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깨는 사고력

etc 2024. 4. 23. 07:01

- 아이디어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모험이다. 아이디어는 그대로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 한 번도 하지 않은 일이 있다. 바로 다른 사람을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IQ160은 그런 데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드리 탕)

- 오드리 탕은 파울의 방법에 반대한다』와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 모두,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체계를 반대하며, 사람들이 공동 체 안에서 각자 할 일을 하되 서로 소통하고 끊임없이 토론하며 함 께 말의 앞뒤를 맞추어 일종의 집단 관계를 구축해야 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적 개념에 대한 깨달음은 청소년기의 오드리 탕에게 엄청난 자양분이 되었고, 당시 하나의 모범 답안을 가르치는 교육 체계 속에서 성장하던 소년에게 이 세상에 정답은 없으며, '누구나 자신만의 모범 답안을 만들 수 있다'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이를 통해 그는 '무언가를 깨닫는 것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두 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었다. 앞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 면했을 때 혼자 감당하거나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이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브레인스토밍하고, 함께 책임을 감당하며, 공동 창조와 공동 작업을 통 해 혼자서 성공하기보다는 여럿의 힘으로 해결책을 찾는 것에 집중 한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지금의 인터넷 커뮤니티 기능과 일맥상통 하는 부분이 있다.
- 오드리 탕은 '1등, 2등과 같은 등수 압박이 없어야 자신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등수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매기는 것이 고, 이는 곧 다른 사람이 제시한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과 같다. 오드리 탕이 홈스쿨링을 하던 중학생 시절, 그는 '왜 사람들은 온 라인상의 정보를 쉽게 믿는지'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연구 주제나 그가 참가했던 과학 전시회에서 정한 주제 같은 것들은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서도 연구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이 는 완전히 그의 개인적인 흥미에서 비롯된 자발적인 탐구였다.
독학을 시작한 오드리 탕이 철학 사상만 접한 건 아니었다. 1990년대는 인터넷과 전 세계적인 정보 네트워크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때였으므로 엄청난 양의 지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물 밀듯 이 밀려 들어와 사람들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그는 인터넷의 큰 장 점이 실명으로든 익명으로든 그 세계 속 어느 한쪽 구석에서라도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독학하 는 사람이 어떤 한 주제에 관심 사항이 있어서 그것에 관해 어떤 조 직이나 공동체를 만들고 싶을 때 인터넷은 아주 좋은 공간을 제공 하고 생각을 실현할 수 있게 해 준다.
- 『정의란 무엇인가』(와이즈베리, 2014)라는 책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당대 가장 유명한 철학자이자 하버드대학 정치철학과 교수인 마이클 샌델은 2020년 코로나19 시기에 쓴 『공정하다는 착 각』(와이즈베리, 2020)에서 엘리트 교육이 현대 사회에 해를 끼치 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책에서 마이클 샌델은 1980년도부터 하버 드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해가 갈수록 많은 학 생이 자신들이 성공적으로 하버드대학에 입학한 것은 모두 자신의 노력의 결과이고, '운'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이후 샌델이 여러 나라에 가서 강연하면서도 '성공 여부는 나에게 달렸다'는 보 편적인 심리를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노력만 하면 성공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패했다면 그것은 개인이 노력하지 않았 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엘리트주의는 학생들을 점수 경쟁으로 내 모느라 '지식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오로지 점수에 관심을 두게' 만 든다. 또한 학력 전쟁에서 승패를 겨루느라 자신이 누구인지, 인생 에서 무엇을 주목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탐구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 오드리 탕은 사람들이 평소 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자신 에게 정답이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는 사람들 이 정답에 대한 독점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이 생겨나고, 이는 전통적인 지식 체 계에는 없었던 것이거나 그에 적용해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 는 끊임없는 토론과 이해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정답 같은 건 없다. 사람들은 모두 각각의 퍼즐 조각과 같다. 퍼즐을 맞출 때 "나는 1등이고, 쟤는 2등, 3등이야."라는 경쟁의 개념을 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다같이 잘 맞춰 보자'고 생각할 뿐이다.
- 함께 퍼즐 조각을 잘 맞춰 보자는 개념을 지식의 측면에 적용해보면 이렇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것을 100% 정확하게 외우는 것 은 중요하지 않다. 개개인의 주장과 경험이야말로 매우 소중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지금은 과학 기술의 시대로, 외우는 것 은 컴퓨터가 대신할 수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발생하는 새로운 도 전 상황은 컴퓨터도 해결할 수 없고, 오로지 인간의 창의적인 생각 과 협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하나의 정답을 암기하는 방식을 '퍼즐 맞추기'라는 개념으로 대 체하는 것이 오드리 탕의 지식 체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방식이 다. 그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다양한 공간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모아 이 공간에서 서로 돕게 하고, 그 역시도 다른 사람이 만든 공간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함께 퍼즐을 맞춘다. 이처럼 '무언 가를 깨닫는 것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두지 않는' 학습 방식은 어 떤 새로운 도전을 맞닥뜨리더라도 개인에게 그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는 느낌,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또한 마 이클 샌델이 말했던 완벽주의 후유증에 빠져 반드시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오만에 빠지지 않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의 세계는 이 미 개인의 능력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 오드리 탕은 어릴 때부터 당장 나누지 않으면 어쩌면 내일은 기 회가 없을지도 몰랐기에 나누지 않는 것이 손해라는 것을 깨달았 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독학을 시작한 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접하 며 '나눠야 손해가 아니다'라는 사고방식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 다. 그는 모든 사람이 매일 조금의 가치를 기여하고 이를 끊임없이
누적해 함께 작업한다면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 디어를 얻었다. 이로 인해 그는 그 길을 계속 걸을 수 있었다. 그가 나누는 지식이나 지혜, 사람들과 함께 만든 CC* 콘텐츠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인터넷의 장점은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데 있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에 따라 새로운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인터넷에 올릴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남긴 기록 도 볼 수 있다. 매일 조금씩 사람들이 함께 창작한 가치를 모으는 것이 바로 '위기(많은 사람이 동시에 편집할 수 있는 플랫폼)'의 정신이기 도 하다. 이에 반해 오프라인에서 글을 남기는 것은 그리 편리하지 않다. 사람들이 반드시 특정 장소로 가서 글을 남겨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복사해 붙일 수도 없다.
그래서 미성숙한 사고, 초안, 당일에 어느 정도까지만 진행된 작 업 등이라고 할지라도 오드리 탕은 자신이 처리할 수 없거나 자신 이 처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그 이유를 플랫폼에 올 려 둔다. 그렇게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고, 누구든 적합한 사람이 계속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어느 날 이 세계에서 그가 사라 진다 해도 이미 자기 생각을 플랫폼에 올려 두었기 때문에 그 가치 는 계속 확산될 수 있다.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닌 셈 이다.
- 소셜텍스트에 들어갔을 때 오드리 탕은 '어른처럼 행동하라.'라는 회사의 휴가 수칙에 큰 울림을 느꼈다. 이 수칙의 의미는 '휴가를 너무 짧게 신청하지 마라. 그러면 본인에게도 좋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좋지 않다. 하지만 휴가를 너무 길게도 신청하지 마라. 그러면 회사에도 좋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본인에게 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스스로 결정을 내 리되,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지라는 뜻이다.
그녀는 이것이 자신이 자주 언급하는 피그말리온 효 과*와 같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창업 파트너처럼 일해 주길 바란다면, 그들 을 창업 파트너처럼 대우해야 한다. 만약 창업 파트너 를 부하 직원처럼 대한다면, 그는 서서히 부하 직원 정도의 일만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 소셜텍스트에서는 모두가 함께 창업한 파트너와 같았다. 동료 간에 전통적인 수직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모두 각자의 능력을 갖추고,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누군가에 게 휴가 승인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그곳엔 전통적인 업무 고과가 없고, 승진 제도도 없었다. 각자의 가치는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결 정되었다. 각자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는 격주에 한 번 온라인 게시 판에 전부 올라왔다. 모두가 서로의 업무를 볼 수 있고, 업무 진행 률이 반영된 그래프도 꾸준히 업데이트되었다. 각자의 업무 진척도 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직원들은 회의 시간에 서로에게단 세 가지 질문만 했다.
"어제 뭐 하셨어요?"
"오늘 아침에 뭐 하셨어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나요?"
그들은 서로에게 내일 무엇을 할 것인지 묻지 않았다. 이미 게시판에 명확하게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회의는 그저 서로의 현재 업무 진행 상황과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열 렸다.
- '업무 프로세스화'란 현존하는 작업 습관이나 프로세스를 대신하 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작업 공간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을 구축하 는 것을 말한다. 직원들이 원격으로 화상을 통해 일하든, 다른 방식 으로 일하든 이 공동의 작업 공간에 모두의 작업 문화와 전문 지식 을 축적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각자의 기여를 확 인할 수 있고, 미래에 이 기업에 입사할 신입 직원도 다른 사람들을 귀찮게 하지 않으면서 이 기업 문화 저장 장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문화에 녹아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오드리 탕은 특히 막 직장에 발을 내디딘 신입 직원들은 대부분 능동적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아 니라, 관리자들이 어떻게 그들의 능동성을 꺾지않느냐'라고 말한 다. 그래서 기업은 직원들이 관리직을 기피하는 현상을 고민하기보 다는 업무 프로세스와 개방된 공동 작업 공간을 구축하고, 회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작업 문화를 이 소프트웨어 혹은 하드웨어를 통해 자동으로 실현되게 하는 편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 관리자 는 모든 사람의 업무 진행률을 주시하거나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 결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오드리 탕은 손가락으로 직접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면 뇌가 휴대전화를 신체의 일부라고 착각하고, 손가락이 받는 모든 자극 도 신체 일부가 되어 버린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이로 인 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스크린을 터치하고 하이퍼링크나 빨간 동 그라미 안숫자를 보면 누르고 싶어 안달이 난다. 잠시라도 멈춰서 '도대체 이것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할 것인지' 생각한 뒤에 행동하 지 않는 것이다. 이는 두더지 잡기와 매우 비슷하다. 스크린 속 특 정 모양을 보기만 해도 꼭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해야 한다고 생 각한다.
그렇게 점점 뇌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우리에겐 창조적인 사고를 할 여유가 사라진다. 이것이 오드리 탕이 터치펜이든, 음성 제어 시스템이든, 키보드든 간에 장치와 그녀 사이에 하나의 벽을 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를 신체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터치스크린을 직 접 접촉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정보 기기에 중독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즉, 터치펜을 방패 삼아 사용자는 이성을 되찾기가 비교적 쉬워 지고, 수많은 의미 없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언제든지 정보 기기에서 벗어나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이미 정보 기기에 중독되었다면 포모도로 기법을 활용해 25분마다 휴식 시간을 가지며 스크린에서 벗어나 다른 일을 해 보자.
-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할 때, 오드리 탕이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식 은 그것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녀는 새롭다고 해서 무조건 이해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이나 정보 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을 투자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 녀의 말처럼 어떤 일이든 시간을 투자한다면 쉽게 배울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그녀가 매일 9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할 때까지 행정원에서 일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런 새로운 자료들을 잘 흡수하려면 자신의 업무 리듬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무실 에 있으면 휴대전화를 꺼둔다고 해도 동료가 언제든지 사무실로 찾 아올 수도 있고, 장관이 갑자기 회의를 소집할 수도 있으므로 그녀 의 업무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녀는 일주일의 업무 시간 을 자신의 업무 리듬에 맞게 나눴다. 예를 들어, 월요일, 화요일, 목 요일의 근무 시간에는 주로 동료들과 논의를 하거나 회의를 진행했 지만,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원격으로 근무하면서 자신만의 공간에 서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소화 하는 데 집중했다.
"이렇게 해야 부서 동료들이 어떤 자료들을 주었을 때 갑자기 또 새로운 일이 발생했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급히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
- 독서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작가의 이론 을 판단하지 않으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 떻게 연습해야 할까? 오드리 탕처럼 머리에 든 지식이 너무나도 많음에도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고 싶은 욕구 를 꾹 참고 작가의 사상을 끊임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을 터이다. 그녀는 어떤 노 력을 했던 것일까?
오드리 탕이 제시하는 방법은 이렇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머릿 속으로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도록 노력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완전히 열린 마음으로 귀를 기 울이고 절대 상대방의 말을 추측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전혀 불가 능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시간을 설정하면 된다.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10분 동안은 그의 말을 끊지 않기로 약속하고, 10분이 지나면 이야기를 멈추고 상대방에게 내가 들은 이야기를 간략하게 설명해 라. 상대방도 이때는 당신의 말을 끊을 수 없다. 설명이 끝나면 상 대방에게 내가 들은 내용이 맞는지 질문해라. 이것이 바로 적극적 인 경청법이고, 연습을 통해서만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오드리 탕은 길게는 한 시간까지 상대방의 이야기를 판단하지 않 고 경청할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연습의 결과였다. 그녀는 자신도 초 능력자가 아니기 때문에 중간에 쉬고 싶기도 하고 목이 마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몸도 집중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오드리 탕의 근무 조건은 두 가지가 있다. '각자의 업무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는 것'과 '한 부서에서 한 사람만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규칙을 정한 이유는, 만약 어떤 부서에서 두 사람 이 온다면 분명 직급이 더 높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직급이 같다고 해도 경력의 차이가 있을 것이고, 이로 인해 발언권의 많고 적음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발언권이 적은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내기가 어려워지고, 이는 다기능 팀이 강조하는 상호작용성을 높이는 데 방해가 된다.
- 스스로 목표를 정하게 하는 것 외에도, 오드리 탕은 절대 팀원들에게 명령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장의 명령을 따르는 만큼 직원의 자주적인 창의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명령을 내리지는 않지만 '모두에게 능동성을 끌어내는 환경을 만들기 위 해 노력한다.
그렇다면 이런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까? 오드리 탕은 만 약 어떤 직원이 사장의 원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의견을 내고, 심 지어는 자기 생각대로 일을 진행하려고 할 때 그 직원이 회사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지 생각해 보면 그 환경이 구성원들에게 능동성을 부여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사장이 그 직원의 생각 이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를 주거나 심지어 그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면 직원들의 능동성을 고무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반대로 사장이 직원의 새로운 생각에 콧방귀를 뀌거나 자신의 권위에 도전했다고 생각해 화를 내고 그 직원을 얼 어붙게 만든다면, 이는 곧 모든 직원에게 능동적으로 생각하지 말 고 늘 명령에 복종하라고 선포하는 것과 같다.
- 리더는 만능일 필요가 없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는 조직 전체가 함께 직면한 것이므로 함께 의견을 내고 해결 가능한 사람을 찾아 해결하면 된다. 그래서 오드리 탕은 리더에게 꼭 문제를 해 결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리더에게 필요한 두 가지는 '자신의 체면을 내려놓는 것'과 '강한 멘탈을 소유하는 것'이다. 리더가 과감히 체면을 내려놓으면 공동 창조 방식을 장려할 수 있다. 그러면 팀에는 주도적으로 창조하는 능력이 생기고, 기업도 오래 그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 오드리 탕은 늘 지난번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회의를 진행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모두가 '대략적 합의'에 이르게 한 뒤 집행한다.
그렇다면 '대략적 합의'란 무엇일까? 이는 비록 완전히 만족하진 못하지만,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결과이다. 그 지점을 기 점으로 삼아 다음 단계를 진행하면 최소한 이견이 생기는 일을 막 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끌어야 사람들이 대략적인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 오드리 탕은 '집중대화기법 Focused Conversation Method'의 단계인 'ORID'를 사용한다. 'ORID' 기법은 다음과 같다.
O-Objective: 사실 파악, 오감, 객관적 정보
R-Reflective: 개인적 반응, 정서나 느낌, 연상되는 것
I-Interpretive: 의미와 가치, 중요성, 의도, 함의
D-Decisional: 의사결정, 행동, 미래 방향, 다음 단계의 행동
이 기법은 2005년 캐나다의 ICA Institute of Cultural Affairs 학회가 제시한 팀 내 소통을 강화하는 토론 방식이다. ORID의 사실과 외부 상황 관찰', '느낀 점과 연상된 점', '의미 찾기', '해결 방법 찾고 실 행'이라는 4단계 질문을 통해 한 단계씩 팀원들이 효과적인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리드하고 확실한 해결 방법을 정하게 하는 것이다. 집중대화기법은 참석 인원이 많은 회의에 특히 더 적합하다. 사 람이 많을수록 의견이 다양하고 복잡해 쉽게 주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시간도 많이 소모되는데, 집중대화기법을 사용하면 사람들의 서로 다른 의견들을 조금씩 모아 회의의 진정한 목적에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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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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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고장난 사람들

etc 2024. 4. 14. 07:39

- 사람이 잠들면 처음에는 졸음으로 알려진 1단계 수면으로 들어간다. 뇌에서 정상적인 각성 시의 전기 활성이 조용해지 면서 안구가 천천히 좌우로 돌아간다. 잠이 더 진행되면 얕은 잠 Light sleep 이라는 2단계 수면으로 들어간다. 이때는 뇌의 활동이 더 느려진다. 이 단계에서 뇌파를 기록하면 수면방추파sleep spindle와 K-복합파K-complex라는 특성이 보인다. 이는 배경 뇌파 리듬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변화로 각성 상태에서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잠자기 시작해 약 30분 안으로 나타나는 깊은 잠Deep sleep 인 3단계 수면에 도달할 즈음에는 뇌파가 상당히 느려지지만 진폭은 커진다. 그래서 이 단계를 서파수면이라고도 한다. 1~3단계 수면은 비렘수면으로 여기며, 잠자고 60분에서 75분 정도가 지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렘수면으로 들어간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렘수면에서는 안구가 좌우로 휙휙 돌아가고, 마치 깬 것처럼 뇌파가 매우 활성화되는 듯 보인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꿈을 가장 생생하게 꾼다. 성인이 되면 밤잠을 자는 동안 이 다양한 단계를 보통 너덧 번 정도의 주기로 거치며, 전반부에는 3단계 수면, 후반부에는 렘수면이 가장 큰 부분을 차 지한다
- 나이가 들면서 이런 단계의 비율에 변화가 생긴다. 신생아의 경우 렘수면이 잠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반면 성인이 되 면 15~25퍼센트 정도로 낮아지고, 노년에 가까워지면 비율이 더 낮아진다. 3단계 수면의 비율에도 변화가 생겨서 성인에서는 대략 15~25퍼센트 정도지만 노년에서는 그 비율이 조금 낮아지 면서 1~2단계 수면으로 바뀐다. 나이가 더 들면 한밤중에 깬 시 간의 양도 늘어난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뇌의 신경핵과 신경 로 그리고 신경전달물질로 이뤄진 복잡한 시스템이 이 생물학적 과정을 조절하며 잠의 개시와 종료를 조절하고, 비렘수면과 렘 수면을 오가는 스위치도 조절한다.

- 하루의 리듬은 당연히 사람의 뇌, 콩팥, 간, 호르몬 등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몸이 그 리듬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극단 적인 비유로 사람 몸에서 어떤 세포를 하나 떼다 관찰해도 어떤 형태로든 하루의 리듬을 보여 줄 것이다. 실제로 사람의 몸에서 단백질 정보를 담은 유전자 중 40퍼센트는 이 하루주기리듬 아 래 놓인다.
하지만 하루주기리듬은 그저 햇빛 노출만으로 설명되는 문제가 아니다. 즉, 태양이 해당 리듬을 유지하는 메트로놈 역할 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사람이 태양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 깜깜한 장소에서 지내도 하루주기리듬은 돌 아간다.
너새니얼 클라이트먼Nathaniel Kleitman이란 사람이 있다. 그는 현대 수면 과학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1930년대에 미국 켄터키주 매머드동굴 깊숙한 곳에서 자신과 다른 이들을 대상으 로 한 실험이 유명하다. 햇빛도 들지 않고 온도의 변화도 없는, 세계에서 가장 긴 동굴 깊숙한 지하에서 그는 28시간 주기를 시 도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햇빛의 유무를 알리는 실마리가 전혀 없음에도 체온이나 잠 그리고 다른 생리 지표가 24시간 주기를 지켰다는 소리다. 우리 몸 어딘가에 시계가 있고, 24시간을 잰다는 뜻이다.
24시간 주기는 사람뿐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공통으로 가진 듯 보인다. 단세포 유기체인 박테리아부터 식물, 파 리, 물고기, 고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가 이른바 내인시계 Endogenous clock를 가진다.
- 그렇다면 지구 생명체는 왜 이런 시계를 가질까? 몇몇 생명체를 통해서는 그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박테리아는 왜 그 시간을 알아야 할까? 몇천 세대 동안 동굴에 살면서 시각이 퇴화된 물고기가 체내시계를 간직한 이유는 무엇일까? 식물은 또 어떻고? 식물은 햇빛이 언제 비추는지 알아야 이파리를 열어 광합성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체내시계가 햇빛이 비출 때를 안내할 필요는 없다. 단순한 빛 감지로도 충분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지구 생명체가 따르는 하루주기리듬은 '보편적 공통조상 Universal common ancestor', 즉 지구 모든 생명체의 공통적 뿌리가 되는 '가장 최근 유기체 이후의 진화압 Evolutionary pressure 과 자연선택이 줄곧 내인시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작용한 결과물 이라 설명할 수 있다.
물론 박테리아와 조류의 경우 어떤 요소가 내인시계를 유지하는 압력으로 작용했을지 알아내긴 쉽지 않다. 자외선에 노출될 때 세포 복제를 피하려는 욕구에서 압력이 작용했을 거라 는 추론도 있는데, 자외선이 돌연변이를 유발한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이보다 좀 더 널리 받아들여지는 추론도 있다. 하루주기 로 변동하는 산소 농도에 대응함으로써, 산소 문제로 인한 손상 을 피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루주기리듬의 기원 은 약 24억 5,000만 년 전 일어난 산소대폭발Great oxygenation 일지 도 모른다. 이때는 남세균 Cyanobacteria 이라는 박테리아가 진화했 는데, 남세균은 지구 최초로 광합성을 시작한 미생물이다. 하지 만 남세균이 등장할 당시 지구는 대기 중 산소 농도가 낮았고, 대기 중에 분리된 산소는 다른 물질과 신속하게 결합해 버렸다. 하지만 남세균의 광합성으로 인해 대기 중에 분리된 산소가 급증 하면서 대기 중 산소 농도도 급격히 늘어났는데, 이게 바로 산소대폭발이다.
산소대폭발로 인해 지구에는 역사상 가장 큰 대멸종이 일 어났다. 이 과정에서 산소가 독으로 작용하는 생명체는 지구에 서 멸종했다. 여기서 살아남은 생명체라도 산소로부터 보호할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했다. 그로 인해 레독스 단백질 Redox protein 의 진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즉, 레독스 단백질의 역할은 산소 가 관여하는 화학반응에서 나온 유독성 산물 제거다. 산소대폭 발 기반 추론은 생명체가 햇빛이 언제 드는지를 바탕으로 산소농도가 언제 올라갈지를 예측한 다음, 하루 중 적절한 시간에 레독스 단백질을 생산해 산소의 독성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할 수 있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추론에서도 하루주기리듬의 기원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아무리 정확한 시계라도 예외 없이 시간 조정 혹은 초기화 가 필요하다. 특히나 더 복잡한 형태의 생명체의 시계라면, 계절 변화에 따라 하루주기리듬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20년 간은 어떻게 그 조정이나 초기화가 진행되는지에 대해 더욱 많은 게 알려진 시간이었다. 이제 우리는 하루주기리듬을 앞뒤로 조금씩 움직이는 영향력에 대해 인지할 수 있다. 이 영향력을 차이트게버라 한다. 독일어로 '시간을 주는 자'라는 뜻이다.
만약 차이트게버가 없었다면 우리의 체내시계는 세상 시 계와의 오차가 벌어졌을 것이다. 우리의 체내시계는 온도, 신체 활동, 식사 등의 차이트게버에도 반응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 장 강력한 차이트게버는 빛이다. 특히 햇빛처럼 스펙트럼에서 파란색 계열에 속하는 빛이 더욱 그렇다. 우리의 하루주기는 태양과 독립적이지만, 그럼에도 태양은 우리의 체내시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 아주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사흘 교대 근무를 모의실험했는데 근무 후에 뇌와 다른 기관의 하루주기 시계가 어긋나는 것 으로 드러났다. 즉, 시신경교차위핵에 있는 뇌의 하루주기 시계 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음식의 대사산물 수치에는 극 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뇌의 리듬과 다른 체내 24시간 주기는 대 부분 치밀하게 조절되지만, 이 주기가 어긋나면 음식 대사산물 의 처리 방식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치니 당뇨, 비만, 기타 의학 적 문제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 몸에서 생 기는 다양한 생리학적 과정의 리듬이 충돌하면 정상적인 세포복제와 DNA 손상 복구 과정이 늦어지니 결국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지도 모른다.
이렇듯 하루주기리듬 교란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메 커니즘은 아직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밝혀진 여 러 상관관계는 분명 우리에게 광범위한 암시를 제시한다. 그렇 다면 우리는 지금도 매우 밝은 실내조명에 노출되고, 밤늦도록 가전제품을 즐기는 '장기적인 자해를 하는 것일까?

- 실제로 돌고래, 물개, 새 같은 동물이 잠잘 때, 뇌의 반쪽만 잠잘 수 있어 자면서 헤엄치거나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은 몇 년 전부터 알려졌다. 용어로는 단일반구수면Unihemispheric sleep이 라 한다. 단일반구수면이라는 묘책을 진화시킨 덕분에 자는 중 에도 필수적인 기능이 동작하므로 질식해 죽지 않는다.
단일반구수면은 진화적 관점에서 깊은 잠이 얼마나 중요 한지 알려준다. 깊은 잠이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면 굳이 이런 수 면이 가능하도록 진화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에 게는 단일반구수면이 없다.
예전에는 사람의 뇌에 대해 '켜짐' 혹은 '꺼짐' 상태만 있다고 생각했다. 깨거나 잠자거나 두 단계뿐 그 중간은 없다고 말 이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틀린 소리가 됐다. 깊은 잠과 완전 한 각성은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해당할 뿐, 사람도 자는 동시에 각성 상태에 있는 게 가능하다.
수면 관련 환자가 수면검사를 할 때처럼, 머리에 전극을 붙여 뇌파를 감시하면 깊은 비렘수면에서는 뇌 전체의 전기 활 성이 동기화되는 전형적 특징이 나타난다. 진폭이 크고 느린 이 뇌파를 델타파Delta wave라 한다. 하지만 몽유병을 앓는 중엔 다 른 그림이 나올 수 있다. 델타파와 함께 완전히 깬 뇌의 활성과 매우 비슷한 뇌파가 뒤섞여 나오는 식이다. 즉, 수면-각성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뜻이다.
물론 전극을 이용해 뇌 속에서 생기는 일을 알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비유하면, 열쇠 구멍을 통해 방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전극을 통해서는 표면 근처에서 생기는 일에 대한 정보만 나올 뿐, 뇌 중심부에서 생기는 일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
뇌를 살펴보는 다른 방법도 있다. 2000년에 스위스의 연 구자들은 단일광자단층촬영SPECT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몽유병 이 생긴 동안의 뇌 활성을 포착했다. 화학물질인 방사성 핵종 Radionuclide을 이용하는 방식인데, 이를 몸 안에 주사하면 색을 띄기에 기관의 활성을 볼 수 있다. 방사성핵종은 혈류가 최대인 영역에 집중되는데, 대사 활성이 가장 높은, 그러니 산소 수요가 가장 큰 영역에 집중된다는 뜻이다.

- 몽유병에 걸린 뇌에서 생기는 일
비렘사건수면의 다양한 스펙트럼 중 하나인 몽유병은 뇌 의 다양한 부분에서 생기는 수면-각성 사이의 싸움으로 설명 가 능하다. 이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는 잠꼬대나 단순한 형태의 몽 유병, 수면섹스장애 (10장 참고)가 있다. 이쪽에서는 아무런 각성 이나 감정도 발생하지 않지만 완전한 문장을 구성해 말하거나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은 있다. 보기, 움직이기, 말하기를 가능하게 하는 뇌 영역만 깬 것일 수 있다. 대신 합리적인 사고나 기억을 맡는 뇌 영역은 잠든 상태다.
그 반대쪽 끝에는 알렉스가 앓는 야경증이 있다. 이때는 감정적 자극이 너무 강렬해 거의 완전한 각성 상태에 놓여 뇌의 대부분 영역이 각성 상태다. 그중에 합리적 사고를 맡는 일부분 만 각성 상태가 아닐 것이다. 어린이의 경우에는 이런 야경증이 일반적으로 자신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
- 그럼 자면서 모터바이크를 타는 재키의 케이스는 어디에 해당할까? 분명한 것은 모터바이크를 타는 그때만큼은 제대로 보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이 깨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자다가 옷도 차려 입고, 헬멧도 쓰고, 열쇠를 쥐고, 변속을 하고, 충돌을 피해 모터바이크를 타다 집에 온 다음 다시 옷을 벗고 침대에 들어간 다. 여기서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뇌 영역 중 하나는 기억에 관여 하는 영역이다. 모터바이크를 타는 행동에 자각이 없으니 말이다.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또 다른 영역은 합리적 사고에 관 여하는 뇌 영역이다. 쉽게 말해 한밤중에 일어나 정처 없이 모터 바이크를 타고 다니다가 다시 돌아와 잠자리에 드는 건 절대 비 합리적인 행동이니까. 그렇다면 재키와 같은 종류의 행동은 '진 짜로 잠자지만 부분적으로 깬 것일까? 아니면 뇌 영역의 작은 일부만 잠잤을 뿐 '본질적으로는 깬 것일까?
- 몽유병을 앓을 때 일어나는 행동에는 이론적으로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는 몽유병에 유전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사소한 사건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잠에서 깨는 경우다. 남들보 다 덜 깊게, 덜 안정적으로 잔다는 소리다. 실제로 나는 침대의 삐걱대는 소리, 비행기 날아가는 소리, 멀리서 대형 트럭의 엔진 소리 등으로 몽유병을 겪는 환자를 본 적이 있다.
낮에 받은 스트레스도 잠을 방해할 수 있다. 흔히들 알코 올에 진정 효과가 있다고 여기지만 그 정반대일 수도 있다. 실제 로 음주 후 자면 중간에 자주 깨고, 소변이 마려워 잠을 깰 수도 있다. 과음으로 수면무호흡이 심해질 때도 그렇다.
알코올과 마찬가지로 낮에 받은 스트레스 역시 잠에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자주 잠을 설친다. 일부 사람의 경우에는 각성을 일으키거나 잠에서 조금이라도 빠져나오게 만드 는 요소로 인해 몽유병 증상이 더 쉽게 나타날지도 모른다.
앞의 이유와 거의 정반대의 케이스도 있다. 무슨 소리냐 면 몽유병 환자는 다른 이들보다 더 곤히 잠자므로, 잠에서 깰 일이 생겨도 뇌가 부분적으로만 깨는 바람에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면박탈은 더 깊은 잠을 유발하는 강력한 방법이 며 수면보조제로 처방되는 약 중에는 몽유병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몽유병 증상이 없었던 이들에게 몽유병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 사람의 코안Nasal passage (비강)이 좁아지거나 부분적으로 막히면 구강 뒤쪽에서 공기 흐름이 방해를 받는다. 그러면서 목 구멍의 물렁입천장Soft palate, 편도선(이하 뇌 부위의 편도는 편도체, 목 안쪽의 편도는 편도선으로 칭한다_옮긴이), 아데노이드Adenoid, 목 젖 같은 연조직이 떨린다. 우리가 숨을 들이쉬면 난류가 생겨 해 당 부분이 떨리는데, 나지막한 갸릉갸릉 소리부터 덤프트럭 엔 진 같은 소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폐쇄성수면무호흡Obstructive sleep apnea은 수면무 호흡과는 차원이 다르다. 소리 크기가 아니라 그 영향에서 말이다. 사람이 잠들면 기도의 벽을 팽팽히 당기는 수많은 근육이 일시적으로 느슨해진다. 그런데 잠든 사이 기도가 좁아지거나 헐 렁해지면 부분적 혹은 전체적으로 막힐 수 있다. 이렇게 기도가 좁아지면 산소 수치가 떨어지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니 결론적으로는 잠에 방해가 된다.
물론 잠이 깊어졌다 얕아졌다 하는 과정에서 기도의 근긴 장도Muscle tone가 잠시 돌아오면 다시 숨을 잘 쉴 수 있는데, 이 주기는 밤새 이어질 수 있다. 시간당 10번, 20번, 여기에 드물지 만 심지어 100번까지도 나타날 수 있다. 아침에 깰 때 피곤한 이 유를 백번 설명하고도 남는다.
- 우리 모두는 수면무호흡 대유행의 시대를 살아가는 중이다. 스위스의 한 조사에 따르면 남성 두 명 중 한 명, 여성 네 명 중 한 명꼴로 잠잘 때 호흡에 큰 문제를 겪는다고 한다. 수면무호 흡의 발병률은 허리둘레와 목둘레에 비례한다. 즉, 몸집이 크고 무거울수록 수면무호흡이 흔해진다는 것이다. 2014년 기준 영 국의 성인 중 62퍼센트가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추정된다. 10년 전만 해도 53퍼센트였었는데 말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런 몸무게 증가가 일어난다. 미국 역시 비만도 그래프를 그려 보면 그야말로 거침없는 우상향을 볼 수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로 그 현상이 두드러진다.
- 늘늘어난 몸무게는 몇 가지 방식으로 수면무호흡을 촉발하거나 악화시킨다. 목 주위에 쌓인 지방은 기도를 좁혀 막히기 쉽 게 하며, 가슴에 쌓인 지방은 호흡에 더 큰 노력이 들게 하고, 가 슴을 짓눌러 허파의 용적을 줄이고 몸의 대사 요구량을 높인다. 역으로 수면무호흡 치료엔 몸무게를 줄이는 게 효과적이다.
물론 비만이 수면무호흡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몸무게 는 정상인데 수면무호흡이 엄청나게 심한 케이스가 분명 있다. 마리아 역시 과체중이기는 해도 비만까지는 아니었다. 이 케이 스에는 다른 요인이 작용한다. 가족력 때문일 수도 있고 기도 형 태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혀의 기저부 Tongue base가 크거나 아래턱이 뒤쪽으로 물러난 경우 기도가 상대적으로 좁아진다. 편도선이 아주 커도 그럴 수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은 특히 동남아시아 혈통에게 더 흔하다고 한다. 어쩌면 두상 모양으로 인한 기도 형태와 관련 있는지도 모르겠다.

- 한 시간에 몇 번씩 잠을 방해받으면, 당연히 낮에 과도한 졸음이 몰려오고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과도한 졸 음과 개운치 않은 느낌은 당연히 건강에 나쁘다. 실제로 수면무 호흡을 앓으면 교통사고 위험이 두세 배 정도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걱정할 부분이 졸음만은 아니다.
이미 우리는 수면박탈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영향에 대해 잘 안다. 밤사이 잠깐잠깐 깨는 것 역시 수면박탈이다. 하지만 반 복적으로 '질식'에 시달린다면 잠을 망치는 것 이상의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기도가 막힐 때마다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 (노 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 폭발적으로 분비되면서 심박수와 혈압, 가슴의 압력이 올라가며 동맥이 뻣뻣해지며 산소 수치는 떨어진다. 
우리는 수면박탈에 대한 영향에 대해 잘 알지만, 밤마다 수백 번씩 일어나는 생리학적 변화가 얼마나 폭넓은 중요성을 가지는지는 뒤늦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호흡이 멈출 때 마다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혈류가 변화해 심방Atrium에서 분비되 는 심방나트륨이뇨펩티드ANP라는 호르몬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그렇게 밤사이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소변을 본다. 당연히 밤에 자주 깬다.
- 이제는 수면무호흡이 심장질환, 뇌졸중 등 고혈압으로 인한 문제와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잘 알려졌다. 사람이 잠을 반 복적으로 방해받으면 그 자체로 산소 수치 저하와는 상관없이 혈압이 치솟는다. 간헐적인 산소 수치 저하 역시 부가적으로 영 향을 미친다. 수면의 방해와 산소 수치 저하까지 결합되면 몸은 낮에 혈압을 더 높일 준비에 들어간다. 이 과정은 교감신경계 (아 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을 이용해 놀람-투쟁-도피 반응을 중개하 는 신경 메커니즘)와 콩팥 호르몬의 변화를 통해 일어난다. 콩팥 호르몬 역시 혈압을 조절한다.
고혈압은 그 자체로 심혈관질환과 뇌졸중의 가장 큰 위험 인자이지만 수면무호흡까지 앓는다면 추가적으로 영향을 끼친 다. 혈관 안쪽을 둘러싸는 내피 Endothelium에 대해 살펴보자. 내피 는 혈류의 변화를 감지해 혈관 직경을 조절하는 물질을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혈압이 높으면 내피의 혈관 직경 조절 기 능이 방해를 받는다. 이 기능의 장애가 심혈관질환의 초기 단계 다. 간헐적 저산소증(산소 수치의 반복적 저하)을 실험한 결과, 산 소 수치의 급격한 변화가 혈관 직경 조절 기능의 장애로 이어진 다고 한다. 즉, 동맥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간헐적 저산소증은 혈관 이외에도 악영향을 끼친 다. 우리 몸의 세포에는 산소 대사에서 생기는 독성 부산물, 즉 반응산소종 Reactive oxygen species (활성산소종)으로부터 몸을 보호 하기 위한 항산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간헐적 저산소증은 이 항산화 메커니즘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산소 수치가 다시 올라감과 동시에 세포는 반응산소종에 손상받을 위험이 높아진다.
- 수면무호흡의 악영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면무호흡이 비만과 상관관계가 제일 크다는 것은 이미 밝혀졌지만, 역으 로 수면무호흡이 몸무게 증가와 관련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다. 수면무호흡의 대표적 특성인 간헐적 저산소증이 인슐린 효 과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연구로 입증됐다.
우리가 잘 알듯이 인슐린은 포도당의 분해와 저장을 통제 하는 호르몬으로 당뇨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수면무호흡은 인 슐린에 대한 몸의 반응을 약화시켜 인슐린저항성 Insulin resistance 을 초래한다. 인슐린저항성은 당뇨병 발생의 첫 번째 단계로, 체 내 혈당을 올리게 한다. 또한 수면무호흡은 식욕과 대사의 조절에서 중요한 렙틴Leptin 과 그렐린Ghrelin이라는 두 가지 호르몬 수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수면무호흡은 그 자체로 칼로리 섭취를 늘리고, 그늘 어난 칼로리를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쳐 몸무게 증가 성향 을 키울지도 모른다. 또한 간헐적 저산소증은 지방 그 자체에도 크고 깊은 영향을 미쳐 지방조직에 염증을 일으킨다. 당연히 비 만 관련 위험이 높아진다.
한마디로 수면무호흡은 겹악재다. 병리학적으로 볼 때 당 뇨, 고혈압 그리고 혈관의 염증과 손상, 과체중 등 온갖 악재를 한꺼번에 불러들이는 질환이니 말이다. 그리고 과체중은 당뇨, 고혈압 그리고 혈관의 염증과 손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 수면무호흡과 질병의 상관관계 중 가장 공포스러우면서도 대중적으로 관심을 받는 경우는 바로 알츠하이머다. 실제로 수 면무호흡이 주의력, 경계심, 언어적·시각적 장기 기억, 추론, 문제 해결 등 인지의 여러 측면에 영향을 미치지만, 알츠하이머 발생에 도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지 모른다. 실제로 수면무호흡은 인지장 애와 알츠하이머의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이며, 알츠하이머 환자의 수면무호흡을 치료하면 대개 인지능력이 회복된다.

- 기면병의 여러 증상에 어떤 요인이 있는지 통찰을 준 계기는 1950년대에 이뤄진 아세린스키와 클라이트먼의 렘수면 발 견이었다(3장 참고). 앞에서 봤듯이 정상적인 렘수면(스토리가 있 는 꿈을 꾸는 수면 단계)에서는 거의 모든 근육이 마비된다. 뇌는 활발히 작동하지만 몸은 그 작동과 단절된다. 일반적으로 렘수 면은 잠자고 60~75분 정도 지난 후의 단계다. 짧은 낮잠 때나 잠 들면서 꿈을 꾸는 경우가 드문 이유다.
하지만 기면병에서는 렘수면으로의 흐름이 달라진다. 잠을 자자마자 바로 렘수면에 들어가지 않게 막는 신경학적 메커니즘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즉, 기면병 환자라면 밤에 아주 이른 시간부터 렘수면에 들어가거나, 각성 상태에서 렘수면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생긴다. 평균입면시간검사에서 20분간 낮잠 을 자면서도 여러 번 렘수면에 빠지는 게 기면병의 전형적 특징이다.
각성 상태에서 렘수면으로 직행하면 어떤 상황일까? '누 운 상태에서 주변 모습이 보이거나 소음이 들리는 상황'과 같다. 여기서 렘수면에 동반되는 근육마비가 발생하면 '몸이 마비된 느낌'이 더해진다. 두 증상이 겹치면 '방에 누워 있고, 눈과 귀는 열렸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 불쾌감을 느끼는 셈이다.
- 예를 들어 보겠다. 우리 몸 안에 시소 두 개가 있다. 시소하나는 수면-각성 사이를 오가고, 나머지 하나는 렘수면-비렘수 면 사이를 오간다. 여기서 하이포크레틴은 두 시소에서 각성과 비렘수면 쪽에 앉은 사람과 같다. 그런데 기면병 환자는 하이포 크레틴이 결핍된 상태니 두 시소가 마구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 는 셈이다.
수면-각성과 렘수면-비렘수면이 균형을 잃으면, 낮에 갑 자기 대책 없이 졸리거나 저항할 수 없는 수면발작과 수면마비, 입면환각이 나타난다. 이에 더해 밤새 렘수면을 오가면서 꿈을 '극단적으로 생생하게 기억한다. 대개 생생하게 꿈을 기억하는 경우는 렘수면 도중에 깼을 때만 가능하니 그 일이 밤새 여러 번 일어나는 셈이다.
기면병이라 하면 시도 때도 없이 잠자는 모습을 떠올리기 쉬우니, 잠을 굉장히 오래 자는 병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렇게 오래 자는 것도 아니다. 낮에야 잠을 더 많이 자겠지만 밤잠 이 수시로 끊기니 그만큼 잠의 질은 떨어진다.
- 사람이 웃을 때면 근육에 긴장이 풀린다. '웃으면 힘이 빠진다Weak with laughter'라는 표현이 있는 이유다(펍메드에 검색하면 나온다). 사람 근육의 전기 활성을 관찰하는 연구에서는 웃음이 H-반사H-reflex를 억제한다는 결과가 있다. H-반사는 전기적으 로 생기는 신경반사신호인데 무릎을 검사용 망치로 두드릴 때 나오는 반사(무릎반사) 등으로 관찰한다. 탈력발작을 겪을 때는 무릎반사 혹은 다른 반사가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이 강력한 감정을 경험하면 하이포크레틴 생산 뉴런 의 활성이 매우 높아짐은 실험으로 검증됐다. 정확한 원리는 알 수 없지만, 하이포크레틴은 강력한 감정으로 인한 '약해짐'을 억 제하는 기능을 하는 셈이다. 즉, 해당 뉴런의 활성이 떨어진다면 근긴장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것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되진 않는다.
편도체 역시 감정과 탈력발작의 관계와 연관되는 것으로 보인다. 편도체는 뇌의 양쪽 관자엽 속에 존재하며 감정적 자극 처리에 중요한 기능을 맡는다. 편도체에서 뇌전증발작이 생기면 갑작스럽고도 압도적인 공포감 등 강력한 감정이 발생한다.
기면병 관련 실험에서 재미있는 사진을 보는 사람을 관찰 한 경우 편도체 활성에 변화가 나타났으며, 기면병이 있는 개에 서는 탈력발작과 함께 편도체 전기 활성에 변화가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편도체의 신경회로가 근육 활성 유지에 관여하는 뇌줄 기 영역에 투사된다는 이론이 나왔다. 기면병 환자의 경우 하이 포크레틴이 결핍돼 (근긴장 조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편도체 활성이 높아져 근육의 힘이 빠진다는 소리다.
- 읽고 나니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강력한 감정과 근육의 약화는 딱히 관계가 있어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진화적 관점에 서도 앞뒤가 안 맞아 보인다. 호랑이나 사자와 마주쳤는데 다리 에 힘이 풀리면 빠르게 도망가지 못할 텐데 말이다. 그런데 왜 사 람의 몸은 감정의 주춧돌인 편도체와 근육 이완을 일으키는 뇌 줄기 핵이 이어졌을까? 웃을 때 왜 근육에 힘이 빠질까? 그리고 그것으로 얻는 이점은 무엇일까?
탈력발작에 대해 흥미롭긴 하나 입증되지 않은 가설이 하 나 있다. 바로 긴장성 부동Tonic immobility 이라는 현상과 탈력발작 이 관련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공격자 앞에서 죽은 척 연기하는 상태를 말한다. 긴장성 부동에선 특정 자세를 유지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근육이 축 처지는 케이스가 더 많다.
사람의 긴장성 부동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나온 적은 없지 만 '무서워서 몸이 얼어붙었다'라는 식의 관용적 표현이 있는 걸 보면, 사람에게도 그와 비슷한 현상이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즉, 긴장성 부동과 탈력발작에는 비슷한 점이 있고, 이를 통해 편도 체와 뇌줄기의 연결을 진화의 산물로 설명하는 셈이다.
이 가설에도 구멍은 있다. 웃음이나 즐거움 같은 긍정적 인 감정과 근육 이완의 관계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친구들과 있을 때나 긴장이 풀렸을 때 탈력발작이 일어날 가능 성이 더 높은 이유도 설명하지 못한다. 실제로 병원에 오는 환자 들은 기본적으로 긴장 상태에 놓이지만 병원 내에서 탈력발작을 일으키는 환자는 보기 드물다.
- 대개 탈력발작엔 항우울제를 처방한다. 항우울제는 세로토닌serotonin,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Dopamine의 가용성을 높이 는 등 뇌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데 몇몇 종류는 아세틸콜린 Acetylcholine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항우울제가 탈력발작에 작용 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확실치 않지만, 노르아드레날린 강화 시 청반이라는 뇌줄기 속 한 신경핵의 활성이 높아진다. 그 신경핵은 근긴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필의 탈력발작은 항우울제로 다스리기엔 워낙 심 각했다. 그래서 그의 주치의가 소듐옥시베이트Sodium oxybate 처방을 위해 재정 지원까지 따냈다. 이 약은 일명 '길거리 마약'으로 불리는데 가격도 엄청나게 비싸다. 매우 짠맛이 특징인 이 약은 밤에 두 번 마시는 식으로 처방되는데, 마취제처럼 작용한다. 때 로 잠이 아주 깊게 들어 요실금이나 야뇨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소듐옥시베이트는 밤에 잠을 잘 못 자거나 낮에 심하게 졸린 경우 그리고 기면병 환자의 탈력발작 등에 아주 효과적이 다. 약의 정확한 메커니즘은 불분명하지만 GABA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수용체와 결합한다는 것은 알려졌다. 앞에서 말한 청반 역시 이 물질의 영향력 아래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즉, 소듐옥시 베이트가 편도체로부터 오는 입력으로부터 청반을 '둔감'하게 만들어 감정적 촉발 요인에 대한 반응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 하지불안증후군이 훨씬 흔하게 나타나는 인구 집단은 분명 존재한다. 철분 결핍인 경우 하지불안증후군의 발생 가능성 이 더 높다. 고대 중국의 의학 문헌인 《황제내경》에도 그 내용이 있다. 하지불안증후군과 아주 비슷한 병이 있는 환자에게 철가 루를 먹여 치료했다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처음으로 하지불안증후군에 대해 현대적 기록을 남긴 에 크봄도 철분의 존재를 알았다. 실제로 그는 헌혈을 하면 증상이 촉발되고, 철분 제제를 먹으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에 크봄과 동시대인이었던 닐스 노드란더Nils Nordlander는 철분을 정 맥에 투여해 하지불안증후군을 치료했다고 1953년에 처음 보고했다.
최근 연구도 마찬가지다. 영상 촬영을 통해 뇌의 여러 영역 중 특히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는 흑색질의 철분 수치가 공통적으로 낮았다. 흑색질은 뇌의 심부에 있는 영역인데, 피부색을 만드는 멜라닌의 일종인 신경세포로 인해 색이 어둡다. 여기서의 신경세포는 도파민의 전구물질 (화학반응에 참여하는 물질_옮긴이) 이다. 이 신경세포가 도파민을 생산하는 뉴런이란 뜻이다. 흑색질 의 사후분석에서 철분 결핍이 확인됐으니, 혈중 철분 농도가 정상 인데 하지불안증후군이 생기는 이유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지 모른다. 실제로 하지불안증후군 환자 중 일부는 뇌로 철분을 이동시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뇌전증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뇌 속의 전기 활성은 매우 정교하게 조절되는 현상이다. 즉, 사람의 말하기나 시 각, 이해, 운동, 의식 등 모든 신경학적 기능은 다양한 뉴런 간의 정교하면서도 미묘한 교감의 결과다. 이런 전기 활성에 대한 통 제력이 없어지는 게 바로 뇌전증이다.
전기 활성을 통제하는 힘이 약해지면 뇌 표면을 감싼 회 색질인 대뇌겉질 영역이 통제 불가능하게 흥분한다. 뇌전증이 생기면 뉴런이 모두 동기화되고 동시 흥분까지 하면서 뇌의 활 동이 방해받는다.
좀 더 쉽게 비유를 들어 보겠다. 어떤 배의 갑판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여기저기 걸어 다니는 상 황이 있다. 그러다가 사람들 모두 이쪽저쪽으로 동시에 달리면 어떻게 될까? 배가 좌우로 흔들리다 결국에는 뒤집힐 것이다. 이런 식으로 넓은 영역에 걸쳐 동기화한 전기 활성이 뇌 전체로 퍼지면 모든 근육이 활성화되고, 운동이나 방광에 대한 통제력, 의식까지 잃고 경기를 일으킨다.
하지만 발작이 뇌 전체로 퍼지지 않는 케이스도 있다. 발 작이 뇌의 한 부분에서 시작되고 범위가 제한된 경우다. 이런 경 우를 초점발작Focal seizure 이라 하는데, 발작이 전체적으로 나타 나지 않고 해당 뇌 영역이 어디인지에 따라 나타난다.
또한 모든 발작이 경련을 일으키는 건 아니다. 초점발작의 대부분은 관자엽에서 일어난다. 관자엽에는 자서전적 기억Autobiographical memory (삶에 대한 개인적 기억_옮긴이), 언어, 후각, 감정 등에 관여하는 영역이 있다. 관자엽에 발작이 오면 갑작스 럽게 강한 냄새를 느낀다든지, 파멸이 닥친 듯한 기분 혹은 말하 는 데 장애를 경험한다.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이 영향을 받으면 우리 모두가 종종 경험하는 데자뷔Déjà vu나, 그와 반대로 익숙한 환경이 낯설게 느 껴지는 자메뷔Jamais vu(미시감)를 느낄 수 있다. 발작이 더 넓게 퍼지면 운동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쳐 갑작스러운 움직임, 정신착 란, 자각상실 Loss of awareness 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의식상실 Loss of consciousness은 일어나지 않는다.

- 월경주기를 거치면서 뇌전증에 극적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는 이 미 잘 알려졌다. 대표적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Estrogen과 프로게 스테론Progesterone은 실제로 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에스트로겐 에는 발작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프로게스테론에는 발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월경이 시작되기 며칠 전에는 에스트로 겐의 비율이 가장 높다. 즉, 그때가 한 달 중 발작이 일어날 위험 이 가장 높은 때다. 극단적으로 석 달 연속 경구피임약을 처방해 발작의 여지를 아예 없애기도 한다.

- 편두통은 신경계의 기능 이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다. 그 기능 이상이 시각에 나타나는 경우를 시각조짐이라 하는데, 이 경우 시각을 처리하는 뇌 뒤쪽 영역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활성 파동이 대뇌겉질을 따라 천천히 퍼져 나간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알려졌다. 물론 전조가 시각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어서 다른 신경 기능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전조에 의한 기능 이상이 언어나 감각 영역으로 퍼져 나 가는 경우, 편두통 환자는 적당한 단어를 찾기 어려워하거나 얼 굴이나 팔다리에서 얼얼한 느낌을 호소한다. 뇌졸중 환자가 왔다는 콜을 받고 응급실로 달려가 확인해 보니 편마비편두통 Hemiplegic migraine인 경우도 많다. 편마비편두통은 뇌의 운동 담 당 영역에서 기능 이상이 생기는 경우다. 심지어 환자에게 혈전 용해제 Clot busting medication까지 썼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환 자가 편두통 발작이었던 거 같다고 뒤늦게 고백하는 동료도 있었다.
일부 편두통 환자의 발작은 그 전조가 어지러움, 균형 감 각 이상, 조화운동못함증 등 뇌줄기와 관련 있는 증상으로 이뤄 진다. 뇌줄기는 수면 조절과 의식 유지에서 큰 역할을 한다. 그러 다 보니 편두통 발작으로 혼수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 사람이 주변을 이해하는 건 시각적 정보, 느낌, 소리, 운동, 경험 등을 어떻게 해석하냐에 달렸다. 뇌가 이런 정보를 받아들 여 뜻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대한 모형이 필요하다. 그 모 형, 기본적 회로는 유전적으로 어느 정도 주어진다. 한마디로 선 천적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홉슨의 말이다.
“뇌는 외부 자극에 그냥 반응하지 않습니다. 일련의 강력 한 기대를 가지지요. 그 기대는 학습된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 만, 프리스턴과 저는 그것이 학습 이전에 학습됐다고 봅니다. 유 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됐다는 뜻이죠."
그렇게 사람이 선천적인 모형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그 모 형은 평생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게 발전시킨 모형이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할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와 존 컨스 터블John Constable 중 누구 그림을 좋아할지, 아내 혹은 남편과 말 싸움을 할 때 상대를 어떻게 제압할지 결정한다.
홉슨은 설명을 이어 나간다.
"뇌의 임무는 현실 예측입니다. 그런데 이건 수동적으로 할 수 없어요. 능동적으로 하죠. 일련의 추정을 바탕으로 외부 데 이터에 따라 추정을 조정해요. 우리 모두는 각자 생각하는 방식 도 경험도 다르잖아요. 하지만 각자의 뇌 자체는 그리 다르지 않 을 겁니다. 세상에 대해 가진 각자의 모형은 상당히 다르지만요."
모형마다 의식을 제각기 정의하지만, 이 모형을 고쳐야 할 때는 그 작동이 멈춰야 한다. 바깥 세계와 차단되고, 움직일 수 없고, 주변 세상으로부터 조각조각 흩어지고, 심지어 체온을 조절하는 과정으로부터도 단절돼야만 고치는 시간이 생긴다.
홉슨과 프리스턴은 바로 렘수면 때 뇌가 그간의 경험을 합쳐 다듬으며, 꿈이란 그 합쳐 다듬는 일이 생기는 가상현실 환 경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정리하면 꿈이란 경험의 혼합물이고 각자의 방식으로 진행된 예행연습으로 만들어진 세상의 모형이다. 그 모형은 각자 개인의 세계를 이해하고, 개별 의식을 결정하 기 위해 만들어진다. 다음은 홉슨의 말이다.
“꿈은 그 모형을 운영하는 데 따르는 주관적 경험입니다. 이것이 우리 연구를 정신분석과 묶어 주는 부분으로 작용하죠. 어떤 꿈을 해석하는 작업은 그 꿈을 꾼 사람이 세상에 대해 가진 모형을 이해하는 방법인 셈입니다. 우리 각자가 세상에 대해 가 진 모형은 부분적으로 분명 과거 경험과 함수관계를 가져요."
어찌 보면 홉슨과 프린스턴의 가설은 꿈이 과거의 경험과 연결된다는 프로이트의 관점까지 아우른다. 물론 홉슨은 모든 경험을 섹스와 연결 지은 건 프로이트의 실수라고 말한다.

- 한마디로 불면증과 심리적·정신과적 문제 간의 관계는 엄청나게 복잡하다. 심각한 불면증에서 흔히 보이는 과다각성에는 어떤 형태의 불안증이 깔렸을 수 있다. 짧게 잠자는 불면증 환자 의 경우 기분이 가라앉고, 피곤함을 느끼며 건강을 염려하는 등 의 특정 심리 성향을 가진 경우가 있다.
수면상태오인에도 어느 정도 성향이 존재하는데, 전체적 으로 기분이 가라앉으며 불안증 증세를 보이지만, 침투적 사고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원치 않는 생각, 이미지, 충동 등이 반복되는 것_ 옮긴이)에 더해서 생각했던 것을 더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그것이다. 사람마다 심리적 상황에서 보이는 미묘한 차이 그 리고 그와 관련된 호르몬과 심혈관 측정치 교란을 통해, 일부 연 구자들은 짧게 잠자는 불면증과 수면상태오인이 있는 불면증은 성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수면상태오인이 있는 불면증 케이스에서는 과다각성의 신체적 특성이 보이지 않아 장기간 나타나는 문제가 거의 보이 지 않으며, 치료도 더 잘 받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체적 과다 각성이 나타나는 (짧게 잠자는) 케이스는 심리 성향이 다르고, 불 면증과 관련된 건강상 문제가 생길 위험도 높으며 치료까지 어 려운 경우가 많다. 즉, 정신과적 문제가 불면증을 일으킬 수 있다 는 점은 분명해진다.
대개 임상우울증Clinical depression이 있는 사람 중 90퍼센 트는 불면증을 앓는다. 내가 학부생 때도 우울증의 전형적인 특 징 중 하나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라 배웠다. 물론 잠자기가 어렵거나, 잠을 유지하기 어려운 다른 케이스의 불면증도 흔하 다. 조현병 환자가 끔찍한 불면증을 겪는 경우도 많고, 잠자기가 어려워지는 게 정신질환의 전조일 때가 많다. 잠과 정신질환 사이의 관계는 역으로도 성립한다. 불면증 자체가 정신질환 발생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거나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불면증은 다른 모든 요인과 독립적으로 우울증 발생 위험 을 크게 높인다. 짧게 잠자는 불면증일 경우는 특히 그렇다. 우울 증이 있는 경우 불면증을 앓는다면 자살 충동이 높아지고 우울증 의 재발 가능성이 높아짐을 뜻한다. 우울증이 있는 환자가 불면 증 때문에 상황이 복잡해지면 치료에 더 반응을 안 하기도 하고.
다만 우리의 과학은 이 방면에선 아직 유아기 단계다. 즉, 잠과 정신 건강 사이의 복잡한 관계, 그 밑바탕에 깔린 원리를 아직 완벽히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불면증과 정신질환 모두 뇌 의 회로와 생화학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잠 이나 정신 건강에 생긴 변화가 서로 연쇄적인 결과를 불러일으 킨다고 봐도 틀린 건 아니다. 그러니까 닭과 달걀의 관계 정도로 비유하면 적절하다.
그런데 불면증과 정신과적 문제를 불러오는 유전적 요인 이 있을지도 모른다. 연구가 더욱 복잡해진다는 뜻이다. 정신의 학자와 수면 전문의는 자신의 분야와 장기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전체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의 분 야가 오히려 시야를 좁힐 수 있다. 그리고 환자에게 접근할 때 의 사는 그야말로 '눈가리개를 벗어던져야 한다.

- 전통적으로 불면증은 약물요법에 초점을 뒀다. 1960년대 출시된, 그 유명한 벤조디아제핀은 불면증 및 불안 치료에 재빠르 게 처방됐다. 이 약이 대세가 되는 바람에 오락성 약물을 즐기는 데 주저함이 없던 록밴드 롤링스톤스는 '마더스 리틀 헬퍼 Mother's Little Helper(엄마의 작은 도우미)'라는 제목으로 바륨이란 약을 칭 송하는 노래까지 썼다(바륨은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이다).
그러나 문제도 있었다. 지난 10~20년간 벤조디아제핀계열 약이나 졸피뎀Zolpidem, 조피클론Zopiclone 등의 약은 과한 진정효과 그리고 교통사고 및 낙상·고관절 골절 위험 증가, 몽유병 이나 다른 비렘사건수면 촉발 등의 부작용이 드러났다. 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금단 효과와 의존증이다. 똑같은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점점 용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멜라토 닌, 항히스타민제, 진정성 항우울제 같은 대체 처방이 생긴 이유 다. 물론 모든 약엔 부작용, 마모 현상(장기 복용으로 약효가 줄어드 는 현상_옮긴이)이 있지만 증상과 환자에 따라 다양히 나타난다.
불면증 약물요법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수면제, 특 히 벤조디아제핀과 그 관련 약물이 훗날 치매를 일으킬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가 점점 쌓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잠과 관련된 수 많은 질문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상황이 복잡하다.

- 앞에서 말했던 글림프 시스템을 다시 살펴보자. 글림프 시스템은 뇌에서 폐기물 청소를 맡은 관의 연결망으로, 몸의 나 머지 부분에서 작동하는 림프계와 역할이 비슷하다. 우리가 깊 잠들 때는 해당 관이 60퍼센트까지 열려 알츠하이머와 관련 해 의심되는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 같은 잠재적 독성 물질을 뇌에서 치운다. 깊은 잠이 뇌의 살림을 돕는 셈이다.
그런데 불면증 때문이든 다른 이유 때문이든 깊은 잠을 잘 수 없다면? 그만큼 뇌가 독성 물질을 청소하는 데 문제가 된 다. 쉽게 말하면 관 속 체액에 베타아밀로이드 수치가 올라간다. 의학적으로 말하면, 베타아밀로이드나 다른 독소를 없애는 뇌척수액 활동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결론은 불면증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높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퇴행성뇌질환 중 상당수는 증상이 명확하게 드러 나기 수년, 심지어는 수십 년 전부터 미묘한 변화를 보인다. 우리 가 앞에서 본, 꿈을 실행에 옮겼던 존의 행동을 생각해 보자. 그 의 행동은 파킨슨병 그리고 이 병과 관련된 불안증이 발병하기 여러 해 전에 나타나는 전구증상(잠복 증세가 일어나기 전에 나타나 는 증상_옮긴이)일 때가 많다.
어쩌면 알츠하이머로 인한 기억력 감퇴가 일어나기 몇 년 전에 뇌에서 생기는 생화학 경로의 변화가 수면 악화나 불안증 의 원인일지도 모른다. 불면증은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아니라 극초기 단계 알츠하이머의 결과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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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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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코스 세계지리

etc 2024. 3. 11. 12:22

- 남극 대륙은 수천만 년 동안 쌓인 얼음의 무게 때문에 대부분이 해수면 아래에 잠 겨있다. 실제로 빙상을 제외한 남극 대륙의 평균 고도는 해저 150m로, 땅이 얼음의 무게에 눌려 600m 정도는 내려앉은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다. 만약에 남극 대륙에 있는 얼음이 모두 녹는다면 어떨까? 땅이 융기해서 크고 작은 섬들이 생기며 평균 고도 700~800m의 고원이 될 것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부분은 아무리 얼음이 쌓여있다 해도 남극은 대륙이라는 점이다. 그 커 다란 얼음 밑에는 산이 있고 계곡이 있고 호수도 있고 심지어는 화산까지 있단다. 보 스토크호라고 이름 붙여진 한 호수는 1.4만km2라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는 경기도의 면적보다도 크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4,000m가 넘는 얼음 밑에 파묻혀 있 는데도, 호수물이 얼지 않고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남극의 신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남극반도 끝에는 칼데라형 화산섬인 디셉션섬 이 있는데, 1967년에 실제로 화산이 폭발했다. 그 후 지금까지도 온천수가 샘솟아 남 극에서 온천욕 하기는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관광코스로 개발되기도 했 다니, 버킷리스트에 '남극에서 온천욕하기'를 올릴 사람은 한번 넣어 보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씨앗을 찾아가보면 2014년의 크림 위기 사태로 돌아 가 볼 수 있다. 크림반도는 흑해에 있는 반도로 얄타회담이 열렸던 장소로도 유명하 고,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도시 소치와도 가깝다. 크림반도는 과거 러시아의 남하 정 책으로 러시아에게 정복된 뒤, 오랜 기간 러시아에 속해 있다가 1954년 우크라이나 로 편입되었다. 이때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나 전부 소련의 영토였기 때문에 문제될 점이 없었다. 문제는 소련 붕괴 1991년 후였다.
우크라이나는 동부와 서부의 차이가 크다. 서구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은 서부와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은 동부는, 문화도 종교도 언어도 이질적이다. 특히 크림반 도 지역은 오랜 시간 동안 러시아인들이 러시아어를 쓰면서 살고 있던 지역이었다. 2014년의 크림 위기는 소치 올림픽 기간에 일어나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크림반도에서는 러시아와 합병할 것인가에 대한 주민 투표가 이루어졌는데, 96%가 러시아와의 합병에 찬성하는 결과가 나왔다. 러시아는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군대를 파견했고, 크림반도 반환을 요구했다. 이때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실효지배 아래 들어갔고,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영유권 주장을 하고 있으며 국제사회 에서도 아직까지 우크라이나의 편을 들어주는 상황이다. 당시에도 전쟁이 코앞까지 다가올 뻔 했으나 그때는 전쟁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자, 지역 주민의 투표로 나라가 바뀌었다니 어찌 보면 굉장히 민주적인 절차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숨겨진 사정이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친러시아 정권이 무너 지고 친서방 중심의 임시정권이 들어서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서구 유럽과 가까 워지는 것에 대한 어마어마한 견제에 들어갔다. 러시아는 가뜩이나 소련 붕괴 후, 한 때는 같은 이데올로기를 공유했던 지역들이 하나 둘씩 서유럽 공동체 쪽으로 향하는 것이 불안했다. 우크라이나는 최종적으로 러시아가 서유럽의 영향권 아래로 들어가 는 것을 막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크림 위기 때만 해도 그 누구도 푸틴 대통령의 행보를 예상하지 못 했다. 많은 이들이 러시아가 미국과 서유럽을 향해 경고성 도발을 할 뿐이라 여겼지 과연 전쟁을 일으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러시아는 소련 시기의 영광을 기억하고 있었고, 국민들은 현재 약해진 러시아의 입지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 푸틴 대통령은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며 더 이상 미국과 서유럽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고 말한다. 푸틴 대통령의 인기 요인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지속되며 국내에 서의 반전 여론도 커지고 있고, 국제적으로는 푸틴 대통령이 종신집권을 위해 무리 한 정치적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의견이다. 결국 푸틴의 행보가 러시아를 국제적으 로 고립시키는데 더욱 일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 열대 기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 년 중 가장 추운 달의 평균기온이 18°C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일 년 내내 여름인 셈이어서 계절의 변화가 미미하다. 계절의 변화가 거의 없어 연교차보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지역이다.
연교차보다 일교차가 크다 하여 일교차가 진짜 큰 것도 아니다. 사계절마다 옷장 을 새로 정리해야 하고, 황사와 장마 대비까지 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선 그들의 삶이 조금 부럽기도 하다. 얼어 죽을 일도 없고 맛있는 열대과일까지 있으니 말이다. 다만 비가 자주 와서 일 년 내내 후덥지근하다.

- 방글라데시 인근에 있는 인도 메갈라야지 방의 작은 마을 체라푼지는 세계에서 연간 강수량이 가장 많은 마을로 꼽히는데, 최 대연 강수량이 26,471mm, 최대 월 강수량은 9,300mm라는 믿기 힘든 기록을 가지 고 있다. 이쯤 되면 홍수를 넘어 대재앙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만 보면 열대몬순 지역은 저주받은 기후가 아니냐 싶겠지만, 원래 축복과 재앙은 동시에 온다. 벼농사를 짓기에 최적의 기후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남 부지방에서나 겨우 2기작을 했는데, 열대몬순 지역에서는 3기작 아니, 4기작까지도 가능하다. 게다가 고지대가 만드는 일교차에 풍부한 일조량과 습도까지 더해져 질 좋은 차가 재배되기에 적격이다.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차 산업이 굉장히 발달했고, 세계적인 명품 홍차 브랜드인 다르질링과 아삼은 모두 인도 벵골만에서 재배되며, 실론티로 유명한 스리랑카 중부고원 또한 열대몬순의 영향을 받는 곳이다.

- 냉대 기후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일 년 중 가장 더운 달의 평균기온이 10°C 이상이어야 하고, 가장 추운 달의 평균기온이 -3°C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최한월의 평균기온을 -3°C가 아닌 0°C 이하로 잡는 기준도 있다. 0°C를 기준으로 적용했을 때만 한반도 중부 지역이 냉 대 기후에 포함된다. 서울의 1월 평균 기온이 -2.4°C로 -3°C에는 조금 덜 미치기 때 문이다. 엄밀히 -3°C 기준을 적용한다면 한반도 중부는 온대 기후에 들어가는 셈이 다. 우리나라는 냉대와 온대의 한계에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냉대 기후를 항상 추운 지역이라고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세계 기후 중 연교차가 가장 큰 기후이기 때문이다. 겨울철에 -40°C까지도 거뜬히 내려가는 시베리아가 한 대 기후가 아닌 냉대 기후인 이유는? 여름철 평균 기온이 10°C 이상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연교차 기록을 세웠다는 러시아 베르호얀스크는 1월 평균기온이 -45.4°C 이고, 7월 평균 기온이 16.5°C다. 연교차 평균이 61.9°C까지나 벌어지는 셈이다. 연교 차가 28.1 °C인 서울도 세계적으로 연교차가 큰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데, 베르호얀 스크의 연교차는 어마어마한 기록이 아닐 수가 없다.
냉대기후가 펼쳐진 지역을 한 번 살펴보자. 옆의 지도를 보고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북반구엔 냉대 기후 지역이 저렇게나 넓은데, 남 반구에서는 냉대 기후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왜일까? 생각보다 답은 간단하다. 냉 대 기후는 고위도의 넓은 대륙에서 볼 수 있는데, 남반구에는 냉대 기후가 만들어질 만한 위도에 거대한 대륙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  한대기후가 냉대 기후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일 년 내내 기온이 낮아 나무가 자랄 수 없다는 것이다. 보통 그 기준점을 '최난월 평균기온 10°C'로 잡는다. 나무가 없다고 식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름을 맞아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는 순간, 수많은 이끼들 이 빼꼼 고개를 내미니까. 하지만 이조차도 한대 기후 중에서 툰드라 기후에만 한정 된 이야기다. 식물이 살 수 없는 빙설기후도 있으니 말이다.

- '사하라'라는 이름은 아랍어로 '사막'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하라사막'을 풀이하면 '사막사막'이 되니 '역전앞' 같은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사하라는 무려 250만 년 전에 생 겨났다. 거의 공식처럼 여겨지는 편견 중 하나가 '사하라는 모래사막'이라는 얘기다. 당연 히 아니다. 사하라의 단 20%만 모래사막이며, 아무리 사하라라도 나머지는 암석사막으 로 이루어져 있다.
아프리카 대륙은 광활한 사하라의 존재 덕에, 사하라 지역과 사하라 이남의 문화가 완전 히 다르다. 사하라 지대는 아랍 국가이며 이슬람을 믿는 데다가 백인이 거주한다. 하지 만 사하라 이남은 흑인이 거주하며 주로 토착 종교와 가톨릭을 믿는다. 아프리카의 다양 한 문화를 '아프리카'라는 단어 하나로 퉁치는 것은 매우 나쁜 편견이다. 서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가 매우 다른 것처럼, 북아프리카와 중남부 아프리카는 외양도 문화도 매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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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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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이 중요하다

etc 2024. 3. 11. 12:21

- 지리적 렌즈를 통해 문제를 살펴보고 통찰력을 발휘하는 지리학의 탐구 대상은 다양합니다. 1979~1980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기에 전문 가는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전직 동료 중 한 명의 회상에 따르면, 언론과 정책 토론에서는 소련 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동기를 주로 두 가지 측면으로 초 점을 맞추었습니다. 하나는 이 침략이 오랫동안 러시아가 추구해온 부동항 확보를 위해 인도양으로 나아가려는 첫걸음이었다는 분석입니다(아프가니스탄은 내륙에 고립되어 있기에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인구밀도가 낮은 파키스탄 의 남서쪽이 다음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다른 하나는 이 침략이 오랫동안 진행된 러시아 영토 확장 정 책의 연장선이며, 아프가니스탄을 소비에트연방에 편입 시키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 견해는 당시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었으며, 두 분석 모두 정책 당국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시청자에게 이런 피상적인 설명이 그럴듯하게 들렸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기초적인 지리 지식을 갖추 고 지리적 사고력을 적용하면 각 주장의 결정적인 오류 가 금방 드러납니다. 우선 파키스탄의 지도를 보면 남서 해안에 큰 항구가 없음을 알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륙이 너무 얕아 대형 선박이 해안에 쉽게 접근할 수 없고(향후 직면할 국제분쟁을 고려한다면 이곳을 얻 기 위해 싸울 만한 가치는 거의 없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이 소비에트연방에 편입될 경우 소속될 1800만 명에 달하는 무슬림 또한 소련 당국에는 큰 골칫거리였습니다. (우리는 지리적 분석을 통해 소비에트연방의 실제 의도는 물론 실패로 끝났지만 동유럽 국가들처럼 아프가니스탄을 통제하면서 연방 남쪽에서 자신들의 권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었음을 자 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 사례를 통해 보듯이 기본적인 지리적 사실과 지리적 사고력을 갖추면 날카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부 기관, 유력한 인물 또는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맞추 기보다 지리적 렌즈를 통해 문제를 바라보면 기본적인 공 간 유형, 환경과 상황, 위치적 특성이 끼치는 영향 등에 주 목하게 됩니다.

- '어디where'라는 단어는 지리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 입니다. 어떤 현상이 지구 위의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부 터 지리학의 모든 논의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리학은 단순히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에 그치지 않습 니다. 그러한 현상이 '왜 그곳에서 why there' 발생했고, 그것 이 '어떤 의미 so what'를 지니는지 계속 질문하는 게 중요 합니다. 나아가 어떤 공간적 배치 spatial arrangements와 변이 variations의 과정을 거쳐 상호 연결성 interconnections을 갖게 되는지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지도는 의도적이든 암묵적이 든 우선순위와 이데올로기적 편향을 반영합니다. 어떤 투 영법(평면 지도에 지구의 곡면을 나타내기 위해 채택된 방법)을 사용하여 지도를 제작할지 선택하는 과정에서 평면에 둥 근 행성의 특징을 왜곡 없이 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지도의 투영법을 선택하면서 필연적으로 특정한 주제를 다른 주제보다 더 정확하게 표 현하고자 하는 욕망을 확인하게 되죠. 수 세기 동안 북미와 유럽에서 제작된 세계지도는 메르카토르 도법을 채택 했습니다. 지도 중앙에 대서양이 위치하는 이 지도는 항 해에는 유용했지만, 육지 면적이 지나치게 왜곡되는 (극 지역은 크게 확대되고 적도 부근은 축소되는) 문제가 있었습니 다. 그린란드가 아프리카보다 더 커 보이거나 동아시아는 주변으로 내몰리는 대서양 중심 세계지도가 전 세계로 보 급되면서 서구중심주의가 강화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즉, 대서양 중심의 메르카토르 지도의 광범위한 사용 에 따른 영향을 정확하게 계산할 방법은 없지만, 아프리 카와 동아시아를 소외시키고 북미와 유럽의 관점을 강조 되는 경향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특정한 정치적 목적하에서 지도가 제작되고 편향된 정 치적 의도가 지도를 통해 전파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 를 들어, 한국과 일본 사이의 동해와 독도의 명칭을 둘러 싼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도는 분쟁 지역에서 한나라 또는 다른 나라의 영토 주장을 보여주는 수단입니다. 또한 특정한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거나 특정 활 동의 환경적 결과를 강조하는 데에도 지도도 활용되고 있 습니다. 지도 제작과 정치의 연결 고리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는 냉전 시대에서 찾을 수 있는데, 냉전 시대 소련 의 위협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강조하기 위해 미국은 <그림 2_10>과 같은 극지방 중심의 투영법에 기초해 지 도를 만들고 널리 보급했습니다. 나아가 미국은 이 지도 를 통해 미국에 대한 소련의 잠재적 위협을 강조하는 효 과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장소를 정체성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우리가 '민족 국가nation-states'에서 살고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을 의심 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민족nation'이라는 단어는 영어 에서 혼란스러운 단어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이 단어 는 양립할 수 없는, 여러 의미를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민 족이 때로는 독립 국가(인도네시아, UN)와 동의어로 사용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원주민 공동체의 집합(퍼스트네이 션First Nations)을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독립을 쟁취하 고 새로운 국가를 만드는 데 기반이 되는 실질적 민족 공 동체(쿠르드족 또는 팔레스타인령 등)를 묘사하는 데 사용되 기도 하니까요.

- '민족국가'라는 개념은 각자 별개의 영역에서 각자가 처한 상황을 관리하고 통제하고 역사와 문화, 나아가 정 체성에 대한 상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라는 어원에 뿌리 를 둡니다. 18세기 후반에 일어난 프랑스대혁명은 세계의 다양한 문화-역사를 보유한 민족(즉, 용어의 원래 뜻은 세계 국가)에게 자신만의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부추겼 습니다. 프랑스라는 국가는 프랑스 국민에 의해 수립되었 고, 19세기와 20세기 초 다른 유럽 국가들은 민족주의 운 동을 통해 형성되었습니다. 독일인을 위한 독일, 이탈리아인을 위한 이탈리아, 루마니아인을 위한 루마니아 등이 사례인데, 지리적 관점에서 이러한 국가명은 정확한 의미 의 민족국가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각 국가에서 자신을 프랑스인, 독일인, 루마니아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배 타적으로 영토를 다 차지하지 못한 것은 그 땅에는 오랫 동안 여러 다양한 민족이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민족과 국가 간 관계의 복잡성을 상세히 탐구하는 것은 이 짧은 책의 범위를 넘어섭니다. 하지만 명심할 사항은 '민족국가' 개념이 처음부터 일종의 허구였다는 점입니 다. 특히 유럽 열강의 식민제국이 해체되고 각 국가에서 새로운 정치 지도가 등장하면서 민족국가' 개념은 더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세계 정치 지도에 표기된 국명처럼 민족국가로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일 수 있지만, 오 늘날 대부분의 국가는 다양한 문화역사 공동체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민족국가' 개념과 실제 현실 간의 차이와 그 의미를 제 대로 이해하려면 정체성과 정치적으로 조직된 영토(공식 지역)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지리적 사고가 필수 입니다. 지리적 사고력을 적용해 살펴본 '민족국가' 개념 에는, 특정 국가에 소속된 시민은 국가 자체를 헌신적인 공동체로 생각할 것이라는 강렬한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 좀 더 큰 규모에서 '이슬람 세계'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 념을 한번 비판적으로 성찰해봅시다. '이슬람 세계'를 확 실한 지정학적 실체로 단정하거나 별 생각 없이 일반명사 처럼 사용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슬람 세계'라는 명칭은 단순히 이슬람이 주요한 종교인 지역을 의미하지는 않습 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지도의 면이 아니라 현존하거나 또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지정학적 노드'로 보아야 합니 다. 하버드대학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 Samuel Huntington 은 1990년대 '문명의 충돌'과 관련된 영향력 있는 책들을 출간해, 세계를 단순하게 보는 고정관념을 확산시켰습니다. 헌팅턴은 20세기의 중요한 지정학적 단층선을 기본적으로는 정치 이데올로기 (공산주의/독재대 자본주의/민주 주의)로 나누고, 이러한 단층선이 서구의 유대-기독교 문 명과 이에 대항하는 이슬람 세계와 같은 문화적·종교적 특성을 따라 분열되는 중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최근 서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민족 간의 갈등은 이슬람 세계를 매우 동질적인 지정학적 행위자로 보는 헌팅턴의 관점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헌팅턴의 주장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 받고 있고,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al-Qaeda가 감행한 미국 본토 공격으로 그의 영향력은 확실히 입증되었습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Saddam Hussein과 알카에다는 원 래부터 대립하는 관계였고 이라크는 알카에다와 별 상관 이 없음에도 이라크는 미국의 주요한 보복 대상이 되었습 니다. 불과 10여 년 전에 이란과 이라크는 서로 8년 동안 유혈 전쟁을 벌인 사이였지만 미국은 터무니없게도 두 국 가를 '악의 축'이라고 묶어버렸습니다. 미국이 이라크에 개입한 명분 중 하나는 "스페인부터 인도네시아에 이르는 급진 이슬람 제국의 수립을 막는 것이었습니다. 미 국의 이와 같은 황당한 목표는 사회적·문화적으로 너무 나 다양한 국가로 구성된 이 지역에서 통일된 이슬람 제국의 출현이 가능할 정도의 공통점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엉터리 가정에 기초했습니다.

- 세계의 특정 지역에서 성공한 도시화 방식이 다른 도시에서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리학에서 장려하는 사고방식을 받아들이지 않 고 다른 지역의 도시 개발 방식을 그대로 들여오는 것은 지역의 이익에 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세계의 빈곤 지역에서 사회경제적 발 전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실패로 끝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지역의 특수한 상황을 간과한 채 좋은 의도를 갖고 접근하면 모든 문제가 쉽게 풀릴 거 라는 단순한 생각과 안이한 자세 때문입니다. 널리 알려진 실패 사례는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컬럼 비아대학 교수가 주도한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입니 다. 케냐의 더투Dertu에 현금과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투 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로 이 때문에 현지 전 통이 파괴되고 지역의 질서가 무너졌습니다. 인근 마을 에서 많은 이주민이 더투로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유목민 이 거쳐가는 교통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죠. 《이상주의자들: 제프리 삭스와 빈곤 퇴치를 위한 모험 The Idealist: Jeffrey Sachs and the Quest to End Poverty》의 저자인 니나 멍크Nina Munk는 지역의 특성을 무시한 프로젝트의 끔찍 한 부작용에 대해 인터뷰했습니다.
- 제프리 삭스가 주도한 프로젝트로 인해 주민들은 아주 지저분한 환경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곳을 처음 방문했 을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었죠. 빽빽하게 들어선 오두막집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끔찍한 폴리우레탄 비닐 봉지로 채워져 있었고요. (중략) 오두막 사이로 흘러내리는 비탈의 화장실은 배설물로 넘쳐나고 막혀서 물이 내려가지 도 않았습니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누구의 의 무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랑에는 쓰레기가 산더미처 럼 쌓여 있었죠. 재앙과도 같은 이러한 상황을 직접 목격하고 나니 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 지리학은 높은 산에 올라 계곡을 내려다보고 아름다 운 풍경에 감탄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계곡이 어떻 게 형성되었는지 관찰하고, 산마다 식생과 계곡의 형태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아가 특정한 계곡의 자연환경 이 인간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주민의 이주를 촉진하거나 방해했을 입지적 특성을 추정하는 것이 바로 지리적 사고력입니다. 이렇게 지리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주변을 탐색하는 과정을 거치면 우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리를 배우면 호기심 이 확장됩니다. 나아가 지적 자극을 계속 받으면서 새로 운 대안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힘이 생기고, 사려 깊고 책 임감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죠. 교양교육의 주요한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는 지리학에 입문한다는 것은 평생 학습의 초대장을 받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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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음식들

etc 2024. 3. 11. 12:20

- "자연은 지형에 크나큰 다양성을 부여했지만 인간은 그것을 단순화시키는 데 열성을 쏟았다.” (레이철 카슨)
- "전통은 재에 대한 숭배가 아니라 불을 지키는 것이다." (구스타프 말러의 말이라 전해짐)

- 다음의 사실을 고려해보라. 전 세계 음식 대부분의 근원, 즉 씨앗이 고작 네 기업의 손에 장악되어 있고, 세계 치즈 생산의 절반 이 회사 한 곳에서 제조한 박테리아와 효소로 생산되고 있으며, 세 계에서 마시는 맥주의 4분의 1이 양조장 한 곳에서 생산된다는 것 을. 미국에서 중국에 이르는 전 세계의 돼지고기 생산은 단 한 품 종breed의 돼지 유전자를 근거로 이루어진다. 가장 유명한 사실을 보자. 바나나에는 1500가지 이상의 품종이 있지만 전 세계의 거래 는 단 하나, 캐번디시Cavendish 품종이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이는 비행기나 위성이 아니면 그 규모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단일경작 농장에서 기르는 복제된 과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소비되는 곡물인 밀과 쌀, 옥수수의 유전자 부터 그것을 재료로 만든 음식에 이르기까지 이런 수준의 획일성은 전례 없이 심해졌다. 인간의 식단은 지난 150년 동안(대략 6세대) 에 그 이전의 100만 년 동안(대략 4만 세대) 일어난 것보다 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지난 반세기 동안 무역, 기술, 기업의 권력 층은 이런 식단의 변화를 세계 전역으로 확산시켰다. 우리는 전례 없이 큰 실험 과정 속에서 먹고 살아간다.
- 자연이 제공하고 인간의 손이 인도한 넘치도록 풍부한 다양성은 그저 음식과 농경의 역사가 지닌 가장 아름다운 특징 가운데 하나 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다양성을 육성한 이유는 그것이 필 요했으며, 또 요리법의 창조와 문화의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 성을 찬양해왔기 때문이다. 튀르키예 동부 뷰육차트마 마을의 농부 들은 수천 년 동안 카발자 밀을 심어왔는데, 이는 어느 곳에서도 찾 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거칠고 습하고 추운 그곳 기후에서 다른 작 물은 그만큼 많은 소출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많 은 요리사가 그 곡물로 실험해보고, 특별한 질감과 맛을 이용해요 리법을 만들어내어 오늘날 음식 문화라 부르는 것을 창조해냈다. 인류 역사의 어느 부분을 들춰보든 간에 모든 지역사회는 자신들만 의 카발자를 갖고 있다. 그것은 중앙아메리카에서 신으로 믿는 옥 수수나 남아시아에서 악령을 쫓는다고 믿는 오렌지처럼, 한 집단의 정체성을 형성하거나 제의와 종교에 영감을 준 생명을 주는 음식 이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이런 것은 고유한 유전적 연원에서 나온 것이며, 모두 세계 내 자신들의 장소에 적응했다. 
- 우리의 음식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은 더 다 양한 음식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오로지 유전자변이와 유 전자편집gene-editing 같은 생명공학을 토대로 하는 제2차 녹색혁 명에 착수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15 하지만 그런 방 법조차 소멸 위기의 식품을 지켜야만 가능할 것이다. 작물 육종가와 그 밖의 음식 과학자들은 사라지는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경주에 참 가했다. 위기의 식물과 동물들(그중 많은 것이 이 책에 실려 있다)이 기근과 질병을 상대하고, 기후변화에 맞서며, 우리 식단의 품질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 도구 상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이런 식품이 사라지게 내버려 둘 여유는 없다.
- 3만 년 전쯤 사람들은 동물 가죽으로 담을 것을 만들어 식품을 운반하는 데 사용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식물섬유로 짠 광주리도 사 용했다. 농경이 탄생하기 한참 전인 2만 년쯤 전 중국에서는 새로운 요리 기술이 등장했다. 항아리를 사용해 야생의 쌀을 끓이고 찐 것 이다. 그 무렵 인간 무리는 이런 기술 대부분을 지니고 아시아 북동 부에서 아메리카로 긴 여정을 떠났다.
그러다가 호모사피엔스의 역사상 가장 중대한 사건이 당도했다. 바로 농경의 탄생이다. 현대의 요르단인 검은 사막에서 나투프 수 렵채집인이 야생 풀 씨앗을 갈아 거친 가루로 만들고 야생식물의 뿌리를 간 것과 섞어 반죽한 다음 불에 구웠다. 이 납작 빵' 의 초기 형태를 재현한 21세기 과학자들은 그 맛을 "풍미가 있고 약간 쌉쌀하다”라고 묘사했다. 여러 다른 성분의 이 혼합물이 요리법cuisine의 최초 증거다.
1만 3000년 전에 그 빵을 만든 나투프인은 수백만 년 전의 수렵채 집인과 농부를 연결하는 고리다. 이라크, 남동부 튀르키예, 시리아, 레바논, 이스라엘, 요르단을 포괄하는 휘어진 형태의 땅을 가리키 는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필수 야생식물, 기후와 상상력이 합쳐 져 인류를 정착 농경의 방향으로 이끌었다. 그 뒤 몇천 년 동안 무의 식적인 결정과 우연한 발견 그리고 행운이 겹쳐 일부 인간은 자신 이 주변에서 발견한 식물을 변형시켜 가장 크고 수확하기 편한 씨 앗과 곡물을 선별해 길들이고 재배했다. 이 시기에 농경이 생산한 엄청난 분량의 전분을 처리할 수 있도록 우리 입맛과 장내미생물이 진화하는 동안 인체생물학은 다시 변했다. 채집에서 농경으로 넘 어가는 이 이행기 초기에 고대 이집트인은 한 가지 유형의 밀을 가 장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 초기 밀의 몇 안 되 는 품종 가운데 하나가 카발자다.
물론 밀 하나만 길들인 것은 아니다. 신석기시대에 비옥한 초승 달 지역민이 먹던 음식 중에는 병아리콩과 렌틸콩이 있었고, 무화 과와 대추야자가 그 뒤를 이었다. 세계의 다른 지역 내 수렵채집인 은 각자의 생태계에서 자라는 야생식물을 길들였다. 중국의 양쯔강 과 황하 유역의 대지에서는 쌀과 기장을 길렀고, 남동부 멕시코에 서는 옥수수와 호박과 콩, 안데스 산지의 티티카카호수 주변에서는 감자와 퀴노아', 인도에서는 녹두와 기장, 아프리카의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는 수수와 동부콩cowpea, 파푸아뉴기니에서는 바나나와 사탕수수를 길렀다. 야생의 식물이 재배작물로 변신하는 데는 수천 년이 걸렸고,
150세대 이상의 농부가 활약했다. 이 고대 농부들은 식물 외에 오 늘날 가축으로 길러지는 소, 양, 돼지, 염소, 낙타, 라마, 야크 등 모든 동물종도 길들였다. 이는 또 다른 생물학적 변화를 낳아 세계 일부 지역에 사는 성인 인간은 우유를 더 잘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3500년쯤 전, 야생 식품에 대한 인간의 의존이 재배된 식품에 대 한 의존으로 옮겨가는 놀라운 변화가 거의 완결되었다. 그 이후로 는 인간의 식사에서 중요시되는 식물이나 동물이 새로 길드는 일은 더 이상 없었다. 왜 그런가? 그 무렵이면 농경에 가장 적합한 식물 을 인간이 이미 만났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 중 하나다. 길들임은 느리고 지루한 일이다. 상업과 이주로 다른 문명이 변형시킨 새로운 식물을 접할 길이 열렸는데, 왜 굳이 그 느리고 지루한 일을 하겠는가? 고의 세계화는 길들임의 노력을 종결하는 데 기여했다.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농부들의 이동과 함께 길든 식물과 동 물의 조합이 전 세계로 퍼져나감에 따라 그것들은 진화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말을 다르게 표현하자 면, 그것들은 “폭풍을 잡아먹었고”, 토양과 기후와 고도(그리고 인 간들의 성향)에 적응했으며, "그런 것들을 가지런히 접어 유전자를 형성했다." 그토록 많은 옥수수와 벼, 밀, 또 다른 모든 식용 곡물 의 품종이 생긴 것은 이렇게 해서다.
- 인간은 혁신과 실험을 거쳐 음식을 더 복잡미묘한 방식으로 변형 했다. 중부 유럽 사람들은 수분을 줄이고 지방과 단백질을 응고시 키는 방법으로 우유를 보존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여 치즈를 만 들었다. 코카서스에서는 포도를 으깨어 포도주로 만들었다. 중국에 서 요리사들은 경이적인 처리법을 써서 먹지 못하는 대두를 희고 부드러운 두부로 만들었다. 아마존 수림에 사는 사람들은 독이 있 는 덩이뿌리인 카사바를 박테리아와 이스트로 발효해 안전하고 맛 있는 음식으로 변신시켰다." 또 남부 멕시코 농부들은 옥수수에 유 독성 광물질인 석회를 넣어 곡물에서 더 많은 영양분을 뽑아내고 부드러운 토르티야 반죽을 만들어냈다.
- 아메리카 토착민에게서 공통으로 내려오는 전설 가운데 그 뿌리와 곰의 관계 이야기가 처음으로 시험된 것은 1970년대 후반이었 다. 젊은 하버드 대학생 숀 시그스테트Shawn Sigstedt (현재 콜로라 도 대학 생물학 교수)는 애리조나의 나바호족 공동체에 들어가 살 면서 전통 의학을 연구했다. 그곳에서 그는 베어 루트 또는 그들의 호칭으로는 오샤를 알게 되었다. 나바호족 치유사들은 그에게 먼 옛날 사냥꾼들은 동면에서 깨어난 곰이 그 식물을 찾아다니고 뿌리 를 파내 씹어서 죽처럼 만든 다음, 앞발로 온몸에 비비는 것을 보고 그 힘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시그스테트는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있 는 한 동물원에 가서 포획된 검은 곰 두 마리한테 오샤 조각을 먹이 기 시작했다. 그 뿌리에 보인 곰의 반응은 놀라웠다. 이들은 나바호 족이 묘사한 것과 똑같이 행동했다. 다만 식물을 씹어서 곤죽이 된 뿌리를 앞발로 비비는 것 외에도 머리를 흔들어 입에 머금은 오샤 를 사방에 뿌려, 시그스테트의 표현에 따르면 에어로졸을 뿌린 것 같은 효과를 냈다. 시그스테트는 곰의 행동을 오랫동안 연구해 그 뿌리의 항균·항바이러스·항진균 성질을 분석했다. 거기에는 진통성분의 화학물질과 강력한 살충성분도 들어 있었다. 시그스테트가 1970년대에 나바호족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전설이 아니라 과학적 으로 정확한 관찰이었다. 아주 작은 베어 루트 조각의 냄새만 맡아 도 확연히 의약품 같은 냄새가 난다. 멘톨 효과가 강해서 얼얼하고 소독하는 느낌을 준다.
- 특정한 장소에서만 자라는 베어 루트와 달리 우리가 먹는 많은 식물은 멀리 넓게 퍼졌으며, 지금은 전 세계에서 재배된다. 이들 작물의 첫 발생지가 어딘지 아는 것은 우리 식품의 미래에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의 가로 힐스에 자 라는 야생 감귤류를 지켜내는 일은 장소를 불문하고 모든 감귤류의 미래에 결정적인 일이 될 수 있다.
지구 전역에서 재배되는 감귤류 나무는 10억 그루쯤 된다. 이탈 리아, 아이티, 베트남, 세네갈 등 수많은 나라에서 자란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 과일에 속하는 것으로는 오렌지, 레몬, 라임, 자 몽이 있다. 그에 비해 그것들의 생식 생활이 지극히 복잡하며, 계보 가 복잡하고 헷갈린다는 사실은 덜 알려져 있다. 사실 이런 과일은 유전적 혼란의 산물이라 할 수도 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세계에서 상업적으로 팔리는 감귤류 과일의 조상은 대체로 세 종류, 그러니까 만다린학명 Citrus reticulata과 포멜로학명 Citrus grandis, 시트론학명 Citrus medica으로 귀결된다. 이 감귤류 선조들 은 모두 다른 품종의 꽃가루로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 감귤류의 진화 과정에서 이들 식물이 유전자를 서로 맞바꾸면서 오렌지(만다 린과 포멜로의 교잡종 hybrid), 레몬(시트론과 신Bitter 오렌지의 교 잡종), 라임(시트론과 만다린의 이종교배종 cross), 그리고 가장 최 근에는 자몽이 만들어졌다. 자몽은 바베이도스에서 대략 300년 전 에 일어난 교잡의 결과물이다. 이 경우는 스위트 오렌지와 포멜로 가부모였다.
감귤류는 또 쉽게 변이한다. 이 가계도의 방계 몇 군데를 조사해 보면 단 한 번의 우연한 파종만으로도 새로운 과일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령 19세기에 알제리의 한 농부가 만다린나무의 가지에 조금 다른 것이 자라고 있음을 발견했는데, 유전자변이의 결과물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과일이 클레멘타인clementine이다. 여러 세대의 농부들이 이런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리고 바람직한 변 형을 선택하는 것이 과일 교잡의 역사다.
2018년에 과학자들이 그 과일의 수수께끼를 좀 더 풀어내 감귤 류의 기원을 한층 명료하게 밝혔다. 그들은 감귤류의 게놈을 순차 적으로 정리하고, DNA에 대한 탐정 작업을 거친 끝에 수백만 년간 의 진화 역사를 짜 맞추었다. 이 연구에서 더 오래전의 선조 열 가 지, 그리고 그보다 더 전인 800만 년쯤 전에 전 세계 모든 감귤류의 진정한 고대 선조인 야생 과일 하나가 있음이 밝혀졌다. 이 이야기 에도 아직 메꾸어야 할 공백이 있지만, 연구자들이 확신하는 한 가 지는 최초의 선조를 포함한 고대의 모든 감귤류종이 북동부 인도와 남서부 중국, 미얀마의 경계 지역에서 진화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지역은 생물다양성의 열점hot spot이다. 원시적 과일 DNA의 파편들이 그곳의 고고학적 기록에 등장하며, 800만 년 전의 감귤 류 잎사귀가 발굴된 곳도 중국 남서부의 윈난이었다. 당시는 기후 가 급격히 변하던 시기였다. 격렬하던 몬순기후가 완화되어 지형이 건조해졌고, 식물이 살기에 더 좋은 여건으로 바뀌었다. 이런 여건 덕분에 감귤류의 선조들이 아시아 전역으로 퍼졌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로 다른 종들이 뒤섞이 고 교잡되었으며, 자발적인 변이 과정에서 저마다 다른 형태와 크 기, 색깔, 향취, 맛이 만들어졌다. 수백만 년 뒤 인간은 이런 과일을 야생에서 골라내 길들였고,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먹는 감귤류다.
- 감귤류가 특별해지는 것은 상이한 감귤류 과일들 사이의 생식적 공존 가능성과 변이 능력 그리고 무한한 다양성 창출 성향 때문이 다. 그렇지만 생길 수 있는 수천 가지 변형 가운데 결국 우리는 단 몇 가지만 재배하고, 이런 것들을 복제해 오늘날의 전 세계적 작물을 만들었다. 발렌시아와 네이블 오렌지, 리스본 레몬, 페르시아 라임 이 전 세계의 감귤류 숲과 우리가 먹는 과일 그릇을 지배한다. 그러 나 아직도 고대 감귤류의 야생 친척과 함께 살아가는 토착민이 있 다. 혹시 그것이 가장 오래전의 선조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들 이 보호하고 있는 것은 귀중하다.
- 1960년대 후반에 미국 식물학자 잭 할란은 잃어버린 음식의 역 사를 약간이라도 체험해보기로 했다. 재배의 위험지구 가운데 한 곳인 남동부 튀르키예의 카라카닥산맥에서 그는 수렵채집인이 되 어보았다. 먼저 아무 도구도 쓰지 않고 산기슭에서 자라는 야생 밀 이삭을 손으로 훑어낸 다음, 수석 칼날을 써서 알곡을 수확해보았 다. 할란은 한 가족이 카라카닥 지역에서 3주간 수확하면 "너무 많 이 일하지 않고도 한 해에 소비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알곡을 얻을 수 있었다"라고 결론지었다.
1만 2000년 전쯤, 비옥한 초승달 지역의 일부 수렵채집인이 야 생 풀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로 환경이 더 건조해졌고, 육 류 등의 다른 식품을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따라서 곡물의 매 력이 더 커졌다. 고대의 농부들은 두 종류의 야생 밀에 집중했다. 작고 단단하고 검박한 아인콘 einkorn, 학명 Triticum monococcum(아 인콘은 독일어로 '알갱이 하나'라는 뜻이다)과 에머 밀학명 Triticum diococcon이 그것이다. 에머 밀은 수염 하나에 달린 알곡의 수가 두 배다. 아인콘과 에머 밀은 길든 시기는 다르지만, 결국은 둘 다 비옥 한 초승달 전역에 보급되었다. 우리는 수렵채집인이 도구 제작에 쓸 흑요석 같은 재료를 교역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씨앗도 교역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삭이 쉽게 부서지지 않는 성질의 유전적변 이 역시 확산되었다. 다만 그 성질이 안정되어 이런 밀에 '고착되기' 까지는 적어도 2000 년이 더 지나야 했지만 말이다.
비옥한 초승달의 동쪽 지역, 지금의 파키스탄인 곳에서 기원전 6000년쯤에 에머 밀과 아인콘이 자랐다. 그것은 기원전 3000년쯤 에는 북서부 인도의 라자스탄과 하리아나에 당도했다. 남쪽으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거쳐 확산되었으며, 이집트에는 기원전 4500년쯤에 당도했다. 서쪽으로는 그리스와 발칸반도를 거쳐 다뉴 브강 유역을 따라 남부 유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기원전 3000년 쯤에는 아인콘과 에머 밀이 오만과 예멘에서도 자라고 있었고, 홍 해를 건너 에티오피아와 거래되었다. 이 두 가지 곡물의 성공은 부 분적으로는 뷰육차트마의 방앗간 주인이 흡족해했던 단단한 겉껍 질(또는 깍지husk) 덕분이기도 하다. 이 보호 표피는 진균류 감염을 막고 미생물에 저항할 뿐 아니라 춥고 습한 여건과 벌레나 새로부 터 알곡을 보호하는 물질적 방어막이 되어줘 더 오래 저장할 수 있 게 했다. 아인콘이 더 튼튼했지만 알곡 수가 두 배인 에머 밀이 우세 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밀이 되었다. 수천 년 동안 이런 상황이 유지되었다.
- 한편 그 뒤에서 진화하고 있던 것은 에머 밀 주변에 등장한 잡초 였다. 이 잡초는 재배된 에머 밀과 '염소 얼굴을 가진' 야생 풀의 우 연한 교잡종이었다. 이 교잡종이 기원전 7000년쯤에 아인콘, 에머 밀과 함께 자랐으며 신석기시대 농부들에게 선택되기 시작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오늘날 이 '잡초'는 빵 밀bread wheat이라 불리며 학명은 트리티쿰 아이스티붐Triticum aestivum이다. 이 품종이 전 세계 밀 작물의 95퍼센트 이상을 차지해 지구상 대부분 사람의 식 량이 되어준다. 고대 세계에서는 이 식물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았 다. 알곡이 작고, 단단한 보호 껍질도 없었다. 빵 밀이 결국 에머 밀 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은 인간이 보호해줄 수 있 는 더 발전한 곡창지대가 형성된 뒤의 일이었다. 이 품종의 장점은 알곡이 왕겨에서 더 쉽게 떨어져나오고, 표피가 종이처럼 얇아서 제분하기 전에 겉껍질을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데 있었다. 이 '벌거 벗은' 밀은 화학적으로도 달랐다. 글루텐 단백질은 끈기가 강해서 반죽하면 탄력성이 더 커졌고, 더욱 가벼운 빵을 만들 수 있었다. 기능도 더 다양했다.
- 서북부 유럽 전역에서 전통적인 제빵 문화를 살펴본다면, 기후가 음식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볼(그리고 맛볼 수 있다. 유럽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빵이 더 납작해진다는 것이 한 가지 일반적인 공통점이다. 햇볕이 충분하고 여름이 덥고 긴 곳에서는 단백질 글루텐 함 량이 높은 빵 밀 같은 곡물을 기를 수 있다. 이런 화학적 특성은 반죽 에 탄력성을 더해주므로 빵을 구우면 반죽 속에 공기 거품이 갇혀 푹신푹신한 덩어리로 부풀어 오른다. 그러나 더 추운 북쪽 기후에 서는 태양광이 적으므로 보리와 호밀, 귀리가 선호된다. 이들 곡물 은 화학적 구조가 다르고 글루텐 함량이 낮다. 따라서 그런 곡물이 전통적으로 길러지는 곳에서는 부풀어 오른 빵 덩이가 아니라 납작 한 빵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남부 스웨덴에는 밀 문화와 푹신푹 신한 빵이 더 많지만, 보리가 재배되는 북부 스웨덴의 제빵사는 납 작 빵과 크네케브뢰드knäckebröd(구운 크래커)를 만든다. 오크니 에서는 베어 보리의 질감과 맛이 전통적 요리와 조리법을 결정했 다. 여기서 중요한 음식은 배넉bannock이다. 이것은 불 위에서 구운 부드럽고 둥근 비스킷 같은 납작 빵이다.
-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는 이런 제빵의 풍부한 다양성은 19세기 말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거의 모든 곡물은 여전히 맷돌로 제분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밀의 배아와 지방분이 밀가루에 남는 다(그 부분이 알곡에서 영양분이 가장 많으며, 단백질과 비타민, 광 물 성분을 함유한다). 오늘날 우리가 구입하는 밀가루와 달리 이것 은 신선 식품에 더 가깝다. 제분된 지 두어 주일 이내, 즉 기름 성분 이 산패해 가루가 덩어리지기 전에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이런 상황 은 롤러 제분기가 도입됨으로써 변했다. 그 기계는 강철 실린더를 사용해 알곡을 으깨고, 배아를 제거할 수 있게 했다. 이 과정에서 알 곡의 가장 영양분 많은 부분이 제거되지만, 그렇게 얻은 정제된 흰 밀가루는 훨씬 더 오래 저장하고 더 먼 거리까지 운반할 수 있다. 나중에 녹색혁명이 일어나고 비료와 화학약품을 먹고 자란 현대 밀이 도입된 뒤에는 전통적으로 보리만 자라던 곳에서도 밀을 재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작물 재배 및 제분 기술의 변화와 함께 유럽에 남 아 있던 납작 빵 문화는 거의 사라졌고, 여러 재래 품종 보리도 사라 졌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길러지는 보리 가운데 인간이 먹는 것은 고 작 2퍼센트뿐이다. 그 대부분인 60퍼센트가량은 동물 먹이로, 나머 지는 몰트(맥주를 만들고 위스키를 증류하는 재료)를 만드는 데 쓰 고, 극히 일부분은 발효시켜 간장과 된장을 만든다. 에머 밀과 아인 콘처럼 보리를 음식으로 먹는 곳은 대개 먼 오지이거나 살기 어려 운 지역이다. 에티오피아의 고원지대에서는 볶은 보리로 만든 보리 차가 전통 음료로 남아 있고, 티베트인은 여전히 고지대의 에너지 원으로서 보릿가루를 차로 반죽한 참파tsampa를 주식으로 삼는다
- 벼의 길들임은 밀만큼이나 경이적이다. 남중국의 수렵채집인이 양쯔강 유역에서 벼 씨앗과 완두콩, 강낭콩, 나무 열매, 땅콩, 도토리 등의 야생종 씨앗도 채집했다. 그러다가 기원전 1만 3000년쯤, 기 후가 온난해지기 시작해 빙하가 녹았다. 물이 흥건한 지역에서 야생 벼가 자라면서 이 식물은 번성하여 더 습한 기후에서 양쯔강 계곡 전역으로 광범위하게 퍼졌다. 야생 곡물의 공급이 늘어나자 수렵채 집인의 인구도 늘었다. 7000년쯤 전 그들은 자연에만 의존하지 않고 습지를 개간했다. 타원형으로 구덩이를 파고(고고학적 자료에 따르면 작은 식탁 넓이) 그 안에 물을 채워 벼를 키웠다. 그렇게 하여 논이 탄생했다.
- 원시 농부들은 습지의 가장자리, 계절이 바뀌면서 물기가 마르곤 하는 땅에서 자라는 식물이 가장 생산성이 높고 씨앗을 많이 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가끔 논에서 물을 빼는 방법으로 이 패 턴을 모방했다. 특정 시기에 식물에서 물을 빼앗으면 식물은 스트 레스를 받고 생존 모드로 변한다. 그리고 번식 기회를 늘리기 위해 최대한 많은 씨앗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논은 이런 꼼꼼한 관찰에 서 탄생한 것으로, 이제껏 고안된 것 중 가장 생산성 높은 식량 시스 템이다.
이 모든 것은 오로지 벼 그 자체가 매우 특별하기 때문에 가능했 다. 벼는 잎을 통해 산소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수면 아래로 끌어내 려 물에 잠긴 뿌리에 전달한다. 다른 식물들은 수면 아래의 혐기성 여건에서는 살아남지 못하므로 논은 일종의 잡초 통제 역할도 한다. 그리고 산성이나 알칼리성이 너무 강해 다른 작물을 기르지 못 하는 토양에서도 논 안에서는 모든 것의 균형이 잡힌다. 괴어 있는 물이 pH 7 정도를 꾸준히 유지하기 때문이다. 논은 자체적으로 비 료도 만들어낸다. 시들어가는 식물과 동물 배설물이 물에서 분해되 어 작물에 양분이 되는 질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논이라는 시스템 은 생산성이 워낙 높아, 인간 역사 전체로 볼 때 세계에서 인구밀도 가 가장 높은 지역은 벼 재배 문화권이었다. 그렇게 발생한 잉여식 품 덕분에 사람들은 미래를 구상할 수 있었다. 앞서서 계획하고 노 동을 분화해 일부 사람들은 기예를 다듬고, 예술을 창조하고, 각자 의 소유물을 만들고, 특권을 획득할 자유를 누렸다. 농부들은 벼를 길들이면서 문명을 형성했다.
- 우리가 오늘날 잘 알고 있는 벼는 세 차례에 걸친 각기 다른 길들 임의 물결의 산물이다. 먼저 양쯔강 분지에서 짧고 둥근 알곡을 맺 는 자포니카 japonica종(초밥에 사용하는 품종)이 나왔다. 그 이후 자포니카종은 북중국과 한국, 일본으로 퍼졌고 그곳에서 더 다양해 졌다. 두 번째 물결은 더 남쪽인 인도 북동부, 라오스, 베트남, 타이 에서 발생했다. 이곳에서 진화한 쌀은 인디카 indica종으로, 길고 가 느다란 알곡을 맺는다(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널리 기르는 벼가 이 품종이다). 한편 방글라데시 삼각주에서는 아우스aus라는 세 번째 야생 품종을 길들였는데, 그 품종은 더 작고 가느다란 알곡을 맺는 다.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교역하는 과정에서 이 서로 다른 품종의 유전자들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2000년쯤 전, 히말라야 산기슭 어 딘가에서 아우스와 자포니카이 교잡되어 오늘날 우리가 가장 높 이 평가하는 품종 몇 가지가 만들어졌다. 그것이 향내 나는 품종인 바스마티basmati와 재스민jasmine이다.
- 이런 주요 벼 무리 외에도 다양한 조리법이 다른 차원에서 진화 했다. 벼가 길들기 오래전에 수렵채집인은 몇몇 식물이 맺은 알곡 을 조리했을 때 다른 알곡보다 더 찰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중국 에서 최초로 발견된 조리용 솥은 1만 8000년 전의 것이다). 이 '찰 짐'은 유전적 변이의 결과물이며, 이 변이를 함유한 곡물이 식단에 포함되었고 사람들이 즐겨 먹었기 때문에 나중에 찰진 쌀이 길들일 품종으로 선택되었다. 오늘날 찰진 쌀에 대한 강한 문화적 선호성 은 아시아의 특정 지역에만 존재한다. 예를 들어 중국 남서부의 윈 난 지방에서는 찰진 쌀을 온갖 요리에 주재료로 쓴다. 그러나 이 지 역 밖에서는 이 품종을 대개 딤섬과 달콤한 요리용으로 쓴다.
- 옥수수 연구자 개리슨 윌크스Garrison Wilkes는 밀파 시스템을 "인간이 이제껏 만들어낸 것 중 가장 성공적인 발명품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12 외부인이 보면 밀파는 그저 서로 경쟁하는 식물들이 아 무렇게나 번잡스럽게 심어진 밭이다. 그러나 이 다양성의 잡탕은 사 실 식물학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균형을 창출하는 복잡한 시스 템이다. 밀파시스템에서 옥수수는 동반자인 강낭콩, 호박과 나란히 심어져 강낭콩이 옥수수 줄기를 지주대 삼아 타고 올라가며, 호박의 넓은 잎은 땅바닥을 뒤덮어 토양 속 습기를 보존하고 잡초를 억제한 다. 그러나 밀파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하에서 벌어지는 일 이다. 강낭콩의 콩 뿌리는 질소를 토양에 고정해주고 다른 작물을 비 옥하게 해주는 미생물의 숙주다. 또한 함께 요리하면 이런 식물은 영 양학적으로 완전한 음식을 만든다. 옥수수는 탄수화물을, 강낭콩은 라이신과 트립토판 같은 필수 아미노산을(이것이 없으면 우리는 단 백질합성을 하지 못한다) 제공하며, 호박에는 비타민이 풍부하다. 수확이 끝나면 토착민 농부들은 닉스타말화nixtamalization라는 독창적인 처리법으로 옥수수를 가공한다. 그 용어 자체는 나와틀Nahuatl어 (고대 아즈텍어)의 두 단어에서 유래한다. 재를 뜻하는 넥스틀리nextli와 옥수수 반죽을 뜻하는 타말리 tamalli를 합친 것이다. 닉스타말화를 하려면 먼저 옥수수 알맹이를 잿물이나 석회 광물(수 산화칼슘)로 만든 화학 용제에 푹 담가서 둘러싸고 있는 단단한 겉 층을 깨부순다. 이렇게 하면 알곡이 부드러워져서 마사 반죽으로 토 르티야를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알맹이 속에 갇혀 있던 영양분이 풀려나올 수 있다. 닉스타말화가 행해진 증거는 3500년 전부터 발 견된다. 옥수수를 처음 가져간 북아메리카인과 유럽인은 옥수수와 함께 진화해온 식량과 농사 지식을 무시했다. 밀파 시스템으로 옥수 수를 키우거나 닉스타말화 처리법을 채택하지 않은 탓에 (원시적이 라고 무시했음) 그들은 막중한 대가를 치렀다. 그들이 새로 고안한 옥수수투성이의 식단에는 필수 영양분이 빠져 있었고, 많은 사람이 비타민 니아신의 결핍으로 초래되는, 몹시 쇠약해지고 고통스러운 질병인 펠라그라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 위대한 요리 문화에서는 모두 곡물과 콩류가 복합적으로 쓰인다. 인도의 달밧'은 수수와 렌틸콩을 함께 쓴다. 일본의 미소는 대두와 보리를 합한 것이다. 토스카나의 스튜인 미네스트 라 디파로는 밀(에머 밀)과 카넬리니콩cannellini beans이 어우러진다. 팔레스타인의 마프톨은 불거 밀bulgur wheat과 병아리콩을 섞는다. 멕시코에는
콩과 함께 먹는 프리홀레스 콘 토르티야가 있으며, 서아프리카의 와키는 쌀과 콩을 섞은 음식이다. 현대 영국식 버전도 있다. 베이크 드빈을 얹은 토스트다.
- 수렵채집인은 다른 식물을 휘감고 빙빙 돌면서 자라는 실 같은 덤불에서 야생 렌틸콩을 채집했다. 야생에서 콩과식물의 씨앗 주 머니는 공기 중에서 폭탄처럼 터져 씨앗을 멀리까지 날려 보낸다( 몇몇 콩과나무의 더 큰 씨앗 주머니가 터질 때는 불꽃놀이 같은 소 리가 난다). 렌틸 몇 종에게서 유전자변이가 일어나 씨앗이 씨앗 주 머니에 박히게 되면서(알곡이 부서지지 않는 품종으로 이어지는 밀의 변이와 대등한 변이), 수확하기에 더 편리해졌다. 이 변화는 1960년대에 남부 그리스의 프랑크티 동굴에서 발굴한 내용물에서 볼 수 있다. 그 동굴 근처의 밭은 3만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집단 이 오가면서 다양한 농사와 식량을 만들어냈다. 바위 아래에 주거 를 정한 최초의 사람들은 수렵채집인이었다. 그들이 남긴 고고학적 흔적 중에는 야생 돼지와 영양의 뼈도 있었다. 1만 3000년쯤 전에 야생 아몬드, 피스타치오와 함께 야생 렌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7000년 전, 동굴 입구 가까운 곳에 만들어진 계단식 대지 에 농사를 지어 귀리와 밀을 (그때쯤이면) 길든 렌틸과 섞어 심었다 는 증거가 있다. 렌틸은 식재료인 동시에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수 단으로서 유럽 전역에 퍼졌다. 수천 가지 재래 품종이 진화했고, 그 중에 슈바벤의 알브린제도 있었다.
- 로리타노는 칼라와야Kallawaya다. 칼라와야란 안데스 지역에서 2000년 동안 전통 의술을 시행해온 샤먼 집단으로, 수가 점점 줄어 들고 있다. 그들은 원래 티티카카호수 북쪽 연안을 차지하고 있던 별도의 민족 집단이었으며 고유한 언어도 있었는데(지금은 사라졌 다), 오늘날에는 안데스 지역 전역의 여러 마을로 흩어졌다. 치유사 로서 그들의 역할은 계속 이어졌고, 여러 세기 동안 칼라와야가 쓰 던 식물은 서구 의학에 흡수되었다. 코카도 그중 하나다. 칼라와야 는 이 식물 잎으로 설사와 두통을 치료했지만 19세기의 유럽 의사 들은 거기서 알칼로이드, 즉 코카인을 추출해 마취제를 만들었다. 널리 활용되던 또 다른 약물은 싱코나cinchona 나무껍질을 말린 것 이었다. 칼라와야는 천 년이 넘도록 그 말린 나무껍질을 말라리아 치료제로 썼으며, 대영제국 전역에서도 같은 용도로 사용했다(키니 네quinine는 이 껍질에서 발견한 복합 성분이다). 1890년대에 파나 마운하 공사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말라리아와 황열병으로 죽 어가고 있을 때 칼라와야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그곳까지 치료제 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1930년대에 서구에서 의사들이 들어오자 칼라와야는 '주술사' 취급을 받았다.
- 일반 뿌리의 기능이 식물을 흙 속에 고정하고 영양소와 물을 공 급하는 것인 반면, 덩이뿌리는 지하의 에너지 저장고와 더 비슷하 다. 이런 저장 기관의 내용물은 기온이 낮아지고 비가 오지 않아 스 트레스가 심한 기간에 동원된다. 식물이 살아남기 위해 탄수화물과 칼슘과 비타민 C의 덩어리로 진화한 것이 거꾸로 인간의 생존 수단 이 되었다. 흙 속에서 보호된 덩이뿌리는 다른 작물들이 실패했을 때 식량을 제공할 수 있다. 또 살아 있는 식품 저장고로서, 일 년이 상 지하에 그대로 방치했다가 필요할 때 캐낼 수 있다. 갈등이 생겨 지상의 곡물 저장고가 적들에게 노획될 위험이 생겨도 덩이뿌리는 안전하게 숨겨진다. 하드자족은 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캐어 먹던 덩이뿌리인 에크와ekwa와 도아이코do'aiko가 없었더라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식민지 이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애버리진과 머농 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 콜럼버스 이후 교역이 시작되자 감자는 구세계로 전해졌다. 그것 은 밀이나 보리보다 약 4000제곱미터당 네 배나 많은 칼로리를 제 공함으로써 수백만 명의 유럽인을 먹여 살렸다. 감자가 없었더라면 구대륙에서 산업화나 제국의 팽창이 가능했을지 의문스럽다.
세계를 바꾼 이 덩이뿌리는 7000년 전에 안데스 지역에서 길들 여졌다. 이곳은 감자 다양성의 중심지, 말하자면 탄생지다. 감자 외 에 다른 덩이뿌리 (마슈아 mashwa, 파팔리사 papalisa, 오카 등)의 탄 생지이기도 하다. 안데스 지역처럼 다양한 덩이뿌리가 있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감자만 보더라도 안데스 지역의 품종은 4000종에 이르며 강낭콩, 옥수수와 교대로 심는다. 이런 다양성은 안데스 전 지역에 있는 소규모 정착촌에서 창출되었다. 
- 아메리카 대륙에서 재배되는 대두는 소수의 유전적으로 단일한 품종을 토대로 하고 있고, 모두 단일경작으로 길 러져 해충과 질병에 취약했다. 그 해결책은 유전자 변형genetically modified(GM) 대두였다. 1996년에 몬산토는 라운드업 레디 대두 Roundup Ready soy를 출시했는데, 이것은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를 기반으로 하는 같은 이름의 제초제(잡초제거제)에 저항력이 있 다. 이 제품은 우연한 발견으로 개발되었다. 몬산토의 쓰레기 구덩 이 한 곳에서 자라고 있는 박테리아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라운드업 이라는 제초제에 저항력이 있음이 밝혀졌다. 바로 이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새로운 대두 품종에 삽입했다. 신젠타도 자체 신품 종인 브이맥스VMAX를 출시했다. 그리고 바이엘도 뒤처지지 않으 려고 리버티 링크Liberty Link라는 신품종을 내놓았다. 2014년이 되 자 남북 아메리카 대륙에서 재배되는 모든 대두의 90퍼센트 이상이 GM품종이었다."
- 녹색혁명처럼 기억에 남을 만한 호칭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것만큼 획기적인 변화가 닭에도 일어났으며 발생 시기는 대략 같은 시기였다. 그 변화가 완료되었을 무렵에는 역사상 다른 어떤 동물도 닭만큼 근본적이고 급속한 생물학적 변화를 겪은 것은 없었다. 닭의 수명은 심하면 35일로 줄어들었으며(집파리 수 명보다 며칠 더 긴) 신체 부피가 너무 빨리 증가해, 만일 인간이 같 은 비율로 자란다면 두 살짜리 인간의 체중이 150킬로그램에 달할 것이다. 식량 생산의 이야기로서는 놀라운 성공이다. 하지만 이런 변형에는 불길한 조짐이 따른다. 고작 20~30년 만에 세계는 거대 한 규모와 더 균일한 방식으로 생산되는 균질한 조류에 점점 더 의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인간이 처음에 어떻게 닭과 만나게 되었는지는 수수께끼다. 하지 만 2020년에 발표된 닭 게놈의 자세한 분석에 따라 적어도 길들임 과정이 시작된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정보는 알려졌다. 20년이 넘도 록 진화생물학자들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특산인 1000여 종에 달하는 닭과 그들의 공통 선조인 적색야계red jungle fowl의 DNA를 수 집했다. 그들은 현대 닭의 기원이 남서부 중국, 북부 타이, 동부 미얀 마를 포함하는 지역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기원전 7500년 이후, 이 곳 사람들은 야생 조류를 길들이기 시작했다. 인간이 이런 조류를 찾아 나선 것이 아니라 새들이 인간에게 와서 발견되었다고 주장하 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 돼지, 양, 염소를 길들인 지 한참 뒤에 나무 위에 사는 이 우둔한 조류가 아시아의 이 지역 농부들에 게 관심을 보였다. 벼 재배가 확산했고, 논은 이런 야생조류에게 잡 초와 씨앗과 곤충을 잡을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벼농사에 이 끌려온 이 닭의 조상은 인간과 꾸준히 접촉하게 되었고, 의존성이 커지면서 길들었다. 농부들에게도 혜택이 있었다. 새들은 해충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비료를 생산하기도 했다. 물론 먹을 수 있는 알도 낳았다. 아마 인간이 이 새를 물리치지 않은 심미적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적색계는 오늘날의 길들인 닭보다 몸집이 작지만 녹색과 붉은색과 금속성의 광택이 감도는 깃털은 훨씬 보기 좋다. 어떤 고대 문화에서는 깃털 모자나 케이프 같은 의상을 입는 것이 신들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여겼다. 하와이에서 이런 제의적 물건은 성공적인 수확이나 전투를 앞두고 더 큰 능력이 필요할 때 족장에게 초자연적 권능을 부여한다고 믿어졌다. 
깃털 제공자인 조류 자체는 천상과 지구 사이를 오가는 영적인 전령, 신성한 현시로 여겨졌다. 닭은 숭배의 대상이면서 제물이었 다. 메갈라야의 감귤류 지역에 사는 카시족은 닭이 모든 인간의 죄를 담고 있는 살아 있는 그릇이라고 믿었으므로, 정화의 의미로 닭 을 제물로 바쳤다. 또 다른 곳에서는 전통적 치유사와 샤먼이 닭의 다양한 부위를 치료 용도로 썼다. 살, 뼈, 내장, 깃털, 볏, 알 등. 닭은 두통과 간질, 천식, 불면증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치료 능력이 있는 걸어 다니는 약사 역할도 했다. 고기와 알은 닭이 가진 여러 매력 가운데 두 가지다. 어떤 문화에서 닭은 투계라는 오락도 제공하 는 한편 다른 곳에서는 새의 행동을 지켜보고 점을 치기도 했다. 특 정 품종은 우는 재능 덕분에 귀한 대접을 받았는데, 어떤 수탉은 너 무 크고 오래 울어서 인도양을 항해할 때 배에 태워 다른 배들이 다 가오지 못하게 막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다. 
- 연산오계의 몸 형태는 적색계와 비슷하며, 그 야생 선조처럼 숙련된 비행사이기 때문에 나뭇가지로 날아올라 잎사귀를 쪼아 곤 충을 잡아먹을 수 있다. 이런 행동은 야생 조류와 똑같으며, 땅을 파 엎고 흙에 몸을 문지르고 알곡보다 풀을 더 좋아하는 입맛 역시 마 찬가지다. 더 빨리 자라고 생산성 높은 현대의 사촌 품종과 달리 오 계는 알을 사흘이나 나흘에 하나씩 낳는다. 이 놀랄 만큼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생김새의 생물은 현대의 가금 산업에서 볼 때는 시대착 오적이다. 한국이 일본에 강점되어 있던 1930년대와 1940년대에 더 빨리 자라고 몸집 큰 닭이 도입되었는데, 그때부터 다른 전통적 품종과 함께 오계도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승숙은 마지막 남은 순종 연산오계를 보호하는 사람으로, 그녀의 일가는 다섯 세대에 걸쳐 이 품종을 길러왔다. 그들의 농장은 서울에서 남서쪽으로 160킬로미터 떨어진 계룡산 기슭의 연산 마 을에 있다. 그 산의 이름은 닭과 용의 산이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이 승숙의 고조부가 오계를 병이 든 한 왕족에게 진상했다. 그 닭죽을 먹은 조선의 25대 왕 철종은 몸을 회복한 뒤 오계를 생명을 구해주 는 특별한 동물로 지정했다.
의학적이고 건강을 지켜주는 새라는 그 지위는 21세기까지도 이 어진다. 이승숙이 말한다. "오계의 뼈는 단단하고 몸은 근육질입니 다. 따라서 내장을 들어낸 뒤 통째로 서서히 끓여 진하고 영양가 높 은 국물을 만듭니다.” 그녀가 연산오계를 멸종 위기에서 지켜내는 데 헌신한 다른 이유도 있다. "그건 살아 숨 쉬는 한국 역사의 한 부 분입니다. 이 닭은 이 땅에서 우리 선조들과 적어도 700년 이상 함 께 살아왔어요. 연산오계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우리 영혼의 한 부분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도도새처럼 과거의 전설적인 동물이 된 다면, 사진이나 박제된 표본으로만 볼 수 있는 존재가 된다면 비극 일거예요."
- 돼지는 길들일 동물이 될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양, 소, 염소는 그럴 수 있었다. 인간은 풀을 소화할 수 없지만 이런 동물은 할 수 있고 젖과 고기와 그 밖의 것을 우리에게 주었 으니까. 이와 달리 돼지는 인간의 경쟁자처럼 보였다. 그들의 이빨, 턱, 소화기관은 반추동물보다는 우리 것과 더 비슷하고, 기회만 있 으면 밭의 작물을 망치고 곡물 저장소를 집어삼킬 수 있다. 하지만 8000년쯤 전 돼지는 농부에게 꼭 있어야 하는 동물이 되었다. 농업 과 정착생활에서는 잉여 식량과 쓰레기가 발생한다. 알곡 껍질이나 인간의 배설물 등 유기물 쓰레기 말이다. 돼지는 기꺼이 그런 것을 모두 먹고 지방과 근육으로 바꾸었으며, 인간을 위한 살아 있는 식 품 저장고가 되어주었다. 양과 닭처럼 돼지를 고기 용도로 죽이는 것은 최대한 늦추어졌다. 살려둔 상태로 그들은 훨씬 더 가치 있는 어떤 것의 원천이 되었기 때문이다. 돼지는 작물에 뿌릴 거름을 생산했다. 길들인 돼지는 장거리 이주에도 도움이 되었다. 이런 살아 있는 지방 공급원이 있으니 사람들은 미지의 장소로 갈 수 있었고, 도착하면 번식할 수 있는 동물들과 함께 굶어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태평양상의 먼 섬에 정착한 최초의 인간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들이 돼지를 데려갔기 때문이다.
돼지가 인간의 정착지에 도입되기 전에 수렵채집인은 멧돼지를 쫓아가서 죽여 고기를 얻었다. 돼지를 길들이려는 최초의 조심스러 운 단계는 아마도 개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먹이를 찾아 인간이 사는 곳에 가까이 온 멧돼지 가운데 너무 공격적인 것 은 죽임을 당했고, 너무 온순하고 겁이 많은 것은 먹이 가까이 접근 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상대하기 시작한 멧돼지는 인간과 함께 있 어도 편안해하는 수동적인 멧돼지였다. 
- 중국어에서 '가족', '집' 또는 '가옥'을 뜻하는 '家'라는 단어는 수천 년 전에 (지붕을 뜻하는) 하나의 상징 위에 (돼지를 가리키는) 또 다른 상징을 추가해 구상되었다. 고기를 뜻하는 '肉'이라는 단어 는 오로지 돼지고기만 가리킨다. 다른 모든 동물의 고기는 종에 따 라 적시되어야 한다. 가령 소고기牛肉, 양고기처럼 말이다.
돼지가 생태 시스템의 핵심 부분으로 자리 잡으면서 농부들은 특 정한 환경에 적합한 품종을 만들어냈다. 대개 둥글고 창백하고 다 리가 짧고 배가 나온 돼지인데, 가장 오래된 품종으로 메이샨Meis- han이 있다.3 메이샨은 세계에서 제일 먼저 길들인 것은 아니지만 오래된 품종 중 하나다. 이 온순한 동물은 제한된 공간에서 인간과 함께 비좁게 사는 데 적응했고, 다양한 식단으로도 잘 살아갔다. 중 국 전역에는 100개 이상의 돼지 품종이 있다. 마오쩌둥 치하의 공 산당 시대에 이르도록 그들의 주된 역할은 네발로 걸어 다니는 비 료 공장 노릇을 하는 것이었다." 돼지는 위기가 닥치거나 축하할 일 이 있을 때만 도축되었고 그 고기는 자주 맛보기 어려운 사치였다. 페로제도의 양처럼 동물이 결국 도축되면 모든 부위가 이용된다. 중국에서는 돼지머리를 통째로 진미로 대접하며, 요리된 돼지 뇌수 는 중국 요리 전문가 푸샤 던롭Fuchsia Dunlop의 표현에 따르면 “커 스터드처럼 부드럽고 위험할 정도로 진하다." 돼지 위장, 내장, 꼬 리, 귀, 엉긴 피 역시 즐겨 먹는다. 돼지의 유전자와 돼지가 먹는 먹 이 때문에 이런 오래된 품종의 고기에는 지방분이 많다. 그런 성질 이 갓을 넣어 찐 돼지 뱃살(메이차이커우러우梅菜抑肉)이나 돼지기 름으로 볶은 채소의 진한 맛 같은 중국 요리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을 형성했다.
- 과학저술가 데이비드 쿼먼David Quammen의 표 현에 따르면 우리가 생태계를 파괴할 때 바이러스의 천연 숙주로부 터 바이러스가 해방된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바이러스는 새 숙주 가 필요합니다. 인간이 그 숙주가 될 때가 많지요.” 그리하여 야생 동물로부터 흘러나온 바이러스가 인간으로 넘어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아마 더 큰 재앙의 경보였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생물다양 성을 지켜내야 하는 가장 이기적인 이유가 생겼다. 우리 자신의 안 녕을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

- 우리는 바다가 무한한 식품 공급처라고 믿었고, 지금까지 그것을 뽑아쓰는 데 지나치게 유능했다. 1880년대에 범선 어선 외에 증기 로 움직이는 트롤어선이 새로 등장했으며, 1900년대 초반에는 디 젤 동력선으로 더 멀리 나가서 더 깊은 바다에서 어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1920년대에 발명된 나일론은 우리의 옷 입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어로활동 방식도 바꾸어놓았다. 몇 킬 로미터씩 이어질 수 있는 고기잡이 그물과 낚싯줄이 생산된 것이 다. 아울러 선상에서 고기를 급속 냉동할 수 있게 되어, 어선들이 바 다 위에 더 오랜 기간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잠 수함 탐지를 위해 설계된 음파 탐지 기술이 어군의 탐지에 응용되 자, 마치 물 밑에서 야생의 생명체를 상대로 새로운 전쟁이 벌어지 는 것과도 같았다. 1954년에 세계 최초의 공장을 갖춘 트롤어선 페 어트리Fairtry호가 진수되어, 하루에 600톤의 생선을 처리할 수 있 게 되었다. 그것은 떠다니는 금광이 되었고, 다른 어선들도 곧 따라 했다. 오늘날 세계에는 어선 460만 척이 있고, 중국만도 심해어선 1만 7000척을 포함한 80만 척의 어선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많은 수는 페어트리호가 치어로 보일 정도로 큰 어선이다. 물고기가 숨을 수 있는 장소는 점점 더 줄어들었다. 어떤 트롤어선은 대양 깊은 곳에서도 잠깐 전류 파동을 발사해 물고기 근육을 경직시켜 움직이 지 못하게 하는데, 그렇게 하면 그물로 잡기가 쉽다.
순수하게 이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바다를 인간 식량의 원천으 로 생각할 때) 이것은 문제다. 33억 명의 인간은 바다에 의지해 단 백질을 얻는다. 전 세계에서 1인당 생선 소비량은 1990년 이후 평 균 두 배 늘었으며, 그 비율은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행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바다에서 그처럼 많은 분량의 생명을 뽑 아오는 것은 재앙이다. 그토록 많은 성어를 포획 대상으로 삼음으 로써 우리는 바다에서 다른 생물종들을 위한 알과 치어와 식량을 고갈시켰다. 양어장에서 기르는 연어와 농어와 잉어를 먹이려고 잡 아들이는 작은 물고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체 생태계는 와해하고 있으며 완결된 식량의 연속성은 철폐되었다. 해양의 삶이 이처 럼 쇠락하면서 우리 존재 자체에 근본적인 어떤 것 역시 사라진다. 
- 원양에서 이루어지는 거의 모든 국제 어로 작업은 각국 정부가 주는 보조금 354억 달러로 조선부터 연료, 냉동, 노동력 가격 등 모 든 것을 충당하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중국이 지 급하는 보조금은 매년 그중 가장 거액인 72억 6000만 달러에 달한 다. 이런 재정 지원이 없으면 그 어선 군단은 본국에서 수천 킬로미 터 떨어진 페루나 아르헨티나 수역에서 조업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러므로 아프리카 어부들은 보조금을 받는 산업 함대와 모리타니 해안을 벗어난 곳에서 경쟁할 방법이 없고, 자신들의 수역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
- 서아프리카 연안에서 조업하는 대형 트롤어선들이 잡은 물고기 는 대부분 전 세계로 거래되지만, 그중 일부는 모리타니에 들어가 서 처리한다. 외국인 소유의 가공 공장은 더 작은 물고기를 양어장 의 물고기 밥과 가축 산업의 사료로 만든다. 모리타니에 있는 그런 공장은 대부분 중국인 소유이며, 거의 모든 물고기밥(그리고 어유 油)은 중국으로 향한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지구상에서 가장 큰 양식 어류의 생산자였다. 그 생산물은 이제 나머지 세계의 양식업이 만들어내는 분량의 총합보다 더 많다.
- 시오카쓰오의 변형이자 일본 요리에서 더 잘 알려지고 어디에나 쓰이는 것이 가쓰오부시다. 돌처럼 단단하게 저장된 이 물고기 의 전통적 버전은 6개월이나 걸려 만들어지고 그 과정은 30단계를 거친다. 시오카쓰오처럼 가쓰오부시도 가다랑어로 만들지만 처리 과정이 더 복잡다단하다. 먼저 물고기를 훈제해 탈수하고 살을 단 단하게 한 다음 아스페르질루스 글라우쿠스aspergillus glaucus라는 곰팡이 포자가 얇게 덮이게 한다. 물고기를 일주일가량 발효시킨 다음 햇볕에 말리고 곰팡이를 긁어낸다(말리고 긁어내는 단계를 여 러 번 되풀이할 수 있다). 그러면 손바닥 크기의 엷은 갈색으로 휘어 진 물건이 남는다. 그것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음식일 것이 다. 그것을 대패로 얇게 썰어 다시마(해초)와 같이 끓여 육수를 내 면, 시오카쓰오 가루를 뿌릴 때처럼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맛이 폭발하고 효소, 아미노산, 젖산, 펩타이드, 뉴클레오티드와 관련된 화학적 반응으로 감칠맛이 몰려든다. 그 모두가 저장 과정에서 물 고기 속에 갇혀 있다가 이제 다시 풀려난 것이다.
- 시오카쓰오가 쇠퇴하게 된 씨앗은 1853년 7월 8일에 심어졌다. 미국 해군 제독인 매슈 페리Matthew Perry가 에도(현재의 도쿄) 항 구에 접근해서 220년간 지속한 일본의 자체적 고립 상태를 끝내라 고 요구했다. 그때까지 일본의 해외무역은 최소한으로 유지되고, 엄격하게 통제되었다. 사람들은 해외여행 허가를 받지 못했고, 심 지어 해외여행이 가능한 배를 건조하지도 못했다. 일본은 대체로 자급자족적 사회였으며, 불교와 신도神道에 따라 대부분 채식주의자 였다. 위장을 채우는 것은 쌀이었고, 맛은 채소와 피클, 국물로 냈으 며, 시오카쓰오 같은 요소를 추가하여 맛을 강화했다. 동물성단백 질의 공급원은 주로 바다였다.
1850년대 말쯤 페리가 미국의 요구를 밝힌 뒤 변화가 진행되었 다. 일본은 다시 교역을 시작했으며, 비단과 차를 수출하고 총과 면화를 수입했다. 일본 지식인들은 서구는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아 시아 국가들은 정체되어 쇠퇴의 길을 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또 한 서구의 힘은 고기와 낙농제품의 식단이라는 연료에서 나오는데, 일본은 채식주의 문화 때문에 지체되고 있다고 짐작했다. 따라서 일본이 경쟁하려면 입맛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872년에 정부는 지금 보면 동물성단백질 광고처럼 들리는 말투로 새로 즉위 한 황제가 육식가가 되었음을 공적으로 발표했다. 군인들의 식사 배급에 고기가 들어가기 시작했고, 요소쿠야食屋라는 새로운 스타 일의 레스토랑이 문을 열어 소고기와 돼지고기, 맥주를 내놓았다. 영국에서 돼지를 수입해 일본 도시에 들여보냈고, 거기서 도시의 잔반을 먹고 길러져 육류 공급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고베 항구는 미국 소고기의 수입항이 되어 정육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그것은 지금도 이어진다.
- 이는 모두 일본 음식 문화에 극심한 변화를 일으켰다. 예전에는 닭고기를 먹는 것이 금기시되었다. 어느 농촌에서나 소는 한가족 으로 대접받았으며, 죽으면 묻어주기까지 했다. 고기를 파는 가게 는 흔히 사회적 낙오자들의 장소로 여겨졌고, "잔뜩 문신한 불한당 이나 서구 영향을 받은 학생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약용으로만 드물게 고기를 먹었다. 그러나 20세기 초반의 몇십 년 동안 고기를 꺼리는 사람은 일본의 급속한 변화에 뒤떨어진 나이 든 세대뿐이었다.
음식 문화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배한 뒤, 미국 점령군 이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시행함으로써 또 다 른 큰 변화를 겪었다. 점령군은 밀, 분유, 통조림 햄을 수입했다(오키나와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러자 쌀 소비가 줄어들기 시작 했다. 1962년에는 한 사람당 일 년에 170킬로그램이 소비되었지 만, 1986년에는 절반 이하로 줄어 고작 71킬로그램만 소비되었다. 그와 반대로 일상의 고기 소비는 한 사람당 30그램이던 것이 80그 램으로 늘었다. 참다랑어 (지금은 멸종 위기에 처한 어종)를 먹는 것 이 일본의 전통이 된게 이때였다. 이 어종은 지금 일본인이 가장 좋 아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인데, 다들 그것이 분명 일본 요리의 오래 된 특징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 세기 전의 일본 인은 참다랑어가 기름기와 피가 많고 뚱뚱하고 하급의 생선이라 여 겼고, 스시 재료로 가장 인기 높은 것은 가자미나 감성돔 같은 흰살생선 그리고 대합과 오징어 등의 해산물이었다. 일본 음식 역사 의 전문가인 트레버 코슨Trevor Corson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참다랑어를 내놓는 요리사를 멸시했습니다. 그건 그냥 내다 버리는 생선이었어요." 그 지위를 바꾼 것은 전쟁이 끝난 뒤 붉은 살코기가 들어오게 되면서였다. 참다랑어는 가장 부드러운 소고기와 외형과 질감이 같았고, 1970년대 일본인의 입맛이 이런 색다른 맛과 질감 을 찾는 쪽으로 옮겨가면서 점점 더 인기를 끌었다.
- 당시 일본은 기술의 붐을 누렸고 카메라, 전자기구, 광학렌즈 등 의 화물이 비행기에 실려 북아메리카로 판매되던 시기였다. 일본항 공의 한 물류팀은 이런 값비싼 비행기가 짐을 부린 뒤 빈 채로 귀국 하는 대신에 국내로 들여와서 팔 만한 제품을 찾아보았다. 팀원이던 아키라 오카자키Akira Okazaki는 북대서양 연안의 취미 낚시꾼들이 참다랑어를 잡았다가 그냥 내버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항공사는 냉장 시스템을 갖추고 이 엄청나게 큰 물고기를 일본으로 가져갔다.
이 공급망은 참다랑어가 사람들이 최고로 원하는 음식인 동시에 바 다에서 가장 위기에 처한 물고기가 되는 데 일조했다. 새롭고 맛이 더 진한 고기 음식 쪽으로 입맛이 바뀌고 있으니, 시오카쓰오와 그 것으로 맛을 돋우는 소박한 나물 요리를 누가 원하겠는가?

- 굴을 먹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들의 운명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 것은 핵심종이며, 바다에 사는 다른 생명들을 지원한다. 굴 한 마리는 매일 바닷물 200리터를 여과하고 정화하며, 숫자가 늘어나면 다른 해양 동물을 위한 안전한 피신처가 되어줄 수 있다. 굴밭에는 100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생물종이 살 수 있다. 굴의 수가 수백만 마리까지(심지어 수십억 마리까지) 늘어나면 굴은 완충지대를 구 축하여 해안선을 침식에서 막아줄 수 있다. 굴은 행성에서 가장 맛 있고 건강한 식품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사키Saki'의 단편에 나 오는 한 인물이 이야기하는 "굴의 공감적 비이기성"은 전적으로 옳다.
음식으로서 굴은 먹는 사람을 특정한 장소와 시간으로 데려갈 놀라운 힘을 지녔다. 굴은 산 채로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동물 가운데 하나이며, 어느 한 부위도 버리지 않고 먹는(껍데기만 제외하고) 아주 드문 사례다. 굴의 살, 배, 소화 기관, 심장, 아가미, 피까지 모두 먹는다. 그 모든 것이 한입에 들어 간다. 살은 쫄깃하고 달콤하지만, 배에는 굴이 먹고 산 식물의 맛이 남아 있다. 어떤 굴은 기름진 맛이 날 수 있고, 또 어떤 굴은 올리브 나 익힌 채소 맛이 날 수 있다. 굴의 '피'(또는 적어도 그 순환기를 이 루는 액체)는 대부분 바닷물인데, 그것이 굴 맛에 영향을 주는 또 다 른 큰 변수다. 어떤 굴은 아주 짠 해수에서 살고, 또 어떤 굴은 민물 강이 바다와 만나는 심심한 물에서 살기 때문에 짠맛이 덜하다.
굴이 잡히는 시기도 중요하다. 한겨울이 되기 전, 동면 상태로 들 어갈 때 굴은 먹이를 잔뜩 먹고 살을 찌운다. 굴이 가장 통통하고 단 맛이 나는 때다. 봄에 바다가 되살아나고 굴이 다시 먹이를 먹기 시 작하면 맛이 또 한 번 변한다. 그러나 여름은 굴의 번식기이므로, 굴 에 알과 정액이 가득 차서 쓴맛이 난다. 8월이 되어 알을 낳았을 무렵이면 굴은 축적했던 자원을 다 써서 가장 홀쭉해진다(영어로 R이 있는 달에만 굴을 먹으라는 말은 이 때문이다). 5 굴을 먹을 때는 다 른 변수도 있다. 굴이 잡혔을 때 날씨가 따뜻했는가, 추웠는가? 비 오는 날이었는가? 바다로 흘러드는 개울물에 영양분이 많은가? 굴 한 마리는 시간, 장소, 기후, 유전학의 반영이 될 수 있다. 어떤 전문 미식가는 굴 껍데기를 쳐서 열고 살을 씹어보고 짠 즙액을 마시면 그 굴이 해안 어느 지역에서 수확되었는지 맞힐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맛을 보면 굴은 바다가 줄 수 있는 것 중에서 와인에 가 장 가깝다.
-18세기 프랑스에서 굴 양식은 번성하는 산업이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이 사업이 식량을 제공하고 프랑스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 굴 양식을 권장했다. 그래서 퇴역 군인들에게 굴밭 을 선물로 주어 굴 양식업자가 무더기로 생겨났다. 토착종인 납작 굴이 이미 공급 부족 상태였기에 이런 양식장에는 다른 품종의 굴 이 도입되었다.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포르투갈 굴학명 Crassostrea angulata이었다. 1860년대에 이 굴을 잔뜩 싣고 보르도 근처의 아르 카만으로 향하던 배 한 척이 폭풍우를 만나 가까운 강 하구에 화 물을 내려야 했다. 그 굴이 살아남아서 해안을 따라 자리 잡았고, 나 중에는 프랑스 현대 굴 산업의 자원이 되었다. 그러다가 1950년대 에는 포르투갈 굴이 병으로 타격을 입게 되었다. 그 때문에 지금은 흔해진 태평양 굴, 크라소스트레아 기가스Crassostrea gigas ('거인' 이라는 의미)가 1966년에 도입되었다. 오늘날 유럽에서, 아니 세계 어디에서든 먹는 굴은 십중팔구 아마 이 종류의 굴일 것이다. 이 품 종은 1900년대 초반에 상업적 용도로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되었 으며, 개체수가 급속히 늘어 올림피아나 올리학명 Ostrea conchaphi- la 같은 토착 굴을 따라잡았다.
태평양 굴은 여러 세기 동안 아시아에서 길러졌다. 납작 굴보다 빨리 자라고, 더 크고 튼튼하며, 질병에도 덜 걸린다. 부드럽고 납작 하고 자갈처럼 생긴 유럽 토착종과 달리 태평양 굴의 껍질은 날카 롭고 삐죽삐죽하고 겹치는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그래서 '바위굴 rock oyster'이라고도 부른다). 20세기에 이 품종은 전 세계로 퍼졌 다. 납작 굴이 빅토리아시대 노점 음식이었다면 태평양 굴은 맥도널드다. 

- 과일 재배는 곡물이나 콩 농사를 짓는 것과는 전제가 다르다. 가 지치기를 해주어야 하고, 가지와 덩굴을 다듬어 수확하기 쉽게 만들 어야 하며, 특정한 품종을 유지하려면 접목과 효율적인 복제 (한나 무에서 봉오리나 작은 가지를 잘라 다른 나무의 뿌리나 둥치에 붙 이는 것이 한 가지 예이다)를 해주어야 한다. 저장 역시 곡물 저장보 다 훨씬 더 까다롭다. 과일은 딴 직후부터 빠르게 시들고 썩는 과정 이 시작된다. 보존 기술은 한계가 있다. 살구와 사과를 햇볕에 말리 고 포도로 와인을 담그고 사과로 사이더를 만들지만, 어느 것도 밀 이나 옥수수 알갱이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쓰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그리고 같은 규모로 이루어질 수도 없다. 어떤 과일 재배자들 은 동굴 같은 천연의 서늘한 환경을 이용했다(중부 튀르키예의 카파도키아 같은 곳에서는 지금도 수확한 레몬을 항상 섭씨 12.8도로보관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과일 문화에서, 또 과일을 재배해온 거의 모든 역사에서 과일은 길러낸 장소에서 소비되었다. 서로 다른 과일 품종이 수없이 만들어진 것은 이 때문이다. 다른 작물들처럼 우연한 유전적 변이와 인간의 선택이 더해져 엄청난 다양성이 창출 되었다. 몇몇 과일 품종은 운명 같은 우연적 발견의 산물이었다. 예 를 들어 사과의 그래니 스미스와 골든 딜리셔스 품종은 우연히 씨가 뿌려졌다가 눈에 띄었다. 어느 눈썰미 좋은 재배자가 이 두 품종이 한 나무에서 자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앞에서 보았듯이, 클레 멘타인은 19세기 알제리에서 자라던 한 변이 만다린을 통해 세계에 왔다. 총괄적으로 볼 때 식물학자들은 배품종 variety (또는 재배품 종 cultivar) 3000종, 감귤류와 바나나 각 1000종 이상, 사과의 경우 7000종이라는 놀라운 숫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기 록에 남은 품종들이다. 이 정도의 다양성은 우리 중 거의 아무도 겪 지 못할 테지만, 그 이유는 과일 때문이 아니라 공급 체계가 변했기 때문이다.
- 냉장 체인이 끊어지지 않고 작동할 경우, 세계 한편에서 길러진 신선한 과일이 이제 지구 반대편에서 소비될 수 있다. 과일(및 다른 음식) 소비에서 계절적 요소의 영향은 줄어들었고, 적어도 잠재적 으로는 식단이 다양해졌다. 그러나 모든 과일이 새로운 전 세계 공 급망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균일화가 비집고 들 어왔다. 국제무역의 엄격성을 감당할 수 있는 과일 품종이 거대한 단일경작 체제로 재배되었다. 20세기 후반에는 소수의 과일 품종만 이 세계의 대농장, 과수원, 과일 그릇을 지배하게 되었다. 사과를 예 로 들면 레드 딜리셔스이고, 배라면 바틀릿이 그런 품종이다. 바나 나의 경우 캐번디시였다. 감귤류는 발렌시아와 네이블 오렌지였다. 이 시기에 과일 육종을 관리하는 회사는 점점 줄어들었다. 20세 기가 끝날 무렵 이 관리권은 대개 정부가 자금을 대고 대학이 지원 하는 공공기업의 손에 들어갔다. 그러나 갈수록 점점 그것은 이제 민영화해 '마케팅 그룹'과 '클럽'이 주도하게 되었다.  그들은 전세계 과일 시장에서 최고위 품종들을 개발하고 소유하고 있다. 재즈사과, 드리스컬 딸기, 슈퍼스위트 파인애플, 코튼캔디 포도가 모두 이런 사례다.
신품종의 과일을 육종하는 일은 여러 해 걸리고, 수십 억의 투자 금을 쏟아부어야 슈퍼마켓에 진열된 만한 과일을 얻을 수 있다. 우 연에 맡길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신품종은 수익을 내려면 대규모 로 재배해야 한다. 전 세계 고객에게 닿으려면 시장 판매대에 오래 올려져 있어야 하며, 냉장 체인이 제시한 조건뿐 아니라 슈퍼마켓 이 내건 구체적 요구(과일 크기와 색깔에서 당도와 수분 정도까지) 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균일성이 승자가 되고 다양성이 쇠락한 이유는 여기 있다. 하지만 다음에 나올 이야기가 보여주듯이, 이런 시스템은 변하고 있다. 그럴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 지금 전 세계의 대부분 국가에 있는 것은 아주 특정한 성질의 사과 품종들이다. 사과는 달콤하고 아삭아삭해야 하며, 오래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준에 맞는 품종들이 전 세계 슈퍼마켓의 선 반을 재빠르게 점령했다. 레드 딜리셔스(1870년대에 아이오와의 한 농부가 발견한 품종)는 한 세기 동안 미국 내 최고 인기 사과 품 종의 지위를 누렸으며, 최근에야 그 지위를 갈라에 넘겨주었다. 미 국사과조합의 마크 시틴Mark Seetin이 말한다. “사람들은 더 달콤하 고 더 아삭한 사과를 원합니다. 산업계는 갈라를 아주 좋아해요. 질 소 저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아홉 달 뒤에 꺼내도 여전히 나무에서 갓 따온 것 같은 맛이 납니다."
갈라는 영국에서도 대표적 판매 품종이 되었고, 그 뒤를 따라오 는 것이 골든 딜리셔스, 그래니 스미스, 브레번 등이다. 더 최근에는 핑크레이디, 재즈, 후지가 추가되었다. 이 세 품종 모두 20세기 육 종 프로그램(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일본)의 산물이다. 그리고 모두 소규모의 '엘리트' 품종을 부모로 한다. 육종은 길고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므로, 그 산업은 가장 성공적인 사과를 접붙 이기해 안전하게 진행하려는 경향을 띤다. 예를 들어 골든 딜리셔 스는 교차 교배해 갈라를 만들었고, 갈라는 또 브레번과 교차 교배 해 재즈 사과를 만들었다. 레드 딜리셔스는 교차 교배해 후지를 만 들어냈다. 이것들은 모두 육종되어 빨리 딸 수 있고 수익성 높은 품 종을 만들어냈으며, 장기간 저장되고 여러 나라에서 길러질 수 있 다. 12 슈퍼마켓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눈에 잘 띄어야 하 고 품질이 꾸준히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런 사과를 살 때 그것이 어떤 맛이 날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어떤 계절이건, 혹 은 어떤 세상에서 사과를 먹게 되건 간에 맛에서든 질감에서든 예 상치 못한 놀라움이나 예외는 없다. 그런데 타닌이 풍부한 브라운리스 러싯과 포트와인 같은 블레넘 오렌지는 더 복잡한 맛을 낸다. 이런 상업적 신품종을 만들어내는 것은 큰 사업이며 재즈나 핑크 레이디 같은 품종은 '마케팅 클럽marketing. clubs' 소속 회사들의 배 타적 자산으로 라이선스를 받는 품목이다. 육종가, 과일 재배자, 수 출업자 들의 공급망 전체가 클럽에 한데 묶여 있다. 이런 클럽이 어 떤 특정 브랜드의 사과 품종을 세계 각지의 어디에서 기르고 분배 하고 홍보할지를 결정한다. 슈퍼마켓에는 이런 시스템이 효율적이 다. 13 소수의 공급자만 상대하면 되기 때문이다.
마케팅 클럽 시스템에 최근 추가된 것이 2019년 12월에 출시한 코스믹 크리스프다. 평균보다 살짝 더 크고, 깨알만 한 점들이 빨간 색 껍질 전체에 별처럼 퍼져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깨물 때 나 는 소리가 다른 경쟁 품종들보다 훨씬 더 아삭하게 들린다고 한다.
- 판매대에 올려진 사과를 보면서 그것이 만들어진 사연까지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과는 수천만 달러의 투자, 20년간의 기획과 육종 과정, 실험용 나무 수백 그루에서 따온 과일 들의 선별과 맛보기 과정이 투입된 사업의 산물이다. 사과 산업에 관한 한 필수적인 품질 하나는 냉장 저장된 상태로 일 년 이상 버텨 줘야 한다는 것이다. 코스믹 크리스프의 특허권은 워싱턴주 소유이 므로, 농부들은 사과나무를 사올 때 한 그루당 또는 사과를 팔 때 한 상자당 로열티를 지불하는 데 동의했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투자가 이루어졌고, 145억 달러를 들여 새 나무 1300만 그루가 심어졌다. 코스믹 크리스프라는 품종은 너무 거대해져서 실패할 리가 없는 존 재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만으로도 그 품종이 사과 판매를 오랫동 안, 아마도 앞으로 몇십 년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 아시아의 토착 품종 사과가 많은데도 중국 소비자는 미국산 레 드 딜리셔스 품종을 점점 더 많이 구입한다. 중국의 신흥 부자 중산 층에게 이 사과는 선망의 대상인 서구 음식이다. 중국 또한 나라 동 부에 갈라와 후지 품종의 나무 수백만 그루를 심었다. 후지 품종은 1930년대에 일본의 육종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사과다. 반면에 이 와 완전히 다른 종류의 다양성이 미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 전적으로 변형된 북극 사과가 가공되어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 사 과가 되었다. 그래서 껍질을 깎고 잘라서 비닐로 포장해 판매하는 용도에 적합하다. 21세기의 사과 세계에는 온갖 종류의 다양성이 있다.

- 캐번디시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단일경작의 슈퍼스타가 된 것 은 그 바나나 하나하나가 복제물이기 때문이다. 이 식물은 스스로 씨앗에서 번식하지 못한다(야생 바나나와 달리). 캐번디시는 땅속 에서 자라는 흡근sucker 하나를 본 줄기에서 잘라 그것을 다시 심는 다(식물학적으로 말하면 바나나는 나무가 아니라 거대한 풀이다).2 이 방법을 쓰면 바나나의 수익성은 높아지지만 복제 식물로서의 단 점이 있다. 캐번디시는 더 이상 진화할 길이 없고 면역 시스템은 새 로운 위협에 적응할 능력이 없다. 유전적으로 똑같은 바나나로 가 득 찬 대농장에서 병균 하나가 한 식물에 들어가면 그 병균은 농장 전부에 들어갈 수 있다. 정확하게 이것이 현재 상황이다.
여러 대륙에서 캐번디시는 죽어가고 있다. 대농장 전체가 치유 할 수 없는 질병인 트로피컬 레이스 4 tropical race 4 (TR4, 파나마 병 또는 시들음병Fusarium wilt이라고도 알려진)'로 죽어간다. 현재 전 세계의 식량 시스템이 워낙 심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보니 그 병은 세계 반대편의 농장에도 퍼졌다.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아프 리카, 아시아 모두가 병에 걸렸고, 중국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바 나나 재배의 최대 지역인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처음으로 발견되었 다. 식물이나 삽, 작업자의 옷에 묻어 운반된 포자 몇 개만으로도 대 농장 전부를 오염시키며, 한번 흙을 통해 전파되기 시작하면 그 땅 에선 더는 캐번디시를 기를 수 없다. 가장 많이 영향받은 것은 캐번 디시 품종을 기르는 방대한 단일경작 농장이지만, 워낙 공격성이 강 한 질병이어서 이런 농장에서 퍼져나가 소규모 농부들이 기르는 다른 품종에도 감염된다. TR4가 계속 퍼지면 서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의 공급에도 심한 타격을 받지만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 카에 사는 50억 인구가 입는 피해는 훨씬 더 심각하다. 이런 지역에 서 바나나는 칼로리의 주공급원이며, 식량안보의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며, 엄청나게 많은 문화적 의미가 담긴 음식이다.
캐번디시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지는 알아둘 가치가 있다. 거대한 규모로 실행되는 음식 식민주의의 특별한 사례일 뿐 아니라 우리가 전 세계의 음식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었는지(그리 고한 번 할 수 있었다면 다시 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계 속의 캐번디시 이야기는 1826년에 아일랜드 식물학자인 찰스텔페어Charles Telfair가 중국 남부에서 한 가족이 텃밭에서 기르 던 바나나나무를 보게 된 데서 시작한다. 자신이 본 광경과 맛본 열 매에 감명받은 그는 모리셔스로 향하던 여행길에 그 식물을 가져갔 다. 그곳에서 바나나는 영국 최고의 열대식물 수집가인 제6대 데번 셔 공작 윌리엄 캐번디시William Cavendish의 관심을 끌었다. 공작 은 더비셔에 있던 자신의 채츠워스 영지 온실에 그것을 심었다('캐 번디시'라 알려진 그 품종은 지금도 그곳에서 자란다). "중국이 원 산지인 ... 이 아주 흥미롭고 지극히 귀중한 식물"에 대한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그리고 영국의 선교사 존 윌리엄스 John Williams가 1830년대에 남태평양의 섬들을 여행했을 때 채츠워스의 바나나 식물을 몇 그루 가져갔고, 그것의 새 이름인 캐번디시도 따라갔다. 여행길에서 살아남은 바나나는 한 그루뿐이었는데, 그 바나나의 흡 근이 그 뒤 100년간 사모아와 통가, 피지, 타히티에서 자라는 모든 바나나의 모체가 되었다.
- 바나나의 기원 중심지인 동남아시아 정글에서 야생 바나나는 (TR4의 고대 선조도 포함한) 곰팡이 질병과 같이 진화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질병은 변하고 식물도 변했다. 숙주(바나나)와 병균(곰팡 이)이 서로를 압도하려는 과정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번식력이 없 고 복제된 바나나(그로 미셸과 나중의 캐번디시 같은)는 적응하고 변화할 능력을 잃었기 때문에 이 진화 과정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 는 곧 질병(진화를 계속한)이 결국은 승리한다는 의미다. 바나나가 작고 고립된 농지에서 자랄 때는 이런 문제를 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19세기 말 최초의 대규모 단일경작 농장이 만들어지자 이런 곰팡이 질병에 참화를 유발할 능력이 생겼다. 수백만 그루의 식물이 감염되어 사업 전체가 소멸해버린 것이다.
초기의 대농장주들은 감염된 농장을 폐쇄하고 깨끗한 감염되지 않은) 땅에서 새로 시작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과일 회사들이 라 틴아메리카에 그토록 매력을 느낀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것이 었다. 전 세계에 퍼지게 된 최초의 치명적인 붉은곰팡이병은 레이 스race 1호였다. 이것에 감염되면 잎사귀가 누렇게 변하고 반점이 생기며, 식물이 속에서부터 썩기 시작한다. 1950년대, 레이스 1호 는 그로 미셸을 심은 수많은 대농장에 퍼졌고, 그 품종의 재배는 경 제성을 잃었다. 이 질병에 저항력이 있는 대체 품종이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빅 마이크', 즉 그로 미셸을 중심으로 구축된 세계적 공 급망에 편입될 수 있는 품종이어야 했다. 여기에 캐번디시가 들어 와서 그로 미셸이 떠난 빈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 내 내 캐번디시를 기르고 그것을 전 세계의 최고 바나나로 삼는 작전 은 성공했다. 하지만 이제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레이스 1호처럼 TR4가 전 세계 바나나 농장에 퍼지기 시작했는데, 캐번디시는 이 질병에 저항력이 없었다. 최초의 대규모 발병은 1990년대에 중국 에서 일어났고, 그다음에 전 세계로 퍼졌다. 그것에 맞서 방어하기 위해 엄격한 생물학적 안전성 기준이 라틴아메리카에 설정되었고, 대농장에는 외부인이 출입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성과는 없었 다. 2019년 8월, 콜롬비아의 농업 당국인 ICA는 자국 바나나 농장 에서 TR4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이 사태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기다리는 중이다.
- 치즈는 세계를 변화시켰고, 인간의 활동 범위를 넓혀 산악 지역 이나 고원지대 같은 지구상에서 무척 살기 힘든 장소에도 정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우유가 치즈로 전환됨으로써 생명을 주는 태양 에너지를 포착하고 저장할 수 있었다. 봄에서 여름 사이에 자라는 풀과 야생화의 자양분이 한겨울에 먹는 음식으로 변형되었다.
세계 각지의 인간들은 우유라는 재료 하나로 셀 수 없이 많은 독 특한 치즈를 만들어냈다. 어디서 만들어지든 어떤 모양인지, 또 어 떤 맛인지는 전적으로 그것이 만들어지는 환경에 달려 있다. 토양 과 초지의 종류, 사육되는 동물의 종species과 품종breeds, 소금이나 장작 등 사용하는 자원, 결정적으로는 우유와 공기 중에 존재하는 미생물(박테리아, 곰팡이, 이스트)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다른 어 떤 음식보다 치즈는 특정한 장소와 계절에 더 밀접하게 연관된다.

-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서 도시 주민은 어렵지 않게 신선한 우유를 마시게 되었다. 철도망이 깔려 농촌에서 액체를 신선하게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 내의 낙농업 역시 번성했다. 이런 우유와 그것을 더 산업화한 제품과 대량소비는 질병, 특히 소 결핵의 증가 를 촉발했다. 18
이에 맞서기 위해 20세기 초반, 저온살균법pasteurisation (우유 를 잠깐 끓어 넘칠 정도로 가열해 살균하는 방법)이 거의 모든 유 럽과 북아메리카에서 법적 필수 요건으로 정해졌다. 이 방법은 우 유속 박테리아를 모두 죽여 없앨 수 있었다. 하지만 치즈를 만드 는 데 필요한 미생물(유산을 만드는 박테리아)도 사라졌으므로, 이 를 대체하기 위해 미세 유기물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배양 균 cultures'을 개발했다. 자연, 지리, 기후는 더 이상 치즈의 성격을 결정하지 못하고 과학이 그런 결정 요소가 되었다. 당신이 세계 어디에 있든, 어떤 계절이든 체더, 카망베르, 고르곤졸라 치즈를 만들 수 있다. 그저 카탈로그를 보고 알맞은 유산균 한 봉지를 주문하면 된다. 장소와 산물 사이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깨졌고 초지와 동물, 농장에서 가져온 미생물들의 복잡한 배열(과거에는 치즈 제조의 핵 심 구성 요소이던 것들)은 점점 더 수상한 취급을 받았다. 지금에서 야 우리는 장내미생물의 과학을 더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이런 미 생물을 배제하면 흥미로운 맛이 사라질 뿐 아니라 우리 건강에도 해로울 수 있음을 깨닫고 있다.
- 왜 오베르뉴 같은 산악 초지에서 만들어진 치즈가 그토록 독특한 지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하다. 젖 짜는 동물이 먹고사는 초지의 생물 다양성 정도가 클수록 그 젖에는 테르펜terpenes (식물의 방어 시스 템의 일부분)이라는 향기 복합물이 더 많이 함유된다.5 초지에서 풀 을 뜯는 동물은 이런 복합물을 섭취하고 그것이 우유로 옮겨진다(테 르펜은 상업 사료를 먹은 소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치즈가 숙성 하면서 테르펜이 진가를 발휘해 여러 층위의 맛을 창출하는 데 도움 을 준다. 여름에는 대수롭지 않은 맛이던 치즈가 진정으로 기억에 남 을 만한 것으로 변한다. 하지만 살레 치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일련의 특징이 드러날 기회가 있다. 젖을 짠 뒤 따뜻한 우유를 허리 높이의 제를gerles이라는 나무통에 쏟아붓는다. 우유가 나무와 접촉할 때 치즈는 이미 만들어지기 시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흰 벽으로 둘러싸인 낙농장 안에 임상 장비가 있는 것을 보는 데 익숙한 위생 조사관들에게는 이런 시설이 기겁할 만한 광경일지도 모른다. 수십 년은 묵었을 통은 화학 세제로 씻은 적이 한 번도 없었 다. 다만 치즈 제조 과정에서 남은 액체로 헹굴 뿐이다. 이는 살레 치즈 제조자는 그저 우유를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을 기르고 있기 때문이다. 목제 제를의 안팎에 사는 박테리아는 매우 다양 하고 활력이 넘쳐서, 다른 대부분 치즈와 달리 우유를 시큼하게 하 고 발효를 시작하게 만드는 종균배양액이 필요 없다. 나무통 안에 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분석한 미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제를 속으 로 우유가 쏟아진 뒤 몇 초 이내에 막대한 분량의 이로운 박테리아 가 우유에 접종한다. 유산균 농도가 너무 높아서 이런 여건에서는 위험한 병균이 살아남을 수 없다. 살아남은 것이 있다손 치더라도 건강한(바람직한) 미생물이 그것을 압도하며, 과학에서는 이 현상 을 '경쟁적 배제 competitive exclusion'라 부른다. 치즈가 숙성되는 동 안 유산균은 계속 원치 않는 미생물의 위협을 저지한다. 미생물의 관점에서 보자면, 좋은 박테리아에 최선의 집을 만들어주는 것이 치즈 제조자가 할 일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병균 박테리아인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게네스Listeria monocytogenes를 잔뜩 집어넣은 제를로 실험해보았다. 몇 주일 뒤, 이 오염된 나무통 으로 만들어진 치즈를 검사했더니 병균이 사라졌다. 제를은 유해한 잠재력이 있는 해충에는 매우 적대적인 여건이었다.
일 년간 숙성한 살레 치즈 원판 하나를 잘라보면 알갱이와 반점 이 있는 진한 노란색 반죽이 보인다. 원판 하나마다 고유의 독특한 맛이 있다. 최고의 맛을 내는 살레는 고기 같고 육수 같고 버터 같고 풀 같은 맛이 난다. 산지 농부들의 작업을 지켜본 치즈 전문가 브론 웬 퍼시벌Bronwen Percival의 표현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는 "야생적 이고 뻔뻔한 맛을 낸다. 이것은 분명 다양성의 장점 가운데 하나다. 복합적인 음식, 약간은 예측 불가능하며, 분명히 지루하지는 않은 음식이다.
- 전 세계의 수많은 치즈와 요구르트에 쓰이는 종균을 배양하는 공장 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소박한 교외에 있다. 공장이라는 단어는 잘 못된 인상을 준다. 그곳은 SF영화에 나오는 거대한 화학실험실과 더 비슷하다. 내부는 밝고 긴 복도를 따라 '연구 구역'과 탈오염 구 역이 연결되어 있는데, 창문을 통해 로봇 팔들이 철저하게 소독된 방 안에서 액체와 가루를 운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장 안이 워 낙 넓다 보니 근무자 4000명은 전동 스쿠터를 타고 휭휭 돌아다닌 다. 크리스티안한센Chr. Hansen은 세계 최대의 유산균 생산업체다. 이곳에서 박테리아 배양액이 냉동 알갱이나 작은 병에 담긴 형태로 전 세계의 치즈 제조자에게 보내진다.
숙성한 맛을 내는 체더나 몬터레이잭을 만들고 싶은가? 크리스 티안한센은 그런 유형의 치즈를 만들 수 있는 종균배양액 목록을 갖고 있다. 아니면 에멘탈처럼 구멍이 숭숭 난 알파인 치즈를 만들고 싶은가? 그걸 만들게 해주는 배양액도 주문할 수 있다. 카망베 르, 모차렐라, 페코리노, 페타 스타일 등 온갖 다른 치즈도 마찬가지 다. 그 회사는 낙농 세계에서 가장 넓은 범위의 배양액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기성품 미생물이 있으면 식품 생산자는 세계 어떤 치즈 든 모두 얻을 수 있다. 그저 그 회사의 카탈로그에서 치즈 유형과 맛 의 특성을 선택하고 주문을 넣으면 된다. 이 인상적인 과정을 구축 하는 데 한 세기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 미생물이 지휘하는 변형 과정인 발효는 치즈뿐 아니라 알코올을 만 드는 데서도 필수다. 그러나 치즈는 유산균으로 발효되지만 알코올 은 이스트로 발효된 산물이다. 진균류fungus family에 속하는 이 단 세포 생물은 현미경으로만 보이므로 맨눈으론 보이지 않지만 어디 에나 있다. 공기 중에 떠다니고, 식물의 표면을 덮고 있으며, 작은 흙 덩이에도 있다. 자연에서 이스트는 익은 과일과 접하면 당분 분자 를 분해해 에탄올이라는 알코올을 분비한다. 이 과정은 과일을 다 른 박테리아로부터 보호해 부패 과정을 느리게 하고, 병균을 막아 준다. 또한 곤충과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게 먹을 것이 여기 있 으니 찾아오라는 신호로 작용하는 향기 흔적도 남긴다. 그래서 마침내 그 과일의 씨앗을 퍼뜨리게 한다. 식물, 인간, 이스트 사이의 상 호 연관성은 알코올 마시기가 왜 그토록 많은 전 세계 문화의 특징 이 되었는지에 대한 가장 좋은 설명이다. 이것은 '술 취한 원숭이 가 설이라는 근사한 이름의 이론을 낳기도 했다. 이 이론을 들고나온 사람은 생물학자 로버트 더들리 Robert Dudley인데, 그는 선조들이 자연 속에서 저농도 알코올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우리도 음주에 이 끌린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하나의 종으로서 우리는 그것을 먹으면 서 성장했다는 것이다.
- 과일은 고대 인간에게 있던 중요한 영양학적 격차를 메워주었지 만, 충분한 양을 소비하려면 신체가 에탄올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 다. 에탄올은 독성 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독성이 있으며, 모든 영장류가 그 화학물질을 처리할 능력이 있지는 않다. 과거에 일어 난 어떤 유전자변이가 인간에게 우유를 소화할 능력이 생기는 방향 으로 진화한 것처럼 알코올 대사 능력도 늘렸다. 이는 인간이 숲의 바닥과 사바나의 나무에서 떨어져 발효한 과일을 채집해 많은 양을 먹고도 몸이 아프지 않게 되었음을 의미했다. 과일 속 에탄올은 심 지어 고대 인간의 과일 섭취량도 늘렸다. 바로 '식전주 효과'이다. 알 코올은 우리 기분을 더 좋게 해줄 뿐 아니라 식욕도 자극해, 술을 마 시면 더 많은 음식을 먹고 더 많은 에너지를 더욱 빨리 흡입하게 된 다. 영양가 있는 익은 과일이 있는 곳으로 이끄는 향기의 흔적을 따 라온 고대 인간이 다른 동물이 오기 전에 많은 양의 과일을 서둘러 먹을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 이 이론이 옳다면 음주는 우리 DNA에 고정으로 설정된 특징이 다. 알코올을 대사하기 쉽게 해주는 변이가 우리에게 남았고, 몇백 만년 뒤 우리 선조는 더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지닌 음료를 제조하 는 독창적인 방법을 발견했다. 곡물과 과일을 재배하기 시작하고, 그것으로 알코올을 만들게 된 농부들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스트 균주도 길들이게 되었다. 양조의 경우, 이 길들임은 그 이전 의 양조에서 남겨진 이스트가 새 양조에 쓰였기 때문에 발생했다. 진화적 기준에서 이는 인위적 선택이라 부른다. 19세기에 루이 파 스퇴르가 특정한 이스트를 추출하는 방법을 발견함으로써 양조가 더 정밀한 과학으로 바뀌게 되었다. 어떤 형태를 취하든, 수천 년 세 월 동안 알코올은 인간의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존재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우리 종의 역사는 알코올과 뒤엉켜 있다. 
- 알코올성 음료는 치즈만큼이나 지리적인 산물이다. 햇볕이 풍부 하게 내리쬐는 지역에서는 발효 가능한 설탕을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가 과일인데, 현대 조지아의 코카서스와 이란의 자그로스 산지에 와인 문화가 등장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 덥고 건조한 지역 에선 물이 부족할 때가 많지만, 뿌리가 깊이 뻗는 야생 포도 덩굴은 지하수에 닿을 수 있다. 포도원을 만들고 포도로 와인을 빚는 작업 은 물을 뽑아내는 품위 있는 방식이며, 포도 껍질에서 이스트가 자 연적으로 생기듯 알코올의 생산도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북유럽 처럼 더 서늘한 지역에서는 밀과 보리 경작이 성행했으므로, 양조 문화가 발전했다. 양조 과정에서는 발효뿐 아니라 끓이기도 해야 하므로 물보다 더 안전하고 에너지와 미세 영양소, 이로운 미생물로 충만한 음료를 만들어냈다. 허브, 향신료, 호프가 추가되어 맛과 보존 효과를 더했다. 맥주는 '액체 빵'이었다(아마 제빵의 부산물이 었을 수도 있다). 중국에서는 점성 쌀을 발효해 미지우酒, mijiu 같 은 알코올성 음료를 만들었고, 일본에서는 사케sake를 제조했다. 에 티오피아의 꿀 채집자들은 테지tej (또는 꿀술mead)를 만들고, 앞서 보았듯이 중앙아프리카에서는 바나나로 맥주를 만들었다. 남아메 리카 여러 지역에서는 옥수수와 감자로 맥주와 증류주를 만들었고, 중앙아시아의 초원지대에서는 쿠미크족Kumyk이 발효된 마유乳 로 알코올성 음료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다.
알코올에는 정신을 변화시키는 성질이 있어 종교와 서로 뒤얽 히고 신앙 체계에 뿌리를 내리는 일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기독 교에서 성변화transubstantiation란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피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신사에서는 사케를 신들에게 바친다. 또한 안 데스 지역에서 보았듯이, 샤먼들은 감자 증류주를 지모신인 파차마 마에게 봉헌하기 위해 신성한 돌 위에 붓는다. 지난 몇천 년간 개발 된 맥주 양조 기술의 대부분은 수도사들의 공적이다. 코란은 음주 를 금지하지만 9세기에 증류라는 근대 과학을 익힌 것은 아랍의 화 학자들이었다. 의학적으로 적용되는 과정을 넘어 그 기술은 나중에 아쿠아 비타이 aqua vitae, 즉 위스키와 보드카, 버번, 브랜디 등의 원 액이 되는 '생명의 물'을 생산할 수 있게 했다.
- 유라시아의 심장부에 자리 잡은 위치 때문에 조지아는 침공받은 역사가 길다. 이교도의 왕들은 몽골, 페르시아, 기독교 개종자에 폐 위되었고, 그들은 또다시 무슬림 오스만제국에 정복되었다. 그 뒤 에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병합되었고, 집단화와 냉전이 뒤따랐 다. 이 질풍노도의 시기 내내 와인은 변하지 않고 남아 있던 몇 안 되 는 존재였다. 조지아 전사는 자신들의 포도원에서 잘라온 작은 가 지를 갑옷 밑에 품고 전쟁터에 나갔다고 한다. 그것이 무엇을 상징 하건 이런 행동에는 실질적인 동기가 있다. 이들이 집에 돌아갔을 때 자기 마을이 파괴되고 농장이 불에 타 없어지거나 점령당했다 면 자신이 품고 다니던 포도 가지를 땅에 심어 다시 키우려는 것이었다. 그 가지는 이제껏 조지아에서 확인된 500종가량의 토착 품종 중 하나일 수 있다. 그 품종 컬렉션은 전 세계의 포도 다양성 전체에 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다른 곳에선 발견되지 않는 품종도 있다. 이 야생 유전자와 재배된 유전자풀이 없다면 피노 누아르, 네비올로, 시라 같은 와인은 절대 존재하지 못했으리라고 바빌로프는 주장했 을 것이다.
조지아의 음주 의례는 그 나라의 피비린내 나는 과거를 반영한 다. 잔들이 쟁그랑 부딪치면 '그대의 승리에게!'라는 뜻의 “가우마르 조스Gaumarjos"라는 건배사가 울려 퍼진다. 와인 제조자도 자신들 의 작업에 정신적 차원을 부여한다. 그들은 와인이 액체가 된 햇빛 이며, 음주는 신과 소통하는 방식이라고 여긴다. 그 나라의 농촌 지역에서 거의 모든 집은 포도밭과 지하실과 크베브리를 둘러싸고 지 어지지만, 어느 것도 판매용으로 병에 담지 않는다. 동물 가죽에 담 겨 운반되어 항아리에 부어진 와인은 가정의 식탁을 위해 만들어진 음료였다(라마즈 니콜라제는 삼십 대 후반까지는 와인을 병에 담 지 않았다). 이 문화에서 일련의 가치가 생겨났다. 이는 와인이 무엇 인가 하는 것만이 아니라 무엇이 와인이 아닌지를 말하는 가치이기 도 하다. 이 세계의 에토스ethos에 따르면 당신은 아이를 기르듯 와 인을 기른다. 와인 제조자라는 단어도 탐탁잖게 받아들여진다. 와 인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의 손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다. 제조자는 야생 이스트를 만나서 와인으로 발효될 운명을 미리 타고난 포도를 위한 안내자일 뿐이다. 포도를 크베브리 안에 넣는 것은 와인이 발달하고 스스로의 발로 서게 해주는 낮은 정도의 개 입 방식이다. 조지아인은 땅에 묻힌 크베브리 안에 있는 와인을 어머니 품속에 안긴 것으로 묘사한다. 대지가 어머니다. 농부가 포도 밭에서 일을 제대로 해내고 튼튼한 포도를 생산하면 크베브리 안에 서 다른 것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존 우더먼John Wurdeman은 "나쁜 농사와 빈약한 와인 제조는 마치 거짓말을 한 아이와도 같다"라고 말했다. 동부 조지아에 터전을 잡은 미국 태생의 와인 제조자인 존 의 말은 자연에 대한 이런 믿음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첫 번 째 거짓말을 숨기려고 점점 더 많은 거짓말을 하게 되며, 계속 그렇 게 이어진다." 그러므로 토양이 건강하면 많은 비료가 필요하지 않 다. 식물이 건강하고 다양하면 살충제를 뒤집어쓰지 않아도 될 것 이다. 와이너리에서도 와인을 교정하기 위해 산업적 처리가 필요하 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고대적 와인 제조 방식 (그리고 그에 대한 생각)은 20세기에 조지아 북쪽에 있는 거인 이웃인 러시아의 지시 아래 변하게 된다.
- 조지아의 와인 전통이 공산주의에 와해되던 시기에 10 다른 곳에 서는 자본주의가 와인 제조를 변형시키고 있었다. 1950년대까지 는 유럽 포도밭 대부분이 아직 소규모였고, 수작업으로 진행했으 며, 광범위한 토착 포도 품종의 고향이었다. 와인 품질은 여전히 자 연에 막중한 영향을 받았다. 포도밭의 토양과 기후가 빈티지 여부 를 결정하는 중심 요소였다. 1960년대에는 이 모든 것이 변하게 된 다. 볼로그와 다른 과학자들이 밀과 쌀을 변형한 것과 똑같이, 그리 고 식품 시스템이 더 산업화하는 것처럼 와인 제조도 그 자체의 혁 명을 겪는다.
- 이 와인 혁명의 핵심 인물은 에밀 페이노Émile Peynaud였다. 보 르도의 양조학연구소Institut d'Oenologie에 자리 잡은 이 독창적인 과학자이자 와인 제조자인 교수는 프랑스 와인의 품질을 개선하려 고 나섰다. 페이노가 보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우연에 내맡겨 있었 다. 너무 많은 와인이 농도가 옅고 시큼했으며 상한 과일로 오염되 었다. 그는 와인 제조의 변덕스러움을 엄정한 과학으로 대체하기를 원했다. 이렇게 하면 프랑스가 더 많은 와인뿐 아니라 더 좋은 와인 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그가 제안한 개선책 가운데 몇 가지는 알 기 쉬웠다. 최상의 과일만 따고 나머지는 버린다. 더 잘 익은 포도를 따서 타닌 맛을 순화한다. 위생에 더 신경 쓴다. 더러운 술통을 버린 다. 하지만 페이노는 실험실과 지하실 사이의 간격도 이어주었다. 와인의 pH 농도, 당도, 알코올 농도를 시험하는 방법이 도입되었다. 이는 와인 제조자들이 그때까지는 좋으면 본능적 관행이고 나쁘면 수수께끼로 치부하던 것에서 더 많은 통제력을 쥐게 해주었다. 생 산자들이 페이노의 지침에 따라 목표로 삼을 더 특정한 매개변수가 생김에 따라 프랑스 와인은 일관성이 유지되었다. 더 적은 수의 이 스트 균주를 선별하고 제조하는 데서도 발전이 있었다. 그렇게 하 면 포도주 양조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것들이 합쳐진 효과로 1970년대 말 프랑스의 와인 수출량 은 열 배로 늘었고, 생산량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생산량의 총합보다 많아졌다." 페이노는 이제 현대 와인 제조의 아버지로 여겨진다.  그는 다양성을 귀중하게 여기고 위대한 와인을 만드는 단일한 공식이란 없다고 믿었지만, 보르도의 '페이노화Peynaudisa- tion'가 일어난 뒤 와인 제조의 더 균질적인 접근법이 전 세계로 퍼 지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정말로 위대한 와인은 어떤 맛이 나야 하 는지 더 세계적인 합의가 형성되었다.
페이노의 성공과 프랑스의 수출 증가를 토대로, (페이노에게서 배운) 한 세대의 컨설턴트들이 세계로 퍼져 보르도가 이룬 성공의 비밀을 나눠주었다. 가장 인기를 끄는 와인 컨설턴트인 미셸 롤랑 Michel Rolland도 그들 가운데 하나였다.  롤랑은 1970년대 초반 에 페이노에게서 배웠고, 1980년대에 오대륙의 와이너리에 조언 을 해주었다. 롤랑을 비롯해 컨설턴트들은 시장에서의 성공을 불러 왔다. 영향력이 큰 와인 평론가들도 시장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데, 그중 으뜸이 캘리포니아의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였다. 100점을 기준으로 파커가 매긴 점수는 와인 하나를 성공시킬 수도,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 이 조합, 즉 와인 제조에서의 더 큰 기술적 통 제와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컨설턴트 그리고 영향력 큰 평론가가 국제적으로 애호되는 스타일을 창출했다. 예를 들어 붉은 포도주를 더 대담하고, 더 농익고, 참나무 향이 강한 방향으로 유도하며 알코 올 도수를 높였다. 파커는 특정한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부 인하며, 롤랑은 위대한 와인의 제조법이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많은 와인 전문가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병에 붙이는 라벨의 변화는 주류 스타일의 등장을 지원했다. 이 시점까지 와인은 부르고뉴, 바롤로, 리오하 등 지역명으로 표기되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포도 품종을 표기하는(카베르네 소비 뇽, 샤르도네, 메를로 같은 것으로 시작하는) 라벨이 많아졌다. 프랭 크 스쿤메이커Frank Schoonmaker라는 와인 상인이 시작한 이 추세 는 신세계에서 확립되었지만, 캘리포니아의 와인 제조자 로버트 몬 다비Robert Mondavi 의 독창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주류가 되었다(몬 다비 와인은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 순위 5위 내에 든다). 이 전략의 목적은 와인을 소비자가 더 접하기 쉽게 하는 데 있었는데, 결과적 으로는 몇 안 되는 포도 품종을 슈퍼스타로 만들었다(카베르네 소 비뇽, 샤르도네, 메를로 외에 슈냉 블랑, 피노 누아, 리슬링, 소비뇽 블랑, 세미용, 시라가 있다).
전 세계에서 이런 성공에 동참하고 싶은 와인 제조자 수천 명이 자신들의 포도원에 이런 유명한 품종을 새로 심었다. 보르도의 소 비뇽과 메를로가 세계로 퍼졌다. 아르헨티나에서 오스트레일리아에 이르기까지 수백 년 된 포도밭에 심는 품종이 더 유행을 따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탈리아의 토착 포도 숫자는 1970년대에 절반 으로 줄어들었고, 포르투갈의 도루 지역을 보면 무엇을 잃어버리 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그곳 포도밭에는 여러 포도가 뒤섞여 심어졌다(어떤 곳에서는 100종의 다른 품종이 자라기도 했 다). 이것이 '필드 블렌드field blend'라 부르는 식재 유형이었다. 다양한 재래 품종 밀밭이 농부에게 위험 부담을 줄여주는 것처럼, 이런 필드 블렌드는 재난에 대한 방어력이 있다. 몇 가지 포도가 한 시즌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포도는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1970년 대에 그 지역은 지각변동을 겪고 있던 국제시장에서 더 큰 몫을 차 지하려는 전략의 하나로 다섯 가지 주력 품종에만 집중하기로 결정 했다.
- 새로운 운송 방법 덕분에 더 많은 분량의 와인을 전 세계로 실어 나를 수 있었다. 수만 리터를 거대한 저장 용기에 담아 배에 실을 수 있었고, 플라스틱제 플렉시탱크(흔히 방광이라고 한다)가 발명되 어 한 칸에 3만 병 분량의 와인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산업적으로 생산된 와인은 2000~3000달러를 들이면 대륙을 건너 목적지에서 병에 담기고 라벨을 붙일 수 있었다. 그것은 대부분 점점 커지는 슈 퍼마켓의 와인 판매대에 내놓을 것들이었다. 대량 시장 와인 제조 자들은 또 새로운 주류 스타일과 맛의 성공을 좇았다. 그리하여 파 커 효과가 전 세계에 흘러넘쳤다.
포도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간에 모든 와인은 기술 덕분에 높은 점수를 받은 스타일을 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생산자들은 착 색제, 감미료, 효소, 타닌 분말을 추가해 와인의 외형과 입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쉽게 바꾸었다. 또한 나노 필터, 마이크로 필터, 울트라 필터, 역삼투압 같은 또 다른 혁신적 방법으로 와인의 미세한 입자 를 제거해 맑고 반짝이게 할 수 있었다. 맛이 지나치게 도전적이면 마이크로 산화 기법을 써서 완화했다. 이런 대량 시장용 와인이 처 음에는 어떤 장소에 연관된 감각을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병에 담 길 때쯤에는 그 관계성이 끊어졌다. 하지만 모든 행동에는 반작용 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기술에 집착해 와인을 다루는 접근법은 프랑스에서 저항운동을 유발했다.
- 이 운동의 멤버 중에 쥘 쇼베Jules Chauvet가 있었다. 그는 주로 보 졸레를 생산하며, 화학을 전공했고, 발효 전문가로 유명했다. 쇼베 는 포도밭이 하나의 복합적인 생태계로서 그 안에는 와인 산업에 서 심하게 과소평가된 종이 살고 있다는 생각에 매달렸다. 그가 말 하는 것은 포도 위에서, 그리고 포도 주변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야 생 이스트다. 그는 상업용 이스트를 써야 훌륭한 와인을 만들 수 있 다는 생각을 거부했다. 또한 와인 제조 과정에 아황산염을 다량 넣 는 방법은 피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 물질이 와인 제조자들이 오히 려 권장해야 하는 미생물을 죽여 없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쇼베의 접근법이 상황을 우연에 내맡기는 것은 아니었다. 전통적인 생우유 치즈 제조자들처럼 그는 자연적인 방법에는 대단한 기술과 우수한 과학이 포함되어 있다고 믿었다. 와인의 경우, 이 과학은 포 도밭에서 시작한다. 그는 살충제 없이 자란 강하고 건강한 포도는 바람직한 이스트를 양성하고, 그것은 또 굉장한 와인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추론했다. 포도주의 양조 과정은 느리고 부드럽게 진행해 야 하고, 오염을 피해야 할 뿐 아니라 포도밭이 주는 선물인 미생물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꼼꼼해야 한다. 에밀 페이노가 현대 와인 제조의 아버지라면 쇼베는 내추럴 와인의 아버지다. 그의 생 각이 세계 각지 와인 재배 지역의 생산자들을 고취했다.
2020년에 프랑스의 와인 명칭을 관장하는 유력 단체인 국립원 산지품질연구소Institut National de l'Origine et de la Qualité (INAO) 가 내추럴 와인의 공식적 정의를 발표했다. 가령 그 표준에 따르면 포도는 손으로 따야 하고 이스트는 포도밭이나 와이너리의 환경에 서만 나오는 것이어야 한다는 식이다. 14 '내추럴 포도주Vin Méthode Nature'의 정의는 내추럴 와인 제조자가 스스로 요청한 것이었다. 자신들의 와인이 점점 크게 성공을 거두자 대형 생산자들이 따라서 이 분야에 뛰어들어 그들의 와인을 '천연'이라고 선전할까 봐 걱정 한 것이다.

- 툴리누스Piptoporus betulinus를 달여 마신다. 인간은 음료에서 많은 것을 알아냈다. 신체적 정력의 고양, 정신적 민첩성의 개선, 식욕 억 제, 진통 효과, 피로 감소, 황홀경의 증가 등. 그러나 그 모든 후보 가 운데 지구상의 인간이 거주하는 모든 대륙에서 인간을 자극하게 된 식물은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 (차)와 코페아 아라비 카Coffea arabica(커피)뿐이다. 이 음료에 빠진 초기의 신도들은 두 음료에 신성한 지위를 부여했다. 중국의 불교도는 명상을 더 잘하 기 위해 차를 마셨고, 아라비아반도의 수피 수도사는 집중도를 높 이고 더 강한 기도로 이끌도록 커피를 마셨다. 커피와 차는 모두 쓴 알칼로이드인 향정신성 약물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는데, 그것은 자연의 가장 강력한 방어기제 가운데 하나다. 두 식물의 잎사귀에 주 로 저장된 카페인 성분은 천연 살충제로서 곤충과 배고픈 초식동물 을 물리칠 수 있다. 차나 커피 식물의 잎이 땅에 떨어지면 함유하고 있던 카페인이 토양에 흡수되어 제초제로 작용하며, 경쟁하는 다른 식물들도 막는다. 카페인을 즐기는 것은 인간만의 특징도 아니다. 카페인과 섞인 넥타르는 수분하는 곤충들을 고무해 그 식물로 돌아 오게 하고, 벌은 화분을 퍼뜨리는 대가로 카페인 성분 음료를 얻기 도 한다.
야생의 차와 커피가 시작된 곳(차는 중국 남서부, 커피는 동부아 프리카)에서 수렵채집인은 이런 식물이 자극성이 있음을 깨닫고, 처음에는 잎사귀를 씹었다가 (커피의 경우) 씨앗을 씹어먹었다. 발효와 다른 공정 기술은 나중에 이루어졌는데, 이는 식물 재료를 보 존하는 수단뿐 아니라 그 식물의 힘을 더 많이 활용하는 기술이었 다. 도자기는 2만 년쯤 전에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그 뒤 언제쯤인 지(정확한 시기는 알지 못한다) 건조되고 발효된 잎사귀와 씨앗을 우려내어brewed 음료로 만들었다. 차와 커피는 발원지에서 전 세 계로 퍼져나갔고, 당도하는 곳마다 사람들을 사랑에 빠뜨렸다. 아 니, 차라리 중독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1610년에 네덜란드령 동인 도회사는 차를 최초로 유럽에 수송했다. 1615년에 커피가 그 뒤를 따랐는데, 이때는 베네치아 상인들이 담당했다. 카페인은 전 세계 가 가장 애호하는 약물이 되는 길에 올라섰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 15분 이내에 카페인 효과가 우리의 중추신경계를 타고 달려가서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신경을 활성화하고, 도파민 분비를 촉발한 다. 대부분 사람은 한 잔만으로는 절대 만족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 런 음료에 의존하며 그것이 우리 삶의 일부, 수많은 일상적 제의에 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요소가 되었다. 그 두 가지 식물 카멜리아 시넨시스와 코페아 아라비카는 경제 전체를 변형시켰다(커피 수출 만으로도 브라질은 한 해에 거의 50억 달러를 얻으며, 인도에서는 120만 명이 차 산업에 고용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토록 널리 마시 고 있는데, 왜 차와 커피가 소멸 위기의 음식 책에 올라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두 음료의 발원지에 놓여 있다. 우리가 집중 할 부분은 초점은 야생 차와 야생 커피다. 두 가지 모두 열대 삼림에 서 발원한 것이며,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의 희생자다. 즉 기후변화, 삼림파괴, 생물다양성의 상실 말이다. 차와 커피는 우리 행성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렌즈가 되어준다.
- 커피의 과거가 해결책을 얻을 지침을 줄지도 모르지만, 그것 또 한 문제의 일부다. 커피는 남회귀선과 북회귀선 사이에서 전 세계 를 감고 있는 상상 속의 커피 벨트에서 자란다. 그 벨트는 중앙아메 리카의 코스타리카와 니카라과, 더 남쪽으로는 볼리비아와 브라질, 사하라사막 남쪽의 아프리카(서쪽으로 카메룬과 동쪽으로 소말리 아 사이 지역), 남아시아(남부 인도), 동남아시아(베트남, 인도네 시아, 파푸아뉴기니) 그리고 카리브해의 자메이카와 도미니카공화 국을 포함한다. 이 벨트는 동남아시아의 각 지역과 다른 열대 지역 에 대농장이 세워짐으로써 19세기가 되어서야 완성되었지만, 그 안 에서 자라는 커피의 연원은 모두 남부 에티오피아 고원지대에 있는 야생 숲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커피가 어떻게 동아프리카 밖으로 나와서 그 벨트를 형성하게 되었는지는 왜 커피가 위협받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 위협이라 로야뿐만이 아닌지를 이해하는 데 핵심인 부분이다. 이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길러지는 거의 모든 커 피가 18세기에 전 세계로 퍼진 몇 그루 안 되는 식물의 후손이기 때 문이다.
길게 잡으면 100만 년 전, 남서부 에티오피아의 서늘한 고지대 숲에서 보기 드문 생물학적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두 가지 커피 식 물인 코페아 카네포라 Coffea canephora와 코페아 에우게니오이데 스Coffea eugenioides가 이종교배 되어 새로운 종을 하나 만들어낸 것이다. 그 이종교배는 성공적이었고, 우리에게도 다행스럽게 안정 화되었다. 이것이 세계 커피 대부분의 근원인 아라비카 Coffea ara- bica가 존재하게 된 사연이다. 커피 벨트 지역에서 자라는 다른 종은 아라비카의 부모 중 하나인 코페아 카네포라인데, 일반적으로 로부 스타robusta로 알려졌다. 아라비카는 둘 중에서 더 고급이며, 세계 커피 음용 역사의 대부분을 채우는 종이다. 로부스타는 대부분 인 스턴트커피에 사용되며, 19세기 말에 과학 세계에 알려졌다. 그리 고 상업용 커피로 중요하게 여긴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다. 그러 나 커피가 음용되기 오래전에 그것은 음식이었다.
커피의 생물학적 중심지인 에티오피아의 수렵채집인이 처음 야 생아라비카 식물을 접한 것은 그 열매의 달콤한 과육을 먹기 위해 서였다. 씨앗을 뱉어내기도 했고, 또 생원두를 씹어 먹기도 했다. 오늘날 남부 에티오피아의 오로모족Oromo은 익은 커피 열매를 야생 나무에서 따서 돌절구로 간 다음, 으깨진 씨앗을 버터와 섞어 작은 환으로 만들어 긴 여행길에 먹을 에너지바 같은 용도로 갖고 다닌다. 어떤 시점에서 사람들이 커피 열매를 햇볕에 말리고 볶은 다 음 우려내어 마시기 시작했는지 우리는 모른다.
- 우리는 세계의 음식과 전 세계 식단의 균질화 정도가 코카 식민 화Coca-Colonisation (1950년대에 프랑스에서 처음 쓰인 용어) 수 준을 훨씬 넘어섰음을 알고 있다. 우리가 먹는 빵의 재료인 밀, 우리가 먹는 닭의 먹이에 들어가는 콩, 전 세계 종자산업을 떠받치는 유전학이 모두 그렇다. 그렇지만 코카콜라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전 세계가 어떻게 균질화되었는지를 간단명료하게 알려주는 유용한 수단이다. 우리 식단뿐 아니라 입맛도 균질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크바스kvass를 예로 들어보자. 갈증을 가라앉혀 주는 발효 음료, 발포성이고 신맛이 매우 강한 그 음료는 러시아 전역의 수많은 가정에서 묵은 빵과 물을 섞어, 발효할 때까지 며칠간 내버 려 두는 방법으로 만들어지곤 했다. 이렇게 하면 물은 천연 탄산수 가 되면서 짜릿해지고 산성화한다(슬라브어로 크바스는 '시다'라는 뜻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꿀, 건포도, 나무 열매 등을 추가해 맛을 더하고 발효 속도도 높인다. 러시아, 폴란드, 리투아니아, 우크 라이나 등지에서 온갖 다른 버전의 크바스가 존재하는 것은 이 때 문이다. "우리는 크바스가 있고 빵이 있지. 그거면 충분해"라는 러시 아 속담이 있다. 신맛 역시 해로운 미생물이 사라졌다는 신호다. 그 래서 크바스는 물을 대신할 귀중한 대안이었다. 서유럽에서 맥주와 같은 역할이다. 또 다른 속담이 생겼다. “나쁜 크바스가 좋은 물보다 좋다."
- 코카콜라가 러시아에 처음 들어온 것은 냉전시대였지만, 광고가 푸시킨 광장에 걸린 것은 소련이 무너진 뒤였다. 1995년에 코카콜 라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바빌로프 연구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병입 bottling 회사를 세웠다. 하지만 그 음료는 러시아에서 다른 나 라에서만큼 쉽게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크바스에 대한 애국적 광고 캠페인이 러시아의 텔레비전에서 "콜라 식민화Cola-nisation를 거부하라. 국민의 건강 을 위해 크바스를 마시자”라는 문구와 함께 방영되었다. 암갈색을 띤 크바스는 심지어 1리터짜리 콜라와도 비슷해 보인다. 이것을 '나 이콜라Ni-Kola'라고 불렀다(러시아어로 하면 'Not cola'와 비슷하게 들린다). 그렇기는 해도 달콤한 서구의 경쟁을 물리치기 위해 공장제 크바스는 갈수록 단맛이 강해졌다. 코카콜라나 다른 서구적 브랜드들이 지점을 내면서 러시아의 미각은 단맛에 압도당했다.
민족의 입맛이 신맛에서 단맛으로 변하자 크바스의 몇몇 유형은 거의 사라졌다. 흰 크바스 또는 키슬리예 시치kislie shchi (대략 '신 수프'로 번역되는), 검은 크바스의 더 우아한 버전인 꿀 빛깔의 크바 스도 그런 경우다. 키슬리예 시치는 묵은 빵이 아니라 발효된 맥아 밀과 호밀 알곡으로 만든다. 며칠 이내에 그것은 발포성의 흰색 음 료로 변하며, 갈증을 해소하는 용도뿐 아니라 닭 육수에 신맛을 살짝 더해주는 발포성 국물로도 쓰인다. 흰색 크바스에 쓰이는 종균 은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대대로 전해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 정에서 크바스를 더는 만들지 않게 되었고, 특히 흰 크바스는 기억 으로만 남았다.
2013년에 러시아의 한 음료 제조자인 스베틀라나 골루베바 Svetlana Golubeva는 크바스 문화를(또는 크바스 종균을 이 단어의 두 가지 의미 모두를) 복원하기로 작정했다. 골루베바의 생각은 오 래된 가족 레시피에 따라 흰 크바스를 만들어 병에 담은 다음 모스 크바에서 팔겠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할 일은 오직 올바른 레시피 를 얻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2400킬로미터에 걸쳐 탐보프, 랴잔, 보로네시 등 남부 러시아의 먼 오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되도록 연로한 주민이 사는 집 문을 두드렸다.
골루베바는 단 한 곳에서 흰 크바스를 만드는 것을 발견해 그것 을 만들 종균을 얻었다. 이제 그녀는 몇 가지 지시 사항만 배우면 된 다. “흰 크바스는 얼마나 오래 발효해야 할까요?” 그녀가 물었다. "준비될 때까지”라는 답이 돌아왔다.3
골루베바가 키슬리예 시치의 인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그 럴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달콤한 균질성의 강물이 세계를 적시고 러시아로 흘러들어 오는 동안 골루베바는 감히 그 흐름을 거슬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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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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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속성

etc 2024. 3. 4. 07:26

- 돈은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그것이 돈의 성격은 아니다. 돈은 운이 덜 좋거나, 더 받을 만하거나, 혹은 더 정신적인 사람들에게로 이 동하지 않는다. 그것 또한 돈의 성격이 아니다. 돈은 그것에 가장 적게 가치를 두고 가장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가장 많은 가치를 두고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것을 엉성하게 다 루는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 탐욕과 두려움 
사람들은 상황이 나쁠 때 상황을 더 나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좋을 때 더 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시 장과 돈은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기능을 하며, 감정은 인간적인 면 의 표현이기 때문에 두려움과 탐욕은 시장을 양극단 사이로 내몬 다. 조지 소로스는 이런 성질을 재귀성 reflexivity 이라고 부른다. 재귀 성은 원인과 결과 사이의 순환 관계다. 재귀적 관계는 양방향 관계 로, 원인과 결과가 원인이나 결과로 구분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서 로 상대방에게 영향을 준다. 경제학에서 재귀성은 시장 심리와 그 것이 야기하는 현실의 '자기 강화적 self-reinforcing' 효과를 말한다. 즉, 물가가 오르면 (더 오르기 전에 사려는 매수자가 생기는데, 매수자가 생기면 물가는 더 높이 올라간다. 이런 과정은 지속 불가능할 때(호황)까지 이어진다. 그러다 같은 과정이 역으로 일어나면서 결과적으로 불황이 발생한다.
- 돈이 정말로 당신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걸 보여주는 더욱 강력한 증거는 돈과 두뇌, 특히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dopamine을 연구해보면 찾을 수 있다. 도파민은 인체의 자연스러운 보상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 다. 그것은 좋은 감정, 특히 성욕, 권력 그리고 중독과 같은 통제가 잘 안 되는 감정을 일으킨다. 행복의 과학의 저자 심리학자 데이비드 리 버만은 행복을 "의미 있는 목표를 향한 끊임없는 진보로 묘사한다. 행 복을 만드는 네 가지 주요 화학물질은 도파민, 옥시토신 oxytocin, 세로토 닌 serotonin, 엔도르핀endorphin 이다. 이 호르몬들은 당신이 의미 있는 목표 를 향해 나아갈 때 뇌에서 방출된다. 돈은 진보다. 돈을 계속 버는 것이 진보다. 돈은 목표를 달성한다. 그리고 돈은 달성할 목표 자체이기도 하 다. 돈은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뇌 속의 화학물질 방출을 유발하는 것들을 산다. 돈은 의미 있는 것을 주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돈은 단지 돈일 뿐이고, 리버만이 정의한 것처럼 행복을 얻기 위한 도구이다.
- 부자가 사는 집에 걸어 들어가서 봤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 중 하나는 그들이 더 성공하기 위해서 공부할 때 읽은 책들로 꾸며진 아주 넓은 서재다. (스티브 시볼드)
- 초과 근무는 또 다른 오해의 소지가 있는 개념이다. 열심히 일하고, 초과근무를 하는 게 맞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일반 직원은 기업주에게 만 좋은 일을 해주는 것이다. 직원은 어차피 모기지 대출 같은 온갖 비 용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안전한 은퇴'도 착각에 불과하다. 국가는 언제라도 사전 경고 없이 퇴직 연금 액수를 바꿔놓 을 수 있다. 단 하나의 규제를 변화시켜서 그가 하는 일을 불필요하게 만들 수 있다.
누군가의 직원이 된다는 게 반드시 나쁜 일만은 아니고, 당신의 적 성에 맞을 수도 있다. 당신이 일반 직원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을 가진 기업 내의 사내 기업가일 수도 있다. 시간뿐만 아니라 시간과 돈의 관계 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당신의 수익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수적 이라는 사실은 꼭 말해두고 싶다.
- 지금까지 내가 만나거나 연구해본 적이 있는 부자들 중에서 그들 수준을 넘어선 다른 성공한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 않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네트워크는 당신의 순자산이다. 다른 부자를 찾고, 그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 한평생 매진하라. 당신은 당신이 자주 어울리는 사람들만큼만 성공한 것이니, 당신의 제 국을 구축하듯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동료, 전문가, 멘토를 찾아라 다른 사람들의 실수로부터 배워라. 엄선한 최고 중 최고의 인재들과 어 울려라.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을 알아보고, 돈이 있는 사람 들은 돈이 있는 다른사람들을 끌어당긴다.
- 현실적 낙관주의자 
분명 가장 긍정적인 억만장자 중 한 사람인 리처드 브랜슨은 "당신의 본능을 믿어라. 하지만 불리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켜라"라고 조언했 다. 진취적으로 행동하더라도 위험에 대비하라는 의미다. 당신이 비관 론자가 아니더라도 잘못될 수 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란 착각에 빠 지거나 그 가능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거물들은 전반적으로 변화에 힘을 실어주고, 변화를 만드는 능력 중 하나인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필요할 때는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능력도 역시 갖 고 있다. 사람들에게 의지하되, 그들이 당신을 괴롭히게 해서는 안 된 다. 공정하지만 단호하게 협상하라 신뢰하되, 정말인지 확인하라. 신속 하게 이런 극단적 행동을 하다 말다 할 수 있는 능력은 당신의 수익력 을 높여줄 것이다. 아마도 당신은 자신을 '현실적 낙관론자'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른다.
- 건강과 좋은 에너지의 유지
워런 버핏은 어떻게 그렇게 성공하고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었느냐 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대답했다. “세 가지 요인 덕분이다. 미국에 살면 서 아주 좋은 기회를 많이 얻었고, 좋은 유전자로 인해 장수했고, 복리 이자의 효과를 누렸기 때문이다."
그의 이 말은 처음 보기보다 훨씬 더 통찰력이 있다. 1930년도 생인 워런 버핏은 50세 생일 이후로 재산의 99퍼센트를 만들었다. 그의 긴 일생은 그가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불리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는 장 수함으로써 장기간 돈을 모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활력 있고, 건강하고, 좋은 에너지를 유지했다. 질병이나 피로는 나쁜 투자 결정만큼이나 당신의 재산 형성 속도를 더디게 만들 것이다. 탐 콜리가 연구 한 백만장자들 중 66퍼센트는 매일 30분 이상 운동한다. 그들 중 다수 는 장시간 걷는 걸로 유명하다. 운동이 에너지, 지적 능력, 수명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입증되어 왔다.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들 중 50 퍼센트는 근무시간이 시작하기 최소 3시간 전에 기상한다. 그들처럼 당신도 일찍 일어나서 팟캐스트와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운동하고, 시 간을 세 배는 알뜰히 활용하라.
-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는 것을 찾고, 그것으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은 다음, 얼굴에 당신의 따뜻한 미소가 그려진 거대한 송장을 작성하라. (롭무어)
- 별도의 시간을 내지 말기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은 일을 하려다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너무 많 은 접시를 한꺼번에 돌리거나 이 일 저일 건너뛰며 하는 식의 멀티태 스킹은 시간과 지력의 낭비이다. 별도의 시간 내지 말기 NeTime, (No Extra Time)는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 같지 않게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는 방법 이다. 별도의 시간을 내지 말고 정해진 시간 내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 에 해보자. 예를 들어 당신은 여행하거나 체육관에서 운동하거나 걸을 때 오디오북을 듣거나, 기차나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전화를 걸거나, 기 차나 자동차 안에서 콘텐츠를 만들거나, 정원사와 청소부와 요리사와 운전사와 베이비시터 일을 동시에 하거나, 멘토나 기업인과 식사를 할 수 있다.
- 시간 단위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시간당 임금을 받고 그 돈을 소비 한다. 일 단위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 단위로 생각하는 관리자에게 고용되어 그가 부여한 역할을 수행한다. 월 단위로 생각하는 관리자들 은 최고경영자들이 기획한 연 단위 계획을 수행한다. 최고경영자들은 기업주가 3, 4년 이후를 생각하며 만들어 낸 비전을 수행한다. 기업주들 은 수십 년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있는 사회적 리더들에게 영감을 받고, 사회적 리더들은 다음 세대를 내다보는 현자들에게서 영감을 받 는다. 이처럼 비전의 규모와 범위는 시간을 조망하는 시선과 비례한다.
- 타깃 시장으로 아디디어, 시스템, 해결책을 크라우드소싱하라. 고객 들을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 과정에 참여시켜라. 그러기 위해 잠재 및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라. 그들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구체적으로 물어라. 시작-중단-유지라는 3단계 질문 공식 을 활용하라.
*당신은 우리가 하고 있지 않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를 바라는가?
*당신은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어떤 일을 중단하기를 바라는가?
*당신은 우리가 (잘) 하고 있는 어떤 일을 계속 유지하기를 바라는가?
어느 정도 테스트를 하지 않고서 무작정 새로운 사업이나 모델이나 틈새시장에 곧바로 뛰어드는 건 상당히 위험하면서 아주 큰 비용이 소 요될 수 있다. 이런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를 미리 파악해놓는 것이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가격의 10퍼센트 상승이나 하락에 큰 반 응을 보이지 않는다. 당신은 보유한 주식이 10퍼센트 상승했다고 기뻐 서 미친 듯이 날뛰지 않는다. 반대로 10퍼센트 하락했다고 해서 심각 한 우울증에 빠지지도 않는다. 이처럼 누구나 대부분 가격과 순익과 손실이 10퍼센트 정도 움직인다고 해도 강렬한 감정적 동요 없이 그것 을 받아들인다. 따라서 '지금 당장' 가격을 10퍼센트 올려라. 당신의 고 객들은 10퍼센트 가격 인상에 대해 강렬한 감정적 동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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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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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기 바이러스에 작용해서 감기를 치료하는 감기약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열을 낮추는 해열제나 기침약 등 불쾌한 증상 을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는 '대증요법(對症療法)의 약'은 몸을 잠시 편 하게는 해주겠지만 회복은 오히려 더디게 한다.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은 전부 우리 몸이 바이러스를 몰아내려고 싸우고 있는 신호이 다. 대증요법 약은 이런 우리 몸의 치유력을 방해할 뿐이다.
독감 백신(예방접종)이나 리렌자(Relenza : 입안에 뿌려 들이마시는 세계 최초의 흡입식 독감 전문 치료제) 같은 치료약은, 실제로 독감을 예 방했다거나 치료했다는 의학적 증거가 없다. 기껏해야 효과가 기대 된다'는 수준이다. 한편 감기약이나 독감 백신의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람은 상당수에 이른다.

- '이 정도부터는 치료하는 편이 좋다'라는 고혈압의 진단 기준이 특별한 근거도 없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160mmHg였던 최고혈압(수축기)의 기준이, 2000년에는 140mmHg 로, 2008년의 대사증후군 검진에서는 130mmHg까지 내려간 상태 이다.
나이가 들면 대개 혈압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50세가 넘으면 '최고혈압 130mmHg'는 일반적인 수치이다. 하지만 현행 기준에 따 르면 이 수치로도 고혈압 환자가 되어 혈압 강하제로 치료받는 처지가 된다.
- 그 결과, 약품 업계는 큰 이익을 보게 되었다. 1988년에 약 2,000억 엔이었던 혈압 강하제 매출이 2008년에는 1조 엔을 넘어섰다. 20년 동안 매출이 무려 6배나 뛰어오른 것이다. 그야말로 혈압 상술의 대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총콜레스테롤 수치도 마찬가지이다. 이 수치가 높은 편이 오래 산다는 것은 이미 10년 전에 밝혀졌지만, 기준치는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스타틴(Statin) 계열의 콜레스테롤 저하제는 연간 2,600억 엔에 달하는 물량이 판매되고 있다. 콜레스테롤 관련 의료비는 그 금액의 3배에 달한다고 한다. 문제는 혈압 강하제나 콜레스테롤을 약으로 낮추면 수치는 개선되어도 생명을 단축할 위험이 높아진다 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실시된 수만 명 규모의 추적 조사에 의 해 명확히 밝혀진 사실이다.

- 사실 위암, 식도암, 간암, 자궁암 같은 암은 방치하면 고통을 겪지 않는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는 이유는 불필요한 '암 치료' 때문이다. 그런데도 의사들은 찾아온 환자들에게 "암은 무서 운 병이니, 즉시 치료해야 한다"고 속삭인다.
이는 암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건강검진에서 대사증후 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조깅을 시작했다가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하거 나, 뇌 검사에서 동맥류가 발견되어 수술을 했는데 전신마비가 되는 등 병원에서 검사나 치료를 받고 수명이 단축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어찌 보면 의사는 폭력배나 강도보다 무서운 존재이다. 폭력배는 보통 일반 사람들을 죽이거나 신체 부위를 절단하지는 않는다. 강도 도 대개는 돈만 빼앗는다. 하지만 의사들은 환자를 위협해서 돈을 내 게 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몸을 상하게 하거나 생명까지 잃게 한다.
- 암으로 고통스러워하다가 죽는 것은 암 때문이 아니라 '암치료'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는 무조건 암 때문이라고 말한다. 바로 그 점에 속지 말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자각 증상이 없고 식사도 맛있게 할 수 있다면, 의사에게 "어디가 좋지 않다"라는 말을 듣거나 암이 발 견되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때 서둘러 치료를 하게 되면 그 만큼 수명이 단축된다. 지금은 의학 정보를 찾아보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책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얼마든지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병에 대해서 의사만을 믿고 따랐 다면 생각을 전환해 의사를 의심하고, 스스로 병에 관해 찾아보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방법을 습득해 자신의 것으 로 만들어 무의미한 죽음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 의 생명, 나의 몸, 나의 인생은 하나뿐이니까 말이다.

- 대부분의 약은 병을 고치는 힘은 없고 부작용은 크다. 감기약이나 해열제라도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 치명적인 쇼크 증상)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폐암 치료용 항암제 이레사(Iressa)의 경우, 승인 후 3년 동안 이 약을 복용한 약 8만 6,800명의 환자 중 588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암보다 약이 훨씬 무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개복 수술을 할 때 복막을 건드리면 즉시 상처가 생겨 유착 이 일어난다. 그로 인해 장이 막히면 굉장히 고통스럽고, 정상 세포 의 경계가 무너진 곳에 암세포가 끼어들어 증식하기 쉬워진다.
내가 의사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암은 수술이나 항암제로 '치료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환자를 지켜보면서 장기를 절제해도 암은 낫지 않고, 항암제는 고통을 줄 뿐이라고 생각 하게 되었다.
"믿는 자는 구원을 받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의료 행위에 대해서만큼은 '믿지 말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나이가 들면 혈관은 탄력이 떨어지고 딱딱해지기 때문에 혈압이 조금 높아야 혈액이 우리 몸 구석구석까 지 잘 흘러간다. 몸에 적절한 혈압을 유지하려면 평소 많이 걷는 것 이 좋다. 혈액이 하반신에 머물러 있지 않고 원활하게 우리 몸 전체 를 순환하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를 튼튼하게 해주기 때문에 줄이지 않는 것 이 좋다.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오래 산다. 스 테이크나 생선의 뱃살 같은 음식을 콜레스테롤 수치 때문에 일부러 피할 필요는 없다.

- 약으로 혈당을 관리하는 경우, 항상 몸이 나른하거나 초조하고 분노 조절이 잘 안 된다. 약을 사용하는 경우 특히 다리가 휘청거리 거나, 치매 증상 등이 나타난다면 약의 부작용을 의심해 봐야 한다.
당뇨병은 무서운 병이기는 하지만, '당뇨병 예비군 2,000만 명'은 지나치게 과장된 수치이다. 일본 당뇨병학회는 1999년에 진단 기준 인 공복 시 혈당치를 140mg/dL에서 '126mg/dL'으로 변경했다. 특별 한 근거도 없이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치가 바뀌었다고 이를 따라 기 준을 엄격히 하여, 당뇨병 환자를 급격하게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당뇨병에 관한 운동 치료 데이터에 의하면 '걷기, 자전거, 수 영, 스트레칭' 등의 유산소 운동이 혈당치를 떨어뜨리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몸을 녹슬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적절한 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혈당치가 높은 편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일 단 부지런히 걷기부터 시작해 보자.

- 진짜 암세포는 숙주의 정상 세포가 변이하여 만들어지며, 주변의 조직에 침입(침윤)하고 멀리 떨어진 조직에 전이하는 성질을 갖고 있 다. 그리고 숙주를 죽일 때까지 계속 증식해서 숙주와 함께 자폭한다. 한편 생명을 빼앗지 않는 암은 암과 비슷한 것, 즉 '유사암'에 지나지 않으며 진짜 암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증상도 없는데 검진에서 암이 발견되면, 의사는 "조기에 절제하 면 거의 100퍼센트 완치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암이 아니라 유사 암으로, 잘라내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나도 유방암의 경우 '피부를 뚫고 나오는 암은 전이가 있는 진짜 암'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피부를 뚫어도 주변으로 퍼져 나가지 않고, 암 덩어리가 부분적으로 그 위의 피부만 뚫고 나오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전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피부에 침투하는 것은 '침윤'인데, 침윤은 되어도 전이는 되지 않는 유사 암이 있는 것이다.
자궁암이나 폐암은 침윤이 되면 요독증이 일어나거나, 숨이 막 혀 생명을 잃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방사선 치료를 하거나 국소 수 술을 하면 낫고 전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는데, 이 역시 유사 암이다. 위(胃)의 악성 림프종 가운데 어떤 종류는 항생제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제균하면 암이 소실된다. 따라서 이 경우는 암이 아니 라 '만성 변화'나 '만성 염증'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웬만히 성장한 뒤에도 암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힘든 유사 암은 상당히 많다. 반면에 갑자기 흉포한 모습을 드러내는 진짜 암도 있 다. 또한 '중간기 암'이라는 것도 있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지 만 다음 검사 전에, 즉 검진과 검진 사이에 느닷없이 발병한다고 해서 중간기 암으로 불린다. 이 암은 악성이 많아서 발병이 된 환자들은 대개 얼마 안가 사망한다.

- CT 검사는 X선 발생 장치가 360도 회전하며 몸에 X선을 투과시켜 촬영하는 것으로, 검출 결과를 컴퓨터로 재구성하여 인체의 단 면 영상을 얻는다. CT 검사의 피폭선량(인체가 받는 방사선 양)은 일 반 X선 촬영의 200~300배나 된다. 단 한 차례의 CT 촬영으로 발 암 사망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45세 성인의 경우 전신 CT를 한 번 받는 것만으로 1만 명 중에 8명 (0.08퍼센트)이, 30년 동안 매년 CT 검사를 받는다면 1만 명 중에 190명(1.9퍼센트)이 '피폭에 의해 발암 사망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흉부에 국한된 CT 검사에서 도 의료 피폭선량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국가가 피난 기준치로 설정한 '연간' 피폭선량은 20밀리시버트(mSv)이다. 그런데 흉부 CT 검사의 경우, 1회 검사를 하면 그 절반에 해당하는 10밀리시버트에 해당하 는 수치에 노출된다. 게다가 '조영 CT 검사의 경우는 1회 촬영한 뒤 조영제를 정맥에 주사하면서 다시 한 번 촬영을 하기 때문에, 2회 촬 영을 하게 되어 결국 20밀리시버트에 노출된다. 복부와 골반 CT 검 사의 경우는 피폭량이 더 많아 1회 촬영만으로 20밀리시버트에 노 출된다. 여기에 조영 CT 검사까지 받으면 그 배가 되는 것이다.
사실, 일본에서 행해지는 CT 촬영의 80~90퍼센트는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엑스레이 검사는 병원에서 받을 때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회사나 지역에서 편이를 위해 검진 차에서 받는 경우는 주의해야 한다. 검진 차의 엑스레이 장치는 간접 촬영 장치이므로, 병 원에 설치되어 있는 직접 촬영 장치에 비해 피폭선량이 3~10배나 많다. 

- 나는 모든 환자들에게 "한 번에 3종류 이상의 약을 처방하는 의사는 믿지 말고, 5종류 이상의 약을 한꺼번에 먹는 행위는 상당히 위 험하다"라고 누누이 강조하곤 한다. 약을 몇 종류나 복용하면서도 늘 몸이 좋지 않다는 환자나 고령자 중에서 치매나 현기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약을 전부 중단하라"고 조언한다. 약의 복용을 그만둬도 약 효는 얼마간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지므로 금단증상이 일어나 는 일 없이 몸 상태가 거의 호전된다.
약은 ‘독’이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소량을 단기 간 복용하는 정도라면 간이나 신장이 약의 독성을 처리해 주는 경우 가 많지만, 약의 복용이 습관화되면 틀림없이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 리고 단기간이나 소량이라도 약이 독인 이상 복용하는 사람의 건강 상태에 관계없이 언제 부작용으로 나타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 서양 의학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의사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의사의 규칙(A Little Book of Doctors' Rules)》(1992년) 이라는 책이 있다. 일본의 의사나 환자들이 이 책을 보면 뒤로 나자 빠질 만한 내용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것이 다음과 같은 약에 대한 경고이다.
“가능한 한 모든 약의 사용을 중단하라. 그것이 어렵다면 최대한 약을 줄여라."
“먹는 약의 수가 늘어나면 부작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4종류 이상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의학 지식이 미치지 못하는 위험한 상태에 있다."
"고령자 대부분은 약을 중지하면 몸 상태가 좋아진다."

- 시한부 선고와 같은 의사의 '여명' 진단이 믿을 것이 못 되는 첫번째 이유는 암의 성장 속도가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암 병 소가 발견되었을 때 그것이 크다 해도 오래 사는 사람도 있고, 나이 가 들수록 무조건 암의 진행 속도가 느려진다고 말할 수도 없다.
두 번째는 암 병소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성장하려 면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암은 보통 직경 10센티미 터 정도가 되어야 사람을 죽게 할 수 있다. 암세포가 2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개월 이상이다. 1센티미터의 암이 10센티미터 가 되는 데는 20개월 이상 걸리는데, 사실 이 정도의 앞일이라면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세 번째는 암이 커지면서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진행 암뿐만 아니라 조기 암에도 나타나는 경향으 로, 발견되었을 때보다 더 커지지 않는 조기 암도 드물지 않다.
여명 진단을 어느 정도 정확히 내릴 수 있는 것은 뇌, 폐, 간 등의 중요 장기가 손상되어 기능이 떨어졌을 때다. 예를 들어 폐암이 커져 서 호흡이 힘들어지고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경우에는 "이제 몇 개 월 안 남은 것 같다"라고 예측하게 된다.
- 중요 장기에 전이가 발견되어도 자각 증상이나 기능 부전(조직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이 없으면 그보다 훨씬 오래 살 수 있다. 이때도 항암제 치료를 하게 되면 바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즉 '시한부 몇 개월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체력이 암을 당 해내지 못해서 운신을 못하거나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이다. 병원에 두 발로 멀쩡하게 걸어서 왔는데도 "몇 개월 안 남았다" 라고 시한부 선고를 내리는 의사에게는 자신의 목숨을 맡겨서는 안 된다. 더욱이 "항암제 치료를 받지 않으면 3개월밖에 못 살고, 항암제 치료를 받으면 1년은 살 수 있다"라는 식으로 치료까지 권하는 의사 라면 당장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 나오길 바란다.

- 통증에 대한 공포는 죽음의 공포만큼이나 엄청나다. 하지만 통증을 잘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죽음도 평온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 직전에 격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경우는 뼈로 암이 전이되었을 때이다. 전이한 암이 증식해 암 덩어리가 커 지면 골막(뼈를 감싸고 있는 두꺼운 막)이 내부에서 팽창된다. 이때 어 떤 화학적 물질이 나와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골막이 늘어나 서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그로 인한 통증은 환자들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준다. 그러나 그런 통증을 겁낼 필요는 없다. 현재 통증 을 없애는 방법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방법은 진정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우선 비마취 계열의 진정제를 복용한다. 그래도 통증이 가시지 않으면, 두 번째 방법으로 약한 마취 계열의 진정제를 사용한다. 그것으로도 안 된다면, 세 번 째 방법으로 모르핀을 복용하거나 이를 좌약의 형태로 투여한다.
- 환자를 위하는 마음에서 만들어낸 의료 처치가 오히려 문젯거리가 되는 일이 흔히 있다. 콧구멍을 통해 위까지 튜브를 삽입해 영양분 을 주입하는 '비강 영양(튜브 영양)'이나, 배에 구멍을 내어 위에 직접 튜브를 삽입해 영양과 수분을 주입하는 '위(胃)'도 그런 경우이다. 이처럼 강제적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방법이 없었던 시대에는 사 고나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지면 그것으로 사람의 목숨은 끝이었 다. 몇 년씩 식물인간 상태로 살아가는 일은 없었다. 입으로 먹을 것 을 억지로 흘려 넣으면 그것이 폐로 흘러들어가 폐렴으로 목숨을 잃 게 된다. 영양을 공급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아사(餓死)로 생을 마 무리하게 된다. 재택 의료를 선택하면 현대 의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을 수 있다. 편안하게 죽는다는 것은 자연스럽 게 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장기는 보존해야 한다
위암 수술의 큰 문제는 위 주변의 림프절을 절제하는 '림프절 박 리'가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위 주변에는 많은 림프절이 있는데, 위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1군, 2군, 3군 림프절로 분류한다. 진행 위암의 경우, 위를 절제하면서 2군 림프절까지 박리하는 'D2 위 절제'가 일반적이다.
D2 위 절제 수술은 환자에게 엄청난 후유증을 가져온다. 복부의 내장에 분포하는 자율신경도 잘려나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먹으 면 바로 설사를 하거나 먹는 양이 줄고, 본래 체중으로 돌아오지 않 거나 복부 팽만감, 체증, 가슴 쓰림, 식후 불쾌감, 식후 졸음 등의 후 유증이 나타난다.
이런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뭔가 좋은 점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 미 영국과 네덜란드의 임상실험에서 "D2 위 절제는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지 못한다"라는 결과가 나왔다.
세계적으로 암 수술은 가능한 한 장기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나 아가고 있다. 쓸데없이 광범위하게 절제 수술을 해도 환자를 고통스 럽게만 할 뿐, 생존율을 높이는 효과는 없기 때문이다. A씨의 사례처 럼 '치료하지 않고 상태를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장기 보존요 법이라 할 만하다.
- '면역'이라는 이름이 붙은 암 요법에는 근본적인 모순이 있다. 흔히 "인간의 몸속에는 하루에 약 5,000개의 암세포가 생기지만, 면역세포가 그것들을 없애준다"고 한다. 물론 독감 바이러스처럼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의 경우 면 역세포가 이를 붙잡아 제거한다. 그러나 암세포는 몸속의 정상 세포 가 변이를 일으킨 것이다. 몸속의 단백질을 사용해 성장한 '자기 자 신'이므로 면역세포는 이를 이물질로 인식하지 못한다. 면역요법 자체가 모순이라는 말이다.
- 분자생물학 연구를 통해 “암은 만들어진 당초부터 전이할 능력을 갖고 있다. '암이 커지고 나서 전이한다'는 설은 잘못되었다"라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현재 의학으로 아무리 조기에 암을 발견한다고 해 도, 직경 1센티미터 전후부터이다. 이때는 이미 암세포가 최소한 10억 개 정도는 되고, 전이도 벌써 끝난 상태이다. 흔히 말하는 '조기 암'은 암의 일생으로 보면 이미 원숙기로 접어든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면역세포는 자신이 아닌 다른 개체, 즉 비자기(自己)로 인식한 이물질을 없애는 세포이다. 암이 직경 1센티미터 크기로 발견된다는 것은, NK세포가 암세포를 비자기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것 이 바로 '면역계로는 암을 퇴치하지 못한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  왜 콜라겐이나 글루코사민은 피부나 무릎 같은 목표 부위에 직접 닿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먹은 것은 일단 장 속에 서 분해되거나 혈액으로 들어가, 아미노산이나 당의 형태로 이용되 기 때문이다. 콜라겐은 단백질의 일종이며, 글루코사민은 당의 일종이다. 따라서 보조식품으로 콜라겐이나 글루코사민을 섭취한다는 것은 단백질이나 당을 조금 섭취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체내에 흡수된 아미노산의 일부는 콜라겐이나 글루코사민으로 합성된다. 그러나 콜라겐은 피부에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의 모든 조직에 존재하면서 몸이나 피부, 장기의 형태를 유지해 주는 구조재 역할을 한다. 나이를 먹으면 이 콜라겐 합성 능력이 저하되는 데, 눈에 띄는 변화로는 피부의 탄력이 없어지거나 수분을 유지하는 힘이 떨어져 주름이 쉽게 생긴다.
글루코사민은 온몸의 연골이나 결합조직에 분포하며, 연골세포 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영양소 중 하나이다. 콜라겐과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으면 합성 능력이 떨어지고 연골은 닳으면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무릎에 통증과 부종 등이 생긴다.

- 일반적으로 정제염은 "미네랄을 함유하지 않은 소금이므로 소금이라고 할 수 없다"라거나 "몸에 나쁘다"며 무조건 깎아내리는 사람 들이 많다. 반면에 천일염은 덮어놓고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에서는 1971년에 이온 교환막법(交換膜法)이라는 기술이 보 급되면서 전국에서 전통적인 염전이 사라졌다. 그리고 바닷물로 소 금을 만들 때, 바닷물 속의 PCB(폴리염화바이페닐)나 다이옥신 같은 위험한 물질을 완전히 제거한 소금을 국민에게 공급하게 되었다. 이 소금이 바로 염화나트륨 99.5퍼센트 이상의 아주 순도 높은 정제염 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천일염은 오히려 '불순 물질이 잔뜩 섞여 있는 소금'이라고 할 수 있다.
설탕, 쌀, 빵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얗게 정제한 식품을 마 치 독이라도 되는 양 혐오스러워하고 반면에 흑설탕, 현미, 검은 빵은 무조건 치켜세우는 것도 비과학적인 태도이다. 양쪽 모두 장 단점이 있으므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균형 있게 먹으면 된다.

-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의 유명한 시 '청춘(Youth)'에는 청춘과 늙음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한다. 
굳은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정열, 꺾이지 않는 용기, 만족할 줄 모르는 모험심이야말로 청춘이다.
인간은 나이를 먹는다고 늙는 것이 아니라 꿈을 잃었을 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더하지만, 정열을 잃으면 마음이 시들게 된다.

- 치매는 흔히 '고독병'이라고 불린다. 하루 종일 혼자서 텔레비전 만 보는 일상이 계속되면 순식간에 치매가 온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 을 때의 뇌는 완전히 수동적이 되어, 멍하니 앉아 있는 것과 똑같은 상태이므로 점점 퇴화된다. 또한 손발을 거의 움직이지 않으므로 몸 도 쇠약해진다.
반면에 똑같이 혼자서 생활해도 손자에게 줄 스웨터를 짜거나, 경품 응모하는 것을 좋아해서 시간만 나면 응모 엽서를 쓰거나, 과자 를 구워서 친구에게 선물하는 등 취미 생활이나 소일거리로 손발과 머리를 자주 쓰는 사람은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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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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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기 바이러스에 작용해서 감기를 치료하는 감기약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열을 낮추는 해열제나 기침약 등 불쾌한 증상 을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는 '대증요법(對症療法)의 약'은 몸을 잠시 편 하게는 해주겠지만 회복은 오히려 더디게 한다.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은 전부 우리 몸이 바이러스를 몰아내려고 싸우고 있는 신호이 다. 대증요법 약은 이런 우리 몸의 치유력을 방해할 뿐이다.
독감 백신(예방접종)이나 리렌자(Relenza : 입안에 뿌려 들이마시는 세계 최초의 흡입식 독감 전문 치료제) 같은 치료약은, 실제로 독감을 예 방했다거나 치료했다는 의학적 증거가 없다. 기껏해야 효과가 기대 된다'는 수준이다. 한편 감기약이나 독감 백신의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람은 상당수에 이른다.

- '이 정도부터는 치료하는 편이 좋다'라는 고혈압의 진
단 기준이 특별한 근거도 없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160mmHg였던 최고혈압(수축기)의 기준이, 2000년에는 140mmHg 로, 2008년의 대사증후군 검진에서는 130mmHg까지 내려간 상태 이다.
나이가 들면 대개 혈압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50세가 넘으면 '최고혈압 130mmHg'는 일반적인 수치이다. 하지만 현행 기준에 따 르면 이 수치로도 고혈압 환자가 되어 혈압 강하제로 치료받는 처지가 된다.
- 그 결과, 약품 업계는 큰 이익을 보게 되었다. 1988년에 약 2,000억 엔이었던 혈압 강하제 매출이 2008년에는 1조 엔을 넘어섰다. 20년 동안 매출이 무려 6배나 뛰어오른 것이다. 그야말로 혈압 상술의 대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총콜레스테롤 수치도 마찬가지이다. 이 수치가 높은 편이 오래 산다는 것은 이미 10년 전에 밝혀졌지만, 기준치는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스타틴(Statin) 계열의 콜레스테롤 저하제는 연간 2,600억 엔에 달하는 물량이 판매되고 있다. 콜레스테롤 관련 의료비는 그 금액의 3배에 달한다고 한다. 문제는 혈압 강하제나 콜레스테롤을 약으로 낮추면 수치는 개선되어도 생명을 단축할 위험이 높아진다 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실시된 수만 명 규모의 추적 조사에 의 해 명확히 밝혀진 사실이다.

- 사실 위암, 식도암, 간암, 자궁암 같은 암은 방치하면 고통을 겪지 않는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는 이유는 불필요한 '암 치료' 때문이다. 그런데도 의사들은 찾아온 환자들에게 "암은 무서 운 병이니, 즉시 치료해야 한다"고 속삭인다.
이는 암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건강검진에서 대사증후 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조깅을 시작했다가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하거 나, 뇌 검사에서 동맥류가 발견되어 수술을 했는데 전신마비가 되는 등 병원에서 검사나 치료를 받고 수명이 단축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어찌 보면 의사는 폭력배나 강도보다 무서운 존재이다. 폭력배는 보통 일반 사람들을 죽이거나 신체 부위를 절단하지는 않는다. 강도 도 대개는 돈만 빼앗는다. 하지만 의사들은 환자를 위협해서 돈을 내 게 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몸을 상하게 하거나 생명까지 잃게 한다.
- 암으로 고통스러워하다가 죽는 것은 암 때문이 아니라 '암치료'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는 무조건 암 때문이라고 말한다. 바로 그 점에 속지 말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자각 증상이 없고 식사도 맛있게 할 수 있다면, 의사에게 "어디가 좋지 않다"라는 말을 듣거나 암이 발 견되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때 서둘러 치료를 하게 되면 그 만큼 수명이 단축된다. 지금은 의학 정보를 찾아보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책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얼마든지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병에 대해서 의사만을 믿고 따랐 다면 생각을 전환해 의사를 의심하고, 스스로 병에 관해 찾아보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방법을 습득해 자신의 것으 로 만들어 무의미한 죽음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 의 생명, 나의 몸, 나의 인생은 하나뿐이니까 말이다.

- 대부분의 약은 병을 고치는 힘은 없고 부작용은 크다. 감기약이나 해열제라도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 치명적인 쇼크 증상)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폐암 치료용 항암제 이레사(Iressa)의 경우, 승인 후 3년 동안 이 약을 복용한 약 8만 6,800명의 환자 중 588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암보다 약이 훨씬 무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개복 수술을 할 때 복막을 건드리면 즉시 상처가 생겨 유착 이 일어난다. 그로 인해 장이 막히면 굉장히 고통스럽고, 정상 세포 의 경계가 무너진 곳에 암세포가 끼어들어 증식하기 쉬워진다.
내가 의사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암은 수술이나 항암제로 '치료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환자를 지켜보면서 장기를 절제해도 암은 낫지 않고, 항암제는 고통을 줄 뿐이라고 생각 하게 되었다.
"믿는 자는 구원을 받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의료 행위에 대해서만큼은 '믿지 말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나이가 들면 혈관은 탄력이 떨어지고 딱딱해지기 때문에 혈압이 조금 높아야 혈액이 우리 몸 구석구석까 지 잘 흘러간다. 몸에 적절한 혈압을 유지하려면 평소 많이 걷는 것 이 좋다. 혈액이 하반신에 머물러 있지 않고 원활하게 우리 몸 전체 를 순환하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를 튼튼하게 해주기 때문에 줄이지 않는 것 이 좋다.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오래 산다. 스 테이크나 생선의 뱃살 같은 음식을 콜레스테롤 수치 때문에 일부러 피할 필요는 없다.

- 약으로 혈당을 관리하는 경우, 항상 몸이 나른하거나 초조하고 분노 조절이 잘 안 된다. 약을 사용하는 경우 특히 다리가 휘청거리 거나, 치매 증상 등이 나타난다면 약의 부작용을 의심해 봐야 한다.
당뇨병은 무서운 병이기는 하지만, '당뇨병 예비군 2,000만 명'은 지나치게 과장된 수치이다. 일본 당뇨병학회는 1999년에 진단 기준 인 공복 시 혈당치를 140mg/dL에서 '126mg/dL'으로 변경했다. 특별 한 근거도 없이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치가 바뀌었다고 이를 따라 기 준을 엄격히 하여, 당뇨병 환자를 급격하게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당뇨병에 관한 운동 치료 데이터에 의하면 '걷기, 자전거, 수 영, 스트레칭' 등의 유산소 운동이 혈당치를 떨어뜨리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몸을 녹슬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적절한 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혈당치가 높은 편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일 단 부지런히 걷기부터 시작해 보자.

- 진짜 암세포는 숙주의 정상 세포가 변이하여 만들어지며, 주변의 조직에 침입(침윤)하고 멀리 떨어진 조직에 전이하는 성질을 갖고 있 다. 그리고 숙주를 죽일 때까지 계속 증식해서 숙주와 함께 자폭한다. 한편 생명을 빼앗지 않는 암은 암과 비슷한 것, 즉 '유사암'에 지나지 않으며 진짜 암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증상도 없는데 검진에서 암이 발견되면, 의사는 "조기에 절제하 면 거의 100퍼센트 완치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암이 아니라 유사 암으로, 잘라내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나도 유방암의 경우 '피부를 뚫고 나오는 암은 전이가 있는 진짜 암'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피부를 뚫어도 주변으로 퍼져 나가지 않고, 암 덩어리가 부분적으로 그 위의 피부만 뚫고 나오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전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피부에 침투하는 것은 '침윤'인데, 침윤은 되어도 전이는 되지 않는 유사 암이 있는 것이다.
자궁암이나 폐암은 침윤이 되면 요독증이 일어나거나, 숨이 막 혀 생명을 잃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방사선 치료를 하거나 국소 수 술을 하면 낫고 전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는데, 이 역시 유사 암이다. 위(胃)의 악성 림프종 가운데 어떤 종류는 항생제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제균하면 암이 소실된다. 따라서 이 경우는 암이 아니 라 '만성 변화'나 '만성 염증'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웬만히 성장한 뒤에도 암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힘든 유사 암은 상당히 많다. 반면에 갑자기 흉포한 모습을 드러내는 진짜 암도 있 다. 또한 '중간기 암'이라는 것도 있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지 만 다음 검사 전에, 즉 검진과 검진 사이에 느닷없이 발병한다고 해서 중간기 암으로 불린다. 이 암은 악성이 많아서 발병이 된 환자들은 대개 얼마 안가 사망한다.

- CT 검사는 X선 발생 장치가 360도 회전하며 몸에 X선을 투과시켜 촬영하는 것으로, 검출 결과를 컴퓨터로 재구성하여 인체의 단 면 영상을 얻는다. CT 검사의 피폭선량(인체가 받는 방사선 양)은 일 반 X선 촬영의 200~300배나 된다. 단 한 차례의 CT 촬영으로 발 암 사망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45세 성인의 경우 전신 CT를 한 번 받는 것만으로 1만 명 중에 8명 (0.08퍼센트)이, 30년 동안 매년 CT 검사를 받는다면 1만 명 중에 190명(1.9퍼센트)이 '피폭에 의해 발암 사망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흉부에 국한된 CT 검사에서 도 의료 피폭선량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국가가 피난 기준치로 설정한 '연간' 피폭선량은 20밀리시버트(mSv)이다. 그런데 흉부 CT 검사의 경우, 1회 검사를 하면 그 절반에 해당하는 10밀리시버트에 해당하 는 수치에 노출된다. 게다가 '조영 CT 검사의 경우는 1회 촬영한 뒤 조영제를 정맥에 주사하면서 다시 한 번 촬영을 하기 때문에, 2회 촬 영을 하게 되어 결국 20밀리시버트에 노출된다. 복부와 골반 CT 검 사의 경우는 피폭량이 더 많아 1회 촬영만으로 20밀리시버트에 노 출된다. 여기에 조영 CT 검사까지 받으면 그 배가 되는 것이다.
사실, 일본에서 행해지는 CT 촬영의 80~90퍼센트는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엑스레이 검사는 병원에서 받을 때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회사나 지역에서 편이를 위해 검진 차에서 받는 경우는 주의해야 한다. 검진 차의 엑스레이 장치는 간접 촬영 장치이므로, 병 원에 설치되어 있는 직접 촬영 장치에 비해 피폭선량이 3~10배나 많다. 

- 나는 모든 환자들에게 "한 번에 3종류 이상의 약을 처방하는 의사는 믿지 말고, 5종류 이상의 약을 한꺼번에 먹는 행위는 상당히 위 험하다"라고 누누이 강조하곤 한다. 약을 몇 종류나 복용하면서도 늘 몸이 좋지 않다는 환자나 고령자 중에서 치매나 현기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약을 전부 중단하라"고 조언한다. 약의 복용을 그만둬도 약 효는 얼마간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지므로 금단증상이 일어나 는 일 없이 몸 상태가 거의 호전된다.
약은 ‘독’이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소량을 단기 간 복용하는 정도라면 간이나 신장이 약의 독성을 처리해 주는 경우 가 많지만, 약의 복용이 습관화되면 틀림없이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 리고 단기간이나 소량이라도 약이 독인 이상 복용하는 사람의 건강 상태에 관계없이 언제 부작용으로 나타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 서양 의학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의사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의사의 규칙(A Little Book of Doctors' Rules)》(1992년) 이라는 책이 있다. 일본의 의사나 환자들이 이 책을 보면 뒤로 나자 빠질 만한 내용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것이 다음과 같은 약에 대한 경고이다.
“가능한 한 모든 약의 사용을 중단하라. 그것이 어렵다면 최대한 약을 줄여라."
“먹는 약의 수가 늘어나면 부작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4종류 이상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의학 지식이 미치지 못하는 위험한 상태에 있다."
"고령자 대부분은 약을 중지하면 몸 상태가 좋아진다."

- 시한부 선고와 같은 의사의 '여명' 진단이 믿을 것이 못 되는 첫번째 이유는 암의 성장 속도가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암 병 소가 발견되었을 때 그것이 크다 해도 오래 사는 사람도 있고, 나이 가 들수록 무조건 암의 진행 속도가 느려진다고 말할 수도 없다.
두 번째는 암 병소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성장하려 면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암은 보통 직경 10센티미 터 정도가 되어야 사람을 죽게 할 수 있다. 암세포가 2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개월 이상이다. 1센티미터의 암이 10센티미터 가 되는 데는 20개월 이상 걸리는데, 사실 이 정도의 앞일이라면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세 번째는 암이 커지면서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진행 암뿐만 아니라 조기 암에도 나타나는 경향으 로, 발견되었을 때보다 더 커지지 않는 조기 암도 드물지 않다.
여명 진단을 어느 정도 정확히 내릴 수 있는 것은 뇌, 폐, 간 등의 중요 장기가 손상되어 기능이 떨어졌을 때다. 예를 들어 폐암이 커져 서 호흡이 힘들어지고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경우에는 "이제 몇 개 월 안 남은 것 같다"라고 예측하게 된다.
- 중요 장기에 전이가 발견되어도 자각 증상이나 기능 부전(조직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이 없으면 그보다 훨씬 오래 살 수 있다. 이때도 항암제 치료를 하게 되면 바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즉 '시한부 몇 개월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체력이 암을 당 해내지 못해서 운신을 못하거나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이다. 병원에 두 발로 멀쩡하게 걸어서 왔는데도 "몇 개월 안 남았다" 라고 시한부 선고를 내리는 의사에게는 자신의 목숨을 맡겨서는 안 된다. 더욱이 "항암제 치료를 받지 않으면 3개월밖에 못 살고, 항암제 치료를 받으면 1년은 살 수 있다"라는 식으로 치료까지 권하는 의사 라면 당장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 나오길 바란다.

- 통증에 대한 공포는 죽음의 공포만큼이나 엄청나다. 하지만 통증을 잘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죽음도 평온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 직전에 격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경우는 뼈로 암이 전이되었을 때이다. 전이한 암이 증식해 암 덩어리가 커 지면 골막(뼈를 감싸고 있는 두꺼운 막)이 내부에서 팽창된다. 이때 어 떤 화학적 물질이 나와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골막이 늘어나 서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그로 인한 통증은 환자들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준다. 그러나 그런 통증을 겁낼 필요는 없다. 현재 통증 을 없애는 방법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방법은 진정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우선 비마취 계열의 진정제를 복용한다. 그래도 통증이 가시지 않으면, 두 번째 방법으로 약한 마취 계열의 진정제를 사용한다. 그것으로도 안 된다면, 세 번 째 방법으로 모르핀을 복용하거나 이를 좌약의 형태로 투여한다.
- 환자를 위하는 마음에서 만들어낸 의료 처치가 오히려 문젯거리가 되는 일이 흔히 있다. 콧구멍을 통해 위까지 튜브를 삽입해 영양분 을 주입하는 '비강 영양(튜브 영양)'이나, 배에 구멍을 내어 위에 직접 튜브를 삽입해 영양과 수분을 주입하는 '위(胃)'도 그런 경우이다. 이처럼 강제적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방법이 없었던 시대에는 사 고나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지면 그것으로 사람의 목숨은 끝이었 다. 몇 년씩 식물인간 상태로 살아가는 일은 없었다. 입으로 먹을 것 을 억지로 흘려 넣으면 그것이 폐로 흘러들어가 폐렴으로 목숨을 잃 게 된다. 영양을 공급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아사(餓死)로 생을 마 무리하게 된다. 재택 의료를 선택하면 현대 의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을 수 있다. 편안하게 죽는다는 것은 자연스럽 게 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장기는 보존해야 한다
위암 수술의 큰 문제는 위 주변의 림프절을 절제하는 '림프절 박 리'가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위 주변에는 많은 림프절이 있는데, 위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1군, 2군, 3군 림프절로 분류한다. 진행 위암의 경우, 위를 절제하면서 2군 림프절까지 박리하는 'D2 위 절제'가 일반적이다.
D2 위 절제 수술은 환자에게 엄청난 후유증을 가져온다. 복부의 내장에 분포하는 자율신경도 잘려나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먹으 면 바로 설사를 하거나 먹는 양이 줄고, 본래 체중으로 돌아오지 않 거나 복부 팽만감, 체증, 가슴 쓰림, 식후 불쾌감, 식후 졸음 등의 후 유증이 나타난다.
이런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뭔가 좋은 점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 미 영국과 네덜란드의 임상실험에서 "D2 위 절제는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지 못한다"라는 결과가 나왔다.
세계적으로 암 수술은 가능한 한 장기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나 아가고 있다. 쓸데없이 광범위하게 절제 수술을 해도 환자를 고통스 럽게만 할 뿐, 생존율을 높이는 효과는 없기 때문이다. A씨의 사례처 럼 '치료하지 않고 상태를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장기 보존요 법이라 할 만하다.
- '면역'이라는 이름이 붙은 암 요법에는 근본적인 모순이 있다. 흔히 "인간의 몸속에는 하루에 약 5,000개의 암세포가 생기지만, 면역세포가 그것들을 없애준다"고 한다. 물론 독감 바이러스처럼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의 경우 면 역세포가 이를 붙잡아 제거한다. 그러나 암세포는 몸속의 정상 세포 가 변이를 일으킨 것이다. 몸속의 단백질을 사용해 성장한 '자기 자 신'이므로 면역세포는 이를 이물질로 인식하지 못한다. 면역요법 자체가 모순이라는 말이다.
- 분자생물학 연구를 통해 “암은 만들어진 당초부터 전이할 능력을 갖고 있다. '암이 커지고 나서 전이한다'는 설은 잘못되었다"라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현재 의학으로 아무리 조기에 암을 발견한다고 해 도, 직경 1센티미터 전후부터이다. 이때는 이미 암세포가 최소한 10억 개 정도는 되고, 전이도 벌써 끝난 상태이다. 흔히 말하는 '조기 암'은 암의 일생으로 보면 이미 원숙기로 접어든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면역세포는 자신이 아닌 다른 개체, 즉 비자기(自己)로 인식한 이물질을 없애는 세포이다. 암이 직경 1센티미터 크기로 발견된다는 것은, NK세포가 암세포를 비자기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것 이 바로 '면역계로는 암을 퇴치하지 못한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  왜 콜라겐이나 글루코사민은 피부나 무릎 같은 목표 부위에 직접 닿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먹은 것은 일단 장 속에 서 분해되거나 혈액으로 들어가, 아미노산이나 당의 형태로 이용되 기 때문이다. 콜라겐은 단백질의 일종이며, 글루코사민은 당의 일종이다. 따라서 보조식품으로 콜라겐이나 글루코사민을 섭취한다는 것은 단백질이나 당을 조금 섭취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체내에 흡수된 아미노산의 일부는 콜라겐이나 글루코사민으로 합성된다. 그러나 콜라겐은 피부에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의 모든 조직에 존재하면서 몸이나 피부, 장기의 형태를 유지해 주는 구조재 역할을 한다. 나이를 먹으면 이 콜라겐 합성 능력이 저하되는 데, 눈에 띄는 변화로는 피부의 탄력이 없어지거나 수분을 유지하는 힘이 떨어져 주름이 쉽게 생긴다.
글루코사민은 온몸의 연골이나 결합조직에 분포하며, 연골세포 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영양소 중 하나이다. 콜라겐과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으면 합성 능력이 떨어지고 연골은 닳으면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무릎에 통증과 부종 등이 생긴다.

- 일반적으로 정제염은 "미네랄을 함유하지 않은 소금이므로 소금이라고 할 수 없다"라거나 "몸에 나쁘다"며 무조건 깎아내리는 사람 들이 많다. 반면에 천일염은 덮어놓고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에서는 1971년에 이온 교환막법(交換膜法)이라는 기술이 보 급되면서 전국에서 전통적인 염전이 사라졌다. 그리고 바닷물로 소 금을 만들 때, 바닷물 속의 PCB(폴리염화바이페닐)나 다이옥신 같은 위험한 물질을 완전히 제거한 소금을 국민에게 공급하게 되었다. 이 소금이 바로 염화나트륨 99.5퍼센트 이상의 아주 순도 높은 정제염 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천일염은 오히려 '불순 물질이 잔뜩 섞여 있는 소금'이라고 할 수 있다.
설탕, 쌀, 빵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얗게 정제한 식품을 마 치 독이라도 되는 양 혐오스러워하고 반면에 흑설탕, 현미, 검은 빵은 무조건 치켜세우는 것도 비과학적인 태도이다. 양쪽 모두 장 단점이 있으므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균형 있게 먹으면 된다.

-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의 유명한 시 '청춘(Youth)'에는 청춘과 늙음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한다. 
굳은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정열, 꺾이지 않는 용기, 만족할 줄 모르는 모험심이야말로 청춘이다.
인간은 나이를 먹는다고 늙는 것이 아니라 꿈을 잃었을 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더하지만, 정열을 잃으면 마음이 시들게 된다.

- 치매는 흔히 '고독병'이라고 불린다. 하루 종일 혼자서 텔레비전 만 보는 일상이 계속되면 순식간에 치매가 온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 을 때의 뇌는 완전히 수동적이 되어, 멍하니 앉아 있는 것과 똑같은 상태이므로 점점 퇴화된다. 또한 손발을 거의 움직이지 않으므로 몸 도 쇠약해진다.
반면에 똑같이 혼자서 생활해도 손자에게 줄 스웨터를 짜거나, 경품 응모하는 것을 좋아해서 시간만 나면 응모 엽서를 쓰거나, 과자 를 구워서 친구에게 선물하는 등 취미 생활이나 소일거리로 손발과 머리를 자주 쓰는 사람은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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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원인과 결과의 법칙

etc 2024. 2. 4. 06:41

- 마음의 자세는 특히 그것이 사람들을 향해 있을 때, 반응이 훨씬 빨리 당신에게 되돌아온다. 당신이 지금 맺고 있는 인간관계 는 자신이 이제까지 가꿔온 마음 자세의 결과다.
당신이 내보내는 불순한 생각들이 결국 당신의 인생을 어둡게 하는 또 다른 재앙으로 되돌아온다. 당신이 내보내는 정겹고 깨 끗한 생각들은 당신의 인생을 밝게 해주는 충만한 은혜로 되돌 아온다.
당신의 환경은 자기 내면의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의 '결과' 다. 당신은 자신의 생각을 낳는 부모이며 자신의 환경과 인생을 만들어내는 손이다.
자신의 마음과 인생에 관한 지식을 깊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인생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이 '정의의 저울'로 정확하게 계량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불변의 법칙을 이해하는 순간부터 당신은 자신이 허약하고 맹목적인 '환경의 노예'가 아닌 강인함과 예리한 통찰력을 지닌 '환경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걸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인간은 자신의 행복과 불행의 창조자이다. 자신의 행복과 불 행을 지속시키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행복과 불행은 외부적으로 강요된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내면의 상태로 신도 악마도 환경 도 아니고 바로 생각이 원인이다. 행복이나 불행은 행위의 결과 이며, 행위는 생각이 외부로 드러난 현상이다. 고정된 사고방식 이 행동 방식을 결정하고 행동 방식으로부터 행복과 불행이라고 불리는 반작용이 나온다. 사정이 그러하기 때문에, 반작용인 결 과를 변화시키려면 작용의 원인인 생각을 변화시켜야 한다. 불 행을 행복으로 바꾸려면 불행의 원인인 고정된 사고방식과 습 관적인 행동 방식을 반대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렇게 하면 반대의 결과가 마음과 삶에 나타날 것이다. 

-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가하는 행위에서 발견하는 해악은 예 를 들자면, 비방이나 명예훼손 그 행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 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그의 마음 자세에 있다. 손해와 불쾌함은 그 자신의 생각이 만들어낸 것이며, 행위의 본질과 힘에 관한 그 의 무지에 기인한다. 그는 그 행위가 자신의 인격을 영구히 손상 시키거나 훼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행위는 그럴 힘 이 조금도 없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 행위는 오직 그 행위자만 해치거나 파멸시킬 수 있다.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함으 로써 그 사람은 짜증 나고 불쾌해지며 그 피해를 무마하기 위해 힘들게 수고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수고는 그 비방이 사실인 것처럼 보이게 하여, 명예훼손을 저지하기보다 오히려 돕게 된다. 그가 느끼는 모든 짜증과 불안은 그 행위 자체 때문에 실제 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가 그 행위를 받아들이는 자세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의로운 사람들은 비방이나 중상을 당하더라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실을 증명해왔다. 의로운 사람은 이해하기 때문에 그것을 무시한다. 그것은 의로운 사람이 더 이상 거주하 지 않는 영역에, 그가 더 이상 약간의 호감도 갖지 않는 의식 세계에 속한다. 의인은 비방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인은 그런 행위가 번성하는 정신적 어둠을 초월하여 살아간다. 그런 행위가 의인을 해치거나 방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린 소년이 태양에 돌을 던져서 태양에 해를 입히 거나 진로를 바꿀 수 없는 것과 같다. 부처는 생애의 마지막 날 까지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거듭 반복해서 강조했 다. 그것은 어떤 이가 “나는 피해를 입었다", "나는 사기를 당했 다", 또는 "나는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일어날 수 있는 한, 그는 아직 진리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우리를 속박하거나 자유롭게 하는 것은 외부 상황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 우리는 자신의 굴레를 만들고 감 옥을 짓고 자신을 죄수로 만들기도 한다. 또는 자신의 속박을 풀 고 자신의 궁전을 짓거나 모든 사건과 상황을 통해 자유롭게 돌 아다니기도 한다. 만약 나의 주변 상황이 나를 속박할 만큼 강 력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이 나를 속박할 것이다. 만약 내가 주변 상황을, 내 생각과 실제 삶 속에서, 극복하고 벗어날 수 있 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이 나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점검해봐야 한다. '내 생각들은 속박으로 향하고 있는가, 해방으로 향하고 있는가?' 그러고 나 서 속박하는 생각들은 버리고 자유롭게 해주는 생각들을 선택해 야 한다.

- 환경은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 내면의 생각이 외부로 흘러 나 갈 수 있게 할 뿐이다. 순수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환경이 좋지 않아 나쁜 길에 빠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불온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그저 좋은 환경 덕에 고매한 목표를 달성하며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일 또한 절대 일어날 수 없다. 사람은 자기 생각의 주인이다. 자기 인격의 창조자이며 환경 의 설계자이다. 사람은 자신이 바라고 있는 대로가 아니라 자신 이 현재 마음속에 담고 있는 생각과 같은 모습으로 드러나게 된 다. 입에 발린 소리나 단순히 꿈같은 이야기는 성장에 한계가 있 겠지만, 마음 깊은 곳에 담고 있는 진실한 생각이나 염원은 그것 이 순결한 것이든 더러운 것이든 자기 자신이라는 양분을 거름 으로 삼아 자라난다.

- 집중력을 완성한 사람
집중력의 네 단계는 각각 특정한 힘을 갖고 있다. 첫 단계가 완성되면 유능함을 발휘하게 되고, 두 번째 단계가 완성되면 기 술과 능력과 재능을, 세 번째 단계가 완성되면 독창성과 천재성 을 발휘하게 된다. 한편 네 번째 단계가 완성되면 지배력과 힘을 갖게 되고 사람들의 지도자나 스승이 된다.
다른 모든 성장 과정과 마찬가지로, 집중력의 발달 과정에서 도 다음 단계는 그 이전 단계들을 자체 속에 완전히 포함한다. 숙고 속에는 주의가 포함되어 있고, 몰입 속에는 주의와 숙고 둘 다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 사람은 숙고의 행위 속에서 네 단계를 모두 활동시킨다.

- 부처는 이렇게 말했다. "허영에 빠져서 인생에 진정한 도움이 되는 것을 잊은 채 쾌락만 좇으면서 명상을 등한시하는 사람은 명상을 위해 노력한 자를 부러워할 때가 올 것이다." 그리고 부 처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중요한 명상을 가르쳤다. 
첫째, 명상은 사랑의 명상이다. 이 명상에서는 자기 원수의 행 복도 포함해서 모든 존재의 행복과 번영을 간절히 바라도록 마 음을 조절한다.
둘째, 명상은 연민의 명상이다. 이 명상에서는 괴로움을 느끼 는 모든 존재를 생각하고 그들의 슬픔과 근심을 자신의 상상 속 에 생생히 떠올려서 그들에 대한 깊은 동정심이 마음속에서 일 어나도록 한다.
셋째, 명상은 기쁨의 명상이다. 이 명상에서는 다른 이들의 성공과 번영을 생각하고 다른 이들의 기쁨을 함께 기뻐한다.
넷째, 명상은 불순함에 대한 명상이다. 이 명상에서는 타락의 나쁜 결말, 죄와 질병의 결과를 깊이 생각한다. 또한 순간의 쾌 락이 얼마나 하찮은지, 그리고 그 결말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깊이 느낀다.
다섯째, 명상은 평정에 대한 명상이다. 이 명상에서는 사랑과 미움, 학대와 억압, 부와 가난을 초월하고, 자신의 운명을 편견 없는 냉정함과 완벽한 평정심을 가지고 바라본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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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착각

etc 2024. 1. 28. 09:13

- 판단을 흐리는 고정관념
고정관념은 주로 무의식적으로 생긴다. 뇌는 우리가 의식하 기 10초 전부터 판단을 내린다. 노벨상을 수상한 신경과학자 에릭 캔델Eric Kandel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생각의 약 80퍼센트는 무의식적으로 진행된다. 문손잡이를 잡으려고 손을 뻗을 때는 유익하지만, 사람들에 대한 인상을 갖거나 판단을 내릴 때는 이 런 과정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고정관념은 우리가 다른 인간들을 신속히 평가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장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런 관념은 관찰이나 경험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라, 외부 세계에서 무비판적으로 흡수한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타인을 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자부한 다. 하지만 사회적 존재인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얻은 사회적 인 식을 지니고 있다. 워낙 마음속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에 그 런 인식이 우리를 속이고 있음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이런 인 식은 '암묵적 편향implicit bias'이라는 무의식적인 과정을 초래해 우리가 특정 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반사적으로 좋아하거나 싫어하게끔 영향을 줄 수 있다. 암묵적 편향은 의식적 믿음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서 줄이기도, 그냥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암 묵적 편향에는 흔히 구조적 편향이 반영되기 때문에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구조적 편향은 근로자를 차별하는 기업이나 환자를 차별하 는 병원처럼 사회 기관의 정책이나 관행에 담긴 편향으로, 암묵 적 편향과 뒤얽혀 있을 때가 많다. 기관 내에서 차별은 관리자 나 의사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날 수 있으므로 암묵적 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차별은 소외된 구성원들에게 권력을 나눠주지 않고 권력자의 권력만을 강화하므로 구조적이기도 하다.
- 우리는 각자가 속한 문화와 사회로부터 온갖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받아들이지만, 부정적인 연령 인식은 특히 쉽게 흡수한 다. 많은 사람들이 물그릇에 담긴 스펀지처럼 이런 관념을 빨아 들이는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너무 흔하기 때문이다. 세계보 건기구WHO에 따르면, 연령차별은 오늘날 가장 널리 퍼져 있고 사회적으로 쉽게 용인되는 편견이다." 둘째, 인종이나 성별 고 정관념과는 달리, 사람들은 그 대상이 되는 연령대에 이르기 수 십년 전부터 나이 고정관념을 접해왔기 때문에 의문을 제기하 거나 반대하려 하지 않는다. 셋째, 고령자들이 거주하고, 일하 고, 사교 활동을 하는 장소는 종종 나머지 사회로부터 분리되어 있다. 아이들은 고령자들이 어떻게 분리되는지를 알아차리고, 이런 사회적 분리가 여러 연령대 사이의 본질적이고 의미 있는 차이에서 나온다고 추측한다. 그러나 사실은 권력자들이 고령자들을 소외시키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넷째로, 이런 고 정관념은 고령자에 대한 광고나 매체에 담긴 메시지를 대량으 로 접하면서 평생 동안 강화된다.
- 연령 인식은 비관적 사고나 낙관적 사고와는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긍정적인 연령 인식은 긍정적 사고의 한 측면이 고 부정적인 연령 인식은 부정적 사고의 한 형태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연구를 통해 행복이나 우울 같은 일반적 인 감정과 별도로, 연령 인식 자체가 기억할 수 있는 정보의 양,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속도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혔 다. 즉 연령 인식은 정서적 태도, 이를테면 유리잔이 반쯤 찼다 고 보는 성향인지 반쯤 비었다고 보는 성향인지에 관계없이 우 리의 건강을 실제로 손상할 수도 개선할 수도 있다.
- 어떤 종류의 기억력은 노년기에 더 좋 아진다. 그중 한 가지는 사과의 다양한 색깔 같은 일반 지식에 대한 기억인 의미기억이다.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기억도 있 다. 자전거 타는 법처럼 일상 행동을 수행하는 방법에 대한 절 차기억이 그 예다. 한편 일화기억은 나이가 들수록 쇠퇴하는 경 향이 있다. 일화기억이란 폭풍우가 치던 어젯밤에 집 위에서 번 쩍이는 번개를 본 경험처럼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 개인의 일화에 대한 기억을 가리킨다. 모든 노인은 이 마지막 기억 유형의 쇠퇴를 겪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런 기억도 개입 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자, 특정 순간에 특정 사람들에게 특정 형태의 기억력이 실제로 저하된다면 '노인 건망증'이라는 표현 이 옳다는 뜻 아니겠냐고 따지는 사람이 아직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기억력 감퇴할 수 있으며, 우리의 뇌 는 노년기에도 가끔의 실수를 보상하고도 남을 새 연결을 형성 한다.
한마디로 특정 유형의 기억력이 떨어지는 원인은 노화 그 자체보다 우리가 노화를 대하고 바라보는 태도와 관계가 있다. 즉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가 속한 문화가 가르쳐주는 방식, 우리 자신이 가진 믿음에 영향을 받는다.
- 신경과학자 대니얼 레비틴Daniel Levitin에 따르면, 특정 유형의 기억력은 나이가 들면서 실제로 더 좋아진다. 예를 들어, 사람들 은 60세가 넘으면 패턴 인식 능력이 향상된다. 레비틴은 "엑스 레이를 찍는다면 당신은 그것을 서른이 아닌 일흔의 의사가 판 독하기를 원할 것이다"라고 했다.24
나이가 들어도 우리의 뇌는 꾸준히 새로운 연결을 만든다. 브랜다이스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앤절라 구체스Angela Gutchess는 노화된 뇌의 여러 영역은 특정 기능에 특화되지 않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런 특성은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녀의 명쾌한 MRI 뇌 연구에 따르면 시를 비롯한 언어 정보를 암기할 때 젊 은 성인은 왼쪽 전두엽 피질에 의지한다. 고령자는 같은 부위뿐 만 아니라 지도 등의 공간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기능을 하 는 오른쪽 전두엽 피질까지 이용한다. 양쪽 뇌 반구를 더 많이 활용한다는 것은 적응력과 유연성이 높다는 뜻이다.
존 베이신저는 어떤 연령대에 속하는 사람이라도 자랑스러 워할 놀라운 암기력을 보여주었다. 문자를 손동작으로 입체화 하고, 노년기를 기술과 경험이 한껏 축적된 시기로 인식한 것이 그 비결이다. 연령 인식은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 다. 우리 몸을 통제하는 정신의 왕좌를 차지한다. 연령 인식은 노화의 암호를 푸는 중요한 열쇠다. 문화 집단과 개인이 노년을 설계하고, 구성하고, 경험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연령 인식 의 효과는 우리의 기억력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수할 것인지 말 것인지 따위의 행동까지 바 꾸면서 의미 있게 확산된다.
- 심리 메커니즘은 삶이 주는 혜택이 삶이 주는 고난보다 크다고 느끼고 살아남으려는 의지를 갖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이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면, 간단히 말해 인생에 뭔가 기대할게 있다고 여긴다는 뜻이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이 개념을 '인생 계획plan de vida' 이라고 한다. 미국인들은 '내가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라고 말한다. 프랑스에는 '존재의 이유 raison d'étre'가 있다. 일본인들은 '삶의 원동력生甲'이라 부른다. 모두 '살려는 의 지' 또는 '존재하는 이유' 등의 의미를 갖는다.
삶의 의지는 고귀한 철학적 신념이라기보다 단순히 인생을 살 만하다고 여기는 태도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고 애완동물을 보살피고 정원을 가꾸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면서 그것을 드러낸다. 우리에게 목적의식을 주는 대상, 우리가 쓸모 있는 존재라는 인식은 삶의 의지를 갖게 한다.
- 고인이 된 내 동료이자 유행병학자인 스탠 카슬 Stan Kasl은 삶의 의지가 있으면, 아니 단순히 기다리는 행사만 있어도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카슬과 사회학자 엘런 아이들러 Ellen Idler에 따르면 독실한 그리스도교인들은 종종 죽음을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이후로 늦추고, 독실한 유대교도들은 속제일, 유월절, 나팔절 이후로 미룬다. 내가 '건강과 노화' 수업에서 이 현 상을 설명하면, 손을 들고, 간절히 기다리던 가족의 결혼이나 탄 생 직후까지 사망을 유예한 친척들의 이야기를 꺼내는 학생이 꼭 몇 명씩 있다.
- 과거에는 증명된 적 없지만 나는 연령 인식이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경로는 우리가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으리라 추측했다. 나는 C 반응성 단백질CRP이라는 스 트레스 생체지표에 주목했다. CRP은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증 가하여 혈장에서 발견되는 고리 모양 단백질이다." 일찍 죽는 사람들은 대체로 CRP 수치가 더 높다." 우리는 50세 이상 미국 인 4,000명의 연령 인식과 CRP 수준을 6년간 추적했다. 그 결 과 긍정적 연령 인식이 CRP를 낮추어 수명을 늘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즉 긍정적 연령 인식은 생물학적 차원에서 스트 레스에 저항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높였고, 결국 수명에도 영향 을 미쳤다.
- 문화심리학자 헤이즐 마커스와 기타야마 시노부는 부모의 양육 방식을 예로 들며 이 문화 차이를 부각한다. "자녀에게 밥 을 먹일 때 미국 부모들은 이런 말을 즐겨 한다. '굶주린 에티오 피아 아이들을 생각해봐. 그 애들처럼 배를 곯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니. 반면 일본 부모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 희를 위해 벼를 키우느라 고생한 농부를 생각해봐. 네가 밥을 먹지 않으면 그 노력이 헛수고가 되잖아. 농부가 얼마나 서운하 겠니.'"52 일본과 미국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텍사스의 한 회사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매일 출근 전에 거울을 보며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 야"라고 100번을 중얼거리게 한다. 반면 일본인이 소유한 뉴저 지 소재 슈퍼마켓 직원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상대에게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라고 말해주며 하루를 시작한다." 한 문 화는 자신을 주로 개인으로 인식하는 반면, 다른 문화에서는 자 신을 더 큰 집단의 일원으로 본다.
이런 상호의존성은 긍정적 연령 인식 문화를 촉진하고 지지 한다. 68개국의 1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윌리엄 초픽 과 린지 애커맨은 집단주의 문화의 구성원들은 연령차별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연장자에 대해 존경심을 품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예술사학자와 창조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노년의 양식, '알터스틸Alterstil'이 실제로 찾아온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예술가가 노년에 이르면 작품의 기법, 정서적 분위기, 주제 등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들은 극적인 효과의 증가, 육감 에 따르는 노련한 접근, 폭넓은 시야, 직관과 무의식에 기대는 경향을 알터스틸의 특성으로 보았다. 화가 벤 샨Ben Shahn이 66 세에 설명했듯, 창조적 과정이라는 정신적 삶에 대한 인식도 갈 수록 깊어진다. 그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의식의 가장 까마득하 고 깊숙한 공간에서 끌어냈다. 우리가 고유하고, 자주적이며, 가 장 온전한 인식을 간직하는 곳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
- 미켈란젤로가 50년의 간격을 두고 조각한 두 점의 <피에타>는 이런 '노년의 양식', 그리고 나이와 함께 성장하는 창의성을 잘 드러낸다. 그가 23살 때 조각한 성경의 한 장면은 현재 성 베 드로 대성당 입구에 전시되어 있다. 젊은 마리아가 죽은 아들 예수를 무릎에 누인 채 팔로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다.
노련한 예술가가 된 미켈란젤로는 연령 인식에서 힘을 얻었 다. 그는 만년에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Ancora imparo" 라는 말을 남겼다." 72살에도 그는 같은 장면을 조각했지만 스타일은 전 혀 달랐다. <피렌체의 피에타>는 예수, 마리아, 마리아 막달레나라는 세 인물이 서로 얽혀 있는 모습을 묘사한다. 뒤에 서서 나 머지 세 명을 받쳐주는 노인은 미켈란젤로 자신이었다. 이 예술 가는 자신의 무덤을 장식할 의도로 이 조각품을 제작했다. 첫 번째 <피에타>에서 마리아는 얼굴에 전혀 슬픈 기색 없이 예수 를 내려다본다. 두 번째 피에타 속 그녀는 괴로운 얼굴로 예수 를 들어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노인이 그녀를 돕고 있다. 그녀 혼자만의 고통도 아니다. 그들의 형체는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서로 얽혀 있다. 사랑과 슬픔을 훨 씬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 부정적인 연령 인식은 경험에 위배될 때조차 쉽게 수용되고 표출되기에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를테면 우리는 어떤 노인 의 총기가 예전 못지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가 정신이 오락가 락하거나 행동이 엉성해졌다는 식으로 우스갯소리를 한다.
한편 연령차별의 구조적 동기는 부정적 연령 인식이 경제적 으로 이익을 얻거나 권력을 보존하는 수단으로 꽤 유용하다는 데 있다. 나의 은사인 인류학자 로버트 러바인 Robert Levine은 문화 현상을 조사할 때 처음으로 던지기에 좋은 질문은 "이 현상에서 누가 이익을 얻는가?"라고 했다.
많은 영리기업은 부정적인 연령 인식을 조장하여 막대한 이 익을 얻는다. 노화에 대한 공포와 쇠약해지는 노인의 이미지를 먹고 사는 안티에이징 산업, 소셜미디어, 광고 대행사, 기업 등 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업계는 연간 1조 달러 이상을 벌 어들이고,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은 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 고령의 근로자들은 놀랄 만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뿐더 러, 훨씬 믿음직하고 이직률·결근율·사고율도 낮다. 그런데도 연령차별은 고용 주기의 전 단계에 만연하다. 우리 연구팀이 45 개국의 직장 내 연령차별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모두)을 조사해 보니, 나이 든 근로자가 젊은 구직자보다 채용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았고, 채용되어도 직무교육을 받거나 승진을 하기 어려웠다. "
최근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독일의 BMW 공장에서 실시 한 연구는 고령의 근로자를 보유할 때의 이점을 보여준다. 여러 연령대가 섞인 조립라인은 생산성이 높아지고 결근이 줄었으며 생산된 자동차의 불량이 적었다. 그밖에 장점이 있다면? 연구가 끝난 후에도 다세대 팀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었다." 55 세에 에어비앤비에서 비슷한 연령 혼합팀 조직에 기여했던 칩 콘리는 이런 팀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평가했다. "고령의 근로자들은 문제를 파악하고 결과에 책임을 질 줄 알기 때문이다."
- 일본에서 나는 우리가 속한 문화가 우리의 노화 방식에 영향 을 미친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폐경을 예로 들어보자. 일 본 문화에서는 폐경을 두고 별로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신경이 예민해지고 생식능력을 잃게 되는 시기라는 이유로 폐경기를 중 년에 찾아오는 역경으로 보는 서양과 달리, 일본에서는 가치 있 는 인생 단계로 나아가는 노화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취급한다. 일본인들이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을 북미의 동년배들만큼 수치 스럽게 여기지 않은 결과는 무엇일까? 나이 든 일본 여성들은 같은 연령대의 미국, 캐나다 여성들보다 열감을 비롯한 갖가지 갱년기 증상을 경험할 가능성이 훨씬 낮다. 그리고 이 연구를 이끈 인류학자에 따르면 "자국에서 록스타처럼" 대우받는 일본 의 남성 노인들은 유럽의 노인들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 다. 이 말은 우리가 속한 문화권에서 노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수용하느냐에 따라 성욕의 노화에도 차이가 생긴다는 뜻이다. 
- 인구통계학적으로 우리는 일종의 분기점에 이르렀다. 세상 에 5세 미만보다 64세 이상 인구수가 더 많기는 인류 역사상 처 음이다. 일부 정치인과 경제학자, 언론인은 이른바 '실버 쓰나 미 silver tsunami'를 우려하지만 그들은 핵심을 놓치고 있다. 노령에 들어섰는데도 건강이 양호한 사람이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성과다. 또 지금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 인지 다시 생각해보기에 좋은 시점이기도 하다.
- 할머니가 돌아가신 직후에 나는 놀라운 발견을 했다. 오하이오주의 소도시 옥스퍼드 주민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에 대한 연 구 데이터를 분석하다가, 성별, 소득, 출신 배경, 외로움, 기능적 건강보다 이곳 주민들의 수명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노년 에 대한 생각과 태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령 인식은 우 리의 수명을 약 8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런 인 식은 우리의 머릿속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가 시청하는 TV 프로그램, 우리가 읽는 책, 우리가 나눈 우스갯소리에 담긴 인식 은 우리의 행동을 지시하는 대본이 된다.
- 처음으로 장수에 대한 이런 사실을 밝혔을 때, 92세를 일기 로 돌아가실 때까지 호티 할머니를 곁에 둘 수 있었던 것이 우 리 가족에게 큰 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도 그렇게 늙 어가면서 행복하셨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할머니가 어떻게 긴 수명이라는 선물을 누리게 됐는지도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호티 할머니와 7~8년쯤 더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가 노년 에 삶을 만끽했기 때문일까? 제도가 됐든 방법이 됐든 잘 늙는 비결이란 것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연령 인식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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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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