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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에스프레소

경제 2024. 6. 16. 18:38

- 금융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에 비추어 보면 금융이 란 쇠를 의미하는 '금자와 녹이다라는 의미의 '융자가 결합한 것으로, 금전의 융통, 즉 돈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금이 이전하는 것을 뜻한다. 금융에 해당하는 영단어인 'finance'는 태생적으로 조금 다른 의미를 갖고 있었다. 이는 끝을 의미하 는 라틴어 'finis'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래 빚을 청산ending하거 나 대금을 지불payment 한다는 의미로 쓰이던 말이었다. 그러다 가 18세기 이후 영미권에서 finance'를 돈을 마련하고 관리하 는 행위를 일컫는 보다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 현대사회에서 금융이 발휘하는 기능은 앞에서 살펴본 정의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핀테크 등 다양한 형태의 금융 서비스를 통해 그 역할과 기능 이 세분화되어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 서비스 제공자 의 형태나 금융상품 종류는 천차만별이지만, 금융이 수행하는 역할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자금의 이전 과 중개 기능이다. 금융은 여유자금을 모아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해주며, 중개 시스템을 통해 자금이 결제된다. 두 번째는 자금의 관리 기능이다. 금융은 우리의 자산을 안전 하게 보관해주는 기능을 넘어 적극적인 운용과 투자를 통해 재 산 형성에 기여한다. 세 번째는 위험관리 기능이다. 우리는 예 측할 수 없는 사고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마련이다. 하 지만 보험 같은 금융의 위험관리 기능을 활용하면 앞으로 닥칠 손실이나 재난에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 고대사회에서 신전은 종교, 정치, 문화, 경제 등 모든 생활의 중심지였다. 신을 기리는 신성한 공간으로서의 기능이 가장 주 요했을 테지만, 다른 한편으로 신전은 세속의 혼란과 폭력으로 부터 차단된 가장 안전하고 튼튼한 장소이기도 했다. 이 때문 에 지배계층이나 여러 도시국가들은 돈이나 보물, 귀금속, 문 서 같은 중요 재산들을 신전에 보관했다. 신전 내에서도 가장 안쪽에 위치한 비밀의 방은 이런 용도에 더없이 적합한 장소였 다. 당시로서는 가장 안전한 금고와도 같았던 셈이다. 기원전 5세기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벌어진 무렵, 파르테논 신전에는 약 3,600만 드라크마(부엉이 은화 한 개는 4드라크마에 해당)의 은화 가 보관되어 있었을 만큼 그 규모도 방대했다.
하지만 신전에 맡겨놓은 은화들이 비밀의 방에 고이 보관만 되어 있던 것은 아니다. 신전의 사제들은 자금이 필요한 도시 국가나 개인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돈을 빌려준 대 가로 대략 10퍼센트 내외의 이자를 받았지만, 가난한 사람이나 노예 신분에서 해방되기를 원하는 자들에게는 무이자나 저리유대인과 더불어 중세의 금융 수요를 충족시켜준 사람들은 롬바르도Lombardo라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전당포 업자들이 었다. 게르만족에 뿌리를 둔 이들은 약 11세기 무렵부터 당시 유대인의 전유물이던 금융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북부 이탈 리아 지역을 기반으로 삼아, 이후로는 유럽 전역으로 활동범위 를 넓혀갔다. 롬바르도의 주요 고객층이나 영업 방식은 유대인 들과는 사뭇 달랐다. 이들은 기사나 신분이 낮은 사람들을 상 대로 가축이나 의류, 책, 귀금속 등을 담보로 받고 비교적 소액의 자금을 빌려주었다. 이자율은 연간 30퍼센트에서 300퍼센 트에 이를 만큼 대단히 높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 지, 당시 롬바르도라는 명칭에는 이들에 대한 경멸이나 멸시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고 한다.
롬바르도는 사회적 지위가 낮은 편이었지만, 이들은 소시민 의 금융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유용한 창구였다. 이런 역할을 토대로, 12세기에 들어서는 각국 군주로부터 정식 면허를 받고 고리대금업을 영위하기 시작했다. 군주들은 이 과정에서 고액의 면허세를 부과해 별도의 수입원으로 삼았다. 군주들은 기독교 교리를 어기지 않은 채 실속을 챙길 수 있었고, 당시 사람들은 제한적이나마 금융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 기사단의 새로운 부업
기독교인들의 바람과 달리 성지 회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십자군이 점령한 지역을 중심으로 예루살렘 왕국이 들어서기도 했지만, 이슬람 세력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았다. 급기야 1187년, 지도자 살라딘을 앞세운 이슬람 세력은 예루살 렘을 재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성지를 되찾으려는 염원 은 기독교인들도 마찬가지여서, 십자군 전쟁은 그 후로도 13세 기 말까지 이어졌다. 교황과 유럽의 왕실은 이 기간 템플기사 단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십자군 전쟁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기사단은 초창기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 다. 성지 회복과 기독교인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보다는 부업에 더 치중했다. 바로 금융업이었다.
템플기사단은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십자군의 주요 길목마 다 지부branch를 만들어두었다. 유럽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어지 는 수백여 개 지부는 오늘날 다국적 기업의 네트워크를 능가할 정도였다. 촘촘한 조직망을 통해 물품 조달과 자금관리 업무를 도맡아 처리한 것도 이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환전, 결제 같은 금융거래 경험도 축적할 수 있었다. 기사단이 보유한 막대한 재산과 광범위한 조직망, 이들이 제공하는 금융 기능의 면면을 보자면 국제적 금융 조직으로 보기에 손색이 없었다. 기사단이 제공했던 대표적인 금융 기능은 장거리 송금과 환 전 업무였다. 가령 로마에서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에 나선 여 행자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템플기사단이 있는 한, 순례자는 거 금을 소지한 채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순례자는 로마에 있는 템플기사단 지부에 돈을 맡기고 이에 대한 증명서를 발급받아 여행을 떠나면 그만이었다. 목적 지인 예루살렘으로 가는 동안 돈이 필요하다면 현지의 템플기 사단 지부를 방문하면 된다. 로마에서 발급받은 증명서를 제시 하고 필요한 만큼 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명서에 표시 된 화폐와 현지에서 쓰이는 화폐 종류가 다른 것 역시 큰 문제 가 되지 않았다. 현지의 템플기사단 지부가 제공하는 환전 서 비스를 통해 간단히 해결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편리함 덕분에 템플기사단의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 객은 순례자나 군인에 국한되지 않았다. 당시 교역에 종사하던 상인들은 템플기사단이 제공하는 송금망의 혜택을 보다 직접 적으로 누릴 수 있었다.
- 금융이라는 부업에 몰두하는 동안, 템플기사단은 교황이나 왕실도 무시하기 어려운 초정부기관으로 성장해
갔다. 13세기 후반 무렵, 이들이 유럽 전역에 걸쳐 보유한 영지 는 9,000여 곳에 달했다. 연간 수입 규모는 영국 왕실의 200배 수준이었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템플기사단은 암흑의 중세 시대, 유럽의 경제와 금융을 떠받치는 중추와도 같은 역할 을 했다. 하지만 이들이 가진 막대한 재산과 영향력은 다른 한 편으로 재앙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1285년 프랑스 왕위에 오른 필리프 4세는 템플기사단의 주요고객 중 한 명이었다. 당시 프랑스 왕실은 십자군 전쟁과 주변국과의 연이은 분쟁으로 인해 템플기사단은 물론 유대인 들에게도 거액의 빚을 지고 있었다. 정상적인 채무상환이 불 가능하다고 판단되자, 필리프 4세는 빚을 면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데 골몰했다. 유대인들에게 진 빚은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이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국외로 추방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 기독교인으로 구성된 템플기사단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을 동원했다. 우상숭배와 신성모독, 부정부패 혐의로 단원들을 모 조리 체포하고 기사단을 와해시키는 것이었다. 필리프 4세의 밀서를 통해 1307년 한 해에 프랑스에서만 3,000여 명의 단원 이 체포되었다. 또한 전임 교황을 살해하고 교황에 오른 클레 멘스 5세를 협박해 유럽 전역에 있는 단원들을 체포하고 기사 단의 해산을 명하도록 했다. 명백한 증거는 없었지만 단원들은 모진 고문에 못 이겨 혐의를 자백했다. 단장이었던 자크 드 몰 레Jacques de Molay를 비롯한 주요 단원들이 화형을 당하고 기사단 의 재산은 몰수되었다. 필리프4세의 빚에서 비롯된 정치적 계 산으로 인해 템플기사단은 허무한 종말을 맞고야 말았다.
- 환어음이 불러온 무역의 변화
환어음의 사용은 당시 교역을 주름잡고 있던 이탈리아 상인들의 영업 형태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시장이 형성되고 안정적인 판매 루트를 확보하게 된 이들은 차츰 순회 상인에서 정주상인 sedentary merchant 형태로 변모해갔다. 이탈리 아 내에 본점을 두고, 유럽의 주요 무역 도시마다 지점이나 대 리인을 두어 업무를 처리하게 된 것이다.
당시 무역과 더불어 금융업을 취급하던 일부 상인들 중에는 이러한 방식으로 업무를 확장해간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가까운 형제나 친척을 파리, 런던, 바르셀로나 같은 교역 중심 지로 보내고, 그들만의 금융 영토를 개척해갔다. 환어음의 이 용은 교역 중심지를 따라 금융 네트워크를 형성한 이 상인들 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환어음이란 이처럼 판매상이 구매상을 지급인으로 하여 발행한 것으로, 어음금액에 대한 지급의무가 표시된 증서를 말한다. 이때 은행은 무엇을 믿고 어음에 표시된 금액 (무역대금)을 판매상에게 미리 지급해준 것일까? 상인들이 서로 짜고 은행을 속이기라도 한다면 은행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 뻔한데도 말이다.
초창기 은행들은 어음의 지급일을 의미하는 만기일을 통해 이런 위험을 관리했다. 환어음의 만기는 어음 작성일로부터 물 품이 도착할 때까지의 기간인 1~2개월로 정해지는 것이 보통이 었다. 이 기간에 은행은 어음의 진위나 물품의 선적 여부를 확 인함으로써 혹시 모를 금융사고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었다.
지급인으로부터 어음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도 무시할 수 없었다. 환어음도 결국에는 만기일에 어음금이 지급될 것이라 는 믿음과 신뢰를 기초로 한 거래이기 때문이다. 만약 지급인이 신뢰를 저버린다면 그에 따른 은행의 손실은 불가피한 일이 었다.
대출거래에서는 이자를 통해 이러한 위험이 일부나마 상쇄 될 수 있었다. 이자는 돈을 빌려준 데 대한 대가이기도 하지만, 돈을 갚지 못할 경우에 대한 벌칙의 의미도 있었다. 환어음에 서는 환전 수수료가 이런 이자의 기능을 대신했다. 은행은 어 음에 표시된 금액을 현지 통화로 바꾸어 주는 과정에서 시세보 다 훨씬 높은 수준의 환율을 적용했다. 따라서 환전 수수료는 은행가들의 훌륭한 수익원인 동시에, 지급인의 부도 가능성에 대비한 위험관리 수단이기도 했다.

- 가문 초기, 메디치가의 구 성원들은 현실 정치에 직접 나서는 것만은 꺼렸다. 인근 국가 와의 전쟁이나 봉건 세력과 신흥 상인 세력 간 갈등에서 비켜 나 있기 위한 전략이었다. 대신에 고위 성직자나 권력층과 폭 넓게 교류하면서 영향력을 발휘했는데, 그 수단으로 쓰였던 것 이 바로 재량예금이었다.
이 시기 교황을 비롯한 고위 성직자들은 실상 대단한 재력가 들이었다. 그렇지만 자신들의 막대한 부를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청빈, 희생 같은 기독교 덕목에 반했기 때문이다. 불로 소득을 죄악시하던 교회법상 예금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다는 것은 더더욱 상상하기 어려웠다. 교회법을 따라야 하는 왕실과 귀족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성직자나 고위 권력층에게는 자신의 돈을 은밀하지만 안전하게 불려줄 수 있는 사람이 그 누구보다 절실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데 메디치 가문만 한 적임자는 없었 다. 메디치가는 고객의 신원과 재산을 비밀에 부쳤기 때문에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었고, 이들이 맡긴 돈에 대해 대가도 두둑하게 지급했다. 다만 그 형식은 이자가 아니라, 감사의 의 미로 재량껏 지급한다는 뜻에서 선물gift로 포장되었다. 교회법 에 따른 제한을 교묘히 비켜가기 위한 것이었다. 대가를 지급 하는 방식도 일반적인 예금과는 달랐다. 사전에 정해진 수준의 이자가 아닌, 은행의 이익에 따라 8~12퍼센트 수준의 대가를 가변적으로 지급하는 형태였다. 현대적으로 보자면 예금이라 기보다 자금 운용성과에 따라 보상 수준이 정해지는 투자 상품 에 가까웠다.
메디치 가문은 재량예금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환전, 환어 음, 대출 같은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면서 위험을 분산했다. 이 로써 오늘날 은행 업무의 대부분을 아우르는 근대적 은행의 면 모를 갖추었다. 이들이 마련한 은행 모델은 종교개혁 이후로는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기도 했다. 17세기 이후 네덜란드, 독일, 잉글랜드, 프랑스 등 유럽 각지에서 메디치 은행을 표본으로 한 은행들이 생겨났다. 비록 메디치 은행은 지금 사라지고 없지 만, 이들의 유산은 르네상스 예술과 현대 은행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여전히 남아 있다.

- 채권이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주식보다 훨씬 이전인 12세기 무렵이었다. 지중해 북부 아드리아해의 지배권을 두고 이탈리 아의 도시국가 베네치아와 비잔틴제국이 벌이던 전쟁이 그 발 단이었다. 당시 비잔틴제국에 맞서 함대를 구축해야 했던 베네 치아로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런 경우 흔히 쓰이던 방식은 자국민을 상대로 세금을 걷거나 금융가 집단으 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도 한계에 다다 랐을 즈음인 1172년, 베네치아 정부는 새로운 해결책을 떠올렸 다.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었다.
베네치아 정부가 생각해낸 방안은 시민들을 상대로 직접 돈 을 빌리는 것이었다. 물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돈을 빌려줄 리는 만무했다. 따라서 정부는 시민들이 보유한 재산 수준에 따라 국가에 빌려줄 돈을 강제적으로 할당했다. 국가에 납부해야 할 세금과는 엄연히 별도였다.
- 시민들로부터 돈을 빌렸다는 사실은 '프레스티티prestiti'라 불 리는 증서를 통해 기록해두었다. 이 증서를 소지한 사람은 정 부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 지위를 인정받고, 연 5퍼센트 수준의 이자도 지급받을 수 있었다. 증서를 제3자에게 이전하는 것도 가능했다. 국가에 직접 채권액의 반환을 요청하지는 못했지만, 증서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베네치아 정부의 사례에서 보듯, 채권이란 기본적으로 돈을 빌리는 자(채무자가 돈을 빌려주는 자(채권자)를 상대로 발행하 는 증서다. 이 증서에는 빌린 돈의 액수는 물론, 정해진 날짜에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일반적인 대출 과정에서 작성하는 차용증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채권은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수단으 로 활용되며, 채권증서를 통해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다는 점에 서 대출과는 차이가 있다.
채권은 그 발명 이래, 자금수요자들을 위한 훌륭한 금융 수 단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근대 유럽 국가들이 채권을 발행해 전 쟁자금을 조달하거나, 현대 국가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재정을 확충하는 것은 채권의 기능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이처럼 채 권은 발행자 입장에서 훌륭한 자금조달 수단이 되는데, 발행 주 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분되기도 한다

- 구조화 증권의 손익은 주식이나 주가지수 변동에 따라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금리나 통화, 상품 등 다양한 기초자산에 연동되게끔 설계할 수도 있다. 주가연계증권과 대비되는 파생결합증권Derivatives Linked Securities: DLS은 이처럼 주식 이나 주가지수 외의 기초자산 변동에 따라 그 손익이 결정되는 구조화 증권을 말한다.
DLS는 수익을 결정하는 기초자산만 다를 뿐, 설계 방식은 ELS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금리 등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 라 지급되는 수익의 내용도 달라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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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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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메일은 보내고 난 뒤에도 내 컴퓨터에 남아 있다. 그런데 이게 돈 이라면 상대는 내게 속은 셈이 된다. 지불된 돈이 내 컴퓨터에 남아 있 어서는 안 된다. 즉, 이중지불을 할 수 없어야 한다. 인터넷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금융기관과 신용카드사는 인터넷 시대에도 당당히 살아남았고 오히려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즉, 비트코인의 발명 전까지만 해도 이중지불 때문에 신뢰받는 제3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블록체인의 다른 이름은 '분산장부'다. 동일한 데이터를 여러 개의 독 립된 컴퓨터에 보관하며 서로를 인증한다. 데이터를 별도의 서버에 백 업해 분실이나 훼손의 위험을 줄이는 관리방법은 블록체인 이전에도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이 온전히 보관되어 있었기에 오늘날 조선 왕 실을 중심으로 한 사극을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다. 실록의 복사본을 전국 각지에 흩어서 보관한 조선 건국 초기 선비들의 '시스템적 지혜' 덕 분이다.
블록체인은 분산된 데이터베이스가 동기화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검 증하는 엄격한 테스트 작업, 소위 '작업증명Pow: Proofs of Work'을 수행한다 는 것과 이를 감독하는 주체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프로그램 자체의 논리에 따른다는 것 그리고 분산된 서버들이 시스템 전체에 대한 결정 력에 동등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유별나다.
- 비트코인이 사용하는 해시함수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만들어 배 포한 SHA256이다. 해시함수는 불가역적인 특성을 갖는다. 즉, 암호값 을 가지고 원문을 찾는 것을 복호라고 하는데, 무작위 수를 삽입하는 방 식으로 SHA256을 복호하려면 슈퍼컴퓨터를 사용해도 수억 년이 소요 된다는 계산이 있을 정도로 연산량이 방대하다. 따라서 시간과 에너지 가 제한된 현실에서는 비트코인이 사용하는 해시함수를 안전하다고 간 주한다.
양자컴퓨터가 발명될 경우, 비트코인이 채용한 SHA256 체계가 무용지물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대세 의견은 양자컴퓨터로도 쉽게 뚫을 수는 없다는 쪽이다. 그럼에도 양자컴퓨터는 비트코인을 다루는 데 중요하다. 
- 비트코인에 모든 거래가 기록되고 오픈된다는 사실은 수사당국이나 사법당국에는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공개주소는 누구나 알 수 있게 오 픈되어 있는데, 수상한 거래를 한 공개주소를 하나 찾으면 그 공개주소 와 거래로 연결된 다른 공개주소를 모두 찾을 수 있다. 비록 돈을 갈취 할 수는 없지만 돈과 사람의 행적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찾을 수는 있 다. 그리고 하나만 덜미를 잡으면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조직의 모든 거래망을 밝혀낼 수도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지 않고도 추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거래기록이 모두 남기 때문 에 증거 확보에도 크게 이롭다. 그래서 무정부주의적 경향이 강했던 아 주 초기의 비트코이너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 오히려 비트코인을 그다 지 선호하지 않는다. 주류언론들은 비트코인이 탈법적인 일탈 행위에 만 활용된다는 논조로 보도하지만, 이는 대체로 공부가 부족하고 실제 로 벌어지는 일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 비트코인에 열광했던 지하세계의 무법자들은 비트코인의 익명성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 비트코인의 익명성은 제한적이다. 비트코인을 거래한 흔적은 영원히 남기 때문에 어느 한 지점에서 꼬리가 잡히면, 연 관된 거래처가 오히려 모두 드러나고 만다. 수사하는 입장에서 무엇보 다 좋았던 점은 피의자들과 관련자들 사이에 발생한 거래기록을 들여 다보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을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이 다. 기존 금융회사들은 수사기관들의 요청에 제대로 답하지 않거나 답 하더라도 오래 걸렸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언제나 투명하게 노출돼 있 으므로, 결정적인 꼬리만 잡으면 거미줄처럼 연결된 생태계를 모조리 밝혀낼 수 있다.
비트코인 관련 범죄를 수사했던 일선 실무자들도 이 같은 비트코인의 익명성을 오해하는 바람에 수사관들이 비트코인을 착복하는 일이 여러 건 발생했다. 비밀경호국의 션 브리지와 마약단속반의 칼 마크 포 스는 실크로드의 운영자 로스 울브리히트와 비밀리에 접촉해 수사 정 보와 비트코인을 맞바꾸려는 검은 거래를 시도했다. 압수 수색하는 와 중의 혼란을 틈타 울브리히트의 비트코인을 훔치기도 했다. 이들을 기 소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한 것도 검사 혼이었다.
검사였던 혼이 형사 절차를 밟아 비트코인의 경로를 추적했다면, 수 사기관에 있었던 브리지나 포스도 자신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수사를 방해하거나 증거를 은닉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무방비 상태로 있었다. 혼은 거래들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었 기 때문에 의심 가는 거래를 쉽게 찾았다.
범죄자들이나 수사관들 모두 비트코인의 투명한 속성을 온전히 이 해하지 못했기에 범죄 유혹에 쉽게 넘어갔다. 범죄집단이나 애초에 상 대를 기만하려고 하는 사기꾼들은 이메일로 소통하는 것을 피한다. 이 메일이 재판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거래 기록이 모두 남는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범죄집단이나 수사기관이 캐서린 혼처럼 비트코인의 속성을 꿰뚫어 본다면 검은 거래에 비트코인 을 사용하는 것을 되도록 피하려 할 것이다.

-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금융 엘 리트들과 통화 시스템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한 금융 분석가 제임스 리카즈James Rickards는 그의 책 <은행이 멈추는 날》에서 종이돈을 없애려 는 세계 통화당국의 야심을 경고했다. 그의 지적대로 달러 CBDC는 종 이돈을 없애고 자산을 모두 전산화하려는 오래된 기획의 일환일 수 있 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달러 CBDC를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를 찾기 어 렵다. 보고서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미 통화 시스템은 상당부분 전자 화되어 있다. 연준이 달러를 발행할 때 종이돈을 찍어서 시중에 뿌리는 비중은 크지 않다. 본원통화의 상당부분은 상업은행들의 계좌에 전자 형태로 꽂힌다. 달러 CBDC가 전자화폐의 편리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없다는 의미다. 게다가 CBDC는 상업은행들에 충격을 준다.
보고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할애한 부분이 바로 상업은행과의 협 업시스템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다. 호주 중앙은행이 발행한 CBDC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은행들의 예금자산의 60% 이상이 단기 예금이라 고 한다. 즉, 중앙은행이 전자화된 화폐를 발행하면 상업은행의 요구불 예금 상당부분이 사라지게 된다. 은행면허란 고객이 맡긴 단기 예금을 장기로 대출하면서 예대마진을 독점적으로 얻는 특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장기 대출에는 고이율의 이자를 부여하는 대신에 고객들의 단기 예금, 요구불예금에는 거의 이자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단기 예금으 로 장기 대출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고객들이 한꺼번에 돈을 인 출하지 않는다는 경험에 따르면 이는 잘 작동하는 '돈놀이'다. 이런 방 식으로 상업은행은 화폐를 창출한다. 즉, 상업은행은 중앙은행이 발행 하는 본원통화보다 훨씬 많은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한다. 그러나 신용 위기가 오면 고객들이 은행을 믿지 못해 예금을 인출하려고 길게 줄을 서는 뱅크런bankrun이 발생한다. 이런 위기가 발생하면 부도가 나지 않 을 은행이 거의 없다. 사업에 특별히 이상이 생겨서가 아니다. 이런 이 상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나선다. 중앙은행은 상업은행에 거의 무제한 신용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상업은행들을 구하기 위해 설 립되었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CBDC를 발행해 국민들에게 디지털 화폐 를 공급하면, 고객들은 얼마 안 되는 이자를 받기 위해 번거로움을 감수 하면서까지 CBDC를 다시 상업은행에 맡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 즉, 상 업은행을 위기로부터 구해 내고자 설립된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의 기둥 뿌리 하나를 철거한다는 자기모순에 직면하고 만다.
연준은 CBDC 보고서에서 블록체인이나 암호화 기술을 이용하려는 의욕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는 향후 달러 CBDC를 언급할 때 전제로 삼 아야 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위조지 폐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는 디지털 현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달러 CBDC는 단순히 전자화된 달러가 아니다. 차라리 개인과 기업들의 중앙은행 계좌에 가깝다. 물론 중앙은행이 개인 들에게 직접 계좌를 주는 것이 현행법으로는 불법이기 때문에 보고서 는 중간에 지갑업자를 둔 간접적 시스템에 무게를 싣고 있다. 중간에 지 갑업자를 둔다면 일단은 현재 시스템과 큰 차이가 없다. 지금도 유동성 증가를 위해 그만큼 종이달러를 만들지 않는다. 상업은행 대차대조표 에 숫자를 써넣도록 해 주면 상업은행이 대출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데, 이 과정이 모두 전자화되어 있으므로 간접 방식의 CBDC 와 상업은행을 통한 신용창출 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
아무튼 어떤 디자인이건 간에 달러 CBDC는 사람을 인증한다. 그래 서 모든 거래 기록을 확보할 수 있다. 보고서에서는 이 특성을 직접 언 급하는 대신 달러 CBDC가 자금세탁 문제가 없는 해결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의 고성능 통화를 외국의 개인이나 기업들이 자유롭게 직 접 소유하는 것은 현행 시스템에서는 많은 문제를 유발한다. 그러나 보 고서에서는 이를 쟁점으로 다루지조차 않았다. 국경을 넘을 때 현행 시 스템보다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설명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개별 국가의 통화 주권에 대한 위협은 문제 삼지 않았다. 이는 허가받은 지갑만이 디지털 달러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다는 설계의 기본적인 특 성을 강하게 암시한다. 아마도 외국의 개인이나 기업은 자국 정부의 엄 격한 심사를 거친 뒤 미국 연준으로부터 지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달러 CBDC의 구조는 현금을 없애려는 통화당 국의 의도에 대한 리카즈의 추론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현찰을 없애려 는 의도는 무엇일까? 리카즈에 따르면 디지털 자산이 현금자산보다 통제와 조절이 쉽기 때문이다. 리카즈는 거시경제학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타당한 이유를 설명한다. 바로 유동성 함정 때문이다.
유동성 함정이란 경제주체들이 시장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완전히 잃어버려, 중앙은행이 막대한 양의 화폐를 공급해도 쓰지 않고 저축만 하려는 상태다. 이런 경우에는 통화정책이 작동하지 않으므로 정부가 가장 큰 소비자로서 직접 소비를 창출하는 재정정책이 적절하다는 것 이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의 주장이다. 그러나 경제주체들 이 정부가 프로그램할 수 있는 디지털 형태로 돈을 보유하고 있다면 유 동성 함정을 간단하게 극복할 수 있다. 그것도 화폐를 찍어 중앙은행의 부채를 쌓거나 정부가 세입보다 세출을 늘려 재정적자를 야기하지 않 고도 말이다.
- 개인들이 달러 CBDC를 소유하는 것 이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면, 보유 액수와 한도를 제한하고 마이너스 이자율을 적용하면 개인들 도 소비에 나설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사용하지 않는 돈은 점점 썩어 서 가치를 잃어버리는 셈이다. 디지털 통화에서 마이너스 이자란 돈이 썩어서 못 쓰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2021년 코로나 사태에서 사 용기간을 주고 기간이 지나면 사용을 제한하는 식으로 마이너스 이자 화폐를 경험했다. 공교롭게도 연준의 CBDC 보고서에서는 액수 제한과 차별적 이자율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아무튼 경제주체들이 중앙은행 이 발행한 디지털 통화를 사용하면 정부는 거시경제의 정책 목표를 미 세한 조정을 통해 손쉽게 달성할 수 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사용처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생산자를 시장에서 간단하게 퇴출해 버릴 수도 있다. 즉, 달러 CBDC는 개인들의 편리함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정부의 정책적 재량권을 확대하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그 대가는 자유의 기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프라이 버시의 희생이다.
- 보고서에서도 프라이버시 문제를 여러 쟁점 중 하나로 언급하지만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연준의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관련 정보를 입수한 미국 정치권에서는 개인의 정보보호를 위해 CBDC 발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법률 제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의 결 과로 2023년 9월,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하원에서는 'CBDC 감시국가 금지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 법안은 상원에서 민주당의 반발에 부 딪힐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의 국민들과 정치인들 상당수가 중앙은행 이 발행하는 디지털 캐시가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경제적 선택권을 크 게 제약하고 통제국가로 가는 첫걸음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심지어 2023년 민주당 내 대통령 경선에 가담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도 CBDC에 반대한다. 역시 개인 에 대해 정부 통제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리카즈에 따르면 평소에는 가능하지 않던 발상이라도 코로나 팬데 믹이나 금융위기와 같은 격변에서는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정책적 재 량권을 확대하는 데 관심이 있는 엘리트들이라면 국민들이 빠른 해결 책을 원하는 위기상황이 열어준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연준의 보고서에서 전제하는 달러 CBDC는 절대 로 비트코인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중앙은행이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려는 의도로 디지털 통화를 밀어붙인다면, 비트코인의 의 미만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생활권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게 될 메타버스 시대에 정부통제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이 반드시 먼저 발명되어야만 했다. 이런 절묘한 타이밍 때문 에라도 대중은 비트코인의 발명을 역사의 보이지 않는 섭리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 금융은 빚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금융이 지속적으로 존립하기 위해 서는 빚이 청산되어야 한다. 마치 질량 보존의 법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듯이 누군가는 빚을 청산해 주어야 한다. 금융에도 이상사회가 있 는데, 위험 대신 안전을 선택한 이들은 최대한 보호하면서 높은 수익을 쫓는 대신 위험을 감수한 이들에게 악성부채를 떠넘기는 것이다. 이는 주식투자와 채권투자의 관계이기도 하다. 주식투자는 크게 오를 거라 는 기대로 임하지만 채권은 그렇지 않다. 주식시장이 붕괴하면 경제가 침체하지만 채권, 즉 은행 시스템이 붕괴하면 사회붕괴로 이어진다. 
- 이론상 절대로 부도가 나지 않아야 할 AAA등급의 금융상품 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면서, 모험을 회피해 온 이들의 퇴직 이후를 책 임져야 할 연기금까지 녹아내렸다. 금융의 이상향도 이상향일 뿐이다.
현실에서는 모험을 기피하는 이들에게까지 부채 청산의 부담이 종종 전이 되곤 한다.
- 이렇듯 높은 위험과 높은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지 않으려 했던 이들 의 예금을 가진 은행이 부도를 내는 순간이 오면, 부를 미래로 보내거나 공간적 배치를 통해 시간적으로도 부를 분산할 수 있다는 금융의 본래 기능이 기본적으로 착각이라는 것을 모두가 한순간에 깨닫는다. 그리 고 이런 깨달음은 예금인출, 즉 뱅크런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멀쩡한 은행까지 부도를 맞게 된다. 망할 것 같다는 사람들의 불안이 은행을 실 제로 망하게 만든다. 금융현상이 바로 재귀적 현상의 전형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간헐적으로 일어나므로 사람들은 이런 청산과정이 언젠가 는 일어날 수 있다고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한다. 그리고 거대한 무리가 모여서 시간의 어긋남을 만들어 내기만 하면 현재의 산출물을 타인에 게 양보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부를 미래로 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 고 살아간다.

- 비트코인은 무덤은 아니지만 열쇠가 없는 창고라는 점에서 매우 독 특한 시스템이다. 비트코인에는 백도어가 없으며 열쇠도 없다. 열쇠지 기도 없고 엘리트도 없다. 그런 제도가 무덤이 아니라 수시로 가치물을 꺼내 쓸 수 있는 창고가 될 수 있을까? 납득하기는 어려워도 가능하다는 것을 비트코인이 보여주고 있다. 인간들의 시간선호와 시간지평이 어긋날 때도 그러했지만 비트코인의 역사가 증명하는바, 패닉이 전염 되었을 때마저도 비트코인은 공포심의 최종적 해결자의 지원 없이 그 럭저럭 버텨냈다. 물론 기대감이나 패닉이 전염될 때마다 비트코인 가 격이 크게 요동치므로, 자의적인 요소들이 수많은 승자와 패자를 결정 하기도 했다. 그러나 열쇠가 없는 제도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비트코인은 문명사적인 사건이다.

- 금융과 관련해 계속 말을 바꿔온 국가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뭐라 고 맹약해도 국민이 더 이상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국가는 권 력의 속성상 힘의 최종적 근원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응징할 수단이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없다. 국가가 약속을 어겨도 응징할 수 없다는 사실을 국민이 깨닫는 순간부터 국가와 국민은 '맹약의 어려 움'에 빠져들고 모두에게 해로운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국가가 어찌할 수 없는 돈, 비트코인이 필요한 이유다. 개인은 물론 국가에조차 비트코인이 절실하게 필요해지는 날이 올 것이 다. 바로 아르헨티나처럼 금융과 관련해 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을 때, 믿지 못해 저축하지 않고 믿지 못해 투자하지 않고 결국 믿지 못해 아무도 다른 사람과 장기적으로 협력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정부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 정부 스스로를 묶는 길밖에 없다.
- 2013년 말 붐이 일었을 때는 인민은행장이 나서서 주 요 기업과 기관이 비트코인을 취급하지 못하게 엄포를 놓았으며, 2017 년에 붐이 일었을 때는 거래소를 폐쇄했다. 2021년에는 또다시 붐이 일 자 비트코인 채굴도 불법화했다.
중국이 이렇게 과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비트코인이 중국 정부에 매우 불리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본이동을 통제하기를 원한다. 외국, 특히 미국에 대해 무역경쟁력을 유지하려고 환율을 의도적으로 낮추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독자적인 이자율정책을 펼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중국은 경제개발 과정에서 한국의 사례를 깊이 연구했다고 알려져 있 다. 한국이 성공한 부분도 학습했지만 실패한 부분을 더 많이 연구했다 고 한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는 중국에 큰 교훈을 주었다.
- 당시 한국은 OECD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외국인 투자를 비롯해 자 본시장을 개방했는데, 국제적인 핫머니에 노출되었다가 일시에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달러부채를 안고 있던 종금사와 기업들이 줄도산을 했 다. 당시 동남아시아도 비슷한 위기를 겪었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정 부가 무너졌고 이후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요동쳤다. 중국 공산당은 외 국인들에게 자본시장을 개방하면 좋은 점도 있지만, 거대한 자본들이 휘젓고 다니는 것을 방임할 경우 한국과 동남아시아처럼 외환위기를 겪고 정권이 바뀌는 현상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그들은 자본시장이 붕 괴되면 정권의 위기로까지 치닫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자본시장만큼은 개방하지 않고 금융과 이자율, 통화량, 환율을 철저하게 정부가 규제하 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 중국 수뇌부의 강력한 의지다.
- 신원정보나 디지털 자산이 내 것임을 증명할 때 편리성과 프라이버 시를 둘 다 가지려면 어느 플랫폼에서든 개인정보를 제시하지 않으면 서 내가 나임을 그리고 디지털 자산이 내 것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 다. 신원정보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디지털 자산이다. 따라서 디지털 소유물도 플랫폼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생태계는 회사들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할 수 있다.
NFT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대체불가능한 토 큰NFT: Non-Fungible Token으로서 블록체인에 특별한 정보를 입혀서 고유성을 확보한다. 비트코인은 대체가능해서 1BTC는 1BTC와 등가로 교환되지 만 특별한 정보가 들어간 코인은 더 이상 등가물이 아니다. NFT는 디지 정보의 고유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플랫폼을 옮길 때 소유권이나 신 원을 확인해 준다. 이를테면 국경을 넘나들 때 내가 나라는 것을 외국 정부에 인증하면서도 신분증에 담긴 개인정보를 우리나라나 외국 정부 에 넘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즉, 메타버스의 편리성은 누리면서 프 라이버시는 지킬 수 있게 해준다.
게임 플랫폼에 있는 아이템들은 고가에 거래된다. 그러나 플랫폼 밖에서의 아이템 거래는 플랫폼 운영사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거래가 아 니다. 아이템 구매자는 플랫폼 외부에서 흥정한 뒤, 돈을 보내고 게임 내부에 접속해서 아이템을 인계받아야 한다. 게임 회사는 이런 거래를 알지만 묵인한다. 유저끼리 매매가 이뤄졌어도 실제 소유권이 확실하 진 않은데, 법적으로는 아이템들이 게임사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이때 게임사들이 게임 아이템을 NFT로 만들면 고객이 마음대로 처분하도 록 독려하는 셈이다. 얼핏 보기에 이는 게임사가 지배적 권한을 포기하 는 것 같다. 그러나 게임사들은 플랫폼 내에서 신과 같은 절대적 권위를 스스로 내려놓으면서까지 NFT를 선언하고 있다. 놀랍게도 자신이 가 진 절대권을 내려놓는데도 그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므로 덩달아 주식가격도 오른다. 신뢰가 땅에 떨어진 정부가 자신이 어찌할 수 없 는 비트코인을 활용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플랫폼 회사 나 정부가 구성원들의 자산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구성원들이 인 지하면 생태계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구성원들 간에 더 많은 협 력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NFT로 만든 ID 덕분에 <리니지>나 <싸이월드>, <로블록스>를 옮겨 다니며 일일이 나라는 것을 검증할 필요도 없고, 동시에 누군가에게 내 정보를 넘길 필요도 없게 되었다. 신분증과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확 인해 주는 이 놀라운 기술들이 바로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 인 논문에서 시작되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섬처럼 떨어진 디지털 세계를 연결한다. 이 는 자산과 신원의 이동을 통해 가능하다. 자산의 소유와 신원을 인증하 는 중앙 없이도 이 일을 해낸다. 비트코인 그리고 블록체인 기반 신원인 증과 만나면 메타버스는 디지털 영혼들이 영생하는 공간만이 아니라 디 지털, 금융, 무역의 복합망으로서 세계 최대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
- 호모 사피엔스는 장부를 만들어 주관적인 사고의 세계를 하나로 연 결할 수 있었지만 장부에 대한 접근 권한 때문에 지독하게 흉물스러운 중앙을 만들어내야 했다. 초기 문명권에서는 문자 자체가 진입장벽이 었다. 이집트와 중국 두 나라 모두 평범한 뇌력의 소유자라면 거의 평생 토록 익혀야만 쓰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문자체계를 창안했다. 장부를 읽고 기록하고 고치는 자들, 즉 문해력을 가진 이들은 평민들과 는 다르다는 것을 굳이 따로 입증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들은 문자를 익 히는 거의 평생 동안, 생산활동을 하지 않아도 부양받을 수 있는 집안에 서 태어났다. 따라서 문해계층은 대를 이어 문자해독을 독점했으므로 장부의 접근경로를 장악할 수 있었고, 이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외부인 들의 진입도 막았다.
좋은 장부는 변경할 수 있으면서도 아무나 아무렇게나 변경해서는 안 되었다. 그러니까 장부는 창고의 가상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많 은 경우 현실의 창고는 가상의 장부와 정확하게 대칭되어야 했다. 창 고 열쇠가 엘리트의 손에 있듯이 장부도 그러했다. 평생을 수련하도록 누군가의 지원을 받아야 했으므로 귀족 자제만이 문자를 익힐 수 있었 고, 그들 중에서도 일탈하지 않고 반복학습을 따라온 젊은이들만 시험 을 보고 서기가 될 수 있었다. 장부를 담당하는 서기와 창고 열쇠를 가 진 엘리트의 차이점이 있다면, 전자는 문자해독이라는 자기 능력을 증 명해야 했던 대신 후자는 창고 열쇠 (여기서 창고는 창고를 가지고 있는 성벽 도 의미한다)를 가진 가문에서 태어났거나 아니면 힘이 강해 창고 자체를 완력으로 빼앗아 가질 수 있었다는 것 정도다. 동양에서는 특이하게도 장부담당 관리를 실력으로 뽑았다. 유교의 영향이었다. 그리고 장부담 당 관리들이 창고도 맡았다. 서양에서는 처음에는 힘으로 창고를 획득 한 귀족이 장부담당자를 고용했다. 그러나 두 문명권 모두 정치가 안정 될수록 장부관리와 창고관리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정부가 지식인 엘 리트와 무사 엘리트의 공조체제로 구축된 것도 장부와 창고의 떼어낼 수 없는 결합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 트레이드렌즈는 전 세계 120여 개 기업과 조직이 참여한 세계 최대의 기업용 블록체인 프로젝트로서 4년간 7,000만 개의 컨테이너를 추적했 고, 약 3,600만 개의 전자 선적문서를 게시했다. 문서 작성 비용을 20% 절감할 수 있었고 수송 시간도 40% 감축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 러나 2023년 4월을 끝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경쟁업체의 참여도 미흡 했지만 무엇보다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기업형 블록체인은 블록체인의 가시성visibility을 활용하는 쪽 으로 제안되어 왔다.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제품, 금융, 정보의 흐름을 기록하면, 이 정보를 공급망 참여자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 공급망 전체 의 투명성이 증대된다. 즉, 공급망의 거래정보와 재고정보를 구성원들 이 모두 투명하게 볼 수 있다면, 과잉 재고와 과잉 주문이 감소하고 배 송 지연이나 오류도 줄어들어 공급망의 시장 대응 속도와 효율성이 개 선된다는 논리다.
- 동일한 장부를 다수의 서버에서 동시에 갱신하고 보관하는 것이 핵 심인 블록체인은 비싼 시스템이기 때문에 서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즉, 블록체인이 반드시 토큰을 발행해야 하 는 것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토큰을 발행해야만 주도하는 기업의 서버 운영 부담이 줄어든다. 비트코인처럼 채굴자들이 달려들어야만 기업이 분산 서버 운영과 관련한 비용을 외부에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 나 기업형 블록체인은 토큰 발행을 꺼릴 뿐 아니라 서버를 불특정 다수 의 채굴자들과 공유하는 방안도 선택지에서 제외한다. 정부와 규제기 관 그리고 여론의 눈치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며 정보를 경쟁사와 공유 한다는 개념을 수용하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인식은 기업의 수뇌부들이 아직 블록체인 메인넷의 무궁무진한 확장성과 다양 한 쓸모를 이해하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 농업혁명 시기에 서기의 장부가 실제 토지를 점유하는 것보다 더 실 제적이라고 인식한 것과 같은 과정을 거쳐 메타버스상에서의 토지소유 권 거래 이력은 실제 거래 이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메타버스 상에서 아프리카 어느 지역의 특정 토지가 담보화되어 그것을 기반으 로 금융상품이 거래되고 토지의 소유권 이전 거래도 활발하게 이루어 지는 데다, 그 정보를 투명한 메타버스상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면 구글의 토지 소유 장부는 이집트 서기의 장부와 같은 권위를 갖게 된다. 특히 등기소가 권위를 갖지 못하던 아프리카 오지의 국가들에서는 더 욱 그러할 것이다. 메타버스상에서는 동결된 문제의 자산을 현실에서 사고팔 때, 권리의 상당부분이 제약된다는 것을 피차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토지와 주택의 가격에는 사용가치만이 아니라 처분할 때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만 생각해도, 실제와 믿을 수 있는 가상의 장부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추론이 어렵지 않다. 즉, 인간에게는 장부를 현실보다 중시하는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신뢰할 필요가 있다.
- 삼성페이는 여러 신용카드를 모아 놓은 지갑에 불과하다. 삼성은 금 융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다. 결제정보도 모으지 않는다. 예치금도 없 다. 스타벅스마저도 선불카드로 예치금을 모아서 예탁자산이 웬만한 은행을 앞서고 있는데, 삼성페이는 삼성 스마트폰을 파는 데 도움을 주 는 킬러 앱일 뿐이다.
한편, 애플은 금융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당연히 저축을 받는다. 애플 은 스마트폰을 단순한 모바일 기기로 보지 않고, 자신들이 구축하려는 거대한 애플 우주에 접근해 그 우주 내부를 이곳저곳 거닐 때 사용하는 수단의 하나로 보는 DNA를 이미 내재하고 있었다.
삼성은 스마트폰을 기기로만 인식하는 문화가 강하며 심지어 기계 마저도 애플을 능가하지 못한다. 기업의 DNA는 결국 기업 엘리트의 체 질이기도 하다. 이는 쉽게 바뀔 수 없다. 수십 년 동안 조직정치를 통해 걸러지며 성장한 엘리트들의 기업관이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애플이 비트코인으로 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 잭 맬러 스가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이며 수수료가 비싼 비트코인으로 반드시 커피를 사 먹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들을 위해 만든 라이트닝네트워 크 전문가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때 애플이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의 개인지갑 앱을 차단한 적도 있지만 그것은 옛일이다. 그저 아이폰이 비트코인 지갑을 탑재하고 스마트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비트 코인을 보내고 받게 한다는 것으로는 뉴스가 되기 어렵다. 이는 이미 아 이폰에서는 물론 안드로이드폰에서도 되고 있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 드폰이나 스마트 계약의 담보물로서 신용카드 회사와 금융회사를 생략 하고 글로벌 소비자 금융의 허브가 될 때 유의미하다.
비트코인은 최종성을 갖는 결제수단이다. 또한, 전자적인 형태로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담보자산으로서도 훌륭하다. 즉, 비트코인은 스 마트 콘트랙트의 전제를 모두 만족시킨다. 라이트닝네트워크는 바로 비트코인의 이런 속성을 이용해 거래가 빈번한 이들 간에 비트코인 블 록체인과는 별도의 장부를 만들어 수수료를 절감하면서도 서로가 상대 의 배신을 염려하지 않을 수 있게 한 결제방식이다.
예를 들어 단골로 이용하는 회사 앞의 카페 주인과 공통 지갑을 만들 수 있다. 이 지갑에 담긴 비트코인을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둘 모두의 합 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담보로서 비트코인을 넣어두고 매일 커피를 사 먹을 수 있다. 비트코인은 커피값만큼 카페 주인에게 이동하지만 아직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올리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는 없다. 외지로 전근 을 가게 될 경우 더 이상 그 카페를 이용할 이유가 없으므로 그 상태에 서 최신 장부를 블록체인에 올려 컨펌을 받는다. 이때 수수료를 한 번만 내면 되기 때문에 라이트닝네트워크는 수수료가 거의 제로라는 말이 나온다.
- 라이트닝네트워크의 성장이야말로 단지 투자를 위해 거래소에서 비 트코인을 거래하는 이들만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 비트코인 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전 지구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현실은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의 갤럭시에 특별한 메시지를 던진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는 평생토록 은행계좌를 만들지 않는 이들이 절반이 넘는다. 아이폰이나 갤럭시가 소유자들과 바로 1:1로 라 이트닝네트워크 채널을 만든다고 상상해 보자. 이 회사들이 가장 큰 허 브가 되는 셈이다. 사용자는 소량의 비트코인을 스마트폰에 예치하고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비트코인의 가격이 변동하므로 두 회사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가로 동결하거나 매번 시간에 맞추는 선택권을 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가격을 동결하면 사용자는 변동 성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가격이 오르면 아이폰이나 갤럭시가 수익을 취하면 되고 가격이 내리면 회사가 손실을 본다. 그러나 사용자가 많으 면 이는 통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서 회사로서는 위험을 분산할 수 있 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이로써 애플과 삼성은 어떤 은행보다도 많은 예치금을 보유한 금융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 더구나 스마트폰은 닉사 보가 30년 전에 상상한, 전자적으로 통제 가능한 이상적인 담보자산에 가깝기 때문에 신용카드 사기와 같은 문제로부터도 자유롭다. 한 해에 전 세계적으로 280억 달러가 넘는 신용카드 사기 규모로 볼 때 이는 결코 작은 이점이 아니다.
- 무엇보다 스마트폰과 암호화폐의 비밀키 자체가 인증이므로 더 이 상의 신원정보는 불필요하다. 즉, 사용자의 정보를 스마트폰에 두느냐, 신용카드 회사의 서버에 두느냐를 놓고 규제당국까지 합세한 씨름에서 자유롭다. 즉, 삼성페이를 만들 때 설득해야 했던 수많은 이해당사자들 과의 복잡한 절차가 모두 생략된다.
실행단계에서는 기술적 장애가 적지 않겠지만 기존 금융생태계를 설득하면서 모바일과 결합하는 것보다는 훨씬 간편할 수밖에 없다. 두 회사의 경영진이 비트코인과 스마트 계약 그리고 모바일의 결합이 가 져올 의미를 깨닫고 나면 기존 금융회사들은 쓰나미에 직면하게 될 것 이며, 금융망으로부터 소외되었던 20억 명 이상의 인구가 스마트폰이 라는 간편한 은행을 하나씩 소유하게 될 것이다.
- 애플과 삼성중 과연 누가 이 의미를 빨리 깨달아 실행할까?
잭 맬러스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2022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를 침공하면서 비트코인 업계는 지정학적 겨울로 진입했다. 다국적 기 업들은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거대 기업들의 블 록체인 프로젝트가 이때를 기점으로 모두 침묵에 잠겼다. 잭 맬러스가 암시한 것이 무엇이었든 당시 분위기에서라면 애플은 계획하던 일을 연기하는 쪽을 선택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침묵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잭 맬러스를 신뢰한다는 전제에서 추론하자면 애플 경영진은 스마트폰과 블록체인의 결합이 가져올 금융의 쓰나 미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비트코인을 저주하는 지식인들이 여론을 장악하고 있는 한 국이다. 이런 풍토에서는 아무리 기업에 지식과 자원이 있다고 해도 새 로운 도전을 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비트코인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 보자는 여론의 전환이 필요하다. 비트코인이 단지 비트코인에 머물지 않고 한국의 산업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오래된 경고 에 이제는 정부가 앞장서서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 튤립버블 사건은 사실 확대, 과장 정도가 아니라 거의 날조된 사건이 지만 일반인들의 인식에는 이 비유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골드가가 발 견한 가장 비싼 튤립 영수증은 5,000 길더로 당시 좋은 집 한 채 값에 해 당한다. 그러나 그 거래는 예외적이었다. 골드가는 튤립 구근에 300길 더 이상 지불한 사람을 37 명밖에 찾지 못했다. 튤립 거래는 300명 정도 의 능숙한 업자들로 한정되었고 튤립버블로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사 례는 단 하나도 없었다. 튤립으로 돈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유명인들도 사실은 부동산 투기로 돈을 잃었던 것이다.
JP모건 분석가의 통찰처럼 생산비용이 비트코인 거품이 아니라 튤 립버블 사건을 푸는 열쇠다. 당시 네덜란드 화훼업자들은 튤립의 생산비용이 얼마인지 잘 몰랐다. 투르크 제국에서 들여온 튤립은 유럽 의 습하고 추운 기후에서는 재배하기가 쉽지 않았고, 당시 네덜란드에 는 튤립이라는 사치품 수요를 생산이 따라갈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유포됐다. 한 계절만 볼 수 있는 꽃이고 현지 재배가 어렵고 냉장시설도 없던 시절을 고려할 때 비용요소만 놓고 보면 튤립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사실 투기적 거품이 일기 전에도 오랫동안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게다가 모든 튤립 구근이 평균적인 집보다 비쌌던 것 은 아니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돌연변이가 일어나 무늬가 독특했던 튤립의 구근만 그렇게 비쌌다.
당시 튤립 구근의 가격폭락은 시장원리 때문이었다. 가격이 폭등하 자 인재들이 모여들었고 어떻게 해서든 생산을 늘렸다. 돈을 쉽게 벌수 있다는 기대는 결과적으로 반대의 상황을 연출한다. 생산에서 혁신이 일어나므로 생산비용은 낮아진다. JP모건의 분석대로 생산비용과 간극이 큰 자산가격은 결국 붕괴하기 마련이다. 1980년 이후 튤립버블 사건 에 대해 진지한 학자들의 독립적인 분석이 이루어졌는데, 미국 브라운 대학의 경제학자 피터 가버 Peter M. Gaber는 튤립의 가격변동이 우리가 흔 히 아는 대로 비이성적인 광기였다기보다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가 생산의 혁신이 일어나면서 가격이 안정되는 전형적인 시장조절 패턴 안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튤립버블은 미시시피회사나 남해회사 파산과 같은 거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현상이었다. 18세기에 일어난 이 주식시장의 거품 사 건은 기본적으로 회계부정 사건이다. 이 두 회사는 회사의 미래를 장밋 빛으로 소개하거나 적자투성이인 현실을 감추었다. 

- 미제스는 금속화폐의 내재가치를 따지려는 시도를 단호하게 비판한다. 오히려 그는 비트코인처럼 모든 정보가 공개된 화폐를 지지 했을 법한 논리를 구사한다. 금이 화폐로서 좋은 것은 금의 상품적 기억 때문이 아니다. 미제스는 사람들이 정직하게 대가를 지불하고 획득했 다는 정보가 담겼기 때문에 금이 좋은 화폐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국가가 만든 화폐는 사회의 정보를 교란하기 때문에 결국 실패한다고 보았다. 화폐는 추상화된 장부다. 장부란 곧 다수가 믿을 수 있는 객관 적 정보를 의미하는데 어떤 물질이든 그 획득과 확산에 대한 정보를 믿 을 수 있다면 장부로 선택될 수 있고, 장부로 인정받으면 그 물질의 직접 적인 효용과는 무관하다는 걸 미제스는 알고 있었다. 미제야말로 화 폐를 사회적 정보 시스템의 한 축으로 이해한 구루Guru이므로 화폐사상 에 국한해서 보자면 사토시 나카모토의 직계 스승이라고도 볼 수 있다.
- 스위스 디나르가 경제학자들에게 충격을 안긴 이유는 정부나 은행 같이 신뢰할 만한 기구가 보증하지 않는데도 한낱 종이에 불과한 사물 이 자생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사회적 약속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스위스 디나르는 상품 화폐가 아니어도 정부나 은 행의 보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증명한 사례다. 만약 상품가치 없는 종이나 코드 쪼가리가 신용화폐로 기능하 기 위해서는 정부나 금융기관의 인정이 필수적이라고 전제한 뒤 비트 코인을 평가하는 경제학자들의 비판이 적절하다면 스위스 디나르 현상 도 발생하지 않았어야 했다.
독재정치와 전쟁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활개 치는 사회에서 화폐란 단지 거래의 수단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수단이었다.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는 정부가 보증하지 않는 돈이 정부가 보증하는 돈보다 더 돈다 운 돈으로 인식될 수도 있음을 알려준 사례 중 하나다. 스위스 디나르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사람들이 당시 선택할 수 있었던 가장 최선의 장 부였을 뿐이다.
비슷한 일은 반복해서 일어났다. 흔히 차탈리즘chartalism, the chartal theory of money이라 불리는 화폐이론, 즉 정부가 발행하고 세금의 지불수단으로 삼는 것만이 화폐라는 이론에 매몰된 사람들만이 이 사실을 무시할 뿐 이다.
1991년 1월, 소말리아가 내전으로 붕괴되었을 때 소말리아 중앙은행 의 금고가 폭파되면서 모든 현금과 귀중품이 약탈당했다. 중앙은행의 보장이 사라졌는데도 소말리아 실링 지폐는 소말리아인들 사이에서 계속 유통되었다. 중앙 통화당국이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데도 당시의 실링은 오늘날까지 소규모 거래에 사용되고 있다. 흡연자가 없어도 담배화폐가 계속 쓰인다는 것을 알면 이는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니다. 중 앙은행이 약탈당하기 전까지 소말리아 국민들은 정당한 노동과 거래를 통해 실링을 얻었을 것이기에 이보다 더 좋은 거래수단은 없었던 것이 다. '어디에 쓰느냐보다 어떻게 얻었느냐가 더 중요한 장부로서의 화폐 적 개념에서 보면 스위스 디나르나 소말리아 실링이나 모두 예측 가능 한 사례였다.
사람들은 좋은 장부를 찾는다. 그 장부가 반드시 이상적일 필요는 없다. 구할 수 있는 장부 중에서 가장 신뢰할 만하면 된다. 스위스 디나르 처럼 차탈리즘과는 정반대 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 정부가 장부를 조작 하면, 즉 화폐발행을 남발하면 정부가 금지한 정부의 예전 돈이 더 강력 한 화폐가 될 수 있다. 더 이상 정부의 손을 타지 않는 종이돈이 정부가 인정하지만 정부 마음껏 인쇄하는 돈보다 더 좋은 장부일 수 있기 때문 이다. 사람들은 개인적 차원에서만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화폐의 위험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의 선택을 완전히 배제하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선택하는 장부를 관 찰해 선택하고 그런 선택이 모여서 하나의 화폐가 탄생하는 것이다.
- 고트프리트 라이브란트Gottfried Leibbraner와 나타샤드 테란Natasha de Teran이 공저한 <결제파워payment power>에서 저자들은 인류학자들의 연구결 과를 인용하여 화폐보다 부채가 더 오래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물물교 환의 불편함 때문에 화폐가 생겼다는 경제학자들의 사고실험이 실제로 화폐의 기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화폐는 상품화폐에서 기원한 게 아니 라 부채를 해소하는 방식에서 기원했다는 인류학자들의 가설을 지지하 는 증거가 더 많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책에 나온 예시를 살펴보자.
어느 작은 섬에 있는 호텔을 찾은 관광객이 100달러짜리 지폐로 호텔비를 선불로 결제 한다. 호텔 주인은 관광객이 낸 100달러짜리 지폐로 정육점 주인에게 빚을 갚고, 정육 점 주인은 다시 그 돈으로 농부에게 진 빚을 갚고, 농부는 정육점 주인에게서 받은 돈 물 트랙터를 고쳐준 정비소 주인에게 주고, 정비소 주인은 지난달에 딸의 결혼식 장소 를 빌려준 호텔 주인에게 그 돈을 준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난 후 관광객이 호텔 프린트 에 나타나 마음이 바뀌었다며 호텔에 투숙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호텔 주인은 관광객에게 100달러를 돌려주고 관광객은 떠난다. 관광객이 등장하기 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섬에 존재했던 모든 빚이 청산됐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관광객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섬의 상태는 바뀌었다. 얼핏 보면 마술과 같은 현상이다. 그러나 화폐가 애초에 장부였다는 사실을 음미 해 보면 이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사실 관광객이 주었다 도로 가져간 100달러가 없어도 섬의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서로 장부를 펼쳐 놓고 순차적으로 바꾸면 될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섬의 사람들은 100달 러짜리 환어음을 발행하고 돌리면서 서로의 변제를 없앨 수도 있었다. 환어음이란 발행인이 받을 돈(매출채권)을 근거로 자신의 채무를 변제하 는 것이다. 수출업자는 수입업자를 지급인으로 환어음을 발행해서 은 행에 가져다주고 미리 돈으로 받거나, 아니면 수출할 상품의 원료를 제 공할 업자에게 물건값 대신 환어음을 주기도 한다. 물론 이 원자재 업자 는 나중에 수입업자에게 환어음을 주고 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 경제학에서 비주류로 취급받는 오스트리안 학파austrian school들은 실체 가 있는 상품화폐가 진짜 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스트리안들의 대부 미제스는 금이 가치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정부가 금의 양을 마음 대로 늘리지 못하기 때문에 좋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미제스도 화폐는 추상적 장부일 뿐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화폐가 사회적 장부일 뿐이라는 생각을 못 받아들이는 쪽은 경제학 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이다. 매일 사용하는 신용카드나 온라인 뱅 킹이 디지털 수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 수치 뒤에는 뭔 가 값나가는 물질이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화폐 없이 모든 것이 중앙컴퓨터의 기록에 의해 통제되는 폐쇄된 공 동체의 경제흐름을 디자인해 보면 화폐의 본질이 거대한 장부라는 것 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이 아 니라 중앙이 정한 교환비율이 작동하는 배급제 사회라고 해도 상품의 교환은 필요하다. 설계자는 그 사회를 지속시키기 위해 사회에 뭔가 공헌한 사람에게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는 포인트를 주려 할 것이다. 대체 로 노동시간에 따라 포인트를 주고 그 포인트를 다른 물건의 구입에 사 용할 수 있게 설계할 것이다. 다만, 화폐가 없다는 전제상 설계자는 포 인트를 구성원에게 주는 대신에 장부에 기록할 것이다. 구성원들은 포 인트를 사용할 때 장부관리자에게 보고하고 포인트의 주인을 바꿔달라 고 신청할 것이다. 결국 그 장부에는 구성원들의 생산 기여도와 생산된 물자의 양은 물론 포인트 거래내역의 최신 상태까지 기록될 것이다. 그 리고 설계자는 물건의 양을 초과해서까지 포인트를 발행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포인트는 물건에 대한 청구권을 의미하는데, 청 구권이 물건보다 많은 불균형은 사회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 다. 이 장부의 핵심은 구성원들이 내용을 함부로 고치지 못하게 하는 것 이다.

- 인류 최초의 문서는 회계장부다
인류학자들의 발견에 의하면 역사상 최초의 문서는 회계장부였다. 유발 하라리 Yuval Harari는 《사피엔스》에서 5,000년 전 수메르인들이 '보리 2만9,086 자루, 37개월, 쿠심'이라고 적은 점토판을 남겼다고 소개하며 인류 최초의 문서가 철학도, 시도, 전설도 아니고 빚이나 권리를 기록한 회계장부였다는 사실에 탄식했다. 전혀 다른 문명권인 아메리카 안데 스산맥의 잉카제국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들은 아예 주판처럼 수체계 를 기록하는 데만 쓰는 결승문자인 키푸quipu를 남겼다. 키푸는 색색의 실에 매듭을 지어 수를 나타내는데 세금이나 빚, 재산의 소유권을 표시 했다.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경제적 자유주의의 거목인 프리드리히 하 이에크는 폭력으로는 정부를 능가할 수 없기 때문에 뭔가 우회적이면 서 지능적인 방법을 찾아야만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화폐를 만들 수 있 다고 말한 바 있다. 하이에크가 이 말을 한 해는 1984년이었고 그는 1992년에 사망했다. 그는 인터넷의 대중화를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The Bitcoin Standard』의 저자는 하이에크의 통찰력이 비트코인의 존 재 의의를 그 누구보다 잘 설명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나는 우리가 정부 손아귀로부터 권한을 빼앗아오기 전에는 다시 '좋 은 돈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정부에 폭력적으로 대항해서 화폐 권한을 빼앗을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들이 방해할 수 없는 뭔가 '교활한 것'을 들여오는 방편을 취하는 것이다.
- 역시 노벨상 수상자이자 자유시장의 옹호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말 년에 인터넷의 성장을 목격했다. 그는 인터넷에 의해 분산 시스템이 부 상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인터넷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화폐가 등장할 것을 예상했다. 그는 사실상 비트코인의 작동원리를 묘사하는 발언도 했다. 즉,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두 거래 상대가 인터넷을 이용 해 자금을 이전하면서 거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프리드 먼은 미국 중앙은행의 화폐 통제권을 회수해 화폐발행 스케줄을 자동 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해진 비율로 화폐 발행량이 늘어나야 한다 는 프리드먼의 아이디어를 알았을 게 분명한 비트코인의 창시자는 외 부의 개입 없이 정확한 일정에 따라 비트코인 발행량이 조절되도록 디 자인했다.
하이에크와 프리드먼, 자유주의의 이 두 거두들은 무엇이 바람직한 가를 넘어서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를 고민했다는 점에서 무턱대고 비트코인을 무시하는 오늘날 그들의 제자들과 다르다.
- 소유권 때문에 중앙이 필요했다
농업사회로의 이행을 위해서는 중앙집권화된 권력과 농민을 약탈로 부터 지키는 무사계급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농업이 동일 한 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재투입해야 할 양 이상을 생산해야만 중앙화 된 권력을 운영하는 관료들과 무사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 지리적으로 농업의 생산성이 높아 잉여물이 생산된다는 확신이 없는 곳에서는 중 앙화된 권력과 어려운 문자를 해독하여 장부를 기록하는 서기, 칼싸움 을 전업으로 하는 무사계급이 등장하기 어렵다. 즉, 척박한 곳에서는 서 기와 무사를 부양한 잉여 농산물이 없으므로 소유의 개념이 점유의 수 준을 넘지 못한다. 이런 곳에서는 장기적인 투자를 요구하는 농업혁명 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방만하고 오만한 무사계급을 부양해야 했으므로 농업혁명 이후 평 균적인 인류의 삶이 이전보다 후퇴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농업혁 명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인간들이 공유하는 기본적인 소유개념 과 함께 윤리와 가족의 개념을 구축하는 토대다. 농업혁명이 이루어져야만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 그리고 노인을 부양해야만 한다는 것을 비롯해 사회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윤리개념 이 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소유개념도 농업혁명의 연장선 위에 있다. 자본주의적 소 유개념도 하나의 도약이긴 하지만 채집에서 농업으로 갈 때처럼 소유 권과 윤리 관념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는 아니다. 농업에 투입되는 땅과 씨앗 그리고 노동이 자본주의 경제의 요소인 토지, 자본, 노동으로 치환 되었으며 산물에 대해 생산요소를 투입하는 이들 각자가 자기 몫을 가 져간다는 것도 동일하다. 물론 농업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공급 사슬이 길어졌고 투자에서 산출까지 걸리는 시간의 개념도 늘어났으며 그 계산도 정교해졌다.
- 호모 사피엔스의 추상화 능력은 한계를 뛰어넘곤 한다. 이골드의 금 괴 금고가 달의 뒷면에 있어서 FBI가 동결하러 갈 수 없었더라면 정부 는 간단하게 이골드를 폐쇄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한 발 더 나 아가서 아예 근거자산이 없다. 마치 달의 뒷면에 둔 금고처럼, 바다 밑 바닥에 가라앉은 돌화폐처럼 비트코인의 근거자산은 누구도 점유할 수 없다. 왕이나 정부가 압류할 수 없는 추상화된 자산의 정의에 부합한다. 몸에 지닐 수도 없고 국경도 넘지 않으니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비록 비트코인 현상이 상식에는 어긋나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온 자산들의 추상화 과정도 상식을 배반하면서 시작했다. 가치 없는 종이 쪼가리들, 주 식과 채권과 종이돈이 갔던 길을 비트코인도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빚이 채권의 형태로 미분화되고 비인격화된 덕분에 오늘날 각국 정 부는 채무를 없앨 때도 추상적인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다. 거대한 채 권자들을 잡아다가 족치는 방식이 아니므로 그 피해는 훨씬 광범위하 다.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이때 정부는 악마재판처럼 근사한 논리를 제 시한다. 대표적인 게 바로 근대화폐이론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정부는 부채를 갚지 않아도 되고 돈을 찍어내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특권을 갖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경기를 활성화하고 불황에 빠진 경제를 구 해낸다.
이런 정부를 둔 주민들은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부터 도움을 받거나 자산을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은행을 통제하기 때문에 달러나 신용카드로는 그 일을 할 수 없다. 국경이나 실물에 매이 지 않는 권리물이 필요하다. 화폐는 국가가 인정하는 지불수단이라는 정의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 경제학자들로서는 도무지 인 정할 수 없는 주장이지만, 국경을 초월하는 비트코인의 무정부성이야 말로 약탈자와 다름없는 국가의 주민들에게는 일종의 복음인 셈이다.
- 에너지원의 지리적 편중과 저장기술의 한계 그리고 수요의 불안정 성이 전기산업의 현실이다. 성수기의 피크타임과 비수기의 일상적인 수요는 두 배나 차이가 난다. 게다가 블랙아웃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므 로 정부는 성수기의 피크타임을 기준으로 발전설비를 최대화할 것을 요구한다. 당연히 남는 전기를 소비해 줄 유연한 수요처가 필요하다. 비트코인 채굴은 위치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또, 전기를 돌린 만큼 비트코인을 배당받는다. 꼭 완제품을 만들 때까지 시간을 투입하지 않 아도 된다는 뜻이다.
텍사스의 에너지 문제란 천연가스와 풍력 에너지가 풍부한데도 겨울철 한때의 추위에 대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전기 수요의 특성상 한편으로는 남은 전기를 버리면서도 한편으로 전기를 공급하지 못하는 일은 흔하게 발생한다. 비트코인 채굴은 텍사스의 풍부한 잉여 전기를 활용하므로 발전소 입장에서는 발전설비를 최대치에 맞추어도 흑자 경 영이 가능하다. 텍사스의 사례는 전기 발전에는 특수한 경영전략이 요 구되며 비트코인 채굴이 유연한 소비처로서 발전산업의 비책이라는 것 을 증명하고 있다.

- 알렉산더 대왕이 죽은 다음, 비잔틴 장군들이 각각 자기 권역을 지배하고 다른 장군들을 공격하면서 제국은 성장했던 속도만큼 빠르게 분 열되었다. 비잔틴 장군들의 문제라고 하지 않고 당나라 군대 문제라고 하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한 성을 점령하려고 성 주변에 각자 부대를 거느린 비잔틴 장군들이 모여들었다. 비잔틴 장군들은 독자적인 성격이 강한 개개의 컴퓨터나 프로세스를 상징한다. 이들이 공격시간을 정해 함께 공격한다면 성을 쉽게 점령할 수 있다. 그러나 분열되면 성공할 수 없다. 각 부대는 전령 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데 문제는 가짜 정보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 장군 중에 한 명 이상은 공격을 무산시키기 위해 성에서 파견된 스파이인 데 성을 포위한 장군 중 하나로 위장했다. 이 스파이가 공격시간을 전달 받은 후 옆의 장군에게 시간을 바꿔 전달할 경우 충성스러운 장군들은 스파이로부터 받은 가짜 정보와 다른 쪽에서 전달된 진짜 정보를 모두 받고 고민에 빠진다(비잔틴 장군들은 성에 가려서 서로를 보지는 못하지만 강강 술래처럼 원을 구성하고 있다). 이 경우 장군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가짜 정 보를 가려줄 사령관(중앙)이 없다는 게 문제다.
장군들 중에 명령권을 가진 사령관이 스파이거나 1/3 이상의 장군들이 스파이라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권위체 가 없는 분산 네트워크는 조정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비잔 틴 장군 문제는 30년 이상 해결이 어려운 난제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사토시 나카모토가 발명한 비트코인은 비잔틴 장군들의 문제를 극복했 다. 분산된 노드들이 중앙 없이도 지금까지 조화롭게 협력하는 것이 그 증거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잔틴 장군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한 전제는 크게 두 가지다. 비용과 다수의 선의다. 채굴 경쟁에 참여한 퓨터들은 전기를 소모해야 한다. 시스템에 참여하는 컴퓨터들 간에 주 고받는 중요한 신호는 비용을 들여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에 검증해 주 는 제3의 기관 없이도 그 진정성을 인정받는다.
- 다수의 선의majority good will란 시스템에 참여하는 다수, 즉 51%로 표현 되는 과반 이상은 시스템의 붕괴를 원하지 않으며 자신의 이익을 합리 적으로 추구한다는 의미다. 다수의 선의'라는 개념은 비트코인 협치의 핵심이다. 선의 good will란 대단한 공익정신이 아니다. 단지 참여자들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비트코인을 무력 화하고자 하는 몇몇 주체들은 악의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그러나 비트 코인을 지킨 결과로 얻는 총이익이 누군가 비트코인을 붕괴시켜서 얻 을 수 있는 총이익을 압도하는 한 비트코인을 지키고자 하는 구성원들 의 힘이 더 크다. 이 개념은 코즈의 정리와도 맥이 닿는다. 즉, 이익의 총합이 큰 쪽으로 움직이도록 작용하는 압력이 그렇지 않은 쪽으로 움 직이게 하는 힘보다 훨씬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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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 기분이 찜찜하고, 뭔가 대화가 어긋났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 한다. 그 대상은 가족일수도, 친구일수도, 직장 상사나 부하일 수도 있다. 

대화가 어긋나지 않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확인하는 습관, 말하는 방법, 그리고 질문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우선 대화가 어긋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주로 상대가 막연하게 말하기 때문이다. 전제적인 설명을 생략하거나 애매한 표현을 쓰기 때문에 대답도 엉뚱하게 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잠시 멈춰서 확인하는 것만으로 이야기의 초점을 맞출 수 있고, 무엇에 대해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생각할 수 있다. 
이밖에도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다가 주제에서 벗어나건, 놓치고 못 듣거나, 혼자서 착각한 나머지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도 있다. 

대화중에 뭔가 핀트가 어긋났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에는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 자리에서 즉시 그 내용을 확인하고, 숫자나 고유명사를 의식하면서 구체화해야 한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내용이라면 메모하면서 기억하도록 한다.

대화에서 가장 기본은 경청이다. 흔히 잘 듣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잘 듣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때 무릎이 중요하다. 무릎이 상대방을 향하도록 앉는다. 얼굴과 눈은 물론이고, 몸도 다른 방향으로 향해서는 안된다. 무릎이 상대방을 향하면 몸도 얼굴도 자연스레 상대방을 향하게 마련이다. 

대화할 때 '이, 그, 저, 어느'와 같은 지시대명사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이야기 해야한다. 지시대명사는 서로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편리하지만 남용하면 허술한 표현방식이 된다. 상대방의 사전에 있는 단어로 이야기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바로 실천할 수 있고 어긋난 대화를 효과적으로 바로잡는 45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200여개 이상의 회사에 경영컨설팅 경험을 갖고 있으며, 15년 이상 3천회 이상의 강연과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책은 오랜동안 현장에서 즉시 고객과 신뢰관계를 쌓거나 본심을 끌어내는 데 유용했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45가지 요령을 익히면 평소 대화할 때 스크레스를 훨신 덜 받을 수 있다. 대화가 어긋나서 상대방에게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주지 않게 된다. 또한 직장내에서 인간관계가 훨씬 좋아지고, 어느새 직장 상사나 중요한 인물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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