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감미와 산미가 적당하면 새콤달콤하다고 좋아하고, 신선한 향과 적당한 산미가 있으면 상큼하다고 좋아함. 새콤한 맛은 침을 고이게 하며, 침은 소화를 돕고, 맛을 잘 느끼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산미는 지방의 느끼함도 잘 잡아준다. 삼겹살을 먹을 때 새콤한 김치가 잘 어울리는 이유다
* 신맛은 산미와 동시에 풍미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 캔디, 젤리, 잼, 탄산음료, 과일음료 등의 디저트와 김치, 와인, 요구르크 등에서 신맛이 빠지면 맛은 아주 밋밋해질 것이다.
* 단맛이 강한 제품에 산미를 부여하면 맛이 지루하지 않고 균형이 좋아진다
* 많은 유기산이 향료의 원료로 사용될 정도로 독특한 향취를 가진 산미료도 많다. 이런 산미료는 각각의 제품에 정체성을 부여하기도 함. 그래서 주석산은 포도향 제품과 잘 어울리고, 인산은 콜라향에 잘 어울리고, 구연산 푸마르산 사과산은 대부분의 과일향과 잘 어울림
* 산미료마다 신맛의 특징이 다르다. 구연산은 깔끔하고, 사과산은 부드럽고, 식초는 자극성이 있고, 젖산인 시큼하며, 푸마르산은 금속성 느낌, 타타르산(주석산)은 쓰거나 날카로운 맛이다
* 유기산은 알콜과 반응하여 에스터류 향기물질이 되기도 한다

- pH가 생명현상에서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유기물의 용해도를 바꾸기 때문. 식품과 우리 몸을 구성하는 분자는 유기산, 아미노산, 지방산 등 산성을 띈 물질이 많아 일반적으로 산성에서 용해도가 떨어지고 알칼리에서 용해도가 높아짐. 그래서 가공식품을 배합할 때 산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중에 첨가한다. 그리고 단백질은 등전점에서 특히 용해도가 낮아져 응집반응이 일어난다. 이런 반응을 이용한 대표적인 것이 산으로 응고시킨 치즈와 두부다. 두부의 응고제는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많이 쓰이지만, 포장두부 등에는 글루콘산을 이용하여 보수력과 탄력이 좋은 두부를 만들기도 한다.
생선 표면에 레몬즙을 뿌려 비린내를 줄이는 것도 용해도를 이용한 기술. 생선 비린내는 물고기가 바닷물의 염도에 대응해 충분한 삼투압을 유지하기 위해 체내 보관하는 TMAO라는 물질이 TMA로 바뀌며 일어나는데 이것은 알칼리성 물질이라 레몬즙의 산으로 pH가 낮아지면 용해도가 증가하고 휘발성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생선 밖으로 빠져 나오지 않아 코로 느끼는 냄새가 줄어든다. 비린내가 약해지는 것이다.

- 산미료의 기능은 생각보다 복잡. 식품에서 산미료를 사용하면 단순히 신맛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풍미도 살아나고, 미생물의 증식은 억제되어 보존성이 좋아짐. 그리고 킬레이팅 기능을 통해 금속염을 붙잡아 항산화효과를 높이고 갈변을 억제. pH를 완중하여 조건에 따른 pH의 변화를 적게 하여, 반죽 팽창제가 잘 작용하도록 함. 그리고 결정적으로 유기물 용해도도 변화시킴. 대부분 유기물의 용해도를 떨어뜨리는데, 단백질은 등전점에서 응집이 이렁나 침전이 발생하기도 함. 그래서 제품 배합을 할 때는 배합물을 완전히 녹인 후 나중에 산을 첨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산응고 특성을 이용하여 치즈를 만들거나 단백질을 분리하기도 함. 산미료를 공부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 염산, 질산, 황산은 워낙 강산성 물질이라 부식성이 강하고, 가끔 황산테러와 같은 좋지 않은 일로 언론에 등장하여 나쁜 물질로 생각하지만 이들은 현대 화학산업의 기초가 되는 원료이자, 식물에게 가장 많이 필요한 영양분이기도 함. 식물은 입도 소화기관도 없어 유기물을 먹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영양분은 이산화탄소와 물이며 이것을 원료로 광합성을 통해 포도당을 만들고, 포도당으로부터 모든 탄수화물과 지방과 유기산을 만듬. 아미노산을 만들기 위해 질소는 질산이나 암모니아로, 황은 황산의 형태로 흡수. DNA와 ATP등에 필요한 인도 인산의 형태로 흡수.
질산, 황산은 강산이라 그것을 직접 섭취하면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중요한 것은 농도이지 종류가 아니다. 유기산도 순도가 높은 빙초산을 직접 먹으면 화상을 입고 큰 피해를 보지만 희석한 식초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무기산을 희석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

- 흔히 알려진 인산염의 용도가 콜라의 산미료, pH조정제, 케이킹억제제, 팽창제, 안정제, 유화제, 산화억제제 등이다. 식품첨가물로 많이 사용되지만 인은 피트산 등의 형태로 천연물에 많아 우리가 섭취하는 인의 90% 이상이 천연식품을 통한 것임.
칼슘은 단백질을 수축하는 역할을 한다면 인산은 단백질을 이완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새우나 오징어에 인산을 처리하여 부피를 늘린 사례도 있따. 인산염을 이용해 품질을 속이는 것은 나쁘지만 워낙 적은 양만 제품에 흡수되어 건강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님. EU에서는 되네르케밥에 사용되는 인산염을 문제삼은 적이 있는데, 인산염을 빼젼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고기가 말라 오래된 것처럼 보이고 촉촉함이 없어져 식감이 떨어짐. 미량의 인산이 단백질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인은 단백질이 풀리게 하기 때문. 단백질이 풀리면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해 수분을 흡수하는 힘이 늘어나고, 수분이 늘면 탱탱해짐. 고기의 사후강직 및 ATP나 인산염에 의한 보수력 향상 등이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임. 인은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결핍증을 겪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래서 인의 소중함이 간과되기 쉬움. 흔히 말하는 인의 부작용이 칼슘의 흡수를 저하시킨다는 것.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칼슘이 인을 붙잡아 흡수를 억제하는 것이지 인이 칼슘을 붙잡아 칼슘의 흡수를 억제하는 것도 아니다. 시금치 등에 많은 옥살산은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이라 가급적 흡수가 되지 않은 것이 좋다고 하는데 이때 칼슘이 많은 식품을 같이 먹으면 옥살산과 칼슘이 결합하여 둘다 흡수가 억제됨. 칼슘이 풍부한 유제품의 장점에는 지방 등의 과잉 영양분 흡수를 억제한다는 데도 있다.

- 암석과 땅이 되는 무기산
무기산은 식물에게 미네랄이 되지만 식물이 살아가는 토양도 된다. 흙 또는 토양은 암석이나 동식물의 유해가 오랜 기간 침식과 풍화를 거쳐 생성된 땅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 탄산은 정말 중요한데, 이해는 없고 오해만 많다. 보통 산소는 좋은 것, 이산화탄소는 나쁜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해다. 산소보다 이산화탄소가 생명에게 근본적인 것이다. 생명체를 유기체라고 하고 생명이 만드는 물질을 유기물이라 하는데, 유기물은 사실 탄소를 뼈재로 만들어진 물질이며 그 탄소는 이산화탄소에서 온 것
산소가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바탕으로 우리 몸이 만들어지고 에너지가 만들어짐. 음식을 먹는 주목적은 우리 몸을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지방이나 포도당 같은 높은 에너지 상태의 유기물을 가장 에너지가 낮은 상태인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것.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로부터 만든 지방이나 탄수화물 같은 고에너지 분자를 다시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돌려주는 순환이 새명의 가장 기본적 순환이다. 식물에게 가장 중요한 분자가 물과 이산화탄소인데 우리는 이산화탄소의 소중함을 너무 모른다. 그리고 이런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 있는 형태인 탄산에 대한 오해도 정말 많다.

- 식초균은 다른 미생물은 독성 때문에 거부하는 알콜을 먹고 산다. 에탄올을 초산으로 분해하면서 생기는 에너지에 의존해 산다. 알콜은 칼로리가 매우 높아서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연소하면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데, 에탄올이 존재하는 한 초산을 만드는 선에서 멈춘다. 매우 영리한 또는 이기적인 전략이다. 자신은 초산에 내성이 있지만 대부분의 다른 균들은 초산에 내성이 없어 자라기 힘들기 때문. 에탄올이라는 훌륭한 에너지원을 독점하며 살다가 알콜을 전부 소비하여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으면 그 때는 초산도 먹어치움. 대사체계를 바꾸어 초산을 이산화탄소로 완전 연소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확보함. 그래서 식초를 만들 때는 에탄올을 전부 소비하여 초산이 최대로 만들어진 상태에서 더 이상 초산균이 활동하지 못하도록 공기를 차단하거나 살균조치를 취해야 함. 아니면 초산균이 자신이 만든 초산을 완전히 소비하여 맹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그러고 보면 효모는 초산균보다 훨씬 숭고함. 효모가 알콜을 만드는 것은 알콜을 통해 다른 균의 생육을 막는 자원의 독점이라는 이기심이지만 효모는 알콜 발효가 끝나 자신이 먹을 것이 없다고 알콜을 먹지는 않는다. 그리고 효모는 진핵생물이라 세균인 초산균보다 몸집이 1000배 이상 커서 훨씬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데, 포도당에서 12단계를 거쳐 겨우 2칼로리를 얻는다. 대부분의 칼로리를 알콜에 남겨두는 것. 그런데 초산균은 에탄올에서 고작 2단계를 거쳐 8칼로리를 얻는다. 그리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초산을 완전분해하여 추가적 에너지를 얻음.
알콜 발효를 할 때 초기에는 대부분 약간의 젖산발효가 일어남. 그 정도는 술맛에 부정적 영향이 없는데 초산발효가 일어나면 술이 시금털털해져서 기호도가 크게 떨어짐. 알콜에 젖산발효가 많이 되었으면 자연에서 유입되는 초산균 정도로는 힘들고 충분한 양의 종초를 넣어 극복해야 함. 항상 미묘하고 섬세한 주의가 필요한 것이 발효다

- 산미는 양날의 검처럼 작용하는데, 그중 특히 휘발성 산이 그렇다. 식품에서 물에 잘 녹는 성분은 주로 맛 성분으로 작용하고, 휘발성이 있고, 기름에 잘 녹는 성분이 향으로 작용하는데 산미료는 보통 물에 잘 녹아 맛성분으로 작용하고, 그중 분자량이 적은 것은 휘발성이 있어 향으로도 작용. 식초의 초산, 발효유의 젖산, 치즈의 프로피온산, 버터의 부티르산이 대표적. 코의 후각세포에 감각이 되려면 점액층을 통과해야하므로 약간의 수용성이 있는 것이 빠르게 침투하여 감각이 된다. 그래서 초산, 프로피온산, 부티르산은 찌르는 듯한 냄새가 난다. 그런데 이들은 냄새에 비해 건강에는 좋다.

- 모든 산미료는 보존료의 기능을 하는데, 시큼한 맛이 있어 적용이 곤란한 제품이 많아 그중 가장 사용량 대비 효과가 좋은 것을 지정하여, 이것들을 따로 보존료라 부른다. 식품에 허용되는 보존료는 몇 종 되지 않는다. 사실 소브산, 안식향산, 프로피온산 3종이 전부이고 이들을 약간 변형한 물질이 있을 뿐이다. 이중 절반 넘게 많이 쓰이는 것이 소브산.
소브산은 젖산과 비슷하고 사과산과도 비슷. 그래서 세균의 효소는 소브산을 젖산이나 사과산으로 알고 덥석 결합한다. 원래대로면 작동후 분리되어야 하는데 좀처럼 빠질 생각을 안한다. 즉 젖산을 피루브산으로, 사과산을 옥살아세트산으로 변환시키는 경로가 막혀 미생물이 억제되는 것. 사람과 미생물은 대사경로나 효소의 시스템이 다르고 대사에 방해되는 물질을 분해하고 제거하는 해독시스템 역시 미생물보다 훨씬 더 뛰어나기 때문에 인체에는 무해. 래트의 50% 치사율을 알아보면 보존료인 소브산은 비타민 C보다 조금 독성이 높고, 소금, 젖산, 초산보다 3배정도, 비타민 B12보다는 2.5배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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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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