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 중년의 슬럼프(중년의 위기가 아니다!)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이들이 이가 나고 사춘기를 겪듯이 중년의 슬럼프 역시 종종 고통스럽긴 해도 건전한 변화의 과정이며, 우리가 인생의 새로운 단계를 위한 채비를 하게 해 준다. 그러니 이 시기에 불만이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 요 없다는 뜻이다.
둘째, 중년 이후의 반등은 일시적인 기분 변화가 아니다. 그것 은 가치관이 바뀌고 만족감의 원천이 바뀐 결과고, 따라서 나라는 '존재' 자체가 바뀐 결과다. 보통은 예상치 못한 만족감이 노년까 지 이어지며 심지어는 육체가 쇠약해지고 병이 들어도 유지된다.
셋째, 현대 의학과 보건 시스템 덕분에 우리의 수명이 연장 되면서 이미 이 반등기가 10년 이상 연장됐고 앞으로 더욱 연장 될 전망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만족스럽고 가장 친사회적인 시기가 20년 연장되는 과정에 있을지 모른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이 인생의 새로운 단계를 “앙코르 성인기 encore adulthood”라고 부른다. 명칭이야 어떻든 간에 이 시기는 인류가 지 금껏 알지 못했던 종류의 선물이다.
이 선물을 이해하고 선용하자면 우리 부모와 조부모(그리고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당연시하며 그들의 세계관과 우리의 세계관에 각인시킨 인생의 패턴을 재검토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에게 필요한 지식은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그리고 이 지식은 인간의 행복에 관한 왜곡된 논리 또는 억지 논리를 들춰 보는 일에서 시작된다.
-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Richard Layard는 2005년 출간한 《행복: 새로운 과학이 주는 교훈Happiness: Lessons from a New Science》(한국어판: 《행복의 함정: 가질수록 행복은 왜 줄어드 는가》, 북하이브, 2011)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모든 증거가 요즘 사 람들이 50년 전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행복하지는 않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평균 소득은 2배 이상 증가했다. 이것은 미국, 영국, 일본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역설이다.” 그에 따르면 미국 에서 물질적 안녕wellbeing이 크게 향상되었지만 “매우 행복하다”는 사람이 대거 증가하거나 “매우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이 대폭 감소하지는 않았다.
- 개인 차원에서는 국가 차원에서든, 사람들이 인생에 대해 실제로 느끼는 감정은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인간-옮긴이)의 물질적 기준으로 봤을 때 예상되는 수준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도리어 이 관계가 역으로 성립하 는 경우가 더 많다(인구통계학적 요인들과 건강 같은 비경제적 변수의 영향을 보정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레이엄은 “경제가 초고속으로 성장 중인 국가의 사람들이 경제 성장이 더딘 국가의 사람들보다 덜 행복해요. 급격한 변화는 사람들을 매우 불행하게 만들죠”라고 내게 말했다. 이러한 결과를 그레이엄은 “불만스러운 성취자와 행복한 소작농의 역설paradox of frustrated achievers and happy peasants"이라고 부른다.
- 양육과 행복의 관계는 어떨까? 복잡한 문제다. 양육은 인간이 많은 정성을 기울이는 중요한 활동이다. 이제 나는 아이가 없는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됐지만, 오래전 아버지에게 왜 자식을 낳았냐고 물었을 때 들은 대답이 아직 기억난다. “그건 선택하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니잖아.” 물론 다른 선택이 아주 '불가능하진 않지만 많은 사람이 부모가 되는 쪽을 택한다. 예부터 부모가 되어 봐야 비로소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사랑과 분노의 극 치를 실감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현대 학자들이 옳다고 입증 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학자 앵거스 디턴 Angus Deaton과 심리학자 아서 스톤Arthur Stone이 미국인 17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부모로 사는 사람들은 정서적 진폭이 더 크긴 해도 “그것이 인생에 대한 평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며, 자녀가 없는 사람보다 평 균 평가 점수가 더 낮다”라는 결과가 나왔다. 자식을 잘 키운 것 이 훗날 돌아보면 만족스러운 업적으로 꼽힐 수 있겠지만, 키우는 당시에는 인생 만족도가 높아지긴커녕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다수의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 은 사람들과 여러 면에서 다를 공산이 크다. 그들은 소득이 더 많 을 수 있고(가난하면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구입할 수 없다) 더 건 강한 생활 습관(담배를 더 적게 피우고 운동을 더 많이 하는)을 유지 하고 있을 수 있다. 그들은 더 젊고 학력이 높을 수 있다. 또는 그 냥 원래부터 더 행복한 사람일 수도 있다. 이처럼 식단과 행복의 관계가 양쪽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제3의 요인 때문에 나타난다. 고 볼 수 있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채소를 많이 먹는 사람이 평균적으로 더 행복한가?”가 아니라 “채소 섭취 자체가 행복과 정신 건강과 연관이 있는가?”다. 그리 고 그 대답이 “그렇다”인 것이야말로 과일과 채소에 관한 연구에 서 도출된 더 흥미로운 결과다.
- “인생 만족도는 현재 상황 빼기 '과거에 놓친 기회의 합에 대한 후회입니다. 쉽게 말해 그의 후회 함수는 실망감이 누적됨을 보여 준다.  “젊을 때는 후회를 많이 안 해요. 일이 잘 안 풀려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니까요. 별로 걱정을 안 하죠.” 스물다섯 살에는 1년을 실망스럽게 보낸다고 한들 도로에서 과속방지턱을 만난 정도에 불과하다. 내년에는 더 잘 풀리겠지 ! 하지만 만약 그다음 해에도 실망스럽다면? 물론 인생 만족도 의 측면에서 말하는 것이다(지금 우리는 실제로 닥치는 현실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내면의 주관적 해석을 다루고 있다). 인생이 꽤 잘 굴러가고 있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만족스럽지 않다. 그다음 해 역시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또 그다음 해에도, 또, 또, 또, 얼마간 그러 고 나면 실망이 인생의 영구적인 속성으로 느껴진다.  이것은 2가지 효과를 낸다. 첫째, 미래의 만족도에 대한 기대치가 그래프 [4-1]에서 봤듯이 급격히 하락한다. 그래서 수고스 럽게 행복 기대치를 재조정해야 한다. 둘째, 재조정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동시에 두 방향에서 타격을 입는다. “한편으로는 과거에 대한 실망감을 강하게 느끼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에 대한 기대 감이 증발하죠. 그래서 중년에는 과거와 미래가 모두 비참하게 느껴집니다.”
- 학생들은 실제로 받게 되는 것보다 더 높은 초봉과 더 많은 입사제안을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사람들은 일이 완료될 때까지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대부분은 휴가에서 실제로 누리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 라고 예상하며, 다음 달에 실제로 경험하는 것보다 더 긍정적인 일 (예를 들면 선물을 받거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
라고 전망한다. 다양한 방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수행된 연구들이 일관되게 보여 주는 사실은 인구의 상당수(대부분의 추정치에 따르면 약 80퍼센트)가 낙관 편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낙관 오류는 성, 인종, 국적, 나이와 무관하게 관찰되는, 인간 본성에 내재된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평균 이상의 수명과 건강을 기대하고, 자신의 이혼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며, 취업 성공률을 과대평가하는 것 같은 경 향이 있다. 샤롯이 2007년 동료 학자들과 《네이처》에 발표한 논 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그런 기대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존재하지 않을 때조차” 긍정적인 일을 기대한다.
- 경미한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한다. 그들은 우울하지 않은 사람들만큼 긍정적인 정보를 잘 받아들인다. 그러 면서 동시에 부정적인 정보 또한 더 잘 받아들이기 때문에 더 현 실적이다. 샤롯은 2012년 출간한 전자책 《낙관의 과학: 우리는 왜 희망을 타고나는가 The Science of Optimism: Why Were Hard-Wired for Hope》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그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본다. 다시 말해 비현실적인 낙관론을 생성하는 신경 기제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전 인류가 경미한 우울증을 앓고 있을지 모른다.” 사실 낙관성을 타고나는 것처럼 보이는 생물이 인간만은 아니다. 기발한 실험들을 통해 조류 또한 그렇다는 것이 밝혀졌다. 쥐도 마찬 가지다. 그 밖에 여러 종이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왜 자연은 우리가 낙관 쪽으로 편향되도록, 그래서 지속적으로 실망하도록 만들었을까? 어쩌면 현실주의가 우리에게 불리하기 때문일 수 있다. 샤롯은 낙관의 과학》에서 “희망은 우리 정신의 긴장을 완화하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신체 건강을 증진한다. 아마 이것이 낙관성의 가장 놀라운 이점일 것이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낙관론자가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산다”라며 “낙관성은 단순히 성공과 관련 있는 것을 넘어 성공을 불러온다" 라고 쓰고 있다. 낙관성은 창업가들이 암담한 성공 가능성에도 불 구하고 사업을 시작하게 만든다. 나 역시 창업을 시도해 봤기 때문에 잘 안다. 나는 성공을 자신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그래도 내가 기꺼이 도전할 만큼 비현실적이었던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 낙관 편향의 기본 개념은 잘 정립되어 있다. 하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이제 막 연구자들을 통해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사실이 있다. 우리의 구미를 당기는 현상은 낙관 편향이 나이 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낙관 편향은 중년에 쇠퇴하는 것으로 보인다. 《낙관의 과학》에 따르면 이렇다.
좋은 소식에 대한 학습률은 모든 연령 집단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났다. 9세에 꽤 좋았고 45세와 75세에도 여전히 꽤 좋았다. 하지만 나쁜 소식에 대한 학습률은 역 U자 형태를 따랐다. 나쁜 소식을 접했을 때(예를 들면 사탕처럼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우리에게 안 좋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거기에 맞춰 신념을 변경하는 능력은 어릴 때부터 천천히 습득된다. 이 능력은 40세 즈음 절정에 이른 후 나이가 들면서 천천히 쇠퇴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년에는 인생의 쓴맛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이른바 "우울한 현실주의depressive realism”에 시달릴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 같다.
- “내가 도덕심리학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겁니다. 직관, 나도 모르게 생기는 육감을 주시하라. 이성은 그냥 따라올 뿐 이다.”
하이트는 이성을 코끼리 등에 탄 사람에 비유한다. 이 설명법 은 워낙 인상적이어서 이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이트에 따르면 종래에는 감정과 이성을 말과 기수에 비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기수는 말이 뱀을 보거나 단체로 날뛰는 상황만 아니라면 말을 조종할 수 있다. 이 비유는 하이트가 여러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와 배치되었다. 그중에는 하이트 자신이 피실험자가 된 자연 실험(연구자의 개입 없이 자연히 발생한 상황을 관찰하는 연구법-옮긴이)의 결과도 포함되어 있다. “총각 시 절에 연애할 때 큰 실수를 저지를 때가 종종 있었어요. 내가 실수 할 게 뻔히 다 보였는데 말이죠. 대형 사고인 줄 알면서도 사고를 칠게 다 예상됐어요. 뭐가 올바른 행동인지 알고, 나쁜 짓을 하는 심리 역시 다 알면서 나 자신을 멈출 수가 없었죠.” 만일 그와 피실험자들이 뭔가를 타고 있다면 그건 고분고분한 말이 아닐 것 같았다. “코끼리는 굉장히 똑똑하고 진짜 어마어마하게 크죠. 난 내가 커다란 코끼리 등에 타고 있는 꼬마처럼 느껴졌어요. 만약에 코끼리한테 딱히 어떤 계획이 없다면 꼬마가 코끼리를 쿡쿡 찔러서 이쪽저쪽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겠죠.” 하지만 코끼리가 따로 생각하는 바가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면 탑승자는 코끼리의 진로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을 찾거나 망연자실해 앉아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아니면 둘 다거나, 하이트가 말하는 비유에서 코끼리는 우리 정신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종류의 자동적이고 비의지적인 작용을, 탑승자는 통제되고 의지적인 작용을 가리킨다. 이 비의지적이고 비의식적인 형태의 정신 작용은 프로이트가 말한 잠재의식처럼 죄책감과 금기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소용돌이치는 하수처리장이 아니다. 이 것은 우리가 매일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인지적 지름길 의 집합체에 더 가깝다. 모든 걸 심사숙고해 결정하기엔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혐오는 “웩!”이란 소리 로 익숙하지 않고 잠재적 위험성이 있는 걸 만질지 말지, 먹을지말지 판단하는 수고를 하지 않게 만든다.
- 하이트가 강조하는 비결은 내가 40대에 그랬듯이 코끼리에게 자꾸만 만족하라고 말하지 말고, 코끼리가 원하는 것과 탑승자가 원하는 것이 더 가지런히 놓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는 지속적으로 만족감을 일으킬 만한 재료가 풍부하 게 존재할 것이다. 어떤 재료인가 하면 깊이 신뢰할 수 있는 사회 환경, 적당한 건강과 소득, 자신의 삶에 대한 상당한 통제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끈끈하고 든든한 사회적 유대 등이다. 혹시 코끼리의 비유가 그의 인생살이에 영향을 미쳤는지 묻자 하이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요! 이젠 내 인생과 정신을 내가 조작해야 하는 기계라거나 내가 완공해야 하는 건축물이나 도 시로 보지 않아요. 그냥 나 자신을 적절한 경험에 적절히 노출하 면 나머지는 시간이 알아서 할 거라 생각하죠. 인생에서 중요한 건 코끼리와 탑승자가 사이좋게 협력하도록 교육하고 훈련하는 겁니다.”
- 기억하겠지만 중년에는 미래의 인생 만족도에 대한 낙관론이 점점 약해진다. 행복 곡선이 장기간 하강하면서 우리는 당연히 실 망을 예상하는 상태가 되어 반등을 예상하지 못한다. 영화 <아프리카의 여왕The African Queen) 후반부에 유명한 장면이 있다. 배가 늪지대에 갇히고 키 큰 갈대들에 시야가 막히자 두 주인공은 희망 의 끈을 놓아 버리지만, 사실은 조금만 더 가면 탁 트인 바다가 있 음을 보여 주는 장면이다. 행복 곡선 역시 이런 몹쓸 장난을 친다. 말하자면 인생의 강은 우리가 굽이를 일별이나마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시점에 그것을 감쪽같이 감춰 버리는 것 같다.
- 샤롯은 2014년 동료 학자 4명과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 <노년에는 낙관적 갱신 편향이 강해진다optimistic Update Bias increases in Older Age)에서 이렇게 썼다. “젊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노년에는 부정적인 표정보다 긍정적인 표정을 더 잘 기억하고,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자서전적 기억이 감소하며, 금전적 손실이 예상될 때 경험하는 부정적 각성이 약화된다.”
앞 장에서 살펴봤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덜 집착한다. 카스텐슨은 같은 스탠퍼드대학교 소속인 앤드루 E. 리드 Andrew E. Reed와 공동으로 2012년 《심리학의 최전선Frontiers in Psychology》에 나이와 관련된 긍정성 효과에 관한 이론The Theory Behind the Age-Related Positivity Effect)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그들은 상당한 증거를 검토한 결과, 긍정성 효과가 작업 기억, 단기 기억, 자서전적 기억, “심지어는 오기억誤記憶에서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썼다. 노년에는 단어 목록, 표정, 불쾌하거나 감동적인 그림, 건강 관련 메시지 등 각종 정보 를 처리할 때 긍정적인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 또한 더 긍정적으로 기억하는데, 후회를 덜 하는 것과 동일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의 심리학자 마라 매더 Mara Mather는 2012년 뇌의 노화에서 발견되는 감정의 역설The Emotion Paradox in the Aging Brain>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서 그녀는 나이가 들면 뇌에 많은 변화가 생기고 그런 변화가 주 로 지적 능력을 약화시키는 게 사실이지만, 감정 처리라는 영역에서는 정신의 쇠퇴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더욱 이 노인들이 여러 방해 요인의 영향을 더 잘 받는 와중에 영향을 ‘덜 받는 요인이 바로 부정적 감정 자극이다. 매더에 따르면 노인들 역시 부정적 자극을 인지하는 능력은 젊은 사람 못지않다. 단 그들의 차이는 다음 단계인 처리 단계에서 나타난다. 노인의 인지시스템은 긍정적인 자극을 더 주목하고 중시한다. 나이 들면서 우리가 잃는 건 정서적 예리함이 아니라 바로 짜증과 차질에 휘둘 려 하루를 망치는 경향성이다. 그렇다면 긍정성은 나이 들면서 정서적 강렬함을 잃어버려 생기는 것일지 모른다. 혹시 나이가 들면 우울이든 기쁨이든 다 느끼지 못하도록 마음이 마비되는 걸까? 이번에도 역시 아니다. 카스텐슨과 동료 학자들에 따르면 노인은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을 청년만큼 강하게 느낀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애초에 부정적인 감정을 덜 느끼고 느끼더라도 더 짧게 느끼도록 바뀔 따름이다. 폭풍이 여전히 강력하지만 대체로 출현 빈도와 지속 시간이 줄어드는 셈이다. 그리고 폭풍이 시동을 걸 때 나이 든 사람들 은 감정을 더 잘 다스린다.
심리학자들은 노년에 나이가 인생 만족도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보고 너무 당혹스러운 나머지 "나이 듦의 역설 paradox of aging”이란 명칭을 붙였다. 
- 노인들은 과거에 집착한다는 통념과 달리 어느 연령 집단보 다 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 카스텐슨과 동료들은 신중한 시 간 소비>에서 “노인들은 대체로 현재 지향적이고, 젊은이들에 비 하면 먼 미래에 대한 관심이 적다”라며 남은 시간이 짧아지면 “사 회적 상호 작용은 높은 정서적 효용을 보장하도록 신중히 조율된다”라고 쓰고 있다. 예를 들어 노년의 부부는 그들의 관계에서 좋은 점에 감사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적당히 넘길 가능성이 더크다.
지금 이 순간을 살기. 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긍정적인 것을 음미하기. 부정적인 것에 덜 매달리기, 수용하기. 과민 반응하지 않기. 현실적인 목표 설정하기. 소중한 관계 우선 시하기. 모두 현대 심리학과 고대 지혜에서 인생에 만족하기 위한 방법으로 누누이 말하는 비결이다. 그렇다고 청년기나 중년기에 꼭 철저한 현재 지향적 인간이 돼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젊을 때는 야심이 있어야 하고 사회에는 야심 찬 모험가가 필요하기 때문이 다. 하지만 사회정서적 선택성 이론을 알면 노년에 만족도가 상승 하는 의외의 현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카스텐슨의 이론은 시사한다. “나이가 들면 가치관이 변한다”고
- 난센스: 알지 못함의 힘Nonsense: The Power of Not Knowing》(한국 어판: 《난센스: 불확실한 미래를 통제하는 법》, 문학동네, 2017)에서 제 이미 홈스Jamie Holmes는 이렇게 쓴다. “모호함을 해결하고자 하는 충동은 우리 안에 깊이 뿌리 내려 있고 다면적이고 대체로 위험하 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모순된 증거를 거부하거나 묵살함으로써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확실성과 명료성을 억지로 인식하려고 한다. 제스트도 불확실성과 모호성 속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는 능력이 지혜의 핵심 특성 중 하나라고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 아르델트와 그녀의 학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지혜를 세 영역의 역량이 결합된 덕목으로 본다. 이 세 영역은 인지(지식과 지능), 정서(연민과 감정), 사유다. 그런데 여기서 '사유는 단순히 깊이 생각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르델트는 말했다. “지혜에서 사유의 차원은 기본적으로 현상과 사건을 여러 관점에서 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자 신을 외부의 관점에서 보는 능력이기도 하죠. 그렇게 할 때, 그러 니까 현상과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볼 때 세계를 더 넓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을 더 넓게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면 자기중심주의가 완화되죠. 아울러 타인에게 더 강한 공감력과 연민을 발휘할 수 있게 되고요.”
- 영어에는 아르델트가 말하는 덕목을 지칭하는 적확한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 사용하는 ‘사유reflection’와 ‘자기이해self-understanding'와 '자의식 self-awareness'은 오로지 내면만 들여다보는 것, 즉 정신적 자기 매몰이란 어감이 강하다. 이것은 자기중심적인 자아 성찰을 뜻하므로 딱 맞는 개념이 아니다. 다른 심리학자들은 자기 초월self-transcendence'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 말은 LSD 환각 체험처럼 들린다. '불편부당dispassioni'과 '객관성 Objectivity'도 근접한 개념이지만 고고함이나 계산적 무관심으로 들 릴 수 있다. 명칭이야 무엇이든 간에, 자기 자신의 정념과 관점에서 벗어 나는 능력은 지혜의 인지적 측면과 연민적 측면으로 이어지는 길 을 연다. 아르델트는 “나는 사유의 차원이 셋 중에서 제일 중요하 다고 봐요. 이를 통해 나머지 두 차원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라고 말했다.
- 만일 인생의 저류가 우리를 먼저 거창함과 초조함과 들썩임 과 지위 경쟁으로 향하게 한 후 다시 현실성과 만족감과 침착함과 사회성으로 향하게 한다면, 그리고 만일 이 두 시기 사이에 양쪽 세계의 최악을 경험하는 불쾌한 전환기가 존재한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개인적 감정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 만일 과학적 증거 에 대한 내 해석이 옳다면, 행복 곡선은 감정의 소프트웨어가 천 천히 리부팅되면서 우리가 사회에서 이전과는 다른 역할을 수행 하도록 변하는 현상, 즉 사회적 적응 현상이다. 행복 곡선이 존재 하는 건 우리 종의 생존과 번영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 정상화normalisation 란 심리치료에서 내담자가 자신의 상황을 이상 하거나 위험하거나 병적인 것으로 인식하지 않게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자들은 중년의 불만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상담 할 때 정상화에 주력한다고 한다. 조슈아 콜먼도 그렇다. “나는 정 상화를 많이 합니다. 그게 인격의 문제가 아니고, 자신이 구제 불 능이라는 증거도 아니라는 걸 내담자가 알게 하는 거죠. 그런 감 정을 느끼는 게 내면에 어떤 더 큰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란 걸 알게 해요. 발달학적 관점에 서 보면 그게 정상적이고 당연하단 걸요. 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도 알려 주죠."
- 심리학자들은 정상화가 여러 방면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일단 정상화는 중년의 불쾌감이 특이한 것이 아님을 숙지시켜 수치심과 고립감을 완화한다. 이스트테네시주립대학교 상담센터장을 맡고 있는 심리학자 댄 L. 존스Dan L. Jones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게 위기가 아니라 전환기라는 것, 다시 말해 성인의 발달 과정에서 불쾌하긴 하지만 정상적인 단계라는 것을 강조한다고 했다. 중년의 슬럼프를 병이 아니라 일반적인 현상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 행복 곡선상의 골짜기는 시간이 놓은 덫이다. 과거의 인생 만족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미래의 인생 만족도는 쭉 내리막길일 것처럼 보인다. 과거에 대한 실망과 미래에 대한 비관이 현재의 충 만을 앗아간다.
“마음챙김mindfulness” 또는 “마음의 현존mindful presence”은 마 음이 자꾸만 미래나 과거를 오가며 부산을 떨게 놔두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을 뜻한다. 1971년 출간된 람다스 Ram Dass의 베스트셀러 《지금 여기에 있으라Be Here Now》에 이 개념이 잘 요약되어 있다.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이어져 널리 사용되는 현존을 위한 수련법인 명상은 호흡처럼 구체적이고 즉 각적인 것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방황하는 생각을 붙들고 요란 한 내면의 목소리를 잠재운다.
- 카를로 스트렝거 Carlo Strenger와 아리 루텐베르크 Arie Ruttenberg는 중년의 변화가 직업이 있는 사람에게 “실존적으로 불가피한 일”이긴 하지만 항간에 “마법적 변화에 대한 오해”가 팽배한 것을 개탄한다. 2008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발표한 글에서 텔아비브대학교의 심리학자 스트렝거와 중년 대상 서비스 기업 설립자인 루텐베르크는 우리가 열심히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되거나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독이 된다고 주장 한다. 
우리는 고무적인 강연을 듣고 고강도 단기 교육을 받은 후 이제 인생에 영원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믿는 사람을 수없이 만났다. 하지만 그들에게서는 항상 동일한 패턴이 나타난다. 그 마법은 단 며칠간 지속될 뿐이고, 대부분의 사람이 보름쯤 지나면 애초에 왜 그런 격려의 말이 자신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혼란스러워진다.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기를 원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변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한다. 이런 이유로 변화를 장려하기 위한 가르침이 역설적으로 변화를 억제한다.
- 요즘은 무엇을 하든 적시성just-in-time이 강조된다. 이런 세상에서 인내심을 갖고 조금씩 전진하면 마음을 짓누르는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될 거란 말은 직관에 반하고 심지어는 문화에도 반하는 것처럼 들린다. 우리는 시간을 우리의 종으로, 즉 우리가 사용하고 채울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반대로 시간이 우리의 주인이라고, 우리가 거부할 수 없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 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싫어한다. 그래 서 '기다리기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언이다.
하지만 행복 곡선과 그 이상한 되먹임 덫과 관련해서는 기다. 림이 수동적 전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두면 큰 도움이 될 것이 다.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기다림은 시간과 공조해 시간이 우리를 위해 일하게 하는 것이다. 인내는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없겠지만 해결책 중 하나는 된다. 
- 그렇지만 매년 새로운 연구 성과가 쌓이고 있다. 특히 심각성 이 큰데 여전히 관심이 부족하거나 전혀 관심을 못 받고 있는 중 년의 문제들에 대한 증거가 축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앤드루 오즈월드와 피츠버그대학교 경제학자 오 세아 준텔라osea Giuntella는 중년의 수면 위기라고 할 현상을 발견 했다. 9개 선진국에서 취합한 대형 데이터 세트(그중에는 개개인을 장기간 관찰하기 때문에 최고의 데이터 유형이라고 할 종단적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었다)에서 50세 무렵에 수면 시간이 최저점을 찍고 다 시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이 포착됐다. 이들은 “각국에 현저한 U자 곡선이 존재했다”라고 썼다. 국가, 성, 취업, 자녀, 결혼과 무관하게 중년의 수면 부족 현상이 존재하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현상은 실존적 불행의 가장 위험한 지표인 자 살률이 나이와 분명한 관련성이 있으며, 짐작하다시피 중년이 특히 위험한 시기라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중년과 자살의 연결 고리가 점점 더 두터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이코노 미스트》는 “이제까지 가장 자살률이 높았던 연령대는 75세 이상 이었고 특히 독거인이나 유병자의 자살률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가장 위험한 연령대는 중년이다. 2012년 45~54세 미국인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0명으로, 어떤 연령 집단보다 높았다”라고 보도했다. 2018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서 2000 ~ 2016년에 중년(특히 여성)의 자살률이 급증 했다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2018년 앤드루 오즈월드 역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자살은 중년의 지배적인 위험 요인이며 특히 40대 후반 남성에게서 위험 성이 크다”라고 썼다. 그는 이 같은 중년과 자살의 교집합이 선의 의 무시benign neglect(민감한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정치·외교 전략-옮긴이)가 아닌 정조준된 관심을 요구하는 시급한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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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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