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는 소비와 플렉스가 욕망의 대상이자 과시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경제위기와 인플레이션, 소비의 양극화 등으로 관심도가 변화하고 있다. 이제 비소비와 무지출 트렌드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새로운 소비 취향이자 과시 수단이 되고 있다.
- 소비가 과시의 가장 좋은 도구였다면, 이제 비소비도 새로운 도구 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소비를 하든 소비를 멈추든 소비의 형태를 바 꾸든 모든 것에서 과시 욕망이 더 커졌다. 타인과의 공유, 공감보다 자 신에 대한 만족이 커진 것은 당연하고, 타인과의 단절도 확대된 데다 설령 타인과의 관계를 맺더라도 더 느슨한 연대가 된다. 모두가 다 주 인공이고, 모두의 자아가 다 강하다. 적어도 지금 시대의 2030세대는 과거 어느 시대의 2030세대보다 자기중심적, 자기 주도적이다. 그덕 분에 그들의 과시 수단이 소비뿐 아니라 비소비라는 손바닥 뒤집기도 가능해진 것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영리해진 소비자는 더 이상 베블런 효과, 스놉 효과, 파노플리 효과의 힘에 속수무책 따라가기만 하지 않는다.
- 욜로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비싼 물건을 사든, 직장 생활로 돈을 모은 뒤 직장을 관두고 해외여행을 떠나든 기본적으로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번 돈을 써 버려도 다시 벌 수 있다고 여겨졌기에 욜로적 소비가 가능했다. 그런데 2022년 미국은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기를 이야기하며, 한국 경제는 IMF 금융 위기 때와 비교하고 있다. 빅 테크를 비롯해 잘나가던 글로벌 기업들의 구조 조 정이 본격화되었고, 심지어 팬데믹 동안 가장 큰돈을 벌고 주가도 크게 올랐던 화이자 같은 기업마저도 구조 조정을 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기업의 대응이 이미 2022년 2분기부터 시작되다 보니, 한국의 기업들 도 2022년 하반기 채용은 줄이고 구조 조정은 확대한다. 2023년에도 이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번 돈을 욜로하며 써 버리면, 다시 그 돈을 채우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여기는 2030세대로서는 욜로를 버리 고무지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 극심한 가뭄을 겪는 미국에서는 지자체가 주택의 잔디에 물 주는 횟수와 시간까지 통제했고, 심지어 천연 잔디를 없애고 인조 잔디를 깔 아서 물 낭비를 막겠다는 사람도 늘어났다. 단독 주택과 넓은 잔디밭으 로 그려지는 아메리칸드림의 주거 이미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도 커졌다. 이유는 잔디가 많은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쓸 물도 부족한 상황에서 잔디를 계속 유지해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인 것이다. 물을 엄청 줘서 잔디를 잘 자라게 하고서는 또 열심히 깎아 낸 다. 그리고 또 자라게 하고 또 깎는다. 푸르른 잔디가 미관상으로는 좋 지만 감당해야 할 물과 비용은 아주 큰 낭비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천연 잔디를 없애고 인조 잔디를 까는 이가 늘어났다. 풍요의 시대는 끝났 다. 이것은 금전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환경과 자원도 더 이상 낭비해 서는 안 된다. 이제 절제의 시대다. 오히려 절제를 적극 드러내는것이 멋진, 절제를 과시하는 시대다.
- 명품 패션에 대한 욕망이자 소비 열풍이 최근 수년간 처음 불었던 건 아니다. 2000년대에도 불었고 2010년대에도 불었다. 20년 전 열풍 의 주도자였던 당시 2030세대는 지금 4050세대가 되었다. 이들이 가 진 제품과 차별화시키려고 명품 패션 브랜드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 하기 위해 브랜드만 빼고 다 바꿨다고 할 정도로 변신한 곳도 있다. 그 렇게 해서 현재의 2030세대에게 애정을 받았지만 이제 그 기세가 꺾이 고 있다. 사실 2000년대에도 명품 열풍이 불며 루이비통 백이 '5초 백' 이라 불릴 정도로 누구나 가진 흔한 물건이 되었고, 당시 전통적인 명 품을 떠나 신규 디자이너 브랜드로 넘어간 이도 꽤 있었다. 그때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이후 새로운 명품 브랜드가 되기도 했다. 마치 이미 뜬 유명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보다 이제 갓 데뷔한 아이돌을 좋아하며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대 구분이 된다. 이전 세대가 좋아하던 브랜드 를 다음 세대가 그대로 이어 가지 않고, 자기들이 좋아할 새로운 브랜 드를 선택해 이전 세대와 차이를 두는 것이다.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 중 이런 과정에서 쇠퇴한 곳도 있었고, 다음 세대에게 외면받지 않으려 고 변신을 해서 살아남은 곳도 있었다. 요즘은 샤넬 백을 5초 백이라 부 를 정도다. 물론 샤넬 클래식 백은 1000만 원대 제품이라 비싼 가격에 엄두를 못 내서 포기하고 욕망을 접는 이들도 있지만, 아무리 가격이 비싸도 흔해지는 순간가치는 떨어진다. 흔해져서 차별화도 안 되는데 가격도 비싸고 수시로 가격 인상까지 하면 호감은 반감으로 바뀐다.
2021년 국내외에서 명품에 대한 소비가 급증한 것은 명품업계가 잘해서가 아니라 부동산과 주식, 코인 등 자산 시장의 성장에 따른 투 자 수익을 거둔 이들의 소비,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여행 시장이 중단되며 그전까지 썼던 여행 관련 비용이 보복 소비로 전환되며 명품 소비가 늘어난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반대로 주식 시장 급락과 코 인 시장 폭락, 부동산 시장 하락 등 자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기를 겪 으면 명품 소비도 타격을 받는다. 그리고 해외여행이 점점 늘어나면 보복 소비가 줄어들어 명품 소유 대신 경험을 소비하는 욕망이 커질 것이다.
- 욕망은 실용적이지 않다. 비싸다고 무조건 욕망이 사그라들지 않 지만, 호감이 줄어들면 사그라든다. 아무리 좋은 것도 흔해지면 가치가 떨어지는 게 소비에서 드러나는 보편적 상황이다. 이럴 때는 새로운 대 체자가 등장하기에 적기다. 과시적 비소비는 아예 안 사는 것을 의미하 는 게 아니라 소비의 방향 전환이다. 누구나 알 만한 명품 패션 브랜드 를 줄 서서 사던 것에서, 아는 사람만 알 만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사는 것으로의 변화도 여기에 해당된다. 명품으로 플렉스하고 명품 오픈 런 에 적극적이었던 지금의 2030세대들이, 명품 패션 브랜드 대신 상대적 으로 가격도 싸고 개성도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넘어가고 있다. 한번 넘어간사람들에게는 비싸고 흔한 명품 패션 브랜드의 제품 들이 시시해 보일 수 있다. 그들로서는 2030세대가 과시적 비소비를 주류 욕망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명품 시장 에 가장 쉽게 진입할 영역이 명품 패션이라면 미술품, 가구, 와인, 파인 다이닝 등도 2021년에는 성장세가 높았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 줄 서야 할 맛집은 계속 등장한다. 오픈 런 할 정 도의 맛집이 계속 등장하는 것은 놀라운 천상의 맛이 계속 등장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의 희소성을 원하는 이가 많다는 의미다. 특히 2030세대에게는 새로운 경험, 새로운 소비를 과시하려는 욕망이 비싼 물건을 자랑하는 욕망에 견줄 만큼 크다. 물건 소유에 플렉스를 했던 것에서 경험과 취향에 플렉스하는 것, 돈이 아니라 개성과 차별화 를 드러내는 것이 곧 새로운 플렉스다. 과시적 소비에서의 플렉스는 누 가 돈이 더 많은가 하는 측면이 중요하기 때문에 금수저가 무조건 유리 했다면, 과시적 비소비에서는 누가 더 트렌드에 민감한가, 누가 더 유 니크한 경험과 취향을 드러내는가가 중요하기에 금수저가 아니어도 과시에서 얼마든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 비소비와 무지출 트렌드가 소비와 플렉스가 보여 줄 수 없는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이었다면, 빈티지 트렌드는 희소성과 특별함을 드러내는 수단이 된다. 그 바탕에는 신제품이 가질 수 없는 히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앤티크, 리페어 등과 연결되면서 지속 가능성이 강화된다.
- 개성, 취향, 특별함, 차별화에 대한 욕망은 소비를 넘어 체험에서도 계속된다. 2030세대 여성을 중심으로 대세는 골프에서 테니스로 이동하고 있다. 골프만큼 패셔너블하고 귀족 스포츠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테니스는 골프보다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 2030세대에게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리고 운동에는 패션 스타 일이 중요하다. 활동성 때문에 주름진 스커트를 입는 것은 골프나 테니스가 같고 이를 패션 아이템으로 여기는 태도도 비슷하다. 테니스스커 트는 흰색의 주름진 짧은 치마로 활동성 높은 옷이다. 여성용 골프 스커트는 주름진 치마인 플리츠스커트인데 테니스 스커트와 마찬가지로 활동성이 좋아 운동할 때 입어도 효과적이다. 골프를 치지 않지만 골프 웨어에 관심을 가지는 여성도 많고, 테니스를 치지 않지만 테니스 웨어 에 관심을 갖는 여성도 많은 것은 '운동 자체가 아니라 '스타일' 때문 이다. 활동성을 위해 바지가 아닌 주름진 미니스커트를 선택한다는 것 은 활동성도 좋으면서 여성성도 표현하기 위해서다. 활동성 좋은 레깅 스 유행도 계속 확산되겠지만 주름진 미니스커트의 유행은 오래갈 가 능성이 크다. 섹시하고 매력적인 여성성을 드러내는 데 골프 패션, 테 니스 패션이 선택되고 있으며 이는 패션업계로서는 계속되는 기회다.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된 원격/재택근무. 기업과 근로자들은 집에서도 일만 잘하고 얼마든지 성과가 나온다 는 것을 확인하자 한발 더 나아가기 시작했다. 휴가지에서 근무 하는 워케이션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워케이션은 지방자 치단체의 가세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 워케이션은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IT 기술의 발달과 인터넷 인프라의 확산으로 21세기에 들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디지털 노마드를 자처하는 이들이 늘어 갔다. 원래 노마드는 중앙아시아, 몽골 등에서 목축을 하며 물과 풀을 따라 옮겨 다니는 유목민을 지 칭한다. 생존을 위한 목축업 종사자의 유랑은 뭐 그리 대단한 게 아니 다. 하지만 이들 유목민을 뜻하는 라틴어 '노마드'를 철학적 개념으로 만들자 말이 가지는 힘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차이와 반복》 (1968)이라는 책에 서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철학적 개념으로 '노마디 nomadism'을 사용했다. 그 후로 사람들에게 노마드는 유랑하는 목축 업자가 아니라 한곳에 안주하지 않고 자아를 찾아 이동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 되어 버렸다. 1970년대 캐나다의 미디어 학자 마셜 매 클루언 Marshall Mcluhan도 미래의 사람들이 첨단 전자 기기를 이용해 여 러 나라를 옮겨 가며 일할 것이라 예측했을 때도 '노마드'라는 말을 썼 다. 이후 노마드가 대중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다. 모든 사람이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로 일하고, 인터넷 비즈니스를 비 롯해 IT 서비스가 일상화되며, 모든 산업이 IT화되는 시대에 잡 노마 드, 디지털 노마드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모두에게 해당되 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미래학자 군둘라 엥리슈 Gundula Englisch가《잡노마드 사회》 (2001)라는 책을 통해 잡 노마드를 정의했고, 프랑 스의 사회학자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2003)이라는 책을 통해 21세기를 노마드의 시대로 규정했다. 유럽은 수많은 국가가 서로 연결되어 국경을 쉽게 넘나들 수 있고, 언어의 장 벽도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국가를 옮겨 가며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수월하다. 그래서 노마드를 '유로 노마드'라고도 하고, '비즈니스 집시'라고도 한다. 사실 노마드는 디지털 노마드이자 잡 노마드를 포함 하는 말이다. 이후 스마트폰이 촉발한 모바일 혁명과 첨단의 기술적 진 화, IT'가 모든 산업을 주도하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산업 4.0 혹 은 4차 산업 혁명 같은 말들이 일상용어처럼 사용되었고, 우리는 더더 욱 노마드 라이프를 주목하게 되었다. 노마드 라이프의 한 요소가 바로 워케이션이다.
- 우리나라에서 2004년 7월부터 시행된 주 5일 근무제. 당시 이 를 두고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현재 치열 하게 논의되는 주 4일 근무제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 만 중요한 것은 휴일을 늘려 하루 더 놀자는 것이 아니다. 전 세 계는 생산성과 복지를 모두 충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 했다.
- 주 5일제가 자리 잡은 데에는 포드자동차가 역할을 했다. 1926년 포드 자동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하는 것을 표준화시켰다. 당시 일 요일만 쉬고 주 6일 근무제가 보편적이었는데 하루 10시간씩 일했다. 이것을 주 60시간에서 40시간으로 파격적으로 단축시켰다. 왜 헨리 포드는 6일이 아닌 5일만 근무하게 만들었을까? 노동자를 배려해서 더 쉬라고 그랬던 것일까? 아니다. 생산 라인이 기술적, 과학적으로 진화 하고 노동자의 생산성까지 높아지면 근무 시간을 줄여도 오히려 생산 은 더 늘어날 것을 알고 있었다. 동일 임금으로 6일 대신 5일을 일하면 노동자들은 줄어든 시간만큼 더 열심히 일해서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이론을 믿었고, 실제로도 생산성이 높아졌다. 이를 계기로 주 5일 근무 제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 갔다.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의 이해관계 가 반영된 것이 근무 시간 단축이다.
- 이제 우린 도시냐 농어촌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는 시대를 맞았다. 기술의 발달, 산업의 변화, 교통의 발달은 우리 가 머물 공간을 확장시켜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 낸다. 세컨드 하우스는 모두의 욕망으로 자라게 될 것이다.
- 불안한 세상에서 걱정을 달고 사는 것도 당연하고, 그런 상황에서 점점 자기만 챙기는 이기심이 발동하는 것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계속 이럴 순 없다.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쓸데없는 과잉 근심 대신 좀 더 생산적인 것에 집중할 필요도 크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 '나만 잘 살면 된다'는 것이다. 극단적 이기심이다.
-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는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 된다는 아주 못된 단어다. 손실, 고통이라는 뜻의 독일어 'Schaden'에 기쁨, 환희 라는 뜻의 독일어 'Freude'를 합친 말이다. 독일어를 합쳐서 만든 말 인 만큼 독일에서 유래된 말인데, 영어권에서도 이 단어 그대로 쓴다.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덴마크어 등에서도 이 말 을 쓴다. 이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전 세계에서 이 단어의 의미를 담은 말을 쓰고 있다. 사실 우리말에도 있다. '잘코사니'는 국립국어원 표준 국어대사전에도 나오는 말로, 미운 사람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길 때 내 는 감탄사다. 요즘 만들어 낸 신조어가 아니다. 홍명희의 《임꺽정》, 채 만식의 《탁류》 같은 일제 강점기 시절의 문학 작품에도 쓰였다. 《임꺽 정》이 16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걸 감안하면 잘코사니라는 말도 꽤 오래된 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 시대 문헌 중에는 잘코사 니의 옛말인 '잘코셔니'로 쓰인 것도 있고, 제주도 방언으로 '잘콰니'가 있을 정도다. 즉 아주 오래전부터, 전국적으로 다 썼단 얘기다. 우리에겐 '쌤통'이란 말도 있다. '쌤통'은 남이 낭패 본 것을 고소하게 여긴다 는 뜻을 가진 말이다. 이 또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 오래전부터 보 편적으로 쓰는 말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같은 말도 비슷 한 감정인데, 샤덴프로이데의 우회적 표현이다. 샤덴프로이데라는 말 자체를 전혀 몰랐을 때에도 우리가 그 비슷한 말을 써 왔다는 건, 이러한 감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 욕망에 부합하는 셈이다.
-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1788~1860)는 "To feel envy is human, to savor schadenfreude is devilish(시기를 하는 건 인간적이지만, 샤덴프로이데는 악마적이다)"라는 말로, 샤덴프로이데를 아주 강력하게 경계했다. 사실 시기와 질투는 남의 행복 때문에 내가 느 끼는 고통이다. 샤덴프로이데는 남의 불행 때문에 내가 느끼는 기쁨이 니 쇼펜하우어의 말이 맞기도 하다. 하지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 픈 건 내가 사악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친구가 잘나가면 질투하는 것 도 내가 못난 친구라서 그런 게 아니다. 질투가 인간의 본성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치열한 경쟁과 승자 독식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보 편적인 감정이다.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씁쓸한 문제다. 우리가 그 만큼 여유가 없고 불안해서는 아닐까? 이런 불안감이자 위기의식이 정 부와 지자체로선 해결할 정책 과제가 되고, 기업으로선 풀어야 할 소비 자 욕망이 된다. 위기가 증폭될수록 불안과 위안을 위한 산업은 커질 수밖에 없다.
- 지속 가능성, 친환경성 관련 기술 분야는 가장 전망 좋은 미래 비즈니스 분야다. 전 세계의 돈과 인재가 모이고 있는데, 이건 단지 지구를 구하자는 명분 때문만이 아니라, 강력한 비즈니스 기회 때문이다. 클린 테크는 모든 산업으로 전방위적인 확장을 하고 있다. IT가 모든 산업을 주도하며 세계의 돈을 빨아들였던 것처럼, 클린 테크도 강력한 주도자가 될 것이다.
- 클린 테크놀로지 Clean Technology, 즉 클린 테크clean tech는 에너지 및 자 원의 소비와 오염 물질 발생을 줄이고, 탄소 감축과 제거 등을 하는 환 경기술이다.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 에너지 기술을 비롯, 저전력 기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 탄소 배출 측정 기술, 탄소 포집과 제거 기술, 폐기물 처리, 배터리 기술, 전기차, 전기 비행기 등도 클린 테크 에 해당된다. 클린 테크와 IT 기술과도 밀접한 관계다. 전 세계의 모든 산업 구조가 저탄소로 전환되고, 모든 비즈니스가 지속가능 경영으로 재편되고 있는 시대, 투자 자본들도 클린 테크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2021년 클린 테크 스타트업으로 600억 달러 이상이 유입되었고,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50% 증가한 수치로, 거래 규모 가 대폭 증가했다. LG그룹은 바이오 소재, 폐배터리 · 폐플라스틱 재활 용, 탄소 저감 기술 등 클린 테크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향후 5년 간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국내외 글로벌 기업 들과 글로벌 투자 기관들도 클린 테크를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 이미 우린 사람이 아니어도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이건 사람이 싫어서 생긴 변화가 아니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시켜야 하는 시대여서 그렇다.
- 빅 테크 기업들은 직원 수는 적으면서도 막대한 매출을 거둔다. 반면 제조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선 막대한 투자와 대규모의 인력 이 필수였다. 하지만 이제 제조 기업들도 공장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 극대화를 지향한다. 테슬라는 자동차만 혁신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자 동차 생산 공장을 혁신적으로 만들었다. 기존 자동차 생산 방식이 수 많은 부품과 금속 패널들을 용접해서 연결하는 것이었다면, 테슬라는 거대한 하나의 금속판을 주물 틀에 넣고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찍어 내 하나로 만드는 초대형 다이 캐스팅die casting 공법이다. 이를 위해선 6000~8000톤급 초대형 캐스팅 설비가 필요하다. 테슬라에선 이런 제 조 공장을 기가 팩토리라고 부르고 테슬라의 생산 방식을 기가 캐스팅 (기가 프레스)이라고 부른다. 테슬라의 방식은 기존 자동차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사람을 대폭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투입되는 로봇도 3분의 2 정도, 컨베이어 시스템 면적도 20%, 생산 단가도 40% 줄인다. 당연 히 생산 시간도 줄인다. 마치 붕어빵 찍어내듯 기가 캐스팅으로 차를 빨리 찍어 낸다고 생각해 보라. 테슬라가 다른 자동차 회사보다 영업 이익이 훨씬 높은데, 향후 공장 자동화와 기가 캐스팅 설비가 더 확대 되면 영업 이익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2021년 영업이익률은 12.1% 를 기록했던 테슬라는, 2022년 1분기엔 19.2%, 2분기엔 14.6%의 영업 이익률을 기록했다. 자동차업계로선 상상도 못 할 영업 이익률이다. 참고로 현대자동차의 2021년 영업이익률은 5.7%다.
- 기가 캐스팅은 다른 자동차 제조사는 쉽게 따라 하기 어렵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기가 캐스팅을 위해 관련 기술도 직접 개발해 특허도 확보했고, 금속 물성의 균일성 유지를 위해 특수 알루미늄 합금도 개발했다. 특히 합금 개발은 스페이스X의 우주 항공 재료공학에서 확보된 기술력이 적용되었다. 그리고 초대형 캐스팅 설 비를 만들 수 있는 업체도 세계에 2곳(이탈리아 IDRA, 중국의 임프레스플러 스)밖에 없는 데다, 이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각기 연간 9대 정도 다. 초대형 다이 캐스팅 방식을 통한 공장 생산성 혁신의 우위를 테슬 라가 한동안 유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볼보는 2025년을 목 표로 테슬라의 방식과 같은 초대형 캐스팅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려고 하고, 다른 글로벌 자동차에서도 생산 라인을 혁신하지 않을 수 없다.
- 테슬라의 2021년 생산 대수는 93만422대였는데 미국 프리몬트와 중국 상하이에 있는 공장 2곳에서 만든 것이다. 공장 1곳당 47만 대를 만 든 것인데, 기가 캐스팅 설비는 프리몬트에 2개, 상하이에 3개가 있다. 2022년 3월에 독일 베를린 공장, 4월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을 각기 오픈했다. 베를린에 8개, 오스틴에 3개의 기가 캐스팅 설비가 가 동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중국 공장이 폐쇄되는 악재를 겪었음에 도 2022년 연간 출하량은 150만 대 정도로 예상되고, 2022년 연말에 테슬라의 생산능력은 연간 190만 대 규모가 될 것이다. 테슬라의 목표 는 2030년에 연간 2000만 대 생산이다. 이 목표대로 된다면 전기차 분 야에 국한된 1위가 아니라 생산 대수에서 전 세계 자동차 회사 중 압도 적 1위가 된다. 현재 1위인 토요타가 1000만 대 수준이다. 제조 경쟁력 이 높은 독일, 일본, 한국, 미국 모두 자동차 강국이기도 하다. 한국은 IT 분야에서도 서비스가 아닌 제조에서 경쟁력을 가진다. 한국의 대표 적인 수출 분야인 철강, 선박, 석유 화학 등도 제조다. 결국 제조 경쟁력 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장 자동화이자 스마트 팩토리를 통한 제 조 혁신으로 가야만 한다.
- 축소 지향과 극단적 효율성도 과시적 비소비와 연결되는 트렌 드다. 관성적 소비를 과감히 버리고, 줄이는 욕망이 일상으로 확 대된다. 우린 극단적 효율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어디까지 버리고 줄일 수 있을까? 막연한 풍요의 시대는 끝났다. 절제의 시대다.
- 자발적 고립 실험의 대명사 격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란 책에는 "내 집에는 세 개의 의자가 있다. 하나는 고독을 위 한 것이고, 두 번째 의자는 우정을 위한 것이고, 세 번째 의자는 사교를 위한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자발적 고립을 위해 호숫가 숲속 오두 막집으로 갔지만, 찾아올 친구나 연인을 위한 의자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늘 오는 것이 아니라 언제 올지도 모를, 아주 가끔 올 사람을 위 한 의자를 한정된 공간 안에 처음부터 준비해 뒀다는 것은 사회적 관계 이자 교류를 버린 것이 아니라는 증거다. 자발적 고립을 위한 과감한 실험을 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지만, 그의 외로움 예찬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도 느슨한 연대가 병행되어야 함을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린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사회와 연결되어 살아간다. 이런 연결이 주는 이득도 손해도 있다. 일방적 연결과 관계에 수동적으로만 대응했던 사람들이 점점 자기 주도권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 지금이다. 그러니 과거의 관성 을 이어 갈 이유는 계속 줄어든다.
- 우린 의식주에서도 과잉 소비를 했다. 과거로부터 이어 온 관성도 소비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새로운 소비도 한다. 한 손엔 아날로그, 다 른 손엔 디지털을 쥐고 이중으로 소비하기도 한다. 축소 지향과 극단적 효율성도 과시적 비소비와 연결되는 트렌드다. 관성적 소비를 과감히 버리고 줄이는 욕망이 일상으로 확대된다. 우린 극단적 효율성의 시대 를 살아가고 있다. 어디까지 버리고 줄일 수 있을까? 막연한 풍요의 시대는 끝났다. 절제의 시대다.
-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가장 큰 이유는 디테일 에 강해졌기 때문이다. 음악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완성도가 높고, 트렌디하다. 이는 한국의 대중문화소비자들의 경험과 취향 이 상향 평준화되고, 대중문화 생산자들도 상향 평준화될 정도 로 역량을 성장하고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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