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인 최종학 교수가 같은 제목으로 다섯번째로 지은 책이다. 첫번째 책이 2009년에 출간되었으니, 14년에 걸쳐 다섯번째 책을 낸 셈이다. 이미 서울대학교에서 강의하실 때 생생한 사례중심으로 진행한다고 잘 알려져 있으며, 회계의 전문적인 내용을 일반인들도 알기쉽게 이해하도록 풀어낸 책이다.
최종학 교수는 홍콩과기대에서 6년 연속 최고강의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서울대 최초로 우수연구상과 우수강의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등 회계분야에서 세계적인 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경영대학 교수들이 지은 책들은 일반적으로 미시적인 경영기법이나 추상적 개념들을 미사여구로 늘어놓는 경향이 있다. 그에 반해 최종학 교수의 저서들은 경영자들이 숫자라는 도구로 큰 그림을 보고 이를 이해해서 경영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접근한다. 특히 외국기업들의 오래된 사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많은 시간을 들여 자료를 탐색하고 개발한 한국 기업들의 생생한 사례들로 구성되어 있어, 국내에서 발생했던 여러 기업관련 사건들을 이해하고, 사례에서 배운 지식을 기업의 의사결졍에 적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책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사건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둘러싼 한화와 산업은행간의 소송사건,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논란, 아시아나항공 사태와 회계대란 등 최근 대한민국을 들썩하게 만들었던 주요한 경영적 사건들에 대해 알기 쉽게 해설하고 있다. 그간의 시리즈를 통해서 매 권마다 민감한 이슈를 다룬 글이 일부 있었는데, 특히 이번권에서는 민감한 글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대학교수로서 정치적인 사안에는 의견을 표시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인데, 철저하게 회계학자의 입장에서 할 말은 하고있다. 저자는 권력자나 권력기관이 자신이 세운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회계를 이용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그에 대해 저항하고 비판해 왔으며, 이번권에서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잘한 것은 잘했다고, 못한 것은 못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많은 경영자들이 회계지식 부족으로 회계정보에 드러난 회사의 강약점과 리스크 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회사를 위기에 빠뜨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경영자들이 투자나 경영에 관한 전문 지식 없이 그냥 감이나 귀동냥으로 기업을 경영했다가는 큰 실패를 경험하기 마련이다. 경영자들은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를 통해서 과거 사건들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회계라면 연상되는 딱딱한 재무제표나 숫자를 나열하는 형식이 아니라, 최근 수년간 국내외에서 화두가 되었던 유명기업에 대한 사례를 회계나 재무 측면에서 생동감 있게 소개하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있다. 그러면서 여러 기업들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되짚어보는 즐거움이 있으며, 경영에 있어서 많은 중요한 점들을 배울 수 있다. 회사의 경영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경영적 사건들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익계산서에 이익이나 손실(이 둘을 합쳐서 손익으로 표기함)이 기록되었다고 해도, 그 손익이 내재가치가 변동해서 생긴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회계처리 방법의 차이로 인한 발생액(accruals) 때문 에 생긴 손익인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현금흐름을 동반 한 손익, 미래에 현금흐름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선반영한 손익, 과거 에 이미 발생한 현금흐름의 변화를 후반영한 손익만이 기업의 내재가 치 변동을 반영하는 손익이다. 모든 손익이 똑같은 것이 아니며, 손익의 본질에 따라 주가에 반영되는 정도도 다르다. 현금흐름이 동반되는 손 익이 아니라면 손익계산서에 손익이 기록되었더라도 그 손익이 주가에 반영되는 정도는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미미할 것이다.
- IFRS 도입 이전에는 A회사가 B회사의 1 의결권 있는 주식을 50% 이상 소유하는 경우, 2 의결권 있는 주식의 30%를 초과해 소유하고 있으면서 최대주주인 경우, 3 이사회의 과반수 이상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경우에 A회사가 B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 단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했다. 그런데 IFRS에서는 규정이 바뀌 었다. 지분비율이 50%가 넘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방법을 통해 B회사 를 실질적으로 지배해 이사회를 임명하거나 재무정책과 영업정책 등을 결정할 수 있다면 종속회사로 간주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도록 했다. 마찬가지로 지분비율이 50%가 넘더라도 다른 이유가 있어서 B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못한다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 이상의 내용을 보면 IFRS 도입 이전에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상대적으로 명확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IFRS 도입 이후에는 기준이 좀 더 복잡하다. 지분비율이 50%에 미달하는 경우 실질지배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한 판단이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회계는 1+1=2의 수학 공식처럼 명확한 것이 아니다. 회계처리를 결 정할 때는 여러 판단을 해야 한다.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애매하고 선택 가능한 대안들이 모두 충분한 근거를 갖춘 상황이라면, 기업 입장에서 는 자신들이 더 유리한 방향으로 판단할 것이다. 기업이 아닌 어느 누구 라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나중에 그런 판단을 뒤집 어서 처벌한다면 기업은 엄청난 규제 위험에 처하게 된다. 더군다나 특 정 기업을 타깃으로 해서 혼내줘라'는 지시가 위에서 내려온 경우라면, 이런 판단과 관련된 회계처리들을 골라 손쉽게 문제 삼을 수 있다. 물론 SK 건이 그런 경우라는 뜻은 아니며, 앞으로 이럴 위험이 존재한다는 경도로만 언급하겠다.
이런 일이 계속될 위험이 있으므로,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기가 될 회계거리가 있다면 전문가 입장에서 판단을 내리기가 두려워진다. 특히 최근 들어 회계법인의 법적 책임이 크게 증가한 후 이런 경향이 더욱 커졌다. 그 결과 선택 가능한 대안이 있다면 가장 보 수격으로 회계기리를 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이런 이유에서 기업 과 감사인, 건임 감사인과 후임 감사인 사이에 올바른 회계처리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견이 크게 증가했고,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회계기준원에게 길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혼란과 갈등이 일시적인 것이고 시간이 지나가면 자동으로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필자도 그랬으면 하지만 쉽게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사건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필자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지만, 정치적인 이유에서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한 처벌이 있는 한 앞으로도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건은 계속해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의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두는 사회가 왔으면 한다. 이 사건을 구체적으로 염두에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적인 이야기일 뿐이지만, 요즘 들어 정치와 관계가 없어야 할 국가 행정조직조차도 정치화되어가는 듯해서 안타깝다.
- 버핏은 1998년 발행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차보고서에서 “우리는 우리가 소유한 회사들의 CEO에게 회계처리 때문에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경영자는 무엇이 중 요한가를 고려해야지,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를 고려하면 안 된다(We want our managers to think about what counts, not how it will be counted).”라고 말한 바 있다. 회계장부에 표시되는 이익이나 부채 비율 수치 때문에 경영 의사결정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그의 견해를 표현한 말이다.
- 구체적으로 버핏이 회계 및 공시 관련해서 언급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그리고 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이익)를 의사결정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EBITDA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2 단기 이익이나 성장률 예측치를 발표하고, 이 예측치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단기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기업의 장기 발전에 좋지 않다. 따라서 단기 예측치를 차라리 발표하지 말아야 한다.
3 과거에 경영자가 발표한 예측치나 애널리스트들이 발표한 예측치를 달성했다고 자랑하는 경영자들이 있다. 경영자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신이 아니다. 예측치를 달성하기 위해 경영자들이 이익을 조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4 퇴직자들에게 미래에 지급해야 할 금액을 의미하는 퇴직급여나 연금부채 를 추정할 때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가정을 사용해야 한다.
5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사업보고서에 사용해야 한다. 외부 사람들이 읽 었을 때 이해하기 힘든 설명을 사용하는 경영진은 무엇인가 숨기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버핏은 과연 자신의 발언대로 투자할까? 실제로 버핏이 투 자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다른 기업들에 비교할 때 3과 4의 기준을 잘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른 기준들에서는 버핏의 투자기업 과 다른 기업들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 회계기준에 따르면 연구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전액 발생 시점에 비용(연구비)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으며, 연구 단계와 개발 단계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라면 전액 연구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로 간주 한다. 그리고 개발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해당 기술을 실제로 개발할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에만 개발비'라는 항목의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연 구비는 발생 시점의 비용으로, 개발비는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도이치증권의 보고서에 '자본화(capitalization)'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자본화란 비용으로 회계처리하지 않고 '자산의 증가 (즉 개발비)로 회계처리했음을 나타내는 용어다. 무형자산으로 기록 된 개발비는 미래 일정 기간 나누어서 순차적으로 비용으로 인식된다.
전문용어로는 '무형자산 상각'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 하면, 연구비(비용)란 당기에 발생한 지출을 모두 비용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연구비가 아니라 개발비(무형자산)로 기록하면 미래 여러 연도에 나누어서 비용을 인식하므로 당기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개발비로 분류해 무형자산으로 기록한 경우라도, 나중에 혹시 연구 개발 활동이 실패해서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면 무형자산의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무형자산(개발비) 의 장부금액을 감소시키고 그 액수만큼 손실(손상차손)을 기록한다.
- TRS 거래에서는 기초자산이 TRS 지급자의 자산이므로 TRS 수령자는 이 자산의 보유에 대한 회계처리를 할 필요가 없다. KT렌탈 거래를 보면, KT렌탈의 주식 30%는 재무적 투자자들의 자산이므로 롯데그룹은 이 주식에 대해서는 회계처리를 할 필요가 없다. 이 점을 보면 TRS거래를 이용해서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일부 조달할 때 조달된 자금을 부채로 기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정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2.78%의 수수료는 이자비용에 해당하는 셈이다.
- 만약 롯데그룹이 TRS 거래가 아니라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면 이 차입금은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부채로 기록되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TRS 거래를 이용함으로써 자산과 부채를 동시에 재무상태표에 서 뺄 수 있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낮게 표시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전문용어로 '부외부채(off-balance sheet financing 또는 unrecorded liability)가 존재한다.'라고 표현한다.
다만 TRS 거래 시 TRS 수령자가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는 비용이므 로 손익계산서에 기록된다. TRS 거래가 아니라 자금의 차입거래로 기 록했다면 지급해야 하는 이자비용 대신 수수료비용이 손익계산서에 기 록될 것이다. 따라서 TRS 거래가 손익계산서에 보고되는 포괄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액수는 동일한데 비용의 항목만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여러 사용 사례가 있고 TRS 거래가 국내에 소개된 지 아직 얼마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TRS 거래는 더 빈번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경영자라면 TRS 거래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유용 할 것이다. 일반적인 형태의 거래를 통해서는 달성할 수 없는 특수한 경 영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TRS 거래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사들도 적극적으로 TRS 거래에 뛰어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채권을 매 수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율보다 TRS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고정수수료율이 높기 때문에, 재무적 투자자의 입장에서 볼 때도 TRS는 좋은 투자수단이다. 이런 거래를 중개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도 좋은 시 장이 생기는 것이다.
- 외부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부외부채 문제를 발생시키는 TRS 거래의 본질을 자세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큰 손실(또는 큰 이 익)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투자자가 TRS 거래의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현재는 공시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기업은 왜 그런 회계처리 방법을 선택했는지를 주석을 통해 외부 정보 이용자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설명을 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공시미비로 징계받을 수 있고, 심지어는 분식회계로 더 큰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 전환권의 복잡한 회계처리
사채를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한 기업에서 사채는 당연히 부채로 기록된다. 그런데 사채에 부가되어 있는 전환권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다.
전환권은 파생상품으로서 이 파생상품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만약 전환가와 주식의 시가 차이가 크지 않다면, 앞으로 시가가 상승하면 사 채 투자자는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 다. 그렇다면 전환권의 가치가 클 것이다. 그러나 만약 전환가가 현재 시가보다 월등히 높아서, 앞으로 시가가 상승하더라도 전환가를 초과해 상승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면 전환권의 가치는 크지 않다. 이처럼 사채 발행 시점에서 전환권의 가치를 별도로 평가해서 이 가치를 재무제표에 기록해야 한다. 전환권의 가치평가는 회계법인이나 평가사 등에서 수행한다.
- 일반적인 전환사채의 경우 전환권의 가치는 자본으로 기록한다. 즉 부채에 해당하는 사채와 자본에 해당하는 전환권을 구분해 기록한다.
따라서 전환사채 발행 시 한 번 기록하면 사후적으로 자본 항목의 가치변동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런데 전환가격 재조정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전환사채의 경우는 회계처리가 훨씬 복잡해서, 전환권이 파생상품부채로 기록된다. 그리고 매 기간 부채의 공정가치를 평가해서, 가치가 변동한 경우 가치 변동분은 평가손익으로 기록하고 전환권(부채)의 가액을 변동시킨다. 예를들어 시가가 상승해 투자자들이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 전환권(부채)의 가치가 증가한 것이다. 그 결과 전환권(부채)을 증가시키고 그만큼을 파생상품 평가손실로 인식한다.
이 금액은 현금이 유출되는 손실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실 로 인식하는 이유는 앞으로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전환 요청을 하면 주식을 발행해 시가보다 싼 전환가로 투자자들에게 지급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식을 발행해 시가대로 판다면 더 많은 돈을 수취 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전환가만 받을 수 있으므로 둘의 차이를 손실로 기록하는 것이다.
주가가 하락한다면 반대의 상황이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전환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환권의 공정가치가 하락한다. 따라서 전환권(부채)의 감소를 기록하면서 동시에 가치감소분을 파생상품 평가이익으로 기록한다. 현금을 수취한 이익은 아니지만, 장차 주식을 발행해 발행가로 투자자들에게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줄어들기에 그 가능성의 변화만큼 이익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보면, 부채로 분류된 전환권을 회계기간마다 공정가치로 평가한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실무 문제를 일으키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신주인수권만을 사채로부터 별도로 분리해서 거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소액주주에게는 불리하지만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것 으로 의심되는 거래가 종종 발생했던 것이다. 이런 행위를 막기 위해 금 융위원회에서는 2015년 법률을 개정해서, 신주인수권이 분리 가능한 신주인수권부사채는 공모로만 발생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즉 사모로 발행되는 거래를 금지한 것이다. 사채를 인수하고 소수의 재무적 투자 자와 지배주주가 협상을 통해 은밀한 거래를 숨어서 하는 것을 막기 위 해서다. 주석 8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 거래가 금지되자 전환사채를 이 용해 여러 복잡한 거래를 순차적으로 수행해서 신주인수권부사채와 비 슷한 효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도 생겼다. 이처럼 비도덕적인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생긴다는 것이 안타깝다.
- 대규모기업집단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이유
합병 이후 제일모직(명칭 변경 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16.5%의 지분을 보유한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 및 이건희 회 장을 포함한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비율은 30.4%가 된다. 기타 다른 삼 성 계열사들이 약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합병 이후 지배주 주의 지분율이 합병 전보다 조금 낮아지지만 경영권의 위협을 받을 정 도는 아니다. 합병 이후 삼성그룹의 1대 주주는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 용 회장으로 바뀐다. 이병철-이건희-이재용 회장으로 내려오는 3세 경 영 시대가 시작하는 것이다. 이재용 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을 제외한 삼 성의 다른 계열사 지분은 많이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지주회사 역할을 할 정도로 다른 계열사들의 지 분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재용 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할 수 있다.
- 지배주주가 모든 그룹 계열사 각각을 지배할 필요 없이, 지주회사 하나만 지배하면 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들에 대한 경영권은, 지주회사가 나서서 다른 계열사의 주식을 경영권을 확보할 만큼 취득 하면 된다. 따라서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하면서 지배주주는 각 계열사 들에 대한 보유주식을 팔아 현금화하고, 이 돈으로 지주회사의 주식을 인수해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한다. 삼성의 경우는 지분을 사 고 파는 대신 계열사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를 탄생시킨 경우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었다.
- 보유주식의 매도나 합병 대신 주식교환의 방법으로 지배주주가 지주 회사에 대한 지분비율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 지배주주가 A회사의 주식 (A주식)과 B회사의 주식(B주식)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경우, B회사 주주 들에게 주식교환을 통해 새로 발행한 A주식을 배분하고, 그 대신 A회사 가 주주들로부터 B주식을 넘겨받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A회사가 B회 사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게 되어, A회사가 모회사, B회사가 자회사가 된다. 그리고 이 주식교환에 응한 주주들은 주식교환 이후 B회사의 주 주가 아니라 A회사의 주주가 된다. 지배주주는 이 방법을 통해 B주식 을 A주식으로 교환하고, 원래 보유하고 있던 주식과 교환해 받은 주식 을 합하면 A회사의 주식을 상당히 많이 보유하게 된다. 이것만으로 경 영권을 확보하기가 충분하지 않다면, 지배주주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이용해 주식시장에서 A주식을 더 매입하면 된다.
- 그런데 물적분할을 하지 않고 현 상황대로 남겨 둔다면 투자를 수행할 자금을 조달하기가 힘들다. 부채를 통해 조달하려면 재무상황이 악화될 것이며, 증자를 통해 조달한다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물량이 늘어날 것이다. 즉 이 두 방법 모두 주가의 일부 하락을 초래할 것이다. 물 적분할 없이 부채를 이용(즉 돈을 빌려와서)하거나 자본을 이용(즉 증자를 해서)해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 모두 기존 주주들에게는 손해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투자도 하지 않는다면 장기 적으로 그런 기업은 발전하지 못하고 도태될 것이다. 이 경우도 기존 주주들에게 손해가 된다.
- 회계를 잘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정의견을 받은 경우 회계처리가 적절하게 잘 수행되었다는 의미로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감사는 일부 표본만을 조사해 문제가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적정의견을 받았다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감사과정에서 살펴본 표본들에서는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물론 적정 의견을 받은 경우라면 상대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드물겠지만, 일 부 표본만을 살펴보기 때문에 문제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발견 못했을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적정의견' 이라는 용어 자체가 혼란을 불러 일으키는 '적정하지 않은 표현인 셈이다. 관계 당국에서 앞으로 이 명칭을 보다 적절한 것으로 변경하기를바란다.
그런데 회계법인이 네 가지 감사의견 중 하나를 발표하면서, 감사보 고서에 감사의견 이외에 기업이 처한 특수한 사항에 대한 설명을 추가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특기사항이 존재한다고 표현한다. 특기사항에 는 중립적인 내용이 제일 많지만 일부 부정적인 내용들도 있을 수 있다.
- 부정적인 특기사항으로 회사가 조만간에 망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 이라는 것이 제일 많이 언급된다. 이를 전문용어로 '계속기업존속가능 부화실성의견'이라고 부른다. 회계법인이 회계처리에서는 특별한 잘못을 발견하지 못해서 적정의견을 발표했지만, 동시에 해당 기업에 대해 계속기업존속가능불확실성의견을 발표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즉 특기사항은 감사의견과는 별개다. 이처럼 회계법인이 발표한 감사보고서에는 많은 중요한 정보가 요약되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투자 후보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꼼꼼히 읽을 것을 권한다. 감사보고서는 사업보고서에 포함되어 공시된다. 사업보고서가 너무 길어서 읽기가 힘들다면 최소한 1~2페이지에 불과한 감사보고서라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2018년부터는 회계법인이 감사 도중에 파악한 중요한 사항들을 핵심감사사항(Key Audit Matters, KAM)이라는 이름으로 감사보고서에 설명하는 것이 의무화된 결과, 감사보고서의 내용이 과거보다 더 증가했다. 감사의견이 적정의견일 때도 투자자들이 재무제표를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감사보고서 본문에 설명되어 있는 것이다.
- 상장기업들이 무려 700조 원이나 되는 막대한 현금을 사내에 유보시켜 '사내유보금' 이라는 명목으로 쌓아두고 있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다. 사내유보금' 이라는 용어는 재무제표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으며 기업들이 일상적으 로 사용하는 용어도 아니다.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가 어떻게해서 생겨 났는지도 불확실하다. 이들이 주장하는 사내유보금이란 회계상으로는 '이익잉여금' 이라고 불리는 계정이다. 영어로는 retained earnings(이 익 중 보유분) 또는 reinvested earnings(이익 중 재투자분) 이라는 용어 로 불린다. 정치인들은 이 계정에 적힌 금액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라고 오해하고 이를 세금으로 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익잉여금은 현금이 아니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를 배당으로 지급하고 남은 금액이다. 물론 이 금액 중 일부는 현금자산의 형태로 회사 내에 남아 있다. 그러나 이익 중 대부분은 기업의 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한 투자자금으로 사용되어 기업 외부로 지출된다. 예를 들면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를 기계설비를 취득 하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고, 연구개발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reinvested earnings 라는 영어 용어를 봐도 이 금액이 투자 목적으로 사용한 금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이익잉여금 총액이 700조 원쯤 된다는 이야기는 옳지만, 이 700조 원이 현금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의 경우 현금 및 기타 현금성 자산의 비중은 이익잉여금의 5%미만이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2% 정도다. 그러니 사내유보금의 10%를 세금으로 걷어야 한다는 주장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전부뿐만 아니라 보유 중인 기계나 건물도 팔아서 세금을 내라는 황당한 주장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더 이상 존속할 수 없게 될 것이다.
- 아무리 광고를 해도 코카콜라의 아성은 변하지 않았다. 즉 코카콜라는 이미 유리한 곳에 진을 치고 방어 준비를 잘 갖추고 있는 웰링턴 장군의 군대인 셈이다. 그러니 펩시가 아무리 노력해도 콜라 시 장에서 코카콜라와 경쟁해서 승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콜라 = 코카 라는 이미지가 굳어진 상황에서 소비자의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
문제점을 깨달은 펩시는 목표를 바꿨다. 콜라가 아닌 다른 음료 부분 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펩시는 트로피카나, 게토레이, 프리토 레이, 아쿠아피나 등의 브랜드로 주스나 스포츠음료, 건강식, 생수 등의 시장과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당시 일부에서는 “코카콜라에게 당하고 도망갔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작전의 변경 결과 펩시는 콜라 시장에서는 코카콜라에 2 대 1 정도로 뒤지지만 다른 제품 시장에서는 최고의 음료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런 전략의 성공으로 펩시는 2004년부터 매출액에서, 2005년부터는 시가총액에서 코카콜라를 앞서기 시작했고, 이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만약 펩시가 이런 행동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콜라 시장에서만 머무르며 막대한 돈을 써서 코카와 치열한 싸움을 했었다면, 아마 지금도 펩시는 코카보다 한참 뒤진 2등 회사에 불과하지 않았을까? 펩시도 적과의 전면전을 포기하고 다른 길로 돌 아가기를 택한 결과, 시간이 걸렸지만 코카와 거의 대등한 회사로 성장 할 수 있었던 것이다.
- 국내에도 이런 예가 얼마든지 있다. 프로스펙스' 브랜드로 잘 알려진 LS네트웍스를 보자.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파산한 국제상사를 LS그룹 이 인수해 탄생한 LS네트웍스는 러닝화와 조깅화 같은 고급 운동화 시 장을 장악하고 있는 나이키와 직접 대결하기보다는 다른 전략을 택했 다. 기능화라는 특수 시장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 가벼 운 걷기를 즐기는 인구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에 착안해 그에 알맞은 워 킹화 제품을 W 브랜드로 개발했다.
이런 전략이 성공해 프로스펙스 신발은 지난 몇 년간 매출액이 급성 장하며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는 중이다. 프로스펙스의 성공에 따라 오히려 다른 회사들이 워킹화를 출시하기까지 했다. 이런 성공에 따라 LS네트웍스는 최근 신발 이외의 등산복이나 운동복 등 관련 산업에도 서서히 진출을 시작하고 있다. 나이키와 유사한 제품과 유사한 방법으로 나이키와 겨뤘던 리복이나 아디다스, 아식스 등 글로벌 브랜드가 모두 나이키와의 격차를 별로 줄이지 못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프로스펙스도 적과 1 대 1로 대결하기보다 돌아가는 방법이 성공한 좋은 사례다. 이순신 장군의 승리 비결도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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