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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충돌

사회 2015. 2. 1. 16:51

 


문명의 충돌

저자
새뮤얼 헌팅턴 지음
출판사
김영사 | 1997-06-1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세계를 중화권, 일본권, 힌두권, 이슬람권, 크리스트교권, 라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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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정치는 문화와 문명의 괘선을 따라 재편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전파력이 크며 가장 중요하고 위험한 갈등은 사회적 계급 빈부, 경제적으로 정의되는 집단 사이에 나타나지 않고 상이한 문화적 배경에 속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날 것이다.
- 쿤(Thomas Kuhn)이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cf Scientific Revolutions)' 에서 지적한 것처럼 지적, 과학적 진보는 새로운 사실이나 새롭게 발견된 사실을 설명하는 데 그 힘을 점차 잃어 가고 있는 어떤 패러다임으로부터 좀더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쿤은 한 이론이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경쟁 이론들보다 뛰어나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론이 자기 앞에 펼쳐진 모든 사실을 남김없이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또 실제로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고했다
- 마르크스레닌주의 체제의 소련이 더 이상 자유 세계에 위협을 가하지 못하고 미국이 더 이상 공산세계를 겨눈 위협자 역할을 하지 않게 된 지금 양 진영에 속해 있던 나라들은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사회로부터 오는 위협을 점차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국가는 세계 문제에서 일차적 주역으로 여전히 남아 있지만 국가의 주권, 기능, 힘은 약화되는 추세에 있다.
- 문명 패러다임이 주장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이 세계에는 통합력이 현실로 존재하고 있으며 바로 그것이 문화적 자기 주장과 문명적 자기 의식의저항력을 낳고 있다.
* 세계는 어떤 의미에서는 양분되어 있지만, 그 중요한 구분선은 지금까지 주도권을 행사해 온 서구와, 자기들끼리의 공통성을 거의 갖지 않은 나머지가 세계를 가로지르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세계는 하나의 서구와 다수의 비서구로 나뉘어져 있다.
* 국민 국가는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세계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배역을 맡겠지만, 국민 국가의 이해 관계 결속, 갈등은 점차 문화적, 문명적 요인에 의해 규정된다.
* 세계는 실제로 부족 갈등과 민족 갈등으로 점철된 무정부 상태에 있지만, 안정을 저해하는 가장 큰 위협을 낳는 갈등은 상이한 문명에 속한 국가나 집단간의 분쟁이다.
- '오늘의 세계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특히 그 안에서 행위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세계 지도를 펴놓고 오늘날 어떤 문명들이 존재하는가를 이해할 수 있고 그리하여 그 문명들의 경계선, 중심부와 주변부, 세력권과 그 안의 분위기, 그 문명들 안에 존재하며 긴밀하게 연결된 일반적이거나 특수한 형태를 정의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오판이 생길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 '서구의 부상은 대체로 무력 행사의 산물이었다. 유럽과 그 경쟁 세력의 군사적 균형이 유럽 쪽으로 서서히 기울었다는 사실이 유럽을 부상시킨 것이다....... 서구인이 1500년에서 1750 년 사이에 최초의 진정한 세계 제국을 건설하는 데 성공한 것은, 군사적 혁명 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전쟁 수행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는 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서구의 팽창은 또한 군대 조직과 군사 훈련의 우위, 산업 혁명을 선도하면서 얻은 무기, 수송 수단, 병참술, 의료 서비스 면에서의 우위 때문에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서구는 사상, 가치관, 종교의 우위에 의해서가 아니라(이것들은 다른 문명의 개종을 별로 낳지 못했다.) 조직화된 폭력의 우위로 세계를 정복하였다. 서구인은 종종 이런 사실을 잊지만, 비서구인은 결코 이 점을 망각하지 않는다.
- 무역과 교류가 평화나 유대감을 조성하는 데 실패한다는 것은 사회 과학에서 밝혀진 사실과 맥을 같이한다. 사회 심리학에서 말하는 변별 이론(distinctiveness theory)은 특정한 상황 안에서 사람들은 타인과 자신을 구별함으로써 스스로를 정의한다고 본다. '사람은 자기를 다른 인간들, 특히 자신이 일상적으로 자주 접촉하는 사람들과 구분 짓는 특성을 통해서 스스로를 파악한다. .....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십여 명의 여자들과 함께 있는 여성 심리학자는 자신을 심리학자로 여기지만 십여 명의 남성 심리학 자들과 함께 있을 때는 자신을 여자로 본다. 사람들은 자기가 무엇이 아닌지를 통해 스스로를 정의한다. 통신, 무역, 여행의 증가로 문명과 문명의 접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차츰 자신들의 문명적 정체성에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한다. 독일인 한 명과 프랑스인 한 명이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 이들은 스스로를 독일인과 프랑스인으로 각각 생각할 것이다. 독일인 한 명과 프랑스인 한 명, 사우디아라비아인 한 명과 이집트인 한 명이 만났을 때는 각자를 유럽인과 아랍인으로 여길 것이다.
- 우리는 한두 세대만에 산업화에 도달한 농경 사회다. 서구에서 200년 이상에 걸쳐 일어난 일이 여기서는 50년도 안되는 기간에 걸쳐 벌어졌다. 모든 것이 아주 빠듯한 시간틀 속에 우겨 넣어지고 있어 혼란과 기능장애는 불가피하다. 한국, 태국, 홍콩 싱가포르처럼 고속 성장을 해 온 나라들을 보면 한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나타난다. 그것은 종교의 부상이다. 과거의 관습과 종교-조상 숭배, 샤머니즘-는 이제 사람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는 왜 여기 있으며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한 차원 높은 설명을 갈구한다. 이것은 사회에서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는 시기와 무관하지 않다.
사람은 이성만으로 살지 않는다. 자아를 정의내리지 못하는 한, 사람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합리적으로 계산하고 행위할 수 없다. 이익 추구는 자기 정체성을 전제로 한다. 사회가 급속히 변하는 시기에는 확립된 정체성이 무너지므로 자아가 새롭게 정의되고 새로운 정체성이 발견되어야 한다. 정체성을 따지는 물음은 이익을 따지는 물음에 앞선다. 사람들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할 필요성을 느낀다. 종교는 이에 대한 강력한 답변을 제공하며, 종교 집단은 도시화로 상실된 공동체를 대신하는 작은 사회적 울타리가 되어 준다. 알 투라비(Hassan al Turabi)가 말하듯 모든 종교는 사람들에게 삶의 정체감과 방향성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역사적 정체성을 새로이 발견하거나 창조한다. 아 무리 보편적 목표를 내건 종교라 해도 신도와 비신도, 우월한 내집단과 열등하고 이질적인 외집단의 기본적인 구분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귀속감을 준다.
- 한국과 라틴아메리카에서 일어난 변화는 불교와 제도화한 카톨릭이 근대화의 충격에 휩싸인 사람들의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였음을 반영한다.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기존의 종교가 그런 욕구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그 지역의 종교적 판도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 역사적으로 보아도 청년층에 해당하는 인구집단이 컸을 경우 사회가 변혁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테스탄트 개혁은 역사에 등장하는 두드러진 청년운동의 한 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인구 증가는 17세기 중반과 18세기 후반에 유라시아에서 일어난 두 차례 혁명의 파고에서 핵심적 요소로 등장한다는 논리를 골드스톤(Jack Goldstone)은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서구 여러 나라에서 청년의 비중이 눈에 띄게 커진 l8세기의 마지막 몇십 년은 바로 '민주주의 혁명의 시대' 였다. l9세기의 성공적 산업화와 대규모 이민은 유럽 사회에서 청년 인구가 가지는 정치적 영향력을 감소시켰다. 그러나 1920년대에 청년 인구는 다시 급증하척 파시즘을 비롯한 극단주의 운동의 인적 자원을 제공하였다. 다시 40년 뒤 2차 대전 이후의 베이비 붐 세대는 1960년대의 시위와 항거에서 정치적 영항력을 분출시켰다.
- 앞으로 몇십 년 동안은 아시아의 경제 성장과 이슬람의 인구 증가가 서구가 주도해 온 국제 질서에 커다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세계 문제에 대한 발언권과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력은 빠른 경제 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몫으로 더 많이 돌아갈 것이다. 다음 10년 동안에도 지금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중국의 발전은 문명 사이의 관계에서 엄청난 세력 변동을 낳을 것이다. 게다가 그때쯤 가면 인도가 눈부신 경제 성장을 하면서 세계 무대의 주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슬람의 인구 증가도 문명의 세력 판도에 중요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등 교육을 받은 청년 인구의 급증은 이슬람 부활의 추진력으로 나타날 것이며 이슬람의 호전성과 이민 수도 계속 늘어 날 것이다. 그 결과 앞으로 몇십 년 동안은 비서구 문명의 힘이 지속적으로 증대하면서 비서구 문명과 서구 문명의 충돌, 비서구 문명과 비서구 문명의 충돌이 나타날 것이다.
- 문화적 동질성이 사람들의 결속과 응집을 낳고 문화적 이질성이 반목과 갈등을 낳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모든 사람은 친척. 직업. 문화. 제도. 영토. 교육. 당파 이념 등의 다양한 차원에서 때로는 갈등하고 때로는 협력하는 복수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둘째, 점차로 문화 정체성이 부각되고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혼란과 소외의 한복판에서 더욱 의미있는 정체성에 대한 욕구가 생기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비서구 사회의 실력과 힘이 증대함에 따라 토착 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자각이 일어나는, 사회적, 경제적 근대화의 결과이다. 셋째, 정체성은 어떤 차원에서건 개인적, 부족적, 인종적, 문명적- '타자', 곧 다른 개인, 부족, 인종, 문명과의 관련성 속에서 정의된다. 과거의 역사를 보아도 동일한 문명 안에 들어가 있는 국가들이나 그 밖의 정치적 실체들 사이의 관계는 상이한 문명에 속한 국가들이나 정치적 실체들 사이의 관계와는 달랐다. 넷째, 상이한 문명 배경을 가진 국가나 집단 사이의 갈등 원인은 인간 집단 사이에서 갈등을 낳아 왔던 원인들과 대체로 유사하다. 다섯째, 분쟁의 보편성이다. 증오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이다. 사람들이 스스로를 정의하고 행동욕구를 느끼기 위해서는 적이 필요하다. 사업 분야의 경쟁자, 성취도를 놓고 다투는 라이벌, 정치적 앙숙이 필요하다.
- 호주의 지도자들은 아시아를 지향한 반면 다른 분열국-터키, 멕시코, 러시아의 지도자들은 자기사회를 서구에 통합시키려고 시도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경험은 고유 문화가 얼마나 완강하고 회복력이 강하고 끈끈하며 스스로를 쇄신하고 서구로부터의 유입물에 저항하거나 그것을 억누르고 수정하는 능력이 뛰어난가를 똑똑히 보여주었다. 서구를 무조건 배격하는 입장도 불가능하지만 서구를 무조건 긍정하는 케말주의 역시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비서구 사회가 근대화에 성공하려면 서구의 방식이 아닌 자기 고유의 방식을 추구해야 하며 일본처럼 자신의 전통, 제도, 가치관의 바탕 위에서 차곡차곡 쌓아 나가야 한다.
자기 나라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에 젖어 있는 정치 지도자는 반드시 실패한다. 서구 문화의 요소들을 도입할 수는 있겠지만 자기 고유 문화의 알맹이를 영원히 억제하거나 제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편 일단 어떤 사회에 이식된 서구 바이러스는 좀처럼 말살하기가 어렵다. 그 바이러스는 고질적으로 남아 있지만 치명적이지는 않다. 환자는 살아 남지만 다시는 정상을 되찾지 못한다. 정치 지도자들은 역사를 만들 수 있지만 역사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 그들은 분열국을 만들 수는 있어도 서구 사회를 만들지는 못한다. 그들은 자기 나라를 문화적 정신 분열증에 감염시켜 그 수렁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지 못하게 만들뿐이다.
- 새로운 세계에서는 상이한 문명에 속하는 국가들과 집단들의 관계는 우호적이지 않고 대체로 적대적이 경향을 띨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관계는 문명간의 관계다. 미시적 차원에서 보면 폭력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단층선은 이슬람과 이웃한 정교, 힌두, 아프리카, 서구 크리스트교 문명 사이에 놓여 있다. 거시적 차원에서 보면 지배적 대립은 서구 대 비서구의 양상으로 타타나겠지만, 가장 격렬한 대립은 이슬람 사회와 아시아 사회, 이슬람 사회와 서구 사회에서 나타날 것이다. 미래의 가장 위험한 충돌은 서구의 오만함, 이슬람의 편협함, 중화의 자존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것이다.
- 서구와 이들 국가의 대립을 낳는 사안들이 국제 무대에서 점차 무게를 얻고 있다. 이러한 사안들은 서구의 다음과 같은 의중과 맞물려 있다 (1) 서구는 핵무기, 생물 무기, 화학 무기와 이 무기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수단의 확산 방지와 축소 정책을 통해 군사적 우위를 고수하려고 한다. (2)서구는 다른 국가들에게 서구적 개념의 인권을 존중하고 서구식 민주주의를 도입하도록 압박을 가함으로써 서구의 정치적 가치관과 제도를 확산시키려고 한다. (3)서구는 비서구인 이민자나 망명자의 수를 제한함으로써 서구 사회의 문화적, 사회적, 인종적 틀을 보호하려고 한다. 이 세 부문에서 서구는 비서구 사회의 이익에 맞서 자신의 이익을 수호하는 데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 인구 통계학이 숙명처럼 작용한다면, 인구 이동은 역사의 원동력이 된다. 지난 몇 세기 동안 상이한 인구 증가율, 경제적 조건, 정부 정책이 그리스인, 유대인, 독일인, 노르웨이인, 터키인, 중국인 등의 대규모 이동을 낳았다. 이러한 이동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진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극심한 폭력을 수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세기의 유럽인들은 인구 침략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다. 1821년에서 1924년 사이에 5500만 명의 유럽인이 해외로 이주하였는데 그 중 5400만 명이 미국으로 건너갔다. 서구인들은 다른 민족들을 정복하고 때에 따라서는 말살시켰으며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을 개척하고 거기에 정착하였다.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서구의 부상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요소를 단 하나 꼽는다면 그것은 인구의 수출이다.
- 핵심국간의 전쟁은 다음 두 가지 상황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첫째, 핵심국을 포함한 동질적 집단들이 분쟁 당사자들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단층선 분쟁이 문명간의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은 대럽 관계에 있는 핵심국들이 자제하거나 단층선 분쟁을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
둘째, 문명들의 세력 균형에 변화가 올 때, 핵심국들의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투키디데스의 주장에 따르면 그리스 문명 내부에서 아테네의 힘이 강성해졌을 때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서구 문명의 역사는 부상하는 강대국과 쇠락하는 강대국 사이에 벌어진 '헤게모니 전쟁'의 역사다. 상이한 문명에 속해 있으면서 부상하는 핵심국과 쇠락하는 핵심국 사이의 분쟁 촉발 정도는 이들 문명에 속한 국가들이 새로운 강대국의 부상 앞에서 견제를 추구하느냐 편승을 추구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시아 문명에서는 편승 현상이 더 지배적으로 나타나지만, 중국의 부상은 미국, 인도, 러시아 같은 다른 문명권의 국가들로 하여금 세력균형을 도모하도록 자극할수 있다. 서구의 역사를 볼 때 영국과 미국 사이 에서는 헤게모니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다. 팍스 브리타니카에서 팍스 아메리카나로의 이행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은 두 사회의 문화적 유대감이 강하였기 때문이다. 서구와 중국 사이에는 그러한 종류의 유대감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서구에서 중국으로 패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군사 충돌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런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상당히 많다. 이슬람의 역동성은 비교적 소규모로 벌어지는 단층선 분쟁의 지속되는 원천이 되고 있으며, 중국의 부상은 핵심국 사이에 벌어지는 대규모 문명 전쟁의 잠재적 원천이 되고 있다.
- 분석가들은 중국의 등장을 19세기 후반 유럽의 패권국으로 부상한 빌헬름 치하의 독일에 비유한다. 새로운 패권국의 출현은 늘 고도의 블안을 야기하지만, 중국이 패권국으로 떠오를 경우 그것은 1500년 이후 세계 역사에 등장한 모든 패권국들을 초라하게 만들 것이다. "중국이 세계를 뒤흔들면 세계는 새로운 균형을 되찾기까지 30년에서 40년이 걸릴 것이다. 중국은 그저 또 하나의 열강일 뿐이라고 깎아 내려도 소용없다. 중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주역이다." l994년 리 콴유는 이렇게 평가하였다. 중국의 경제 발전이 10년만 더 계속되고(그럴 가능성이 있다.) 후계자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겪으면서도 정치적 통합성이 유지된다면(그럴 가능성이 높다.), 동아시아 국가들과 전 세계는 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주역의 점증하는 자기 주장에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걸프전은 탈냉전 시대의 문명과 문명 사이에 벌어진 최초의 자원 전쟁이었다. 결국은 세계 최대의 유전을 서구의 군사력에 안보를 의탁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 토후국들이 관리하느냐 아니면 서구에 석유를 무기로 활용할 능력이 있고 또 그럴 의사가 있는 독립적인 반서구 국가들이 관리하느냐를 둘러싼 대립이었다. 서구는 후세인을 권좌에서 몰아내는 데는 실패하였지만 걸프 국가들의 안보가 서구에 달려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는 승리를 거두었고 평화시에도 이 지역에 군대를 주둔 시킬 수 있게 되었다. 전쟁 전에는 이란, 이라크, 걸프 협력 회의, 미국이 걸프 만의 주도권을 놓고 각축을 벌였다. 전쟁이 끝난 뒤 걸프 만은 미국의 호수가 되었다.
- 단층선 전쟁과 그 밖의 집단 전쟁들은 장기 지속성, 극심한 폭력성, 이념적 혼선이라는 공통점을 갖지만 단층선 전쟁은 한두 가지의 남다른 특성을 갖는다.
첫째, 집단 전쟁은 민족, 종교, 인종, 언어 집단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종교는 문명을 정의하는 주된 특성이므로 단층선 전쟁은 거의 예외 없이 상이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일부 분석가들은 종교라는 요인의 중요성을 평가 절하한다. 예컨대 그들은 피와 언어의 공유, 과거의 평화로운 공존, 보스니아의 세르비아인과 이슬람 교도 사이의 광범위한 혼인 관계를 지적하면서 프로이트의 '사소한 차이에 대한 자기 도취'란 표현으로 종교적 요인을 무시한다. 그러나 그런 판단은 세속적 단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수천 년의 인류 역사는 종교가 '사소한 차이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 차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일반적으로 상이한 신에 대한 믿음은 단층선 전쟁의 빈도, 강도, 폭력성을 높인다. 둘째, 다른 집단 전쟁들은 개별화 성향이 강하며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반면에 단층선 전쟁은 더 큰 문화적 전체의 일부를 구성하는 집단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분쟁이다. 대부분의 집단 전쟁에서 A집단과 B집단이 싸울 때 C, D, E집단은 A나 B가 C, D, E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한 전쟁에 개입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러나 단층선 전챙와서는 A1집단과 B1집단이 싸움을 벌이고 이들은 전쟁을 확대시켜 문명적 친족 집단인 A2, A3, A4집단, B2, B3, B4집단의 지지를 끌어내려 노력하며 이들 친족 집단은 전투를 벌이는 당사자들과 일체감을 느낀다. 현대 세계에서는 교통망과 통신망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연결망의 구축이 용이해졌으며 따라서 단층선 분쟁의 '국제화'가 가능해졌다. 이민은 제3문명으로의 탈출구를 열어 놓았다. 통신수단의 발전 덕분에 교전 당사자들은 자기들의 운명을 친족 집단에게 즉각적으로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가 전반적으로 가까워지면서 친족 집단들은 싸움을 벌이는 자기 편에게 정신적, 외교적, 금전적, 물질적 지원을 보낼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안하기가 훨씬 더 힘들어졌다. 그러한 지원을 제공하는 국제적 연결망이 구축되었고 지원은 다시 분쟁을 지속시켰다. 그린웨이(H.D.S. Greenway)가 말하는 '친족국 증후군(kin-country syndrome)'은 20세기 말 단층선 전쟁의 핵심적 특징이다. 좀더 일반적 차원에서는, 상이한 문명에 속한 사람들끼리의 사소한 충돌도 같은 문명 내부의 충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다. 1995년 2월 카라치의 한 이슬람교 사원에서 수니파 무장 경비원들이 18명의 시아파 예배자들을 죽였을 때 카라치는 쑥밭이 되었고 파키스탄의 정국이 들끓었다. 그보다 정확히 1년 앞서 헤브론의 한 성지에서 기도를 하고 있던 29명의 이슬람 교도들을 한 유대인 정착민이 죽였을 때 중동 평화 회담은 중단되었고 온 세계가 들끓었다.
- 민족 분쟁과 단층선 전쟁은 세계 유수의 문명들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지는 않다. 옛 유고슬라비아 지역의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사이에, 스리랑카의 불교도와 힌두교도 사이에 대대적인 문명선 전쟁이 벌어지긴 하였지만, 비이슬람 지역에서 일어나는 분쟁은 상대적으로 정도가 약하다. 단층선 전쟁의 압도적 다수는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지역에서 이슬람 교도와 비이슬람 교도를 가르는 경계선을 따라 일어났다. 세계 정치를 거시적 지구적 차원에서 고찰하면 으뜸 가는 문명 충돌의 주역은 서구와 나머지 세계이지만, 미시적 국지적 차원에서 고찰하면 그 주역은 이슬람과 나머지 세계이다.
- 과거 문명들에서 불멸을 꿈꿨던 눈부신 황금 시대는 외부 사회의 침략으로 극적인 단기간에 종말을 맞거나, 내부의 붕괴로 느리지만 마찬가지로 고통스럽게 종말을 맞이하였다. 한 문명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문명이 외부 세력의 파괴력 앞에서 저항하거나 내부로부터의 붕괴에 저항하는 데 모두 긴요한 역할을 한다. 1961년 퀴글리는 문명이 성장하는 것은 '팽창의 도구', 다시 말해서 잉여를 축적하여 생산적 혁신에 투자하는 군사적,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기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문명이 쇠퇴하는 것은 잉여를 새로운 혁신에 투입하는 노력을 중지할 때이다. 현대적 용어로 우리는 그것을 투자율의 저하라고 부른다. 이것은 잉여를 관리하는 사회 집단이 잉여를 소비로 돌릴 뿐 좀더 효과적인 생산 방식을 제공하지 못하억 비생산적이고 자기 욕망을 충족시키는 목적에만 사용할 때 발생한다. 사람들이 자본을 고갈시키면 문명은 보편 국가의 단계에서 쇠락의 단계로 이행한다. 이것은 극심한 경제 불황, 생활 수준의 하락, 이런저런 기득권을 놓고 벌어지는 내전 문맹률의 증가를 동반한다. 사회는 점점 약해진다. 이 마모의 과정을 입법에 의존하여 중지시키려는 헛된 시도가 이루어진다. 쇠락은
계속된다. 사회의 종교적, 지적, 사회적, 정치적 수준이 사람들을 대규모로 동원할 수 있는 힘을 상실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종교 운동이 사회를 휩쓸기 시작한다. 사회를 위한 싸움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심지어는 납세를 퉁하여 사회를 지원하는 행위마저 거부하는 풍조가 나타난다.
쇠락은 다시 그 문명이 스스로를 방어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자위력을 상실하여 야만족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는 침공의 단계로 이어진다. 침략을 감행하는 세력은 대체로 더 젊고 강력한 문명에서 나온다. 문명사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은 개연성 높은 사태는 많아도 피할 길 없는 숙명적 사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명은 스스로를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해 왔다. 서구가 당면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는 외부의 도전 세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자신의 내부적 쇠락 과정을 중단시키고 역전시킬 만한 능력이 과연 있는가 없는 가이다. 서구는 갱생에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되는 내부의 부식으로 경제적으로나 인구로나 더 활력 있는 다른 문명들에게 종속당하는 몰락이 가속화될 것인가?
- 일본의 철학자 다케시(Umehara Takeshi)는 "마르크시즘의 완전한 실패와 소련의 극적인 붕괴는 근대성의 주류였던 서구 자유주의의 몰락을 예고하는 서곡일 뿐이다. 자유주의는 마르크시즘의 대안도 아니고 역사의 종말기를 지배하는 이념도 아니며 다음에 무너지는 것은 바로 자유주의"라고 지적하였다. 도처에서 사람들이 문화적 용어로서 자신들을 정의내리는 시대에 문화적 중추가 결여되어 있고 오직 정치적 신조에 의해서만 정의되는 사회가 어떻게 존립할 수 있겠는가? 정치적 원칙은 안정된 공동체를 건설하기에는 변덕스러운 토대이다. 문화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문명 세계에서 미국은 이념이 중시되는 쇠락하는 서구 세계의 비정상적인 마지막 잔류자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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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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