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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07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여자 없는 남자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8-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설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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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는 새들이 짹짹거리며 지저귈 때 내는 소리를 의미. 새의 생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새들의 지저귐, 곧 트위팅은 어쩌다 가끔씩 하는 일이긴 해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두가지 역할을 수행. 우선 트위팅은 새들이 서로 접촉을 유지할 수 있게 함. 새들이 혼자 있지 못하게 하거나 둥지 안에서 또는 나머지 무리들 속에서 자기 파트너의 흔적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것. 게다가 트위팅은 다른 새들, 특히 같은 종의 다른 새들이 이미 자기 것으로 만들어 놓은 영역이나 곧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음. 사실 새들의 트위터는 이것 이외에는 전달해야 할 또 다른 메시지를 갖고 있지 않음. 그렇기에 트위터의 내용이 어떻든 별로 상관이 없음. 설령 어떤 내용이 담겨 있다 하더라도 결코 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아님. 트위터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친숙한 소리를 내고 친숙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또 앞으로도 기대하던 그런 친숙한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인지임
- 점차 변화해온 인간의 의사소통 기술이 가져온 효과는 마치 은행 주도로 이루어지는 업적들과 마찬가지로 그 손실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데 반해서 그 이득은 사유화되는 경향이 있음. 그리고 양쪽 경우 모두에서 발생하는 이차적 피해도 정말 드물게 생기는 이점들에 비해서 오히려 한쪽에만 보다 더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는 것 같다.
- 소유자들의 휴대전화에 기록된 네트워크는 언제나 마치 달팽이집과 유사한 방식으로 그 소유자들의 뒤를 따라다닌다. 그러므로 휴대전화 소유자들은 어떤 순간에도 이동하거 멈출 수 있따. 따라서 그것은 소유자에게 마치 자신이 그것을 영구적으로 계속해서 통제하고 있다는 환상을 준다.
- 70년대의 10대들은 요즘의 10대들과는 다르게 고작 비디오 게임이나 휴대용 음악재생기, 영화관람 같은 체험을 즐기는 일 정도에만 휩쓸리도록 유혹받고 매혹 당했을 뿐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함. 그러나 70년대 10대들이 추구했던 이러한 욕망의 대상은 한층 더 복잡해진 요즘 형태의 물건들보다는 상대적으로 훨씬 더 비싸서 거의 접근하기가 어려웠음. 물론 영화표는 아마 예외가 될 테지만 말이다. 어쨌든 당시에 이러한 욕망의 대상들은 필수품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꿈의 대상이자 사치품처럼 여겨졌음. 그래서 그러한 대상들을 소유하는 일은 정당한 기대도 아니고 게다가 권리나 의무의 문제도 아니었으며, 단지 특별히 인정많고 관대한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행운처럼 생각되었음. 지금은 그렇게 욕망했던 물품들 대부분이 모두 가격도 매력적으로 낮아져서 10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해짐. 그렇기에 그런 물품을 갖는 일은 이제 아주 평범하고 정상적이며, 그 누구든 모든 사람들이 누리는 삶의 일상적인 일부분처럼 되었음. 그러한 일은 이제 어저다 축하하고 기념할만한 일이 있어야만, 또 신에게 감사할 정도로 행운을 얻어야만 생길 수 있는 특별한 사건이 아님. 이런 변화가 뜻밖에도 가져오게 된 피할 수 없는 결과는 바로 그처럼 획득하게 된 물건과 10대들의 정서적 유대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는 점. 이제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물품과의 지속적인 우정이 아니라 단지 획득하게 되는 그 순간뿐임
- 패션산업은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들 스스로가 한층 더 나아졌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것이 아님. 오히려 패션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결코 얻지 못할 것 같던 그 어떤 무언가를 원하게 만드는 일과 관련된 것이며... 결국 그렇게 성취된 그 어떤 만족도 아주 순식간일 뿐 곧 희미해지면서 실망을 안겨줄 뿐임.
- 이제 유동하는 근대의 문화는 함양해야만 하는 사람들을 갖고 있지 않음. 그 대신에 이 유동하는 근대의 문화는 유혹해야만 하는 고객들을 갖고 있음. 견고한 근대라는 이전 시대의 문화와는 다르게, 이 유동하는 근대의 문화는 이제 직업과는 상관없이 단지 그 문화라는 일 자체만으로 작업하길 원하지 않으며 결국에는 단지 무조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일처럼 되었음.
- 마샤 에인절이 뉴욕 북 리뷰(09.01.15)에서 무려 책 3권 분량에 해당하는 연구들을 재검토하면서 제시했던 바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제약회사들은 시장을 더 확장할 수 있는 보다 새롭고 극히 효율적인 방법을 완성시켰음.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들을 홍보하는 대신에, 오히려 자신들의 약들에 적절하게 들어맞는 질병들을 더 홍보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전략은 "미국인들에게 오로지 단 두종류의 사람들만이 있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일이다. 약물치료를 필요로 하는 의학적인 상태를 지닌 사람들과 반면에 바로 자신도 약물을 필요로 하는 상태라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하는 사람들 말이다."
- 철학자 다니 로베르 뒤푸르가 말했던 것처럼 자본주의는 지구의 한계점까지 자기 영토를 밀고 나가서 지구표면에 있는 모든 대상들을 모두 상품으로 채우려 할 뿐 아니라, 아래로도 깊이 파고들어가 이전에는 사적인 일들에 불과했던 것을 상업적으로 수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그 영토를 확장하려 함. 물에 대한 권리나 인간 게놈 유전자에 대한 권리, 살아남은 생물종이나 아기, 인체조직들에 대한 권리에 이르기까지 지구표면에 있는 모든 대상들을 다 상품으로 만들려 하고, 예전에는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몫이었던 주체성이나 섹슈얼리티 같은 것들도 상품처럼 판매할 수 있는 대상으로 재활용하려 함. 따라서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이든 단지 순간적으로만 사로잡히게 되든 간에 동물학자 콘라드 로렌츠의 실험실에서 서로 모순되고 혼란스러운 신호들에 노출된 큰 가시고기들이 처했던 곤경과 똑같은 어려움을 공유할 수 밖에 없다. 서로 모순되는 행동양식을 구별하게 해주는 경계들에 관해 확신할 수 없었던 수컷 큰 가시고기가 보여준 그 기이한 행동이 점차 인간 남성들과 여성들의 가장 평범하고 흔한 행위에서도 나타날 정도로 급속하게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그 신호들이 혼란스러운 만큼 반응들도 혼란스럽게 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말이다.
- 결국 성공하는 비법은 나머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비슷해지는 데 달린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자기 자신만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달려 있다. 최고로 잘 팔릴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차이지, 동일함은 아닌 것이다. 이제는 전적으로 그 직업에 속한다고 여겨지는 지식이나 기술, 또는 이전에 그 일을 했거나 지금도 그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라들에 의해 입증된 지식이나 기술들만을 가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 아마 이런 지식이나 기술들은 오히려 약점처럼 여겨지게 될 것임. 그 대신 필요한 비법은 바로 그 어떤 누구와도 같지 않은 특이한 생각들과 그 어떤 누구도 결코 이전에는 제안한 적이 없었을 정도로 이례적이며 우수한 기획들, 또한 그 무엇보다도 마치 고양이처럼 자기 혼자 잘 지내면서 홀로 자기길을 걸어갈 수 있는 그러한 성향을 갖는 것이다.
- 분명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세계는 많은 것들이 부족하거나 공급이 딸리지만, 그럼에도 그와 같은 걱정들 중에서 그처럼 심각한 문제를 예상해야 할 만큼의 신뢰할 만한 근거들을 갖는 경우는 거의 없음. 오히려 우리 모두는 그 정도만 다를 뿐 포보포비아(공포에 대한 공포증)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만이 유일하게 타당한 일일 것이다. 포보포비아라는 이 용어는 하몬 레온이 최근에 새로 만들어낸 신조어인데, 여러가지 공포들에 대한 공포증, 다시 말해 공포들에 대한 공포를 의미. 결국 우리를 오랫동안 괴롭혀온 것은 실상 템포가 빠르고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서 도저히 예측할 수 없기게 여러 유혹들과 위험들이 들끓고 있는 이 유동하는 근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인 바로 우리 자신들이 느끼는 그 두려움 자체에 대한 공포인 셈이다.
- 우울증? 결국 그것은 환상을 상실한 데 대한 반응이자 달콤했던 꿈들이 소멸되어버린 데 대한 반응이며, 또한 주위의 세계가 점차 개같이 타락해가고 있고 우리들도 모두 싫든 좋은 그러한 세계와 어울리며 살아야 하고 또 그렇기에 그처럼 타락하거나 적어도 그러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에 저항할 길이 거의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에 대한 느낌이기도 하다.
- 미국에서는 신용붕괴 이전에 소비자들의 지출이 총 경제활동의 70%를 차지했음. 사실 경제활동이 화폐가 유통되는 양에 의해서 측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결국 과거에는 70%나 차지하는 많은 양의 화폐 유통이 바로 소비자들의 손을 거쳐 소비재 상품들을 파는 판매자들의 손으로 이어지면서 경제가 유지되었던 것임. 그런데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이미 벌어놓은 것이든 장차 앞으로 벌어들이게 될 현금이든 간에 소비자들이 현금 내놓기를 거부하는 사태는 비록 그 양이 상대적으로 아주 적을 뿐만 아니라 외견상 무시해도 될 정도로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더라도 즉각 경제상태를 나타내주는 통계들에 반영됨.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출하기를 꺼리는 행태가 결국 이미 지나버린 그 공포보다 더 암울한 상황으로 다시 복귀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도 갖게 하는 또 다른 공포의 발작을 초래했던 셈.
- 과거처럼 어떤 필요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주의깊에 고려된 욕구를 달래기 위해 상품을 구매하던 고객들에게 깊이 자리잡은 오래된 습성을, 충동적이며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충동에 이끌려 물건을 구매하는 습성으로 대체했던 일이야말로 사실상 소비지상주의 경제가 이룩한 위업이었음. 그 결과 충동구매라는 새로운 습성은 마치 기계나 엔진의 회전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플라이휠처럼 소비지상주의 경제를 급속하게 확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그렇기에 충동구매라는 습성이 사라지는 상황은 소비지상주의 경제에서는 완전한 재앙이나 다름 없음. 필요에 맞춰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은 당연히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음. 더구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도 오랫동안 복잡하고 느리게, 많은 대가를 치루면서 여러가지 소원들을 가다듬고 훈련하는 과정이 필요함. 그러나 즉흥적으로 충동에 이끌려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은 많은 비용이 드는 경기부양 정책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미리 무언가를 지루하고 불편하게 가다듬거나 손질하는 귀찮은 일들도 필요 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식도 분명 하늘이라는 한계점을 넘어설 수 없음. 바로 그 하늘이란 정작 자신의 고객들이 지닌 그 성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 소비지상주의 경제의 한계점이기도 함. 어쨌든 이런 소비지상주의 경제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한 그런 식으로 유지될 것처럼 보임. 우리가 정말 전혀 한계도 없고 무한히 갱신될 수 있는 그런 소비자 금융과 끊임없이 높이 치솟는 증권거래소의 주가지수들을 지니고 있으며 더구나 결코 막을수도 되돌릴 수도 없이 주택들의 가치가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듯이 거짓으로 가장하며 살아가는 한 말이다. 또한 우리가 정작 자신들이 현재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훨씬 더 부자라고 느끼면서 이러한 경이로운 느낌들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정당화하며 믿고 살아가는 한 말이다. 우리가 아직은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미래에도 확실학 "지금과 같은 행복보다 오히려 더 많은" 행복을 거머쥐게 해줄 것이라고 위압적으로 약속하면서 아주 강한 믿음을 심어주는 저 모기지론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 한 말이다. 또한 우리가 계산을 모두 치러야 하는 순간을 멀리 뒤로 미뤄놓을 수 있는 한, 그러니까 아무런 근심도 없이 계속해서 오늘은 일단 즐기고 지불은 나중에 하는 삶의 전략에 붙들려서 나중일은 별로 생각하지도 않은채, 그와 같은 무모한 삶의 전략에 숨겨져 있는 그 위험들을 분명하게 인정해야 할 필요도 있고 분명 인정해야만 하며 더구나 진지하게 미리 계산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계산해야 하는 순간을 뒤로 미루며 살아가는 한 말이다. 그런데 어찌할까! 나중에 지불해야 하는 그날이 도래한 것이다.
- 경계는 차이를 창조하기 위해 그려짐. 예를 들어 집과 바깥처럼 한 장소와 다른 나머지 장소 사이에 차이를 두기 위해, 또는 어린 시절과 성인시절 처럼 어떤 특정한 기간 동안의 시간과 나머지 다른 기간 동안의 시간 사이에 차이를 만들기 위해, 혹은 가장 영향력이 큰 구분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와 그들처럼 하나의 동일한 범주에 속하는 인간존재와 나머지 인간들 사이에 차이들을 창조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서로 다른 행동유형을 채택해야 할 필요가 있는 차이들을 창조하기 때문에 개연성 있는 일들도 조작됨. 그 경계의 이쪽편에 있는지 아니면 저쪽 편에 있는지에 따라 어떤 특정한 사건들이 더 개연성 있는 일이 됨. 반면에 다른 것들은 별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되거나 아니면 아마도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되버림. 어떤 형태도 없었던 덩어리가 구조화되면서, 어떤 구조가 주어짐. 그런 식으로 우리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을 알게 되고, 우리가 무엇을 기대하고 있으며 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됨. 결국 경계들은 확신을 제공. 그런 경계들은 우리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고 어디로 언제 움직여야 하는지를 알게 하고, 우리 스스로가 자기-확신을 지닌 채 행동할 수 있게 하는 셈. 바로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경계들은 분명하게 표시되어야 함. 당신의 집과 다른 사람들의 집 주변에는 안과 밖을 동시에 구분하는 차이점을 만들고 표시하기 위해 담장이나 울타리가 쳐 있음. 또한 출입문이나 방문에도 내부인과 외부인, 거주자와 손님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사람들을 표시하기 위해 이름표가 붙어 있음. 바로 이런 기호들이 분명하게 설명하거나 암시하고 있는 그 지침들에 순순히 복종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어떤 질서 있는 세계가 창조되고 재현되면서 분명하게 드러나며 자연화된다.
- 인류학자 메리 더글라스가 순수와 위험(1966)이라는 획기적인 연구서에서 인상적으로 설명했던 것처럼, 질서란 바로 적절한 사물들이 그 어떤 다른 자리가 아니라 바로 정확히 있어야 하는 그 제자리에 위치해 있는 것을 의미. 그런데 사물들이 있는 자리가 과연 적절한지 아니면 제자리를 벗어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경계임. 예를 들어 화장실은 부엌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야 하고, 침실은 식당과는 떨어져 있어야 하며, 옥외는 실내와 떨어져 있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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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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