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전쟁'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10.18 여름전쟁

여름전쟁

etc 2014. 10. 18. 07:30

 


여름전쟁

저자
스탠 콕스 지음
출판사
현실문화 | 2013-07-16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올여름, 더위와 에너지를 둘러싼 거대한 전쟁이 벌어진다! 에어컨...
가격비교

- 호모 사피엔스는 열대기후에서 출발해 진화한 종족. 인류는 들소나 펭귄과는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후대에서 인류가 겨울을 나려면 열을 가둘 수 있는 밀폐된 공간이 반드시 필요. 초기에 인류는 불의 도움을 받아 대륙 전체로 퍼져나감. 산업화된 세계에서는 연료를 지속적으로 태워 온기를 만드는 일이 가능해져서 인류가 그 어느때보다 높은 위도, 높은 고도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지만, 종종 난방을 위해 에너지를 너무 낭비하게 됨. 마찬가지로 강도 높은 더위와 습도 역시 정말 끔찍한 조건이지만, 아주 극한 기후를 제외하면 인류는 에어컨 없이도 그런 가혹한 조건을 잘 이겨냈음. 생존을 위해 냉방이 필요한 경우는 극한의 더위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해 전반적인 건강을 해치는 경우뿐임. 학계의 연구나 에릭 클리넨버그의 책 '폭염, 시카고의 재난에 대한 사회적 고찰'에 등장하는 비극적인 개인들의 사연은, 살인적인 더위는 사실 사회가 창조한 부자연스러운 조건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줌.
- 냉방을 위한 여름 전력수요 증가와 난방 및 운송에 필요한 연료수요를 충족하면서 동시에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님. 바로 그것이 여러 분야에서 천연가스를 크게 환영하는 이유임. 국회의원, 금융가 분 피컨스, 심지어 주요 환경단체 까지도 천연가스에 대해 재생에너지의 미래를 여는 가교 혹은 재생에너지의 종착역이라고 크게 반김. 그러나 천연가스가 지구 온난화에 기여할 잠재력과 수질을 오염시킬 잠재력에 관해 더 많이 밝혀질수록 천연가스가 열어줄 미래는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임.
- 미국 공중보건의료사를 전공하고 브루클린 칼리지 역사학과에서 부교수로 재직중인 크리스티안 워런은 이렇게 말함. "에어컨이 인간 본성의 일부로 이렇게 빨리 자리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워런교수는 인간의 삶이 야외에서 실내로 이동하게 된 원인에 대해 깊이 파헤침. 그런 변화가 어제오늘 일어난 일은 아님. 미국에서 이미 150년전에 시작된 일이기 때문. 그러나 70년대 말과 80년대를 거치면서 그 속도가 빨라졌음. 워런교수는 이렇게 지적. "그 시기 동안 무언가 큰일이 일어난 겁니다.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어떤 일이 말입니다. 효율적인 열펌프, 단열이 강화된 벽체와 천장. 바람을 더 잘 막아주는 창문 등이 개발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자재들 덕분에 실내온도 조절이 더욱 용이해졌습니다. 주택규모가 더 커졌지만 더 쾌적해졌고 외형적으로도 더 근사해졌습니다. 사람들이 야외를 버리고 실내에 안주할 만큼 매력넘치는 집으로 변모한 것입니다. 워런교수는 그 밖에 음식배달, 영화나 오락을 즐길 수 있는 가정용 영상장비, 통신기술 등도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미국의 모든 사람을 집안으로 불러모은 요인으로 꼽았음. 실내생활은 사람들에게서 삶의 경험을 앗아갔음. "구조물이 없는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케이블 TV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을 시청하는 일과 상당히 다릅니다. 환경을 추상적으로 배우는 아이는 냉소적 숙명론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부유한 산업국들은 기술이라는 완충장치 덕분에 더운 날씨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음. 그 가운데 단연 빛나는 기술은 에어컨임. 2차대전 이전부터 이미 미국기업들은 에어컨이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소비를 진작시키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에 주목. 에어컨의 시대가 도래하자 20년대 내내 매년 여름마다 대량유통산업을 괴롭히던 소비침체는 눈 녹듯 사라짐.
- 지난 수십년을 거치면서 인간의 정신은 온도가 낮을수록 더 빠르고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컴퓨터 칩과 같이 반응한다는 인식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그 결과 기업의 세계에는 에어컨 보급이 보편화되었음. 그 기원은 뉴욕증권거래소가 미국 최초로 현대식 에어컨을 설치한 19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감. 그 이후에도 한동안은 에어컨을 설치하는 사무실이 많지 않았음. 그러나 오늘날 미국의 사무실은 노동자들의 요구, 인체공학 전문가들의 조언, 건물 설계상의 필요 등으로 인해 냉장실로 바뀜. 냉방장치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50년대와 60년대에, 사무용 건물들 역시 주택 부문의 추세를 따랐음. 그런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따라하기 열풍은 주택에 에어컨이 대거 보급되게 된 계기가 아니었지만, 기업의 경우에는 이웃기업이 에어컨을 설치했는지 아닌지 여부가 에어컨 도입을 결정하는 데 크게 작용. 대형 온도조절장치의 선구자인 캐리어사의 최고경영진은 한 동시의 기업들 중 20%가 에어컨을 설치하면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다른 기업들도 에어컨을 설치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림. 그때부터 사무용 건물은 대형 상자같은 모양을 갖추게 되었음. H, T, L모양의 건물을 지으면서 에어컨을 설치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 50년대에 에어컨은 사무용 건물 건축비의 16%를 차지해, 철강 다음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설비로 자리매김. 게일 쿠퍼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감에도 근사해 보이는 현대적 사무용 건물의 외관을 갖추기 위해 건축주들이 에어컨 설치비용을 감수했다고 함. 사무용 건물에 에어컨 설치가 보편화되면서 유리를 많이 사용한 건물을 짓는 것이 또 다른 유행으로 자리잡음. 창문이 담당했던 역할을 전력과 기계장치가 대신하게 되자, 건축비가 가장 저렴한 네모난 건물의 깊숙한 안쪽 까지도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됨. 주택과는 다르게 사무용 건물은 추운 지방에서 건설되어도 에어컨이 설치되었음.
- 에어컨을 이용해 실내공기질을 향상시키면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데이비드 와이언 교수의 주장은 열대에서는 통하지 않음. 싱가포르에 위치한 콜센터의 경우 창문을 열어 실외공기를 순환시킬 경우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남. 에어컨을 통해 환기시키는 경우 온도가 24도에서 22도로 낮아지면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14% 떨어졌지만 창문을 열어 외부공기를 순환시키면 덥게 느껴지는 24도의 온도조건에서도 노동자들의 생산성은 35% 향상.
- 에어컨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위험은 인간에게 적대적인 미생물 외에도 더 있음. 기본적인 생물학 연구는 기후적, 생물학적 위협을 막는 실내환경이 심대하게 변화되면 인간의 신체가 기능하는 방식까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음. 인류는 더운 기후대에서 출발해 진화한 종족이기 때문에 인류의 몸속에는 더위에 적응하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음. 더위로 인한 고통을 이기려고 애쓰는 사이 인간의 몸에는 더위에 대한 내성이 구축됨. 일주일 가량 더위를 견디면서 지내다보면 땀샘이 더 활발하게 작용해 땀을 많이 흘리게 됨. 혈류도 증가해 피부혈관으로 더 많은 피가 공급되어 열이 몸 밖으로 배출됨. 심박수는 낮게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심부체온도 낮게 유지됨.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은 더운 지역에서도 더 오랜 기간을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됨. 더위에 자주 노출되면 심부체온이 올라가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됨. 마라톤 선수가 일반인에 비해 더 높은 체온에 잘 견딜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임. 몇십년 전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열충격단백질은 더위를 만난 사실상 모든 유기체의 세포가 신속하게 생산해내는 분자로, 극심한 더위로 인해 신체의 개별세포들이 파괴되지 않도록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함. 더위에 노출되면 열충격단백질이 신체의 세포에 축적되어 더위로 인한 불편에 더 빨리 적응하도록 돕는다는 사실이 최근 확실하게 밝혀졌음. 그러나 날씨가 추워지거나 장기간 더위를 피할 방법을 찾아낸다면 기후순환의 효과도 점차 사라짐. 또 다른 실험에서는 실험용 쥐를 더위에 노출시켜 기후순화를 시킨 뒤 두달가량 시원한 곳에 두어 탈기후화순화과정을 거치게 했음. 그 뒤 다시 그 쥐를 더위에 노출시키자 처음 더위에 노출된 쥐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기후에 순화되었음. 일단 더위에 적응했던 쥐가 다음에 경험하는 더위에 이렇게 빠르게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분자가 간직한 기억때문. 이런 반응은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남. 원래 더위 스트레스 가설에서 열충격단백질은 더위로 인해 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몇 분 정도 지연시키는 응급조치 성격의 분자로 취급되었음. 그러나 추가연구를 통해, 열충격 단백질이 응급조치를 하는 분자로 기능하는 것은 맞지만 인체를 훈련하는 부수적 역할도 겸비하고 있음이 밝혀졌음. 따라서 인체는 처음 더위를 만났을 때보다 두번째 더위를 만났을 때 더 잘 적응할 수 있게 됨.
- 30여년전인 70년대 이전의 일본학생들은 여름이 도면 자연스레 체중이 줄었음. 그러나 그 무렵부터 도입된 에어컨은 학생들의 생활습관을 바꾸기 시작. 70년에는 일본 가정의 5.7%만이 에어컨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후 그 비율은 큰 폭으로 증가해 04년에는 일본전체 가정의 87.1%가 에어컨을 보유하게 되었고 도쿄의 경우 99%의 가정이 에어컨을 보유하게 됨. 학생들이 여름방학의 대부분을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거나 공부를 하면서 보내고, 운동은 하지 않기 때문에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체중이 늘어나게 되는 것으로 보임
- 보통 코르티솔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호르몬 체계는 신체적, 정신적 자극에 대한 유기체의 반응과 관련된 중요한 존재임. 따라서 아침에 잠에서 깨는 일 역시 코르티솔의 분비와 관련됨. 아침의 경우 코르티솔 분비현상은 잠에서 깬 뒤 20~40분 이내 혈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보통. 그런데 9월에 수행한 실험에서 여름내내 에어컨을 가동해 생활한 사람들의 경우 코르티솔 분비현상이 잠에서 깬 뒤 평균 두시간 이후에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됨.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이 에어컨을 가동한 건물에서 오랜시간을 보내기 전인 6월에 이뤄진 실험에서는, 실험 참가자들도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는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시간안에 코르티솔을 분비했었음.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림. 에어컨이 더위로부터 인체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뜨거운 야외와 시원한 실내를 오가면서 인체가 큰 폭의 온도 차이와 상대습도 차이를 경험하게 되면 코르티솔 분비의 균형이 깨져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 연구결과는 몇주에 걸쳐 연속적으로 에어컨에 노출되는 사람들의 경우 코르티솔 분비가 오전 10 전후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 이는 장기간 에어컨에 노출될 경우 아침형 인간이 늦잠꾸러기로 바뀔수도 있음을 시사. 여름철 면역체계를 사정없이 공격하는 자극제와 마주치게 되면 알레르기와 천식으로 고생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실내로 몸을 피함. 그러나 에어컨의 시대가 도래한 뒤로 서구사회에서는 오히려 알레르기가 그 어느때보다 흔하게 보이는 질병이 되었고, 천식은 매 10년마다 두배로 늘어나는 형편임. 1989년 영국의 전염병학자 데이비드 스트라찬이 최초로 정립한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위생가설은 아동기에 박테리아, 곰팡이, 선충류, 그 밖의 다양한 미생물에 충분히 노출되지 못한 사람들은 면역체계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알레르기와 천식의 공격에 취약해짐. 초창기 위생가설은 아이들을 발병률 감소가 면역력 저하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오늘날에는 아이들이 실외, 그중에서도 특히 자연환경에서 접할 수 있는 크게 해롭지 않은 미생물에게조차 노출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음.
- 더러운 환경에서 산다거나 깨끗한 환경에서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동이 천식에 걸리거나 걸리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는 없음. 농장 같은 환경이 아동의 면역체계를 강화해 천식의 공격을 막아준다는 위생가설은 여전히 설명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아무리 많은 연구가 수행되더라도 위생가설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임. 그렇다더라도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바깥에 가서 놀도록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임. 한편 선충류가 면역체계를 안정시키는 분자를 생성한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음.
- 인류는 자신이 만든 환경으로 자연환경을 즉시 대체할 수 있을만큼 발전했지만, 농경 정착생활을 하게 된 이래 꾸준히 진화해왔을 인간의 면역체계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 가령 면역체계의 한 특성을 예로 들어보자. 인체는 오래된 벗이라 불리는 유산균이나 오래된 적이라 불리는 병원성 선충 같은 일부 공격자들과 화해를 선언한 상태인지도 모름. 여기서 화해란 그런 유기체가 인체에 침입했을 때 면역체계가 억제됨을 의미. (병원성 선충과 화해를 선언한 이유는 병원성 선충이 항상 유해한 것은 아닌데도 숙주의 면역체계가 몸으로 침입한 병원성 선충을 제거하기 위해 애쓰게 되면 조직 손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 즉 인류는 그런 유기체들과 공존하면서 면역체계가 과민반응하지 않도록 유지해 온 것. 그런데 인위적으로 보호된 환경에서는 오히려 면역체계가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릴 가능성이 있음.
- 에너지 등급 표시는 장기적관점에서 친환경적이지 않은 활동을 친환경적인 활동처럼 보이게 만들 소지가 있음. 에너지 효율 등급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자연보호로 이어진다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줌. 즉 에너지 효율 등급이 없었더라면 더 작은 제품을 더 적게 소비했을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역할을 해 더 큰 제품이 많이 팔리게 함.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들로드  (0) 2014.10.19
창조적 지성  (0) 2014.10.18
비디오 코덱과 동영상 포맷  (0) 2014.10.17
중년의 발견  (0) 2014.10.12
블랙스완과 함께 가라  (0) 2014.10.03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