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은 위대하다

etc 2019. 12. 31. 10:38

오늘날 우리가 호주산 쇠고기를 즐길 있는 것은 쇠똥구리라는 벌레 덕분입니다. 사연이 흥미롭습니다. 호주 정착민들이 소를 들여다 목축을 시작한 1788, 곧장 토양오염 문제가 닥쳤습니다. 호주 생태계에는 소의 배설물을 분해해줄 존재가 없었던 탓입니다. 소똥이 곳곳에 말라붙어 토양을 파괴했고, 쇠파리까지 엄청나게 늘어나 사람들을 괴롭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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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에 2000㎢씩의 초지가 불모지로 변했고, 1960년에는 대부분의 땅을 놀리게 됐습니다. 소똥 사태 해결해낸 구원투수가 쇠똥구리입니다. 호주 곤충학자들이 끈질긴 노력 끝에 번식시킨 쇠똥구리 170 마리를 문제의 지역들에 풀어놓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초지를 덮었던 소똥들이 사라지고, 파리 떼도 덩달아 자취를 감췄습니다. 토양은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227일자 A27 기사 쓰레기·벌레 먹어치우는착한 벌레>는 곤충들의 독특한 생활사와 놀라운 쓰임새를 소개했습니다. “맨해튼의 개미가 1년에 처리하는 정크 푸드 쓰레기는 핫도그 6 분량에 달한다. 꿀벌부채명나방은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는 500년이 걸리는 플라스틱을 빠르게 먹어치운다.”

중국에서는 곤충의 이런 쓰임새를 활용하기 위해 특별한 공장까지 지었습니다. 바퀴벌레를 대규모로 사육하는 공장입니다. 이곳에서 10억여 마리의 바퀴벌레들이 맵든 짜든 먹을 것은 뭐든 가리지 않는 왕성한 식욕을 발휘해 매일 55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합니다. 우리나라 중소도시에서 발생하는 일일 음식물 쓰레기와 맞먹는 양입니다.

인간은 덩치가 크고 힘이 세다는 이유만으로 곤충의 생사를 쉽게 결정합니다. 하지만연공서열 생태 피라미드를 재구성한다면 곤충 앞에서 감히 고개를 없습니다.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고작 20 . 반면 곤충은 47900만년이나 된다.” 곤충들은 공룡도 피해가지 못한 대멸종을 다섯 번이나 겪고도 살아남았을 정도로 질긴 생명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곤충들이 이런 생존능력을 갖추기까지 얼마나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알게 되면 고개를 숙이지 않을 없습니다. “곤충들은 고도 60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와 섭씨 50도가 넘는 온천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크기와 형태, 색을 갖도록 진화했다. 결과 눈은 엉덩이에, 귀는 다리에, 혀는 발에 달린 희한한 곤충까지 등장했다.”

이렇게 5억년 가까운 세월을 견디고 살아남은 곤충들은 인간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초콜릿과 , 비단과 잉크, 항생제와 방부제, 광택제와 접착제 등은 모두 곤충에서 비롯됐습니다. 곤충에서 시작한 생체 모방은 드론 비행, 추적 감지, 위조지폐 방지, 우주여행 등의 첨단산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아프리카깔따구라는 곤충은 건조 상태에서 최대 17년을 견디다 약간의 물만으로 다시 정상적인 생명활동을 이어갑니다. 메커니즘이 밝혀지면 우주 성간(星間)여행 장시간 동면(冬眠) 가능해질 수도 있답니다. “곤충들이 문제를 해결해 영리한 방법들은 인간에게도 도움이 아니라, 새로운 영감을 준다. 곤충은 세계가 돌아가게 해주는 자연의 작은 톱니바퀴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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