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RI 데이터는 뇌의 조직화, 즉, 각 부위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연구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확산 강조 영상 기법은 뇌 내부에서 물 분자가 확산하는 방향을 추적하여 신경 섬유 다발의 방향성을 감지하도록 한다. 이 신호로 뇌의 여러 영역간 신경 섬유의 연결 수준 측정뿐 아니라 뇌 네트워크에 관한 정보 추출도 가능하다. 이러한 측정값을 활용한 쌍둥이 연구에서는 개별 신경로의 크기 및 미세구조적 조직화가 중간에서 매우 놓은 수준의 유전력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신경로의 측정값을 활용하여 뇌 영역의 전체 연결망을 시각적으로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과정으로 구성된 뇌 네트워크를 추가로 분석하면, 서로 연결된 하위 네트워크를 찾아냄과 동시에 수학적 특성화로 다양한 네트워크 측정값을 도출할 수 있다. 측정값에는 연결의 밀집도나 너 트워크를 통한 효율적인 정보 전달력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네트워크 매개 변수 역시 유전력 범위가 60~70%로 나타났다

- 전반적으로 개인의 뇌 구조에서 나타나는 물리적 변이의 상당 부분이 유전적 차이에 기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전자는 뇌의 배선 방식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가장 지배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유전자 역할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를 바로잡는 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
유전자의 역할은 출생과 동시에 끝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유전자는 초배선 패턴만 결정할 뿐, 이후의 변화는 모두 경험과 학습이 좌우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뇌의 발달을 조절하는 유전 프로그램은 출생 후에도 활성화되어 성장과 성숙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신체의 다른 기관도 마찬가지이다

- 유전적 영향의 복잡성
우리는 유전적 변이가 형질 차이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려할 때 마다 시스템의 복잡성과 부딛힌다. 특정 유전적 변이와 특정 형질의 관계는 멘델이 연구한 형질처럼 명확하게 구분되는 경우가 드물다. 사실 단일 유전자의 두 가지 형태로 결정되는 형질, 즉 진정한 의미의 '멘델식 형질'을 찾는 것은 오히려 예외 사례에 속한다. 혈액형이야 멘델의 유전 법칙을 따르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이는 드문 편이다. 심지어 한때 멘델식 유전이라고 생각했던 눈이나 머리카락 색조차 훨씬 복잡한 방식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복잡성은 주로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첫째, 하나의 형질이 집단 전체에 걸쳐 다양한 유전적 변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빨간 머리색은 누군가에게 하나의 유전적 변이로 발현되지만, 다른 이에게는 전혀 다른 변이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상이 개별 가계라면 해당 형질이 여전히 멘델식으로 유전될 수 있겠지만, 전체 인구 집단으로 확장된다면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띤다
둘째, 하나의 형질이 개인의 여러 유전적 변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이 훨씬 일반적인 상황으로, 키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관련하여 멘델은 완두콩에서 매우 특이한 상황을 발견했다. 키가 연속적인 분포를 나타내지 않고, 키가 큰 개체와 작은 개체로 명확히 구분된 것이다
멘델이 키가 큰 완두와 작은 완두를 교배한 뒤, 후대에서 다시 교배했을 여전히 두 종류의 완두만 나타났다. 결국 우리가 예상하던 중간 크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멘델이 실험한 완두콩 집단에서 키에 미치는 단일 유전적 변이가 존재했기에, 식물을 두 부류로 확실히 나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 집단에서는 상황이 완두콩만큼 일반적이지 않다. 인간의 키는 개별적인 두 범주로 구분되지 않고, 전체 집단에서 연속적인 분포를 보인다. 키가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아이를 낳으면, 자녀의 키는 일반적으로 부모의 중간값 정도로 자랄 것이다. 키가 큰 사람끼리 아이를 낳더라도 자녀의 키는 대체로 평균보다 크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다양한 변이를 보인다. 위와 같은 '혼합형 유전 방식'이 동물과 식물 대부분의 형질에서 매우 보 편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20세기초 생물학자들은 멘델의 발견을 형질 결 정이라는 더 포괄적인 이론 틀에 통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진화적 변화는 대부분 갑작스러운 질적 변화가 아니라, 세대를 거치며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표현형의 미세한 변화라 여겨 왔다. 그러므로 멘델식 유전이 진화 이론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았다
이 문제의 해답은 꽤 단순하지만, 여느 아이디어와 같이 뒤늦게서야 그 사 실이 드러난다. 바로 인간의 키와 같은 형질은 여러 유전적 변이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멘델의 정의에 따르면 각 변이는 여전히 독립적인 유전 단위이지만, 그 영향은 결코 독립적이지 않다.

- 수정란의 첫 분열로 생겨난 두 개의 세포는 동일하지 않다. 이들은 이미 다른 유전자 발현 양상을 보이며, 유전체에 부호화된 2만여 개의 단백질을 만드는 양에도 차이가 있다. 단백질의 상당수는 다른 단백질의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단 두 개의 유전자에서 시작된 작은 차이도 복잡한 피드백 상호 작용 네트워크를 통해 급격히 증폭되어, 두 세포 간 전반적인 유전자 발현 양상의 차이는 커진다. 그것이 바로 세포 분화가 일어나는 방식이다. 근육 세포는 피부 세포나 간 세포와는 전혀 다른 유전자 발현 양상을 보인다. 발달의 핵심은 이들 세포가 공간적으로 잘 조직되어 적절한 위치에 자리 잡는 것이다. 그러려면 세포 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세포의 배아 내 위치가 어디인가, 어떠한 유형의 세포로 분화해야 하는가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 세포간 소통은 배아의 한 지점에 위치한 세포가 단백질을 생성하고, 세포 밖으로 분비된 단백질이 배아 내에서 확산하면서 이루어진다. 이때 단백질 은 생성된 부위 근처에서는 농도가 매우 높지만, 멀어질수록 점차 낮아지는 농도 기울기 concentration gradient 를 형성한다. 세포에서는 표면에 있는 수용체로 단백질의 농도를 감지하고, 그 신호가 세포 내부로 전달되어 활성화 및 비활성화해야 할 유전자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뇌, 심장, 팔다리 눈 등 다양한 기관이 모두 제 위치에서 형성된다. 그 과정에서 놀라운 점은 어떠한 세포도 전체적인 계획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 모든 일은 외부에서 수신한 신호에 각 세포가 반응하는 것에서 시작 된다. 그리고 일부 유전자를 활성화 또는 비활성화하면서 세포 분열로 배아 가 성장함에 따라 그 정보를 딸세포에 전달하는 무심한 생화학적 상호 작용 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각 세포는 유기체 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를 모두 지니고 있지만, 정작 그 전모는 알지 못한다 마치 자기 대사와 등장 타이밍은 알고 있지만, 전체 대본은 모르는 대규 모 앙상블 연극 배우처럼 말이다. 최종적으로 연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관객은 '자연 선택 natural selection `'이라는 비평가뿐이 다. 좋은 대본은 살아남지만, 나쁜 대본은 상연 기간이 짧아지는 것처럼 생태계에서 도태된다.

- 시냅스에서는 축삭을 따라 전송된 전기 신호가 생화학적 신호로 변화되며, 전류가 충분히 흐르면 시냅스는 신경전달물질이라 불리는 작은 분자 꾸러미를 방출한다.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 맞은편인 다음 뉴런의 수상 돌기에 있는 특수한 수용체 단백질에 의해 감지된다. 신경전달물질이 충분히 감 지되면, 다음 뉴런도 자체적으로 전기 신호를 생성한다 각 뉴런 유형은 이온 통로, 신경전달물질 수용체 단백질, 시냅스 가소성 단백질, 그리고 세포의 전기생리학적 특성을 함께 결정하는 여러 단백질로 구성된 특정 조합으로 구별된다. 강한 입력 신호가 있어야만 활성화하는 뉴런이 있는 한편, 휠씬 민감한 뉴런도 존재한다. 이 외에도 반복적인 자극을 민감도가 올라가는 뉴런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뉴런도 있다. 뉴런 간에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이는 각 뉴런이 방출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종류일 것이다
앞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 다음 뉴런이 항상 전기 신호를 발화한다고 말했지만, 사실 일부 신경전달물질은 정반대의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들 물질은 분비되면 다음 뉴런의 발화를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 생각해 보면 이
러한 억제 신호가 중요한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뉴런이 서로 자극만 주는 구조였다면, 하나만 활성화해도 신호가 뇌 전체로 들불처럼 번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모든 뉴런이 한꺼번에 활성화하 면서 끊임없는 발작 상태에 빠지게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뇌에서는 어떠한 순간에도 각 뉴런이 흥분성 입력과 억제성 입력의 정도를 통합적으로 계산 하고 있다. 그리고 두 입력 사이의 균형에 따라 해당 뉴런이 신호를 발화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 잡음 억제기
공학적 관점에 따르면 발달 시스템은 꽤 견고하다. 하지만 진화를 토대로 자기 조직화 메커니즘을 발전해 나간다고 해도,잘 갖춰진 최적의 조건에서 만 작동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미 확인한 바와 같이 분자 및 세포 수준의 시스템은 잡음을 피할 수 없다. 그러므로 매우 정밀한 분자 조건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과도하게 명세된 나머지 현실적인 적용이 어렵다. 게다가 발달 중인 유기체는 주변 환경의 변동에도 대처해야 한다. 산모의 영양 상태나 스트레스 또는 감염에 따른 생리적 변화 등의 요소는 태아 체내의 생화학적 환경과 세포 생리에 영향 을줄 수 있다. 그러므로 진화에게 최선은 바로 다양한 잠재적 변수를 감당하고자 발달 프로그램 내부에 중복 기전과 피드백 시스템을 여러 겹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학적 설계에서 비용을 요구하는 것처럼, 그 모든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데도 대사 비용이 든다. 그러니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명 심해야 한다. 진화는 낭비를 용납하지 않는다
시스템의 진화는 완벽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동안은 일반적인 상황 에서 적당히 괜찮게 작동할 만큼만 이루어져 온 것이다. 시스템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잡음과 환경 변화를 받아들이고 조절하면서 수용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물론 최종 결과에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지만, 정량적 변이는 그처럼 통상적인 범위 안에서 허용된다. 하지만 위와 같은 시스템 설계 방식에는 예상치 못한 결과도 존재하는 법이다. 발달 시스템이 특정 유형의 교란, 특히 발달 관련 유전자에 발생한 돌연변이에 오히려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때 잡음이나 환경적 변동성을 완충하도록 진화한 강건성 robustness 덕택에 시스템은 발달 프로그램의 구성 요 소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돌연변이의 효과도 흡수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돌연변이의 영향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변이의 개인차
개인의 발달 강건성은 각자의 돌연변이 하중 mutational load 에 따라 달라지며, 그 양상도 하나같이 다양하다. 모두가 주요 돌연변이를 일정량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그 수는 개인마다 다르다. 평균적으로는 약 150개쯤이지만, 그마저 돌연변이를 정의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그 범위에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그런가 하면 개인에게 존재하는 돌연변이의 구성에 따라 발달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도 제각각이다. 또한 사람마다 지닌 돌연변이와 후한 유전적 변 이의 특정한 조합에 따라 발달 프로그램에 끼치는 영향에 개인차가 발생한 다. 이는 곧 발달의 강건성 또는 그 반대 개념인 발달의 변이성 자체가 사람 사이에 달라지는 유전적 특성이며, 해당 특성은 유효한 돌연변이 하중과 관련이 있음을 뜻한다.
앞서 얼굴의 비대칭성으로 발달 변이성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고 언급 한 바 있다. 그런데 실제로 사람마다 비대칭성의 정도가 다르다. 신체 부위와 얼굴 특징을 다양하게 측정한 후 종합하면, 개인의 비대칭 양상을 수치 화할 수 있다.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비대칭성은 부분적으로 유전되며, 유전 력은 약 30% 수준이다. 일란성 쌍둥이를 여러 쌍 살펴보았을 때, 쌍둥이 간 유사성과 각 쌍둥이 개인의 대칭성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인간 복제 실험을 다시 생각하면, 사람마다 결과가 다를 수 있음 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당신을 100번 복제한 결과가 나를 100번 복제한 결과보다 더 다양하게 나타날 수도, 그보다 덜할 수도 있다. 당신의 유전체 는 가능한 발달 결과의 범위를 내 유전체보다 더 넓거나 좁게 설정해 둘 수 있다. 그 차이는 각자가 지닌 상대적 돌연변이 하중과 발달 프로그램의 강 건성에 따라 달라진다

- 성격 요인은 뚜렷하게 구별되는 몇 가지 신경화학적 경로나 특정 뇌 영역 또는 회로의 변이로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심리학적 구성 요소가 생물학적 단일한 실체를 나타낸다기보다, 다양한 세포 및 신경계에서 나타나는 변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성격 특성을 요인 분석으로 정의하는 접근 방식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성격 특성이 행동 패턴을 묘사한 데 그친다는 점이다. 누군가 '외향적이라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는 말은 사실상 그 특성에 이름만
지은 것일 뿐, 그 작동 메커니즘을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에 접근할 수 있는 메커니즘적 맥락은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가 성격 특성을 이야기할 때, 특정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 방식을 묘사한다. 이는 주어진 선택지 가운데 어떠한 행동을 선택하느냐와 관련되 는바, 결정의 문제를 나타낸다. 그리고 의사 결정은 단지 행동의 결과로 나 타나는 외형적 양상을 초월한다. 유기체가 고려하는 요소와 그것을 통합하 여 적절한 행동을 이끌어 내는 방법, 즉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심오한 기제의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다.

- 이처럼 신경조절 시스템의 기본적인 설계는 비슷하지만, 실제로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생성하는 뉴런의 수나 축삭이 뻗어 나가는 범위에는 개인차 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경조절물질이 생성, 분비되는 양과 반응하는 정도 역시 사람마다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에게 매개 변수 를 똑같이 설정하는 것은 자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관련된 유전자 가 워낙 많으므로, 모든 유전자에 걸쳐 변이가 일어나지 않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발달 과정에 수반되는 잡음 역시 너무나 많아서 매번 똑 같은 방식으로 작동할 수도 없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생성하는 뉴런은 중뇌와 뇌간에서 발견된다. 해당 뉴런의 축삭은  뇌 전반에 걸쳐 투사된다. 또한 선택적으로 발현되는 여러 수용체 단백질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신경 전달을 조절한다.

- 우리가 성격 특성으로 인식하고 분류하는 요소는 여러 근본적인 의사 결정 매개 변수의 다양성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그 매개 변수가 다르게 조율되는 이유는 신경조절 시스템의 차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 일부는 신경조절 경로를 구성하는 생화학적 요소를 부호화하는 유전자의 변이로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특정 경로 에 직접 작용하지 않고, 주로 신경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해당 시스템에 간접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뇌회로가 발달하는 방식에 나타나는 차이가 심리적 특성의 주요 한 원천이라는 중심 주제로 되돌아왔다. 중요한 점은 그 차이가 유전적 차 아니라 발달 자체의 과정에서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발달 과정에서 일 어나는 무작위적 변화는 유전적 변이의 효과가 개인에게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크게 좌우할 뿐 아니라, 타고난 기질 차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출생 이후 뇌의 자기 조직화 과정은 우리의 경험과 그에 반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줌으로써 선천적 차이를 강화할 것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서로 다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는 여러모로 크게 벌어진다.

-  신경 영상 연구에서는 사람이 얼굴을 볼 때 방추상 얼굴 영역이 격렬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얼굴이 아닌 자극에는 크게 반응하 않는다. 물론 이 영역이 단독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해당 영역은 반응하는 여러 뇌 영역으로 이루어진 확장 회로의 일부로, 얼굴인식에 이들 모두가 얼굴에 강하게 반응한다 흥미로운 점은 안면실인증 환자도 얼굴 반응 영역 또는 해당 영역의 네 트워크에서 얼굴 자극에 정상적으로 반응하는 듯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해당 뇌 영역이 활성화되었음을 나타낸다. 심지어 그 영역에서는 이전에 본 적이 있는 얼굴인가 아닌가에 따라서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 즉 얼굴 인식의 초기 단계가 뇌에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 는 셈이다.
그러나 얼굴 인식 네트워크가 신호를 전두엽에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생긴다. 일반적으로 전두엽에서는 얼굴을 의식적으로 인 식했음을 반영하는 후속 신호가 나타난다. 그러나 안면실인증 활자에게서 는 후속 신호가 전혀 나타나지 않거나, 나타나더라도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이러한 차이는 해당 영역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 연결 수가 일반인보다 더
적다는 관찰 결과와도 일치한다. 

- 우리는 언어와 문화의 창조로 자연 선택이라는 프로그램에 능동적으로 참여했다. 그 덕에 조금이라도 더 똑똑해지는 것이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진
화가 촉진되었다.
그 결과 지능을 높이는 새 돌연변이는 자연 선택 과정에서 이미 대부분 등장했을 것이다. 그중에서 유리하게 작용한 돌연변이는 강한 선택 압력을 집단 내에 빠르게 확산 및 고정되어 해당 유전자의 이전 형태를 대체했다고 본다
물론 지능을 높이는 새로운 돌연변이가 나올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제로 초파리나 생쥐 등의 동물에서는 학습이나 기억 능력을 향상하는 유전적 돌연변이가 실험적으로 유도된 바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새로운 돌연변이가 지능에 영향을 미친다면, 지능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휠씬 크다. 복잡한 시스템은 구조상 개선하기 보다 망가뜨리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 자연 선택은 인간의 뇌를 만든 뒤부터 이를 보호하는 막대한 과업에 직면 했다. 과거에는 양성 선택의 작용으로 지능을 높이는 유전적 변이가 인구 집 단 내에 고정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음성 선택이 그 변이의 유지를 위해 애 쓰고 있다. 이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과 다르지 않다. 정자나 난자가 새 로 만들어질 때마다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지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돌연변이는 임상적으로 지적 장애가 있는 사 람이 자녀를 거의 낳지 않기에 선택 압력으로 빠르게 제거된다. 하지만 좀 더 미묘하게 영향을 미치는 돌연변이는 자연 선택으로 걸러내기가 상당히 어렵다. 무엇보다 인간의 뇌는 수많은 유전자가 관여하는 복잡한 구조이므
로, 자연 선택이 모든 유전자를 동시에 감시할 수 없다
효과가 약한 돌연변이는 자연 선택의 감시를 피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다. 더군다나 영향력도 작은 편이라면, 상당히 높은 빈도로 집단 내에 확산할 수 있다. 중간 정도의 영향력을 지닌 돌연변이도 한동안은 자연 선택을 피해 집단 내에 머무르면서 새로운 변이로 자리 잡기도 한다. 이처럼 마이너스 변이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류의 먼 과거, 그리고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는 높은 지능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반면, 그 반대는 불리했기에 선택에서 밀려났다고 볼 근거는 충분하다. 이때 번식은 단순히 자녀 수만뿐 아니라, 자녀가 생존 하여 번식 가능한 나이까지 자라서 다시 자녀를 남기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러한 선택 압력이 다소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지능은 여전히 모든 종류의 사망률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다시 말하면 지능이 낮을수록 다음과 같은 사망 원인의 위험이 더 높다.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각종 암
*감염병
*자연적 원인에 따른 사망
*사고, 살인, 자살 등 비자연적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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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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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옴니웰빙은 '모든 것. 모든 방식'을 의미하는 접두사 옴니(Omni)와 복지나 안녕, 행복의 정도를 의미하는 웰빙(Well-being)을 합친 단어다. 즉,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행복, 복지와 안녕, 삶의 질을 중요한 가치로 보는 모든 문화를 일컬어 옴니웰빙이라고 말한다. 팬데믹 기간을 거쳐오면서 건강과 즐거움을 모두 챙기는 생활 방식인 헬시 플레저 Healthy Pleasure가 우리의 생활 속에 자연스레 스며든 것도 '옴니 웰빙' 문화 형성에 한몫한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인식과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하루에 8시간 이상 머무는 공간인 우리의 직장에서도 옴니웰빙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흔히들 말하는 요즘 세대들은 자신만의 좋은 직장의 기준을 세우고 그에 일치하지 않으면 취업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 또한 개인의 가치와 일치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공과 행복이 함께 공존하지 않으면 과감히 조직을 떠나기도 한다

- 회사를 떠났던 직원이 다시 돌아오는 일이 많아지는 현상은 이제 기업의 연속성과 유연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마치 우로보로스가 스스로를 먹으며 끊임없이 재생하듯 기업도 성장, 이동, 환원이 반복되는 지속적인 인재의 순환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재입사한 직원들은 단순한 복귀자가 아니라 이전보다 넓어진 시각을 가지고 조직과 다시 연결되는 존재다. 외부 경험과 내부 맥락을 함께 이해한 이들은 조직과 바깥세상을 잇는 연결자 역할을 수행한다. 인적 순환은 조직의 폐쇄성을 줄이고,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더 유연하게 바꾸며,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특히 이들이 지닌 안팎을 함께 보는 시각은 조직이 쌓아온 전통과 새로운 시도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힘이 된다. 이와 같은 흐름은 우로보로스가 상징하는 '끊임없는 순환'을 현실의 조직 맥락에서 보여주는 사례이자, 오늘날 기업이 맞닥 뜨린 변화에 대응하는 하나의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 조용한 퇴사가 조직과의 심리적 거리두기라면 그다음에 등장한 흐름은 대잔류 현상이다. 대잔류는 이직을 포기한 충성의 표현이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일단 남아 있기로 한 조건부 선택'을 의미한다. 불안정한 채용 환경과 변화하는 업무 방식 속에서 많은 직장인은 외부 이동보다 현재 조직 안에서 쌓을 수 있는 경험과 성장을 저울질한다. 그래서 이들은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완전히 몰입하지도 않은 채 조직을 관찰하며 남아 있다. 대잔류는 직원들의 마음속에서 조직이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신호이자 언제든 선택이 바뀔 수 있음을 경고하는 조용한 메시지다
조용한 퇴사와는 반대로 시끄러운 퇴사도 존재한다. 이는 퇴사과정을 SNS에 공개하고 본인이 경험하고 느낀 회사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형태의 퇴사이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퇴사 과정을 기록한 퇴사 브이로그'가 인기를 끌고 있다. 

- 조용한 퇴사가 있다면 조용한 고용(Quiet Hiring)도 있다. 조용한 고용은 사내 이직 제도로 필요한 업무에 인력을 재배치하여 직원들에게 새로운 업무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리텐션을 위해 기존 직원들에게 금전적인 보상 이외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역량을강화할 기회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인재를 붙잡기 위한 임시 처방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의 이동을 먼저 가능하게 만드는 순환 인재 전략의 한 형태이다.

-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퇴사 과정을 체계적으로 다루기 위해 오프보딩(Offboarding)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있다. 오프보딩은 단순한 퇴직 서류 처리나 인수인계에 그치지 않고, 법적 리스크 예방, 데이터 및 보안 관리, 퇴사자와의 관계 유지를 아우르는 종합과정이다. 순환 인재 관점에서 보면 퇴사 이후에도 조직 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어가며 다시 가치를 더할 수 있도록 돕는 마지막 연결 고리라 할 수 있다. 오프보딩이 중요한 이유는 법적 절차와 서류 처리를 명확히 함으로써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동시에 체계적이고 명확한 업무 인수인계를 통해 업무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더 나아가 데이터 보안을 철저히 관리하고 퇴사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향후 비즈니스 협력의 가능성까지 열어 둘 수 있다.

- 현재 세계 주요 기업의 HR 부서는 직원 인사기록 관리(78%), 급여 처리 및 복 리후생 관리(77%), 채용(73%), 성과관리(72%), 온보딩(69%) 등의 순 으로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유승주, 2024). 성과평가와 승진 결정에도 AI를 적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IBM은 AI 왓슨'을 기반으로 한 마이카(MyCA)' 시스템을 도입하여 직원들의 과거와 현재 데이터를 분석하고 적합한 직무를 제안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KB금융이 'AI 기반 HR 프로세스'를 개발하여 인사이동과 인재추천에 AI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이중학 외 2인, 2023). AI의 도입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채용 과정에서 AI 면접은 청탁 등으로 인한 채용비리와 면접관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평가 오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애드가, 2020)

- 베타조직은 무엇인가?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크고 변화가 많은 시대가 또 있었을까? 빠른 기술 발전과 세대교체, 예측하기 어려운 세계 경제 환경은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을 VUCA(변동성∙불확실성∙복잡성∙모호성)라는 한 단어로 요약하게 만든다. 이러한 환경에서 조직은 더 이상 한 번에 완성된 해답을 찾기 어렵다. 작은 실험으로 가능성을 시험하고, 빠른 피드백으로 방향을 조정하며, 학습을 다음 실행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경쟁력이 된 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조직은 변화에 더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으며. 이런 조직을 '베타조직'이라고 부른다.
이 개념은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의 베타테스트처럼 '완성된 조직'을 전제로 하기보다 실험과 개선이 지속되는 상태를 기본값으로 삼는 조직이다

- 토스(Toss)는 한국의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이자 Agile 형태의 베타 조직을 성공적으로 구현한 국내 선도 사례다. '빠른 실험'과 '수평적 소통'을 핵심 가치로 삼는 토스의 조직문화는 베타조직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토스의 조직 특성은 '챕터 & 스쿼드 (Chapter & Squad)' 체계라는 독특한 조직 구조에서 가장 잘 드러 다. 스쿼드(Squad)는 제품이나 서비스 단위로 구성된 독립적인 팀으로, 기획부터 개발, 디자인,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한다. 반면, 챕터(Chapter)는 직무별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 되어 업무 노하우와 지식 공유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이중 구조는 업무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한다. 토스의 챕터 & 스쿼드' 조직은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것을 권장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학습의 기회로 활용한다. 또한 길드라는 공통의 관심 분야를 가진 사람들의 커뮤니티 모임을 통해 이러한 활동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 결국 조직문화의 설계 언어는 데이터다. 데이터는 의사결정의 구조, 소통의 방향, 신뢰의 기준을 정형화하는 조직 내 언어이며 이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용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미래 지속 가능성이 결정된다. 투명성은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이며 조직의 철학이 기술과 만나 실천으로 전환될 때에만 진정한 문화로정착될 수 있다. 이와같은 전환기에 우리는 투명성의 실체를 묻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지를 질문해야 한다.

- 데이터가 다 말해준다'는 표현의 진짜 의미는 데이터가 조직을 대신해 판단해 준다는 게 아니다. 데이터는 조직이 내린 선택을 감추지 못하게 만들고, 그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도록 요구하며,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게 만든다.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했을 때, 깃랩이 모든 운영 정책을 핸드북으로 기록했을 때 버퍼가 전 직원의 급여를 공개했을 때, 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 데이터로 약속했다
이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는 얼마나 투명한가?"가 아니다. "우리의 데이터는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가 되어야 한다. 그 데이터가 침묵하고 있다면 조직의 공정도, 신뢰도, 소통도 결국 말뿐인 구호로 남을 것이다. 반대로 데이터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 이 반복적으로 작동하며, 구성원들이 그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면 투명성은 조직의 운영 방식 그 자체가 된다.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이 야기는 '데이터가 공정을 증명하고 있는지', '신뢰를 축적하고 있는지' 소통을 기록하고 있는지'이다

-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기업이 던져야 할 핵심 질문 3가지 
① 사람: 어떤 인재 구성과 세대·다양성을 전제로 조직을 설계할 것인가? 
② 일: 기술 자동화를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떤 일을 사람에게 남길 것인가? 
③ 기준: 성장이 멈추거나 줄어드는 시기에, 무엇을 지표로 '좋은 회사'를 정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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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혁명 슈퍼 에이전시

IT 2026. 5. 16. 16:32

- 신기술은 늘 인간성 말살이나 사회 붕괴가 임박했다는 이야기를 낳곤 인쇄기, 직조기, 전화기, 카메라. 자동차.. 이 모든 것들은 현대 생활의 주류가 되기 전까지 심각한 회의론에 직면했고 때로는 폭력적인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15세기 운명주의자들은 인쇄기가 이단을 만들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림으로써, 또한 성직자와 학자의 권위를 훼손함으로써 사회를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화기는 친밀한 대면 접촉을 대체하고 친구끼리 지나치게 사적인 부분을 노출하게 만드는 장치로 간주되었다. 자동차가 보급되던 초기 몇십 년간, 비평가들은 차가 가정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혼 남성은 결혼해서 자녀를 갖는 대신 돈을 모아 차를 사고, 기혼 남성은 자동차가 일조한 소비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혼을 택한다는 내용이었다. 1950년대 사회 전반에서 발생한 자동화에도 이런 유의 암울한 전 망이 드리워졌다. 점점 더 정교해지는 기계가 공장과 사무실에 거대한 변화를 불러오면서 제빵사, 정육점 직원, 자동차 공장의 근로자부터 미국 인구조사국 통계학자까지 모두가 노동자 감소를 목격했다. 1961년 <타임Tme>은 기업. 노동조합, 정부의 개입이 없다면 자동화로 인해 영구 실업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노동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도했다. 1960년대 중반까지 의회 소위원회는 정기적으로 청문회를 열었다. 메인프레임 컴퓨터가 개인정보 보호, 자유 의지, 일반 시민 이 스스로 삶을 영위하는 능력에 위협을 미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였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1961년보다 낮다. 일반적인 미국 시민은 권위에 순응하거나 인간성의 종말이 도래한 세상이 아니라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이 선도한 개인주의와 자율성의 새로운 시대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의 출현과 지속적인 진화 때문어 AI를 향한 기존의 두려움은 점점 커지고 있다. 

- LLM을 이루는 기반은 데이터와 수치화이기 때문에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신, 인간 개발자와 기관이 수집하는 데이터. 그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법. LLM을 최적화시키는 목적 또는 특정 기능, 그 기능을 인간의 가치관과 의도에 가장 잘 부합하도록 만드는 방법 등을 선택해 LLM을 만든다. 훈련 데이터에 성차별적∙인종차별적 정서가 포함되어 있다면(대량의 텍스트를 인터넷에서 스크랩한 뒤 추가적인 여과. 검증, 개선을 거의 또는 전혀 거치지 않은 경우) LLM은 성차별적∙인종차별적 아웃풋을 내놓을 수 있다. 의료 진단을 위한 AI를 만드는 개발자가 특정 질환의 복잡성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경우, 그로 인해 과소 대표된 환자 그룹이나 희귀 질환에 대해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델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LLM이 작동하는 방식이 종종 불투명하다는 데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블랙박스' 현상이라고 한다. 

- 현재로서 LLM에는 상식적인 추론 능력, 실제 경험, 세상에 대한 근거가 없다. 그들은 훈련 데이터에서 학습한 패턴을 바탕으로 순서에 따라 다음 토큰을 예측할 뿐이다
따라서 최첨단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한 챗GPT와 유사 제품들도 계속 할루시네이션 현상을 보인다. 인간에게는 비교적 간단한 두뇌 자극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혼란에 빠질 수 있고. 편향된 아웃풋을 내 놓기도 하고, 맥락과 전혀 관련 없는 결과물을 내놓기도 한다
회의론자들은 LLM의 이런 단점이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개발자들이 수조 개의 매개 변수로 모델을 훈련시킬 수 있는 더 큰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이미지∙비디오∙구조화된 데이터 같은 여러 형태의 인풋을 포함하도록 훈련 데이터세트를 확장하는데도 성능 향상의 속도는 느려지기 시작했고 실수가 이어졌다. 비평가들은 'AI의 성배', 즉 범용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llgence에는 절대 이를 수 없 을 것이라고 말한다. AGI는 모델이 한 영역(혹은 맥락)의 지식을 완전히 다른 상황에 적용할 수 있고, 인간과 같은 유연성으로 새로운 도전에 적응하고, 다양한 분야에 걸친 추상적인 추론을 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해법을 생성하는 등 모든 일을 개별 과업에 대해 명시적으로 프로그래밍하지 않아도 모든 작업을 수행 가능한 인공지능이다

- AI는 책이나 유튜브의 학습용 영상 등이 일으킨 혁신과는 달리 단순히 지식을 만들고 배포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AI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하는 능력이 있으므로 우리는 이것을 두 가지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마음챙김 기술을 연습할 때처럼 AI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실시간 유가와 일기예보에 기반하여 가정의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는 것처럼 AI 스스로 처리하는 편이 나은 영역이 있다 어느 쪽이든 우리의 행위력을 강화할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도록 설계된 방법을 제시하며 돕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새롭고 변혁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 1700년대에 증기기관이 등장한 이래 합성 에너지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사상 처음으로 합성 지능Synthetic inteligence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제는 지능 자체가 도구이다. 확장 가능하고, 수월하게 조정할 수 있고, 스스로 성장하는 진보의 엔진이다.
이를 올바르게 활용한다면 우리는 '초행위력Superagency'이라는 새로운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이는 AI를 통해 개인적인 힘을 얻은 사람들 이 사회 전반에 증폭된 효과를 내기 시작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 최첨단 LLM이 인간 의사들을 대체하는 일이 단기간 내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절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그보다는 인간 의사가 LLM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영향력을 증대하고 일의 가치를 향상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LLM은그 외에도 폭넓은 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다. 인간 의사의 기술과 접근 방식을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성능 AI가 정신질환 치료의 표준이 되는 세상에서 치료법을 개발.시험.배포하는 방법을 재구성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우리는 현상 유지에 따르는 실질적인 위협에서 벗어나 진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문제주의적 사고방식에서는 치료의 접근성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비용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치료용 LLM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개인의 행위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한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주로 정신건강 관리의 범위와 유용성을 정의하는 방식, 더 구체적으로는 전통적으로 정의해 온 방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간이 제공하는 치료는 공급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우리는 주로 이것을 심각 한 문제에 대응하는 반응적 메커니즘으로 본다. 그런 기준이라면 단순히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을 과도한 의존으로 해석하기 쉽다. 그러나 안경 중독이나 심박 조율기 의존, 안전벨트 의존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선제적 정신건강 관리와 언제든지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AI 모델이 존재하는 미래를 생각해 보자. 그런 미래는 어면 모습일까? 모두가 이득을 얻는 방향으로 사고방식을 전환하면 이점이 쌓이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귀 기울여 주는 존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순간에 도움받을 수 있다. 24시간 내내 공감 반응을 얻고 유용한 전략을 이용할 수 있다. 일관적이고 맞춤화된 지원을 통해 건강한 대응력과 정서적 회복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 이 야심찬 비전의 목표는 현재의 치료법을 복제하고 확장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치료법을 변화시키고 개선시켜 포괄적이고 지속적이며 일상에 밀접하게 자리 잡는 정신건강 관리의 시대로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한다

- 메터릭과 동료들은 사용자에게 공감하는 방식으로 행동함으로써 사용자의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는' 로봇을 설계해 왔다. 그녀는 수많은 연구에서 공감하는 행동이 신체 건강을 개선한다는 점이 입증되었다고 설명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AI 모델을 삶에 더욱 깊이 통합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누적 효과를 상상해 보라. AI가 단백질 접힘의 비밀을 밝히거나 재생 에너지 시스템의 효율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라. 달라이 라마의 불가사 의한 평정심을 가진 AI 모델과의 지속적인 상호 작용이 우리를 더 친절하고, 더 참을성 있고, 더 관대한 사람이 되도록 만든다면 어떨까? 복잡한 신경망과 거대한 글로벌 서버 클러스터를 통해 모두가 성인군 자가 되는 세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

- 챗GPT-4o의 완전다중모드 버전의 경우, 더 이상 모드들 사이의 번역 단계가 필요치 않다. 챗GPT-4o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면 232밀리초 안에 답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억양을 바꾸고, 감정적 어조를 달리하고, 발성을 조정해 표현력이 풍부해 보이도록 하는 역량이 훨씬 향상되었다. 따라서 LLM은 더 이상 목소리만 인간처럼 들리는 것이 아니라 속도와 흐름 측면에서 실제 인간을 상대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약간 어색했던 상호 작용에 즉각성과 즉흥성이 더해져 친한 친구와의 잡담처럼 바뀐 것이다
챗GPT-4o 출시 시연에서 드러난 것처럼 챗GPT는 이제 사용자의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다. 분석이 필요한 사진을 올릴 필요가 없다.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대상을 향하기만 하면, 챗GPT가 즉시 일 처리를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책GPT-4o를 외국의 영화관에 실시간으로 번역하게 시킬 수도 있다(이때 이어폰 사용은 필수다) 가지고 골프 연습장에 가서 스윙 자세 분석을 요청할 수도 있다. 옷장에 있는 옷으로 코디할 때 필요한 조언, 자동차 정비에 관한 조언. 식물 관리에 관한 지침도 얻을 수 있다 이런 새로운 감각 기능은 사용자가 입력하는 클라우드 안 무형의 실체인 AI 모델을 공간과 경험을 공유하는 방 안의 실체로 변환하는 효과가 있다. 당신의 휴대전화는 이제 일종의 안드로이드(운영체제가 아니라 로봇을 뜻하므로 아이폰을 갖고 있더라도 당신의 휴대전화는 안드로이드인 것이다)로, 현재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고 참여하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더 중요한 점은 애플리케이션이 당신의 휴대전화에 설치도 어 있으므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이 아닌 휴대전화를 사적 공유재로 통하는 포털로 이용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 사회가 AI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하려면 20세기 후반의 위대한 컴퓨터과학자 요제프 바이첸바움을 살펴봐야 한다. 1972년, 바이첸바움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 컴퓨터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서 동료 컴퓨터과학자 들이 일반 대중의 관점에서 자신의 활동을 바라보려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컴퓨터과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기술을 구동하고 '전자공학적 묘기'을 사용해 안전하게 만들지 생각하는 반면, 일반인들은 '이것이 좋은가?'와 '우리에게 이것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주장했다. 생성형 AI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됨에 따라, 우리는 이들 기계가 지능적인지보다 유용한지 물어야 한다.

- 맥셰인은 "1890년대 이전의 증기 구동차가 실패한 것은 기계적 비효율성 때문이 아니라 주로 규제 때문이었다"라고 진단했다. "차는 말보다 속도가 빠르고, 운영 비용이 적게 들고, 오염 발생도 적었지만 대중은 여전히 차를 두려워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증기 구동차는 19세기에 갑작스럽게 거리에 나타난 상당히 급진적인 물건이었다. 말보다 휠씬 빠르고 연기와 뜨거운 증기를 배출했으며, 가끔 폭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1870년대와 1880년대를 거치면서 기술력의 향상으로 성능과 안전성이 향상되었는데도 지방의 입법자들은 한결같이 도심에서 증기 구동차 운행을 금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자전거, 케이블카, 전차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이 점차 보편화되며 반복적 배포가 나타났다. 교통은 점점 더 빨라지고 다 양해졌으며, 교통량은 늘어났다. 이런 모든 변화는 도시민들이 거리를 인식하고 사용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거리는 사교, 오락, 교통의 공간으로 여겨졌지만, 차량(모든 종류의) 통행이 우선시되면서 초점이 좁혀졌다
1890년대에 내연기관 자동차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상황과 정서는 변화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등장했을 당시에는 별다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오히려 저항이 많았다. 그러나 증기 구동차의 도입을 좌절시킨 것과 같은 종류의 명백한 금지는 없었다. 대신, 구체적인 위험과 피해가 실제로 나타나면서 규제가 반복적 배포의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사용되었다.
1901년. 코네티것주는 미국 최초로 자동차 속도 제한 법안을 통과 시켰다.  2년 후, 뉴욕시의 사업가 윌리엄 펠프스 에노는 '운전 규칙'을 제안했고 뉴욕시 경찰국이 이를 채택하고 시행했다. 클리블랜드주는 1914년에 미국 최초로 전기 신호등을 설치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개입에 영향을 주고 계속해서 진보의 동력을 공급한 것은 제한 없는 실험이었다. 대부분의 실험은 그 성격상 분명 무모한 짓이었다. 자동차 초창기에는 '속도 테스트'와 경주의 인기가 매우 높아서 첫 회사가 18개월 만에 파산한 헨리 포드는 다음 사업의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필요한 공학적 신뢰를 얻으려면 지역 경주로에서 열리는 내기 경주에서 우승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깨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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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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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무역의 규모와 빈도가 눈에 띠게 증가함에 따라 자본의 이동과 규모 역시 커졌다. 이러한 과정이 지속되고 확대되면서  근대적 자본주의가 등장하고 자본주의 경제 질서가 확립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기축통화는 국제무역의 기준으로 작용 하니 기축통화 보유량은 곧 무역, 나아가 세계경제 질서를 주도할 힘을 의미했다. 에스파나는 아메리카대륙에서 가져온 은으로 온화 페소 데오초를 주조했고, 이 은화는 대항해시대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 은과 은화가 화폐로 중요하게 쓰이던 차에 아메리카대륙에서 고품질의 은이 어마어마할 정도로 생산되었고, 그것이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무역선을 따라 전 세계 에 유통되면서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화폐교환 수단으로 자리 잡은 덕분이었다.
에스파냐 은은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의 무역로를 따라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세계를 하나로 잇다시피 했고, 기축통화 페소 데 오초 덕분에 무역 거래 규모와 재화의 다양성은 팍스 몽골리카 시대를 뛰어넘었다.

- 아메리카대륙의 카카오, 담배, 토마토, 설탕 같은 새로운 작물과 재화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세계 각지의 경제는 물론 사회외 문화를 변화시켰다. 동양의 차나 도자기 등도 유럽 문화와 상류층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임진왜란에서 맹위를 떨친 조총 역시 에스파나와 포르투갈 상인들을 통해 일본에 전해진 것이었다. 고추, 호박, 감자, 고구마 등도 에스파냐 지배하에 들어간 아메리카 대륙에서 일본. 중국 등을 거쳐 한반도로 유입된 작물이니 고춧가루를 넣은 김치와 반찬, 풍고추와 호박이 들어간 된장찌개, 감자와 고구마 등 '토속적'이고 '한국적'으로 보이는 밥상도 에스파냐의 해외 영토 확장과 해상무역 네트워크 건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에스파냐의 지리상의 발견과 은의 세계적 유통이 일어난 16세기를 세계화의 시작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세계화란 세계의 정치:경제 :사회.문화 등의 상호 의존성과 연결성이 동시 다발적이고도 대규모로 일어나는 현상을 일컬으며, 세계라는 공간의 통합을 촉진한다. 예컨대 K-컬처의 세계적 확산,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이 초래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22년 발 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 정치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실 등이 세계화의 대표적 사례다.

- 근대적 자본주의의 초석을 마련한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은 16세기 후반부터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했다. 포르투갈은 직계 왕통이 끊기자. 에스파냐 펠리페 2세가 포르투갈 왕실과의 인척임을 구실로 포르투갈 왕위까지 검임하면서 포르투갈을 에스파나령으로 병합했다
에스파냐는 해외에서 벌어온 막대한 돈으로 국내 산업을 육성하지 못하고 전반적 경제성장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왕실과 귀족층의 사치, 잦은 전쟁 등으로 국가재정을 소진한 데다 유럽 수위의 상공업지대였던 네덜란드가 독립을 선포하자 1567년 부터 전쟁을 치르는 등 악재까지 겹쳤다. 에스파냐의 최전성기라 일컬어지는 펠리페 2세 재위기(1556~1598)에는 제노바의 은행들로부터 전체 GDP의 60퍼센트에 달하는 빚을 끌어 쓴 끝에 네 번 이나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결국 17세기 중후반에 이르러 네덜란드, 잉글랜드와 같은 후발주자에 따라잡히고 프랑스 와의 전쟁에서 연전연패한 끝에 유럽 제일의 강대국 지위에서 물러난다.
지리상의 발견으로 인한 에스파냐발 세계화는 그저 에스파냐 좋았던 한 시절' 수준이 아니었다. 오늘날의 세계화에 비견할 만큼은 아니더라도 선구적인 기축통화가 세계적으로 유통되면서 무역로를 따라 세계가 하나로 이어질 수 있었기에 자본주의의 주춧돌은 이때 놓인 셈이었다.

-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농업혁명'이라 불리는 농업기술 혁신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생선이 유럽인의 식단을 지배했다. 프랑스 부르봉왕조의 창시자이자 명군인 앙리 4세가 모든 평민이 일요일마다 닭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노라고 공언한 때는 16세기였다. 바꿔 말하면 당대만 하더라도 닭고기와 같은 육류는 서민적 ∙대중적 식자재가 아니었다
게다가 그리스도교의 권위와 교리가 절대적이었던 중세에는 그리스도교 율법에 따라 육식을 금한 날이 많았다. 그런데 생선은 가축과 달리 목초지도 사료도 필요로 하지 않고, 정성껏 돌보고 기를 필요도 없다. 또한 육류보다 훨씬 저렴하며 단백질과 열량이 풍부하고 적당한 포만감도 준다. 더욱이 그리스도교는 생선 섭취 를 장려하기까지 했다. 당연히 전근대 유럽인의 식탁 위에는 생선이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지중해에 연하지 않은 알프스 북쪽 유럽에서는 대륙 서쪽에 펼쳐진 북대서양에서 잡히는 대구와 청어를 즐겨 먹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어획량도 많은 청어는 알프스 이북 유럽인 의 주식이었다. 그러니 그곳 사람들에게 청어를 잡고 염장.훈제 하는 일은 막대한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는 알짜배기 산업이었다. 청어는 서식지를 옮겨 다니는 습성이 있다. 그러다 보니 당대 에 청어 어장의 위치 변화는 유럽 국가들의 세력 판도를 바꿀 만큼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근해에 청어 어장이 형성된 나라는 큰돈을 벌며 국력을 키울 수 있었고, 청어 어장이 사라지면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보며 국력이 약해졌다.

- 일개 회사가 일국의 해상무역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해외 식민지를 통치한다는 점이 이상하게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당시 유럽 국가들의 행정력이나 인적 :경제적 동원 능력은 식민지를 개척하고 경영하며 원양 무역을 완전히 통제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물론 포르투갈처럼 국가 주도로 무역 거점을 건설하고 아시아 국가들과 무역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포르투갈보다 더 강대한 해양 제국을 세웠던 에스파나만 하더라도 왕실이 식민지와 해상무역 네트워크 건설을 오롯이 주도한 게 아니었다. 콜럼버스의 항해는 에스파나 왕실이 대규모 자금을 후원한 장기 프로젝트와는 거리가 멀었고. 콜럼버스가 1차 항해에서 인솔한 선대의 규모 역시 일국. 그것도 강대국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했다 콩키스타도르는 에스파냐 정규군이 아니라 일확천금을 노린 모험가, 엄밀히 말하면 무뢰배 집단에 가까있다. 에스파냐 왕실이 누어 바 에스파냐 '부왕령'을 철저하게 관리 .통치한 것도 아니었다
이런 점에서 VOC는 태생부터 혁신적이었다. 이즈음에는 16세기 때처럼 새로운 거대한 대륙을 발견한다든지 불과 수백 명의 병력으로 대제국을 정복하고 막대한 양의 은을 얻는 등의 요행을 기 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런 상황에서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는데, 민간자본이 주축이 된 VOC는 좋은 대안이었다. 나아가 VOC는 네덜란드가 새로운 해상무역 네트워크를 효율적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운영할 힘을 실어주었다. 사실 세계 최초의 식민회사는 영국 동인도회사 East India Company. EIC로, VOC는 그보다 2년 늦게 문을 열었다. 하지만 VOC야말로 식민회사의 선구라 할 만하다. 17세기 초반 잉글랜드왕국"이 국교회인 성공회와 여전히 세력이 만만찮았던 가톨릭교회, 그리고 급진적인 청교도 간의 종교갈등"으로 혼란에 빠진 바람에, EIC는 체제 정비와 혁신이 늦었다. 게다가 VOC 성과에 고무받은 유럽 각국은 VOC를 본뜬 식민회사를 설립했다. 동남아시아 향료 무역에 동참하고 아메리카에서의 무역과 식민지 확보를 목적으로 로열 아프리카 컴퍼니Roval African Company, RAC, 허드슨베이 컴퍼니Hudson's Bay company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은 EIC를 통해 인도 진출(침략)을 2세기 가까이 유지하다가 무굴제국(인도)이 완전히 멸망한 다음 해인 1858년에야 EIC를 해산하고 인도를 영국 직할 식민지로 삼는다. 결과적으로 VOC는 2세기 넘게 그 효용가치를 이어간 원양 무역과 해외 영토 획득의 방향을 제시한 일대 혁신을 이룩한 셈이었다 

- 16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증권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인 2차 시secondary market이 빠른 속도로 발달했다. 보험업의 발달은 2차 시장 형성에 따른 네덜란드 경제의 유연성과 규모 확대를 더한층 촉진했다. VOC의 혁신이 불러온 이 같은 시장과 경제의 변혁을 재정혁명이라고 부른다.
왜 혁명'이라는 말이 붙었을까? 돈의 흐름과 가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재정혁명 이전에 자본이란 현금과 현물이었고 신용거래는 사일록 같은 고리대금업자보다 안전하고 이자가 저렴한 은행에서 자본을 빌리거나 이자를 배당금으로 받는 정도였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돈은 현금에 배당금을 더한 정도를 넘기 힘들었다. 예금액을 다른 데 투자해서 자본을 불려가는 식의 활동 이 미비했으니, 금융업이 돈을 맡아두는 수준을 넘어 더 많은 자본을 창출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왕실이나 정부도 현금이나 현물 보유액 이상의 돈을 끌어들이기에는 당연히 어려웠다. 대규모 대출은 패가망신이나 망국의 위험성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2차 시장이 발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증권시장이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증권은 거래명세서나 차용 증 수준을 넘어 부가가치가 높은 교환수단으로 부상했다. 증권이 경제의 핵심을 이루면서 돈은 선물이 아닌 숫자로 변모하기 시작 했다. 이는 많은 자금을 더 효율적으로 동원하고 운용할 수 있음을 뜻했다. 잃어버리거나 강탈당하면 되찾을 길이 막막한 현금이나 귀금속 등에 비해 증권은 많은 돈을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 해상무역 네트워크의 성숙과 확대라는 세계가 '빛도 재산이 되는' 시대의 막을 열면서. 유럽 각국의 상공업자와 기업, 정부는 전보다 훨씬 많은 돈을 유연하게 운용하고 투자하며 경제 규모와 운용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힘을 얻었다. 신용등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대출을 잘 받아 운용하면 경제발전, 인프라 구축 사업 번창, 내 집 마련 등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신용 사회는 네덜란드 상선단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누비던 17세기에 이미 뿌리를 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17세기를 자본주의가 완전히 무르익었던 시대라고 보기는 어렵다. 유럽의 경제는 여전히 중상주의, 즉 본격적인 시장 경제보다는 보호무역과 식민지 착취에 바탕을 둔 전근대적인 무역 활동을 통해 유지∙발전하는 경제체제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28 하지만 17세기 초중반 네덜란드의 재정혁명은 자본의 순환을  촉진함은 물론 자본이 자본을 창출.재창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유럽, 나아가 세계가 자본주의경제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되었다.

- 18세기 프랑스 인구는 영국의 세 배, 경제 규모는 두 배에 달했으며 세계 각지에 해상무역로를 개척하고 식민지를 확보한 대국이었다. 프랑스령 북아메리카인 누벨프랑스Nouvelle-France(새로운 프랑스라는 뜻)는 영국령 북아메리카보다 면적이 넓었고, 프랑스 동인도회사는 인도 해안 각지에 상관과 식민도시를 세울 만큼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한 세기 전 네덜란드가 그랬듯이 영국도 결국에는 자국을 압도하는 국력을 자랑하던 프랑스에 해상무역 주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 반대였다. 유럽 강국들이 패권을 놓고 세계 각지에서 싸움을 이어간 칠년전쟁(1756~1763)에서 프로이센, 포르투갈 등과 동맹을 맺었던 영국은 합스부르크제국, 러시아, 에스파냐. 스웨덴 등 당대 강력한 나라들을 동맹국으로 둔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퀘벡을 비롯한 상당수 프랑스의 해외 영토를 얻어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 그 힘은 영국에서 완성된 재정혁명에서 나왔다. 영국은 간접세와 국채 덕분에 효율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16세기 후반 에스파냐처럼 막무가내식의 채무불이행을 저지를 위험도 적었다. 게다가 의회정치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덕택에 왕실이나 귀족층이 무분별한 사치나 무리한 전쟁을 벌일 일 도 없었다. 재정이 건전한 데다 빚을 떼일 위험성이 낮았던 영국 정부는 다른 유럽 국가보다 신용도가 훨씬 높았고 그 덕분에 비교적 적은 이자로 막대한 전비패를 빌려 쓸 수 있었다. 섬나라 영국은 강력한 해군을 보유했는데. 이러한 장점이 칠년 전쟁에서 빛을 발했다. 한 세기 전의 네덜란드와 달리 영국은 유럽대륙과 떨어져 있었으므로 프랑스와 그 동맹국의 침공을 피할 수 있었고, 지상전은 동맹국이자 신흥 군사 대국인 프로이센이 승리를 거두면서 영국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 덕분에 영국은 해전과 식민지 쟁탈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 칠년전쟁에서 영국이 승리함으로써 영국의 인도 진출을 가로 막을 유럽의 경쟁자는 사라졌다. 게다가 한 세기 전,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었던 인도의 이슬람 왕조 무굴제국은 최대 판도를 이룩한 황제 아우랑제브 사후 급속히 몰락하며 해체되어 갔다. 아우랑제브는 힌두교 신자 수가 많았던 인도 중남부를 극심하게 박해했고 그에 반발해 힌두교도들이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키면 서 내분에 휩싸인다. 게다가 대항해시대 이후 전 세계에 해상무역 네트워크를 건설하며 아시아로의 본격적 진출에 눈독을 들이던 유럽이 무굴제국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특히 영국은 이 같은 천우신조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인도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인도는 목화 원산지(논란이 있지만)일 뿐만 아니라 당시 세계최대의 면직물 생산지였다. 무굴제국이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면직물 산업에 있었다. 18세기에 EIC가 아시아로 팽창하면서 인도 면직물이 영국에 대량 유입되었다. 면직물은 모직물보다 가볍고 살에 닿는 촉감이 부드러운 데다 땀 흡수가 잘되며, 염색을 잘 먹고 물세탁이 쉽다는 장점 때문에 영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캘리코라 불리는, 인도 남부의 캘리컷(오늘날 인도 코지코드 일대에서 만들어진 고품질 면직물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인도산 면직물은 16~17세기부터 유럽에 유입되었지만, 그 양이 제한적이어서 일반인은 쓸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EIC가 세력을 대대적으로 확장하며 분열한 인도에 진출하고 수탈하기 시작한 18세기 중후반부터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도산 면직물, 특히 캘리코가 중산층과 서민층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면서 영국의 전 통적인 주력산업이었던 모직물 산업이 치명타를 입었다. 이에 영 국 정부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인도산 면직물을 수입제 한하지만, 그 인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나중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산업혁명에 직접적인 불을 지핀 증기기관은 이러한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면직물 수요가 워낙 커지다 보니 그러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면직물 생산방식을 혁신해야 했다. 1776년, 제임스 와트가 석탄으로 물을 끓여 발생한 수증기의 힘으로 기계를 구동하는 근대적 증기기관을 발명하는 데 성공한다.

- 막대한 부채로 재정위기에 처한 프랑스 왕실은 1789년 5월 최후의 카드로 175년 만에 제1신분인 성직자, 제2신분인 귀족, 제 3신분인 평민층의 대표 의원들로 구성된 신분제의회 삼부회를 소집했다. 문제는 제1신분과 제2신분 인구의 총합이 프랑스 전체 인구의 4퍼센트 정도에 불과했지만, 세 신분의 의원 수는 같았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불평등한 신분제의회 그 자체였다. 시민계급은 성장했는데 신분 차별과 불평등은 그대로 이어졌다. 이는 납세의 의무가 없는 특권충의 기득권을 바꾸는 데도, 자유와 평등을 희구 하는 시민계급을 달래는 데도 무익하다시피 했다. 루이 16세가 평민들을 배려한다고 평민 의원단 수를 두 배로 늘린 조치는 모든 신분의 불만만 증폭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특권층이 면세특권을 비롯한 기득권을 내려놓을 리 만무했고, 평민 의원단을 '고작' 두 배로 늘려 본들 평민층, 시민계급의 불평등 문제가 의미 있게 해결될 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 루이 16세의 처사에 분노한 제3신분 의원들은 1789년 6월 헌법제정을 목표로 국민의회를 조직했다. 이에 루이 16세가 국민 의회 해산을 명하고 회의장을 폐쇄하자. 제3신분 의원들은 베르사유궁 근처 테니스장에서 헌법제정과 사회질서 회복을 촉구하는 서약을 발표했다. 끝모를 재정난과 경제적∙사회적 혼란에도 바뀌지 않는 왕실, 신분제 모순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정 당하게 소유할 권리를 보장받을 경제적 자유와 평등을 외쳤다. 평 등이 담보되지 않았던 삼부회로는 시민계급의 자유도, 평등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사유재산을 보장받을 권리도 지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설령 돈으로 귀족 작위를 살 수 있더라도 그 수가 한정적 이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많은 돈이 들어갔으므로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제3신분 의원들은 시민계급이라는 동질감, 즉 우애를 바탕으로 신분제에 토대한 앙시앵레짐인 구체제를 갈아앞을 혁명을 일으켰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신분 상승을 꿈꾸거나 체제 에 영합하기에 바빴을 부르주아지들이 귀족들과 절대군주들이 흠모하던 계몽사상에 근거해 절대왕정과 신분제를 타도하기에 나선 것이었다.

- 서구 해외 식민지 쟁탈전의 효시는 산업혁명보다 2~3세기 앞선 대항해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18세기까지 서구의 식민지는 아메리카대륙, 아프리카 일부 해안지대, 그리고 아시아 일부 지역 정도였다. 영국과 프랑스가 15세기 말부터 인도에 건설 하기 시작한 식민지는 광대한 인도 영토와 비교했을 때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으며. 포르투갈도 16세기부터 마카오에 진출했지만 이는 명나라에 거액의 임대료를 지급하고 개항장을 임대하는 방 식이었다.
하지만 산업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성숙하면서 서구와 비서구 세계의 경제적∙지정학적 질서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산업자본주의가 가져온 막대한 산업 생산력과 급속히 발전한 과학기술, 그리고 금융자본의 힘으로 월등히 증가한 자금 동원 능력덕분에 서구 열강은 비서구 세계 대부분을 식민지나 속국으로 삼는데 성공했다. 18세기까지 세계 최강국이었던 청나라는 1840년에 일어난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참패한 뒤, 서구 열강과 차례대로 불평등 조약을 체결하며 영토와 이권을 빼앗겼다. 영국이 아편전쟁을 일으킨 실질적 이유가 청나라와의 자유무역 보장"이었으니, 아편전쟁을 비롯한 서구 열강의 중국 침략은 다분히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셈이었다. 무굴제국 몰락 이후 분열한 인도는 18세기 중반에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부분도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등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1910년 에는 일본이 조선을 완전히 병합했다.
비서구 세계를 서구 열강의 식민지로 완전히 몰아넣은 가장 근원적인 힘은 경제와 자본이었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한 값싼 서구의 공산품이 비서구 세계로 유입되면서 전통적 수공업 경제는 가격경쟁력을 잃은 채 고사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인도의 면방직 산업이었다. 인도산 면직물의 품질과 생산력은 17~18세기까 지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19세기부터 경쟁력을 읽고 결국 영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된다. 다른 비서구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아프리카는 서구의 경제적 침략을 이기지 못해 몰락한 뒤 서구 열강의 자원 수탈에 적합하도록 경제구조가 바뀌면서 예속되고 말았다. 일제는 독점적 철도부설 및 광산 개발, 저렴한 공장제 면직물 광목의 생산 및 판매 등과 같은 경제적 침략을 통해 한반도 경제를 잠식한 뒤 식민지로 만들었다.

- 독일은 서유럽 .남유럽 .동유럽을 잇는 유럽의 사통팔달과도 같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라인강을 비롯한 주요 하천은 해운을 통한 교통로로서의 가치가 크며, 북쪽 해안지대는 해안선이 길지는 않지만. 북해∙발트해와 연결된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 덕분에 일찍부터 상업과 무역이 발달했다. 북부 항구도시들의 연맹 체인 한자동맹은 13~15세기에 북해와 발트해 무역은 물론 내륙 무역까지 장악하며 엄청난 부를 쌓았을 뿐 아니라 강력한 자체 군대를 보유할 정도였다.
그뿐 아니라 독일은 유럽의 정치적∙종교적 중심지이기도 했다 독일의 모태는 중세 유럽에서 가장 격이 높은 나라였던 신성로마제 국이다. 신성로마제국은 교황으로부터 로마제국을 계승한 정통성 있는 후예이자 로마 가톨릭 세계의 보호자로 인정받은 유일한 나라 였다. 신성로마제국은 독일 작센왕조의 오토 1세가 10세기에 유럽을 공포에 빠뜨렸던 기마 유목민 마자르족(오늘날 헝가리인)을 격퇴한 공으로 교황에게 로마 황제의 관을 받으며 성립했고,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독일계 황실이 황제 자리를 차지했다.

- 대외적으로 독일은 유럽 제일의 강국이었지만 실제로는 중앙집권화를 이루며 강국으로 발돋움하던 프랑스.잉글랜드∙에스파냐와 달리 여러 제후령으로 분열해 가고 있었다. 그러한 독일 분열에 쐐기를 박은 것이 삼십년전쟁(1618~1648) 이었다. 전쟁을 종결하기 위해 체결한 베스트팔렌조약(1648)이 독립국이나 제후국의 종교는 군주의 재랑에 따르도록 규정함에 따라 독일은 수십에서 수백 개의 주권을 가진 왕국과 제후국인 영방 국가로 완전히 분열했다
분열한 독일은 당연히 통일을 이룬 프랑스,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에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중세 중기부터 후기까지 중북부 유럽을 호령했던 한자동맹은 17세기에 접어들어 완전히 소멸했다. 삼십년전쟁으로 국토가 초토화된 데다 크고 작은 영방국가로 분열하기까지 했으니, 독일은 그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경제 의 발전도 자유의 확산도 지체된 땅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 파나마운하 덕분에 세계의 해운과 해상무역을 주도할 수 있는 지리적 힘을 확실하게 얻은 미국은 북아메리카의 대국 수준을 넘어 자본주의 세계의 새로운 종주국 자리를 확고히 해나간다. 물론 파나마운하는 그 건설 과정이 보여주듯 독점자본주의적 .제국주의적 성격도 다분했고, 이곳을 통해 자본주의경제의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었던 미국의 행보 역시 자국 중심적∙신제국주 의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이 세계 경제 및 무역. 물류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지배적 위상을 침식하고 세계경제의 헤게모니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 한 예로 운하 건설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노리는 니카라과, 콜롬비아와 제휴해 2014년부터 니카라과운하를 건설하기 시 작했다. 하지만 운하 건설에 따른 토지보상금. 환경파괴 문제가 불 거지면서 현지 주민들의 반발을 산 데다 자금난까지 가중된 끝어 2018년 사실상 좌초했고. 2024년 5월에는 니카라과 정부가 사업
을 취소했다
중국 경제의 팽창과 미중 갈등이 세계 국가안보와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오늘날 파나마 운하의 확장, 그리고 니카라과 운하의 좌초라는 중앙아메리카의 지리적 변화가 현재와 미래 자본주의의 방향에 어떤 의미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 제1차 세계대전은 산업자본주 체제와 그 폐단도, 제국주의의 지정학적 질서도 변혁하지 못한 채 자본주의의 중심지를 미국으로 옮겨가게 만드는 정도의 지리적 변화만 가져왔다.
기술혁신과 체계적 분업을 통해 비숙련 저임금 노동자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노동 관리 방식인 테일러주의, 표준화된 공정과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테일러주의 생산 방식인 포드주의와 같은 경영혁신도 이 무렵에 등장해 미국. 그리고 세계 자본주의의 양적팽창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그 덕분에 1920년대 미국 자본주의는 끝모를 정도로 성장하고 팽창했다. 유럽 국가들은 전후 복구에 전념해야 했으며 온 나라가 초토화된 상황에서 생산능력은 급감했고 필요한 물품들은 미국에서 사 올 수밖에 없었다

- 수정자본주의는 전쟁을 전제하거나 의도한 사상.체제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더 한층 거대하고 파괴 적인 대전쟁과 맥을 같이하며 발전해 갔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거나 자본주의 경쟁에서 소외된 이탈리아∙독일.일본이 파시즘 국가로 변모한 뒤 자본주의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결 과였다. 제1차 세계대전은 제국주의와 결합한 산업자본주의의 부작용이라는 성격이 강했고, 파시즘이 제1차 세계대전의 후유증 속에서 대두했음을 고려하면 산업자본주의가 초래한 부작용의 여파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끝나지 않고 그보다 더 규모가 컸고 파고 적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으로까지 이어진 셈이었다 유럽에서 큰 전투가 치러졌던 제1차 세계대전과 달리 제2차 세계대전은 남북아메리카 본토를 제외한 세계 전역을 무대로 했고 인명 피해도 월등히 컸다. 소련에서만 사망자가 2~3천만명에 달했으며 독일에서는 1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선진국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2000년 대 후반은 신자유주의의 한계가 불거진 2008년 세계 경제위기가 일어난 시기이기도 하다. 이미 뿌리가 깊었던 토건주의와 한국형 신자유주의의 모순 역시 이 무렵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뒤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출생률처럼 한국 경제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잠식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이 곧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식의 캠페 인만으로 저출생 문제에 실효성 있게 대처하기를 기대하기란 사 실상 불가능하듯이, 오늘날 한국 경제와 사회는 토건주의, 그리고 한국형 신자유주의라는 뿌리 깊은 부조리를 어떻게 하면 확실하 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결단과 실천을 내려야 할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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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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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 독수리 한 마리가 커다란 원을 그리며 하늘을 날고 뱀 한 마리가 거기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뱀은 독수리의 먹이가 아니라 벗인 듯했다. 목을 감은 채 의지하고 있는 것을 보아 그랬다. 내 짐승들이다." 차라투스트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진심으로 기뻐했다."저 태양 아래서 가장 긍지 높은 짐승이자 태양 아래서 가장 영리한 짐승이다.나의 짐승들이여, 나를 인도하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1부 '머리말'에서 이렇게 썼다. 니체가 "나의 벗들"이라고 말한 독수리와 뱀이 등장하는 장면을 계시적 순간으로 예시한다. 공중에 독수리가 나는데, 뱀이 제 몸을 둥글게 해서 독수리의 목을 감고 있다. 니체는 여명처럼 터져 나온 이 놀라운 영감의 순간에 독수리와 뱀을 초대한다. 왜 독수리와 뱀인가? 뱀은 대지에 배를 붙이고 살아야만 하는 가장 비천한 저주받은 짐승이 아닌가? 니체의 생각에 따르면 뱀은 태양 아래 가장 영리한 짐승이다. 그 뱀과 태양 아래서 가장 긍지 높은 짐승인 독수리는 잘 어울린다. 그 둘이 보여 주는 원형 도상보다도 더 영원 회귀를 잘 보여 주는 상징은 없다. 뱀은 원형 상징에서 보자면 영원불멸을 하는 존재다. 뱀은 허물을 벗고 끊임없이 다시 태어난다. 낡은 존재를 벗고 새로운 몸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제 꼬리를 물고 원형을 그리는 우로보로스는 끝도 시작도 없음을 암시한다. 

- 1888년 2월 12일에 라인하르트 폰 자이틀리츠에게 보낸 편지에 쓰인 '과대망상적 자기 판단'을 보라. "우리끼리 얘기지만 내가 이 시대의 제1의 철학자라고 해도 전혀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닐 걸세.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한 존재여서, 나는 지난 천 년과 앞으로 올 천 년 사이에 존재하는 결정적이고 운명적인 사건일 것이네." 니체는 자신이 '지난 천 년과 앞으로 올 천 년 사이'에 있는 존재라는 과대망상을 겪고, 수중에 돈이 떨어지면 울증과 조증을 번갈아 겪다. 파울 도이센과 메타 폰 잘리스와 같은 친구들이 돈을 보내 줘서 겨우 하숙비를 치르고 최저 생계비로 생활을 꾸리면서도 자신이 이 시대의 제1의 철학자라는 자긍심, 더 나아가 지난 천 년과 앞으로 올 천 년 사이에 최고의 철학자라는 확신에 흔들림이 없었다. 1888년은 니체의 저술과 창조에서 정점을 찍은 "위대한 해"였다. 그의 창조 능력은 최대치로 고양되고, 곧 늠름하게 우상의 황혼, 안티크리스트, "이 사람을 보라를 잇달아 써낸 것이다

- 1888년 10월 15일, 니체는 마흔네 번째 생일을 토리노의 하숙집 3층방에서 맞는다. 이 사람을 보라를 시작해서 11월 4일에 초고를 마친 직후 였는데, 건강 상태는 불안정했다. 병의 징후들은 숨어 있어서 겉보기에만 멀쩡했다. 정신 착란의 전조는 없었지만 그건 태풍 전야의 고요였다 그는 정신의 불안정을 누른 채 이 사람을 보라의 초고를 쓰기 시작해 12월 8일에 원고를 끝내고 라이프치히의 나우만 출판사로 보낸다. 울적함과 의기소침, 지독한 외로움들을 잘 견더 낸 덕분에 일상은 대체로 평온했다 이때 루이스 야콜리오라는 사람이 번역한 마누의 법전을 읽고 서평을 썼는데, 고대 인도의 베다 경전에 따른 카스트 제도의 도덕적 법률을 다룬 이 책의 잔인함에 열광한다

- 이 공포와 어둠. 세계에 달라붙어 중식하는 환영들과 거짓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어두운 일식의 예언자"는 차라투스트라다. 신의 죽음 이후 세계는 허무주의, 원한, 노예 도덕과 같은 검은 구름들로 뒤덮인다. 사람들은 초자연적, 초감성적 가치들이 아니라 삶에의 긍정과 생성적 의지로 초극해야 할 숭고한 의무를 찾는다. 니체는 신이 죽은 뒤 새로운 가치의 근거, 스스로 진리가 되어야 할 자로 차라투스트라를 소개한다. 인간을 넘어선 인간. "번갯불이며 광기"의 존재가 예고되는데, 바로 자기 연민, 허무 주의. 원한 따위의 부정적인 것들을 넘어서서 영원 회귀라는 최고의 긍정 형식을 찾아낸 자, 바로 위버멘쉬다. 니체는 신의 죽음을 모른 채 신을 경배하고 하늘나라를 욕망하는 사람들에게 차라투스트라를 소개한 것이다
"그런 자들은 생명을 경멸하는 자들이요. 소멸해 가고 있는 자들이며 이미
독에 중독된 자들인 바 이 대지는 그런 자들에게 지쳐 있다. 그러니 아예
저 하늘나라로 떠나도록 저들을 버려 두어라!"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에게
자기를 위버멘쉬의 도래를 알리기 위해 온 자라고 말한다. 보라, 나 너희 들에게 위버멘쉬를 가르치노라. 이 위버멘쉬가 바로 너희들의 크나큰 경멸이 그 속에 가라않아 몰락할 수 있는 그런 바다다." 위버멘쉬는 어둠에 빠진 무리에게 주는 등불이요 구원의 복음이다. 

-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지닌 억센 정신, 짐깨나 지는 정신에게는 참고 견더내야 할 무거운 짐이 허다하다. 정신의 강인함, 그것은 무거운 짐을, 그것도 더없이 무거운 짐을 지고자 한다. 무엇이 무겁단 말인가? 짐깨나 지는 정신은 그렇게 묻고는 낙타처럼 무릎을 끓고 짐이 가득 실리기를 바란다. 너희 영웅들이여, 내가 그것을 등에 짐으로서 나의 강인함을 확인하고, 그 때문에 기뻐할 수 있는 저 더없이 무거운 것, 그것은 무엇인가? 짐깨나 지는 정신은 묻는다. (중략) 짐깨나 지는 정신은 이처럼 더없이 무거운 짐 모두를 마다하지 않고 집어진다. 그러고는 마치 짐을 가득 지고 사막을 향해 서둘러 달리는 낙타처럼 그 자신의 사막으로 서둘러 달려간다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낙타에게 세계를 창조하는 시작은 없고, 오직 똑같은 노동의 되풀이만 이 있다. 기꺼이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향해 달려가는 낙타에게서 얼핏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직장에 나가는 성실한 소시민 가장의 모습을 엿보는 것은 나뿐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낙타는 자기 짐을 남에게 떠맡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무리 힘들더라도 참고 견디며 가족 부양의 책임을 지는 점에서 가장의 성실함을 닮았다. 니체는 낙타를 향해 '영웅들'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경멸의 뜻을 담은 조롱이다. 물론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지닌 억센 정신"으로 자기를 희생하는 가장들은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낙타는 차별이나 부당한 경우에도 '아니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사회 규범들에 항상 '예!'라고 대답하며 복종한다. 어떤 악조건조차 말 없이 긍정하는 것, 그게 과연 좋은 삶의 방식일까? 그 긍정주의가 자기 주체의 삶을 세우는 데 아무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롭지 않다. 그 긍정은 비굴하고 누추해 보인다.

- 우리 주변엔 얼마나 많은 낙타가 있는가? 제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무거운 짐깨나 지는 짐승"으로 사는 것에 만족하는 것은 나태하고 퇴락한 정신의 징표다. 낙타의 긍정주의는 그것이 타락한 현실과의 타협이고, 퇴락한 정신의 징표이기에 누추하다. 낙타의 노동에 견줘지는 것은 어린아이의 초월적 놀이이다. "어린아이는 순진무구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자 거룩한 긍정이다."(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J) "정신의 세 단계 변화"에서 낙타는 가장 비천하다. 반변, 어린아이는 가장 상위의 단계에 있다. 늘 새로운 놀이를 발명하며 그 안에서 제 기쁨을 찾는 어린아이에겐 복수심도 원한도 없다. 어린아이는 "새로운 시작,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와 자기만의 삶에 열중한다. 낙타의 노동은 칙칙하고 누추한데 반해 어린아이는 의미를 낳지 못하는 노동의 반복을 넘어서서 생명을 약동하게 하는 놀이의 거룩함에 도달한다. 니체가 "짐깨나 지는 짐승"으로 사는 것을 경멸한 것은 반복하는 노동이 죽음으로의 전락이고, 창조하는 삶을 등지고 거꾸로 나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살려는 자는 낙타가 아니라 어린아이가 되어야 한다.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 주체의 삶을 살아라! 그러기 위해서는 날마다 '낡아진 나'에서 탈피하며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라 !'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야 한다.

- 지금 우리는 살아 있고 미래를 끌어당기며 살아나갈 것이다. 삶은 다시 한번, 그것이 아무리 치욕과 권태로 물들어 있다 하더라도 수없이 여러 번 살아야 하는 그 무엇이다. 주사위 놀이는 끝나지 않는다. 존재 하나하나는 이미 하늘 위에 던져져서 땅에 떨어진다. 주사위에 새겨진 숫자는 우리 들의 차이로 실현된 영원히 반복되는 운명의 표상이다. 주사위 던지기로 결정된 운명 속에서 이성의 거미줄에 의해 포획되지 않는 우연은 춤춘다 '오. 내 위에 있는 하늘, 순수하고 고귀한 하늘! 지금은 내게 바로 너의 순 수성은 영원한 거미도, 이성의 거미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는 신성한 우연들이 춤추는 마룻바닥이며, 너는 주사위들과 놀이하는 신들을 위한 신성한 탁자니라...."( 해뜨기 전에J) 대지 위에 떨어진 당신의 주사위 숫자는 무엇인가? 우연을 환영하고 우연을 긍정하라! 왜냐하면 당신은 신성한 우연들이 춤추는 마룻바닥이며, 신들을 위한 신성한 탁자이기 때문이다.

- 니체는 1880년 1월 초 자신의 주치의 오토 아이저 박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는 것과 관련하여 "내 실존은 끔찍할 정도의 짐입니다."라고 쓴다. 그는 긍정의 철학자답게 병과 건강의 역학 관계를 철학의 과제로 삼았다. "병자의 광학으로부터 좀 더 건강한 개념들과 가치들을 바라본다든지, 그 역으로 풍부한 삶의 충만과 자기 확신으로부터 데카당스 본능의 은밀한 작업을 내려다본다는 것ㅡ이것은 가장 오랫동안 나의 연습이었고, 진정한 경험이었다."(이 사람을 보라, 건강과 질병에 대 한 관점의 교차는 니체 철학에 넓게 스며들고 이것은 생철학의 기초적 토대에 대한 영감을 준다. 니체는 병들어 있는 것이 "삶을 위한, 더 풍부한 삶을 위한 효과적인 자극제"(이 사람을 보라. 334쪽)라는 걸 깨닫고 "병은 내 모든 습속을 바꿀 권리를 나에게 부여했다. 병은 나에게 망각을 허용했고 또 그것을 명령했다. 병은 나에게 조용히 누워 있을 것을, 여가를 가질 것과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함을 일깨워 주었다."(이 사람을 보라)라고 질병의 유용론을 펼쳤다

- 질병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질병은 우리에게 모든 습관을 뒤집을 수 있는 권리와 함께 늘어진 자세, 여가, 기다림과 인내에 대한 의무를 선물로 준다. 병이 병소의 문제가 아니라 실존이라는 큰 틀에서 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니체는 병들을 견디며 습속들을 바꾸며 그 안에서 망각과 더불어 풍부한 삶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니체는 "내 건강에의 의지와 삶에의 의지를 나는 나의 철학으로 만들었다."(이 사람을 보라, 334쪽)라고 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병자이자 자신을 치유하는 철학적 의사였던 니체! "병 자체는 삶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 : 단지 우리는 이러한 자극을 이겨낼 정도로 충분히 건강해야만 한다!"(바그너의 경우J 니체에게 질병이 아주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니체는 자신의 질병을 두고 "가장 건강한 자만이 시도할 수 있는 모험"이라고 말한다.

- 내가 만난 행복한 이들은 한결같이 고요하고, 타인을 향한 감사와 경외감으로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반면 불행한 이들은 늘 딱딱하고 화를 내며 타인의 보람에 대해 냉소적인 모습이었다. 그들 속은 시끄럽고, 까칠하고, 세상을 향한 불만과 짜증으로 가득차 있는 듯 보였다. 롤프 도벨리는 불행 피하기 기술에서 "좋은 삶은 대단한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고, 멍청함이나 어리석음, 유행 따르기를 피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무언가를 더 많이 하는 것이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 절제하는 것'이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오늘 보다 내일이 더 행복해지려면 행복 강박증에 눌리지 않고, 어리석음과 유행을 좋지 않으려고 애써야 한다. 행복한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인생에 무엇을 더하는 대신 덜어내려고 애쓰며 내재적 가치를 좋는다. 내재적 가치란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 우정과 사랑, 자아의 충만감, 영혼의 성장, 가족과의 친밀함,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의 좋은 관계와 밀접한 그 무엇이다.

- 행복해지려면 얼마나 더 불행을 견더야 할까? 그 대답은 내게 없다. 아는 것은 벚꽃이 지고 왔던 봄은 떠난다는 것, 곧 여름이 오고 우리는 여름의 눈부신 햇살 아래서 눈을 가늘게 뜨고 녹음 우거진 숲과 반점처럼 땅에 드리운 그늘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뿐이다. 땀 젖은 몸을 씻은 뒤 잘 익은 복숭아를 깨물 때 단 복숭아즙이 입가를 적신 채 흘러내린다. 우리는 여름 과일의 풍미와 향기를 듬뿌 맛보며 행복감에 취할 것이다. 그렇건만 봄날 의 화사한 꽃들, 여름의 빛과 영광은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가? 행복이 대상의 소유가 아니라 경험의 향유에서 가능해지는 것이라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꼭 잡으시라.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 어디에도 행복은 없다. 모란, 작약들이 벌이는 꽃 잔치와 사방에서 번쩍이는 여름의 눈부신 빛, 그리고 의욕으로 충만하게 만드는 온화한 가을 햇빛이 흘러가는 찰나에 잡지 못한 행복은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 "착한 사람들은 약하다. 나쁜 사람이 될 수 없을 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착한 사람인 것이다."(니체, "권력에의 의지) 절대로 자신의 나약함을 무기 삼지 말라. 나약하다는 것은 나쁜 사람이 될 수 없을 만큼 강하지 않다는 뜻이다. 니체에 따르면 타인의 동정과 연민을 구하는 약함은 퇴락이고 타락이다. 사자처럼 강해져라. 그것은 노예 도덕에 굴종하기보다는 노예 도덕을 극복하는 존재가 되고자 함이다
사자처럼 포효하는 존재가 되라! 낙타가 타자의 도덕과 명령들에 대해 예'라고 했다면 사자는 '아니요'라고 한다. 사자가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은 타자의 요구나 명령에 앞서 자기의 의지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사자는 그토록 강한 짐승이다. 사자는 거대한 용에서 발화되는 "너는 해야만 한다."라는 도덕과 의무의 강령들, 그 사슬들을 끊고 자유를 갈망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사자는 "너는 해야만 한다."라고 명령하는 용에게 "나를 내버려 두라. 나는 그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고 오직 자신의 욕망을 따르고자 한다."라고 맞선다. 

- '허물을 벗지 못하는 뱀은 반드시 죽는다. 인간도 낡은 사고의 허물에 갇히면 성장은 커녕 안에서 썩기 시작해서 마침내 죽음에 이른다. 따라서 인간은 항상 새롭게 살아가기 위해 생각의 신진대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니체, 아침놀.)
성장하라! 껍질을 벗고 탈피한다는 것은 자기보다 더 큰 존재로 나아가는 신진대사의 한 과정이다. 자기 세계를 깨고 나오지 못한다면 성장은 불가능하다. 탈피 동물인 뱀은 신진대사를 하며 몸집이 커질 때마다 탈피를 한다. 성장이란 낡은 자아를 벗어 버리고 새로운 자아와 만나는 것이다. 탈피를 벗은 뱀은 어제의 뱀과 다른 뱀이다. 사람도 낡은 껍질을 벗고 늘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진정한 성장이란 "쾌활해진 감각과 기쁨 안에서" 더 예민해지고 영리해지는 것이다. 껍질을 벗지 못하면 뱀은 죽는다. 허물은 쓸모를 다한 낡은 자아를 벗어 버리는 것이다. 허물 벗기는 자기 한계 에서의 해방이고,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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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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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로 황제의 스승이기도 했던 세네카는 <마음의 평정에 관하여>에서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수많은 하인이 준비하고 지켜보고 여러 날 전에 주문한 여러 손이 차려주는 음식이 니라, 간단하고 어디서나 차려낼 수 있고 공들이거나 값비싸지 않고 지갑에도 몸에도 부담스럽지 않으며 들어간 길로 도로 나오지 않을 정도의 음식이라네.'
합리적인 간소화에 대해 많이 연구한 어떤 기업의 외식사업 기획서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구절은, 식사  한 가지로 세네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단번에 알려준다.

- 들뢰즈는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분석하며, 연애란 바로 사랑하는 타인 속에 들어 있는 가능 세계를 나의 현실 세계로 펼치는 일임을 잘 보여준다
사랑하는 존재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가능 세계를 표현한다. 해독해야 할, 다시 말해 해석해야 할 한 세계는 사랑받는 사람 속에 함축되어 있고 감싸여져 있으며 마치 수형자처럼 같혀 있다. (..) 사랑,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 속에 감싸여진 채로 있는 우리가 모르는 세계들을 '펼쳐 보이고 전개시키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이다.
숲속의 길 가운데 하나로 들어서듯, 한 사람을 만나거나 지 나치거나 하는 작은 차이가, 여러 가능 세계 가운데 하나를 우리 미래의 현실로 만든다

- 부끄러움은 아마도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정서일 텐데, 유대인들의 신화인 아담의 이야기가 그 점을 잘 알려준다. 아담의 신화는 수많은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아담이 선악과를 먹었을 때 그는 무엇에 눈뜨게 되는가? 바로 자신이 부끄럽다는 사실이다. 부끄러움의 마음이 생기면서 아담은 신의 정원 에서 떨어져 나와 비로소 지상의 소임을 마주한 최초의 인간으로 서게 된다. 그가 알몸을 부끄러워하게 되었을 때 이 부끄러움은 곧 분별력이다. 벗은 채로 있어도 되는지 안 되는지 곧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가르는 도덕적 분별력 말이다. 요컨대 인간이 된다는 것은 도덕적 존재가 된다는 것
이다.

- 플라톤은 <파이돈> 에서 육체가 소멸한 뒤에도 불멸하는 영혼의 존재를 논증했다. 사후에는 육신은 사라지고, 살아생전 우리가 양육한 영혼만이 저승에서 영원히 살아남아 그 양육된 바에 따라 이로운 일도 해로운 일도 겪게 된다. 훗날 플라 톤을 디딤돌 삼아 우뚝 서게 된 기독교는 이런 생각을 이렇게 반복한다. 영혼은 사후에도 불멸하므로, 생전에 한 일에 따라 보상을 받기도 벌을 받기도 한다고 말이다
반면 에피쿠로스에게는 육체가 죽은 뒤에도 영원히 살아남는 영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물질일 뿐이다. 이 사실은 죽음의 공포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 내가 살아 있을 때 죽음은 나와 무관하고, 내가 죽어 사라졌을 때 죽음은 이미 사라진 나를 괴롭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죽은 자 즉 분해된 자는 감각이 없으므로 죽음은 그를 괴롭히지 못한다. 결국 죽음은 산 자와도 죽은 자와도 관계가 없다. 오히려 죽음의 공포는 영혼 자체가 불멸해 영원히 지속한다는 믿음에서 기인한다. 불멸하는 영혼을 영원히 괴롭힐 수 있는 가능성이 죽음을, 사후 세계를 두럽게 한다

- 따라서 철학이 영혼이 불멸한다는 견해에서 벗어나게 해준 다면, 철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공포로부터의 자유이다 '철학에 자신을 내던지고 종속시킨 이는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해방된다. 철학에 종사하는 것 자체가 자유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박사 학위논문에서 에피쿠로스의 저 말을 인용한다. 그는 에피쿠로스의 독창성을 밝힌 논문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르크스의 삶은 에피쿠로스의 저 구절의 실천이라 해도 좋을 텐데. 그의 삶은 바로 철학함을 통해 자유로 워지는 과정이었다
누가 이런 에피쿠로스의 정신으로부터 태어난 현대인인가? 먼저 불멸하는 피안의 삶이 허구라는 것을 고발하며 현세적 삶만을 긍정한 니체가 있다. 니체는 <즐거운 학문>에서 에피쿠로스의 사상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정신 적인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왔다." 또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는 이런 찬사를 던지기도 한다. "에피쿠로스는 (...) 모든 시대에 걸쳐 살아왔고 여전히 살고 있다."

- 온전히 긍정되어야 하는 현세의 쾌락이란 어떤 것인가?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에피쿠로스의 이 쾌락에 관해 이렇게 쓰고 있다. "사치의 철학자ㅡ하나의 작은 정원, 무화과나무, 약간의 치즈, 게다가 서너 명의 친구들,- 이것이 에피쿠로스의 사치였다." 이처럼 에피쿠로스의 쾌락은 방만한 것이 아니다. 각종 중독에서 보듯 방만한 쾌락은 끝내 고통으로 귀결된다면. 에피쿠로스의 쾌락은 소박한 삶을 구성함으로써 얻어지는 쾌락, 마음의 동요를 피해 도달하는 '평정(아타락시아 axapastia)'이다.
쾌락이 인생의 목적이라고 우리가 말할 때, 무지하거나 우리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거나 오해하는 일부 사람들의 생각처럼 방탕한 자의 쾌락을 말한다거나 관능적인 향락에서 주어지는 쾌락을 말하는 게 아니라, 몸에 괴로움도 없고 영혼에 동요도 없는 상태를 말한다."

- 그런데 여행에서 애초 기대했던 것 가운데 한 가지는 무엇 인가? 권태로부터의 탈출이다. 그리고 권태란 변화 없이 지속 되어온 일상 속의 자신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서 생겨난다. 보통 우리가 관광이라고 일컫는 여행은 어떤 점에선 이 일상을 가능한 한 많이 여행 가방 안에 싸 가지고 다니는 행위이다. 그리하여 내 집에 있는 듯한 익숙함과 비례해 내 집에서 느끼 는 것과 같은 권태가 계속 나를 따라다닌다.
소설가 투르니에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관광과 진정한 여행을 다음과 같이 구별한 적이 있다
내가 묘사할 수 있는 한 가지 유형의 여행이 있는데, 그것은 나쁜 여행, 즉 관광입니다. 관광이란 무엇입 니까? 그것은 '한 바퀴 도는 것'입니다. 관광이란 단어 속에는 '일주'가 들어 있지요. 단체 관광 조직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준비를 합니다. 그래서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관광객(또는 나쁜 여행자)은 그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출발 시와 마찬 가지로 그대로 되돌아옵니다. 반대로 훌륭한 여행자는 여행으로 인해 다른 모습으로 변모됩니다. 그는 여행동안 고생을 하고 배워서 풍요해집니다.
이제 우리는 왜 저 고대의 여행자들이자신을 극한의 위태 로움에 빠뜨리면서까지 무시무시한 여행길에 올랐는지 잘알 젓 같다. 그것은 바로 더 이상의 성장이 없는 천편일률적인 나날 속에 허우적대는 기존의 나 자신에게서 떠나 새로운 세계를 얻게 되는 일이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삶은 늘 여행을 기다린다. 전 세계 구석구석이 근대화의 천편일률적 매뉴얼대로 관리되는 오늘날에는 진정 새롭고 낯선 여행길을 찾기가 좀처럼 쉽진 않겠지만.

- 왕좌에 올라서 있거나 사슬에 묶여 있거나 간에, 그 어떤 자질구레한 일상적 조건에도 구속되지 않고 세상사에 휘말려서 음양으로 닥쳐오는 여하한 작용에도 꿈쩍하지 않은 채 단순한 사상의 세계 속에 칩거해 있는 것이 스토아주의이다.
어떤 왕과 어떤 노예를 말하는가? 스토아 철학자 가운데 왕좌에 올라서 있는 자는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이고, 사슬에 묶여 있는 자는 노예 철학자
에픽테토스 이다.
황제건 노예건 공허한 관념의 세계 속에만 몰입해 있으므로 스토아주의, "이 사상은 분명히 한계를 안고 있는 현실과는 유리된 사상이다." 스토아주의가 현실과 유리되어 있기에 이 평온한 사상은 역설적이게도 로마의 미친 황제들이 공포로 몰아넣은 사회와 잘 공존했다. "이는[스토아주의는] 사회 전체에 공포와 예속이 만연해 있으면서도 동시에 일반적인 교양의 폭이 현실적인 도야와 형성을 위한 사유의 함양으로까지 고양되어 있는 그러한 시대에만 출현하는 것이다."

- 부분과 전체에 관한 흥미로운 보르헤스의 텍스트가 있는데, 푸코의 잘 알려진 책<말과 사물>은 보르헤스의 이 작품을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보르헤스의 텍스트에 인용된 '어떤 중국 백과사전'에는 '동물이 a) 황제에게 속하는 것, b) 향기로운 것, c) 길들여진 것, d) 식용 젖먹이 돼지, e) 인어새, f) 신화에 나오는 것, g) 풀려나 싸대는 개, h) 지금의 분류에 포함된 것..'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결코 익숙지 않은 이 분류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지금의 분류에 포함된 것"이라는 h 항목이다. 그 항목은 앞서 언급된 모든 동물을 포함하며, 또 그 동물들에 관한 a부터 g까지의 분류 방식들 역시 포함한다. 즉 h는 a부터 g까지의 모든 '부분들'을 자신 아래 두고 있는 `전체'이다. 그런데 동시에 h는 a부터 g까지의 분류와 '동등한 차원'에 나란히 놓이는 또 하나의 분류. 또 하나의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것이 사유 가능할까? h가 a부터 g까지의 분류를 포함할 때 h는 다른 분류들과 나란히 놓일 수 없다. h가 a부터 g 까지 각 항목과 동등한 차원의 한 분류일 때, h는 하위 분류들 을 포함하는 상위의 전체일 수 없다. 한마디로 보르헤스가 소개한 저 중국의 백과사전은 사유될 수 없다
푸코는 말한다. "보르헤스의 열거에 감도는 기괴성은 항목 들을 서로 연결할 공통의 바탕 자체가 무너져 있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즉 항목들을 안정되게 연결해줄 합리적 질서라는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런 기괴한 백과사전을 통해 푸코는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고 분류할 수 있게 해주는 기존의 합리적 질서란 유일무이한 진리가 아니라는 것, 전혀 다른 방식의 사유가 등장할 수 있고, 우리가 익숙해 있던 합리적 질서는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통찰을 얻는다.

-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등을 기반으로 삶에서 이루어지는 급격한 변화를 일컫는다. 이 변화는 충격과 호기심의 대상에 서 출발해, 일상사의 일부로 우리 삶과 빠르게 일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에 `'판단력'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결국 판단력을 발명하는 문제인 것이다. 예컨대 자율주행 자 동차는 어떤 판단을 해서 어디서 멈추어 설 것인가. 일상에서 사람들은 흔히 '결정' 장애를 호소한다. 이는 판 단을 내리는 일만큼 어렵고 중요한 것이 없음을 단적으로 말 해준다. 판단력은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다. 구구단이나 역사적 사실이나 영문법은 가르칠 수 있지만 판단력은 가르칠 수 없다. 재벌 2세는 자수성가한 재벌 1세보다 경영학의 원리를 많이 학습하지만, 종종 회사를 말아먹는 경우가 있다. 원리는 학습할 수 있지만 판단력은 학습되지 않을뿐더러. 판단력의 관건은 원리 학습이 아니라 원리를 사례에 적용하는 것 또는 사례에서 원리를 발견하는 것인 까닭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의 판단력을 훔치지 못한다. 그래서 <판단력 비판>의 저자 칸트는 판단력을 '천부의 자질'이라 했다
판단력은 그것을 지도하는 상위의 교본이 없으며. 그 자체로 근본 지위에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학상의 규칙, 치료 요법 전체를 잘 공부한 의사를 생각해보자. 그 의학지식과는 별도로 환자에게 어떤 의학지식, 어떤 치료 규칙을 적용해야 하는지는 전적으로 그의 능력에 달렸다. 그 능력을 판단력이 라 일컫는다. 개별적으로 주어진 사례에 어떤 보편적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합당한지 결정하는 능력 말이다. 의료 사고를 내는 의사와 명의가 갈리는 지점은 바로 저런 판단력의 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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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6

Quote of the day 2026. 5. 16.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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