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요약금지

사회 2024. 3. 21. 07:21

- 물리적인 변화에만 치중한 현대화 작업은 많은 문제를 야기 했다. 독재자 박정희와 김현옥 서울시장(낡은 동네를 허물고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지어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었다)과 같은 20세기 국 가 건설자들의 감독 아래에서 서울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은 비교적 조용했던 도시에서 산업 도시로 빠르게 변모했다. "이 체 제에 대한 비판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서울의 제조업 쇠퇴와 맞 물려 있다”고 윤지희라는 말한다. "제조업 공장들은 인건비가 훨씬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서울은 산업 도시로서 성공의 정점에 도달할 때 이미 쇠퇴의 길을 걷는 중이었다." 산업화 이후 시대에 걸맞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정부는 많은 연구를 의뢰했다. 초창기인 2002년에 나온 연구 중 하나는 교차 하는 도로와 회색 빌딩 숲으로 이루어진 서울의 “도시 공간 전 반"이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윤지희 라는 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그 장소만의 매력적이고 독특한 이 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서울, 아니 한국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며 사라 질 뻔한 기존의 전통을 보존하는 동시에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 발견 · 재도입 · 재창조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전통 한옥과 같은 옛 서울의 일부 흔적은 현재 주로 관광 명소나 부동산 투자 대 상으로만 남아 있다).
이는 2011년 취임 이후 DDP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과시적이고 낭비적이라고 비판했던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의 인식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그는 무상 급식과 학교 텃밭 가꾸기, 보행 자전용거리, 기존 건축물의 철거가 아닌 재사용 등을 지지했다. 당시 서울은 멕시코시티에서 몬트리올, 브루클린에서 베를린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소규모 도시 개발 방식 을 활용했다. 빵집, 부티크, 독립 서점, 레코드 가게, 스페셜티 커 피로스터, 도시 정원 등 21세기 도시 거주자들이 즐길 수 있는 풍요로운 공간이 전통적이고 소박한 국수 가게와 거대한 시장 옆에 나란히 등장했다.
사실 서울은 이미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고 서울 시민들조차 글로벌 브랜드로서 서울의 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 넷플릭스, 무인양품과 같은 브랜드를 면밀히 분석하는 한국 간 행물인 <매거진 B>는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에 대한 특집호를 발 행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들이 수없이 변화해온 브랜딩의 역 사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소프트 시티', '디자인 수도', '글 로벌 도시' 등 기존 모델에 기반한 정체성을 위에서 아래로 강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도시 속 마을이, 심지어 시 민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직접 찾을 수 있도록 필요한 여건과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21세기 서울은 정체성을 어디선가 찾아내기보다는 많은 이들이 함께 새롭게 구축하는 과정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만약 서울 이 계속해서 영문브랜드를 사용해야 한다면 “함께 만드는 서울, 함께 누리는 서울"이라는 오래된 한글 슬로건을 번역해 사용하는건 어떨까?

- "법과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과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 (132쪽)
흥미로운 이 질문은 《82년생 김지영》의 핵심 주제 중 하나지 만 아주 깊이 있게 다뤄지지는 않는다. 좌절에 빠진 많은 한국 인은 문화, 법, 생물학 사이의 역학 관계를 파악하기보다 손쉽고 간단한 해결책으로 한국을 떠나는 것을 선택한다. 어린 시절부 터 '익숙한 미국, 일본, 중국 등'이 아닌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 가고 싶다고 말해온 지영의 솔직한 언니 은영의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왜 그런 곳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은영은 "한국 사람이 적을 것 같아서"(73쪽)라고 답한다. 외형적으로나마 평등해 보이는 사회 에서 한국인들과 떨어져 억압과 기대에서 벗어난 자유를 누리 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한국인이 은영이 처음도 아니며, 아마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라스틱 테러범  (1) 2024.03.25
모험의 서  (1) 2024.03.21
희망의 혁명  (5) 2024.03.14
노력의 배신  (1) 2024.03.04
2024 세계대전망  (0) 2024.02.21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