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히 한 가지 추측을 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여든 살쯤 돼서 조용히 홀로 사색에 잠겨 살아온 날들을 가장 내밀한 인생 스토리로 스스로에게 들려준다고 해 봅시다. 아마 그 순간 가장 간결하고 유의미한 서사는 여러분이 내린 일련의 선택들일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내린 선택이 우리 자신입니다." (제프 베조스(아마존 CEO), 2010년 프린스턴대 졸업식 연설 중에서)
- 지난 3세기 동안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객과 접촉하고 고객을 확보 하고 유지하기 위해 고수해 온 접근 방법은 하나였다. 고객들을 대상 으로 광고하기. 단순하고 일관된 방법이었다. 마케터들은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뉴스와 엔터테인먼트 스토리가 무엇인지 알아내서 그런 스토리를 중간에 자르고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는 광고를 집어넣었다. 그렇게 고객들에게 대대적으로 광고를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브랜드 인지도를 키워 갔다. 고객들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광고를 만들 수 있으면, 브랜드 인지도가 브랜드 친밀감으로 발전하였다.
- 오늘날 광고가 겪는 위기는 마케팅에도 전례 없는 위기를 불러왔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신문을 발행하던 시절 이래, 광고는 줄곧 소비 자에게 도달하는 검증된 방식의 지위를 누려 왔다. 그러나 소비자가 광고를 차단하고 무시하고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광고를 기피하는 이상, 마케터들은 어떻게든 소비자에게 도달할 새로운 경로를 서둘러 찾아내야 한다. 연결에 실패한 브랜드는 비결을 알아낸 도전자에게 결국 무릎을 꿇을 것이다.
- 잘 짜여진 스토리는 우리의 관심을 붙잡아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들고 유의미한 정서적 경험으로 보상한다. 스토리가 정서적인 이유는 우리가 그 속의 인물들에 공감하기 때문이고, 유의미한 이유는 그 주 인공의 행동이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전해 주기 때문이다.
스토리라는 말 자체를 혼동하는 마케터들이 많다. 가령 어떤 이들 은 콘텐츠와 스토리를 마치 서로 등가인 양 섞어 쓰기도 한다. 곧 알게 되겠지만, 그건 통에 담긴 페인트를 벽에 걸린 작품과 동일시하는 노 릇이다.
평생 스토리를 보고 들었으니 하나쯤 만들어 내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 짐작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그것 역시 연주회에 다녀 봤으니 작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나 다름없다.
- 여정journey' 이라는 유행어는 세간에 떠도는 '인생 스토리'의 잘못된 은유다. 당연히 인생은 여정과 다르다. 우리 삶에 패턴이라는 게 있 다면, 성공과 사랑과 안정을 추구하며 좌우를 대중없이 오락가락하는 지그재그 정도일 것이다.
'여정'처럼 완곡한 표현은 주위의 불쾌한 현실로부터 정신을 분리 시킨다. 아이들 배변 훈련할 때 쓰는 완곡한 표현처럼 점잔 빼는 사회 에나 어울린다.
그러나 잘 짜여진 스토리의 주인공은 여정에 몸을 맡긴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역동적으로 분투하는 인물이다.
- 스토리 설계의 여덟 단계
1단계: 타깃 관객유의미한 정서적 효과
2단계: 소재균형
3단계: 도발적 사건=불균형
4단계: 욕망의 대상=욕구
5단계: 첫 번째 행동=전술적 선택
6단계: 첫 번째 반응=기대의 위반
7단계: 위기의 선택=통찰
8단계: 절정의 반응 종결
- 스토리의 여덟 단계에서 의미가 생성되는 과정은 이렇다.
첫째, 모든 스토리의 핵심에는 최소한 한 가지의 이중적 가치가 숨쉬고 있다. 삶/죽음, 자유/억압, 성공/실패, 진실/거짓, 사랑/증오 등등,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이 가치는 부정에서 긍정으로 혹은 긍정에서 부정으로 값이 바뀐다. 예컨대, 인디애나 존스같은 모험담에서는 죽음에서 삶으로 이동하고, 조지 오웰의 1984, 같은 정치 드라마에서는 자유에서 폭압으로 돌아서며, 「머니볼」 같은 성공담에서는 실 패에서 성공으로 발전한다.
둘째, 사건 안에 담긴 원인과 결과의 역학을 통해 변화가 어떻게’ "어째서 일어났는지, 즉 변화의 까닭이 드러난다. 예컨대, 인디아나 존스가 역경에 굴하지 않고 싸우는 까닭은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그가 용감하고 냉정하고 영리한 사람이기 때문이고, 『1984』의 윈스턴 스미스가 폭압에 굴복하는 까닭은 그가 빅브라더의 잔혹성에 취약하 기 때문이며, 「머니볼」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우승기를 쟁취하 고 빌리 빈이 단장의 자리를 지킨 까닭은 그가 자신의 판단에 대한 믿 음을 결코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치와 원인을 결합한 단순하고 명쾌한 진술로 스토리의 의미가 한 문장에 표현된다.
- 오버독Overdog을 피해야 하는 이유
주인공을 정할 때 명심할 사항이 있다. 무릇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자기 모순적 동학을 유념하자. 사람은 찢어진 청바지서부터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맥도널드 햄버거에서 최고급 요리까지 어느 것에서 든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자아감의 형성에 특정 제품을 이용한다고 해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공감한다는 뜻은 아니다. 권력은 동일시의 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권력을 존중하고, 권력에서 안정감을 찾고, 권력에 저항하고, 권력을 숭배할지언정 권력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령 상위 몇 퍼센트의 부자들이라면 최고급 럭셔리 제품에서 정체성을 확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확실한 사회적 명망에도 불구하고, 남들 모르게 속으로 는 스스로 언더독(Underdog, 이기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약자 옮긴이)이 라는 느낌에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이런 인식이야말로 보편적이다. 세상에서 자신이 처한 위치를 돌아볼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 앞에 압도적인 힘이 가로막고 있다고 느낀다. 사랑의 예측 불가능성이나 죽음의 불가피성은 이런 힘의 일부분일 뿐이다. 인생의 부정적인 힘의 총량이 내리누르는 압력에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스스로를 약자로 느끼는 날들이 있다.
스토리의 도발적 사건으로 주인공의 삶의 균형이 깨지면, 관객은 강력한 적대 세력이 주인공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약자라는 인식은 다른 어떤 명분보다 더 빠른 공감을 불러일으킨 다. 그러니 '강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하는 일만큼은 어떤 경우라도 피 해야 한다. 기업을 주인공으로 택한다면, 기업의 규모나 범위, 자산, 영향력에 대한 자랑은 삼가기 바란다. 제품을 주인공으로 택한다면, 제품의 유명세나 최신 유행의 신상이라는 자랑은 하지 말자. 세상은 오버독에게 공감을 할애하지 않는다. 겸손한 품위를 지키는 마케팅을하자.
- 스토리텔링을 강력하게 만드는 창의적 동력은,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가르쳐 주었듯, 결핍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무엇 도 충분하지 않다. 식량도 충분하지 않고, 사랑도 충분하지 않고, 시간 은 더더욱 충분하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서부터 가장 꿈이 담긴 욕구까지 인간으로서 욕구를 충족하려면, 우리의 열망을 부정하는 결핍과 전투를 치러야 한다. 한마디로, 부정에 맞선 인류의 부단한 분 투야말로 현실의 본질이다. 유쾌하고 소박한 장면 셋을 나란히 붙여 놓은 TV 광고가 있다고 해 보자. 아주 행복한 가족이 나오고, 이어서 더 행복한 가족이 나오고, 끝으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가족이 등장한다면? 과연 이렇게 달달한 삼중 설계가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까? 첫 숟가락은 미소가 지어질 수 있겠지만, 두 번째 숟가락은 미소 짓던 입가 를 일그러뜨릴 것이고, 세 번째에 가면 화면에 제시된 그것을 절대 사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하게 된다. 감상에 젖어 요란한 광고를 보고 신용카드를 꺼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케팅 스토리는 문제에서 해법으로 이어져야 한다. 해법에서 해법으로, 그리고 다시 해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 긍정적인 절정에는 부정적인 설정이 필요하다. 아무리 해피한 해피엔딩이라도 그저 희망 으로 고무된 장면들 뒤에 나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불필요한 중복이 관객의 기억에서 행복한 이미지를 지워 버리기 때문이다.
- 부정 공포증(Negaphobia)은 마케팅 교육의 부산물이다. 비즈니스스쿨이 생겨나고 마케팅이라는 특이한 과목이 커리큘럼에 포함된 이래, 마케터들은 '가로되 긍정성을 강조하고 부정성을 제거하라.'는 훈련 을 받아 왔다. 처음에는 상식과 교양처럼 보이던 것이 일종의 정서적 전염병으로 전이되어 이제는 대외 브랜딩부터 대내 팀 구성까지 기업 활동의 전반을 감염시키고 있다. 가령 요즘은 “저 사람은 너무 부정적이야.” 하는 말이 직원들이 서로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악의 평가로 여겨진다.
아마도 문제의 직원은 그저 불리한 점을 빼놓지 않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현실주의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서슬 퍼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직시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기피하는 현상이 사무실마다 벌어진다. 이렇게 부정적인 것이 두려워 진실을 무시하는 태도는 당연히 근시안적이다. 이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력이 빠르게 단축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자신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실재 하는 것을 무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세 가지 주된 요인이 있다.
첫째, 앞서 말한 대로, 모든 비판으로부터 브랜드를 보호하라는 비즈니스스쿨의 금언을 들 수 있다.
둘째, 오늘날 과잉보호 문화에 길들여진 극도로 민감한 사람들이 불편한 진실을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셋째, 제 한몸 지키기에 급급한 사람들 때문이다. 가령, 흥미로운 도발적 사건으로 출발해 절정에서 멋지게 긍정의 팡파르를 울리는 광고인데,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판매가 증가하지 않는다고 해보자. 광고가 실패한 진짜 원인을 창작에서 배급까지 연쇄 사슬의 어느 한 고리에서 발견할 수 있을 텐데도, 비난의 화살은 감히 광고의 부정적 토대를 승인한 사람을 겨냥할 것이다. 사전에 비난을 봉쇄하기 위해 마케팅 임원들은 일말의 부정적인 요 소도 광고에 등장하지 않도록 금지시켜 자기 자리를 보전한다. 불행히도 부정 공포증은 비즈니스적 판단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메시지의 효과를 삼켜 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 기존의 교육으로 당신은 회사에 대해 좋은 점, 오로지 장점만을 세상에 말하도록 훈련을 받았다.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면 끝내 상대방이 지칠 때까지 “우리 회사는 이것, 이것, 이것, 이것, 이것까지 합니다.”라며 최대한 많은 긍정적 특징들을 나열하기 급급하다. 사실 당신이 첫 번째 자랑을 늘어놓는 순간 이미 상대의 마음은 떠났다. 세 련된 고객은 매사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함을 알기 때문이다. 당 신이 단지 좋은 점만 제시하면, 상대는 당신이 나쁜 점을 숨기고 있음 을 알아차린다. 그는 이런 행동을 속임수라 여기고 당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스토리화된 접근은 다르다. 최초의 가치값의 변화를 극적으 로 제시해 서두를 열고, 더 큰 가치값의 변화로 전개를 이어 가서, 마 침내 최대 가치값의 변화로 절정을 찍는 점진적 진행을 통해 성공은 물론 그 과정에 따라오는 장애물까지 모두 드러낸다. 스토리의 점진 적 얽힘이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동안, 우리 회사에 대해 더 속속 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 “우리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관해 고객들이 알아야 할 사실이 무엇일까?” 많은 마케터들이 이 질문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세부 사실들이 전달되도록 캠페인을 디자인한다.
그러나 사실 중심의 마케팅 방식에는 문제가 따른다. 의사 결정의 열쇠는 감정이고, 감정은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감정에 초 점을 맞춘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고객들이 어떤 느낌을 가지기를 원하는가?”
마케팅팀은 주인공과 관객 사이에 감정의 융합이 발생하도록 스토 리의 틀을 짜야 한다. 감정이입이 일어나면, 점진적 갈등과 가치값의 전환을 활용해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마지막으로 스토리의 절정 에서 보상을 제공해 브랜드 혹은 제품 가치를 강화한다.
- 회사의 창립 스토리에 역경을 이겨 낸 희열이 부족하거나, 회사의 역사 스토리는 연혁이 전문적이긴 하지만 지루한 성장의 기록뿐일 수 도 있다. 설사 그렇더라도 회사의 미션을 따져 보면 여전히 공감을 강 화하는 스토리를 찾아낼 수 있다. 우리 식으로 정의하자면, 미션이란 이름난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보내는 행위를 넘어서 인류에게 기여하는 바를 뜻한다.
밀레니얼 세대, Z세대 소비자들은 민간 기업에 공익사업을 기대하 고 더 나아가 요구하기까지 한다. 이윤에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 들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고 믿기 때문이다. 순진한 생각이든 아니든 40대 이하 마켓의 기대치가 그렇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크든 작든 수많은 기업이 저마다 미션을 맡는다. 가장 잘 알려진 (그리고 여러 후발 주자들에게 영감이 되기도 한) 사례가 스타벅스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계획이다.
- 애플은 기원 스토리에 이어 탁월한 제품 스토리를 내놓았다. 1984년 슈퍼볼에서 처음 전파를 탄 애플의 상징적인 광고는 어마어마한 은유를 담고 있다. 달리는 젊은 여성이 매킨토시 컴퓨터를 상징하고, 다시 그의 반란은 맥의 혁명을 상징한다. 새빨간 반바지 차림의 여자 주인공이 돌격대의 추격을 받으며 잿빛 세상을 질주해 한 극장의 중앙통로에 들어선다. 정보 정화 조치'의 기 념일을 축하하는 선전 영화가 극장 스크린을 장식하고, 억압적인 지 배 테크놀로지가 승리한다는 장담에 홀린 듯 수동적인 관객들 위로 선전 문구가 메아리친다.
이 광고는 도처에 존재하는 IBM의 업무용 컴퓨터를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그린, 모든 결정이 위로부터 통제되는 사회와 교묘하게 연관 짓는다. 광고의 절정에서 여성이 대형 스크린을 향해 토르의 묠니르를 연상시키는 망치를 집어 던진다. 선전 영화의 이미지들이 산산조각 나고 국가의 상징이 파괴되면서 관객들이 최면에서 풀려난다. 주인공은 욕망의 대상을 성취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우리가 그의 성공을 기뻐하는 사이 이런 내레이션이 흐른다. “1월 24일 애플컴 퓨터가 매킨토시를 소개합니다. 1984년이 소설 『1984』와 다른 이유 를 여러분의 눈으로 확인할 것입니다.” 이 강력한 선언은 전체주의 소 련에 대항해 냉전 중인 미국인의 정서에 깊이 울려 퍼졌다.
애플의 상표에도 '반란 vs. 항복'이라는 동일한 핵심 가치가 담겨 있다. 패트릭 데이비스가 지적하듯, 이 로고는 그냥 사과가 아니라 한 입 을 베어 먹은 사과다. 이 이미지는 기독교 전통의 창립 스토리를 재생한다. 선악과 열매를 베어 문 최초의 한 입은 인류가 행한 최대의 반역행위를 기념한다.
제품이 주인공인 애플의 브랜딩 스토리는 그 신화적 로고와 함께 순응이 아닌 자유, 암기가 아닌 창의적 사고라는 기업의 핵심 가치를 드라마화한 결과다.
- 위에 제시한 네 가지 스토리 가운데 내 회사에 적합한 것이 하나도 없다면 그때는 어디에 기대야 할까? 궁극의 원천, 고객이다.
가장 자주 인용되는 성공 사례는 레드불이다. 이 회사는 이야기할 만한 기원, 역사, 미션, 제품 스토리가 없지만, 기발한 방법을 찾아 브랜드를 확립했다.
레드불의 시장조사팀이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이가 그들의 골수 고객이라는 사실이다. 이 점을 더 깊이 파고들어 이들은 “우리 고객들은 무엇을 느끼고 싶어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광적인 에너지”라는 답을 얻어 냈다. 이 통찰에서 출 발해 그들이 발견한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재미/지루함'이었다. 이어 지는 논리적 수순에 따라 회사는 고객 중심의 스토리를 온라인에 공 개했다. 강력한 글에 심장이 고동치는 독창적인 영상을 결합하여, 소 비자의 관점에서 회사의 핵심 가치를 역동적으로 드라마화한 스토리들이다.
- 온라인 소비자행동 분석가들의 보고에 따르면, 사람들이 검색 페이 지에서 다른 페이지로 나갈 때 85%의 경우 탭이나 광고가 아니라 다른 링크를 클릭한다. 소셜미디어에서 다른 페이지로 나갈 때는 다른 링크를 클릭하는 비율이 90%로 올라간다. 이 말인즉슨 마치 고속도로 옆에 세워진 빈 광고판처럼, 검색 및 소셜서비스를 통한 발견이 CMO들에게는 고객에 도달해 진행형의 관계를 확립할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준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공간을 그저 광고로만 채우는 마케터는 진입 가능한 마켓의 대다수를 놓치고 말 것 이다. 따라서 효과를 예측할 수 없는 전통적 방식의 광고가 아니라 지속적인 콘텐츠 창작을 통해 고객에게 도달하는 방식에서 해답을 찾아 야 한다. 한 가지 더, 이러저러한 경로로 내 회사의 웹사이트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먼저 무엇이 눈에 들어올지 생각해 보자. 우리 제품일까? 로고일까? 슬로건일까? 회사에 대한 자랑일까? 과연? 첫인상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고객이 처음 방문할 때, 선물을 안겨 줄 방법을 고민하자.
- 과거 《더 퍼로우》나 《미슐랭 가이드》 같은 콘텐츠 마케팅 프로젝트 는 비싼 비용을 치러 가며 광고를 보완하는 방법이었다. 브랜드마다 예 상 관객을 찾아 매주 혹은 매달 최신 주제에 관해 조사와 집필을 거쳐 콘텐츠를 인쇄하고 포장해서 유료로 배포해야 했다. 오늘날은 이와 다 르다. 오럴 케어 센터Oral Care Center'3를 갖춘 콜게이트Colgate, '시큐리 티인텔리전스닷컴SecuriyIntelligence.com'을 운영하는 IBM처럼, 예상 고객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상시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글로벌한 연결망 덕택에 출간과 배포가 비교적 간단해지고, 전통 미디어의 인쇄, 마케팅, 배송 비용에 비하면 비용도 얼마 들지 않는다. 게다가 검색엔진과 소셜미디어에서 쉽게 발견되도록 콘텐츠를 제작 하면, 도달 범위는 전례 없는 규모로 확대된다. 스토리화된 콘텐츠 마케 팅을 지속적으로 능숙하게 운영하기만 한다면 관객 확충 비용을 최소 화할 수 있고, 따라서 중간 광고보다 높은 투자수익률을 낳을 수 있다.
- 아마존을 설립하고 2, 3년 뒤,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 임원진들에게 예리함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디어는 재미없고 진부해 보이고, 사고의 과정은 늘어지고 얄팍했다. 베조스로서는 원인을 알아 야겠기에 문제를 파헤쳐 봤다. 그렇게 해서 다소 의외였지만 확실한 원인을 한 가지 밝혀냈다. 아마존의 최고 임원진들은 그저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파워포인트를 디자인하는 재미에 골몰한 나머지 이들은 실제로 일 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떻게 일의 인과가 맞물리는지 도무지 파악 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그럴듯하게 아이디어를 둘러대고, 우선순위 를 유야무야했다. 아마존과 시장과 테크놀로지와 국내외 정치 안에 존재하는 힘의 상관관계는 물론이려니와 아마존 내부의 힘의 상관관 계조차 고려하지 않았다. 베조스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마인드와 심층적 사고, 넓게 멀리 내다보는 통찰력을 가진 임원진이 필요했다. 하여 2004년 6월 고위관리직팀인 S팀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보낸 사람: 제프 베조스
보낸 시각: 2004년 6월 9일 수요일 6:02 PM
받는 사람: [삭제]
주제: 이제부터 S팀 내에서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금지
“왜?”냐는 물음에 대한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우리가 추구하는 건 그냥 텍스트가 아니라 잘 짜인 내러티브 텍스트임. 워드로 중요 항목의 목록을 작성하는 행위는 파워포인트 못지않게 부적절함.
스토리가 담긴 6장 메모를 쓰기가 파워포인트 20장 쓰기보다 어려움. 무엇보다 '어떻게 사물이 연관돼 있는지가 더 중요하고, 내러티브 구조는 여기에 대한 더 나은 생각과 이해를 강제함.
후에 찰리 로즈와의 인터뷰에서 베조스는 이렇게 말한다. “전통적인 기업 회의는 프레젠테이션으로 시작합니다. 누군가 일어 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보여 주며 발표를 하지요. 우리가 볼 땐 얻 는 정보의 양이 매우 적고 중요 항목들만 소개가 됩니다. 발표자에게는 이편이 쉽지만 관객에게는 어려워요. 그래서 대신에 우리 회사는 6쪽 길이의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회의를 구성합니다. 머릿속의 생각을 완 전한 문장으로 적어서 단락을 완성하고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로 전달 해야 할 때, 더 깊은 명확성이 요구되니까요."
- 스토리 형식으로 생각하자면 일이 고되다는 점도 베조스는 언급했다. 아마존의 임원진들은 아마존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상관 관계의 요소들을 상상해야 한다.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과거에서 미래까지, 개인에서 전체까지 무엇도 빠뜨려선 안 된다. 회의가 있으면 S팀 구성원들은 먼저 6쪽 길이의 스토리를 만들고 적고 인쇄해서 돌려야 한다. 그리고 20분 남짓 팀 전체가 탁자에 둘러앉아 조용히 이 스토리들을 읽는다. 베조스는 이 시간을 "스터디홀”이라 부른다. 베조스가 이런 회의 방식을 도입한 것은 아마존의 임직원이 무엇보다도 스토리 구조의 인과 논리에 맞게 수직적, 수평적 사고를 하기 바라기 때문이다. 수직적이라 함은 깊이 있게 생각하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의 깊이 감춰진 진정한 원인이 무엇일까?” 질문하는 것이다. 수평적이라 함은 시간을 펼쳐서 생각하고, “어떤 과거의 사건이 이 일 을 일어나게 했을까, 이렇게 감춰져 있던 원인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질문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의 지도자들에게 “생각은 현자처럼 하되 말은 범인처럼 하라.”고 조언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은 이 격언을 이렇게 바꿔 표현한다. “생각은 복잡하게, 말은 단순하게.” 어느 쪽이 든 좋다. 술집에 가서 귀를 열고 조용히 앉아 있어 보자. 무엇이 들리는 가? 스토리다. 평범한 사람처럼 단순하게 말하라고 해서 초등학생의 어 휘를 쓰라는 게 아니다. 지식과 경험에서 생각의 알맹이를(지혜/복잡성) 끌어낸 다음 이것을 인과적으로 연결된 역동적 사건으로(범인/단순성) 표현하라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인간이 가진 의사소통의 일반적인 방식이 스토리다. 그 외 일반적이지 않은 측면은 고된 교육과 어렵게 얻은 경험의 세월 에서 나오고, 거기에서 우리는 지혜를 얻고 남들이 들어 두면 좋을 말 할 거리가 생긴다.
베조스 같은 선각자들은 자신의 사업 전체를 스토리화한다. 그들은 스토리 형식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들의 소통은 세계와 회사, 두 방 향 모두를 향한다. 스토리를 활용해 밖으로는 상품을 내놓고 판매하며, 안으로는 경영적 사고를 구체화한다. 데이터가 아닌 스토리를 도구 삼아 그들은 팀을 구축하고, 제품을 디자인하고, 전략을 분석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판매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리더의 역할을 수행한다.
스토리 형식을 완전히 습득한 선각자들은 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스토리의 기술을 교육한다. 스토리가 어떻게 한 기업 전체의 내면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차후에 자세히 다뤄 볼 계획이다.
- 웹사이트 접속이 일상인 세상에서 매일매일 우리 문 앞까지 배달되는 구매를 이끄는 힘은 세일즈 활동이 아니라 마케팅이다. 집을 나서서 상점을 방문하면 훨씬 더 비인격적인 셀프서비스의 우주가 펼쳐진다. 터치패드로 패스트푸드를 주문하고, 기계에서 직접 음료수를 채우고, 카트에 식료품을 담아 셀프 계산대에서 계산하고 내 손으로 봉 지에 담는다.
더 고가의 품목이라야 비로소 옛날 방식의 더 인격적인 판매자-구 매자 관계로 거래가 되돌아간다. 하지만 판매팀이 고객과 대면 접촉 을 하려면 잠재 고객이 있어야 한다. 가령, B2B 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전체 판매 잠재 고객의 25~30% 정도만 마케팅으로 유입된다. 판매 담당자의 직접 대외 활동으로 유입되는 비율이 45~47%를 차지하고, 나머지 24~29%는 추천, 동업자 및 기타 경로를 통해 유입된다.
요즘의 B2B 판매 담당자들은 예상 고객을 파악하고 접촉하고 추적하는 데 이전 어느 때보다 더 유용한 툴을 갖추고 있다. 예상 고객을 찾고(레인킹RainKing, 줌인포ZoomInfo), 메시지를 보내고, 프레젠테이션을 공유하고, 받은 메시지를 수신자가 언제 열어 보는지 추적하고(예스웨어Yesware, 클리어슬라이드Clearslide) 심지어 내가 접촉하려는 대상의 성격까지 분석하는(크리스털 노우즈Crystal Knows) 영업 지원 툴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 새로운 영업 세계에는 새로운 작전이 필요하다. 타깃 전략으로 당 신을 무장시켜 줄 스토리텔링의 8단계를 여기 소개한다.
B2B 판매 담당자가 고객을 만나기 전에 미리 고객에 관해 스토리 텔링을 할 만큼 통찰력을 갖추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스토리 텔링 과정을 밟아 가다 보면,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구체적인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B2B 영업에 스토리텔링의 8단계를 적용하면, 세 번의 중요한 스토리화 순간이 만들어진다.
1. 강력한 주목 끌기로 예상 고객과의 미팅을 확보한다.
2. 공감의 접점이 있는 극적인 스토리 전개로 고객을 집중시키고, 내 제품/서비스와 고객 사이에 감정적 연결고리를 형성한다.
3. 강력한 스토리의 절정으로 판매를 매듭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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