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토요일부터 무려 10일에 걸친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지난 5월의 11일 연휴에 이어 직장인들로서는 2017년이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필자 같은 프리랜서야 무덤덤하지만.

그런데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이 낀 연휴는 체중 관리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에게 위험한 시기다. 자칫 과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차라리 이때 마음껏 먹고 연휴 끝나면 ‘독하게’ 다이어트를 시작하리라 다짐하기도 한다.

그런데 학술지 ‘국제비만저널’ 9월 19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을 보면 오히려 지금이 다이어트를 시작할 적기가 아닌가 싶다. ‘명절까지 다이어트를 하라니 너무 가혹한 거 아냐?’ 이렇게 반문할 독자도 있을 텐데 물론 그건 아니다. 다만 연휴 때 과식하지는 말아야 한다.사본 -사본 -AN0793

다이어트 기간은 같은데 효과는 달라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보건과학부 뉴알라 번 교수팀은 비만인 남성들을 대상으로 두 가지 다이어트법을 실시해 그 효과를 비교했다. 하나는 16주 동안 적정 식사량의 3분의 2만 먹는 ‘연속적’ 다이어트다. 다른 하나는 16주를 2주씩 쪼개고 그 사이 2주씩은 적정 식사량을 먹는 ‘간헐적’ 다이어트다. 이 경우 2주 단위의 다이어트 사이에 2주 단위의 중단이 있으므로 총 30주가 걸린다. 적정 식사량은 참가자의 기초대사량을 측정해 정한, 체중의 증감이 없는 수준의 칼로리다.

따라서 체중 변화가 ‘산수’를 따른다면 두 방법은 같은 결과를 낼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결과는 어땠을까. 23명이 참가한 연속적 다이어트는 몸무게가 평균 9.1kg이 줄었다. 나쁘지 않은 결과다. 그런데 24명이 참가한 간헐적 다이어트의 경우 14.1kg가 빠졌다. 무려 5kg 차이다. 조사해보니 이 차이는 대부분 지방조직에서 비롯됐다. 연속적 다이어트 그룹은 지방이 평균 8.0kg이 준 반면 간헐적 다이어트의 경우 12.3kg가 빠졌다. 그런데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다이어트가 끝나고 6개월이 지난 뒤 참가자들을 불러 몸무게를 재봤다. 연속적 다이어트를 한 사람들은 ‘예상대로’ 몸무게가 거의 원래 수준을 회복했다. 소위 말하는 ‘요요현상’이다. 간헐적 다이어트를 한 사람들 역시 몸무게가 다시 늘었지만 그 속도가 느려 6개월 뒤에는 연속적 다이어트를 한 사람에 비해 몸무게가 평균 8kg나 덜 나갔다. 간헐적 다이어트법이 살빼는 효과도 더 크고 요요현상도 억제하는 셈이다. 그런데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다이어트 유형에 따른 몸무게 변화 그래프다. 참가자들은 16주 동안 적정 식사량의 3분의 2만 먹는 다이어트를 하는데 연속적으로 하는 그룹(점선)과 간헐적(2주 단위)으로 하는 그룹(실선)으로 나뉜다(그 사이 2주는 적정 식사량을 하는데 그래프에서는 표시하지 않았다). 다이어트가 끝난 뒤 8주 동안 적정 식사량을 먹은 뒤 프로그램이 끝난다. 다이어트 기간 동안 두 그룹의 체중감소 정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벌어지고 프로그램이 끝나고 6개월 뒤에도 약간 더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 국제비만저널

다이어트 유형에 따른 몸무게 변화 그래프다. 참가자들은 16주 동안 적정 식사량의 3분의 2만 먹는 다이어트를 하는데 연속적으로 하는 그룹(점선)과 간헐적(2주 단위)으로 하는 그룹(실선)으로 나뉜다(그 사이 2주는 적정 식사량을 하는데 그래프에서는 표시하지 않았다). 다이어트가 끝난 뒤 8주 동안 적정 식사량을 먹은 뒤 프로그램이 끝난다. 다이어트 기간 동안 두 그룹의 체중감소 정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벌어지고 프로그램이 끝나고 6개월 뒤에도 약간 더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 국제비만저널

기초대사량 재설정 여부가 좌우

연구자들은 기초대사량의 변화에서 그 답을 찾았다. 적정 칼로리의 3분의 2 수준 정도로 확실히 부족하게 음식섭취를 계속할 경우 몸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초대사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생리체계를 재조정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지방을 태워 열을 내는 열생성(thermogenesis)을 줄이는 전략이다. 섭취 칼로리가 부족할 때는 열을 내 체온을 유지하는 대신 지방을 보존해 체온을 지키는 것이다. 연속적 다이어트 그룹에서 지방이 줄어든 양이 적은 이유다. 실제 기초대사량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 연속적 다이어트 그룹에서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왜 간헐적 다이어트 그룹에서는 기초대사량이 줄지 않았을까.

연구자들은 이에 대해 2주의 다이어트는 몸이 기초대사량을 재조정하기에는 짧은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즉 칼로리 공급이 부족한 게 일상이라고 몸이 판단하기 전에 다시 적정 칼로리를 섭취하게 되므로 원래 기초대사량을 유지한다는 말이다. 다이어트와 정상 식사량이 2주 간격으로 번갈아 이어지므로 30주 내내 몸의 기초대사량은 변화가 없다. 실제 정상 식사량 기간 동안 몸무게의 변화는 없었다. 따라서 2주씩의 다이어트 기간 동안 거의 비슷한 체중감량 효과를 봤다. 반면 연속적 다이어트 그룹은 16주 기간에서 뒤로 갈수록 체중감량 속도가 둔화됐다.

참가자들은 다이어트가 끝나고도 8주 동안 정상 식사량을 먹는 ‘관리’를 받은 뒤에야 프로그램에서 벗어났다. 그 뒤 24주 뒤에 소환돼 몸무게를 잰 결과 두 그룹 사이에 무려 8kg가 벌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결국 연속적 다이어트를 한 사람들은 다이어트가 끝나고 기초대사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그 전에 맞춰 둔 정상 식사량으로 음식을 먹은 ‘관리 기간’ 때부터 다시 체중이 는 것이다. 한편 연구자들은 간헐적 다이어트 효과를 보는 최적의 간격이 2주인 것은 아니라며 이에 대한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명절 연휴에 마음껏 먹어 체중을 몇 킬로그램 늘린 뒤 가혹한 다이어트를 하느니 지금부터 열흘간 바짝 다이어트를 하고 연휴 열흘 동안은 그게 아까워서라도 적당량만 먹는다면 일석이조의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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