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골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중심의 정시모집 비율이 평균 29%인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의 주요 16개 대학에 대해 2023학년도부터 40% 이상으로 높이며, 또한 학생부종합전형은 비교과 영역과 자기소개서의 대입 반영을 점차 줄여 2024학년도에는 전면 폐지한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1일 대입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도록 언급하고, 또한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율 확대를 공언한 데 따른 교육부의 조치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2022학년도부터 ‘정시 30% 이상’을 확정·공표했으며,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의 부정 입학이 드러난 뒤에도 수시·정시 비중 조정은 검토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정시 비율 확대를 지시하자, 그동안 공언했던 정책을 번복, ‘정시 40% 확대’로 발표했다.
대입정책은 한국 교육정책 중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대입정책의 변화에 따라 중·고등학교 교과는 물론 수업방식이 변하고 심지어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이렇게 민감한 대입정책을 매년 변경하니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움을 넘어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가증되고 있다. 특히 이번 개편안은 ‘조국 사태’가 배경이 되었으니, 어떻게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2023년부터 정시 비중 확대로 지금 고2와 고1, 중3, 중2 입시가 모두 제각각이 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는데 10년은 고사하고 매년 변경되니 이렇게 혼란스러우면 과연 한국 교육이 발전하겠는가. 사교육의 병폐를 막고 공교육을 강화할 교육부 고위층이 이번 개편안으로 사교육을 받은 학생이 수능 고득점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것은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이번 개편이 발표되자 벌써 서울 강남지역은 집값이 들썩이고 대입학원이 요동치고 있는 것을 교육부 당국은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공정성 강화를 내세운 대입 개편안이 공교육 정상화를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국어·영어·수학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사교육은 기승을 부릴 것이고, 이에 다양성 교육은 사실상 공염불이 될 것이다. 교육 불평등 해소의 정책 목표는 오히려 고소득층에 유리한 교육 격차만 확대될 것이다.

오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기 때문에 2028학년도에도 대대적인 대입 개편이 예고돼 있다. 그때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으나, 정권이 바뀌거나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대입제도가 바뀌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는가. 국가발전을 위한 장기적 계획 하에 교육정책을 안정화 시키는 것이 중요함을 정부가 깊이 인식해야 된다.

출처 : 경기일보(http://www.kyeonggi.com)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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