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에게 필요한 것

etc 2020. 2. 11. 08:08

스마트폰 화면을 엄지와 검지로 벌려 확대하거나 좁혀서 축소하는초점 조작(pinch to zoom)’ 기능은 미국의 수학자이자 컴퓨터과학자인 대니 힐리스의 머리에서 나왔습니다. 그를 만난 스티븐 잡스가 애플 제품에 아이디어를 적용했고, 대부분 모바일 화면의표준 기능으로 확산됐습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창조성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는 데이비드 에드워즈 교수는 힐리스가 발휘한 능력을미학적 직관이라고 부릅니다.

처음 가보는 길을 개척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직면했을 필요한 것은 논리와 전략이 아닌직관이라는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31일자 A26 기사 예술과 과학 넘나들 위대한 창조물나온다>는창의와 융합 강조되는 시대에 필요한 창조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창조를 추구하는 뇌에서 나타나는 감정적이고 인지적인 신경상태에 주목해야 한다. 창조를 위해서는 직관과 함께 열정, 공감, 순수함, 겸손, 지능, 집요함의 일곱 가지 미학적 요소가 필요하다.”

이런 것을 갖출 세상을 이롭게 바꾸는미학적 창조 가능해집니다. “미학적 창조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이익이나 문화적 영향력에 좌우되지 않는다. 미학적 삶을 살아가기 위한 개척자의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 개인의 이기심을 넘어 대중과 창조적 대화를 나눔으로써 중요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미국 아메리칸 레퍼토리극장의 예술감독 다이앤 파울루스는미학적 창조 연극에 생명을 불어넣은 인물로 꼽힙니다. 그는 관객이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던 연극에 활로를 열기 위해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습니다. “극의 무대를 숲속에서 뉴욕의 디스코클럽으로 옮기고, 요정의 오베론은 나이트클럽 대표로 탈바꿈시켰으며, 관객들에게 익숙한 1970년대 음악을 사용했다.” 이렇게 탄생한 <동키쇼>는 1999 막을 올린 이래 전문가들의 극찬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상황을 관찰하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미학적 지능 발휘한 덕분입니다.

독특한 지붕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도미학적 지능 결과물입니다. 성당을 건축한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는 고대 로마의 건축기술을 되살려보겠다는 열정을 품고, 당시 학문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던 공학과 수학 지식을 활용해 지붕을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나의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전설적인 창조자들이 마음껏 재능을 발휘할 있도록 도와준 후원자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피렌체가 미학적 창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활짝 품을 열어준, 가능성의 문화로 가득 있던 것도 두오모 성당 탄생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에드워즈 교수는진정한 창의와 융합 위해서는 미학적 창조를 향한 욕망과 열정을 뒷받침해줄 후원자들의 지원과 열린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결과물로 나타나려면, 피렌체와 같은 문화실험실이 더욱 많아지고 활성화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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