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즉각적인 피드백과 무수한 데이터가 제공되는 규칙에 얽매인 닫힌 세계인 체스에서는 AI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해 왔다. 운전이라는 규칙에 얽매이지만 좀 더 혼란스러운 세계에서는 AI가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 왔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엄격한 규칙도 없고 완벽한 기록 데이터도 갖추어지지 않은 진정으로 열린 세계의 문제들에서는 AI가 이룬 성과가 비참한 수준이다. IBM의 왓슨은 퀴즈 프로그램인 「제퍼디!」에서 인간을 물리쳤고 그 뒤에 암 진단 분야에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나섰지만, 몇몇 AI 전문가들이 왓슨 때문에 보건 의료 분야에서 AI 연구가 오명을 뒤집어쓰지나 않을까 내게 걱정을 드러낼 만치 장엄하게 실패했다. 한 종양학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제퍼디!에서 이기는 것과 모든 암을 치료하는 것의 차이는, 「제퍼디!」에서는 우리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질문들 만 나온다는 것이다. 암 치료 분야에서는 규명할 방향을 제대로 잡아서 질문하는 것조차도 아직 어렵다.
-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는 경험이 많은 이들이 마찬가지로 학습된 경직성에 빠져든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스위치들을 눌러서 전구들을 순서대로 켜고 끄는 논리 퍼즐을 제시했다. 학생들은 그 순서를 계속 반복할 수 있었다. 그 퍼즐은 70가지 방법으로 풀 수 있었으며, 성공할 때마다 소액의 상금이 주어졌다. 학생들에게는 아무런 규칙도 알려 주지 않았으므로, 학생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규칙을 알아내야 했다. 해법을 하나 찾아낸 학생은 상금을 더 받기 위해서 그 해법을 되풀이해 적용했다. 그 해법이 왜 먹히는지는 전혀 신경도 안 썼다. 그 뒤에 새로운 학생들에게 같은 퍼즐을 주고서, 이번에는 모든 해법들에 적용되는 일반 법칙을 찾아 내라고 했다. 놀랍게도 그 퍼즐을 새로 접한 학생들은 모두 70가지 해법에 다 적용되는 규칙을 찾아냈다. 그러나 앞서 한 해법을 찾아내 어 상금을 계속 받곤 했던 학생들 중에는 단 한 명만이 그 규칙을 찾아냈다. 슈워츠는 논문의 부제목을 이렇게 붙였다. 규칙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사람들을 가르치는 법. 즉 협소한 해법이라는 단기적 인 성공을 되풀이할 때마다 보상을 제공하면 된다는 것이다.
- 과학자와 일반 대중이 예술에 취미를 가질 확률은 거의 비슷하지만, 가장 영예로운 국립과학원 회원으로 선출된 과학자일수록 자기 직업 이외의 취미 활동을 할 가능성이 훨씬 더 많다. 노벨상을 받은 이들은 더욱더 그렇다. 다른 과학자들에 비해 노벨상 수상자들은 아마추어 배우, 댄서, 마술사 등 다양한 공연자로 활약할 확률이 적어도 스물두 배 더 높다.38 전국적으로 알려진 과학자들은 다른 과학자 들보다 음악가, 조각가, 화가, 판화가, 목공예가, 기계공, 전자제품 개조 활동가, 유리 공예가, 시인, 소설이나 비소설 작가로 활동할 가 능성이 훨씬 높다. 그리고 여기서도 노벨상 수상자는 훨씬 더 그렇다. 또 가장 성공한 전문가는 더 폭넓은 세계에 속해 있다. 스페인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현대 신경과학의 아버지인 산티아고 라몬 이 카 할 Santiago Ramón y Cajal은 이렇게 말했다. 멀리서 보면 그들이 에너지를 산만하게 낭비하는 양 보이겠지만, 사실 그들은 연결하고 강화 하고 있다.) 동료들로부터 진정한 전문가라고 여겨지는 과학자들 과 공학자들을 여러 해에 걸쳐 연구한 끝에 나온 주된 결론은 자기 분야 너머에 미적 관심거리를 지니지 않은 이들은 자기 분야에 창의 적인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40 심리학자이자 창의성 연구로 유명한 딘 키스 사이먼턴Dean Keith Simonton은 창의적인 성취자들 이 〈협소한 주제에 강박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의 폭이 넓다고 간파했다. 자기 분야만 파고들 때에는 나올 수 없는 깨달음을 이 폭넓은 관심사를 통해 얻는 일이 자주 있다.>
- 듀크 엘링턴은 정식 음악 레슨을 받은 극소수에 속했다. 일곱 살 때 마리에타 클링크스케일스라는 화려한 이름의 교사에게 레슨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음 읽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금방 흥미를 잃었고, 음악을 아예 관두고 야구에 몰두했다. 학교에 다닐 때에는 드로잉과 회화에 관심이 있었다(나중에 장학금을 줄 테니 미대에 오라는 제안을 거절하긴 했다). 열네 살 때 엘링턴은 우연히 래그타임을 듣 게 되었는데, 7년 만에 처음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서 자신이 들었던 곡을 따라서 쳐보려고 시도했다. 「혼자서 쳐보려고 시도할 때까지, 나는 음악과 아무런 관계도 없었어요. 누가 나를 가르치든 간에, 규 칙과 규정이 너무나 많았어요. (......) 혼자 앉아서 이해하려고 할 때 에는 너무나 괜찮았어요.. 한때 미국 최고의 작곡가라는 평판도 얻었지만, 그는 악보를 볼 줄 몰랐기에 해독자를 고용해서 자기만의 음악 표기법을 전통적인 음악 표기법으로 바꾸어야 했다.
-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귀 전문 외과의 이자 청각 전문가이자 음악가인 찰스 림Charles Limb은 재즈 음악가들이 MRI 스캐너 안에서 즉흥 연주를 할 수 있도록 금속을 뺀 건반을 고 안했다. 림은 그 음악가들이 연주할 때 주의 집중, 억제, 자기 검열과 관련된 뇌 영역들의 활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이렇게 말했다. 마치 뇌가 자신을 비판하는 능력 을 꺼버리는 것 같아요. 45 즉흥 연주를 할 때 음악가들은 의식적으 로 오류를 찾아내는 행동과 거의 정반대로 교정을 중단한다. 즉흥 연주의 거장들은 아기처럼 배운다. 먼저 푹 빠져든 채 흉내내고 즉흥으로 연주를 하며, 형식적인 규칙들은 나중에야 배운다. 체키니는 내게 말했다. 처음부터 엄마가 책을 주면서 〈이건 명사야, 이건 대명사야, 이건 현수분사야〉라고 말했겠어요? 우리는 먼저 소리를 습득합니다. 문법은 그런 다음에야 배우는 거죠.」
한번은 장고 라인하르트가 솔리드보디 전기기타를 발명한 레스 Les Paul과 택시를 탔다. 폴도 독학으로 음악을 배웠고, 로큰롤과 미국 발명가 두 분야에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유일한 사람이었다. 라인하르트는 폴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악보를 읽을 수 있는지 물었다. 폴은 나중에 이렇게 회상했다. 못 읽는다고 대답했죠. 그러자 그는 눈물이 나올 때까지 낄낄 웃어 대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도 못 읽어요. 난 C가 뭔지도 몰라요. 그냥 연주하는 거죠.)
- 심리학자 로버트 비요크 Robert Bjork는 1994년에 〈바람직한 어려움〉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썼다. 16 20년 뒤 그는 공동 저술한 책에서 이 학습의 과학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결론 내렸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본적인 메시지는 교사와 학생이 현재의 수행을 학습이라고 해석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습할 당시에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숙달되었음을 시사할 수 있지만, 학습자와 교사는 그런 성적이 빠르지만 금방 사라지는 성과를 의미하곤 한다는 점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 대학교 수학 문제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구획 연습 방식으로, 즉 특정한 유형의 문제들만을 한꺼번에 연습하는 식으로 배운 학생들이 동일한 문제들을 모두 뒤섞어서 배운 학생들보다 시험 성적이 훨씬 낮았다. 구획 연습을 한 학생들은 반복을 통해 각 문제 유형을 푸 는 절차를 학습했다. 혼합 연습을 한 학생들은 문제 유형들을 분류 하는 법을 학습했다. 나비종 식별에서 정신질환 진단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공부하는 간에 학습자들에게서 동일한 양상이 나타났다. 해군의 방공 시뮬 레이션 연구22에서도 훈련 당시에는 혼합 연습을 한 이들이 구획 연습을 한 이들보다 훈련 때 친숙해진 위협 시나리오들에 대응하는 양상을 평가하는 시험에서는 성취도가 더 낮게 나왔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시나리오들을 제시한 평가 시험에서는 혼합 연습 집단이 구 획 연습 집단보다 압도적으로 성취도가 높았다.
- 2001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 중 하나인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폭넓은 유추적 사고를 촉진할 자료 집합을 컨설턴트들에게 제공하고자 인트라넷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상호 작용적 게시물들은 분야(인류학, 심리학, 역사 등), 개념(변화, 유통, 생산성 등), 전략적 주제(경쟁, 협력, 통합과 연대 등)에 따라 분 류되어 있었다. 합병 뒤의 통합을 도모할 전략을 짜는 컨설턴트는 정복왕 윌리엄이 11세기에 영국을 노르만 왕국과 어떻게 통합했는지〉에 관한 게시물을 숙독할 수도 있었다. 셜록 홈스의 관찰 전략을 기술한 게시물은 노련한 전문가들이 당연시 여기는 세세한 것들로 부터 배운다는 착상을 제공할 수 있었다. 급속히 사세가 커지는 신생 기업을 맡은 컨설턴트는 승리 뒤의 추진력을 유지하는 일과 지나치게 과욕을 부리다가 패배하는 일 사이의 허약한 균형을 연구한 프로이센 군사 전략가의 저술로부터 착상을 얻을 수도 있었다. 이 모든 자료들이 눈앞에 있는 사업상의 걱정거리와 아주 동떨어진 양 보일 수 있다. 바로 그것이 요점이다.
- 지금까지 이루어진 전문가 문제 해결을 다룬 연구들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것 중 하나는 한 학제 간 과학자들이 한 것인데, 결론이 아주 단순했다. 성공적인 문제 해결자는 문제에 맞는 전략을 고르기에 앞서 문제의 심층 구조를 잘 파악한다는 것이다. 덜 성공적인 문 제 해결자는 모호한 분류 과제에서 대다수의 학생들과 더 비슷한 양 상을 보인다. 즉 영역이라는 맥락처럼 겉으로 명백하게 드러난 특징 들만으로 문제들을 마음속으로 분류한다. 연구진은 최고의 수행 능 력을 보인 이들에게서는 문제 해결이 문제를 입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라고 썼다.
교육학의 선구자 존 듀이John Dewey는 『논리학 탐구의 이론 Logic, The Theory of Inquiry』에서 이렇게 썼다. 잘 표현된 문제는 절반은 푼 셈 이다.
- 성인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상냥해지고, 더 양심적이 되고, 더 감정적으로 안정되고, 덜 신경질적이 되지만, 경험에 덜 개방적이 된다. 중년이 되면 점점 더 한결같아지고 신중해지며, 호기심과 열린 마음과 창의성은 줄어든다. 이런 변화는 어른이 나이를 먹을수록 폭력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점점 줄어들고 더욱 안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는 사실처럼, 잘 알려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가장 중대한 성격 변화는 18세에서 20대 말에 걸쳐서 일어나므로, 일찍 전문화한다는 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직무 적합도를 예측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방식은 먹힐 수도 있지만, 아닐 때가 더 많다. 게다가 성격은 서서히 변하긴 해도, 어느 나이에 멈추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사실상 한순간에 바뀔 수도 있다.
- 2007년 미셀은 이렇게 썼다. 이 발견의 핵심은 집에서 공격적인 아이가 학교에서는 대다수 아이들보다 덜 공격적일 수도 있으며, 교제 를 거부당했을 때 유달리 적대적인 남자가 자기 일을 비판하는 말에는 유달리 관대할 수 있으며, 의사의 진료실에서는 심하게 불안해하는 사람이 차분하게 암벽을 오를 수도 있으며, 위험을 무릅쓰는 사업가가 사회적 관계에서는 거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로즈는 더 쉬운 말로 요약했다. 당신이 오늘 운전을 할 때 양심적이고 예민하다면, 내일 운전을 할 때도 양심적이고 예민할 것이라고 꽤 안전하게 예측할 수 있다. 반면에 당신은 동네 술집에서 자기 밴드와 비틀스 노래를 연주하고 있을 때에는 양심적이고 예 민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마 그것이 대니얼 카너먼과 동료들이 군대(1장 참조)에서 장애물 훈련 때 누가 지휘자 역할을 하는지를 토대로 전투 때 지휘자가 될 사람을 예측한 것이 실패한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내가 대학 육상 선수였을 때, 동료 중에는 트랙에서는 한없이 의욕이 넘치고 단호해 보이지만 교실에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그 반대인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가 열정과 끈 기가 있는지 묻는 대신에, 우리는 언제〉 그러한지를 물어야 한다.
오가스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든 자신에게 적합한 맥락에 데려다 놓으면, 더 열심히 일할 것이고 바깥에서 볼 때 더 열정과 끈기가 있는 양 보일 것이다.
- 아이바라는 우리가 샘플링 활동, 사회 집단, 맥락, 직업, 경력을 통해 살아가면서 직무 적합도를 최대화하고, 나중에 돌이켜 보면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끼워 맞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과정은 반복된다. 쉬운 말처럼 들린다면, 정반대로 소비자들에게 오로지 자기 성찰을 통해서 자신에게 완벽하게 들어맞는 것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시키기 위해 십자군 전쟁에 나선 저 엄청난 무리를 생각해 보라. 오로지 그 개념에 기대어서 떼돈을 벌고 있는 직업과 성격 알아보기 퀴즈와 카운슬링 산업이 번성하고 있지 않은가. 아이바라는 내게 말했다. 자신의 강점을 찾아내자는 이 모든 주장들은 사람들에게 우 리가 얼마나 성장하고 진화하고 꽃을 피우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지 를 아예 고려하지 않은 채 그냥 이쪽이나 저쪽 칸에 틀어박혀도 좋다. 고 허가증을 내주라는 말과 같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확실한 답을 원 하지요. 그래서 그런 주장들이 먹히는 겁니다. 음, 실험을 좀 해보면 서 어떻게 되는지 알아봅시다〉라고 말하면 덜 와닿거든요.
그런 주장들은 이 설문지를 다 채우기만 하면, 이상적인 직업으로 나아가는 길이 훤히 보일 것이라고 약속한다. 심리학자들이 시간과 맥락에 따라서 개인이 변화를 겪는다는 말을 아무리 떠들어 댄다고 해도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한다. 아이바라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새로운 직업으로 나아가는 손쉬운 길 같은 흔해 빠진 통념에 기댄 기사들을 비판했다. 그 기사는 그저 행동하기 전에 자신이 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한 그림을 그리기만 하면 된다고 단언 한다.
대신에 아이바라는 그 신성시되는 격언을 영리하게 뒤집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행동한 뒤에 생각하는 거죠. 아이바라는 사회심 리학을 토대로 우리 각자가 무수한 가능성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 장을 설득력 있게 펼쳤다. 「우리는 행동함으로써, 새로운 활동을 시도함으로써, 새로운 인맥을 구축함으로써, 새로운 역할 모델을 찾 아냄으로써 가능성들을 발견합니다. 우리는 이론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
- 아이바라가 계획한 뒤 실행 모형이라고 부르는 것 - 먼저 장기 계획을 세우고서 어긋나지 않게 실행한다는 개념으로서, 해보면서 배우기 모형의 정반대 - 은 천재를 묘사할 때 으레 들먹거려진다.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대리석 덩어리 앞에 서면 손을 대기도 전에 먼 저 완벽한 형상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냥 나머지 돌을 쪼아 내어 그 안의 형상을 드러냈을 뿐이라는 속설이 널리 퍼져 있다. 대가에 어울리는 아주 멋진 재능이다. 그러나 그 속설은 사실이 아니다. 예 술사가 윌리엄 월리스 William Wallace는 미켈란젤로가 사실은 해보면서 배우기의 대가였음을 보여 주었다. 미켈란젤로는 끊임없이 생각을 바꾸었고, 조각을 하다가 도중에 계획을 바꾸기도 했다. 그의 조각품 중 5분의 3은 미완성으로 남았다. 그는 하던 작품을 끝내기 도 전에 더 나아 보이는 새 작품을 작업하는 쪽으로 옮겨 갔다. 월리스는 분석한 글의 첫머리에 이렇게 썼다. 미켈란젤로는 어떤 미술 이론을 그대로 풀어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일단 시도했고, 그 런 뒤에 거기서부터 나아갔다. 그는 조각가이자 화가이자 건축가였고, 피렌체를 요새로 만들기 위한 공학적 설계도 했다. 20대 후반에 그는 아예 시각 예술을 내팽개치고 시를 쓰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 으며(자신이 회화를 얼마나 싫어하게 되었는지를 적은 시도 한 편 있다 ), 그 시들 중 절반은 미완성이었다.
- 직무 적합도를 높이고자 열망하는 모든 사람들처럼, 미켈란젤로도 이론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서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누구를 조각하고 있는지를 배웠다. 그는 먼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서 그것을 시험하고 바꾸고, 더 마음에 드는 작품을 위해 쉽게 포기했다. 미켈란젤로는 실리콘밸리에 잘 어울렸을 것이다. 그는 거침없이 모험을 반복하는 사람이었다. 아이바라의 새로운 격언에 따라 일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볼 때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를 안다.
- 요코이의 가장 큰 성공은 수평적으로 생각했을 때 일어났다. 그는 전문가가 필요했지만, 기업이 커지고 기술이 발전할 때 수직적 사고 를 하는 초전문가들이 계속 가치를 지니는 반면 수평적 사고를 하는 제너럴리스트는 그렇지 않게 될까 봐 걱정했다. 요코이는 이렇게 설 명했다. (아이디어를 고갈시키는) 손쉬운 방법은 컴퓨터 성능의 세 계에서 경쟁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 (.......) 화면 제조사와 전문 가 그래픽 디자이너가 이깁니다. 그러면 닌텐도의 존재 이유가 사라 져요. 그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수평적 사고와 수직적 사고를 하 는 이들이 함께 일할 때 최고라고 느꼈다.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프리먼 다이슨 Freeman Dyson은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 우리에게는 눈앞에 집중하는 개구리와 멀리 보 는 새가 둘 다 필요하다. 그는 2009년에 이렇게 썼다. 새는 높이 날 면서 멀리 지평선까지 폭넓게 수학적 경관을 살핀다. 우리의 생각을 통합하고 경관의 다양한 영역에서 나온 다양한 문제들을 하나로 엮 는 개념들을 좋아한다. 한편 개구리는 그 아래 진흙탕에 살면서 주 위에서 자라는 꽃들만 본다. 개구리는 특정한 대상의 세세한 부분들 을 좋아하며, 문제를 한 번에 하나씩 해결한다. 다이슨은 수학자 로서의 자기 자신을 개구리라고 하면서도 이렇게 주장했다. 새가 더 멀리 보기 때문에 개구리보다 낫다거나, 개구리가 더 깊이 보기 때문에 새보다 낫다라는 주장은 어리석다. 그는 세상은 넓은 동시에 깊다고 썼다. 세상을 탐사하려면 새와 개구리가 협력해야 한다.
- 유타 대학교의 애비 그리핀 Abbie Grifin 교수는 현대의 토머스 에디슨들을 연구해 왔다. 그와 두 동료는 그들을 연쇄 혁신가 serial innovator)라고 부른다. 연구진이 그들을 가리키는 표현들은 이제 익 숙하게 들린다. 모호함의 높은 포용력〉, 〈시스템적 사고〉, 〈주변 분야로부터의 추가 기술 지식〉, 〈기존에 있던 것의 전용〉, 〈유추를 써서 발명 과정에 유용한 입력을 얻는 데 능숙함〉, 〈동떨어진 단편적인 정보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는 능력〉, 〈다양한 출처에서 나온 걸보들을 종합, 아이디어들 사이를 훨훨 넘나드는 듯함〉, 〈폭넓은 관심사), 다른 기술자들보다 더 많이(그리고 더 폭넓게) 읽고 관심 의 폭이 더 넓음), 다수의 영역에 걸쳐서 의미 있게 배울 필요성), (연쇄 혁신가는 자기 분야 바깥의 기술 전문성을 지닌 다양한 사람 들과 의사소통할 필요도 있다). 감이 잡히는지?
- 다윈의 일지를 연구한 심리학자 하워드 그루버 Howard Gruber는 다윈이 자신과 같은 과학적 종합가가 실험적으로 공 략하기에 적당한 실험들만을 개인적으로 했다고 썼다. 그 밖의 모 든 것들은 서신 교환에 의존했다. 제이시리 세스가 썼던 방식도 비 슷했다. 다윈은 늘 여러 연구 과제 사이를 넘나들었다. 그루버는 그 것을 모험의 망>이라고 불렀다. 그가 과학적 주제로 서신을 주고받 은 사람은 적어도 231명에 달했고, 그들은 지렁이에서 인간의 성 선택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사를 토대로 약 열세 개 집단으로 묶을 수 있다. 그는 그들에게 온갖 질문들을 했다. 그리고 그들의 답신에서 원하는 정보가 든 부분을 오려서 공책에 붙였다. 때로 혼란스러워 보일 만큼 개념들이 뒤엉키는 식이었다. 너무 버거워질 만치 공 책이 혼란스러워지면, 각 면을 찢어 내서 탐구 주제별로 묶었다. 종 자를 갖고 실험을 할 때는 프랑스, 남아프리카, 미국, 아조레스 제도, 자메이카, 노르웨이의 지질학자, 식물학자, 조류학자, 패류학자뿐 아니라, 이런저런 일로 알게 된 수많은 아마추어 자연사학자와 일부 정원사들과 서신을 주고받았다. 그루버가 썼듯이, 창작자의 활동은 바깥에서 보면 당혹스러울 만치 잡다)30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각 활동을 진행 중인 모험들 중 어느 하나에 대응시켜서 지도화〉할 수 있다. 그루버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어느 면에서 찰스 다윈의 가장 큰 업적은 다른 이들이 이미 알아낸 사실들을 나름의 해석을 통해 집대성한 것이다. 그는 수평적 사고 통합자였다.
- 고슴도치는 중요한 지식을 생산한다. 아인슈타인은 고슴도치였다. 그는 복잡성의 밑에 놓인 단순성을 보았고, 그것을 증명할 우아한 이론을 찾아냈다. 그러나 그는 생애의 마지막 30년을 자신이 출범시키는 데 한몫을 한 양자역학에 내재된 혼란스 러워 보이는 무작위성을 없앨 하나의 만물의 이론을 추구하는 일로 보냈다. 천체물리학자 글렌 매키 Glen Mackie는 이렇게 썼다. 한 가지 합의가 이루어져 있는 듯하다. 말년의 아인슈타인이 수학적 곁눈가 리개를 쓰고 있어서, 관련된 발견들에 개의치 않았고 자신의 조사 방법을 바꿀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비유적으로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원자의 구조를 밝힌(토성의 고리와 태양계라는 유추를 써서) 동시대인 닐스 보어Niels Bohr는 아인슈타인이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하고, 신이 우주를 어떻게 움직인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대꾸했다.
고슴도치는 복잡성을 대할 때 그 밑에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체계화한 단순한 결정론적 인과 법칙이 깔려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체스 판에서 되풀이해 나타나는 패턴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우는 남들이 단순한 원인과 결과라고 착각하는 것에서 복잡성을 본다. 그들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대부분 결정론적인 것이 아니 라, 확률론적인 것임을 이해한다. 모르는 것도 있고 행운도 있으며, 역사는 반복되는 양 보일 때에도 정확히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말 그대로 사악한 학습 환경에서 일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이기든 지든 간에 그 경험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기가 무척 어려울 수 있는 환경이다.
- 테틀록의 20년에 걸친 연구를 보면, 여우와 고슴도치 둘 다 성공한 예측을 한 뒤에는 그 예측을 더욱 강하게 보강함으로써 금세 자신의 믿음을 갱 신했다. 그러나 당혹스러운 결과가 나올 때면, 여우는 그에 맞추어 서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 고슴도치는 거의 바꾸지 않았다. 일부 고슴도치는 크게 틀린 것으로 드러난 권위적인 예측을 했는데, 그 뒤에 더욱 잘못된 방향으로) 이론을 갱신했다. 그들은 틀리게 만든 원래의 믿음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테틀록은 말했다. 판단력이 좋은 사람이란 자신의 믿음에 집착하지 않는 사 람이다.〉 내기에서 지면, 그들은 이겼을 때 승리의 논리를 강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패배의 논리를 받아들인다. 이를 한마디로 학습이라고 한다. 때로 학습은 경험을 완전히 옆으로 치워 놓는 것을 수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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