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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스탠딩 티처

인문 2024. 6. 22. 08:46

- 마이크로소프트 MS는 2022년 5월 연례 개발자 행사인 '빌드 2022'에서 GPT-3에서 파생된 코덱스Codex를 소개했 다. 코덱스는 사람이 대화하듯 평소에 하는 말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즉시 바꿀 수 있다. 곧 우리가 말로 하면 AI가 그것을 듣고 프로그래밍 코드를 만 들어준다는 얘기다. MS의 최고기술책임자는 '코덱스가 가 져온 소프트웨어 개발 생산성 향상은 게임 체인저'라고 말 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소프트웨어 회사인 MS 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상황이되고 있다는 말을 한 것이다. 벌써 시작된 미래다.
이건 개발자만의 얘기가 아니다. AI로 인해 판이 바뀌었 다. 코딩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제 AI 잘 쓰 는 사람, 못 쓰는 사람으로 나뉜다. 공부 잘하는 사람, 못하 는 사람이 아니라 AI 잘 쓰는 사람, 못 쓰는 사람으로 나뉜 다. 교육에 대한 방향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누군가에 겐 인공지능이 선사할 미래가 두려울 수도 있는 대목이고, 반대로 누군가에겐 인공지능을 통해 실시간 어떤 궁금증, 어떤 문제라도 풀어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게 되는 대목 이다.

- Teacher는 Teach 하는 사람이다. Teach는 게르만어에 서 출발한 고대 영어 Taecan에서 왔는데, 의미는 '보여주다 Show'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셈 이다. 선생이란 말도 먼저 태어난 사람을 의미하니까, 먼저 태어나고 먼저 배운 사람이 지식을 보여주면서 가르친다는 의미가 된다.
Student는 Study 하는 사람이다. Study의 어원은 라틴어 Studeo에서 왔는데, 의미는 자기 스스로에게 '헌신(전념하 다'이다. 학생은 자기 스스로에게 헌신하고 전념하는 사람 이다. 공부하고 배운다는 것은 남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최 고의 헌신인 셈이다. 그리고 Studio(작업실)란 말도 자신을 위해 헌신하고 전념하기 위한 공간이다.
School은 그리스어에서 '여가'라는 의미로 시작한 말이, 라틴어로 가서 Schola로 변했다가 다시 영어로 School이 된 말이다. 학교는 여가를 즐기는 곳이다. 여가를 배움으로 채 우는 셈인데, 학교가 학습만 하는 공간은 아니었다. 중세까 지만 해도 언어와 작문, 수사학, 철학, 수학, 천문학, 화학, 물리학 등 지식을 비롯해,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과 함께, 창의성, 품성까지 배우는 공간이 학교였다. 

- 한국의 사교육 시장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 바 로 손주은이다. 그런 그가 사교육에 대한 종말을 얘기하고 있다. 본격적인 건 2016년부터다. 2016년 1월, 국가미래연 구원의 산업경쟁력 포럼 세미나에서 한국의 사교육 열풍을 고도성장이 만들어낸 시대적 부산물이라며, 좋은 대학을 졸업했다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며 사교육이란 말은 10년 후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 울러 사교육의 중심이 입시에서 청장년층이나 노년층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였다.

- 하버드대뿐 아니라 세계적 명문대 학생들 중에선 대학 중퇴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산업적 변화가 큰 시대이고, 새로운 기회도 그만큼 많은 시대다. 대학 교육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나 졸업장의 가치보다 더 큰 기회가 있다고 판단 되면 과감히 중퇴를 선택할 이들도 많다. 물론 중퇴가 성공 을 위한 과정이라 할 수는 없다. 빌 게이츠도 학생들에게 중 퇴를 권하지 않는다는 얘길 자주 했다. 중퇴를 할 만큼 시급 한 기회,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중퇴는 신중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아무리 능력 중심 사회가 되어도 대 학을 중퇴하거나 대학을 진학하지 않는 것이 무슨 대단한 옵션이 되는 게 아니다.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방법 중 하나 가 대학이기도 하고, 대학에서 키워주는 것 이상으로 스스 로가 키워갈 것도 아니라면 그 사람은 그냥 대학에 가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했더니 대학 안 가는 걸 자신의 경쟁력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대학을 가든 안 가든 그 자체가 경쟁력이 아니다. 대학을 가도 자신의 경 쟁력을 직접 만들어야 하듯, 대학을 안 간다면 대학 가는 시 간만큼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자신의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 다.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대학 안 가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 여전히 학벌은 중요하다고 믿는가? 이제 학벌은 빛나는 액세서리다. 실력이자 능력을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무기가 되는 게 아니라, 달고 있으면 기분 좋은 액세서리 정도로 위 상이 떨어졌다. 자랑은 할 수 있고, 기분도 좋고, 어깨에 힘 이 조금 들어갈 순 있어도, 그렇다고 학벌 자체가 일자리나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설령 서울대 나오고, 의사, 변 호사가 되더라도 부모님이 능력 있는 의사나 법조인이 아 니라면 사회적 성공은 점점 쉽지 않다. 금수저가 가진 부의 대물림에선 액세서리도 가치가 있지만, 애초에 부를 갖지 못한 이들에겐 그 액세서리는 생각보다 쓰임새가 적다.

- 유대인의 모든 성인 남자는 기원전부터 글을 다 배웠다고 한다. 이미 2,000년 전부터 유대인에게는 교육이 필수였던 것이다. 다른 민족들은 대부분 문맹이던 시절에도 교육을 받았으니 유대인이 경제력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글을 알고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다 보니 시장의 거래에 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고, 통상과 금융에서 힘을 키울 수 밖에 없다. 지금도 세계 금융 시장에서 유대인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선인장의 꽃 열매를 '사브라sabra'라고 한다. 사막에서 선 인장이 꽃을 피우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유대인은 자녀 를 사브라라고 부르는데, 강인함과 억척스러움을 통해 자녀를 잘 교육시키고 잘 성장시킨다는 의미다. 유대인은 가 장 많이 억압받으며 고생한 민족이다. 생존을 위해선 탁월 해야 하며, 창의력이 높아진 것도 교육열이 뜨거운 것도 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그들의 교육관에서 권위에 주눅들지 않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더 나은 대안을 만들어내기 위해 스승의 학문적 성과도 부정할 수 있는 용기를 우린 주 목해야 한다. 그것이 스승에게 학생이 가질 최선의 태도다. 그것이 진짜 공부가 아닐까?
- 교육이 나이, 성별, 인종, 지위 등에 따라 차등해야 할까? 절대 아니다. 교육이 수평화된다는 것은 권위와 관성에 짓 눌리지 않고 더 나은 답을 찾는 것이 일상화된다는 의미도 된다. 선생의 최고 역할은 자신을 능가하는 학생을 키워내 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의 최고 역할은 선생을 능가하는 것이다. 이건 예의와 권위와도 상관없다. 학문적으로, 실력으 로 더 나은 학생을 만들어내는 건 교육의 궁극의 방향이다. 선생을 존중하고 존경하되, 상하 관계의 틀에 갇혀선 안 된 다. 우린 더 나아지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지, 제자리걸음하 기 위해 공부하는 게 아니다.
당신은 어떤 선생을 원하는가? 당신에게 지금 어떤 선생이 있는 가? 우린 이 질문을 진지하게, 그리고 수시로 자신에게 던져야 한 다. 선생 말을 잘 듣는 모범생이 되지 말라고 했다고, 선생 자체가 필요 없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 공부는 특히나 노력이 필요한 분야다. “교육은 복잡하고, 다면적이며, 고통스러운 과정이며, 재능이 있다고 해서 이것을 덜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테렌스 타오Terence Tao가 했다. 아무리 재능이 있고 천재라고 해도 교육의 복잡하고 다양한 과정을 생략해도 되는 건 아니다. 그 과정을 남들보 다 더 빨리 수행한다는 것은, 남들보다 더 치열하고 노력하 는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다. 노력 없이, 과정 없이 하루 아침 에 능력치가 하늘에서 떨어지듯 생기는 게 결코 아니다. 참고로, 1975년생인 테렌스 타오는 5세에 미적분을 독학했고, 8세에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SAT에서 수학과목 800점 만점 중 760점을 받았다. IQ가 무려 230이다. 10~12세 때 3년 연속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 나가 각각 동메달, 은메 달, 금메달을 받았다. IMO 역사상 최연소(12세) 금메달 수 상자이고, 아직도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20세에 프린스턴 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UCLA에 교수로 들어가 24세 에 정교수가 되었다. UCLA 역사상 최연소 정교수다. 31세 에 수학자 최고 권위인 필즈상 (2006년)을 받았다. 한국계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 받을 때가 39세였다. 남들은 쉽게 타 인의 성과에 대해선 운이나 천재라고 얘기하지만, 그들에 게도 노력은 필수였다.

- 역사상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파블로 데 사 라사테 Pablo de Sarasate는 남들이 자신을 천재라고 한 것에 대 해 이렇게 말했다. "천재라니! 지난 37년간 하루도 빼먹지 않고 14시간씩 연습했는데 이제는 나를 천재라 부르는구 나." 누구라도 자신처럼 오랜 시간 꾸준히 연습하면 천재 소 리 들을 수 있다며, 타고난 재능으로 쉽게 얻은 성과가 아니 라 노력으로 얻은 성과임을 강조했다.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순자가 한 "준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리지만, 노마도 열흘을 계속 달리면 따라갈 수가 있다"는 말을 기억해두자. 무려 2,300여 년 전 시대 사람의 말이 지금도 유효하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한 “천부적인 재 능이 없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다 면, 그것을 습득하면 된다"라는 말도 일맥상통한다. 이것이 공부이고, 이것이 노력이다. 그리고 이것을 실천하는 건 그 어떤 탁월한 선생을 만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다.

- 누구나 성장하는 속도가 같지 않다. 재능을 꽃피우는 시 점도 같지 않다. 미련스럽게 계속 물고 늘어지란 얘기가 아 니라, 자신의 단점과 한계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극 복할 방법을 찾는 노력을 먼저 하라는 얘기다. 단점이 아니 라 장점을 발굴해내고, 노력의 양으로 부족한 재능을 채우 면서 기회를 도모하는 것이지, 무작정 버티는 건 안 된다.

- MLB 단장에 명문대 출신의 똑똑한 사람이 많아진 건 세 이버메트릭스가 야구에서 중요해졌기 때문이라 해도 과 언이 아니다. 더이상 직관이나 감이 아니라, 철저하게 데 이터 중심으로 분석하고 계산해야 한다. 세이버메트릭스 Sabermetrics는 야구에 사회과학적 게임 이론과 통계학적 방법 론 등을 적용해 야구 기록(통계)을 바탕으로 선수 가치를 객 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론이다. 스포츠인 야구 를 과학적,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인 세이버메트릭스 를 통해 선수 선발과 영입, 선수단 투자, 비즈니스 등의 효율 을 높인다. 스포츠가 그냥 열심히 몸으로 뛰고 던지고 치고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분석하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 는 본질을 찾아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이버메트릭스 덕분에 선수들의 연봉 협상이 바뀌었다. 주먹구구식 기준이 아니라, 아주 정밀하고 객관 적인 통계수치를 가지고 선수와 구단이 격돌한다. 마치 법 정에서 소송으로 맞서듯 치열한 협상과 조정을 하다 보니 선수를 대신하는 에이전트는 로스쿨을 나오고 변호사 자격 증을 가진 이들이 주로 맡는다. 이들과 상대해서 구단에 유 리한 결과로 이끌어내야 하는 것도 단장의 역할이다.
- 빌 제임스가 만든 피타고라스 기대 승률은 야구를 위해 만들었지만, 농구분석가 딘 올리버는 일부 지표를 수정해 농구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ISO Isolated Power, 순수 장타율, Win Shares 승리 기여도, RF Range Factor, 야수의 수비력, RC Run Created, 득 점 기여도 등 현재 활용되는 세이버메트릭스의 지표 중 상당수 를 빌 제임스가 만들었다.
지금은 세이버메트릭스에서 가장 유명한 통계 발명자이 자 혁신가, 저술가로 꼽히지만, 사실 처음에 그는 야구계에 서 외면당했다. 그가 개발한 통계수치를 야구단, 언론에 알 려줬지만 무시당했다. 왜냐하면 그는 야구선수 출신이나 야구 관련 분야 종사자가 아니라 그냥 야구와 야구 기록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야구광일 뿐이었다.
대학 졸업 후, 대학원을 다니다가 학업을 중단한 그는 통 조림회사 창고의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자신이 좋아하 는 야구 통계 연구에 집중한다. 결코 미래가 보장되지 않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돈이 아니라 시간을 활용하기에 가장 좋은 일자리를 찾은 것이다. 혼자 수많은 야구 기록을 뒤져가며 통계수치를 개발해냈다. 말 그대로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직접 다 들여다보며 혼자만의 고 독한 연구를 한 것이다. 당시 사람들의 눈에는 쓸데없는 일 을 하는 것으로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미래를 봤고, 자신의 연구에 확신이 있었다.
1977년 그는 세이버메트릭스 자료를 직접 복사하고 스 테이플러로 묶어 《야구 개요서 Baseball Abstract》라는 68페이지 분량의 소책자를 만들어 판매했다. 당시 75권이 팔렸다고 하는데, 이 책이 바로 야구계 스카우팅 리포트의 원조 격인 《빌 제임스 핸드북>이 되어 현재까지 출간된다.
빌 제임스의 세이버메트릭스 개념과 지표들이 야구팬들 사이에 입소문 나기 시작했지만, 구단에서 이를 활용한건 1990년대다. 1970년대부터 야구를 연구했지만 1990년대 가 되어서야 야구 팀에서 그의 연구 결과를 활용하기 시작 했고, 2003년 시즌부터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영 자문을 맡 으며 야구계에 정식 입성한다. 1949년생이니까 54세가 되 어서야 야구계의 정식 일원이 되었고, 입성한 다음 해 밤비 노의 저주에 걸려 86년간 우승하지 못하던 보스턴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다. 2006년 <타임>지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경영 자문을 거쳐, 스카우팅 고 문을 오랫동안 맡았다.
세이버메트릭스의 대부로서 그가 만든 통계는 거의 모든 MLB 팀에서 활용되고, 수많은 단장에게 직간접적으로 영 향을 미친 아웃스탠딩 티처이기도 하다.

- 가능성이 높은 것만 도전한다면 우리 늘 잘 하는 것만 하 며 살아갈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갈 기회는 줄 어들 것이고, 하고 싶은 것을 하다가 점점 잘 하게 될 기회 도 놓치고 살아갈 것이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잘 하게 만드는 것을 우린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현재 관점으로만 보고 '부정적인 견해로 기회를 없애기보다 미래의 관점으 로도 보면서 '긍정적인 견해로 기회의 가능성을 만들어주 는 선생이 필요하다.
-  리처드 파인먼 교수가 한 "학생들에겐 완벽한 선생이 필요한 게 아니다. 학생들이 학 교에 오고 싶어 하고, 공부에 대한 애정을 키울 수 있는 행복한 교 사가 필요하다”라는 말을 부모는 되새겨야 한다.
강압적으로 주입식으로 하는 공부의 시대는 끝났다. 공 부가 즐거워지려면, 결국은 자기주도적이어야 한다. 스스 로 공부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이건 청소년 얘기가 아 니다. 청소년들이 이걸 깨닫기엔 쉽지 않을 수 있고, 시간이 걸린다. 성인들이 깨달아야 한다. 입시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신의 직업적 성장, 사업적 성공을 위한 공부다.

- 백년 이상 살아남은 장수기업들은 도대체 어떤 비결이 있을까? 비밀은 의외로 간단했다. 말을 잘 갈아타는 것이었 다. 기존에 하던 익숙한 사업을 버리고 낯선 신사업으로의 전환을 기가 막히게도 과감히 실행한 기업들이 오래 살아 남은 것이다. 산업의 진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변화 주기 도 짧아진다. 더 자주 갈아타야 한다. 아무리 거대한 기업도 과거에 연연하느라, 아니 그 잘난 안정과 익숙함, 편안함과 결별하지 못하느라 무수한 경쟁자들의 추월을 허용하고 쇠 락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의 관심사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 여야 한다.

- 솔직히 이런 글로벌 중요 행사가 열리면 학교에서 기조 연설을 같이 보고, 어떤 의미인지 수업처럼 하면 좋겠다. 글 로벌 콘퍼런스에 직접 초대받아 가진 못하지만,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대부분 온라인으로 영상을 공개한다. 학생에겐 아주 좋은 교재가 된다.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는 못 하더라 도 고등학교에선 경제, 논술 과목에서 하거나, 영어, 국어 수업에서 해도 좋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고등학교 교사 중 에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공부가 될 텐데, 현재 한국의 공교육에선 불 가능하다.
대학에서는 어떨까? 경제나 경영 관련 전공, 영어나 통번 역 관련 전공, IT 관련 전공에서 수업 중에 최신의 기조연설 이나 CEO 연례서한을 같이 공부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걸 하려면 교수가 매번 새롭게 공 부해야 하고 준비해야 한다. 부지런해야 하고, 최신 비즈니 스와 테크에 대한 공부도 소홀하면 안 된다. 아마도 안 하는 이유를 자기 전공 분야가 아니라거나, 학생이 각자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할 것이다. 연구비 지원금을 받을 때는 다자 기 전공이 해당된다며 융합 타령을 하면서 말이다.

- 《The World Ahead 2023》에서 중요하게 제시된 메시지 가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 뉴노멀이라는 것이다. 예측 가능 한 세상이 끝나고,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주 당연해진 세상 이 되었단 얘기다. 굳건하게 지켜지던 세계화와 자유무역 도 무너지고, 국경을 침범하지 않는 불가침 원칙도 무너지 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더 심화되었고, 전 세계의 지정학 적 변수는 더 커졌다. 인플레이션은 통제 가능하던 선을 넘 어섰고, 경기침체 심화로 글로벌 대기업마저도 무너질 위 기에 처했다. 이렇듯 예측 안 되는 상황이 자꾸 발생하는 건 그만큼 변화가 급격해서다. 과거의 관성에 의존하던 사람 에겐 가혹한 시대가 되는 것이다.
팬데믹이 초래하는 경제적 위기가 2020~2022년을 장악했다면, 2022~2024년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에 따른 경제적 위기가 장악한다. 팬데믹이 경제적 위기뿐 아니라 일부에겐 엄청난 기회도 선사했듯이, 인플레이션과 경 기침체도 누군가에겐 기회를 만들어낸다. 중요한 건 위기 와 기회가 엇갈리고, 판이 뒤바뀌고, 변화의 폭이 큰 시기가 2020~2024년이란 얘기다. 역사상 가장 극심한 변화가 이 뤄지는 5년을 우린 살아가고 있다.

- "혁신을 추진할 경우, 반드시 기존의 이해 당사자들이 그 변화의 방향에 대해 모두 저항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당 연한 일입니다. 혁신으로의 방향 전환이 결국 자기 자신에 게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혁신 으로 방향을 정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사람을 교체시켜야 합니다. 좀 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기존의 인력을 교육해서 혁신의 방향으로 내부 분위기를 전환시킨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베스트셀러 《초격차》의 저자이자,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 장을 지내고, 삼성종합기술원 회장까지 역임한 권오현 회 장이 한 말이다. 

- 아이오와대 프랭크 슈미트Frank L. Schmid 교수와 미시간주립 대존 헌터 John E. Hunter 교수는 1998년에 발표한 논문 <인 사 심리학의 선발 방식에 따른 타당성과 유용성 The validity and Utility of Selection Methods in Personnel Psychology>에서 구직자의 학력 과 실력(직무능력)은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상관관 계는 0~1 사이로 평가되는데, 0이면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 는 의미이고, 0.5 이상이면 상관관계가 강하다는 의미다. 논 문은 3만2,0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분석했는데, 학력 (교육기간)과 직무능력의 상관관계가 0.10이었다. 학력은 고졸, 4년제 대학, 석사 박사 등 교육 기간의 차이가 직무능력과는 거의 상관없었다는 것이고, 경력도 연차가 길거나 짧거나 차이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이 결과는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와 기업에서 필요한 직 무가 별 상관없다는 의미이고, 이건 대학이 반성할 일이다. 비싼 등록금 받아서 졸업장 주는 역할에 그치는 것은 들이 는 돈과 시간이 너무 아까운 일이다.
경력(연차)의 상관관계도 낮았는데, 0.18이었다. 경력은 직무 입문 단계인 2년차 정도에서나 유의미했을 뿐, 그 이 상에선 상관관계가 낮았다. 일한 지 오래되었다고 무조건 직무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 논문의 결과에 따르면, 학력과 경력은 참고만 할 뿐, 그것 이 채용에서 당락을 결정해선 안 되는 것이다. 그동안의 편 견은 고학력자가 일도 더 잘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학력 차별, 명문대와 지방대 차별을 만들었다. 왜 글로벌 기업들 이 점점 학력(학위)를 따지지 않거나, 참고사항(기본조건)으 로만 여기는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상관관계가 높은 것은 0.54인 작업 테스트였다. 채용 후 맡길 일을 미리 시켜보는 것이 채용 시 직무능력을 파악 하는데 가장 유용하다는 얘기다. 직무면접 0.51, 동료 평 가 0.49, 직무 지식 테스트 0.48, 행동 일관성 0.45, 정직성 0.41 등이 상관관계가 높았다. 논문의 결과만 보면, 학력보다 정직한지 따지는 게 더 유용한 셈이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약자 보호용이라 여기는 사람이 있 다. 과연 그럴까? 기업에서 인재 선발은 아주 중요하다. 사 회를 위해서, 실업자를 구제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인재 가 있어야 기업이 돈을 벌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 니 정치적 관점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생각하면 안 된다. 가령, 카카오는 개발자 채용 1차 서류 전형에서 지원자 에게 4가지만 적게 한다.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지원 부서 가 전부다. 서류 전형에 참여하면 모두가 1차 코딩 테스트를 받는다. 여기서 결과에 따라 2차 코딩 테스트가 이어진 다. 실제 개발 업무에서 필요한 실무 역량을 검증하는 단계 다. 코딩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에게 경력과 자기소개를 요 청한다. 신입이면 학교에서, 경력이면 직장에서 어떤 프로 젝트를 진행했는지 제시하는 것이 경력 정보다. 자기소개 에서도 직무능력 중심으로 쓰면 된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 합격자에게 인사시스템에 등록하기 위해 학력 정보를 요청 한다. 학력이 채용 당락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이렇 게 해도 고학력자, 명문대 출신이 꽤 입사한다. 하지만 그들 은 학력이 아니라 온전히 실무능력으로 합격한 것이다.

- 미래를 보지 못하는 사람은 과거에 집착한다. 미래를 보는 눈을가진 사람은 나이와 무관하게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다. 다가 올 기회와 위기를 늘 살펴보다 보니 누구보다 더 빨리 대응하고 적 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련한 서퍼는 높은 파도가 와도 두렵 지 않다. 파도를 피하려 들지도 않고, 파도를 즐길 수 있다. 미래는 늘 파도와 같이 온다. 아찔한 위험과 함께 매력적인 즐거움을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선 아찔한 위험만 보이기도 한다. 그건 자신감보단 두려움이 커서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안락하 고 평온하던 기억에 집착하기 쉽다. 미래와 싸울 의사가 없 어서고, 용기와 능력이 없어서기도 하다. 사실 모든 지나간 과거는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그 과거가 미래 를 매력적으로 바꿔주는 데 기여하진 못한다. 위안이자 도 피에 불과하다. 미래를 보기 위해서도, 미래에 대한 자신감 을 갖기 위해서도 필요한 건 결국 공부다.

- “배움(공부)은 평생 해야 할 일이자 책임입니다. ・어 떤 직업이든, 누구든 항상 일관되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 니다. 난 지금도 내 시간의 50~60%를 배우는 데 쓰는데, 책 읽 는 것이나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 여행도 배움입니다. 이 것이 글로벌 세계에서 최고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입니 다. Learning is a life long thing...... it is your responsibility. I think if you or l or any profession at all you have to do it consistently, all the time. I think I spend 50-60% of my time learning, reading, listening to people, and traveling. It's the only way you can keep on top of this global world of ours.
JP모건체이스JP JP Morgan Chase 제이미 다이먼 Jamie Dimon CEO가 2009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Harvard Business School 졸업생에게 한 연설 중 한 부분이다. 당신은 과연 자신의 시간 중 몇 퍼센트를 배우는 데 쓰고 있는가? 우리는 배운다는 의미 를 너무 제한적으로 가둬놓지 말아야 한다. 뭔가를 배운다 고 하면 교육기관을 떠올리고, 강의실에서 선생과 학생으 로 만나 교육받는 것부터 떠올리는 걸 버려야 한다. 그것은 가장 전형적이지만 가장 오래된 교육의 관성이다. 그런 교 육이 무용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교육에 대한 관성이자 선입견이 우리가 새로운 것을 수시로, 쉽게 배우는 데 장애 물이 되기 때문이다.

- 우린 공부에 대해 너무 학술적 관점을 갖고 있다. 뭐든 다 학계, 교수가 풀어낼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 이 풀 것이다. 비즈니스 관점을 가진 이들이 풀 것이고, 클 린테크, 기후테크, 그린테크 등도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 술을 통한 비즈니스가 핵심이다. 이것이 우리가 기후변화 와 탄소중립 문제를 공부할 때도 기술적 관점과 함께 비즈 니스적 관점을 중요하게 다뤄야 할 이유다.
미래를 바꾸는 건 대안과 실행이다. 문제를 아는 것만으 론 안 된다. 그러니 환경의 관점, 의식주와 개인의 관점으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을 바라보고 공부하는 데는 한계가 있 다. 물론 자신이 공부하는 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교양 으로만 보고 현재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상관 없지만, 그 속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 라면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 당신이 할 공부에 대한 방향이 설계되어 있으면, 관련 분야 책을 읽을 때도 저자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흡수하기 만 하는 게 아니라, 비판도 하고 부정도 하면서 읽을 수 있 다. 여러 저자의 책을 보며 비교하고, 그 속에서 더 논리적 이고 합리적인 답을 찾으며 좀 더 구체화된 답을 그려내기 도 한다. 애초에 설계가 없었다면 우린 더 많은 시간을 허비 하고 나서야 이런 답에 도달한다. 목차를 설계하기 위한 방 법은 관련 분야의 책, 논문, 리포트 등 수십 개 이상을 찾아 놓고 시작한다. 수십 개에서 담고 있는 목차와 주제, 문제를 다 리스트로 만들고, 이를 연관성과 중요도에 따라 분류한 다. 여기까지 하는 것이 이미 공부다. 읽지 않고서는 연관성 과 중요도를 파악해서 분류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 이렇게 기본 설계가 되면, 각 이슈별로 당신이 지금 아 는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앞으로 알고 싶은 것을 적는다. 이 것을 체크리스트 삼아 무엇을 더 공부할지, 어떤 자료를 더 읽고, 어떤 답을 찾아야 할지 판단하고 실행한다. 책을 쓰는 과정이든,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과정이든 다르지 않다. 내가 아는 것과 내가 모르는 것을 명확히 안다면 이미 절반 은 공부한 것이다. 공부하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예술적 경험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경계를 넘나든다는 점이다. 예술은 다른 분야보다 더 쉽게, 더 자주 영역 파 괴를 한다. 과감한 시도에도 관대하다. 외국의 유명 공대에 선 학생들에게 공학적, 기술적인 공부 외에 예술과 문화에 대한 공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브라운대 화학엔지니 어링과에선 역사학을 중요하게 가르치고, 컬럼비아대 공대 에선 1학년에게 디자인 과목을 필수로 수강하게 했다. 공학 적 논리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을 채워주면서, 동시에 이질적 경험을 통한 융복합적 사고를 위해서다.

- 삼성 이건희 회장도 다섯 번에 걸쳐 '왜'라고 묻는 것을 사물의 본질 파악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를 순차적 탐색방 법이라고 하는데, 더 정확한 답을 찾아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만든다. 다섯 번 정도 왜라고 물으면 웬만한 일은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끊임없이 묻기 힘들다면, 다섯 번 만이라도 물어보자.
첫째, 왜 그런가?
둘째, 이 정도로 괜찮은가?
셋째, 무언가 빠뜨린 것은 없는가?
넷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정말 당연한 것인가?
다섯째, 좀 더 좋은 다른 방법은 없는가?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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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Quote of the day 2024. 6.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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