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 넘버스

경영 2020. 12. 29. 11:59

- 사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투자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스토리 텔링을 조정하고 통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시작은 평가하려는 기업을 이해하고, 그 회사의 역사와 해당 사업, 현재와 잠재 경쟁자 를 관찰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스토리를 3P 시험으로 평가함으로써, 스토리텔링에 원칙과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3P 시험의 1단계는 가능성 possible 여부에 대한 시험으로, 이것은 대다수 스토리가 통과해야 할 최 소한의 시험대이다. 여기서 통과한 스토리는 그다음으로 좀 더 어려운 시험인 타당성plausible 여부를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로 가 장 깐깐한 시험인 개연성 probable 여부를 통과해야 한다. 가능성 여부를 통과한 스토리라고 해서 모두 타당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타당한 스토리 중에서도 개연성을 가진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 비즈니스 스토리는 스토리텔러의 경험을 토대로 할 때가 많기 때문에 실제와 상상의 경계를 넘기도 그만큼 쉽다. 가난을 딛고 불가능하다 싶은 성공을 일궈낸 스토리를 만든 창업자들, 선구안을 가지고 시장 붕괴 에서 남들보다 한 발 먼저 빠져나왔다고 주장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은 사업적 도전에 맞서 고군분투했다는 스토리를 펼치는 CEO들은 자신들의 스토리를 거듭 말하다 어느 순간 그것을 진짜라고 믿게 된다. 모든 스토리가 다 조작된 것이고 거짓투성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다는 좋은 의도를 가진 스토리텔러일지라도 가끔은 자신들의 기억을 재창조하며, 청자 역시 스토리를 그대로 기억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 사업 활동에서 스토리는 매우 중요하다. 스토리를 이용하면 기업은 투자자, 고객, 직원들과 순수한 사실이나 숫자만 가지고는 절대로 힘든 수준의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스토리 는, 특히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스토리는 부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스토리텔러는 현실을 망각하고 성공을 보장하는 가상의 세계를 날조해 낸다. 스토리에 넘어간 청자들은 회의적 질문을 던지지도 않고, 의심도 하지 않은 채 해피엔딩만을 원하며 무작정 앞으로 나아간다. 독자 여러 분에게 창의성을 기를 발판을 마련해주는 동시에, 체계와 원칙이 있는 과정을 마련함으로써 선을 넘는 헛된 소망을 기르지 않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사명이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처음으로 스토리의 요건에 대해 구체 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 연극의 관찰을 바탕으로 모든 스토리에 는 도입부, 중간부, 결말부가 있어야 하며, 모든 사건이 원인과 결과로 연결돼 있을 때 스토리가 계속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토리가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스토리 진행에 맞춰 주인공의 행복과 불행도 변해야한다. 놀랍게도 이런 스토리 구조는 오랜 세월 유지돼왔다. 19세기 독일 소설가이며 극작가인 구스타프 프라이타크 Gustav Freytag는 이런 스토리 구조에 살을 붙여 다섯 가지 요소로 이뤄진 새로운 스토리 구조를 만들어냈다.
(1) 발단이나 자극의 순간: 스토리의 시작이 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해결해야 할 주요 갈등이 소개된다.
(2) 심화나 상승: 이 단계에서는 사건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스토리의 긴장감이 고조된다. 비극의 심화 단계에서는 주인공에게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나고, 희극에서는 고난이 이어진다.
(3) 절정이나 전환점: 사건의 방향이 전체적으로 뒤바뀐다. 비극은 좋은 쪽에서 나쁜 쪽으로 변하고, 희극은 나쁜 일들이 사라지고 좋은 일들이 펼쳐진다.
(4) 반전이나 하강: 여기서는 앞의 3단계에서 시작된 변화의 영향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5) 대단원: 비극이라면 스토리는 비참한 결말로 끝난다. 또는 주인공의 승리나 패배를 보여주면서 사건이 해결된다.
- 크리스토퍼 부커Christopher Booker는 자신이 쓴 스토리텔링에 대한 책에서 수백 년 동안 거듭 사용된 스토리의 기본 플롯은 결국 일곱 개에 불과 하다고 주장한다.
첫번째 플롯인 괴물 물리치기의 주인공은 약자이다. 보잘것없고 약하게만 여겨졌던 주인공이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는 이야기이다.
두번째 플롯 '부활'은 재탄생에 대한 이야기로, 주인공은 다시 태어나 더 좋은 삶을 누리게 된다.
세번째 플롯 '탐구에서는 주인공이 자신과 심지 어 세상까지 구원할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 소명을 수행한다.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워즈〉 같은 신화적 스토리에 독자를 열광하게 만드는 것도 이런 탐구의 플롯이다.
네 번째 플롯 '거지에서 부자가 되는' 스토리 는 가난하고 약했던 주인공이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지게 되는 변화의 플 롯을 말한다.
다섯 번째 플롯인 여행과 귀환'의 주인공은 자신의 의지 때문이건 우연한 사건 때문이건 발견을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더 현명하고 행복하고 부유한 사람이 되어 원래 자신 이 있던 장소로 돌아온다.
여섯 번째 플롯 희극은 여러 도전에 걸려 넘 어지는 주인공의 모습에 관객과 독자가 함께 웃거나 조롱을 던지게끔 만든다.
일곱 번째 플롯 '비극은 반대로 독자와 관객을 울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부커는 고차원적 문학이나 저속한 삼류 소설, 오페라나 통속극, 셰익 스피어의 희곡이나 제임스 본드 영화 시리즈도 모두 이 일곱 가지 플롯 중 하나를 사용한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을 펼친다.
-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의 경우에도 비즈니스 스토리는 창업자의 스토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투자자를 회사로 끌어들이 는 장치는 바로 창업자 스토리다. 창업자의 스토리는 다음 다섯 가지 유형 중 한 가지일 가능성이 있다.
(1) 호레이쇼 앨저 스토리: 전형적인 미국식 신분상승 성공신화 스토리 로, 거지가 백만장자가 되는 스토리의 변형이다. 투자자들은 온갖 역경 속에서도 성공을 이뤄낸 창업자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스토리에 이끌린다.
(2) 카리스마 스토리: 창업자의 직관적 통찰을 바탕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통찰의 순간에 창업자는 사업 기회에 대한 비전을 얻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나아간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스페이스엑스SpaceX, 테슬라 Tesla, 솔라시티 SolarCity를 비롯해 여러 회사를 창업하거나 공동 창업했다. 그리고 그가 사업체를 세울 때마다 회사자체만이 아니라, 카리스마를 가진 창업자인 머스크 자신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3) 관계의 스토리: 어떤 사업에서는 인맥이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친인척을 배경으로 두었건, 과거에 정계나 감독기관에서 일한 경력이 있건 간에 적절한 인맥이 있는 창업자들은 특별한 존중을 받기도 한다.
(4) 유명인사 스토리: 투자자들은 창업자가 유명인사라는 점에 끌리기도 하는데, 유명인사로서의 지위가 거래를 확보하고 가치를 창출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잭 니클라우스Jack Nicklaus, 매직 존슨Magic Johnson, 오프라 윈프리는 모두 유명인사로서의 지위를 잘 이용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구축했다. 그리고 사업 내용만이 아니라 이 유명인사들의 이름값도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일조했다.
(5) 경험의 스토리: 어떤 경우에는 창업자의 과거 경력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투자자들은 창업자들이 과거에도 사업을 훌륭하게 성공시켰으므로 새로운 사업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가정하면서 이 새로운 회사에 투자한다.
기업과 창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전적으로 창업자 위주로 비즈니스 스토리를 만들 때에는 다음 두 가지 위험을 조심해야 한다.
첫째, 창업자와 사업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면 창업자 개인의 실패가 기업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사 스튜어트Martha Stewart 가 2003년 내부자거래로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 그녀의 이름을 그대로 회 사명으로 사용하여 상장한 회사 역시 크게 휘청거렸다. 기소된 순간 이 회사의 주가는 거의 15퍼센트나 떨어졌다.
둘째, 창업자 개인에 대한 스토리가 언제나 청자의 귀를 솔깃하게 만 든다면, 개인의 스토리는 사업 성공과 어떤 식으로든지 관련이 있어야 한다. 무수히 많은 유명인사가 창업의 길에 들어서지만 그 길을 성공적 으로 끝마치는 사람이 드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지난 10년 동안 실시간 데이터 활용을 포함해 사용 가능한 데이터가 늘어나고,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퀀트투자는 새로우면서도 문제의 여지가 많은 투자 형태로 바뀌었다. 마이클 루이스는 최근작 《플래시 보이스Flash Boys)에서 고빈도 트레이더라고 불리는 초단타 매매자의 투자 유형을 관찰했다. 이 초단타 매매자들은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해 실시간 주가 데이터를 스캔한 후 주가가 정 상에서 벗어난 종목을 찾아내 트레이딩한다. 이런 초단타 매매의 온상이 되는 다크풀dark pool(장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매매 주문을 받은 후 매칭해주는 시스템으로 외부에는 주문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옮긴이) 거래는 전적으로 숫자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순수하게 숫자를 중심으로 하는 투자 과정에서 당연히 생겨날 만한 최종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 무언가를 측정한다고 해서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체온계로는 몸에 열이 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 열을 치료하지 못하듯이, 포트폴리오의 표준편차를 측정해봤자 위험 정도만 알 수 있을 뿐 위험 으로부터 포트폴리오를 보호하지는 못한다. 다시 말해 어떤 것을 측정 할 수 있으면 통제감이 늘어나고, 숫자에 파고드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측정 도구를 버팀목으로 삼으려는 심정도 커지기 마련이다. 내 주요 관심 분야인 기업 재무와 가치평가에서도 이런 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첫째로는 ‘가정what if(만약에~)’과 ‘민감도 분석sensitivity analysis'을 가치평가나 프로젝트 분석의 부록인 것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은 결정이 모두 내려진 다음에 이런 분석을 한다. 나는 분석가들 이 가정이나 민감도 분석에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쏟는지 이유를 찾아 봤다. 그렇게 하면 그들의 통제감이 강화된다는 것이 내가 찾아낸 유일 한 이유였다. 두 번째로 분석가들은 사소하고 심지어 무관하기까지 한 세부사항에 집중한다. 여기에 빗대어 나는 가치평가를 할 때나 프로젝 트 수익률 분석을 할 때나 의심스러우면 최종 숫자에 소수점을 추가한 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한다. 정교한 측정 도구를 가졌기 때문에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면, 숫자가 상식을 몰아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다가올 위험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세계 곳곳의 은행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20년 전부터은행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사업 손실을 구체적으로 수치화해서 예상하는 이른바 'VaR Value at Risk(일정한 조건하에서 위험이 발생할 경우 잃을 수 있는 최대 손실 예상치를 추정한 금액)'이라는 위험 측정 도구를 개발했 다. 그 20년 동안 위험관리 전문가들과 학계는 VaR의 효과를 높인다는 목적으로 더 강력하고 복잡한 도구가 되도록 가다듬었다. 은행 경영자들은 VaR을 믿는 마음이 커지면서 경계심이 느슨해졌다. 그리고 결국 계산 값으로 나온 VaR이 자신들이 정한 안전선 내에서만 유지된다면 위험 감수 수준도 충분히 통제할 만하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2008년이 되면서 이런 착각은 와르르 무너졌다. VaR의 핵심 가정이 지닌 약점이 속속들이 드러났고, 파괴적 위험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은행들은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했다.
- 2008년 시장위기를 대가로 치르고 나서야 헤지펀드들의 투자 통제 능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가 드러났다. 선진시장이 최근 역사상 유례없던 왜곡을 겪으면서 역사적 데이터를 토대로 신중하게 구축해놓은 모델들은 무수히 많은 투자자에게 거짓 신호를 동시에 발산했다. 나는 아직은 퀀트투자를 잊어버릴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 투자 전략을 선두에 올려놓은 힘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퀀트투자의 성공과 실패는 숫자의 약속과 위험 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퀀트투자로 성공과 번영을 누리려면 스토리 텔링과 내러티브를 숫자에 결합시킬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찾아내는 순간 퀀트투자는 더 큰 성공은 물론이고, 모방하거나 아웃소싱하기 힘든 위치로 올라서게 될 것이다.
- 생존자 편향을 보여주는 간단한 예로 뉴욕대학의 내 동료인 스티븐 브라운 Stephen Brown 교수가 헤지펀드 수익률을 조사하면서 했던 연구를 들 수 있다. 헤지펀드의 장기간 수익률을 관찰한 많은 연구는 헤지펀드가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초과 수익을 달성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브라운 교수는 많은 분석가가 현재 존재하는 헤지펀드들만을 가지고 과거 수익률을 추적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한다. 그러다 보니 분석가들은 헤지펀드 산업의 잔인한 현실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다시 말해 최악의 실적을 내서 폐업한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 표본의 수익률 평균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 비즈니스 내러티브의 필요요건.
1. 비즈니스 내러티브는 단순해야 한다. 이해하기 쉽고 단순한 스토리는 관계를 만들기 어려운 복잡한 스토리보다 더 오랫동안 깊은 인상을 남긴다.
2. 비즈니스 내러티브에는 신뢰성이 담겨야 한다. 투자자의 행동을 이끌 어내려면 비즈니스 스토리는 신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말솜씨가 좋은 스토리텔러는 명확한 설명 없이 스토리를 지지부진하게 끝내도 당장은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런 어설픈 끝맺음은 스토리 자체와 나아가서 사업의 가치도 손상시킨다.
3. 비즈니스 내러티브는 영감을 주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비즈니스 스토리텔러는 창의성으로 상을 받게 할 스토리가 아니라, 청중(직원, 고객, 잠재적 투자자)이 영감을 받아 기꺼이 그 스토리를 구입할 마음이 들게 하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4. 비즈니스 스토리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청중이 스토리를 구입했다면 그다음으로는 그들이 행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직원에게는 회사에서 일할 마음이 들게 하고, 고객에게는 제품과 서비스를 사게 하고, 투자자에게는 돈을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비즈니스 내러티브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구체적인 부분과 세부사항일수록 말을 아끼고, 큰 그림과 비전에 대해서는 많이 설명해야 한다.

- 기업에 대한 스토리를 구상한 다음에는 제일 먼저 그 스토리의 가능성 Possible 유무를 시험해야 한다. 이번 장의 뒷부분에서도 나오지만, 어떤 내러티브는 난이도 최하인 이 시험마저 통과하지 못해 비즈니스 동화책에나 실리게 되는 처지가 된다. 여기서 의문이 들 수 있다. 어떻게 가능 성이 전혀 없는 스토리를 생각할 정도로 망상에 빠지는 것이 가능할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스토리텔링에 몰두하다. 보면 그런 일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두 번째 시험은 타당성 Plausible 시험으로, 가능성보다는 난이도가 조금 더 높다. 스토리가 타당성을 가지려면 그런 스토리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일단은 비슷한 스토리를 성공시킨 다 른 기업의 선례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스토리텔러의 역사에서도 그 런 성공적인 기업들과 비슷한 선례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세 번째이자 가장 어려운 시험은 스토리의 개연성 Probable에 대한 시험이다. 개연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스토리를 정량화할 수 있어야 하며, 스토리를 숫자로 전개했을 때의 예상치를 최대한 정확하게 추산해서 제 시해야 한다. 가능성이 있다고 타당성이 있는 것은 아니며, 타당성 시험 을 통과한 스토리도 개연성 시험에서는 낙제점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시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 전통적 가치평가는 개연성을 중심으로 하고, 그런 개연성을 바탕으로 매출과 순이익, 현금흐름 등의 형태로 기댓값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타당성을 중심으로 삼으면 주로 미래 기대 성장률 측면에서 허점이 생긴다. 가능성만 따진다면 일어날 수는 있지만 확신할 수 없고,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전통적 가치평가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이른바 실물옵션모형real option model(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하나의 대안option이 아니라 여러 개의 대안에 소규모 투자를 함으로써 리스크를 회피하는 전략적 의사결정 방법 중 하나 옮긴이)을 적용해야 한다.
- 우리는 단순하고 명쾌하다는 이유로 스토리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에매력을 느낀다. 스토리를 통해 가격결정을 할 때는 당연히 약점이 있으며, 이 지름길을 따르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생길 수 있다.
1. 중간변수: 어떤 척도를 가격결정에 사용하건 간에 그 척도는 좋게 말하면 가치로 향하는 중간 단계이다. 그리고 나쁘게 말하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을 나타낼 뿐이다. 사용자 수를 기본 척도로 해서 소셜미디어 기업의 가격을 매기면 은연중에 미래 매출과 순이익 그리고 가치까지도 현재의 사용자 수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가 정하게 된다. 심지어 가치를 주도하는 수치인 순이익을 가격결정의 척도로 삼을 때에도 오늘의 순이익이 내일의 순이익을 알려주는 좋은 지표라고 가정하게 된다. 불안정하고 변동이 심한 섹터에서 이만큼 위험한 믿음의 비약도 없다.
2. 시장의 변덕: 시장이 원하는 것(사용자, 매출액, 순이익 등)을 달성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둘러대는 사람은 시장이 변덕스럽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신생기업일수록 시장이 갑자기 전혀 다른 변수로 관심을 돌려버리는 이른바 '성인식'의 순간을 피할 수 없다.
3. 기업들의 게임 플레이: 투자자가 어느 하나의 척도에만 초점을 맞추면 기업들은 그 척도에 들어맞는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업 모델마저도 그런 척도를 달성하는 데 알맞도록 바꾼다. 여기에 기업들이 척도로 사용되는 수치가 더 좋아보이도록 회계와 측정 툴을 교묘히 사용해 숫자 조작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더하면 재앙을 위한 완벽한 준비가 끝나는 셈이다.
-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은 불편한 경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단계를 밟으면 오히려 생산적인 경험이 될 수도 있 다. 첫 번째 단계로, 자신이 진실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투자와 가치평가 의 교리는 그저 믿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모임에서 성장은 언제나 좋은 것'이지만, 가치투자자 모임에서는 다소 회의적인 눈길을 받게 된다. 성장이 왜 좋은 것인지 가치투자자들에게 설명하려면 자신이 먼저 성장이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가끔씩 성장이 가치를 파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당신의 스토리에 대해서만큼은 회의주의자들이 성장에 대해 염려의 눈길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적절히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이 두 번째 단계로, 스토리텔러는 성장이 가치투자자에게도 좋은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스토리와 가치 추정의 어떤 부분이 미진하고, 어떤 가정이 틀리거나 신중하지 못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실수를 무시하고 계속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지라도 뒤로 돌아가 스토리를 점검하고 바꿀 곳은 바꿔야 한다.
- 기업이 투자자에게 현금을 돌려주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배당이고 다른 하나는 자사주 매입이다. 기업이 종래 사용하던 현금 상환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면 그런 행동 변화 역시 스토리와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항상 배당으로만 현금을 돌려주던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다면, 이 회사가 미래의 성장 능력을 예전보다는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배당과 비교했을 때 자사주 매입의 가장 큰 한 가지 장점은 투자자가 훨씬 유연하게 현금 상환 액수와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자사주 매입으로만 현금 상환을 하던 기업이 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이것은 회사 경영진이 이익의 변동성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IBM의 내러티브는 스펙트럼의 영역이 넓은 편이지만 이 회사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하게 순이익 대부분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되돌려주는 정책을 취했다. 같은 기간 동안 현금으로 상환된 총액은 순이익의 128.43퍼센트나 되었으며, 이 중에서도 자사주 매입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IBM의 순이익은 늘어났지만 매출액은 줄었으며, 유통 주식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IBM의 현금 상환이 지나치게 높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대안 스토리는 이 회사의 행동에 부합한다. 사업이 쇠락하고 투자 기회가 작은 상황에서 IBM은 사업을 줄일 의도로 매년 조금씩 청산하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스토리다. 다시 성장 기업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IBM에 투자했다면 현실적인 근거는 없으며, 그런 스토리는 이 회사가 지금까지 보인 행동에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IBM이 스토리에 맞게 (재투자를 통한 고성장) 행동하지않는다고 비난하기 전에, 스토리를 회사의 행동에 맞게 변경하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다시 말해 IBM은 현재 더 작아지고 군살을 줄이면서 수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회사에 대한 스토리도 당연히 저성장이나 또는 갈수록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스토리로 바꿔야 한다.
- 우버 가치평가 사례의 교훈
1. 원대한 내러티브가 원대한 가치를 낳는다. 내가 알기로 어떤 사람들은 현금흐름할인법 모델에 내재된 보수적 성격이 잠재력이 큰 신생기업의 가치평가에는 들어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시장, 지배적 시장점유율, 높은 이익률이라는 원대한 내러티브를 설정하면 현금흐름할인법 모델에서도 부합하는 결과가 나온다. 또한 같은 회사에 대해서도 추정 가치가 크게 차이가 난다면 투입변수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내러티브 설정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2. 모든 내러티브는 평등하지 않다. 나는 가치평가 결과가 높게 나오는 내러티브도 제시하고 낮게 나오는 내러티브도 제시하는 등 여러 가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모든 내러티브가 평등한 것은 아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미래를 내다보면 어떤 내러티브는 타당성이 더 크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도 더 크다는 것이 드러난다.
3. 내러티브는 변형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아는 사실에 근거해 우버 내러티브를 세운다. 현실이 펼쳐지는 순간 우리는 내러티브를 사실에 대조해야 하며, 사실에 맞게 내러티브를 조정하거나 변화시 키거나 심지어는 바꾸기도 해야 한다.
4. 내러티브가 중요하다. 신생 기업에 대한 투자 성공을 좌우하는 관건은 투입변수의 추정이 아니라 올바른 내러티브 설정이다. 일부 성공적인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신생 기업의 수치에 놀라울 정도로 무심하게 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쨌거나 투자자가 강력한 내러티브를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그런 내러티브를 실현 할 수 있는 창업가나 기업가를 찾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EBITDA(법인세,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차감전 이익)와 잉여 현 금흐름의 차이를 구분한다거나 자본비용을 계산할 줄 안다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된다.
- 신생 기업에서 성숙 기업으로 투자 초점이 바뀌면 투자 여부를 검토하는 데 사용할 도구도 바꿔야 한다. 가치가 투자결정의 기준이라면, 다시말해 주가가 추정가치보다 낮을 때에만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자라면 가치평가 모델에는 똑같은 펀더멘털을 적용하되, 라이프사이클 단계에 따과 모델 구축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신생 기업의 가치평가 모델은 내가 한 우버의 가치평가처럼 전체 시장에서 시작해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내러티브를 가치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가치평가 유연성이 아주 커야 한다. 성숙 기업에서는 역사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치평가 모델을 구축할 수 있으며, 기본 내러티브에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어느 정도 합리적인 가치 추정에 도달할 수 있다. 대규모 스프레드시트 모델은 이런 작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한 가치평가는 안정적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신생 기업이나 단계 전환 중인 사업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가치가 아니라 가격결정을 기반으로 투자하는 편이라면 상대평가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해당 기업의 주가가 경쟁사들의 주가보다 싼 편인 지 비싼 편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럴 경우 대개는 공통변수인 가격결정 승수를 선택해서 주가가 높은지 낮은지를 확인해야 한다. 기업 라이프사이클 초기 단계에는 영업실적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거의 없다. 그럴 경우에는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사용자 수, 다운로드 수, 구독자 수 등을 공통변수로 선택할 수 있다. 라이프사이클의 후기 단계로 나아갈수록 영업실적을 나타내는 척도를 가지고 가치를 측정해야 한다. 수익성이 더 높아질 소지가 큰 성장 기업에는 매출액을, 성숙 기업에는 순이익을 척도로 사용하고, 쇠락 기업에서는 순자산가치(청산가치를 대변)를 척도로 사용하면 된다.
- 기업이 나이가 들면 경영자와 창업자가 라이프사이클 단계에 맞게 내러티브와 숫자를 배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달라진다. 초기 단계의 창업자는 설득력을 갖춘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 실적도, 심지어 제품마저 없을지라도 창업자는 사업의 현실성과 잠재력을 투자자에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전환하는 단계라면, 기업가는 자신에게 약속을 숫자로 전환할 수 있는 사업 구축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성장을 시작한 회사의 경영자는 스토리를 뒷받침할 만한 결과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을 거쳐야 한다. 성숙 기업의 경영자들은 내러티브의 기본 틀이 현재의 영업실적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업의 매출 성장이 지지부진한데 성장 스토 리를 말한다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성숙 기업의 경영자는 현실을 부인하지 하지 않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시험을 받게 된다. 그들은 지금 회사가 쇠락 중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 초기 단계의 기업에서는 적절한 사람이 회사를 이끄는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다. 반대로 성숙 기업으로 나아갈수록 최고경영자가 어떤 유형인지가 중요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온다. 특히 나름의 업무 공식이 세워져 있고, 사업도 안정돼 있는 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엑슨모빌의 가치는 최고경영진이 달라져도 크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엑슨모빌의 투자자는 이 회사의 CEO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거나 신경 쓰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반대로 고프로나 우버의 경영진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모르고, 그들의 경영 방식과 철학을 잘 알지 못하면서 투자하는 것은 바보짓이나 다름없다. 기업의 라이프사이클 단계가 진행되면서 경영자의 도전이 달라진다는 개념에 수긍이 간다면 각 단계마다 CEO가 갖춰야 할 자질에 차이가 있다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라이프사이클 초기 단계의 기업이라면, 매력적인 스토리를 통해 사업 아이디어에 잠재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설득시키는 데 가장 적합한 경영자는 비전을 가진 CEO이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바꾸는 단계라면 비전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사업을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비전으로 보완해야 한다. 사업이 자리를 잡 고, 규모 확대를 도모하는 단계에서는 기회를 잡을 줄 아는 CEO가 필 요하다. 이런 CEO가 있어야 회사는 새로운 시장과 사업을 찾아내 효율 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사업이 성공을 거두고 안정기에 접어든 다음에 CEO가 배워야 하는 것은 방어 동작이다. 성공을 보고 경쟁사들이 몰려 들어 제품과 서비스를 모방하거나 심지어 더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면 CEO는 비용에 상관없이 성장만 도모하다가는 가치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현실주의자'로서 성장과 비용을 저울질해야 한다. 쇠락기에 이르면 CEO는 회사 규모를 줄이거나 남들이 기꺼이 비싼 값을 치르려 할 때 자산을 청산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일 수도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산 을 청산하기도 전에 효용성이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 경영진이 부딪히는 도전은 라이프사이클 단계마다 다르다. 하지만 성 공적인 기업들과 리더들을 보면 단계에 상관없이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1. 스토리를 통제하라 경영에서는 실적을 내거나 분석가의 기대치를 충족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투자자로 하여금 회사의 역사와 경영자가 세운 미래 계획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비즈니스 스토리텔링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최고경영진이 믿을 수 있는 기업 스토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투자자와 분석가는 진공 상태에 빠져 자신들이 직접 스토리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러면 기업으로서는 직접 참가를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억지로 게임에 참여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2. 스토리의 일관성을 유지하라 경영자들은 스토리의 일관성을 유지하는지에 따라 능력을 판단받기도 한다. 스토리에 조금도 변화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대부분은 스토리를 바꾸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혹여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면 왜 그리고 어떻게 바꾸는지 적절히 설명해야 한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지금 당장 고객과 투자자가 가장 사랑할 만한 것을 골라 수시로 스토리를 바꾼다면, 스토리는 신뢰성을 잃고 언제든 다른 스토리에 밀려 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3. 스토리에 맞게 행동하라: 경영자가 어디에 투자할지, 투자 자금은 어떻게 모을지 그리고 투자자에게 현금을 얼마나 상환할지를 결정할 때마다 투자자는 경영자의 행동이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스토리에 들어맞는지 주목한다. 경영자가 글로벌 사업자를 기본 내러티브로 내세웠지만 해외 시장에 투자하지 않고 투자 기회도 물색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이 경영자가 말하는 스토리를 더는 믿지 않을 것이다.
4.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결과를 달성하라: CEO가 원대한 스토리를 말하고, 스토리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거기에 맞게 행동할지라도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이 CEO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적 수치로 말하는 스토리가 경영자가 말하는 스토리와 계속해서 다르다면, 투자자들은 스토리가 아니라 숫자를 볼 것이다. 따라서 CEO가 고성장 스토리를 투자자들에게 피력하 지만 매출은 제자리걸음이라면 이 CEO는 스토리를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그의 스토리를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 역시 기업이 지금 라이프사이클의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와 관련이 있다. 초기 단계 사업의 경영자는 새로운 세상을 약속하는 원대한 내러티브를 피력할 것인지, 작고 조심스러운 내러티브에 안주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장단점은 단순하다. 작고 조심스러운 내러티브보다는 원대한 내러티브가 훨씬 재미있고, 투자자의 관심도 더 많이 받고, 가치평가나 가격결정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그러나 원대한 내러티브를 현실로 만들려면 자원이 더 많이 필요하고,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훨씬 크다.
- 적절하지 않은 CEO
쉬운 단계 전환이 이상적이지만 그보다는 마찰이 빚어지는 일이 더 흔한데, 기업의 요구 조건 변화에 CEO가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최상위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는 욕심이 클수록 단계 전환은 서로 물고 물리는 싸움으로 변질된다. 그리고 심하면 승자도 없이 끝날 수 있다. 사업과 CEO가 맞지 않을 때의 몇 가지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비전 제시에는 성공하지만 사업 구축에는 실패: 노암 와서먼 NoamWasserman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스타트업 212개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창업하고 3년이 지난 벤처 기업의 CEO 자리를 유지하는 창업자는 절반에 불과했다. 그리고 상장할 때까지 CEO 자리에 있는 창업자는 25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창업자의 80퍼센트는 자의가 아니라 강요에 의해 CEO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다른 사람이 회사를 경영하면 잠재적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 투자자(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창업자에게 퇴진 압박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 회사인 클라이너 떠킨 Nener Perkins 의 주장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창업자를 몰아내고 전문 경영자(비전이 없는)를 그 자리에 앉히는 데 지나치게 연연하는 것이 오히려 스타트업의 성공을 지연시킨다. 이 회사는 1,000개 이상의 자본 조달 거래를 관찰한 결과 창업자가 CEO 자리에 많은 신생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신생 기업들보다 자본 조달과 가치 창출을 더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말한다.
2. 사업 구축에는 성공하지만 규모 확대에는 실패: 제품과 서비스의 상업화 성공이라는 첫 단계를 무사히 통과한 사업체가 규모를 확대 해야 할 때 두 번째 전환이 발생한다. 갑자기 등장해서 눈부시게 성장하다가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기업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결과가 빚어진 데에는 경영자들이 규모 확대를 첫 단계의 답습 정도로 쉽게 생각했다는 것에도 일부 이유가 있다. 신발회사인 크록스Crocs는 새로운 형태의 간호화로 세상을 사로잡았고, 2006~2007년 동안 매출액이 무려 3배로 뛰었다. 그러나 7년 뒤 매출 감소와 영업 적자에 허덕이기 시작한 크록스는 결국 영업 간소화를 위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했고, 더 작은 회사가 되었다.
3. 규모 확대에는 성공하지만 방어에는 실패: 이런 CEO들은 사업을 성장시키는 재주는 뛰어나지만 영역을 방어하는 능력은 별로 없다. 성장 기업이 흔히 부딪히는 문제이기도 하며, 특히 성장으로 고수익을 내다가 이제는 현상 유지가 중요해지는 시기가 왔을 때 이런 일이 더 많이 생긴다. 마이크 라자리디스Mike Lazaridis는 공동 CEO 인 짐 발실리 im Basillie와 함께 리서치 인 모션Reseach in Motion(현BlackBerry Limited)의 블랙베리를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가치 있는 기술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방어하지 못하고 결국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공격에 밀려났다. 두 CEO는 2012년에 물러났지만 블랙베리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입은 후였다.
4. 방어에는 성공하지만 청산에는 실패: 사람이건 기업이건 잘 늙기는 힘들다. 아마도 모든 전환 중에서도 이 단계로의 전환이 가장 힘들 것이다. 고수익의 역사를 지닌 성숙 기업의 CEO는 성장이 아니라 축소를 목표로 삼아야 하는 단계에 이르면 여기에 맞게 변하기가 힘들다. 1942년 윈스턴 처칠이 “내가 왕의 수상이 된 것은 대영제국을 청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던 것처럼, 제국의 건설자들은 제국 해체에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세계 역사를 돌아봐도 그 두 가지를 다 잘하는 사람은 없었다. 위대한 처칠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제로도 식민제국의 붕괴를 관장한 사람은 1945년 선거에서 처칠에게 압승을 거둔 클레멘트 애틀리Clement Attlee 노동당 당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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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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