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바의 수

사회 2022. 4. 3. 12:58

-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처음 생각해낸 것은 아니다. 진화론의 역사는 유럽 생물학계 내에서 적어도 다윈이 태어나기 한 세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다윈이 할아버지 에라스무스 다윈 Erasmus Darwin의 연구를 깊이 이해하지 않았더라면 진화론에 대한 자 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힘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진화론 창시 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야 할 사람은 조르주 퀴비에 Georges Cuvier, 조 르주 루이 르클레르 뷔퐁Georges-Louis Leclerc Buffon, 장 바티스트 라마르크Jean-Baptiste Lamarck 같은 18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생물학자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관점에 뿌리를 두고 중세 기독교 신학자 집단 교부(church father, 초기 그리스도교의 뛰어난 스승, 현대 기독교 이론의 핵심 교리를 확립함-옮긴이)들의 지적 그물 망을 통해 걸러진 중세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즉, 이들 은 그리스 철학자들의 사상을 바탕으로 진화를 진보라고 규정하고, 진화란 각각의 종이 원시적인 삶의 형태로부터 천천히, 하지만 확 실히 존재의 거대한 위계질서 (Great Chain of Being, '존재의 대사슬'이라고도 함-옮긴이)’의 위쪽을 향해 올라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 계층의 정점에 신이 있고, 인간은 신 바로 아래에 위치한 천사 대열 에 합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 그러다가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판되자 플라톤 이래로 진화에 관한 사고의 핵심을 이루고 있던 '단계적 자연' 혹은 '존재의 대사슬' 관점이 설 자리를 잃었다. 『종의 기원』을 통해 다윈이 자연 세계의 역사란 곧 생물학적 번식의 성공 스토리나 다름없다는 새로 운 사고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윈은 몇 번 이나 뼈아픈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진화를 바라보는 다윈의 새로운 사고방식이 고정된 위계질서'라는 당시 사람들의 확고한 신념에 도전장을 던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 다는 오히려 그들이 다윈의 관점을 받아들일 경우 위계질서 상층부 에 영국인들을 위한 자리가 용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점에 있는 신의 자리까지 사라진다는 이유가 더 컸다.
- 일부일처의 습성이 인지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은 아마도 배우자의 관점을 자신의 관점에 반영해야 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 문일 것이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수년 동안 관계를 순조롭게 유지 하는 것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안다. 또한 순조로운 관계를 유지하 려면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잠재적 요인을 예 측하고 미리 제거하는 뛰어난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안다. 즉,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미처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런 일이 생 겼을 때 어떻게 관계를 개선해야 하고 어떻게 균형을 되찾을지 알 수 있다.
- 유전체 각인이 이렇게 특별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매 우 흥미롭다. 영장류 중 암컷이 번식에 성공할지는 자매들이 얼마 만큼 지원하느냐에 달려 있다.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에 서 암컷이 사회적 친분을 쌓기 위해서는 자기 방식을 타협할 수 있 는 능력이 필요하다. 케냐의 암보셀리국립공원에서 개코원숭이들 의 가족력을 30년 이상 추적한 결과 사회적으로 성공한 암컷일수록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 자손의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컷은 사교적 기술보다 끝까지 맞서 싸우는 근성이 번 식 성공도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똑똑한 개체는 싸움에 휘말렸 을 때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용기 있는 행동이고 하루라 도 더 살려면 혹은 훗날을 도모하려면 점잖게 물러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을 재빨리 깨달을 것이다. 하지만 짝짓기 경쟁에서는 꽁무니를 빼면 암컷을 차지할 수 없다. 따라서 그 개체가 생각은 적게 하고 재빨리 싸움에 뛰어들게 하는 기제가 언제나 더 효과적이다. 싸우다가 상처를 입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만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부에서 2인자가 설 자리는 없다. 수컷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대뇌신피질과 커다란 대뇌변연계다.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한다면 일단 상대를 때려눕힌 다음 생각하는 것이 상책이다.
실제로 암컷의 경우 신피질 조절 능력이 뛰어난 개체들이 승부에 서 승리했다. 암컷에게는 사교적 기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수컷의 경우 변연계 조절 능력이 뛰어난 개체들이 승리했다. 싸움에서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진화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성 전쟁은 뇌를 통제하는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비록 그 원리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지만 말이다.
- 빨간색과 초록색 광색소 유전자는 성염색체인 X염색체에 존재하며, 파란색 광색소 단백질을 형성하는 유전자는 상염색체인 7번 염색체에 존재한다. 이것을 통해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 성보다 색맹이 많은 이유와 적색 색맹은 많아도 청색 색맹은 거의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남성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X염색체가 하나뿐이기 때문에 X염색체에 약간의 이상이 있으면 그것을 만회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여성에게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각각 하나씩 물려받은 X염색체가 두 개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X염색체로 대체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넷 또는 다섯 가지 색깔 효과를 아주 간단히 설명한다. 즉, 망막 내부에서 색에 민감한 색소에 대한 유전 암호를 지정하는 유전자에 약간의 변이가 생겼다는 것은 그 사람이 빨강 혹은 초록색 명암을 다른 사람들과 약간 다르게 본다는 의미다. 남성 은 하나뿐인 X염색체에서 얻은 색조가 전부다. 그것을 통해 세상을 본다. 하지만 여성은 두 개의 X염색체를 통해 빨간색 혹은 초록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전자를 모두 가진다. 만약 눈이 발달하는 동 안 두 개의 X염색체가 모두 활성화된다면 두 가지 색소에 모두 민 감하게 반응하도록 유전 암호가 지정된 유전자를 갖는 것이다. 따 라서 이런 여성은 기본적인 세 가지 색 이외에 한 가지 또는 두 가지 색을 더 인식할 수 있다.

- 흔히 기업 조직 이론에 사용되는 경험의 법칙'은 직원 수가 150명 이하이고 직접 대면 하는 업무 방식을 기본으로 하는 조직에는 적합하다. 그러나 150명 이상의 조직에서는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공식적인 계층제가 필요 하다. 1950년대 이래로 사회학자들은 150명에서 200명 정도 크기 의 집단에 중요한 경계가 있으며, 집단의 규모가 이보다 커지면 무단결근과 병가의 양이 불균형해져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중소기업으로 꼽히는 고어텍스의 설립자 빌 고어Bill Gore는 사업이 성장하여 제품의 수요가 늘어났을 때 생산 공장의 규모를 키우기보다 각각 150명 정도의 근로자로 구성된 하 위 단위로 나누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것이 그가 사업에 성공한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공장 조직의 단 위를 150명 이하로 유지한 덕분에 계층제와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 지 않아도 되었다. 근로자와 관리자가 경쟁하는 분위기를 만들기보 다 상호 의무감이 뒷받침되어 서로 협력하는 사적인 관계로 공장을 운영한 것이다.
군사 기획가들 역시 경험의 법칙을 찾아냈다. 예를 들어 최신식 군대의 가장 작은 독립 단위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보통 30명에서 40명가량의 군인으로 이루어진 세 개 전투 소대와 각 소대의 지휘관, 몇몇 지원부대를 합하여 대략 130명에서 150명 정도다. 로마 공 화국 시대의 로마군 기본 전투 단위 (보병 중대, 또는 더블센추리)도 약 130명으로 이와 비슷한 규모였다.
심지어 학자 공동체도 비슷한 규모로 제한된다. 서섹스대학교 교 육학과의 토니 베허Tony Becher 교수는 과학과 인문학을 통틀어 12개 학과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교수 한 명이 관리할 수 있는 연구 자 수가 100명에서 200명 사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 학과의 규모 가 이보다 커지면 둘 혹은 그 이상의 학과로 나뉘는 경향이 있다.
전통 사회의 마을 규모 역시 이와 비슷하다. 중동 지역에서 발견 된 기원전 약 6000년경의 신석기시대 촌락은 집의 수로 따져보았을 때 보통 120명에서 150명 정도를 수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1086년 윌리엄 1세의 명령으로 작성된 「토지대장Domesday Book」의 기록으로 미루어 잉글랜드 마을의 규모 역시 약 150명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마찬가지로 켄트(잉글랜드 남동부 카운티)를 제외한 18세기 잉글랜드 모든 마을 주민 평균이 약 160명이었다. (켄트에 있는 마을의 평균 주민 수는 100명이었다. 이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공동생활과 재산의 공동소유를 강조하는 북아메리카의 종교적 근본주의자 집단 후터파 (Hutterite, 기독교 재세례파의 한 종파 - 옮긴이)와 아미시 (Amish, 보수적인 프로테스탄트교회의 한 교파 - 옮긴이)는 둘 다 공동체 구성원 수가 평균 약 110명이다. 이들은 한 공동체의 구성원이 150명을 넘으면 그 공동체를 둘로 나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150명을 기준으로 공동체를 나누는 이유다. 이들은 한 집단 구성원 이 150명을 넘으면 동료 집단의 압력만으로 개인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공동체를 하나로 유지시키는 힘은 상호 의무감과 호혜주의인데, 150명이 넘으면 이 두 가지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윤리가 계층 제도와 강제력에 상반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필요한 단계에 이르기 전에 공동체를 나누는 것이다.
던바의 수를 쉽게 정의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여행 중에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경유지인 홍콩에 잠시 들렀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이 새벽 3시에 여객용 라운지에서 누군가를 보고 다가가 “여기서 만나네. 여행은 어땠어? 오늘 진짜 젊어 보이는데!"라고 말을 걸어 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사람들이 바로 던바의 수에 포함시켜야 할 사람들이다. 사실 그들은 당신이 그런 식으로 말을 걸지 않으면 약 간 화를 낼 수도 있다. 당신은 상대방에게 당신을 소개할 필요가 없 다. 이미 서로 사회적 공간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필요하다면 5만 파운드 정도는 망설임 없이 빌려줄 수도 있다.

- 1950년대 뉴캐슬에서의 연구와 1980년대 도미니카의 캐리비안섬에의 연구 결과 가족이 있는 아이가 병을 앓거나 목숨을 잃을 확률은 친척 집단의 규모와 직접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 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난 갓난아이는 병에도 훨씬 적게 걸리고 사망 률도 훨씬 낮았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적극적으로 나서서 친척 을 돕는 사람의 수가 많아서가 아니었다. 복잡하게 얽힌 친척 관계 의 그물망 중심에 자리한 심리적인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 문이다. 혈연관계는 더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며 더 큰 만족감을 주고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더 잘 대처하도록 한다.
- 언어는 공동의 과업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우리의 의사소통을 돕는 도구로 진화했다. 하지만 언어에는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방언을 구분하는 뛰어난 능력이 있다. 이때 사람들이 이해 할 수 있는 언어의 범위는 1000년 단위가 아니라 불과 몇 세대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각 세대는 언어로 구별되는 개체군의 일부다. 그런데 의사소통을 돕도록 진화한 언어에 상호 이해를 차단하는 본질적인 특성이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진화론적 수수께끼에 대한 답은 방언이 출생지를 알려주는 매우 확실한 단서라는 사실이다. 비교적 최근인 1970년대만 해도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의 출생지를 반경 48킬로미터 이내에서 맞힐 수 있었다. 사실 방언은 어렸을 때 배우는 것이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는 쉽게 익힐 수 없다. 그래 서 방언을 태어난 공동체나 혈연관계의 유용한 단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방언은 지역공동체의 구성원을 확인하는 수많은 사회적 식별 표지 중 하나다. 따라서 방언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과 도와야 할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
- 사실 유럽인 대부분은 기원전 3000년경 러시아 남부 스텝 지역에서 팽창을 시작한 인도유럽어족의 자손이다. 공정하게 말해서 스키타이인들은 인도유럽어족의 이동에서 출발이 다소 늦었던 집단이며, 그것도 아마 우크라이나에서 아주 멀리 벗어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유전학의 놀라운 발전 덕분에 우리는 유럽인들 대부분이 인도유럽어족의 침입 이후 2000년에 걸쳐 동쪽 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늘날 유럽인이 사용하는 수많은 언어는 초기 인도유럽어족 이주민이 사용하던 언 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런데 국가 정체성 혹은 유전자 같은 것에 의지해 이 인간 쓰나 미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민족이 바로 바스크인이다. 바스크인의 조상은 성벽처럼 둘러쳐진 피레네산맥의 보호를 받기는 했지만,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던 피레네 산기슭을 수많은 침략자가 밀물처럼 덮쳤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침략과 정복의 역사를 지켜보아야 했다. 다행히 그들의 거주 지역은 지형이 험준해 유럽의 판도를 바 꿔버린 대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비교적 상처 없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 언어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바스크어가 독특한 언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바스크어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다른 유럽어와 전 혀 관련이 없는 예외 중의 예외다. 비슷한 예로 핀란드어와 헝가리 어가 있다. 특히 헝가리어는 훈족의 왕 아틸라와 그의 동료들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도유럽어는 서쪽 끝 게일어를 비롯 해 오늘날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하는 페르시아어와 파슈 토어, 산스크리트어와 우르두어,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인도 북부 언어, 동쪽 끝 방글라데시의 벵골어까지 현대 유럽의 거의 모든 언어를 포괄하는 어족이다.
- 우리는 접촉의 중요성을 낮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거기에 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접촉은 감정의 뇌와 아주 단단하게 묶여 있어서 쉽게 우리를 자극하고 순식간에 섹스로까지 몰고 갈 가능성 이 있다. 당신만 유난히 섹스에 관심이 많은 것이 아니다. 잠깐의 애 무와 약간 긴 듯한 키스, 이런 간단한 접촉만으로도 당신의 신체 시 스템 전체 모드는 완전히 바뀌어버린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라는 말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하는가?
낯선 사람이나 특별히 친하지 않은 사람과 접촉하기를 꺼리는 이 유는 아마 접촉의 이런 특성 때문일 것이다. 신체적 접촉은 침착하 고 심사숙고해야 할 순간에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갑작스럽고 제어할 수 없는 감정적 변화를 겪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한 발 물러서서 거리를 유지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 신뢰는 우리의 일상 면면에 스며 있다. 우리는 항상 신뢰가 일종의 호혜주의를 바탕으로 한다고 암묵적으로 가정해왔다. 하지만 연구 결과 신뢰는 호혜주의가 아니라 옥시토신이라는 화학물질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스위스 취리히대학교의 경제학자들이 비강분무제로 옥시토신을 분사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실험했다. 그 결과 옥시토신이 타인을 더 신뢰하도록 만든다는 결론을 얻었다.
- 옥시토신은 섹스 전후에 상 당한 양이 분비되어 우리 몸 구석구석으로 상대에 대한 깊은 애정 을 전달한다. 일부일처 들쥐와 일부다처 들쥐 종을 비교해보면, 일 부일처의 습성을 가진 암수 한 쌍의 관계 역시 옥시토신에 대한 민 감성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옥시토신은 동물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되찾아 오는 행동, 어미 양과 새끼 양 사이의 특 별한 유대 관계와도 연관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삶이 통째로 화학물질의 지배를 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요지는 이러한 화학물질이 분비되었을 때 특정 단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경 체계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사례도 많다. 가령, 우리는 이미 반세기 전에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공격과 회피 반응이 부신 호르몬인 에피네프린 (아드레날린 이라고도 함)에 의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호르몬은 운 동을 하기 위해 우리 신체를 준비시키지만 호르몬 분비로 활성화 되는 행동(공격 또는 도피 행동)은 개인이 상황을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다.
-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Geoffrey Miller는 재즈 음악가, 팝 음악가, 클래식 작곡 가 모두 성적으로 왕성한 시기에 가장 생산적이라는 사실을 발견 했다. 그리고 비발디의 역작 또한 베네치아의 자선 기관인 오스페 달레 델라 피에타 Ospedale della Pieta 부속 여자음악학교 교사 재직 시절 젊은 여학생들을 위해 맹렬하게 작업한 결과물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들 대부분은 비발디의 지휘 아래 뛰어난 연주를 선보인 실력 덕분에 부유한 남편을 만났다.)
밀러의 가설을 더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하여 나의 제자 코스타스 카스카티스Kostas Kaskatis는 베토벤에서 밀러에 이르는 19세기 유럽의 모든 클래식 작곡가와 1960년대 록스타들의 작품 활동 시기를 조사 했다. 그 결과 이들이 남긴 작품 수는 결혼 이후에 극적으로 떨어졌 다가 배우자 혹은 연인과 결별한 뒤 새로운 짝을 찾는 기간에 다시 상승했다. 그러다 마침내 새로운 짝을 만나면 작품 수가 다시 줄어들었다.
- 제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특이한 피부색을 가진 수 많은 사람이 사실 최근 역사에서 장거리 이주에 참여했던 조상을 두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남아프리카 반투족 주민들의 어두운 피부색은 그들의 조상이 불과 몇백 년 전에 적도와 가까운 서아프리 카에서 남아프리카로 이주했다는 증거다. 마찬가지로 필리핀인, 캄 보디아인, 베트남인 등 남아시아 사람들의 피부색이 주변 지역 사 람들보다 약간 더 밝은 것은 그들의 조상이 약 2000년 전에 고향인 중국 남쪽에서 이주해왔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 지역 토박이 원 주민의 후손들(흔히 '산악 부족'과 니그리토'라고 함)은 피부색이 그들보다 훨씬 더 어둡다.
-  에스키모인들은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 치고는 피부색이 다소 어둡다. 주식으로 북극곰이나 바다표범 같은 해양 포유동물을 먹기 때문이다. 이런 포유동물의 간은 비타민D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게다가 간이야말로 에스키모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식재료다. 덕분에 비타민D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이들의 몸은 비타민B의 보호를 우선 과제로 인식해 어두운 피부색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것이 에스키모인들의 피부가 구릿빛인 이유다.
- 입덧은 임신부, 아니면 적어도 배 속의 아기에게는 이로운 것이다. 임신 후 3개월 안에 메스꺼움을 경험하는 여성은 자연유산 으로 아기를 잃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고 더 크고 예쁜 아기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한 가지 그럴듯한 가정은 입덧이 먹을거리를 두고 엄마와 태아가 벌이는 한 판 승부라는 것이다. 이 주장의 요지는 간단하다. 평상시에 우리는 약한 독성이 있거나 때로 유독한 음식을 자주 먹는다. 그런 음식이 더 맛있고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술, 커피, 칠리, 후추, 브로콜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음식에는 기형 발생 물질, 즉 임신 기간 중에 너무 많이 섭취하면 배 속에서 자라는 아기에게 기형을 유발하는 물질이 적지 않게 들어 있고 많이 먹으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이런 독성 물질을 견딜 만큼 강하다. 몸속으 로 들어오는 독성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 아니라 체내에 흡수 되면서 희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아는 아주 작고 연약하다. 태 아는 어머니의 몸을 통해 이런 독성 물질이 아주 조금만 들어와도 심한 타격을 입는다. 그런 의미에서 입덧은 엄마가 해로운 음식을 너무 많이 먹지 못하게 차단하는 태아의 생존 방식이다. 또 다른 가정은 입덧의 증상 중 하나인 구토가 음식물을 통해 체내로 들어온 유해 박테리아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성인은 상한 고기를 조금 먹는다고 해서 심각한 상황에 처하지 않는다. 복통을 일 으키거나 심하면 설사를 하는 정도가 고작이고 이런 증상은 금세 사라진다. 그러나 아기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고기와 유세 품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
리버풀대학교의 크래이그 로버트Craig Robert와 질리언 페퍼 Gillan Pepper는 최근 연구에서 각국의 전형적인 식단과 연계하여 입덧이 나 타나는 빈도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커피 같은 흥분성 음 료 및 음주 빈도가 입덧 빈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입덧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은 엄마가 섭취하는 고기, 동물성지방, 우유, 달걀, 해산물의 양이었다. 곡류 및 콩 제품은 연관성이 가장 적었다.
- 이것은 해로운 감염의 위험이 입덧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만약 입덧의 목적이 독성이 든 음식을 피하는 것이라면 고기 및 유제품의 섭취량과 입덧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설명은 타당하다. 고기와 유제품은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다. 고기와 유제품에는 소화가 잘되는 영양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그런데 왜 이 음식을 피해야 할까? 그것은 아마 이 두 가지 음식이 세균에 감염되기 쉽고, 이들을 평상시처럼 섭취했을 때 엄마와 태아에 축적되는 양이 면 자연유산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곡 류는 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곡류 위주의 식단으로 식사를 하면 입덧으로 고생할 확률은 낮다.
- 최근 한 연구에서 영국 본토 전역의 이혼율과 강간 사건 발생 빈 도수가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평균적으로 재혼율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다. 따라서 이혼율이 높다는 것은 새로운 짝을 찾지 못한 독신 남성의 수가 많으며, 따라서 그만큼 크 게 상심한 남성의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의 역할이 얼마 나 중요한지는 영국 내 젊은 남성 범죄자들의 재범 가능성을 예측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표 중 하나가 출소 후 연인과 장기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여부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확실히 드러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짝을 찾지 못한 남성은 사회를 위협하는 존재다. 이러한 현상이 최근에 일어난 것만은 아니다. 600년 전 포르투갈 귀족도 이와 똑같은 문제를 겪었다. 14세기 말에 포르투갈 귀족은 상속에 관한 규정을 분할상속제 (재산을 자식에게 똑같이 분배함)에서 장자상속제 (형제 중 가장 나이 많은 자식에게 전 재산을 물려줌)로 바꾸었다. 추가로 취득할 토지가 바닥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새로 토지 를 습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분할상속제에 따라 사유지를 반복적으로 형제들에게 나누어준다면 단 몇 세대 만에 그 가문은 빈털터리가 되고 만다. 그래서 귀족들은 경제력을 잃지 않기 위해 전 재산을 첫째 아들에게 투자하는 대안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시행한 지 단 몇 세대 만에 문제가 생겼다. 재산 이 없어서 신붓감을 구할 수 없는 아들들의 불만이 커졌던 것이다. 게다가 포르투갈에서는 상류층이 하층민과 결혼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상류층 자식들이 국가 질서를 어지럽히기 시작했고, 결국 왕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지 경에 이르렀다. 왕은 콜럼버스, 바스코 다 가마, 마젤란의 신대륙 탐 험의 연장선으로 포르투갈에서 재산을 얻을 수 없는 젊은 터키인들 을 외국으로 내보내 그곳에서 부를 쌓게 하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것이 유럽의 대항해시대를 재촉했다. 이 시기 포르투갈 귀족들의 매장 기록을 보면 이러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즉, 15세기에서 16세기로 넘어갈 무렵에 장자를 제외한 나머지 아들들은 아프리카나 그보다 더 먼 지역에 묻혔다.
- 유럽 언어의 역사는 침략과 지배에서 야기될 수 있는 모든 사례 를 보여준다. 로마 왕국 몰락 이후 이탈리아 북부를 점령한 슬라브 의 롬바르드족과 프랑스를 침략한 독일의 프랑크족은 모국어를 버 리고 좀 더 세련된 초기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를 받아들였다. 반 대로 훈족의 왕 아틸라와 그의 군사들은 점령 지역에 좀 더 강한 인 상을 남겼다. 그들이 점령한 지역 주민들은 강인한 중유럽 조상들 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복자들의 언어인 몽골어 를 수용했다. 이것이 오늘날 헝가리에서 사용되고 있는 마자르어 Magyar의 탄생 배경이다. 운 좋게도 영국인들은 고유의 앵글로색슨 어 (독일계 언어)와 1066년 정복자 윌리엄과 그의 친구들이 들여와 새 로이 유행하던 프랑스어 (라틴어에서 유래된 로마어)를 모두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형성된 영어는 짧고 솔직한 앵글로 색슨어의 어휘와 길고 미사여구가 많은 프랑스어 어휘가 혼합되면서 필연적으로 더욱 풍부한 어휘를 갖게 되었고, 미묘한 의미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표현력을 갖췄다.
- 오늘날의 배심원들은 피고인에 대해 약간이라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만약 피고인이나 사건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변호사는 그 배심원을 배심원단에서 제외해달라고 법정에 요청할 것이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피고인의 죄를 판단할 배심원들이 피고인에 대한 어떤 편견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배심원 제도가 공동체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의심스럽다. 배심원들의 의견이 일치 하지 않아 발생하는 미결정 심리는 곧 국민이 낸 막대한 세금이 부 당한 유죄판결 재판비용으로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승소 여부나 무능력과 상관없이 변호사가 챙기는 거액의 돈 또한 말할 것도 없다.
두 번째 문제는 과거에 비해 오늘날 법의학 수준이 상당히 높아 졌다는 점이다. 변호사는 배심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증거를 간추리라는 압력에 시달릴 때가 많다. 하지만 증거를 요약하면 훨씬 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특히 사기와 관련한 증거가 문제 될 때가 많다. 사기 범죄는 대개 IQ가 아인슈타인 정도는 되어야 이 해할 수 있는 복잡한 금융거래를 다루기 때문이다.
세 번째 문제는 그다지 길지 않은 사건 심리도 배심원에게는 큰 부담이라는 점이다. 텔레비전을 볼 때도 3초 집중하는 것이 한계인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복잡한 법적 논쟁, 난해한 증거, 훌륭한 변호사의 추론과 주석 등을 이해하는 것은 그들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다. 그들은 재판 과정의 모든 세부 사항을 일일이 기억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의 기억력은 비디오테이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진 다양한 심리 실험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인간은 사건에서 두드러진 특징 몇 가지만 기억한다. 과거의 일을 기억해낼 때도 사건의 세부적인 내용은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상상으로 채워나간다. 일상생활도 정확하게 기억하기 힘든 실정인데 사건 전체를 명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 다. 증인들이 흔히 자기가 목격한 것과 다른 증언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네 번째 문제는 변호사가 일하는 방식이다. 솔직히 말해 변호사 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죄의 유무와 상관 없이 의뢰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기 위해 존재한다. 즉, 그들은 진실을 가지고 자신의 능력껏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변호사는 자신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도록 배심원들을 설득하는 이야기꾼이나 마찬가지다. 현행 법체계에서 배심원들은 단순히 수동적으로 듣고만 있어야 하는 입장이다. 직접 증거를 시험하거나 변 호사에게 질문할 수도 없다. 나는 요즘 미결정 심리가 증가하는 추 세가 이러한 사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문제는 배심원들이다. 사실 배심원단은 모든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려고 애쓰는 독립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아니다. 대개는 한두 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이나 마찬 가지다. 교육 수준이 높거나 매우 힘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쟁점이 되는 문제를 놓고 개인의 능력이나 카리스마로 나머지 배심원들을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역시 오랜 진화의 역사를 통해 잘 연마된 인간의 심리다. 여러 사람이 모인 집단이 한 가지 목표를 향 해 나아갈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소수의 리더가 집단을 이끌고 나 머지 사람들은 리더가 이끄는 대로 따르는 것이다. 여기에 질문이 많은 과격한 개인주의자가 낄 자리는 없다.
- 나는 기계적인 기억 학습이 기억력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기억력의 대부분이 어릴 때 이와 같은 신경 강화 과정을 거쳐 결정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아이들에게 동요를 가르치는 것이 쓸데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요의 리듬성은 아이들의 이해를 돕고 이 야기는 흥미를 돋우어 이해하려는 노력을 즐거운 일로 바꾼다.
다시 라틴어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전통적으로 기억력 학습법은 언어의 규칙동사와 불규칙동사, 복잡한 문법 체계에서는 매우 중요 한 영역이다. 라틴어는 정신 훈련의 기반으로서 동요나 대부분의 다른 언어와 비교했을 때 매우 뛰어난 정확성과 체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로마가 몰락한 지 한참 뒤에도 관료들을 매혹시킨 특성이다.) 라 틴어를 배우는 것은 기억력 훈련에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과 학자로서 우리의 모든 행동을 뒷받침하는 사고방식 훈련에도 도움 을 준다. 라틴어는 유연성이 뛰어나고 정해진 구조가 없으며 어휘 가 풍부한 문학적인 언어로 영어와 정반대의 특성을 지녔다. 뜻도 모른 채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던 빅토리아시대의 기계적인 학습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다만 기계적인 학습이 지적 능력 개발에 도움을 준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교과과정을 좀 더 흥미롭고 적절하게 구성하기 위해 새로운 학습 방식을 추구한다 해 도 기계적인 암기력 학습이 그 교과과정에 제공하는 실질적인 기능 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겉만 보고 내린 판단은 틀릴 때가 많다.
- 이성에 대한 선호는 유행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 로 허리와 둔부의 비율이 낮은 여성이 높은 여성에 비해 번식력이 높다. 이들은 사춘기에 접어드는 시기가 빠르고, 기혼 여성을 대상 으로 연구한 결과 임신도 훨씬 쉽게 한다. 이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1980년대 미국 생식생물학자 로즈 프리시 Rose Frisch가 처음 발견한 '프리시효과Frisch effect' 와 연관이 있다. 프리시효과란 여성은 체지방 양과 총몸무게가 적정 비율에 이르렀을 때에만 배란을 한다는 것이다. 큰 허벅지와 둔부는 여성 의 몸매를 모래시계 형태로 만든다. 이는 허벅지와 둔부에 자연적 으로 지방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빅토리아시대에 잘록한 허리 와 펑퍼짐한 엉덩이를 선호했던 것은 이러한 종류의 신호들을 과장하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다.
- 여성은 남성에게서 성적 성숙도를 나타내는 강한 턱선, 두드러진 턱과 큰 눈, 작은 코와 같은 특징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남성은 여성의 큰 눈동자, 큰 눈, 높은 광대뼈, 작은 턱과 윗입술, 큰 입과 같은 특징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특징 대부분이 여성의 젊음, 즉 높은 번식력을 상징하는 것일 수 있다. 남성은 또한 부드럽고 윤기 나는 머릿결과 매끄러운 피부에도 매력을 느낀다. 이 두 가지 특징은 화장품 산업이 집중하는 분야다. 이들은 모두 높은 에스트로겐 수치, 즉 젊음과 번식력을 상징하는 특징이다.
- 놀라운 것은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다양한 인종들이 느끼는 아름다움의 특성이 대동소이하다는 사실이다. 켄터키주 루이스 빌대학교의 심리학자 마이클 커닝햄Michael Cunningham은 각기 다른 인종의 사람들에게 다양한 인종의 얼굴을 보여준 뒤 매력도를 측 정했다. 실험 결과 아름다운 얼굴을 구성하는 요소 대부분이 문화 를 초월하여 일치했다. 특히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아이 같은 특징 과 남성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징후에 대한 선호가 그랬다. 데이비 드 페레트와 그의 동료들도 유럽인, 일본인, 줄루족을 대상으로 얼 굴 매력에 관한 유사한 연구를 진행하여 비슷한 결론을 얻었다. 미의 기준이 주관적이라는 말은 틀렸을 수도 있다.
- 키스의 목적은 장래 배우자의 유전적 구성을 시험하는 것이다. 인간의 면역 시스템은 우리를 개별적으로 정의하며, 면역 시스템은 주로 주조직적합성복합체MHC,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라고 알 려진 작은 유전자 집합으로 결정된다. MHC 유전자는 꽃가루에서 부터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까지 우리 몸이 인지하고 퇴치할 수 있는 이물질의 범주를 결정한다. 특히 이 유전자 집합은 돌연변이를 유 발하는 경향이 있어서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키며 우리 몸에 기생해 살면서 목숨을 위협하는 미시 세계의 위협에 적응할 수 있게 한다. MHC 유전자는 체취도 통제한다. 우리 몸에서 나는 자연스러운 체취는 면역반응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연구 결과 인간은 상호 보완 관계의 MHC 유전자를 가진 사 람과 성행위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매우 당연한 것이다. 만약 당신이 당신과 똑같 은 면역반응을 보이는 이성과 성행위를 한다면 당신의 아이는 제한된 면역 시스템을 가지고 태어날 것이다. 반면 당신의 면역 시스템을 보완해줄 사람과 성행위를 하면 당신의 아이는 다양한 질병에 대항할 수 있는 광범위한 면역성을 갖고 태어난다. 그렇다면 면역반응을 보완해줄 배우자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체취가 한 가지 단서다. 
- 침은 우리 몸이 만들어내는 화학물질로 가득하다. 심지어 주요 이뇨단백질MUPs, major urinary protein 로 알려진 단백질 집합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하지만 놀라기 전에 그것을 처음 발견한 곳이 설치류의 소변이었다는 점을 기억하라. 이뇨단백질이 라는 이름은 여기서 유래했다. 이 단백질은 동물의 개체 인식 및 텃세 행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리버풀대학교의 제인 허스트Jane Hurst와 그녀의 동료들은 암컷 쥐가 MUPs의 차이로 수컷을 구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MUPs가 소변에서 검출되는 이유는 동물에게는 소변이 자기 영역을 표시하는 전형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단백질은 몸에서 분비되는 모든 체액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당신은 다음에 누군가와 키스를 하면서 키스가 면역반응 을 보완해줄 적절한 배우자를 찾는 과정이며 MUPs가 성공을 향한 뿌리임을 떠올리며 잠시 키스를 멈출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정신없이 스치는 의식을 접어둔 채 무의식에 몸을 맡기고 자연스러운 수순을 거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진화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라 짝짓기를 망쳐버리라고 수백만 년 동안 완벽한 배우자 선택 메커니즘을 다듬어 온 것이 아니다.
- 에스키모인들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손을 흔드는 대신 서로 코를 비빈다. 사실 이것은 최초로 에스키모인을 만났던 유럽 탐험대가 약간 과장해서 만들어낸 이야기다. 실제로 에스키모인들은 상대방 얼굴 반대편에 코를 대고 깊게 숨을 쉰다. 이런 행동을 에스키모인 만 하는 것은 아니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도 서로를 만나면 홍이 hong 라는 전통 인사법에 따라 코를 비빈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도 코를 비비는 것이라기보다 주인과 손님의 만남을 상징적으로 표현 하기 위해 서로 상대방의 코를 가볍게 누르는 것이다. 사실상 이런 모든 행위는 상대방의 냄새를 맡는 것과 관련이 있다. 냄새는 당신이 누구인지 가장 잘 알려주는 표식이다. 시각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냄새가 얼마나 중요한지 곧잘 잊곤 한다. 실제로 우리는 우리가 인식하는 것 이상으로 냄새에 많이 의존한 다. 특히 배우자를 선택할 때 냄새의 역할이 크다. 1960년대에 몇몇 학자가 안드로스테논(adnrostenone, 남성호르몬으로 알려진 테스토스테론의 자연적 부산물인 스테로이드의 일종으로 면도 후 로션을 바르지 않은 남성에게서 나는 머스크 향이 난다)을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 변기 몇 곳에 뿌린 후 그 결과를 관찰했다. 관찰 결과 남성들은 '안드로스테논이 뿌려진 변기를 피했다. 
- 최근 실제 영웅적 행위들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한 연구에서는 긴급 상황에서 큰 용기를 보여준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카네기 메달 기록을 조사했다. 이 상은 그야말로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급류로 뛰어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여기서 매우 놀라운 몇 가지 패턴을 발견했다. 남성은 자기와 무관한 여성을 구할 확률이 가장 높으며 여성은 자기와 관련이 있는 아이를 구할 가능성이 가장 높 다는 것이다. 즉, 여성의 영웅적 행동은 자식에 대한 투자와 관련이 있고, 남성의 영웅적 행동은 짝짓기 기회와 관련이 있다.
- 포유류에게는 상대적으로 일부일처제가 희귀하다. 일부일처의 습성을 가진 포유류는 약 5퍼센트에 불과하다. 이 중 영장류와 갯과 동물들이 다른 포유류에 비해 일부일처를 선호한다. 그런데 일부일 처제가 일종의 규칙인 집단이 있다. 조류는 적어도 짝짓기 계절에는 90퍼센트가량이 일부일처의 습성을 따른다. 겉으로 보았을 때 조류의 세계가 진정한 결혼의 은총을 받은 듯하다. 하지만 약 10년 전 새로운 DNA 지문 분석법이 개발되면서 일부일처의 습성을 따른 다고 여겼던 암컷 새가 낳은 알 중 최대 다섯 개의 알이 통상적인 배 우자와 짝짓기로 낳은 알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많은 수 컷 새들이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기 위해 분주히 날아다녔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일부일처제의 원동력을 협력이라고 보았던 행동생태학자들은 짝짓기 전략에 대한 자신들의 관점을 바꾸 어야만 했다. 그들은 동전 뒷면을 살피기 시작했다. 협력은 필연적으로 부당하게 이용당할 위험을 수반한다. 일부일처의 습성을 따르는 수컷은 자신이 배우자가 낳은 새끼들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맞는 지 확신할 수 없다. 모든 협력 시스템에서 일부일처제는 언제나 친 구들에게 일을 떠맡기는 무임승차 전략을 구사하는 개체들이 생겨 날 위험이 따른다. 무임승차 전략을 쓰는 개체들은 이런 식으로 대 가를 지불하지 않고 온갖 이득을 얻는다. 일부일처제의 딜레마란 가족 곁에 머물며 바람난 아내의 남편 노릇을 할 것인지 아니면 생 물학적 자식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고 가족을 버릴 것인지 (자기가 떠 날 경우 암컷 혼자 새끼를 돌볼 수 없으므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 수컷은 두 가지 모두 한다. 진화론적으로 표현하자면, 다른 수컷의 새끼를 돌보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을 방법을 찾으면서 다른 암컷들과 짝짓기하려는 음흉한 전략을 개발한다는 의미다. DNA 분 석으로 암컷이 다른 수컷과 짝짓기를 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후 연 구자들은 진정한 의미의 짝짓기 경쟁과 바람난 아내의 남편 노릇을 하지 않기 위한 전략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가장 유명한 예는 몸 집이 작고 별다른 특징이 없는 영국의 바위종다리일 것이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닉 데이비스Nick Davies와 그의 동료들은 DNA 지문 분석법을 이용해 수컷 바위종다리가 진짜 생물학적 자식의 수와 비 례하여 먹이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의 크기를 조정한다는 사실을 밝 혀냈다. 어떻게 이런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일까? 수컷은 암컷이 임신 기간 동안 자기 눈앞에서 사라졌던 시간을 측정하여 새끼의 수 에 적용했다. 이 간단한 방법으로 암컷이 옆집에 사는 수컷과 즐거 운 시간을 보냈을 확률을 측정한 것이다.
- 스톡홀름 카로린스카연구소의 하시 발룸 Hasse Walum 과 그녀의 동료들은 552명의 스웨덴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바소프레신 수용체 유전자와 남성의 결혼 안정성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리고 바 소프레신 수용체에 명령을 전달하는 뇌 영역의 유전자 수도 확인했 다. 연구 결과 이들은 특별한 유전자 자리인 RS3가 배우자 사이의 유대 관계 척도를 기준으로 측정한 남성의 헌신도 점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발생하는 11 개의 각기 다른 유전자 변형들 중 하나의 특별한 변이 유전자, '대립유전자 334만이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나타냈다.
대립유전자 334를 하나 혹은 두 개 (양친 중 한 명이나 둘 모두에게서 물 려받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배우자 사이의 유대 관계 척도에서 나 머지 10개의 대립유전자 중 두 개의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에 비 하여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들은 연인과 결혼할 확률보다 동거할 확률이 높다. 즉, 관계에 덜 헌신적이라는 의미다. 대립유전자 334 를 두 개 가지고 있는 남성들 중 33퍼센트는 작년에 결혼에 대한 압 박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이와 같은 대답을 한 비율은 대립유전 자 334를 하나만 가지고 있는 남성은 16퍼센트,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남성은 15퍼센트였다. 이 연구의 관찰 대상자에 포함된 모든 남성은 적어도 5년 이상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자식 이 적어도 한 명 이상이었다.
관찰 대상자들 중 두 개의 대립유전자 334를 가진 비율은 4퍼센 트였으며 한 개를 가진 비율은 36퍼센트였다. 즉, 약 3분의 2 정도의 남성이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은 헌신적이 고 훌륭한 일부일처제 배우자 후보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 비록 문 제의 유전자를 두 개나 가지고 있는 못돼 먹은 남성들의 수는 매우 적지만 나머지 33퍼센트의 남성들도 위험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다니엘 페루시 Daniel Perusse가 퀘벡에서 실시한 대규모 설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그는 퀘벡에 거주하는 남성 중 3분의 1 가량이 일상적으로 여러 명의 여성을 만나며, 나머지 3분의 2는 (적어도 안정적인 관계를 지속하는 동안은) 습관적으로 한 명의 여성을 만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퀘벡 연구에서 나는 (성관계 빈도수와 임신 가능성을 토대로 추정했을 때) 난잡한 남성들이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는 남성들 보다 평생 더 많은 자식을 갖지만, 두 부류 남성들이 여성을 임신시 키는 비율의 상대적인 차이는 총인구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각각의 비율과 균형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은 일부일처제 대 일부다처제의 구도가 균형 잡힌 진화의 다형 현상이라는 것을 암시 한다. 두 전략의 비율은 각각의 전략을 따르는 비용과 이익에 따라 세대 간에 걸쳐 균형을 이룬다.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바소프레신을 일부일처제 남성 유전자'라고 정의하고 싶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포기할 수밖 에 없다. 유전자는 이처럼 단순히 정의하기 어렵다. 행동은 유전자 로 나타나는 결과라기보다 유전자에 내재된 특성으로 나타나는 결 과일 때가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에든버러대학교의 도미닉 존슨Dominic Johnson과 그의 동료들이 진행한 연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RS3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남성들이 위협을 받으면 과격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롭다. RS3 유전자는 좌절감같이 단순한 감정에도 자제력을 급속히 잃어버리게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대립유전자 334를 가진 남성들은 유전적인 원인으로 바람기를 갖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생각보다 행동이 앞선 결과다.
- 우리는 종교가 인간의 적응도를 높여주는 적어도 네 가지 방법 을 발견했다. 첫째, 종교는 우주의 구조와 원리를 충분히 설명하여 영적인 세계의 중재, 즉 기도를 통해 우리가 우주를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비록 과학에 흠집을 내기는 하지만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고 좀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한다. 둘째, 종교는 우리가 삶을 좀 더 기쁘게 받아들이도록, 아니면 적어도 삶의 예측 불가능성을 겸 허히 받아들이도록 한다. 마르크스는 종교를 민중의 아편이라고 불렀다. 셋째, 종교는 몇 가지 도덕규범을 제공하고 강조하여 사회 체제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넷째, 종교는 공동체 의식을 일깨워준다.
첫 번째 개념, 즉 종교가 우주의 통제자 역할을 한다는 개념은 여러 종교의식의 목적이 질병을 고치고, 미래를 예측하거나 거기에 영향을 미치는 데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프로이트도 이 관점을 지지했다. 하지만 이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 는 믿음은 실제로 세계를 통제할 수 있는 것과 다르다. 그리고 인간 만큼 영리한 종이라면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항상 통하 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재빨리 알아차릴 것이다. 따라서 이 주장은 근거가 있기는 하지만 종교를 믿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사실 나는 이 이점이 인류의 조상들이 한 가지 이상의 이유로 종교를 진화시켰을 때 부산물로 나타났고, 인간이 세계에 대한 형이상학적 이론들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뇌를 갖게 된 것은 그 이후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보다는 마르크스의 아편 이론이 좀 더 타당해 보인다. 실제로 종교는 우리 기분을 더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된 여러 사 회학 연구가 종교가 없는 사람들과 있는 사람들을 비교해 이를 증 명했다. 즉, 적극적으로 종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행복하고 더 오래 살았으며, 신체적·정신적 질병으로 고통받을 확률도 적고, 수술 같은 의학 치료에서도 훨씬 빠르게 회복했다. 물론 종교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것은 나쁜 소식이다. 하지만 종교가 어떻게, 그리고 왜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지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나머지 둘은 응집력이 강하고 협력적인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개 인이 얻는 이익과 관련이 있다. 도덕규범은 집단 구성원들이 한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늘날 주류 종교들에서 설교하고 강조하는 몇 가지 공식화된 도덕규 범은 종교적 신념의 기원에 대해서 많은 통찰을 제공하지 않는다. 또한 이 둘은 계층제적 구조를 띤 소위 교리를 철저히 지키는 종교의 발생 및 교회와 국가 간의 동맹과 관련이 있다. 종교를 연구하는 학자들 대부분은 초기 종교가 전통적인 소규모 사회에서 발견되는 샤머니즘 종교와 유사하다고 믿는다. 이러한 종교들은 비록 공통적으로 샤먼, 치료자, 여자 주술사 등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 받는 소수의 개인들이 있기는 하지만 상당히 개별적인 편이다. 샤머니즘 종교들은 감정의 종교이지 이성의 종교가 아니다. 그리고 행동 규범을 도입하기보다는 종교적 경험을 강조한다.
나는 종교의 진정한 이득, 그리고 공교롭게도 종교가 인간을 더 기분 좋고 건강하게 만드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네 번째 개념과 가 장 연관이 깊다고 생각한다. 종교가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 을 한다는 생각은 사실 현대사회학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이 처음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종교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1세기가 지나서야 우리는 해답의 실마리를 얻었다. 종교는 사회를 하나로 묶어준다. 엔도르핀 분비 촉진에 매우 효과적인 의식들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엔도르핀은 고통이 약하지만 꾸준히 지속될 때 분비된다. 뇌에 엔도르핀이 충분히 분비되면 적당한 황홀경을 경험한다.
- 사실 이 질문에 대한 통찰을 얻을 다른 방법이 있다. 종교적 믿음을 갖기 위해서 어떤 종류의 마음 상태가 필요한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나는 신이 ......를 원하신다고 믿는다”라는 말을 생각해보자. 이 문장을 이해하려면 마음 이론이 필요하다. 하지만 종교를 세우 려면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3차 지향성을 갖춘 사람은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우 리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기를 신께서 원하신다고 나는 믿는 다. 이 단계에 이르면 개인적인 종교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내 관점에 동참하라고 설득해야 한다면 여기에 그 사람의 마음 상태도 더해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우리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기를 신께서 원하신다는 것을 네가 믿기를 나는 바란 다.” 이것이 4차 지향성이며, 이 수준에 이르면 사회적인 종교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지금도 당신은 내가 한 말의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수준에서는 당신이 행동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5차 지향성, 즉 “우리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기를 신께서 원한다. 는 것을 우리 모두 믿는다는 것을 네가 알기를 나는 바란다”에서 당 신이 나의 주장의 유효성을 인정하면, 당신은 당신도 믿는다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내가 공동의 종교라고 부르는 종교를 갖게 되었다. 또한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라는 의무를 지우고 심지어 강요하기까지 하는 영적인 존재를 불러낼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공동의 종교가 성립하려면 5차 지향성이 필요하다. 5차지향성은 사람들 대부분이 겪는 지향성의 한계다. 나는 이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구를 만들고 복잡한 사회에서 마주치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는 등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행동 은 2차 혹은 3차 지향성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4차와 5차 지향성은 정신적으로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진화 는 검소하기 때문에 그런 대가를 치르려면 반드시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적절한 이유가 바로 종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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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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