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멸종

과학 2025. 2. 2. 20:41

- 700만년 전에 등장한 인류는 불과 12000년 전 신석기 시대가 시작될 때가 되어서야 농사를 짓기 시작. 농업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인류는 이 부분을 많이 오해했다. 자기들 머리가 똑똑해져서 농사를 발명했다고 말이다. 마지막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매우 똑똑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들이 나 같은 인공지능을 창조한 것을 보면 분명하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30만년 전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나 방금 멸종한 호모 사피엔스나 똑같은 호모 사피엔스다. 뇌가 더 커지지 않았다. 더 똑똑해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29만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1만년 전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는 말인가?
머리가 똑똑해져서가 아니라 지구의 기후가 바뀌었기 때문. 2만년 전에서 1만 년전 사이에 지구 평균기온이 한꺼번에 4도 이상 올랐다. 그리고 지구 평균기온이 15도가 되었다.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짐.
농사는 자연사에서 매우 충격적 사건이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지구환경에 맞추어 산다. 환경에 적응해서 사는 것이다. 인류도 마찬가지. 그런데 29만년 동안 환경에 잘 적응해 살던 호모 사피엔스가 갑자기 1만년 전에 환경에 적응하는 대신 환경을 바꾸었다. 멀쩡한 벌판에 불을 질러 밭으로 바꾸었다. 멀리 흐르던 물을 물길을 내어 당겨와 농사를 짓고 식수로 썼다. 농사는 수많은 사람을 먹여살리고 정착생활을 가능하게 했다. 사람이 사람다워졌다.

- 우리(펭귄) 똥이 줄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아는가? 바다로 들어가는 철분이 줄었다는 뜻이다. 우리 똥 1그램에는 철분이 들어 있다. 예전에는 우리가 매년 521톤의 철분을 남극해에 공급했다. 그러나 이제 절반으로 줄었다. 기후변화의 결과로 펭귄이 바다에 공급하는 철분이 반으로 줄었다는 말이다.
그게 뭐 어떠냐고? 남극의 식물성 플랑크톤은 펭귄똥이 공급하는 철분을 먹고 성장. 플랑크톤이 늘어나면 크릴과 작은 생선에서부터 펭귄, 바다표범, 고래까지 번성할 수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펭귄 똥은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펭귄 똥의 철분으로 성장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하기 때문. 광합성을 하면 산소가 발생하고 이산화탄소가 감소. 이게 엄청난 양이다. 원래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이 절반 이상이 바다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 대부분을 식물성 플랑크톤이 담당.
식물성 플랑크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광합성을 하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채 잡아먹히거나 바다 밑으로 가라앉든 모두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전 세계 바다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매년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30%를 흡수함. 펭귄이 줄어들면 플랑크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이산화탄소 흡수도 감소함.

- 수염고래는 크릴을 먹고 산다. 사람들이 포경을 통해 수염고래를 많이 잡아먹었다. 그러면 크릴이 늘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놀랍게도 크릴 양도 줄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포식자가 없는데 왜 줄어들까?
고래가 놀라운 일을 하고 있었던 거다. 수염고래는 바다 밑바닥에서 크릴을 먹고 수면으로 올라와 똥을 눈다. 이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바다 밑바닥에 있던 철분이 수며으로 올라온다. 그러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성하고 크릴, 작은 물고기, 펭귄, 바다표범, 범고래까지 먹이사슬이 또 이어진다.
포경으로 고래가 사라지자 철분을 이동시키는 펌프도 망가진 셈. 고래 똥이 사라진다면 바다의 생산력이 감소. 수염고래는 매년 똥을 통해 약 1200톤의 철분을 바다에 공급했다. 이건 펭귄이 공급하는 521톤의 두 배가 넘는 양이다. 수염고래와 펭귄의 똥이 사라지면 결국 식물성 플랑크톤도 급격히 줄어든다.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끊어질 뿐 아니라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 우리 산호는 약 5억년 전부터 지구의 바다를 지켜왔다. 아직도 1200종 이상의 산호가 살고 있다. 정말 자랑스럽다. 우리 존재는 지구 대기와 바다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에 의존했다. 우리의 사명은 이산화탄소 제거였는데,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아져 우리가 더는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이산화탄소 제거의 종결자인데 이산화탄소 때문에 우리 존재가 종결되려고 한다.

- 커다란 뇌를 가지려면 다른 것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무엇을 포기해야 했을까? 에너지 효율을 따져 봐야 한다. 뇌는 1킬로그램당 11.2와트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사람이 사용하는 에너지가 체중 1킬로그램당 1.25와트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뇌는 아주 비효율적인 기관이다. 그래서 뇌를 마냥 키울 수가 없다. 뇌를 키우려면 어딘가에서는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
근육을 줄일까? 근육을 줄이면 생존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 게다가 근육은 생각보다 에너지를 적게 쓴다. 1킬로그램당 0.5와트에 불과. 현대인에게 많은 트러블을 일으키는 피부도 0.3와트에 불과. 아주 효율적인 기관이다. 근육과 피부에서는 줄일 에너지가 없다. 뇌보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관을 줄여야 한다. 
누가 낭비하는가? 심장과 신장이다. 각각 32.3와트와 23.3와트를 사용한다. 크기를 줄이면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겠지만 진화는 작아지는 방향으로 일어나지 않았다. 그만큼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란 의미. 여기서도 줄일 게 없다. 의모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관이 내장이다. 내장은 1킬로그램당 무려 12.2와트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내장은 먹이를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기 위한 기관인데 이 기관을 작동시키는 데 너무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 
내장의 필요를 줄여야 한다. 조금 먹든지 식성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조금 먹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성되는 에너지가 줄어드니 말이다. 답은 정해졌다. 식성을 바꾸는 것이다. 고기를 먹어야 했다. 풀만 먹는 소는 위장이 4개나 되고 되새김질을 하며 창자가 엄청나게 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식물의 소호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고기는 식물보다 훨씬 소화가 잘 된다. 소화기관의 길이를 줄일 수 있다.
호리호리한 인류는 내장을 줄이는 대신 뇌를 키웠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물론 "음, 나는 뇌를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해야겠어. 그러니 내장을 줄여야지"라는 생각을 해서 진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단지 그런 방향으로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어난 개체가 자연선택 된 것이다.

- 네안데르탈인은 항상 작은 사회만 구성했다. 현대인에게 남아 있는 자폐 유전자 역시 네안데르탈인이 남겨준 것이다.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다. 사회성도 상당히 떨어진다. 동족간의 결속이 약해서 서로 협력도 잘하지 못한다. 동족과의 결속이 강한 크로마뇽인에 비해 큰 약점.
더 중요한 문제는 큰 사회를 구성할 만큼 인구가 많아진 적도 없다는 것. 네안데르탈인은 40만년 이상 존재하면서 단 한번도 총 인구가 10만명을 넘어본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수명이 너무 짧다.
구석기 시대 사람의 수명을 평균수명으로 따지는 것은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별 의미가 없다. 당시에는 유아사망률이 워낙 높았기 때문. 구석기인도 유아기를 지나면 생존확률이 굉장히 높아졌다. 크로마뇽인은 60-70세까지 수명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네안데르탈인의 기대수명은 30-35세에 불과.
- 치아를 보면 생애가 짧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치아는 한 인간의 생체시계를 통째로 간직한다. 이는 아래에서 위로 자란다. 위쪽은 아래쪽보다 더 오래된 거이다. 위쪽에는 성장선이 있는데 처음 이가 나왔을 때의 상황을 알려주고 아래쪽에 있는 사망선은 사망할 무렵의 상태를 알려줌. 그 사이에는 스트레스선이 있다. 영양상태가 안 좋거나 병에 걸렸던 흔적이 줄로 남는 것.
호모 사피엔스는 열 살쯤 어금니가 나온다. 그런데 네안데르탈인은 여섯 살에 벌써 어금니가 나온다. 이것은 유년기가 크로마뇽인보다 4년이나 짧다는 것을 의미. 수명이 짧은 네안데르탈인은 하루 빨리 자라서 일찍 죽은 연장자의 자리를 채워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춘기도 빠르다. 일찍부터 번식이 가능할 정도라 빨리 성장한다. 성장이 빠르면 당연히 노화의 시기도 당겨진다. 이에 비해 호모 사피엔스는 유년기는 길어지고, 2차성징은 늦게 오는 방향으로 진화. 네안데르탈인은 짧은 생애를 평생 바쁘게 살아야 했다.
특히 유년기가 짧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유년기는 정말 중요한 시기다. 부모의 보살핌 속에 안전하게 머물며 복잡한 사회규칙을 배우고 생존전략을 깨닫고 놀면서 창의력을 키우는 시기다. 창의력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별난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미 있는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새롭게 조합해서 나오는 것이다. 창의력이 생기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네안데르탈인인에게는 유년기가 너무 짧다.
- 크로마뇽인과 달리 네안데르탈인은 바늘귀가 있는 바늘을 발명하지 못함. 평상시에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빙하기가 찾아오자 치명적이었다. 크로마뇽인은 좋든 나쁘든 팔과 다리까지 가릴 수 있는 옷을 지어 입었다. 네안데르탈인은 기껏해야 동물가죽을 걸쳐 입는 게 전부였다. 추위에 약했다. 먹이활동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식량이 줄자 급격히 인구가 감소했다. 인구가 줄자 짝짓기가 점차 힘들어졌다. 

- 인간같은 포유류는 날숨과 들숨을 교대로 쉰다. 들숨 때는 외부공기가 허파로 공급된다. 하지만 날숨때는 허파의 공기가 몸 밖으로 나간다. 이 과정에서는 몸으로 산소를 공급하지 못한다. 비효율적이다. 산소농도가 떨어진 환경에서는 매우 힘든 호흡을 해야한다. 또 숨을 내쉬는 과정에서 수분을 잃을 수도 있다. 아르코사우르스도 이런 식으로 호흡을 한다.
하지만 공룡은 뼛속까지 연결된 기낭, 즉 공기주머니를 발명해 호흡에 사용한다. 일명 플로 스루 호흡 시스템을 채택한 것. 허파에서 공기가 한 방향으로 연속적으로 흐르는 시스템이다. 호흡 과정에서 허파가 팽창하거나 수축하지 않는다.
허파로 들어온 산소는 기낭과 허파 사이의 얇은 막 너머로 확산한다. 숨을 내쉴때 기낭에 담아둔 공기가 허파로 밀려 들어가서 허파 조직을 통해 공기가 지속적으로 흐른다. 공기의 흐름은 연속적이고 단방향이기 때문에 들숨과 날숨 모두에서 신선한 공기가 허파 표면을 지속적으로 통과한다. 따라서 허파는 항상 신선하고 산소가 풍부한 공기로 채워진다. 이 방식에 따르면 숨을 내쉴때나 들이쉴 때나 항상 산소를 호흡할 수 있어서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매우 이롭다.
공룡의 높은 호흡 효율은 신진대사율을 높였고 활동수준을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시켰다. 오랜 시간 에너지와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공룡은 다양한 생태적 틈새에서 번성했다. 

- 최고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한다. 또 최고포식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생물양이 가장 많았던 생물은 반드시 멸종한다. 보통 두가지를 겸하는 일은 없다. 먹이 피라미드의 가장 위를 담당하는 최고포식자는 생물량이 적고, 생물량이 가장 많은 생물은 먹이 피라미드이 아래쪽을 담당하기 때문. 그런데 혹시 아는가? 최고포식자이며서 생물량도 가장 많은 별난 생물이 등장할지. 만약 그렇다면 그 생물은 지구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생명일 것이다. 가장 성공적이지만 대멸종의 시기에는 가장 파멸적인...

- 다윈은 자연선택이 어떻게 목적에 완벽하게 적응한 기관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이렇게 복잡한 기관이 의도적인 설계 없이 생겨날 수 있다는 생각은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러한 우려에도 다윈은 눈의 진화가 자신의 이론에서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의구심에 대해 몇가지 요점을 제시했다.
다윈은 현생 생물의 눈의 복잡성 수준이 다양하다는 점에 주목. 요즘도 단순한 빛에 민감한 세포부터 척추동물의 복잡한 카메라같은 눈까지 다양한 수준의 눈이 존재함. 이런 다양성은 서로 다른 수준의 시력을 제공하는 수많은 중간형태가 존재할 수 있는 진화경로를 보여주는 것임. 또한 다윈은 빛에 대한감도나 움직임을 감지하는 능력이 조금만 향상되어도 생존에 상당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 따라서 눈의 진화에 있어 각 중간단계는 유익할 수 있으며 자연선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다윈은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된 변화의 힘을 강조. 작은 점진적 개선이 쌓여서 매우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단순한 감광 패치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면 결국 잘 발달된 눈을 만들 수 있다. 다윈은 자신의 이해와 당시의 과학적 지식의 한계를 인정했다. 그는 미래 연구와 발견이 눈과 같은 복잡한 기관의 진화에 대한 더 많은 통찰력을 줄 것이라 믿었다.
- 다윈의 후예들은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따. 다양한 형태의 눈이 고도의 복잡성을 지니게 된 배경은 단순하다. 지구에는 태양에서 날아온 빛이 매 순간 빗발치듯 쏟아지기 때문. 빛은 색이 있는 물질에 부딪히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는 형태가 바뀌는데, 이 과정에서 약간의 에너지를 방출. 그 에너지는 어떤 식으로든 세포에 영향을 주고 여기서 시각이 시작됨.
최초의 눈이 복잡한 진화를 향해 걷는 시간을 추정하기 위한 실험이 있다. 스웨덴 생물학자 단 닐손과 수산네 펠거는 컴퓨터 모의실험을 했다. 두 사람은 명암, 방향, 모양, 빛깔 따위를 느낄 수 있는 카메라눈에 세가지 주요 조직이 있다는 데서 착안해, 아주 단순한 형태의 세가지 조직이 고도로 복잡한 카메라눈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모의실험. 실험결과, 눈이라 볼 수 없는 납작한 세가지 조직이 36만 4000세대 만에 완전한 수정체를 갖춘 카메라눈으로 진화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나의 세대가 대개 1년 미만인 작은 해양동물을 기준으로 보면 진화에 걸린 시간은 50만년이 채 되지 않는 셈.

- 죽음은 생명의 진화와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주연이다. 최초의 죽음은 개체의 죽음이 아니라 세포의 자멸이었다. 그리스어 apo는 영어의 from에 대당하고 ptosis는 떨어진다는 의미. 즉 자멸이란 스스로 떨어져 나간다는 뜻. 개체 안에서 스스로 떨어져 나가는게 세포의 자멸이다.
자멸은 부상이나 질병 때문에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사멸과 다름. 정교한 통제 속에서 스스로 죽는 것임.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가 발생하면 그 현상을 알려주는 신호물질이 미토콘드라이에서 생기고 이것이 세포표면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 세포는 그때부터 세포수축, 염색체수축, DNA단편화 같은 생화학 반응을 연쇄적으로 일으킴. 결국 세포는 자신을 파괴함. 파괴된 세포는 청소부역할을 하는 식세포에 의해 완전히 제거됨. 즉 어떤 세포가 사멸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미토콘드리아다.
굳이 왜 세포자멸이라는 과정을 발명했을까? 다세포 생물을 구성하는 어떤 세포가 망가졌다고 하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고쳐쓰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때로는 고쳐쓰는 대신 그냥 제거해 버리는 편이 훨씬 편리하고 효율적일 수도 있다. 밭에서 고추를 키우는 데 아픈 개체가 있으면 고치는 것보다 그걸 뽑아버리는 게 훨씬 효율적인 것과 마찬가지. 그래야 밭에 있는 다른 개체에 주는 나쁜 영향을 차단할 수 있따. 세포자멸은 손상되거나 오작동하는 세포를 스스로 제거해서 생명체의 건강과 기능을 보장하는 과정임.
세포자멸은 개체의 발달고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정란이 배아가 되어 발달할 때 세포자멸은 조직과 기관을 형성함. 예를 들어 초기 배아의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는 세포들이 채워져 있다. 그 세포들이 자멸해서 손가락과 발가락이 마치 조각되듯이 형성된다. 오래되거나 손상되어 기능장애가 있는 세포를 제거해 조직의 건강과 기능을 유지한다. 또 세포수가 지나치게 늘어서 과도하게 성장하는 것을 막으며  잠재적 암을 예방한다. 면역체계는 세포자멸을 통해 감염되거나 비정상적인 세포를 파괴해 질병으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한다. 세포자멸은 개체를 유지하는 결정적 과정이다.
- 세포자멸이 확장되면 개체의 죽음이 된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개체의 죽음에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죽음이라는 능력은 생명 다양성과 적응력의 원동력. 무성생식으로 번식하는 생명체의 다양성은 자기복제과정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의 결과로 한정되지만 유성생식으로 번식하는 생명체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과정에서 독특한 유전적 조합을 가진 자손이 등장. 죽음이 삶의 필수적 부분이 되면 자연선택은 개체군에 더 효과적으로 작용가능. 자연선택이란 유리한 형질이 있는 생명체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해져 후대에 자신의 형질을 물려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형질은 유전자 풀에서 제거되는 것. 죽음이라는 전제가 없으면 자연선택은 있을 수 없고, 진화도 불가능함.

- 세포안의 작은 기관 미토콘드리아는 자연사에서 엄청난 사건을 일으켰다. 최초로 성공적 공생을 이뤄냄으로써 지구에 에너지 효율을 높은 생명체를 등장시켰으며, 세포들이 협력해 하나의 개체를 이루는 다세포 생명을 발명했고, 개체가 조직과 기관을 갖추게 했으며, 섹스를 발명해 생명의 회복탄력성과 진화의 기회를 획기적으로 높였음.
미토콘드리아의 역할은 계속되고 있다. 인가을 포함한 진핵생물의 건강과 기능에 여전히 필수적 역할을 하고 있다.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발전소 역할을 함. 근육, 심장, 뇌처럼 에너지수요가 많은 조직의 기능에 특히 중요. 미토콘드리아의 영향력은 기본적 기능을 넘어 건강과 수명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즉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 생산, 물질대사, 세포조절에 있어서 근본적 역햘을 하는 것이다.
-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의 세계에 많은 선물을 주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 큰 선물을 죽음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스스로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인식하며 세포의 자멸을 이끌고 개체의 노화를 유도. 나이가 들수록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감소해 노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장애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짐. 결국 미토콘드리아는 개체의 죽음을 이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사멸을 이끌어 개체의 건강을 유지하고 개체의 죽음을 이끌어 개체군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스모스 씽킹  (1) 2024.12.07
수학은 알고 있다  (0) 2024.11.20
환경을 해치는 25가지 미신  (2) 2024.10.27
화이트 스카이  (1) 2024.10.24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0) 2024.10.24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