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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억들의 방

심리 2024. 6. 12. 07:07

- 당신의 말초 감각이 무결점 상태라고, 만점짜리 시각과 우수한 청각의사들의 어법에 따르자면 신경학적으로 무결점인을 갖고 있 어서 다른 사람들이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는다고 상상해보라. 그러면 이는 환각적 경험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는 주관적 인 감각 경험이 더 이상 주위 세계에서 오는 정보의 신뢰할 만한 전달 자가 아니다. 환각적 경험은 감각 신호가 잘못 해석될 경우 나타나는 데, 예를 들어 열이 있거나 혹은 무릎 아래가 절단된 사람이 환각지를 겪을 때 생길 수 있다. 환각지의 경우, 감각 신호가 잘려나간 다리 부분 에서 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신병에 걸렸을 때, 입력되는 감각이 전혀 없는데도 외부 세계에서 들어오는 것처럼 경험되는 소리가 들리고,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미지들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감각 경험은 세계에 대한 그 사람의 이해를 결정한다. 《누런 벽지에 서 일기의 화자는 움직이는 벽지 무늬 속에서 여자를 보았고, 벽지 뒤 에서 그 존재를 느꼈으며, 벽지의 악취를 맡았고, 신음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벽지 뒤에 여자가 한 명 있다고 추리해냈다. 1925년에 버지니아 울프는 아마 정신병을 앓고 환각을 볼 때였을 테지만, 샬럿 퍼킨스 길 먼이 1884년에 받은 것과 동일한 '휴식 치료'를 똑같이 신경학자 사일 러스 위어 미첼로부터 받았다. 앞에서 약술한 휴식 치료란 거의 완전 한 고립과 강요된 무활동이 주를 이룬다. 정신병으로 인해 거칠고 수용 불가능한 감각 경험을 가진 데다 감각을 거의 박탈당한 상황에 놓이는 것은 분명 고문이었을 테고, 정신병이 악화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정신병으로 인한 고통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1941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샬럿 퍼킨스 길먼 역시 1935년에 자살 했다. 유서에서 그녀는 암으로 서서히 죽어가기보다는 자기 손에 죽는 편이 낫다고 썼다. 
- 정신과 의사를 포함해 많은 이가 정신이상 경험이 흔히 있는 일이고 조현병은 스펙트럼 장애spectrum disorder'라는 논거를 들어 조현병 이라는 진단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는 장애 증상에 서 스티그마를 떼어낸다는 이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명칭을 바꾼 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스티그마가 존재하는 까닭은 '조 현병'이라는 단어 때문이 아니다. 이 단어를 없앤다면 정말로 스티그 마를 남긴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자폐증은 스티그마에서 해방 되었는데, 이는 그 단어가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가 그 병에 대 해 배웠기 때문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은 이제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어딘가가 다른, 특별한 존재로 올바른 대우를 받는다. 특별하고 비전형적 신경증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통찰과 관 용을 발휘한다면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의 친절과 관대함을 갖춘 존재 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주 중요한 주의 사항이 있다. 자폐 스펙트럼과 자폐증은 완전히 다르다. 정신이상 스펙트럼과 조현병, 강박적인 것과 강박장애도 마찬가지다. 예측 불가능하고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을 가리켜 양극성 장애・・・・・・ 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다니! 이미 말한 바 있지만, 새로운 지식의 자각은 처음에는 대개 지나치게 일반화된다. 또 두뇌와 행동의 문제에서는 새로운 정보를 먼저 우리 스스로에게 적 용해보는 경향이 있다. 다들 자신을 이해하는 데 워낙 관심이 많기 때 문이다. 그러나 어떤 특징이나 경향이 있다는 것만으로 생애를 잠식할 수 있는 질병의 환자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자가 진단은 때 로 진짜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경험하는 참혹한 고통을 축소시 키곤 한다. 환청을 듣는다고 다 조현병 환자가 아니고, 마찬가지로 슬 픔을 느낀다고 해서 다 우울증 환자는 아니다. 뻣뻣할 정도로 심하게 조직적인 성격의 사람이 모두 강박장애 환자라거나 소통 기술이 부족 하다고 해서 자폐증은 아니며 감정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성격이 곧 양극성 장애도 아니다.
-  오늘날 해마가 인간 기억 기능의 중심임을 우리가 아는 것은 대체로 기억 신경학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환자인 헨리 몰레이슨 덕분이다. 그의 병력은 1957년에 발표된 획기적인 논문에 기록되어 있다. 그의 병력은 MM과 매우 비슷하지만 해마 손상의 원인이 다르다. HM은 일 곱 살 때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해마에 손상을 입었고, 그로 인해 두뇌 조직이 찢어지는 바람에 흉터 조직이 생성되었다. 그 이후 HM에게서 자주 나타난 종류의 간질은 대개 해마의 흉터 조직 때문에 발생한다. 흉터 조직으로 인해 신호가 차단되며 전기 에너지가 쌓여 두뇌 회로에 서 전기 신호가 통제되지 않은 채 퍼진 것이다. 두뇌란 다양한 회로들 로 이루어진 거대한 네트워크이며, 해마는 그 연결망의 중심 허브다.
- 이곳에서 전류 흐름이 통제를 벗어나면 전체 두뇌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그 결과 두뇌 전체가 동시에 오작동하여 모든 것이 정상적 으로 처리되지 않는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 그 불운한 사람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강직간대 발작tonic-clonic seizures'을 겪게 되며, 신체 근 육이 통제할 길 없이 수축되고 이완된다. 그런 발작이 통제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 신경세포의 손상은 심해질 것이다.
초강력 항간질약물을 써도 두뇌의 오작동을 통제할 수 없게 되 자 결국 HM은 좌우 해마를 모두 제거했다. 1957년에는 그 수술이 최 신 치료법이었다. 양쪽 해마를 제거하자 실제로 간질 증상은 크게 나 아졌다. 그러나 예측했겠지만, 예상치 못했던 이 치료법의 비극적인 결 과로 HM은 남은 평생 극심한 기억 손실을 겪게 되었다. 요즘 신경외과의사들은 HM의 수술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양쪽 해마 제거의 후유증을 피하기 위해 한쪽만 제거한다. 수술 이후 HM은 어떤 일도 기억에 저장할 수 없었다. 매일매일 어제가 없는 하루를 보내며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그에게 집은 수술받은 첫날부터 50년 뒤 죽을 때까지 낯선 곳이었다. 어떤 일도 과 거의 경험과 연결되지 않았다. 그 과거라는 것이 2분 전이든 20년 전이 든 상관없었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고, 끝없이 연결되지 않는 현재, 톡톡 끊어진 '지금'뿐이었다. MM과 비슷하게 HM도 기민하고 유창하 게 언어를 구사했고 운동 기능도 완벽했지만, 한두 문장을 넘어가면 서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다.
- 헤브는 신경세포 사이의 가지돌기가 물리적으로 성장하면서 세 포 조립 안 신경세포 간의 연결이 공고해져 더 영구적인 기억을 창출하 거나 반대로 기억이 시들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인접 한 신경세포들의 발화와 그 이후의 연결 증가를 통한 가지돌기의 성장 에 관한 '헤브' 모델은 이제 세포 차원에서의 기억의 토대로 인정되고 있다. 이 처리 과정에서는 가지돌기가 가장 중요하다. 한 신경세포에 서 다음 신경세포로 신경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인데, 가지돌기의 증가 는 곧 신경세포 간 연결의 증가를 의미한다. 가지돌기는 '수지상 분기 樹枝狀分岐, arborizing' (라틴어에서 나무를 가리키는 'arbor'에서 온 명칭)라는 아주 아름다운 방식으로 성장한다. 가지돌기 섬유의 형태가 나뭇가지가 뻗는 모양을 닮았기 때문이다. 신경세포는 최대 1만 5000개의 가지돌 기를 가질 수 있는데, 인간의 두뇌에는 68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으므 로, 가지돌기의 수지상 분기와 새 시냅스 형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 는 연결의 천문학적 숫자를 생각해보라. 이는 마법이 아니다. 이루어 질 수 있는 연결의 숫자가 무한하기에 마법처럼 보일 뿐이다.
단기적일지라도 기억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처리 과정은 세포 가 한데 연결될wired together 수 있을 만큼 긴 시간 동안 함께 발화fire together해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발화하는 것은 일시적 기억을 형성하며, 함께 연결되는 것은 더 영구적인 기억을 형성한다. 암호를 담은 세 포 조립을 강화하는 과정은 경화consolidation라 불린다. 깨어 있는 동안 에는 정보가 두뇌에 즉각 들어가지만 대부분은 경화되지 않는다. 아 무런 관련성이 없기 때문에 그냥 사라진다. 분자 차원에서 발화한 세 포 조립에서 오는 견고하게 연결된 기억의 형성은 입력되는 신호의 강 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에 달려 있다. 신호의 강도가 결정적인 한계 수준에 도달하면 신경세포는 가지돌기 단백질을 생성할 것이고, 기억 은 더 영구적이 된다. 신호가 빈약하면 세포 조립이 피운 불은 꺼지고 아무것도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세포는 가지돌기를 성장시키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는 신경세포에서의 전기 활동에서 나온 다. 그러므로 발화가 더 많으면 연결이 더 많아진다.
- 택시 운전사 연구에서 시간에 따라 변한 것 은 우측 해마이며, 우울증이 있을 때 더 작아지는 것은 좌측 해마다. 이는 우측 해마가 장소 기억에서 더 중요하고, 좌측 해마는 전기 기억 에서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우울증에 걸린 사 람들은 보통 기억 기능이 빈약해지며, 우울증이 지속되는 동안 대개 전기 기억이 드문드문 누락되거나 사라진다. 우리 연구팀이 행한 연구 가운데 최근 발표된 연구는 좌측 해마에서 세포 조립의 '암호화coding' 가 발생하는 특정한 구역의 크기가 우울증에 걸렸을 때 반으로 줄었 음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이 연구에서 우리는 우울증을 처음 겪은 사 람에게는 해마의 변화가 없었고, 더 장기간 우울증을 앓은 사람에게 는 해마의 변화가 있었음을 발견했다. 그래도 우울증이 치료되고 나면 기억 기능이 개선된다니 다행이다.
- 피질 기억
모든 기억이 해마 안에 남아 있는가? 아니다. 해마에 들어 있는 신경세 포의 수는 유한하며, 새 기억을 만들려면 재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해마 기억은 모두 어디로 가는가? 간단하 게 답하면 해마와 피질 사이에는 끊임없는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많은 기억이 궁극적으로는 피질에 저장된다. 피질에 있는 신경세포는 해마의 신경세포와는 반대로 변하거나 재배열되기가 힘들다. 즉 가소 성이 좋지 않다. 이는 곧 피질 내의 서로 교직된 다수의 세포 조립이 그 린 기억 지도가 상대적으로 변화에 따라서 파손에 대한 저항성이 크 다는 의미다. 기억 시스템, 하나는 신속하고 가소적이며 다른 하나는 더 느리고 더 안정적인 시스템이 두 개 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안정 적인 지식 시스템 내에서 학습을 계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피질 기억이 안정적이라는 건 전혀 아니다. 피질의 'www'는 유연 한 해마와 계속 상호작용하는 상태에 있다.
- 수면이 기억 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잠자는 동안 두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활 동 때문인 듯하다. 렘수면 동안 두피 내에서 기록된 전기 활동은 해마 의 세포 조립을 연결하는 발화 활동과 비슷하다. 수면 중의 이러한 급 속한 두뇌 전기 사이클은 해마에서 오는 새로 생성된 매일의 기억을 피질에 쏟아붓는 것을 나타낸다. 수면 중에 해마에서 피질로 가는 '오 프라인' 기억 경화는 쥐에게서 관찰된 바 있다. 피질은 낮 동안 해마를 자극하며 잠자는 동안에는 해마가 피질을 자극한다. 꿈은 렘수면을 취하는 동안 발생하며 예언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다. 해마에서 오는 현재의 사건들이 잠을 자는 동안 피질로 가면서 과거에 그곳에 운반되 어 있던 관련된 피질 기억들을 재활성화시킬 수 있고, 그와 비슷한 황에서 예전에 발생한 일들, 따라서 다시 발생할 수도 있는, 가끔은 불 편하기도 한 일들을 슬쩍 엿보게 하기 때문이다.
- 한 가지 냄새가 다양한 느낌을 불러올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사라 진 사랑스러움'을 떠올리게 하는 사랑하는 아기의 머리 냄새, 연인 의 목덜미가 자극하는 성적 흥분, 식은땀에서 느껴지는 두려움, 썩은 물고기가 유발하는 구토감, 혹은 내 경우처럼 러비지의 냄새. 냄새는 당신을 시간 여행시키고 눈 깜짝할 사이에 미래에 대해 경고한다. 냄 새는 어떻게 이런 일을 그토록 즉각적인 방식으로 해내는 걸까? 이를 알려면 냄새 감각이 두뇌에 들어오는 지점, 서로 다른 냄새 화학물질 을 인식하는 비관(또는 비강 상부에 있는 냄새 수용체에서 출발 해야 한다.' 냄새 화학물질은 맛보는 음식마들렌, 허브 등에 들 어 있을 수도 있고, 베인 풀의 냄새, 루핀 냄새처럼 공기 중에 있을 수 도 있다. 분자 차원으로 내려가면, 어떤 냄새 분자와 그것과 짝을 이루 는 비관 속 특정한 냄새 수용체가 전기 신호를 촉발하는데, 그 신호는 후각 신경이라 불리는 약 5센티미터 또는 2인치 정도의 아주 짧은 신 경을 통해 두뇌로 전달된다. 후각 신경은 코 뒤쪽에서 수평으로 뻗어나가 편도체 amygdala라 불리는 구조물에 연결되는데(그림 6) 편도 체는 두뇌 속 기억 문제의 심장이다. 나는 편도체를 두뇌의 '감정적 점 화 플러그'라 부른다. 감정 반응과 느낌을 촉발하는 부위이기 때문이 다. 편도체는 해마 바로 정면에 위치하며 해마와 긴밀하게 상호연결되 어 있고, 해마 속으로 그 감정적 시냅스를 엮어 넣는다. 신경세포가 연 결되면 그것들은 우리가 알다시피 함께 발화하는 세포 조립을 형성한 다. 편도체-해마의 연결이 감정적 기억의 토대를 이룬다.

- 후각 신경은 코 위쪽 천장에 있는 수용체에서 두 가지 경로 를 거쳐 전기화학적 신호를 두뇌로 운반한다. 1) 편도체로 가는 빠른 행로에서는 냄새와 결합된 감정이 편도체에서 풀려난다. 2) 후각 피질로 가는 더 긴 행로에서는 냄새의 정체가 파악된다. 냄새와 맛 피질은 중첩되며, 맛과 냄새가 흔히 구별되기 힘든 것은 이 때문이다. 냄새가 맛의 일부라 고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 감정의 점화 플러그인 편도체는 해마처럼 가소적이며 시냅스 연결을 쉽게 촉진할 수 있다. 또 해마처럼 감각 피질, 특히 시각피질과 직접 연 결되어 있어서 이미지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도와준다. 냄새와 다른 네 가지 감각의 차이는 후각 신경세포가 코에서 후각 피질로 가기 전 에 편도체에 먼저 도착한다는콧구멍에서 단거리를 달려 편도체에 게 달려든다-점이다. 그래서 냄새를 맡을 때 감정이 즉각 움직이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냄새 외의 다른 감각, 즉 보기, 듣기, 맛보기, 만지 기의 경험은 편도체와 해마로 빠져들기 전에 두뇌 표면의 각 피질을 통 해 연계된다. 관련된 기억을 느끼기 전에 뭔가가 보인다. 어떤 노래를 듣고, 그런 다음 그 노래가 울려 퍼진 어느 여름을 기억해낸다. 그러나 후각 신경세포는 편도체로 먼저 연결됨으로써 냄새의 정체가 의식적 으로 확인되기 전에 느낌을 촉발한다. 프루스트가 묘사했듯이, 냄새 는 느낌으로 기억된다. 이 주관적 현상학적 경험이 과학으로 설명되기 전에 강렬한 내적 성찰을 통해 프루스트가 이를 정확하게 지적해냈다 는 것은 아주 놀랍다.
내 경우, 러비지 분자가 콧구멍에서 어떤 신호를 촉발하고 그것이 편도체로 달려가서 구역질 나는 느낌의 기억을 유발했다. 기억된 구역 질, 냄새의 인지, 러비지의 시각적 확인과 샐러드의 기억이 한꺼번에 일어났고, 러비지가 나를 아프게 했다는 지식은 신경세포의 혼합에서 출현했다.
- 핵심만 말하자면, 편도체에서 나오는 신경 출력은 신체로 가서 신체 내에서 느낌을 만들어낸다. 감정이 신체에서 발생한다는 이론은 1장에서 소개된 존경스러운 윌리엄 제임스가 《감정의 신체적 토대》(1894)에서 처음 제안했다.' 윌리엄, 더 유명한 그의 동생 헨리와 덜 유 명한 누이 앨리스는 모두 인간 감정에 대한 뛰어난 해석자였다. 헨리 제임스는 대소설가였고 윌리엄은 심리학자, 앨리스는 신경쇠약과 우 울증 당사자로서 생생한 일기를 썼던 일기기록자였다. 윌리엄 제임스 는 감정이 신체 내의 내장 감각visceral sensation의 활성화에 의해 유발 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우리는 제임스가 옳았고 편도체가 두뇌에서 이 내장의 활동을 지휘하고 있음을 안다. 내가 편도체를 감정의 점화 플러그라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감정을 만들 때 발화되는 시스템 은 자율신경계ANS인데, 그것은 모든 신체 내 기관, 피부와 분비샘, 작 은 근육들 외에 심장, 내장, 폐, 혈관도 무기력하게 한다. 자율신경계가 중재하는 기능 중에는 얼굴이 붉어지고 창백해지는 증상, 동공의 확 장과 수축, 호흡수, 심장박동수, 눈물 생산, 성적 흥분 등이 있다. '자율 적autonomic'은 '자동적automatic'이라는 말과 동의어다. 자율신경계의 기 능은 일반적으로 자동적이며 거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고 여겨지는데, 실제로 그렇다. 심장은 우리가 그렇게 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뛰는 것이 아니다. 내장의 수축이나 혈관의 확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들은 자 동적이다. 그렇기는 해도 명상을 통해 자율적 기능을 조정하도록 할 수는 있다. 이것이 마음 챙김mindfulness'의 토대다. 자율신경계는 끈에 매달린 인형인 마리오네트와도 같아서, 두뇌에서 나오는 출력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 다마지오는 신체 내부 감각이 수없이 많은 조합으로 조직되어 '다양한 느낌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론을 세웠다. 다마지오 는 저서 자아가 마음에 오다》에서 자신이 시도한 뇌 영상 실험들에 대해 서정적으로 서술했는데, 그 실험에서 그의 연구팀은 상이한 감 정상태들이 뇌섬엽 활성화의 상이한 영역과 관련된다는 것을 보여주 었다. 그는 그 영역들을 '감정에 특화된 신경 패턴emotion-specific neural patterns'이라 불렀다. 좌측 뇌섬엽은 주로 긍정적 감정일 때, 즉 모성적 이거나 낭만적인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좋은 음악이나 행복한 목소 리를 들을 때, 미소 짓거나 다른 사람의 미소를 볼 때 활성화된다. 심 지어 구매 요법retail therapy'의 신경학적 근거일 수도 있는, 뭔가를 사려 고고대하는 기분과 연관된 긍정적인 감정도 좌측 뇌섬엽의 활성화와 관련돼 있다. 감정 지도는 돈 알폰소의 첫눈에 반한 사랑에서 프루스 트의 마들렌이 촉발한 수수께끼 같은 어떤 감정의 유령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온갖 느낌 상태의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를 설 명해준다.
- 삶에는 어쩔 수 없이 상실과 고난이 있는데, 위기 때 느끼는 감정은 모두 편도체에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돈 알폰소의 첫눈에 반한 사 랑의 정신병 쿠데타처럼 강렬하고 압도적이며, 확실히 저절로 움직이 고 통제 불가능하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전기 기억이 피질로 가게 되 면서 감정은 모습을 바꾸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아마 고도로 홍분 한 편도체의 돌진에서 더 사려 깊은 전두엽-뇌섬엽의 돌진으로 옮겨 가는 것의 반영일 것이다. 내 짐작이지만 이는 아마 즉각적인 느낌과 더 절제된 느낌의 원인을 설명해줄 것이다. 편도체가 밀어붙이는 날것 그대로의 감정 상태의 경험에서 온건해진 경험, 그중 십중팔구는 전두엽-뇌섬엽 회로에 의해 추진되는 경험으로의 이동을 보여주는 예 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라는 보편적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죽음 직 후에 느끼는 감정은 강렬하고 때로는 통제할 길 없이 불행하고 고통스 럽다. 비탄이 끼어들고 지배한다. 편도체에 불이 붙어 모든 감각적 입 력에 작열하는 상실의 각인을 새긴다. 슬퍼하는 사람에게는 모두가, 또 모든 것이 상실을 상기시킨다. 패트릭 캐버너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 난 뒤 “노인을 보기만 하면 아버지가 떠오른다"고 썼다. 기억은 시간 이 흐르면서 피질로 가서 전두엽의 전기적 네트워크와 더 온화한 뇌섬엽의 느낌으로 표현된다. 기억은 비탄이 전두엽뇌섬엽 감정으로 서서히 이동함에 따라 편도체의 강력한 충격과 거리를 둔다. 전두엽-뇌섬 엽 감정 단계에서는 상실을 겪은 사람이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에 게 연민을 느낄 확률이 더 높다.

- 살고 배우는 것은 감각과 기억과 감정의 끝나지 않는 춤이다. 외부세계에서 들어오는 감각은 감각 경험의 피질 지도 속에 엮여 들어가 며, 사건은 감정 회로의 편도체-뇌섬엽 베틀 속에 계속 엮여 들어간다. 결국, 감정이 없다면 기억은 무엇이겠는가? 인간적 의미도 없는 경험 의 끝없는 레퍼토리일 뿐이다. 기억 없는 감정은? 욕망의 이런저런 대 상사이에서 얄팍하게 날아다니는 일에 불과하다. 감정이 없으면 우리 심장은 부서지지 않고 슬퍼하지 않겠지만, 또 우리가 매력을 느끼고 잠 시라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풍요로운 기억들, 오랫동안 보지 못 한 사촌들을 만날 때 떠오르는 그런 종류의 기억은 없을 것이다.
- 해마 안에서 순차적으로 발화하는 세포는 시간 세포라 불리며, 장소 세포와 비슷한 특성을 갖는 듯하다. 지금 보니 시간 세포와 장소 세 포의 입력이 해마 내의 통합된 세포 조립 시스템으로 한데 모이는 것 같다. 그렇게 하여 형성된 시공간 기억은 가장 근본적인 층위에서는 사건 기억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 점을 숙고한 뒤 앞 장에서 나온 '장소'에 관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즉 엘비스가 죽었을 때 혹은 9·11 사건이 터졌을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 하는 질문 말이다. 어디와 언 제가 경험적으로 한데 엮인다. 이것이 해마의 신경-기억 생산 라인 내 의 시공간 세포 조립에서 처리되는 것이다. 그런 다음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은 전두엽의 자전적autobiographical 저장고로 던져진다. 전기 기 억 속에서 하나의 연결된 세포 유닛으로 공고해진 사건은 회수되는 것 역시 유닛으로서다. 확정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전기 기억의 환 기는 전두엽의 전기 기억과 해마의 영상연출video-directing 특성에 관 련되는 것으로 보인다. 내 생각에 오래된 기억은 최근 사건들의 영화 같은 기록의 모멘텀을 상실하여 과거에서 오는 장소의 스냅숏과 좀 더 비슷해지고, 그 일이 발생했을 때 함께했다는 감각만 남는 듯하다. 사 건 기억이 노화함에 따라 시간보다는 장소가 더 확실하게 기억에 남는 다.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추억을 회상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났던 시간 이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는 경험은 아마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 알츠하이머 환자는 해마가 일찌감치 손상되어 그 질환의 첫 번째 징후인 기억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병이 진행되면서 시간 감각을 잃는다. 한 실험에서는 미약한 알츠하이머 증세가 있는 그룹 과 정상적 인지 기능을 가진 동일 연령대 그룹의 통제 능력을 비교했 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과거의 사실을 기억하는 능력과 미래의 사건 들을 예견하는 능력이 똑같이 손상되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는 과거와 미래의 정신적 표상 사이에 밀접한 연결이 있다는 또 다른 증 거다. 알츠하이머병에서 전두엽 피질에 저장된 과거의 기억은 병의 초 기에는 비교적 손상되지 않으며, 가소적인 해마가 더 빨리 손상된다. 그러나 병이 점점 진행되며 전두엽이 더욱 잠식되는 후기 단계에 이르 면 자전적 기억이 점차 파괴된다.

- 이 장에서는 스트레스가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려 한다. 이를 제일 잘 알 수 있는 것은 우울증 연구를 통해서다. 2003년에 나는 모즐리 대중 토론 시리즈에서 루이스 울퍼트와 같은 편에 서서 토론하 는 행운을 얻었다. 우리는 "항우울증 약물이 의존성을 유발한다고 믿 는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루이스는 자신이 겪은 우울증 경험보다 과학에 관한 투명한 글쓰기로 더 잘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저서 《악성 슬픔: 우울증의 해부》는 그의 뛰어난 과학적 재능이 우울 증이라는 주제에 집중적으로 발휘된 책으로,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 다. 나는 루이스가 청중에게 자신의 우울증이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 보다 더 나쁜 경험이었다고 말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는 우울증을 겪은 사람들이 다들 그렇듯, 우울한 경험이 가진 가장 파괴적인 힘은 기 억과 사유를 뒤죽박죽으로 섞어버리는 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치료받으러 나오는 것은 흔히 이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절망과 자기혐오, 피로와 불면증, 심지어 자살 충동까지도 견디고 분 투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집중하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고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치료를 받고 싶어한다.
- 두뇌처럼 신경세포도 잠자고 있거나 졸고 있다. 두뇌 전반에 걸쳐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것이 벌어지는 장소는 궁극 적으로 세포 차원임을 기억하라. 기억이 형성되려면 코르티솔 수치가 최소 수준을 넘어서야 하며, 우리는 이것을 '좋은' 스트레스라 부를 것 이다.
거꾸로, 코르티솔 수준이 항상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해마 신경 세포는 긴장성 분열증 환자처럼 과도 각성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상태 에 있게 된다. 이 경우 과도 기억 형성super memory formation이라는 결과 를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신경세포가 다른 기억을 형성하기 위해 재충전되려면 전기활동 수준을 도로 낮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도 각성된 신경세포는 초과 발화된 상태에 고정되어 있고, 새로운 자극에 사용되지 못한다. 코르티솔이나 나쁜 스트레스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때 기억 형성이 저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율신경계의 각성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신경세포 가 발화될 필요가 있다. 노르아드레날린의 수위가 낮으면 신경세포가 제대로 발화되지 않으며, 수위가 너무 높으면 신경세포가 기본 수준으 로 내려가서 재충전할 수 없게 된다. 즉 충전을 막는 저항력이 있다는 말이다.
-  다른 팀들과 함께 우리 연구팀은 특히 많이 줄어든 것이 좌측 해마이며 손상된 부위는 기억을 만드는 과정 이 발생하는 층위에 한정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요즘 은 치료되지 않은 우울증은 해마 내 기억 생산 공정을 파괴하는 질병 임이 알려져 있다.
이는 매우 우울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있으면 성인 이 되어 두뇌 장애를 겪을 것이라고 예언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것 을 다 잃지는 않는다. 해마는 파괴되기 쉽고 비교적 쉽게 손상되지만, 가소성이 있어서 수리 가능하기 때문이다. 항우울제와 이야기 요법이 해마 내 가지돌기의 풍부한 상호연결성을 복원할 수 있다는 증거가 더 많아지고 있다. 항우울제 같은 치료제는 해마, 전두엽 피질, 편도체 내에서 신경세포 연결의 '가역적 리모델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지돌기의 위축 증상이 역행될 수 있다는 이 행복한 발견은 약학적·심리학적 두뇌 치료로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다.
- 살아 있는 두뇌인 신경의 끊임없이 징징대는 소리에서 기억들이 만들어진다. 감각 신호는 크리스마스트리에 켜진 장식등처럼 신경세 포에 불을 켜고, 온 사방으로 반짝반짝 점멸하며 우리에게 마구 달려 들어 인간의 피질에 각자의 세계를 나타내는 개별적인 'www'를 만들 어 넣는다. 여기서 요점은 감각의 흐름이 당도하는 곳에는 어떤 중재자 도 개입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억 격자 구조의 그물망에 신경세 포 조립이 놓인 곳에서 그저 신호가 수신될 뿐이다. 이는 곧 인간 경험 이 오로지 기억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뜻인가? 어떤 두뇌에서 신경세 포들이 만드는 특정한 기억의 지도가 끝없이 이어져 점점 더 결정론적 인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우리에게 있는 것이 기본적인 하드웨어와 과거 경험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뿐이라는 의미에서는 하지만 이 680억 개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진 무한히 복잡한 네 트워크는 절대 끝나지 않는 역동적 변화를 계속해나간다. 우리 감각을 통해 세계에서 들어오는 새 경험은 '최선의 조합'을 따르겠지만, 또한 세포 조립 통로의 변경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연결도 형성할 것이다. 배 치되고 재배치되며, 격자 구조들이 가지를 치고 부서지면서, 기억들이 엮이고 보충되고 해체될 것이다. 그렇다, 인간은 자신의 기억으로 이루 어진 구조물이다. 그러나 이런 기억 시스템은 의식이 있는 어떤 순간에 도 절대 똑같은 반복이 없는 엔트로피의 역동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으 면서 외부 세계에서 들어오는 감각 정보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피질 기 억 지도에 신경의 각인을 남긴다.

- 존재한다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다. 변화한다는 것은 성숙하는 것이며, 성숙하다는 것은 자신의 창조를 끝없이 계속하는 것이다. (앙리 베르그송)

- 솎아내기와 신경 고립을 통한 은밀한 통로가 발달한다는 것은 곧 신경세포 간의 일부 연결이 다른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 희생된다는 의 미다. 초기 발달 단계에서의 일반적 구도는 신경세포가 태중에서, 또 생후 초기의 두뇌 발달 단계에서 근본적 정보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멋 대로 뻗은 가지를 솎아내어 어린 시절의 감각적 입력값을 식별하고 예 리하게 다듬는 방식이다. 유년기 후반에 이르면 전두엽의 가지돌기가 지가 솎아져 세계를 이해하는 인지적·감정적 방식이 마련된다. 신경 사이의 일부 통로는 자주 발화되기 때문에 강화되는 한편, 다른 것들 은 시들어 상대적으로 고정되고 자동적인 해석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생애 초반에 새 정보가 과도하게 가공된다는 패턴은 새로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평생 일어나는 일이며, 인터넷에서 정보를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지식 영역을 탐구하는 사람이라면 이에 익숙할 것 이다. 새로운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고 과도한 일반화에 빠지는 초 기 단계가 있고, 이를 거친 뒤에야 새로운 주제에 관한 체계적이고 맥 락 있는 이해가 출현한다. 지식의 팽창은 지식이 식별된 뒤에 일어난다.
- 귀가 들리지 않는데도 이제껏곡된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그의 놀라운 재능은 고 도로 발달된 청각적 기억이 고도의 기능을 가진 전두엽의 지휘자와 상 호작용하는 데서 나온 결과물이다. 하루가 끝날 때의 우리는 베토벤 수준의 상상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무한한 복잡성을 지닌 감각 기억 시 스템이 만들어낸 개별적 구조물이다. 살아 있음의 경험이란 끝없이 변 화하는 매우 정교하고 무한히 가지를 치는 신경세포들의 네트워크를 넘는 어떤 것이라고, 자신을 넘어서고 기억을 넘어서고 심지어는 상상 을 넘어서는 어떤 것이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이 느낌이 바 로 당신을 '그저 자신의 두뇌 이상의 존재인 듯 느끼게 해주는 신경 네 트워크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것이 추상이 이룬 궁극적인 업 적이다. 그것은 자기 표현, 비슷하게 연결된 다른 인간들의 세계에서 통합적으로 현존하는 존재로서의 자신에 대한 의식이다. 

- 이것이 사람들을 바보로 만든다. 인간은 항상 이야기를 하는 존재이고, 자신의 이야기와 타인들의 이야기에 둘러싸여 살며, 이야기를 통해 자신에게 발생하는 모든 일을 본다. 또 그는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고 애쓴다. (장폴 사르트르)

- 이제 나는 우리가 어느 정도는 프랜시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들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외부 세계와 종종 과민해지는 기억 사이에 서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점은 균형을 더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이다. 프랜시스는 세상에 맞서서 분노하지 않고, 자신이나 주위 세계를 파괴하지 않는 다. 그녀는 참여하려고 애쓰고 있다. 프랜시스와 정신이상 장애를 가 진 다른 환자들은 내게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기능성이라는 추상적인 척도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이루는 것임을 가르쳐주었다. 정신병을 앓는 환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배운 것 이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 자신과 세계 사이의 편안한 평형을 이루는지 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 <세계의 끝에 있 는 집>을 읽다가 한 문장에서 눈길이 멈췄다. 그 소설에서 그는 심리적 으로 취약한 사람들의 집단에 대해 접착테이프로 한데 붙여놓은' 상 태라고 묘사한다. 그들은 집 한 채에서 괴상한 앙상블을 이루며 살아 간다. 함축적인 감수성을 발휘하여 서로의 주위에서 감정적으로 세심 하게 조절된 춤을 춘다. 반드시 행복하지도 않고 오작동하는 것도 분 명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집을 찾았다. 비록 세상의 끝에 세워진 집 이라고 해도. 어떤 집이든 우리는 모두 세상 속에 집을 가져야 한다. 히 포크라테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각자의 정상 상태는 각자가 알아내야 하며, 다른 누구도 심판할 수 없다.

- “내가 그렇게 했어.” 내 기억이 말한다.
“내가 그런 일을 했을 리가 없어.” 내 자부심이 말한다.
그러곤 완강하게 고집을 부린다. 마침내 기억이 항복한다. (프리드리히 니체)

- 거짓 기억
기억 불충실성memory infidelity이라는 비의식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우 리는 '거짓 기억'이라는 토끼굴에 떨어진다. 거짓 기억이란 일반적으로 사건이 실제로 발생한 양상과 다르게 기억하는 것 혹은 애당초 일어 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일을 기억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프레임에 있는 중심 문제는 '진짜true' 사건 기억이란 모순적인 용어라는 점이다. '진짜'라는 형용사가 대개 기억에 쓰이지 않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과학이 설명해온 것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사건들 이 원래 발생한 그대로 회상될 수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것 같 다. 벤틀리가 1899년에 입증했듯이, 기억은 감각 경험의 흐름으로 재 생될 수 없다. 모든 전기적 기억은 어느 정도는 거짓이다. 변화의 불가 피성, 계속 진행되는 사건과 경험들에 기인하는 변화하는 네트워크, 인간들의 자기 서사화 충동 때문에 그렇다.
-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인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앨리스 먼로는 이 사실을 잘 표현했다. “기억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계 속 전해주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우리 이야기의 조금 다른 버 전을 전해주는 방식이다.” 그녀의 말처럼 우리는 먼저 자신에게 우리 [만의] 이야기를 한다. 그런 다음 거기에 광택을 조금, 혹은 많이 더하 여 '좀 다른 버전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한다. 그 버전은 우리가 '계속 자신에게 전해주는 새 버전이 되며,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때는 다 시 변한다. 자기 서사화는 당신의 이야기를 당신의 서사로 변형시키며, 당신이 되고 싶어하는 모습,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그렇게 봐주었으면 하는 모습을 그린다. 결국 그 모두는 허영에 의해 움직인다. 겸손한 사 람이 가진 가장 충격적이고 매력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자기 서사 화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는 몇몇 거창한 나르시시스 트가 활약하는 무대가 되어버렸는데, 그들의 허영심과 자만심과 대등 한 것은 오직 착각에 빠진 그들의 자기 서사화뿐이다. 우리는 자신의 서사 뒤에 숨을 수 있고,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때로는 희극적 존재로 서 스스로 현실에 안주하며 처신할 수도 있다. 한 개인이 지우고 재구 축하고, 선별적으로 잊고 선별적으로 기억할 능력은 무한하다. 그러므 로 카드 색이든 자전적 사건이든, 과거의 기억이 현재 경험이나 변하는 자기 서사의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축된다면, '가짜' 기억이라는 것이 과연 있기는 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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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

Quote of the day 2024. 6. 12.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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