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너럴 일렉트릭, 필립스, 오스람 등 전구 제조업체들로 구성된 피버스 카르텔이 한자리에 모여 전구 수명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 지구상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5개의 전구 제조업체가 한자리에 모여 피버스라는 이름의 은밀한 카르텔을 형성했다. 카르텔의 목적은 단 하나, 이 세상 그 누구도 6개월 이상 가는 전구를 만들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것이었다. 허거가 찾아낸 서류는 이상하리만치 6개월만 되면 멈춰버리는 전구를 보며 우리가 어렴풋이 그러리라 생각했지만 확신하지는 못했던 무언가, 하지만 결국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진 무언가, 바로 계획된 노후화를 증명해 보이는 단서였다.
허거는 피버스 창립총회 서명인들이 누구인지 보여주었다. 오스람 CEO 윌리엄 마인하르트, 지금은 필립스 전자라고 불리는 네덜란드의 초대형 전기 회사 설립자 안톤 필립스가 바로 그들이었다. 이들은 지구 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전기 회사 수장들과 손을 잡고, 제품 생산 단계에서부터 노후화를 제품의 일부로 체계화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전구 수명에 관한 세계적인 정책을 도입하고 자신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지 않는 다른 기업을 몰아내기로 마음먹었다.
- 피버스 카르텔이 잘못된 일을 한 것일까? 1932년 당시 자유 진영은 경제 침체와 회복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었고,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곧 권력을 차지할 상황이었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노후화 를 제품이 가진 하나의 특징으로 만들어버린 피버스 카르텔의 계획은 전구 판매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자본주의를 구원했으며, 위험천만한 위협 앞에 놓여 있었던 민주주의도 구해냈다. 피버스 카 르텔의 계획 덕에 사람들이 계속해서 물건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피버스 카르텔이 갑자기 멈춰버리는 전구를 만들어냈다는 이유로 소 비자들이 반발할 수도 있었다. 사실 피버스 카르텔의 계획 속에는 단순 한 돈벌이를 넘어선 좀더 큰 그림이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은 전혀 없었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 밀워키 출신 산업 디자이너 브룩 스티븐스는 1954년에 열린 광고 콘퍼런스에서 청중에게 전후 산업이 맞닥뜨린 최대의 과제가 무엇인지 설 명했다. 그는 “소비자에게 수요보다 좀더 빨리, 좀더 새롭고, 좀더 나은 것을 갖고 싶다는 열망을 불어넣는 것” 이 전쟁에서 갓 벗어난 당시의 산업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숙제라고 이야기했다. 슬론은 이를 가능케 할 방법을 깨달았다.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린 계획된 노후화 원칙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주입할 필요. 가 있었다. 소비자 스스로 자신의 제품이 노후됐다고 여기도록 만들어야 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차가 고장나도록 GM이 직접 설계할 필 요가 없었다. 대신,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도록 만들면 충분했다. 슬론은 “설계된 불만족” 이라는 으스스한 두 단어로 이 모든 과정을 묘사했다.
- “옛날에는 담배 브랜드나 합성세제에 평생 브랜드 충성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충성심이 유지됩니다.” 다시 말해서, 이제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너무도 많아졌다. 단순히 브랜드 평판 때문에 특정한 브랜드를 고집하지 않는 다. 이제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늘날, 애플이나 랜드로버 같은 브랜드는 1년 후에 새로운 업그레이드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약속을 통 해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브랜드 충성도를 복구한다. 지커만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같은 자동차 브랜드나 휴대전화 브랜드를 계속 사용하게 되는 겁니다. 이제 해당 제품이 항상 개선된다는 믿음을 우리 스스로 되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런 업그레이드는 물건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더 나은 일자리나 더 나은 집, 더 나은 파트너를 꿈꾸고, 좀더 느긋하고 편안한 휴가, 헬스장에서 다듬 은 좀더 그럴듯한 몸, 좀더 건강한 식단 등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서 업그 레이드를 추구한다. | 하지만 지커만을 매료시키는 무언가, 우리 머릿속을 제대로 파헤치고 싶어하는 대기업들이 줄지어 지커만을 찾는 이유는 구매가 이뤄지는 찰나의 순간에 벌어지는 일이다. “새로운 것을 구매할 때 우리 뇌는 이런 결정을 보상으로 받아들입니다. 소량의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우리는 그 순간을 즐깁니다. 엔도르핀이 분비되면 황홀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마약이나 다름없죠. 그렇게 결정과 보상, 엔도르핀 분비 사이에서 순환 고리가 생겨납니다. 이 고리에 중독되는 겁니다."
- 잡스는 설계된 불만족에 관한 한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 아이폰6, 아이 폰7, 아이폰8, 아이폰X를 잇달아 출시하면 어느 순간 대중이 상황을 간 파하기 시작한다. “센서를 달 수도 있고, 더 나은 카메라를 추가할 수도 있고, 금색 휴대전화를 내놓을 수도 있지만 결국은 제품이 정체기에 접 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더이상 개선될 수 없는 지점이 있습니다.”
불가피하게 혁신 속도가 느려지면 새로운 무언가를 발명해야 한다. 바 로 이런 이유로 애플은 1970년대에 매킨토시가 성공을 거둔 후 오직 컴퓨터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잡스의 천재성은 기린을 만들어낸 다음, 그 기린 스케치들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서 코뿔소를 만들고, 그다음에는 사자를 만들고, 그런 다음에는 상어를 만들어내는 데 있었다. 잡스는 애플 이 얼마나 많이 다른 색깔로 기린을 다시 칠하건 대중이 계속 기린을 사 는 일은 없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크로는 색깔은 무언가가 끝났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회사가 제품의 색깔을 바꾼다는 것은 이제 색깔을 바꾸는것 외에 다른 방법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눈부시게 빛나는 새로운 색깔의 제품을 내놓는 것은 해당 제품의 진정한 개선이 끝났다는 신호를 의도치 않게 대중에게 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쉐보레 벨에어도 그랬고, 아이폰도 지금 그런 상황을 겪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애플은 지금 새 로운 코끼리를 만들어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잡스는 슬론과 GM을 지켜보면서 업그레이드만으로는 버티는 데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됐다. 하지만 슬론이 잡스에게 준 진정한 교훈은 결국은 새로운 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 미국 전역의 의사와 약사들이 메트라이프생명 통계학자 루이스 더블린이 다시 설정한 BMI 지수를 받아들였다.
과학적인 비만 측정법을 만들어내는 것. 그 과정에서 진정한 비만 문제가 대두되기도 전에 건강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고 다이어트 산업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 다이어트 산업과 식품 산업 사이에는 긴밀한 공생 관계가 있다. 미국 의 다이어트 전문 업체 웨이트워처스는 1978년에 하인즈에 매각되었고, 하인즈는 다시 1999년에 7억 3500만 달러를 받고 투자회사 아르탈에 웨 이트워처스를 매각했다. 미국의 또다른 다이어트 식품 회사 슬림패스트 는 2000년에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와 육류 브랜드 월스를 소유 한 유니레버에 매각되었다. 또다른 다이어트 브랜드 제니 크레이그 역시 초콜릿과 아이스크림도 판매하는 스위스 다국적기업 네슬레에 매각되 었다. 2011년, 네슬레는 미국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으로 뽑혔다.
식품과 다이어트를 둘러싼 비즈니스 이야기는 경쟁업체 간의 격렬한 다툼과 이상한 실험, 편향된 데이터, 추잡한 전술로 점철된 낯설고 놀라운 이야기이다. 이 모든 이야기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먹는 음식의 본질을 바꿔버린 과학자와 사업가들이다. 그들은 우리가 먹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딜을 했다.
- 설탕이 주요 장기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야 제대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먼저, 설탕은 간 주위에서 서로 엉겨붙으며 지방을 형성해 제2형 당뇨를 초래한다. 설탕은 심지어 정액을 뒤덮어 비만 남성의 생식능력을 떨어뜨 린다. 하지만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장기는 장이다. 슈워츠는 장이 '제2의 뇌'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매우 복잡한 신경계이며, 장이 좀더 많은 설탕을 원하는 상태가 되어버리면 우리의 첫번째 뇌에 거의 저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강렬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설명한다. 과당이 간독성 및 그 외의 온갖 만성질환의 발병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늘어나고 있 다. 슈워츠는 설탕이 우리 몸에 가하는 공격은 너무도 광범위해서 신경계를 공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한다.
* 머크 CEO 헨리 개즈든이 자사에서 판매하던 블록버스터 약물의 특허가 만료된 후에 맞닥뜨릴 위기에 대응할 방안을 제약업계에 제안했다.
처방약을 처방할 환자 수를 늘리는 것
-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개즈든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의 문제는 약의 잠재력을 아픈 사람에게 국한한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오히려 위글리 껌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 건강한 사람을 위한 약을 만 드는 것이 나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약을 파는 거지요. "
개즈든이 찾아낸 해결 방안은 천재적인 것이었다. 약물 남용 및 정신 건강 서비스 관리국에 의하면, 어떤 해건 전체 미국인 중 18.2퍼센트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성인 인구 95퍼센트는 가장 흔한 질 병인 감기나 요통부터 심각한 생리 전 불쾌 장애, 편두통, 천식에 이르기 까지 무엇이 됐건 어딘가는 아프다고 이야기한다. 개즈든은 모든 사람이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약을 먹거나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질병을 치유하 기 위해 껌을 씹듯 약을 복용하면 제약업계가 계속해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서는 온갖 새로운 질병과 증후군을 찾아내고 진단해야만 했다.
- 속쓰림을 위식도 역류질환이라는 좀더 심각한 질병으로 바꾸고, 오직 처방약(잔탁)으로만 치료하는 방식을 대중적인 현상으로 만들기 위해서 는 정상 상태를 향한 고객의 뿌리깊은 갈망을 활용해야만 했다.
패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람들은 정상이 아닌 상태를 두려워합니 다. 기준 미달 상태가 되는 것을 걱정하는 겁니다. 의사를 찾아가 자신이 가진 질환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정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공포가 사라집니다.”
속쓰림을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새롭게 브랜딩하는 전략은 대성공이 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잔탁 특허가 끝날 무렵이었던 1997년, 전세계 2억 4000만 명의 사람들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를 위해 잔탁을 처 방받고 있었다. 게다가, 난데없이 나타나 대중을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는 질환은 위식도 역류질환만이 아니었다.
자, 한번 살펴보자. 주의력 결핍증, 만성피로 증후군, 양극성 정동장애, 강박장애, 부갑상선 기능 저하 발달 지연 형태 이상 증후군, 외상 후 스 트레스 장애, 과민성 대장 증후군, 대사 증후군, 생리 전 불쾌 장애, 사회 불안 장애 및 계절성 정동장애 등 수많은 증후군이 새로 생겨났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며,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 의가 확대되었다. 마치 암호처럼 두문자어로 된 질환 외에도 반짝이는 표면에 대한 공포에서부터 할인 판매를 놓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르기까지 온갖 애매모호한 공포증과 중독증이 등장했다.
- 항우울제 마케팅이 진화해온 과정은 놀랍다. 빈스 패리가 미국에서 일 라이 릴리와 함께 항우울제 프로작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당시, 프로작은 원래 다이어트 약으로 개발되었다. 다이어트에는 특별히 효과가 없었지 만 일라이 릴리는 프로작이 우울증을 완화하는 역할도 한다는 사실을 깨 달았다. 다이어트 보조제보다는 항우울제로 마케팅하면 프로작을 팔아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터였다.14 프로작을 잘 활용하면 우울증도 치료하고 행복 산업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항우울제 시장의 경쟁이 치열했던 탓에 새로운 항우울제를 출시하기란 쉽지 않았다. 프로작이 다른 항우울제들을 제치고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프로작만의 독특한 매력이 필요했다. 패리와 일라이 릴리가 생 각해낸 방안은 “프로작은 우울증 하면 흔히 떠오르는 수치심과 낙인을 없애고 우울증 치료를 위한 약 복용을 하나의 긍정적인 생활방식으로 만 들겠다" 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프로작 복용 사실을 고백하고 싶어 안 달하도록 만들 작정이었다.
- 역설적이게도 이런 식의 과잉 진단과 주관적인 심리학적 특징에 질병명을 붙이는 관행 중 상당 부분은 1960~1970년대에 의사들과 좀더 풍 은 대화를 하고 의사들로부터 좀더 정확한 진단을 받고자 했던 환자 권 리 보호 단체의 열망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제 인터넷 덕에 우리의 자가 진단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예를 들면, 정기 검진을 위해 의사를 만난 자리에서 만성피로 때문에 힘들 뿐 아니라 어쩌면 글루텐 과민증과 셀리악병을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식이다.
이런 현상이 좋은지 나쁜지 여기에서 논할 생각은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고 믿으며, 이는 우리가 옛날보다 좀더 많은 의학 지식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건강하게 장 수할 것이라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기대 수명이 짧고 행복에 대한 기대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병에 걸려도 그저 참곤 했다. 신교도적인 노동관과 하느님 앞에서 인간의 욕구를 앞세우지 말아야 한다는 칼뱅주의가 몰락하고 계몽운동이 등장하면서, 그리고 잘 알려진 대로 알렉산더 포프가 “오, 행복이여! 우리 인간의 목표이자 목적이여!"라며 시민을 위한 새로운 우선순위를 선언하면서 상대적으로 최근에 생겨난 서구적인 개념이 바로 행복이다.
이제 우리는 영원한 건강을 꿈꾸며, 우리를 불행하고 피곤하게 만 들거나 우리에게서 야망을 빼앗아가는 등 우리를 부족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 그 근원에 의학적이거나 식이적인 원인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온전한 건강을 향한 이 같은 염원이 우리가 벗어날 수도 없고 아직 치료약도 없는 단 하나의 진짜 질병일지도 모른다.
* 피터 틸, 일론 머스크, 맥스 레브친이 15억 달러를 받고 피에르 오미디아에 페이팔을 매각했다.
온라인 거래 활성화를 위해 세계 최초로 10억 달러 규모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
- 현금 경제나 그림자 경제, 검은 경제라고도 불리는 지하경제는 사실 가난한 사람들의 생계를 뜻하는 완곡한 표현이다. 경제학자 제훈 엘긴과 오구즈 오즈투날리는 1950년부터 2009년 사이에 161개국에서 수집한 데이터 세트를 이용해 전 세계 GDP에서 지하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22 퍼센트가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체 부의 약 1/4이 현금이다. 범죄자들도 지하경 제를 활용하지만 사무실 청소부,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 대금이 입 금되기를 기다리며 간신히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로고프에게 범죄자들과 반대되는 사람들, 즉 법을 준수하는 사람들이 현 금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이야기했다. “현금이 누군가가 원하는 만큼 빨리 사라지지 는 않을 겁니다. 그래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현금에도 분 명히 용도가 있습니다.” 2016년, 인도 정부는 갑작스레, 예고도 없이 500루피(약 7달러 정도) 지폐와 1000루피(약 15달러 정도) 지폐를 회수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설 명은 인도의 거대한 지하경제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두 종류의 지폐가 사라지자 현금 부족 사태가 몇 주 동 안 지속됐다. 은행 밖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느라 25명이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주식 시장이 폭락했고, 농업 위기가 찾아왔으며 대형 트럭 운송이 중단됐다. 하지만 정작 인도 정부가 겨냥했던 지하경제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 마침내 현금이 영원히 사라지면, 이 모든 일은 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지불의 고통을 없애고자 했던, 그리고 그런 시도를 끝내 성공시킨 두 남자 털과 레브친이 20년 전에 텅 빈 강의실에서 만남을 가진 결과일 것이다. 디지털 화폐 거래가 전통적인 은행을 대신하게 만들겠다는 그들 의 계획은 대담하고, 거의 제정신이라고 보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지 금은 디지털 화폐 거래가 너무도 흔해서 이런 방식에 대해서 별다른 생 각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프렐렉은 좀더 뛰어난 편의성과 빠른 속도가 우리에게 자유를 주긴 했지만, 함께 나타난 역설적인 자유의 상실로 인해 우리가 얻은 자유가 약화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중세에는 모든 사람들이 작은 동전 주머니를 짊어지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휴대전화 속에 동전 주머니가 있지만 우리는 동전을 보지 못합니다.” 우리는 더이상 우리가 힘겹게 얻은 자주권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그냥 그런 일이다. 모든 상황이 정상적이고 휴대전화를 한 손에 들고 백화점 사이트에 접속해 아무런 문제 없이 남편이나 아내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는 이런 변화의 실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휴대전화 화면 이 갑자기 검게 변한 다음 계속 그런 상태로 남아 있고 그 누구도 원인을 알지 못할 때, 특히 휴대전화 통신망 공급업체가 그 이유를 전혀 알지 못 하는 그런 때가 돼야 이런 변화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지멘스, 펩시코가 맥킨지의 7S 모델을 채택했다.
맥킨지 분석 전문가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먼이 기업들을 체계화하고 직원들의 근로 의욕을 고취하는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고안한 것.
- 서구 직장인들은 일본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 서구인들의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회사나 국가에서 찾는 방식이 아니라 로크와 데카르트, 그리고 계몽운동이었다. 순종 적인 집단주의가 일본인들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처럼 서 구인들의 마음속에는 개인주의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하지만 피터스 와 워터먼은 서구에서 통할 만한 계획을 세웠다. 두 사람은 일본인들의 직장 숭배 정신을 강조하는 대신 그들이 일에 헌신하는 태도가 '창의적’ 이며 '성취감을 준다'라고 홍보할 생각이었다. 직원들이 업무를 통해 성 취감을 느끼면 회사가 강조하는 정신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컸다. 상의하달 방식의 지시 없이도 이런 문화가 자연스럽게 발전해나갈 것이 틀림없었다
-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회사 업무가 9시부터 5시까지 이어지는 힘들고 고된 일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일은 보람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더이상 5시에 퇴근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일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고 주어진 과제를 완수하는 것 자체가 일의 목표가 돼야 했다. 직원들은 더이상 자신을 단순한 피고용인으로 여기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자율적인 중간 사장처럼 굴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은 스스로를 프리랜서처럼 생각하면서도 조직 문화를 여전히 따라야만 했다.
피터스와 워터먼이 제안한 새로운 경영 접근 방법의 목표는 사무실에 제2의 가정 같은 '즐거운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었다. 줄지어 늘어선 딱딱한 책상이 사라지고 개방적인 구조와 안락한 공용 공간이 생겨났다. 가정과 직장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업무 환경을 더욱 쾌적하게 만들자 직원들은 회사에서 좀더 오랫동안 일하고 싶어했다.
- 피터스와 워터먼은 간단하게 대기업의 조직 구조는 너무 경직돼 있어서 혁신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이야기 한다. “구조는 조직이 아닙니다.”
1980년 6월, 피터스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획 페티시」라는 제목의 논명을 기고했다. 그는 논평에서 '전략'이라는 개념 전체를 본질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으로 치부했다. 기업이 전략을 제시하고 이 계획이 조직이 라는 톱니바퀴를 힘겹게 통과할 무렵이 되면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것 이 되어버린다. 7S 모델은 개인에게 좀더 커다란 자율성을 부여한다. 개 개인은 하나의 조타실에서 배 전체의 방향을 돌리는 기업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기업의 항로를 조정할 수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맥킨지 내부에서도 피터스와 워터먼이 제안한 혁신적인 접근 방법을 못마땅하게 여긴 사람들이 있었다. 맥킨지 뉴욕 사무소 소장 마이크 벌킨은 피터스의 월스트리트 저널 논평을 맥킨지에 대 한 가차없는 공격' 이라고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평이 지지하는 7S 모델과 달리 맥킨지는 직접 고안한 '기획'을 대기업에 판매하는 방식을 토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피터스와 워터먼은 사실상 맥킨지의 눈앞에서 맥킨지의 규칙이 가득 담긴 책을 찢어버리고 있었다. 물론 그런 일을 하는 두 사람에게 월급을 주는 곳도 맥킨지였다.
하지만 기업들은 7S 모델을 덥석 받아들였다. 비즈니스에 대한 사고방식이 컬학적으로 대거 달라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피터스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물건의 사진은 진짜 그 물건이 아니며, 조직 구조가 곧 조직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회사가 돌아가는 방식이 곧 회사가 실제로 돌아가는 방식은 아니다.
- 엔론에서 벌어졌던 '인재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특출나게 뛰어난 인재들이 주장하는 바를 대폭 에누리해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인재'가 아니라 자신의 직책에 호들갑스러운 문구를 붙이지 않고 조용히 맡은 일을 매우 잘해내는 사람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에는 비단 엔론에서뿐 아니라 재계 전반에서 '인재'가 신비한 효능을 가진 묘약처럼 떠올랐다. 인재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가장 두 드러졌던 곳은 기업들에 어떻게 비즈니스를 꾸려가야 할지 알려주는 독특한 위치에 서 있었던 경영컨설팅업계 그 자체였다. 하지만 기업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은 어쩌면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미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이집트, 이란, 튀니지 등 OPEC 산유국들이 미국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제4차중동전쟁을 유가를 대폭 인상하기 위한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
- OPEC의 행동은 월스트리트와 서구 국가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석유파동은 앞으로 다가올 세상은 제어 가능하지 않고 변덕스러우며 기업들은 폭풍우를 이용하는 노련한 뱃사람처럼 이런 변동성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블랙과 숄즈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완벽하게 증명 해 보였다. 가격과 가치가 예측 불가능한 수준으로 널뛰는 이런 새로운 세상에서는 신중한 접근 방법이 설 자리가 없었다. 새롭고 불안정한 경 제 상황을 반영해 위험을 감수하려 들지 않는 기업은 헤엄을 멈춘 상어 나 다름없다.
블랙-숄즈 방정식은 순식간에 월스트리트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블랙 과 숄즈는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의 뒤를 잇는 경제 분야의 선 지자로 일컬어졌다. 하지만 그중에서 특히 한 남자가 그들의 공식을 적 극적으로 받아들여 은행 부문에 실제로 적용했다. 그 사내가 바로 로버트 달이었다. 달이 주목한 단 하나의 목표는 모기지(담보대출)였다. 모기 지 같은 안전 자산을 확보한 다음 일련의 복잡한 금융 상품'을 이용해 위 험성 높은 유동자산'으로 바꿔버리면, 해당 주택을 '증권'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월스트리트는 더이상 유형의 제품을 거래하지 않았다. 대신, 증권화' 된 약속, 혹은 진짜 사람이 소유한 진짜 물건이 보증하는 약속을 거래했 다. 증권화'는 달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본질을 파고들면 블랙-숄즈 방 정식을 증권거래소에 적용한 것이 바로 증권화였다. 달은 모기지 시장이 증권화를 위한 완벽한 수단이라고 믿었다. 그는 뜻밖에도 은행이 아닌 정부가 증권화를 가능케 하는 동력을 제공했다고 이야기했다. 미국 정계가 미국 유권자들에게 내건 약속 때문이다. 달은 “당시 정계에서 모든 미국인에게 집을A Home for Every America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라고 이야기한다. “현실적인 약속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약속을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술렁였고 대중은 모두가 집을 갖게 될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 케이맨제도의 통화 관리국 금융 장관 바셀 존슨 경이 쿠퍼스 앤드 라이브랜드, 메이플스 앤드 콜더 등 케이맨제도에서 활약하는 선두 회계 기업들과 조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FINCOCO라는 공식 기관을 설립했다.
다국적기업들에게 케이맨제도가 합법적이고 조세 효율적인 비즈니스 장소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 제2차세계대전 이후 40년 동안은 제대로 된 문명사회를 유지하기 위 해서는 시민과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둬들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 이 팽배했다. 하지만 이제 기업이 조세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결국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자본주의가 곧 변화의 길 을 걸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보다 5년 앞서 래퍼가 럼스펠드와 체니와 함 께 점심을 먹으며 냅킨에 적어내려갔던 생각들이 이제 정부 정책이 되려 고 했다. 물론, 저세율 정책의 중심에는 케이맨제도 같은 조세 피난처가 있었다.
래퍼는 럼스펠드와 체니를 만나 점심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듯이 투컨티넌츠 레스토랑에서 레이건 대통령을 만나 점심을 먹으며 케네디 시 대의 저세율 이론이 프리드먼과 시카고학파가 주장하는 공급주의 경제 학과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지 설명했다. 1980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레이건은 래퍼를 백악관 경제 자문위원회에 앉혔다. 래퍼가 주장하는 저세율주의가 레이건 정부의 정책이 됐다.
하지만 저세율 정책은 조세 피난처에 난제를 안겼다. 자국 정부가 기 꺼이 세금 우대 정책을 펼친다면 굳이 역외로 소득을 옮길 필요가 있을 까? 케이맨제도는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국적기업에게 조세 회피와 무관한 여러 혜택도 제공한다.
* 씨티은행 수석 주식 전략가 토비아스 레브코비치가 최대 고객들에게 비즈니스 전략 수정을 제안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고객들에게 전 세계에서 불평등이 급격하게 확대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 불평등을 이용해 돈을 벌 방법을 알려주는 것.
- 가난한 사람들은 왜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을까? 이사를 하면 모든 것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매우 불안정한 일을 하면서 벌어들인 적은 소득으로 살아가려면 의지할 수 있는 친구와 가족으로 이뤄진 사회 연결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만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 똑같은 사 회 연결망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 워킹푸어’는 떠날 형편도 안 되지만 집세가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머물 수도 없다. | 성장하는 도시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정비를 필요로 하는 만족할 줄 모 르는 기계다. 하지만 그 기계를 정비하는 사람이 그곳에서 살아갈 수 없다면 그 기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뉴욕이나 상하이에서와 다름없이 런던에서도 빈곤층은 이 기계가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기 위해 삶의 경로를 수정한다. 만약 지니가 지금 살아 있다면, 그는 아마도 이 기계가 고장나 멈춰 설 지점을 알려주는 계수를 계산하려 들지도 모르겠다.
- 1917년, 러시아에서는 한층 대담해진데다 인내심을 잃어버린 부르주아 세력이 황제를 몰아내고 임시정부를 세웠으며, 볼셰비키가 다시 임시 정부를 타도했다. 1968년, 프랑스에서는 중산층 지식인들과 노동조합이 연합해 샤를 드골 대통령을 실각시키기 직전까지 갔다(물론 잘 알려져 있 듯이 그러지 못했다). 두 경우 모두, 다소 양면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 만, 불만을 품은 중산층은 사람들을 집결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시애틀에 사는 닉 하나우어는 아마존의 초기 투자자였다. 현재 6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하나우어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새로 운 모래시계 모델에서 중산층이 공동화되는 현상이 자본주의를 위협한 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생겨난 가장 뛰어난 경제체제인 자본주의는 어느 정도 불평등을 필요로 합니다. 식물이 성장을 위해 물을 필요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물을 많이 주면 식물이 죽듯이 불평등이 지나치면 중산층이 그 물에 빠져 익사하게 되고 결국 자본주의 가 죽게 됩니다.”
하나우어는 퓨젓사운드의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오는 소박한 사무실 에 서서 바닷물을 가로지르는 돛단배를 바라보았다. “중세시대에는 불 평등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세상이 불평등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자라거든요. 저 사람은 소작농이고, 저 사람은 왕이라고 받아들이 면서 살아가는 겁니다. 그냥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는 겁니다. 하지만 좀 더 가지도록, 좀더 가질 수 있다고 믿도록 모든 사람을 부추기는 현대자 본주의 문화 속에서는 평등이 훨씬 커다란 문제가 됩니다. 다른 사람이 가진 걸 가질 수 없게 되면 불만이 싹틉니다. 자본주의가 억울함을 낳았 고, 자본주의가 약속한 기회의 평등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하나우어에게는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그는 실 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모래시계 아래쪽에 집결한 사람들이 자신을 쫓아올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사람들이 갈퀴를 들고 오고 있습니까? 아마 내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들이 올 겁니다. 매우 불평등한 사회를 생각해보세요. 그곳에서는 혁명이 일어났을 겁니다. 그 게 아니면, 일당 독재국가겠죠.”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포함한 68개국과 일대일로협정을 체결했다.
도로 및 항만부터 철도, 발전소 건설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의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 약 1조 달러를 투자하는 것.
* 일본의 후코쿠생명이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왓슨을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IBM과 계약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수백만 보험 가입자들을 위한 건강보험 결정을 내리고, 보험금 청구 속도를 높이고, 후코쿠생명 직원 127명을 정리해고하는 것. 후코쿠생명에서 해고당한 직원들은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이 됐다.
- 세차 역설
자동화 혁명은 인간의 고용에는 온전히 부정적인 영향만 미친다는 인식 이 팽배하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폴 메이슨 같은 경제 예측 전문가들이 '세차 역설'이라고 부르는 현상 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1959년, 디트로이트에 사는 댄 한 나라는 사업가가 세계 최초로 자동 세차기를 만들었다. 자동차가 컨베이 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면 물과 세제를 뿌린 다음 거대한 가열 장치로 물기를 말리고 세차 공정을 따라 계속 움직이면 자동차를 감싸는 커다랗고 폭신폭신한 브러시가 자동차를 훑고 지나간다.
- 2000년대가 되자 한나 세차 시스템스 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90개국에 위치한 3만 개의 세차장에서 연간 6억 5000만 대를 세차하는 세계 최대 자동 세차 기업이 됐다. 하지만 2010년부터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런던, 뉴욕 같은 대도시의 자동 세차기들이 사라지고 인간이 그 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많은 곳에서 얼마 안 되는 급여를 받고 반복적 육체노동'을 하는 노동 자들이 등장해 스펀지와 수건을 들고 열심히 세차했다. 자동 세차가 종 말을 맞이한 이유는 명확했다. 자동 세차장이 터를 잡은 부동산 중 상당수는 세차장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임대 가능한 고급 부동산으로 재개발 혔을 때 더욱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곳이었다. 결국, 기계는 쓸모없는 존재가 됐고 인간이 기계를 대신했다.
사람이 직접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부류의 세차장은 금싸라 기 땅에 터를 잡고 있지 않으며 도시 외곽에 있는 사용되지 않는 주차장 이나 오래된 주유소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세차 수요는 댄 한나가 세차 사업에 뛰어들었던 1950년대 말 못지않다. 하지만 기계보다는 인간이 좀더 경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 인간 노동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런 식의 임시 손 세차장은 며칠 새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인간은 이런 식의 끊임없는 장소 이전 에도 얼마든지 적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사를 할 필요도, 값비싼 유지 비용을 낼 필요도, 끊임없이 점검할 필요도 없다. 인간은 기계와 달리 고장나지 않는데다 훨씬 빨리 세차를 끝낼 수 있고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꾸준히 성과를 개선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인간 노동자를 고용하면 기계를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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