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적 파동이 후두피질을 침범해 시각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근육의 마비로 인해 꿈꾸는 사람은 꿈속의 행동을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하지 않게 된다.
우리는 시각적인 꿈의 막후에서 작동하는 회로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시각 시스템은 다른 감각에게 영역을 점령당하지 않기 위해, 지구의 자전으로 사방이 어두워졌을 때에도 푹발적인 활동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 감각영역의 영토를 두고 끊임없이 경쟁이 벌어지는 환경에서 후두엽의 자기방어가 진화했다. 사실 시각은 대단히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하루 중 절반 동안 그 기능을 도둑맞는다. 따라서 꿈은 신경가소성과 지구자전이 기묘한 사랑으로 낳은 자식일지도 모른다.
- 피질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진화과정에서 새로운 감각이 어떻게 추가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주변기기의 변이로 새로운 데이터 흐름이 뇌의 어느 지역으로 들어가면, 신경들이 정보를 처리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새로운 감지장치가 발달하기만 하면 새로운 감각이 생겨난다.
진화과정에서 임의적인 돌연변이로 낯설고 새로운 감각기관이 생겨나면, 그 정보를 받는 뇌는 그 기관을 이용할 방법을 간단히 찾아낸다. 이렇게 뇌의 작동원리가 확립되었으니, 자연은 새로운 감각기관의 설계에만 신경쓰면 된다.
- 생후배선이 이루어지는 뇌는 유전자의 작용으로 신체가 변하더라도 스스로 적응한다. 그래서 진화과정에서 동물들은 어떤 서식지에서든 거기에 잘 맞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 발굽과 발가락, 지느러미와 팔, 코끼리의 코와 꼬리와 발톱 중에서 어던 것이 주어진 환경에 더 적합하든 어머니 자연이 추가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사실 다른 방식이 사용되었다면 진화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신체의 변화가 쉽고 뇌가 그 뒤를 따라 쉽게 변하지 않았다면 진화가 빠르게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 뇌는 신경조절물질을 방출하는 광범위한 시스템을 통해 이런 중요성을 표현한다. 이 화학물질들은 대단히 한정적으로 방출되기 때문에, 특정한 때에 특정한 위치에서만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중요한 화학적 메신저가 아세틸콜린이다. 이 물질을 방출하는 뉴런은 보상과 처벌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 동물이 어떤 과제를 학습하느라 변화가 필요할 때 이 뉴런들이 활성화되지만, 일단 학습이 잘 끝난 뒤에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아세틸콜린은 자신이 가 닿은 뇌의 영역을 향해 변화하라고 말하지만, 변화하는 방법까지 일러주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서, 콜린성 뉴런(아세틸콜린을 뱉어내는 뉴런)이 활성화되면, 그들이 겨냥한 영역의 가소성이 증가할 뿐이다. 그들이 비활성화되면, 가소성은 거의 또는 전부 사라진다.
- 뇌는 뉴런에 스파이크를 일으키는 에너지를 아끼려 하므로, 최대한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 신경망을 재편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만약 예측할 수 있거나 부분적인 추측이라도 가능한 패턴 정보가 들어오면, 시스템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아예 그 정보를 중시으로 하나의 구조를 만든다. 그래야 그 정보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있다. 신경계가 조용하다는 것은 그대치에 어긋나는 일이 별로 없다는 뜻, 즉 바깥세상이 대략 예측대로 굴러간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에너지에 관심이 많은 뇌가 뜻밖의 일들만 처리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미리 예측해서 치워버릴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그렇게 하려고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뇌는 기본적으로 예측기계다. 끊임없이 자기조정을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뇌는 세상의 형상을 모델로 구축하고, 거기에 맞춰 자신을 조정해서 예측의 성능을 높인다. 그래야 뜻밖의 일에 최대한 민감해질 수 있다.
- 회로재편의 일반원칙은, 뇌가 유용한 회로들을 아주 많이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로들은 평소 억제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다 할 기여를 하지 않지만, 언젠가 필요해지면 금방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용한 회로들의 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더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변화에는 다른 방법이 사용된다. 유용하다고 판단된 단기적 변화가 장기적인 변화(새로운 시냅스 생성, 새로운 축삭돌기 성장 등)로 굳어지는 방식임. 이 방법들 외에 시스템이 스스로를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바로 죽음이다.
- 세포의 죽음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음. 영양분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을 때(예를 들어 동맥이 막히면 조직은 피에 굶주림) 세포는 조금 너절한 죽음을 맞는다. 염증을 일으키는 화학물질들이 새어나가 인근에 손상을 입히기 때문. 이것을 괴사라고 부른다. 세포의 죽음 두번재 방법은 아폽토시스, 즉 깔끔한 자살이다. 세포는 단호히 일을 접고 볼일을 마친 뒤 스스로를 소모한다. 이 죽음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신경계를 조각하는 데 쓰이는 엔진이다. 물갈퀴가 있던 태아의 손은 세포를 깎아내는 과정을 통해 손가락이 뚜렷이 구분되는 손으로 발전한다. 세포가 추가되는 것이 아니다. 뇌를 조각할 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발달과정에서 필요한 것보다 50% 많은 뉴런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대량의 죽은은 표준운영절차다.
- 늙은 물리학자는 죽을 때가 되어야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인다는 말이 있다. 새로운 생각으로 결실을 맺는 것은 다음 세대의 몫이다. 나처럼 늙은 물리학자가 되면 아는 것만 많아져서 그 지식이 배의 바닥짐 같은 역할을 한다. 나를 자꾸 아래로 끌어내린다는 뜻이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의 무게가 온전히 나를 누른다. 그러다 가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작은 요정이나 도깨비처럼 내 옆을 지나가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중요한 건 아닐꺼야." 하지만 중요할 때도 있다. (제임스 게이츠)
- 생후배선의 중요 특징
(1) 세상을 반영한다. 뇌는 입려되는 정보에 스스로를 맞춘다
(2) 입력자료를 이용한다. 뇌는 흘러나오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이용한다.
(3) 몸의 형태를 가리지 않는다. 뇌는 어떤 신체형태든 통제하는 법을 터득한다.
(4) 중요한 것을 잊지 않는다. 뇌는 중요성을 바탕으로 자원을 분배한다
(5) 안정적인 정보를 고정한다. 입력자료에 따라 뇌의 부위별로 유연성에 차이가 난다.
(6) 경쟁 아니면 죽음이다. 가소성은 생존을 건 투쟁에서 생겨난다.
(7) 데이터를 향해 움직인다. 뇌는 내면에 세상의 모델을 구축하고, 그 모델에 따른 예측이 어긋날 때마다 자신을 조정한다.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이트 스카이 (1) | 2024.10.24 |
---|---|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0) | 2024.10.24 |
벌거벗은 통계학 (0) | 2024.09.20 |
세상을 바꾼 수식 (0) | 2024.09.20 |
첫번째 기후과학 수업 (1) | 2024.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