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동물이 숨 쉬고 먹고 번식하고 경쟁하고 죽는 장소라는 개 남인 '니치 'niche(원래 '틈새'라는 뜻이다-옮긴이)는 극한 환경을 이야기 할 때 꼭 필요한 개념이다. 대체 그 어떤 동물이 뭣 때문에 산소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방사선으로 심하게 오염된 곳에서 살려고 하겠는가? 그것은 자신들의 생존에 환경(온도, 고도, 기후 같은 '비생물적 요소)만 중요한 게 아니라 포식자나 경쟁자('생물적' 요소)의 위협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생태학에 니치 개념이 도입될 때 그 중심 원칙은 그 어떤 두 가지 종도 같은 니치에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생태 학자 조셉 그리넬Joseph Grinnell은 마른 흙을 뒤져 곤충을 잡아먹고 나뭇가지에 올라 열매를 따 먹는 평범한 회색빛 새. 캘리포니아 찌 르레기를 연구하며 1917년에 이렇게 썼다. "물론 한 동물군에 속하는 2종이 정확히 같은 니치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다시 말해. 모든 생명체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위치가 필요하다. 생존과 지속성에서 중요한 것은 '다름'이다 이처럼 고유한 생존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극한 환경을 향 한 끝없는 진화의 원동력이었다. 태곳적 바다 깊은 데서 진화한 최초의 미생물부터 시작해, 생명체는 새로운 경계로 손을 뻗어 태양의 힘을 사용해서 육지로 올라왔고 하늘로 날아오르거나 깊은 해구 속으로 들어갔다. 늘 그 어떤 포식자도 따라올 수 없고 그 어떤 경쟁자도 겨룰 수 없는 장소들이 있었다. 적어도 한동안은 그랬다. 지구 대기 내 변화와 대륙의 이동으로 인해 생명체는 모든 빈 공간과 틈 새로 퍼져 나갔고, 지루했던 세계는 온통 경이로운 세상으로 바뀌었다.
- 끈질긴 생명력의 상징인 완보동물 이야기로 시작해 보자. 대체 이들은 왜 죽이는 게 거의 불가능할 만큼 생명력이 강할까? 어떻게 방사선부터 높은 압력, 타는 듯한 열기, 얼어붙는 추위에 이르는 치명적인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 그 답은 물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생명체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 이자 NASA가 외계 생명체를 찾는 유일한 기준인 물 말이다. 탈수 상태가 죽음을 막는 최고의 묘약인 듯하다.
- 담륜충('윤충'이라고도 알려져 있다)과 선충, 그리고 중앙아프리카에서 발견되는 깔따구의 유충 등과 함께 완보동물 또한 휴면 상태에 들어가며, 그 상태에서 체내 수분의 무려 98퍼센트까지 제거한다. '무수 생존 상태' anhydrobiosis, 다시 말해 물 없이 유지되는 생존 상태는 '탈수'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독특한 상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완보동물이 건조화된다'는 표현을 즐겨쓰는데. 이는 체내 수분이 거의 다 사라진다는 의미다. 포도가 마르 면서 쪼그라들어 건포도가 되듯, 말랑말랑하고 투명한 이 동물은 단단한 껍데기인 이른바 '툰'띠 상태로 바뀌며, 그 상태에서는 거의 불멸의 존재가 된다. 2021년 완보동물 연구자인 나디아 대비에르는 이런 말을 했다. "물 없이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은 동물들이 평상시의 환경보다 훨씬 더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들은 너무도 강인하다. 생명에 꼭 필요한 분자인 물 없이도 살아남는 걸 보면 그 외의 다른 모든 스트레스를 견디는 일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
닌 듯하다.
가장 자주 쓰이는 용어는 '무수 생존 상태'이지만, 이렇듯 바싹 마른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 가운데 약간 더 오래됐고 내가 가장 좋아 하는 표현은 '화학적 무반응 상태'이다. 탈수 상태의 작은 몸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완보동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 것도 느끼지 않는다. 그저 견딜 뿐이다
- 탈수가사anhydrobiosis는 물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가장 극단적인 적응 방식으로, 물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생명을 미리 지켜준다. 물 부족에 대처하는 비교적 일반적인 방식이며, 생명체 세계의 전반에 걸쳐 발견된다 가장 놀라운 탈수가사의 사례 중 일부는 식물에서 볼 수 있다. 이 른바 '건생식물'xerophytes (dry와 plant의 합성어)은 모든 것을 태울 듯한 사막과 물이 잘 빠지는 절벽 틈새에 살며. 완보동물과 마찬가지로 몇 달간 휴면 상태로 지내다가 물이 생기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러한 '부활 식물'은 330종뿐인데. 이는 현재까지 알려진 줄기와 몸통 그리고 가지가 자라나는 식물(유관속 식물) 38만 3,671종 가운데 극히 일부(0.086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저속 촬영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 쪼그라들고 바싹 말라비틀어진 갈색 잔가지로 변해 있는 식물에 물을 주면 몇 시간 이내에 다시 부풀어 오른다
- 완보동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식물들이 활용하는 비법 중 하나는 탈수되면 유리처럼 단단히 굳는 단순당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처럼 고체 상태가 되면. 식물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이 줄어들고 수축으로 인한 물리적 손상도 방지된다. 그러나 식물의 경우 이런 변화는 아주 늦게 일어나, 세포 내 수분의 90퍼센트가 이미 사라진 시점에서야 시작된다. 수분이 사라질 때 식물들이 처음 맞닥뜨리는 문제는 식물의 경우(동물과는 달리) 세포막뿐 아니라 세포벽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성벽처럼 세포막을 둘러싸고 있는 세포벽은 수분이 사라지면 유연성을 잃는다. 너무 단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벽'이라고 칭한다. 부활 식물의 경우 이 세포벽이 아코디언처럼 접혀야 하며, 그래야 세포 크기를 80퍼센트 이상 줄이면 서도 손상을 입지 않을 수 있다. 수분이 돌아오면, 보다 유연한 내부 세포막과 맞닿아 있는 세포벽이 펼쳐져 이전 상태로 되돌아간다. 반면 수분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는 식물들은 내부 세포막이 단단한 세포벽에서 찢겨나가며 산산조각 난다. 이것이 식물이 죽는 방식이다.
적어도 물이 없을 때는 광합성도 마찬가지다. 빛을 흡수하는 광합성 과정이 물 없이 계속되면, 식물 세포들은 유해한 활성산소를 마구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활성산소는 일련의 대사 부산물로 세포 내부, 특히 DNA까지 파괴할 수 있다. 그 사태를 막기 위해 부 활 식물의 잎들은 안쪽으로 말려 뒷면을 햇빛에 노출하고 더 연약 한 앞면은 그늘지게 만든다. 부활 식물의 잎에는 안토시아닌이라 는 천연 자외선 차단제가 잔뜩 들어 있어서, 식물이 계속 말라가는 동안 엽록체가 흡수할 수 있는 햇빛의 양을 줄여 광합성도 줄여나간다. 일부 부활 식물의 경우 엽록체를 완전히 분해해 아예 광합성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어서 활성산소로 인한 손상을 최소화한다. 수분이 돌아오면. 그들은 처음에 남겨둔 부품을 이용해 광합성 장치를 다시 만들어 낸다
- 굵게 표기한 H2O.즉 물이 보이는가? 산소를 이용한 대사를 통해 포도당 한 분자에서 물 분자 6개가 생성된다. 대부분의 동물은 이른 바 '대사수'metabolic water(영양소가 산화될 때 생성되는 물-옮긴이)가 수분 균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사수를 만들려면 더 많은 산소를 호흡해야 하는데, 호흡이란 폐와 코를 통해 물이 빠져나가는 것 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캥거루쥐들은 워낙 작으면서도 효율적인 코를 갖고 있어서 공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비강이 식는다. 그래 서 호흡할 때마다 폐에서 나오는 습한 공기가 그 식은 표면에 붙어 응결된다. 이 과정을 '역류 열교환기'라고 부르는데, 캥거루쥐가 자신의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을 잡아두는 과정이기도 하다. 미국의 작가 프랭크 허버트Frank Herbert의 소설 <듄>에 나오는 프레먼 족과 마찬가지로, 사막에서 물을 지키는 것은 과제이자 특권이다.
최우선 물을 잃거나 낭비하는 일은 신성 모독이다.
- 소중한 물을 잡아두는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캥거루쥐는 긴 신장관을 통해 오줌을 짙고 진득한 액체로 농축하여, 요소(단백질 소화 과 정에서 생기는 독성 부산물) 배출 과정에서 수분 손실을 줄인다. 사실 캥거루쥐의 신장은 물을 몸 안에 잡아두는 데 효율적이어서 바닷물을 마시고도 몸의 수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똑같 이 한다면 바닷물 속 소금 때문에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서 세포내 의 수분이 빠져나가고 소변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서서히 탈수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동안 바닷물을 마시는 특이한 옵션이 주어 진 동물은 포획된 상태에서 살고 있는 메리엄캥거루쥐뿐이었다 캥거루쥐는 크리오소트 덤불 사이를 깡충깡충 뛰어다니다가, 뒷 다리로 서서 짧은 앞발로 마른 씨앗을 집어 털로 덮인 2개의 볼 주 머니 안에 넣는다. 커다란 두 눈과 귀로 끊임없이 주변의 위험을 살 피지만, 물이 떨어질 두려움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 공기로 숨을 쉬는 동물이 반년 가까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사실 은 5억 년 넘는 진화의 흐름을 거스르는 듯한 모습으로, 모순된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동물이 진화를 시작한 이후 신진대사의 원동력은 산소의 연소였다. 산소라는 기체는 단순한 미생물 세계를 경이로운 다세포 생물 세계로 탈바꿈하는 데 기여했다. 신진대사어 관한한 산소를 이용한 신진대사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 우리가 음식을 소화해서 각 세포로 보내는 포도당 분자를 에너지로 만들 때 무산소 기반의 신진대사보다는 산소 기반의 신진대사가 열 배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산소 기반의 신진대사는 장작 난로로 방을 데우는 것과 같다. 반면에 무산소 기반의 신진대사는 같은 방을 촛불 하나로 데우려는 것과 같다
- 금붕어의 조상이자 칙칙한 올리브빛 초록색을 띠는 붕어는 산소 없이도 몇 달 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데, 거북과 비슷한 마법의 생존 방식이지만 방법은 아주 다르다. 우선, 붕어는 공기를 들이마시지 않는다. 아가미를 통해 물을 흘려보내며 그 안에 함유된 산소를 뽑 아낸다. 이런 메커니즘은 거북의 항문낭이나 피부와 비교해 아주 효율적이다. 그 덕에 붕어는 산소가 있을 때 활발히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눈이 내리고 햇빛이 사라질 때는 무산소 신진대사에서 생겨 나는 산성 물질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뼈로 된 껍질이 없다. 그래서 붕어는 젖산을 에탄올로 바꾸는 독특한 능력을 진화시켰는데, 에탄 올은 확산이 잘되는 분자로 아가미를 통해 배출될 수 있다. 이는 거북의 등껍질에 숨겨진 비밀만큼 신비스럽게 들리진 않겠지만, 생화학자에게는 경이로운 진화 형태다. 오슬로대학교 연구자인 샤니 레페브르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실제로 에탄올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물고기가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 생물이 살기 힘든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능력에서 붕어는 강자 중의 강자다. 그러나 생물적 요인, 즉 경쟁과 포식에 한해서는 믿기 어려울 만큼 취약하다. 이는 '극한 환경 생존 생물'exremophile이라 불리는 동물들에게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는 뜨거운 열을 견디는 개미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 또한 포식자든 경쟁자든 다른 종에 비슷한 취약성을 보인다. 곤충 연구를 하는 곤충학자들은 이런 종을 '하위종'이라 부른다(붕어 연구자들은 이들을 패자들'이라 부른다어). 이런 종은 다른 곤충들에게 치명적인 온도의 환경에 넣으면 살아남지만, 다른 개미종 하나와 함께 페트리 접시에 넣으면 바로 살육당한다. 결국 생존 불가능한 조건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평범한 조건에 취약하다는 뜻이다.
-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무산소 상태에서도 한동안 생존할 수 있지만, 생태학적으로 더 중요한 어느 연구에서는 이들이 어떻게 약7퍼센트라는 저산소 상태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파고들었다. 파멘터는 이렇듯 만성적인 산소 부족 상태를 잘 연구하면, 만성 폐쇄 성 폐질환과 같은 특정 질병이 어떻게 그 상태로 여러 해 동안 살아 가며 완화될 수 있는지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한다, 한 편으로 그는 이들의 능력이 어떻게 의학적 치료에 응용될 수 있을 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인정한다. 희망적인 점은 각종 발견이 가장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벌거숭이두더지 쥐의 암에 대한 내성은 세포들이 서로 달라붙는 현상을 막아주는 단백질에서 비롯된다. 그 단백질은 이 쭈글쭈글한 포유동물의 피부에서 대량 생성되며, 그 덕에 미로 같은 굴 안에서도 몸이 걸리거 나 끼지 않는다. 몸을 뒤로 젖혀 책상 의자에 기대않으며 파멘터는 이렇게 요약한다. "결국 지하 생활을 위해 늘어나는 피부가 암에 대 한 내성으로 이어지며 장수에도 도움이 되는 겁니다. 그걸 누가 예상이나 했겠어요.'
- 뱀이 단식을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신진대사량이 낮기 때문만이 아니라 소화기관을 활용하는 독특한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장은 뇌나 심장처럼 산소를 많이 쓰는 기관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관이다. 음식으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하는 우리의 세포들은 늘 끊임없이 교체된다. 그런데 산이 잔뜩 들어 있는 위 안에서 음식이 분해되고 구불구불한 장까지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간의 소화에 반해, 뱀은 소화 활동을 완전히 멈춘다. 뱀의 경우 쓰지 않으면 잃는다'는 말은 문자 그대로 장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다. 장이 수축되고 영양분 이동이 멈추면서, 뱀은 혈류를 몸의 다른 부위로 돌린다
뱀이 다음 먹잇감을 잡으면, 소화기관은 재건되고 다시 활성화되어야한다. 그런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버마 비단뱀은 신진대사율을 무려 40배까지 늘릴 수 있으며, 그런 고도의 활성 상태를 2주간 유지할 수 있다. (인간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신진대사율이 식사 전에 비 해 절반 정도 늘어난다.) 심지어 이는 비단뱀이 아직 먹이로부터 당이나 지방을 흡수하기 전의 일이다. 먹이는 여전히 목 안에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에너지 폭증은 저장된 에너지에서 나오고, 그 덕에 소 화기관은 단 12시간 만에 재건된다. (뱀들은 몇 달간 거의 꼼짝도 않다 가 심장을 재건하기도 한다.) 장기 전체를 재가동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뱀이 먹이에서 얻는 전체 에너지의 약 4분의 1은 사용된 지방 및 단백질 에너지의 비축분을 보충하는 데 쓰인다. 뱀의 단식 에 관한 반응 을 연구한 과학자들에 따르면, '몇 달간 쓸모없는 장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이런 전략이 훨씬 효율적이다. 셰다오 살무사든 사육 중인 비단뱀이든 것은 곧 굶는 삶을 산다는 뜻이다. 2016년에 발표된 한 리뷰 논문에 따르면 없는 이 파충류는 '대개 단식 상태로 존재한다'. 배고픈 상태가 정상이고, 배부른 포식이 예외다
- 일주일에 이틀간 단식을 하든 칼로리 섭취를 20~40퍼센트 줄이든.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몸속에서는 동일한 생물학적 과정이 나타난다. 단식을 시작하고 몇 시간 후면, 신진대사가 간에서 분비된 포도당을 태우는 과정에서 지방 조직으로부터 중성지방을 운반하는 과정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 중성지방은 간에서 다시 케톤체로 전 환되어, 고갈된 포도당 대신 몸의 세포들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케톤체는 연료일 뿐 아니라 신호 분자이기도 해서, 각 세포에 현재 영양 결핍 상태임을 알려 몸이 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한다.이 항산화 방어도 강화된다. DNA도 복구된다. 오래된 단백질은 분해되 어 재활용된다. 생명체는 먹을 것이 없을 때 회복력이 더 높아진다 북극곰이나 코끼리물범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수개월을 버티는 행위자체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런 다음 바로 먹이를 실컷 먹는 우리가 아직도 제대로 이해 못 하는 진화의 경이로움이다 인간의 경우, 굶주리고 있다가 바로 평상시처럼 식사를 하면 이른바 '재급식 증후군'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는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다가 갑자기 평상시의 식사로 돌아갈 때 빠질 수 있는 치명적인 상태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현상이라고 오랜 기간 알 려져 왔다. 한때 기근 후나 전쟁 포로 석방 후에 다시 음식을 먹고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그리고 일본군 포로수용소나 강제수용소에서 많은 사람이 석방된 뒤), 그 같은 죽음을 설명해 줄 생화학적 이유가 소상히 밝혀졌다 재급식 증후군 상태에 빠지면 많은 합병증이 나타나 결국 죽음에 이를 수 있다. 그 주요 원인은 인의 부족이다. 인은 세포막을 온전히 지키고 세포 내에 에너지를 공급하며 몸 전체에 산소를 운반하 는 데 꼭 필요한 미네랄이다.어 음식에서 인을 섭취하지 못해 이미 인이 고갈된 몸에 다시 음식이 들어오면 남아 있던 마지막 소량의 인마저 소모되며, 그 결과 심장마비 등의 문제로 죽음에 이를 수 있다
- 지방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단백질이나 탄수화물과는 달리 건조한 상태로 저장할 수 있어 무게를 줄일 수 있다. 구글리엘 모는 말한다. "지방은 아주 적은 무게로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려 할 때 합리적인 선택이고, 하늘을 나는 동물들에게는 가장 중요해서 아껴 써야 할 자원이기도 하죠."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포도당과는 달리, 지방산은 단순히 혈액 속으로 분비된다고 해서 꼭 하늘을 나는 데 필요한 근육까지 도달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은 물에 안 녹는 특성이 있어서 가볍기도 하지만 몸무게의 60퍼센트가 물인 동물의 몸 안에서 제대로 퍼져 나가지도 못한다. 지방이 물에 녹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큰뒷부리도요 같은 철새들은 몸속에 '분자 가이드'를 잔뜩 집어넣는다. 그 가이드들이 지방세포에서 분비된 지방산에 달라붙어 필요한 곳, 즉 주로 비행 근육과 폐로 운반한다.경 구글리엘모는 말한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점에서 포유동물은 뒤처집니다. 우리는 지방산 신진대사의 운반 단계부터 형편없어요. 마라톤을 할 때조치 우리는 글리코겐과 포도당에 의존해야 하고..지방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든요.'"
- 펭귄 화석 기록을 살펴보면. 이 새들은 약 6.000만 년 전 현재보다 더 덥고 습했던 호주 해안 지대에서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로부터 약 3,000만 년 후 남극해가 형성되면서 남극이 극심한 냉 각 단계로 들어가자, 그때서야 비로소 이 새들은 생애 주기의 일부 기간을 얼음에 의존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해, 펭권은 현재 남극 대륙의 주요 특징인 빙하가 형성되기 월씬 전부터 거기 살았던 존재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의미 있는 조치가 취해진다면, 이들은 앞으로도 수백만 년 동안 남극해로 뛰어들 것이다. 남극해는 약 1,400만 년 전 처음 냉각되었을 때와는 다른 바다겠지만, 검은색과 회색이 섞인 이 새들은 여전히 그곳을 보금자리로 여기고 있을 것 이다.
- 극도로 높은 고도에서 날아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저산소 증, 즉 산소 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2장에서 살펴본 거북과 벌거숭이두더지쥐의 경우와는 달리. 인도의 갯벌에서 날아오를 때든 에베 레스트산을 지나서 날아갈 때든 줄기러기 주변의 산소 비율은 변함 이 없다. 단지 고지대의 대기가 더 퍼져 있고 더 희박할 뿐이다. 지 구 중심의 인력에서 멀어질수록 산소, 질소, 이산화탄소 분자는 더 멀리 흩어진다. 다시 말해. 높은 고도에서는 기압이 낮아져 공기가 더 희박해지는데, 폐는 그 변화에 맞춰 갑자기 더 커질 수가 없다 낮은 기압은 비행의 역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밀어낼 분자의 수 가 줄어들어, 양력을 얻고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2012년에 발표된 한 줄기러기 연구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고도 8,000미터 높이에서는 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계적 에너지가 해수면에서보다 50퍼센트 더 많다." 이동 중 날갯짓 하나하나에 조금이라도 더 큰 추진력을 보태기 위해 이 새들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 비행한다. 그때의 기온은 영하 30도까지 떨어지기도 하 며 추위는 분자들을 미미하나마 조금 더 밀집시킨다. 차가운 버터가 따뜻한 버터보다 더 단단하듯, 찬 공기는 따뜻한 공기보다 밀도가 더 높다. 얼어붙을 듯한 추위와 함께 머리 위엔 별이 빛나고 산 아래로 부는 바람이 얼굴을 때리는 상황에서 줄기러기들은 마치 역 경을 항해 직행하는 듯하다.
- 자이언트 세쿼이아에 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미국 국립 공원관리청은 1960년대에 캘리포니아의 세쿼이아 국립공원에서 계획적인 불 지르기를 시작했으며, 그런 관행을 현재 아메리카 원 주민 부족들이 되살리고 있다. 고대의 이 거대한 나무 밑에 쌓여온 하층 식물을 쳐내고 치우고 태움으로써, 지금 세쿼이아와 불 간의 공생 관계가 되살아나고 있다.2024년,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아메리카 원주민학 교수인 베스 로즈 미들턴 매닝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현재 여러 가지 문화적인 불 지르기 관행과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 다. 이는 특히 기후 변화에 직면한 산림의 회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수 세기 동안 생물학의 기본 원리는 "생명은 햇빛을 필요로 한다'" 였다. 광합성은 물과 이산화탄소를 당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며, 모 든 먹이 그물의 원초적 에너지 원천이었다. 심지어 어둠 속 생태계 조차도 결국은 이 햇빛을 이용한 광합성에서 비롯된 영양분에 의존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여기, 그 생물학적 교리를 완전히 무시하는 전혀 새로운 생태계가 있었다.!0 바로 열수 분출공 생태계다. 이곳의 생명체들은 황화수소를 먹는 세균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살아간다. 광합성이 아닌 화학 합성을 통해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 세균들이야말로 이 비밀스러운 생태계의 '식물', 즉 1차 생산자였다. 각 열수 분출공은 화학 합성이 만들어 낸 세계였던 것이다.
- 골드스타인의 말에 따르면, 완보동물이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하 는 일은 DNA 유지 관리 단백질을 '놀라울 정도로 대량 생산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방사선을 쬐기 전보다 최대 300배까지 증 가하기도 한다.18 하지만 이 같은 DNA 복구 반응은 완보동물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쳐. 다른 기본적인 세포 기능들이 일시적으로 중 단된다. 세포가 평소 필요로 하는 다른 중요한 단백질의 생산까지 멈추는 것이다.
"내 생각에 이건 전시 상황에서 공장들이 하는 일과 비슷해요. 원 래 신발을 만들던 공장이 갑자기 군수품을 생산하는 것과 같죠. 우 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휠씬 극적인 변화입니다." 골드스타인이 말했다.
DNA 복구는 이렇듯 손상된 부위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완보동물 중 일부는 아예 DNA 손상 자체를 막는 전략을 사 용한다. 라마조티우스속에 속하는 완보동물들은 Dsup, 즉 '손상 억제자' damage suppressor라는 유전자에 의존한다. 이 유전자는 DNA에 달라붙어 방사선으로 인한 절단을 막아주는 단백질을 생산한다.
- 방사선(햇빛 입자와 방사성 입자 모두)의 해로움에 대해 얘기할 때 인간은 예외 대상이다. 우리는 오래 산다. 우리는 성숙해진 뒤에 번 식한다. 우리는 아이를 낳은 후에도 오래 활발한 활동을 한다. 그리 고 여성들은 완경 이후에도 30~40년은 더 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호르메시스 가설 덕에 체르노빌 이야기에는 아직 입증 되진 않았지만 매혹적인 에필로그가 더해진다. 적은 양의 방사선이 실제로 늑대와 멧돼지 그리고 다른 동물들의 건강을 증진해 주고 있는 건 아닐까? 특히 유전적 다양성이 거의 없는 말 집단의 후손인 프르제발스키 말은 면역 체계와 항산화 및 DNA 복구 기능 향상으 로 많은 이익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때 치명적이었던 체르노 빌 낙진이 이제는 유전적 다양성 확보에 필요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걸까? 설사 이 동물들 사이에서 암이 증가한다 해도, 그것이 정말 번식이나 생존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인간과 달리 대부분의 야생 동물은 번식 적령기를 지나면 오래 살지 못한다. 노화 관련 질환들이 인간에게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우 리가 번식 이후에도 오랫동안 노화 상태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 인간이 초래한 수많은 재앙 중에서 체르노빌 사건은, 사실 우리 의 화석연료 의존, 플라스틱 중독, 그리고 결코 분해되지 않은 채 먹 이사슬을 따라 축적되는 무기 화합물 사용 같은 문제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남기는 발자취는 점점 더 커져만 갈 뿐.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체르노빌에서 방출된 방사성 요오드는 1986년 여름에 이미 사라졌다. 몇 달 동안은 강력한 전리 방사선을 내뽐었지만, 결국 붕괴해서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자연계에 미친 영향을 특정한 한 날짜에 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86년 4월 26일의 체르노빌 원자로 폭발보다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은 인간이 자연에 오랜 시간 다량으로 배출하는 오염 물질이다 자연계에 대한 인간의 영향은 너무나 광범위하고 다면적이다.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스스로를 조절한다고 주장한 제임 스 러브록 James lovelock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과감한 대안을 제 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방사성 폐기물을 열대우림에 두어야 한다. 그래야 인간이 접근하지 못하고, 그곳의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충격적이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피해보다 오히려 방사선이 빠르게 사라진다는 사실 을 강조하는 주장으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