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들의 건강 관리는 절대 화려하지 않았다. 조용하고 철저하며 은밀했다. 하루하루의 작은 습관이 쌓여 결국 큰 차이를 만들었다. 나는 이런 분들의 곁에서 몸을 관리하는 법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도 배울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회장님들과 합께한 시간은 나에게도 무언가를 바꿔놓았다. 처음에는 그저 운동 지식을 전달하는 트레이너였지만 어느새 나도 그들의 철학을 내 삶에 적용하고 있었다. 나의 일과도 더 이른 아침에 시작되었고 식단도 더 섬세하게 관리하기 시작했다. 작은 습관의 힘이란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의 지위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회장님들과 나 사이의 유일한 차이는 무엇일까?'
종종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들에게도 하루는 24시간이고, 세끼 식사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본질적인 차이는 '선택'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더 가치 있는 방향으로 기울었다.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에도 건강을 해치는 음식 대신 마음을 다잡는 명상을 택했고, 피곤한 날에도 운동시간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내 삶의 작은 선택들 또한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오늘도 그들의 조용한 전투를 곁에서 응원하며 함께 걷는다. 어쩌면 나역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배우는 중인지도 모른다. 회장님들 덕분에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 길이 단지 지도자'로 머무는 자리가 아니라 내 삶의 회장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단 한 번뿐인 삶. 어떤 선택이 내 건강과 시간을 가장 가치 있게 만들까?' 재벌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결국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질문은 같다. 진짜 부자의 기준은 자신을 얼마나 철저히 돌보고 지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오늘도 그 답을 찾기 위한 훈련은 계속되고 있다.

- 핵심은 '재벌이라서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그들이 얼마나 절박하게 자기 몸을 지켰는지를 이해하는 것. 그 절박함은 지금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하다. 오늘늘 치열하게 살아가는 당신에게 필요한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몸과 마음을 지키는 작은 습관, 그리고 스스로 에너지를 지켜내는 일상적인 시스템.그 꾸준한 실천이야말로 당신을 더 멀리, 더 단단히 버티게 해줄 것이다.

- 흔들리지 않는 리더의 3가지 습관
그렇다면,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 혹독한 자기관리를 지속할수 있었을까? 나는 그들의 곁에서 그 비밀을 찾아냈다. 바로 '원칙에 기반한 꾸준함이었다. 그들은 타고난 의지력만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었다.
일상의 모든 요소를 시스템화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루틴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첫째, '시간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그들은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단 5분이라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사수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가장 먼저 운동하거나 중요한 회의 직전 짧은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식이었다. 그들에게 나를 돌보는 시간'은 '우선순위'가 아니라 '필수'였다.
둘째, '불편함과의 동맹'을 맺었다.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았다. 익숙한 루틴에 안주하는 순간 성장이 멈춘다는 것을 알았다. 매일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선택했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며 뛰는 러닝, 몸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고강도 훈련, 맛없는 건강식도 마다하지 않는 식단 조절. 이 모든 불편함이 그들을 '흔들리지 않는 강철 같은 사람'으로 단련시켰다.
셋째, 결과를 예측하고 집착했다. 그들은 단순히 '열심히' 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모든 행동의 결과를 명확히 예측하고 그 예측이 현실이 될 때까지 집요하게 몰두했다. 나의 몸 변화가 기업 경영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어떤 컨디션이 최상의 성과를 만들지 늘 고민하고 실행했다. 그들에게 자기관리의 숫자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곧 그들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이터였다.

- 내가 재벌 회장님들의 난제를 해결하며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다.
해결책은 항상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익숙한 시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각도로 바라볼 때 비로소 그 해답이 보인다는 것이다.
*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라.
* 기존의 방식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 새로운 해결책은 기존의 틀을 깨는 순간 등장한다.
당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원래 이런 거야'라는 단정을 멈추고 꼭 이렇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그 질문이 몸과 삶을 변화시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 잠재력을 깨우는 열쇠는 바로 당신의 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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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이지 않는 법

etc 2025. 11. 23. 10:18

- 자살 이야기를 읽으며 등골이 오싹하게 만드는건 창살에 매달린 힘빠진 시체가 아니라, 바로 직전 그 사람의 마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이다. (시몬드보부아르)

- 20세기 위대한 심리학자인 알프레트 아들러는 자신의 에세이 (자살)에서자살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은 이후의 삶에서도(사실 지금도 여전히 그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지만) 그러기 쉽다고 했다.
인생의 고비에서 심리적 고통으로 무너지는 경향, 야망과 허영심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남과 비교하는 의식의 증가, 병이나 죽음에 대한 환상에 이르기까지. 이런 특징은 타인에 비해 자신의 가치가 휠씬 높다는 견고한 믿음과 함께 나타난다. 유아기에 보이는 자살 의지의 표현으로 흔히 사소한 문제에 느끼는 깊은 슬픔, 굴욕을 경협할 떼 병이 나거나 죽고 싶어 하는강한 바람.. 그리고 마치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든 바람을 충족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여기는 타인에 대한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에게는 예사롭지 않은 가족이 있었다. 네 명의 형제 중 세 명이 자살했고 비트겐슈타인 자신도 자살 욕구와 계속 싸워야 했다. 비트겐슈타인 가문은 일족의 뛰어난 재능에 재산도 상당했으며 오스트리아 빈 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피상적으로 말하자면 살아야 할 이유가 하고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자살 충동
이나 삶의 평범한 고충은 그렇지 않은 법이다. 실제 상황이 어떻든 상관없이 우리는 자신이 왜 비참한지 정확히 알지 못하며 그래서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나는 행복해야 하는데, 행복할 이유밖에 없는데, 왜 자기혐오와 불행, 자기 연민에 빠져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반면에 세상의 다른 이들은 극심한 고통과 괴로움(굵주림, 심신을 쇠약하게 만드는 질병, 빈곤, 예기치 못한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아침이면 일어나 가족을 위해 끼니를 준비한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내가살 가치가 없다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된다.

- 2020 12월에 종사르 켄체 린포체(이후로는 켄체 린포체로 지칭하려 한다)가 타이베이에서 위빠사나에 관한 강연을 했다.
그리고 질의응답 시간에 한 학생이 말했다. "가끔 저는 마치 감옥에 갇힌 것처럼 끔찍한 기분에 빠져요.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관에 갇힌 느낌이에요.. 질문은 그 학생의 명상 중의 경험이라기보다 일반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같았다. 
켄체 린포체가 이렇게 답했다.
실질적으로그 감정을 그저 관찰해야 합니다. 정말로요.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감정에 대응하는 어떤 방식이나 해결책 같은 게 있어도 사용하지 마세요. 그냥 지켜보세요. 초심자들에게 이런 방식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있다는 걸 압
니다. 모든 게 당장 해결되길 바라죠. 하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바닥으로 가라앉은 기분이 들더라도 말이표. 그저 바라보십시오. 믿어 보세요. 매우 경제적인 방법이 아닌가요? 부작용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많은 발견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두 달쯤 지나면 그런 가라않은 기분도 원하게 될 접니다. 물고기가 많지 않은 강에서 낚시하는 어부처럼 말이죠. 그러다 보면 좋지 않은 감정과 마주하길 원하고 그것을 포획한 것에 만족감을 느끼게 될 거예요.
사실 극심한 고통이나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이런 시도는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핵심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우율한 기분이 들면 이렇게 되뇌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과제 전체)은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우울한 채 두자. 아플 테지만 그래도 괜찮으니까.

- 자기 소멸의 욕구가 인간 심리의 기본이라는 부처의 생각은 사실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일명 '죽음 충동'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론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프로이트는 사비나 스필레인의 1912년 논문에 뒤이어 자신의 이와 같은 생각을 1920년 발표한 '쾌락원리 너머'를 통해 소개했다. 당시 그는 많은 부분 불교 심리학에 기반을 둔 쇼펜하우어가 주창한 욕구 심리학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프로이트의 이론에는 삶에 대한 욕구 에로스와 죽음에 대한 욕구 타나토스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에로스는 성행위나 창조 행위 같은 삶을 긍정하는 활동의 기반이며, 타나토스는 강박 행동을 비롯해 공격성. 살인, 모든 종류의 신경증과 정신병, 그리고 당연히 자살처럼 삶에 적대적으
로 보이는 행동과 습관의 원인이다. 프로이트 역시 불교 철학에 깊이 동의하며 열반 원칙에 대해 언급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열반 원칙은 마음에서 모든 긴장을 없애려는 성향으로 죽음으로만 가능한 상태다.
따라서 이는 그저 죽음 충동의 극단적 형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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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지방 산 열

etc 2025. 11. 9. 14:13

- 음식을 만들 때 소금이 하는 주된 기능은 맛의 증폭이다. 음식의 질감에도 영향을 주고 짠맛 외 다른맛에 변화를 주기도하지만, 소금을 넣을때마다 맛이 더 강화되고 깊어지는 효과는 거의 저절로 따라온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소금은 무조건 많이 넣어야 할까? 아니다. 소금은 '잘'넣는 것이 중요하다. 적정한 형태의 소금을 적절한 시점에 적정량만큼 넣어야한다. 조리하는 동안 소금을 살짝만 쳐도 식탁에서 먹기전에 듬뿍 뿌리는 것보다 음식맛을 훨씬 더 살릴수 있다. 병원에서 나트륨 섭취량을 제한하라는 지시를 받은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집에서 만드는음식은 소금양을 크게 염려하지않아도 된다. 채소 삶는물에 내가 소금을 한주먹 가득 넣으면 학생들이 모두 깜짝 놀라 잔소리를 하는데, 그럴때마다 나는지금 넣는 소금은 대부분 음식을 익힐때 쓰는 물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알려 준다. 여러분이 집에서 직접 만든 음식은 대부분 가공식이나 간편조리 식품, 또는 식당에서 먹는 음식보다 영양가가 높고 나트륨함량은낮다.

- 소금과 맛의 관계는 다면적이다. 즉 소금 '자체의' 맛이 음식에 더해지는 동시에 '다른' 재료의 맛을 강화한다. 소금을 제대로 활용하면 쓴맛을 최소화하고 단맛의 균형을 잡으며, .풍미를 더하고음식을 먹을때 우리의 경험을 향상시킨다. 아주 가는 바닷소금을 살짝 뿌린 진한 에스프레소브라우니를 한입 베어 먹었을 때를 상상해보자. 작은소금 덩어리가 씹히는 즐거움과 더불어, 에스프레소의 쓴맛은 약화되고 초콜릿의 맛은 강렬해진다. 동시에 설탕의 단맛과 대비되는 기분 좋은 짠맛을느낄 수있다.

- 놀라운 사실은 소금이 맛뿐만 아니라 풍미에도 영향은 준다는 점이다. 우리는 음식에 소금이 들어 있는지, 있다면 얼마큼 쓰였는지 미각으로 구분한 수 있다. 그런데 소금은 음식에 함유된 수많은 향물질을 깨워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곧바로 느낄 수 있도록 한다.소금의 이런 기능을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간하지 않은 수프나 육수를 맛보는 것이다. 닭 육수를 만들 때꼭 확인해 보기 바란다. 밋밋한 맛이 나는 간이 안 된 육수에 소금을 첨가하면 그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향이 느껴진다. 계속해서 소금을 더하면서 맛을 보면 소금의 맛과 합께 닭의 감칠맛, 닭 지방의 풍성한, 셀러리와 타임에서 나는 흙 내음 등 더욱 복합적이고 기분 좋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징!' 하는 느낌이 올 때까지 소금을 첨가하면서 맛을 보면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소금으로 '맛을 내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레시피에 -입맛에 따라 간하시오."라는 말이 나오면 간이 알맞다고 느껴질 때까지 소금을 넣으면 된다.
전문 요리사들이 얇게 자른 토마토를 식탁에 내놓기 몇 분 전에 소금으로 간하는 이유도 이처럼 맛을 '깨우는' 소금의 기능을 감안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토마토의 단백질 성분에 묶여 있던 풍미와 관련된 분자가 풀려나므로 토마토의 맛이 한충 더 강하게 느껴진다.
또한 쓴맛이 나는 요리에 소금을 사용하면 다른 맛을 강조함으로써 쓴맛이 덜 느껴지게 하는 부적인기능을 한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나 커피 아이스크림, 태운 캐러멜처럼 쓴맛과 단맛이 모두 나는 음식에 소금이 들어가면 단맛은 강조되고 쓴맛은 약화된다.
보통 우리는 소스나 수프를 만들다가 쓴맛이 강하게느껴지면 설탕을 넣어서 균형을 맞추려고 하지만, 쓴맛을 약화시키는효과는 설탕보다 소금이 더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몽주스에 토닉워터를 약간 더하고 맛을 보면 쓴맛과 단맛이 동시에 느껴지는데, 여기에 소금을 약간 넣어 섞은뒤 다시 맛을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쓴맛이 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 많은 채소와 과일의 세포에는 우리가 소화하지 못하는 팩틴이라는 탄수화물이 포합되어 있다. 숙성과정을 거치거나 열을 가하면 이 팩틴 성분이 약화되어 채소와 과일이 연해지고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소금은 팩틴의 영향을 약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채소를 익히기 전에 소금을 첨가해 보면 실제로 그렇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채소를 구울 때는 올리브유와 함께 소금을 뿌려서 굽고, 데칠 때도 소금을 넣어서 끓인 물에 채소를 넣자. 채소를 볶을 때도 소금을 첨가하자. 토마토, 호박, 가지처럼 큼직하고 세포에 수분 함량이 높은 채소는익히기 전에 미리 소금을 처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제 기능을 할 수있다. 이때 삼투압 현상도 함께 일어나 수분이 조금 빠질 수 있으므로 물기를 제거한 후에 조리하자. 소금은 채소와 과일이 가진 수분이 계속 빠져나오게 하고 그대로 두면 축 처져 고무 같은 상태가 되므로 너무 일찍 뿌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체로 15분 정도 두었다가 조리하면 충분하다.
버섯에는 팩틴이 없지만, 중량의 약 80퍼센트가 수분이므로 소금을 뿌리면 수분이 빠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버섯의 식감을 유지하려면 팬에서 익히다가 갈색을 띠기 시작할 때 소금을 넣어야 한다.

- 소금물에음식익히기
요리할때 물에 적당히 간을 하면 음식의 영양분보존에 도움이 된다. 깍지콩을물에 삶는 상황 생각해보자. 물에 소금을 넣지 않거나, 넣더라도 양이 부족하면 콩에 함유된 무기질 농도보다 물에 함유된 무기질(즉소금)의 농도가 더 낮을수 있다. 이러면 콩내부환경과 외부 환경인 물사이에 평형을 맞추려고 콩속무기질과 천연 당류가 익히는 과정에서 밖으로 빠져나온다. 이렇게 삶은콩은맛도없고 색도 칙칙하며 영양소 함량도 낮다.
소금을첨가해서무기질이충분해진물에깍지콩을삶으면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평형을 맞추기위해 콩이 익는 동안 물에 함유된 소금을 흡수하므로 속에서부터 간이 밴다. 또한 소금균형이 맞춰지면 콩속 마그네슘도 그대로 보존되어 클로로필 분자가 흘러나오지 않으므로 색깔도 생생하게 유지된다. 더불어 펙틴을 약화시키고 콩의 세포벽을 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므로 조리 시간이 단축된다. 냄비에서 익히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콩의 영양소가 손실될 확률 역시 그만큼 낮아지는 효과도 덤으로 얻을수 있다.

- 베네데타 비탈리의 피렌체 스타일 레스토랑 '지법보'의 요리에는 다른 어떤 재료보다도 후추 향이 강한 토스카나산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가 다량 들어간다. 샐러드 드레싱에도 넣고 아침마다 굽는 포카치아 반죽에도 듬뿍 넣었다. 오래 익혀서 만드는 모든 요리에 베이스로 사용되는 소프리토 즉 갈색이 나도록 볶은 양파와 당근, 셀러리에도 이 올리브유를 사용하고, 오징어부터 호박꽃, 내가 토요일 아침마다 정신없이 먹어치우던 크림 도넛 봄볼로니에 이르기까지 튀김 요리에도 같은 오일을 사용했다. '지법보'의 음식이 맛있는 이유는 맛있는 올리브유를 쓴 덕분이었다.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하는 동안, 나는 각 지역의 특색 있는 맛을 좌우하는 것은 지방이라는 사실도 배웠다. 목초지가 많고 낙농업이 발달한 북부 지역에서는 폴렌타나 탈리아텔레 볼로네제 같은 파스타, 리소토에 버터와 크림 그리고 진한 치즈를 쓴다. 올리브나무가 많이 자라는 남부와 해안 지역에서는 해산물 요리부터 파스타는 물론 디저트를 포함한 모든 음식에 올리브유가 들어간다. 심지어 올리브유 젤라토도 있다. 돼지는 어떤 기후에서도 키울 수 있으므로 돼지기름은 이처럼 지역마다 다른 이탈리아 요리에 유일한 공통분모가 되었다.
이탈리아의 문화와 요리에 폭 빠져들수록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방이 너무나 특별한 요소이고, 이것이 바로 이탈리아 음식이 그토록 맛이 좋은 핵심적인 이유라는 점이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지방이 율륭한 요리의 두 번째 요소임을 깨달았다.

- 지방이 맛에 끼치는 영향
간단히 이야기하면 지방은 음식에 맛을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종류에 따라 독특한 맛을 내는 지방도 있지만, 모든 지방은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하는 음식의 향을 전달함으로씨 풍미를 강화한다. 지방은 혀 표면을 덮어 미뢰에 음식의 향을 내는 성분이 좀 더 오래 머물게 하므로 우리는 다양한 맛을 더욱
강렬하고 오래 즐길 수 있다. 마늘을 2률 준비해서 껍질을 벗기고 슬라이스 한 후, 하나는 물만 1~2큰술 넣고, 다른 하나는 같은 양의 율리브유에 구위 보자. 남은 액체를 조금 맛보면 올리브유에 마늘 향이 휠씬 더 강하게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같은 기능을 감안하면 요리할 때 향을 내는 재료는 지방에 바로 첨가할 때 맛이 더 진해지고 풍미가 골고루 퍼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과제빵을 할 때도 바닐라 농축액을 비롯한 향신료를 버터나 달같노른자에 바로 넣어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방은 또 한 가지 놀라운 방식으로 음식의 맛을 강화한다. 요리용 지방은 물의 끓는점(해수면 기준 100도)보다 더 높은 온도를 견디므로 물 대신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다. 110도 이하에서는 얻을 수 없는, 음식 표면이 노릇하게 변하는 현상을 촉진하는 것이다. 음식에 따라 이처럼 갈색으로 익는 과정에서 견과류의 향과 달콤함, 풍성한 맛과 흙냄새, 짭짤한 맛(감칠맛) 등 완전히 새로운 맛이 형성된다.
닭 가슴살을 끓는 물에 익힐 때와 울리브유를 약간 두른 팬에 익힐 때 맛이 얼마나 다른지를 떠올리면 지방의 업청난 효과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앞으로 여러분이 유화 반응을 활용하여 어떤 음식을 만들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조짐이 느껴지면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어딘가 이상이 생겼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지방 재료는 그만 넣어라. 점점 뻑뻑해지지 않고 거품이 지나간 자국이 선명하게 남지 않으면 오일을 그만 넣어야한다! 때로는이 한가지만 충실히 지키면 다시 힘차게 젓는것으로도 유화가 이루어진다.
이상하다 싶을땐 얼음을 몇개 넣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바로 넣을 얼음이 없다면,차가운 물을 조금 떠서 뿌리면 온도가 조절되어 제대로된 결과물을 얻을수 있다.

- 파삭한 식감과 부드러운 식감
밀에 함유된 글루텐은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라는 두 가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밀가루에 액체를 넣고 섞으면 이 단백질들이 서로 결합해 긴 사슬을 형성한다. 반죽을 계속 치대거나 섞울수록 이 사슬은 탄탄해지고 더 넓은 글루텐 그물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거미줄 같은 망이 점차 확장되는 것윤 글루텐 형성이라고 하며, 이를 통해 반죽은 존득해지고 탄력이 생긴다.
제빵사들이 단백질 합량이 비교적 높은 밀가루를 오랜 시간 공들여 치대면서 바삭하면서도 쫄깃한 시골 빵 반죽을 만들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소금은 글루텐 그물이 유지되도록한다. ('셰 파니스'의 초보 요리사 시절, 내가 피자 반죽을 만들다가 소금을 뒤늦게 첨가하자 반죽기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할 만큼 뻑뻑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페이스트리는 일반적으로 부드럽고 파삭하면서 촉촉한 식감이 되어야 하므로 제빵사들은 페이스트리를 만들 때 글루텐 형성을 어떻게든 '제한'하거나 '통제'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단백질 함량이 낮은 밀가루를 사용하고 반죽도 많이 치대지 않는다. 버터밀크. 위구르 트 같은 설탕과 산은 글루텐 형성을 저해하므로 이러한 재료를 초반에 첨가하면 부드러운 페이스트리를 만들 수 있다.
지방 함량이 높아도 글루텐 그물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지방이 글루텐 사슬을 하나하나 감싸서 사슬이 서로 들러붙거나 결합해 길이가 늘어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쇼트닝이라는 이름도 글루텐 사슬을 짧게 유지되도록 한다는 기능에서 나왔다.
모든 빵과 과자(그리고 파스타 같은 몇 가지 요리)의 식감은 네 가지 요소가 좌우한다. 바로 지방과 물, 효모 그리고 반죽을 치댄 정도다. (오른쪽 일러스트 참조) 더불어 지방과 밀가루가 혼합된 방식과 혼합 정도, 밀가루 종류, 지방의 종류와 사용할 때의 온도도 식감에 영향을 준다.

- 가벼움은 지방과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법한 특성이지만, 지방은 공기를 포집하는 놀라운 특성이 있어서잘휘저으면 케이크에 들어가는팽창제와같은기능을할수있다. 액상크림도 휘저으면 뭉실뭉실 구름처럼 부풀어 오른다.
정통케이크중에는 베이킹소다나 베이킹파우더 같은 화학적 팽창제 없이 오로지 휘핑한 지방만으로 폭신한 형태를 완성하는 종류가 있다. 파운드케이크는 버터와 달걀을 잘 휘저어서 팽창효과를 얻고,스펀지케이크의 일종인 제누아즈는 달걀을 휘저어서 지방 함량이 높은 노른자가 공기를 포집하고 단백질 비율이 높은 자가포집된 공기포켓을 감싸서 케이크를 부풀어 오르게 한다. 이
것이 '유일한' 팽창제다. 베이킹파우더도, 베이킹소다도, 효모도, 심지어 크림처럼 녹인 버터도 사용하지 않고 케이크를 부풀리는 것이다!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수 없다.

- 디저트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은 단맛과 신맛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단맛이 가득한 구운비트에 레드와인식초를 살짝 뿌리면 사람이 꺼리기도 하는 비트 특유의 흙냄새와 대조를 이루면서 맛이 더욱 좋아진다. 구운 비트를 올리브유와 소금으로 양념하면 죽을 때까지 비트는 입에 대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마저 마음을 바꿀 만큼 맛이 달라진다. 당근, 콜리플라워, 브로컬리등 노릇하게 익히면 단맛이 생기는 재료는 전부 레몬즙이나 식초를 살짝 더하면 더 맛있어진다. 약간의 첨가가 길고 오래가는 효과를 발휘한다.

- 과일과 채소, 유제품, 일부 곡류에는 당류로 분해되는 전분과 함께 단순당이 자연적으로 함유되어 있다. 이 당에 열이 가해지면 일반 설탕을 가열할 때와 동일한 반응이 일어난다. 즉 가열되면 단맛이 더 강해지고 캐러멜화도 진행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근을 물에 넣고 끓이면 열이 침투해 전분이 단순당으로 분해된다. 당을 감싸고 있던 세포벽이 분해되면 속에 들어 있던 단맛이 방출되어 미뢰와 쉽게 접촉하므로 익힌 당근은 생당근보다 더 달게 느껴진다.
많은 채소가 당류를 소량 합유하고 있지만 수확하자마자 사라지기 시작한다. 갓 수확한 농산물이 집에서 가까운 상점에서 구입한 채소나 과일보다 월씬 더 달콤하고 맛이 좋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 중서부 할머니들은 일단 냄비에 물을 담아 끓인 다음에 아이들을 불러 뒤뜰에서 옥수수를 따오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옥수수의 단맛은 단 몇 분 사이에 크게 줄어드므로 얼른 다녀오라고 했다던 할머니들의 이 말은 모두 사실이다. 옥수수, 콩처럼 전분 함량이 높은 채소는 실온에 몇 시간만 두어도 당분이 절반은 사라진다. 감자도 마찬가지여서 갓 수확했을 때 가장 달콤한 맛이 난다. 이런 감자를 쪄서 버터만 올려도 도저히 형언할 수 없는 맞을 즐길 수 있다. 감자를 오랫동안 보관하면 당류가 전분으로 바뀐다. 갓 수확한 감자는 당분을 다량 합유해 튀기면 다 익기도 전에 탈 수 있으므로 감자 힘이나 감자튀김에는 수확한 지 오래되어 전분 함량이 높은 종류를 사용해야 한다. 단, 요리하기 전에 썰어서 물에 담근 후 뿌옇던 물이 투명해질 때까지 자주 행궈 과도한 전분을 제거하는 편이 좋다. 그래야 뜨거운 기름에 감자를 넣었을 때 타지 않고 바삭하게 익는다.

- 단백질과 열
단백질의 형태는 꼬인 실이 물에 떠다니는 모습과 비숫하다. 특히 온도 변화가 단백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시각적으로 상상할 때, 그러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단백질은 산(acid)과 마찬가지로 열에 노출되면 먼저 꼬인 부분이 풀어지는 변성이 일어난다. 그런 다음 다른 실과 꼭 붙어서 결합하는 응고가 일어나고, 물을 포집해서 음식의 형태를 이룬다.
닭 가슴살을 익힐 때 열이 어떤 번화를 일으키는지 생각해 보라. 축 늘어지고 물기가 많던 덩어리가 잘 익으면 단단하고 연하면서 촉촉한 덩어리로 바뀐다. 그러나 과하게 열을 가하면 단백질이 계속해서 꼭 붙어 결합하려고 하므로 포집되었던 물이 밖으로 방출된다. 이렇게 물이 빠져나오면 뻑뻑하고 질긴 고기가 된다.
스크램블드에그도 이와 같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달같을 너무 오래 익히거나 지나치게 센불에 익히면 수분이 날아가 버린다. 그 상태에서 접시에 담으면 가였은 단백질이 속에서 수분을 계속 밖으로 방출하므로 그릇에 물이 가득 고인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스크램블드에그를 만들고 싶다면 앨리스 B. 토클라스가 조언한 대로 아주아주 약한 불에 익혀야 한다.

- 소금을 약간 넣으면 단백질에서 수분이 계속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육류에 미리 소금을 뿌려 놓았을 때 여러 장점이 생긴다는 점을 생각해 보라.소금이 충분한 시간 동안 작용한 때 얻은 수 있는 최상의 결과는 육류의 단백질 구조에 번화률 일으켜 수분이 멀 빠진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미리 소금을 뿌려 둔 육류는 제대로 익히면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촉촉한 맛이 고, 다소 과하게 익히더라도그 영향이 상세된다.
단백질 종류마다 꼬인 실타래 형태가 제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므로 단백질이 응고되는 수준도 다양하다. 육류 중에서 연한 부위는 단시간에 조리해야 한다. 그림에서 센불에 굽거나 오열해 둔 프라이팬 또는 오븐에 넣고 굽는다. 연한 붉은색 고기는 내부 온도가 60도를 넘어서면 단백질이 완전히 응축되어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온다. 과하게 익힌 스테이크나 양갈비 구이가 딱딱하고 질겨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반면 닭 가슴살이나 칠면조 가슴살은 70도가 넘어가도 수분이 잘 빠지지 않는다.
근육에 힘줄 같은 연결 조직이 다량 함유된 단단한 고기는 조금 더 세심하게 조리해야 부드러운 맛을 끌어낼 수 있다. 적당한 열과 시간, 물을 사용해 푹 끓이거나 스튜로 만드는 방식이 적절하다. 동물의 연결 조직을 구성하는 주요 구조 단백질인 콜라겐은 열을 가하면 젤라틴으로 바친다. 갈비를 덜 익히면 단백질이 질기고 딱딱한 상태로 남아 있어서 도저히 세율 수가 없고 오히려 입맛을 잃게 만들지만, 물과 시간, 열을 가해 그 부분을 젤라틴으로 바꾸면 바비큐로 익헌 가슴살이나 꼬치구이, 잘 익은 갈비에서 맞불 수 있는 깊고 부드러운 질감이 생겨난다. 산은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바뀌는 과정을 촉진하므로 고기를 재워 들 양념에 첨가하거나 고기 표면에 바로 문질러서 바르고, 또는 고기를 익힐 때 더하면 도움이 된다.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바뀌는 과정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열이다. 연한 부위는 센불에서 조심스럽게 구워야 하지만, 딱딱하고 질긴 고기의 연결 조직이 진한 맛을 내는 젤라틴으로 바뀌고 근육 사이사이의 지방까지 녹아서 속에서부터 육즙이 형성되도록 하려면 약한 불에 오랜 시간 익혀야 한다.

- 단맛, 쓴맛, 감칠맛은 음식이 따뜻할 때 더 강력하고 진한 신호를 뇌로 보낸다. 대학생들을 붙잡고 물어보면 다들 맥주는 차가워야 맛있지 실온에 두면 못견딜 정도로 씁쓸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치즈도 냉장고에서 막 꺼낸 순간에는 맛이 그리 진하지 않지만 실온에 두면 지방분자가 풀어지면서 그속에 묶였던 맛성분이 방출되기 시작한다. 그때 다시 맛을 보면 바로 꺼내먹었을 때는 몰랐던 새로운 차원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과일과 채소도 온도가 맛을 좌우한다. 토마토처럼 휘발성 성분을 함유한 과일은아무리 맛이 좋아도 냉장고에서 막꺼내 차가운 상태에서는 맛이 덜 느껴진다. 따라서 실온에 두었다가먹는편이좋다.
뜨거울때 바로 먹기보다 따끈할때 먹거나실온에 맞춰서 내야하는 음식도 있다. 음식이너무 뜨거우면 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연구결과도다. 맛을 인지하는 능력은 음식의 온도가 35도를 넘어서면 감소한다. 파스타나 생선 튀김처럼 만들자마자 바로 먹지 않으면 오히려 맛이 떨어지는음식도 있지만, 대부분은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 플렌타, 옥수수 죽, 오트밀 같은 죽은 모두 할림과 같은 방식으로 만든다. 전분을 함유한 재료에 물이나 우유, 유청(요구르트 표면에 형성되는 투명한 액체)을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약불에 오래 끓이는 것이다. 죽에 들어가는 재료는 전분 함량이 매우 높으므로 자주 저어야 눌어붙지 않는다.
리소토와 파에야, 피데우스도 비슷하다. 리소토는 엄청나게 많은 물을 흡수해도 분리되지 않는 놀라운 특성을 가진 아르보리오 쌀로 만든다. 먼저 양파를 복고 지방과 쌀을 첨가한 후 노릇해질 때까지 함께 볶다가 와인, 육수, 토마토 등 풍미가 가득한 액체를 붓는다. 이대로 끓이면 쌀이 액체를 흡수하고 전분이 방출된다. 요리에 사용하는 액체가 맛있을수록 완성된 리소토도 맛있다. 리소토와 비슷한 스페인 요리 피데우스는 쌀 대신 국수를 볶아서 만들고, 파에야도 수분 없이 전분이 가득한 재료가 맛 좋은 육수를 흡수하는 동일한 과정을 거처 완성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파에야를 익힐 때 젓지 말고 그대로 두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소코라트라고 하는, 팬 바닥에 눌어붙은 바삭한 누룽지까지 즐길 수 있다.

- 양파는 오래 익힐수목 풍미가 깊어진다. 그렇다고 양파를 매번 캐러멜화가 진행될 때까지 익힐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양파는 어떤 용도로 사용하든 아삭함이 사라질 때까지만 익히면 된다. 이 지점을 지나야 요리에 양파의 단맛이 배어든다.
살짝 볶은 양파는 투명하고 부드러위질 때까지 익힌 것을 의미한다. 중불에 익히면서 색이 변하는지 지켜본다. 팬에 들러불기 시작하면 물을 조금 뿌려서 갈색으로 변하지 않도목 한다. 이렇게 볶은 양파는 부드럽고 달콤한 옥수수 수프를 비롯해 음식의 색을 연하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 모든 요리에 사용한다.
갈색이 나도록 볶은 양파는 색이 바뀔 때까지 가열한 것으로 풍미가 더 깊다. 파스타 소스, 렌틸콩 넣은 밥을 곁들인 닭 요리에 가장 잘 어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찜 요리와 수프에 기본 재료로 활용된다.
캐러멜화된 양파는 최대한 갈색이 나도록 익힌 것으로, 가장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캐러멜화된 양파 타르트에 사용하고 데친 브로콜리나 완두콩에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 버거나 스테이크 샌드위치 위에 올려도 좋고 잘게 썰어서 크렘 프레슈에 넣어 잘 섞어 주면 믿기 힘들 정도로 맛있는 양파 소스가 탄생한다.
캐러멜화된 양파라는 명칭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마이야르 양파는 더 이상하다!) 이름 자체는 전혀 잘못된 것이 없다. 한번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일단 완성되면 맛이 기가 막힐 정도니 한 끼 식사에 필요한 양보다 넉넉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4~5일간은 보관해 놓고 어떤 요리에든 기본 재료로 사용하면 양파의 깊은 풍미가 요리의 맛을 끌어올려 줄 것이다.

저 양파를 최소 8개 준비해서 아주 얇게 썬다.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냄비나 커다란 주물 냄비를 중불에 올린다. 여기에 버터와 올리브유를 들 다 넣는데, 그 양은 팬 바닥이 충분히 덮일 정도면 충분하다. 기름이 자글자글 끓기 시작하면 양파를 넣고 소금을 조금 넣어서 간을 한다. 소금을 넣으면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처음에는 갈색화 반응이 더며지지만 양파가 더 연해지고 장기적으로 보면 더 골고루 갈색으로 익힐 수 있다. 중불로 줄이고 지켜보면서 양파가 타거나 팬 한쪽에서만 너무 빨리 갈색으로변하지 않도록 그때그때 뒤적거려 준다. 완전히 익으려면 최소45분에서 최대1시간까지 꽤오랜 시간이걸린다.
완성되면 맛을보고 소금, 레드와인, 식초로 양파의 단맛과 균형을 이루도록 간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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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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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다 퍼렌체

etc 2025. 10. 26. 19:55

- 피렌체 공화국은 115년에 건국되어 1532년까지 유지되었으며 그 후 공화정이 폐지되었습니다. 이때의 국기와 국장이 현재도 피렌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합 문양이랍니다.
공화국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때의 피렌체는 전제 군주가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시뇨리아라고 불린 의회(9명의 위원으로 구성)가 도시 행정을 관장하였습니다. 시뇨리아는 두달마다 피렌체의 길드 임원들이 선출한 곤팔로니에레 (명목상의 도시 통치자)가 선정하였지요.
비록 귀족이나 부유한 사람들 중심으로 시뇨리아가 구성되었지만 그래도 한 사람에 의한 통치나 독재가 불가능한 민주적인 통치 제도를 가졌던 것입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없는 피렌체 공화국의 역사는 쿠데타와 역 쿠데타의 반복으로 점철됩니다. 메디치 가문의 세력이 커지자 1434년에 경쟁 가문에서 메디치 가문을 추방하고, 다시 메디치 가문이 돌아와 상대 가문을 억압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메디치 가문은 경쟁 가문을 축출하고 재력과 교황청의 비호를 바탕으로 권력을 잡은 후, 공화제를 폐지하고 피렌체 공국을 세읍니다. 메디치 가문 출신의 교황 클레멘스 7세가 자신의 친척인 알레산드로 데 메디치를 공작소사으로 임명하면서 '공국(공작이 다스리는 나라)'이 탄생한 것입니다. 공작은 세습 귀족이므로, 피렌체가 공국이 되었다는 것은 세습 군주국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피렌체 공국이 되면서 국기와 국장에는 메디치 가문의 상징이 들어갑니다. 여섯 개의 둥근 공모양 문양이 메디치 가문의 상징이거든요. 이때부터 피렌체는 메디치 가문의 지배를 받는 도시국가가 된 것입니다.
피렌체 공화국에서 출발하여 1532년에 피렌체 공국으로 국가의 체제가 바뀌었던 피렌체는 1569년 다시 한 번 큰 변동을 겪게 됩니다. 메디치 가문의 코시모 1세가 대공초소으로 서임되면서 '토스카나 대공국"이 된 것입니다. 피렌체라는 도시에서 벗어나 토스카나 지방을 다스리는 더 큰 국가가 된 것이지요
여기서 잠깐. 공작과 대공이 무슨 말인지를 구분하여 봅시다. 그 차이가 나라의 차이를 만드니 말입니다.
과거 유럽의 귀족들은 다양한 작위로 나뉘었습니다. 높은 순서부터 차례대로 나열하자면, 공작, 자작. 남작, 후작, 백작 등이 그것이지요. 즉. 공작은 귀족의 작위 중 가장 높은 서열이며, 대공은 공작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것입니다. 왕 아래에 귀족이 있으니 대공은 왕을 제외하고는 제일 높은 신분이며. 공작은 대공 바로 아래의 신분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러니 공작이 다스리는 나라(공국)보다는 대공이 다스리는 나라(대공국)의 지위가 높다고 보면 됩니다. 현재도 유럽에는 공국과 대공국이 있는데. 모나코와 리히텐슈타인은 공국이고 룩셈부르크는 대공국입니다. 그래서인지 모나코(2km²)나 리히텐슈타인(160km²)보다는 룩셈부르크(2586km²)의 영토가 휠씬 더 넓습니다. 물론 공작보다 높은 대공이라 할지라도 왕보다는 낮은 신분이니, 대공국은 왕이 다스리는 나라(왕국)보다 대체로 규모가 작습니다. 벨기에(30.528km²)와 네덜란드(41.543km²)가 비록 작은 나라이기는 하지만, 룩셈부르크보다는 휠씬 큰 것을 우리는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치자의 신분 서열에 따라 나라의 크기도 달라지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 그렇다면 왜 다른 나라. 다른 도시가 이닌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르네상스가 시작되었을까요?
14세기 흑사병으로 인한 농민 계급의 몰락과 지주의 파산, 농업의 쇠퇴는 고리대금업자(훗날 은행가로 미화된)와 상인의 전성기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지중해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피렌체 상인들은 무역을 동해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흑사병의 직격탄을 맞은 피렌체 근교의 수도원은 황폐화되고, 수도사들은 감소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일거리를 찾아
피렌체로 몰려들었는데. 수도원과 수도사는 절대적으로 부즉하게 되었습니다. 뒤숭숭한 현실에서 종교의 권위는 추락하고 미신과 이단이 출현하게 되었지요 여기에서 고리대금업자와 교회의 결탁이 이루어집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입장이었거든요
먼저 고리대금업자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전동적으로 고리대금업은 교회에서 악덕으로 여겨 죄악시했습니다. 고리대금업자에게는 영성체(성체성사를 받는 일. 가물릭 신자들은 영성체를 동해 하느님과 일체를 이룬다고 믿는다)와 중부성사(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받는 가톨릭 성사)가 허락되지 않았지요 중세의 끄트머리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것은 심각한 불안요인 이었습니다. 고리대금업자들은 축은 조상의 영혼이 지옥에 떨어졌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돈으로 조상의 영혼을 구할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지요
그러면 교회의 입장은 어땠을까요 가난한 신자들이 피렌체로 몰려드는데 교회와 수도사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흑사병이 돌았을 때 공동체 생활을 하던 수도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어 기존의 교회와 수도원이 대부분 폐허로 변했기 때문이지요 이것을 복원하자면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돈은 고리대금업자에게 있습니다. 그러니 고리대금업자로부터 교회 재건에 필요한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합니다.
고리대금업자들의 요구 사항은 이런 것입니다.
첫째 조상의 유해를 교회 안에 안치하게 해 달라.
둘째 조상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공간(가문의 기도실)을 교회 안에 만들어 달라.
고리대금업자들로서는 절박하면서도 당연한 요구입니다.
그런가 하면 교회의 요구 사항은 이런 것입니다.
첫째 신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도록 교회를 장엄하고 화려하게 꾸며 달라.
둘째 수도사들이 고유 업무에 정진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해 달라.
자, 이렇게 되니 두 집단의 요구 사항이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고리대금업자들은 돈을 들여 교회를 치장하고, 교회는 고리대금업자들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그러자 피렌체의 부자들은 경쟁하기 시작합니다. 성인- 성녀의 묘와 가까운 곳에 조상의 유해를 유치하기 더 중요한 교회 후원하기. 중앙 제단에서 가까운 곳에 가문의 기도실 갖기 가문의 기도실을 유명한 예술가에 맡겨 장식하기 등이 그것이었습니다.
피렌체의 부자들은 초기에는 기독교 교리에 충실한 장식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종교 우위의 사회 질서가 영향을 미치던 시기(중세 후기였고, 부자들이라 해도 기독교의 영향력하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부자들이 욕심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교회를 장식하는 그림에 자신들을 슬쩍 등장시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때부터 성화로에 부자들의 상징이 등장하고, 더 나아가 부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세속 권력이 중교 권력과 맞설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의미이지요
당시 화가들은 그림의 내용을 걸정할 권한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요즘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가라기보다는 기술자, 혹은 장인에 가까있습니다. 그래서 화가들이 그림의 주제를 결정하지 못하고 교회와 학자들이 정했는데. 초기에는 그들의 주장이 반영되어 기독교적 주제가 그려졌던 것입니다. 그런데 부자들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그림에 부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의 억압을 벗어나 인간이 등장하는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이지요.
피렌체 메디치 궁전 벽면에 그려진 베노초 고출리의 "동방박사의 행렬'에는 메디치 가문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젊은 동빙박사는 메디치 가문의 어린 후계자 로렌초(훗날의 위대한 로렌초)클 모델로 하고 그를 보좌하는 수행원들로 코시모 데 메디치(로렌초의 할아버지)와 피에로 데 메디치(로렌초의 아버지를 등장시킨 것이 바로 그런 예입니다.
메디치 가문에서 이런 시도를 하자 다른 가문들도 따라 하기 시작하여., 피렌체의 르네상스 시기에 그려진 성화 중에는 후원자 가문의 인물들이 요소요소에 들어간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이예 중교적 주제에서 벗어난 미술도 등장합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미술의 주제를 찾는 것이 유행하기 시직한 것이지요 우리가 잘 아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림 속에 성서 속의 인물. 혹은 기독교에서 성인으로 추앙하는 인물이 아닌 신화 속 인물이 나오는 것은 중세의 장막을 걷어내는 획기적인 시도였습니
다. 왜냐하면 유일신을 섬기는 기독교에서 가장 터부시한 것이 다신교에 해당하는 그리스 신화였는데. 바로 그 신화 속의 인물들을 그림에 등장시킨다는 것은 단순한 파격의 경지를 넘어서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르네상스를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를 이상제세으로 생각하여 이들을 부흥시킴으로새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내려는 운동'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이러한 당시의 상황 때문입니다. 기독교의 억압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 르네상스의 출발점인 것입니다.

- 1453년 5월 29일, 비잔티움 제국(동로마 제국)이 오스만튀르크의 공격을 받고 무너졌습니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뒤로도 거의 1,000년 동안 명맥을 유지해 온 동로마 제국이 멸망함으로써 로마 제국은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입니다.
동로마 제국이 오스만튀르크에 의해 멸망한 것은 유럽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주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한 나라의 멸망이 아니라 서방 세계에 대한 동방 세계의 공격, 더 나아가 기독교에 대한 이슬람교의 공격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불안감은 곧 현실이 되었습니다. 1499년에 베네치아령이었던 키프로스 섬을 오스만튀르크가 공격한 것입니다. 두 차례의 전쟁에서 베네치아 공화국은 지중해의 새로운 패자로 떠오른 오스만튀르크에게 패하고 맙니다.
혼자 힘으로는 오스만튀르크를 물리칠 수 없다고 판단한 베네치아 공화국은 종교적 일치감에 호소하며 서유럽의 기독교 국가들에게 전쟁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기에 이릅니다. 교황청은 베네치아 공화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당시의 강대국이었던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에게 성전에 참여할 것을 궐기했습니다. 이때 호응한 이탈리아 도시국가는 피렌체가 속한 토스카나 대공국과 제노바 공화국, 우르비노 공국. 사보이 공국, 몰타 기사단 등이었습니다. 이들 국가를 '기독교권 연합 합대' 혹은 신성동맹함대'라고 합니다.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 참전한 것은 종교적 이유도 있었겠지만. 오스만튀르크가 지
중해에서 세력을 키워 가면 해상 무역에 의지하는 자신들에게큰 타격이 될 거라고 생각하여 자의반 타의 반 나섰을 겁니다.
오스만 제국의 합대와 기독교권 연합 함대는 1571년 10월 코린트 만의 레판토 앞바다에서 건곤일척의 혈투를 벌입니다. 이것을 '레판토 해전이라고 합니다.
갤리선(노를 주로 쓰고 못을 보조적으로 쓰는 군용 배)이 참전한 마지막 해전이라고 불리는 레판토 해전에서 기독교권 연합 합대가 큰 승리를 거듭니다. 이 전쟁의 결과로 오스만튀르크는 지중해에서의 영향력이 축소되었고, 승전국들은 지중해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은 이때의 승리를 바탕으로 아르마다를 운영하며 해양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고, 전쟁의 당사자였던 베네치아 공화국은 지중해 무역의 왕자로 승승장구하는 계기가 되었지요.
피렌체가 속한 토스카나 대공국은 레판토 해전의 실질적 당사자는 아니었으나 자신들이 참전한 해전에서 큰승리를 거둠으로써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피렌체 시민들이 시뇨리아 광장에 승전을 기리는 넵투누스 분수를 만들어 세운 것은그런 역사적 배경이 있는 것입니다.

- 몇 년 동안 로마에서 고대 건축에 관한 공부를 하고 피렌체로 다시 돌아온 브루넬레스키는 조각가로서보다는 건축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게 됩니다. 그런데 그 무렵인 1419년에 아직 미완성으로 남아 있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쿠폴라 설계 공모전이 발표됩니다. 피렌체 대성당의 쿠폴라는 그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하중이 무거워 일반적인 건축공법으로는 시공 도중 붕괴될 위험이 있어 당시까지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브루넬레스키는 청동문 제작 공모전 때 입은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공모전에 참여합니다. 그는 로마에서 판테온을 연구하며 쌓은 건축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쿠폴라 건설에 필요한 설계를 제안했고, 그것이 채택되어 쿠폴라 건축 총괄 책임자가 됩니다.
브루넬레스키의 쿠폴라는 역사적으로 보거나 문화적으로 보거나, 매우 독특한 아름다움을 갖는 중요한 건축물입니다. 그러나 건축공학적으로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는 구조물이므로 여기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루넬레스키는 '거대한 쿠폴라의 무게를 어떤 방법으로 어느 정도까지 줄일 수 있느냐에 공사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보고. '이중 골조 구조'라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방법을 고안해냈습니다. 이중 골조 구조란 마치 달걀 껍데기를 이중으로 씩운 것과 같은 형태로, 두 벽사이가 비어 있어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면서도 양쪽 벽이 서로 잡아당기는 역할을 하여 휠씬 안정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새로운 건축방식은 초기 르네상스 건축의 기적으로 불리며. 이후 수백 년 동안 비슷한 규모의 돔이 건축되지 못했을 만큼 독창적이면서 성공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중 골조 구조는 본래 하중을 줄일 목적에서 만들었지만, 이렇게 하여 생긴 공간은 쿠폴라 꼭대기로 올라가는 통로로 사용되는 부수적인 기능도 했습니다. 지금도 같은 용도로 사용되는 그 공간은 비록 가파르고 좁아서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쿠폴라 꼭대기에 이르러 피렌체 시내를 내려다보면 힘들었던 것을 다 잊을 수 있게 되지요.
브루넬레스키가 쿠폴라의 하중을 줄이기 위해 선택한 방법 중의 다른 하나는 전통적인 건축 자재인 석재 대신 벽돌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는 쿠폴라를 완벽하게 덮기 위해 약 400만 장의 벽돌을 사용했는데. 지그재그로 쌓아올리는 독특한 방식을 택합으로써 내구성과 안정성을 꾀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록 석재보다 가벼운 벽돌을 건축 자재로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400만 장이나 되는 벽돌을 지붕에 없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벽돌의 총 무게가 37,000여 톤이었다고 하니 붕괴의 위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8개의 주 리브와 16개의 중간 리브 를 설치하여 그것들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리브(늑골)란, 서양 건축에서 '얇고 편편한 재료를 보강하기 위하여 재료 단면과 직각으로 설치한 보강재"를말합니다. 브루넬레스키는 벽돌들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붕괴되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벽면에 튼튼한 골조를 덧댄 것입니다.
그리고 쿠폴라를 지붕 위에 설치하는 평범한 공법 대신 드럼(쿠풀라를 받치는 원통형의 벽으로 쿠폴라의 높이를 늘리면서 채광용 창이 설치되는 구조물)을 먼저 만든 다음, 그 위에 쿠폴라를 없는 독창적인 방식을 고안했습니다. 쿠폴라의 하중이 드럼을 통해 분산되도록 하여 안정감을 높인 것입니다.
1420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1436년에 완성된 브루넬레스키의 쿠폴라는 이러한 다양한 장치를 통해 안정감을 확보했고. 그 덕분에 거의 6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어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피렌체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한 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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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이탈리아 가정식

etc 2025. 10. 14. 07:08

- 로즈메리 Rosmarino
로즈메리란 이름은 라틴어로 바다의 이슬'이란 뜻입니다. 지중해 해안가에서 많이 자라는 민트계열의 허브로, 고기 요리나 감자 요리에 주로 쓰입니다. 특유의 청량감 도는 향이 요리의 맛을 한흥 고급스럽게 만들어주죠.

- 프레제몰로 Prezemolo
프레제몰로는 이탈리아의 파슬리로 쓴맛이 적고 풍미가 좋아 생선 요리, 해물 요리에 많이 사용합니다.파스타나 리소토에 고명처럼 즐겨 뿌려 먹고, 스튜나 소스에도 풍미를 더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 페페론치노 peperoncino
흔히 이탈리아 고추라고 알려져 있는 작은 고추입니다. 한국 고추와 달리 크기가 아주 작고 단맛이 없는 따끔한 매운맛을 갖고 있어요. 이탈리아 남부지방에서 추로 많이 사용하지만 많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페페론치노의 매운맛을 즐기죠. 생고추, 마른 고추, 고추가루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됩니다.

- 바질 Basilico
허브의 왕'이라 할 만큼 .진한 향을 자랑하는 바질은 토마토와 특히 잘 어울리는 허브입니다. 파스타, 피자, 고기 요리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지요. 제노바 지방의유명한 페스토 소스를 통해 더 널리 알려지게
된 바질은 지중해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허브입니다. 매일의 이탈리아 식탁에서 사랑받고 있지요.

- 월계수 잎 Alloro
옛날부터 배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 되면 월계수잎 끓인 물을 마시는 민간요법이 있었다죠. 월계수잎은 채수, 육수를 만들 때 기본으로 들어가는 향신료예요. 또한 토마토소스, 생선 요리, 고기 요리에도 두루쓰입니다.

- 살비아 salvia
독특한 항이 좋아 잎 자체를 뒤겨 먹기도 하고, 고기요리에 향신료로 많이 사용합니다.

- 양젖치즈 Pecorino
지역마다 숙성시키는 방법이 달라서 그 맛이 어떻다고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것이 이탈리아 양젓치즈의 특징입니다. 로마 지방의 양젓치즈, 토스카나 양젓치즈, 사르데냐 양젓치즈처럼 지역색이 강해서 역시 지역색이 강한 음식에 많이 들어는 편입니다.

- 모차렐라 Mozzarella
피자에 올려 먹는 치즈로 익숙한 모차렐라는 크게 젖소의 우유로 만든 젓. 물소의 우유로 만든 것(부팔라)으로 구분됩니다. 발효시키지 않은 치즈로, 토마토와 함께 곁들이면 유명한 카프레제가 됩니다.

- 리코타 Ricotta
치즈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재활용해 만든 것으로 부드럽고 신선한 맛이 좋은 치즈입니다. 샐러드로도 좋지만 일반적으로 라비올리나 음식의 속 재료,케이크, 후식을 만들 때 많이 쓰입니다.

- 파르미자노 Parmigiano resgiano
'치즈의 왕'이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대표 치즈 파르미자노 레자노입니다. 18개월, 24개월, 36개월의 자연 숙성 방식을 통해 완성된 깊은발효의 맛이 일품입니다.

- 스카모르차 scamorza
치즈의 윗부분을 끈으로 묶어 숙성시킨 모양이 목을 맨사람 같다 하여 '목이 잘린'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치즈입니다. 숙성시킨 모차렐라 스타일의 치즈로, 뜨거운 열기에 쭉 늘어나죠. 훈제하지 않은 하얀 치즈와 훈제한 갈색 치즈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식감은 비슷하지만 맛은 확연히 다릅니다.

- 고르곤졸라 Gorgonzola
밀라노 근교에 위치한 '고르곤졸라'라는 작은 동네에서 생산되는 치즈로, 800년대 중반부터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블루 치즈로 부드러운 맛, 묵직하고 강한 맛의 두가지로 발효되고 있어요. 크림 상태의 질감이어서 빵이나 채소에 발라 먹기도 하고, 북부에서 생산된 치즈답게 리소토, 폴렌타에도 많이 넣어 먹고 파스타에도 곧잘 넣어 먹는 치즈죠.

- 폴렌타는여러가지 요리와 함께 먹는답니다. 햄을 곁들여 먹기도하고 고르곤졸라 치즈를 뜨거운 폴렌타에 올려먹기도하고, 라구소스를 올려 먹거나버섯을 볶아 함께 먹기도해요. 다음날 굳은 폴렌타를 팬에 구워먹거나, 치즈를 올려 오븐에넣어 그라탱으로먹기도하죠. 생파스타면을 만들때 반죽에 으깨어 넣기도 하고, 토마토와 치즈를 올려 피자처럼 먹기도 해요. 고기요리, 치즈요리, 그리고 채소와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폴렌타.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하는 속깊은 조연같은  요리랍니다.

- 나폴리 피자가 르네상스 시대에 기원을 두고 있는 한편, 피자는 흔히 '납작하게 구운 빵'이라는 뜻으로 통용되어왔다. 다양한 방식으로 간을 맞추어 먹던 이 보편적인 음식은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음식인 빵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던 메뉴일것이다. 틀림없이 이와 비슷한 음식을 고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도 즐겨 먹었던 듯하다. 아니 먹었다기보다는 사용했다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베르길리우스가 아이네이스에 기록한 바에 따르면, 당시의 피자는 음식이라기보다는 음식을 올려놓는 접시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나 배가 고픈 트로이 사람들은 접시까지 먹어치운다. "아이네스와 아스카니우스와 장군들은 높은키의 나무 밑에 몸을 눕혔다. 사람들은 음식을 준비했고 통보리로 만든 커다란 포카차를 마치 테이블이라도 되는양 잔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그 잡곡으로 만든 둥그런 접시 위에 과일과 음식을 듬북 올렸다. 식사를 다마친 뒤에도 여전히 배가 고팠던 이들은 얇은 포카차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때 아스카니우스가 농담조로 이렇게 말했다.
'아,우리 우리의 접시까지 먹어야 하는구나!"
여기서 우리는 나폴리 피자와 로마냐식 피아디나가 모두 포카차에 기원을 두고 있었으리라 추측할수 있다.

- 피자가 그리스어 '피타'에서유래했으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피타는 밀가루 빵으로 피자와 상당히 비슷한 모양새를 지니며, 한때 비잔틴제국의 일부였던 지중해 연안에서 주식으로 사용되었다. 인도식 난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피자라는 단어가 나폴리 방언에서 이탈리아어로 정착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1800년대까지만해도 이 용어가 표준어가 아닌 방언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탈릭체 혹은 따옴표를 사용해서 표기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문헌들이 존재한다. 한편 이 피자라는 말에서 핀자가 유래한다. 핀자는 베네토와 프리율리, 그리고 트렌티노 지역 일부에서 크리스마스 기간에
만들어 먹는, 마른 무화과 열매와 건포도가 들어간 케이크를 일컫는다. 볼로냐에서도 똑같이 크리스마스에 만들어 먹지만 볼로냐의 핀자는 건포도와 아몬드, 호두, 잣 그리고 사과와 자두 잼을 넣고 말아 만든 일종의 파이에 가깝다(두 가지 모두 스카피가 제안했던 피자와 상당히 비슷하다). 반면에 트리에스테와 이스트라 반도의 핀자는 일종의 포카차로, 효모를 사용해서 달게 만들어 부활절 기간에 먹는다.

- 피자가 우리가 알고 있는 식으로 변한 것은 니폴리에서였다. 그리고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토마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토마토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17세기 말과 18세기 초사이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피자, 즉 모든 피자의 선조라고 할 수 있는 전통적인 나폴리 피자"9가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이 피자를 오늘날 우리는 바로 마리나라 marinan(마늘, 올리브기름, 토마토, 오레가노를 가미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마늘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들어간다. 마늘 한 통을 전부 짓이겨서 반죽에 바르고 그 위에 토마토 두 스푼과 약간의 오레가노를 뿌린 뒤 화덕에 집어넣는다)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피자에는 원래 껍질을 벗긴 토마토나 농축 토마토 혹은 액상 토마토 같은 것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피자에는 자연산 토마토가 필요하다. 여름에 수확한 것을 어떤 공간이든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주렁주렁 매달아 보관해두었다가 하나둘씩 떼어내서 깨끗이 셋은 뒤 적당한 용기에 담아 껍질째 짓이긴다. 좋은 계절에 햇별을 받아 숙성된 토마토에서는 시큼한 향기가 난다." 이뿐만 아니라 소금도 가는 소금 대신 "각진" 소금을 써야 한다. 다시 말해 굵은소금을 병이나 망치로 두들겨서 너무 잘지 않게 부순 다음 사용해야 한다. 아울러 화덕은 둥근 지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을음이 끼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니까. 화덕에 불을 지필 때는 장작이 아닌 나무 부스러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장작을 사용하다가 이따금씩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피자를 구울 땔감을 구하기 위해 공동묘지에서 관을 파내어 화덕용 부스러기로 둔갑시키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때 나폴리 지방검찰청에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피자에 그만큼 커다란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나폴리 사람들이 "피자 한판 먹자"라는 말은 절대로 쓰지 않고 대신에 피자 한판 하자"라고 말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애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후자의 표현은 그만큼 적극적인 참여를 뜻한다. 또한 명히 성적인 면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 가장 단순한 형태의 피자는 우리가 포카차라고 부르는 것과 똑같았다. 포카차는 다진 마늘과 오레가노,그리고 소금과 기름으로만 간을 한 피자다(여기에 토마토를 얹으면 마리나라가 된다). 간단히 만들수 있는 또 다른 피자로 포르타 산 젠나로라는 이름의 피자를 들 수 있다. 기름을 전혀 넣지 않고 다진 프레체몰로', 바질, 소금과 얇게 썬 신선한 토마토를 없은 뒤에 구워내는 피자다. 어떻게 보면 우리 시대의 다이어트 전문가가 고안해낸 음식 같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지금은 둥글고 넓게 펼친 반죽에 먼저 토마토소스를 바르지만 19세기의 조리법을 설명해놓은 문헌들을 살펴보면 반죽에 먼저 식재료(치즈, 모짜렐라, 바질, 정어리, 조개, 프로슈토 등)를 올리고 그 위에 토마토소스를 한두 숟가락 뿌렸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소스가 모든 식재료들을 뒤덮었다는 애기다. 식재료를 올려놓는 순서가 언제 뒤바뀌었는지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피자는 프로방스의 피살라디에르처럼 납작할 수도, 시칠리아의 스핀추니처럼 두꺼울 수도 있다. 부활절에 먹는 피자(라치오주와 마르케주, 움브리아주, 토스카나주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는 케이크 모양으
로, 밀가루 반죽에 달갈과 상당한 양의 페코리노 치즈를 가미해서 만든다. 나폴리 피자는 주로 1800년대 말부터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 라파엘레 에스포지토는 틀림없이 19세기 말 최고의 피자이올로였고 여왕으로 하여금 자신의 피자에 폭 빠지게 만들어, 결국에는 그 피자가 여왕의 이름으로 불리도록 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다. 그러나 마르게리타 피자를 그가 고안해냈던 것은 아니다. 1858년에 출판된 프란체스코 드 부카르의 <글과 삽화를 통해 보는 나폴리의 관습과 문화)를 보면, 나폴리가 아직 양시칠리아왕국의 수도였던 시절부터(나폴리가 이탈리아의 도시로 합병되는 것은 1860년이다) 사람들이 만들어 먹던, 모짜렐라 치즈와 바질을 곁들인 피자 이야기가 나온다. "돼지기름을 바르고 분말 치즈를 뿌린 뒤에 바질 잎 몇 개과 얇게 썬 모짜렐라 치즈를 위에 올려 만드는 피자도 있다." 토마토는 선택 사항이다. "가
끔씩은 토마토를 함께 없기도 한다." 그러니까 라파엘레 에스포지토는 이미 존재하던, 세 가지 재료로 만든 피자를 여왕에게 선보였을 뿐이다. 그에게 천재적인 면이 있었다면 그것은 피자 색깔이 이탈리아 국기 색깔과 똑같다는 것을 깨닫고(바질의 녹색, 모짜렐라의 흰색, 토마토의 빨간색) 그 이름을 묻는 여왕에게 마르게리타(여왕의 이름)라고 대답한 그의 재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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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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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요리에 대헤 쓴 짤막한 글들을 코덱스 로마노프라는 소책자에 모아두었다. 레오나르도는 그가 살았던 그 시대의 모든 요리를 다루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가 접할 수 있었던 요리 중에서 특별히 관심이 가는 요리를 최대한 많이 다루고 있다. 물론 레오나르도가 직접 요리법을 개발하고 음식을 만들지는 않았다. 요리는 전문 요리사들이 담당하고 그는 요리에 대한 주석을 달았을 뿐이다. 하지만 주방. 조리기구, 요리법, 식이요법 등에 관한 레오나르도의 세심한 관찰은 전문 요리사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다. 식도락가로서 레오나르도의 천재적인 면모는 새로운 요리법을 제안하고 기존의 조리기구를 개선하는 면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신의 노트에 요리에 대한 생각을 꼼꼼하게 정리하던 시기(1481~-1500)의 밀라노를 포함한 이탈리아 전역의 요리는 그야말로 끔찍한 것이었다. 종달새 혓바닥. 타조 알 스크램블, 순대와 살아있는 개똥지빠귀가 가득한 돼지 요리 등이 그 시대를 풍미했다. 화려했던 로마제국의 진수성찬은 이미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당시의 먹거리는 풍요 속의 빈곤이었다. 부자들은 네발 달린 짐승이나 날개 가진 짐승의 고기를 시도 때도 없이 즐길 수 있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폴렌타(죽의 일종) 따위의 희멀건 죽으로 겨우 허기를 때우는 상황이었다.
거의 모든 요리에는 양념을 하거나 야채를 곁들였다. 많은 채소와 풀과 뿌리 등을 먹거리로 이용했지만 감자와 토마토 등 신대륙에서 발견된 야채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신대륙에서 발견된 야채류는 17세기에 이르러서야 유럽 전역에 퍼졌던 것이다. 소금, 후추. 향신료는 있었다. 치즈와 빵도 있었지만 눈송이처럼 새하얀 빵은 보기 힘들었다. 달콤한 맛을 내는 데는 꿀이 최고였다. 시칠리아 지역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긴 했지만 진짜 설탕이라고할 만한 것은 아직 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포도주는 물이나 설탕 또는 그 둘과 함께 혼합하여 마셨다. 마실 물도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마실 물을 구하려면 수로로 나가거나 물장수를 불러야 했다. 브랜디는 페스트 환자 치료제로 사용되었으며 약제사들이 만들어 배급해주었다. 차도 커피도 초콜릿도 없었다.
주방기구라고는 근육질 팔과 절구통이 고작이었다. 고기, 생선, 조류는 부드러운 반죽처럼 될 때까지 다진 후 체로 걸러 원 부풀도록 꿀과 쌀을 넣어 반죽했다. 음식은 도마 위에 놓은 채로 그냥 먹거나 얇은 빵위에 놓고 먹은 후 빵까지 알뜰하게 먹어치있다. 부잣집에서는 받침으로 쓰인 빵을 강아지한테 던져주거나 가난한 사람에게 선심 쓰기도 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하루에 한 끼를 정오쯤에 에있다. 부자들은 오전 아흡시에서 열시 사이에 가볍게 한술 뜨고 늦은 오후에 성대한 만찬을 베풀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지중해에 가득한 철갑상어 덕택에 캐비어는 수시로 즐길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 노트를 작성할 당시 그는 스포르차 가문의 궁정 연회담당자로서 부잣집 요리라면 유감없이 음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따라서 당시에 서민 음식이었던 캐비어 요리는 당연히 그의 노트에 등장하지 않는다. 레오나르도는 캐비어 요리를 폴렌타보다 더 못한 요리로 보았던 것이다.

- 언제 어디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프랑스왕은 식도락가로서의 레오나르도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에 부응하느라 레오나르도는 스파게티를 발명했다. 그야말로 콜럼버스의 달갈이었다. 200년도 전에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스파게티와 비슷하게 생긴 것을 가져왔다. 바로 국수였다. 마르코 폴로는 국수가 먹거리라는 사실을 빼먹고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수를 식탁 장식용으로 사용해오던 중이었다. 우리가 지금 파스타로 알고 있는 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나폴리와 이탈리아남부 지방에 알려져 있었다. 물론 요즘처럼 국숫발이 가는 것이 아니라 빈대떡처럼 넓적한 것이었다. 레오나르도는 단지 모양새를 조금 바꾼 것이다. 자신이 고안한 기계를 이용해 반죽을 실처럼 길게 뽑아 적당한 길이로 잘라 끓는 물에 삶는다. 바로 스파게티다. 레오나르도가 붙인 이름이 재미있다. 스파고만지아빌레, 즉 먹을 수 있는 끈이다.
그러나 별로 환영을 받지는 못했다. 국수를 삶아 접시에 담다 보면 온통 엉클어지는 바람에 나이프로 가지런히 정리해서 먹기가 여간 까탈스러운게 아니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레오나르도는 일명 삼지창(이가 세 개 달린 포크)을 발명해냈다. 당시 호화저택에는 포크라는 것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이가 달린 커다란 것으로 주방에서나 사용하는 것이었다. 포크를 발명했음에도 스파게티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재주 없는 목수 연장 탓만 한다고, 사람들은 도무지 불편한 것을 싫어했다. 그렇다고 입에다 떠먹여줄 수는 없는 노릇. 레오나르도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파게티와 국수 뽑는 기계에 너무나 애착을 가진 나머지 그 도안을 노트에 잘 갈무리해두고 평생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 1516년, 레오나르도는 연속되는 실패와 고난 속에서 시들어갔다. 프랑스왕 루이 12세의 뒤를 이은 청년 왕 앙리는 예술 웅호자로서 이름을 떨치고자 했다. 앙리는 레오나르도라는 인물에 대해 애기를 듣고 곧바로 '먹을 수 있는 끈에 매혹되었다. 레오나르도의 연봉은 대폭 인상되었고, 살림집으로 자그마한 성채도 하나 주어졌다. 레오나르도에게는 더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이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주방'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괄시받았던 레오나르도는 당장 프랑스 왕을 따라나섰다. 레오나르도는 짐을 몽땅 꾸려 나귀 등에 심고 알프스를 넘었다. 레오나르도는 다시는 새로 그림을 그린다거나 요리에 대해 토를 단다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모아왔던 것을 백과사전으로 정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생각만큼 일이 수월하제 풀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프랑스 왕은 대단한 식도락가였다. 왕은 자신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레오나르도를 이용해 먹었다. 왕은 왕궁과 레오나르도의 집을 연결하는 땅굴을 팠다. 왕은 날이면 날마다 레오나르도를 찾아왔다. 그러고는 둘만의 은밀한 만찬을 즐겼다. 방방곡곡에서 요리 재료를 들여왔고, 레오나르도 자신이 손수 덧발을 일구기도 했다. 지금까지 작업을 찬찬히 정리하려 했던 레오나르도로서는 한심한 노릇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평생 꿈꾸어왔던 삶을 누리기는 했다.
레오나르도가 프랑스 왕의 요청을 거절한 것은 단 한 번뿐이었다. 왕은 수차에 걸쳐 스파게티의 비밀을 캐내려고 했다. 그러나 레오나르도의 저항은 완강했다. 왕은 스파게티를 프랑스 국민 요리로 삼을 속셈이었지만 레오나르도는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레오나르도는 스파게티를 자신이 전인류를 위해 베푸는 최고의 선물로 간주했기 때문에 프랑스 사람들만 즐기도록 허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레오나르도는 스파게티에 관해서는 무덤에 갈 때까지 입(그러니까 노트)을 열지 않았다.

- 담백한 음식에 대해
우리 루도비코 어르신의 식탁에 놓인 음식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수 밖에 없다. 요리마다 잡탕인데다가 그 양 또한 어마어마하다. 원시 야만족이나 이렇게 먹을 것이다. 도저히 납득시킬 방도가 없다. 기껏 양배추 새순으로 우아하게 차려놓으면 고개를 저으시고, 예쁜 당근을 곁들인 말린 매실이라면 상에 올리지도 못하게 하신다. 양배추 새순이 홀로 않은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우며, 자그마한 당근이 풍기는 자태는 또 얼마나 우아한가?
살코기와 달걀이 넘쳐나는 금쟁반 열두 개로도 양배추의 아름다움과 당근의 우아함을 따르지 못한다. 늙은 매실의 그 감미로움, 강낭콩 두 알이 빛어내는 그 영양가, 이런 사실을 어떻게 우리 어르신께 설득시킬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어르신께서는 담백한 식사의 이점을 반드시 아셔야 한다. 우리 어르신뿐만 아니라 이 나라 사람 모두가 알아야 한다.
롬바르디아 사람들이 토끼고기 케이크를 만들 때 어떤 짓을 하는지 보라. 네 가지 다른 살코기. 열두 가지나 되는 채소, 스무 가지가 넘는 과일을 뒤섞다 보니 토끼고기 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다. 이 케이크는 '토끼고기 케이크라고 할 것도 없다. 종다리 케이크, 개똥지빠귀 케이크, 돼지고기 케이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토디 사람들이 자기들 말로 개구리 요리라고 내놓는 요리를 보면 개구리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개구리는 고작 10분의 1뿐이고 나머지는 온통 돼지고기 수프, 채소, 기름, 크림, 시들어빠진 과일, 맛이 간 버섯따위로 채워진다. 도대체가 돼지고기 요리인지 개구리 요리인지 알 수 없게 만들어버린 후 급기야 말라비틀어진 폴렌타로 옷까지 두텁게 입혀버린다.
마치 토디 사람들은 자기들 요리에 죄책감을 느껴 대접하는 손님들에게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것 같은 느낌이다.

- 개구리를 대접하려거든 개구리처럼 보이게 만들어 개구리인 것을 알게 하라. 토끼를 대접하려거든 토끼처럼 보이게 만들어 토끼인 것을 알게 하라는 애기다. 우리 루도비코 어르신께도 마찬가지다. 어르신께서 뼈다귀를 곁들인살코기 요리를 원하시면 살코기와 뼈다귀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만들어 바치면 된다. 헤어나지 못할 소스 국물에 푹 잠겨무엇인지도 모를 진탕으로 만들지 말고, 살코기를 모양 나게 썰어 반듯하게 올려놓고 그 옆을 뼈다귀로 멋있게 장식하라는 말이다.
우리 어르신의 주방은 원재료와 생김새와 맛을 없애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심지어 우리 어르신의 주방은 저 무식한 야만인들의 자손들이 온통 차지하고 있다. 언젠가는 때가 오리라. 나는 그들의 요리법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언젠가는 일깨워주고야 말 것이다. 아무것도 섞지 않은 양배추 새순, 당근, 겉멋을 부리지 않은 뼈다귀 요리의 우아함을 그들의 머리에 반드시 주입시킬 것이다. 그날이 오기까지 우리 어르신의 주방은 계속해서 오늘과 같은 난잡한 꼴을 면치못할 것이다.

- 살라이의 임무
* 자신이 어질러놓은 일은 스스로 정리하기.
* 내가 사랑하는 개구리에게 밥주기.
* 내게 돈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 갈티에리라는 친구 따돌리기.
* 자신이 부러뜨린 내 책상 다리 수선하기.
* 바쁘게 설치고 다닐 때 손마디에서 시끄러운 소리 안나게 하기.

- 나는 요즘 소 아래턱 고기를 빵 두 조각 사이에 끼워 먹는 방법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고민 중이다. 그 반대가 아니라 말이다. 이렇게 만들떤 우리 루도비코 어르신 식탁에 전대미문의 요리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말이지만, 소는 모든 부위를 빵두조각 사이에 끼워 먹을 수 있다. 젓가습살, 간과 창자. 귀때기, 꼬리. 기타 등등 모두 같은 방법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식술들은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몰라 궁금증에 못이겨 칼을 들고 달려들어 속을 파헤질 테니. 이 또한 깜짝쇼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이 요리에 어떤 이름이 어울릴 것인가? '깜짝쇼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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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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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김은 물이 아닌 대량의 기름을 이용해 만드는 음식이다. 기름은 물보다 끓는점이 높다. 재료를 200C에 가까운 고온에 넣기 때문에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가열된다. 재료의 준비와 기름 처리에 드는 수고를 제외하면 조리시간은 눈 깜짝할 새일 정도로 짧다. 그렇다면 단 몇 분사이, 끓는 기름 안에서는어떤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는 것일까?
200도 정도의 기름에 뒤김옷을 입힌 재료를 넣는다. 물은 100도면 수증기로 바뀌기 때문에 전분과 물을 섞어 만든 튀김옷에서 순식간에 물이 증발되기 시작한다. 튀김요리 주변에 거품이 일어나는 것은 튀김옷에서 수증기가 활발하게 증발하고 있다는 증거다.
걸쪽했던 튀김옷은 순식간에 수분이 빠져나가 바삭하게 튀겨진다. 수분이 빠진 틈으로 뜨거운 기름이 들어온다. 물과 기름의 위치가 전환되는 상황이다.
튀김옷에서 생긴 뜨거운 주기의 일부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와 튀김옷 속에 있는 차가운 재료를 가열한다. 뜨거워진 튀김 속에서도 등기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이미 기름이 밴 튀김옷이 하나의 막을 형성해 내부의 수분율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준다.

- 튀김 속은 튀김옷이 막을 싸고 있어 고온의 기름에는 직접 닿지 않고 100도의 증기에서 야들야들하게 익은 상태가 된다. 이것이 바로 튀김의 실체이다. 바삭바삭 담백하고 고소한 튀김옷이 촉촉하게 맛이 밴 튀김 속을 따끈따끈하게 감싸고 있다.
튀김 속에는 마지막까지 수분이 님아 있어 튀김옷의 기름이 스며들지 않는다.따라서 튀김이 완성되면 튀김옷은 20% 가까운 기름을 흡수하지만 튀김 속은 겨우 몇 %정도만 기름을 흡수하는 것이다. 요리사의 수고를 헛되이 한다는 점에서 도리에 어굿나는 일이기는 하나 튀김옷을 벗겨내고 먹으면 다이어트가 된다는 말은 사실이다.
튀김에서 나오는 거품이 적어지면 튀김옷에서 수분이 완전히 빠져나갔다는 증거이다. 즉 튀김이 완성된 것이다. 주의를 기율이면'지글지글' 하는 소리가 점점 약해지는 것이 들릴 것이다. 익숙해지면 소리만으로도 튀김의 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재료를 그대로 튀기는 경우는 음식 재료의 표면에서 물과 기름이 교체된다. 잘 만들어진 감자튀김과 가지튀김은 겉면이 바삭하면서 고소하고 안쪽은 부드러워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 맛있는 튀김을 먹고싶다면 마지막에 기름을 빼는순간까지 긴장을늦추지 말자. 튀김요리를 할때 기름을 빼기 위해 튀김용 냄비 위에 걸쳐놓는 망에 올려두기도한다. 이는기름의낭비를 막아주고, 냄비와가깝다는 점에서 편리한 방법이라 할수있다.
그러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냄비 위의 망은 증발한 습기로 꽉 차 있다. 그곳에 튀김을올려두면 모처럼 건조된 튀김옷이수증기로 인해 눅눅해진다. 완성된 튀김은 냄비에서 떨어진 전용 접시에서 기름을 빼자.그런데 이때 완성된 튀김을 겹쳐놓지 말아야 한다. 무게가가중되면 튀김옷에서 기름이 배어나온다.또식기 시작하면내부의 음식 재료에 갇혀 있던 수분도 밖으로 빠져나와 겹쳐놓은 튀김뿐만아니라 주변 튀김까지 눅눅하게 만들어 버린다 애써 만든 바삭한 튀김이 기름과 물로 눅눅해지고 마는 것이다. 튀김끼리 간격을 두어 떨어트려 놓고, 세워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 돈가스와 꼬치 등을 튀기는 기름은 라드와페트를 혼합해 사용하는 경우가많다. 튀김 겉면에는 빵가루가묻혀져 있다.특히 말린 빵가루를 사용하면 막튀
겼을 때의 바삭함을 떠나마치 입을 를듯한까슬까슬한느낌을 받을 때도있다.
그러나식으면서기름이 빵가루주변에서 웅고되면 약간의수분과기름, 빵가루가 어우러진다. 라드는바로체온에서녹기 때문에 식은튀김을먹으면 입에 물었을때 기름이녹아촉촉한느낌이 배어나와 맛있다. 동물성 기름 덕분에 튀김은다소 시간이 나도 맛있게 먹을수있다. 독특한 기름맛도 고기 맛을 돋우는 데도움이 된다. 크로켓을 튀길 때는 샐러드유가 아니라 라드를 사용해보자. 옛날식 그대로의 크로켓맛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 튀김옷은 물과 밀가루만있으면 되지만보통은 계란도 섞는다. 미리 풀어놓은계란을냉수에 섞고, 밀가루를 넣는다.
그렇다면 계란은왜필요한걸까? 밀가루에 계란이들어가면 매우잘부풀어오른
다.계란액으로공기가들어가열로인해 팽창하기 때문이다. 반죽이 부풀어 틈이생기면 수분이 빠지기 쉬워져 튀김옷이 바삭바삭 쉽게 팽창하는것이다.
계란외에도 튀김옷에 섞으면 효과적인 음식 재료가있다. 맥주등의 알코올이그것이다. 밀가루를 녹일때 덩어리지지 않을뿐 아니라 글루텐의 점성을억제해바삭하게튀길수있다.
또한케이크를 만들 때 빠지지 않는 베이킹파우더를물에 녹여 열을가하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팽창하기 때문에 계란과 같이 튀김옷을부풀어 오르게 한다. 베이킹파우더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 중탄산소다는 고되면 수분을흡수하기어려워 튀긴후에도 튀김옷이끈적거리지 않지만 밀가루의 플라보노이드라는 색소와반웅하여 튀김옷을노르스름하게 만든다. 너무많이 넣으면 튀길때기름이강하게 튀므로주의가필요하다.
콘스타치도 튀김을 오래가게 한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전분이지만 흡습성이매우낮고, 일단응고되면 풀처럼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반찬으로 팔리는 튀김요리에는시간이지나도끈적거리지 않게 하기 위해이와같은 요령을쓰기도 한다.

- 왜숯불구이가 맛있다고 하는 걸까?
숯불은 가스불에 비해 약4배의 적외선을 만들어내며 그 대부분이 파장이긴' 원적외선'이다. 복사열인 적외선은 직진하므로 바람과 관계없이 표면이 빠르고 균일하게 구워져 풍미를 잃지 않는다. 또한 파장이 짧은 '근적외선'도 숯불에서 방사되기 때문에 재료 내부에 침투되어 서서히 가열된다. 따라서 표면은노릇노릇하고 속은 부드럽게 구워진다. 이것이 숯불구이가 맛있는 이유이다.

- '구이'의 매력 중 하나는 적당히 눌어불고 날것일 때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구수함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특허 날것일 때 특유의 불쾌한 비린내가 나서 신경 쓰이는 고기와 생선 등은 양념을 첨가해 구우면 불쾌한 냄새를 없애 식욕을 돋우는 향을 낼 수 있다. 가열하면서 나는 구수한 냄새를 로스트 플레이버(Roast flavor)라 부른다. 다양한 식품의 로스트 플레이버에 공통되는 향긋한 성분은 피라진이라 불리는 화합물의 한무리이다.그 외에 프랑류, 질소화합물, 이온화합물, 카보닐화합물 둥이 더해져 그 식품 특유의 구수함을 만들어 낸다. 가령, 밀가루, 설탕, 계란을 주성분으로 하는 과자에는 과자 특유의 달콤한 향이 난다. 이 향의 성분은 furan화합물이라 하며 놀랍게도 비프스테이크에서 풍기는 맛있는 냄새의 주성분기도 하다.
다수의 재료가 한데 섞여 가열되면 생성되는 향도 복잡해진다. 설탕을 태워 만드는 캐러멜 소스는 캐러멜 향이라 불리는 특유의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데 당분과 단백질, 아미노산을 합께 가열하여 태우면 아미노카르보닐 반웅이라 불리는 화학반웅이 일어나 한충 더 맛있는 향이 탄생한다.
음식 재료를 가열하여 생기는 향에는 대체로 이 아미노카르보닐 반웅이 관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생선과 고기를 그대로 급지 않고 설탕과 간장, 맛술 등을 섞은 양념장에 문혀 '양념구이'를 만들거나, 된장이나 간장을 발라 구운 주먹밥을 만들었을 때 더욱더 식욕을 돋우는 냄새가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이 아미노카르보닐반웅 때문이다.
여기에 당분이 더해지면 향의 근본이 되는 화학반웅이 매우 복잡해져 향성분의 종류도 다채로워진다. 그렇기에 장어구이 향만으로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반대로 당분과 카르보닐화합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단백질과 아미노산, 유지. 혹은 그 혼합물을 가열해도 그다지 좋은 향은 발생하지 않는다. 

- 녹황색 채소는 조리하고 난 후에도 아름다운 녹색을 잃지 않아야 맛있어 보일 뿐 아니라 요리에 장식을 더해 식욕을 돋운다. 그런데, 이 녹색의 색소는 조리 과정에서 변색되기 매우 쉽다. 예쁜 녹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채소가 녹색을 띠는데 근간이 되는 것은 식물세포의 엽록체에 포함된 색소와 엽록소이다. 엽록소는 가열에 약해 식초.간장. 된장 등에 함유된 유기산에 접촉하면 바로 색이 바랜다. 그 이유는 엽록소가 장시간 가열되어 pH가 저하될수록(산성이 되는 정도), 엽록소 분자의 구성원소인 Mg(마그네습)이 H(수소)로 치환되어 갈색의 색소 페오피틴으로 변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색을 막기 위해, 벌도의 냄비에서 데친 후 냉수에 담가 퇴색을 방지하고 조림 마무리 단계에 넣어 맛이 밸 정도로만 조린다.
이와 같이 미리 데칠 때에는 뚜껑을 덮지 말고 2% 정도의 소금물로 데치면 엽록소의 푸른색을 유지할 수 있다. 뚜껑을 덮어 데치면 채소 자체에 함유되어 있는 유기산이 데친 물로 녹아들기 쉽고 그 산에 의해 녹색이 변색될 수 있다.
중탄산소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중탄산소다는 고사리와 고비 등산나물의 쓴맛을 빼는 데 사용하는데, 중탄산소다를 이용해 데치면 국물이 알칼리성이 되면서 엽록소가 클로로필린이라는 색소로 변화되어 산뜻한 푸른색을 유지할 수 있다. 단., 쓴맛이 나지 않는 채소에 사용하면 약간 알칼리 냄새가 나는 맛이 남거나 비타민이 파괴되기 쉽다는 게 단점이다.

- 식용 고기는 앞서 언급했듯이 동물의 근육이고 그 주요 성분은 단백질과 지방이다. 단백질은 근육 전체의 약 20%를 차지한다. 단백질은 형태에 따라 근원섬유단백질과 근형질단백질, 육기질단백질로 나누어진다. 근원섬유단백질은 섬유 모양으로 물에 잘 녹지 않고 근형질단백질은 공 모양으로 물에 녹기 쉽다. 육기질단백질은 주로 결합조직에 있으며 섬유 모양 혹은 그물코 모양으로 물에 녹기 쉽다. 근원섬유단백질이 함유되는 양은 어떤 식용 고기나 비슷하지만, 근형질단백질과 육기질단백질은 종류와 부위에 따라 함유되는 양이 다르다. 먼저 언급한 대로 이 차이가 식용 고기의 특징이 된다.
특히 결합조직은 단단한 단백질인 콜라겐섬유 모양으로 늘어서 있기 때문에 고기가 질긴 것과 관계가 있고, 근육 조직을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목심, 양지. 사태 등의 고기가 단단한 이유는 이 결합조직이 많기 때문이다.
이 콜라겐은 혼자서는 물에 녹기 어럽지만 물과 함께 천천히 가열하면 녹아 젤라틴화 된다. 결합조직이 많은 목심, 양지, 사태 등은 구우면 질겨서 그다지 맛이 없으나 조림요리에는 적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다진고기는구입한상대 그대로 프라이팬에서 익히면 뚝뚝 떨어져 작은고기낱알이 된다. 고기의 주성분인 단백질은 열을가하면 딱딱해지는 성질이 있어 다진 고기의 경우 작은고기 낱알상태로 단단해지려 한다. 다진고기를 그대로 볶을때는 괜찮지만, 미트볼이나 햄버거 등을 만들려 한다면 곤란하다.
고기에 포함되어 있는 단백질 미오신과 액틴은 달라붙으면 끈기가 생긴다. 저민고기를 잘치대면 고기의 조직이 부서지면서 미오신과 액틴을 기본으로 하는 세포내 단백질의 결합이 좋아져 끈기가생긴다.또한 '이음매' 넣으면 형태를보존하고, 원하는 크기로 빚을 수 있다. 가열해도 덩어리 전체가 하나로 단단해지려 하기 때문에 부슬부슬 떨어지지 않고 탄력 있는 고기가 완성된다.

- 저민고기를 치댈 때, 손에 묻지않게 하는방법
저민고기요리를 만들 때잘 치대면 저민 고기가 손에 들러붙어 끈적끈적해진다. 이것을 방지하기위해 저민 고기를 치대기 전에 손에 기름을 발라보자. 또저민고기에 약간의 소금을 넣으면 미오신과액틴은 소금물에 녹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한 찰기가 생겨 모양을 만들기 쉬워진다.

- 연어의 살이 빨간 이유는 먹이의 색소 때문이다
분홍빛 살이 산뜻한 연어는 붉은살 생선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살 생선의 무리에 속한다.그렇다면 그토록산뜻한 색은어떻게 물든것일까? 이는먹이가 되는새우와 게에 포함되어 있는 적색색소 아스타크산틴으로부터 물든 것이다. 양식하고있는연어에 흰살 생선을 먹이면 살이 하얗게 된다고 하니놀랍지 않을 수 없다. 또 산란후 연어도 살이 흰빛을 띠는데 이는 아스타크산틴이 알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어의 알젓이 빨간것이다.

- 생선회는 입에 착 달라붙는 촉감과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맛을 좌우한다. 참치나 방어 등은 사후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했을 때 풍미 성분인 히스티딘이 증가하여 맛있게 느껴지지만, 다른 생선은 경직 중인 근육이 긴장된 상태가 맛있다. 상온에 그대로 놔뒷을 때 생선회가 변색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생선은 즉시 사후경직이 끝나고 효소에 의해 자기소화 된다. 효소는 저온에서는 그다지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차갑게 함으로써 사후경직 상태를 유지한다. '농어'는 '얇게 포를 떠서' 빠른 속도로 썰고 얼음물에서 식혜 얼음 위에 올려 먹는 요리이다. 얼음물에 넣어두면 사후경직이 한층 강화되고 근육을 수축시켜 탱탱한 식감을 자아낸다. 얼음 위에 올려두는 것은 그 상태를 오래 지속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또한 일본에서는 살점을 뜨거운 물에 데쳐 바로 식혀 먹는 '유비키'도 홀름한 생선회의 하나로 친다. 유비키는 표면을 살균하기 위해 뜨거운 물에 데치는데, 그렇다고 헤서 가열 조리가 목적은 아니다. 신선하게 살아 있는 생선을 맛보는 것이므로 뜨거운 물에 데치는 시간은 몇 초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 하고 꺼낸 즉시 식혀 살 속까지 열이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 차가운 주발로는 흰자 거품이 잘 일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힘이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 온도가 낮을 때는 주위 공기의 부피도 작기 때문에 감씨는 공기의 양이 많아진다. 또한 주발의 온도가 높아지면 흰자의 막 속에 감싼 공기가 팽창해서 거품 전체의 용적은 늘어나기 때문에 비중이 작은 가볍고 폭신폭신한 거품이 생기는 것이다.
폭신쪽신한 거품과 안정된 거품 중 어느쪽이 더 좋은지는 어떤 요리를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거품을 일게 한뒤 설탕을 넣으면 머랭이 된다. 머랭은 설탕을 넣는 타이밍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힘을 덜 들이고 만들 수 있다.
설탕을 먼저 넣은 후 환자를 넣어 거품이 일게 하면 좀처럼 거품이 일지 않고 거품이 일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설탕을 먼저 넣으면 흰자에 점성이 생겨 변성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은 걸리지만 보드랍고 안정감 있는거품율 만들 수 있다.
맛, 광택, 식감 등을 비교하면 첨가하는 설탕의 양은 환자와 비슷한 정도의 무게를 넣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흰자를 1~2분간 휘저은 다음 설탕을 넣고 다시 휘저으면, 1분 30초~2분 후에는 질 좋은 머랭울 완성할 수 있다. 처음부터 설탕을 넣고 함께 거품을 내려고 하면 6분 이상이 걸린다고 하니, 그 차이가 매우 크다고 할수있다.

- 간은 왜 우유에 재워 밑손질 하는 걸까?
간이나 생선 등 다소 비린내가 있는 식재료는 그 냄새를 없애기 위해 우유에재운다.
왜우유에 재우면 냄새가빠지는걸까? 그비밀은 단백질과 지방에있다. 우유에 함유된 단백질은그 대부분이 카제인이다. 카제인은 우유 속에서 직경0.1~0.2마이크로미터 정도의 작은 알갱이로 존재하며그알갱이는 직경 0.01 정도의더작은 알갱이가 모여서 생긴 것이다. 카제인은 작은 알갱이가 모여서 생긴것이므로 약간의 빈틈이 있다. 이 빈틈에 수분이들어가기 때문에 카제인의 알갱이는 보수성이 높다. 우유의 지방 또한 이와 같이 지방 알갱이가 모여서 생긴 것이다. 이처럼 우유는빈틈이 많은 알갱이들로구성되어 있어 다른 분자를 잘 끌어모은다. 그렇기 때문에 비린내 분자도 흡수하는 것이다.그러나 냄새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해명되지 않은 부분도 많다. 참고로 뫼니에르 밑손질로 생선을 우유에 재워두면 냄새가 빠지는 것 뿐만 아니라 구울 때 노릇노릇해지는 효과도 있다.

- 생크림에서 거품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크림은 우유에서 지방이 많은 부분을 추출한 것이며 이 유지방은 세포막으로 쌓인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생크림은 수분 인에 지방 알갱이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 상태이다. 생크림을 휘저으면 이 알갱이 사이에 공기가 주입되어 거품이 생긴다. 이 거품과 거품 사이에 지방 알갱이가 모이고 단단해져서 거품이 일어나는 것이다.
생크림에 거품을 낼 때는 생크림을 냉장고에서 1~2일 정도 차갑게, 용기를 얼음물에 대거나 해서 7도 이하로 하면 좋다. 온도가 낮은 편이 지방 알갱이가 세포막을 망가뜨리지 않고 모이기 쉽기 때문이다. 온도가 높거나 휘젓는 힘이 너무 세면 지방알갱이의 세포막이 젯어져 수분인 유청이 분리돼 버터처럼 된다.
설탕은 거품이 나는 것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첨가하지 말고 어느 정도 거품이 생긴 후에 첨가해야 빨리 거품이 인다.

-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쌀은 자포니카 쌀과 인디카쌀의 두종류로 크게 구분
된다. 자포니카 쌀은 알갱이가 둥글고 단단하며 점성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먹는 소비량은 전체의 10%이다. 그것에 비해 인디카 쌀은 아시아 각지, 유럽, 미국 등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어 세계 쌀 총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인디카 쌀은 얇고 긴 모양으로 고슬고슬한 것이 특징이다.
지어진 쌀을 볶는 중국의 볶음밥, 쌀을 스프로 푹 끓이는 이탈리아의 리조또, 볶은 다음 폭 끓이는 스페인의 파에리아나, 터키의 피라프 등 인디카 쌀의 요리변형은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밥과 반찬을 하나의 요리로 먹는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슬고슬한 쌀이 조리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밥을 반찬과 같이 먹기 때문에 밥을 따로 담아 먹는 일이 많다. 밥의 맛을 추구한 결과 적당한 점성과 향기,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자포니카 쌀이 완성된 것이다.
그러나 촉촉한 쌀, 고슬고슬한 쌀 중 어느 것이 더 맛있다고 할수는 없다. 각각 특성에 맞는 조리법이 있기 때문이다.

- 파스타를 삶을 때 소금을 조금 넣는 이유는 무엇일까?
밀가루에는 글리아딘과 글리테닌이라는 두 종류의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다. 밀가루에 물을 넣어 반죽하는 것으로 두 단백질이 붙어 글리텐이 형성된다. 글리텐은 면의 탄력과 늘어남을 결정하는 물질이다. 소금을 넣으면 글리텐 형성이 촉진되어 탄력과 신축성이 더욱 강해진다.
그렇다면 왜 우동. 냉국수 . 소면과 같은 국수를 삶을 때는 소금을 넣지 않는 것일까. 물론 넣어도 되지만 이 면들에는 제작 단계에서 이미 소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삶는 물에까지 소금을 넣을 필요는 없다. 생면을 먹어 보면 은은한 짠맛이 날 것이다. 면을 잘 삶는 요령은 충분한 물을 끓여 그 안에 면을 넣고 면끼리 붙지 않게 천천히 저으면서 중간에 물을 더 붓는 것이다. 뜨거운 물에 넣은 면은 내부가 익기 전에 외부가 너무 익어버리므로 물을 넣어 물의 온도를 한 번 낮추는 것이다.

- 뫼니에르는 프랑스어로 '밀가루가게 여주인'을 뜻한다. 생선에 밀가루를 묻히고 버터에 구운 요리로 밀가루 범벅의 생선을 밀가루집의 여주인에 비유한 것이다.
뫼니에르를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생선에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10분 정도두어 간이 배게 한다. 다음으로 밀가루를 전체적으로 얇게 뿌리고 여분의 가루를 털어내고 버터로 양면을 구우면 완성이다.
볼에서 꺼내기 직전에 레몬을 짜 접시에 담고 잘게 썬 파슬리를 뿌린다.그리고 프라이팬에 버터를 더 넣어서 만든 소스를 뿌려서 먹는다. 살짝 노릇하게 구워낸 표면의 고소함과 육즙이 있는 살이 뫼니에르의 특징이다.
뫼니에르의 맛은 생선에 문헌 밀가루에 영향이 크다. 수분과 열로 인해 풀 상태로 된 밀가루가 생선의 맛을 잡아주고 생선의 비린내를 흡수하며 버터가 고소함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생선을 프라이팬에 올리기 직전에 밀가루를 바르는 것과 생선의 물기를 잘 닦고 바르는 것이다. 밀가루가 먼저 물기를 흡수하면 끈적하게 프라이팬에 들러붙어 모처럼의 요리를 실폐하게 된다.
생선뿐 아니라 고기도 밀가루를 묻혀 구우면 맛있다. 육즙을 잡아두기 때문에 그냥 굽기만 한 스테이크와는 다른 풍미가 나온다. 밀가루 대신 녹말가루를 사용해도 좋다 다만 전분100%의 녹말가루는끈적임이 더 강하므로 그것을 유념하고 요리에 이용하자.
맑은장국에 생선이나 닭고기, 또는 그것들을 으깨 뭉친 것을 넣을 때 밀가루를 묻히는 것은 좋은생각이다. 맛을 잡아둘 뿐만아니라 국물이 탁해지지 않게 한다.

- 시금치를 데칠 때는 냄비의 뚜껑을 덮지 않는다. 
끊는 물에 넣는다. 소금을 넣는다. 살짝 데친다. 바로 찬물로 씻는다'의 순서로 하면 좋다. 시금치에는 쓴맛의 원인이 되는 수산이라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그러나수산은 수증기와 함께 날아가므로 시금치를 데칠 때에는 님비 뚜껑은 덮지 않는 것이 좋다.
시금치에 함유된 푸른빛의 원인은 클로로필이라고 하는 엽록소다. 클로로필은 오래 가열하면 녹색의 페오피틴이라고 하는 물자로 변화하여 퇴색한다. 오래 데치거나 데친 후 바로 물로 씻어 식히지 않으면 여열로 인해 색이 바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다만 시금치에 합유된 비타민C는 수용성이므로 너무 오래 물에 담가두면 녹아서 없어진다. 씻은 후물에 계속 두는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이것은 다른 푸른 채소에도 해당된다. 쑥갓 등을 찬물에서부터 데치지 않고 끓는 물에 넣고 데친 후 물로 씻는 것은 열을 가지고 있는 시간을 짧게 하여 색바람이나 비타민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데칠 때 소금을 약간 넣으면 클로로필 분자의 일부분이 식염 성분인 나트륨이온과 부분적으로 바뀌어 일산화탄소의 작용(갈변)을 억제한다.
그렇다면 무나 우엉 등의 뿌리 채소도 녹황색 채소와 같이 끓는 물에 넣고 데치는 것이 좋을까. 땅 속에서 자란 채소의 대부분은 친물에서부터 데치는 것이 정답이다. 옛날부터 '땅 밑에서 자라는 채소는 찬물에서부터, 땅 위에서 자라는 채소는 끓는 물부터 데친다'고 해왔다. 섬유질이 많고 단단한 뿌리 채소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 찬물에서부터 넣고 데쳐야 부드럽게 되어 조미료가 배기 쉽다.

- 과일은 차가워야 더 맛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일에 함유된 과당에는 알파형과 베타형이 있다 베타형은 알파형에 비해 3
배나 강한 단맛을 낸다. 온도가낮으면 베타형이 중가하기 때문에 과일은 차가울때 더 단것이다.

- 탕수육뿐만 아니라 고기에 산미가 있는 것을 조합하는 요리는 많이 있다. 만약 두껍게 썬 햄과 파인애플 구이. 닭고기 난방즈케", 돼지고기 말이 등이다. 돼지고기 철판구이의 비밀 맛에 토마토 케첩을 사용하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조리법이다.
즉 진한 고기 맛과 식초나 과일이 가지는 깔끔한 산미는 궁합이 좋은 것이다. 파인애플을 부정하는 이들에게는 분하겠지만 탕수육에 파인애플을 넣는 것은 맛의 면에서도 영양 면에서도 이유 있는 조리법이라고 할 수 있다.

- 느끼한 요리는 식초를 뿌려먹는다
탕수육의 느끼함 때문에 먹기 힘든 사람은 조리할 때 식초를 조금 많이 넣으면 먹기 쉬워진다. 지방 입자를 작은 입자로 분산시켜 주기 때문에 기름진 맛을 느끼지않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라면이나 전분을 없은 볶음국수에 식초를 조금 떨어뜨리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 요리 후 시금치와 공이 남으면 '냉동했다가 된장국에라도 넣어야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서 막상 냉동고를 열어 보면 보관해 둔 시금치는 거뭇거뭇하게 변했고 1개월 전에 사 둔 냉동 완두공이 휠씬 신선해 보인다. 어째서 집에서 냉동한 야채는 변색되고 시판용 냉동 채소는 녹색이 유지되는 것일까? 집에서 '최대한 선명한' 냉동 채소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먼저 집에서 만든 냉동 채소가 갈색으로 변하는 원인을 알 필요가 있다. 채소의 조직 내에는 폴리페놀이라고 하는 효소가 함유되어 있어 온도가 낮아지면 그 작용이 둔해지지만 없어지지는 않는다. 이 효소를 그대로 장기간 방치하면 어떻게 냉장해도서서히 부패되어 맛이나 색이 안 좋아진다. 집에서 냉동시키는 것이 실패하는 원인은 채소에 함유된 효소에 있던 것이다.
시판용 냉동 채소의 경우 밑손질로 80C~100C의 끓는 물이나 중기로 단시간
가열처리를 한 것이다. 이로써 채소의 조직 내폴리페놀의 작용을 막아 효소에 의한 채소의 부패와 갈변을 멈추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 굵은 소금은 절임용 소금이라고 불릴 정도인데 그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절임용으로 소금을 사용하는 것은 세포 사이에 작용하는 침투압을 조절해서 향기나 맛을 재료에 충분히 배어들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소금에 절인 채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수분이 나와 숨이 죽어버려 장시간 절이면 채소의 싱싱함이나 식감을 잃게 된다. 이것은 특히 염화나트륨의 순도가 높은 소금이 더 그러하므로 굵은 소금이나 천연소금이 좋다고 한다.
더욱이 굵은 소금이나 천연소금 등에 함유된 고염 성분, 마그네슘 및 칼슘이 많은 식염을 사용하면 채소 세포막의 펙틴이 이 성분들과 결합하여 세포 사이의 결합력을 높인다. 다시 말해 그 결합력을 이용한 채소가 단단해져 식감을 잃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절임요리 특유의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염 성분을 함유한 굵은 소금이나 천연소금이 좋은 것이다.

- 생선에 소금을 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선에 소금을 뿌리는 것은 짠맛을 내기 위함은 물론이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있다.그것은 생선요리의 밑손질로, 소쿠리에 생선을 늘어놓고 소금을 뿌리면 반투막이라고 불리는세포 사이의특수한막을 통해 생선의 비린내가 밖으로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반투막이라는 것은 물과같이 분자가 작은것은 통과시키지만 분자가 큰것은통과시키지 않는 생물특유의 세포막이다.
소금을 뿌려 비린내가 빠진 생선은 그대로 오래 두지 않고 몇 분 지난뒤 소금과같이 나온 물을 키친타월 등으로 닦아내면 좋다. 생선조림의 경우는 그뒤에 한번더 물로 씻는다

- 생선에 소금을 뿌리는 것의 효과는 이것만이 아니다. 뿌린 소금은 생선 표면의 수분에 녹아 짙은 소금물이 된다. 세포 내부에서 이것을 열게 하려고 침투압이 작용하여 내부의 수분을 끌어내기 때문에 살이 단단해져 그 뒤에 생선을 구워도 살이 부서지지 않게 된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생선에 소금을 어느정도 이상 뿌리면 소금이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밑손질로 소금을 사용한 생선을 구우면 소금의 작용으로 표면의 단백질이 빨리 굳어 내부의 맛성분이 님아 있게 된다. 구운 생선에 소금을 뿌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소금을 치지 않은 생선은 어딘가 살이 단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의 소금은 정제된 소금보다 천일염 등의 고염이 들어간 소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유는 고염이 생선살의 단백질 웅고작용을 더 강화시키고 침투율도 좋기 때문이다. 두부를 만들 때 염을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 소금을 너무 많이 넣었을 때 짠맛을 부드럽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소금을 다른 조미료와 같이 사용할 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식초'이다. 양 조절에 패해 소금을 너무 많이 넣은 요리에는 식초를 사용하면 짠맛이 완화되어 맛을 부드럽게 할수가있다.
예를 들어 짠맛이 강한 자반고등어나 생선 말린 것을 먹을 때 레몬즙을 뿌리거나 식초를 사용하면 짠맛이 부드럽게 느껴지며 맛있어졌다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약 소금을 너무 많이 넣은 경우 식초가 들어가도 상관없는 요리라면 식초를 조금 떨어뜨리는 것으로 짠맛을 조금은 부드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식초 이외에 짠맛을 부드럽게 하는 것으로 다시마의 감칠맛 성분인 글루타민산이 있다. 이것은 다시다의 주성분이다. 또한 가츠오부시의 성분인 이노신산도 이 사용하면 짠맛을 약하게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즉 짠맛이 강한 것에 식초처럼 산이 강한 것을 넣으면 짠맛이 억제되는 것이다. 

- 계란을 가열하면 포개져 있던 단백질 분자가 퍼진 후 다시 곁합해서 다른 형태로 쳐지게 된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유동성이 없어져 굳게 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단질의 열 응고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계란말이를 만들 때 설탕을 넣으면, 열에 의해 단백질의 분자에 설탕이 붙어 단백질의 재결합을 방해한다. 그 때문에 단백질이 고하는 데 시간이 걸려 부드러운 계란말이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설탕을 너무 많이 넣지 않도록 주의하자. 설탕을 너무 많이 넣으면 단백질이 설탕에 의해 탈수상태가 되어 타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계란 속 단백질의 웅고는 설탕뿐만 아니라 불의 세기나 가열시간, 계란과 다른 재료의 비율 등 여러가지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설탕을 넣는다고 반드시 부드러운 계란말이를 만들 수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특허 소금은 설탕과는 반대로 단백질의 열 응고를 촉진하기 때문에 조미료의 비율에 따라 계란말이의 부드러운 정도도 라진다.
계란 환자로 거품을 낼 때 설탕을 넣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설탕이 단백질과 결합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환자에 거품을 낸후설탕을 넣으면 설탕과 계란 환자의 단백질이 붙어 더욱 부드러워지고 윤기가 흐른다. 또한 거품의 안정성도 높아져 거품이 떨어지는 것도 막아준다.

- 새로운 타입의 감미료는 과학적으로 보면 당알코올이라고 하는 것을 성분으로 하고 있다. 당알코올이란, 당을 환원하여 만들어지는 알코올을 말한다.
예를 들어 유명한 저칼로리 감미료인 슈가것의 성분은 수분 25%를 포함하는 당알코올인 말티톨(Maltitol)이 99.45%이고 사카린 나트륨이 0.55%이다. 설탕보다 2배더 달고, 칼로리는 10분의 1이라고 한다. 말티톨은 일본에서 가장 빠른 시기에 개발된 맥아당에 수소를 첨가한 당알코올이다. 말티톨은 자당에 가장 가까운 부드러운 맛을 가진다. 또한 혈당치를 올리지 않고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체지의 과중축적을 억제하고 칼습 흡수를 촉진하는 등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최근 다양한 종류의 당알코올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옥수수에 들어 있는 솔비톨이 있다. 솔비톨은 포도당을 환원시켜 만든 당알코올이다. 마찬가지로 당치를 올리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 솔비톨은 결정화되기 어렵고, 흡수성이 높기 문에 카스테라, 케이크 등에도 쓰인다.
에리스리톨(Erythritol)이라는 당알코올은 자당의 약 75% 정도의 단맛이지만, 칼로리는 0이다. 산뜻한 단맛을 내며 무설탕 껍에 많이 쓰인다
충치예방으로 선전하는 껍에 많이 쓰이는 것은 자일리톨이다. 칼로리는 자당의 3/4이다. 이것을 섭취하면 구강내에 스트렙토코쿠스무탄스균이 감소하여 구강내의 환경이 변화한다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많이 이루어지고있다.
이외에도 곶감의 표면의 하얀가루나, 건조 다시마의 하얀가루처럼 자연에 많
이존재하는 만니톨(Mannitol)이 있다. 칼로리는 자당의 절반 정도이며 단맛은자당의60~70%에 불과하다.

- 식초는 힘줄살을 부드럽게 한다.
식초가 생선살의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것은 알았다. 그러나 그것과는 정반대로 힘줄살을 부드럽게 하는 작용도 한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전자는 단백질의 응고작용으로 설명된다. 그리고 후자는 단백질의 한 종류인 콜라겐 조직이라고 하는 경질단백질을 부드럽게 하는 작용이다. 질긴 소고기에는 힘줄(인대)이나 연골, 가죽을 포함하는 결합조직 등의 콜라겐 조직이 많이 들어 있다. 이것을 식초에 재워두면 콜라겐 조직은 부드러워진다. 힘줄살 요리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하다.

- 가츠오부시의 '감칠맛은이노신산이지만, 생가다랑어에는이노신산이 함유되어있지 않다.가다랑어의 살을 쪄서 숙성시키고 건조시킨뒤, 곰팡이가 피면 햇볕에 말린다.그렇게 몇 번이고 곰팡이를 피워 곰팡이의 균사가 가다랑어 살의 중심부까지 침투하면 곰팡이의 효소가단백질을분해해이노신산이 생성된다.오징어도 날것일 때에는 이노신산이 없지만 말리는 동안 미생물이 표면에 붙어 이노신산의 감칠맛이생긴다.가츠오부시와국물내기의 쌍벽을이루는다시마의 감칠맛 성분은글루타민산나트륨 이다.이것이 바로 감칠맛' 과학적 발견이었던 것이다
글루타민산나트륨은 화학조미료의 성분과 같지만, 다시마의 국물 내기는이맛이 전부가아니다. 다시마에는 '감칠맛' 이외에도 바다의 맛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가츠오부시나 다시마 이외에도 말린 멸치나 말린 표고버섯. 닭 뼈. 생선 찌꺼기 등 다양한 국물 내기의 재료가 있으므로 요리에 맞게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말린 표고버섯의 '감칠맛' 성분은 구아닐산이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생 표고버섯에는 없지만 건조시키는 동안에 효소가 작용하여 만들어진다. 생 표고버섯과 말린 표고버섯에는 전혀 다른 '감칠맛'이 있다.
다시마에 함유된 글루타민산나트륨 같은 아미노산 계열의 감칠맛' 다시와 이노신산, 구아닐산 같은 뉴클레오티드 계열의 다시를 섞어 사용하면 각각의 '감칠맛'을 단순히 더한 것 이상의 '감칠맛'이 된다는 것이 과학자의 연구로 증명되었다. 글루타민산나트륨과 이노신산을 1대1로 섞으면, 글루타민산나트륨만 사용했을 때보다 약 7.5배 이상 '감칠맛'이 강해진다. 글루타민산나트륨과 구아닐산을 섞으면 감칠맛'은 약 30배에 달한다.
즉 글루타민산나트륨이 풍부한 다시마와 이노신산이 풍부한 가츠오부시,이두가지 재료를 이용해 국물을 내면 일급 배 이상 맛을 좋게 할 수 있다. 또한 다시마와 구아닐산이 풍부한 말린 표고버섯을 합께 쓰면 30배나 맛있어진다는 것이다. 

- 서양요리의 부용이나 중국요리의 사탕(k5)"은 재료를 오랫동안 폭 끓여서 감칠맛을 낸다.
그러나 일본의 국물을 끓일 때는 원하는 감칠맛 성분과 항이 우러나면, 그 외의 필요 없는 맛이나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재빨리 재료를 건져낸다. 어떻게 보면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일리 있는 요리법이다.
가츠오부시로 국물을 낼 때 절대로 팔팔 끓여서는 안 된다. 미소 된장을 끓일 때도 마찬가지지만 향성분은 휘발성이 있어서 섬세한 풍미가 금세 날아가 버린다. 그 외에도 국물을 오래 끓이면 여러가지 문제가 일어난다.
가츠오부시의 감칠맛 성분은 이노신산인데, 이것은 뜨거운 물에서 잘 녹는 물질이다. 따라서 얇게 깎아낸 가츠오부시라면 뜨거운 물에 넣는 것만으로도 이노신산을 우려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 끓이면 생선의 비린내나 떨은맛까지 우러나온다.
비린내를 유발하는 피페리딘(piperidline) 같은 성분이 녹아 나와서 신맛이나 떫은맛까지 우러나는 것이다. 게다가 가츠오부시의 단백질까지 우러나면 국물이 탁해진다.

- 말린 표고버섯 자루의 이용법
말린 표고버섯의 자루만으로도 국물을 우릴 수 있다. 말린 표고버섯을 불리기 전에 자루를 잘라낸다. 그리고 병에 충분한 물을 붓고, 자루를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면 율륭한 국물이 완성된다. 국물을 려낸 후의 부드러워진 자루는 잘게 썰어 볶음밥 등의 재료로 사용하는 등 요리에도 쓸 수 있다.
너무 딱딱한 자루는 간장에 절이는 방법도 있다. 자루를 통째로 촉은 다져서 병에 넣고 간장에 절여두는 것이다. 그러면 이틀에서 삼 일 후에는 맛좋은 표고버섯 간장이 완성된다. 부스러진 다시마 조각이나 가츠오부사를 더하면 더욱 맛있어진다. 우리집 요리의 숨은 비결이다.
말린 표고버섯을 요리하는 과정에서도 구아닐산을 늘릴 수 있다. 불린 표고버섯을 요리할 때, 강한 불에서 한 번에 익히지 말고 50~70 C 사이의 온도를 유지하면서 중간 불에서 천천히 가열한다. 그 과정에서 효소가 작용하여 남아있던 핵산을 분해하기 때문에 감칠맛이 강해지는 것이다.
말린 표고버섯의 향성분은 렌티오닌(Lenthionine)이라는 물질이다. 이것 역시 생표고버섯에는 없는 성분이다. 생 표고버섯에는 렌티오닌의 전구물질인 렌티닌산이 있지만,이물질은 향이 없다.건조시키는 과정에서 렌티닌산이 효소에 의헤 렌티오닌으로 변하는 것이다. 또한 표고버섯은 비타민D의 전구물질인 에르고스테롤(ergosterol)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에르고스테롤은 자외선에 의해 비타민 D로 변한다. 따라서 햇별에 자연 건조시킨 표고버섯에는 비타민D가 많다. 그 외에도 표고버섯은 항암작용이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등의 여러 작용을 하는 성분을 많이 갖고 있다.

- 쌀이나 보리의 주요 성분은 전분이기 때문에, 누룩이 숙성하는 동안 전분이 분해되어 포도당과 같은 단맛 성분으로 변한다. 이에 비헤 대두는 단백질이 주요 성분이기 때문에 아미노산 같은 감칠맛 성분으로 변한다.
또한 쌀된장은 쌀의 비율이 높을수록 하양고, 공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붉은색을 띤다. 따라서 대두로만 만들어지는 콩된장이 가장 붉다.
맛을 살펴보면, 하얀 된장은 쌀이 주재료이므로 단맛이 강하고, 북은 된장은 대두가 주재료이므로 감칠맛이 강하다. 간장과 마찬가지로 발효와 숙성이 진행될수록 된장의 색이 진해진다. 게다가 공기를 접하면 적갈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숙성하는 동안 섞어주면 붉은색이 강해진다.
된장은 어머니의 맛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된장 맛의 기호는 출신지의 정체성이기도하다. 옛날의 식생활에서는 동물성 단백질을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것만큼 된장찌개 같은 된장음식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특허 대두를 많이 사용한 콩된장에는 100g 중에 단백질이 약 17g이나 된다.
영양가가 높은데다가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된장을 군량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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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은 말한다

etc 2025. 9. 19. 17:26

- 사후에 인체의 변화는 세 가지 경로를 따른다. 주 경로는 부패이고, 이보다 드문 다른 두 경로는 미라화와 비누화(에스테르가 가수 분해 되어 비누가 생성되는 반응)다.
우리가 죽으면 우리의 몸은 더 이상 에너지를 생산하지 않고 자가 분해라고 불리는 것을 유발해 세포가 죽게 된다. 세포 유지를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져 세포가 죽는다. 신체 기관의 세포들이 모두 동시에 죽는 것은 아니다. 어떤 세포들은 산소 결핍에 대해 더 큰 저항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죽는 세포는 신경계 세포, 특히 뇌세포와 심장 세포다.
그러고 나면 부패가 일어난다. 부패는 주로 우리의 장에 서식하는 부패성 박테리아 때문에 일어난다. 사람이 사망하면 이 박테리아들은 더 이상 장 내부에 같혀 있지 않고 장 내벽을 넘어 결장(대장)이 복벽과 맞당아 있는 하복부 오른쪽에서 먼저 피부에 다다른다. 사망 후 24시간에서 48시간 사이에 이곳에 녹색 반점이 생기고, 그것이 접점 퍼져 마침내 피부 전체가 녹검색으로 변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시에 이 박테리아들은 신체 기관의 조직을 부풀게 하고, 부패 가스를 유발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보이게 된다. 하지만 안심해도 된다. 신체 조직이 터지는 일은 절대로 없다. 이 가스는 메탄, 황화수소, 암모니아, 싸이울, 이산화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천 명이 알아챌 수 있는 악취를 풍긴다.
신체의 표피는 부패 가스뿐만 아니라 부패로 인해 생겨난 액체와의 결합 작용으로 진피에서 분리되어 우리가 수포라고 부르는 일종의 물집을 형성한다. 이 수포들은 표피층에 의해서만 외부와 분리되어 있고 매우 약해서, 약간의 접촉에도 터져 안에든 액체가 흘러나올 수 있다. 이 부패액의 냄새는 매우 강렬하며 모든 유형의 직물에 잘 배어들고 오래 지속된다.
이 냄새는 한번 맡으면 결코 잊지 못한다. 하지만 더 나쁜 것은 일단 이 냄새가 시체 냄새라는 걸 알고 나면 조금이라도 숙성된 음식은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는 점이다. 

- 조직이 부어 오르고, 수포가 생기고, 표피가 떨어져 나가면서 눈이 튀어나온다. 또한 부패 가스가 몸속의 구멍안에, 주로 복강에 축적되어 팽창하고 압력을 발생시킨 결과 소변과 대변이 흘러나온다. 장이 항문을 통해 나오거나 자궁이 질을 통해 돌출되는 모습도 드물지 않게 관찰된다. 모두 사람이 사망한 뒤 섭씨 18도 안팎의 기온에서 두세 주가 지난 시점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몇 주가 지나면 시체의 색이 짙은 녹색 또는 검은색으로 변한다.
자궁, 전립선, 심장, 그리고 골격에 부착된 인대처럼 좀 더 견고한 신체 기관들은 몇 달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고 남아 있다. 우리가사는 위도에서는 야외에서 이런 상태가 12개월에서 18개월동안 이어질수있다. 그런 다음 해골화가 진행된다. 우리 위도에서는 야외에서 3년 안에 해골화에 다다른다.

- 평가하기 어려운 법의학적 현상 중에서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것이 질식이다.'질식'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맥박이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 번역에 따르면 모든 사망은 질식이며, 이는 엄연한 사실이기도 하다. 사망은 심장의 기능이 장기간 정지되어 산소 부족으로 뇌 세포가 죽는 것을 뜻한다. 이후 심장이 다시 기능하더라도 뇌부종이 발생하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다. 뇌부종은 혈액이 두개골로 들어가 인체에서 매우 중요한 부위인 뇌 안에 흐르는 것을 방해한다. 장기 적출을 위해 환자의 생리학적 사망을 선언할 때도 뇌 혈관 조영술을 실시해 뇌에 혈액의 관류가 중단되었는지를 확인한다. 이는 장기 적출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 필수 조건이다. 이때 뇌는 죽었지만 심장은 계속 뛰고 다른 장기에 혈액이 공급되는 경우도 있다.

- 약물 복용으로 사망하는 것은 생각과 달리 쉽지 않다. 실제로 성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런 시도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내가 여기서 알려 주지는 않겠지만, 결코 쉽지 않다. 약물을 복용하는 행위는 죽고자 하는 진정한 욕구를 표현하기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구하는 외침인 경우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것에 실패해 정말로 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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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고통

etc 2025. 9. 10. 07:03

- "조선족들은 생의학적 진단 체계에서 잘 포착되지 않는 신체화somatization(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이 강력한 사회에서,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의 심리적 고통이 부정되고 신체 증상으로 대치되어 발현하는 것을 의미)된 방식으로 증상을 호소하였다.'
"대약진 운동과 문화 대혁명기(1966-1976) 인민공사의 노동과 대중 동원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정당한 자격을 부여받는 유일한 탈출구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낙인이 부여되어 있는 심리적인 우울증의 증상이 아닌 신체화되어 나타나는 신경쇠약neurasthenla의 증상을호소하는 길 밖에는없었다.2,3"
위에 발췌한 내용은 내가 인류학 대학원에 진학하며 참고한 문헌중 일부로, 당시 조선족 환자들을 진료하며 가진내 질문에 이미 나름의 답안을 준비해둔 인류학자들의 글을 인용한것이다.
내 의문이 단지 이해할수 없는문화적 차이 정도로 모호하게 마무리되거나 (조선족을) 냉소적으로 비아냥거리기 위한 자원으로 활용되는 것만 보아왔던 나는,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만들어가며 답을 찾아가는 인류학자들의 진지한 열의와 지적인 궤적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의사로서 나는 조선족들의 증상 표현에 중국의 문화혁명과 연관된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들이 여러 군데가 아프다고 표현하는 저변에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이들의 몸에 새겨진 고통의 문제가 재현되도록 만드는 한국의 상황, 이주 노동의 각종 트라우마와 고용 불안, 같은 민족임을 기대했으나 냉담하게 돌아선 한국 사회에서 느끼는 외국인 노동자로서의 차별과 낙인 등이 배어 있었던 것이고, 그것이 마음의 증상을 몸으로 표현하는 신체화 현상으로 표상된 것이었다.

- "질환 이야기를할 필요는 계속된다. 점점더 많은 사람들이 어떤 형태의 질병이나 장애와 함께 더오래 살아가게 됨에따라, 의료는 그러한 삶에서의 의료 외적인 요구들을 점점 더 수용하지 못하게 된다. (... 사람들은 그들의 삶의 특수함에 형식과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를 할 필요를 느낀다. 이야기는 언제나 상처에서부터 시작해 왔고 치유의 한 형태였다. 사람들은 이야기보다 훨씬더 많은 것을 요구하지만,이야기 없이는그들의 요구를 체계화할수 없다." (아서프랭크, <몸의증언> 중에서)

- 잘 걷지 못하게 된 노인이 지팡이를 처음 사용할 때 느끼는 소외감, 사고 후 휠체어를 타게 된 운동선수의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 두껍고 도수 높은 안경을 써야 시력을 얻는 학생이 갖는 자기 이미지. 이러한 예시는 손상을 보상하기 위한 조치에 함께 붙어 따라오는 사회적 함의가 또 다른 차원의 손상을 일으키는 방식을 시사한다.
이는 낙인을 해결하려는 방식조차 새로운 낙인을 부여할 수 있음을, 해결 방식의 도입 전부터 사려 깊게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의 '트리트-올 프로그램'이 추구했던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원인 바이러스를 치료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의학적 biomedica)' 세계관은 사회적 존재인 사람에게 적용하기에는 다소 불완전한 것이었다. 

- 나는 쉼터에 남고자 결정했던 일곱 명의 조선족동포들이 쉼터에서 일종의 '헤테로토피아'를 경험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물리적으로 대한민국 서울의 가리봉동 이주노동자 쉼터와 중국 연길의 서시장 노점은 같은 시공간에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겪은 20분간의 이질감은 그것이 마법처럼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전통적인 시간은 대한민국 이주 노동자의 현실에서 흐른다. 그들은 이주 노동자로서 차가운 일터이자 때로는 적대적이고 이질적인 외부 환경인 대한민국에서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의 쉼터에서는시간이 바깥과는 전혀 다르게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들은 기억을 공유하며 함께 울고 웃으며, 쉼터에 처음 입소할 때 교육받은 규율과 부자유의 초기 외압을 극복한 뒤에는 더 이상 적응할 필요가 없다. 그들의 시공간은 (적응이 필요한) 외부와의 일시적 단절을 통해 기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쉼터는 주변의 다른 '장소'들로부터 '비장소'로 고립되어 있기도 하고 옴이 유행하면서 감염 지역으로 한 번 더 고립되었다. 그러면서도 그 공간은 폐쇄(닫힘)의 위협 속에서도 입소하거나 체류하고자 하는 구성원들에 의해 열림의 소망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쉼터는 다른 장소 안으로 포섭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장소로서 저 바같에 있지 않다. 결론적으로 쉽터는'다른 장소 밖에 존재하는 장소'다. 쉼터는 즉, 헤테로토피아다.

- 심장을 의지로 더 빠르게 뛰게 하거나 더 느리게 뛰게 할 수 없다. 그건 우리 신경계가 몸의 컨디션이나 상황에 맞춰 알아서 하는 일이다. 우리 몸의 이런 자동 조절 기능을 자율신경계'라고 부른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에 자율신경계의 미세한 조절능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럴 때 '미주신경성 실신'이 일어난다. 미주신경은 부교감신경계에 속하는데 부교감신경은 소화, 배변, 이완 같은 기능을, 교감신경은 흥분, 각성, 수축 같은 기능을 담당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팽팽한 실로 서로를 당기고 있다고 할 정도로 상호 배제적으로 동시에 상호 유기적으로 활동한다.
예를 들어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해 지금 막 200미터 달리기를 끝낸 사람의 심장은 아직 교감신경의 우세 하에 있다. 교감신경은 뇌와 근섬유세포 하나하나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그의 심장박출량과 심박수를 비약적으로 높였다. 그의 수축기혈압은 일시적이지만 잠시 160~170mmHg에 육박한다. 그의 의식은 곤두선 머리카락 사이로 올라오는 습기를 감지할 만큼 과각성 상태다.
그런데 만약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심장은 임계점을 넘은 강도 높은 노동에 회복력을 잃고 심근병증으로 빠져들고, 혈관은 높은 혈압을 견디다 못해 미세하고 약해진 영역부터 터져나갈 것이다. 근육은 과도한 수축과 긴장으로 젖산을 내뿜고 이내 몸은 급속도로 산성화될 것이다. 만약 이상이 있어 취약했던 부위의 혈관이 두개골 안쪽에서 터진다면 바로 뇌출혈인데 혈압이 높을 때 출혈은 잘 멎지 않으니 예후가 더 좋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 몸에는 부교감신경이 존재한다. 일단 팽팽해진 실의 주도권을 교감신경에 양보한채 줄다리기의 패배선 직전까지 끌려왔던 부교감신경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연스럽게 주도권을 탈환한다. 교감신경이 전력을 다해 높여 놓았던 혈압과 혈관의 긴장도를 부교감신경은 서서히 완화시킨다. 

- 대변이 마려울 때소화기관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들고 항문의 내약근을이완하며 마침내 배변에 성공하도록 이끄는 것도 부교감신경이다. 특히 소화기관에 작용하는 부교감신경은 미주신경이라 불리는 신체의 가장 긴 뇌신경 통로를 따라 분포한다. 우리가 배변시 쾌감에 가까운 심신의 이완을 경험하는 이유가 미주신경의 작용덕분인 것이다. 그러나그 이완의 정도가 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신체의 긴장도, 특히 산소나 영양분 공급에 필수적인 '혈압'과 같은 기본적인 활력 징후가 이완 상태에서 회복되지 않으면('뇌 혈류 공급의 중단에 각별히 취약하다), 뇌로가는 혈압의 저하로 뇌의 기능이 멈추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질수있다. 이로 인해 일어나는 실신이 미주신경성실신이다. 율신경계에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 '변비'는 미주신경성 실신 가능성을 높이는 조건이 된다. 교감신경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변비가 있다면 부교감신경은 배변에 성공하기 위해 더욱 기승을 부리다가 마침내 혈압저하를 통해 실신이라는 문제를 만들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 허리 통증으로 찾아간 정형외과 의사, 거기서 만난 물리치료사, 첫 번째 실신 시에 찾아갔을 응급실에서 만난 간호사와 당직 의사, 외노의원에서 만난 나와 내가 소개해서 찾아간 신경과 의사, 그리고 그의 마지막 실신에서 발생한 뇌출혈로 입원하며 만났던 신경외과 의사, 최종적으로 다시 나.
이들에게서 환자의 몸은 하나이지만 각각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두말할 나위 없이 정형외과 의사에게는 아픈 허리가 주된 관심사다. 허리를 유지하며 계속 일해야 하는 환자의 사정을 아는 물리치료사는 환자에게 문제의 발살바 기법을 알려준다(당연히 그의 의도는 선의로 가득 차 있다). 발살바 기법에 의해 촉발되어 마침내 증상으로 드러난 '실신'으로 내게 왔을 때 나는 그의 미주신경성 실신을 의심하고 우선 변비약을 챙겨주었다. 이후 내가 보낸 신경과에서 그는 적절하고 필수적인 검사를 받았지만 그 과정 또한 최종적인 진단'에 르지는 못했다. 그렇게 실신이 재발하고 뇌진탕 및 뇌출혈로 입원한 신경외과에서 그는 실신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만 치료하고 퇴원했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돌아와서야 그는 비로소 유의미한 진단의 수순을 만나게 되었다.
이 과정을 반추해볼 때 이들 중 누구도 완전히 잘못된 의학적 판단을 내린 적이 없는 한편, 전체적인 맥락을 관통하는 결정적이면서도 적확한 판단을 내리지도 못했다.
충분하고 완전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할 만큼의 시간과 돈을 갖고 있지 못한 외국인노동자에게 이런 식의 분절적인 시행착오가 불가피했던 것일까. 과연 더 나아질 수는 없던 것이었을까.
그의 경우도 그러했다. 상식적으로 요통과 변비와 실신은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조합에 가깝게 느껴진다.
요통은 정형외과에서, 변비는 소화기내과에서, 실신은 신경과에서 각각 다른 진단명과 치료법을 가지고 건조하게 공존할 수 있다. 정작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환자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지쳐버리거나 비용 대비효과 등을 이유로 진료를 포기하게 될 수도 있었을 법하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각기 다르고 때로는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복수의 질병들, 하나의 신체에 공존하지만 결코 단일한 진단적 프레임에 포섭되지 않는 그것들의 경합속에서 분산되는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초점을 유지하는
힘일 것이다.
그 힘은 미궁 속에서도, 파편화된 단서들 사이를 집중력있게 횡단하며 유의미한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 반대로그 힘은 환자의 신체에 마구잡이로 연결되어 적확한의미를 찾을수없게 되어버린 복수의 증상과 질병들을 솜씨 있게 단절시켜 매듭짓는 데기여할수도 있다.
의학 안에서 이러한 힘, 이러한 의지, 이러한 장치들을 마련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것은 무엇일까. 아네마리몰은 그것이 (의학적) 합리성만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선을 굿는다. 몰은 복수의 신체를 하나로 대상화하여 단정하는 합리적 결론의 방식에 반대하면서 '살아 있는' 모호하고 다중적인 신체를 끝까지 응시하고자 한다.
몰은 이러한 응시의 태도를 곱씹으며 다중적 존재로서의 신체를 위해 다양한 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의료는 (결국 우리는 ),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열린 질문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21세기 사상의 최전선>의 '아네마리 몰,. 현대 의학은 질병을 어떻게 실체화하는가?'라는 챕터에서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서보경 교수는 이것의 실체를 다름 아닌 돌봄("의료라는 장에서 돌봄이 어평게 가능한가")*이라고 말한다. 나는 두 학자의 호환적 질문에 동의한다. 파편화된 질병의 단면이 아니라 다중적인 욕구와 고통을 지닌 환자 그 자체를 '돌보려고' 하는 의료만이 그러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우리가 사는 세상의 문화와 언어는 그 내용이 학문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근대적 사유의 세례를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근대적 사유의 힘이 미치는 곳곳에 뿌리내린 가장 유력한 개념을 하나만 꼽아 보라면 나는 '이분법'이라고 말하겠다. 우리는 주관과 객관, 자아와 타자, 원인과 결과, 작용과 반작용, 문과와 이과, 자연과 사회등의 도해에 익숙하다. 당연하게 보이는 것을 낯설게 탐구하려는 경향을 가진 인류학에서도 이런 이분법적 사유에 대해 한가지 견해를 갖는데, 그것은 이러한 이분법이 모든 인류사회의 공통적이고 근원적인 사유 방식이 아니라는, 즉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배워왔고 우리의 사고 과정에 당연한 것으로 내재해 있는 이분법적 도해가 우리에게 인지부조화를 일으키거나 문제 해결을 오히려 어렵게 만드는 경우는 적지 않다.

- 신학자 헨리는 죽음 이후의 과정을 일컬어 "거울 너머의 세계" 50라고 칭했는데, 이는 물체에 투과된 빛을 반사하여 보여주는 거울처럼 삶(보이는세계)과 연결된 것으로 보이지만 결코 그 빛이 당을 수 없는 거울 너머(보이지 않는 세계)를 암시함으로써 삶과 단절된 죽음을 함의하는 양가적 비유다. 거울 너머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어 거울을 부순다고 해도 결국 이르지 못한 채 깨
진 거울 조각처럼 남겨진 삶만 파편화될 뿐이다. 이렇게 삶과 죽음 중 어느 하나를 택할 수도, 버릴 수도 없다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삶과 죽음을 동등하게 두고 이 둘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동선에 주목하는 일 아닐까.

- 에드워드 불모어가쓴책 <염증에 걸린 마음>에 이 이분법 논의를 더심층적으로 전복시킬 만한 사유가 하나있어 소개한다. B의 경우 이분화된 문제의 심이었던 '몸'과 '마음'에 대해, 더구체적으로 말해 B의 위암과 우울증에 대해 시사점을 주는 이야기라고 할수 있겠다.
"최근에 온라인으로 출판된 연구에서는, 한 대규모 국제연구자 컨소시엄이 우울증 환자 13만 명과 건강한 대조군 33만명의 DNA를 분석해, 우울증과 유의미하게 연관된 유전자 44개를 발견했다. (..) 특기할 점은 그 유전자들 중 다수가 면역계에 중요하다고 알려진 유전자라는 점이다. 예컨대 우울증과 가장 유의미하게 연관되는 유전자를 하나만 뽑으면 올펙토메딘4를 들 수있다. 우울증 위험 요인 목록에서 맨 앞에 자리하기 전까지 이 유전자는 위험한 세균에 대한 소화관의 염증반응을 통제하는 역할로 가장 잘 알려져 있었다. 올펙토메딘 4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아 세균 감염 시 위벽에 염증이 더잘 생기는 사람은 위궤양에 대한 저항성의 관점에서 생존에 더 유리할 수 있지만,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도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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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도파민의 배신

etc 2025. 8. 12. 17:25

- 이 책을 내면서 바라는 것은 중독이라는 현상이 비정상적인 뇌도, 성격장애도, 도덕적 악행도 아닌,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부가 겪는 독특한 체험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중독을 일으키는 모든 것은 문화의 한 영역에서 우리를 즐겁게 해 주고 우리 삶을 풍부하게 해 주는 것들이다.
중독을 이해하는 핵심은 우리에게 행복을 주던 것이 왜 우리를 지배하고 삶을 망가뜨리는 것으로 바뀌는가?'의 문제다. 결국, 중독을 이해하는 일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것들이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게 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단순한 비난이 아닌 현실적인
대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중독은 전에 없던 병적인 뇌 과정이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우리의 몸이 건강하게 동작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상 생리적-심리적 과정들의 조합이지만, 특정 조건에서 건강한 생존을 해치는 방향으로 귀결되는 것이 중독이다. 중독의 임상적 정의인 조절 능력 저하는 욕구 추구가 욕구를 조절하려는 힘보다더 강력한 경우를 의미한다. 

- 도파민계는 자극에 주목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 자극을 추구하는[목적 지향] 행위에 에너지를 부여한다. 사자가 사냥하러 나가는 것이나 알코올 의존 환자가 술을 찾는 것은 도파민계활성과 관계된다. 코카인이 파티 약물로 사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의 무기력과 무의욕, 생기 에너지 부족은 도파민계 활성 부족과 관계된다고 본다. 우울증 환자는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정신 자극제를 남용한다. 무기력이 심한 우울증 환자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정신 자극제 성분의 약물을 처방하는 경우도 가끔있다.
한편, 도파민이 부족한 ADHD 환아의 과잉 행동은 목적이 없는 무작위적 행위라는 점에서 도파민에 의해 추진되는 목적지향 행위와는 전혀 다르다. 수업 시간의 목적 추구는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인데, ADHD 환아는 이것이 안 되므로 돌아다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파민을 차단하는 약물은 거의 모든 정신 질환의 치료에 사용된다. 이 약물들은 2형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하며, 항정신병 약물이라 불린다. 조현병 치료제라는 뜻이다. 항정신병 약물은 조현병뿐만 아니라 필로폰 사용 후 생긴 정신병, 양극성 장애(조율증), 강박 장애, 섬망 등, 원인에 관계없이 감정 반응이 극단적이거나 행동이 과격한 경우에 사용된다.
이 약물이 다양한 상황에서 효과가 있는 것은 (1) 환경 자극에 무관심하게 만들고 (2) 목적 추구 행위를 할 동기를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환자는 자극에 무관심 해지거나 자극에 대응할 의욕이 낮아짐으로써 문제 행동을 하는 빈도가 줄어든다.
그러나 병적인 자극 추구와 정상적 자극 추구는 같은 도파민 회로에 의해 동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병적인 자극 과민성과 행동 과활성을 차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항정신병 약물은 건강한 자극 추구와 행동 활성 역시 차단할 수 있다. 한 조현병 환자에게 고용량의 항정신병 약물을 사용했더니 망상은 사라졌지만, 어떤 일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적극적으로 하려하지 않으려 한다. 주어지는 자극을 수동적으로 소비할 뿐이다.
이 사람은 우울상태도 아니고 불쾌감도 안 느끼며, 동영상을 보고 웃기도 한다. 그러나 호기심과 평소 좋아하던 것에 대한 집중, 취미 생활이나 생산적 생활을 할 의욕 등을 모두 잃은 채로 매일 똑 같은 일상을 사는 것이므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라 볼 수는 없다. 만병통치약을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 약물의 의존성이 전적으로 화학 구조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약물도 어떤 방법으로 투여하느냐에 따라 남용이나 의존을 일으킬 위험성이 다르다. 짧은 시간에 고농도의 약물을 투여하는 정맥 주사가 의존을 일으킬 위험이 가장 높다.
약물 투여와효과의 관계에 대한 강력한 학습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정맥 주사로 사용되는 고위험성 약물의 대표가 헤로인과 필로폰이다.
행위 중에서도 의존을 잘 일으키는 것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도박이다. 도박은 '큰 보상을 불규칙적으로 단시간에 제공하는 자극'인데 이런 자극은 현저성이 매우 높아서 체험자가 그 자극을 쫓아가게 만든다. 온라인 게임은 오프라인 콘솔 게임 보다 의존성이 휠씬 높은데, 온라인 게임은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이 나타나서[참신성] 사용자가 절대로 지루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자극들 역시 도파민계를 활성화한다.

- 게임은 사용자를 붙잡아 두기 위한 장치를 많이 갖추고 있다. 단계별로 목표가 설정되고 시간을 투자할수록 단계가 높아지는 과정을 통해 목표 의식과 성취감을 얻는다. 팀을 이루어서 게임하면서 공동체 의식이 길러지는 체험을 한다. 이것이 실제생활이라면 개인 발전을 위한 긍정적 역할을 하겠지만, 사이버세계에 국한된 체험의 결과는 개인의 발전과 큰 관계가 없다.
오히려 현실에서 성취감을 이루지 못해 힘들어 하던 청소년은 사이버 세계에 들어와 있을 때 더유능하고 멋진 사람이 되고 행복을 느끼면서 현실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져 간다. 한편, 인기 게임들이 도입한 '확률형 아이템'은 명백
하게 도박인데, 도박의 강력한 중독성은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다.
SNS도 빼놓을 수 없다. SNS는 관계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하기 위한 도구다. 외로움이나 고립이 SNS에 몰입하는 요소가 된다. 현실 세계에서 겪는 대인 관계의 어려움과 부정적 감정에 대처하는 수단으로 사이버 세계를 찾는 것이다. SNS에 자신을 내세워 인정 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지만, 같은 동기로 과대 포장된 다른 사람의 게시물을 현실의 소박한 자신과비교하면서 오히려 열등감에 빠지게 되고,SNS에 더 몰두하게된다. 사이버 세계에서의 인플루언서가 되려는 다소 비현실적인꿈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경우도 있다.

- 헤로인처럼 중단이 매우 어려운 약물이라면 이 방법이 더 현실적인 치료일 수도 있다. 길거리에서 더러운 헤로인 주사를 맞던 사람들을 클리닉에 들리게 해서 메사돈(mechadone)이나 부프레노르핀(buprenorphine) [헤로인과 같은 계통인 오피오이드 효현제(agonist)] 경구제제를 합법적으로 처방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사람은 헤로인 주사에 대한 갈망감이 없어진다. 의존 상태는 유지되지만 건강상 또는 생활상의 위험한 문제들을 겪을 가능성은 낮아진다. 헤로인 금단과 갈망감으로 안절부절 못하던 사람이 아침에 메사돈을 한 번 복용하면 그날 저녁까지 보통 사람과 다름없는 직장 생활을 할수도 있다. 이런 치료를 효현제 유지(agonist maintenance) 치료라 다.
물론 단순히 약물 처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심함을 담은 로그램이 필요하다. 처방 받은 경구약제를 먹지 않고 물에 녹여서 정맥 주사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며, 헤로인 사용 여부를 불시에 검사할 수도 있음을 참여자에게 주지시켜야한다. 또한 유지 요법은 평생 지속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 중단할지를 결정할 때는 환자의 생활 습관 변화 등 다양한 조건이 려되어야 한다.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연초를 피우던 사람이 전자담배로 바꾸는 것이다. 전자담배 흡연자는 연초 흡연자와 마찬가지로 니코틴 의존 상태에 있다. 그러나 전자담배로 교체하면 담배의 실질적 독성 성분인 일산화탄소나 타르의 섭취는 많이 줄일수 있다. 니코틴 패치보다 휠씬 효과적인 니코틴 유지 요법인데 런 치료를 '위해(합) 감소(harm reduction) 치료'라 한다. 그러나 모든 약물 의존에 이런 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필로폰 의존에는 유지 치료를 위한 효과적인 약물이 없다.
한편, 효현제 유지가 적절한 치료인지는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갈등인데, '의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무슨 치료냐?'라는 주장과 '완전히 끊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 줄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것밖에 없다'는 주장 사이의 대립이다. 유지 치료를 하자는 현
실주의자의 주장은 일반인들에게 궤변처럼 들릴 터인데, 그것은 중독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뿌리짚기 때문이다. 

- 길항제(antagonist)는 한 약률의 효과를 상쇄하는 약물을 말한다. 약물 급성 중독에 대해 길항제는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헤로인 과량 투여로 호흡이 억제된 사람에게 오피오이드 길항제 록손을 투여하면 즉시 호흡이 돌아온다.
길항제는 약물 의존의 치료에 응용된다. 약물의 효과를 차단하여 점화 효과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알코올에 오피오이드 길항제인 날트렉손을 사용하는 것이다. 첫  마시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날트렉손은 한 잔이 두 잔을 르고 폭음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막아 줄 수 있다. 치료 효과가 좋은 경우, 폭음하던 사람이 자기 주량만큼만 마시는 일반적인 음주자가 된다.
날트렉손은 알코올 길항제가 아닌 오피오이드 길항제지만 코올 의존을 조절한다. 알코올의 보상 효과 또는 점화 효과가 오피오이드계 신경 전달을 통해 매개되는 것과 관계된다. 비숫한 이유로 날트렉손은 도박 중독에서도 갈망감을 감소시키기 한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다양한 중독에 신경생리학적으로 공통되는 측면이 있다는 가설에 근거한다.

- 알코올 의존의 디설피람 치료
알코올 의존을 치료하기 위해 도입된 첫 약물은 알코올 독성을 강화시키는 약물인 디설피람이었다. 약물을 사용하지만 동 치료(behavioral therapy)로 분류한 것은, 이 약물이 뇌에 작용해서 갈망감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설피람 용중인 사람이 술을 마시면 매우 불쾌한 독성을 경험하게 된
다. '음주 긍정적 체험' 학습에 의해 음주 행위가 강화된 상태를 알코올 의존이라 본다면, '음주 부정적 체험' 쪽으로 재학습 시키면 알코올 의존을 치료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그러나 디설피람-알코올 반응은 위험하므로, 환자가 디설피람 복용 후 실제 음주하여 불쾌감을 학습을 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다만 디설피람은 환자가 '나는 이제 술을 마시면 안돼'라 생각하도록 만들어 줄 뿐이다. 술을 못 마시도록 하는 감시자를 데리고 다니는 것과 같다. 

- 오피오이드는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강력하게 규제하지만, 증 치료를 위해 필수적인 약물이기도 하다. 제약업계는 오피오이드 진통제를 꾸준히 개발하여 왔다. 그중 하나가 헤로인이다. 헤로인은 모르핀으로부터 합성되는 약물로, 모르핀보다 진통작용이 강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약물은 합법적 시장에서 퇴출되어 불법 약물 시장의 핫 아이템으로서만 살아남게 된다. 최근 펜타닐에 그 위치를 내주기까지 수십 년간 헤로인은 약의 대표 주자였다. 여러 나라에서 약물 문제는 곧 헤로인 제였다. 약물 문제가 심각한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양귀비 주산지인 동남아 등에서도 헤로인은 가장 핵심적인 약물이다. 모르핀으로부터 합성되므로 양귀비 재배가 있어야 헤로인 생산이 능하다.
헤로인은 정맥 주사로 사용하는데, 정맥 주사는 고용량의 물을 한꺼번에 뇌에 전달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투여법이다. 사된 약물이 뇌를 지날 때의 강력한 느낌인 하이는 약물의 수용체 작용기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한번 맛보면 끊을 수 는 강력한 쾌감이다. 흡연도 비슷하게 강력한 투여법인데, 한국가의 무역 수지를 뒤집을 정도로 폭발적인 아편 수요는 아편이 흡연으로 소비된 것과 관계된다. 그런데 하이는 일회성이므로 또 다시 느끼기 위해서는 주사를 또 맞아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체내에 약물이 쌓이는데, 과량 투약된 헤로인은 곧 호흡 억제에 의한 죽음으로 이어지게 한다. 헤로인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약물이다. 또한 헤로인은 폐쇄적으로 유통되고 그룹 내 여러명이 모여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한 사람이 사용한 주사기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게 되면서 오염된 혈액을 통해 C형 간염이나 후천 면역 결핍증(에이즈, AIDS) 전염이 일어난다. 이런 감염은 심각한 공중 보건 위기를 만든다. 헤로인이 유행하는 사회에서는 보건 정책으로 약물 사용 단속이 아닌, 감염 예방을 위한 일회용 주사기 공급이 시행되기도 한다.

- 병원에서 쫓겨났던 약물
사이키델릭은 고대부터 사용되었지만, 의학계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LSD에서 시작한다. LSD는 스위스의 한 제약사가 개발했다가 사장된 약물이었는데, 발명자가 우연히 자신에게 투여하면서 강력한 향정신성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약사는 이 약물의 의학적 용도를 찾아냈는데, 바로 '정신 치료 보조제'였다. 정신 치료는 원래 전적으로 면담으로 하는 것이다. 환자는 치료자와의 지속적인 면담을 통해서 이전에는 자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봄으로써 자신의 문제에 대한 통찰을 얻는 것인데, 수 년에 걸친 수백 번의 면담이 필요한 과정이다. 그런데 마음을 열어 주는 약물인 LSD를 사용하면 이 지난한 과정에 지름길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1950년대에 출시되어 십여 년간 이런 용도로 병원에서 처방되던 LSD는 1960년대 반문화의 맥락에서 새로운 의미로 등장한다. LSD와 대마초가 주는 자아 초월감은 억압적인 주 문화에서 해방된다는 의미로 히피들에게 받아들여졌다. 특히 미국에서 반문화는 베트남전 반대 운동과 관계 깊었는데, 이를 미국적 가치에 대한 위협이라느낀 주류정치권의 영향으로 LSD는 '의학적 용도가 전혀 없는' 위험한약물로 분류되고 시판 금지되었다. 이후 LSD를 포함한 사이키델릭들은 길거리에서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

- 법적인 딜레마, 임상적 딜레마
같은 약물이 암시장에서 팔리기도 하고 의료시스템을 통해 공급되기도 한다는 점은 법 체계에서 딜레마가 된다. 의료용 약물이 암시장으로 빼돌려진다면 빼돌리는 행위를 범죄라할 수 있겠으나, 같은 약물의 공급이 태생적으로 한쪽은 불법 한쪽은 합법의 영역인 경우, 같은 약물에 대한 선별적 법 적용을 하는 것이다. 케타민은 요사이 불법 약물 시장에서 주목받는 사이키델릭이다. 그런데 케타민은 같은 시대에 정신의학계에서도 주목받는 우울증 치료제다. 한 약물이 합법인지 불법인지를 구분하는 근거는 약물의 약리학적 특성이 아닌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라는 사회문화적 요건이다. 그러나 의존의 발생은 약물의 합법 혹은 불법 여부와 관계가 없다. 불법 약물은 공급 차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겠지만, 의료 현장에서 처방된 사이키델릭이 남용된다면 대처하기 더 어렵다. 한 우울증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하여 지금 자살 충동이 심하니 케타민을 달라고 한다면, 실제 우울증상 때문인지 약물을 남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인지 담당 의사가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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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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