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 르네상스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를 손쉽게 달성하려는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다. 실제로 전 세계적 으로 원자력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원자력산업이 다시 부흥하는 것이 아니라, 반세기 전 원자력에 열광하게 만들었던 원자력의 무한에너 지 신화가 다시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즉 원자력 르네상스가 아닌 바로 원자력 신화의 르네상스이다.
- 1950년대 핵에너지가 제시하는 무한에너지에 대한 꿈은 1960년대 서구 선진공업국을 중심으로 원자력발전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차 츰 무너져갔다. 반세기 전에는 인류가 직면한 모든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줄 것 같았던 원자력이 지금은 전력 생산의 일부 2008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16%만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단지 31개국에 서만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원자력 설비 용량 상 위 6개국 미국, 프랑스, 일본, 독일, 러시아, 한국이 전 세계 원자력 용량의 73%를 차지한다.
- 원자력 신화가 만들어내는 위험은 바로 공급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더욱 고착화시켜 에너지 수요관리, 즉 에너지 절약 및 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신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에너지전환을 어렵게 한다는 데 있다. 정치학자 레온 린드버그는 공급 위주의 경직된 에너지 정책이 에너지 위기의 원인이며, 이러한 에너지 위기가 세계경제의 불안을 초래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에너지 위기는 외부적으로 우연히 발생 하는 충격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공급 위주의 에너지 정책이 예견하지 못한 당연한 결과이다. 에너지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공급을 지속 적으로 증가시키는 데 역점을 두는 것이 이른바 '에너지 신드롬' 이다. 이 에너지 신드롬으로 인해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막대한 자본 을 투자함으로써 경제적 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고 한정된 예산 하에서 다른 공공부문에 투여될 공적 자금을 감소시킨다. 또 공급 위주의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의 수요관리와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약화시켜, 에너지 자원이 고갈되고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에너지 소비 감소를 어렵게 만듦으로써 경제적 불안정성을 더욱 가중시킴
-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이야기되고 있는 '원자력 르네상스'는 그 실체가 없다. 발전업체가 신규 원자력 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현 실이야말로 원자력산업이 다시 부흥한다는 주장이 허구임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원자력산업의 르네상스가 아니라 오 히려 원자력 '신화' 의 르네상스이다. 원자력은 미래에 무한한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라는 50년 전의 원자력 신화가 4세대 원자로, 핵융합, 원자 수소라는 옷을 입고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 무한한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신화는 현재 원자력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직시 하지 못하게 하며, 오히려 기후변화에 대한 현재의 대안적인 전략 구상 을 위협한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공급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더욱 고착화시켜 에너지 위기를 가중시킬 위험이 크다.
- 세계원자력협회 World Nuclear Association의 전략 및 연구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스티브 키드Steve Kidd(2005) 조차도 향후 원자력을 확대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재정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원자력이 동일한 규모의 열병합발전과 비교할 때 경제성이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서구 선진공업국에서 신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즉, 원자력에 대한 정치적 반대 여론, 발전소 건설 지연에 따른 비용초과 문제, 발전소부지 확보와 관련된 소송,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 이른바 원자력에 대한 나쁜 평판이 신규투자를 어렵게 하고, 이로 인해 민간 자본시장에서 원전 신규 투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한다. 그래서 스티브 키드는 원자력에 따라붙는 나쁜 평판을 없애기 위해 핵폐 기물 처리 문제에 대해 국가 책임규정을 보다 명백하게 만들고, 원자력 발전소 건설 지연을 막기 위해 건설 허가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제도를 보완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스티브 키드의 제안대로 제도를 보완하 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핵 확산, 테러, 핵폐기물 처리 문제와 관련된 위험을 고려한다면, 온실가스를 20% 감 축하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도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원자력을 확대해서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할 만큼 우리에게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 세계원자력협회의 스티브 키드가 원자력 쇠퇴의 원인을 경제성 문제가 아닌 정치적인 제도라고 주장한 반면, 미국의 저명한 에너지학자 인 아모리 로빈스Amory Lovins는 급변하는 전력 시장에서 원자력의 가장 큰 도전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원자 력은 마이크로 발전인 분산형 신재생에너지와 열병합발전, 그리고 네 가와트 수요관리를 통한 에너지 절약와 같은 에너지소비 효율을 증대시키는기술과 비교할 때 경쟁력이 떨어지는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한다(Lovins, 2005), 아모리 로빈스에 따르면, 대부분의 원자력 옹호론자들이 신재생 에너지나 효율적인 전력소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필요 성을 여전히 대형 발전소를 보완하는 기능으로 국한시키고 있다. 또 그들은 분산형 소형 발전이나 네가와트negawait 기술은 여전히 규모가 작 고 불확실하며 시장에서 성장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지배적인 에너지원이 될 수 없고, 세계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중앙 집중적인 대형 발전소가 필요하며, 따라서 이러한 측면에서 원자력이야말로 대규모로 깨끗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발전원이라고 주장한다. 아모리 로빈스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소형 발전소가 원자력보다 더 빠른 추세로 보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원자력 옹호론자 들은 이 사실에 눈을 감고 있다고 말한다.
- 화석에너지, 핵에너지에서 에너지체제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함 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독일의 헤르만 셰어는 자신의 저서 『에너지 주권』에서 기존의 거대 에너지원(화석연료, 핵에너지)은 그동안 많은 특혜 를 받아왔으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정은 이들 기득권 에너지원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회의적이고, 그 경제성 에 의심을 갖는 많은 이들은 그동안 화석에너지와 핵에너지가 기득권 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가 있었는지를 간과하고 있다고 함께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발전차액지원제도(재생에너지로 발전 했을 때 기존 전기생산액과의 차액부분을 정부가 보존해주는 것)와 같은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은 매우 당연하며, 원자력발전과 화석에너지가 갖고 있지 못한 지속가능성을 갖고 있는 재생에너지를 지원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밝히고 있다. 원자력발전의 연구개발 비용은 흔히 원자력발전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고려하지 않는 비용이다. 민간기업이 연구개발한 기술을 적용할 때 연구개발 비용 등을 포함시켜 건설비용 등을 설정하는 것과 달리 국가 주도의 연구개발로 이루어진 원자력발전은 그동안 특혜를 받아온 것이다. 즉 원자력발전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획득하는 비용이 원가에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계산법은 우리나라와 같이 전력산 업이 거의 독점되어 있으며 정부 주도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이루어 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원자력산업에 대한 특혜를 포함하지 않았기에 공정한 계산은 아닐 것이다(현재 발전시장은 자유로워졌으나 전체 발전량의 93.5%(2008년 기준)가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6개 회사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 민간 발전사업자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 운영하고 있는 경 우, 사고의 위험성, 사후처리비용의 부담감이 발전사업자에게 큰 부담이 되며, 이 비용이 원자력발전 비용에 계산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
- 전문가들은 식품 내에 방사능 물질이 함유될 경우, 다른 화합물과의 불안정한 화학반응이 일어나 독성물질이 생길 수 있고, 지용성 비타민의 파괴, 방사선 조사 특이화합물이 생겨 암을 유발시킬 우려도 있다고 지적. 실제로 방사선을 씐 결과 발생하는 특이 방사선 물질 중 강한 독성이 밝혀진 물질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물에서 변한 과산화수소이다. 물의 분자식은 HO 인데 여기에 강한 방사선을 쬐게 되 면 분자구조의 변형이 일어나 H2O2, 즉 과산화수소로 변한다. 과산화 수소는 산화력이 강해서 접촉되는 물질을 쉽게 산화시킨다. 그 산화력 때문에 식품을 구성하는 세포가 파괴되므로 방사선 조사는 건조 및 반건조 식품만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것이다.
- 또 다른 예로 요오드를 들 수 있다. 요오드는 인체에 꼭 필요한 영양 성분으로 특히 갑상선 세포들이 이를 주로 흡수한다. 일반적인 분자량은 126인데 방사선 처리를 강하게 하면 분자량 131인 방사성 동위원소로 변할 수 있다. 자연 상태의 요오드인 I-126은 우리 몸에 필수 영양 성분이지만, I-131은 세포를 파괴시키는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이를 갑상선 암 등을 치료하는 데 이용하기도 한다. 정상 상태의 갑상선 세 포는 I-126은 받아들이지만 I-131은 독이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는 다. 하지만 2~3개월 동안 요오드가 함유된 식품을 먹지 않는 제거식 을 철저히 하게 되면 갑상선 세포가 요오드에 굶주리게 된다. 그래서 정상 상태라면 받아들이지 않던 동위원소인 131을 먹게 되고, 갑상선 세포가 독성 때문에 파괴된다. 이러한 원리를 치료에 적용해 갑상선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게 된다. 각종 해산물과 마늘, 버섯, 참깨, 시금치 등에도 요오드가 함유돼 있 는데 이런 식품을 방사선 처리하게 되면 그 안의 요오드가 세포독성물질로 변할 수 있고, 갑상선 세포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될 우려도 있 는 것이다.
- "핵산업의 '르네상스'는 거의 공상에 가깝다. 핵에너지는 지구 온난 화에 대한 다른 재생가능한 방법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 다. 핵발전소의 건설과 채굴, 보호, 처리단계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날 것이고 확산과 테러리즘, 사고 같은 계량 불가능한 위험도 수반 한다. 핵폐기물은 1,000여 년간 유해한 상태로 유지될 것이다. 미래의 핵국가는 중앙집중화되고 치안이 삼엄할 수 있다. 핵무기가 오랜 기간 세계 안보에 대한 틀린 해법이었듯, 핵발전 역시 지구 온난화에 대한 그릇된 해결책일 것이다." (개번 매코맥 Gavan McCormack 호주국립대 명예교수)
-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원자력 발전 확대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주정부 차원에서는 다양한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음. 최근 전력부족 사태를 맞은 캘리포니아주는 원자력이 전력 생산의 13%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거부하고 있다. 2008년 4 월 민주당이 다수당인 주의회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제시한 원자력발 전 확대방안을 거부하였다. 에너지비용, 온실가스 저감 그리고 원자력 발전을 둘러싸고 캘리포니아주에서 진행된 일련의 논쟁 및 법안 상정 과정은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강조하는 공화당과 시민 참여를 통 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강조하는 민주당의 입장 차이를 보여준다.
공화당의 원전 추진론자들은 온실가스가 기후를 위협하고 지구온난 화에 실질적인 원인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설사 민주당의 주장에 동의하더라도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 전은 추진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원전 추진론자들은 원자력 확대를 거부하는 환경주의자들과 민주당이 기후변화와 지구환경 문제 에 대한 걱정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전 반대론자들의 친 환경주의는 실제로 사람들을 현혹하여 정책의제를 선점하고 정국의 주 도권을 갖고자 하는 속셈이 있다고 여긴다.
- 일본의 대표적인 반핵 시민과학자인 다카기 진자부로(2000)는 다음과 같이 일본이 갖고 있는 원자력의 의미와 집착에 대하여 역설하고 있다.
"원자력 개발에 있어서 그것은 불행한 출발이었다. 사람들은 안전성이라든가 인간 생명에 대한 영향이라든가, 또 거기서 생기는 갖가지 방사성 물질이 지구환경이나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하는 것 을 생각하기보다는 우선 거대한 힘을 손에 넣고 보자는 데 혈안이 되 었으며 우선 파괴력으로서 이러한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개발의 동기로 작용했던 것이다. 게다가 계획 자체가 핵무기 개발이라 아 주 특수한 비밀의 장막에 가려진 채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공개된 논의나 정보 공개 없이 극비리에 사업이 추진됐다는 사실도 불 행한 일이었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원자력이 이후의 발전과정에서 수 정할 수 없는 이러저러한 굴절을 남기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원자력 정책에 관한 경제적 · 정치적 가설
1. 에너지 경제학적 가설
1.1. 원자력의 소유 및 운영 형태가 원자력의 확대 및 폐쇄 여부를 결 정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원자력 폐쇄 정책을 결정한 모든 국 가에서 사기업이 원자력발전소를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와 반대로 현재 신규원전 건설이 진행 중인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원자력발전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즉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지원하지 않을 경우 사기업 형태의 발전업체나 민간 투자자의 입장에서 원자력은 경제적으로 결코 매력적인 사업이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계획 단계에서부터 건설되기까지 10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되고 초기 자본 비용이 많이 드는 원자력발전소는 전력 수급 변화에 유연하 게 대처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유화된 전력시장에서 원자력발전에 대 한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무엇보다 원자 력발전소의 신규 부지 확보와 방사성폐기물 처리 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발전소 건설 지연에 따른 건설 비용 상승은 원자력에 대한 투자 입지를 더욱 좁힐 것이다.
1.2. 원자력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원자력 기술에 대한 경로의존성' path dependency은 더욱 커진다. 기술은 그 기술을 지원하는 다른 사회경제적 제도와 함께 발전하는 사회제도적 복합체제이기 때문에, 어떤 기술이 선택되면 이 선택된 기술과 서로 다른 사회제도적 기반을 요구하는 기술은 시장에서 선택되기 어렵다. 아모리 로빈스가 원자력과 같은 중앙집중적인 거대 규모의 에너지원과 재생가능에너지 같은 분산적 중소 규모의 에너지원이 서로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즉 두 에너지 원은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제도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또 원자력발전 과 같이 거대 규모의 기술은 발전용량이 커질수록 발전소를 폐쇄할 때 중소 규모의 에너지원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원자력 폐쇄를 정치적으 로 결정한 스웨덴과 벨기에의 경우 원자력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46%와 54%로 매우 높다. 이들 국가에서 계획대로 원자력 폐 쇄를 진행하기 힘든 것도 전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력 의존도를 쉽게 탈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3. 원자력발전소 건설은 계획 및 건설 기간이 길기 때문에 잘못된 전력 수요 예측에 따른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원자력은 10년 이상의 계획 및 건설 기간이 소요되는데, 10년 이후의 전력 수요 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발전업체는 수요관리보다는 공급을 증가시키는 계획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일단 거대 용량의 발전소가 건설되면 저장할 수 없는 전력의 속성상 전력은 스스로 수요를 창 출하여 전력 낭비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의 1980년대 이후 원자력발전이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 착공된 원자력발전소가 1980년대 들어 완공되기 시작하면서 1980년대 중반 전력설비공급 예비율이 50% 이상 상승했는데, 이 러한 전력설비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심야전력 제도를 도입하여 전력을 싸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이후 전력 수요가 증가하여 전력 공급 예비율이 10%대 이하로 떨어지면서 다시 원자력 설비를 증 대하는 방향으로 전력 공급이 이루어졌다. 즉 과잉 공급이 수요를 창출 하고, 증가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하여 다시 공급 설비를 증가해야 하는 우스꽝스러운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한국은 거대 규모의 발전원에 기초한 공급 위주의 전력 정책을 고수 하고 있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에 국가에너지위원회 산하 갈등조정위 원회의 한 분과에서 원자력의 적정 비중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으며, 현재 이명박 정부에서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원자력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에 원자력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59%까지 증가시키고자 한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원자력의 비중이 높아지면 기저부하의 과잉으로 인해 중소 규모 발전원을 시장에서 몰아내고 전력 낭비 구조를 심화시킬 가 능성이 크다.
2. 원자력 정책에 관한 정치학적 가설
원자력은 상용화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 되는 에너지원으로, 현대 산업사회의 대표적인 사회갈등을 야기하는 분야 중 하나이다.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왜 원자력은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는가? 원자력은 현대 산업문명의 '풍요' 를 대변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험사회' 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자력에 대한 견해는 현대 산업사회의 풍요로움'과 '위험'에 대한 서로 다른 세계관을 반영한다.
원자력을 찬성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기술 발전에 낙관적인 입장을 취하며, 기술은 순수하게 중립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현대의 기술 문명으로 발생한 문제는 또 다른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원자력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지라도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자력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원자력이 라는 에너지원을 선택하는 문제는 단순히 기술을 선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라고 인식한다. 그리고 거대기술이 만들어내는 문제를 또 다른 기술로 해결하려고 할 때, 또 다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문제에 봉착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리고 양적인 경제성장보다는 질적인 경제발전을 강조하며 원자력과 같은 중앙집중적 거대 기술의 비민주성을 비판한다. 이렇게 기술과 경제발전에 대한 서로 다른 가치관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원자력 문제는 정치적 갈등으로 발전한다. 따라서 원자력을 둘 러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결국 한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구조나 정치문화에 의존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제도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제도이다. 모든 정치의 보편적 언어는 '갈등' 이며, 이 갈등이 사회화되는 과정이 바로 민주주의의 핵심 과정이기 때문이다(Schattschneider, 1960).
- 근대역사학의 확립자인 랑케 Leopold von Ranke는 “역사가는 과거가 본래 어떠한 상태 에 있었는가를 밝히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역사적 사실 자체에 중점을 두었던 반면에 콜링우드 Robin G. Collingwood는"모든 역사를 현대의 역사" 라고 규정함으로써 역사란 본질적으로 현재 의 관점에서 이해되고 해석되는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한 바 있다. 『역 사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t Carr의 경우에는 과 거에 중심을 두는 역사관과 현재에 중심을 두는 역사관을 포괄하는 입 장을 취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역사란 “과거 사실과 역사가 사이의 부 단한 상호작용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라고 정의될 수 있 다. 따라서 역사는 과거 사실 자체뿐 아니라 현재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원자력 정책사 역시 과거 사실 자체가 아니라 현재 상황 속에 서 어떻게 이해될 것인가가 중요하다. 원자력 정책과 관련해서 지금의 상황이 과거 1960~1970년대 또는 1980~1990년대와 어떤 측면에서 다른지 또 어떤 맥락에서 재해석되어야 하는지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특히 원자력 정책을 둘러싼 국내외의 상황이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환경문제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급격히 변해가고 있다. 국제적으로 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사양산업으로 전락했던 원자력이 2004 년부터 시작된 신고유가와 기후변화협약으로 인해 르네상스를 맞이했 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이준웅, 2009), 국내에서도 원자력을 저탄소 녹색성장의 대표주자로 전면에 내세워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 획이 발표된 상황이다. 이와 같이 고유가와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맥락하에서 과거 한국의 원자력 정책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본 뒤에야,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 영광군수는 원자력발전소 입지로 인한 각종 사고의 위험을 호소하며,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불편과 고통이 너무나 크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발전소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원자력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이 겪는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전기 요금에 일정 비율(3.7%)을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조성하고, 전력기반 조성사업센터를 통해 원전사업 및 발전소 주변지역을 지원하는 일에 기금을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2008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사업에 사용된 돈은 1516억 1600만 원이다(전력기반조성 사업센터, 2008). 이 돈은 가동 ·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발전소의 발전기로부터 5km이내의 읍·면·동 지역인 발전소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소득 증대 사업, 공공시설 사업, 주민 복지 사업 등에 사용된다. 발전소 지역 주민들이 각종 개발 제한과 환경문제 등의 피해를 입기때문에 직접보상을 하는 것은 일면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정부와 발전사업자가 전력기금을 가지고 발전소 입지에 따른 온갖 사회문제를 무마하고자 회유 사업의 당근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양이원영,2009). 실제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발전 관련 민원이나 입지갈등 문제를 보상금 으로 해결하는 방식에 의존해 왔으며,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도 이런 방식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발전소 입지만 아니라 2005년 방폐장 부지 선정 과정에서도 정부는 유치지역에 '3천억+처리비용수입'을 제시한 사례가 있음. 원자력발전 관련 입지를 지원금과 보상을 중심으로 무마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방식이 아님.
- 정부와 한국전력은 1980년대 원전 설비 과잉으로 인한 여유전력을 해소하기 위해 인위적인 전력 수요 확대정책을 펼쳤다. 정책의 핵심은 전기요금 인하였다. 정부는 1980년대 원자력발전소 준공에 따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모두 9차례의 전기요금 인하정책을 펼쳤다. 특히 영광, 울진 원전이 연이어 준공된 1987년, 1988년에는 2년 동안 네 차례나 전기요금을 인하했다(석광훈, 2006), 전기요금 저가정책은 결 국 전력 소비 증가를 가져왔다. 1987~1997년 사이 연평균 전기소비 증가율은 12.8%에 달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GDP 성장률 8%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로 증가한 것이다. 이 시기에 정부나 한국전력이 에너지 절약이나 효율 정책을 펼칠 필요가 없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남아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1985년 한국전력은 전기요금 인하에 이어 심야전력제도를 도입했 다. 심야전력제도는 수요가 없는 밤 시간대 원자력발전소 잉여전력을 소비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밤에는 전기를 낮시간 요금보다 저가로공급하는 것이다. 심야전력 도입으로 전력 수요는 급격하게 증가했고, 1990년대 이후 전력 부족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력부족은 다시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명분이 되었다. 놀라운 것은 1986년 국내 전력공 급 예비율이 55%로 과잉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미국의 GE 사와 영광 원자력발전소 3,4호기 발주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다. 1986년은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한 해이기도 하다. 정부는 원자력이 불러온 여러 재앙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원자력발전 선호정책을 펼쳤다. 또한 1980년대의 원전 설비 과잉은 소규모 분산형 발전설비가 확대되는데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 시기에 다양한 전력수급을 위해 원래 계획되어 있던 LNG 등 중소형 발전소 설비 계획이 취소되었다.
- 값싼 전기요금 때문에 발생하는 국민들의 에너지 과소비가 문제인가? 사실 2008년 기준 전체 전력사용량에서 주거용은 15%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나머지 85%는 공공 서비스 업무용과 산업용에서 소 비하는 것이다. 전력요금은 용도별로 다르게 책정되어 있다. 전기를 쓰 는 시간대와 전압의 차이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양이원영, 2009). 전체 전력사용량의 절반을 산업 부문에서 소비하는데,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80.50원에 불과하다. 산업용 전기는 원가 이하로 판매될 뿐만 아니라 밤 11시부터 오전 9시까지 심야에 판매되는 산업용경부하요금 은 kWh당 최저 38.1원 이다. 산업용 경부하요금 제도는 부하가 적은 심야에 공장을 가동하는 경우에 전기요금을 주간요금의 절반 정도로 할인해주는 제도이다. 한국 전력은 산업용 전력을 발전원가의 90% 수준에서 공급하고 있으며, 경 부하요금은 그 절반 수준, 즉 원가의 50% 미만으로 공급하고 있다(2007 년 기준), 산업용 전력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경부하전력은 1차 금속과 석유화학산업 등 특정 업종에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 이것은 결국 전기요금의 원가를 가격에 반영했을 때, 일반 국민들이 특정 기업체가 사용하는 전기요금을 대신 내는 것과 같은 교차보조 문제를 발생시킨다. 산업용 전력요금 저가정책은 산업부분의 전력소비를 부추긴다. 고 유가와 같이 다른 에너지원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올라가게 되면, 산업 부분의 에너지원을 전력분야로 전환시켜 전력 수요를 더욱 높이는 현 상이 발생한다. 2008년 추경예산에 반영된 1조 2250억 원의 공기업(한국전력공사, 한국 가스공사) 손실분에 대한 예산지원도 결국 원가 이하로 판매된 산업용 전기에서 발생한 손실분을 국민들이 세금으로 메워준 셈이다. 기업이 전기용광로를 돌리는 데 사용한 전기요금을 국민들이 부담한다는 얘기 다. 지식경제부는 2008년 11월 전기요금 인상에 이어서 2009년 6월에도 전기요금을 평균 3.9% 인상했다. 주택용 · 농사용 요금은 동결하고, 산업용 · 교육용 · 가로등용을 상대적으로 인상했다. 그러나 일반용을 제외한 전기요금은 여전히 원가 이하로 책정되어 있다. 전기요금이 싸 면 당장은 좋지만, 저렴한 요금정책으로 전력 수요 관리에 실패하고 에너지 과소비가 발생하면 결국 부담은 국민들 몫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지속가능성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먼저 주택용이나 일반용 전력소비자가 산업용과 심야전력 전기요금을 교차보조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 1985년 한국전력은 심야전기요금제도를 도입했다. 심야전기요금제도 는 밤 시간에 원자력발전으로 남아도는 전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 만든 제도이다. 2007년 심야전기요금은 동절기 kWh당 52.1원, 기타 계절에 37.9원으로 공급되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값싼 심야전기를 이용해 난방을 하는 가구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심야 전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결국 남아도는 전기를 값싸게 공급한다는 심야전력의 본래 취지와 달리, 값비싼 LNG복합발전이나 중유발전으로 전기를 추가로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2008년에만 심야전력 부하초과 로 LNG 발전을 돌리기 위해 지출한 비용만 1억 7,000달러에 달한다. 낮은 원가회수율(62.9%)로 심야전력에 교차보조한 금액은 3640억 원 (2008)에 달한다. 심야전기 과다사용으로 인한 추가비용을 일반 산업체 와 가정이 부담하는 셈이다. 주택용 전력의 경우 전체 1300만 가구의 5%인 70만 심야전기 이용가구가 전체 주택소비전력의 26%를 사용하고 있다. 전기난방은 에너지 효율로 보면 엄청나게 호사스러운 일이다. 가스불로 압력밥솥에 밥을 하면 가스를 직접연소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효 율이 높다. 반면 전기밥솥으로 밥을 짓게 되면 멀리 떨어진 발전소에서 석탄이나 석유, 우라늄으로 생산되고 송배전망을 통해 집으로 송전된 전기를 다시 열에너지로 전환해 사용하는 셈이다. 하물며 긴긴 겨울 밤 전기로 난방을 하는 것은 더욱 비효율적인 일이다. 전력 발전효율이 30~40%이므로 전기로 난방을 하면 석유나 가스, 석탄 등에 비해 효 율이 떨어진다(원종률, 2009). 등유난방은 리터당 7,160kcal의 열량을 내는 데 비해 전기난방은 리터당 3,380kcal로 열효율이 47.2%밖에 되지 않는다(지식경제부, 2009).
-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해법은 기존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제를 전환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그 일이 힘들다고 좀 더 쉽거나 에둘러 가려고 할 때, 인류는 원자력의 함정에 빠지기 쉽 다.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은 에너지 수요관리이다. 우리처럼 에너지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면서 동시에 저탄소 사회를 지향할 때 가장 손쉬운 선택이 바로 원자력에너지인데,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안은 말 그대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부는 먼저 에너지 수요관리를 위한 목표와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에너지다소비 산업구조를 전환하고, 에너지 가격구조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활성화시켜, 우리 사회의 에너지 체제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 사회문제가 복잡해지면서 입법부의 정책형성 능력이 행정부의 전문 지식에 미치지 못하는 행정국가 가 된 이후로는 대의민주주의 의사결정과정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졌거나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 특권화된 전문가와 전문지식이 의사결정을 지배함으로써 시민 다수의 선호가 반영되기 어렵고 정치적 비주류의 가치가 대변되지 못한다.
- 세계 각국의 원자력 정책에 영향을 미쳤던 첫 번째 요인이 원자력발전 사업체의 소유 및 운영 구조였듯이 한국에서도 한국수력원자력의 소유구조가 원자력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전력산업은 현재 국가 소유의 공기업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 본계획이 수립되었던 1999년 당시에도 한국수력원자력만큼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포기한 적이 없으며, 지금은 발전회사의 민영화가 중단되면서 전력산업의 국가소유구조가 전반적으로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한국은 원자력과 관련해서 단 한 번도 국가의 소유권과 운영권을 포기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국가이다. 그렇다면 원자력을 국가가 소유할 경우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원자력이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라고 주장 한다. 전력산업 수급계획도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인 원자력이 기저부하를 담당하도록 수립되어져 있다. 그렇지만 원자력발전을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는 원전건설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이 참여를 꺼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원자력의 경제성에 대한 반박의 증거가 될 수 있다. 원자력산업에 감춰진 비용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경제성과 관련해서 이처럼 왜곡된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으로 인한 핵폐기물처리장 건설비용, 고압 송 전선로 건설비용, 원자력사고에 대한 보험비용, 원자력문화재단 운영 비용 등이 국가에 의해 감춰진 비용들이다. 이처럼 한국 정부는 원자력 과 관련된 각종 비용들을 감춰놓은 채 국가 독점적인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 발전차액지원제가 에너지원별 매입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발전사업 자들이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이라면, 의무할당제는 정부가 한국전력이라는 발전사업자에게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강제로 배정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하는 정부 주도형 정책이라는 차이가 있다. 이처럼 한국전력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가 도 입될 경우 시민단체와 민간이 주도하는 소규모 에너지 자립형 발전사 업이 배제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발전차액지원제를 채택한 독일과 스페인이 의무할당제를 실시한 영국보다 신재생 에너지 공급을 더 성공적으로 확대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에서조차 소규모 발전사업에 한해서 발전차액지원제를 새로 도입한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원자력에 대한 국가의 독점구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가 독점구조를 깨뜨리기는 쉽지 않 겠지만, 결국 소비자 주도형 에너지 수급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 심야전력은 양수발전과 충돌되는 정책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낭비를 조장한다는 측면에서도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다. 처음에는 원자력에 의해 생산된 잉여전력을 소비한다는 목적으로 수립된 정책이었지만, 심야전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값비싼 천연가스 발전소까지 가동시켜야 겨우 공급을 충당하는 사태로 발전하고 말았다. 이렇게 급증한 심야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다시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어야 하는 악순환의 대표적인 연결지점이 바로 심야전력이다. 심야전력 소비가 늘어나면서 과거에는 여름철 냉방기 사용에 의한 첨두부하 대비 예비 전력 확보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중앙정부는 최근 들어 겨울철 난방기 사용에 의한 첨두부하 발생이라는 에너지 소비패턴의 변화마저 걱정해 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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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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