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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원리

과학 2025. 3. 9. 11:47

- 우리가 단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살아가려면 엄청나게 많은 ATP가 필요하고, 그만큼 많은 포도당이 필요하기 때문. 물론 ATP는 탄수화물(포도당)말고 단백질(아미노산)이나 지방(지방산)으로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3대 영양소라고 한다. 문제는 우리 몸은 포도당을 주로 사용하려 하고 지방의 분해를 꺼려한다는 것. 다른 동물처럼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그렇다.
일부 철새들은 단 몇주 만에 지방으로 몸을 50%까지 불릴 수 있다. 그리고 도중에 아무런 연료를 주입하지 않고 3-4000키로를 날아간다. 지방을 태우면 ATP와 물이 만들어지므로 물도 음식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수천키로를 논스톱으로 날 수 있다. 낙타는 혹에 40키로의 지방을 채웠다가 그것을 태워서 ATP와 물을 얻는다. 그래서 사막에서 한 달 넘게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도 지방을 태우면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겨울을 버틴다. 이처럼 지방을 잘 태우는 동물은 흔하다.
만약에 우리 몸도 그런 동물처럼 지방을 잘 태우면 다이어트는 지금보다 훨씬 쉬울 것이다. 매일같이 식사량을 참고 조절하는 것은 힘들어도, 평소에는 자유롭게 먹다가 며칠만 굶으면 살이 쏙 빠질 것이기 때문. 그런데 우리 몸은 악착같이 지방을 아끼고 절약하는 모드로 세팅되어 있다. 우리 몸에 아무리 지방이 차고 넘쳐도 아끼고 또 아끼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단것을 너무나 좋아하는 커다란 뇌를 가진 덕분이다.

- 뇌는 우리의 사고뿐 아니라 생리적 기능도 지배하며, 에너지자원의 관리도 항상 뇌를 최우선으로 함. 이때 뇌는 에너지자원으로 거의 포도당만 쓰려 함. 뇌는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기관이라 같은 무게의 다른 신체부위에 비해 무려 10배를 사용. 그러니 항상 포도당이 고픈 상태이고 다른 부위의 포도당 펌프는 모두 잠근채 혈관의 포도당을 독점. 그러다 음식물을 섭취하고 혈관에 포도당이 넘치면 인슐린을 만들어 다른 부위도 포도당 펌프가 작동하도록 잠금상태를 풀고, 그때야 비로소 우리 몸의 다른 부위도 포도당을 쓸 수 있다. 뇌의 포도당 펌프는 인슐린이 없어도 항상 동작하는 펌프이고, 다른 부위는 뇌에서 신호물질을 보내주어야 작동하는 펌프를 가진 것이다. 혈관에 포도당이 부족하면 간 등에 포도당을 만들도록 독촉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허기를 통해 우리에게 음식을 먹도록 명령을 내린다.

- 식품에서 설탕은 결코 단순한 분자가 아니다. 음식의 맛 외에 물성도 변화시킴. 수분을 끌어당겨 음식에 촉촉함을 유지시키고, 세균의 수분을 빼앗아 식품의 보존기간을 늘려주며, 단백질의 응고를방해해 조직을 부드럽게 만듬. 요즘 각광받는 마카롱도 설탕이 없으면 만들기 힘든 디저트다. 설탕은 음료에 바디감을 높이고, 과일의 맛과 색을 강화시키며, 아이스크림의 어는 온도를 낮추어 부드럽게 한다. 또한 향에도 영향을 준다. 설탕을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캐러멜 반응이 일어나고 아미노산과 같이 있으면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 온갖 풍미물질의 원천이 된다.

- 음식물의 최종형태는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인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음식물이 그 역할을 다한 최종상태인데, 우리 몸에서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혈액의 pH를 안정되게 유지하는 방파제 역할. 우리가 먹는 음식은 대부분 산성임. 음료수도 보통 pH3.5이하이고, 과일중에서 레몬은 특별히 더 시고, 발효유도 시고, 막걸리나 와인도 시다. 그리고 음식물에 식초를 사용하여 더 새콤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식품을 아무리 먹어도 혈액의 pH는 꿈쩍도 안한다. 500리터 넘게 만들어진 이산화탄소가 탄산과 짝염기인 탄산수소이온 상태를 넘나들며 혈액의 pH를 일정하게 만들기 때문.

- 미토콘드리아의 pH는 8.0이고 세포의 소기관마다 적당한 pH를 유지함. 사실 우리 몸에서 수소이온을 압도적으로 많이 만드는 곳이 미토콘드리아인데 다른 부위보다 오히려 pH가 높은 것은 그만큼 철저하게 수소이온을 관리하기 때문. 호흡과 에너지 대사는 미토콘드리아의 외막과 내막 사이에 많은 수소이온을 축적하여 그 농도차로 ATP합성효소를 회전시키면서 에너지를 합성하는 과정이다. 수소이온이 ATP합성효소를 회전시키고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들어오면 즉시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토콘드리아 안의 수소이온 농도가 점점 높아져 농도차가 없어지면서 ATP합성효소의 작동이 멈추게 됨. 그러니 수소이온이 들어오자마자 산소와 결합시켜 물로 만들어 제거해야 한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수소이온 농도를 관리하기 때문에 생명현상이 지속될 수 있음. 

- 신맛 물질이 보존성을 높이는 이유
에너지 대사란 포도당 같은 유기물을 이산화탄소와 수소이온으로 분해하여 수소이온 농도차를 만들고 그것을 동력으로 ATP를 만들고, 남는 수소이온을 산소와 결합시켜 물로 제거하는 과정. ATP합성효소가 수소이온 농도차로 돌아가는 발전기라 외부 환경에 수소이온이 많으면 살아가기 힘들다. 미생물은 종류가 정말 다양해서 온갖 특이한 환경에 적응해 살지만, 대부분 낮은 pH에는 성장이 억제되는 이유다. 식품의 pH가 높으면 멸균을 해야 하지만 과일주스처럼 pH가 낮은 제품은 살균처리만 해도 보존성을 가진다. 그래서 산미료는 식품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보존제다.
우리 몸의 장속에는 40조개 이상의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유해균의 과도한 증식을 억제하고 미생물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는 유산균이 만든 젖산이 큰 역할을 하고 김치나 발효유에서도 발효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젖산이 그 역할은 한다. 식품 보존료로 허용된 프로피온산, 보르빈산, 안식향산 같은 물질도 유기산이다. 이들은 신맛을 높이는 효과보다 보존성을 높이는 효과가 훨씬 좋기 때문에 보존료라는 별칭이 추가된 것임.

- 산미료는 다른 맛물질에 비해 독특한 면이 있는데, 분자가 수소이온과 나머지 부분으로 분리가 된다. 해리된 수소이온은 신맛을 내고, 나머지 부분도 각자 다른 맛을 낸다. 그러니 산미료마다 신맛의 정도뿐 아니라 맛의 특성 자체가 다르다. 그 중 호박산은 해산물 느낌의 감칠맛을 주기 때문에 산미료보다 감칠맛 원료로 구분하기도 함. 산미료 중에서는 구연산이 가장 맛있고 그만큼 많이 사용됨. 향도 그렇지만 맛에 있어서도 분자가 작으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날카롭고 자극적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고, 분자가 크면 느리게 운직이고 둔하게 느꺄짐. 중간 크기 정도의 분자가 부드럽고 우아한 맛을 주는데 구연산은 산미료 중에는 큰 편이나 맛 물질로는 보통이고, 단맛에서 설탕처럼 산미가 느껴지는 속도도 너무 빠르지도 너무 뒤로 끌리지도 않는다.
최근 요리에서 신맛의 호감도가 상승했지만 무작정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 신맛은 무작적 좋아하기 힘든 맛이고, 개인과 농도의 차이에 따라 호불호가 워낙 극명하게 나뉘기 때무니. 

- 감칠맛의 재료가 꼭 고기일 필요는 없다. 단백질 자체는 맛으로 감각할 수 없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수백개가 결합한 상태인데 우리의 감각수용체로는 1개인 개별 아미노산이나 1~몇개인 펩타이드를 감각할 수 있지 단백질처럼 큰 분자를 감각할 수 없다. 감칠맛의 정도는 단백질의 양이 아니라 분해되어 있는 아미노산의 양에 좌우됨. 고기는 아미노산의 99%가 단백질 상태로 결합되어 양에 비해 맛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적음. 채소는 단백질의 비율이 낮지만 아미노산의 10% 이상이 단백질로 결합하지 않은 유리 아미노산 상태. 샤브샤브 국물에 채소를 넣으면 감칠맛이 더 풍부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채소 중에서도 토마토는 특히나 별난데, 잘 익은 토마토는 무려 59%가 유리 글루탐산의 형태로 존재. 토마토는 가히 감칠맛을 위해 존재하는 채소다. 토마토 외에도 유리 글루탐산이 많은 재료들은 언제나 요리사의 사랑을 받았다.

- 소금은 맛의 꽃이다 
세상에 소금보다 적은 양으로 음식 맛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소금은 아무리 음식을 골고루 먹어도 필요량을 감당할 수 없어서 반드시 따로 챙겨 먹어야 했다. 소금이야말로 인류 최초의 식품첨가물이자 최후의 첨가물일 것이다.

- 너무나 평범한 풀냄새조차 식물의 방어 시스템의 일부임. 제초기로 막 풀을 벤 잔디밭을 지나면 풀냄새가 진하게 난다. 식물의 세포가 손상이 되는 순간 지방산화효소가 불포화지방과 만나 지방을 작게 분해하여 헥센알같은 냄새물질을 만들기 때문. 이것은 우리에게는 단순한 풀냄새지만 애벌레나 곤충에게는 독이 되는 성분으로 작용. 그리고 그런 냄새가 난다는 것은 애벌레 등이 잎을 갉아먹고 있다는 증거라 포식자를 유인하는 신호물질이기도 함. 많은 허브들은 평소세 가만히 두면 아무런 향이 나지 않지만, 강한 바람이 불거나 슬쩍 건드리면 냄새를 풍기는 경우가 있다. 

- 옛날에 돼지기름으로 볶았을 때는 맛이 있었는데 지금은 왜이래? 이건 짜장맛이 아니야, 예전 부침개는 맛이 있었는데 지금은 왜 맛이 없지? 이런 투정 섞인 실망의 원인은 바로 기름에 있다. 소기름, 돼지기름에 튀기면 맛있던 튀김이 식물성 유지에 튀기면 맛이 없는 이유는 소고기향과 돼지고기향을 있게 한 주인공인 지방이 바뀌었기 때문. 어떤 식재료든 포도당과 같은 당과 시스테인(황 함유 아미노산)이 있는데 이것이 소기름을 만나 소고기향, 돼지기름을 만나 돼지고기향이 만들어짐. 그런데 여기에 식물성 기름을 스지 이 향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채소기름을 튀겨도 소기름에 튀기면 은근한 소고기향이 생겨서 맛있었던 것인데 건강전도사들이 동물성 기름이 나쁘다고 하여 모두들 식물성 기름으로 바꾸자 이런 향이 생기지 않아 맛이 떨어진 것임. 그리고 요즘은 동물성 기름에 대한 오해가 속속히 밝혀지고 있다. 건강 전도사들 덕에 맛은 잃고 불안감만 얻는 경우가 많다.
기름은 향을 유지하는 능력이 아주 크다. 향기 성분이 기름에 잘 녹기 때문. 또 가열중에 발생한 향이 기름에 포집되어 풍부한 향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삼겹살이나 마블링이 좋은 고기가 맛이 있는 것. 더구나 가열로 제품 속에서도 만들어져 천천히 스며 나오는 풍부한 향은 겉에만 살짝 입힌 향에 비해 깊은 맛을 준다.

- 우리는 주로 물로 맛과 향을 추출하지만 기름, 식초, 설탕시럽, 알콜도 훌륭한 추출 용매임. 그리고 각각 추출되는 조건이 다르다. 알콜은 향기성분도 잘 추출되지만 쓴맛 성분도 잘 추출되는 문제가 있고, 기름을 이용하면 맛성분과 쓴맛은 적게 추출되고, 향기성분은 잘 추출됨. 이런 추출의 특성은 침지의 특성과도 유사하여 요리에도 적용됨. 설탕은 향이 없고, 열에 강하므로 재료를 팽창시켜 부드럽게 만들고 나중에 넣는 조미료가 잘 스며들게 하는 효과가 있어 가장 먼저 넣는다. 소금은 수분을 밖으로 배출시키고 단백질을 굳히는 효과가 있어 맛성분이 빠져 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작용을 함. 식초는 단백질을 응고시키고 소금맛을 원만하게 만드는 효과. 가열에 의해 산미가 날아가는 것을 주의하면서 설탕, 소금 다음으로 넣는다. 짠맛의 조미료인 간장은 고유의 맛과 향이 있으니 설탕으로 재료에 맛이 잘 배개 한 후 넣는다. 된장은 너무 세게 가열하면 향이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맨 마지막에 넣고 한번만 끓여내는 것이 좋다. 우리는 맛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까다로운 요리법도 기꺼이 배우고 지키려 한다.

- 숙성하면 맛이 좋아지는 이유는?
숙성하는 기간 동안 향기성분이 늘어나기 때문일까? 숙성하는 어떤 성분은 늘어나고 어떤 성분은 줄어드는데 전체적으로는 감소. 와인 숙성과정에서도 전체적으로는 향의 손실이 일어나지만 부분적으로는 숙성된 향이 증가하여 품위를 높이는 경우가 있음. 이런 경우에먄 숙성을 하는 것이지 아무 와인이나 숙성하지 않는다. 숙성은 고농도 알콜 발효가 일어나고, 타닌 성분이 많고 품종 특성이 약한 와인이 적당. 그리고 오크통에서 담가 나무 향으로 향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다. 오크통에서 나오는 독특한 향은 사용할수록 감소하기 때문에 1-3번만 사용가능. 그래서 굳이 번잡한 오크통 대신 스텐레스 탱크에 오크칩을 넣기도 함. 오크나무 향기성분이 천천히 녹아나오며 알콜과 반응하여 더욱 품위 있는 향으로 변하는 것이다.
결국 숙성은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저분자물질을 줄이는 과정이기도 함. 

- 식품의 물성은 크게 액체와 고체 그리고 그 중간쯤 되는 다양한 물성이다. 단단하다, 부드럽다, 탱탱하다, 탄력있다, 쫀득거린다, 바삭거린다, 크리미하다는 단어는 좋은 의미. 질기다, 고무같다, 푸석푸석하다, 끈적거린다, 거칠다, 모래같다 등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구체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님. 그럼 어떤 물성일 때 가장 좋은 반응이 나올까? 이것 역시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며 각각 제품의 특징에 어울리는 물성이 있다.
그나마 나름 공통적인 반응은 딱딱하다가 녹을 때 일어나는 쾌감이다. 완전히 녹은 것을 싫고 딱딱한 상태가 있어야 하고, 딱딱한 상태가 지속되면 싫고 사르르 녹아야 좋다는 나름 모순적인 이 두 욕망을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것은 아마도 영양과 흡수 두가지 측면인 것 같다. 딱딱한 것은 건더기에 영양이 있다는 증거이고, 녹는다는 것은 몸에서 흡수된다는 의미와 같다. 계속 고체를 유지하면 소화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므로 환영받기 어렵다. 입에서 잘 녹는 음식은 항상 사랑을 받았다. 녹는다는 것은 소화를 의미하기도 하고 향의 방출을 의미하기도 함. 딱딱한 덩어리는 소화도 되지 않고 향의 방출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녹아야 맛도 느끼고 향도 느낄 수 있다. 아이스크림이 가장 대표적 사례. 솜사탕, 초콜릿, 팝콘, 스낵도 이런 특성이 좋다.

- 버터, 초콜릿, 샐러드드레싱, 아이스크림, 마요네즈 같은 에멀젼은 물에 잘 녹는 성분과 잘 안녹는 성분이 같이 있는데, 우리가 천성적으로 좋아하는 성분(소금, 설탕, MSG)은 물에 잘 녹음. 그런데 에멀전은 지방이 많고 물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태. 버터에 소금 2%를 넣으면 소금은 80%를 차지하는 지방ㅇ 녹지 않고 20%를 차지하는 물에 녹는다. 따라서 전체 100에서 2%가 아닌 물 20에서 2, 즉 10%의 소금액이 되는 것이다. 미각은 강한 자극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소금량은 2%이기도 하여 크게 짜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강렬함과 동시에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향과 같은 기름에 녹는 물질은 기름에 농축하고 맛성분과 같이 물에 녹는 것은 물에 농축하여 감각세포에게 아주 작은 짜릿한 모험을 하게 해줌으로써 쾌감을 증가시킨다.

- 맛은 입고 코로 듣는 음악이다. 아무리 잘 차린 한상의 음식도 한꺼번에 믹서에 넣고 갈아버리면 맛이 사라진다. 리듬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맛이나 짠맛에 환호나는 것이 아니라 단짠단짠, 단단단~ 쓴 같은 리듬에 환호한다. 물성이 있어야 다양한 리듬을 구현할 수 있고, 고급스러운 맛은 식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 물은 이론적으로 무미, 무취. 그런데 사람들은 물맛을 따진다. 사실 물에 유기물은 무조건 없는 것이 좋고, 소량의 미네랄만 있어야 한다. 미네랄이 풍부하면 건강에도 좋고 맛이 좋을 것 같지만 칼슘과 마그네슘은 쓴맛이고, 나트륨과 칼륨은 짠맛이며, 철과 구리는 적은 양으로도 금속취를 낸다. 따라서 미네랄이 지나치게 많으면 맛이 나빠진다. 우리나라 물이 좋은 이유도 대륙지방은 오랜 시간 물이 지하에 체류하여 미네랼이 많은 경수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산악지형이라 물의 체류시간이 짧아 연수가 되기 때문.

- 사실 약간의 쓴맛은 뭔가 들어 있는 느낌, 약수의 느낌을 준다. 하지만 지금은 음식과 식수에 대한 불신이 많아 무조건 무미의 깨끗한 물이 칭찬받음. 특히 쓴맛에 예민한 나이라면 순수한 증류수가 맛있는 물인 셈이다. 물은 자체로는 맛이 별로지만 여러 영향을 주고받는다. 물을 섭취하기 전에 먹은 거싱 무엇인지에 따라 물맛도 다르게 느껴진다. 신 음식을 먹고 생수를 마시면 살짝 단맛이 나고, 짠음식을 먹고 생수를 마시면 미세하게 쓴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 탄산음료를 마시면 체온에 의해 물에 녹아 있던 탄산이 기화되면서 기포가 발생. 흔히 그 기포가 터지며 발생하는 물리적 자극이 우리에게 시원함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시원함은 그런 물리적 자극이 아니라 수소이온이나 이산화탄소가 주는 화학적 자극에 의한 것이라고 함. 혀에는 시원함을 느끼는 감각세포가 있는데, 이곳은 다른 물질로 탄산가스처럼 자극을 주어도 시원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오직 탄산탈수소효소에 의해 탄산에서 수소이온이 발생해야 시원함을 느끼고 효소의 작용을 막으면 톡쏘는 시원함을 느끼지 못함. 화학적 현상인 셈이다.
시원함은 이산화탄소를 감각하는 세포에 의해서도 느낀다. 우리 몸에는 몇 종류의 온도 수용체가 있는데, 그중 15도 이하의 가장 차가운 영역을 감지하는 것이 TRPA1수용체. 이 수용체는 온도 말고도 몇 가지 화학물질에 반응하는데, 겨자, 와사비의 매운맛 성분과 이산화탄소 등이 그것이다. 이 감각수용체의 오동작에 의해 탄산을 시원하게 느끼는 셈이다.

- 떨은 맛은 통증이다. 일시적으로 혀의 미각세포 주변의 수분을 붙잡거나 단백질을 끌어당겨 마비가 일어나 생성되는 수렴성의 맛으로 불쾌감을 준다. 식품에서 대표적인 떫은 맛 성분은 탄닌 같은 거대분자, 알데하이드같은 반응성 분자, 철분같은 금속류가 있다. 떫은 맛은 강하면 불쾌하지만 약할 때는 쓴맛과 비슷하게 느껴지며 다른 맛성분과 같이 존재하면 독특한 풍미를 형성. 커피에서 쓴맛처럼 차에서 떫은 맛은 차의 고유의 맛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것 말고도 여러가지 맛이 있다. 심지어 고양이는 인산염 맛을 따로 감지하여 인산염만 있으면 맛있게 먹는다고 함. 그런데 이런 감각할 수 있는 모든 맛을 보두 합한 것보다 훨씬 강력한 맛이 있는데, 바로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맛이다.

- 지방은 그 놀라운 효과 덕에 가공식품 업계의 대체불가능한 비법재료로 사랑받음. 지방을 넣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도 감자칩이 바삭해지지 않고, 쿠키는 부드럽지 않고, 식빵의 촉촉한 결이 살아나지 않으며, 통조림 가공육에 탐스러운 선홍색 윤기가 돌지 않는다. 지방 자체는 '느끼하다, 기름지다, 묵직하다'는 별로 긍정적이지 못한 평가를 받지만, 실제 제품의 일부가 되면 '부드럽다, 단단하다, 탱탱하다, 야들야들하다, 사르르녹는다, 매끈하다, 쫄깃하다, 촉촉하다, 따뜻하다' 등의 아주 매력적인 식감을 만든다.
지방이 부리는 마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방은 특정 맛을 숨기는 동시에 또 다른 맛을 드러내는 신비함이 있다. 이 능력의 덕을 톡톡히 본 대표적 예가 사워크림이다. 사워크림의 신맛 자체는 어느 누구에게도 매력적인 맛이 아니다. 하지만 사워크림에 든 지방이 혀를 감싸주어 신맛이 미뢰에 너무 많이 닿지 않도록 적당히 걸러줌. 그리고 사워크림의 은근하고 향기로운 풍미를 더 깊게 그리고 더 오래 느낄 수 있게 함.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지방이 설탕을 능가하는 보물이 될 만큼 뛰어난 장점은 맛이 입안에서 휘몰아치지 않는다는 것. 지방은 설탕이나 소금과 달리 입안에서 은근하고 꾸준하게 매력을 발산한다. 두 성분을 마약에 비유한다면 설탕은 뇌를 급습해서 강타하는 필로폰과 같다면 지방은 은밀하지만 강력하게 효과를 발휘하는 아편과 같다. (배신의 식탁, 마이클 모스)

- 원래 생콩은 독이다. 콩 속에 다량 함유된 피트산은 미네랄 흡수를 방해하는데, 특히 아연과 칼슘 그리고 마그네슘의 체내 흡수를 저해. 그리고 트립신 저해제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인 트립신을 억제하여 소화작용을 방해함. 이 효소를 열처리로 불활성화시키지 않으면 단백질을 분해하여 흡수를 도와주는 췌장속 트립신을 억제하므로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아 소화흡수되지 않고, 단백질 부족증에 걸릴 가능성이 많아짐. 생콩을 먹으면 오히려 소화불량이나 설사로 독이 된다. 그래서 콩을 삶거나 구워 먹지만 그래도 소화율은 70% 정도에 불과하고 콩나물이나 두부로 만들어먹여야 제대로 영양을 흡수할 수 있다. 
그리고 콩은 이소플라보노이드류 물질도 많이 들어 있다. 이소플라본은 식물성 생리활성성분으로 항산화물질이기도 한데, 콘 1그램에 2-4밀리그램 정도 함유. 하지만 이는 어린이에게는 불필요한 성분이다. 더구마 맛은 쓰고 이취의 원인이 되기도 함. 콩은 지방이 많아 쉽게 효소작용으로 비린내가 발생하기도 하고 폴리페놀과 뮤코단백질 등이 있어 약간의 떫은 맛도 있다. 어른은 몰라도 아이들이 좋아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조상들은 콩으로 청국장이나 된장, 간장, 두부 등을 만들어 먹음으로써 소화흡수율을 높여 왔따. 어린이도 시간이 니자면 이런 물질에 충분히 견디는 힘이 생기고 그때는 콩제품을 싫어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아직 어릴 때는 쓴맛에 예민하고 그 정도는 아이마다 다르고 소화력도 다르다. 그런 아이들의 몸을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몸에 좋다고 먹도록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콩을 좋아하게 되는 시기를 놓칠 뿐이다.

- 19세기 프랑스는 한식처럼 공간전개형이지 시간전개형이 아니었다. 부자는 테이블에 수백가지 요리를 가득 채워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했고, 요리로 꽉 채워진 테이블에 앉은 손님은 자기 손이 닿는 것을 이것저것 맛보는 식이었따. 그러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상황이 변화. 귀족을 위해 요리하던 셰프들이 실업상태가 되자 생계를 위해 하나둘 레스토랑을 열었는데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손님은 공짜로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지불해야했기 때문에 가장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찾게 됨. 그리고 이때부터 선택한 요리가 순서에 알맞은 온도로 서빙되는 지금과 유사한 방식이 자리잡음. 이런 한편으로 프랑스 혁명에서 살아남은 귀족은 새로운 방식이 천박하다고 경멸하면서 고고하게 전통 방식인 수백개의 접시가 테이블에 한꺼번에 차려지는 과거방식을 고집하기도 함. 결국 프랑스 요리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채 2세기도 되지 않는다.

- 와인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음식과의 궁합이다. 그리고 궁합을 따지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보통 생선요리에는 레드와인 대신 화이트 와인을 권하는데 레드와인과 소금이 만나면 타닌이 더 쓰게 느껴지기 때문. 그래서 소금에 절인 굴비, 간고등어, 간장게장, 젓갈류의 수산물에는 타닌이 적은 화이트와인이 적당. 생선의 소금이 와인을 쓰게 할 수도 있고 와인의 철분이 생선을 비리게 할 수도 있다. 09년 일본 주류회사 연구로 철이온이 포함된 와인을 생선요리와 같이 먹으면 와인의 철이온이 생선의 맛을 죽이고 비린맛을 낸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화이트와인이 레드와인보다 철분이 적어서 생선에는 화이트와인이 무난. 철분이 음식맛을 버리는 경우는 예전에는 많았다.
스텐레스가 일반화되기 전에 사용된 칼은 철분이 초미량씩 녹아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특히 산성음식과 접촉할 때 그랬다. 칼의 강철이 식초와 조금이라도 닿으면 날이 잉크처럼 검게 변한다. 철은 식초가 들어간 음식과 상극. 그래서 프랑스는 요즘에도 샐러드 채소를 나이프로 자르지 않는다고 한다. 생선요리도 그랬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생선에 레몬이 어울린다는 것을 알았따. 그런데 레몬을 뿌린 생선에 쇠로 된 칼이 닿으면 맛이 망가지는 것이다. 레몬의 산이 강철과 반응하여 쓴 금속성 뒷맛을 남김으로써 생선의 섬세한 맛을 덮어버린다. 당시에 부자들이 은나이프를 쓴 이유이기도 하다.

- 우리가 제대로 된 맛의 방정식을 세우기 위해서는 맛도 좀더 제대로 알아야 함. 아직 우리는 맛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 감칠맛을 발견하고 상품화한 아지노모토의 경우 칼슘 감각 수용체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각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칼슘은 우리 몸에서 결정적인 기능을 하는 미네랄의 하나. 조직감에 큰 영향을 주지만 맛의 변화에도 영향을 줌. 
우리 몸에 단맛 수용체는 단 한가지다. 그런데 설탕, 과당, 사카린 등 감미료마다 맛이 모두 다르다. 동일한 피아노지만 연주곡과 연주자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달라지는 것과 비슷. 칼슘 등의 이온은 미각조직에 위치하고 글루타티온과 관련 펩타이드와 결합하여 맛의 느낌이 달라지게 한다고 한다. 글루타치온뿐 아니라 단백질 분해물 중 몇가지 단맛, 짠맛, 감칠맛을 증진시키는 물질이 보고되어 있다. 이러한 물질들은 바디감, 지속성, 농후감과 같은 느낌을 주고 일본에서는 이를 코구미라고 칭하면서 제6의 맛으로 인정받으려 노력중.
마그네슘과 칼슘 자체는 좋은 맛은 아니다. 쓴맛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약간 신맛이 나기도 함. 특정 채소가 쓴맛을 내는 것과 칼슘 양에 상관관계가 있고 사람들이 케일을 싫어하는 이유가 칼슘맛 때문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때는 맛을 좋게 해줌. 두부가 대표적인 사례. 두부에 응고목적으로 칼슘이나 마그네슘을 첨가하는데 이때는 무미이거나 오히려 맛이 좋아짐. 간접효과로 맛을 좋게 할 수도 있다. 칼슘은 채소 등을 단단하게 하여 삶아도 아삭거리는 성질을 유지. 반죽이 어느 정도 완성된 후 추가한 칼슘이나 마그네슘은 면발을 더 찰지게 할 수도 있다. 정제염보다 천일염이 맛이 좋을 때가 있다면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펙틴이나 단백질과 결합하여 조직을 아삭거리게 할 수도 있고 발효 미생물에 영양이 되어 발효가 더 잘되게 할 수도 있기 때문. 이처럼 맛은 미묘하고 아직도 맛의 비밀은 완전히 풀린 것이 아니다.

- MSG가 가장 풍부하게 들어간 제품은 무엇일까? 밀가루의 단백질은 30%  이상이 글루탐산. 그런 밀가루 도우에 채소 중에서도 글루탐산이 가장 풍부한 토마토로 만든 소스를 바르고, 전체 식품을 통틀어 유리글루탐산 함량이 가장 높은 치즈와 글루탐산과 핵산이 풍부한 버섯과 고기를 토핑하고, 오븐에서 잘 구우면 MSG를 단 한톨도 넣지 않고 MSG가 가장 풍부한 맛좋고 영양많은 피자가 된다.
토핑에 쓰이는 고기의 종류와 형태도 참으로 다양한데 외국에서는 페퍼로니가 가장 흔하게 사용됨. 이런 페퍼로니, 소세지, 햄 등이 인기인 이유는 숙성 중에 단백질이 분해되어 감칠맛이 더욱 증가하고, 가공중에 향이 생성되고, 향신료와의 조합으로 맛과 향을 더 풍부하게 만들기 때문. 그러니 피자는 가장 강력한 감칠맛 덩어리이고 많은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음식이다.

- 중국은 차의 맛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데 한국은 차 자체보다는 차를 마시는 형식에 주목한다. 차를 편하게 먹는 것이 아니고 마시는 방법과 예절을 너무 중시한다. 제대로 된 차 맛을 내려면 차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차 종류별로정확한 기술이 필요하다. 각각의 차에 맞는 방식으로 차를 내리고 물의 온도와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그런 기술보다 형식에만 치우친다. 그리고 다양한 차를 마셔볼 곳도 부족하다. 차의 종류도 적지만 그나마 있는 녹차라도 다양하게 마실 수 있는 찻집이 부족하다. 심지어 다양한 녹차가 준비되어 고를 수 있는 차 판매처도 없다. 그리고 차의 표준이 없다. 한국녹차 중 명차라고 확인해 줄 수 있는 표준의 차가 없다. 표준이 있어야 정확한 감별을 할 수 있는데 그게 없으니 어떤 차가 명차라고 서로 동의하기 힘든 것이다. 중국 차 중에 이름있는 차는 모두 표준이 있다. 표준이 있기 때문에 맛과 색과 향과 잎 모양 등에 따라 평가가능하고 평가가되어야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다. 결국 표준이란 그 차가 도달할 수 있는 일종의 경지와 같은 것으로 차 생산자들의 목표가 된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 표준이 없다. 보성녹차라는 말은 생산지역이 보성군이라는 것뿐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최고의 보성녹차라는 기준이 없기에 그냥 각자 명품이라는 주장과 다툼이 있고 객관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표준이 없으면 다양성은 높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해외시장에서 보증된 명품으로 인정받는데는 한계가 있고, 일반인에게 소통하기도 쉽지 않다.

- 면을 튀기면 풍미의 특성 뿐 아니라 면발의 개선효과도있다. 면의 전분이 소화하기 쉽게 완전히 호화가되고, 고온에서 면의 수분이 순식간에 기화되어 급격히 빠져나오면서 면발에 미세한 구멍을 만든다. 수분이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미세한 구멍들이 스펀지 같은 구조를 만들어 면을 다시 삶을 때 열전달을 도와주고, 국물이 면발에 잘 스며들게 함. 면발가 국물이 겉돌면 맛이 떨어딘다. 파스타 등은 소스에 점도를 얼마나 부여하여 소스가 얼마만큼 면에 붙어있게 할지도 중요하다. 라면은 면발의 구조에서도 그냥 말린 면보다 유리. 그리고 기름 자체가 맛이다. 라면은 튀길 때 기름의 일부가 면발에 침투하는데 이 또한 라면 맛에 큰 몫을 한다. 라면을 끓일 때 삶은 물은 버리는 식으로 기름을 줄이면 다이어트에 조금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맛 또한 조금 떨어지고, 소장과 같은 내장기관이 느끼는 만족도는 크게 떨어짐. 소장에는 지방의 양뿐 아니라 종류까지 구분하는 지방감각 수용체가 있다. 맛은 칼로리에 비례한다는 것은 과학이지 그냥 지어낸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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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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