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곤경에 빠지는 건 무지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확신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
- 코닥은 실패했다. 하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이유 때문이 아 니다. 이 이야기는 디지털 시대에 가장 과장된 이야기 중 하나 다. 또 내용도 잘못됐다. 이 점은 코닥을 위해서가 아니라 격 동의 시대에 그런 이야기에 의지해 회사 경영을 이끌려고 하 는 이들을 위해서 중요하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변화가 닥 쳤을 때 실패한 사례에서 얻는 일반적인 교훈, 즉 더 과감하게 혁신을 받아들이고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더 많은 위험을 감 수하라는 교훈에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 코닥의 실패가 이렇게 오해받는 근본 원인을 알면 전략 개발이나 효과적인 혁신 추진에 새로운 방식으로 다가설 수 있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우리는 똑같이 고통스러운 길을 가게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코닥의 진짜 이야기는 이들이 (매우 실제적인) 초기의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전형적인 혼란에 대처하는 오랜 규칙에 따라 모든 일을 제대로 해냈음을 보여준다. 코닥은 기술 변화를 이뤄내고 조직을 변화시키고 목표를 달성했으며 디지털 인쇄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됐다. 그러나 이들이 디지털 인쇄 사 업에 익숙해질 무렵 인쇄는 디지털 감상 digital viewing으로 대체 되기 시작했다. 스크린이 인화지를 대체하고 스마트폰이 사진 앨범을 대체하고 소셜 미디어 게시물이 중복 인화를 대체하자 코닥의 세계가 무너졌다.
그렇다면 코닥이 관리자들에게 던져야 하는 중요한 질문 은 “어떻게 해야 혁신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혁신 방향이 올바른지 확인할 수 있는가?”다.
- 뭐가 잘못된 걸까?
그들은 엉뚱한 게임에서 승리했다. 코닥은 디지털 인쇄 시장에서 일류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디지 털 기술이 사진을 캡처하고 인쇄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소비하 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디지털 인쇄 시장 자체가 붕 괴하고 말았다. 코닥이 무너진 건 디지털 인쇄업체로의 탈바 꿈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디지털 감상과 공유가 증가하면서 디지털 인쇄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코닥의 가 치 창출은 경쟁사나 직접적인 대체품이 아니라 생태계의 다른 지점에서 발생한 변화 때문에 무너졌다. 가치 역전이라는 생 태계 역학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 산업 분석의 근본적인 문제는 산업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가정한다는 것이다. 산업이라는 개념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다. 그래서 활동이 시작되고 끝나는 지점에 대한 공통된 생각, 경쟁자들이 어떤 고객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고 그 고객을 어떻게 세분화할지에 대한 이해, 무엇이 중심이고 무엇이 주변인지에 대한 일관된 관점에 의존한다.
- 과거에는 참가자들이 비교적 일관된 방식으로 행동했기 때문에 이런 모호함을 무시할 수 있었다. CVS, 월그린, 지역 약국은 조직 체계나 규모, 전략은 천차만별이지만 다들 성공적인 상품 판매와 약 조제를 사업 기반으로 삼았다. 그래서 소매 약국업에 뛰어든다고 가정하고 경쟁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CVS 헬스로 리브랜딩한 오늘날의 CVS는 단순한 소매업체(2014년 건강 중심 사업으로 혁신하면서 모든 담배 제품 판매를 중단함으로써 20억 달러의 연 매출을 자발적으로 포기했다)가 아니라 미닛 클리닉 Minute Clinic(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매점으로 예약이 필요 없는 진료소), 케어마크 Caremark(보험에 가입한 9,400만 명의 환자들을 위해 약제비 환급 보험을 관리하는 미국 최대 의약품 급여 관리사), 애트나 (3,790만 명의 생명보험 가입자를 보유한 미국 최대 의료보험사 중 하나) 같은 회사까지 거느리고 있다. 다양한 활동과 상품을 한데 엮은 CVS 헬스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게임을 재정의하려고 한다. 잘 정의된 '소매 약국업'이라는 개념은 이 회 사의 업무가 처방약 조제에서 건강 및 웰빙 관리로 전환되면 서 허물어졌다. CEO인 래리 멀로 Lary Merlo는 이를 “건강관리의 소매화"라고 부른다. CVS 헬스는 최종 고객을 위한 가치 제안 뿐만 아니라 고객 가치를 실현하는 기본 방식까지 재정의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개별 산업 분야에서의 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는 쪽으로 노력을 전환하고 있다.
- 가치 아키텍처라는 개념은 우리가 전략 영역에서 익숙해 진 것과는 다른 단위와 수준의 분석을 제시한다.
* 가치 아키텍처는 기술, 물리적 구성 요소, 활동 또는 이를연결하는 공학 관계에서 정의되지 않는다.
* 가치 아키텍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에게 돈을 받기 위한 운영 방식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가치 아키텍처는 고객에게 당신이 제공하는 것에 돈을 지불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가치 구성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 아키텍처의 가치 요소는 가치사슬, 활동 시스템, 가치 흐름의 단계가 아니다. 활동과 사물의 흐름 경로를 추적할 필요가 없다.
* 아키텍처의 가치 요소는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평가할 때 염두에 두는 속성이나 선호도로 정의되지 않는다. 따라서 가치 제안을 창출하기 위해 종합한 개별 요소들이 반드시 최종 고객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 분명 코닥은 디지털 이미지가 디지털 소비로 전환되는 과 정과 그에 따른 인쇄 사업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입장은 아니 었다. 그럴 수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생태계 붕 괴의 역학 관계를 알았다면 방향을 바꿀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코닥 경영진이 생태계 붕괴가 가진 잠재적 힘을 알았다면 여러 가지 다른 방법을 추구했을 수도 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포함된다.
(1) 전문화
디지털 사진 분야에서 경쟁하되 구성 요소 개선을 통해 계속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다. 소비 자들이 유비쿼터스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고 저장하는 디지털 사진 수가 기하급수로 증가하리라고 코닥이 예상했다면 자체 개발해 1,100개가 넘는 특허를 보유한 방대한 첨단 센서 및 이 미지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수십억 달러의 인허가 수익을 올 릴 수 있었을 것이다(코닥은 자사 특허 218개를 이용하는 대가로 삼성 에서 5억 5,000만 달러, LG에서 4억 1,400만 달러를 받았다). 이 회사가 다른 분야를 선택해 집중하거나 판돈을 나누기만 했어도 오늘날 소니가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센서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문화 쪽으로 나아가려면 내부 강점을 기반으로 삼아야 하지만 렉스마크의 경우처럼 목표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으로도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
(2) 확장
어떤 부수 사업이 중앙 무대로 이동할 수 있는지 생각 해 보자. 코닥은 클라우드 기반 사진 관리 분야의 선구적 기업 이었는데 이는 오포토를 인수한 덕에 가능했다. 그러나 코닥 은 소셜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기보다 사진 인화를 촉진하기 위해 사진 공유를 장려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 이미지 저장, 관리, 공유 문제를 좀 더 진지하게 고민했다면 무한에 가까운 저장 공간이 있으면 스마트 검색이나 검색 옵션의 필요성이 증가하리란 점을 깨닫고 '공유' 요소를 우선시하거나 '보관' 같은 새로운 요소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3) 다각화
자신의 위치가 취약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한 분 야에 모든 걸 다 걸지 말아야 한다. 코닥 경영진은 디지털 인 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열망 때문에 회사의 매력적 부문인 의료 영상 사업을 매각했다. 생태계의 위험을 제대로 인지했 다면 인쇄라는 바구니 하나에 코닥의 달걀을 그렇게 많이 담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던 숙적 후지는 사업 다각화를 선택해 사진 사업보다는 다른 시장, 특히 의약품 개발과 생산 혁신 분야에 화학적 역량을 투입했다.
(4) 틈새 발견
긍정적인 행동 방침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생각날 때까지 자원을 아껴두자. 최악의 경우 방어 가능한 틈새시장 에 자원을 재배치해 새로운 계획을 시도할 수도 있다. 사진 인화 기회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과거 4×6인치 사진의 다량 인화에서 이제는 전문적인 포토북 인쇄나 벽면 예술, 개 인 맞춤 선물, 상업용 프린터를 이용한 특수 이미지 인쇄 등으 로 바뀌었다. 코닥 내부에서도 분명 이 대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생태계 역학 관계에 대한 완전한 이해와 불안한 직감을 명확하게 표 현할 수 있는 전략 언어가 없으면 이런 우려도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곧 사라질 디지털 사진 인화 시장에 회사의 미래를 걸겠다는 처참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코닥은 디지털 프린터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낭비하는 바람에 결국 특허 기반을 적절히 방어할 자본도 남지 않았다.
- 모든 것을 방어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방어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프리드리히 대왕)
- 공급자 입장에서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예술적으로 연출 된 생활용품 사진을 제작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 부담스럽다. 사용자는 카탈로그 이미지를 당연하게 여기기 쉽지만 품목마다 적절한 액세서리를 배경에 두고 매력적인 장면을 꾸며 사진을 찍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수백 달러 이상 든다. 웨이페어는 이미지 기술의 선두로 나서는 데 투자했다. 공급업체가 하얀 벽을 배경으로 실제 제품을 촬영한 간단한 2D 사진을 보내면 웨이페어는 이 사진을 가상 3D 장면에 삽입해 무한대에 가까운 다양한 장면을 만들 수 있는 사내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버튼 클릭 한 번으로 똑같은 의 자를 거실이나 테라스, 침실 사진을 배경으로 배치해 볼 수 있 다. 고객이 자기 집에 있는 가구 사진을 찍어 올리면 웨이페어가 그에 어울리는 제품을 추천해 '발견'을 더 용이하게 해주는 기능도 있다.
- 이런 디지털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웨이페어는 2016년 1,000여 명이던 공학과 데이터과학 파트 인력을 2018년에는 2,300명 이상으로 늘렸다. 이 같은 AI 기반 기술은 가구 제조 업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며 제품을 훨씬 매력적 으로 보여주면서 저렴하게 판매하려는 공급업체와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발견과 숙고에 도움을 받는 고객 양쪽 모두를 위한 가치를 창출한다. “고객은 자기가 찾는 게 뭔지 정확히 모른다.” 웨이페어의 알고리즘과 분석 부문 글로벌 책임자인 존 킴John Kim은 이렇게 말했다. “고객이 우리 사이트에 로그인해 활동하면 사이트를 그들의 기호에 맞게 더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훨씬 풍부하고 통일성 있는 이미지도 숙고' 요소가 기능하 는 데 도움이 됐다. 3차원 모델을 증강 현실(및 가상현실) 애플리 케이션에 통합해 고객이 실제 자기 집을 배경으로 제품을 확 인하면서 스타일과 크기, 적합성을 평가할 수 있게 했다. 이런 학습 알고리즘은 고객이 자신의 스타일을 정의하고 이를 반복 해서 확인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 톰톰의 공동 설립자인 코린 비그뢰 Corinne Vigreun는 구글의 움직임을 쓰나미'에 비유했다.
구글은 가민 같은 수준의 진입자가 아니기 때문에 구글의 GPS 분야 진출은 과거 경쟁자들과 근본적으로 달랐다. 톰톰 에게 구글은 예전부터 지도 데이터 사용으로 이득을 본 파트 너이자 고객이었지 장비나 지도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직접적 경쟁자가 아니었다. 생태계 교란자의 전형인 구글은 남들과 다른 가치 아키텍처를 따르는 데다 데이터나 장치를 판매해 가치와 이익을 얻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측면 공격이 가능했다. 구글 가치 아키텍처의 특징적 요소는 사용자 정보(〈그림 2.5)다. 내비게이 션이 구글에 안겨주는 진정한 가치는 (a) 구글 맵에서 광고를 판매해 직접 수익을 올리고 (b) 사용자가 생성한 위치 및 내비 게이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타깃 광고라는 핵심 수익 엔진 을 강화하는 간접 이익을 얻으며 (c) 다른 개발자들이 본인 애 플리케이션에 사용할 수 있는 향상된 API 접근권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 사용 데이터까지 추가로 얻는 것이다.
- 톰톰의 가치 아키텍처는 웨이페어와는 다른 가능성을 제 시했다. 웨이페어의 입지 강화는 넓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반면 톰톰이 선택한 길은 어떤 부문에서는 효과 적이지만 어떤 부문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스마트폰이 흔해지면서 소비자용 기기에 대한 톰톰의 노력은 갑자기 방 해를 받았지만 톰톰 사업의 핵심인 혁신적인 지도화 기능은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를 제공하고자 하는 자동차 제조 사들에 여전히 가치가 있었다.
실제로 2015년부터 톰톰은 자율 주행의 미래에 큰돈을 걸 고 자율 주행 차량이 기둥과 가드레일, 차선을 '보기' 위해 필요한 기술인 HD(고화질) 지도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예전에는 인간을 위한 지도를 만들었지만 지금 은 로봇을 위한 지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략은 요 행수만 바라는 전략은 아니지만 자율 주행의 상용화 시기(4장 참조)가 매우 불확실하기 때문에 단기적 피난처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비전은 내일을 바라보지만 기업의 생존은 오늘의 매출에 달려 있다. 톰톰의 회복력은 구글의 규모와 영향력, 무한한 현금 자산의 위협을 막는 데 관심 있는 고객과 파트너 들이 결성 한 새로운 동맹을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톰톰은 구글의 공세에도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구글이 아니기 때문에 생존하고 있다. 톰톰 CEO 호딘은 이 두 기술 회사의 결정적 차이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우리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 제품을 개선할 때만 고객 데이터를 사용하지, 대체 비즈니스 모 델을 개발할 때는 사용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톰톰은 데이터 를 자체 지도 개발을 위해서만 사용하고 광고주나 데이터 수 집 회사에는 팔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리고 고객의 사업 분야 를 침범하는 데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차이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우버 같은 회사에도 실질적인 가치가 있었고 이들은 지도 기능 제공을 위해 구글 대신 톰톰을 택했다. 이 기업들은 데이터를 핵심 자산으로 여 기므로 남들과 공유하지 않는다. 빅테크 기업 외에 UPS, 트랜 스어반, 도이치 포스트 같은 해운 회사나 물류 회사도 톰톰과 마음 편히 제휴를 맺고 있다. 글로벌 주소 데이터를 정리, 리하고 해당 주소의 속성과 풍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피트 니 보우스 같은 회사는 구글이 자사의 핵심 사업에 뛰어들어 경쟁하게 될까 봐 우려하는 고객의 완벽한 예시다. 피트니 보 우스의 데이터 제품 및 데이터 전략 담당 부사장인 댄 애덤스 Dan Aalaims는 “(톰톰을 이용하기로 한) 결정은 결국 상호 보완적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뜻은 결국 '구 글의 가치 반전 위협이 겁난다. 함께 힘을 합쳐 물러서지 말고 버티자'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통합 콘솔용 지도를 제공하기 위한 입 지를 구축하려는 비교적 신중한 노력이 톰톰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톰톰은 자동차의 두뇌를 전부 장악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동차 업계는 거대 IT 기업들이 기술을 상용화해 제조사들이 근본적으로 상자에 바퀴 다는 일만 하게 될까 봐 경계한다. “아직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어느 기업을 통해 HD 지도를 지원받을지 결정한 건 아니다.” 2019년 9월 톰톰의 자율 주행 책임자인 빌럼 스트레이보스 Willem Stribosch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결정을 내린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상위 10위 안에 드는 회사는 모두 톰톰을 택했다."
- 생태계 구축 3원칙
음악 재생 기기, 음성 비서, 전등 스위치처럼 서로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산업을 어떻게 매끄럽게 연결해야 사람들이 나중에 돌이켜 보면서 그들의 융합이 처음부터 명확하지는 않았 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까? 강력하게 재배열된 요소로 어떻게 생태계를 구축해야 기존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 공룡처럼 느껴질까?
새로운 가치 아키텍처를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아키 텍처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답은 (a) 혼자 해서는 안 되고 (b) 한꺼번에 해서도 안 된다.
흥미로운 새 가치 제안의 기초가 되는 요소들을 뒷받침하 는 모든 활동을 하나의 기업이 통제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 서 파트너를 끌어들이고 조정하는 데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당신이 시도하는 새 게임에 다른 이들을 끌어들이는 게 생태 계 붕괴를 주도하는 열쇠인데 이때 그들이 참여하고 싶어지는 방법을 써야 한다. 그리고 생태계를 구상만 하는 게 아니라 실 제로 구축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생태계 구축은 생태계 붕괴의 핵심이다. 생태계 구축에 꼭 필요한 과정을 고려할 때 다음의 세 원칙이 특히 도움된다.
원칙 1: 최소한의 실행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한다.
원칙 2: 단계적 확장 경로를 따른다.
원칙 3: 생태계 이관을 진행한다.
- 아마존 알렉사, 오프라 윈프리, 아사아블로이, 이들은 규모도 권한도 자원도 제약 조건도 전혀 다른 행위자들이다. 이들 의 공통분모는 단순한 성공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생태계 경계를 다시 정하고 파트너들의 지지를 얻어 일궈낸 성공이라 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생태계 구조를 교란했지만 항상 MVE, 단계적 확장, 생태계 이관 등 생태계 구축의 세 가지 원칙에 부합하는 행동으로 교란을 일으켰다. 이것이 파트너의 지지를 얻고 야심찬 비전을 일관성 있게 조정된 협업 현실로 전환하는 열쇠다.
세 가지 사례에서 설명한 전략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고, 이 진입을 통해 해당 시장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여기에는 성장 추구를 위한 더 광범위한 교훈이 내포돼 있다. 기업이 어디에서 어떻게 새로운 비즈니스 부문으 로 확장해야 하는가 하는 다각화 문제는 기업 전략의 핵심이 다. 역사적으로 성공적인 다각화는 시너지 효과의 두 가지 원 천 중 하나에 뿌리를 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핵심 역량 을 공급하는 쪽의 논리로 기업 역량을 새로운 환경으로 확장 해야 성공적인 다각화가 달성된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역량을 두 개의 시장에 배치할 수도 있다. 혼다가 자동차와 오토바이 용으로 판매한 엔진 기술을 이용해 선박 선외기 엔진 시장에 진출하거나 캐논이 광학 기술을 이용해 사진, 의료 영상, 반도 체 제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생각 해 보자. 두 번째는 고객 시너지 수요 측면 논리로 기존 고객 에게 다른 제품을 끼워 팔 수 있는 능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월마트가 동일한 구매자에게 기존의 직물 상품과 함께 식료품 까지 판매하는 것처럼 같은 고객에게 한 번에 두 가지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데 이는 두 차례 개별적 영업 노력을 기울이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 출발 지연 × 목표 이동 = 수평선 후퇴
두 가지 요인이 모두 작용할 때(생태계 출현 지연 때문에 새로운 가치 제안의 상승이 방해를 받고 기존 가치 제안 궤적은 생태계 확장으로 증가할 때)는 성과보다 가치 창출 측면에서 생각하는 일이 훨씬 중요해진다. 기술 중심 렌즈로 교란 시기를 예측하면 심각하 게 잘못된 예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술끼리의 경쟁에만 초 점을 맞추고 생태계 간 경쟁을 놓치면 “사람들은 향후 2년 안 에 일어날 일은 과대평가하면서 10년 후에 일어날 일은 과소 평가한다”던 빌 게이츠 Bill Gates의 말대로 돼버린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새로운 가치 제안이 승리 할 것이라고 100퍼센트 확신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위험에 처 해 있다는 것이다. 가정'은 맞았지만 '시기'는 틀렸다는 얘기다. 그 대가는 매우 클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을 추진하면서 너무 빨리 돈을 거는 바람에 자원을 다 소진해 버린 이들(아날로그 HDTV를 개발한 필립스) 그리고 너무 일찍부터 투자를 줄이는 바람에 종전의 위치를 빨리 잃게 된 기존 기술 운용자들이 고 통을 겪고 있다. 4세대 무선 네트워크 4G에서 5세대 무선 네트 워크5G로 전환할 때 통신 업계 내부에 바로 이런 긴장감이 감 돌았다. 기업들이 미래 세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기존 네트워크에서의 입지가 잠식될 위험을 감수했기 때문이 다. 실제로 2000년대 초 2G에서 3G로 전환할 때도 이와 동일 한 역학 관계가 작용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지연과 목표물 이동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타이밍과 성능 임계값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린다(그림 4.4>의 D지점). 이렇게 하프마라톤이 험준한 지형에서의 풀 마라톤이 돼버리 면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은 큰 고통을 겪는다.
생태계 출현과 확장 궤적은 외부 충격에 반응해 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의료보험사 가 환자 원격 진료에 대한 보상 제도를 바꾸자 지금까지 주저 하던 병의원들이 원격 진료 기술을 수용할 이유가 생기면서 새로운 가치 제안 채택률이 기하급수로 증가했다. 제조업이 자국으로 유턴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공장에서 지 능형 자동화 기술 채택이 가속화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또 규제 정책이나 생산 요건이 변하면 기존 가치 제안이 확장될 기회가 크게 줄거나 늘어날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생태계 역학 관계를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봐야만 건전한 기반 위에서 교란 시기를 전략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 설립 후 200년 동안 혁신을 거듭한 역사를 자랑하는 출판사 볼터르스 클뤼버르 Wolters Kluwer는 상업 인터넷 초창기부터 전자 출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1995년에 이미 의사, 변호사, 금융 전문가 등 전 세계 고객을 위한 온라인 정보 서비스에 투자했다. 물론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은 “너무 이르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리더들은 필연적으로 어려운 입장에 처한다.
2003년부터 볼터르스 클뤼버르의 CEO를 역임한 낸시 매킨스트리 Nancy McKinstry는 고객 조직뿐만 아니라 외부 생태계에서 생기는 발현 장벽까지 해결해야 했다. “가끔은 이런 변화가 중단될 수도 있고 고객이 올바르지 않은 방식으로 특정 작업 을 수행하거나 받아들일 거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이 말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힘과 인내심의 유지가 비전에 필요한 부속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외부 환경의 역학 관계만큼이나 기업의 내부 지배 구조나 자금 조달 철학에도 영향을 받는다. “인쇄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첫 번째 물결은 더 큰 수익 기반을 만들지 못했고 두 가지 형태의 투자가 필요했다”고 매킨스트리는 말했다.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두 번째 물결이 더 성공적이긴 했지만 성공이 확장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세상이 우리를 따라잡길 기다리는 동안 뭘 해 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어떻게 해야 투자를 계속할 수 있는 가?"라는 재정적 압박으로 인해 더 복잡해진다. HDTV를 개발 한 필립스 사례에서 본 것처럼 조기 진입자의 위험은 단순히 수익이 지연되는 것만이 아니라 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신기 술 투자의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환 초기부터 디지털로의 이동은 볼터르스 클뤼버르가 제 공하는 가치를 향상해 접근성이 개선되고 생산성이 증가하며 새로운 통찰을 얻고 궁극적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매킨스트리는 고객층이 새로운 형식을 확실하게 받아들이기까지 15년이 걸렸다고 추정한다. 그는 “이런 (인쇄) 제품을 원래대로 유지하면서 그와 동시에 이행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따라서 자본 배분을 고민할 때는 우리가 한동안 플랫폼 두 개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 ... 또 그 여정에서 고객도 도와야 한다.” 문제는 변 호사들이 문헌을 검색할 때 도움이 되는 기술과 솔루션을 개발 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솔루션을 보수적이기로 악명 높은 변호사들의 작업 흐름이나 루틴과 통합할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사실 부피가 크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볼 수도 없는 두 꺼운 책을 여러 권씩 들고 다니는 불편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법조계에 이 같은 전통과 습관이 남아 있다는 건 그에 얽힌 문 제가 많다는 뜻이다. 그러니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비전, 지구력, 인내심은 4사분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수 요소다. 비전이 없으면 시장에 진입하면 안 된다. 인내심과 지 구력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문제는 기다리는 동안 뭘 할 것인가다. 기성 기업의 고유한 장점은 고객과 함께 기반을 다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볼터르스 클뤼버르 입장에서는 고객의 작업 과정을 깊이 파고들어 가장 큰 이익을 창출하는 가치 아키텍처가 뭔지 파악한다는 뜻이다. 이는 고객 통찰 확보부터 향상된 디지털 제품 개발, 생태계 확장, 광고주와의 관계 재정립, 전문 솔루션 제공에 이르기까지 15년 동안 진행된 명확한 계획과 함께 명시적으로 정의된 전략적 과정이다. 4사분면에 서 2사분면으로의 전환과 함께 진행된 단계적 확장 전략은 인 상적인 결과를 낳았다. 2004년 볼터르스 클뤼버르의 디지털 부문은 전체 매출의 35퍼센트를 차지했지만 2019년에는 디지 털 및 관련 서비스 부문이 전체 매출 41억 유로 가운데 89퍼센 트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해 지금까지 인쇄 사업을 통해 얻은 것보다 높은 이윤을 기록했다.
- 자신이 남들을 이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따라가는 이가 아무도 없는 사람은 그냥 산책을 하는 것뿐이다. (존 맥스웰John Maxwell)
- 생태계를 선도하는 일은 업계를 선도하는 것과 다르다. 업계에서의 리더십은 상대적 시장점유율, 이익, 브랜드 강점 같은 경쟁 결과로 평가된다. 생태계에서의 리더십은 결과가 아닌 역할이다. 가치 제안을 전달하는 가치 아키텍처에 맞춰 다른 부분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으로 측정된다. 그러므로 생태계를 선도(역할)하는 것과 선도적 생태계에 참여(결과)하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 성공적으로 조정된 생태계에서 가치 제안의 약속이 실현되면 리더와 추종자 등 모든 참가자가 승리한다. 이에 반해 리더 역할을 시도하지만 조정에 성공하지 못한 기업은 그냥 손해를 본다.
- 성공으로 향하는 다양한 경로: 중국의 모바일 결제
미국이 고전하는 것과 다르게 중국에서는 모바일 결제가 대변혁을 이루고 있다. 두 나라는 상황뿐 아니라 리더십 전략 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 비교해 보면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는 잘 확립된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라는 기존 기술 생태계가 이미 널리 퍼져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에 높은 수준의 편의를 제공하고 강력한 추가 확장 기회까지 안겨주고 있었다(4장 분 석 결과), 중요한 차이점은 현금 기반의 거래 생태계 실적이 저 조하고(편의성 및 보안성 결여) 혁신을 강화할 확장 기회를 제공하 지 않는 중국에서는 신용카드가 아직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상황은 본질적으로 백지상태였기 때문에 파트너들이 이전 역할의 연속성을 요구하는 문제가 없었고(즉, 리트머스 질문 2에 대한 대답이 기본적으로 '예'였다) 따라서 리더십 확립은 전적으로 새로운 조정 구조에 달려 있었다
- 현명한 리더십이란 본인에게 리더가 될 당연한 권리가 있 다고 추정하지 않는 것이다. 팔로어십을 확립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리더십을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이다. 이를 위 해서는 기존 조정 구조 안에서 작업해야 할 때와 구조를 다시 조정해야 할 때를 명확하게 알고 기존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과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의 차이점을 이해해야 한다. 또 자기가 맡을 역할은 리더뿐이라고 생각할 만큼 시야가 좁 아져서도 안 된다.
현명한 팔로어십은 넓게 생각하는 것이다. 추종자들은 다른 사람이 만든 아키텍처 안에서 적절히 조정되면서 자기 자 리를 얻는다. 그들은 이런 선택의 유연성에서 힘을 얻는다. 그러나 힘을 갖는 것과 이를 현명하게 행사하는 건 다른 문제다. 추종자 전략은 리더가 제대로 조정할 수 있도록 추종자가 가진 역할의 힘을 활용해야 한다. 현명한 추종자들은 생태계가 성숙하면 이 힘이 사라질 것이고 새로운 옵션을 만들어야 당연하게 여겨지는 위험에 대응할 수 있음을 안다.
리더를 지망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추종자들의 마음을 얻고 또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 자리를 오래 유지하려면 항상 주변에 신경 쓰고 감사하고 어떤 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겸손함을 지켜야 한다. 말로는 쉬워도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 살펴보겠지만 성공에 직면했을 때는 그렇게 행동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 위대한 전략과 행운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항상 행운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문제는 식당에서 메뉴 고르듯 행운을 선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략의 역할은 성공을 위해 필 요한 행운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어떤 행운이 찾아오는 그걸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산업에서 생태계로 전환하려면 전략을 수립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이를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 고전적 교란이 산업 영역 내의 경쟁 질서를 무너뜨린 경우, 가치 제안 자체가 뒤집히면서 생태계 붕괴가 그 기반을 파괴한다. 이 새로운 세계에서 전략의 목표는 단순히 당신의 승리를 돕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올바른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경쟁하고 있음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은 조직 내에서 공통된 언어를 사용해 모든 사 람이 게임이 어떻게 달라지고 승리가 어떻게 정의되는지 이해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당신이 생태계 붕괴를 추진하는 아니면 생태계에 대응하 는 방법을 파악하는 변화하는 게임에서 강력한 전략을 수립하 는 것은 가치 아키텍처를 깊이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런 이해를 표면화하고 활용하는 방법은 조직 내에서의 역할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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