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의 저자 후이의 에세이다. 후이는 일상 생활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이나 작은 만남도 그냥 지나치지 않느다. 그 속에서 삶의 진리를 찾아내기도 하고, 따스한 마음을 읽어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세상은 뚜렷하게 나쁜 사람, 착한 사람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는 현실적인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성숙한 시각으로 주변을 바라보면서 누군가에게서 상처받지 않고 차가운 이성으로 살아가게 도와주는 책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일지라고 무작정 신뢰하다가는 결국 피해는 자신이 입게 된다는 교훈을 사례를 통해 전해준다. 또한 부부와 연인사이에서도 막연한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준다. 나는 연애소설을 좋아하는데 상대가 SF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도박을 좋아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나는 쇼핑, 상대는 여행을 좋아한다고 해도 갈등의 소지가 없다. 그러나 성실히 노력하며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나와 달리, 상대가 나태하게 집구석에 틀어박혀 게임만 한다면 갈등이 폭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내게 끈기가 있다면 상대에게는 융통성이, 내게 용기가 있다면 상대에게는 신중함이, 내게 감성이 있다면 상대에게 이성이 있어야 한다. 행복한 만남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 배울만한 장점이 있어야 하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을 정도만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서로 채워주는 관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살 수는 없다고 배워왔다. 그러다보니 욕망을 억제하는 방식으로만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지는 않는다. 문란해지지만 않는다면 감정에 얼마든지 솔직해져도 상관없다. 건강을 해칠 정도만 아니라면 입맛이 당기는 대로 먹어도 상관없다. 어리석은 모험에 뛰어들지만 않는다면 원할 때 언제든 여행을 떠나도 상관없다.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 좀 느슨해져도 상관없다.

욕망을 억누르기만 하는 삶은 그저 '살아 있는 것'에 불과하다. 욕망을 적당히 억누를 줄도, 적절히 놓아 줄도 알아야만 비로소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깨달음을 얻은 고승이나 수도사가 아니다. 세상풍파를 이길 도리도 없고, 통달할 수도 없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사람이 돈만 바라보며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원하는 선택과 원하지 않는 선택이 있다고 했을 때, 돈이 없으면 원하지 않는 선택만을 해야 한다. 돈이 없어 비굴해지거나, 사랑을 포기하거나, 고통받거나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자. 이게 우리가 죽어라 노력해서 돈을 버는 이유일 것이다.

세상에 너무나 현실적인 조언들이 넘쳐나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영혼의 닭고기 스프' 같은 믿음이 일상적인 비웃음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고,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인생을 살다보면 상처를 감싸고 고통을 멎게 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런 순간이 오면 평소에 신경도 쓰지 않았던 말 한마디가 마음을 두드리고, 대충 읽어넘겼을 문장 한 구절이 깊은 위로와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다. 누구나 알지만 뻔한 그 소리가 인생의 진리로 깨달아지며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비밀이란 이런 것이다. "이 세상이 당신을 몰래 사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세상이 당신을 사랑하기 전에 당신이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합니다."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 때로는 좋은 끝맺음이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끝이라는 것이 늘 마음을 힘들고 고되게 하지만, 그 마무리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인연을 시작합니다.
긴 시간을 부대끼며 웃음을 뱉어내고, 울음을 토해냈던 많은 인 연은 어쩌면 유통기한이라는 것을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서서히 색이 바래지고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내음이 날 때 우리는 과감히 슬픔을 접고 끝을 맺어 앞으로 나아가야 하겠죠. 그러면 또 신선한 만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에 들뜰 테니까요.
- 내게 끈기가 있다면 상대에게는 융통성이,내게 용기가 있다면 상대에게는 신중함이, 내게 감성이 있다면 상대에게 이성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서로 배울 만한 장점과 보완할 수 있을 정도의 단점만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채워 주는 사이가 될 수 있다.
- 사람은 기묘하고, 잘 변한다. 그래서 오늘 만난 이 사람이 저번에 만났을 때와 완전히 같은 사람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여전히 그때처럼 생각하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입장을 갖게 됐는지 어찌 알겠는가.
- 모든 것이 처음인 듯 살아야 한다. 절대 변하지 않기를 바라지 말고, 그럼에도 쉽게 싫어지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 그것이 잘도 변하는 사람과 세상 속에서 그나마 상처받지 않고 사는 지혜다.
- 자신의 욕망을 따른다고 수치스러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 욕망은 무조건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장 원하고, 가장 적절하고,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욕망을 신중하게 선택해서 이를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힘껏 실현해야 한다.
- 가난의 가장 아픈 점은 근본적으로 원하거나 원하지 않을 권리가 없다는 거야 눈앞에는 그저 한 갈래 길뿐이지..
'원하지 말 것.’
- 어떤 소중한 것들은, 부유하다고 꼭 얻게 되지는 않지만 가난하다면 반드시 끝없이 잃으며 살게 되겠구나.
- 사람이 좇아야 할 것은 비단 재물뿐이 아니다. 그러나 스스로 삶의 존엄을 지킬 수 있을 만큼의 재물은 있어야 한다. (서머시 몸, 인간의 굴레 중에서)
- 부자는 되지 못할지도 몰라. 하지만 적어도 돈 때문에 나의 가치를 낮출 일은 더 이상 없을 거야.
돈이 없어 비굴해지거나, 사랑을 포기하거나, 고통받거나 후회할 일 따위는 없어. 이게 바로 우리가 죽어라 노력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가장 분명한 이유야
- 정갈한 삶의 본질이란 결국 구석구석 제 손으로 돌보고 꾸린 편안한 공간에서 잠들고 깨며,평범한 매일을 좀 더 충만하고 건실한 하루로 만들어가는 데 있다.
정갈하게 사는 사람은 누구나 왕족이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다스리고 있기에.
- 긍정적 에너지는 우리 손에 쥐어진 막대사탕과 같다. 막대사탕 하나로는 추위를 피할 수도, 굶주림을 해결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용기와 희망을 주는지는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 운명이 주는 선물은 조금 늦기도 하고, 느리기도 하고, 평탄하지 않을 때도 있으며, 전혀 선물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끝까지 견딘 사람에게는 반드시 값진 선물을 준다.
- 아무리 폭풍 같은 나날이라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기에. 아무리 힘든 시절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과거가 될 것이기에. 그리고 내가 미처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곳에서 나를 응원하고, 부축하고, 기도해 주는 누군가가 반드시 있기에.
-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으면 세상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때에 마주치게 되는 따스함과 온기가, 비참하고 어둡게만 보이던 인생을 조금씩 바꾸는 용기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그대만 모를 뿐, 세상이 그대를 몰래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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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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