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과 아시아의 세계관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서양의 평론가들은 현재의 지정학적 환경을 '세계적 무질서global disorder'라고 설 명하면서 서양의 영향력이 감소한 원인으로 자신들의 잘못된 정책을 지 목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미국과 유럽이 다시 함께 행동에 나서면 서 양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와 반대로 아시아인들 은 자신들이 역사를 좌우하는 조종석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미국이나 유 럽의 정책과 아무 관련이 없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무 질서 대신 세계 인구의 절대 다수를 포함한 아시아가 주도하는 새로운 질서를 추구하고 있다.
-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관계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기 위해 조심 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국가들과 더 많은 양자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이런 방식을 통해 더욱 폭넓은 외교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시아 체제는 유럽처럼 공식적인 규정이 없고 앞으로 그럴 것이 다. 아시아에는 초국가적인 아시아 의회나 중앙은행 또는 군대가 없다. 즉 아시아에는 케빈 러드 Kevin Rudd 호주 전 총리가 과감하게 제안했던 '아 시아 연합Asian Union'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통합에 대한 아 시아적 접근 방식은 상호 보완성을 키우고 위험한 쟁점들을 뒤로 미루는 방법을 포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아시아인들은 정복이 아니라 존중을 추구한다. 서로의 이익을 어느 정도 존중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안정적인 체제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가운데 한 가지를 보여준다. 정치 지도자, 기업, 학교, 싱크탱크, 언론인, 스포츠클럽, 청년 단체, 다른 공동체들 사이 의 사회화 socialization다. 오랫동안 많은 아시아인들은 이웃 국가들에게 역 사적 반감이 있었다. 아직까지 의심과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강하게 남아 있지만(특히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아시아인들 은 외교, 비즈니스, 관광, 학생 교류, 지역의 언론을 통해 서로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다. 아시아의 청년들은 알 자지라부터 중국중앙텔 레비전 CCTV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다른 국가의 젊은 세대 에 관해 점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아시아적 정체성 Asian-ness에 편안함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이해관계가 일치하게 될 것이다. 정책들도 변하고 협력 관계도 깊어질 것이다. 더 많은 아시아인들이 서로 교류할수록 자신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데 더 큰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 아시아에 관한 분석에서 또 다른 중요한 실수는 아시아를 미국의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아시아가(솔직히 말하면 다른 지역들도 마 찬가지로) 전략적으로 무기력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시아는 미국의 지도자들이 무엇을 하라 고 지시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의 관점에서 볼 때 지난 20년은 조지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의 무능력, 버 락 오바마 Barack Obama 대통령의 무성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ISIS, 이란, 북한과 중국 등 미국을 위협하는 국가들의 목록에는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미국은 이들에 대응하는 포괄적 전략을 개발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중국의 일 대일로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인도-태평양 해양 전략 추진이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아시아의 육지와 해양 지역이 현실적으로 명 확하게 구별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국가들은 그들이 공유하는 지리geography가 미국의 믿을 수 없 는 약속보다 훨씬 더 영구적인 현실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미국은 아시아 해양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태평양의 강대국이지 아시아의 강대국은 아닌 것이다.
- 따라서 앞으로 더 먼 미래의 아시아는 (역사의 많은 시기 그랬던 것처럼) 자부심이 강한 문명들이 서양의 정책과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발전하지 만 건설적으로 공존하는 다극적인 지역처럼 보일 것이다. 서양 사회의 자신감과 활기 회복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것이 아시아의 부활을 약화시 키지는 못할 것이다. 아시아의 번영은 구조적인 것이지 주기적인 것이 아니다. 런던과 워싱턴에는 중국의 경제가 침체되거나 민족주의자들의 대립으로 내부적으로 붕괴하면 아시아가 다시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믿 는 오만한 집단적 무지가 존재한다. 아시아에 대한 이런 생각은 타당성 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상대방의 성공을 모방하면서 점점 증가하는 부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서 영향 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시아의 아시아화Asianization는 단지 세계의 아시아 화를 향한 첫 발걸음일 뿐이다.
-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동아 시아, 동남아시아의 역사는 아시아가 교역, 분쟁, 문화를 통해 지속적으 로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투르크, 아랍, 페르시아 문명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한국의 문명도 거의 3000 년 동안 끊임없이 지식을 축 적하고 공유해왔다. 언어가 가장 대표적이다.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는 태국, 티베트, 다른 지역의 문자 언어의 본보기가 되었다. 반면 동아시 아에서는 한자가 한국을 통해 일본으로 전파됐다. 아랍의 문자는 문자 언어로 구체화되면서 페르시아어, 쿠르드어, 파슈토어, 우르두어 등 많 은 구전 언어의 토대가 되었다. 투르크, 페르시아, 인도의 연계는 투르크 어, 페르시아어, 힌디어 가운데 동일 어원을 가진 수천 개의 언어를 만들 어냈다. 언어의 영향력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였다. 그래서 중국어가 아니라 페르시아어가 실크로드의 국제 공용어가 되었다. 당나라는 서역 국가의 상인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페르시아어 학교를 세우고 중개인 과 무역상을 교육시켰다. 동아시아 국가들도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온다 양한 사상들, 특히 불교를 기꺼이 수용했다.
- 아시아 역사의 다양성에 더해 식민주의 지배 이전에 아시아의 연결성에 관해서도 배울 것이 많다. 아시아의 상업 도시와 세계적인 도시들은 다 양한 인종과 언어로 구성된 수많은 제국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형성 했다. 10세기에 당나라 왕립 도서관의 장서는 8만 권에 달한 반면 북유 럽에서 가장 큰 도서관인 스위스의 장크트갈렌 St. Gall 수도원의 장서는 800권에 불과했다. 유럽의 탐험가들도 인도와 중국의 도시들이 런던과 파리보다 얼마나 더 큰지에 관해 직접 이야기했다. 지난 수백 년에 걸쳐 바그다드에서 델리, 장안에 이르는 많은 도시들은 세계 곳곳에서 획득한 지식을 나누고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과학과 기술 같은 중요한 분야에서 (관개와 교량 건축, 시계와 총기 제작, 종이 제작과 항해) 아시아는 발명가였고 유럽은 이런 지식을 간접적으로 전수받았다. 종이는 751년에 아랍이 당과 전쟁에서 이긴 후에 이슬람 세계에 전해졌다. 전쟁이 끝난 후에 포로로 잡혔던 중국의 기술자들이 바그다드와 다마스쿠스의 이슬람 장인들에게 종이 제작 기법을 전수했고 이후 이집트와 모로코,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전파됐다.
아시아 역사의 모든 단계에서 영토와 교역로를 확보하기 위한 지정학 적 경쟁은 전체 아시아 체제의 범위를 확대시켰다. 아랍 국가들과 몽골 제국의 충돌은 서로를 정복하거나 피하기 위한 새로운 동맹이나 중요한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새 교역로를 개척하도록 만들었다. 이미 13세기에 몽골제국은 당시에 알려진 세계의 상당 부분을 연결시켰다. 외부와의 교 역은 송과 동남아시아의 수많은 항구도시들의 지역 경제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촐라, 스리위자야, 명은 유럽의 상인들보다 훨씬 오 래전에 인도양 교역로에 대한 지배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 종교적 갈등이나 충돌이 체제 형성의 결정적 요인이었던 서양과 달리 아시아 국가들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서로의 종교를 용인하면서 민족과 종교적 측면에서 공존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독일의 군사전략가인 안 드레아스 헤르베르크로테Andreas Herberg-Rothe에 따르면 아시아는 '다름과 의 조화 harmony with difference'를 유지해왔다. 오늘날 종교적인 차이에도 불 구하고 인도와 아랍 국가, 이란, 인도네시아의 유대 관계는 군사적이고 경제적인 협력을 통해 해가 갈수록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아시아 대륙 의 반대편 끝에 위치하고 있는 유교와 이슬람 국가들은 서로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지정학적 중심축을 만드는 것이 아니 라 실크로드라는 경제의 중심축을 복원하고 있다.
비슷한 논리를 지리적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다. 유럽의 역사는 단 하 나의 패권 국가가 등장하는 것을 두려워해왔다. 반면 지리적 측면에서 아시아는 기본적으로 다극 체제다. 자연적 장애물들이 갈등을 줄여주고 있다. 즉 먼 거리, 높은 산맥, 강 같은 다양한 자연적 경계가 아시아 국가들이 서로를 과도하게 침범하는 것을 방지해준다. 지리, 인종, 문화가 공 동으로 작용하면서 최근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분쟁은 중국과 인도, 중국과 베트남, 인도와 파키스탄) 싸움을 더 크게 벌이는 대신 교착 상태를 유지하 고 있다. 유럽의 역사를 보면 경쟁 국가들 사이에 힘이 한곳으로 집중될 때 전쟁이 일어난 반면 아시아에서는 적대국 사이에 상당한 힘의 우위가 있다는 인식이 있을 때 전쟁이 일어났다. 따라서 중국의 이웃 국가인 인 도, 일본, 러시아가 점점 강해질수록 이들 국가들 사이에서 전쟁이 일어 날 확률을 그만큼 적어질 것이다.
- 중국은 거대한 제국처럼 아시아 전체를 지배하는 불멸의 초강대국이었던 적이 없었다. 실제로 중국은 18세기에 탈라스 전투에서 패배했고 13세기에는 몽골에 항복했 다. 그리고 19세기에는 유럽의 국가들에 일부 영토를 식민지로 내주었고 20세기에는 일본에 침략당했다. 이 모든 것들이 중국이 천하무적이 아 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서양의 이론은 한 강대국의 패권주의와 나머지 국가들 사이의 무정부주의적 혼란이라는 두 가지 모형 사이에 잘 못된 선택을 강요한다. 하지만 아시아의 역사를 보면 다문명과 다극체 제가 훨씬 더 현실적이고 일반화되어 있다.
- 아시아의 지정학적 역사에서 얻은 중요한 교훈은 내부적으로 또는 이 웃 국가로부터 영구적 패권에 대한 희망을 좌절시키는 거센 저항에 부딪 치면서 어떤 국가도 아시아를 아주 오랜 동안 지배하지 못했다는 점이 다. 몽골, 명, 일본제국 등 어떤 시대에도 아시아의 이질적 국가들은 너무 흩어져 있고 다른 문화의 침투가 어려워 다른 국가들에 의해 완전히 흡 수될 수 없었다. 지난 1000년 동안 투르크, 페르시아, 아랍, 인도, 러시아 제국은 핵심 강대국을 자처하며 아시아에서 서열 체제를 구축하려고 노 력해왔다. 하지만 아시아는 언제나 다른 문명과 분명하게 구별되는 독자 적 문명들이 존재하는 지역이 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 인도, 이란을 포함 한 상당수의 국가(문명)들은 세계 역사에서 자신들이 중심적이고 탁월한 역할을 했다는 뿌리 깊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에서는 한강대국이 다른 국가들을 아주 오랫동안 지배할 수 없었고 기껏해야 다극 체제에서 작은 지역의 중심 국가가 될 뿐이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시나리오다.
- 많은 러시아 사람들, 특히 유럽의 중심부 가까이에 거주하는 대부분 의 슬라브 민족들은 여전히 서양을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중심축으로 생 각하고 있다. 러시아의 지배층은 자신들의 돈을 유럽 은행에 보관하고 유럽 등 서양의 학교에서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그리고 사이프러스 와 몰타 같은 국가의 시민권을 획득해 유럽연합의 여권을 발급받고 리비 에라와 알프스에서 휴가를 보낸다. 유럽에 대한 무비자 여행이 허용되지 않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자신들이 유럽에 속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러시아 사람들을 유럽인으로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러시아 사람 들은 점점 더 아시아화되는 국가에 거주하는 유럽 인종이다. 수천 명의 러시아 사람들이 서양 국가의 비자 지연이나 거부에 진저리를 내고 있 다. 대신 비자가 필요 없고 날씨가 따뜻한 태국이 자녀 교육과 자금 회피 에 더 적합한 곳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도의 고아에서도 러시아 마 피아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 경제적인 변화는 걸프 지역의 전략적 변화에 대한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다. 걸프 협력 기구의 모든 국가에서 미국과 교역은 감소하는 반면 아시아와 교역은 증가하고 있다. 동아시아가 수출하는 상품의 3분의 2, 동아시아가 수입하는 석유의 80퍼센트가 말라카해협이나 수에즈운하 또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100퍼센트에 가까운 인도의 상품 교역 이 수에즈운하를 거치거나 말라카해협을 통해 이뤄진다. 아세안 국가들 의 에너지 소비는 2015년에서 2030년 사이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 되는데 에너지 소비 증가의 상당 부분을 걸프 국가들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디 아람코와 아랍에미리트의 아 부다비 국영 석유 회사는 아시아 최대의 석유와 가스 수출국이 되려고 이란, 이라크, 나이지리아, 다른 산유국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 결과 산유국들이 아시아 국가들과 장기 계약 확보에 나서면서 1970~ 1980년대 같은 석유 수출국기구의 협력 체제는 붕괴됐다. 따라서 남아 시아와 동아시아 국가들은 정치적 불안과 상관없이 아랍 국가들로부터 안정적으로 석유를 수입할 수 있게 되었다.
-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한 세대에 걸쳐 소비에트연방의 주변국에서 중국 이 자금을 지원하는 새로운 실크로드에 참여하는 국가로 변신을 추진해 왔다. 이런 변화는 1990년대에 카스피해에서 카자흐스탄을 가로질러 중 국으로 가는 첫 번째 파이프라인과 상하이 협력 기구의 창설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2005년에 중국과 카자흐스탄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 다. 10년이 흐른 후에 많은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 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이 중앙아시아에서 새로운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중국의 패권이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교차로가 될 것이다. 중국의 기반 시설 프로 젝트가 새로운 식민주의적 침략이라는 미국의 시각과 반대로 중앙아시아의 국가들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새로운 실크로드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한다. 중국과 카자흐스탄 국경에 위치한 물류 중심지인 훠얼궈 쓰khorgas는 지역의 현대화에 참여하는 이주 노동자들과 기업인들을 위 한 무비자 환승 지역이 되었다. 고대와 마찬가지로 많은 이란인, 터키인, 남아시아인, 중국인들이 중앙아시아 국가의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 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중국의 국경지대 근처에 있는 카자흐스탄의 상업 중심지 알마티는 중앙아시아 지역의 상인이 서로 어울려 사는 거대한 용광로가 되었다. 많은 국가들은 아시아 전역에서 추진되는 중국의 기반시설 건설을 통해 중국이 아니라 자국의 경제적 목적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진출을 환영하고 있다.
중국이 과거 소비에트연방의 공화국들을 위해 현대화 프로젝트를 시 작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면 이들 국가는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 정 체 상태에 빠진 후진국들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카자흐스 탄의 철도와 파이프라인, 우즈베키스탄의 에너지와 수송 기반 시설, 투 르크메니스탄의 가스전, 키르기스스탄의 광업, 타지키스탄의 수력발전 분야에서 가장 큰 투자국이다. 이들 국가에 투자된 중국 자금은 정부를 부패시키는 원천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잔혹한 권위주의 정부들이 일정 수준의 규정을 지키고 국가 발전에 자금을 투자하도록 만 드는 역할을 했다. 현재 대부분의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소비에트연방 시 절의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은 사망했기 때문에 이들 취약 국가들은 의미 있는 미래를 건설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중국이 내륙 국가인 우즈 베키스탄의 국경지대 기반 시설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우즈베키스탄의 새로운 정부는 지역 통합을 통해 GDP를 두 배로 증대시키겠다는 목표를 선언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세계에서 해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들 가운데 한 곳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 중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점진적으로 둔화되는 것이 아시아의 성장 열기 가 식어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중국의 성장 속도는 느려지고 있지만 다 른 국가들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 후 일본과 한국이 시작했고 그 다음은 중국(대만과 홍콩에 이어 중국의 본토), 현재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가 이끄는 아시아의 세 번째 성장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각각의 성장 시대는 경제적 생산 능력에 최적화된 인구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에 의해 주도됐다. 1960~1970년대에 일본과 한국의 인구는 1억 5000만 명에 조금 못 미쳤다. 1990년대에 중국의 인 구는 10억 명을 조금 넘었다. 현재 파키스탄에서 인도네시아까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의 인구는 25억 명이고 터키-사우디아 라비아-이란의 삼각지대에 걸쳐 있는 서아시아 성장 지역의 인구는 약 3 억 명에 달한다. 50억 명의 아시아인들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보다 훨 씬 더 오랫동안, 훨씬 더 큰 성장을 누리게 될 것이다.
- 서양과 아시아, 각 지역 내에서 기술 인재의 이동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라고 불리 는 파벨 두로프Pavel Durof는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을 러시아가 아니라 두 바이와 싱가포르에서 운영하고 있다. 카네기 멜런 대학 졸업생인 싱가포 르의 잉란 탄vinglan Tan은 최근까지 세쿼이아 벤처 캐피털의 동남아시아 와인도 지역 파트너였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인시그니아 벤처 파트너스 라는 첨단 기술 투자 펀드를 만들어 몇 주만에 1억 달러가 넘는 투자 약 속을 받았다. 잉란은 "현재 가장 완벽한 범아시아적 기술 기업은 본사가 싱가포르에 위치하고 대만 출신의 엔지니어와 베트남의 사용자 경험UX 디자이너를 고용하며 인도네시아를 목표 시장으로 하는 기업이다. 그리 고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회사다"라고 말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을 해오면서 그는 미국과 중국이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기술적으로 종속된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현지의 합작 투자 기업들은 빅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 스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카르타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전자 상거래 기업인 세일스톡 인도네시아는 알고리즘이 고장 날 가능성 이 높다고 지적하는 디자인을 사전에 골라내는 방식으로 잘 팔리지 않는 상품에 대한 비용 절감 방법을 모색하는 데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 로봇이 점점 더 많은 노동력을 대체하더라도 아시아는 세계 제조업의 공급망을 보유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현재 산업로봇 분야는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비율은 한국 이 500대로 일본과 독일의 300대보다 훨씬 높다. 중국의 노동자 1만명 당 로봇 비율은 36대에 불과하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또 보다 적은 힘으 로 더 오랫동안 힘든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력형 외골격을 착 용하고 일할 수 있다. 고령화로 인해 중국의 노동 가능 인구는 2015년에 10억 명에서 2030년에는 9억 명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중국은 기계 설비 와 이를 만드는 외국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노동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산업 자동화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17년에 중국 가전 회 사인 메이디Midea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로봇 생산 기업인 독일의 쿠쿠 로보틱스 Kuku Robotics의 지분 85퍼센트를 60억 달러에 인수했다. 폭스콘 의 자회사이자 공장 자동화 기업인 폭스콘 인더스트리얼 인터넷의 기업 가치는 소니보다 높다. 자동화는 중국이 노동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 이 될 뿐만 아니라 생산성을 높여주고 자동화를 선도하는 선진국에 대한 경쟁력도 강화시켜주고 있다.
-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지분 참여는 유럽이 아시아로 방향을 전환하는 속도가 점점 더 빨 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사례다. 유럽 국가들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이 유럽연합의 최대 교역 상대라는 점에서 매우 당연한 것이다.' 유럽 중앙은행이 위안화 보유고를 늘리고 유럽 전역에 위안화 결제 센터를 허용하는 가운데 중국과 유럽의 유동성 확대는 훨씬 더 강 력한 경제적 통합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럽 국가들은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 시장에 대한 수출을 확대하는 독일의 사례를 따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일대일로 계획이 자신들의 수출에 도움 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몫을 확실히 보장하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 그리스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부터 카자흐스탄에 있는 게르만 소수민족까지 중앙아시아 전역에서 유럽 혈통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거의 6000년에 걸친 인도-아리안족의 이주를 통해 인더 스문명은 북부와 서부 유라시아 민족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했다. 오늘날 까지 리투아니아어의 상당수는 고대 산스크리트어의 어원을 가지고 있 다. 하지만 아시아에 거주하는 유럽인들은 유럽으로 유입되는 아시아인 들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보잘 것 없다. 지난 몇 세대 만에 아시아인들은 유럽에서 대규모 지역사회를 만들면서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식민지 시 대 이후 상당수의 남아시아인들이 영국으로 이주했다. 오늘날 영국에만 200만 명의 인도인과 200만 명의 파키스탄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전 체 영국 인구의 5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2015년을 기준으로 모하메드Mohamed라는 이름이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자 어린이 이름인 올리 oliver보다 많아졌다. 1950년대 이후 터키의 이주 노동자들은 유럽의 게 르만족 국가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현재 약 400만 명으로 추정되는 터키인들은 독일 전체 인구 8200만 명의 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 시민법이 완화되면서 많은 터키인들이 독일 국적을 갖 게 됐다. 프랑스의 터키인은 약 100만 명에 달하고 네덜란드에는 6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식민지 시대 이후 아랍과 아프리카 사람들은 오랫 동안 프랑스에 거주해왔다. 1990년대에는 독일에서도 아랍인들이 증가 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는 중국, 베트남, 인도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 중국 충칭의 우호 협력 도시인 뒤셀도르프에는 서유럽에서 중국인과 일 본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다. 통일된 베를린은 세계 곳곳에서 이주민 들을 받아들이면서 문화의 중심지이자 유럽에서 가장 유라시아적인 도 시로 변하고 있다. 유행에 앞서가는 많은 지역에서 터키의 도너 케밥 doner kebab, 아랍의 팔라펠, 인도의 라시, 중국의 국수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지난 세기 아시아에 대한 유럽의 식민지 지배의 흔적이 점점 더 희미해질 수록 유럽은 인구학적으로 더욱 아시아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역사의 반 전이 아닐 수 없다.
- 유럽은 노동력 부족을 매우기 위해 더 많은 아시아인들이 필요 하다. 유럽 전역에서 호텔과 여러 시설들은 인력이 모자라 서비스를 줄 이고 있다. (하지만 자동화에는 반대하고 있다.) 독일의 많은 산업 지대에서도 노동 인력이 부족해 남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수천 명의 인력을 충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독일은 2020년까지 전국적으로 약 20만 명의 간호 사들이 필요하고 노인 인구를 돌보기 위해 필리핀 간호사들을 적극적으 로 채용하고 있다. 동시에 유럽의 기업들은 인도의 기술 인력을 절실하 게 필요로 하고 있다. 다이슨은 더 많은 영국인 기술자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교육기관을 설립했지만 여전히 영국의 주요 생산 시설에는 최소 3000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 아시아인들은 유럽 국가들의 인재 유치 경쟁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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