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자동차 한 대를 소유하는 데 필요한 한계비용(차량을 구입하는 비용뿐 아니라 주유비, 수리비, 보험료, 주차비 등 차량 유지에 들어가는 모든 돈)은 차를 1마일(약 1.6킬로미터) 운행할 때마다 평균 59 센트 정도가 소요된 다. 반면 헬리콥터는 1마일에 8.93달러가 든다. 헬리콥터를 소유하는 데는 단순 비용 외에도 많은 문제가 따른다. 홀든에 따르면 2020년에 출 시될 우버 에어는 1마일당 운행비용을 5.73달러로 낮추고 2023년까지 1.84달러로 빠르게 떨어뜨릴 계획이라고 한다(우버는 2020년 댈러스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우버 에어의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편집자). 하지만 우버 의 장기적 목표는 이 비용을 1마일당 44센트까지 줄여 우버 에어의 운행 비용을 지상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비용보다 저렴하게 만드는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것이다.
- 헬리콥터가 소음이 심하고 위험한 이유는 한 개의 프로펠러를 사용해 양력(비행기가 뜨는 힘 -옮긴이)을 얻는 작동 원리 때문이다. 그 프로펠러 가 빠른 속도로 돌아가면서 사람들의 짜증을 유발하는 소음이 만들어지 는 것이다. 또한 유일한 프로펠러에 고장이라도 발생하면 중력의 법칙에 따라 바로 추락해버리기 때문에 이 기계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번 상상해보라. 머리 위에서 돌아가는 메인 프로펠러 대신 많은 회전날개(예를 들어 비행기 날개 아래에서 작은 프로펠러들이 여러 개 돌아가는 것처럼)가 합쳐 적절한 양력을 만들어내고, 반면 소음은 훨씬 줄일 수 있다면 어떨까. 이 복수의 프로펠러들은 그중 몇 개쯤 고장이 발생해도 비행자동차가 안전하게 착륙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리고 이 디자인 위에 기체를 시속 24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게 해주는 날개를 추가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가솔린엔진으로 는 이런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엔진 자체의 무게에 비해 동력을 생산해내는 효율이 극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분산전기추진Distributed Electric Propulsion, DEP 기술이다. 지난 10년간 상업용과 군사용을 막론하고 드론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 그 덕분에 로봇공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전자기식 모터, 즉 가볍고 조용하고 무거운 물체를 운반할 능력을 갖 춘 전동기 개발에 뛰어든 사람이 많아졌다. 그런 모터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융합기술이 필요하다. 첫째, 극도로 복잡한 비행 시뮬레이션을 가능케 하는 기계학습 machine learning 기술, 둘째, 날기에 충분히 가벼우면서도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해줄 만큼 내구성을 갖춘 부품을 개발하 는 재료과학, 셋째, 모터와 프로펠러를 어떤 크기로도 제작해낼 수 있는 3D 프린팅 기반의 새로운 제조기술. 이 기술들이 적절히 합쳐진다면 효율성이 95퍼센트에 달하는 전기엔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반면 가솔린엔진의 효율은 28퍼센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DEP 시스템을 탑재한 비행자동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일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10여 개의 모터를 100만분의 1초 간격으로 조정해내는 작업은 인간 조종사의 능력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다. DEP는 이른바 '전기신호식 비행조종 제어' 시스템, 쉽게 말해 컴퓨터에 의해 통제되는 시스템이다. 그런 고도의 통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물론 또 다른 융합기술이다. 우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100만분의 1초 단위로 분석해서, 이를 바탕으로 복수의 전기모터와 기체의 조종면(항공기의 방향, 자세를 조종하는 외부장치)을 실시간으로 조작할 수 있을 만큼 고도의 연산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기술이 요구된다. 그리고 조종사의 눈과 귀를 대신해서 데이터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가비트 수준의 고성능 센서, 즉 감지장비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GPS, LID AR(레이저로 대상물을 조사 하여 반사되는 빛을 분석함으로써 거리를 측정하는 원격 감지 기술 옮긴이), 최 첨단의 시각적 이미지 처리 장비 그리고 극도로 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가능한 가속도계 등등, 지난 10년간 진행된 스마트폰 전쟁의 결과 우리가 이미 사용 중인 기술들이다.
- 마지막으로 배터리가 필요하다. 즉, 자동차가 충분한 거리를 날아갈 만큼 오랜 시간 지속되어야 하며 기체와 한 명의 조종사 그리고 네 명의 승객을 공중으로 들어올릴 정도의 힘, 즉 엔지니어들이 출력밀도 power density 라 부르는 강력한 동력을 생산해낼 수 있는 고성능 배터리가 있어 야 한다. 이 배터리는 킬로그램당 최소 350킬로와트시(1킬로와트시는 1킬로와트의 전력을 한 시간 사용했을 때의 전력량 ― 옮긴이)의 출력을 발생시켜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는 절대 불가능한 수치였다. 하지만 최 근 태양광발전과 전기자동차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보다 우수한 에 너지 저장장치에 대한 요구가 계속 확대됐으며, 그 결과 비행자동차를 들어올리기에 충분한 출력을 생산하면서도 오랜 시간 유지되는 차세대 리튬 배터리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 앞날을 예상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연구에 따르 면 어떤 사람이 자신의 앞날을 예측하는 순간 그의 두뇌를 기능적 자기 공명영상MRI으로 찍으면 내측 전두엽피질의 기능이 멈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부위는 인간이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늘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할 때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다시 말해 내측 전두엽피질의 활동이 감소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혀 모르는 남을 생각할 때 이 부위의 움직임은 더욱 줄어 든다. 따라서 우리가 미래의 나 자신을 생각하면 내측 전두엽피질이 활성 화될 것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오히려 이 부위가 기능을 멈추기 시작 하는 것이다. 그 말은 우리의 두뇌가 미래의 나 자신을 이방인으로 대한 다는 뜻이다. 그리고 먼 미래를 생각할수록 우리 자신은 더욱 낯선 사람 이 되어버린다. 앞에서 교통혁명이 나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당신이 상상한 자신의 모습은 사실 당신이 아닌 셈이다. 우리가 현재를 희생하고 돈을 절약해서, 은퇴 후 집에서 뜨개질 을 하거나 잔디를 깎으며 느긋하게 지내는 삶을 준비하는 일이 극히 어 려운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인간의 두뇌는 검소한 생활이라는 힘든 선택 을 하는 사람과 나중에 그 선택의 혜택을 받게 될 사람을 전혀 다른 타인 으로 인식한다.
- "무어의 법칙은 컴퓨터 가격 대비 성능의 가속화를 촉진한 최초의 패러다임이 아니라 다섯 번째 패러다임에 불과하다.” 레이 커즈와일은 '수 확 가속의 법칙'에서 이렇게 썼다. “컴퓨터 장비는 지속적으로 성능이 개 선되어왔다. 1890년 미국 인구센서스에서 사용된 기계식 계산기에서부 터 나치의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한 앨런 튜링 Alan Turing(영국의 수학자, 논리 학자 옮긴이)의 릴레이 기반 해독기 히드 로빈슨 Heath Robinson, 아이젠하 워의 당선을 예측한 CBS의 진공관 컴퓨터, 최초의 우주선 발사에 활용 된 트랜지스터 기반의 전산기 그리고 내가 이 글을 쓰는 데 사용 중인 집 적회로 방식의 개인용 컴퓨터까지.”
커즈와일의 요점은 어떤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이 종말을 맞을 때마 다 또 다른 기술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것이다. 트랜지스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어의 법칙을 지속시킬 수 있는 해결책은 이미 5~6개 정도 개발되어 있다. 첫째는 대체 소재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즉, 기존의 실리콘회로를 탄소나노 튜브처럼 동작 속도가 빠르고 열전도율이 우수한 첨단의 물질로 교체하는 것이다. 또 트랜지스터를 3차원 공간에 입체적인 형태로 배치함으로써 회로의 표면적을 증가시키는 새로운 디자인 방식 도 연구 중이다. 그리고 기능은 제한적이지만 속도가 매우 빠른 특수 칩 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이 최근 발표한 A12 바 이오닉 A12 Bionic 프로세서는 인공지능 어플리케이션 전용이지만 1초당 9조 회의 연산이라는 놀라운 속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 모든 해결책은 양자 컴퓨팅과 비교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2002년, 1세대 양자 컴퓨터 회사 디웨이브p-Wave의 창업자 조디 로즈 Gerotte Rose)는 로즈의 법칙Roses Law 으로 불리는 양자 컴퓨팅 버전의 무어 의 법칙을 발표했다. 내용은 비슷하다.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가 매년 2배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로즈의 법칙을 스테로이드를 맞은 무어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양자 중첩 상태의 큐비트가 트랜지스터의 2진수 비트에 비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설명해보자. 성능이 50 큐비트인 양자 컴퓨터의 메모리 용량은 16페타바이트다. 물론 이것만 해도 엄청난 숫자다. 만일 그 컴퓨터가 아이팟이었다면 노래를 5,000만 곡 저장하고도 남을 용량 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단 30큐비트를 증가시키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만일 우리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마다 하나의 비트를 부여한다면, 80 큐비트 성능의 양자 컴퓨터는 우주 전체의 원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양자 컴퓨팅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는 시대가 오면 어떤 종류의 혁신이 발생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다.
- 지난 20세기를 돌아보면 대개 10년에 한 차례 꼴로 비즈니스 모델의 주요한 변화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920년대에는 '미끼와 낚시 바늘 모델이 등장했다값이 저렴한 초기 제품(일례로 무료 면도기라는 미끼)으로 먼저 고객을 유혹하고, 고객이 그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다른 제품(일례로 면도날이라는 낚시 바늘)을 사들여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전략이었다. 뒤를 이어 1950년대에는 맥도날드가 선구자 역할을 한 '프랜차이즈 모델'이 선을 보였으며, 1960년대에는 월 마트 같은 기업이 앞장서 대형 슈퍼마켓의 모델을 도입했다.44 하지만 1990년대에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수없이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한 모습으로 탄생하고 발전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인터넷의 출현 이후 2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우리는 네트워크 효과 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을 목격했으며, 비트코 인과 블록체인이 '믿을 만한 제3자의 역할을 하던 기존의 금융 모델에 타격을 가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또한 크라우드펀딩과 ICO는 전통적인 자금 조달 방법을 위협하고 있다. 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하나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유니콘 기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주는 이 모델들은, 단순히 기존의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정도를 넘어 기술 발전의 가속화를 촉진하는 또 다 른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게다가 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불러일으키는 파괴적 혁신의 규모 는 계속 증가한다. 처음에는 기술의 발전과 융합을 가속화했던 동력이 이제는 '시장'의 발전과 융합을 더욱 빠르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말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발생했던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는 앞으로 닥칠 변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 경제학자이자 저술가인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 에 따르면 모든 경제적 패러다임의 전환에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세 가지 기술이 등장해 서로 '융합' 하면서 비스니스의 하부구조를 새롭게 형성합 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가치사슬상에서 경제적 활동을 수행하고 힘을 관리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버립니다. 그 세 가지 기술은 경제적 활동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해주는 새로운 통신기술, 경제적 활동에 동력을 제공하는 새로운 에너지의 원천 그리고 경제적 활동의 이동을 돕는 새로운 운송수단입니다.”
- 시어스는 정확히 그 세 가지 기류를 타고 성공에 도달한 셈이다. 미국의 우편 서비스는 이 회사의 통신기술이었고, 텍사스에서 쏟 아진 값싼 석유는 에너지의 원천이었으며, 자동차는 새로운 운송수단이었다. 하지만 하나의 패러다임은 또 다른 패러다임에 의해 대체되기 마 련이다. 우리 모두는 시어스라는 회사의 결말을 잘 알고 있다. 창업 132주 년이 되는 2018년 가을, 시어스는 결국 파산했다. 그들은 2013년부터 2018년에 걸쳐 1,000개가 넘는 매장을 폐쇄했으며 6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소유권을 지닌 헤지펀드 회사의 매니저는 남은 사업 분야를 하나씩 정리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월마트라는 경쟁자의 등장 때문이었다. 시어스는 역사상 처음으로 할 인 판매의 아이디어를 도입했지만 월마트는 게임의 규칙을 다시 쓰면서 경쟁사를 물리쳤다. 특히 월마트는 제품의 무료화 및 대중화 전략에서 시어스를 압도했다. 그들은 더 싼 부지를 골라 매장을 열었고 인건비가 낮은 직원을 고용했으며 더 저렴한 물건을 팔았다. 하지만 월마트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 기술의 기하급수적 성장이라는 흐름을 잘 읽어낸 것이었다.
- 작가 조지프 파인Joseph Pine은 경영 전문 저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경험 경제 Experience Economy로의 초대'라는 글에서 흥미로운 측정 지표를 사용해 지난 200년 동안 진행된 경제 발전을 추적했다. 그 지표는 바로 생일 케이크다.
농업이 경제를 주도하던 시절에는 어머니가 농장에서 나오는 재료(밀가루, 설탕, 버터, 달걀)를 이용해 직접 케이크를 만들었다. 들어간 비용은 고작 몇 십 센트 정도였다. 그러다 상품의 생산과 유통에 기반을 둔 공업 경제가 발전하면서 어머니는 가정용 제빵 브랜드 베티크록커 BettyCrocker의 인스턴트 케이크 재료를 1~2달러에 구매했다. 그 후 서비스산업이 경제를 장악하면서 일에 바쁜 부모는 케이크 재료값의 10배에 달하는 10달러에서 15달러를 주고 베이커리나 슈퍼마켓에서 완제품 케이크를 샀다. 사람들이 더욱 시간에 쫓기는 1990년대가 되면서 부모 들은 더 이상 아이를 위해 생일 케이크를 사지도, 파티를 열지도 않는 다. 대신 그들은 100달러를 지불하고 생일 이벤트 전체를 아웃소싱'한 다. 요즘 처크 E. 치즈 Chuck E. Cheeses, 디스커버리 존Discovery Zone, 마이 닝 컴퍼니 Mining Company 같은 업체들은 아이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행 사를 열어주고 생일 케이크는 무료로 제공한다. 바야흐로 '경험의 경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미리 만들어둔 재료가 아니라 미리 만들어둔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주는 경험의 경제는 고객의 새로운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새로 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미리 포장해둔 경험을 별로 원하지 않았다. 삶 자체가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을 안전하고, 따뜻하고, 배부르게 만드는 일만 해도 인생은 늘 스릴 넘치는 모험이었다. 하지만 기술은 이 구도를 바꿔놓았다. 산업혁명의 전환기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도 에어컨, 수도, 실내 배관 같은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컴퓨터는 물론이고 자동 차, 냉장고, 전화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에서는 빈곤선 이하의 시 민들도 이런 다양한 편의시설을 누리고 살아간다. 사람들은 좋은 물건을 얻게 되더라도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법이다. 사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 결과 현대인들은 소유보다 경험(촉감, 기억, 현실감 등등)의 가치 를 훨씬 중요시하기에 이르렀다.
- 비전이란 우리가 얼마나 먼 미래를 내다보는지 상징하는 시간의 지평 을 의미한다. 인간의 두뇌는 즉시성과 신속성이 생존의 필수조건인 시대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본질적으로 근시안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면 ‘오늘 당장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일을 피할 수 있을 까. 어떻게 하면 '오늘 당장' 식구들에게 먹일 음식을 구할 수 있을까. 인 간의 장기적 사고란 기껏해야 '어떻게 하면 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곳 을 마련할까' 같은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진화의 법칙이 인 간에게 허락한 시간의 지평은 6개월 정도에 불과했다.
물론 인류는 사고의 범위를 계속 확장해왔다. '지연된 만족'delayed gratification이라는 심리학 용어도 있지만 우리가 동물과 다른 점은 수명이라는 한계점을 넘어서까지 현재의 보상을 희생하고 내세의 만족을 추구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종교가 현생에서의 인간 행동을 규제함으로써 사후의 행복을 약속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런 메커니즘 덕분이다. 이는 다른 어떤 동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능력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 재능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 작가 스튜어트 브랜드 Stewart Brand는 롱나우 재단 Long Now Foundation을 위해 쓴 에세이에서 이렇게 역설했다. “현대 문명의 특징은 사고의 시간적 범 위가 병적일 정도로 짧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기술 발전의 가속화, 시 장 주도 경제로 인한 단기적 시야, 다음 선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민주 주의 제도 그리고 다중 작업으로 인한 개인의 산만한 주의력 등에 원인 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모든 요소가 갈수록 악화되어간다는 사실이다. 이런 단기적 시야를 교정할 수 있는 균형 잡힌 대책이 필요하다.
- 유태인들의 미국 이주가 시작된 시기는 1933년 4월이었다. 당시 아돌프 히틀러가 비非아리아인들의 공무원 취업을 금지하는 '전문 공무직 회복 법안 Law for the Restoration of the Professional Civil Service 을 통과시키자 소방관, 경찰, 교사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학자를 포함해 수만 명 의 유태인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재앙이 시작된 것은 히틀러가 수상으로 취임한 지 불과 2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 후 10년 동안 13만 3,000명의 독일계 유태인이 미국으로 탈출했다. 말하자면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의 찰스턴 시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이 텍사스로 집단 이주 했고, 그들 중에 앨버트 아인슈타인과 다섯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포함 되어 있었다는 얘기다.
- 페트라 모서는 유태인들의 이주가 미국 사회에 미친 충격을 측정하기 위해 먼저 화학 분야의 특허 통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모든 기술 분야로 범위를 확장해 1920년부터 1970년까지 특허가 출 원되고 등록된 50만 건 이상의 발명품을 대상으로 유태인 이민자들의 영향력을 추적했다. 그녀는 어떤 연구결과를 얻었을까? 유태인들의 이주는 우리가 지금까지 이 책에서 이야기한 모든 분야에서 혁신의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독일계 유태인들이 진입한 영역 전체에서 특허 숫자가 31 퍼센트 증가한 것이다. 그때는 미국에서도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라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직업을 얻지 못한 유태인도 많았다. 모 서 교수와 연구팀이 이 상황을 감안해 데이터를 조정하자, 전체 특허 증 가분에서 유태인 망명자들이 기여한 비율은 무려 70퍼센트로 뛰었다. 모서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오래된 루머를 입증해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특수했던 시기에 인간의 이동이 어떤 힘을 발휘했는지 색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꼭 특수한 시기가 아니더라도 인간의 이주는 언제나 혁신을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해왔다. 오늘날에도 이와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미국 경제를 위한 파트너십' Partnership for a New American Economy 이라는 비영리 연구단체가 2012년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많 은 특허를 생산하는 10개 대학이 출원한 특허 네 건 중 세 건에는 해외 출신 발명가가 적어도 한 명 이상 관여되어 있다고 한다.
'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독전쟁 (0) | 2022.01.08 |
---|---|
업스트림 (0) | 2022.01.02 |
리더 디퍼런트 (0) | 2021.12.06 |
모바일 미래보고서 2022 (0) | 2021.12.06 |
콘텐츠 머니타이제이션 (1) | 2021.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