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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의학

과학 2025. 9. 12. 07:09

- 기립 저혈압은 이러한 자율 신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일어나고는 합니다. 병이나 악물 부작용으로 자율 신경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혈압을 조절하는 기능이 둔해지거든요. 또 출혈로 혈액이 줄어든 상태(빈협)거나 몸에 수분이 부족한 상태(탈수)여도 기립 저혈압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쉽게 말해 호스 안에 흐르는 물의 양이 줄어든 상태죠. 물을 멀리까지 보내려 호스 끝을 아무리 팍 눌러도, 양이 부족하니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낼 수 없습니다.
심장 기능이 나쁜 경우에도 혈압 조절이 어려워요. 수도꼭지가 충분히 열리지 않는 상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 사람이 실신하는 이유
피검사나 예방 접종으로 주사를 맞을 때가 있죠. 그런데 바늘이 찔리는 순간, 통증이나 심리적 스트레스로 어지러움을 느끼고 픽 쓰러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반응을 미주 신경성 실신'이라 불러요. 자율 신경계 균형이 무너져 심박 수가 떨어지고 혈관이 확장되면서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줄어들어 정신을 잃는 증상입니다. 쉽게 말해 수도꼭지를 충분히 열지 않고, 호스 끝도 꼭 누르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죠.
여기서 '미주 신경'은 부교감 신경 중가장 큰 신경이에요. 부교감 신경의 일종이니 교감 신경과 정확히 반대의 일을 합니다. 자율 신경계는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라는 상반된 두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둘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야 우리 몸의 기능이 유지되죠. 미주 신경성 실신은 부교감 신경이 과하게 활동하고, 교감 신경은 활동이 억눌릴 때 일어납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아침 조회를 하던 시절, 오래 서 있다 보면 휘청하면서 쓰러지는 학생이 나오곤 했어요. 이 또한 미주신경성 실신의 한 예입니다.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있으면 자율 신경계의 균형이 깨질 수 있거든요.

- 우리가 술을 마시면 위와 소장에 흡수된 에탄올은 간으로 이동합니다. 그러고는 먼저 알코올 분해 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성분으로 분해되고, 이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다시 우리 몸에 해롭지 않은 아세트산으로 변합니다. 아세트산은 쉽게 말해 식초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세트산은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어 몸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반면, 메탄올은 분해되면서 '포름알데하이드'를 거쳐 '폼산'으로 바됩니다. 이 폼산은 우리 몸에 해로운 산성 물질로, 몸 안에 쌓여 여러 장기에 손상을 줍니다. 그래서 메탄올을 먹은 사람들이 숨지거나 장애를 입은 거예요.

- 십이지장에는 이자관과 쏠개관(담근)이 연결되어 있으며, 이곳으로 각각 이자액과 쓸개즙이 분비됩니다. 이 두 관은 마치 서로 다른 수원을 가진 두 개의 강처럼 흐릅니다. 쓸개관은 간에서, 이자관은 이자에서 흘러나오고, 그 두 물줄기는 십이지장 벽 안에서 하나로 합쳐집니다. 이 합류 지점에는 '들개이자관 팽대 조임근(오디 괄약근)'이라는 복잡한 이름의 근육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물줄기가 합쳐질 필요가 없을 때는이근육이 오므라져 관 출구를 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두관이 반드시 십이지장에 와서 합쳐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개의 관이 십이지장에 도달하기 전에 합쳐지면 괄약근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합니다. 이를 '담취관 합류 이상'이라고 부르는데,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기형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요.
만약 이자액과 쓸개즙이 정상보다 약간 앞에서 만나면,어떤일이 생길까요?
가장 큰 문제는 이자액이 쓸개관 쪽으로 역류하면서 쓸개관벽에 상처를 내고, 결국 암이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자액은 소화효소가가득 들어 있는 강한 액체입니다. 이 소화액이 평소에 쓸개관으로 흘러가면 쓸개관 벽이 차츰 헐며 상처가날수 있습니다.
담체관 합류 이상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됩니다. 쏠개관이 확장하는 유형과 확장하지 않는 유형입니다. 쓸개관이 확장하는 선천성 담관 확장중의 경우는 약 20퍼센트, 쓸개관비확장형은 약 40퍼센트라는 확률로 담관암이 발생한다는 무시무시한 통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15~20세나 이른 나이에 암이 생긴다는 특징도 있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어릴 적부터 이자액이 쏠개관을 야금야금 상하게 하고, 그래서 거듭 염증이 생기고, 이 염증이 암세포 출현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쓸개즙이 이자관 쪽으로 역류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소아기부터 급성 이자염이 쉽게 발생하는데, 그 발병률은 약 28~43퍼센트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 사람이 술을 잔똑 마시거나 과식을 하면 소화액이 많이 분비되어 대장의 흡수 능력을 넘는 양의 수분이 대장으로 흘러가 설사를 하게 됩니다. 또 음식이 장에 머무는 시간이 짧을수록 수분을 흡수하는 양이 줄어들어 역시 설사가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장염에 걸리면 배에서 꾸르록꾸르륵 소리가 나면서 연동 운동(장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대변을 이동시키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음식물이 통과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그러면 또설사가 나지요.
반대로 어떤 경우에 변이 딱딱해질까요? 이 질문 역시 수분 흡수 과정을 떠올리면 답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대장의 연동 운동이 느려지면 음식물이 장을 통과하는 속도가 느려집니다.자연히 대장 안에서 변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더 많은수분이 흡수되고 변이 딱딱하게 뭉칩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 연동 운동 기능이 약해져 만성적인 변비에 시달릴수 있습니다. 노화로 생기는 변비에는 변비약을 적절하게쓸 필요가 있어요.

- 동맥은 정맥보다 휠씬 혈압이 높아서 수술할 때 상처가 나면 혈액이 분수처럼 활칼 뽑어져 나읍니다. 의학 드라마에서도 수술실에서 외과 의사가 수술을 하다가 얼굴에 피가 튀거나, 피범벅이 된 채 당황하는 장면이 단골로 나옵니다. 상처가 난 혈관이 동맥이라면 핏방율이 얼굴에 튀는 정도는 현실에서도 벌어지는 일입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이런 출혈이 반드시 긴급 상황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수술실에는 지혈을 위한 여러 도구가 준비되어 있거든요. 대부분 빠르게 처치해서 무사히 넘어가는 편입니다. 얼굴에 피가 뭘 정도로 피가 난 곳이 분명한 동맥 출혈이라면 오히려 지혈하기 쉬운 사례가 많습니다.
오히려 천천히 스며 나오는 정맥 출혈이 휠씬 위험할 때가 많습니다. 정맥은 벽이 얇아서 어쩌다 상처가 난 경우, 신중히 처치하지 않으면 틈이 더 벌어져 봉합할 수 없거든요. 드라마에서는 긴박감을 주기 위해 피가 뒤는 장면을 강조하지만, 덜 극적으로 보이는 출혈이 현실에서는 더 어렵고 긴급합니다

- 독도마뱀과 신약 개발
미국 남서부에서 멕시코에 걸친 사막 지대에 서식하는 아메리카독도마뱀은 힐러몬터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맹독을 지닌 도마뱀입니다. 1992년 미국의 과학자인 존 엥이 도마뱀의 독에 들어 있는 물질에 주목하고 엑센딘-4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이 물질은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첫단추가 되었어요.
박사가 엑센딘-4에 눈독을 들인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인간이 지닌 호르몬 중 하나인 글루카곤유사 펩타이드-1(GIP-1)와 비슷한구조를 지녔기 때문입니다.
이름이 복잡하니 GLP-1이라고 불러 볼게요.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소장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입니다. 몸에서 인슐린이나오게 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등 혈당수치를 내리는 쪽으로작용하죠.
이 GLP-1는 수명이 짧아서 몸 안에서 금방 분해되어 버립니다. 그런데 존 엥 박사가 발견한 엑센딘-4는 구조적으로 GLP-1을 매우 닮았으면서도 몸에서 잘분해되지 않는 성질이 있었습니다. 혈당 수치를 내리는 작용을 오래 유지할수있으니, 약으로 쓰기에 적절한 물질이었던 거죠.
이러한 엑센딘-4에서 실마리를 얻어 태어난 새로운 당뇨병약을 GLP-1 수용체 작용제'라고 합니다. 2005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승인되었죠 현재는 이 약을 필두로 트루리시티와 오젬픽, 리벨서스 등 다양한 유형의 상품이 판매되며 현역 당뇨병약으로 맹활약 중입니다. 트루리시티와 오젬픽은 2022년의 의약품 판매 매출 세계 순위에 10위 안에 들 정도로 성장했고, 나란히 7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달성하며 그야말로 제약회사를 먹여 살리는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 페니실린은 바로 이 세포벽을 만드는 데 필요한 PBP'라는 효소에 결합해서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도록 방해합니다. 그러면 세포벽을 만들지 못한 세균이 죽는 원리이죠. PBP는 '페니실린 결합 단백질(penicilin binding protein)'의 줄임말로, 이름 그대로 페니실린 발견 후에 찾아낸 물질입니다.
인간의 세포에는 세포벽이 없어서 페니실린은 우리 몸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세균에만 작용합니다. 그래서 감염병 치료제로 사람에게 쏠 수 있었죠.
그런데 세균은 교묘했습니다. 1940년대부터 페니실린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 내는 변종이 등장한 거예요. '페니실린 분해 효소'라는이 효소 때문에 페니실린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이번에는 인간 쪽에서 페니실린 분해 효소에 대항할 수 있는 '메티실린'이라는 새 항생제를 개발했습니다. 그러나 1960년에 사용하기 시작한 메티실린은 겨우 1년만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을 만났습니다. 이 얄미운 세균은 '메티실린 내성 황색 포도상 구균'으로, 10년에서 20년 세월에 걸쳐 전 세계로 뻗쳐 나갔습니다. 영어 약자로는MRSA라고 불러요.
MRSA가 내성을 지니는 방식은 참으로 교활합니다. 세포벽 합성에 PBP 대신 PBP2라는 효소를 만들어 써서 메티실린의 공격을 피해 버리는 거죠. PBP를 막을 생각만 하는 메티실린을 속이는 전략을 쓴겁니다.
여기서부터는 인류와 세균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되었습니다. MRSA에 맞설 수단으로 인류가 새로이 만들어 쓰고 있는 항생제가 '반코마이신'입니다. 홍미롭게도 반코마이신은 애초에 MRSA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약은 아닙니다. 반코마이신은 1956년에 이미 다른 용도로 개발된 약이있거든요.
- 반코마이신이라는 옛무기를 쓰다
반코마이신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보르네오의 정글에서 얻었습니다. 정확히는 정글의 흙에 사는 진균(곰팡이, 효모를 포함하는 미생물)에서 얻어 냈죠. 반코마이신이라는 이름은'정복하라는 뜻의 영어 단어에서 왔습니다. 페니실린이나 메티실린과 달리 반코마이신은 세포벽의 재료가 되는 펩티도글리칸의 전구체에 결합해서 세포벽을 만들어 내는 걸 방해합니다. 말하자면 세포벽을 만드는 효소를 막는 방식이 아닌, 세포벽의 재료 자체를 공격하는 방식이죠.
집을 짓는 과정에 비유하자면, 페니실린과 메티실린은 세포벽 합성에 필요한 효소, 즉 건축 도구를 못 쓰게 만드는 약이고, 반코마이신은 벽을 세울 벽돌 자체를 망가뜨리는 약입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덕에 반코마이신은 이전 약에 내성이 생긴 세균에 대항할 수 있었죠.
개발 초기에 반코마이신은 불순물이 많아 꺼림칙한 갈색으로 보여 '미시시피강의 진흙'이라며 비웃음을 받았습니다. 콩팥 같은 장기에 부작용이 잘 일어나 쓰기 까다롭기도 했죠.
그런데 MRSA 감염증이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이에 대항할
항생제가 필요해졌습니다. 미국에서도 1970년대부터 MRSA로 골머리를 앓았죠. 이러한 배경에서 반코마이신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 활약할 자리를 찾지 못하고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였던 반코마이신이 귀중한 무기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사용되는 반코마이신은 혈중 농도에 맞는 신중한 용량 조절이 필요한 약입니다. 다른 항생제와 비교하면 여전히'쓰기 까다로운 약`이죠. 그러나 MRSA에 대항하는 무기로는 여전히 없어서는 안 되는 항생제입니다.(MRSA 이외의 세균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요. 이미 반코마이신도 통하지 않는 내성균이 여럿 나타났고, 인류와 세균의 '술래잡기'는 계속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개된 이야기는 황색 포도상 구균에 대한 치료법이었지만, 감염병을 일으키는 세균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 하나하나에 인류와 세균이 벌인 끝없는 술래잡기의 역사가 존재합니다.

- 진통제의 어두운 역사
통증과 맞서던 인류의 노력은 때로는 어두운 그림자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불티나게 팔린 '아스피린'이 개발되던 당시, 그 뒷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죠. 바이엘의 연구원 하인리히 드레서는 모르핀을 개량한 '디아세틸모르핀'이라는 물질을 개발했습니다. 아세틸화리는 화학 반응을 거처 개량된 이 화합물은 인류를 아픔에서 건져 낼 명약처럼 보였습니다. 모르핀보다 8배나 효과가 뛰어나고, 지속 시간은 짧았으며 효능이 우수했거든요. 모르핀을 대신할 효자 상품이 되리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죠.
바이엘은 1898년에 이 디아세틸모르핀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약에는 영웅을 뜻하는 그리스어 '헤로스'에서 이름을 따 '헤로인(hcroin)'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듬해에는 연간 1톤이라는 엄청난 양의 헤로인이 합성되어
전 세계로 팔려 나갔습니다.
하지만 곧 헤로인의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중독성이 엄청나 도저히 약으로 쓸 수 없었던 겁니다. 남용 문제로 헤로인은 1913년에 제조가 중지되었고, 현재 사용은 물론 갖고 있는 것도 불법인 마약이 되었습니다. 약을 개발할 당시에는 제약과 입상 시험 등의 체계가 오늘날만큼 갓추어지지 않았던 탓에 이런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한 것이죠.
참고로 모르핀에서 메틸화라는 화학 반응을 거쳐 생기는 메틸모르핀'은 '코데인'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모르핀보다 순한 약입니다. 지금은 기침약으로 사용되고 있죠.

- 혈관이 확장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지만, 대강이나마 원리를 소개해 드릴게요. 우선 혈관 내피(안쪽 벽)에서 일산화질소(NO)가 만들어지고, 이 일산화 질소가 혈관 민무늬근에 신호를 줍니다. 그러면 '고리형 구아노신 일인산'이라는 물질이 늘어나고, 이 물질이 근육을 이완시켜 혈관이 확장됩니다.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동안에도 온몸의 혈관에서 매일 이러한 반응이 일어나고 있죠.
일산화 질소는 니트로글리세린이 분해되어 생기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니트로글리세린은 일산화 질소를 매개로 혈관을 확장시키죠. 간단히 말해 일산화 질소가 혈관을 늘리라는 신호를 주는 겁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산화 질소는 혈관 학장뿐 아니라 전신에서 다양한 기능을 조절하는 신호 전달물질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질소 원자와 산소원자가 결합하는 매우 단순한 기체가 우리 몸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 물질이었었다는 사실은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커다란충격을 주었습니다.
일산화 질소의 신호 체계를 밝힌 공로로 미국의 의사 페리드 머래드와 화학자 로버트 퍼치곳, 약리학자 루이스 이그내로 세 사람은 1998년에 노벨 생리의학상 받았습니다.

- 어떻게 피가 굳는 걸 막을까?
그런데 왜 와파린을 먹으면 피가 잘 굳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는 1970년대 후반에 밝혀졌습니다. 와파린은 피가 굳는데 중요한 일부 응고 인자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응고 인자'란 우리 피에 들어 단백질입니다. 발견된 순서대로 I부터 X까지 알려져 있죠. 이 인자들은 서로 복잡하게 작용하며 피를 굳힙니다. 와파린이 방해하는 것은 그중에서도 VI, X, 인자예요. 이 인자들은 모두 비타민 K 없이는 합성할 수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타민K 의존성 응고 인자'라고 해요. 의대생이라면 비타민 K에 의존하는 이응고 인자를 달달 외워 두어야만 합니다.
우리 몸은 음식을 먹어 비타민 K를 보충하거나, 장에 사는 세균이 만든 비타민 K를 이용합니다. 한번 쓰면 그대로 버리지않고, 다양한 효소 작용으로 재활용하며 알뜰하게 이용하죠. 그런데 와파린은 이 비타민 K를 재활용하는 효소가 일하는 걸 방해합니다. 그러면 결국 혈액 응고 인자가 부족해지고,
피가 쉽게 멎지 않게 되죠
그래서 와파린을 먹는 환자들은 병원에서 "비타민 K가 많은 음식은 피하세요.'라는 복약 지도를 받습니다. 예를 들어 청국장, 푸른 잎채소, 클로렐라 같은 음식에는 비타민 K가 많이 들어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다시 응고 인자가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결국 와파린의
효과가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와파린의 효과가 너무 강해서 피가 전혀 맞지 않는다면, 비타민 K를 일부러 투여해 와파린의 작용을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이 와파린을 사람에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입니다.
요즘에는 와파린보다 더 편리하고 효과적인 항웅고제들도 속속 출시되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아픽사반(apixaban) 과리바록사같은 Xa 인자 억제제는 전세계에서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름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가응 인자 Xa에서 따온것이죠.

- 간호 노>에서 나이팅게일은 후대까지 전해질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내가 그자리에 있을 때 하는 일을, 내가 없을 때도 가능하도록 관리할 줄 모르면 간호의 결과는 허사가 되거나 도리어 역효과를 냅니다."
본인이 없을 때에도 같은 수준의 업무가 이루어지도록 정보를 관리하고, 조직의 기능을 정비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한 것이죠. 오늘날 사회에도"내가 없으면 우리 회사가 돌아가지를 않아!" 하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대표들이 있습니다만, 어떤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조직은 약하고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조직에서 리더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기는커녕 우쭐해 한다면 크나큰 착각이지요. 나이팅게일의 가르침은 지금까지도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깨달음을 줍니다.

-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갑상샘의 역할
갑상샘은 갑상샘 호르몬을 분비해서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기관입니다. 그런데 이 호르몬이 과하게 나오면 '그레이브스병(Graves' disease)'이 생겨요. 바제도병이라고도 부르는 이 병에 걸리면 몸의 신진대사가 지나치게 활발해져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차고, 손이 떨리거나 땀이 많이 나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반대로 갑상샘 호르몬이 너무 적게 나오면 '갑상샘 기능저하증'이 생기는데, 이때는 신진대사가 떨어져 무기력해지고 피로하며, 몸이 붓고, 변비도 생길 수 있어요. 또한 눈꺼풀이나 손, 다리 등이 퉁퉁 붓는 '점액 부종'이리는 특이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죠.

- 메스로 살을 가를 때에는 원칙이 있습니다. 바로 피부 표면의 표피와 진피라는 얇은 충까지만 칼을 대는 것입니다. 메스를 깊숙이 찔러서 단숨에 자르면 모세 혈관이 상해서 피가 나고, 지혈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메스로 표피를 가른 다음에 전기 메스라는 기구를 사용해 깊은 층까지 갈라서 여는 게 일반적입니다.
전기 메스는 이름에 메스가 들어가지만, 우리가 아는 날카로운 칼 모양은 아닙니다. 끝이 금속으로 만든 막대처럼 생졌고, 전기를 이용해 조직을 지지면서 자르는 펜 모양의 수술기구입니다. 손잡이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전기가 통하고 떼면 통하지 않습니다. 자르고자 하는 부위에 전기 메스 끝을 대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손쉽게 절개할 수 있습니다.
전기 메스는 자르는 동시에 열로 단백질을 웅고시켜 지혈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느다란 모세 혈관을 가로로 잘라도 피가 나지 않고, 수술을 깔끔하게 진행할 수 있어요. 일반 메스나 가위보다 편리한 점이죠. 고온으로 단백질이 응고하는 모습은 달갈프라이나 삶은 달같을 만들 때 환자가 군는 과정을 상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전기 메스는 피부를 자를 때뿐 아니라, 몸속을 열고 나서도 여러 번 사용됩니다. 기존의 메스와 비교하면 휠씬 용도가 다양한 수술 도구이죠. 전기 메스를 사용하는 수술에서는 환자의 몸에 '대극판 (bovie plale)'이라는 시트를 붙여야 합니다.
전기 메스 끝에서 흐르는 고주파 전류가 이 시트로 회수되도록 회로를 만들기 위합입니다. 보통 이 시트는 전신 마취 환자가잠든 뒤넓적다리에 붙였다가 깨기 전에 떼어 냅니다. 그래서전신 마취 수술을 받아 본사람도 자신의 몸에 이런 시트가 붙었었다는 건 거의 모를거예요.

- 우리 세포에는 DNA에 발생한 손상을 수선하는 기능, 즉 DNA 수선 기작'이 여러 가지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 기능이 없다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어요. 왜냐하면 자외선이나 화학 물질 등으로 DNA가 손상되는 일은 일상이거든요. 생명 설계도가 되는 DNA를 공격하는 광선이 매일 지구에 쏟아져 내렸기에, DNA 수선 기작을 탑재한 생물이 진화과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죠.
또한 세포가 분열할 때는 DNA를 복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정한 확률로 오류가 생깁니다. 이러한 복제 오류를 바로잡는 일 역시 수선 기작이 맡은 역할입니다.
그런데 암세포는 이 수선 기작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방사선 손상에 더 취약하죠. 게다가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더 자주, 더 빠르게 분열하기 때문에 방사선의 영향을 더 크게 받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이용해 암을 공격하는 것이 방사선 치료의 기본 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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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2

Quote of the day 2025. 9. 1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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