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심할 것은 중대한 일이 아니면 일단 하지 않는다는 전제. 여기서 중대한 일이란 대단히 중요하거나 심각한 일,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즉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 아니면 우선 제외하고 생각하라.
업무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 반드시 일을 추진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만이 아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잘 구별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에는 온 힘을 쏟아붓지만, 그 이외의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

- 업무관리가 서툴러서 고민하는 분이 많지만 그 고민의 근원은 사실 업무관리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할 일이 너무 많아서다.
기본적으로는 중대한 업무, 다시 말해 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기는 일, 사후수정이 불가능한 일만 해보세요.
하지만 그 전에 시도해볼 만한 대책이 있습니다. 바로 하지 않을 일 목록을 만드는 것. 이 목록을 만드는 과정을 토애 해야할 일을 스로 줄여보자.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몰입할 필요는 없다.

- 상대가 있을 때는 상대가 만족하는 수준보다는 수긍하는 수준이 중요. 극단적으로, 스스로 평가할 때는 20점이라고 해도 상대가 수긍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므로 합격점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수긍할 만한 기준, 적적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

- 일단 열심히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 성실하게 제 힘으로 해내고자 한다. 이는 매우 존경할 만한 태도지만, 한 번에 모든 일을 떠안게 되는 상황에 빠지기 쉽고 결과적으로 업무가 정체되어 상대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다. 정말 흔히 일어나는 일이므로 성실하고 완적주의적 성향이 있는 사람일수록 주의해야 함.
공을 든 채로 멈춰 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떠안으면 안된다는 의미. 눈앞에 있는 일에 집중해 곧바로 처리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패스함으로써 할 수 있는 일부터 처리해가야 한다. 그렇게 하면 효율이 높아지고 조금씩 해야할 일들을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다. 또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력도 생긴다.

- 상황은 언제나 변하므로 사전에 계획한대로 진행되지 않는 프로젝트가 허다하다. 최초에 세운 계획은 시작부터 목표달성까지의 잠정적 목표다. 이 속도대로 진행하면 예정대로 끝날 것일는 예측치에 불과. 
중요한 것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지가 아니라, 지연될 경우에 대비해 대책을 철저히 세워서 성과를 내는 것. 그러므로 이런 계획이 없는 경우 즉시 대책을 마련해야 함. 

- 순조롭게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인간관계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짜는 것도 중요. 하지만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더욱 순조롭고 성공적으로 일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행동에 반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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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은 단백질 함량이많은데 비해 정작 쌀보다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적은 편이라 고기와 우유 등을 함께 섭취해 아미노산을 보충해 주어야 함. 지중해 해상 교역을 처음 시작했던 페니키아 지역(가나안과 레바논 지역)의 경우, 물이 있는 계곡에서 밀 농작은 가능했으나 나머지 땅은 사막성 기후의 광야라 풀이 부족해 목축업은 그리 발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밀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은 밀과 고기를 서로 바꾸기 위해 길을 만들어 먼 거리 거래를 시작. 이렇게 거래가 시작되어 상업과 교역이 발달하게 되었음.

- 고대 그리스 지리학자이자 역사가였던 스트라본에 의하면, 기원전 2000년경 가나안 사람들은 소금을 갖고 멀리 영국 남부 콘웰까지 가서 주석과 바꾸어 온다. 구리와 주석의 합금이 청동. 이로써 유럽대력에 대량의 주석이 보급되면서 청동시 시대가 만개함. 소금의 위력은 참 대단하다. 가나안 사람들은 이러한 원거리 해상교역을 위해 중간중간에 보급품을 조달받을 수 있도록 식민도시를 건설. 이 식민도시들이 나중에 유럽과 북아프리카의 주요 도시로 성장. 카르타고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또 가나안에는 주변에서 소금을 사러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때 개발된 길이 해안길과 왕의 대로였다. 거래가 활발하고 시장이 발달한 곳에서는 경제가 더 빨리 발전. 역사적으로 소금이 생산되는 곳이 경제적 번영을 누렸던 이유가 여기 있다. 고대 유럽에서 소금생산이 가능한 지중해 연안은 경제적 중심지의 역할을 했다. 당시 암염광산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이라서 소금생산이 가능한 곳은 지중해 해안 중에서도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었다. 이렇게 소금을 이용해 지중해 문명을 만든 최초의 사람들이 바로 가나안 사람들이었다. 그들 스스로는 가나안 사람이라고 했음에도 그리스 사람들은 가나안 사람들이 자주색 옷을 입고 다닌다 하여 그들을 페니키아, 곧 자주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라 불렀다. 이는 페티키아 사람들이 값비싼 자주색 염료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 이 페니키아란 이름은 기원전 1200년 경 가나안 사람들이 해상무역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부터 불린 것으로 추정됨.

- 몽골군에게는 보급부대를 끌고 다닐 필요가 없어 기동력 있는 작전이 가능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장병 스스로 먹을 것을 안장 밑에 깔고 다니며 식사를 해결했기 때문. 그 안장 밑 음식이 바로 육포. 
몽골군은 겨울에 소를 잡아 살코기 부분만을 두께 2-3센티, 폭 5-7센티로 찢은 뒤 줄에 매달아 바싹 말린다. 건조한 기후에서 고기의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면 무게와 부피가 크게 줄어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육포를 절구에 넣고 갈거나, 망치나 돌멩이로 두들겨 가루로 만들었다. 이를 보르츠라 불렀다. 몽골군은 보르츠를 깨끗이 씻은 소의 위나 오줌보 안에다 보관하여 이를 안장 밑에 깔고 다니며 물에 불려 먹었다.
- 육포 가루만 물에 타 먹어도 한끼 식사로 충분. 바짝 말라있던 육포가루가 배에서 서서히 부풀어 올라 공복을 채워주기 때문에 한 봉지의 육포만 있어도 일주일치 비상식량이 되었다.
특히 전쟁 중에 불을 피워 조리를 할 필요도 없으므로 부대가 적에게 쉽게 노출되지도 않음. 이게 바로 몽골군의 신출귀몰한 기습작전이 가능했던 이유.
보르츠는 간편하고 부피가 작고 가벼워 운반이 쉽고 2-3년 동안 실온에서 장기간 보관해도 변질되지 않음. 보르츠는 주로 쇠고기로 만들었지만 양고기, 말고기, 물고기 등으로도 만들 수 있었다.

- 후추무역 중심지, 베네치아
중세 사람들은 아시아와 교역할 때 바그다드를 지나 흑해의 남부해안을 경유해 콘스탄티노플에 이르는 경로를 이용. 향신료는 콘스탄티노플에서 항구도시 베네치아로 운반됨. 15세기 말이 될때까지 400년 동안 거의 모든 무역은 베네치아에서 이루어짐.
6세기부터 베네치아는 인근 개펄에서 생산한 소금을 갖고 동방무역을 시작. 당시 소금 역시 귀하고 비쌌다. 이후 베네치아는 수세기 동안 동방무역으로 번영을 누림. 베네치아 상인들은 11세기 후반에 시작해 근 200년간 진행된 십자군 원정 덕분에 세계 향료시장에서 제왕의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동방무역을 독점할 수 있었기 때문. 게다가 베네치아 공화국은 서유럽에서 온 십자군에게 수송선, 전함, 무기, 자금을 공급해서 바로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전 유럽의 무역업자들은 향신류 특히 후추를 사기 위해 베네치아로 몰려듬. 15세기 향료무역은 베네치아 상인들의 독점으로 다른 나라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으며 베네치아 상인들이 챙긴 이윤은 어마어마했다.

-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만행
포르투갈로부터 말루쿠 제도를 접수한 네덜란드인은 정향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이 섬에서만 정향을 생산하도록 했다. 약간 매운듯 하면서 향기를 내는 정향은 늘 푸르고 키가 큰 나무로 분홍꽃이 피는데, 이 꽃이 정향의 원료. 꽃이 피기 바로 직전에 따서 햇볕이나 불을 지펴 말린다. 말린 꽃봉오리가 마치 못을 닮았다고 못의 모양을 본뜬 글자인 못 정자를 써서 정향이라고 하며, 영어리음 클로브 역시 클루(못)에서 유래. 정향은 고대부터 대표적 묘약의 하나였다. 게다가 향기가 좋을 뿐 아니라 우리가 쓰는 향료 가운데 부패방지와 살균력이 가장 뛰어남. 현재도 정향은 햄, 소스, 수프 등 서양요리에서 필수적 향신료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사람들은 이후에도 향신료 시장을 넓혀감. 그러나 대량공급은 정향의 가격을 떨어뜨림. 그러자 향신료에 다른 품종을 첨가하는 부정을 저지르기 시작. 그 결과 소비자의 불신을 초래하여 가격이 폭락함. 1760년 암스테르담에서는 향료가격을 인상할 욕심으로 산더미같은 향료재고를 불태워버리는 사건도 발생.
정향가격이 폭락하자 네덜란드인은 극히 일부지역을 제외한 모든 향료의 섬들에서 자라는 정향나무를 모두 뽑아버림. 그 뒤 향료를 불법적으로 재배하거나 거래하는 자들은 모조리 처형. 오랫동안 정향에 의존해 왔던 원주민은 이런 조치 때문에 수입이 줄어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
1770년 모리셔스의 프랑스인 총독은 말라카로부터 어렵게 정향나무 씨앗을 훔쳐 동아프리카 농장에서 재배. 이후 광범위한 향료산지로부터 향료공급이 증가되자 향료독점권은 무너지고 가격이 하락하여 일반 서민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됨. 오늘날 동아프리카 탄자니아는 세계 정향의 90%를 공급함. 반면 정향나무 원산지였던 인도네시아는 오히려 정향의 최대 수입국이 됨. 
오늘날 인도네시아가 가장 많은 정향을 소비하게 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9세기 후반에 인도네시아인들은 담배와 정향을 혼합해 크레텍이라는 정향담배를 최초로 생산했는데, 현재 인도네이사에서는 7만명이 노동자가 정향담배 생산에 종사할 정도로 크레텍은 엄청난 인기를 끈다.

-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는 고추맛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음식. 하지만 김치가 원래부터 매웠던 것은 아니다. 국물이 많은 절인 채소라는 의미의 침채가 김치의 어원인데, 여기에 고추를 넣어 담그게 된 것은 1700년경부터. 그 전까지는 마늘이나 산초, 생강, 파 등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로 사용하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발효시켜 먹었다.
1614년 편찬된 지봉유설에서는 일본에서 전래되었다 해서 고추를 왜개자(일본에서 들여온 겨자)라 불렀으며,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왜초라고 일컬었다. 당시엔 고추를 일본인이 조선인을 독살할 목적으로 가져온 독초로 취급했다고 함. 그래서 멀리해 오다 향신료 가격이 오르면서 점차 고추로 눈을 돌리게 됨. 18세기 들어 김치나 젓갈의 맛이 변하는 것을 방지하고 냄새를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되면서 비로소 매운맛의 재료로 자리잡음. 그 뒤 고추를 고초라 불렀는데, 이는 후추같이 매운 맛을 내는 식물이라 하여 붙인 이름. 이런 과정을 거쳐 고추의 매운맛이 서민들 밥상에 정착하게된 것은 불과 19세기 초반이었다. 한국 요리가 맵다는 고정관념도 실제로는 2백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 커피와 와인은 인류 역사를 이끈 쌍두마차다. 기독교 문화가 뿌리를 내린 곳이라면 어디서나 포도농장을 볼 수 있었던 반면, 이슬람 문화가 지배적이었던 곳에서는 어디서나 커피향이 가득했다. 기독교에서는 와인을 하느님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멋진 선물로 여김. 심지어 와인은 예수이 피를 상징하기도 함.
반면 이슬람에서는 인간을 인사불성으로 만드는 와인을 혐오. 이성과 절제를 추구하는 이슬람들은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커피를 애호했음. 커피는 이슬람에게 종교나 다름 없었다. 이는 가브리엘 대천사가 마호메트에게 전해준 음료였기 때문이다. 이슬람 사원에서만 마시던 커피는 11세기가 되자 일반대중에게가지 널리 퍼짐. 이렇게 커피가 음료로 발전한 곳이 아라비아 지역이다.

- 카페에서 제일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은 단연 아메리카노다. 아메리카노는 1773년 발생한 보스턴 차사건과 관련이 있다.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 시절 당시 미국인들은 차를 즐겨 마셨는데, 영국이 수입 차에 상당한 세금을 부과. 이에 반발한 미국인들은 수입차 불매운동을 하며, 대체음료로 커피를 선택하게 됨.
하지만 이들은 홍차를 마시던 버릇 때문에 커피도 홍차와 비슷하게 만들어 마심. 진한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묽게 만들면 색깔도 홍차와 비슷해지고 맛도 차와 가까워짐. 그렇게 해서 미국에서는 차 대신 연한 커피, 곧 아메리카노가 유행. 커피는 각성작용이 강해 사람을 일시적으로 활력있게 만든다. 특히 업무성과 향상에도 도움을 주는 특성 덕분에 미국에 어울리는 문화로 정착.

- 우리나라에는 감자가 1824년 만주에서 처음 전해졌다는 설과 1832년 영국 상선에 의해 들어왔다는 설이 있다. 우리의 가난한 시절을 함께 한 감자가 한국 땅에 발을 들인지는 불과 180년밖에 안 되었다.
감자는 우리나라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을 기근에서 구해낸 고마운 작물. 특히 강원도가 감자로 유명한데, 이는 1920년대초 강원도 회양군 난곡면에서 농업연구를 하던 독일인 매그린이 개발한 품종인 난곡1호-5호가 1930년대 강원도에서 대규모로 재배된 데에서 비롯됨. 일제강점기였던 당시 강원도에는 화전민이 약 35만명 정도 살았는데 이는 도 인구의 약 25%였다. 강원도의 기후조건이 감자재배에 적합하고, 감자가 다른 작물에 비해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많았기 때문에 벼농사가 어려웠던 이 지역에서는 화전민을 중심으로 감자가 주식으로 재배되었음.

- 콩은 우리 한민족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궁합작물로 오랫동안 한반도에 부족했던 단백질과 지방을 책임져 왔다. 오늘날 농학에서는 코의 한 종류인 대두의 원산지를 한반도와 만주남부로 보고 있으며, 약 5천년 전에 재배가 시작되었다고 함. 고조선에서는 신석기 시대부터 밭농사를 지었는데, 북한의 회령 오동 고조선 유적지에서는 기원전 1300년경의 청동기 유물과 함께 콩, 팥, 기장이 나왔다. 실제로 콩의 원산지가 한반도임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조사가 있었다. 1920년대 미국은 세계 식량종자 확보를 위해 세계각지의 야생작물 채취에 나섬. 그들은 한반도에서 3개월 동안 활동하면서 전 세계 야생콩 종자의 절반이 넘는 무려 3379종의 야생콩을 채취. 식물의 원산지는 변이종의 다양성을 기준으로 추정하는데, 한반도에서 가장 많은 콩의 변이종이 발견된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야생콩이 한반도 곳곳에서 발견되어 한반도가 콩의 원산지임을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 콩 유전자로 콩 종자 패권을 취한 미국
우리나라와 중국은 60년대만 해도 세계 콩 생산국 1,2위를 다투었지만 지금은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콩 생산국 세계 1,2,3위를 차지하고 우리나라와 중국은 대표적 콩수입국으로 전락.
현재 미국에서 생산하는 대두의 90%는 아시아에서 채집한 종자 35가지를 개량한 것이며, 이중 6가지 품종은 한반도에서 채집한 것. 미국은 1901년부터 1976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5496종의 재래종콩을 수집해갔으며 이 가운데 3200여종의 콩을 일리노이 대학에 보존. 이와 별도로 미국 농무부는 47년가지 1만개의 콩에 대한 유전자형을 우리나라에서 수집해갔는데,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수집한 콩 종자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수집한 콩이 74%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강낭콩은 콩과 작물 가운데 유일하게 남미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으며, 나머지 콩과식물은 아시아와 유럽이 원산지. 이 가운데 비둘기콩은 인도, 녹두는 인도중부, 렌즈콩과 완두콩, 향완두콩, 병아리콩은 남유럽과 서아시아, 캅사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프로폴리스는 신비의 영약이다. 프로폴리스는 꿀벌이 나무의 수액, 꽃의 암수술에서 채취한 화분과 벌 자신의 분비물을 이용하여 만든 천연의 항균, 항산화물질로 벌집의 무균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질. 프로폴리스는 그리스어로 앞을 뜻하는 프로와 도시를 뜻하는 폴리스에서 유래.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높은 내부온도와 수만 마리의 벌들이 함께 모여사는 벌집이 외부오염으로부터 안전하게 유지되는 이유가 바로 프로폴리스의 뛰어난 항균능력 때문.
프로폴리스에는 항산화 작용과 노화방지, 면역력강화 작용을 하는 성분과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인체의 면역력을 키우고, 항바이러스, 항산화, 항균 기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로마병사들은 전쟁에 출정할 때 꼭 프로폴리스를 휴대하여 전투에서 입은 상처를 치료. 코란에는 시체해부와 소독에 프로폴리스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이집트 미라는 프로폴리스로 도포되어 있었다.

- 19세기 나폴리를 중심으로 피자가 발전한데는 당시 이 지역을 통치했던 스페인 부르봉 왕조의 페르디난도 1세와 마리아 카롤리나 왕비의 역할이 컸다. 왕비는 입맛이 소박해 서민음식인 피자를 좋아했다. 궁궐에서 왕비가 피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귀족이나 일반 백성들에게도 인기가 높아졌다. 집에 피자오븐을 직접 들여놓는 귀족들이 생겨남.
그 뒤 피자가 이탈리아 국민음식이 되는 데는 한 상징적 사건이 있었다. 1889년 나폴리를 방문한 사부아 왕가의 움베르토 왕과 마르게리타 왕비는 이탈리아 요리를 맛보고 싶어했다. 그래스 이들에게 바칠 특별한 피자가 준비되었다. 토마토아 모차렐라, 바질을 얹어 초록, 하양, 빨강으로 된 이탈리아국기를 상징하는 피자를 만들었다. 그 뒤 왕비의 이름을 따서 이 피자를 마르게리타 피자라 부름. 이탈리아 통일기운이 높아지던 시대의 흐름과도 절묘하게 맞았던 이 피자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국민피자가 됨.

- 효모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끓는다는 뜻. 이는 발효중 이산화탄소가 생겨 거품이 생기는 것에서 비롯됨. 효모는 대부분 토양 속에 살지 않고 꽃의 꿀샘이나 과실표면과 같은 당 농도가 높은 곳에 살고 있으며 당을 발효시켜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 많음. 이 성질 덕에 맥주제조나 빵의 발표에 사용됨. 효소의 어머니라는 뜻에서 어미 모자를 써서 효모라고 하며 이 효모속에 효소가 들어 있다.
이에 비해 효소는 생물체 내의 촉매를 말한다. 생명체가 아니므로 효소는 효모와 같은 증식을 하지 않는 반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촉매작용을 한다. 우리 인체를 포함한 생물체의 몸속에서 생리활성을 촉진하는 생명의 촉매.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는 효소의 기본작용은 몸속 음식물을 소화시켜 영양분으로 만들어 신진대사를 돕는다.
누룩은 술을 만드는 효소를 갖는 곰팡이(효모)를 곡류에 번식시킨 것. 우리 선조들은 보리 썩힌 것을 누룩이라고 하고 곡식의 싹을 틔운 것을 맥아, 싹을 좀 길게 키운 것을 엿기름이라고 했다.

- 과일즙의 당분이 발효, 분해되어 술이 만들어진다. 1키로그램의 당이 발효가 되면 약 0.55리터의 에탄올고 300리터의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짐. 곧 과일이 갖고 있는 당의 절반 정도가 알콜로 변하는 것. 결국은 과일즙의 당 농도를 변화시키면, 원하는 알콜 도수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알콜도수가 높은 아마로네 와인이나 아이스와인은 제조방법과 시기가 다름.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의 특산물인 아마로네 와인은 포도를 수확후 선반 등에 펼쳐 놓고 이듬해 1-2월까지 건조시킨다. 이렇게 건포도처럼 수분이 빠져나간 포도는 당도가 농축되며 무게도 수확직후에서 약 50%가 줄어든다.
반면 아이스와인은 늦게까지 수확을 미루어 이듬해 2월경 포도알갱이가 반 건조 동결되어 당분이 농축된 상태의 포도를 따서 언 상태로 압착해 포도주를 만든다. 아이스와인이 비싼 이유는 보통 와인 한 병을 만드는 데는 1.5송이의 포도가 필요하다면 아이스와인의 경우 자연동결괸 10송이의 포도가 필요하기 때문. 아이스와인은 도수가 높지 않은 대신 맛이 달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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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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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과 화해하기

etc 2025. 2. 26. 07:07

- 후각이나 미각을 상실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단체 다섯번째 감각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후각상실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43%가 우울증을 경험했고, 92%는 음식과 술을 식별하는 능력이 감소. 후각상실증은 영양실조를 초래할 수 있으며, 체중감소나 증가의 위험성도 있다. 후각상실증 때문에 먹는 즐거움의 상당부분을 잃어버리고 나면, 먹는 일 자체에서 흥미를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야하기 때문. 심각한 식중독의 위험도 있다. 후각상실증을 앓는 사람들은 상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식별할 수 없기 때문. 냄새를 맡고 맛을 보는 능력은 심미적 이득뿐 아니라 생리적 필요이기도 함. 맛있는 냄새를 맡는 후각이 있을 때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먹어야 할 필요를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즐겁게 추구할 수 있다.

- 우리는 장바구니에 담긴 것들로 그 사람을 판단함. 구입한 음식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영수증은 일종의 열쇠구멍이다. 열쇠구멍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사치스럽게 사는지, 어떤 성격인지 엿볼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내 장바구니를 채우기 시작했다. 내 장바구니가 병적 허영심으로 가득 차 있어서 스스로도 놀랐다. 우선 하리보 젤리와 탐폰을 재빨리 바구니 바닥에 두고, 그 위에 각종 허브와 신선한 생선, 값비싼 초콜릿을 놓는다. 나의 장바구니는 말한다. "나는 제구실을 다하는 어른입니다. 나는 음식을 잘하고, 따라서 인생도 잘 살고 있습니다." 나는 남들에게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것이다.

- 정상적인 식습관이란 배고플 때 식탁에 가서 만족할 때까지 먹는 것. 당신이 원하는 음식을 선택해서 정말 충분히 배가 부를 때까지 먹을 수 있으리라. 이제 그만 먹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만 먹는 것이 아니다. 정상적인 식습관이라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 음식을 선택하기 전에 잠깐 생각해 보는 것이지, 지나치게 경계하고 제한을 둬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놓치는 것이 아니다. 정상적인 식습관이란 가끔은 행복하거나 슬프거나 지루하다는 이유만으로도, 혹은 그냥 기분이 좋다는 이유만으로도 음식을 먹는 것. 정상적인 식습관이라 대체로 하루에 세끼, 혹은 네끼, 혹은 다섯끼를 먹는 것이며, 혹은 끼니 중간에 계속 우적우적 먹는 것일 수도 있다. 정상적인 식습관이라 내 일 다시 먹을 수 있음을 알기에 접시 위에 있는 쿠키를 다 먹지 않고 몇 개 남겨두거나 너무 맛있기 때문에 지금 더 먹는 것이다. 정상적인 식습관이란 때때로 과식을 하는 것이며, 배가 불러서 거북함을 느끼는 것이다. 때때로 덜 먹으면서 더 먹었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는 것이 정상적인 식습관이다. 정상적인 식습관이란 먹는 데서 뭔가 실수를 저질렀어도 당신 몸이 그 실수를 만회하리라고 믿는 것이다. 정상적인 식습관이란 당신의 시간과 관심을 어느 정도 잡아먹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 인생에서 하나뿐인 중요한 영역으로서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엘린 새터, 영양학자)

- 어떤 사람들은 기억과 음식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이유는 아마도 맛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과 기억이 만들어지는 영역, 즉 해막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으로 추측됨. 마찬가지로 냄새가 추억을 환기하는 이유도 후각신경의 위치가 해마, 편도체와 관계있어서일지 모른다. 후각신경, 해마, 편도체는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 즉 뇌를 다치면 후각까지 잃을 수 있다. 
우리를 둘러싼 사나운 세상을 고려할 때 뇌가 맛과 기억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생각에는 일리가 있다. 자연계는 위험으로 가득하고, 독이 있는 나뭇잎과 벌레 하나까지도 수렵과 채집으로 겨우 생존하던 선조들의 생명을 위협했다. 새로운 메뉴를 시도할 때 무릅써야 하는 위험이 너무나 크다면 음식을 기억하는 능력은 잠재적으로 생명을 보존하는 기술이 된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런 종류의 생존기술에 의지해서 삶을 유지하지 않지만, 음식을 기억하는 능력은 지금도 우리 머릿속에 남아 있다. 

- 식단의 계층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진짜 음식에 대한 절대 기준은 일반 대중과 엘리트 계층을 가르던 시대까지 한참 거슬러 올라감.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서 힌빵은 부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더 배가 부르고 건강한 갈색빵을 먹었다. 오늘날에는 갈색빵이 수준 높은 식생활을 암시하는 음식이 됨. 흰 빵은 값이 싸고 흔한탓에 평판이 곤두박질쳤다. 설탕은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영국에서 값비싸고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귀한 사치품이었으며 지배계층의 경탄을 자아냈다. 그런데 이제는 설탕이 지나치게 들어간 가공음료, 사탕, 요리가 가난한 사람들의 나쁜 식습관으로 여겨지고, 부유한 사람들은 점점 더 설탕을 줄이거나 아예 넣지 않는 식단으로 향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경계선은 천연 설탕의 사용이다. 천연설탕은 초미량의 영양소를 추가하기 위해 값비산 천연꿀을 사용하는데, 이런 비용의 극히 일부만 투자하면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으로도 거의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쯤 되면 누구라도 천연설탕의 사용이 건강과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1824년 캐드베리가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가 아는 초콜릿은 세상에 없었다. 당시에 초콜릿이라고 하면 마시는 초콜릿을 의미했음. 물론 그 옛날 중미 초콜라틀과는 전혀 달랐다. 훗날 스페인 정복자들은 초콜라틀에서 영감을 받아 유럽에 초콜릿 맛을 소개했다. 실제로 초콜릿은 17세기, 무려 18세기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음식이어서 영국과 네덜란드 선원들은 스페인 선박에 실린 이 귀한 화물을 배밖으로 던져버린 적도 있었다. 그들은 카카오 콩을 양의 똥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별미는 곧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상류층을 대상으로 하는 런던의 초콜릿 상점들은 본래 마야인들이 마시던 진하고 더 쓰고 향신료 곁들인 초콜릿 음료를 영국인 입맛에 맞게 설탕을 듬뿍 넣어 더 달콤하게 하고 우유를 넣어 영양가를 높은 다음 판매했다.
그러나 초기의 마시는 초콜릿이 가지는 문제점은 기름기였다. 카카오 열매를 통째로 갈아낸 걸쭉한 코코아 술로 초콜릿 음료를 만든 결과. 카카오를 으깬 반죽에는 초콜릿의 핵심성분인 검은색 카카오 알갱이뿐 아니라 고지방의 코코아 버터도 들었는데, 이것 때문에 음료에 기름기가 돌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조업자는 알갱이와 기름을 분리해 내어 코코아 가루를 얻는 방법을 찾음. 그리고 이 정제과정 덕에 우리가 알고 사랑하는 딱딱한 초콜릿바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브리스톨의 J.S 프라이앤드선스라는 회사는 코코아 제조업자들이 걸러낸 코코아 버터를 더 많이 섞어서 초콜릿바를 완성. 코코아 알갱이가 함유된 코코아 버터에 설탕을 조금 넣고 실온에 둠으로써 딱딱한 초콜릿을 만들었다. 2년뒤 1848년에는 캐드버리가 J.S.프라이앤선스의 방식을 따라 새로운 초콜릿바를 만들었다.

- 마우스로 클릭 한번만 하거나 슈퍼마켓 진열대를 아주 건성으로 훑기만 해도 세계의 모든 음식을 구할 수 있게 된 오늘날의 우리는 미니멀리즘이 미덕이라는 의식을 키우고 있다. 윤리적인 음식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절제, 느림, 마음챙김, 그리고 거의 수도승 같은 금욕주의다. 적게 먹는 것이 좋은 것이며, 대량생산되 초콜릿은 이 도덕적 음식운동이 비난하는 모든 것을 상징하는, 지나치게 달콤하고 타락한 음식이다. 그러나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초콜릿은 아직 식도락가에게 두려운 대상이 아니었다. 실제로 영국에서 금주운동이 한창 무르익고, 많은 종교공동체들이 알콜의 비도덕적인 힘에 맞서 힘을 모으던 시기에 초콜릿은 일종의 구세주였다.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면 천벌을 받는다고 생각했고, 술보다는 차라리 자극성있는 홍차와 커피가 더 안전한 음식이라고 여기던 당시 초콜릿은 영양가 많고 실용적 음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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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제국

etc 2025. 2. 25. 06:43

- 천일염은 바닷물을 말려 얻는 소금이다. 천일염은 계절고, 소금이 결정되는 그날의 날씨, 소금의 결정시간 등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섭씨 25도 전후의 볕좋은 날에 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를 맞추어 아침나절 함수를 염판에 넣고 그날 안에 거두는 천일염이 가장 맛있다. 한반도에서는 이런 조건의 날씨를 보이는 날이 한 해에 얼마 되지 않으며, 따라서 맛있는 천일염은 매우 귀하다.
이 최상의 천일염 이외의 소금에는 쓴맛의 염화마그네슘이 많이 들어있다. 염화마그네슘은 간수의 주요 성분이다. 그래서 한국의 천일염은 3년 또는 5년씩 저장을 하여 이 염화마그네슘을 제거해야만 음식에 쓸 수 있다. 프랑스 게랑드 천일염을 세계명품이라 하는 것은 그 지역의 갯벌이 좋아서라기보다 그 지역의 날씨가 좋은 천일염을 낼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
- 바닷물을 끓여 만든 자염은 천일염보다 미네랄이 많으면서도 쓴맛이 받지 않는다. 유리아미노산이 많기 때문. 바닷물을 개흙에서 농축하면서 그 개흙에 쌓여 있는 각종 생물의 시체들이 묻어 들어간 결과다. 유리아미노산은 구수한 맛을 내는데, 자염에서 유리아미노산이 염화마그네슘의 쓴맛을 줄이는 것과 맛소금에서 화학조미료가 소금의 튀는 맛을 잡는 것 같은 이치. 그러니까, 자염은 쓴맛이 없는 소금이 아니라 쓴맛이 느껴지지 않는 소금이라 할 수 있다.
좋은 소금이란 소금 그 자체의 맛이 좋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안됨, 그런 식의 맛있는 소금은 인공으로 얼마든 제조가능함. 소금의 노릇은, 음식재료에 숨어 있는 맛을 끌어내는 게 핵심이다. 잡다한 맛이 없으면서 짠맛이 부드러운 소금을 가장 좋은 소금이라 할 수 있다.

- 고추를 말리는 방법은 두가지. 햇볕에 말리는 것과 열풍건조기에 말리는 것이다. 앞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고추를 태양초, 뒤의 방법으로 만든 고추를 화건초라고 함. 태양초에는 화건초에서 맡을 수 없는 발효향이 난다. 약간의 시큼한 향인데, 잘 말린 태양초에서는 고추의 달콤한 향내와 이 발효향이 적절히 어우러져 냄새만으로 입 안에 침이 고임.
태양초 식별법은 꼭지가 누렇게 바랜 것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열풍건조기에서 대충 찌다가 비닐하우스에서 말려도 꼭지가 누렇게 된다. 시중에 파는 태양초는 대부분 이렇게 만들어짐. 가짜 태양초다. 심지어 꼭지의 탈색을 위해 물을 뿌리기도 하는데, 이렇게 말린 고추는 발효가 과하게 일어나거나 잡균이 붙어 발효향이라 할 수 없는, 다소 역한 시큼한 냄새를 풍기기도 함.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금물을 쓰기도 하므로 고추에서 짠맛이 나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다.
화건초도 여러 질이 있다. 건조기에서 급작스럽게 말린 것은 맛이 없다. 향이 다 달아나기 때문. 저온에서 오랜시간 은근히 말린 것이 좋다. 이런 고추의 꼭지는 녹색을 많이 띤다.
고추 말리는 방법이 또 하나 있는데, 그늘에서 말리는 것. 이렇게 말린 고추를 음건초라고 하는데 태양초보다 맛이 좋다. 붉은 색이 맑고 고추 특유의 향이 많이 남. 귀한 것이라 구하기 어려움. 햇볕에 내놓아도 희아리가 나 버리는 게 다반사인데 그늘에서 말린다는 것은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비닐하우스의 반그늘에서 환기를 잘 조절하며 말린다면 음건초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을 것이다.
- 좋은 건고추를 고르는 요령
첫째, 고추를 손아귀에 꽉 쥐었다 폈을 때 10초 안에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는 것.
둘째, 고추 안쪽이 오돌토돌한 것
셋째, 윤기가 나는것
넷째, 씨가 붙어 있는 심(태좌)을 씹었을 때 매운맛과 단맛이 적절히 조화된 것
다섯째, 심의 색깔이 선명한 노란색인 것
여섯째, 씨가 많지 않은 것

- 화학조미료가 건강에 얼마나 좋지 않은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일은 식약청에서 알아서 할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화학조미료를 금지하지 않으니 먹어서 해가 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화학조미료의 가장 큰 해악은 식재료의 질을 숨길 수 있다는 것. 최하질의 재료이든 최고급의 재료이든 이 화학조미료 한 방이면 맛을 다 비슷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비싼 중멸에 장다시마로 제대로 맛을 낸 육수와 싸구려 대멸에 화학조미료 한 숟가락으로 맛을 낸 육수를 소비자들은 구별하지 못한다. 식당에서 싸구려 식자재로 맛을 내도 버티는 것은 다 화학조미료 때문이다. 그러니 좋은 음식을 먹자면 화학조미료부터 없애야 한다.
- 화학조미료는 그 자체로 맛이 있는 것은 아님. 식재료들 제각각의 맛을 뭉그러뜨리는 역할을 하는데, 툭툭 튀어나오는 맛들의 중간에 서서 조절을 한다. 이것저것 양념을 넣었는데 맛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고민일 때 화학조미료 한 숙가락이면 모두 해결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따라서 짜고 매운 맛을 음식의 중심에 두고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내는 한국음식에 화학조미료는 맛의 조절자로서 항상 유용할 수 있다. 그러니, 한국음식에서 화학조미료를 버리자면 짜고 맵고 강한 양념에서 벗어나야 함. 심심하고 순하게 먹으면 화학조미료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 멸치젓국은 아시아권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어장의 일종. 남아시아에서는 이 어장을 거의 모든 음식에 양념으로 사용. 한국의 멸치젓국은 활용도에서 아니상 여느 어장에 비해 모자람이 있다. 때깔과 향 때문. 아시아의 어장은 대체로 투명하며 좋은 것은 황금색을 띠지만 한국의 멸치젓국은 칙칙한 검정색. 아지사의 어장은 감칠맛이 가볍게 다가오지만 한국의 멸치젓국은 거칠고 두툼하다. 심지어 기름전내가 난다.
한국의 멸치젓국이 색깔과 맛에서 부족함이 있는 것은 원료의 문제일 수도 있음. 남방의 생선들에 비해 우리 연근해 멸치가 지방함량이 높은 탓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멸치젓국의 생산지를 확인하면 꼭 원료 탓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플라스틱이나 양철로 만든 통에 멸치젓이 담겨 있는데, 한여름의 땡볕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 예사임. 뚜껑을 열면 기름이 산패하여 역한 냄새가 풍긴다. 이건 숙성이라 할 수 없으며 부패라고 보는 것이 맛다. 현재 멸치젓국 생산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아시아 다른 나라의 어장을 쓰는 것이 낫다.

- 양념은 간장과 설탕이 기본이다. 여기에 참기름, 마늘, 양파, 파 배, 사과 등이 첨가된다. 돼지갈비를 구우면 간장과 설탕이 불에 타며 내는 향이 제일 강하고 참기름 등의 양념은 부차적인 것이 된다. 간장과 설탕이 불에 타면서 내는 향은 들척지근하면서 찝찌름하다. 간장의 발효향을 극대화하고 여기에 달콤한 향을 더한 것. 음식에 장류를 쓰는 한국인에게 이 강렬한 향은 식욕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돼지갈비 굽는 향을 돋우기 위해 이미 불기운의 맛을 갖고 있는 캐러멜 시럽을 넣은 일이 흔하다. 캐러멜 시럽은 돼지고기의 희멀그레한 살색을 숨기는 역할도 함. 설탕에 물엿, 캐러멜 시럽까지 더하면 돼지갈비는 번질번질해지고 불판에 찐득한 잔여물을 남기는 지경에까지 이르는데, 이 정도이면 과도한 단맛과 밸런스를 이루기 위해 간이 세지고, 결국 돼지강정 수준의 돼지갈비를 먹게 된다.
과다하게 양념한 돼지갈비에서는 돼지고기 맛을 느낄 수 없다.
- 외식업체에서 과다한 양념이 일반화되어 있는 것은 바로 이런 효과를 얻기 위함. 질 떨어지는 돼지고기일수록 양념은 강해지고 숙성시간은 길어진다. 신선하고 잡내 없는 돼지고긴는 흐릿한 간장에 조금의 설탕과 파, 마늘, 참기름, 과일즙 정도 양념을 하여 두어 시간 재워 구워도 맛있다.

- 한우고기의 등급은 근내 지방도에 따라 결정됨. 한우고기 중 최상급은 1등급 투뿔이다 이 투뿔 한우고기를 맛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순전히 근내 지방(마블링) 덕. 붉은 고기 사이에 촘촘히 박힌 지방은 불기운이 닿으면 순식간에 녹아 고리전체를 감싸 고소한 맛을 더하며, 녹지 않고 남은 지방은 고리를 씹을 때 부드러움을 더해줌. 부드럽고 고소하기로 한우 1등급 투뿔만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 마블링 고기에 대한 강한 기호도는 일본인들의 식습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임. 그들은 음식을 이로 씹는 행위를 강하게 하지 않음. 그들이 음식을 먹는 것을 보면 씹는다기보다 오물거린다는 표현이 맞다. 그에 반해 우리 민족은 치아 사이에 음식물을 두고 강하게 오래 씹는 버릇이 있다. 입에 살살녹는 고기가 맛있다는 생각은 일본인들의 쇠고기 기호를 무턱대고 쫓아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지방이 불기운에 녹아내리면서 내는 고소함이 1등급 투뿔의 매력이라고 하지만, 이 과다한 지방이 오히려 붉으니 고기의 감칠맛을 죽이고 있다. 지방 하나 없는 우둔살이나 사태를 생으로 씹을 때 맛볼 수 있는 쇠고기 특유의 감칠맛은 1등급 투뿔의 마블링 쇠고기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다.
붉은 고기의 감칠맛은 2주정도 숙성되었을 때 더 깊어짐. 그러나 마블링이 잘 되어 있는 부위는 숙성을 시키면 미끄덩거리면서 식감이 떨어지고 지방이 타면서 내는 고소함의 매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잘 숙성된 붉은 고기의 깊은 감칠맛을 맛보게 되면 오랜 육식문화를 유지해온 서구인들이 마블링에 연연하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될 것.
마블링 쇠고기에 대한 잘못된 신화가 한우고기의 진정한 매력을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 설렁탕은 입에 착 달라붙는 감칠맛에 구수함이 섞이고 뒤에는 개운함이 있어야 한다. 좋은 설렁탕은 단맛도 있다.
설렁탕의 맛은 어떤 소를 쓰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짐. 한우 설렁탕이 맛있다고 하는 것은 한우고기에 올레인산이 많기 때문. 올레인산은 감칠맛을 낸다. 풀 사료만 먹인 수입소의 고기와 뼈로는 맛있는 설렁탕을 얻을 수 없다. 곡물사료를 먹인 수입소의 경우 웬만큼 맛을 낸다. 곡물사료가 올레인산 함량을 늘리기 때문
재료 다음으로 끓여내는 기술이 중요하다. 설렁탕 제대로 한다는 식당들은 나름대로 노하우 하나씩은 갖고 있음. 뼈와 고기의 끓여내는 시간을 달리해 뼈국물을 나누고, 고기국물을 더하는 기술에 따라 맛 차이가 난다. 특히 뼈와 고기 외에 쇠기름이 중요한데, 마지막에 쇠기름을 넣어 고소한 맛을 더함. 쇠기름으로는 콩팥 옆의 두태를 쓴다. 한우를 썼는데도 맹탕의 국물맛이 나는 것은 고기양을 적게 썼기 때문이며, 뼈비린내가 풍기는 것은 국물을 진하게 보이려고 쇠뼈를 너무 곤 결과이다.
설렁탕에 나오는 국수는 없애야 한다. 국수의 밀가루냄새로 국물맛이 다치기 때문. 설렁탕에 국수가 들어가게 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 미국 구호물자로 밀가루가 흔해지면서부터. 못 먹고 살 때 양을 늘리기 위한 것이었지 맛을 더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꼭 국수를 말아 먹겠다면 주방에서부터 탕에 넣지 말고 따로 내는 것이 맞다.

- 고추장은 한식식재료 중 최강군이다. 고추장 한 숟가락이면 한 드럼의 육개장 맛도 변하게 할 정도임. 여리디여린 나물들을 조물조물 무쳐놓고 왜 이 강력한 향의 고추장으로 비벼 마무리를 하는가. 밥이 더해져 나물만으로는 간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나 나물이란 원래 밥과 함께 먹을 수 있게끔 조리되는 것이니 비빔을 해도 간에 부족함이 없어야 하는 것이 정상.
옛날에는 가정집에서 이렇게 익힌 나물로 비빔밥을 해 먹을 때 고추장을 더하는 일이 없었다. 추측하건대, 비빔밥이 식당에서 팔리면서 고추장이 더해진 것으로 보임. 나물들 각각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니 고추장 맛으로 맛을 얼버무리기 위한 술책으로 밖에 안 보인다.
비빔밥의 나물들을 제대로 조리해 내자면 보통의 공력이 드는 것이 아니다. 그 공력을 고추장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 2000년대 중반 외식업계에 국수바람이 크게 일었다. 식재료 원가가 낮아 싸게 팔아도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주목을 받은 결과. 그러다 식품공장에서 생산하는 혼합조미료나 저질의 멸치를 사다 국물을 내어 잔치국수 맛을 떨어쓰리는 노릇만 하고 있다. 혼합조미료로 낸 국물은 들척지근한 맛이 강하고 저질의 멸치로 낸 국물은 비리고 쓰다.
대멸을 쓰려면 멸치의 머리와 내장은 버려야 함. 중멸은 그냥 써도 된다. 오래되어 눅눅한 멸치는 팬에 덖으면 잡내가 달아나지만 좋은 멸치는 그럴 필요가 없다. 멸치는 강한 불에 오래 끓이면 쓴맛이 많아진다. 찬물에 하룻밤 우려냈다가 살짝 끓여 비린내만 날리면 고급스러운 국물이 만들어짐. 대멸을 불에 구워 끓이면 강하고 복잡한 맛의 국물이 만들어짐. 디포리를 섞어 쓰기도 하는데, 디포리가 쌀 대는 넉넉히 넣어 풍성한 맛을 낼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멸치와 값이 비슷하면 이득이 없다. 디포리는 멸치에 비해 맛이 약하기 때문.
기계소면이나 중면은 제조공장의 특징이 없이 다 비슷하다. 소금이나 전분을 첨가하여 쫄깃함을 더하기도 하는데, 소금이 많이 든 것은 삶은 후에도 짜며 전분이 든 것은 부드러운 식감을 해칠 뿐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이 우리 땅에 남기고 간 수연소면이 식감에서 가장 좋다. 국수는 제조한 후 묵힌 것이 좋다. 그래야 생밀가루 냄새가 나지 않는다.
국수를 삶을 대는 물의 온도변화가 없어야 한다. 따라서 큰 냄비에 물을 넉넉히 끓여서 국수를 넣고 난 다음에도 물 온도가 유지되게 해야 함. 물이 끓으면서 그 힘으로 국수가 저절로 휘돌아치게 하는 것이 좋다. 헹구는 물은 얼음처럼 차가워야 한다.
싼 가격의 잔치국수라고 함부로 맛을 내는 경향이 있다. 맛있는 잔치국수는 제대로 된 국물과 국수를 만들어 내자면, 돈이 많이 드는 음식이다.

- 평양냉면은 메일면과 육수의 조화를 중시하는 음식이고, 함흥냉면은 감자면과 고춧가루 양념의 조화를 중심으로 함. 함흥냉면을 평양냉명과 한 부류에 넣자면 일본 냉라면, 중국냉면, 인천쫄면, 부산밀면 등등도 다 평양냉면과 같은 부류에 넣어야 할 것이다. 또 평양냉면과 가장 유사한 음식으로 막국수를 들 수 있는데, 평양냉면을 이야기할 때 함흥냉면은 꼭 끼워 넣으면서 이상하게 막국수는 제외한다. 이런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음식은 안보고 냉면이라는 이름에만 집착하기 때문.
이렇게 분류해야 맞다.
* 메밀국수 : 평양냉면, 막국수, 소바, 진주냉면
* 감자국수 : 함흥냉면
* 밀국수 : 부산밀면
매사에 분별력이 없으면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음식의 분류를 엉터리로 하면 그 음식맛의 중심을 찾을 수 없다.

- 요즘 떡은 공장에서 가공된 쌀가루로 만듬. 쌀가루의 입도는 높고 분포도는 좁다. 아주 고운 입자임. 공장에서는 쌀의 전분이 변성되지 않게 습식으로 분쇄한다고 하지만, 고운입도의 쌀가루를 짧은 시간에 다량으로 생산하다 보니 온도가 올라가고 전분에 손상이 가기 마련. 또 보관과 이동 중에도 손상이 있다. 이렇게 전분이 변성된 고운 쌀가루로 떡을 만들면, 백설기와 시루떡은 퍽퍽하고, 가래떡과 절편은 단단하며, 찹쌀떡은 뻐득뻐득해짐.
물에 불린 쌀을 절구 같은 재래도구로 빻아 떡을 빚으면 떡에서 쌀알이 씹힌다. 아무리 곱게 빻아도 입자가 고르지 않고 거칠기 때문. 이 엉성한 떡조직이 오히려 떡을 부드럽게 함. 또 전분의 변성이 없어 질긴 느낌이 엇다. 가래떡을 예로 들자면, 공장 쌀가루떡은 질긴 쫀득함이고, 절구떡은 부드럽게 입에서 스스로 녹는 쫄깃함이다.

- 콩나물무침의 맛요소는 줄기의 아삭 씹히는 맛, 콩대가리의 고소한 맛, 짭짜름한 소금 간 뒤에 우러나오는 달콤한 맛이라 할 수 있다. 이 맛을 내기 위해서는 잘 데쳐야 한다. 데치기, 이게 콩나물 요리의 알파이며 오메가다. 콩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콩나물은 찬물에 넣고 불을 올린 후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한다고들 배웠으나, 해보면 팔팔 끓는 물에 소금 조금 넣고 뚜껑을 연 채로 데치는 것이 낫다. 비린내를 다 잡자면 데칠 때 마늘을 조금 넣으면 되는데, 이러면 단맛가지 더해짐.
그런데 온 정신을 집중해 콩나물을 데치고 몇 년 묵은 청장에 국산 참기름을 더해도, 맛에 예민한 사람들은 예저의 그 콩나물 맛이 나지 않는다고 타박한다. 콩은 예전 그 콩이라 해도 콩나물 생산방식이 바뀌어 맛이 달라진 것임.
옛날 집에서나 조그만 콩나물 공장에서는 콩나물시루 위로 물을 부으면 콩나물이 먹고 난 후 그 아래 물받이 통으로 내려온다. 이 물을 다시 콩나물에 부었다. 그런데 요즘 콩나물 공장에서는 콩나물 시루가 짝 깔려 있고 그 위로 안개 같은 물이 분사되는 자동기계가 왔다갔다 한다. 그러니까 새로운 물이 콩나물에 공급되는 것. 이런 물주기 방식에 따른 맛 차이는 의외로 크다. 콩나물이 자라면서 내놓는 물에 여러 영양과 맛 요소가 함유되어 있는 이유다.

- 배추김치의 맛의 핵심은 개운한 산미다. 배추의 조직이 반투명하게 살아 아삭하게 씹히면서 산뜻하게 신맛을 코로 올려야 제대로 된 배추김치다. 이런 배추김치를 만들기 위한 첫째 조건은 양념을 최소화하는 것. 조금의 젓갈, 조금의 고춧가루, 조금의 마늘, 조금의 무채, 조금의 ... 절임배추에 유산균이 잘 퍼져 맛있게 발효될 수 있을 정도의 양념이면 된다. 과다한 양념은 오히려 잡균들의 먹이로 작용해 쉬 멀러지고 잡내를 낼 뿐이다.
옛날 우리 배추김치들은 가벼운 양념에 물이 축축하게 있고 개운한 산미가 잘 살아 있었다. 살림이 넉넉하지 못하니 양념을 충분히 넣지 못한 덕. 그러던 것이 80년대 후반을 넘기면서 양념범벅의 배추김치로 변해갔다. 살림이 나아지면서 김치에 양념을 잔뜩 넣어야 잘 사는 집 모양이 난다고 여긴 순진한 아낙네들의 마음이 투영된 결과로도 보이고, 궁중요리입네, 반가요리입테하고 텔레비전에 나와 갓 해서 먹어야 하는 보쌈김치 수준으로 온갖 양념을 범벅해 담그는 것을 자주 보여준 탓으로도 읽힌다.

- 고수의 약재명은 호유실, 빈대풀이다. 서양에서는 코리앤더라고함. 빈배를 뜻하는 그리스어 코리스와 좋은 향기아 나는 식물이름인 아니스를 합친 것. 약간의 비릿한 향이 있는데 이게 오히려 후각을 자극해 곁들이는 음식을 더 맛있게도 함. 중화권에서는 음식에 이 고수가 꼭 들어감. 한자로 향채라고 쓰고, 시앙차이라고 읽는다. 향기나는 풀이다.
한국인의 입맛은 보수적이다. 외래의 것이라고 하면 일단 거부감을 드러낸다. 5000년동안 한반도에 갇혀 살아오면서 고착화된 나쁜 습성이다. 또 고수가 애초 동남아 음식에 흔히 쓰는 채소로 잘못 알려지면서 그들 민족을 낮추어 보는 못된 눈이 이 채소에도 관통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고수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고수가 외래에서 온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 고수는 오래전부터 우리 땅에서 재배하였던 푸성귀다. 특히 남도 시골을 다니다모변 이 고수를 겉절이로 내는 곳을 흔히 보게 된다. 한국이 산업화하면서 농촌에 있던 옛것들을 잊고 살다가 이제는 착각까지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고수는 독특한 향을 내는 맛있는 푸성귀다. 고기 요리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 이를 거부하는 것은 한국음식에서 귀중한 맛 하나를 잃는 것이다.

- 국내 사과 품종은 거의 후지. 저장성이 좋기 때문. 후지는 알이 크고 단단하며 단맛이 강함. 최근에 나오는 새로운 품종들도 대부분 후지를 모체로 함. 특히 후지계열인 조생종 료카가 시장을 넓히고 있는데 다소 가벼운 후지의 맛을 낸다. 당분간 후지 계열의 사과를 이길 품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과의 신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품종은 홍옥이다. 선명한 붉은 색과 짙은 향에서 어떤 품종도 따를 수 없다. 그러나 작고 신맛이 강하다는 이유로 인기가 시들해졌다.
요즘 사과는 싱겁다. 대부분 봉지를 씌워 재배하는 까닭. 봉지를 씌우면 옅은 붉은 색이 고루 번져 맛깔스럽게 보인다.이런 봉지사과는 신맛이 덜하고 당도가 높으며 조직감이 부드럽다. 봉지를 씌우지 않으면 조직은 단단해지고 향도 깊어진다. 그러나 붉은색이 너무 짙어 소비자들은 맛없다 여긴다. 봉지 씌우지 않은 사괴맛을 보고 나면 봉지사과는 싱겁다 할 것이다. 보기 좋은 것, 단맛 강한 것 좇다가 진정한 사과맛을 잊고 사는 것이다.

- 커피 맛의 중심은 쓴 맛. 강배전했을 때 쓴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쓴맛의 성분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신맛이 달아나기 때문. 단맛도 배전이 강할수록 강해지는데 이 역시 신맛이 줄어들어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음. 그러니 배전을 강도를 높이면서 신맛까지 붙잡으면 신맛, 단맛, 쓴맛이 좀더 복잡하게 배합을 이룰 수 있음.
에스프레서는 커피가 갖고 있는 쓴맛을 극단에까지 이르게 함. 여기에 여러 부재료를 첨가하여 맛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커피 자체의 맛을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핸드드립은 커피가 갖고 있는 맛을 가장 잘 배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분쇄된 커피의 성질에 따라 드립하는 방식을 달리하여야 하는데, 신맛을 잘 우려내어 단맛, 쓴맛과 어울리게 하는 것이 중요. 커피마다 똑같은 드립방식으로 내리면 안된다는 말이다.
커피가 뜨거울 때는 맛 성분의 활동이 심하여 신맛, 단맛, 쓴맛의 밸런스를 짐작하기 어려움. 커피가 식었을 때에야 그 커피의 맨얼굴을 대할 수 있다. 또 이때면 썩은 원두냄새, 커피의 탄내, 금속성의 속껍질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커피가 강배전으로 쓴맛만 내는 것은 커피가 식었을 때에조차 그 잡내들을 숨기기 위한 것.
커피 맛이 다양하다고 해서 신비한 그 무엇이 있는 양 환상을 불어넣는 것은 장사꾼들의 술책이다. 커피에 대해 문화적 시각을 갖는 것은 좋으나 서구문화를 무조건 추종하는 식민지 근성이 가동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필 일이다.

- 요즘 춘장은 공장에서 만든다. 사자표가 가장 흔함. 본래 춘장은 2년 정도 발효해야 하나 요즘은 속성으로 낸다. 짧음 발효기간으로 색깔이 나지 않으니 캐러멜을 넣음. 맛을 더하기 위해 조미료를 첨가하기도 함. 기름도 바뀌었다. 동물성 기름이 몸에 나쁘다는 말이 번지면서 식물성 기름이 주로 쓰인다. 이런 사정들로 자장면의 맛은 흐리멍덩해지고 말았다.
춘장은 우리 된장과 큰 차이가 없는 음식. 춘장공장에서 쓰는 황국균을 된장공장에서도 쓴다. 우리 된장과 달리 콩 외에 밀이 들어가 단맛과 떫은 맛이 난다는 점이 차이인데, 이런 맛은 경상도와 강원도 지방의 막장과 비슷해서 우리 음식역사에서 전혀 색다른 것은 아니다. 중국음식의 자장면이 한국에서 크게 번창하여 한국화한 것이 전혀 엉뚱한 일이 아니다.
요즘 자장면은 너무 달다. 공장 춘장이 충분히 달게 나오는데도 주방에서 또 설탕을 첨가한다. 춘장의 큼큼한 발효향과 돼지기름의 고소한 맛을 단맛이 가리고 있는 것이다. 옛날 자장면은 없다.

- 인도 음식은 향신료 잔치다. 온갖 종류의 맛 요소들이 음식 안에서 요동친다. 대부분 음식 감상법은 이러한 여러 맛의 요소들을 하나씩 음미하고 그 맛 요소들이 얼마나 서로 잘 어울리는가를 따지는 것. 그러나 인도음식에는 이 맛요소들을 하나씩 음미하는 것이 의미가 엇다. 머스터드의 톡 쏘는 맛이 지나면 로즈마리의 화사한 향이 코끝을 감싸고 민트의 가벼움이 마무리를 하는 식의 감상법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갖가지의 맛과 향이 덩어리로 느껴질 뿐이다.
이는 김치 맛을 보면서 젓갈과 마늘, 고춧가루의 맛을 하나하나 따져 음미할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재료로 들어간 젓갈, 마늘, 고춧가루 따위의 각각의 맛 요소들이 결합되어 김치라는 제3의 맛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유다. 인도 음식이 꼭 이렇다.

- 요즘 전통적 방식의 명란젓은 없다. 소금에 절이는 것이 아니라 청주와 다시마 달인 물 등을 섞은 침지액에 명란을 담갔다가 꺼낸다. 이런 명란젓은 입 안에 넣자 마자, 명란을 씹지 않아도, 감칠맛이 먼저 치고 올라온다. 겉에 바른 양념들의 맛이 너무 강한 탓이다. 명란의 본디 맛은 그 다음에 슬슬 기면서 올라오는데 그때에서야 비로소 입 안에 든 것이 명란젓임을 알 수 있다.
명란젓이 이렇게 바뀐 것은 일본의 영향이다. 애초에 명란젓은 한국의 음식이었으나 일본인들이 이를 좋아하여 자기식의 가공법을 만들어내고 이를 다시 한국에서 받아들인 것. 일본의 명란젓 가공공장에서 일했다는 것을 커다란 경력으로 내세우는 업체들이 있는데, 음식 사대주의로 읽혀 보기 좋지 않다.
현재 시판 명란젓의 가장 큰 문제는 때깔을 곱게 하기위해 아질산나트륨을 넣는다는 것. 햄, 소시지 등에 넣는 발색제의 일종. 이를 넣으면 숙성기간이 짧아지고 보존기가닝 늘어나 명란젓 가공업체 입장에서는 큰 이득이다. 그러나 명란젓의 본디 맛을 잃으면서 이럴 것인가는 고민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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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생제는 크게 세균을 직접 죽이는 살균제와 세균증식을 막는 정균제로 나뉨. 클래리시드는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로 세균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해서 세균증식을 막는 정균제. 광범위한 세균에 효과를 보이므로 일차 선택 항생제가 듣지 않는 인후염, 편도염, 부비동염, 기관지염, 폐렴, 중이염 등에 사용되며, 아목시실린, 프로톤 펌프 저해제와 함께 헬리코박터 제균요법에 사용되기도 함

- 코푸시럽에 들어 있는 디히드로코데인타르타르산염은 마약성분임. 코푸시럽은 한외마약으로 분류됨. 한외는 한정된 범위 바깥쪽이라는 의미로, 한외마약은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지 않고, 다른 약물이나 물질과 혼합하여 새로운 마약으로 다시 제조하거나 제제할 수 없는 마약. 즉, 코푸시럽에 포함된 디히드로코데인타르타르산염만 추출해 마약으로 만들 수 없으며, 자주먹는다 해도 의존성이 생기지 않음. 하지만 기침을 완화시키는 원리는 모르핀계 마약과 같음
대뇌연수부위는 기침, 재채기, 침분비 반사에 관여하며 호흡을 조절함. 디히드로코데인타르타르산염은 바로 대뇌연수부위를 억제해 기침을 완화시키지만, 중추억제에 대한 부작용도 있어서 복용시 주의가 필요. 특히 12세 미만 아이들이 경우 과도하게 호흡이 억제될 수 있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8년 1월부터 위험연령군에는 처방하지 않도록 지침을 바꿈. 

- 건가할 때는 철분이 질명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주지만 이미 병균에 감염되었다면 철분 보충제를 먹어서는 안된다. 철분이 박테리아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암이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 철분이 대식세포와 림프구의 작용을 완화시키고, 산화작용을 하기 때문에 우리 몸은 암세포로부터 철분을 격리해 저장한다. 그러므로 암이나 심혈관 질환은 물론 산화에 취약한 고령자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에는 철분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
철분보충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할 때는 반드시 혈액검사를 통해 철분수치를 확인해야 하고, 몸 상태에 따라 복용여부를 상의해야 함

- 마그네슘을 과잉섭취하게 되면 고마그네슘 혈증이 생겨 설사 외에도 근력저하, 호흡마지, 의식장애, 심질환, 우울증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간 높은 농도의 마그네슘을 섭취하는 것은 주의해야 함. 마그네슘 목용시에는 특히 약물 상호작용도 주의해야함. 이뇨제를 복용중이라면 마그네슘 혈중농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함. 또 테트라사이클린계나 퀴놀론계 항생제, 골다공증약, 철분제, 아연보충제 등 미네랄 제제를 복용할 때 마그네슘 제제를 동시에 복용하면 다른 약들의 흡수를 방해해 약효가 떨어질 수 있음. 따라서 이런 약들은 시간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함. 한편, 혈압약이나 근육이완제를 복용할 때도 마그네슘을 복용하게 되면 약효가 너무 강해져서 저혈압이나 과도한 근육이완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함.
몸에 좋을 것만 같았던 마그네슘 보충제도 같이 복용하는 다른 약물을 살피지 않는다면 몸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 펜터민염산염은 미국 식품 의약국에서 59년 승인을 받은 뒤 오랜기간 동안 사용해온 식욕억제제로, 중추흥분제인 암페타민과 구조가 유사. 이들 중추흥분제는 뇌신경전달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 분비를 자극함. 증가된 신경전달물질이 식욕을 조절하는 시상하부 베타아드레날린 수용체를 자극하면서 식욕을 억제함. 극도로 흥분되는 게임이나 운동을 할 때 밥생각이 안 나는 것을 보면 이해됨. 
복용시간도 중요. 과도한 흥분으로 불면 등 수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오후 복용은 피해야 함. 약을 복용하면 3-4.4시간에 혈중 최고농도에 이르며 12-14시간동안 식욕억제효과를 보임. 아침 8시에 약을 복용하면 저녁 10시까지 식욕이 떨어짐. 이 때문에 펜터민염산염 복용시간은 오전 식전 혹은 식후 1-2시간이다.
문제는 이런 약물들은 식욕을 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추신경을 지속적으로 흥분시킨다는 데 있다. 약물복용 후 나타나는 과잉자극, 불안, 현기증, 불면증, 행복감, 떨림, 두통 등은 이런 과흥분 때문에 나타남. 폐고혈압, 판막질환 등 심혈관 질환이다 녹내장 등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교감신경흥분으로 인한 항콜린 작용이 나타나 소화관장애 등을 일으키기도 함. 두드러기 발생이나 성욕감퇴 등 부작용 사례도 보고되고 있음.

- 한방에서 말하는 중풍은 급격한 혈압상승으로 인한 뇌졸중을 의미하며, 심기가 부족해서 정신이 불안한 상태는 스트레스에 의한 자율신경실조증이라 볼 수 있음. 우황청심원은 혈관을 확장해 혈압을 낮추고 교감신경을 조절해 자율신경 실조증을 개선해줌. 실제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5일간 아침저녁으로 우황청심원을 먹였더니 최대 13%까지 혈압이 감소. 또 교감신경을 자극해 부정맥을 유발하는 약물을 투여했을 때 심박동을 정상화하는 효과도 있어서 스트레스 등으로 유발되는 심계항진을 완화하는 작용을 함

- 악몽을 꾸는 이유
첫째, 도파민이라는 뇌신경전달물질 때문.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주로 교감신경에 작용하는데, 이때 악몽을 꾸는 조건이 만들어짐
둘째, 렘수면은 중뇌와 뇌교에 위치한 렘 작동신경에서 분비하는 아세틸콜린이 관여하면 시작되는데, 연상작용을 활발하게 하는 기능이 있음. 악몽을 꾸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면뇌파검사를 해보면 상대적으로 높은 각성상태를 보임. 이런 각성상태가 악몽으로 이어지는 고리. 학계에서는 이때 신경전달물질이니 아세틸콜린의 관여가 중요한 키 역할을 하는 것으로 봄
셋째, 스트레스. 스트레스와 악몽의 연관성을 규명하는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악몽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함. 07년 로스 레빈 교수는 수면의학리뷰에 발표한 글에서 "악몽은 꿈을 꾸는 동안 나쁜 기억을 없애는 정서 네트워크"라는 색다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생활하면서 쌓인 불쾌한 기억을 악몽의 형태로 해소한다는 것.
이외에도 여러 가설이 있지만 사실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악몽이 뇌신경전달물질 중 각성과 흥분을 일으키는 도파민이나 아세틸콜린 등 신경전달물질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확실
- 악몽은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음.
최근 많이 처방되는 쿠에피아핀푸마르산염이 대표적. 쿠에티아핀푸마르산염은 뇌의 도파민 수용체와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해서 정신장애나 우울증 등 치료에 사용되며, 부작용으로 어지러움이나 졸음 등 증상이 있어 불면증을 완화하는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음.
렘수면에 영향을 끼치는 일부 혈압약과 파킨슨병 치료제, 항우울제, 수면제, 진정제, 알콜, 항히스타민제 등도 악몽을 유발할 수 있음. 만약 신경정신과 약물 복용 중 알콜이나 항히스타민제,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감기약 등을 복용하게 되면 해당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도 있음.

- 플로르퀴놀론계 항균제는 각종 중증 세균감염증에 효과적이지만, 안전성 검토결과 경구용과 주사제 모두 힘줄, 근육, 관절, 신경 및 중추신경계 등에 영구장애를 수반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다른 치료대안이 없는 환자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또 퀴놀론계항생제는 근육독성이 있어 근육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도 함. 특히 중증 근무력증 환자가 복용하는 경우 증상을 더욱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투여해야함. 이처럼 퀴놀론계 항생제는 근육과 관절에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음. 따라서 약 복용후 인대, 발뒤꿈치, 아킬레스건 부위 통증,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팔과 다리의 마비, 근력약화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약 복용을 중단하고 의사, 약사에게 알려 대처해야 함.

- 소염진통제 과민반응도 무시할 수 없음. 과민반응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어떤 약을 복용한 뒤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는지 꼭 알아 두어야 함. 소염진통제 과민반응으로는 두드러기, 혈관부종, 천식, 저체온증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음. 혈관부종의 경우 국소적으로 부종이 강하게 발생하는데 이것은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혈관 투과성이 증가하기 때문. 주로 입술이나 눈꺼풀 등 모세혈관이 발달되어 있는 부위에 부종이 나타나며 증상이 유발되면 바로 약을 중단해야 함. 
통증은 인체가 보내는 SOS신호다. 통증이 느껴진다고 바로 약을 복용하기보다는 몸의 상태를 잘 체크할 것. 아직까지는 신장에 안전한 소염진통제는 개발되어 있지 않다. 약 복용후 붓는 것은 단순한 증상일 수도 있지만, 자칫 소중한 신장이 손상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름. 평소 소염진통제 복용후 붓는 분이라면 무리한 무산소 운동은 피해야 하고, 특히 음주는 금물이다. 

- 2형당뇨병에 걸리면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줄어들어 핏속에 당이 많은 상태가 유지된다. 이것도 문제지만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당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 이것을 인슐린 저항성이라 부름. 경구용 혈당 강하제들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핏속에 있는 당분배출을 늘리며 세포가 당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효능이 있다.
문제는 이렇게 혈당을 낮추다보면 치명적 부작용이 생긴다는 점. 바로 약물로 인한 저혈당 유발이다. 핏속 당을 너무 많이 줄여서 실제 사용할 당분이 부족해져 버린 상태임. 보통은 인슐린 주사제를 사용할 때 나타나지만, 경구용 당뇨약에서도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꼭 기억해 두셔야 한다.

- 뇌는 에너지원으로 당만 사용하는데, 저혈당이 유발되면 에너지원이 부족해져 피로감, 졸음, 어지럼 등 증상이 생김. 심한 경우 혼수, 경련, 기억상실 등이 나타날 수 있음. 더 심각하게는 죽기도한다. 물론 경구당뇨병약으로 아주 심각한 증상까지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가볍게 생각하면 절대 안되는 것은 분명함. 또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면 혈당을 상승시키기 위해 교감신경이 강하게 흥분하게 됨. 이로 인해 두근거림, 손떨림, 불안 등 증상이 생긴다.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는 부교감신경을 흥분시키기 때문에 식은땀, 배고픔, 감각이상 등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저혈당 초기단계인 배고픔, 불안, 기운없음 등 증상은 누구에게나 흔히 나타날 수 있지만, 당뇨병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두통, 졸음, 시력이상, 피로감 등 2단계가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함.

- 탈모는 다양한 이유로 발생.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안드로겐성 탈모로, 흔히 유전형탈모, 남성형탈모로 불림. 안드로겐성 탈모는 모낭이 점차 작아지는 특성을 보임. 성장기는 짧아지고 휴지기가 길어지므로 머리카락이 얇아지고 많이 빠지게 됨. 그외에도 탈모 원인은 자가면역질환, 중금속 중독, 스트레스, 대사호르몬 장애, 진균성 질환 등 다양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함. 탈모가 의심이 된다면 무조건 약을 사용하기보다는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효과적으로 치료가능.
식품의약품 안전처나 미국 FDA에서 탈모약으로 승인받은 전문의약품 프로페이상, 아보타드와 일반 의약품인 마이녹실은 모두 안드로겐성 탈모에만 효능이 입증되었음. 마이녹실은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안전하므로 안드로게성 탈모증상이 있다면 다른 제제보다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다.
- 마이녹실 성분인 미녹시딜은 50년대에 개발됨. 처음에는 위궤양치료 목적으로 개발되었는데, 큰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혈관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79년 미국 FDA에서 혈압 치료제로 승인을 받음. 그런데 연구도중 약물을 복용한 실험자에게서 털이 자라나는 것이 보고되었고, 대머리 환자에게서 머리카락이 나는 것이 관찰됨. 혈압약이던 미녹시딜이 탈모약으로 변모. 원래 복용하는 약으로 개발되었지만, 탈모가 있는 부위에 발라도 털이 자라나는 것으로 확인되어 외용제로도 사용됨. 외용제로 쓰면서 전신흡수되는양이 매우 적어 부작용도 감소. 
미녹시딜은 어떻게 해서 머리카락을 자라나게 할까? 미녹시딜을 국소적으로 적용하면 해당부위의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함. 이것으로 휴지기 모낭을 자극해서 크기를 증가시키고 휴지기 모낭을 성장기 모낭으로 활성화시켜줌. 

- 일반진통제와 여성전용 진통제 모두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이 들어 있습니다. 차이점은 여성용에 파마브롬이라는 성분이 더 들어있다는 점. 파마브롬은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되어 있는 이뇨제. 신장으로 가는 혈액량을 늘리고 더 많은 혈액이 걸러질 수 있게 함. 또 나트륨 재흡수를 막아서 수분이 보다 많이 빠져나갈 수 있게 함.
그렇다면 왜 생리통약에 이뇨제가 들어있을까? 생리부종은 과도한 에스트로겐 자극 때문에 생김. 에스트로겐은 신장에 작용해 수분과 나트륨 재흡수를 촉진함. 체내 수분이 많아지니 붓게됨. 몸이 전체적으로 붓기도 하지만 분비샘이 발달한 곳에 부종이 좀더 잘 나타나므로 가슴팽창감, 압통, 하복부 팽만감 등이 생길 수 있음. 이런 증상은 생리시작 7-10일 전에 시작되어 생리가 시작되고 하루정도에 사라져야 하는데, 견디기 어려운 정도이거나 생리 하루가 경과해도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약을 써서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좋음. 이때 파마브롬은 수분배출을 촉진하기 때문에 아주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 파마브롬은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와 과민증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거의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약물이므로 더욱 쉽게 사용됨.
하지만 특별히 붓는 증상이 없거나 생리증후군이 아닌 통증을 갖고 있다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전용 진통제를 복용할 필요는 없음. 생리통이 생기는 원인은 프로스타글란딘이 과도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인데, 이것은 항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 수분이 정체되어 붓는 증상이 없다면 이뇨제 성분을 굳이 먹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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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혁명 카니보어

etc 2025. 1. 11. 10:44

- 문명인은 스스로 음식을 생산할 만큼 영리한 유일한 동물이고, 그것을 먹을 만큼 어리석은 유일한 동물이다. (배리 그로브스)


- 옥살산염은 식물이 해충과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많은 자연발생 식물독소 중 하나. 채소나 식물성 식품을 먹는 인간도 당연히 그 포식자에 해당. 숨거나 도망가기 힘든 식물은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생화학전을 할 수밖에 없다. 인간에게 식물은 항영양소 및 식물성 독소가 가득한 물질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옥살산염은 우리 식단에서 가장 널리 퍼진식물독소 중 하나. 언제부터인가 시금치를 많이 먹으면 알레르기성 두드러기가 일어나 급하게 약국에서 항히스타민제를 사다 먹은 경험이 있다. 
저옥살산염 식단 전문가 샐리 노튼에 따르면 옥살산염이 다량 함유된 3대 식품은 시금치, 근대, 비트다. 슈퍼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시금치가 옥살산염이 꽤 많은 식품이라니 놀랍다.
그 외 우리가 즐겨 먹는 식물인 각종 베리류, 키위, 석류, 스타프루트, 강홍, 퀴노아, 메밀, 참깨, 대황, 고구마, 고수, 건포도, 루바브, 곡물, 콩, 초콜릿, 홍차, 치아시드 등에도 함우됨. 우리 식단에 흔한 채소와 일부 과일이다. 해독주스는 오히려 식물독소폭탄과 같은 음식이었다.
옥살산염은 우리 몸에 해를 끼치고 만성염증과 질병을 유발.

- 식물은 생존을 위해 항영양소로 무장한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송곳니와 발톱이 없고 도망갈 다리가 없는 대신 식물독소와 항영양소로 무장. 그중 식물의 씨앗은 동물로 따지면 새끼와 같아서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특히나 많이 보유. 그러나 그만큼 특별하게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에 더 강력한 식물독소와 항영양소도 다량 포함.
이같은 이유로 식물 씨앗인 땅콩이나 기타 견과류오 인해 심각한 급성 알러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 렉틴 섭취를 줄이는 방법
옥살산염 외에도 식물이 가진 몇 가지 독소와 항영양소가 있다. 장에 손상을 일으켜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악명높은 글루텐을 포함하는 렉틴이라는 항영양소는 콩류와 통곡불에 들어 있고, 칼슘, 철, 인, 아연의 흡수를 저해해 우리 몸의 영양결핍을 일으킴.
또한 소장 내막에 직접 결합하고 병변을 일으켜 장누수증후군을 유발하기도 함. 장누수는 장벽이 무너져 장벽을 둘러싸고 있는 미세융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 무너진 장벽을 통해 위험한 음식입자와 독소가 혈류로 들어가 가스, 팽만감, 변비, 설사 등을 유발하고 부종, 가려움, 호흡곤란, 피로감, 정신능력 저하, 두통, 점액 축적, 관절경직 또는 염증을 경험하게 됨
렉틴은 또한 생식능력 및 호르몬과 관련된 내분비 장애를 일으킴. 렉틴이 원인일 수 있는 브레인 포그 증상은 집중력 저하, 건망증, 피로, 혼란 또는 정신 명확성 부족을 비롯한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남. 식물껍질, 잎, 씨앗에 더 많이 농축되어 있는 렉틴은 과일과 채소의 껍질을 벗기거나 씨를 제거해 먹으면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현미와 밀보다 도정과정에서 껍질, 겨, 배아가 제거된 백미를 선택하는 것이 렉틴과 항영양소를 줄일 수 있는 데 효과적.

- 혹시 식물독소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채소나 곡물을 완전히 끊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식물독소를 중화시키고 발효해서 먹는 원시집단의 방법이 반가운 정보가 될까? 이 방법은 스위스 원시부족과 아프리카 농경부족들이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면서도 현대인보다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함. 채식위주의 전통적 사찰음식에서도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식물을 좀 더 안전하게 섭취하기 위해 까고, 깎고, 말리고, 재우고, 삶고, 오구고, 빻고, 발효하는 등 식물독소를 전처리 하는 방법을 오랜기간 체득해옴. 
오늘날 과일과 채소가 건강에 좋은 슈퍼푸드라 널리 알려졌지만 식물은 오히려 유해한 자연발생 독소와 항영양소로 가득 차 있다. 반면 내장이나 고기같은 동물성 식품에는 이런 독소가 거의 없다. 이뿐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양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 17세기 미국에서 목화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폐기해야 하는 목화씨의 양도 증가. 이 폐기물에서 기름을 짜내어 산업용 윤활유로 활용한 것이 식물성 씨앗기름의 최초다. 비용을 들여 처리해야 했던 쓰레기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으니 이 산업은 공장이 생겨날 만큼 번창했고, 이어서 동물성 포화지방을 줄이라는 정부의 권장식단과 맞물려 식용유 산업까지 폭발적으로 성장.
식용유 공정과정은 씨앗에 열과 압력을 가해 오일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에서 더 많은 기름을 녹여내기 위해 헥산과 같은 용매를 사용. 산화와 산패에 취약한 고도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이 씨앗기름은 이런 공정에서 심하게 산화디고 산패되어 역겹고 더러운 색깔과 쓴맛, 지독한 냄새를 뿜어낸다.
이러한 기름으로부터 마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맑고 깨끗한 식용유를 만들어 내려면 다양한 불순물을 추출하고 표백하고 탈취하는 등의 수많은 세탁과정을 거쳐야 한다. 콩기름뿐만 아니라 카놀라유, 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 등이 이런 식용유에 해당. 여기에 수소화작업까지 추가되면 경화유, 즉 트랜스지방산이 가득인 마가린 같은 제품이 탄생. 마가린이나 쇼트닝은 이 수소화 공정을 거치며 발생하는 화학적 변형 대문에 그 원재료인 고도로 정제된 식물성 기름보다 훨씬 나쁘다.
트랜스 지방은 세포대사에 거대한 혼란을 일으키고 필수지방산의 체재 이용률을 떨어뜨리며 성기능 장애, 콜레스테롤 수치상승, 면역체계의 마비를 일으킴. 그 외 암, 죽상경화증, 당뇨, 면역체계 장애, 저체중아 출산, 선천성 결함, 시력감퇴, 수유장애, 그리고 뼈와 간의 문제까지 무수한 중증 질환과 연관됨

- 전통적 조리법으로 만든 염장 고기들
오래전부터 많은 양의 돼지고기를 먹어온 중국에서는 식초에 절이는 조리법이 전통으로 내려옴. 보통 우리에게 익숙한 소시지, 햄, 베이컨에 해당하는 살라미(말린 햄), 프로슈토(이태리 돼지고기 뒷다리 염지), 하몽(스페인 반건조 소지지), 잠봉(돼지, 가금류 다리를 훈연한 햄), 초리조(스페인식 반건조 소시지) 등도 전통적 조리법에 의한 식품임. 돼지고기를 먹을 때 고기무게의 1%에 해당하는 소금을 뿌리고 3일이상 냉장실에 두었다가 먹는 것이 좋다. 외식으로 삼겹살을 먹을 때는 제대로 염지가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숙성돼지고기라는 메뉴가 있는 식당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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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기후의 힘

etc 2025. 1. 8. 07:15

- 20세기 초만 해도 지리학계에서는 과거 문명의 성쇠가 대부분 기후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환경결정론적 시각이 팽배했음. 이런 시각을 견지한 대표적 학자로 문명과 기후를 쓴 미국 엘스워스 헌팅턴을 들 수 있다. 이후 과거사회를 연구하는 데 환경결정론적 방식은 빠르게 인기를 잃음. 문화, 역사, 지리학자들은 인간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환경결정론적 연구가 갖는 논리적 비약을 경계. 오랜 기간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는 고대사회의 부침에 영향을 미친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견해가 전반적으로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점차 바뀌고 있음. 기후변화가 고대사회의 성쇠를 결정했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음. 환경 결정론적 접근이라고 터부시하기에는 무척 정교하다. 결과가 과거보다 정확해지고 다양한 종류의 고기후 프록시 자료가 생산되면서 환경결정론적 해석이 다시 힘을 얻고 있음. 과학기술이 제대로 무르익기 전, 기후의 급격한 변화가 고대사회에 준 충격은 가히 상상 이상이었을 것임. 

- 최종빙기 최성기의 전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할때 대략 6도 낮았던 것으로 추정됨. 전 세계평균 해수면은 현재와 비교할 때 대략 125미터 낮았음. 당시 영구적인 빙하가 지구 표면의 8%, 육상부의 25%를 덮고 있었다. 참고로 지금은 지구표면의 3%, 육상부의 11% 정도가 빙하로 덮여 있음. 빙하가 생성되려면 기온도 낮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강수량이 충분해야 함. 최성기에는 동아시아 지역도 북미나 북부유럽 못지 않게 추웠는데 빙하는 존재하지 않았다. 시베리아와 만주에 있던 강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부족했기 때문.

- 최종빙기 최성기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호모 사피엔스는 특징적인 수렵, 채집사회를 형성. 대략 3만년 전부터 동유럽과 시베리아에 나타난 그라베티안 문화와 2만 2000년 전부터 유럽에 들어선 솔뤼트레안 문화는 최종빙기 최성기를 대표하는 구석기 문화. 그라베티안 문화는 대략 2만 2000년 전에 크게 위축되었는데, 이때는 최종빙기 최성기 중에서도 기온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지구의 빙하면적이 최대로 넓어짐. 이 추위로 인해 유럽을 주심으로 주거지수는 현저히 감소.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창의력이 더욱 빛을 발하는 존재다. 이들은 뼈바들의 머리부문에 구멍을 뚫어 바느질의 효율성을 높였다. 구멍이 뚫린 바늘은 의류제작기술을 한차원 끌어올리는 혁신이었다. 바니즐이 편리해지며 옷감을 더 튼튼하게 이을 수 있었고, 가죽과 털을 손쉽게 봉합할 수 있었다. 호모사피엔스의 끊임없는 진보는 혹독한 기후변화 속에서도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였다.

- 유럽에서 최종빙기 최성기의 후반부를 주도한 솔뤼트레안 수렵채집민들도 불리한 기후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사냥기술이다. 그들은 창던지는 방식을 혁신하면서 사냥의 효율성을 대폭 높임. 최근에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활과 화살을 사용했을 가능성 또한 대두되고 있다. 이 주장이 맞다면 사냥기술의 일대 혁명이라 볼 수 있는 사건이다. 창, 활, 화살 등의 사냥무기 덕에 그들은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추운 기후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은 한층 높아짐.

- 토기는 최종빙기 최성기의 혹독했던 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남. 당시 부족했던 먹을거리로부터 영양분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섭취하기 위해서라도 찌거나 끓이는 요리행위는 수렵채집민들의 중요한 삶의 방식이었다. 토기는 불을 이용한 요리의 편의성을 한단계 높인 획기적 발명품이었음. 또한 식량을 제때 구하기 어려웠던 시기였던 만큼 여분의 식량을 보관할 저장도구도 필요했을 것. 양쯔강 이남은 벼농경이 처음으로 시작된 곳이기도 함. 토기를 사용해 식량을 저장하기 시작하면서 정주문화가 태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혹은 정주생활이 시작된 후에 식량 저장을 위해 토기를 활용했을 수 있다. 혹시 토기 사용이 이곳에서 벼농경이 가장 먼저 시작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닐가.
한편 양쯔강 이북의 수렵채집민은 최성기의 추위를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 생존에 유리한 해안으로 꾸준히 이동한 것으로 보임. 바다의 영향으로 기후가 온화했던 해안은 최성기에도 온대삼림이 존재했고, 주변에서 어패류의 채집도 용이했기 때문에 지역 수렵채집민의 주된 생활공간이었다. 

- 아메리카 들소가 다른 대형 포유류와 다르게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이라는 사실을 근거로 과학적 추정이 가능. 반추동물이 되새김질을 하는 목적은 식물을 잘게 부수고 분해함으로써 쉽게 흡수하기 위함. 최종빙기 최성기가 끝나고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툰드라 스텝식생은 북쪽으로 이동하고 빈자리에는 숲이 자리잡았음. 먹읅리가 부족해 많은 대형 포유류가 사라졌지만 반추동물인 아메리카 들소는 예외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음. 그들은 일반적 초식동물이 소화할 수 없는 나뭇잎을 먹으며 어려운 시기를 버텨낸 것이다.
보통 지하부의 뿌리성장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는 초본류와 달리 나무들은 햇빛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에너지의 대부분을 지상부에 집중. 따라서 수목류는 초본류보다 지상부의 생체가 초식동물에 훼손되는 것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초식동물의 공격을 받더라도 초본류는 큰 지장이 없지만 나무는 그렇지 않다. 지상부가 췌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들은 여러가지 진화적 전략을 발전시킴. 그중 하나가 2차화합물을 생산하는 것ㅇ니데, 떫은맛을 내는 탄닌이 잘 알려져 있음. 초식동물은 탄닌을 섭취하는 순간 소화기능을 잃어 영양분을 잘 흡수하지 못하게 되므로 보통 나뭇잎을 먹을거리로 선호하지 않음. 대형 초식동물에게 숲의 확장은 분명 재앙이었다. 그러나 아메리카들소는 그 재앙을 용케 빠져나옴. 그들은 되새김질을 통해 나뭇잎이나 나무껍질의 탄닌을 무력화하면서 갑작스런 환경변화에도 생존.

- 중동지역과 달리 동북아에서는 농경문화가 수렵채집문화를 완전히 대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림. 이는 농경과 수렵채집이 오랜기간 함께 이루어졌음을 의미. 중국 신석기 유적지에서는 돼지나 닭뿐만 아니라 야생동물(거북, 사슴, 멧돼지 등)의 뼈도 함께 발견되며 도토리도 많이 확인됨. 농경문화의 전파속도 또한 유럽의 경우와 비교해 느린 편이었음. 예를 들어 양쯔강 이남에서 시작된 벼농사가 동남아나 한반도로 전달되기까지 3000년 이상 걸릴 정도로 속도가 더뎠다. 동북아에서는 홀로세 후기에 들어서야 벼농경에 더 많은 비준을 두는 생계방식으로 변해갔는데, 인간의 교란으로 삼림의 훼손이 가속화됨에 따라 야생동식물 자원이 부족해진 것이 주된 이유였다.

- 8.2ka 의 기후악화는 동북아 수렵채집민이 대거 남하하는 계기로도 작용. 한반도에서는 8200년 전에 와서야 해안을 중심으로 토기가 출현하기 시작.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많이 늦은 편. 당시 한반도에 토기문화를 처음 전파한 사람들은 갑작스레 닥친 추위를 피해 남하하던 아무르강(흑룡강) 유역의 수렵채집민들이었다. 이들은 한반도 해안뿐 아니라 러시아 극동지역의 해안으로도 움직임. 이후 8.2ka의 추위가 지나가고 홀로세 기후 최적기를 맞아 따뜻해지자 두 지역에서 모두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남. 

- 한반도 시기별 주거지수를 복원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략 5600년전에 주거지 수가 빠르게 증가한 후 한동안 그 수가 유지되다가 4800년 즈음에 급감. 홀로세 기후최적기의 풍부한 자원은 정주인구의 증가로 이어졌고, 5500년 전붙 시작된 조, 기장 위주 소규모 원시 농경의 기반이 됨. 그러나 4800년전 한반도의 홀로세 기후최적기가 끝남과 동시에 주거지수가 급감하는 모습이 나타남. 수렵채집민의 생업활동이 최적기말의 기후악화에 타격을 받은 것임. 4800년 전은 중국 북동부 랴오허 유역에서 크게 세력을 떨치던 훙산 문화가 쇠퇴한 시점이기도 해, 이때의 기후변화가 동북아 전역에 광범위한 혼란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됨.
8200년 전의 단기 한랭기와 이후 시작된 최적기의 온난화는 인간사회에 제한적 영향만을 미침. 당시 절대 인구도 많지 않았으르 뿐 아니라 수렵채집민이여전히 전 세계 사회의 주축을 이루었기 때문. 그러나 최적기 후반부로 접어들며 인구증가와 함께 곳곳에서 농경을 기반으로 하는 고대문명들이 나타나기 시작. 홀로세 후기의 기후변화는 이들 고대사회의 성쇠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임. 물론 여전히 관련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를 믿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개선된 연구방법을 통해 어느정도사실로 입증된 사례들이 늘고 있다. 

- 기후와 조화를 이루지 않는 중간산 지대의 초지가 도대체 어떻게 조성되었는지 그 과정을 여러 학자가 궁금해했다. 화전농업의 결과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소규모 화전행위로 중산간 지대에 광활한 초지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부는 중산간에 초지가 형성된 이유를 몽골군이 여몽전쟁 승리 후 이곳에 설치한 말목장에서 찾기도 함. 몽골군이 13세기에 목장을 설치한 후 중산간 지대의 초지면적이 좀더 늘어난 것은 사실. 그러나 몽골인들이 제조두에 목마장을 설치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이곳의 초지경관이 고향 땅의 초원과 유사하다고 느꼈기 때문. 몽골군대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중산간지대는 제주도에서 살아가던 고대인의 목축활동 때문에 크게 교란된 상태였다. 현재 중산간지대의 독특한 초지경관은 결국 제주도의 초기농경민들이 목축의 가능성을 발견한 오름에서 비롯한 셈이다. 제주도의 오름이 사람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 13세기초는 칭기즈칸의 정복전쟁이 집중된 시가. 동시에 지난 1000년을 놓고 봤을 때 몽골지역에서 가장 강수량이 높은 시기이기도 했다. 초원의 생산성은 최고에 달했고, 말을 먹일 수 있는 풀은 흔했다. 풍부한 사료는 기마병을 주축으로 하는 몽골군대에 큰 힘이 되었다. 사실 학계에서는 오랫동안 몽골의 정복활동은 기후악화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견해가 강했다. 가뭄에 시달리다 살아남기 위해 남쪽으로 이동했다는 주장이었는데, 최근 연구결과들은 정반대의 가설을 지지함. 반면 같은 시기 고려에서는 가뭄과 기근으로 많은 백성이 빈궁한 삶을 견뎌내야 했으며, 불안정한 정치는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었다. 고려는 물리적 전력에서도 몽골에 현격하게 모자랐지만, 13세기의 가뭄은 고려에게 제대로 맞서 싸울 사기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 기후변화와 왕조교체
기후가 왕조의 성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은 자연과학자들이 즐겨 다루는 주제. 이웃 중국의 예를 들어보자. 08년 미국 사이언스에 중국왕조의 흥망성쇠와 기후변화가 직결되어 있다는 과감한 글이 실렸다. 저자들은 석순의 산소동위원소 분석결과를 토대로 지난 1800여년간의 동아시아 몬순기후를 복원했다. 그들은 태양활동의 변화, 중국기온의 증감, 고산빙하의 전진과 후퇴 등이 모두 연관되어 있으며 기후악화가 중국 왕조들의 멸망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 당, 원, 명 사회가 불안해지고 멸망의 길로 들어서는 모든 순간에 태양활동은 저조했고 몬순은 약해 가문이 들었다는 것. 반면 몬순이 강했던 북송 초기에는 반대로 농경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인구가 급증. 

-  홀로세 중기에 접어들며 서남아를 중심으로 우르크와 같은 초창기 도시들이 나타나기 시작. 이후 수많은 도시국가의 탄생과 소멸이 이어짐. 워낙 오래전의 일이라 시기별로 도시의 사회변동을 유발한 내외부적 요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기후와 연관되어 있었음이 분명. 그중에서도 대략 4200년 전에 발생한 가뭄은 특히 치명적이었다. 이 시기의 가뭄은 북반구 전역에 영향을 미쳤다. 아카드 제국, 이집트 고왕국, 인더스 계곡 문명 등 당시 주변을 호령하던 문명들 중 대다수가 비슷한 시기에 무너짐. 4200년 전의 사회격변은 기후변화가 인간사회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 홀로세후기 기후변화는 대략 500년 주기로 반복되었으므로 기후변화에 따른 사회변동이 4200년전에만 있었던 것은 아님. 그 이후로도 시간을 달리하며 전세계에서 유사한 상황들이 끊임없이 발생
4200년 전의 가뭄으로 큰 혼란을 겪은 서남아와 동지중해 지역은 1000년이 흐른 3200년 전에 다시 한번 가뭄으로 심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임. 그리스 남부 필로스만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이에 존재하던 많은 도시가 갑자기 훼손되고 버려짐. 지중해 연안지역 청동기 후기를 상징했던 거대한 궁들은 가뭄을 겪은 후 고립되고 낙후된 마을들로 대체됨. 사실 에게해와 동지중해 연안헤 산재해 있던 서남아 청동기 문명이 3200년 전 미스터리하게 소멸한 사건은 오랫동안 풀지 못한 지중해 고고학계의 수수께끼였다 주로 지진, 해적, 민란 등이 닷이 청동기 문명의 쇠락을 불러온 원인으로 간주되었으나, 최근 들어 고해상의 기후변화 프록시 자료가 다수 보고되면서 기후변화 또한 유력한 가설 가운데 하나로 대두되고 있음. 기후변화 가설을 옹호하는 측은 3000년간 이어진 대가뭄으로 기근이 발생하고 이주가 빈번해지면서 정치적, 경제적 불안이 증폭되었고, 그 결과 도시사회들이 몰락했다고 주장한다. 무척 건조한 편인 지중해 연안지역 농업생산량은 지금도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곤 한다. 과거에는 아마도 그 정도가 더 심했을 것. 쇠락의 원인으로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동지중해 청동기 시대에 종말을 고하고 철기시대의 도래를 부추긴 요인으로 대가뭄이 자주 언급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 지구온난화에 대한 음모론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짧은 기간의 날씨나 기후변화에 민감하기 때문. 예를 들어 17-18년 겨울에는 지구온난화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추위가 미국, 유럽, 중국 등을 덮쳤는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17년 11월 중순부터 추워지기 시작하더니 이듬해 2월초까지 한파가 지속됨. 1월말에는 철원 기온이 영하 25도 아래로 떨어지는 등 맹추위가 절정에 달했고 동파사고와 한랭질환 환자가 급증. 이렇게 추위를 겪게 되면 지구 온난화라는 말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이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대체로 미국인이 이러한 회의론자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14년 여론조사결과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미국에서는 54%에 불과했다. 중국의 93%와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보인다.

- 온난화 기세가 주춤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산화탄소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02-13년까지 연평균 기온이 거의 오르지 않았는데, 이는 지구온난화가 소설이라는 회의론자의 주장을 지지하는 근거로 활용됨. 이 시기를 학계에서는 지구온난화 휴지기라 부름. 회의론자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휴지기 이후 14년부터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매년 연평균 최고기온기록을 경신하고 있음. 우리나라도 18년 엄청난 여름철 폭염을 겪음. 19-20년 겨울은 73년 우리나라에서 전국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다. 회의론자의 바람과는 달리 지구온난화는 멈추지 않고 지금도 계속되는 중

- 우리는 흔히 여러 온실기체 중 지구대기의 온실효과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기체가 이산화탄소라고 오해함. 그러나 정답은 수증기다. 맑은 날 수증기는 전체 온실효과의 60%를 책임진다. 이산화탄소 기여율 26%보다 두배 이상. 대기에 존재하는 수증기 분자수는 이산화탄소 분자의 수보다 월등히 많을 뿐 아니라 분자 한개의 효과도 수증기가 더 높음. 그런데 온실효과에 있어 수증기의 역할이 훨씬 중요한데도 주지하다시피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것은 수증기가 아니라 이산화탄소다. 
왜 그럴까? 지구 온난화로 증발량이 늘어나 대기중에 수증기가 꾸준이 증가하면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는 양의 피드백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수증기의 증가는 구름의 증가로 이어지게 마련이므로 대기의 반사도를 높이는 음의 피드백도 나타남. 그러나 대기중에 포함된 수증기의 변화량을 측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수증기 증가가 기온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지금으로서는 판다하기 어려움. 혹여 대기중 수증기량이 증가하더라도 그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수증기가 흡수할 수 있는 파장대의 지구복사 에너지는 이미 현재 대기중에 분포하고 있는 수증기에 의해 대부분 흡수되고 있기 때문.
반면 대기의 이산화탄소량 변화와 기온간의 관계는 비교적 뚜렷한 편. 1700년대 중반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인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나무를 벌채해 태우면서 지구의 탄소순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산업혁명 이전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피피엠에 불과했다. 지금은 400피피엠을 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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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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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생물 왕국은 연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스터리.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 않고 으스스하며 우리를 두렵고 혼란스럽게 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세계의 다른 생명체들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미생물은 아주 빠르게 번식하고 빨리 죽으며 유전자를 활발히 교환하고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우리 몸에는 없더라도 주변에서 접하는 미생물들에게서도 우리는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뇌세포 86억개로는 미생물의 수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흙 1그램에 사는 미생물이 세계인구보다 더 많다고 한다. 모든 미생물을 알기에는 우리의 이해력이 부족하고, 더 많은 끈기가 필요. 새로운 생물학 지식은 세제광고의 간단명료한 명령보다 인가가 없다. 당연하다. 광고는 "세균은 적이다. 물리쳐라"라고 명령하니까.
연구덕에 우리는 미생물 왕국에서 선과 악이 동전이 앞뒷면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됨. 예컨대, 건강한 사람의 콧속에서는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미생물이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의 콧속에서는 약을 먹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음. 또한 같은 종류의 미생물이 치유와 발병을 모두 만들어낼 수 있다. 장 박테리아의 활동으로 생기는 변기의 악취는 구역질을 유발. 그러나 프로바이오틱스 역시 장 박테리아다. 우리는 요구르트 형태로 떠먹기 위해 그런 박테리아를 돈을 주고 산다. 썩은 과일에 핀 곰팡이는 식중독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보낸다. 반면 로크포르치즈를 맛있게 해주는 곰팡이 냄새에는 미식가가 맛있는 냄새라며 좋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곰팡이는 의학적으로 우연히 얻은 행운으로, 곰팡이 배양에서 나온 페니실린은 독이지만 생명을 살리는 좋은 독이다.

- 물에서, 모래사장에서, 진흙에서 목욕으로 청결을 유지하다
대왕가오리들은 처음에는 물속에서 헤엄치다 넓은 지느러미를 날개처럼 활짝 펴고 바다 위 몇 미터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그런 다음 다시 철썩 소리를 내며 바다표면에 배를 부딪치고 바다 밑으로 잠수. 대왕가오리들은 이런 묘기를 반복하고 때대로 공중제비까지 보여주는데, 공중제비 후에는 바다 표면에 등으로 떨어짐. 왜 이럴까? 놀이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일종의 청소운동이다. 바다표면과 충돌할때 기생충이 떨어져나가는데, 가오리들의 다이빙은 말 그대로 깔끔하다. 양식장의 비단잉어들도 같은 방법을 사용함.

- 물은 동물과 인간이 청결을 유지하는 최고의 특효약이다. 빗물로 샤워하거나 강, 호수, 웅덩이에서 목욕을 한다. 동물은 대개 물속에 있는 것을 좋아함. 지빠귀, 박새, 참새에게는 웅덩이면 충분. 그들은 웅덩이에서 신나게 첨벙대고, 깃털이 엉키지 않도록 아주 노련하게 혼자, 혹은 서로에게 물을 튀겨 적셔준다.
또한 우리가 더 깨끗하게 씻기위해 비누를 사용하듯이, 동물도 잘 씻어내기 위해 물 이외의 것을 사용. 물은 표면의 오물을 씻어내주지만 몸에 들러붙어 버티는 기생충을 떼어내기에는 부족함. 그래서 몸을 담글 수 있는 다른 물질이 있으면 좋은데, 바로 오물이다. 오물로 오물에 맞서는 것. 이른바 먼지목욕이다. 참새부터 타조까지 새들은 먼지목욕을 즐김. 흙구덩이에 앉아 부리와 날개로 먼지를 일으켜 깃털위에 뿌리면 먼지에 숨이 막힌 진드기가 떨어져나감. 
끈적끈적한 진흙은 언뜻 보기에 비주로 적합해 보이지 않지만 코끼리, 코뿔소, 하마처럼 피부가 두꺼운 동물들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들은 진흙탕에서 구르고 뒹군다음, 일광욕을 한다. 진흙이 딱지처럼 굳으면 낡은 외투를 벗어던지듯 몸에서 털어내는데, 이때 진흙딱지와 함께 진드기가 모조리 떨어져나감. 뜨거운 사막에 사는 멧돼지들은 진흙목욕 후, 햇볕에 진흙을 말리지 않고 나무에 몸을 문질러 기생충을 떼어냄.

- 고양이 혓바닥은 굵은 사포처럼 거친데, 현미경으로 보면 마치 톱니가 깔린 것 같다. 호랑이 혓바닥에는 최대 5밀리미터나 되는 유두라는 톱니가 깔려 있는데, 가시처럼 날카롭고 미늘처럼 생김. 호랑이는 먹이를 먹을 때 이 유두로 뼈에서 살을 발라내며, 식사가 끝나면 머리빗처럼 사용. 혀로 가죽을 핥으면 털이 정돈되는데, 이때 이물질과 빠진 털들도 훑어냄. 미늘에 걸린 털과 이물질을 목구멍으로 보내는 동시에 청소한 가죽에 침을 묻히는 것임. 호랑이 침에는 털을 물에 젖지 않게 하고 박테리아를 죽이는 성분이 들어 있다.
자연은 빗질의 원리를 다양한 형태로 동물들에게 심어두었다. 우리가 손토으로 긁는 것처럼 다른 포유류들도 발과 발톱으로 긁는다. 가마우지의 물갈퀴 뒤 발가락 하나에 청소용 발톱이 있는데, 이것으로 머리와 목을 긁는다. 두더지는 그들이 가진 일종의 굴착기로 털을 말끔하게 빗는다.

- 집흰개미는 병원체를 해치우기 위해 자신의 분비물을 미끼로 놓는데, 나쁜 병균을 막는 박테리아를 똥이 유인하는 것임. 붉은 불개미는 마른 송진을 최대 20키로까지 둥지에 꼼꼼하게 뿌리는데 송진은 천연 항생제 구실을 하여 위협적인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효과적으로 물리침.
최고의 사례는 고대 이집트에서 키운 꿀벌이다. 벌집내부는 섭씨 35도에 매우 습했으며, 병이 퍼지기 딱 좋은 환경. 하지만 프로폴리스라는 놀라운 약이 있었다. 일벌들은 프로폴리스를 만들기위해 자작나무, 포플러나무, 느릅나무, 가문비나무 등 특정 나무들의 상처난 껍질에서 송진을 가져왔다. 그리고 송진에 포자와 밀랍을 섞고 약간의 타액을 추가하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곰팡이를 막는 기적의 무기가 완성되었다.
여왕벌이 알을 낳기 전에 벌집 전체는 살균 및 항생제 물질로 얇게 코팅이 되었고, 균열이나 틈이 생긴 곳도 이 물질로 메웠다. 벌집입구에도 칠했는데, 무리지어 돌아다니가 돌아온 벌들을 위한 일종의 발매트였다. 그리고 프로폴리스는 침입자를 막는 무기로도 쓰임. 모든 벌이 힘을 합쳐도 벌집에서 밀어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침입자를 처리하는 데 프로폴리스를 사용. 벌침을 맞고 죽은 침입자 시체를 끈적한 물질로 세심하게 감싸는데, 그렇게 하면 뱀과 쥐도 금세 미라가 되었다. 사체는 프로폴리스 무덤에서 잠들었고 방부처리가 되어서 부패로 독이 뿜어져 나올 위험도 없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런 기술을 잘 관찰했고 미라를 만들때 프로폴리스를 사용했다.

- 비누에서 손 세정제 자그로탄,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된 섬유유연제와 필링제까지, 오늘날 바디케어 및 세제들은 한눈에 다 살필 수도 없다. 위험과 부작용도 마찬가지. 우리는 너무 공격적으로, 또 일상적으로 너무 많이 씻고 빨리 닦아낸다. 알레르기 위험물질과 플라스틱 소용돌이가 우리의 건강과 환경과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모두 잘못된 청결관념 때문이다.


- 목욕문화는 중세시대에 다시 호황을 누렸다. 공중목욕시설은 로마만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대중적 인기를 누렸고 권위적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전여명이 유럽을 덮치자 사람들은 천벌이라고 생각했다. 페스트와 콜레라의 책임을 물에 돌린 것. 사람들이 물이 피부를 무르게 하여 열린 모공 사이로 전염병이 들어갔다고 믿었고, 그렇게 물을 멀리하고 피부모공을 철저히 막았다.
비눗물이여, 아듀! 파우더와 화장품이여, 봉주르! 마른 목욕과 향수의 시대가 도래. 마른 수건으로 몸을 문지르고 수건에 오물이 묻어나지 않을 때까지 수건을 교체하며 닦았다. 그리고 강력한 향수로 몸에서 나는 냄새를 덮음. 결과적으로 몸은 기생충의 꿈의 서식지가 되었다. 사람들은 기생충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약을 넣은 이른바 벼룩 덫을 몸에 차고 다녔다. 그리고 청어의 악취로 해충을 쫓기 위해 청어를 안고 자기도 했다.
프랑스 역사학자 필립 아르트망은 "마른 목욕이 불가능한 곳, 그곳에는 욕실도 욕조도 없었다. 배설물과 분비물이 계단으로 흘러내렸다."라고 당시 병원을 묘사.
그러나 마른 목욕의 시대도 종말을 맞음. 물과 비누가 다시 칭송받았고, 비누생산이 강화되고 생산방식도 최적화됨. 오늘날까지 향 비누로 유명한 마르세유에서 호사스러운 대안이 등장했는데 바로 올리브유가 기름을 담당하고 프로방스의 라벤더밭이 향을 담당한 것이다. 태양왕 루이 14세가 비누제조공을 제노바에서 베르사유로 데려와 프로방스에서 생산한 재료들로 비누생산을 시작. 

- 박테리아 공포조장은 여전히 자주 써먹는 광고전략 중 하나로, 단순한 걱정을 넘어서 거의 공포증에 가깝다. 이런 공포는 19세기에 시작되어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박테리아를 소독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하수정화시설에서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것이 박테리아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또한 비피도박테리움 아니말리스와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가 들어 있다고 선전하는 프로바이오틱스 요구르트를 아침에 마신다는 사실도 잊고 있다.
박테리아가 몸과 환경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오래전에 과학적으로 입증됨. 항균소독제는 균형잡힌 박테리아 환경을 방해함. 병원에서는 의사, 간호사, 환자, 방문자가 손을 소독하여 접촉을 통한 박테리아 전염을 마근 것이 필수임. 그러나 집은 병원이 아니다. 사적 공간에서 자연적 박테리아를 박멸하려고 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 소독제로 손의 각질이 벗겨진 사람들은 크림을 구매하여 제조사에게 이중의 이득을 안겨줌. 손이 굳이 겪지 않아도 될 문제를 소독제가 일으키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많은 연구들이 비판과 경고를 보내도 문제가 되는 소독제는 오래도록 버젓이 판매되는데, 대표적인 게 트리클로산이다. 트리클로산은 항균물질로, 소비자보호센터와 건강환경보호원이 수년째 사용금지를 요구. 그러나 제조사들은 땀과 냄새를 억제하는 기능 때문에 트리클로산을 여전히 선호. 하지만 접촉알레륵를 유발할 수 있고, 하수정화시설로도 이 물질을 완전히 분해하지 못해 수생생물에게는 독이다. 실험결과 트리클로산은 약의 효능물질에 대한 박테리아 내성을 유발했고, 동물실험에서 호르몬 시스템을 망가뜨렸다.

- 풀로니카는 오줌을 사용하는 세탁소를 의미. 고대 로마의 이런 거대세탁소는 로마, 오스티아, 폼페이에서 소변을 구했다. 세탁노동자가 원료를 구해와서 돌 통에 채운다음, 더러워진 옷을 그 안에 넣고 빨았다. 남자와 아이들이 맨발로 돌통에 들어가 밟아서 옷의 오물을 제거하는 모습이 조각작품으로 남아 있다. 이 사업은 벌이가 좋았던 것 같다. 서기 1세기때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세탁소에 세금을 부과하면서 돈에서는 악취가 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효능물질에서 보면 오줌은 화학교재에 나올법한 혼합물이다. 소변 1리터에는 요소 20그램과 암모니아 0.5그램이 들어 있는데, 옷에서 기름얼룩을 지우는 데 적합. 그로부터 2000년 뒤에 세탁세제 퍼실로 유명한 헨켈은 웹사이트에서 원조 액상 세제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오줌은 인산염과 구연산 성분으로 물을 연화시켰다. 웹사이트에 적힌 내용을 인용하면 "세탁물을 오줌 세제에 넣고 충분히 반복해서 비벼주면, 특히 오줌이 썩기 시작했거나 완전히 썩었으면 거품이 잘 인다"고 하였다.

-세제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 연화제, 표백제, 표백활성제, 효소, 물때방지제, 형광증백제

- 위생을 위해 굳이 항균제를 쓸 필요는 없다. 거의 모든 박테리아는 해롭지 않고 우리를 해치지 않기 때문. 조화롭게 잘 구성된 박테리아 공동체는 우리를 위협하는 위험한 침입자들을 막아준다.
박테리아에 대한 공포는 옛날 사고방식. 이 사실은 바디케어와 집 청소에 모두 해당. 미생물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공기중에도 살고 수세미, 싱크대, 카펫, 컴퓨터 키보드, 문손잡이에도 산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몸을 미생물의 서식지로 허락하고 있다.
그러므로 상쾌한 바다향이 함유된 변기용 세제를 손데 들지 말라. 그 물건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주의사항 안내문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 너무 지저분해서 병에 걸리는 것만 위험한 게 아니다. 세제는 청결을 이야기하지만 건강을 위협하는 쓸데없는 화학물질이 다양하게 들어 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 위험이 잠복해 있다. 세제회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으스스한 박테리아를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고, 사람들은 그렇게 조장된 공포 때문에 세제를 과도하게 많이 사용하고 더 나아가 위생광이 되었다.
비누, 향수, 미용크림, 섬유유연제, 세제. 근대과학은 이 모두를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지구의 천연물질이 거의 강제적으로 값싼 신제품으로 계속 교체된 것. 그리고 이제 그 제품들의 위험과 부작용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청소용품의 발달은 인간을 청소악마이자 동시에 오물악마로 만들었다. 

- 구역질은 대단히 중요함. 구역질 대부분은 위협에 대처하는 영리한 행동방식이며, 이 사실은 수천년 뒤 미생물학자들이 증명. 인간은 본능적 역겨움 때문에, 병균이 잠복해 있는 물건을 만지지 않으며 먹으면 안되는 음식을 먹지 않음. 먼저 끔찍한 악취가 조심하라고 알려준다. 연구에 의하면, 가장 격렬하게 역겨움을 유발하는 똥에는 감염성 질환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20종 넘게 들어 있다. 살모넬라를 비롯해 A형과 E형간염, 여러 기생충, 콜레라, 파상풍을 일으키는 균들이 있다. 동물들도 자신을 병들게 할 수 있는 사물과 상황을 피하지만, 일종의 심사기관으로서 구역질을 발달시킨 종은 인간뿐이다. 이 심사기관은 처음에는 전의식(비교적 쉽게 의식이나 기억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현재는 억압된 잠재의식)으로 나타나지만, 장기적으로는 의식적 행동이 됨. 전의식은 아직 의식이 깨어나지 않았지만 빨리 의식을 깨워야 한다는 것을 아는 상태를 의미. 내적 경고신호가 울리면 몸이 반응한다. 몸이 가려우면 긁어서 오물을 제거하고, 악취가 나면 다른 곳으로 피한 뒤에 파리가 들끓는 죽은 동물을 멀리 떨어져서 바라본다.
길게 놓고 봤을 때 역겨움은 바디케어 욕구와 역겨움을 유발하는 모든 사물을 말끔하게 없애려는 생각으로 이어짐. 고대 의사들은 이런 지식을 주의사항에 담아 사람들에게 전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위험한 연기가 나는 장소와 물을 멀리하라고 권했다. 그는 이런 연기를 미아즈마라 불렀다. 기원전 1200년에서 600년 사이에 생겨난 인도의 베다경전에서도 불결한 열 두가지를 피하라고 조언. 정액, 혈액, 소변, 대변뿐 아니라 귀지와 눈물도 여기에 포함시켰다.
청결추구의 근원에는 역겨움이 숨어 있다. 청결교육은 정신문화 수준을 높여주었다. 인간이 삶의 의미에 대해 파고든 이후, 청결규율과 정결의식은 종교와 문화의 주요구성요소가 되었다. 내적 순결과 죄의 회개에 대한 영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신체에 대한 실질적 지침이 되었다.

- 올리 라거스페츠는 오물개념에서 한 스웨덴 교수의 중국인 아내 이야기를 인용. 그녀는 청도의 79년 생활상을 들려주었는데, "아궁이 재를 제외하면 ... 집에서 버릴 것이 전혀 없었다."라고 했다. "낡은 신발, 뼈, 닭털, 헌 옷 등은 보부상에게 팔았다. 그래서 쓰레기 수거함은 필요없었고, 가재도구에 속하지 않았다." 고 했다. 모든 물건이 쓸모가 있었다.
79년은 그리 오래된 과거가 아님. 어쩌면 이런 기억 때문에 중국 정부가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 중지를 결정했을지도 모른다.
일깨워줘서 고맙다고 중국에 인사할 사람도 있겠지만, 이는 성급한 인사다. 안타깝게도 중국의 환경을 가장 많이 오염시키는 장본인이 바로 중국인들이기 때문. 그러나 이런 평가 역시 서구인의 자만이다.
선진국들이 자기네는 친환경적이고 깨끗하다고 뻐길 수 있는 것은, 오염물질을 양산하는 제품생산공정을 아시아로 보낸 덕읻. 그들은 자기 손을 더럽힐 필요 없이, 나쁜 환경에서 생산된 제품을 아시아에서 수입한다. 섬유와 강철은 서구로 오고, 오염물질은 아시아에 남는다.

- 우리 인체만 보더라도 박테리아가 체세포보다 많음. 이 사실은 지금도 큰 충격인데 과거 미생물 사냥꾼들에게는 더 그랬을 것이다. 최근 추산에 따르면 체세포가 30조이고 박테리아가 39조라 한다. 박테리아 종류만 1만종에 달하고 대개는 세포와 평화롭게 공존. 이것 역시 오늘날 아이들이 이미 어린이집에서 배운다. 나쁜 박테리아들은 당연히 예외지만 대부분의 박테리아는 우리와 우리의 건강에 유익함.
현대 연구에서는 훅이 발견한 작은 동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르쳐 주고 있다. 위험한 병균은 통제해야 하지만 박멸보다 균형이 더 현명한 방법임. 박테리아 균형에 성공하면 신체는 스스로 주치의가 된다. 그래서 현대 미생물학자들은 더는 적군과 아군의 프레임으로 보지 않고, 건강한 유기체가 오물과 외부공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 어머니가 물려주고, 진화를 통해 건네받은 뭔가를 갖고 있다. 바로 면역체계. 외부공격이 너무 심해지면 때때로 면역체계가 과민하게 반응하지만, 대개는 모든 위험한 박테리아를 스스로 방어함. 면역체계는 제멜바이스, 나이팅게일, 코흐 등이 연구하고 치료하려고 했던 질명에 걸리도록 우리를 무작정 방치하지 않는다.

- 선천적 면역체계. 온각 종류의 오물을 막아주는 방어벽
선천적 면역방어는 서툴고 굼뜬 외부공격을 통해 완성됨. 면역방어의 임무는 물리적, 화학적 방어벽을 이용해 신속하게 보호하는 것임.
입자가 굵은 오물의 침투는 일차적으로 피부가 막는다. 인간의 피부는 코끼리나 해마처럼 두껍지 않지만 정교한 다층 구조로 되어 있어서 온갖 종류의 오물을 막아냄. 표피층에는 각질 세포가 기왓장처럼 서로 포개져 있는데, 이것이 오물로부터 물리적으로 보호해줌. 피부 아래 몇 밀리미터 깊이에 배치된 결합조직에는 작은 지방쿠션이 깔려 있어서 압력과 충격을 완화해준다. 약간 시큼한 땀은 불청객 박테리아가 피부 표면에 자리잡지 못하게 방해함. 그리고 피지샘은 지방을 공급하여 피부 아래로 스며드는 수분을 밀어내고, 이를 통해 수분에 무임승차한 이물질의 잠입도 막는다.
인간의 몸에는 눈, 코, 입처럼 구멍이 뚫인 취약한 지점이 있다. 그러나 눈에서는 눈썹과 눈꺼풀이 응급방어로 오물을 막고, 나머지는 안구 앞에서 눈물이 처리. 항균성 효소인 라이소자임이 들어 있는 눈물이 비강을 통해 이물질을 배출. 입과 코를 통해 신체로 숨어들어온 유해물질은 호흡기 섬모가 처리. 섬모는 부비동, 후두, 기도 및 기관지를 지나 폐까지 담당함. 섬모를 크게 확대해서 보면 마치 잘 관리된 잔디밭의 촘촘한 풀처럼 보인다. 이물질이 감지되면 섬모들이 움직이며 이물질을 침과 점액이 있는 인후쪽으로 운반한다.
이 모든 방어에도 침입자가 계속해서 아래로 들어가 내장까지 도달하면, 위산이 처리. 묽은 염산으로 이루어진 염산은 매우 파괴적으로, 음식물 소화뿐 아니라 미생물도 죽인다.
- 간은 소화기능 외에 해독작용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함. 혈액에서 박테리아를 걸러내고 알콜을 지방으로 바꾸며, 독성 암모니아를 독이 없는 요소로 만들고 물에 녹지 않는 유해물질을 담즙을 통해 대장으로 보냄.
신장에는 수많은 작은 튜브인 네프론이 유해물질을 걸러내고 배출한다. 소화 찌꺼기는 얇은 막을 통해 요도로 떠밀려가는데, 이때 용해된 단백질, 예를 들어 효소는 재활용을 위해 필터가 걸러 보관함. 이 과정은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어 심장은 1분에 1리터, 하루 총 1500-1700리터의 혈액을 신장조직에 보냄. 그래서 혈액순환이 가장 활발한 기관이 신장이다.
- 장은 청소부이자 건강활동가로서 천재적 면역체계의 중심이다. 장의 기능을 모두 열거하려면 너무 길어지니 요점만 적자. 길이 1.5미터, 표면넓이 2제곱미터의 대장에는 수조에 달하는 박테리아가 체세포와 함께 거주. 박테리아와 체세포는 협동하여 혹은 분업하여 신체에 필요한 영양분, 비타민, 염분을 공급하며, 동시에 건강검진 서비스도 담당. 면역세포의 약 70%가 이곳에서 활동함. 몇몇은 불청객 박테리아를 억제하는 물질을 생산하며, 몇몇은 주변의 위험을 스캔하는데 특화되어 있다. 병원체가 발견되면 전달물질로 경보음을 울리고 불청객 침입자를 파괴함.

-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결핵 사망자수가 160만명에 이르며 매년 신규환자가 1000만명에 달한다.
박테리아는 노련하게 전진한다. 그들은 폐에 침투하여 자살을 단행. 폐에 서식하는 대식세포에게 스스로 잡아먹힌다. 그러나 결핵균 킬러인 대식세포는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한다. 대식세포는 결핵균을 세포 내부로 데려가지만 산으로 영구히 파괴하지 못함. 결과적으로 결핵균은 대식세포 내부에 자리잡고 증식하여 숙주세포가 터질만큼 수를 늘린다. 
이런 게릴라 전략은 수많은 전략 중 하나. 어떤 병원체는 다양한 면역성분의 소통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기도 하고, 가짜 신호를 보내 면역방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처럼 보고하기도 함.
에이즈 병원체는 우선 면역세포를 직접 공격함. 바이러스 자체에는 세포핵이 없기에 증식을 하려면 다른 체세포를 강탈해야함 에이즈병원체는 증식을 위해 보조T세포를 강탈함. 이들은 유인물질을 분비하여 면역세포를 덫으로 끌어들이고 면역세포는 HIV의 계획대로 행동하게 됨. 이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정보를 잠입시켜 새로운 HIV를 생산하도록 강요한 다음, 다른 보조T세포를 감염시킴. 전투는 오랜기간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태로 이어짐. 면역체계는 계속해서 새로운 보조T세포를 생산하여 공격에 맞섬. 그러나 HIV에게는 또 다른 전략이 있다. 자신의 유전자 구성을 바꾸는 것으로 그렇게 되면 면역체계가 병원체를 색출해내기 더욱 어렵게 됨. HIV는 그런 식으로 면역방어를 이중으로 어렵게 하고, 결국 바이러스가 우위를 점유하게 됨. 면역체계는 항복하고 무너진다.

- 발밑의 부엽토는 기껏해야 30센티다. 지구에 사는 생물체의 앞날이 이 얇은 층에 달렸다. 작고 작은 생물이 비옥함을 만들어냈다. 박테리아, 해조류, 편모충, 근족충, 등각류, 진드기, 곰팡이, 회충 등 흙 한 숟가락에는 지구인구보다 더 많은 유기체가 들어 있다. 인체내 박테리아와 마찬가지로 활동적인 그들은 유기물질을 분해하고, 단백질과 미네랄을 생산하며, 양분과 미네라를 풍부하게 한다.
다양성을 자랑하던 지하 공동체 역시 지금 인류세에서 고난을 겪고 있다. 제초제와 살충제가 토양을 알칼리성으로 만들어버렸다. 이에 전세계 지역단체들이 부엽토 혁명으로 이 상황을 바꾸려 노력중. 부엽토층 재생에 성공하면 축복의 효과가 몇 배로 커질 것이기 때문. 유기체의 종이 다양해져 토양이 비옥해지고 수확량이 증가할 것임. 토양에 통풍이 잘되고 투과성이 좋으면 물이 잘 흡수되어 뿌리가 깊어지고 침식이 방지됨. 또한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탄소가 토양에 들어가서 그곳에 갇히기 때문에 기후 변화도 느려질 것임. 게다가 토양의 미생물에는 자가치유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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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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