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트라마린은 과학에서는 미지의 색이다. 연구실에서 합성하기 무척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색깔 자체는 과학적으로도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예술에서 사용하는 안료의 색 대 부분은 전이금속 덕분에 얻어진다. 전이금속은 산화 상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그에 따라 다채로운 색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울트라마린에는 전이금속이 없다. 울트라마린은 화학적으로 따지자면, 아주 흔한 알루미노규산염이다. 울트라마린이라는 알루미노규산염의 흥미로운 점은 구성이 아니라 구조, 즉 원자의 기하학적 배열에 있다. 이 구조는 소달라 이트형 구조sodalite structure로도 알려져 있다. 소달라이트형 구조는 일종의 모듈식 구조다. 실리콘, 산소,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진 각 모듈은 마치 원자 크기의 축구 공이 겹겹이 쌓인 것처럼 보인다. 공 사이사이와 각 공의 내부에는 공간이 있다. 바로 그 공간이 나트륨 원자와 황원자를 품고 있다. 울트라마린의 비밀은 바로 이 황이 갇혀있는 공간에 있다

- 현재의 종이는 이렇게 세 가지로 만들어 진다. 목재 섬유. 충전제, 첨가제. 목재의 섬유는 꽤 긴 셀룰로스 사슬로 구성되어 있다. 셀룰로스는 포도당이 선형으로 연결된 다당류다. 이 셀룰로스 분자들은 수소 결합을 통해 서로 밀집된 구조를 이룬다. 이 덕분에 물이 잘 스며들지 않고, 식물 세포벽을 구성하는 섬유는 촘촘하고 단단하다. 이 섬유들은 리그닌이라는 중합체를 통해 서로 단단히 결합된 상태를 유지한다. 리그닌은 종이 제조 과정에서 일부 제거 된다. 그럼 목재는 곧게 서고, 단단한 구조를 갖게 된다. 하지만 종이에 리그닌이 남아 있으면 황토색과 갈색 사이의 착색 현상이 일어난다. 이 현상을 막기 위해, 종이 제조 과정에서는 리그닌을 녹이는 알칼리성 용액을 넣고, 염소, 과산화물, 아황산염 등을 통해 표백한다. 그런데 리그닌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리고 빛과 습기는 잔존한 리그닌이 산화 과정을 가속화시킨다. 그 결과, 다시금 누런 착색 현상이 일어난다. 이 현상은 인간의 피부 노화를 일으키는 자유 라디칼의 화학 작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것이 바로, 종이가 오래되면 누렇게 바래는 이유다. 오래된 책은 방향족 분자를 방출한다. 이는 주로 리그닌 산화의 부산물인 바닐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아몬드 향이나 달콤한 향을 풍기는 벤즈알데히드, 에틸벤젠, 톨루엔 등이 있으며, 가벼운 꽃향기를 풍기는 2-에틸핵산올도 있다. 한편. 책이 오래될수록 농도가 증가하는 분자가 있다. 바로 푸르푸랄이다. 푸르푸랄도 아몬드 향이 나는 물질로, 리넨이나 면이 포함된 책에서 특히 많이 발생 한다. 푸르푸랄의 농도로 얼마나 오래된 책인지 짐작할 수 있 다. 종이에는 목재 섬유 말고도 충전제가 포함된다. 충전제는 페인트에서 두께감을 더하는 물질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보통은 탄산칼슘. 카올린, 운모, 활석, 규산. 석고. 황산바륨 등 백색 광물이나 무기 물질로 구성된다. 충전제는 셀룰로스보다 저렴하다. 그래서 충전제의 비율이 높을수록 종이의 가격이 낮아진다. 충전제는 섬유 사이의 공간을 메워 종이의 표면을 균일하게 만들고, 표백 효과와 투명도 감소 효과를 줘 인쇄하기 좋은 조건을 만든다. 종이의 백색도, 밝기, 불투명도는 충전제의 종류와 입자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충전제뿐 아니라, 종이에는 접착제, 전분, 라텍스, 폴리비닐알코올처럼 바인더 역할을 하는 첨가제도 들어간다

- 합금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서로 완전히 용해되려면 이들은 '흅-로더리 법칙의 네 가지 조건 중하나이 상을 만족해야 한다. 
첫째, 용질과 용매 윈자의 반지름 차이가 15% 이내여야 한다. 그래야 한쪽이 다른 한쪽을 대체하거나 결정 구조의 빈틈에 들어갈 수 있다. 
둘째, 두 원소의 결정 구조가 같아야 한다. 
셋째, 원소들이 서로 섞였을 때 화합물이 형성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해, 서로 반응은 하되 공존해야 한다. 
넷째, 원소들의 원자가는 같아야 한다.

- 보통 아크릴 물감이라고 하면, 아크릴 폴리머acrylic polymer와 물이 섞인 용액에 안료가 분산된 것을 뜻한다. 아크릴 물감이 마르면 물감에 있던 수분이 증발하면서 아크릴 필름 형성제가 생성된다. 아크릴 필름 형성제는 안료 입자를 그물망처럼 엮어 고정시키는 탄성 플라스틱 막을 형성한다. 이 필름 형성 과정을 거친 뒤에는 더 이상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화가가 이미 마른 표면에 자유롭게 덧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색을 다시 칠하거나 유약을 바를 수 있다. 덧칠된 물감은 사이로 배경에 먼저 칠해진 물감이 보인다. 덧칠된 물감이 마른 뒤에는 피막 형성제film-forming agent가 두 층 사이의 화학적 결합 고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그렇게 모든 물감의 층이 각각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 아크릴 물감의 또 다른 장점은 건조가 되는 과정에서 색상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화 물감과 비교하면 변화 의 정도가 확실히 다르다. 아크릴 물감은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요했던 물감이지만 그 이상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아크릴 물감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에 안정적이고 예술적 경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고 생각했다. 과학자들의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예술과 과학이 협업하여 새로운 재료가 개발될 때마다 아크릴 물감은 초기의 요구만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법과 예술적 표현의 형태를 가능케 했다. 아크릴 물감의 발명이 꼭 예술에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 오늘날 여성성을 상징한다고 여겨지는 화장, 머리 스타일 하이힐은 과거 수 세기 동안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그것들은 단지 남성성의 상징이었을 뿐 아니라, 계급을 나누는 표식이 었다. 하이힐이 처음 사용된 것은 10세기 무렵이다. 그 시절 말을 타는 기수들은 굽이 달린 부츠를 신어 발등을 고정했다 말을 소유하는 것은 부의 상징이었고, 하이힐을 신는 것 또한 부의 표시였다. 루이 14세가 신었던 붉은색 하이힐은 프랑스 귀족 사회의 유행이 되었다. 굽이 높을수록 사회적 지위도 더 높았다. 향수, 가발, 화장도 마찬가지였다. 그것들은 본래 상류 충 남자들만의 특권이었다. 화장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붉 은 립스틱을 유행시킨 16세기에야 귀족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 를 얻었다.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기 시작한 것도 17세기 말 이후였다. 당시 남성은 폭이 넓고 견고한 굽을 신었고 여성은 얇 섬세한 굽을 신었다. 둘 다 높은 신분을 상징하는 장식이 었고, 하류층과는 무관한 세계의 표현이었다. 

- 반타블랙이라는 이름은 'Vertically Aligned Nano Tube Arrays', 즉 수직으로 정렬된 나노튜브 집합체의 약자다. 반타 블랙을 화학적으로 살펴보면 탄소나노튜브의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의 동소체로, 흑연이나 다이아몬드처럼 탄소 원자만 구성된 구조다. 나노튜브는 관 모양이 다. 이는 마치 원자 두께의 흑연 한 장을 분리해 관에 말아 놓 은 듯한 모습이다. 반타블랙을 구성하는 나노튜브 각각의 두께는 인간의 머리카락보다 1만 배나 얇다. 나노튜브의 숲을 만들기 위해 나노튜브를 알루미늄 호일 위에 아주 단단히 엮는다. 그래서 광자는 그 숲속으로 들어올 수는 있지만 탈출할 방법은 없다. 빛은 반사되지 않고 숲속에 갇혀 길을 잃고 만다. 그래서 진한 검은색이 탄생한다. 반타블랙을 본 사람들은 너무 어두운 나머지 마치 구멍 난 것처럼, 그러니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묘사한다. 초점을 맞출 수도 아무런 질감을 느낄 수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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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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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생존

과학 2026. 5. 8. 18:42

- 어떤 동물이 숨 쉬고 먹고 번식하고 경쟁하고 죽는 장소라는 개 남인 '니치 'niche(원래 '틈새'라는 뜻이다-옮긴이)는 극한 환경을 이야기 할 때 꼭 필요한 개념이다. 대체 그 어떤 동물이 뭣 때문에 산소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방사선으로 심하게 오염된 곳에서 살려고 하겠는가? 그것은 자신들의 생존에 환경(온도, 고도, 기후 같은 '비생물적 요소)만 중요한 게 아니라 포식자나 경쟁자('생물적' 요소)의 위협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생태학에 니치 개념이 도입될 때 그 중심 원칙은 그 어떤 두 가지 종도 같은 니치에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생태 학자 조셉 그리넬Joseph Grinnell은 마른 흙을 뒤져 곤충을 잡아먹고 나뭇가지에 올라 열매를 따 먹는 평범한 회색빛 새. 캘리포니아 찌 르레기를 연구하며 1917년에 이렇게 썼다. "물론 한 동물군에 속하는 2종이 정확히 같은 니치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다시 말해. 모든 생명체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위치가 필요하다. 생존과 지속성에서 중요한 것은 '다름'이다 이처럼 고유한 생존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극한 환경을 향 한 끝없는 진화의 원동력이었다. 태곳적 바다 깊은 데서 진화한 최초의 미생물부터 시작해, 생명체는 새로운 경계로 손을 뻗어 태양의 힘을 사용해서 육지로 올라왔고 하늘로 날아오르거나 깊은 해구 속으로 들어갔다. 늘 그 어떤 포식자도 따라올 수 없고 그 어떤 경쟁자도 겨룰 수 없는 장소들이 있었다. 적어도 한동안은 그랬다. 지구 대기 내 변화와 대륙의 이동으로 인해 생명체는 모든 빈 공간과 틈 새로 퍼져 나갔고, 지루했던 세계는 온통 경이로운 세상으로 바뀌었다.

- 끈질긴 생명력의 상징인 완보동물 이야기로 시작해 보자. 대체 이들은 왜 죽이는 게 거의 불가능할 만큼 생명력이 강할까? 어떻게 방사선부터 높은 압력, 타는 듯한 열기, 얼어붙는 추위에 이르는 치명적인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 그 답은 물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생명체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 이자 NASA가 외계 생명체를 찾는 유일한 기준인 물 말이다. 탈수 상태가 죽음을 막는 최고의 묘약인 듯하다.

- 담륜충('윤충'이라고도 알려져 있다)과 선충, 그리고 중앙아프리카에서 발견되는 깔따구의 유충 등과 함께 완보동물 또한 휴면 상태에 들어가며, 그 상태에서 체내 수분의 무려 98퍼센트까지 제거한다. '무수 생존 상태' anhydrobiosis, 다시 말해 물 없이 유지되는 생존 상태는 '탈수'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독특한 상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완보동물이 건조화된다'는 표현을 즐겨쓰는데. 이는 체내 수분이 거의 다 사라진다는 의미다. 포도가 마르 면서 쪼그라들어 건포도가 되듯, 말랑말랑하고 투명한 이 동물은 단단한 껍데기인 이른바 '툰'띠 상태로 바뀌며, 그 상태에서는 거의 불멸의 존재가 된다. 2021년 완보동물 연구자인 나디아 대비에르는 이런 말을 했다. "물 없이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은 동물들이 평상시의 환경보다 훨씬 더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들은 너무도 강인하다. 생명에 꼭 필요한 분자인 물 없이도 살아남는 걸 보면 그 외의 다른 모든 스트레스를 견디는 일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
닌 듯하다.
가장 자주 쓰이는 용어는 '무수 생존 상태'이지만, 이렇듯 바싹 마른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 가운데 약간 더 오래됐고 내가 가장 좋아 하는 표현은 '화학적 무반응 상태'이다. 탈수 상태의 작은 몸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완보동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 것도 느끼지 않는다. 그저 견딜 뿐이다

- 탈수가사anhydrobiosis는 물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가장 극단적인 적응 방식으로, 물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생명을 미리 지켜준다. 물 부족에 대처하는 비교적 일반적인 방식이며, 생명체 세계의 전반에 걸쳐 발견된다 가장 놀라운 탈수가사의 사례 중 일부는 식물에서 볼 수 있다. 이 른바 '건생식물'xerophytes (dry와 plant의 합성어)은 모든 것을 태울 듯한 사막과 물이 잘 빠지는 절벽 틈새에 살며. 완보동물과 마찬가지로 몇 달간 휴면 상태로 지내다가 물이 생기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러한 '부활 식물'은 330종뿐인데. 이는 현재까지 알려진 줄기와 몸통 그리고 가지가 자라나는 식물(유관속 식물) 38만 3,671종 가운데 극히 일부(0.086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저속 촬영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 쪼그라들고 바싹 말라비틀어진 갈색 잔가지로 변해 있는 식물에 물을 주면 몇 시간 이내에 다시 부풀어 오른다

- 완보동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식물들이 활용하는 비법 중 하나는 탈수되면 유리처럼 단단히 굳는 단순당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처럼 고체 상태가 되면. 식물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이 줄어들고 수축으로 인한 물리적 손상도 방지된다. 그러나 식물의 경우 이런 변화는 아주 늦게 일어나, 세포 내 수분의 90퍼센트가 이미 사라진 시점에서야 시작된다. 수분이 사라질 때 식물들이 처음 맞닥뜨리는 문제는 식물의 경우(동물과는 달리) 세포막뿐 아니라 세포벽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성벽처럼 세포막을 둘러싸고 있는 세포벽은 수분이 사라지면 유연성을 잃는다. 너무 단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벽'이라고 칭한다. 부활 식물의 경우 이 세포벽이 아코디언처럼 접혀야 하며, 그래야 세포 크기를 80퍼센트 이상 줄이면 서도 손상을 입지 않을 수 있다. 수분이 돌아오면, 보다 유연한 내부 세포막과 맞닿아 있는 세포벽이 펼쳐져 이전 상태로 되돌아간다. 반면 수분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는 식물들은 내부 세포막이 단단한 세포벽에서 찢겨나가며 산산조각 난다. 이것이 식물이 죽는 방식이다.
적어도 물이 없을 때는 광합성도 마찬가지다. 빛을 흡수하는 광합성 과정이 물 없이 계속되면, 식물 세포들은 유해한 활성산소를 마구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활성산소는 일련의 대사 부산물로 세포 내부, 특히 DNA까지 파괴할 수 있다. 그 사태를 막기 위해 부 활 식물의 잎들은 안쪽으로 말려 뒷면을 햇빛에 노출하고 더 연약 한 앞면은 그늘지게 만든다. 부활 식물의 잎에는 안토시아닌이라 는 천연 자외선 차단제가 잔뜩 들어 있어서, 식물이 계속 말라가는 동안 엽록체가 흡수할 수 있는 햇빛의 양을 줄여 광합성도 줄여나간다. 일부 부활 식물의 경우 엽록체를 완전히 분해해 아예 광합성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어서 활성산소로 인한 손상을 최소화한다. 수분이 돌아오면. 그들은 처음에 남겨둔 부품을 이용해 광합성 장치를 다시 만들어 낸다

- 굵게 표기한 H2O.즉 물이 보이는가? 산소를 이용한 대사를 통해 포도당 한 분자에서 물 분자 6개가 생성된다. 대부분의 동물은 이른 바 '대사수'metabolic water(영양소가 산화될 때 생성되는 물-옮긴이)가 수분 균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사수를 만들려면 더 많은 산소를 호흡해야 하는데, 호흡이란 폐와 코를 통해 물이 빠져나가는 것 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캥거루쥐들은 워낙 작으면서도 효율적인 코를 갖고 있어서 공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비강이 식는다. 그래 서 호흡할 때마다 폐에서 나오는 습한 공기가 그 식은 표면에 붙어 응결된다. 이 과정을 '역류 열교환기'라고 부르는데, 캥거루쥐가 자신의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을 잡아두는 과정이기도 하다. 미국의 작가 프랭크 허버트Frank Herbert의 소설 <듄>에 나오는 프레먼 족과 마찬가지로, 사막에서 물을 지키는 것은 과제이자 특권이다.
최우선 물을 잃거나 낭비하는 일은 신성 모독이다. 

- 소중한 물을 잡아두는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캥거루쥐는 긴 신장관을 통해 오줌을 짙고 진득한 액체로 농축하여, 요소(단백질 소화 과 정에서 생기는 독성 부산물) 배출 과정에서 수분 손실을 줄인다. 사실 캥거루쥐의 신장은 물을 몸 안에 잡아두는 데 효율적이어서 바닷물을 마시고도 몸의 수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똑같 이 한다면 바닷물 속 소금 때문에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서 세포내 의 수분이 빠져나가고 소변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서서히 탈수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동안 바닷물을 마시는 특이한 옵션이 주어 진 동물은 포획된 상태에서 살고 있는 메리엄캥거루쥐뿐이었다 캥거루쥐는 크리오소트 덤불 사이를 깡충깡충 뛰어다니다가, 뒷 다리로 서서 짧은 앞발로 마른 씨앗을 집어 털로 덮인 2개의 볼 주 머니 안에 넣는다. 커다란 두 눈과 귀로 끊임없이 주변의 위험을 살 피지만, 물이 떨어질 두려움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 공기로 숨을 쉬는 동물이 반년 가까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사실 은 5억 년 넘는 진화의 흐름을 거스르는 듯한 모습으로, 모순된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동물이 진화를 시작한 이후 신진대사의 원동력은 산소의 연소였다. 산소라는 기체는 단순한 미생물 세계를 경이로운 다세포 생물 세계로 탈바꿈하는 데 기여했다. 신진대사어 관한한 산소를 이용한 신진대사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 우리가 음식을 소화해서 각 세포로 보내는 포도당 분자를 에너지로 만들 때 무산소 기반의 신진대사보다는 산소 기반의 신진대사가 열 배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산소 기반의 신진대사는 장작 난로로 방을 데우는 것과 같다. 반면에 무산소 기반의 신진대사는 같은 방을 촛불 하나로 데우려는 것과 같다

- 금붕어의 조상이자 칙칙한 올리브빛 초록색을 띠는 붕어는 산소 없이도 몇 달 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데, 거북과 비슷한 마법의 생존 방식이지만 방법은 아주 다르다. 우선, 붕어는 공기를 들이마시지 않는다. 아가미를 통해 물을 흘려보내며 그 안에 함유된 산소를 뽑 아낸다. 이런 메커니즘은 거북의 항문낭이나 피부와 비교해 아주 효율적이다. 그 덕에 붕어는 산소가 있을 때 활발히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눈이 내리고 햇빛이 사라질 때는 무산소 신진대사에서 생겨 나는 산성 물질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뼈로 된 껍질이 없다. 그래서 붕어는 젖산을 에탄올로 바꾸는 독특한 능력을 진화시켰는데, 에탄 올은 확산이 잘되는 분자로 아가미를 통해 배출될 수 있다. 이는 거북의 등껍질에 숨겨진 비밀만큼 신비스럽게 들리진 않겠지만, 생화학자에게는 경이로운 진화 형태다. 오슬로대학교 연구자인 샤니 레페브르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실제로 에탄올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물고기가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 생물이 살기 힘든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능력에서 붕어는 강자 중의 강자다. 그러나 생물적 요인, 즉 경쟁과 포식에 한해서는 믿기 어려울 만큼 취약하다. 이는 '극한 환경 생존 생물'exremophile이라 불리는 동물들에게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는 뜨거운 열을 견디는 개미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 또한 포식자든 경쟁자든 다른 종에 비슷한 취약성을 보인다. 곤충 연구를 하는 곤충학자들은 이런 종을 '하위종'이라 부른다(붕어 연구자들은 이들을 패자들'이라 부른다어). 이런 종은 다른 곤충들에게 치명적인 온도의 환경에 넣으면 살아남지만, 다른 개미종 하나와 함께 페트리 접시에 넣으면 바로 살육당한다. 결국 생존 불가능한 조건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평범한 조건에 취약하다는 뜻이다.

-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무산소 상태에서도 한동안 생존할 수 있지만, 생태학적으로 더 중요한 어느 연구에서는 이들이 어떻게 약7퍼센트라는 저산소 상태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파고들었다. 파멘터는 이렇듯 만성적인 산소 부족 상태를 잘 연구하면, 만성 폐쇄 성 폐질환과 같은 특정 질병이 어떻게 그 상태로 여러 해 동안 살아 가며 완화될 수 있는지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한다, 한 편으로 그는 이들의 능력이 어떻게 의학적 치료에 응용될 수 있을 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인정한다. 희망적인 점은 각종 발견이 가장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벌거숭이두더지 쥐의 암에 대한 내성은 세포들이 서로 달라붙는 현상을 막아주는 단백질에서 비롯된다. 그 단백질은 이 쭈글쭈글한 포유동물의 피부에서 대량 생성되며, 그 덕에 미로 같은 굴 안에서도 몸이 걸리거 나 끼지 않는다. 몸을 뒤로 젖혀 책상 의자에 기대않으며 파멘터는 이렇게 요약한다. "결국 지하 생활을 위해 늘어나는 피부가 암에 대 한 내성으로 이어지며 장수에도 도움이 되는 겁니다. 그걸 누가 예상이나 했겠어요.'

- 뱀이 단식을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신진대사량이 낮기 때문만이 아니라 소화기관을 활용하는 독특한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장은 뇌나 심장처럼 산소를 많이 쓰는 기관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관이다. 음식으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하는 우리의 세포들은 늘 끊임없이 교체된다. 그런데 산이 잔뜩 들어 있는 위 안에서 음식이 분해되고 구불구불한 장까지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간의 소화에 반해, 뱀은 소화 활동을 완전히 멈춘다. 뱀의 경우 쓰지 않으면 잃는다'는 말은 문자 그대로 장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다. 장이 수축되고 영양분 이동이 멈추면서, 뱀은 혈류를 몸의 다른 부위로 돌린다
뱀이 다음 먹잇감을 잡으면, 소화기관은 재건되고 다시 활성화되어야한다. 그런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버마 비단뱀은 신진대사율을 무려 40배까지 늘릴 수 있으며, 그런 고도의 활성 상태를 2주간 유지할 수 있다. (인간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신진대사율이 식사 전에 비 해 절반 정도 늘어난다.) 심지어 이는 비단뱀이 아직 먹이로부터 당이나 지방을 흡수하기 전의 일이다. 먹이는 여전히 목 안에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에너지 폭증은 저장된 에너지에서 나오고, 그 덕에 소 화기관은 단 12시간 만에 재건된다. (뱀들은 몇 달간 거의 꼼짝도 않다 가 심장을 재건하기도 한다.) 장기 전체를 재가동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뱀이 먹이에서 얻는 전체 에너지의 약 4분의 1은 사용된 지방 및 단백질 에너지의 비축분을 보충하는 데 쓰인다. 뱀의 단식 에 관한 반응 을 연구한 과학자들에 따르면, '몇 달간 쓸모없는 장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이런 전략이 훨씬 효율적이다. 셰다오 살무사든 사육 중인 비단뱀이든 것은 곧 굶는 삶을 산다는 뜻이다. 2016년에 발표된 한 리뷰 논문에 따르면 없는 이 파충류는 '대개 단식 상태로 존재한다'. 배고픈 상태가 정상이고, 배부른 포식이 예외다

- 일주일에 이틀간 단식을 하든 칼로리 섭취를 20~40퍼센트 줄이든.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몸속에서는 동일한 생물학적 과정이 나타난다. 단식을 시작하고 몇 시간 후면, 신진대사가 간에서 분비된 포도당을 태우는 과정에서 지방 조직으로부터 중성지방을 운반하는 과정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 중성지방은 간에서 다시 케톤체로 전 환되어, 고갈된 포도당 대신 몸의 세포들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케톤체는 연료일 뿐 아니라 신호 분자이기도 해서, 각 세포에 현재 영양 결핍 상태임을 알려 몸이 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한다.이 항산화 방어도 강화된다. DNA도 복구된다. 오래된 단백질은 분해되 어 재활용된다. 생명체는 먹을 것이 없을 때 회복력이 더 높아진다 북극곰이나 코끼리물범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수개월을 버티는 행위자체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런 다음 바로 먹이를 실컷 먹는 우리가 아직도 제대로 이해 못 하는 진화의 경이로움이다 인간의 경우, 굶주리고 있다가 바로 평상시처럼 식사를 하면 이른바 '재급식 증후군'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는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다가 갑자기 평상시의 식사로 돌아갈 때 빠질 수 있는 치명적인 상태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현상이라고 오랜 기간 알 려져 왔다. 한때 기근 후나 전쟁 포로 석방 후에 다시 음식을 먹고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그리고 일본군 포로수용소나 강제수용소에서 많은 사람이 석방된 뒤), 그 같은 죽음을 설명해 줄 생화학적 이유가 소상히 밝혀졌다 재급식 증후군 상태에 빠지면 많은 합병증이 나타나 결국 죽음에 이를 수 있다. 그 주요 원인은 인의 부족이다. 인은 세포막을 온전히 지키고 세포 내에 에너지를 공급하며 몸 전체에 산소를 운반하 는 데 꼭 필요한 미네랄이다.어 음식에서 인을 섭취하지 못해 이미 인이 고갈된 몸에 다시 음식이 들어오면 남아 있던 마지막 소량의 인마저 소모되며, 그 결과 심장마비 등의 문제로 죽음에 이를 수 있다

- 지방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단백질이나 탄수화물과는 달리 건조한 상태로 저장할 수 있어 무게를 줄일 수 있다. 구글리엘 모는 말한다. "지방은 아주 적은 무게로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려 할 때 합리적인 선택이고, 하늘을 나는 동물들에게는 가장 중요해서 아껴 써야 할 자원이기도 하죠."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포도당과는 달리, 지방산은 단순히 혈액 속으로 분비된다고 해서 꼭 하늘을 나는 데 필요한 근육까지 도달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은 물에 안 녹는 특성이 있어서 가볍기도 하지만 몸무게의 60퍼센트가 물인 동물의 몸 안에서 제대로 퍼져 나가지도 못한다. 지방이 물에 녹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큰뒷부리도요 같은 철새들은 몸속에 '분자 가이드'를 잔뜩 집어넣는다. 그 가이드들이 지방세포에서 분비된 지방산에 달라붙어 필요한 곳, 즉 주로 비행 근육과 폐로 운반한다.경 구글리엘모는 말한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에서 포유동물은 뒤처집니다. 우리는 지방산 신진대사의 운반 단계부터 형편없어요. 마라톤을 할 때조치 우리는 글리코겐과 포도당에 의존해야 하고..지방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든요.'"

- 펭귄 화석 기록을 살펴보면. 이 새들은 약 6.000만 년 전 현재보다 더 덥고 습했던 호주 해안 지대에서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로부터 약 3,000만 년 후 남극해가 형성되면서 남극이 극심한 냉 각 단계로 들어가자, 그때서야 비로소 이 새들은 생애 주기의 일부 기간을 얼음에 의존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해, 펭권은 현재 남극 대륙의 주요 특징인 빙하가 형성되기 월씬 전부터 거기 살았던 존재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의미 있는 조치가 취해진다면, 이들은 앞으로도 수백만 년 동안 남극해로 뛰어들 것이다. 남극해는 약 1,400만 년 전 처음 냉각되었을 때와는 다른 바다겠지만, 검은색과 회색이 섞인 이 새들은 여전히 그곳을 보금자리로 여기고 있을 것 이다.

- 극도로 높은 고도에서 날아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저산소 증, 즉 산소 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2장에서 살펴본 거북과 벌거숭이두더지쥐의 경우와는 달리. 인도의 갯벌에서 날아오를 때든 에베 레스트산을 지나서 날아갈 때든 줄기러기 주변의 산소 비율은 변함 이 없다. 단지 고지대의 대기가 더 퍼져 있고 더 희박할 뿐이다. 지 구 중심의 인력에서 멀어질수록 산소, 질소, 이산화탄소 분자는 더 멀리 흩어진다. 다시 말해. 높은 고도에서는 기압이 낮아져 공기가 더 희박해지는데, 폐는 그 변화에 맞춰 갑자기 더 커질 수가 없다 낮은 기압은 비행의 역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밀어낼 분자의 수 가 줄어들어, 양력을 얻고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2012년에 발표된 한 줄기러기 연구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고도 8,000미터 높이에서는 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계적 에너지가 해수면에서보다 50퍼센트 더 많다." 이동 중 날갯짓 하나하나에 조금이라도 더 큰 추진력을 보태기 위해 이 새들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 비행한다. 그때의 기온은 영하 30도까지 떨어지기도 하 며 추위는 분자들을 미미하나마 조금 더 밀집시킨다. 차가운 버터가 따뜻한 버터보다 더 단단하듯, 찬 공기는 따뜻한 공기보다 밀도가 더 높다. 얼어붙을 듯한 추위와 함께 머리 위엔 별이 빛나고 산 아래로 부는 바람이 얼굴을 때리는 상황에서 줄기러기들은 마치 역 경을 항해 직행하는 듯하다.

- 자이언트 세쿼이아에 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미국 국립 공원관리청은 1960년대에 캘리포니아의 세쿼이아 국립공원에서 계획적인 불 지르기를 시작했으며, 그런 관행을 현재 아메리카 원 주민 부족들이 되살리고 있다. 고대의 이 거대한 나무 밑에 쌓여온 하층 식물을 쳐내고 치우고 태움으로써, 지금 세쿼이아와 불 간의 공생 관계가 되살아나고 있다.2024년,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아메리카 원주민학 교수인 베스 로즈 미들턴 매닝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현재 여러 가지 문화적인 불 지르기 관행과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 다. 이는 특히 기후 변화에 직면한 산림의 회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수 세기 동안 생물학의 기본 원리는 "생명은 햇빛을 필요로 한다'" 였다. 광합성은 물과 이산화탄소를 당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며, 모 든 먹이 그물의 원초적 에너지 원천이었다. 심지어 어둠 속 생태계 조차도 결국은 이 햇빛을 이용한 광합성에서 비롯된 영양분에 의존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여기, 그 생물학적 교리를 완전히 무시하는 전혀 새로운 생태계가 있었다.!0 바로 열수 분출공 생태계다. 이곳의 생명체들은 황화수소를 먹는 세균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살아간다. 광합성이 아닌 화학 합성을 통해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 세균들이야말로 이 비밀스러운 생태계의 '식물', 즉 1차 생산자였다. 각 열수 분출공은 화학 합성이 만들어 낸 세계였던 것이다.

- 골드스타인의 말에 따르면, 완보동물이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하 는 일은 DNA 유지 관리 단백질을 '놀라울 정도로 대량 생산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방사선을 쬐기 전보다 최대 300배까지 증 가하기도 한다.18 하지만 이 같은 DNA 복구 반응은 완보동물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쳐. 다른 기본적인 세포 기능들이 일시적으로 중 단된다. 세포가 평소 필요로 하는 다른 중요한 단백질의 생산까지 멈추는 것이다.
"내 생각에 이건 전시 상황에서 공장들이 하는 일과 비슷해요. 원 래 신발을 만들던 공장이 갑자기 군수품을 생산하는 것과 같죠. 우 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휠씬 극적인 변화입니다." 골드스타인이 말했다.
DNA 복구는 이렇듯 손상된 부위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완보동물 중 일부는 아예 DNA 손상 자체를 막는 전략을 사 용한다. 라마조티우스속에 속하는 완보동물들은 Dsup, 즉 '손상 억제자' damage suppressor라는 유전자에 의존한다. 이 유전자는 DNA에 달라붙어 방사선으로 인한 절단을 막아주는 단백질을 생산한다.

- 방사선(햇빛 입자와 방사성 입자 모두)의 해로움에 대해 얘기할 때 인간은 예외 대상이다. 우리는 오래 산다. 우리는 성숙해진 뒤에 번 식한다. 우리는 아이를 낳은 후에도 오래 활발한 활동을 한다. 그리 고 여성들은 완경 이후에도 30~40년은 더 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호르메시스 가설 덕에 체르노빌 이야기에는 아직 입증 되진 않았지만 매혹적인 에필로그가 더해진다. 적은 양의 방사선이 실제로 늑대와 멧돼지 그리고 다른 동물들의 건강을 증진해 주고 있는 건 아닐까? 특히 유전적 다양성이 거의 없는 말 집단의 후손인 프르제발스키 말은 면역 체계와 항산화 및 DNA 복구 기능 향상으 로 많은 이익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때 치명적이었던 체르노 빌 낙진이 이제는 유전적 다양성 확보에 필요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걸까? 설사 이 동물들 사이에서 암이 증가한다 해도, 그것이 정말 번식이나 생존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인간과 달리 대부분의 야생 동물은 번식 적령기를 지나면 오래 살지 못한다. 노화 관련 질환들이 인간에게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우 리가 번식 이후에도 오랫동안 노화 상태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 인간이 초래한 수많은 재앙 중에서 체르노빌 사건은, 사실 우리 의 화석연료 의존, 플라스틱 중독, 그리고 결코 분해되지 않은 채 먹 이사슬을 따라 축적되는 무기 화합물 사용 같은 문제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남기는 발자취는 점점 더 커져만 갈 뿐.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체르노빌에서 방출된 방사성 요오드는 1986년 여름에 이미 사라졌다. 몇 달 동안은 강력한 전리 방사선을 내뽐었지만, 결국 붕괴해서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자연계에 미친 영향을 특정한 한 날짜에 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86년 4월 26일의 체르노빌 원자로 폭발보다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은 인간이 자연에 오랜 시간 다량으로 배출하는 오염 물질이다 자연계에 대한 인간의 영향은 너무나 광범위하고 다면적이다.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스스로를 조절한다고 주장한 제임 스 러브록 James lovelock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과감한 대안을 제 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방사성 폐기물을 열대우림에 두어야 한다. 그래야 인간이 접근하지 못하고, 그곳의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충격적이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피해보다 오히려 방사선이 빠르게 사라진다는 사실 을 강조하는 주장으로 들린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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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체온 조절의 미션을 갖고 지표면에서 출발한 적외선 열어 너지가 우주로 나가려면 다시 대기를 지나야 한다. 그런데 적외선 의 모습으로 나갈 때는 태양빛의 형태로 지구에 들어올 때와는 다 른 상황에 마주친다. 적외선은 대기 안의 몇몇 기체가 아주 좋아하 는 빛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산화탄소, 메탄, 수증기 등이 적외선 을 아주 좋아한다. 편식하는 어린이처럼 입맛 까다로운 이 기체들 은 가시광선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태양빛이 지구로 들어올 때는 그대로 통과시킨다. 반면 좋아하는 주파수를 갖고 있는 적의 선 열에너지가 지표면에서 나가려고 할 때는 검문을 하듯 붙잡아서 흡수한다.
적외선을 흡수한 이산화탄소는 에너지가 높아져 진동이 커지거나 심지어 빙글빙글 돌기도 한다. 이렇게 불안정한 상태를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는 결국 품고 있던 열에너지 를 다시 내보내게 된다. 그런데 검문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지표면 에서 우주 공간을 향해 직진해 나갔을 적외선은. 이산화탄소에 가로채였다 풀려나면서 원래의 진행 방향을 잊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풀려난 적외선 일부는 양옆 방향으로 나가기도 하고, 심지어 아예 유턴해서 지표면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지구 입장에서 보면 밖으로 빠져나갔어야 할 열에너지 중 일부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 열에너지가 지구 바깥 으로 탈출하는 것을 늦추는 이 온실 효과가 사실은 오랜 세월 지구를 너무 차갑지 않게 유지할 수 있었던 방법이라는 것이다. 과학자 들은 대기에 온실가스가 없었다면 우주 공간으로 열을 너무 빨리 빼앗긴 지구의 평균 온도가 영하 이하로 내려갔을 것이고, 따라서 우리가 도저히 살 수 없을 만큼 추웠을 거라고 추측한다. 그러므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들은 사실 지구를 인간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들고 지켜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워 온 셈이다. 탄소 순 환에 적용된 자연의 균형 원리, 그리고 온실 효과가 절묘하게 합쳐 진 이 상태가 오랜 세월 쾌적한 온도를 제공해주었다. 이 점에 관 해서는 탄소의 공을 인정해주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요즘 탄소는 이미지를 상당히 구겼다. 온갖 기후 변화 관련 기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면서, 졸지에 모든 나쁜 일의 원인인 최종 보스 이미지가 된 것이다. 

- 지구에서 탈출하는 적외선 열에너지 입장에서 이산화탄소 개 수가 늘어난 새로운 상태는 무엇을 의미할까? 앞서 살펴보았듯이 산업 혁명 이전의 대기에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들이 항상 280ppm이라는 일정한 양으로 존재했다. 덕분에 지구에서 우주 공간으로 나가는 열에너지의 양이 일정했고.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열과 상쇄되어 지구는 쾌적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대기 에 이산화탄소 양이 늘어나 평균 농도가 280ppm보다 높아지는 상 황은, 예전에 없던 곳에 적외선 검문소가 추가로 빽빽하게 들어서 는 것과 같다. 지표면에서 출발한 적외선이 대기를 통과하면서 이 산화탄소에 한 번 붙잡혔다가 풀려난 후, 우주 공간으로 나가기 전 또 다른 이산화탄소에 붙잡힐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약속 장소로 가는 중에 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계속 인사를 나누다보면 길에 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처럼, 지표면에서 출발한 적외선이 대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열을 품고 있는 적외선이 우주로 나가기 전 지구에 더 머물게 되면더 많은 열을 가두는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따라서 지구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원래 자연에 있었던 온실가스들에 더해 인간 의 활동으로 새로 유입된 이산화탄소까지 적외선 검문과 흡수에 동참하면서 추가로 보온 효과가 생긴 것이다. 이것이 지구 평균온도 상승, 즉 지구온난화 현상의 핵심 원인이다.

- 만일 당신이 브라질의 수력발전소에서 매니저로 일하며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면, 앞으로 아마존강에 대한 예측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은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닐 것이다 전력 발전 및 공급 계획을 다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기에서 우기로 바뀌는 시기가 며칠이라도 늦어지면, 이 기간에는 다른 발전 방법을 사용해 전기 공급을 보충해야 한다. 당연히 추가 비용이 든다. 뿐만 아니라 우기가 시작되어도 강물의 유량이 너무 적어 수 력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지 못할 상황을 대비해 전력 수요를 맞 추는 방법도 미리 확보해놓아야 한다. 건설을 검토 중인 새로운 수력 발전 댐 계획을 재고하거나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브라질의 예가 보여주는 것처럼, 기후의 변화는 수자원의 변동성을 높이고, 나아가 한 지역의 에너지 안보나 경제 발전 계획까지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 현재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과 감축 상황은 어떠할까? 이를 파 악하는 것은 기후 위기 타개를 위한 해결책의 시작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2018년에 최고점을 찍었고, 이후 5년간 최고점 대비 약 12퍼센트 가량 줄어들었다. 전력 생산에서 석탄을 이용한 화력 발전의 비율을 줄인 것이 그 요인이다 최고점을 찍은 후 배출랑을 점점 감소시키는 것이 첫걸음인 것 은 맞다. 그런데 미국은 2007년에, 유럽 연합은 그보다도 훨씬 이 전인 1990년에 탄소 배출량의 최고점을 찍고 이미 줄여오고 있다. 탄소 배출량 1위인 중국은 아직 최고점에 다다르지 않았지만 곧 다다를 것이라고 본다. 인도나 인도네시아처럼 아직 최고점을 찍지 않았고, 방출량도 계속 늘어나리라 예상되는 나라들도 있다

- 블루 카본은 '파란색 탄소'가 아니라 연안 지역까지 포함된 바다가 흡수하고 저장하는 탄소를 통틀어 말하는 개념이다. 습지와 갯벌을 보존하고 복원해 탄소 저장 능력을 높이는 것도 포함된다. 탄소 흡수 능력이 뛰어난 해조류 이용은 해조류 양식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가 고려해 볼 수 있는 탄소 감축 솔루션이다 농업. 임업. 어업 등 자연 자원을 직접 이용하는 산업들은 그 특 성상 자연 기반 기후 해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좋은 정책을 만들어 실행하면 기후 변화 해결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자원 개발 활경 보존, 생물 다양성 보존은 물론 경제적인 이익까지 함께 얻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자연 기반의 방법들은 기술 혁신을 이용한 탄소 제거법에 비해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추가로 흡수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벌목으로 나무를 베어버린 지역이나 산불로 타 버린 지역에 새로 나무를 심는 일이 탄소 흡수에 얼만큼 기여했는지 계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연 기반 기후 해법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열대우림이 많은 개발도상국서 탄소 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방법의 하나로 채택하고있다.
그런데 기후 변화가 계속되면서 자연의 처리반들이 지금처럼 일을 해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폭염과 가품, 집중 호우와 홍수 등의 극한 기상 현상을 겪으며 식물들의 탄소 흡수 능력이 감소되 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IPCC 기후 평가 보고서 역시 땅과 바다의 탄소 흡수 능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자연 기반 기후 해법의 도입과 적용 규모를 결정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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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랑크가 빛의 양자에 해당하는 광자 photon의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것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플랑크는 빛이 불 연속적인 양자의 흐름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누군가가 자신이 사용한 이상한 편법을 쓰지 않고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빛이 양자 입자라는 이야기를 심각하게 시작했던 최초의 인물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었다. 그는 1905년에 그런 방법으로 광전 효과 photoelectric effect 를 설명했다. 금속 표면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나오는 광전 효과도 역시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물리 현상이었다. 그런 현상은 빛이나 동작 감지기에 사용된다. 감 지기에 쪼여진 빛에 의해서 방출된 전자가 전자 회로를 따라 흐른다. 감지기에 쪼여진 빛의 양이 바뀌면 회로가 작동한다. 어두워 지면 불을 켜거나, 강아지가 감지기 앞을 지나가면 문을 열어주는 기능이 작동한다.
처음에는 강아지가 과자 봉지를 입에 물고 흔들어서 부억 바닥에 과자를 흘려버리듯이 빛이 원자를 앞뒤로 흔들어서 전자를 방출시킨다고 광전 효과를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런 파동 모델은 맞지 않았다. 그런 모델에 따르면, 원자에서 방출되는 전자의 에너지는 빛의 밝기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빛이 밝을수록 전자가 더 심하게 흔들릴 것이기 때문에 방출되는 전자도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실험에서는 전자의 에너지가 빛의 밝기에 따라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방출되는 전자의 에너지는 빛의 진동수에 따라 달라진다. 파동 모델에서 진동수는 전자의 에너지와 상관이 없어야만 한다. 그런 데 실제 실험에서는 진동수가 너무 작으면 빛이 아무리 밝아도 전자가 방출되지 않고. 진동수가 커지면 아무리 빛이 희미해도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가진 전자가 방출된다

- 아인슈타인은 플랑크의 식을 이용해서 광전 효과를 성공적으로 설명했다. 아인슈타인은 빛을 (플랑크의 "진동자"에 사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플랑크 상수에 빛 파동의 진동수를 곱한 것과 같은 에너지를 가진 작은 입자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입자에 붙여진 이름인) 광자는 진동수에 따라 결정되는 일정한 양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전자가 금속에서 떨어져 나오게 만들 수 있 는 최소의 에너지도 금속의 특성에 의해서 정해져 있다. 광자 한 개의 에너지가 전자가 금속에서 떨어져 나오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의 에너지보다 더 큰 경우에는 남은 에너지를 가진 전자가 방출된다. 진동수가 클수록 광자의 에너지가 커지기 때문에 실험에서 관찰된 것처럼 방출되는 전자의 에너지도 커진다. 광자의 에너지가 전자를 방출하기 위한 최소의 에너지보다 작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설명은 빛의 진동수가 작은 경우에는 전자가 방출되지 않는다는 관찰과 일치한다.

- 비록 복잡하기는하지만 광자를 사용하지 않고도 콤프턴 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는 이유로 광자의 아이디어를 인정하지 않는 완고한 물리학자도 있었다. 1977년에 킴블, 다제나 이스, 만델이 하나의 원자에서 방출되는 빛을 통해서 광자의 존재를 분명하게 증명하면서 그런 논란은 마무리가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제안이 인정받게 되기까지 77년이나 걸렸다는 사실은 물리학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서 얼마나 완고한지를 보여준다. 물리학자에게 잘 알려진 모델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일은 강아지로부터 맛있는 뼈를 빼앗는 것 만큼이나 어려울 수 있다.

- 파장이 다른 서로 다른 파동을 합치는 것이 무슨 뜻일까? 각각의 파동은 특정한 운동량. 즉 (한 마리의) 토끼가 특정한 속도로 마당을 지나가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파동을 서로 합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상태 중 어느 하나의 상태에 있는 토끼 를 발견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런 상태를 서로 합치는 것이 바로 불확정성의 근원이다. 좁고 잘 정의된 파동 다발을 통해 토끼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엄청나게 많은 수의 파동을 합쳐야 한다. 그러나 각각의 파동은 토끼가 가질 수 있는 운동량 상태에 해당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파동을 합치게 되면 운동량의 불확정성이 커진다. 실제 토끼는 많은 수의 서로 다른 속도 중 어느 하나의 속도로 움직인다
반면에 운동량을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다른 과장을 가진 적은 수의 파동을 사용해야 한다. 그때는 아주 폭이 넓은 파동 다발이 얻어지게 되고, 따라서 위치의 불확정성이 커진다. 토끼는 몇 개의 가능한 속도 중 하나로 움직이지만, 이제 우리는 토끼가 어디에 있는지를자신 있게 말할 수가 없게 된다. 무한히 넓은 과장 분포를 사용하지 않으면 하나의 잘 정의된 위치를 가진 파동 다발을 만들 수 없고, 모든 공간에 넓게 퍼지지 않으면 잘 정의된 운동량을 가진 파동 다발을 만들 수 없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처음에 보여주었던 것처럼 운동량의 불학정성과 위치의 불확정성이 지나치게 크지 않은 하나의 파동 다발을 얻는 것이다. 수학적으로 처리를 하면 불확정성의 곱이 가장 작게 될 경우가 유명한 하이젠베르크 관계식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 양자역학의 철학적 문제는 대부분 이론의 "해석interpretation"에 대한 것이다. 그런 문제는 양자역학에서만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고전 물리학에서는 별도의 해석이 필요하지 않다. 물체의 위치 속도, 가속도를 예측하는 고전 물리학에서는 그런 양이 무엇을 뜻하고, 어떻게 측정하는지가 정확하게 알려져 있다. 이론과 우리가 관찰하는 현실 사이에도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관계가 밝혀져 있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그렇지 않다. 이론을 지배하고, 파동함수를 계산해주고, 행동을 예측해주는 수학적 방정식이 있지만, 파동함수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우리가 계산하는 파동함수를 실험에서 측정하는 양과 연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라고 해야 하는 "해석"이 필요하다
양자역학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는 책이 많듯이 양자역학의 핵심 요소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기본적인 원리로 커 결된다. 그런 기본 원리를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 즉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기본 법칙으로 생각할 수 있다.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
1. 파동함수 wavefunction: 우주의 모든 물체는 양자역학적 파동함수로 설명한다.
2. 허용 상태allowed state: 양자역학적 물체는 제한된 수의 허용 상태 중 하나로 관찰될 수 있다.
3. 확률 probability: 파동함수는 물체가 각각의 허용 상태에서 발견될 수 있는 확률을 결정한다
4. 측정 measurement: 물체의 상태를 측정한다는 것은 그 물체의 상태를 절대적으로 결정한다는 뜻이다

- 세상에 대한 하나의 일관된 수학적 해석을 찾으려는 현대 이론 물리학의 입장에서, 코펜하겐 해석의 그런 특별한 성격과 미시적 물리학과 거시적 물리학의 임의적인 구분, 그리고 신비스러운 "파동함수 붕괴"는 대단히 난감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파동함수 붕괴는, "그런 후에 기적이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학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두 번째 단계라고 풍자한 시드니 하리스의 유명한 만화와도 같은 것이다. 정상적인 과학에서는 기적을 용납하지 않는다. 코펜하겐의 붕괴 개념은 너무 신비스러워서 쉽게 수용하기가 어렵다.
특히 파동함수 붕괴를 단순히 계산을 위한 지름길로 활용하는 실험 물리학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물리학자는 양자 이론이 놀라울 정도로 잘 작동하고 있는 물리적 세계에 대한 예측과 측정의 수단이라는 생각에 만족한다. "닥치고 계산해라"라는 입장에서는 양자 측정에 대한 일관된 설명을 찾아내는 문제를 철학자에게 맡 겨버린다. 언젠가는 더 나은 이론이 등장하겠지만, 그때까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측정의 본질은 처음부터 문제였고, 언제나 그런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소수의 물리학자가 있었다. 그런 물리학자에게 파동함수의 "붕괴"에 대한 명백한 설명이 없다는 것은 코 펜하겐 해석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대안적 해석을 찾아내려고 애썼다.

- 수없이 많은 가지 중 어느 것도 우리가 속해 있는 가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우리가 속한 가지도 다른 가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어떤 면을 보더라도 이런 가지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으면서 다른 우주에서는 절대 접근에 불가능한 평행 우주 parallel universe이다. "다중 세계"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여진 것이다. 다중 세계 해석에서는 측정할 때마다 우주가 갈라져서 조금씩 다른 역사를 가진 새로운 평행 우주가 탄 생하는 셈이다

- 파동함수가 흩어진다: 결어긋남
가지들이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중 세계 해석에 심각하면서도 미묘한 문제가 된다. 두 부분으로 구성된 파동함수는 언제나 일종의 간섭 현상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파동함수에 많은 가지가 존재하는데도 우리가 주변에서 간섭 현상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평행 우주"를 우리로부터 완전히 격리시켜주는 것일까?
파동함수의 서로 다른 가지들이 상호작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주는 결어긋남이 그 해답이다. 결어긋남은 더 큰 환경과의 요동치는 확률적 상호작용의 결과여서 파동함수의 서로 다른 가지들 사이의 간섭을 불가능하게 만들어서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을 고전적으로 보이도록 만든다. 결어긋남은 다중 세계 해석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결어긋남은 양자 이론의 어떤 해석과 도 양립할 수 있는 실제 물리적 과정이지만, 다중 세계 해석에서는 특별히 더 중요하다. (그래서 다중 세계 해석을 "결어긋남 역사"라 고 부르기도 한다. 이 이론은 우주의 수만큼이나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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