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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어인 테물temul은 창조적 열정을 의미한다. '기수가 원하는 것이뭐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질주하는 말의 눈에 비친 모습'이라는 시적표현으로 번역돼 왔다. 테물은 테무진Temùjin 이라는 이름의 어원이기도 하다. 테무진은 바로 칭기즈칸Genghis Khan 이다.
학교에서 테무진에 대해 가르쳐 준 것이라고는 고작 그가 피에 굶주 린 장수였다는 사실뿐이다. 몽골 제국이 모든 종교에 관용을 베푼 최초 의 거대 문명이었다거나,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장려 했다거나, 최초의 국제 우편제도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가르쳐 주지 않 았다. 심지어 몽골 제국이 세계 역사에서 대영제국 바로 다음으로 두 번 째로 큰 제국이라는 사실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대영제국이 세계를 정복하고 식민지를 만드는 데 수 세기의 시간이 걸렸다. 테무진은 단 한 번의 생애에 집 없는 아이에서 막대한 영토를 다스리는 지위에 올랐다. 그가 지배한 영토는 현재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조지아, 중 국 북부와 러시아 남부에 걸친 땅을 아우른다. 내가 그를 두고 어떤 이 야기를 하든 그가 엄청난 '물'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에는 논쟁의 여 지가 없다. 테물은 창조하는 힘이다.

- 911년에 철학자 앨프리드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는 이렇게 썼다. "의식적' 사고라는 작업은 흡사 전투에 참여한 기병의 돌격과 같다. 숫자는 엄격하게 제한돼 있고 팔팔한 말이 필요하 며 결정적인 순간에만 실행해야 한다."
노벨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생각에 관한 생각》 에서 시스템 1은 '빠르고' 시스템 2는 '느리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시스템 1과 시스템 2만이 유일한 이중 처리이론은 아니다. 사고 대 감 정, 이성대 직관, 좌뇌와 우뇌 같은 다른 이중 처리이론도 있으며 사실 상 모두 연관돼 있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라고 칭하는 것은 이 이론이 다른 모든 이중 처리이론의 공통점을 강조하면서 각 이론들을 망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는 시스템 1과 시스템 2라는 용어가 상당히 애매하다고 여겨 왔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이들을 각각 악어Gator 모드와 판사Judge 모드라고 부르고 때에 따라서 악어 뇌Gator brain 라는 말을 악어 모드와 같은 뜻으로 쓰려고 한다. 영향력의 관점에서 볼 때 이중 처리이 론은 두 과정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에 초점을 맞 춘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악어 모드는 빠르게 이뤄지고 또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주의 기울이면 되는 모든 인지 과정을 전담한다. 여기에는 감정, 순간적 판단, 패 턴 인식 그리고 읽기처럼 연습하면 쉬워지거나 습관이 될 모든 행동이 포함된다. 마늘을 다지거나, 직장에서 차를 몰아 집에 가거나, 큰 소리 에 깜짝 놀라거나, 친구를 보고 웃거나, 오자를 찾아내거나, 간단한 곱셈을 하거나, 알림음이 울리면 스마트폰을 집어 들거나, 마음에서 우 러난 포옹을 하거나, 아니면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 부를 때 당신은 악어 모드의 지배를 받는다.
판사 모드는 집중과 노력이 필요한 모든 인지 과정을 전담한다. 여기 에는 계획 세우기, 계산하기, 전략짜기, 해석하기, 실수 방지하기, 복잡 한 지시에 따르기 그리고 어떤 것이든 당신이 아직 능숙하지 못한 일 을 해내기가 포함된다. 회의를 주관하거나, 정치에 관해 논쟁을 벌이거나, 보험을 비교하거나, 빗속에서 러시아워의 교통 혼잡을 헤쳐 나가거나, 아니면 욕실 바닥에 타일이 얼마나 필요할지를 계산할 때 당신은 판사 모드의 지배를 받는다. 판사 모드에서는 동시에 여러 작업이 불가 능하다.
신중하게 생각할 만한 가치가 없거나 그게 불가능하면 결정은 악어 모드의 감정, 습관, 선호, 직감 그리고 심리적 지름길로 넘겨진다. 중요 한 결정을 내리고 곰곰이 생각할 만한 여력이 있으면 우리는 악어 모드 와 판사 모드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통합해 자기 직감과 견줘 보고 선택 지를 신중히 고려한다.
같은 행동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악어 모드의 영역에 해당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판사 모드의 영역에 해당하기도 한다. 
- 악어 뇌와 판사 뇌는 해부학적 영역이 아니라 이론적인 구성물이다. 하지만 이른바 과학 덕후라면 이런 구분이 자신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뇌 영역과 느슨하게나마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흥미롭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악어 뇌는 운동을 조절하는 소뇌cerebellum와 감정 처 리를 도맡는 변연계limbic system처럼 원시적인 뇌 영역과 더 큰 관계가 있 다. 판사 뇌는 추론이 일어나는 신피질neocortex과 더 큰 관계가 있다. 그 리고 더욱 흥미로운 점은 악어 뇌 영역이 판사 뇌 영역에 미치는 영향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 크다는 사실이다. 변연계에서 신피질로 메시지 를 보내는 신경 섬유가 그 반대 방향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신경 섬유보다 훨씬 더 많다. 해부학적으로 봐도 악어 뇌는 헤비급이다.
전에 이런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이 없어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서 본능적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아니 라는 사실을 안다. 악어 뇌는 요청을 받지 않는다. 추론을 통해 사랑에 빠지거나 아이스크림을 싫어하거나 파스닙parsnip (당근처럼 생긴 미나리과 채소로 단맛이 강해 '설탕 당근'으로 불리기도 한다. 옮긴이)을 즐길 수는 없 다. 본능적 반응을 멈출 수는 있지만 쉽지 않다. 혐오감 연구자인 폴로 진Paul Rozin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개똥 모양 초콜릿 한 조각을 먹어 줄수 있는지 물었는데 40퍼센트가 먹지 못했다(하지만 유아들에게는 악어 뇌의 갈등이 없었기에 똥 모양 초콜릿을 즐겁게 먹었다).
-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상호작용이 지닌 한 가지 중요한 측면은 악 어 뇌가 필터 구실을 함으로써 무엇이 판사 뇌의 의식적 자각에 도달할 지를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판사 뇌가 지쳤을 때 악어 뇌에 주도권 을 넘겨줄 뿐만 아니라 판사 뇌가 어떤 사건과 어떤 증거를 우선해서 고 려할지를 바로 악어 뇌가 결정한다는 뜻이다. 악어 뇌가 독무대처럼 작 동하는 상황이 아니거나 영향력의 경로가 악어 뇌에서 판사 뇌로 흐르 는 상황에서조차 증거는 이미 주의와 동기부여라는 두 개의 악어 뇌 필터를 지난다.
- 대부분 우리는 거꾸로 영향력에 접근하고 있다. 우리는 사람들의 행 동을 바꾸려면 그들의 마음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참 인 경우는 가끔이고 극히 드물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에 토대를 둔 호소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설득력이 훨씬 더 떨어진다. 또한 우리는 사람들의 의식적인 관심이 극히 부족한 때에도 이런 관심을 당연한 것 으로 여기는 실수를 저지른다.
악어 뇌와 판사 뇌 간의 관계를 다루는 과학 문헌에서는 우리가 주안 점을 옮겨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노력을, 무엇보다도 먼저 악어 뇌에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다룬다. 이는 사람들이 어떻 게 결정을 내린다고 우리가 생각하는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어 떻게 결정을 내리는지를 설명한다. 누군가의 관심을 사로잡고 그들이 쉽게 '그래'라고 이야기하도록 만든 후에도 여전히 합리적 주장을 꾸며 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그렇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당신이 그 기술을 갈고닦는 데 도움이 될 책이 많이 있다. 이 책에서 우리의 목표는 악어 뇌한테 말을 걸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열심히 노 력하지만 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 사람들이 당신과 더 많은 사업을 하고 싶게 하려면 일을 되도록 쉽게 만들어라. 도미노피자의 2015년 애니웨어Anyware 캠페인은 피자를 최 대한 쉽게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는 주문자의 주소, 신용카드 정 보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피자를 알고 있기에 주문자에게 이렇게 응대 했다. "따로 주문하실 필요 없어요. 그냥 피자 이모티콘으로 문자를 보 내거나 트윗해 주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피자가 문 앞에 배달된다. 이 캠페인으로 도미노피자의 매출은 전년도 대비 10 퍼센트 증가했고 2018년에는 피자헛을 뛰어넘어 세계에서 가장 큰 피 자회사가 됐다.

- 우리 몸은 신체적 위험처럼 거절에 반응한다. 과거에 거절이 곧 우리 인간 종을 신체적 위험에 처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초기 호모 사피 엔스에게는 부족에서 추방당하는 일이 죽는 것과 다르지 않았기에 어 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거절만은 피해야 했다. 다른 사람을 친절하게 대 하는 법을 배우는 일은 뇌의 가장 강력하고도 잊히지 않는 도구인 고통 을 통해 강화되는 생존 메커니즘이다. 임박한 재난을 알리는 강력한 사 전 경고를 통해 사태가 선을 넘기 전에 바로잡는 조치를 실행할 수 있듯 이 말이다.
하지만 근육에 스트레스를 줘서 힘을 키우듯 우리는 거절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용기를 기를 수 있다. 
- 우리가 '아니요'를 인간 관계에 대한 거절로 받아들이면 '아니요'는 듣기 고통스럽고 말하기도 어렵다. "인간적으로 넌 아니야. 영원히." 같 은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고 이런 말을 듣고 싶은 사람도 분명 없다. 영향력 행사에 익숙한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말을 듣지 않는 한 "아니요'를 그저 "이것에 대해서 지금은 아니요."라고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성공적인 영업직원들은 '아니요'라는 말을 듣고 나서도 예닐곱 번 정도 다시 연락할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그렇게까지 비굴해 지고 싶진 않아!"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정말 비굴했다면 성 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신이 만났던 비굴한 영업직원들은 누구에게도 기꺼이 예닐곱 번씩 이야기하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최고의 영업직원은 인맥 구축의 달인들이다. 고객들은 계속해서 그들과 사업하길 바란다. 당신이 '아니요'라고 말하면 그들은 나중에 다시 연락해도 좋을지 허락을 구한다. 당신이 그들의 요청에 '아니요'라고 말 하면 그들은 당신에게 더는 폐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존중의 마 음을 담아 당신을 대하는 사람들이다. 당신이 이번에는 '그래요'라고 말 하는 일이 온당치 않지만 그래도 당신이 기꺼운 마음으로 교류하고 싶 어지는 사람들이다. 달인의 경지에 이른 영업직원과의 교류는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교류는 그냥 가까운 친구 사이의 대화처럼 느껴 진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 자신이 더 영향력 있는 존재가 되고자 할 때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과 더불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은 그냥 부탁하는 것이다. 더 자주 부탁하고, 더 직설적으로 부탁하고, 더 많은 것을 부탁하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더 좋은 성적, 더 큰 연봉 인상과 승진, 더 큰 취업 기회 그리고 심지어 더 큰 성적 극치감을 얻는다. 이는 너무 뻔한 사실일지도 모르겠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이 모르는 사실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더 자주 부탁하기를 시작하고 나서야 자신들이 얼 마나부탁을 하지 않고 지내는지를 깨닫는다. MBA 과정이 끝나고 학생 들과 모여 그동안 배운 내용 중에서 가장 큰 가르침이 무엇이었는지 이 야기를 나눠 보면 '그냥 부탁하세요'Just ask가 가장 흔하게 나온다. 완전 한 깨달음은 실천에서 나온다. 어떻게 부탁할지 확실히 모르겠다면 그 냥 다른 사람에게 진지하게 부탁하라.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방 법을 물으면 사람들은 대체로 이 방법을 알려 줄 것이다. 정말 간단하고 도 놀라운 기술이다.

- 질문은 초점을 자신에게서 다른사람에게로 옮기는 손쉬운 방법이다. 당신은 낮춤 표현을 질문으로 바꾸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 자신에 대해서 질문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기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기 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생면부지의 사람과 공유 하기 위해 실제로 돈을 내려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가? 자기 노출을 연구하는 뇌과학자 다이애나 타미르 Diana Tamir는 우리가 자기 이야기를 하면 돈과 섹스, 초콜릿을 먹을 때와 동일한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사 실을 발견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자신에게 질문하는 사람을 좋아한 다. 일련의 연구에서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다른 사람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거나 아니면 돈을 받지 않고 자기 자신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질문의 주제는 하찮았지만 사람들은 자 신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는 경험을 즐거워하며 자신이 벌 수도 있는 돈 의 20퍼센트 정도를 포기했다. 

- 실제로 강의에서 우리는 많은 시간을 들여 잠시 멈춤을 연습한다. 나 는 발언자에게 발표 내용의 모든 마침표와 쉼표에서 잠시 멈춰 확실히 너무 느리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속도를 늦추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청중은 잠시 멈춤의 속도가 딱 적당하다고들 한다. 잠시 멈춤은 청중과 연결되는 순간이자 청자들의 생각이 지금 이 순간을 따라잡도록 청자에게 관심을 집중하는 순간이다. 잠시 멈춤은 신뢰감을 전할 뿐만 아니라 신뢰감을 요구한다.
더불어 '온몸 잠시 멈춤'도 도움이 된다. 온몸 잠시 멈춤의 순간에 당 신은 걷지도, 꼼지락거리지도, 어떤 극적인 손동작도 하지 않은 채 그저 편히 숨을 쉬고 손을 몸 양옆에 편안히 두면 된다. 발표 도중은 물론이 고, 발표 전이나 후에도 효과가 있다. 온몸 잠시 멈춤은 너무나 간단해서 가르치거나 연습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거의 모든 어떤 발언자나 공연자들에게 효과가 있는 카리스마의 열쇠다

- 교감은 방 안에 있는 다른 사람이라곤 당신뿐이라는 느낌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전기적 연결이다. 두 파트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의 눈을 친밀하게 응시하면 된다. 프린스 콘서트에서 그 여성이 정신을 잃 게 만들었던 것도 바로 교감이다.
교감이 다른 모든 대중 연설 전략과 다른 이유는 또 다른 한 사람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혼자서 교감할 수 없다. 스마 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당신은 교감할 수 없다. 당 신이 교감한다고 사람들이 느낄 때만 당신은 교감한다. 사람들이 서로 교감한다고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은 그런 느낌이 자신들을 더 살아 있다 고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공연자로서 당신도 마찬가지로 사람들과 연결돼 있으면서 동시에 연약하고 또 강력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관심을 다른 사람에게 펼칠 때 당신은 그들의 관심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마음을 열게 된다. 이것이 교감을 실제로 행하는 방법이다. 당신 의 시선을 관객 중 한 사람에게 고정하고 그 사람에게, 오로지 그 사람 에게만 말하는 것처럼 마음을 열어라. 청중이 두 사람이 연결돼 있다고 느낄 때까지 그에게 당신의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선사하라. 당신이 보 내는 메시지는 이렇다. '내가 있고, 당신이 있고, 우리가 함께 있네요. 안 녕하세요?' 두 사람 사이에 교환되는 에너지는 사랑 같은 것이다. 아니, 어쩌면 사랑이 딱 그런 거겠다.

- 기념비적 프레임은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행동에 나설 영감을 자극하지만 어떤 문제들은 이미 너무 크고 벅차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런 경우에는 대신 감당할 만한 것이라는 프레임을 입힐 수 있다. 기념비 적 프레임은 '왜' (이건 중요해!)를 강조하고 감당할 만한 프레임은 '어떻 게'(그렇게 어렵진 않아)를 강조한다. 우리는 이미 용이성이 행동을 예측 하는 최고의 변수라는 사실을 배웠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감당할 만한 프레임이 그토록 강력한 이유다. 가령 '하루에 단돈 몇 푼'이라는 프레 임은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상당한 금액을 기부하는 것을 감당할 만하 다고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래, 할 수 있어. 커피 한잔값도 안 되잖아.' 작은 발걸음은 누구라도 시작할 만하다.
- 기념비적인 것일까, 감당할 만할 것일까?
1988년 6월, 미항공우주국NASA 소속 과학자였던 제임슨 핸슨James Hansen은 대기 중의 기체가 지구의 복사열을 가두는 자연 과정인 온실효 과greenhouse effect에 관해 의회에서 증언했다.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온 실가스가 적정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면 지구상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된다. 반면 화석연료를 태우는 일과 같은 인간 활동은 자연의 균 형을 깨뜨릴 수 있다. 핸슨은 온실효과와 과학자들이 전 세계에서 관찰 하고 있는 기온 상승 간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라는 표현을 썼다. 언론인과 언론사는 핸슨의 증언과 함께 지구온 난화를 널리 보도했다.
핸슨은 기념비적인 프레임을 만들어 냈지만 어쨌거나 지구온난화는 지 구 전체와 관련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겪는 경험에 반향을 일으키 지는 못했다. 사람들이 공명하지 않으면 프레임은 효과가 없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데 왜 올해는 눈이 이렇게 많이 내렸을까? 그리고 온난 화가 정말 그렇게 큰 문제일까? 추운 기후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더 따 뜻한 날씨에 감사할지도 모를 노릇이다.
화석연료 기업들은 자신의 정치적 협력자들과 함께 회의론을 부추기 고자 최선을 다했고 런츠는 자신의 다이얼 테스트 장치를 다시 활용했 다. 런츠의 새로운 목표는 지구온난화라는 프레임을 재구성해서 과학적 불확실성을 강조하는 한편,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었 다. 그가 정한 새로운 용어는 바로 기후변화climate change 였다. 기후변화라는 프레임은 지구온난화보다 더 정확한 표현처럼 여겨진 덕분에 한층 더 흡인력을 발휘했다. 지구의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고 그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견도 없다. 하지만 기후와 날씨가 같다고 생 각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말은 뭔가 새롭게 느 껴지지 않는다. 누구나 날씨는 항상 변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기후변화라는 말은 또한 전 지구적 기온 상승을 감당할 만한 것으로 만들었다. 자연은 항상 변화하고 있고 우리는 항상 그런 변화에 대처해 왔다고 생각하기 쉽다. 2001년에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연설에서 지구온난화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2002년에 공화당 지지 자들이 기후변화라는 용어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으자 부시는 지구온난 화라는 표현을 연설에서 단 몇 차례 언급하고 마는 수준으로 줄였다. 부 시 행정부는 새 프레임을 갖게 됐고 다른 모든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후변화는 승승장구했고 누구도 이 말이 무엇을 일컫는 말인지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거의 20년이 흐른 뒤에 신경마케팅neuromarketing (뉴런과 마케팅을 결합한 용어로, 무의식적 반응과 같은 두뇌활동을 분석해 이를 마케팅에 접목한 활동을 뜻한다. 옮긴이) 기관의 연구자들은 대안이 될 프레임을 시험해 보겠다 는 결정을 내렸다. 그들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에 맞서 행동을 취하도 록 동기를 부여할 가능성이 최고로 큰 프레임을 찾고자 했다. 연구자들 은 정치 성향 전반에 걸쳐 참가자를 모집해 기후 상황을 묘사하는 여섯 개의 다른 표현을 들려주고 그들의 악어 뇌가 나타내는 생리학적 반응 을 측정했다. 그들은 전극을 참가자들의 두피와 손바닥에 각각 부착해 뇌의 활동과 땀을 측정했으며 웹캠으로는 표정을 추적해 정서적 반응 강도를 살폈다. 측정 결과, 기후변화가 가장 약한 반응을 끌어냈고 지구 온난화는 그다음이었다. 가장 강한 반응을 끌어낸 프레임은 바로 기후 위기 climate crisis였다. 기후위기는 기후변화보다 민주당 지지자에게서는 60퍼센트, 공화당 지지자에게서는 200퍼센트 강한 반응을 끌어냈다. 위기는 기념비적이지만 잠재적으로는 감당할 만한 것으로 받아들여졌 다. 기후위기는 아직은 너무 늦지 않았지만 곧바로 대규모 조치를 하지 않으면 곧 늦게 될 것이라고 받아들여졌다.
- 2018년에 앨 고어 Al Gore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해졌는지를 자신의 기 후 현실 프로젝트Climate Reality Project와 함께 언론사에게 알리고자 기후변 화를 기후위기라는 프레임으로 다시 조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계획에 착수했다. 기후위기라는 용어와 함께 기후비상사태 climate emergency가 전 세계 주요 언론 매체와 유엔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 António Guterres가 선호하는 프레임으로 자리 잡았다. 2019년에 구글에서 기후위기를 검 색한 비율은 2018년에 비해 다섯 배 높았고, 기후비상사태는 옥스퍼드 사전 올해의 단어 부분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급박한 프레임 이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 세 가지 강력한 프레임을 한데 합친 사례 가운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례는 집 정리법을 다룬 책 한 권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그처럼 별 호소력 없는 주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한 번 도 들어본 적 없는 곤도 마리에 Marie Kondo 라는 작가가 쓴 《곤도 마리에의 정리의 힘>이라는 제목의 얇은 책에 끌렸다. '삶을 바꾸는 기념비적이 다! / 마법 = 불가사의하다! / 정리정돈 = 감당할 만하다!' 세 개의 프레 임이 단 여섯 단어의 영어 제목에 모두 들어 있었다.
곤도의 숙한 프레이밍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40개 언어로 출판 돼 1,100만 부 이상 팔린 세계적인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탄생시켰다. 집 정리법을 다루는 TV쇼도 등장했다. 간단한 세 개의 프레임에 정통했을 때 그 힘은 강력하다. 곤도가 자신의 약속을 모두 지킬 필요가 있었을까? 당연하다. 약속을 지켰을까? 틀림없다. 만약 곤도의 책이 부제인 '일본 식 정리정돈의 기술'The Japanese Art of Decluttering and Organizing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어도 지금만큼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을까? 판단은 당신 몫이다.

- 나는 앞서 일류 영업직원은 '아니요'라는 말을 듣고도 여러 차례 다 시 방문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들이 짜증 대신에 환대를 받도록 만 든 것은 앞서 허락을 구하고 다른 사람의 저항과 함께 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영업직원들은 다른 사람이 '그래요'라고 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선 뜻 받아들이고 궁금해한다. 그들은 반박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심지 어 그들은 지금 이야기되는 내용이 듣기 불편하고 쉽지 않더라도 들어 보고자 몸을 기울인다.
저항을 지켜본다는 것은 판단을 내리지 않고 관찰한다는 뜻이다. 반 발하거나 중간에 끼어들거나 상황을 당신 위주로 만들지 않으면서 그 저 당신의 관심을 상대방에게 집중해 듣고, 당신이 관찰하거나 직감한 것을 표현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당신은 그들이 지금 느끼고 있는 것 을 말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 조금 이상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은 그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실제로 말함으로써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의 자유를 인정할 수 있다. 물론 당신이 그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부여하는 건 아니다. 그들은 이미 자유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똑 같이 행복할 거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당신은 그저 그들이 이미 자유 롭다는 근본적인 진실을 인정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들에게 부담을 주 지 않는 것 말고도 당신은 현재 자신이 그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지 않 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다. 이는 앞으로도 당신이 그들에게 부담을 안겨 주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런 몇 문장을 실제로 사용해서 그들을 궁지에서 구할 수도 있다. “부담 느끼지 마세요." "편하게 '아니요' 라고 하셔도 돼요." "바쁘신 걸 아니까 아니라고 하셔도 개인적인 감정 은 없다고 생각할게요." "완전히 납득이 되지 않으시면 승낙하지 마세 요.” “전적으로 당신 편하실 대로 하세요." 아니면 심지어 "제가 당신 보 스는 아니죠."라고 말해도 된다. 내가 이런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유용해서이기도 하지만 정말로 진심을 담고 있어서다. 나는 사람들이 진짜로 옳다고 느끼는 경우에만 '그래요' 라고 말하길 바 란다.
위계질서상의 차이가 있다면 다른 사람이 가진 선택의 자유를 긍정 하는 방식에 대해 자신이 더 세심해지기를 바랄 것이다. 그들이 더 높은 지위에 있다면 "전적으로 당신 편하실 대로 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실패할 수 있다. 그들은 이미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 을 안다. 이 경우에 "바쁘신 걸 아니까 아니라고 하셔도 개인적인 감정 은 없다고 생각할게요."라고 말하면 효과적이다. 그들은 자신이 바쁘고 당신이 자신의 사정을 인정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아 마 당신의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하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당신이 지위가 낮은 누군가의 자유를 긍정할 때는 우연일지라도 그들 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당신이 "당신에게 달렸 다.”고 하면서도 목소리의 톤이 '당신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당신한테 무척 실망할 거야'라는 뜻으로 비친다면 상대방에겐 전혀 자유처럼 느 껴지지 않을 것이다.
- 듣기를 마치면 당신이 들었거나 직관으로 파악한 내용을 상대방에게 다시 들려줘라. 그러면 당신이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를 파악하고 더 정 확히 이해할 수 있다. 누군가의 감정을 말로 옮기는 일은 그들이 느낀 것을 보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며 뇌가 공포심과 스트레스를 처리하 는 장소인 편도체amygdala가 활성화되는 것을 진정시킨다. 이때 당신은 그저 사람들이 말한 것을 앵무새처럼 다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만의 해석, 즉 사람들이 말하지 않은 뭔가를 덧붙인다. 이는 대화를 훨 씬 더 깊은 수준으로 이끄는 초대장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당신은 서로를 훨씬 잘 이해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도 자신을 잘 이해하도록 돕는 선물 이 될 수 있다.
- 당신은 치료 전문가도 아니고 수십 년에 걸쳐 내 친구가 겪은 것과 같 은 문제를 실제로 다뤄 보지도 않았으니 당신이 옳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시도해 볼 따름이다. 구체적인 목표, 즉 누군가의 생각이나 감정, 말하지 않고 남겨진 것이나 그들의 가치관 또는 이 모두를 마음에 두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당신이 내린 최선의 추측을 다시 들려줘라. 그러면 그들은 당신이 자신들을 이해하려고 노 력하고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할 것이다.
당신의 능력을 시험할 필요는 없다. 그저 대화면 충분하다. 만약 가치 관에 관해 들었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은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 같군요." (빈칸을 학습이나 정의나 창의성이나 자 유나 무엇이든 당신이 지켜본 가치로 채워라). 만약 당신이 틀렸다면 그들은 분명히 말할 테고 당신은 그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당신이 들 은 내용을 다시 들려주면 양쪽에서 느껴지는 대화의 방식이 완전히 바 뀐다. 우호적인 대화라면 친밀함이 구축될 것이다. 불일치가 있는 상황 이라면 적대적 감정은 억누르고 협력적 감정을 강화한다.
- 가능성이 가장 큰 협상을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하는 이유는 우리가 협 상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해서다. 자주 협상에 임하다 보면 결 국 협상은 언제나 가능하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항상 성공하지는 못 하더라도 항상 시도할 수는 있다. 당신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가능성 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당신이 여기서 어떤 마법을 발휘할 가능성이 조 금이라도 있을까요?" 따뜻함과 유머 감각을 이용해 요청하면 사람들은 화를 내지 못한다.
- 협력을 고무하는 방법 중 간단한 한 가지는 다른 사람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누군가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최선일지 알고 있다고 생각 하더라도 단 하나의 제안을 하는 순간 그들에게 부담감을 주는 상황으 로 이어질 수 있다. 선택지가 있다는 말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상대방은 저항을 누그러뜨린다. 비교할 대상이 전혀 없는 상 황에서 무언가를 평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게 좋아? 나빠? 영리해? 비싸? 빨라? 뭐랑 비교한 건데?'
마케팅을 가르치는 교수인 대니얼 모촌Daniel Mochon은 텔레비전이나 카메라 같은 제품이 하나만 단독으로 제시될 때보다 대안과 함께 제시 될 때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알아냈 다. 여러 연구에서 모촌이 한 가지 선택지만을 제시했을 때 97퍼센트가 구매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보다 기다리는 쪽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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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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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규모가 작을 때는 중앙은행이 화폐량을 통제할 수 있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고 민간이 보유한 화폐량이 늘어나면 문제가 생긴다. 중 앙은행이 화폐를 찍어내지 않더라도 가계와 기업이 장롱 속에 넣어두 었던 화폐를 꺼내 사용하면 시중에는 통화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 유통시켜도 사람들이 이를 거래에 사용하지 않고 장롱 속에 넣어둔다면 시중에 유통되는 통 화랑은 늘어나지 않는다. 즉,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화 폐의 총량은 중앙은행이 찍어내는 것과 민간이 얼마나 이 화폐를 유통 시키는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때 민간이 얼마나 화폐를 유통시키는 지를 평가하는 지표를 '화폐 유통 속도'라고 한다. 세상이 복잡해지자 중앙은행은 화폐랑을 직접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를 보유하는 일 종의 비용인 금리를 통제함으로써 통화정책을 펴는 방안을 만들어냈 다. 현재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의 표적을 화폐량보다는 금 리에 두고 있다. 정책의 기준은 바뀌었지만 금리를 조절하는 것과 화폐 랑을 조절하는 것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 보통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많은 이들에게 환영받는다. 국민들은 당장 대출이자가 내려가서 좋고 정치권도 금리 인하로 경기가 살아나면 인기가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다. 반면 금리 인상은 강한 저항을 받게 된다. 미국도 (우리나라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금리에 대한 정 치적 압력이 없지는 않다. 2019년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연준이 금리를 수차례 인상하자 트럼프 대통령 은 "파월과 시진핑 중 누가 미국의 적인가"라고 언급하며, 연준 금리 를 인하해줄 것을 강하게 압박했다. 2019년 7월, 결국 미국 연준은 트럼 프 대통령의 압박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처럼 '정치로부터의 독립' 은 한국은행을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공통된 숙제다. 정치의 개 입이 강해지면 금리를 내리고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강해지면 금리를 올 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도 우리나라 금리변동의 특징이다.

- 정책 면에서 보면 미국은 기축통화국의 이점을 최대한 누리면서 나름대로 현실을 진단하고 이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경기 침체에도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올리면서 침체의 정도를 더 심하게 만드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처럼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어려워 향후 미국과 우리 나라의 금리차는 더욱 벌어져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은 효과도 미진하고 정 책 타이밍도 맞추지 못한다는 비판이 따른다. 경제적으로 미국이 기침 을 하면 우리나라는 독감에 걸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규모가 작고 개방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숙명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지 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리 경제 상황에 맞는 정책을 만들 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그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우리나라는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를 조절하는 기능이 취약한 편이다. 또한 금리를 일률적으로 예측하는 것 도 상대적으로 어렵다.

-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한 이유
그런데 SVB 은행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 은행은 자산 부실화가 현 실화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급속한 긴축으로 금리가 가 파르게 오르자 채권 평가손실을 입었다. 대차대조표 상에서 채권 가격 이 떨어져 손실을 입은 것이다. 그런데 이 은행은 갖고 있는 채권의 대 부분이 미국 국채여서 채권 부실화가 진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하 지만 채권값 하락으로 손실을 입게 되면 은행의 대차대조표상에서 자 산이 줄어들게 된다. 또 금리 급등에 따른 자산 평가손실도 자본을 줄 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SVB 은행은 20억 달 러 규모의 자본 확충을 통해 자산을 늘리려는 시도를 했다. 이런 시도 가 오히려 예금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면서 '뱅크런'으로 이어졌다. 하루 사이에 예금자들이 420억 달러나 인출을 하자 은행의 자산으로는 이를 충당할 수 없게 됐고 결국 은행은 파산에 이르렀다.
은행의 대차대조표 구조를 살펴보면 이러한 문제가 어느 은행에서 나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채권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 손실이 반영되면 예금 자들은 불안해하고 예금 인출에 나서게 된다. 에리카 장 교수는 미국의 경우 금리 인상으로 전체적으로 6,200억 달러 정도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은행 자산의 2.6% 정도다. 비율로는 높지 않지만 이런 평가손실이 어느 은행에서 현실화할지 그리고 이런 손실 에 대한 불안감으로 어느 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할지 예측하기란 어 려운 일이다.
은행 시스템은 평상시에는 매우 평화롭게 보이지만 곳곳에서 문제 가 발생할 수 있는 '뇌관'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은행 과 예금자 사이의 신뢰다. 뇌관이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 으면 예금자들은 부실 징후가 있어도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신뢰가 깨지면 예금자들은 집단행동을 통해 은행을 무너뜨릴 수 있다.

-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경제다. 한 마디로 수출 을 많이 해야 먹고 사는 나라라는 이야기다. 1960년대 수출주도형 경 제정책을 입안한 이후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최우선은 수출 증대였다. 수출을 많이 하려면 우선 물건을 잘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 라 경제 발전 초기에는 물건을 잘 만들 수 있는 기술도 없었고 시설도 부족했다. 그러면서 수출은 늘려야 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저임금이다. 우리나라는 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해 수출 단가를 낮췄다. 그 다음으로 실시한 정책이 고환율이다. 환율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우리나라 가 해외로 수출하는 물건 값이 싸지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이고 옷 한 벌을 만드는 데 1,000원이 들었다고 가정하 자. 이때 우리나라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옷 한 벌 값은 1달러가 된다. 그런데 환율이 1,200원으로 오른다면 우리나라 옷 한 벌 값은 0.83달 러가 된다. 우리나라 원가는 변함이 없는데 달러로 표시된 값은 17%나 하락하는 것이다. 물건이 싸면 많이 팔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환율 을 정책적으로 높게 유지해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을 낮추고 수출을 늘렸다. 지금이야 기술력과 자본력만으로도 충분한 수출경쟁력을 유지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 발전이 한창 이뤄지던 1960~1980년대는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단가를 낮추지 않으면 수출이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우리나라 환율은 항상 시장의 균형 환율보 다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변동환율제도를 유지하고 있고 환율시장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경우 '환율조작국'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환율 수준을 조절하는 정책은 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외환시장이 요동칠 때 손 놓고 있는 나라도 사실상 없다. 이렇듯 외환시장과 정부와의 관계는 회색지대로 남아 있 는 것이 일반적이다.

-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은 자국 통화의 값이 떨어져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보다 자국 통화의 값이 떨어질 때 외 국 자본이 이탈하는 것을 훨씬 더 두려워한다. 그래서 환율이 일정 수 준을 넘어서면 환율부터 관리하는 것이 신흥국가들의 최우선 임무다. 통화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하고 외국 자본 이탈까지 겹치면 통화가치 하락과 자본 이탈이 악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이때, 국제적으로 활동하 는 환투기 세력들은 환율을 방어하려는 신흥국 정부의 노력을 역이용 해 차익을 노리는 환투기에 나선다. 이들은 일부러 취약한 국가의 통화 를 사고 팔면서 시장을 교란시키고 막대한 이익을 챙긴 후 떠난다. 이 들의 농간에 놀아나면 결국 외환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는 것이다.

- 역사가 보여주는 환율 1,200원의 상징적 의미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와 시장은 이 선이 지켜지는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 나라와 국제 경제 환경이 예전과는 달라졌다고 해도 1,200원 이상의 환율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환율이 최고점에 오른다는 것은 우리나라 전체의 리스크가 높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통 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각 종 자산의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환율 1,200원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투자 전체에 대해 다소 불안한 반응을 보이고 있 는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경제정책을 펼칠 때 환율이 1,200원 밑으로 내려가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국내 경기를 띄우고 실업을 줄이는 방향으로 시행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환율이 1,200 원을 넘어서면 국내보다는 대외 경제 환경을 의식한 경제정책을 펴야 한다. 이 경우 금리를 내리기도 어렵고 국가의 빚을 늘려 확장적인 재 정정책을 펼치기도 힘들어진다.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서면 우리나라 금리를 올려 외화 유출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한층 더 커진다. 2022년 이후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서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때 환율의 움직임을 매우 중요한 변수로 고려 하고 있다. 이처럼 금리정책과 흐름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환율의 중요 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 연준은 중앙은행으로서, 경제정책 전반을 아우르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판단하게 된다. 금리를 조정해서 물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2%라는 수치 자체보다는 흐름을 중시하게 된다. 예를 들어, 물가지수가 2% 중반에 들어섰다고 해서 연준이 단번에 금리 인상 기조 를 늦추는 것은 아니다. 물가가 안정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다 양한 지표로 확인되기 전에는 방향을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정책이 오락가락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다면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8~9%를 넘나들던 물가가 2% 선까지 낮아졌다면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금리를 관망하거나 경기 여건을 고려해서 인하를 할 것이라 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연준은 상당히 '완고한 자세'를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 1970년대 스톱앤고stop and Go 정책으로 곤욕을 치렀던 연준은 물가 등 여러 지표들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완전 히 '진압되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을 때까지는 고금리정책을 이어나 갈 것이기 때문이다. 스톱앤고 정책은 1970년대 미국의 '그레이트 인 플레이션' 시대에 미 연준이 물가가 상승하면 긴축정책을 펼치다가 긴 축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높아지면 완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을 되풀이했던 것을 말한다. 통화정책을 냉탕과 온탕으로 번갈아 시행하자 시장에서는 오히려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이 서로 상승 작용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어냈다.
미 연준의 판단이 늘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가까운 사례 로 2021년 상반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미 연준의 판단을 들 수 있다. 선 진국은 물론 신흥국까지 인플레이션 압박이 증대되고 있었으나 연준은 이것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발생한 글로벌 공급망의 생산 병목과 보 상소비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2021년 7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글로벌 인플레이 션 압력이 일시적인 수요 공급 불일치에 기인하므로, 중앙은행들은 기 저요인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통화긴축에 나서지 말 것을 권고했다. 미연준과 IMF는 워싱턴 DC에 소재하고 있고, 글로벌 경제 전망이나 정책 방향을 긴밀히 소통하고 있어 비슷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2021년 6월 미국 미시간대학교가 발표한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 은 이미 4.2%를 기록해 물가목표 2%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미시간 대의 기대 인플레이션 통계는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간 상품과 서비스 가격 변동률을 토대로 작성되고 2주마다 예비치와 수정치로 발 표된다. 6월 이후 매월 기대 인플레이션은 꾸준히 상승추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미 연준이 2021년 하반기 중에 통화긴축에 나섰어 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는 곧 '실기론'으로 비화되었다. 미 연준은 2022년 3월 기준금리를 0.25%에서 0.50%로 0.25%p 인상하면서 금 리 인상에 첫 시동을 걸었다. 곧이어 5월에 다시 0.50%p를 올린데 이어 2022년 6월부터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을 밟았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잡히지 않았고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 금융시장 불안이 초래되는 상황을 맞았다.
- 2022년부터 이어지는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중국을 겨냥 한 다목적 카드라는 주장이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구사하는 '경 제적 통치술 economic statecraft'의 하나라는 것이다. 미국의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금리 인상으로 가만히 앉아서 큰 손실을 입게 되었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여왔지만 여전히 규모가 가장 많은 편이다.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3조 1,845억 달러다 (2023년 1월 말 기준). 이중 미국의 국채가 8,594억 달러로, 지속적으로 미국 국채는 줄이고 대신 금 비중을 늘렸다. 중국의 금 보유량은 6,512 만 온스로 달러로 환산하면 1,200억 달러 상당이다. 2022년 5월에 중 국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12년 만에 1조 달러 이하로 떨어졌고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인 <차이나데일리>는 미국 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 정책이 미국 국채 값 하락을 초래했고 금융 취 약성을 높여서 달러 자산의 매력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언론 통제와 조 정이 확실하게 이루어지는 중국에서 관영언론이 보도한 내용은 당국의 입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시장에 매각하면 달러 유동성이 풀려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므로 이 보도는 달 러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미국 국채 값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 국채는 가장 수요가 많은 글로벌 무위험 안전자산으로, 신흥국들이 외 환보유고에 가장 많은 비중으로 편입해두고 있다. 따라서 중국뿐만 아 니라 신흥국들 역시 큰 손실을 떠안게 됐다.

- 중장기 요인과 단기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본다면 미국 기준금리가 4~5% 대에서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 여러 경 제지표들이 쉽게 잡힐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미국이 고금리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보인다. 고금리 국면에 진입한다면 쉽게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린 다. 물론 돌발적인 경제·정치 이벤트가 생기거나, 금융이나 기업 쪽에 서 대형 사건이 발생한다면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미국 중소형 은행들이 추가로 파산 또는 부실화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금리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금리정책을 펼친다면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되는 것이다. 2023~2024년까지 미국 연준이 펼쳐 나갈 통화정책의 관전 포인트는 다음 3가지다.
첫째, 기준금리를 어느 수준까지 올릴 것인가?
둘째, 금리 정점을 찍은 수준에서 얼마나 오래 유지될 것인가?
셋째, 언제쯤 금리 인하로 전환할 것인가?
FOMC 회의가 열리기 전에 여러 가지 경제지표들을 면밀히 점 검하고 분석한 다음 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다수결 방식으로 금리 를 정하는데, 연준이 목표로 잡고 있는 2% 선으로 물가가 떨어질 때까 지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비용 상승 요인이 해소되려면 오랜 시일이 걸릴 수 있고, 아예 비용 구조 자체가 높아진 상태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변 수는 고용지표의 움직임이다.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인 3.5% 내외에 상당 기간 머물게 된다면 미 연준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접어두고 물가 잡기에 더욱 과감하게 나설 수 있게 된다. 물가 상승은 개인과 기 업 등 모든 경제 주체들에게 가장 큰 부담을 준다. 민생 경제를 챙긴다 는 취지에서도 그렇고, 2024년 11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물가 잡기 는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물가 안정 목표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라는 목표에 너무 집착하여 경직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다 보 면 한쪽에 치우친 의사결정으로 경제 전반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논리다. 꽤 일리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소수의견일 뿐이다.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해서 목표 자체를 변경하게 되면 축구에서 골대를 옮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론도 있다. 한번 잃어버린 신뢰는 회복하 기까지 아주 힘든 과정을 거치게 된다. 따라서 물가 목표 자체를 수정 하는 방식은 좋은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다. 다만 물가 목표는 그대로 둔 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국내외 경제 여건 등을 두루 살피는 유연 성은 발휘해도 좋을 것이다.

- 과거의 사례를 보면 한미 금리 역전의 원인은 전적으로 미국의 통화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한 마디로 미국이 우리보다 빨리 금리를 올리 면서 한미 간 금리 차이가 확대됐고 또 기준금리를 빨리 내리면서 금리 가 정상화됐다. 결국 미국과의 금리가 역전되는 기간 동안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입장은 그저 미국 의 금리정책을 기다리는 '천수답' 같은 신세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경제 상황은 물론 국가신용도와 이에 따른 국내 자본유출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기준금리를 정하는 방정식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우 리나라와 미국의 금리가 역전되고 그 차이가 커지면 우리나라에 빌려 준 투자 자금은 미국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원화 값은 떨어져 환율 은 올라가고 금융시장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특히 무역수지 적자가 지 속되고 경기가 둔화 국면에 있을 때는 한미 금리 차이에 따른 자본이동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금리정책은 미국을 따라가긴 하지만 이렇게 딜레마에 처할 때도 있다. 2023년이 꼭 그런 상황이다.

- 금리인하요구권은 은행법으로도 보장되어 있고 저축은행·카드사 ·보험회사 등 제1, 2금융권 모두를 대상으로 신청할 수 있는 대출자들 의 권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초 대출 당시와 비교해서 현재 상환능 력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승진이나 이직, 전문자격증 취득 등을 통해서 소득이 늘어났거나, 자산 증가나 부채 감소로 인해 재산이 늘어났다면 금리 인하요구권을 신청해볼 만하다. 신용평가회사 가 운영하는 개인신용평점이 개선되었다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은행마다 조건이 다르고 개인마다 여건이 천차만별이어서 얼마나 금리를 낮춰줄지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연봉이 올랐어도 이미 최저금 리를 적용받고 있다면 더 이상 금리가 인하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신청 방법은 영업점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금리인하신청서 · 재직증명서·근 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신용상태 개선 증빙자료 등을 제출하면 된다. 참고로 햇살론 같은 정책자금 대출이나 예적금이나 펀드·신탁 등을 담 보로 한 대출,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 차이가 없는 대출 등은 금리 인하 요구권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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