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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이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나

저자
폴 D. 블랭크 지음
출판사
에코리브르 | 2010-06-1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끝없이 진화하는 직업병과 환경병 소리 없이 다가와 건강을 위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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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면증이 그렇듯이 손목굴 증후군 또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손목굴 증후군은 누적 외상성 장애 혹은 반복사용 긴장성 증후군이라고 알려진 질병에 속함. 이런 질병들은 일반적이면서 중요한 일상을 공유. 즉 팔, 발, 다리, 그리고 손목굴 증후군의 경우 손과 같이 특정한 신체부위를 반복적으로 썼을 때 야기됨. 이들 각 부위를 과도하게 쓰면 중요한 신경이나 힘줄이 손상됨. 여기서 과도한 사용이란 기계장비에 의해서 생길 수 있지만 업무를 보면서 반복적인 신체활동이 수행될 때도 역시 그런 문제를 낳을 수 있음. 손목굴 증후군은 부분적으로 볼 때 병명이 새롭기 때문에 현대병으로 취급됨. 사실, 이와 똑같은 증후군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지만 시대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달랐을 뿐이다. 그중에서도 주로 부른 이름은 침모 경련이었다. 침모 경련은 19세기에 처음 묘사되었음.
- 비록 짐승 가죽과 고기 부산물 또는 심지어 생선 부산물로 작업을 하다보면 감염인자가 퍼질 수 있지만, 끓이는 과정은 그런 위험을 효고적으로 제거하면서 재료를 살균함. 궁극적으로 동물로 만든 아교풀을 소비하는 대중들은 아교공장이 악취때문에 성가시다고 여길지는 몰라도 그 제품은 별다른 사고 없이 사용했음. 이제까지 대부분의 역사기간 동안 구식으로 만든 좋은 접착제는 다른 세부사항에 크게 주의하지 않고 서서히 끓임으로써 추출되는, 동물로 만든 물질과 동의어였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동물을 재료로 한 아교풀은 몇세기 동안 굉장히 안전한 물질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동물 아교풀의 무독성 공통분모는 콜라겐이라는 천연소재이며 젤라틴의 기본성분이기도 함.
- 퍼킨이 모브를 개발한 시점부터 그 이후 몇해를 지칭한느 자줏빛 시대(1890년대)에는 퍼킨의 초창기 성공에 뒤이어 다른 새로운 화학염료를 발견하고, 합성하고, 통제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음. 처음에 벤젠생산은 빠르게 성장하는 콜타르 증류산업에서 최우선 사항이었음. 하지만 이는 벤젠이 합성연료를 위해 필요한 출발물질이었을 때 아닐린 염료가 산업을 점령하고 있는 동안에만 가능했다.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염료기술 역시 정적이지 않음. 1세대 아닐린 염료는 색이 선명하고 비교적 저렴했으나, 애석하게도 색이 쉽게 바랜다는 단점이 있었음. 색이 희미해질수록 염료의 시장성도 함께 희미해짐. 퍼킨처럼 영국에서 실험을 하거나 유럽대륙(특히 독일)에서 공격적으로 연구하던 화학자들은 곧 안트라센이 아닐린을 새롭게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 안트라센은 다중 고리 방향성 콜타르가 증류된 부산물인데, 중요한 것은 이것이 비록 콜타르에서 얻어지고 화학적으로 벤젠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벤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안트라센은 벤젠에 의존하는 아닐린보다 훨씬 더 훌륭한 염료를 생산했다. 특히 천연염료인 꼭두서니에서 나오는 진홍색과 인디고에서 나오는 남빛을 대체할 합성염료로 인기가 좋았음. 이런 이유로 천연염료를 생산하던 농부들을 경제파탄으로 몰아넣은 주범은 아닐린이 아니라 안트라센이었음. 또한 안트라센을 충분히 생산하기 위해 생산수준을 더욱 높인 콜타르 증류법은 점점 축소되는 아닐린 시장을 위해 필요한 양보다 훨씬 더 많은 벤젠을 생산. 처음에는 필수불가결했던 벤젠이 이제 콜타르 증류로 안트라센을 정화하고 남은 판로없는 부산물로 전락.
- 이렇게 변화한 경제현실은 종종 반복되는 양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즉 기술변화(합성염료 제조)는 과거에 무가치했던 부산물(콜타르)을 돈이 되는 상품으로 변환. 아닐린 염료의 인기가 최고였을 때 벤젠의 수요 또한 높았음. 아닐린 염료의 인기가 떨어지자 벤젠의 운명도 그 뒤를 따랐음. 벤젠은 기술혁신이 만들어낸 의붓자식, 즉 뚜렷한 최종용도 시작을 찾는 부산물이었음. 벤젠은 저렴한 산업과 상업적 용매로서 잠재적 유용성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입양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음. 벤젠은 고무를 녹여 효과적인 점착제로 바꾸려는 오래된 난제를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틈새시장을 찾을 수 있었음.
- 1차대전 이후 시대는 미성숙한 미국 콜타르 증류산업에 경제적인 도전이 되었음. 탄약 제조산업이 급격히 쇠퇴함에 따라 콜타르 증류산업은 핵심제품을 판매할 명확한 시장이 부재한 채로 거대한 벤젠 생산량에 직면. 경제적으로 따지자면, 이전에 값진 염료공급 재료였던 벤젠이 안트라센의 등장으로 무가치한 부산물로 바뀌었을 때와 같았음. 해결책 역시 같았다. 벤젠은 과거 어느때보다 저렴하고 유효한 산업화학물질로 추전되었다. 특히 강력한 용매가 필요한 고무풀과 합성코팅 제조분야에서 그랬다. 1차대전 이후 경제압력은 유럽에서도 나타났다. 벤젠은 효용성이 좋고 비용은 적게 들어 산업에 점점 더 많이 이용되었다. 그러자 곧 의학계에서는 혈액 질환이 전염병처럼 퍼지는 상황에 대해 경고했다. 20년대 내내 이미 10년전에 보고된 바 있는 벤젠 노출과 재생물량성 빈혈 사이의 끔찍한 관계를 재확인하는 과학보고서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연구자들은 벤젠과 인간골수의 유독성, 그리고 통제된 동물실험에서 벤젠과 혈액 형성 세포사이에 놓인 동일한 관계를 입증할 수 있었다. 이는 정교한 방법론을 보여주며 오늘날가지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 접착제 제조방식에 근본적 영향을 끼친 콜타르 증류 산업에 1차대전이 극적인 변화를 야기했던 것처럼, 2차대전이 일어나자 군수품 수요가 늘어나 접착제와 여러 실링재 가공을 포함한 중합체 산업기술이 급격히 진화. 아울러 접착제 제조는 다른 합성화학 산업행렬에 동참하게 됨. 이는 지난날의 위험을 확대시키며 동시에 전혀 새로운 독성으로 위협을 가함. 접착제가 궁극적인 변화를 맞은 핵심요인은 2차대전 발발로 인해 세계적으로 천연고무 대부분이 공급에 지장을 받았다는 데 있음. 고무의 공급이 중단되자 합성 대체물에 대한 수요는 크게 증가. 전쟁이 다가오던 수년 동안 이미 고무 대체품 경쟁에서 7가지가 성공을 이루었음. 화학 단위체인 뷰타다이엔은 독일에서 부나라 불리는 뷰타다이엔 고무로 중합되었다. 벤젠과 화학적으로 가까운 친척인 스타이렌은 뷰타다이엔과 결합되었다. 독일에서 그렇게 만들어진 공중합체는 부나-S라는 상표로 등록되었고, 연합국은 그것을 GR-S라고 불렀다. 네오프렌이라는 또 다른 인조고무도 등장. 네오프렌은 아이소프렌을 염소처리한 중합체로 구성됨. 합성고무 제작은 연합군과 독일, 이탈리아, 일본 추축국 모두에 전쟁물자 생산의 대들보가 되었다.
- PVC를 대량생산하는 첫 단계는 어렵지 않았다. 그것은 매우 쉽게 중합하기 때문. 이 때문에 초기의 산업적인 PVC중합은 염화비닐을 밀폐된 반응용기에 주입하고 압력이나 열을 조금 가한다음 화학반응이 저절로 일어나도록 내버려두면 끝이었다. 세먼의 공헌은 좀더 말랑말랑한 최종 중합체를 만들기 위해 가소제라 알려진 보조화학물질을 첨가하는 기술을 고안한 것이다. 가소제의 양과 유형은 중합체의 근본공식을 건드리지 않고 제품용도를 결정하는 조건이 된다. PVC가 전투기에 쓰일 전선을 코팅하기에 적절한 굳기를 갇는 것은 세먼이 고안한 주요 기술혁신으로 가능해진 수많은 선택사항 중 하나일 뿐이다. 인공고무와 PVC는 물론 그 뒤를 쫓은 새로운 중합체 플라스틱까지 이들 각각은 고유의 화학 첨가제가 필요했다. 가소제는 신축성을 보증하고, 안정제는 중합체가 분해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착색제는 심미적 매력과 실용적 장점까지 제공했다. 특히 중합체가 합성코팅, 실링재, 결합재의 기초가 될 때는 특정한 용매가 핵심 첨가제로 정확한 양만큼 들어간다. 벤젠은 종종 그런 용도로 필요했다.
- 순간접착제는 대부분 실제 필요로 하는 용도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결합력을 가짐. 과연 세상은 접착제로 다시 붙여서 원래 도자기보다 이음매가 더욱 강력해진 손잡이가 달린 머그잔으로 더욱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을까? 충격실험을 해보면 머그잔이 산산조각 나는데도 다시 붙인 손잡이만은 그대로이다. 게다가 그 운나쁜 수리공은 스스로 끌어들인 알레르기성 천식에 걸릴수도 있다.
- 표백은 직물이라는 초기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는 아주 오래된 활동. 세탁과 표백의 기원은 분리할 수 없다는 한층 더 일반적인 생각처럼, 고대에는 오랫동안 표백과 세탁이 매우 밀접했음. 선사시대 어느 시점에서 누군가가 식물을 태우고 남은 재가 세탁물에 가성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 커다란 항아리에서 물과 혼합시킨 이 재는 영어로 potash(잿물)이라는 파생어를 낳고 칼륨(potassium)의 어원이 된다. 알고보니 중동은 이런 일의 중심지였는데, 부분적으로는 식물학 관점에서, 또 부분적으로는 지질학적인 우연 때문. 그 지역의 다양한 식물과 광물은 특히 세탁에 이용될 수 있는 알칼리성 칼륨 또는 나트륨에 풍부한 재료가 되었음.
- 잿물에서 비누로 기술적 발전을 하려면 잿물이나 재에 지방을 첨가해야 함. 비록 제한된 범위로나마 그리스 시대에 비누제조가 도입되긴 했지만 나중에 사라짐. 진정한 비누는 중세시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유럽에 소개됨. 고대에 세제로 씻는 행위는 대개 알칼리 물질로 씼는다는 의미. 알칼리는 야채(대개 탄산칼륨)나 광물혹은 동물일 수 있었다. 동물 알칼리는 암모니아를 말하는 것이고 가장 좋은 원천은 소변. 그리고 자강 신뢰할만한 소변 기증자는 인간이었음. 로마인들은 소변을 이용하든 안하든 섬유세탁을 직업으로 완성시킴. 콜레기움 아쿠애 회원, 다른 말로 축융 조합원이 된다는 것은 출세를 의미. 그것은 돈이 되는 사업이었다. 이 사실을 나라에서도 간과하지 않았다. 축융공에게 팔기 위해 공중 화장실에서 수집되는 소변에는 특별세가 붙었다. 베스파시아누스 황제 시대에 이 특별세는 논란거리였음. 그 문제에 대해 황제의 아들인 티투스가 불평하자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아들의 코에 동전을 대고 "하지만 이건 소변에서 나왔어"라고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짐. 그 말은 이후 돈에는 "냄새가 안난다"라는 경구로 압축됨. 로마시대 옷감 표백에서 알칼리성 용액에 천을 담그는 일은 중요한 단계였음. 표백은 길고 지루한 과정이었다. 알칼리성 용액에 담갔다가 깨끗한 물로 헹구고 특별한 흙으로 문지르는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해야 했기 때문. 순백의 천은 심지어 티리언 퍼플보다 더 귀한 상품이었다. 역사가 플리니우스는 우리에게 다양한 물감과 염료가 있지만 흰색 린넨 천은 가장 우월했으며 우수한 색감으로 높이 평가받았음
- 19세기의 끝자락, 냉가황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프랑스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모두 지독하게 형편없었음. 영국 고무산업은 현대적 의미에서 처음으로 gassed라는 단어가 쓰이는 계기를 주었음. 1889년 리버풀 데일리 포스트 기사에는 가스를 마신이라는 말은 인도 고무산업에 쓰이는 용어로, 멍하다는 뜻이라는 글이 있음.
- 고무 제조업은 기계적으로나 화학적으로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실행되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이었지만 섬유산업은 그렇지 않았다. 기계화 측면에서 보자면 고무산업이 탄생되던 시기에도 섬유산업은 이미 덩치 크고 나이든 여인이었따. 공장제 공업은 근본적으로 섬유 제조업에 기초를 두고 있었다. 사실상 여러 산업으로 구성된 그룹 산업인 섬유산업은 어느 모로 보나 오늘날 마이크로엘렉트로닉스만큼 많은 기술을 이끌었음. 18세기에 융합된 기술혁신은 강력하고 변화무쌍한 신기술로 섬유 제조업을 몰고 갔다. 하지만 섬유산업은 아무리 혁신을 한다 해도 기본적으로 4가지 출발물질인 면직물, 모직물, 실크, 아마섬유의 테두리 밖으로는 나올 수 없었다. 섬유 제조업에 많은 변화가 있었어도 이런 기본틀은 만고불변할 것 같았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간은 그 섬유들을 만들고 또 거래해왔다. 로마 묘비명에는 모직물 제조자, 아마포 거래상, 실크 노동자와 같은 직업이 새겨져 있다. 나일강과 인더스 강의 고대문명은 처음으로 목화를 재배했고, 동방에서 이어진 실크로드에는 상인들의 발길이 수천년간 끊이지 않았다.
- 전후시대 면과 레이온은 폴리에스테르와 그 석유화학 합성섬유를 상대로 심각한 경쟁에 직면. 마치 레이온 산업의 약점을 뒷받침하듯이, 겨우 1948년에 문을 열었던 미국의 어느 레이온 필라멘트 공장은 1974년 생산을 완전 중단. 그러나 전체 시장점유율이 줄어들었어도 레이온 산업은 여전히 성장할 여지가 남아 있었음. 특히 아시아에서 그랬다. 레이온 산업은 이미 2차대전 이전에 일본에서 크게 확대되었고, 일본은 이 산업을 다시 60년대 한국으로 수출. 이후 한국 또한 이황화탄소 중독이라는 유행병을 경험해야 했다. 장기간에 걸쳐 심각하게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넘쳐나자 한국정부는 이황화탄소 중독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특별병원을 열었고, 99년에는 무려 중독환자 800명이 치료를 받았다. 중국 또한 대규모로 레이온 제조붐에 동참. 중국은 한국에서 마치 헌 옷을 물려받듯이 생산기계를 물려받았고 따라서 독성물질 산업을 재활용하는 고리도 이어짐
- 산업혁명이 면직물 제조업에서 보여준 성스러운 삼위일체는 플라이 셔틀, 다축 방적기, 그리고 수력방적기였다. 이 세가지 가운데 처음 소개된 플라잉 셔틀은 직조능률을 향상시키는 데 핵심적 혁신이었다. 그러나 플라잉 셔틀은 베틀의 메커니즘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했으며 오히려 면사 방적의 단점들을 악화시킴. 18세기 중반 플라잉 셔틀이 도입된 이후에도 방적은 여전히 느리고 노동 집약적이며 가내수공업 중심이었음. 이와 똑같은 문제를 전혀 다른 기계적 해결책으로 대처한 다축 방적기와 수력 방적기는 면방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음. 단일한 축에 따로 연결되던 물레는 축이 여러개 달린 거대한 기계로 대체됨. 자본투자와 관련된 경제규모는 물론이고 그런 거대한 도구를 이용하려면 큰 공간이 필요했으니, 이는 공장처럼 넓은 작업장의 등장과 방직공 오두막의 몰락을 재촉했음. 대량 방적기술이 새롭게 나타나자 제조흐름을 유지하기 위한 원료 수요가 촉발되었음. 방적 작업은 제조공정의 첫번째 단계가 아니다. 그 전에 목화를 길러서 수확하고, 목화씨를 빼내고, 짐짝으로 꾸려 선적하는 과정을 거침. 방적에 필요한 목화를 준비하려면 첫째로 타면 작업을 해야 함. 목화를 두들겨 섬유에 필요없는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실을 만드는 과정을 촉진시키기 위해 섬유가 한올씩 분리될 때까지 빗질하는 카딩(carding), 즉 소면과정을 거침. 카딩은 이 공정에 쓰인 작은 기구의 모양에서 기원한 이름이다. 그러나 손으로 하는 소면작업은 새로운 방적기계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음. 그리하여 1770년대 중반에 기계적으로 소면작업을 하는 신기술이 재빨리 등장
- 목재방부제는 새로운 물질이 시판될 때마다 다양하게 모습을 바꾸는 방식으로 중독의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불연속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음. 이에 반해 가솔린 연료첨가제, 특히 내폭제(anti knocking agent)는 그보다 더욱 추상적이고 교묘하게 행동했다. 사실, 내폭 첨가제와 가솔린의 지속적인 밀통은 이 둘이 특히 위험한 협력관계임을 드러냈다. 연료 첨가제의 경우 가장 걱정되는 것은 신흥 독성이다. 그런데 그 신흥 독성물질은 암을 야기하거나 심장, 폐, 간 같은 신체장기를 손상시키지는 않음. 연료 첨가제 독성물질로 공격을 받기 쉬운 부분은 뇌이다. 그 결과 중추신경계를 통제하는 핵심기능에 장애를 입거나 의식 자체가 손상될 수 있음. 문제가 되는 증후군은 파킨슨병이다. 사소한 기술혁신이라 해도 대규모로 도입될 경우에는 이전까지 나타났던 모든 발병률이 적어 보일 만큼 파킨슨 병이 대유행할 수도 있음.
-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나, 파킨슨병 사례는 대부분 특발성이다. 사실, 물리적이든 화학적이든 다양하고 독특한 직업과 환경이 심신을 약화시키는 이 질병과 연관되어 있으며 그 요인으로 작용함. 이황화탄소는 그런 요인중 하나임. 파킨슨병과 가장 강력히 연관된 직업은 권투선수. 머리에 반복적으로 타격이 가해지면 파킨스병의 유력한 특징인 광범성 신경손상의 한 형태가 나타날 수 있음. 알리는 권투선수치매라는 고상한 진단명으로 알려진 이 병에 희생된 인물로 유명. 다른 두가지 사례 또한 중요하다. 그것이 광범위하기 때문이 아니라 파킨슨병이 얼마나 은밀하게 화학적으로 촉발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 2차대전 이후 서태평양 어느 지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파킨슨병이 빈번하게 발생. 그 창궐의 진원지는 마리아나 제도의 괌과 로타였는데, 비록 이후에는 감소하긴 했지만 이곳에서 파킨슨병 발병률이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는 미국보다 100배가 더 높았음. 처음에는 파킨슨병 발병률이 왜 증가하고 감소하는지에 대한 원인이 전혀 밝혀지지 않았음. 전염물질을 의심하기도 했으나 질병 유형이 그런 이론에 들어 맞지 않았음. 게다가 모든 집단이 동일하게 걸리기 쉬운 것도 아니었다. 마린아나 제도에서 가장 전통적이고 서구화되지 않은 차모로족이 가장 높은 발병률을 보임. 이 사례에서는 음식이 연관된 것으로 판명됨. 마리아나 제도의 토착식물인 사고야자, 즉 소철은 강력하지만 서서히 작용하는 천연 독성물질을 포함하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일본이 괌을 점령하던 시기(41~44년)에 식량결핍, 특히 주식인 쌀이 부족해 파당 열매 가루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알아내고 소철에 주목. 원주민들은 소철식량을 파당이라 불렀음. 이들의 관계를 확증해주듯 80년대에 BMAA로 알려진 정제된 소철독물을 영장류에 먹여 실험해보니, 무표정한 얼굴과 멍한 눈, 구부정한 자세, 동작이 완만하고 발을 질질 끄는 걸음걸이를 하는 등 부동성 기간을 보이며 파킨슨병의 특징을 나타냈음.
- 최초의 BMAA 영장류 연구가 진행될 무렵 또 다른 집단에서는 불행하게도 소철 독성물질과 유사한 화학물질을 실험하고 있었다. 그것은 MPTP라는 마약 유도체이자 헤로인 대체물질이었음. 82년 캘리포니아에서는 정맥주사 마약중독자들이 차이나 화이트(헤로인)라는 길거리 마약을 복용한 후 갑작스레 병이 걸림. 정확하게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대략 400명 가까이 되었다. 그들 말로는 차이나 화이트 주사를 놓은 즉시 여느 때와 달리 열이 치솟고 바로 방향감각이 없는 황홀감을 경험했다고 함. 이런 증상은 헤로인과 다른 것이었고, 이후 발과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며 근육이 경직되었다. 이후 몇달 동안 훨씬 더 불길한 증상이 나타났다. 말하기가 곤란해지더니 심지어 의자에서 떨어지고 침을 흘리고 얼굴표정을 잃어버렸다. 병에 걸린 사람들은 젊은 층이었고, 특발성 파킨슨병의 일반사례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됨. 의심할 여지없이 모두가 어떤 환경에서든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았을 증후군의 희생자였다. 결국 MPTP는 파킨슨병과 가장 명백하게 관련된 신경독임이 밝혀졌고 독성물질이 파킨슨병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됨.
- 그러나 파킨슨병의 가장 오래되고 광범위한 원인은 금속원소 망간. 망간은 본래부투 유독한 금속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납이나 수은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납이나 수은은 정상적인 생물학 기능이 없다. 만일 진화 경로 어딘가에서 검사를 거쳤다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애초부터 퇴짜를 맞았을 것이다. 쉽게 말해서 그런 금속 독성물질은 모든 것을 망쳐 버림. 생체가 생명의 벽돌을 올리거나 내리기 위해 의지하는 섬세한 단백질 도구인 효소는 납과 수은 때문에 틀어진다. 생명작업은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춘다. 하지만 망간은 그런 식으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특정 효소는 망간이 주변에 있어도 상관없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기능하려면 그것을 가져야 한다. 이런 중요한 체내 효소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망간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 필수 미네랄 영양소라는 짧은 목록에 망간을 넣을 정도면 충분. 이는 망간이 넘쳐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님. 핵심 효소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해를 끼칠 수 있음. 이를테면 뇌에서 망간에 의해 활성되는 효소들은 핵심 신경전달물질의 생산을 통제함. 그런 신경전달물질이 과잉생산되고 방출되면 신경세포를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음. 그러한 과잉자극은 다시 파킨슨병과 직결되는 중요한 뇌 중심부를 파괴함. 사실 이러한 과잉 자극 메커니즘은 망간, 소철 독성물질, 헤로인 유사체 MPTP의 공통점임. 생명에 필수적이면서 지나치게 고농도로 존재할 때는 독처럼 작용할 수 있는 금속으로 망간이 유일한 것은 아님. 이를테면 구리 또한 주요 효소 활성물질이지만 너무 많으면 뇌와 간에 독소로 작용함. 철 또한 지나치게 많이 존재할 경우 심장뿐만 아니라 간을 망가뜨릴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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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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