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의 종말

경영 2024. 7. 7. 18:50

- 과거에 개인들은 '맡은 업무를 얼마나 잘 추진하느냐'로 평가되었다면 이제는 성과의 주체로서 그야말로 '성과를 얼마 나 달성했느냐'로 종합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기업도 직무가 아니라 성과를 기준으로 조직을 구분하고 기존과는 전혀 다른 평가체계로 업무를 분배하게 될 것입니다.
검은 백조와 검은 코끼리가 동시에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습니 다. 전에 없었던 새로운 문제점(블랙스완Black Swan)들과 이미 예상은 하고 있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못 본 척하고 있는 일(검은 코끼리 Black Elephant)들이 우리를 덮치고 있습니다. 정답이 사라진 시 대, 우리는 새로운 답을 찾아야만 합니다. 직무의 종말 시대는 여러분에게 묻고 있습니다.
"직무의 종말 시대, 당신은 준비가 되었습니까?"

-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노동력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가 다양하게 발전(그렇지 못한 나라도 아직 많이 존재하지만)해왔습니다. 이제는 과거처럼 기업이 일방적으로 노동 자를 내쫓을 수 없도록 법과 제도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계가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기업이 일방적으로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내쫓는 형태로 나타났다면, 지금은 AI(기계) 의 인간 노동력 대체가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 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기업은 과거 산업화 시대와 유사하게 AI로 인간의 노동 을 대체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데 활용하 려고 합니다. 기업은 기존에 한 팀(4~5명)에서 할 일을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도록 업무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비교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 책의 핵심 주제인 '직무의 종말'과 연결됩니다. 세부적으로 나누어져 있던 직무가 사라지고 직원 한 명, 한 명이 팀이자 생산의 주체로서 역할을 맡게 됩니다.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이제 직원이 곧 리더이자 임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직무는 사라 지고 직원은 AI 생산 결과물을 검토하고 종합하고 전달하고 피드 백을 받아 또다시 AI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형태로 변하게 되어 앞 으로 직무에 따른 세세한 업무 구분은 점차 퇴색되고 사라질 것입 니다.
2023년 5월 2일에 시작한 미국작가조합WGA의 파업을 살펴보 겠습니다. 참고로 WGA는 미국 영화 및 드라마, 예능 대본을 작성 하는 할리우드 작가 1만 1,500여 명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입니다. 이들의 파업 내용을 살펴보면 공중파 대신 OTT (온라인동영상서비 스) 콘텐츠가 주류로 자리를 잡으며 작가들의 임금이 공중파에 비해 편수가 적은 OTT의 특성상 소득(작가들은 프로그램 편수로 계약해 임금을 받고 있음)이 줄어든 것입니다. 이 부분도 OTT 서비스라 는 플랫폼 기술에 의해 노동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지 만 이어지는 내용에 주목하기 바랍니다.
WGA는 작가 고유의 영역이었던 창작, 즉 대본 작성을 AI에 침해받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제작사들은 AI로 대본 초안을 만 들고 이를 작가들에게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요청합니다. 결국 수 정, 보완 작업에 대한 비용만 인정해주는 꼴이죠. 이에 더해 디즈 니와 애플, 아마존 등 플랫폼 업체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콘텐츠 제작자를 해고한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마치 기계에 의해 일자리에서 밀려난 존 헨리와 그의 동료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 사례를 보면 과거와 같은 직무의 전문성은 인간에게 요구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방송작가는 엄청난 전문성과 노하우가 있어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직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AI가 작성한 내용을 사람들의 눈으로 검토하고 뉘앙스 나 어색한 부분을 바로잡는 정도가 작가의 역할이 될 수 있습니 다. 지금 현재 우리가 강조하는 직무의 전문성이 앞으로도 요구될 까요?

-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 혁신적인 노력과 쇄신을 해야 하는데 조용한 퇴직은 기업의 생존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은 조용한 퇴직에 대응하기 위해 '조용한 해고Quiet cutting'라는 대안을 내놓습니다. 조용한 해고는 조용한 직을 선택한 직원에게 직무평 가 강화, 업무 재배치, 승진 기회 박탈, 회의 배제 등을 통해 스스 로 퇴사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조용한 해고로 기업은 해 고(권고사직으로 인한 페널티 등), 추가 고용, 재채용 (업무 재배치 시), 직원 사기진작에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 실제로 2년간 두 번의 업무 재배치를 받은 I사의 직원은 “회사가 당신이 해고되지 않게 최선을 다했으니, 당신도 최선을 다해 일 하거나 아니면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 말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고 전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기업 입장에서 업무 재배치 등 조용한 해고는 직원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이기도 합니다.
또한 기업에서는 '조용한 고용Quiet hiring'도 함께 진행되고 있습 니다. 새로 풀타임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기존 근로자의 역할을 전 환해 업무를 맡기거나, 정규직 대신 계약직을 뽑아 대응하는 방식 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의 법적,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입니다.

- 자동화 기술(로봇, AI)로 인한 노동 시장의 변화는 검은 백조와 검은 코끼리 요소가 섞여 있습니다.
먼저, 자동화로 인한 '검은 백조' 현상으로 해석해보면 중장기 적인 자동화로 노동 시장의 변화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 상황들(예: 완전 자율주행차량 도입으로 인한 교통 패턴 변화, AI의 창의 적인 업무 수행 능력 등)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일단 발생하면 그 영 향력은 매우 클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난다면 많은 직업이 자동화됨으로써 경제 구조와 노동 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 입니다. 이로 인해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실업률 증가 등 부정적인 영향도 불가피하게 생길 것입니다.
- 노동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문가들의 다양한 예측이 진행되고 있지만 한 방향으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경제적 인 측면에서도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과 로봇(AI)세를 도입해 사람들은 AI와 로봇이 생산한 결과를 향유하는 미래를 그 리는 학자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검은 코끼리' 현상을 단기적으로 해석해보면 AI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예: 일자리 감소, 데이터 프라이버시 침해 등) 는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예상 가능하지만, 그 해결책이 명확하지 않아서 문제해결에 집중하기 어렵게 합니다. 이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그로 인한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정부 정책 및 법률 제정 등의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일자리 감소 문제는 '검 은 코끼리'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AI와 로봇 기술 발전으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었습니다. 하 지만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 에 적극적인 대응을 피하는 경향(물론 많은 전문가와 학자가 연구하고 있지만)이 있습니다.

- 국내 회계법인 '빅4(삼일PwC,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 EY한영)'가 앞다퉈 AI를 탑재한 디지털 감사 툴을 개발해 업무에 적 용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디지털 회계감사Digital Audit' 시대를 열 고 있습니다. 갈수록 치밀해지는 회계 부정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 털 감사 역량'은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삼일PwC가 디지털 감사 프로그램으로 2022년 한해 절약한 업 무시간은 17만 시간에 달합니다. 감사 자동화 프로그램 '로보틱 플 랫폼' 덕분이죠. 이 프로그램에는 회계 정보의 자동 검증, 보고서· 조서 초안 작성, 공시정보 검색 등 30여 가지 자동화 앱이 있습니 다.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에서 사업자 상태를 조회해 결과 · 증빙 을 제공하는 '휴·폐업 조회', 리스계약 조건 기입 때 리스 회계처 리를 위한 상각표를 자동 산출하는 '스마트리스', 수출입 이행 관련 증빙 확인과 사실 조회가 가능한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 조회' 등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회계법인은 이미 데이터 분석, 부정 적발, 위험 평가 등의 분야 에서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감사는 리스크를 판단 하고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 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덕분에 회계사는 AI가 할 수 없는 복잡하 고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해 감사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법적으로 세무사와 회계사가 보호받고 있고, 최종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점 때문에 '세무사와 회계사'라는 일 자체가 사 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동화로 기존 세무사와 회계사 가해 온 업무와 방식이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AI와 협업 하는 전문가와 그렇지 못한 전문가로 나뉘게 되죠.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디바이드(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넘어 'AI 디바이드(AI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격차)'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 'FiletOfFish1066'에게 맡겨진 일은 다른 개발자들이 만든 프로그램의 품질을 테스트하는 것이었습니다. 'FiletOfFish1066'은 테 스트하는 모든 과정을 프로그램으로 자동화해 입사 8개월 후부터 는 출근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무실에 앉아 주당 40시간을 근무했지만 근무시간에는 온라인 게임이나 온라인 게시 판에 글을 보면서 시간을 때웠다고 합니다.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 발하고 6년 동안 일을 한 시간은 50시간 정도 된다고 스스로 밝혔 고, 그 기간 동안 매년 1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2016년에 이미 지금보다 조금 더 앞선 미래를 살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많은 사람이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냐며 주인공을 욕했지만, 앞으로 상당수의 프로그래머는 생 성형 AI에게 일을 지시하고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토하고 있을 것 입니다. 
- 미 공군의 베테랑 교관, 프로그래 머, 요리사는 서로 다른 영역의 고숙련자입니다. 이들은 숙련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수련했습니다. 심지어 프로그래머는 AI와 로봇을 개발하 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온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들마저도 AI에 밀 려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인 웃픈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AI와 로봇이 발달하면서 숙련도는 점점 의미를 잃어갑니다. 자동화 기술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선할 것이기 때문이죠. 앞으로 일부 전통이나 수제, 자연친화와 같은 마케팅 기법으로 숙련도는 의미가 있지만 대부 분은 더 빠르고 효율적인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 입니다.

- 다시 말해 직무는 여러 명이 하나의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단위로 나누어 놓은 업무의 구분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전에는 10명에서 나눠 했던 일이 2~3명으로도 거뜬 히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일을 처리 하는 데 혼자로도 충분하거나 더 이상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은 직무들도 있습니다.
물론 경영진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강제로 직무경계를 허물 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 명이 일을 나눠서 하는 것이 번거롭거 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온전히 성과를 차지하기 위해 작업자 스스로가 직무경계를 통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AI와 로봇 등 자동화 기술로 몸은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지 만 업무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는 직무들도 늘고 있습니다. 결 국 직무의 경계는 사라지고 직무의 업무 자체가 바뀌는 일도 생깁니다. 직무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그야말로 직무 경계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죠. 직무경계 종말의 징조는 이 미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 좋은 결과물을 위해서 억지로 뭉쳐 놓았던 영혼의 파트너(?) 들이 독립을 선언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생산력이 향상되면서 업무의 경계를 허무는 혼종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이죠. 디획자, 디발자와 개자이너, 풀스택 개발자의 출현입니다. 디획자는 기획 업무와 디자인 역량을 갖췄습니다. 디발자는 디자 인을 할 줄 아는 개발자이고, 개자이너는 개발을 할 줄 아는 디자 이너를 말합니다. 개발 업무에서도 프론트 엔드, 백엔드, 서버, 보안 등 여러 요소로 나뉘는데 이것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풀스택 개발자도 등장했습니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 그리고 혼자서 기획, 디자인, 개발까지 모두 다 끝낼 수 있는 개발 전문가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하나하나 엄청난 전문성을 쌓아야 가능했던 일들이 이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전문가들도 충분히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특히 생성형 AI는 일상언어로 대화하듯 프로그래밍, 디자인, 기획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디자인은 '피그마igma' 와 '미리캔버스minicanvas', '달리DALL.E', '미드저니Midjourney' 등과 같이 클릭 몇 번과 프롬프트 몇 줄로 수준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획 업무도 변화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벌써 '마이크로 365 코파일럿Microsoft 365 Copilot'이 출시되었고 조금 더 AI가 업그레이드되 면 양식에 맞춰 프로그램의 전체 기획 내용을 정리할 것입니다. 이 제는 각 영역의 전문성 없이도 혼자서 충분히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현재 'PICA Labs (피카랩스)'는 AI로 영상을 생성해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참고할 광고를 찾아 AI에게 알려주니 실사로 큰돈을 들여서 촬영한 광고보다 더 멋진 영상을 몇 분 만에 만들었 습니다. 특수효과를 위해 스튜디오를 빌리고, 고성능 카메라와 특 수장비들, 전문가, 출연자 없이도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죠. 더 나아가 애니메이션부터 다큐, 영화, 드라마까지 모든 장르에 맞 춰 AI가 영상을 생성하게 될 날이 이제 머지않았습니다. 심지어 촬 영과 녹음을 하지 않아도 나와 똑같이 생긴 아바타가 내가 말하는 모습을 만들 수 있고, 다른 언어까지도 유창하게 하는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영상 · 미디어 분야 직무의 경계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미 유튜브, 릴스, 틱톡, 아프리카TV 등 1인 미디어가 시장을 장 악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영상을 제 작하고 편집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아 영상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일정이 바쁘다 고 워드 작업을 외부에 위탁하지는 않는 것처럼 영상작업도 누구 에게 맡기는 것보다 내가 처리하는 게 빠른, 그 정도 수준의 일이 될 것입니다.
영상 · 미디어 시장은 노동집약적 시장이었습니다. 그래서 방 송국이 거대 자본과 광고 수익을 바탕으로 주도해왔죠. 하지만 자 본과 광고 수익에 비교적 자유로운 1인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영상 이 더 자유로워지고 틀을 깨는 새로운 도전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AI와 여러 기술의 도움을 받아 제약 없이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고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어떨까요? 더 이상 영상 · 미디어 분 야의 직무구분은 의미가 없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 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닌, AI가 스스로 콘텐츠를 구상하고 기 획해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세상이 함께 다가오고 있습니다.
- 윤리적으로 생성형 AI로 무장한 하이브리드 작가들이 '옳냐, 그르냐' 논쟁을 떠나 사람들이 엄청난 노력을 투입하지 않고 책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혁명입니다. 금속활자가 발명된 이후 당시 상 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책이 보편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이 발 명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접하고 생산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이제는 AI가 금속활자로 문서를 찍어내듯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글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보의 유통 혁명을 넘어 생산 혁명 이 일어난 것입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기획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원고를 검토하고, 될 만한 원고를 선별하고, 원고를 콘셉트에 맞게 다듬어 책이 출판됩니다. 땅속의 원석을 가공해 다이아몬드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과 같은 과정이죠. 기획 과정이 너무 길고 복잡해서 뛰어난 기획자도 한 달에 수십 종의 책을 기획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원고가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출판 기획에 AI를 활용하면, 원고의 완성도와 성공 가능성을 분석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의 제목과 핵심 키워드까지 뽑아 줍니다. 출판 콘셉트에 맞는 홍보/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보도 자료와 기사에 필요한 이미지도 만들어줍니다. 기획자들은 더 많은 책을 검토하고 책에 맞는 홍보/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됩니다.
기획출판에서 기획자는 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될 수 있습 니다. 잘될 만한 주제와 콘셉트만 발견하면 AI에게 기획문서와 목 차 작성을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기획에 대한 기회비용이 크게 줄 게 되니 업무에 부담 없이 얼마든지 새로운 기획을 할 수 있게 됩 니다. 기획자는 주제와 콘셉트만 잡고 적합한 작가를 찾아 책을 의 뢰하면 됩니다.
- 지금 출판 산업의 고민은 카메라가 등장한 후 미술계의 고민과 비슷합니다. 카메라 등장 전까지는 실물과 똑같이 그릴 수 있느냐 가 그림을 잘 그리느냐의 기준이었습니다. 카메라가 등장한 이후 똑같이 그리는 능력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죠. 그래서 사람 들은 어떻게 하면 카메라와 다르게 그릴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것이 야수파, 인상파, 입체주의, 초현실주의 등 새로운 기법들을 낳게 되었습니다. 카메라가 또 다른 수많은 천재 화가를 탄생시켰듯 출판계에서도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천재 작가들 이 탄생할 기로에 서 있을지도 모릅니다.
AI 시대에 출판 산업을 새롭게 정의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작가, 기획자, 교정담당자,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것 이 대단한 경쟁력과 특권이 아니게 된 지금, 출판산업은 어디를 향 해야 할까요? 개인이 온전히 콘텐츠를 개발하면 그것을 상품화해 주는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지향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되면 덩치 큰 대형 출판사보다 1인 출판, 출간 전문가들의 전성시 대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 직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기업은 울타리 내에서 새로운 기술이 어떤 직무를 대체하기 시작하면 기술로 대체되지 않은 직무로 직 원들을 이동시키게 됩니다. 직원들은 기존 직무에서 또 다른 새로 운 직무로 계속 이동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까운 미래의 직장인들 은 늘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고, 현실에 적용하고, 자동화 시스템 이 구축되면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서 떠나야 하는 형태를 반복하 게 됩니다.
앞으로 사람들은 한 직무에서 꾸준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 내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이동하며 맡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 은 평생학습과 직무연수입니다. 꾸준히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지 않으면 본인이 맡은 일이 수명을 다했을 때 다른 직무로 이동하는 것 에 상당한 제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떤 직무에 있 는지가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구 분되고 필요한 프로젝트에 투입될 것입니다. 이케아의 사례처럼 직 장은 살아 있지만 직무는 서서히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에서 노동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대체되는 과정이었다면, AI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에는 노동 그 자체가 AI로 대체되는 과정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 정을 지나며 하는 일은 달라졌지만 일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안도하며, AI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도 마찬가지라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업무의 방식이 달라지 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노동력은 여전히 필요했지만, AI 트랜스포 메이션 시대는 노동력 자체가 필요 없는 시대로 향하고 있습니다.

- 최근 몇 년간 기업은 대대적으로 직무 체계를 바꾸거나 일을 새롭게 정의하기보다 직무를 새롭게 구성하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3장에서 소개한 '이케아'의 사례처럼 먼저 직무를 업무 단위로 세 세하게 쪼갭니다. 자동화 프로그램과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자동 화할 수 있는 부분은 자동화합니다. 그리고 남은 업무를 새롭게 구 성해 새로운 직무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예를 들어 은행에서 기존의 창구 직원은 고객의 입출금, 송금, 대출 등과 같은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금융서비스의 발전으로 이러한 업무는 점차 자동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창구 직원은 고객 상담, 마케팅, 데이터 분석 등과 같은 새로 운 직무를 수행하는 새로운 직무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방식도 땜질식 처방일 뿐, 더 빨라진 일의 변화를 따라가기에는 여전히 버겁습니다. 우리는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생성형 AI 이슈를 따라가기조차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같은 과정을 계속 반복해 직무를 다시 조합 하기에는 세상이 지나치게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책의 여러 부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생성형 AI와 로봇 등 자 동화 기술은 직무를 구분하는 것을 넘어 뼈까지 통째로 씹어 먹고 있습니다. 인류에게 직무의 한 조각 부스러기라도 떨어질지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 기업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
자동화 기술이 점진적으로 기업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직무 중심의 질 서는 급격하게 무너집니다. 직무의 경계가 사라지고, 직무의 형태가 바 뀌게 되면서 결국 사람들이 투입될 수 있는 직무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 할 수 있습니다. AI와 협력해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 그리고 AI를 감시 하고 관리하는 직원, AI 기술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직원, 그리고 조직 에 속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포함한 넓은 생태계를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이 네 가지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개인은 부서화됩니다. 개인은 AI와 협력해 부서 전체의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AI는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책임을 질 수 있 는 개인이 성과의 주체가 됩니다. 그리고 조직 안에서 개인은 AI와 AI의 결과물을 잇고, AI와 사람을 잇는 허브가 됩니다.
둘째, 인력은 AI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데 투입됩니다. 크게 모니터링, 문제해결, 윤리적 관리, 수정 및 개선의 네 가지 영역에서 사람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핵폭탄 이상으로 무서운 위력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AI 를 대응하기 위해서 사람들에 의한 감시와 관리는 필수입니다.
셋째, AI 기술지원팀에서 사람의 역할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현업 전문가들의 경험과 지식을 AI에 녹여내는 과정이죠. 결국 AI는 모두가 사용하 는 범용 기술로 자리 잡으면서 기술지원팀은 축소되지만 최고의 기술 전 문가들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또 실무에 적용하게 됩니다.
넷째, 인력의 생태계는 더욱 다양해집니다. 직장인들에게도 지금보다 더 많은 자율권이 부여됩니다. 직장에서도 자신이 선택한 문제에 몰두 하고 퇴근 후에도 부업을 통해 경제 활동과 자아실현을 합니다. 또 비 정규직들도 N잡러, 긱 워커, 프리랜서 등의 모습으로 필요한 곳에 필요 한 만큼 인력을 제공합니다.
- "기업을 운영하려면 인력과 여건을 갖추고 제대로 해야 한다"는 조언은 고리타분한 옛말이 되었습니다. 고용한 사람들은 예전처럼 조직에 충성하지 않고, 여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비용이 들기에 언제 시작할지 알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플랫폼과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1인 기업 형태를 선 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생성형 AI 시대가 되었습니다. 챗GPT-4.0을 넘 어 GPTS가 등장하며 개인별 맞춤형 채팅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담을 하기 위한 오은영 박사 챗봇, 기업운영 상담을 하기 위한 스티브 잡스 챗봇, 투자 상담을 위한 워런 버핏 챗봇을 단 몇 분 만에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잠깐만 생각해봐도 충분 히 사업화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그리고 챗GPT 스토어가 곧 출 시되면 스토어를 활용해 개발한 챗GPT 인앱(챗GPT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들을 사고팔 수 있게 됩니다. 이 현상을 해석 해보면 생성형 AI를 활용해 많은 사람이 1인 기업에 도전할 수 있 는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말합니다.

- 감성지능이란 자신과 상대방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는 감정을 통 제하고 변별하는 능력,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사고와 행동의 근 거를 도출하는 능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능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감 성지능은 우리가 업무를 수행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중추 적인 역할을 합니다.
감성지능의 중요성에 대해 에이미 브래들리 교수는 "근본적으로 일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형성하는 관계의 질과 관련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사람들이 서로 어떻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지가 업무의 성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우리가 자신의 감정이나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업무의 생산성을 저해하고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킵니다.
마크 크레이머는 감성지능을 “갈등과 좌절을 다루는 법, 낙담 한 사람들을 격려하는 법, 협상이나 업무를 완수하는 능력"에 해 당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감성지능은 사람들 간의 관계 를 잇는 다리이며, 그것을 통해 생산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감성지능을 갖추는 것이 미래 업무 환경에서 필수적인 능력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며, 또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보다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업무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 입니다.
감성지능은 단지 개인의 능력이 아닌, 조직 전체의 문화와 철 학에도 깊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조직에서 감성지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를 통해 소통하고 협력하는 문화를 형성한다면, 그것 은 그 조직의 성과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이는 그 조 직의 지속 가능성을 키우고, 모든 구성원이 보다 만족하고 행복한 업무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 결국, 감성지능은 미래의 업무 환경에서 우리가 갖춰야 할 필수적인 능력입니다. 우리는 AI와 로봇이 처리하는 업무를 바탕으 로 자신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탐색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가 직면한 '직무의 종말'에서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며 새 로운 시작을 찾고 준비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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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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