다를 바 없을 수 있다(65세 이상인 사람들이 침대에 누워 있을 때 근육량을 얼마나 빨리 잃는지를 생각해보라).
- 나는 근력 운동을 일종의 퇴직 연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부상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가 즐기는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 록 충분한 근육(그리고 뼈 밀도) '연금'을 지닌 채 노년에 이르고 싶 다. 여생을 살아가기에 충분한 돈을 모아놓고서 퇴직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50대에 뒤늦게 통장에 남은 잔금을 박박 긁어모아 서 주식 시장의 신들에게 도와달라고 기도하면서 애원하는 대신 수 십 년에 걸쳐서 조금씩 돈을 모을 수 있도록 미리 저축하고 투자하 고 계획하는 편이 훨씬 낫다. 투자와 마찬가지로 근력 운동은 누적 되며, 혜택도 복리 양상으로 늘어난다. 일찍부터 더 많이 저축할수 록 장기적으로 더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 나는 근력의 훨씬 더 중요한 척도가 “무거운 것을 얼마나 많이 옮길 수 있는가"라고 결론짓는다. 이 결론은 내 직관뿐 아니라 수렵 채집인과 인류 진화를 연구한 결과에 토대를 둔 것이다. 운반하기는 종으로서의 우리가 지닌 초능력이다. 이것이 우리가 엄지뿐 아니라 긴 다리 (그리고 팔)를 지닌 한 가지 이유다. 다른 어떤 동물도 한 곳 에서 다른 곳으로 커다란 물체를 효율적으로 운반할 수 없다(말 같은 가축들은 우리가 교배시키고 훈련시키고 길들였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 다). 이는 내가 근력 운동을 바라보는 기본 틀이다. 요컨대 근력 운동 은 대체로 뭔가를 운반하는 능력을 개선하는 일이다.

- 식료품점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기본 식품 환경은 이런 것이다. 갖가지 지원을 받아서 옥수수, 밀가루, 설탕, 콩 을 대량 생산하는 농업 체제로부터 나온 포장되고 냉동된 온갖 제품 들이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처음부터 인류의 고민거리였던 4가지 문제의 탁월한 해결책이다. (1) 거의 모두를 먹일 수 있을 만큼 식량 을 충분히 생산하는 방법, (2) 저렴하게 생산하는 방법, (3) 식품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운반할 수 있도록 보존하는 방법, (4) 아주 맛있 게 만드는 방법. 이 4가지를 모두 최적화한다면 표준 미국 식단으로 귀결된다고 거의 보장할 수 있다. 이것은 식단이라기보다는 세계를 효율적으로 먹일 방법에 관한 비즈니스 모델에 더 가깝다. 현대 산
- 알코올은 영양가가 0인 '공허한' 열량 원천이며, 에탄올 산화는 지방 산화를 지연시킴으로써 지방량을 줄이고 자 애쓸 때 우리가 원하는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오고, 술을 마 시다보면 무심코 음식도 계속 먹게 되곤 한다.
나도 이따금 좋아하는 벨기에 맥주, 스페인 적포도주, 멕시코 데킬라를 한 잔씩 즐기곤 하지만(한자리에서 섞어 마신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장단점을 종합할 때 알코올 섭취가 장수에 부정적이라고도 믿는다. 에탄올은 강력한 발암 물질이며, 지속되는 음주는 알츠하이 머병과 강한 연관성을 보인다." 주로 수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과 또 다른 가능성 있는 메커니즘들을 통해서다. 과당처럼 알코올 도 주로 간에서 대사되며, 과음한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장기적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다른 식품들의 섭취를 막는 자제력을 느 슨하게 만든다. 몇 잔 마시고 나면 프링글스 통 바닥에 깔린 것까지 다 꺼내 먹은 뒤 다른 간식이 있는지 주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할 것 이다.

- 연속 혈당 측정기의 진정한 장점은 융통성을 발휘하면서도 환자의 식단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가장 나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하면서 임의로 목표를 정해놓고 탄수화 물이나 지방 섭취량을 줄이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대신에 우리는 먹는 식품을 몸이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평균 혈당 수치가 좀 높다고? 내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자주 160밀 리그램/데시리터 넘게 치솟곤 한다고? 아니면 식단의 탄수화물 함 량을 좀 더 높여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듯하다고? 모든 사람이 탄 수화물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남보다 더 잘 처리할 수 있는 이들도 있고, 탄수화물 섭취를 심하게 제한하는 식단을 고수하기가 어려운 이들도 있다.
종합하자면 나는 평균 혈당 수치를 100밀리그램/데시리터 이 하로, 또 표준 편차를 15밀리그램/데시리터 미만으로 유지하고 싶 다. 이 목표는 공격적이다. 100밀리그램/데시리터는 당화혈색소 5.1퍼센트에 해당하며, 아주 낮은 수치다. 그러나 나는 비당뇨인과 당뇨인 양쪽에서 충분한 증거가 나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망과 질병 위험 감소라는 측면에서의 보상이 감수할 만큼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 모든 일에는 실험과 반복이 필요하다. 식이 제한은 환자의 생활습관, 나이, 운동 습관 등의 변화에 발맞추어서 융통성을 띠어 야 한다. 어떤 식품을 먹었을 때 연속 혈당 측정기에서 수치가 올라 가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을 볼 때면 늘 흥미가 솟구친다. 표준 미국 식단은 대다수 사람들의 연속 혈당 측정기에서 수치가 천장을 뚫고 치솟게 만든다. 모든 당과 가공된 탄수화물이 한꺼번에 혈액으로 쏟아져 들어와서 강한 인슐린 반응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그런 양상은 우리가 원치 않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한 종 류의 야채 타코처럼 '건강해' 보이는 음식도 때로 일부 사람들에게 서 혈당 수치를 솟구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이런 탄수화물을 언제 먹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한 끼에 쌀과 콩 요리 형태의 탄수화 물을 150그램 섭취하는 것과 같은 양을 하루 전체에 걸쳐서 먹는 것 은 효과가 다르다(그리고 같은 150그램의 탄수화물을 시리얼 형태로 먹는 것과도 분명히 다르다). 또 모든 사람은 저녁보다 아침에 인슐린 반응이 더 민감한 양상을 띠는 경향이 있으므로, 탄수화물 섭취는 오 전에 주로 하는 편이 맞다.
연속 혈당측정기가 아주 빨리 가르치는 것 중 하나는 탄수화물 내성이 다른 요인들, 특히 활동 수준과 수면에 심하게 영향받는다는 것이다. 초지구력 운동선수, 즉 장거리 달리기나 수영이나 자전거 경주 선수는 훈련하는 시간 내내 탄수화물을 계속 태우므로 하루에 훨씬 더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할 수 있다. 게다가 그들은 근육과 더 효율적인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포도당을 처리하는 능력이 대폭 증 가해 있다. 또 수면 교란이나 부족은 포도당 항상성에 심한 지장을 초래한다. 다년간 나 자신과 환자들에게 연속 혈당 측정기를 쓰면서 많은 것을 보았지만, 단 하루만 잠을 설쳐도 다음 날 포도당 처리 능 력이 얼마나 심하게 떨어지는지를 볼 때면 지금도 놀랍다.

- 이제 식물성 단백질 이야기를 해보자.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려면 육류, 생선, 유제품을 먹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그러나 모 든 단백질을 식물로 섭취하고자 한다면 2가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 다. 첫째, 식물에 든 단백질은 식물에게 유용하기에 들어 있는 것이 다. 즉 대체로 우리가 소화할 수 없는 섬유질과 결합되어 있고, 따라 서 먹은 사람의 몸이 활용할 가능성이 더 낮다. 일리노이대학교 어 배너-섐페인캠퍼스의 식품학 및 인간 영양학 명예교수이자 단백질 전문가인 돈 레이먼Don Layman은 식물의 단백질 중 상당량이 뿌 리와 잎 같은 구조에 결합되어 있기에, 우리가 섭취한 양 중에서 약 60~70퍼센트만 우리 몸에 이용된다고 본다.
- 식물을 요리하면 몸에서 쓰일 수 있는 비율을 높일 수 있지만 그래도 두 번째 문제가 남는다. 식물성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과 아미노산 분포 양상이 다르다. 특히 필수 아미노산인 메티오닌, 라 이신, 트립토판의 함량이 적어서 단백질 합성이 적게 이루어질 수 있다. 종합하자면 이 두 요인 때문에 식물로부터 얻는 단백질은 전 반적으로 동물성 단백질보다 질이 상당히 떨어진다.
단백질 보충제에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분리 유청 단백질(유 제품에서 얻는)에는 분리 콩 단백질보다 가용 아미노산이 더 풍부하 게 들어 있다. 따라서 동물성 단백질을 제외시키고자 한다면 단백질 품질 점수를 계산해야 할 것이다. 
- 근육을 만드는 역할 말고도 단백질은 우리 대사에 유익한 효과를 미칠 수 있다. 노년층에게 필수 아미노산을 포함한 보충제를 주자(즉 식단의 단백질 함량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모방해서) 간 지방과 혈액의 중성지방 수치가 낮아졌다는 연구도 있다. 또 2형 당뇨병 환 자들의 총 섭취 열량 중 단백질 함량을 15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늘리는 한편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을 절반으로 줄이자 인슐린 민감 성과 혈당 조절 능력이 개선되었다는 연구도 있다. 또 단백질 섭취 는 허기를 일으키는 호르몬인 그렐린의 분비를 억제하여 포만감을 느끼도록 도움으로써 총열량 섭취를 줄인다.
내 요점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을까봐 한 번 더 말해둔다. 단 백질을 무시하지 말자. 우리 목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다량영양소 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에는 최소 필요량 같은 것이 없지만(현실적으 로 볼 때), 단백질은 부족하면 거의 확실히 대가를 치를 것이다. 나이 가 들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 최종적으로 나는 환자들에게 가장 덜 나쁜, 적어도 가장 덜 모호한 데이터를 토대로 할 때 불포화 지방산이 우리 식단 지방 배합 에서 대부분을 차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유와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높은 식물성 기름을 뜻한다. 그다음은 일종의 동전 던지기와 비슷하다. 포화 지방산과 다가불포화 지방산 의 실제 비율은 지질 반응과 염증 척도 같은 개인별 요인에 따라 정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름기 많은 생선을 많이 먹어서 해양 성 오메가-3 다가불포화지방산으로 충분히 채우지 않는다면, 거의 반드시 캡슐이나 기름 형태의 EPA와 DHA 보충제를 먹을 필요가 있다.

- 모든 동물은 어떤 식으로든 잠을 잔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예외 사례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말은 서서 잘 수 있다. 돌고래는 뇌의 절반씩 잠을 잔다. 결코 움직임을 멈추는 법이 없는 백상아리도 잠자는 것과 비슷한 상태에 들어가곤 한다. 코끼리는 하 루에 겨우 4시간 자는 반면, 갈색박쥐는 24시간 중에서 19시간을 잠 자면서 보낸다. 나는 그 사실에 좀 놀라곤 하지만, 요점은 지금까지 꼼꼼히 조사한 모든 동물이 어떤 식으로든 간에 잠을 잔다는 것이 다. 커크는 옳았다. 진화적으로 수면은 타협 불가능한 것이다.
- 수면과 대사 건강의 관계는 언뜻 볼 때면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나는 여기에서 빠진 연결 고리가 스트레스일 것이라 고 생각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잠을 잘 못 이 룰 수 있으며, 수면 부족은 더욱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일종의 되 먹임 고리가 형성된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는 교감 신경계를 활성 화하며, 그 결과 진정시키는 것과 정반대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우 리의 투쟁-도피 반응의 일환인데, 이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 솔을 포함해서 글루코코르티코이드라는 호르몬들의 분비가 촉발된 다. 코르티솔은 혈압을 높인다. 또 간의 포도당 분비를 일으키는 한 편으로 근육과 지방 조직의 포도당 흡수와 이용을 억제한다. 아마 포도당이 가장 먼저 뇌로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때 스트레스로 유도된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혈당 수치가 증가한다. 나는 이런 양상을 나 자신에게서도 보았고, 환자들에게서도 종종 본 다. 연속 혈당 측정기에서 밤 동안 혈당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것은 거 의 예외 없이 코르티솔 농도가 높다는 징후다. 밤늦게까지 먹고 마 시는 바람에 더 악화될 때도 흔하다. 이런 양상이 지속된다면 높아 진 혈당 수치는 2형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 부족은 식품에 관한 우리의 행동에도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이브 밴코터 연구진은 피험자의 하룻밤 수면 시간을 4~5시간으로 제한했을 때 포만감을 일으키는 호르몬인 렙틴의 농도가 억제되고 '허기' 호르몬인 그렐린의 수치가 증가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즉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다음 날 비합 리적일 만치 몹시 허기를 느낄 수 있으며, 건강한 식품보다는 고열 량 가당 식품에 손을 댈 가능성이 더 높다. 수면 부족에 더 시달리는 이들이 밤늦게 한 번 더 식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도 나와 있 다. 밴코터 연구진은 후속 연구에서 수면이 부족한 이들이 푹 잔 이 들에 비해 다음 날 약 300칼로리의 열량을 더 섭취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결과들을 종합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과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킬 완벽한 요리법 된다.
- 렘수면과 깊은 비렘수면(간편하게 '깊은 잠'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모두 학습과 기억에 대단히 중요하지만 방식은 서로 다르다. 깊은 잠 단계에서 뇌는 해마의 단기 기억 저장소를 청소하고 중요한 기억을 겉질의 장기 저장소로 옮김으로써 그날의 가장 중요한 기억을 저장하고 강화한다. 연구자들은 밤에 얼마나 푹 자는지가 다음 날 기억 검사에서 얼마나 좋은 점수가 나오는지와 직접적인 선형 관계가 있음을 관찰했다.
어릴 때 렘수면은 뇌가 자라고 발달하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뇌는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며 신경망을 확장한다. 어릴 때 렘수면이 더 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성년기에 는 렘수면 시간이 안정 상태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창의 성과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계속한다. 사실과 기억 사이에 무 작위적인 양 보이는 연결을 형성하고, 무의미한 연결을 버리고 유망 해 보이는 연결을 골라냄으로써, 뇌는 낮에 막혔던 문제의 해결책을 도출할 수도 있다. 또 연구자들은 렘수면이 절차 기억 procedural memory이라는 것에 특히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아냈다. 운동선수와 음악 가가 몸을 움직이는 새로운 방식을 배울 때 쓰는 기억이다.
렘수면의 또 다른 아주 중요한 기능은 정서 기억 처리를 돕는 것이다. 어떤 감정을 촉발한 부정적인(또는 긍정적인) 경험의 기억과 그 감정 자체를 분리하는 일을 돕는다. 심란한 상태로 잠자리에 들었을 때, 거의 언제나 아침에 깨어나면 기분이 더 나아진 듯이 느 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는 그 사건을 기억하지만 거기에 수 반되었던 고통은 (이윽고) 잊는다. 이렇게 경험과 감정을 끊어서 정 서적 치유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그 사건 에 수반된 감정에 다시금 새롭게 휩싸임으로써 끊임없이 불안한 상 태로 살아갈 것이다. 이 말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를 가리키는 양 들린다면 그 생각이 맞다. 외상 후 스트레 스 장애 증상을 보이는 퇴역한 전투병들을 조사했더니 바로 렘수면 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억과 감정을 분리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 이 드러났다. 이 퇴역병들은 뇌가 렘수면에 들어갈 만치 충분히 느긋해지는 것을 사실상 가로막는 투쟁-도피 호르몬인 노르아드레날린의 수치가 높았다.
아마 가장 흥미로운 점은 렘수면이 정서 인식을 유지하는 일을 돕는다는 점이 아닐까? 렘수면에 들지 못하게 하면 남의 얼굴 표정을 읽기가 더 힘들어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와 있다. 렘수면에 들지 못하게 하자 사람들은 호의적이거나 중립적인 표정조차 위협 적인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사소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회적 동물로서 살아가는 능력은 남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런 감정에 대응하는 능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렘수면은 기억과 정보를 처리하도록 돕는 한편으로 우리 정서 균형을 보호하는 듯하다.
- 반면에 깊은 잠은 우리 뇌라는 기관 자체의 건강에 필수적인 듯하다. 몇 년 전 로체스터 연구진은 우리가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뇌 가 일종의 내부 쓰레기 처리 체계를 활성화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뉴런 사이를 채우고 있는 뇌척수액을 빼서 세포 사이의 노폐물들을 청소한다는 것이다. 이 일이 이루어질 때 뉴런은 움츠러들어서 청소 가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도로 청소차가 지나갈 때 시민 들이 차를 딴 곳으로 옮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청소 과정에서 신경퇴행과 관련된 두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같은 잔해들도 씻겨나간다. 그러나 깊은 잠을 충분히 오래 자지 않으면 이 체 계는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아밀로이드와 타우가 뉴런 사이 에 쌓인다. 더 폭넓게 조사를 하니 대체로 수십 년 동안 하룻밤에 7 시간 미만으로 잔 이들이 7시간 이상 잔 사람들보다 아밀로이드 베 타와 타우가 훨씬 더 많이 쌓이는 경향이 있다고 나왔다. 건강하 지 못한 뉴런 안에 '엉킨 덩어리'를 만드는 단백질인 타우는 그 자체 가 정상적인 인지 능력을 지닌 사람들 및 치매 초기 단계인 경도 인 지장애MCI가 있는 사람들의 수면 교란과 상관관계가 있다.
- 40대와 60대가 깊은 잠이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특히 중요한 시기라는 연구도 있다. 이 시기에 잠을 적게 자는 이들은 나중에 치매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 듯하다. 따라서 중년의 숙면은 인지 건강 을 유지하는 데 특히 중요한 듯하다.
내가 지금 깨달은 것은 하룻밤에 5~6시간 자면서 내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 시절에, 사실상 수면 부족 때 문에 지닌 잠재력보다 훨씬 못한 수준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을 가 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절에 나는 장기 질환 위험을 스스로 높이고 있었을 것이다. 대사, 심장, 인지 측면에서 나는 늘 이렇게 읊어대곤 했다. “내가 죽는 날이 잠드는 날이야."
나는 잠을 자지 않음으로써 죽는 날을 앞당기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거의 알지 못했다.

- 커피는 수면 부족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너무 많이 또는 (특히) 엉뚱한 시간에 마신다면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대개 카페인이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든 에너지를 제공하는 자극제라고 생각하지 만 사실 수면 차단제에 더 가까운 기능을 한다. 아데노신이라는 화 학물질의 수용체를 억제함으로써 작용한다. 아데노신은 매일 밤 잠 이 들도록 돕는 물질이다. 하루가 지나는 동안 아데노신은 뇌에 점 점 쌓이면서 과학자들이 '수면 압력 sleep pressure'이라고 부르는 것, 즉 잠자려는 욕구를 일으킨다. 하루가 끝나갈수록 우리는 피곤해지고 잠을 자고 싶어진다. 그러나 카페인을 섭취하면 사실상 아데노신이 수용체에 결합하지 못하고, 뇌는 그 신호를 받지 못한다.

- "나는 미래를 생각하는 일을 멈출 때 사람들이 늙는다고 생각해. 사람들의 진짜 나이를 알고 싶다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봐. 옛 날 일을 이야기하고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만 떠들어댄다면 그 들은 늙은 거야. 자신의 꿈, 열망을 이야기한다면 지금도 미래를 내 다보고 있는 거야. 젊다는 거지."
이것이 바로 나이를 먹으면서도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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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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