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통을 최소 화하고 쾌락의 양을 쉽게 그리고 최대한으로 늘리는 일, 이것이 옳 고 이런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사회를 관통하 는 핵심 전제다. 경영과 창업의 세계에서도 행복(보상)을 주고 고통 을 줄이는 사업이 가치 있다고 가르친다. 베스트셀러가 된 자기계 발서들은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어 행복해지는지 이야기한다.
- 반대로 사서 하는 고생은 어리석은 것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 다.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돈을 써서 남에게 처리해달라고 맡기는 것이 대세다. 외식을 하는 것도 모자라 주문한 요리를 가지고 오는 일도 남을 시킨다. 계단을 오르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걷지 않고 택시를 부른다. 집을 직접 쓸고 닦지 않고 청소해줄 사람을 부른다. 자신의 본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일을 외주화한다. 그렇게 마련한 시간에는 돈을 더 쥐어짜서 벌기 위해 부업을 하거나 쾌락 을 주는 활동을 늘린다. 기묘하게도 이런 일의 대부분은 중추신경 계의 피로도를 높인다.
- 고통과 불편이 줄어들수록 좋다는 자본주의의 전제가 옳다면 지 금쯤 모두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라야 한다. 하지만 전 국민 단위로 관찰했을 때 불편하게 몸을 사용해야 하는 정도를 반영하는 신체활 동량은 점점 줄어들고 더 많은 양의 신체적 쾌락을 경험했음을 방 증하는 복부비만의 정도는 빠르게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더 구부정한 자세로 스마트폰을 보고 자극적인 음식을 탐닉하며 몸 과 마음의 탄력을 잃어간다. 보상을 주는 자극을 끊임없이 쫓다가 화난 중년이 된다. 그다음에 남는 것은 오래 아픈 노년이다.

- 초가공식품을 먹으면 즐겁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통도 잠시 잊을 수 있다. 그 즐거움을 '쨍한 맛' '선명한 맛'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외식산업과 식품산업 모두에서 더 선명한 맛을 내는 제품이 살아남는다. 업계에서 제품을 개발할 때는 다양한 방법으로 블라 인드 테스트blind test를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쾌감을 높일 수 있는 비율로 성분을 배합한 최종 제품이 시장에 나온다. 그런 제품 수백 가지가 해마다 경쟁에 경쟁을 거듭한다. 같은 방식의 서 바이벌 게임이 배달음식의 세계에서도 매일매일 이루어진다. 살아 남는 음식은 대부분 고과당옥수수시럽이나 설탕, 정제곡물로 장식한 것들이다.
코로나19가 왔다. 재택근무를 하라고 한다. 스포츠센터는 문을 닫았고 그나마 억지로 하던 신체활동인 출퇴근도 하지 않는다. 직 장에서 밥을 먹고 난 다음이라면 몇백 걸음이라도 걸을 터인데 그 조차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스마트폰 화 면을 휙휙 넘기다가 가장 당기는 음식을 한두 번의 손짓으로 주문 하기 일쑤다. 그 결과 혈당은 근육이 흡수할 수 있는 범위(그림 1의 가로 점선)를 넘어서고, 이 점선을 넘어선 모든 에너지는 뱃살(그리 고 지방간과 근내지방)로 간다. 인간 푸아그라가 되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식사, 혈당이 거의 오르지 않는 식사를 한다면 애초에 뱃살로 갈 초과 혈당이 거의 없는 것과 대비된다.
여기에 운동을 하지 않고 근육을 쓰지 않으면 그림 1의 가로 점 선 높이는 더 낮아진다. 당처리 체계의 성능이 떨어져 똑같은 음 식을 먹어도 혈당은 더 높아진다(인슐린저항성insulin resistance*). 더 많 은 에너지가 뱃살로 간다. 혈당이 높아지면 췌장을 쥐어짜 인슐 린insulin이 쏟아져나온다. 잠도 쏟아진다. 이렇게 졸다 깨면 갑자 기 당이 당긴다. 인슐린이 급히 혈당을 떨어뜨린 탓이다. 갑자기 떨어진 혈당은 스트레스호르몬의 양대 산맥인 노르에피네프린 norepinephrine과 코르티솔 cortisol을 분비시킨다. 음식이 당겨 어쩔 줄 모른다.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짜증이 난다. 그래서 달달한 간식을 찾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뱃살과 지방간, 근내지방에 있는 지방세포는 여러 가지 나쁜 호르몬을 만들며 염증물질을 쏟아낸다. 특히 스트 레스호르몬과 염증물질은 혈관을 손상시켜 혈압을 올리고 멀쩡한 근육단백질을 녹여 혈당을 높일 뿐만 아니라** 뇌로 가서 인지기능 을 떨어뜨린다. 인지기능이 떨어지면 판단과 자제를 담당하는 전두 엽의 또 다른 기능도 떨어진다. 자제력이 떨어지니 더 자극적인 것을 찾고 더 먹는다. 본능에 더 충실해진다. 운동 생각이 날 수가 없 다. 운동을 하지 않으니 근육은 더 빠르게 녹고 배는 볼록해진다. 호르몬 이상도 더 과격해지고 염증물질 또한 더 늘며 판단력과 집 중력은 더 떨어진다. 실제로 우리가 먹는 것이 전두엽의 기능들에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증거가 최근 여러 분야에서 확인되고 있다. 집중력이 떨어지니 낮은 집중력으로도 볼 수 있는 유튜브나 틱 톡 동영상을 뒤적이는 일이 잦아진다. 그러다가 좋아 보이는 물건 이 있으면 빠른 배송을 약속하는 쇼핑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한다. 나의 통증과 불편이 '지름'을 통해 나아지기를 기대하면서, 코르티 솔과 염증물질 그리고 도파민 결핍의 쓰나미, 그로 인한 마음의 번 뇌가 끊임없이 부추긴 결과다. 

- 섭취한 음식이 혈당을 높여서 몸이 버텨낼 수 있는 점선을 넘기는 방식으로 비만과 대사질환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설명한 이론이 있 다. 바로 탄수화물- 인슐린 모델carbohydrate-insulin model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전체적인 칼로리 섭취를 조절해야 하며, 특히 단위부피 당 칼로리가 높은 지방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에너지 균형 모델 energy-balance model이 놓친 점을, 에너지대사에 관해 새롭게 알려진 과학지식을 통해 보완한 것이다. 탄수화물- 인슐린 모델에 따르면, 에너지가 과잉으로 형성될 경우 체내에 쌓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몸을 만들고 음식을 먹는지에 따라 혈당 곡선의 형태가 달라진다. 그에 따라서 허기가 지속될 뿐 아니라 더 달고 맛있는 음식을 계속 찾는(당이 당기는) 몸을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늘 배부른 상태로 지 내면서도 웬만해서는 살이 찌지 않고 식탐도 없는 몸을 만들 수도 있다.
- 혈당 수치를 점선 아래로 유지하면 총칼로리가 웬만큼 많아도 사람과 동물의 몸은 그 과잉에너지를 태워버린다. 체온을 높이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체중과 에너지 균형의 항상성homeostasis을 유 지하는 것이다. 반대로 점선을 훨씬 넘어서는 당부하 충격을 받으 면 총에너지 섭취를 줄여도 몸의 기초대사량이 줄어 있기 때문에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 더 나아가 음식을 계속 찾게 되는 강력한 동물적 본능을 이성의 힘으로 짓누르려면 마음의 힘도 크게 든다.

- 사람이 산업화 이전부터 시간을 보내던 방법인 풍경 보기, 새와 벌레의 소리 듣기, 묵상, 독서, 악기 연주, 산책 등은 충분히 많은 보상을 주는 활동이었다. 이제는 이러한 활동으로 얻는 보상의 정 도가 스마트폰이 주는 보상 강도를 이기지 못한다. SNS 게시물을 확인할 때, 메신저 알림이 울릴 때, 메일이 올 때, 새로운 동영상을 발견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이 훨씬 강력하다. 결국 스마트폰 화면 을 제외한 실제 세상은 흐린 흑백 화면처럼 바뀌어 보인다. 헤로인 중독자의 눈에 세상이 흑백으로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업무는 따분하게 느껴지므로 직장에서의 집중력이 떨어진다. 자기를 돌보 는 시간을 갖지 못한다. 여가시간이 생기더라도 뇌는 쉬지 못한다.
- 독서, 묵상, 운동 등의 활동이 삶에서 빠지니 신체와 정신 건강이 함께 나빠진다. 몸과 마음의 상태를 느끼는 센서가 무뎌져서 잘못 된 긴장이 깃들면, 이 긴장은 다시 불필요한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 서 우울, 불안, 수면장애, 통증, 식욕조절장애, 만성염증과 대사질 환을 초래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고통의 총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결국 쾌락의 총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틀렸 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쾌락의 총량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은 불 가능하다. 소비만 늘고, 경제적으로 궁핍해져 (돈이 아무리 많아도 궁핍 을 느끼게 된다) 고통을 받고, 가속노화 사이클에 빠져서 더 빨리 아 프고 더 오래 고생하게 될 뿐이다. 욕심은 두 배 네 배씩 늘지만 그 렇게 즐겨 봐야 만족의 크기는 재조정된다. 사람은 누울 수 있는 반 평의 공간만 있어도 충분하고 하루에 2,000킬로칼로리를 소비 하는 것이 전부인 생물학적 존재인데, 기하급수적 증가의 마법에 걸려버리면 아방궁을 짓고도 만족하지 못한다. 그렇게 2,000을 가 지면 4,000을 만들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는 상태가 반복된다. 일 찌감치 공호(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개념)과 무소유를 이야기했던 석 가는 이 진리를 현대적 분자생물학 기법이나 fMRI, PET의 도 움을 받지 않고도 2000년 전에 깨달았던 것이다.

-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우리의 뇌는 쉬지 않는다. 아무 일에도 집중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쉬지 않고 여러 가지 생각 조각들이 튀어나오는 상태를 마음방황mind wandering이라고 한다. 마음이 저절로 평안해지거나 좋은 생각이 떠 오르기보다는 보통 어떤 현안에 대한 걱정, 무언가에 대한 후회, 이루거나 갖고 싶은 것에 대한 욕심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상황이 여기에 해당한다. 불교에서는 이를 번뇌라고 한다.
이 번뇌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복잡적응계 complex adaptive system의 개념이 필요하다. 복잡적응계는 여러 가지 요소가 상호작용해서 일부의 변화가 다른 요소도 변화시키는 비선형 시 스템을 일컫는다. 어떤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시장 참여자들의 생 각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은 더 오르는 시장경제를 예로 들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연속적인 당부하 충격이 만드는 악순환, 도파민 자극의 다면적인 해악 역시 작은 변 화가 여러 가지 구성 요소에 영향을 끼치는 비선형적이고 역동적 인 복잡적응계의 사례다.
불교에서 번뇌를 일으키는 분노, 욕심, 증오 등 여러 요소가 상 호작용하면서 더 크고 해로운 번뇌를 만든다고 보았듯이, 현대 의 학에서도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사고방식 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크게 자랄 수 있는 나무도 이리저리 옭아매 면 분재가 되듯이, 하루 종일 반복 재생산되는 생각이 뇌 연결회로 의 구조와 기능마저 바꿔놓는다.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고착화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만성통증 등 질병마저 일으킨다.

- 마음의 엔트로피가 높을수록 쉬지 못한다
신경과학에서는 어떤 자극에 집중하거나 과제를 수행하는 등의 활 동을 하지 않고 쉴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을 디폴트모드네트워 크라고 한다. PET와 fMRI의 발달로 뇌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 게 되면서, 어떤 과제를 수행하면 오히려 혈류와 대사가 감소하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디폴트모드네트워크는 후방대상피 질posterior cingulate cortex, 내측전전두엽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 측두두 정연접부temporo-parietal junction 등으로 구성된다(그림 4-A). 그리고 시상하부 hypothalamus, 편도체amygdala, 중심회색질periaqueductal gray 등과도 연결된다. 이러한 신경해부학적 구조 덕분에 디폴트모드네트워크 는 몸 안팎의 자극을 뇌로 받아들이며 감정과 동기부여를 조절하 고 스트레스에 대한 여러 내부 장기의 반응에도 영향을 주는 머릿 속 인터페이스 또는 사고방식으로 기능한다. 또 과거의 경험, 기억 과 함께 개인의 무의식적 사고체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 식의 주체를 의미하는 자아, 에고ego를 신경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실체이기도 하다.
이 디폴트모드네트워크는 몸 안팎에서 일어나는 정보에 바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 특별히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지 만 전화벨이나 메신저 알림이 울릴 것을 기대하면서 약간 긴장하고 있는 상태가 그 예다. 그런데 끊임없이 스마트폰 알림에 시달리 고, 메일함이나 메신저, 웹브라우저 여닫기를 반복하는 현대인의 뇌에서는 디폴트모드네트워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다. 이 때 문에 정작 집중해야 하는 일에는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주의력이 분산된 멀티태스킹 상태, 즉 마음 방황 상태가 반복되면서 쉬어도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어지지 않 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과업(업무, 학업, 훈련)을 수행할 때도 집중하지 못해 실수가 늘어나는데, 이런 비효 율적인 뇌 상태는 ADHD 환자의 뇌 상태와도 유사하다. 이렇게 외부 자극에는 신경이 곤두서 있으며 반대로 집중력은 떨어져 있 는 취약한 상태에서, 빠르게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여러 가지 자극들이 사방에서 끊임없이 유혹하면 마음방황과 피로, 집중력의 저하가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지기가 쉽다(최근 폭증하는 성인 ADHD의 진단은 이러한 환경적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어떤 과업에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상태를 몰입flow이라고 한다. 적절한 동기부여와 과업의 난이도 등 여러 조건이 잘 갖춰진 상태에서 자아를 잊고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며 해당 과업에 완전 히 집중하는 경우다. 바로 디폴트모드네트워크가 가라앉은 상태, 즉 마음방황이 누그러진 상태다. 숙련도가 아주 높아야 하는 악기 연주나 스포츠 동작을 수행할 때도 몰입 상태에서는 개인이 달성 가능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한다. 현대인은 어떤 면에서 최선의 기 량을 발휘할 잠재력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는 셈이다.

- 비만치료제 중에 이 두 물질의 상관관계를 활용한 알약이 있 다.  도파민 부족으로 인한 갈망은 줄이고 음식 섭취로 인해 엔도 르핀 분비가 증가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원리를 이용한 약이다. 인위적으로 많은 양의 도파민에 노출되면 그 자극이 줄어 들 때 따분함과 권태감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인위적 자극 때문 에 오피오이드 축이 활성화되었다가 자극이 소실되면 통증을 느 낀다. 펜타닐이나 헤로인 같은 합성마약을 남용하면 적응 현상 때문에 자극이 없을 때는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이 통증을 도저 히 참을 수가 없어서 계속 자극원을 찾게 된다. 이러한 중독 증세는 의학적으로 작용시간이 매우 긴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메타돈 methadone)을 투여하면서 아주 천천히 하루 사용량을 줄이면 치료할 수 있다.
통증원이 있을 때 도파민 분비를 늘리는 보상을 받으면 주관적 인 통증이 경감된다. 공교롭게도 도파민에 의해 생겨난 진통 효과 는 도파민수용체 자체가 아닌 오피오이드수용체를 차단하더라도 사라진다. 같은 원리로 도파민수용체가 아닌 오피오이드수용체를 활성화해도 당분에 대한 쾌감은 강화되고 쓴맛에 대한 불쾌감은 약화된다. 이러한 상관관계 때문에 빠르게 보상을 주는 스마트폰 이나 당분, 알코올, 쇼핑앱 등에 하루 종일 노출되면 불쾌감과 통증이 함께 찾아온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열심히 뛰어올라도 목적지에 닿을 수 없는 것처럼, 끊임없이 즐기고 소비하고 소유하더라도 마음의 고통은 해소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하면 첫째, 우리 몸은 생각보다 더 많이 움 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루 20킬로미터를 걷고 뛰는 정도까지 는 끄떡없다. 뛰면 무릎 연골이 닳아서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물론 적절한 근골격계 내재역량을 갖추지 않고 몸이 가분수 인(근골격계가 취약하고 체중이 과도한 상태에서 견딜 수 없는 부하가 걸 리면 관절이 손상된다. 하지만 근골격계 내재역량을 갖춘 상태에서 올바른 자세로 적절하게 달리면, 오히려 무릎 주변의 근육과 인대 가 강화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관절의 마모 속도를 늦출 수 있다.
- 더 편하려고 안간힘을 쓸수록, 예컨대 더 비싼 의자를 사 서 오래 앉아 있거나 가까운 곳도 차량을 타고 이동하려고 할수록 미래에 더 많은 고통을 얻는다. 사실 매우 비싼 의자를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기업의 의도는 건전하지 않다. 몸이 망가질지언정 비싸 고 편안한 의자에 더 오래 앉아 일을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이기 때 문이다.
이 두 가지를 뒤집으면, 단 하나의 원칙으로 이동성 도메인의 내재역량을 보존하면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편안함을 얻기 위한 습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운동과 이동을 굳이 분리하지 않으면 된 다. 이렇게 만들어질 이동성 습관은 사회적, 환경적으로도 지속가 능하다.
- 몸을 활용해서 이동하는 습관은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데도 효 과적이다. 이동성의 내재역량이 좋을수록 이동성과 관련된 소유 물들이 단순해진다. 자동차는 1킬로미터 이동하는 데 780킬로칼 로리(중형차 기준, 연료는 휘발유, 탄소배출로 계산하면 160그램가량) 정도가 든다. 이마저도 공인 연비 기준이라, 막히는 길이라면 에너지 가 이것의 2배쯤 든다고 보아야 한다. 사람은 1킬로미터를 걷는 데 40킬로칼로리가 필요하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혼자 타고 다니는 것은 조선시대로 치면 사람 20명이 들어서 나르는 가마를 타고 움 직이는 꼴이다. 서울의 버스는 2016년 기준 사람 1명을 1킬로미터 이동시키는 데 이산화탄소 50. 6그램을, 지하철은 이산화탄소 33.6 그램을 배출한다. 중형차와 비교하면 버스의 탄소발자국은 3분의 1, 지하철은 5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 면 이동을 위해 몸을 더 쓰게 될 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 값비싼 전 기차를 구입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2018년 65세 이상 사망자 중 시도 별 요양병원 · 요양원 평균 재원기간 현황>에 따르면 65세 이상인 사람 한 명이 사망 전 요양병원에서 평균 460일, 요양원에서 904일 (둘을 합치면 평균 707일)을 기거한다. 이렇게 장기요양시설에 입소하 게 되었을 때 삶의 질 감소를 차치하고 직접적인 경제적 부담을 연 간 3,000만 원 정도라고 전제하자. 2년을 이렇게 소모하게 된다고 할 때, 근육량 1킬로그램 감소는 400~600만 원의 경제적 손실에 해 당한다. 이 비용에 2년 동안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삶의 질 저하에 따른 개인적 손실을 더해야 한다. 기대 생존기 간을 2주 정도 늘리는 항암제에 많은 사람이 수천만 원을 선뜻 지출 하는 것을 고려하면, 2년을 독립적으로 더 살 수 있는 방법의 가치 는 적어도 1억 원이 넘지 않을까? 이렇게 다 더해보면 근육량 1킬로그램은 2022년의 물가 기준으로 1,400~1,600만 원의 가치가 있다

- 3일에 한 번만 제대로 운동을 하면 근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이 야기도 옳다. 근육 회복을 위해 근력운동을 하루는 쉬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옳다. 하지만 다양한 근육을 적당한 강도로 자극하는 일 반인 수준의 근력운동은 웬만해서는 근섬유를 손상시키지 못한 다. 근섬유의 손상과 재생이 운동 후 근력이 개선되는 주요 기전 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근비대와 근력향상은, 운동이 주는 자극이 분자생물학적으로 변환되면서 신경근접합부 의 효율성이 좋아지고,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가 생성되며 근섬유를 구성하는 주요 단백질의 생성이 점차 늘어나는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작용을 거쳐 일어나는 것이다. 근력운동 후의 지연 발생근육통은 이러한 여러 가지 과정에 동반되지만, 이 통증이 있 다고 해서 근섬유가 파괴되는 것은 아니다. 근력운동 후에 근섬유 가 파괴되는 것은 무척 드문 일로,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듀시엔형 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이라는 희귀한 유전 질병을 의심 해볼 수 있다. 이 질병이 있으면 아무리 운동을 해도 근력이 향상 되지 않고 오히려 파괴와 재생이 반복되면서 근력이 약해진다. 흔 히 알고 있는, 폭음, 매우 무리한 운동 등으로 근육이 녹는 상황(횡 문근융해증rhabdomyolysis)에서도 근섬유 자체가 파괴되는 일은 드물다.
- 근육량과 근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운동을 계획했다면 하루에 체중 1킬로그램당 1.2~1.5그램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보디빌딩대회에 나가는 수준으로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운동한 다면 몇 개월 정도는 하루에 섭취하는 단백질을 체중 1킬로그램당 2.5그램 정도까지 일시적으로 늘려볼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과 도하게 단백질을 섭취하면 여러 장기의 전반적인 노화속도가 빨라 질 가능성이 있다. 노화지연과 만성질환 예방을 모두 고려한다면 동물성 단백질 섭취에 치중하기보다는 동식물성 식품 섭취의 자연 스러운 균형을 찾는 것이 낫다.
근육을 합성하는 효과만 봐도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 질에는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당분이 들어 있는 단백질 보충제 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액상 탄수화물 섭취 역시 가급적 피하 는 것이 좋다. 또한 가급적 흡수 속도가 느려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지 않는 복합 탄수화물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근육의 양과 질 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흡수와 대사, 미세영양소 함유량 등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할 때, 영양분은 보충제 형태보다는 음식으로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것이 훨씬 낫다. 단백질 섭취량을 무턱대고 늘리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식사의 균형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본격적으로 근력운동을 할 때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으며 신체 기능과 근육량 개선에 도움이 되는 운동보조제로는 크레아틴creatine 이 있다. 이는 원래 근육에 매우 풍부한 물질로 근육 내 에너지 화 폐로 사용되기도 한다. 건강상 특별한 문제가 없는 젊은 성인이라 면 하루 3~5그램 정도 섭취할 수 있다. 단백질과 크레아틴 외에 시중에 판매되는 수많은 보조제는 대부분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 았다. 운동 효과가 내재역량 증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면의 양과 질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노년기가 되면 한 사람이 평소 걷는 속도는 그 시점에서의 기대 여명을 얼추 반영한다. 노년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 는, 평소 보행속도를 초속 1미터로 유지하면 10년 내에 사망할 가 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사나 예측하기 어려웠던 암 으로 인한 사망을 제외하면 이동성 내재역량은 사람의 건강 전반 을 반영하는 단적인 지표라 할 수 있다. 

- 인간의 마음은 늘 이리저리 방황하고 그 방황은 마음의 엔트로피를 높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마음속 탐욕, 분노, 어리석음은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는 고통이 증가되 는 방향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예컨대 몇 년 전부터 사람 들이 사용하는 '시발 비용'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스트레스를 견디 기 위한 소비 비용을 말한다. 하지만 시발 비용이 남기는 것은 더 심해진 번뇌와 우울, 흐릿해진 판단력, 스트레스의 결과인 대사질 환과 염증을 비롯한 가속노화 현상뿐이다. 마음의 결핍감을 더 많 은 소비로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남이 가진 것이나 누리는 외 형적인 것들과 자신의 것을 비교하는 어리석음이 탐욕, 스트레스 를 일으키고 그 결과 소비와 탐닉이 늘어난다.

- 불교에서는 인간의 고통을 만드는 근원으로 탐욕(貪, 탐할 탐), 분 노(瞋, 눈 부릅뜰 진), 어리석음, 어리석을 치), 이렇게 세 가지를 꼽아 삼독이라고 말한다. 균형 잡힌 신체활동과 운동, 가속노화를 예 방하는 절제된 식습관과 금주, 금연 등의 생활습관은 이 삼독이 가 속노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준다. 하지만 탐욕, 분노, 어리석 음의 불씨가 끊임없이 타오르는 상황이라면 마치 뒷산이 모조리 다 타버리는 데도 마을 입구에서 집을 지키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 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음챙김의 요소로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가 있다.
1) 현재 떠오르는 생각이나 몸 안팎의 감각기관을 통해 느껴지는 여러 가지 정보를 관찰하고 자각하며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명명 하기
2) 이러한 정보들에 대해 옳고 그름 또는 참과 거짓 등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기
3) 현재 순간에 집중하기
 
-틱낫한 Thich Nhat Hanh은 그의 책 <삶의 지혜 The Art of Living>*에서 다 음과 같이 말했다.
"마음을 다해 호흡합니다.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을 그냥 즐기면 됩니다.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되게 하고 온전히 살아 있음을 그 놀라움을 느
껴 보세요. 살아 있다는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적입니다.
우리 모두 몸을 지나치게 혹사시키고 긴장하게 만들고, 통증 이 쌓일 때까지 밀어붙이면서 살고 있습니다. ・・・・・・ 모든 신경을 호 흡에 집중하고 여러분의 몸의 존재를 이해하고 느끼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 마음이 풀리면서 편안해질 것입니다. 이것은 화해의 몸짓이고 사랑의 행위이기도 합니다."
 
- 수면부족은 대뇌기능을 즉각적으로 떨어뜨리는데, 집중력과 장 단기 기억력, 의사결정의 질에 모두 악영향을 준다. 그 결과는 마 음챙김되지 않은 상태, 곧 마음의 엔트로피가 매우 높은 상태다. 자제력이 저하되고 화가 나 있으니(스트레스호르몬 방출) 해로운 자극 원에 더욱 탐닉한다. 당연히 몰입이 불가능해지고 과업 수행의 효 율성이 떨어지므로 업무 스트레스는 배로 증가하며 더 긴 시간 일 을 해야만 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 우리가 먹는 것이 혈당을 제어하는 인슐린, 보상과 탐닉을 만드는 도파민과 엔도르핀, 스트레스와 화의 씨앗인 노르에피네프린과 코 르티솔의 분비를 조절한다. 그래서 식사를 통해 이 세 종류의 호르 몬을 잘 다스리면 해결되지 않던 문제들도 저절로 사라진다. 당분 이 함유된 음식이나 정제된 곡물로 만들어진 음식은 혈당을 빠르 게 많이 올리는 만큼 중독성이 매우 높다. 냄새만 맡아도 도파민 신호를 자극하며 입을 통해 뱃속에 들어가 혈당을 올리는 모든 단계에서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엔도르핀도 여기에 합세한다. 그렇 게 상승한 혈당을 인슐린이 떨어뜨리면 노르에피네프린과 코르티 솔이 폭발적으로 분비된다. 마약과 정확히 같은 작용을 한다. 그래 서 펜타닐 같은 합성마약에 중독되지 않으려면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수밖에 없듯, 단순당과 정제곡물도 피하는 수밖에 없다. 술은 어떨까? 섭취 직후 혈당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만 빼면 단순당, 정 제곡물과 완벽하게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단순당, 정제곡물, 술은 가속노화 체형을 만드는 고성능 연료다. 따라서 이 세 가지를 피하 는 것이 자연스러운 식사의 기본이다.
그런데 단순당과 정제곡물이 나쁜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전신근육을 자극하는 고강도 신체운동을 충분히 한 직후에는 단순당 과 정제곡물을 근육량 증가의 가속페달로 이용할 수 있다. 근육의 포도당수용체가 완전히 열려 있는 상황에 한해서 말이다. 단순당 과 정제곡물을 흡수해서 생긴 체내 포도당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 해서 근육단백질의 생성을 돕는다. 또한 근육으로 뛰어가 에너지 원으로 사용되거나 저장될 수 있다. 단순당, 정제곡물 섭취 직후의 부교감신경 활성화를 수면제로 이용할 수도 있다(너무 많이 섭취하면 상당량의 인슐린이 분비된 결과 저혈당이 초래되어 새벽에 깰 수 있다).
단순당과 정제곡물은 수면제라고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것 을 아침, 점심과 간식으로 먹는다. 이렇게 해서 졸리면 잠을 이겨 내기 위해 또 커피를 마신다. 혈당이 떨어지면 스트레스호르몬이 분비되어 정신이 혼미해진다. 결과적으로 두뇌가 정상적으로 평온해질 시간을 주지 않아 과업에 몰입할 수 없는 생리학적 상황을 만 든다. 단순당과 정제곡물 때문에 분비된 인슐린은 물과 소금을 체 내에 잡아둔다. 이렇게 낮 동안 생겨난 부종은 그 자체로 불편할 뿐 아니라 수면무호흡증을 일으켜 체내 코르티솔 수치를 높이고 혈압, 혈당을 전반적으로 악화시키는 가속노화에 기여한다.
이러한 단순당과 정제곡물은 대부분의 음식에 광범위하게 함유 되어 식품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연구자의 노력과 만나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개인이 생활하면서 이러한 자극 요인 들을 끊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루 정도 당분이 없고 탄 수화물 함량이 낮은 식사를 실험적으로 해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당분이 없는 식물성 단백질파우더와 올리브오일의 열량 비율을 1대 2로 맞춰 평소 섭취하던 열량의 75퍼센트 정도를 섭취하 고, 이와 함께 삶은 렌틸콩을 주 섬유소로 먹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분리대두단백 20~25그램, 올리브오일 20~25그램, MCT오일medium-chain triglyceride oil 2~3그램을 물 250밀리리터와 섞 어서 섭취하는 식이다. * 렌틸콩은 건조중량 30~40그램 정도를 삶 아서 곁들인다. 견과류나 토마토처럼 당분이 없는 식품은 간식으로 충분히 섭취해도 상관없다. 평소 외식을 자주 하던 사람이 3일 정 도 이 비율대로 식사하면 흥미롭게도 그동안 느꼈던 '식욕'이라는 것이 상당히 인위적인 현상이었다는 점을 깨닫는다. 혈당 변화가 거의 없는 일상생활에서 무언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상당량의 부종도 몸에서 빠져나간다. 당분과 소금 이 몸에 들어오지 않아 인슐린도 사라져버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 알코올은 광범위한 수용체에 작용해서 낮은 용량에서는 기분 을 가라앉히고, 중간 정도의 용량에서는 기분을 흥분시킨다. 고용 량을 섭취하면 몸을 가누지 못하고 기도를 스스로 유지하기 어려 워지며 자발호흡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하는 화학물질 이다. 선택적으로 수용체에 작용하는 수면제보다는 마구잡이로 뇌 기능에 영향을 주는 본드, 시너 등 유기용매와 흡사하다. 혈중 농 도의 안전 범위가 그다지 높지도 않다. 체중이 70킬로그램인 남성 이 맥주 500밀리리터를 먹고 90분 이내인 경우혈중알코올농도는 0.03퍼센트가 되는데, 이는 억제되어 있던 감정이 풀어지고 말이 많아지며 기분이 좋아지는 상태다. 혈중알코올농도가 여기에 4배 정도 되면 만취상태가 되어 똑바로 걸을 수 없으며, 10배인 0.3퍼센트가 되면 기도유지가 되지 않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본드와 마찬가지로 알코올은 직접적인 신경계 독성이 있어서 신경세포 자체와 신경섬유를 둘러싸고 있는 피복을 계속해서 손상 시킨다. 또한 알코올은 분해되면서 세포에 대사적 스트레스를 일 으키며, 대사중간생성물인 아세트알데히드 acetaldehyde의 독성은 온 몸이 마치 세균에 감염된 것과 비슷한 염증상태를 만든다. 이런 기 전을 통해 두뇌의 다양한 영역이 빠른 속도로 쪼그라들면서 중추 신경계의 기능도 떨어진다. 이때 자제력과 의사결정능력, 감정조 절, 기억력, 균형감각 등 광범위한 영역이 점진적으로 파괴된다.
- 알코올을 오랫동안 섭취하면 스트레스호르몬도 비정상적으로 반응한다. 기저상태에서 코르티솔 수치도 비정상적으로 높아지 며, 그 독성은 심혈관계로도 파급되어 혈압이 오르고 심방세동 등 부정맥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런 모든 변화는 마음의 엔트로피 를 극단적으로 높이므로 탐욕, 분노, 어리석음에 더욱 취약해진다. 알코올의존증에 빠진 사람은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수면부족에 시 달린 사람과 비슷한 뇌상태가 되는 것이다. 술을 마시고 자면 수면 구조가 망가지기 때문에, 같은 시간 동안 잠을 자더라도 뇌는 제대 로 휴식하지 못한다. 염증상태와 코르티솔 수치가 상승하면 근육 을 분해하고 복부지방을 축적시키기도 한다.

-자신은 이미 늦었으니 즐겁고 편하게 살다가 죽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이런 자세는 자신에 대한 폭력일 뿐 아니라, 고장 난 자 신을 상당 기간 돌보아야 할 주변 사람들에 대한 무책임한 테러행 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하던 음주습관의 기저에는 그저 더 높은 밀도의 에너지원을 선호하는 생존기제와 그에 따른 뇌의 화학적 특성이 깔려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보자.

- 가스레인지로 음식을 조리하면 폐암에 걸린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인덕션레인지 보급이 급속히 늘고 있다. 정작 폐암의 잠재적 원인은 음식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미 세먼지와 유기화합물 기체다. 이 기체는 음식을 어떤 방식으로 가 열하든 일정 온도에 도달하면 동일한 양이 생성된다. 결국 이를 줄 이려면 후드를 사용하고 재료를 굽지 않는 대신 찌거나 끓여 먹는 등 다른 조리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가스레인지와 인덕션레인지 의 차이는 이산화탄소와 극히 적은 일산화탄소 등 연소의 결과물 이 발생하는지 여부다. 이들은 발암물질이 아닐뿐더러 이마저도 후드를 사용하면 대기로 배출된다. 게다가 인덕션레인지는 가격이 비싸고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탄소발자국도 가스레인 지보다 50퍼센트 이상 많이 발생한다. 한마디로 가스레인지로 음식을 조리해서 폐암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인덕션레인지 를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데다가,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 도 손해인 방법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런 사실관계는 대부분 들어오지 않고 그저 가스레인지는 '가족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쓰는 것'이라는 감정적 판단만 남는다.

-<기후변화의 심리학Don't Even Think About It>을 쓴 조지 마셜George Marshall이 의사결정 심리학 분야의 대가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카너먼은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문제에 사 람들이 충분한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기후변화는 현저성이 부족하다.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자동 차와 달리 기후변화는 추상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 둘째, 현재 성이 부족하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면 먼 미래에 발생할 크지만 불확실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현시점에 어느 정도의 비용 지출과 생활수준 저하를 감수해야 하는데 이것은 인간이 특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합이다. 셋째,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는 불확실하다. 과학 자들은 현상이 발생한 이유와 발생 가능성, 불확실성을 고려해서 객관적으로 제시하려다 보니 발생 가능성이 99.999퍼센트인 사건 일지라도 '발생 가능성 높음'이라고 기술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대중은 이러한 정보를 불확실한 것으로 이해한다.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 지평에도 한계가 있다. 월가의 유명한 투자자인 켄 피셔Ken Fischer는 투자에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시간 지평은 최대 18~24개월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때문에 사람은 현재의 단기적 편안과 중장기적인 큰 불편 중에서 단기적 편안을 선택하 는 파우스트적 거래(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거래)를 하는 경향이 있다. 기후변화와 마찬가지로 노화와 건강, 질병은 사람들이 금기시 하는 죽음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삶에 직접 대입해보는 것을 꺼린다. 나아가 올바른 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으므로 그러한 습관 자체를 돌 아보지 않으려고 한다. 반대로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질병이 발생하 면 그에 대해서는 가장 최첨단의 치료를 받고자 한다. 기대여명을 10년 이상 늘릴 수 있는 생활습관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다가 '암' 이라는 명확한 적이 생기면 기대여명을 몇 주 늘리는 치료법에 전재산을 쏟아붓는다.

- 줄기세포를 이용한 항노화요법은, 사람의 피(말초혈액)를 뽑아 서 핏속의 중간엽줄기세포를 분리한 다음에 이를 증식시켜서 다 시 체내로 넣으면 노화의 생물학적 특징이 개선된다고 가정한다. 일부 임상영역에서 실험적으로 이런 시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줄기세포의 임상 활용에 대한 규제가 미미한 일본에서 거액을 들 여 이 시술을 받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에는 자가혈액의 줄 기세포 분획을 음경이나 유방 같은 특정 조직에 주사하는 의료기 관도 있다.
다행히 중간엽줄기세포를 증식시켜 다시 체내로 넣어도 부작용 이 생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 원래 이 세포들은 자유롭게 옮겨다니 면서도, 주변 세포들에게 요란하게 영향을 끼치거나 이들과 활발하게 상호작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중간엽줄기세포의 건강상 이익도 알려진 바는 없다. 잘 설계된 임 상연구가 보고된 사례도 없다. 또한 음경이나 유방에 주사한 중간 엽줄기세포가 주사한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도 않다. 분리된 중간엽줄기세포를 잘 선별해서 증식시켰는지 도 미지수인데 한국의 시술은 증식 자체를 시키지 않고 피에서 뽑 아 분리한 세포를 체내에 다시 넣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뚜렷한 생물학적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낮다. 몸에 뭔가를 하는 것 자체의 잠재적인 위험성(감염, 출혈, 그 밖의 알려지지 않은 위험성)을 감안한다 면 굳이 실험적이고 이익은 모호한 요법을 돈과 시간을 들여서 감 행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 채혈병 안에 든 EDTA를 몸에 주사하는 것이 킬레이션요법이 다. 납이나 카드뮴 등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을 제거하려는 목적으 로 사용되는데 당연히 마그네슘이나 칼슘처럼 체내에 필요한 금 속이온도 제거된다. 킬레이션요법은 급성카드뮴중독이나 납중독 이 발생한 상황에서는 좋은 치료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인에게 해롭다고 알려진 중금속의 체내 농도는 칼슘이나 마그네슘 같 은 금속에 비해 상당히 낮기 때문에 킬레이션요법을 시행하기 위 한 전제조건 자체가 잘 성립되지 않는다. 빌딩에 숨어 있는 범죄자 한 명을 잡기 위해서 빌딩 전체를 폭파하는 꼴이다. 실제로 킬레이 션요법이 사람의 노화 표현형이나 노화와 연관된 생물학적 기전을 개선한다는 임상연구 결과는 보고된 적이 없다.
정말로 킬레이션요법을 경험하고 싶다면 짧게는 3일 간격으로 할 수 있는 혈소판헌혈을 하자. 무료인 데다가 혈소판 부족에 시달 리는 한국 의료현장에도 도움을 주고 덤으로 기념품도 받을 수 있 다. 소량의 킬레이션 성분이 몸에 들어오지만 그 양과 작용은 본격 적 킬레이션요법에 비하면 미미하므로, 우리 몸에 미치는 효과로 는 훨씬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 혈액정화요법
혈액정화요법은 단백질로 이루어진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준다는 방법으로,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이화작용 catabolism*이 발생한다. 이 요법은 혈장교환술 therapeutic plasma exchange을 응용한 것이다. 본래 혈장교환술은 급히 장기이식 등을 할 때 면역 거부반응을 예방하 기 위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항체단백질 IgMimmunoglobulin M을 제거할 때 사용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빠르게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요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혈장교환술을 응용한 혈액정화요법은 불필요한 단백질뿐만 아니라 항체단백질까지 걸러낼 위험성이 있 어 도리어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면역력이 비정상적으로 약해지면 온갖 감염병에 시달리기 쉽다.
이런 혈액정화요법이 항노화요법으로 사용된 계기가 무엇일까? 여러 단백질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화작용 덕분에 단식 이나 절식을 한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제외하고서는 도저히 항노화와 연관을 지을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하고 위험하게 이화작용을 유도하느니 단식이나 절식을 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 유익하다.
식이조절보다 더 빠르고 쉬운 방법으로는 헌혈이 있다. 예를 들 어 한 번에 30분 남짓한 시간이 걸리는 혈장헌혈을 반복적으로 하 면 별다른 돈을 쓰지 않고도 혈액정화요법을 받을 때와 비슷한 결 과를 얻을 수 있다(노화 방지를 위해서 혈장헌혈을 하라는 이야기로 오해하 지 마라. 혈장헌혈을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수행한 결과가 혈액정화요법과 메커 니즘적으로 상당히 유사하다는 뜻이다). 혈액정화요법이 사람의 노화 표 현형이나 노화와 연관된 생물학적 특징을 개선했다는 임상연구 결 과는 보고된 바가 없다.

- 생의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노화축적에 따른 여러 가지 의학적, 생물학적 이상소견이 불거져 나온다(배수구가 없는 욕조에 물이 차 오르는 모습을 다시 떠올려보자). 이에 따라 기능저하의 궤적이 달라진다. 급사로 사망하는 4분의 1 외에 4분의 1은 말기 암 같은 질환으로 몇 개월에 걸쳐, 4분의 1은 만성 심장, 콩팥, 폐 등의 질환으로 몇 년에 걸쳐, 마지막 4분의 1은 치매, 노쇠로 때로는 10년을 넘길 정도로 긴 기간에 걸쳐 기능저하를 겪다가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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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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