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은퇴 후에 혹은 투잡으로 카페 하나쯤 차려서 운영하는 것을 로망으로 삼는다. 어떤 이는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더라도 몫 좋은 상권에 위치한 유명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점주가 되서 편안하게 수입을 얻으려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한적한 장소에 고즈넉한 개인 카페를 내서 아는 친구들이나 단골 손님들의 사랑방처럼 만들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카페 사장은 많은 경우 카페를 통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다. 사장이지만 종업원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

이 책은 안정된 공공기관을 다니다가 3년만에 퇴사를 결심하고, 카페를 시작하여 운영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전문작가는 아니지만, 밀리의 서재와 브런치에서 주관한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에서 수상한 책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애매한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글솜씨만큼은 결코 애매하지 않다. 카페를 시작하는 이야기, 카페 손님들 이야기,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가면서도 독자의 가슴에 와 닿는 묵직함이 있다. 

책 제목을 보고나서 정말로 카페에서 때수건을 팔고 있는 건지 궁금했었는데, 그 궁금증은 맨 마지막 챕터에서 풀리게 되었다. 딸이 운영하는 카페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머니는 각종 초콜렛, 차, 청 종류 뿐만 아니라 수제 마스크 등도 만들어 주셨는데, 인견으로 만든 때수건도 그 중 하나였다. 결국 카페에서 때수건을 팔지는 않았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때수건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저자는 카페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모임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스스로를 보틀북스 책방지기라고 부른다. 저자가 게시하는 인스타그램을 찾아들어가 보니,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독서모임이나 개인 클라스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계처럼 무수히 많은 커피를 뽑아내는 공간이 아니라 책과 이야기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이런 개인카페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을 통해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엄마는카페에서때수건을팔라고하셨어, #채도운, #지베르니, #추천에세이, #때수건, #브런치북

- 박준 시인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라는 산문집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한 문장 정도의 말을 기억하려 애쓰는 버릇이 있다 (...) 역으로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말했다. 개인의 외모는 삶의 가장 비민 주적인 부분에 속한다. 외모는 마치 복권과 같고, 여러분은 아마 당첨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일에 당신은 어떻게 손 쓸 방법이 없으며, 사람들이 그렇게 생긴 건 그들 탓이나 공이 아니다. 그냥 그렇게 생긴 것뿐이다.
-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우리 자신의 삶에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의 세계관으로는 매우 중 요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극히 미미하고, 완전히 사라져 도 무탈한 존재들이다. 우리가 없어도 세계는 전과 똑같이 굴러갈 것이다. 때로 자신의 눈으로 스스로를 낮추어 바라보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된다. 그때 우리가 하는 일이 대단히,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절박하고 불안한(그리고 매우 정상적인) 느낌이 진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을 축소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 이는 사랑의 행위다. (아름다움과 행복의 예술 중에서, 알랭 드 보통)
- 알랭 드 보통은 말해준다. 자신을 축소하는 것은 창피 한 일이 아니라고, 이것은 자신을 향한 사랑의 행위라고, 스스로 낮춰서 보니 이전에 시달리던 뭐라도 돼야 한다'는 절박하고 불 안한 느낌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전에 안 보이던 내 모습들이 보 인다. 외면은 가꿨을지 모르나 내면은 철딱서니 없는 모습. 그 모 습에서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것저것 화려한 껍데기로 가려진 나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던 나와 실제의 나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 난 이런 사람이 다. 이게 원래 나다. 그러니 창피하지 않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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