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모두는 체화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매일 그것을 사용한다. 현금지급기 앞에 서서 비밀번호를 기억해내려 애쓰다가 허공에 숫자를 쳐서 넣어보고 불현듯 생각난 경험을 해보지 않았는가? 조리법을 참고 하지 않고, 또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으면서 멋지게 음식 을 요리해낼 수 있는가? 군중들 또는 파티가 열리는 곳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가? 또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 혹시 ‘촉이 오는데.......'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가? 그런 적이 있다면 그건 당신에게 몸이 있기 때문이다. 뇌는 통 속에 놓인 신경세포의 집합체가 아니라 촉각이 있고 움직이며, 감각으로 가득 차 세상 속에서 돌아다니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하는 몸에 연결되어 있다. 뇌가 몸의 일부가 아니라면 지능, 기억, 지식 습 득 또는 이해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 데카르트가 남긴 유산
데카르트는 갈릴레오가 우주 안에서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다시 생 각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한 시대에 살았고, 그런 변화의 중심에 있 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갈릴레오의 이 론이 강력한 가톨릭교회를 분노케 하는 것을 목격했고, 갈릴레오가 제기한 것과 비슷한 개념을 정리한 논문의 출판을 철회했다. 데카르트의 이 논문은 해부학, 수학, 기하학은 물론 과학의 이론과 실천까지 관련되어 있었다. 데카르트는 경험, 그리고 실험을 통해 지식의 토대를 놓고자 했 다. 그에게 이성은 지식 발전에 필수적이었다. 이 시각에서 데카르트는 과학이 데이터 수집과 분석의 과정이라는 입장을 정립하게 되었다. 이 새로운 과학적 방법은 18세기 유럽 사회를 왕성한 과학적·정치적·철학 적 담론의 시대로 이끈 계몽주의의 핵심이다.
'이성의 시대'로 알려진 이 시기에 탐험과 발명, 기술의 진보와 도약이 이루어졌다. 또한 사람들이 지식에 대해, 그리고 지식을 얻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는 데도 변화가 일어났다. 오늘날 이해되는 방식의 과학적 방법, 즉 객관적 지식을 목표로 삼고 반증反證을 통해 객관적 지식으로 나 아가는 방법이 번창했다. 계몽주의 시대의 방법론, 이상, 그리고 발명은 '신기술, 수학적 물리학, 계산기, 로봇, 분자생물학, 유전공학의 세상'인 현대의 기초를 놓았다. 그 결과 현대 세상은 철학자이자 데카르트 연구 자인 리처드 왓슨 Richard Watson 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핵심에 데카르트의 사상이 자리한 곳'이 되었다.
이성의 시대는 지식을 취득하는 수단이 정신임을 확실히 했다. 데카 르트의 철학은 몸을 단순히 가볍게 여기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양하 고자 한다. 데카르트에 의하면 이성과 확실성은 몸에서 분리되어 감각을 완전하게 지배할 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데카르트는 매우 탁월한 수 학자였으므로 그가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그리기 위해 모형을 통한 표현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일로 보인다. 이처럼 새로이 모형으로 표현됨 으로써 세계는 통제, 사용, 지배 가능하게 되었다.
데카르트의 정신-몸 이원론이 중요성을 띠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은 단순히 소수만 이해하는 17세기의 개념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에 정신과 몸이 작동하는 각기 다른 역할에 대한 데카르트의 시각은 지속적인 유산을 남겼다. 우리는 뇌를 신성시하는 세 상에 살고 있다. 지능을 이야기할 때 뇌를 핵심으로 보는 사고방식이 매 우 일반적이다. 생각을 끌어올려야 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머리를 빌 린다. 그리고 막후의 두뇌가 된 사람들의 공을 치하한다. 과학 저술가 조지 자카다키스 George Zarkadakis가 말하듯 우리는 뇌의 세기'에 살고 있 다. 우리가 얼마나 지능에 대한 외피적 모델에 집착하게 되었는지를 알 려면 뇌과학의 발흥, 그리고 fMRI 뇌 스캐닝 기술이나 그것을 마케팅과 같은 비임상 분야에 적용시키고 있는 현실을 떠올려보면 된다.  데카르트가 남긴 유산 중 또 다른 면은 뇌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활동을 지식의 습득이라고 여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능을 인지적 관점으로 보도록 유도했다. 다시 말해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데이터를 모아서 처리 · 계산하고 분석하는 작업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것은 지능이 일련의 정신적 표현(명제, 이미지, 사실 또는 수학 기호)과 그런 것들 을 작동시키는 일련의 합리적 과정에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견해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지식에 관한 이후의 이론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정신의 인지적 처리 과정을 기계적으로 재생하려는 시도로 이어졌기 때 문이다. '생각하는 기계가 만들어지면서 인간의 지능이 무엇에 기반을 두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증폭되었다.
- 런던의 택시 기사는 위성 항법 시스템을 기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위성 항법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우버Uber 같은 서비스를 노골적 으로 강력하게 반대한다. 또한 우버 때문에 택시요금이 인하되었으며 우 버 기사들은 런던 거리를 모르고 교통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이런 전문 택시 기사와 위성 항법 시스템 간의 분쟁은 흔히 전 통과 현대성의 싸움 혹은 기술의 민주화를 일축하려는 기득권의 투쟁으 로 보이기 쉽다. 계기판에 위성 항법 시스템을 장착하는 택시 기사도 있 지만, 그래도 자신이 보유한 '지식'을 특별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내비게 이션 사용자가 의존하는 추상적인 공간 재현에 의존하지 않으며 내비게이션의 지시 사항을 따르지도 않는다. 그들은 교통의 흐름과 밀도를 감 지해 경로를 변경할 수 있다. 또한 GPS가 보내는 정보가 내비게이션에 업데이트되기 전에 먼저 도로 공사가 이루어지는 곳을 알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계기판에 붙은 스크린에 신경 쓰지 않고 운전하면서 승객과 정감 어린 농담을 주고받으며 환대할 수 있다.
GPS와 그것이 장착된 수많은 기구에 ‘체화되지 않은 기술 disembodied technology' 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그런 기기를 무시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 기기의 특징 중 일면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GPS는 정확하지만 어떤 장소에 대한 친근감을 전달해주지 못한다. 기술이 해 내기엔 어려운 부분인 것이다. 구글에서 식당을 검색해보면 분명 유용 한 정보를 얻게 된다. 주소, 영업시간, 전화번호, 심지어 평점까지도 나와 있다. 최근 구글은 해당 식당이 얼마나 붐비는지까지 보여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분명 유용하지만 식당의 분위기나 어떤 사람들이 그곳에 자주 가는지 등은 알려주지 못한다. 구글이 그 건물 안에 있는 스마트폰의 숫자를 파악해 식당이 얼마나 붐비는지는 알려줄 수 있지만, 낭만적인 저녁을 보내는 커플로 꽉 찬 식당과 파티를 즐기는 학생이 가득한 식당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금요일 밤의 분위기도 월요일 저녁과는 매 우 다를 것이다. 그런 식의 세세한 사항은 붐비는 정도를 표시해주는 행 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없다. 언어의 의미론을 연구하는 알프레드 코르 지프스키 Afred Korzybsk가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듯, 어떤 사 물을 묘사한 것은 그 사물 자체가 아니다. 세상의 모델이 세상이 정말 어 떤지를 묘사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
- 빅데이터 지지자들은 우리에게 이 지도가 바로 영토라고 믿으라고 말한다. 사실 가끔은 D. H. 로런스의 주장처럼 기도가 땅보다 더 긴까 같아 보인다”, 세상의 진짜 지거분 함을 처리하느니 복잡하지 않은 모델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게 더 편안한 때가 중중 있다. 우리는 한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데이터 포인트를 망라하는 연산 모델에 따르라는 권유를 받고 규모와 정확성은 동등하다고 믿도록 이끌려왔다.
현재성을 갖춘 빅데이터의 잠재적인 유용성을 노골적으로 일축하는 것은 아니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과학, 비즈니스, 그리고 정책 입안의 방대한 영역에서 큰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가 우리에게 말 해주는 것에 우리의 세상 경험을 가미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매우 많다, 우리의 이해 등리에 민음을 가지려면 교육 초기에 우리에게 주입 된 기능이 개념에 대해 색다른 시각을 가져야 한다.
- 우리가 피와 살로 만들어진 생물이며, 통 속의 뇌가 아닌 펄펄 뛰는 심장을 가졌다는 사실은 왜 우리가 경험이라는 것을 하는지를 어느 정도 설명해준다. (숀 갤러거)
- 우리는 데이터를 신탁이자 진실과 통찰력을 전달하는 것으로 간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데이터는 우리에게 객관적인 3인칭 관점을 제공 한다. 그리고 숫자가 지배하는 금융의 세계에서는 '초월적 관점'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프런트포인트 팀이 시장을 이해한 방식은 특이했지만 시장을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접근 덕분에 결과적으로 이길 수 있었다. 서브프라임 채권을 공매도한 결과 그들은 7억 달러에서 15억 달 러로 펀드를 두 배로 불릴 수 있었다. 여기서의 핵심은 그들이 몸으로 경 험한 단서와 신호다. 그런데 타인 혹은 다른 종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관찰의 힘을 사용한 사람이 아이스만 혼자는 아니다.
- 미나레트를 건설하는 직공의 이야기는 길고 복잡하며 정교한 건물을 지을 때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그들은 이론적 이해보다 실용적 지식을 강조한다. 뭔가를 배우는 게 아니라 지시 사항 없이 관찰 과정으로 알고, 학생이 질문을 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 분위 기다. 그런 조건에서 도제는 어떻게 정교하고 복잡한 미나레트 석공 작업을 배울 수 있는지 마천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는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되면 도제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토대로 근사치를 내는 것을 보았 다. 더 중요한 것은 도제들은 선배들의 몸짓이나 움직임, 그리고 기술을 관찰하는 매우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그들은 관찰을 한 다음 흉내를 냈고 결국에는 반복해서 관찰한 행동을 완전하게 습득했다.
마치 언어가 배제된 상태에서 어떤 지식이 하나의 몸에서 다른 몸으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미나레트 직공의 이야기는 명확한 지시가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찰을 통해 습득되는 수많은 기술의 사례 중 하나다. 바구니 짜기, 레이 스 뜨기, 카포에이라 (브라질의 무술 춤 - 옮긴이) 댄서, 그리고 요가 수행자 모두 관찰과 흉내 내기로 기술을 완전하게 습득한다. 인류학자 마이클 허츠펠드 Michael Herzfeld는 자신이 연구한 중동의 도제들은 '눈으로 지식을 훔친다'고 말한다. 이것도 하나의 설명이 되지만 그 이외에 관찰을 통한 지식의 전달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은 지식 습득에서 몸의 역할에 대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줄까?
- 우리가 배워야 비로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우리는 그것들을 실행함으로써 배운다. 인간은 집짓기를 함으로써 집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수금을 뜯어야만 수금 연주자가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정의로운 행동을 해야 정의로운 자가 되고, 차분하게 행동해야 절제 된 자가 될 수 있으며, 용감한 자가 되려면 용감한 행동을 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 William James가 마인드 Mind)에 「감정이란 무엇인가?」라는 논문을 실었는데, 이 논문은 데카르트식 이원론에 가장 강력한 도전을 했으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다. 제임스는 우리가 곰을 보고 도망친다면 그것은 곰이 두려워서인가, 아니면 도망가기 때문에 우리는 곰을 두려워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두렵기 때문에 도망친다는 확실해 보이는 답을 그는 틀렸다고 말했다. 제임스에 의하면 우리는 두렵다, 왜냐하면 도망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통념에서 보면 두려움, 분노 또는 슬픔 같은 감정은 몸의 표현을 야기한다. 두렵기 때문에 우리는 도망친다, 화가 나기 때문에 몸 을 떨고, 슬픔을 느끼기 때문에 운다. 육체는 감정을 쫓아간다. 하지만 제임스는 이에 반박했다. 제임스에 의하면 우리가 무엇인가를 인지할 때 그것이 겁먹은 짐승이건, 너무 빨리 달리는 산악자전거이건 간에 그에 대해 우리 몸은 소름이 돋거나 땀이 나는 식으로 반응한다. 그런 몸의 변 화를 겪는 경험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다. 제임스는 감정적 상태는 정 신에서 오지 않고 몸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제임스는 '우리가 보게 나 인지하는 어떤 사물에 대해 반응하는 몸의 표현이 없다면 감정이란 어떤 것이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 호흡이 얕거나, 입술이 떨리고 팔다리에 힘이 빠진다거나, 소름이 돋고 속이 울렁거리는 현상이 없다면 두려움이라 는 감정에 무엇이 남겠는가? 생각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얼굴이 붉어지지 않고, 콧구멍이 커지지 않으며, 이를 꽉 깨물지 않고, 격렬한 행동을 하고 싶은 충동이 없이 근육이 이완되고, 호흡이 차분하며 얼굴이 고요한 분노의 상태를 상상하고 그릴 수 있는가?
- 제임스의 감정 이론과 몸 중심론은 더욱 흥미로운 점을 함축하고 있는데, 그것은 몸이 정신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제임스는 계속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휘파람을 부는 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반면 하루 종일 맥이 빠진 자세로 앉아 한숨을 쉬고 모든 것에 우울한 목소리로 대답하면, 그 우울감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된다' 라고 썼다. 최근의 인지과학과 뇌과학이 이것을 19세기 말의 철학자는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증명해 보였다. 몸은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데 영향을 준다. 우리는 누군가가 맥이 빠져 있으면 '기죽지 마!'라고 말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몸이 경험과 느낌의 핵심이라고 앞에서 말했는데, 지식을 보유하고 불러내는 방식에서도 몸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In Search of Lost Time』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저자가 기억의 여정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아마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여정의 기억은 그가 한 잔의 홍차에 작은 마들렌 케이크를 적실 때 촉발된다.
빵 조각에 섞인 따뜻한 액체가 혀에 닿자마자 전율이 느껴졌고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에 나는 멈추었다. 강렬한 쾌감이 내 감각 을 침범했다. 분리되고 고립되었으며,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 그리고 갑자기 기억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맛은 콩브레에서(이때 미사 전에는 밖에 나가지 않았다) 일요일 아침에 레오니 숙모의 침실로 인사를 하러 가면 숙모가 주곤 했던 조그만 마들렌의 맛이었다. 숙모는 먼저 자신의 홍차나 허브차에 마들렌을 적셔서 주었다. 조그만 마들렌을 보기만 하고 먹기 전에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감각적 신호(익숙한 냄새나 맛)가 기억을 촉발하는 경우를 일컬을 때 '프루스트적 순간' 이라고 표현한다. 총 7권으로 이루어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비슷한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데, 프루스트는 각각의 사 건에 대해 자신이 당시 인지한 것과 기억하는 것을 자세하게 기술한다. 모두가 지각과 기억 사이의 반복되고 지속되는 연결을 반영한다. 프루스 트는 기억은 뇌에 있는 것만큼 몸에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 지식이 몸에 저장된다는 개념은 뇌가 파일을 보관하는 서랍이나 기 억과 지식의 하드 드라이브와 같다는 통념을 거스른다. 저명한 심리학자 로버트 엡스타인 Robert Epstein은 '뇌과학자와 인지심리학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뇌에서 베토벤 교향곡 5번의 복제본을 찾지는 못할 것이다. 아 니, 그 어떤 글이나 그림, 문법 규칙 또는 환경적 자극의 복제본도 찾지 못할 것이다. 인간의 뇌가 정말로 비어 있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이 담겨 있지도 않다. 기억같이 간단한 것들도 없다'고 말한다.
- 그런데 우리가 기억하는 것에서 몸이 하는 역할에 대해 더욱 의미 있고 경혈에 의거한 차원이 또한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은 타인과 우리 의 관계를 반영하고 형성하는 데도 관여한다. 당신은 항상 같은 쪽에서 질을 자는데,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잠을 자게 되었을 때 항상 자는 쪽 이 아닌 파트너의 반대편에 눕게 되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가? 또는 사람들과 함께 걸을 때도 같은 위치를 고수하며 행복하다는 느낌을 주 는 익숙함에서 편안한 감각을 이끌어내는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감정때문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느끼는 방식과 우리가 채택하는 위치 사이에는 어떤 연속성이 있다. 우리 몸과 감정 사이의 이러한 연결 은 시간이 지나면서 형성된다.
-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우리는 알 수 있다는 사실에서 시작해 나는 인간의 지식에 대해 재고하겠다. (마이클 폴라니)
- 연구는 고객의 대체물이 되었다. 실력 있는 발명가와 디자이너들은 고객을 깊이 이해한다. 놀랍고 인상적인 고객 경험은 마음, 직관, 그리고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조사 내용에서는 절대 이런 것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제프 베조스)
- 비즈니스가 데카르트의 정신-몸 분리를 신봉한다는 또 다른 증거는 뇌과학에 지대한 흥미를 보인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뇌과학이 도래하면서 사람들이 어떤 브랜드의 로고와 이미지를 볼 때 뇌의 어느 부분에 불이 켜지는지를 알아내려는 일련의 시도가 일어났고, 이는 '뉴로마 케팅 (신경마케팅)’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비즈니스와 마케팅 업계 사람들은 광고를 제대로 한다면 소비자가 느끼는 특정 감정과 연결된 뇌의 영역을 작동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나 시장을 이해하는 방법에서 정신이 더 중요하다는 전통적 개념은 도전에 직면해 있고 시장에 대한 지식이 어떤지를 살펴보는 새로운 관점이 부상하고 있다. 
- 2G로 살아보는 화요일'은 신흥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한 묘책이라기보다 인도 같은 나라에 맞는 상품을 이해하고 만드는 좀 더 폭넓은 게 획의 일환이었다. 페이스북의 임원들은 이 문제를 중요한 안건으로 받아 들였다. 앨리슨은 회사의 전체 회의에서 이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직원들이 거비용 안드로이드폰이나 더 간단한 피처폰을 사용하기 시작 했고 그 경험을 회사 블로그에 올렸다. 이런 식으로 신흥시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페이스북은 포화도가 낮으면서 덜 발전된 시장을 더욱 심각하 게 고려하는 것은 물론 모바일로의 전환에 대처했다. 앨리슨은 여기에서 의 핵심은 '선진국, 특히 실리콘밸리에 나타나는 편견의 내재적 패턴을 없애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하는 것' 이었다고 말한다. 이런 노력은 오늘 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2G로 살아보는 화요일'이 성공한 것은 느린 네트워크 경험을 성실하게 재창조하고 비즈니스 내에서 공유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모의체험을 재생해냈기 때문이다. 인도로 간 팀은 소수였지만 기술 덕분에 2G 경험을 회사 전체로 확장시킬 수 있었고, 여러 가지의 상품을 개발하고 있던 팀들은 실리콘밸리 이외의 지역에서는 해당 상품이 어떠한지를 스스로 느껴볼 수 있었다.
이 계획이 미친 영향은 더 많은 사람이 느린 네트워크를 경험할 수 있도록 2G 상황에서의 경험을 기업 내부 전체로 퍼뜨린 것만이 아니다. 이 계획을 통해 사람들은 데이터가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페이스북 직원들은 이제 얼마나 많은 페이스북 사용자가 느린 네트워크망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장 보고서를 접하면서 그들이 느낀 감정을 정량화할 수 있었다. 앨리슨은 커다란 조직에 영향력을 미치려면 사람들이 데이터를 이해하고 본능적 경험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경험이 없는 데이터는 타당성이 부족하고, 데이터가 없는 경험은 조직내에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앨리슨은 직접경험과 데이터가 결합되면서 비즈니스의 모든 차원에서 네트워크의 연결성이 신흥시장에서의 성장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 인정받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 비즈니스 논평가 플린트 맥글로린 Flint McGlaughlin은 문서화된 전략과 사람들이 동의하고 체화된 전략의 차이점을 평가하면서 이와 비슷한 논 점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내 팀이 전략에 집중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전략가가 되는 데 초점을 맞추길 원하지요. 전략은 부자연스럽습니다. 전문가의 분야로 격하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비즈니스 리더들은 기업이 가야 할 방향을 전문가에게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략은 살아 숨 쉬는 사람을 통해 체화될 때만 실현될 수 있습니다. 전략과 전략가를 분리하자 계획 과 실행 사이에 틈이 생겼습니다. 이런 틈은 전략을 펼쳐지는 과정이 아 니라 주기적인 사건으로 고착화합니다. 성공적인 전략은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생각하거나 믿는 것을 실제로 행하는 것입니다.
- 경험을 공유하면 단순히 지식뿐 아니라 전략 자체가 선반에 놓여 먼지만 쌓이는 서류 뭉치가 아닌 체화된 지식의 토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체화된 지식의 이론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함께 일하는 기업 임원들이 언급하는 똑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듣게 된다. 그들은 종종 무엇인가에 대해 '직감'을 갖고 있다거나, 다음 단계에서 해 야 할 것에 대한 '직감 수준의 직관'에 대해 언급한다. 이런 표현은 그들 이 어떻게 배우고 그 지식을 어디에 가지고 있는가에 몸적 특성이 있다는 신호다. 경험에 대한 이런 식의 반응은 또한 이런 종류의 지식을 표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준다. 경험을 통해 체화된 지식을 획득한 결과 눈에 보이는 성과를 올린 사례는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 1주일 동안 천연의 삶, 친환경적 삶을 경험한 P&G 팀은 미국 시장에 매우 성공적으로 상까지 받은 여러 제품을 출시했다. 소비자를 파악' 하는 일을 해낸 덕분이다.
- 대중 영합적 포퓰리즘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그 중 핵심은 포퓰리스트가 사람들의 느낌과 감정에 호소할 줄 아는 능력을 가 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화가 만들어낸 문제를 추상적 기술 관료의 언어로 진단하며 형성된 공허감 속에서 사실의 근거는 미약하지만 사람들의 감정을 인지하고 공감을 자극하는 문화적 코드를 인식하는 정치적 담론이 부상한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건 싫어하건 간에 지금 이 순간은 사실이 감정만큼 효과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의 일상과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실이 필요하다. 정책을 말할 때는 사람들이 직면하는 문제에 대해 그들이 공감하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데이비스가 말한 '지식의 추상적 목적'과 '사람들이 하는 매일의 경험’이 양분되었다. '감정의 배제는 원래 (전문가와 정책입안자의 권 위에 매우 중요한 요소였지만 이제는 차갑고 이기적인 것으로 간주되며 오히려 그들을 공격'하고 있다. 서머스가 미국 횡단 여행에서 배웠듯이 우리가 더욱 잘 이해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 려면 '그곳에 가봐야 한다.
- 많은 경우 배움은 맥락 없는 환경에서 지식의 전달로 이루어진다. 실제로 거기에 있거나 경험'해서 배우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모의 체험을 하는 짧은 시간 동안 깨닫게 되었듯, 진정 배우 고 이해하려면 강한 감정이 결부된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체화된 지 식 이론은 감정적 관여가 배움에 방해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감 정적 관여는 배움을 도와주며 타인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획득하는 조건 이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분리와 객관성이 우리가 부딪히는 수많은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면 체화되고, 관계하며 감정으로 가득 찬 접근으로 이해하는 것이 우리가 맞이한 수많은 어려움과 도전을 해결하는 첫걸음이다.
- 세상을 '통계 데이터에 적합한 모델의 프리즘'을 통해 정확하게 보기 위해 비판적 객관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정책입안자와 정치인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들이 보는 세상의 모델은 정확했을지 모르 지만(하지만 특히 경제의 세상에서는 정확하지 못한 경우가 자주 있었다), 사람들이 경험한 진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문화적이고 지리적인 영역 모두에서 틈이 벌어졌는데, 그 틈을 메우기 위한 경험과 분석의 도구로 몸을 사 용해야 한다.
체화된 지식 이론은 몸을 이용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보내는 신호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탐지하지 못할 신 호를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의 감각 자원을 이용해 그 자원을 인 지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경험적 비계 놓기'를 개발해 타인의 세상에 대한, 사실에 근거한 정보를 이해할 수 있다.
- 뇌는 컴퓨터처럼 독립된 개체가 아니다. 뇌는 몸에 딸려 있다. 몸은 세상과 연결된 뇌의 인터페이스다. 그리고 체화 작업이 없다면 사고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헨리 마시)
- 냉장고에서 오렌지주스 팩을 꺼내 오고 그것의 문은 닫아'라는 표현을 살펴보자. 우리는 이 명령형 문장의 의미를 알고 있다. 냉장고 문을 연다. 주스를 꺼내고 냉장고 문은 닫는다. 우리는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 대명사 ‘그것’은 오렌지주스 쪽이 아닌 냉장고를 가리킨다)을 알기 때문에 이 문장을 이해하는 게 아니다.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이 다진이 인공지능 비서 시리나 알렉사 Alexa와 대화하면서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다면, 이들 음성 인식 인공지능 비서들이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가끔은 세상은 고사하고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을 모르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인공지능 비서와는 간단한 '명령과 반응’, ‘질문과 대답 같은 상호작용을 할 때조차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이들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정말 꿈같은 일이다.
언어가 물리적이고 감각적인 이해에 얼마나 많이 의존하는지를 밝 히는 작업으로 인해 우리가 언어를 이해하려면 세상을 이해해야만 한 다는 생각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되었다. 조지 레이코프 George Lakoff와 마 크 존슨 Mark Johnson은 함께 쓴 『삶으로서의 은유 Metaphors We Live By에서 수년에 걸쳐 수집한 수천 개의 은유적 표현을 연구했는데, 매우 개념적 인 사고는 특징상 은유적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예를 들어 통제를 하는 것과 관련된 아이디어는 'up'의 관점에서 이해되는 반면 통제를 당하는 쪽은 down’으로 표현된다고 주장한다. 'she gained control over this situation(그녀가 이 상황을 통제했다)'과 'she's now at the height of her power(그녀는 현재 권력의 정점에 올라 있다)'를 'he ranks under him(그는 서열상 그보다 아래다)’, 그리고 'his power is declining(그의 힘이 쇠퇴하고 있다) 와 비교해보라. 사람들 간의 관계에 대한 생각에도 체화된 특성의 은유 가 드러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우호적인 인간관계를 'warm(따뜻한)’, 우 호적이지 않은 관계를 'cool(차갑다)'이라고 말한다. close(가까운)’ 또는 'distant(면)'와 같은 거리 표현도 인간의 상호작용을 표현할 때 일정한 역할을 한다. 레이코프와 존슨은 이런 종류의 은유가 모든 언어와 문화에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 종합적으로 볼 때 체화된 기술의 암묵적 성질과 체화의 일부분인 지각, 교정의 기술은 인간에게 엄청난 이점을 준다. 우리는 사회적 지능이 우리에게 주는 이점과 그것이 가능케 하는 것, 기술을 배우고 보유하는 능력, 타인과 연결되고 새롭고 모호한 상황을 다룰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결정을 내리는 직관을 가진 것을 기뻐하고 축하해야 한다. 가장 심오한 사실은 인간의 체화 작업이 우리가 어떻게 이처럼 의미로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내고 이해하는가의 핵심에 자리한다는 것이다.
기계와 인공지능이 세상을 영원히 바꿀 것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인간의 체화 능력이 우리의 지능을 복제하기 힘들게 만든다는 데 위안을 얻어야 한다. 몸을 무시하기보다는 기뻐하고 축하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초능력이니 마음껏 즐기고 기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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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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